김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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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재영 논설위원입니다.

redfoot@donga.com

취재분야

2026-02-26~2026-03-28
칼럼100%
  • AI 솔루션 ‘모핑아이‘, 유망 스타트업과 MOU

    인공지능(AI) 블록체인 융합 솔루션 기업 모핑아이가 블록체인 유망 스타트업 블록오디세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25일 체결했다. 양사는 이날 서울 마포구 모핑아이 사무실에서 MOU를 맺고 블록체인 기반의 탈중앙 공유경제, 프로토콜 경제 생태계의 확산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특히 모핑아이의 AI-블록체인 융합 솔루션 ‘바미(BAMI)’를 통해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바미’는 마이데이터와 연계해 재무, 건강, 라이프 기술 등의 측면에서 고객의 소비 패턴에 맞는 맞춤형 혜택을 제공한다. 김기영 모핑아이 대표는 “4차 산업의 핵심기술 보유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통해 블록체인 기반 AI 국민 체감 서비스 개발, 신산업 활성화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게 됐다”며 “모두가 행복하고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 생태계를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연창학 블록오디세이 대표는 “블록체인 기반 인프라와 AI 기술의 융합을 통해 파괴적인 혁신이 가능해지고 프로토콜 경제로의 진입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모핑아이는 이스라엘 AI 솔루션 사이센스(Sisense)와 솔루션 핵심 엔진 개발 파트너십 체결을 완료하고, AI와 블록체인을 융합한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김재영기자 redfoot@donga.com}

    • 2021-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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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임, 편견을 버리세요… 한국 산업의 미래입니다[광화문에서/김재영]

    택진이 형이 또 해냈다. 이달 초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공학계 명예의 전당’으로 불리는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에 선정됐다. 산업계 인사들이 뽑히는 게 특별한 일은 아니지만 김 대표의 선정이 눈길을 끈 건 ‘게임업계 최초’이기 때문이다. 드디어 공학계에서 게임산업을 ‘동료’로 인정했다는 느낌이다. 1인칭 슈팅게임 ‘크로스파이어’로 유명한 스마일게이트의 권혁빈 창업자도 지난해 12월 게임업계 최초로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의 최고상 격이다. 매년 게임업계 관계자들이 국정감사장에 불려나와 ‘불량식품 파는 업자’나 ‘게임중독의 주범’ 같은 취급을 받으며 의원들의 매서운 질타를 듣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 속에 게임업계의 성장은 눈부셨다.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게임 이용 시간이 급격하게 늘었고, 게임이 단순한 놀이가 아닌 산업으로서 제대로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9% 이상 성장해 17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게임업체들은 국내를 넘어 북미, 유럽, 일본 등으로 영토를 확장했다.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정보기술(IT)은 물론이고 영화 엔터테인먼트 웹툰 등 콘텐츠 산업과의 합작을 통해 새로운 산업을 개척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도 주도주로 떠올랐다. 한국과 일본 증시에서 3N(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의 시가총액은 8일 종가 기준으로 63조7000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아직 축배를 들기엔 조심스럽다. 우선 46조 원 규모로 세계 최대 게임시장 가운데 하나인 중국의 빗장이 걷히지 않았다. 지난해 말 중국 정부가 약 4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 게임에 ‘판호(版號·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를 내줬지만 일회성에 그칠 것이란 부정적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 신규 진출 길이 막힌 사이 되레 중국 게임업체들은 지난해 한국에서 약 1조5000억 원을 챙겨 갔다. 중국 시장의 문이 열린다고 해도 걱정이다. 한국산 게임이라면 덮어놓고 열광하던 몇 년 전과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무엇보다 중국 게임 자체의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원신’ ‘라이즈 오브 킹덤즈’ 등 최근 빅히트한 중국 게임은 그래픽, 게임성, 캐릭터 등 기술력뿐만 아니라 서비스 운영 능력에서도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섰다. 이제 ‘대륙의 실수’라고 치부하기도 어렵다. 실수가 반복되면 실력이다. 우리 게임업체들이 확실한 차별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수도 있다. 업계도 노력해야겠지만 정부도 체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아직은 미흡하다. 문을 걸어 잠근 중국에 대해 정부는 “노력은 하고 있는데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지난해 5월 정부가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내놨지만 아직 현장에선 와닿지 않는 분위기다. 게임산업을 지원한다는 법률 전부 개정안엔 오히려 ‘확률형 아이템 표시 의무화’ 등 업계를 옥죌 수 있는 새로운 규제가 숨어 있다. 훈장도 좋고 상장도 좋다. 하지만 정부가 게임산업의 긍정적 가치를 확산하는 데 앞장서고, 낡은 규제 개선과 다양한 게임 생태계 지원에 나선다면 게임업계엔 이보다 큰 칭찬과 격려가 없을 것이다.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

    • 2021-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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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날 구글이 멈췄다… 내 일상도 함께 멈췄다[광화문에서/김재영]

    한때 ‘이영애의 하루’라는 유머가 유행했다. 당시 워낙 인기 많은 광고 모델이다 보니 그가 출연한 광고 제품만으로도 하루를 살 수 있다는 농담이었다. 요즘 우리의 하루를 재구성하면 어떨까. 구글, 네이버, 카카오와 함께하는 하루쯤 되지 않을까. 쇼핑 뉴스 금융 등 일상생활부터 업무까지 플랫폼을 떼놓고는 상상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지난달 12일 오전 갑자기 유튜브가 먹통이 됐다. 원격수업 핑계로 중학생 아들이 하루 종일 유튜브만 끼고 살던 터라 솔직히 잘됐다 싶었다. 하지만 한 정보기술(IT) 기업이 진행하던 온라인 콘퍼런스가 접속 장애를 겪었다는 얘기를 듣고 아차 했다. 유튜브는 이제 단순한 놀잇감이 아닌 거였다. 그러던 차에 14일 저녁 유튜브, 지메일, 구글클라우드, 구글미트(화상회의), 지도, 캘린더 등 구글 서비스 대부분이 동시에 멈추니 압박감이 더 심했다. 회사 이메일 계정과 연동해 놓은 이메일을 열어볼 수 없었고, 다음 날 일정도 확인할 수 없었다. 구글의 영향력이 큰 미국에선 혼란이 상당했다. 원격수업을 하던 학교는 휴교를 결정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 같은 언론사에선 기사 전송 프로그램이 멈춰 기자들은 회사 안의 누군가에게 전화로 기사를 불러야 했다. 사물인터넷(IoT) 연동 기능을 갖춘 구글 홈을 사용하던 사람들은 조명이나 TV를 켤 수 없었다. WSJ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스노데이’(폭설로 인한 마비처럼 인터넷 장애로 인한 마비라는 의미)였다고 했다. 이런 문제는 앞으로 더 심각하고 빈번하게 나타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구글, 아마존 등이 제공하는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이버 공격도 위협적이다. 최근 미국 국방부, 재무부, 심지어 핵안보국(NNSA)까지 해킹에 뚫렸다. 원격근무가 확대되자 해커들은 보안이 취약한 재택근무자의 개인컴퓨터를 통해 기업 본진을 노리기도 한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달 발생한 유튜브 장애에 대해 인터넷 서비스의 속도 저하나 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업체의 관리 책임을 묻는 일명 ‘넷플릭스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처음 적용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통신서비스 중단 시 부가통신사업자의 고지 의무 기준 시간을 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재발 방지 대책과 피해 보상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사이버재난’을 일상을 마비시키고 엄청난 재산 피해를 주는 국가 재난으로 관리해야 한다. 현재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상 자연재난과 사회재난 어느 곳에도 사이버재난은 명시돼 있지 않다. IT업계의 20년 전 농담 하나.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자동차업계를 조롱했다. “만약 제너럴모터스(GM)가 컴퓨터산업과 같은 수준을 갖추게 된다면 1갤런(약 3.8L)으로 1000마일(약 1600km)을 갈 수 있는 25달러(약 2만8000원)짜리 차를 몰게 될 것이다.” GM이 발끈했다. “하루에 두 번 이상 ‘치명적 오류’라며 멈춰 버리는 차를 타고 싶습니까.” 디지털을 벗어나 살 수 없는 세상에서 인터넷 오류가 치명적 재난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비를 해야 할 시점이다.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

    • 2020-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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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년 전 비싼 값에 사라” ‘주파수 재할당’ 갑질 논란[광화문에서/김재영]

    때 되면 휴대전화를 바꾸다 보니 집에 굴러다니는 멀쩡한 휴대전화가 여럿 된다. 최신 스마트폰 광고를 보며 은근히 눈치를 보내도 아내가 눈도 깜짝 안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10년 전 개통한 아이폰4도 아직 쓸 만하다. 지금은 아이의 장난감 신세로 전락했지만 당시 16G 출고가 기준 81만 원의 거금으로 장만한 첫 스마트폰이다. 용돈도 궁한데 지금이라도 중고장터에 내놔도 될까. 살 사람이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출고가대로 받아야겠다고 우기면 웃음거리가 될 게 분명하다. 해마다 최신 기종이 쏟아져 나오는 정보기술(IT) 시장에서 옛 장비의 출고가는 의미가 없다. 그런데 최근 정부와 이동통신사들은 ‘10년 전 가격’을 놓고 실랑이를 벌인다. 내년 6월 이용기간이 끝나는 2세대(2G), 3G, LTE 이동통신 주파수를 재할당하는 대가를 얼마로 해야 하는지를 놓고 얼굴을 붉히고 있다. 정부는 공공자산인 주파수를 이통사들이 5∼10년간 이용할 권리를 부여하고 그 대가를 받는다. 대개 처음 할당할 때는 경매로 가격을 정하고, 사용기한을 연장할 땐 정부가 재할당 대가를 매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측은 재할당 때도 과거 경매 낙찰가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0년간 5조7000억 원 정도를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통사들은 수요가 몰려 높게 낙찰됐던 과거의 경매가를 다시 반영하는 건 납득할 수 없다고 맞선다. 예전과 달리 3G, LTE에 대한 수요가 줄었고 5G라는 대체재도 생겨난 상황에서 합리적 산정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용기간 5년, 매출성장률 3%를 반영해 1조5000억∼1조6000억 원 정도가 적당하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요지부동이고 이통사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재할당 대가 산정방식을 공개해 달라고 정보공개 청구를 하는가 하면 “차라리 시장가치대로 경매를 하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규제산업인 통신산업에서 기업들이 ‘슈퍼갑’인 규제당국에 이렇게까지 맞서는 건 보기 드문 일이다. 국민의 자산인 주파수 가격을 시장가치만 고려해 책정할 순 없다. 정부로선 최대한 많이 받아내는 게 국민을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적정가를 넘어서 과도하게 가격을 매길 경우 부작용도 우려된다. 2022년까지 5G 전국망을 갖추기 위해 통신사들이 26조 원을 투입해야 하는데 재원 부족으로 투자가 지연될 수도 있다. 이통사들이 주파수 대역을 덜 받는 방식으로 대응할 경우 3G, LTE의 서비스 품질 하락이 불가피하다. 요금 인하 여력도 줄어들 수 있다. 서로 싸울 필요 없이 ‘법대로’ 하면 되는데 문제는 전파법에 명확한 산정기준이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와 이통사가 저마다 유리한 조항을 근거로 싸우고 있는 형국이다. 객관적이고 예측가능한 대가 산정이 가능하도록 국회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17일 정부는 주파수 재할당 대가 산정방식에 대한 공개설명회를 연다. 정부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방식이 되면 곤란하다. 이해관계자들이 저마다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며 합리적 방안을 모색하는 출발점이 됐으면 한다. 국민에게 이익이 돌아가고 디지털 뉴딜의 재원도 확보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이 무엇인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

    • 2020-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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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리스마’ 이건희 회장이 공개 석상에서 보인 ‘두번의 눈물’

    강인한 카리스마로 기억되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생전 공개 석상에서 두 차례 눈물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눈물이 처음 포착된 것은 삼성 특별검사팀으로부터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2008년 7월이었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서 ‘계열사 중 특별히 중요한 회사가 있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전자와 생명이다. 삼성전자에서 나오는 제품 중 11개가 세계 1위인데 1위는 정말 어렵다. 그런 회사를 만들려면 10년, 20년 갖고는 안 된다”라고 말하다 목이 메었고 눈물을 흘렸다. 또 한번의 눈물은 2011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확정 발표장에서였다. 한국은 그간 2번 떨어져 ‘삼수’째였고,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세계 스포츠계에 발이 넓은 이 회장이 특별사면됐다. 2009년 12월의 일로, 이 회장은 당시 집행유예 중이었다. 이 회장은 1년 반 동안 170일 간 해외 출장을 다니며 직접 100여 명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을 일일이 접촉했다. 당시 이 회장이 이동한 거리는 지구를 5바퀴 돌고도 남을 정도였다. 약속을 취소하겠다는 IOC 위원을 1시간 반을 기다려 만나기도 했다. 2011년 7월 7일 남아공 더반 IOC 총회에서 평창이 최종 결정되자 이 회장은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이 회장은 귀국길에 “지금은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다”며 부담감을 털어놓기도 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2020-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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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벨상 ‘잔칫상’ 받으려면 연구자 흔드는 풍토 바꿔야[광화문에서/김재영]

    만년 하위 팀 야구팬들이 ‘가을잔치’ 포스트시즌을 바라보는 심정이 이럴까. 매년 가을 노벨상 발표를 지켜보는 기분이 딱 그렇다. ‘남의 잔치’다. 올해는 좀 달랐다. 노벨상 수상이 유력한 우수 연구자를 선정, 발표하는 학술정보분석기업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가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석좌교수(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장)를 화학상 후보로 점찍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화학상은 유전자를 마음대로 잘라내고 교정할 수 있는 3세대 유전자 가위를 개발한 2명의 여성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연구 분야가 하필 유전자 가위여서 속이 좀 쓰렸다. 이 분야의 권위자로 수상자들과 특허 경쟁을 벌였던 김진수 IBS 유전체교정연구단 수석연구위원이 있기에 아쉬운 결과였다. 올해도 남의 잔치였으나 그래도 잔칫상의 말석에나마 앉아본 느낌이랄까. 과학계에선 머지않아 한국에서도 과학 부문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그 시기를 앞당기려면, 수상하더라도 일회성에 그치지 않으려면 연구자들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최근 몇 년간 과학계는 숱한 외풍에 시달렸다. 현 정부의 ‘과학계 적폐청산’ 작업이 대표적이다. 2018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가연구비를 횡령하고 채용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며 신성철 KAIST 총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과학계에선 ‘정치적 숙청’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올해 8월 무혐의 처분으로 일단락됐지만 과학계가 받은 상처는 컸다. 유전자 가위의 대가 김진수 수석연구위원도 재판을 받고 있다. 국가의 지원으로 연구 성과를 내고도 이를 특정 회사의 성과인 것처럼 꾸며 헐값에 넘겼다는 혐의다. 재판 중이어서 언급하기 조심스럽지만, 과학계에선 일부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을지라도 ‘기술 탈취’라며 망신을 주는 건 지나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국 기초과학 연구의 메카인 IBS도 지난해 강도 높은 감사를 받으며 홍역을 치렀다. 2012년 출범 당시 연구단별로 연간 100억 원 정도였던 연구비도 점차 줄어 이제 연 50억∼60억 원에 그친다. IBS는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일본 이화학연구소를 모델로 만들었다. 탁월한 연구에 대해 국가적으로 전폭 지원한다는 게 설립 목표였는데 어째 갈수록 용두사미가 되어 가는 것 같다. 물론 과학계가 성역은 아니다. 잘못이 있으면 따끔하게 지적해야 한다. 과학자들 스스로도 연구 부정이나 도덕적 해이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감사나 감독, 연구비 지원을 무기 삼아 연구자들을 옥죄거나 정치적 목적으로 과학계를 흔드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 올해 노벨 화학상 발표날이었던 10월 8일 현 교수는 강의 시작 전 학생들에게 방탄소년단(BTS)의 노래 ‘낫 투데이(Not Today)’를 틀어줬다고 한다. ‘아직 멀었다’는 겸양보단 ‘오늘이 아니었을 뿐’이란 자신감으로 읽혔다. 마침 가사 내용도 딱 알맞다. “네 눈 속의 두려움 따위는 버려/널 가두는 유리천장 따윈 부숴/승리의 날까지/무릎 꿇지 마. 무너지지 마….” 잔칫상을 받고 싶다면 우수한 연구자들이 탁월한 연구에 정진할 환경을 만들고 진득하게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

    • 2020-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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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가을 패션[고양이 눈]

    꽃사슴이 머리 장식과 귀걸이로 한껏 멋을 냈군요. 어김없이 찾아온 이 가을, 맑은 눈망울로 숲 방문객들을 반겨줍니다. ―서울 성동구 서울숲에서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 2020-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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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물 안 리그 전락한 공공 소프트웨어 시장[광화문에서/김재영]

    허리를 비틀고 골반을 쭉 빼며 조금이라도 작아 보이려 안간힘을 쓴다. 키가 줄었다는 측정 결과에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한다. 2018년 한국프로농구(KBL)에서 외국인 선수의 키가 2m를 넘으면 뛸 수 없다는 신장 제한 규정을 만들자 벌어진 진풍경이었다. 해외 언론은 ‘한국에선 키가 크면 농구를 할 수 없다’며 비꼬았다. 국내 선수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웠던 ‘신장 2m 제한’ 규정은 논란 끝에 결국 1년 만에 폐지됐다. 코미디 같은 일이 지금도 공공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키가 크면, 즉 대기업이면 일단 안 된다. 3000억 원짜리 차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 구축 사업을 추진하는 교육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심의위원회에 대기업 참여를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지난달 반려됐다. 벌써 네 번째다. 세 번이나 거부당하고도 도전하는 끈기도 놀랍고, 그걸 다시 퇴짜 놓는 고집도 남다르다. 교육부는 절박했다. 함부로 맡길 사업이 아니었다. 나이스는 성적 처리와 출결, 학사 일정 등을 관리하는 핵심 교육시스템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 수업 등이 도입되면서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도입 필요성도 커졌다. 5월 초유의 온라인 개학 때 시스템 과부하로 접속 오류가 발생했던 트라우마도 있다. 당시 대기업 계열 정보기술(IT) 서비스 업체의 ‘무료 봉사’로 겨우 문제를 해결했다. 대기업 입찰이 제한된 건 2013년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이 개정되면서부터다. 국가안보, 신기술 등 예외적 상황을 제외하곤 공공 IT 사업에 대기업은 참여할 수 없다. 공공 시장에서 대기업의 독점을 막고 중소·중견기업을 키우겠다는 명분이었다. 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판 오라클’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대기업, 중소기업, 발주처 모두 패배하는 게임으로 가고 있다. 대기업이 떠난 자리는 몇몇 중견기업이 독점했다. 이들은 더 성장해 대기업이 되면 공공 시장에서 퇴출되기에 더 노력할 유인이 없다. 시스템 개발 사업 발주는 사라지고 유지관리 사업만 늘었다. 발주처들이 중소기업에 일을 맡기기보단 최대한 고쳐 쓰고 있는 것이다. 전자정부·대중교통 시스템 등을 수출했던 대기업들은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판판이 깨진다. 국내 공공기관에 들어갔다는 실적과 노하우가 없으니 명함을 못 내미는 것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자정부 수출 실적은 2015년 약 6000억 원에서 2018년엔 3000억 원으로 반 토막 났다. 정부가 ‘디지털 뉴딜’이라는 큰 장을 열었지만 이대로라면 공공 인프라 사업을 통한 경쟁력 확보와 일자리 창출도 요원하다. 기술과 인력, 노하우를 최대한 쏟아부어도 가능할까 말까인데 중소·중견기업만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다. IT 업계에서는 대기업 참여를 무조건 막기보다는 중소·중견기업을 배려하면서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상생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도 방법이다. 국내에서 경험을 축적한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이 손잡고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 정면승부를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출전 제한이라는 손쉬운 편법으론 결코 리그의 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 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

    • 2020-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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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 뉴딜’ 고속도로에 횡단보도부터 치워주세요[광화문에서/김재영]

    간만에 가슴 설렜다. 갑갑한 뺄셈식 과거 논쟁이 아니라 덧셈식 미래 비전을 보여준 것 같아서다. 지난달 정부가 내놓은 ‘한국형 뉴딜’ 얘기다. 스케일부터 남다르다. 국비만 114조 원, 지방비와 민간 투자를 포함하면 160조 원에 이른다. 이명박 정부의 22조 원 ‘녹색성장’(4대강 사업)이나 박근혜 정부의 21조 원 ‘창조경제’와는 규모부터 차원이 다르다. 핵심은 58조 원 규모의 디지털 뉴딜이다. 디지털 DNA(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 생태계 강화, 교육 인프라의 디지털 전환, 비대면 산업 육성, 사회간접자본(SOC) 디지털화 등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경험상 숫자로 표시된 예산을 곧이곧대로 믿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지난 10년간 정부가 저출산·고령화 대책에 쏟아부은 예산이 마침 160조 원 정도다. 결과에 대해선 따로 말할 필요가 없다. 끝나지 않는 고용한파 속에 일자리 예산 수십조 원이 어디로 갔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도 많다. 예산이야 어떤 이름을 붙여서라도 맞출 수 있다. 공공기관의 PC를 모두 교체하고 디지털 뉴딜이라고 포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중요한 건 예산이나 인프라 구축보다 디지털 전환에 대한 정부의 의지다. 디지털 경제에 맞게 규제를 획기적으로 정비해 마음 놓고 투자해도 되겠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막힘없이 달릴 수 있다는 자신이 없으면 액셀 페달에 쉽게 발이 가지 않는 법이다. 50년 전 경부고속도로가 막 개통했을 땐 고속도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인근 마을 사람들이 무단횡단을 하거나 자전거와 우마차를 끌고 다녔다고 한다. 이들을 보호하겠다고 고속도로에 횡단보도를 깔거나 과속방지턱을 놨다면 지금쯤 어떻게 됐을까. 실없는 상상 같지만 지금도 혁신산업에선 감속, 정차, 심지어 퇴출이라는 어이없는 상황이 수시로 일어난다. 기술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신산업이 끊임없이 등장하지만 기존 법령의 제약에 막혀 좌절하고 만다. 5세대(5G) 인프라 구축을 위해 정부는 통신 3사에 수십조 원의 투자를 독려하지만 한편으론 3조 원대 주파수 재배정 비용을 요구하고, 보편 요금제와 과징금으로 압박하며 투자 여력을 막는다. 대기업 진출이 제약된 소프트웨어 산업은 외국 기업들이 이미 장악했다. 디지털 경제 추진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사회적 갈등을 어떻게 해소할지에 대해서도 정부는 아직 계획이 없는 것 같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달 15일 디지털 뉴딜 세부 브리핑에서 “서로 소통하고 조금씩 양보하자는 의미의 ‘한 걸음’ 정책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좋은 말이긴 한데 이런 어정쩡한 ‘사회적 대타협’ 기조 속에 타다와 카풀이 멈춰 섰다. 구조 전환을 위해 필요한 정책은 그대로 과감하게 추진하되 이 흐름에서 소외받는 사람들은 별도의 정책으로 포용해 어루만져야 한다. 고속도로에선 쌩쌩 달리게 하되 안전한 보행로는 따로 만들자는 얘기다. 디지털 뉴딜이라는 미래 비전의 성공을 위해 규제 정비 등 제도적 보완 조치가 신속하게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최근 우리나라의 입법 속도는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상임위원회에 법안이 상정되고 본회의를 거쳐 법률로 공포되기까지 이틀이면 족하다. 176석의 힘을 이럴 때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

    • 2020-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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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진화’ 없고 ‘증세’만 금융투자소득 과세 논란[광화문에서/김재영]

    요즘 주변에 펀드 투자한다는 사람을 찾기 어려워졌다. 실적이 부진한 공모펀드는 처량하고, 사고가 끊이지 않는 사모펀드는 끔찍하다. 최근 펀드 투자자들의 한숨은 더 커졌다. 정부가 2년 뒤부터 주식형 펀드 수익 전액에 양도소득세를 과세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정부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을 확정했다. 핵심은 2023년부터 소액주주도 2000만 원을 넘는 주식 양도차익에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순이익에만 세금을 매기는 ‘손익통산’, 3년 범위 내에서의 ‘손실 이월공제’ 등 획기적인 방안을 내놨는데도 시장에서는 오히려 ‘꼼수 증세’라는 원성의 목소리가 더 크다. 부동산에 쏠린 시중 유동자금을 생산적 투자로 유입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자본시장 투자자들의 의욕을 꺾는 방안이 곳곳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국내 펀드 투자자들은 역차별을 호소한다. 주식 직접투자는 양도소득세 공제 한도가 2000만 원인 반면에 국내 주식형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는 공제 혜택이 전혀 없다. 해외·비상장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의 공제 한도가 250만 원인 것과 비교해도 불리한 조건이다. 게다가 세금은 주식 직접투자보다 한 해 빠른 2022년부터 내야 한다. 주식시장의 안정성을 위해 펀드를 통한 우량주 중심의 장기 투자를 장려해 온 방향과 배치된다. 이럴 거면 직접투자 하지 누가 펀드 투자를 하겠는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패닉에 빠진 국내 증시를 떠받친 ‘동학개미’들도 불만이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4월 초 “기업에 대한 애정과 주식시장에 대한 믿음으로 적극 참여해주신 투자자께 감사드린다”고 했는데 이제 세금 청구서를 들이민다. 물론 세금을 안 내겠다는 건 아니다. 그 대신 거래세를 없애 달라는 것이다. 거래세는 금융실명제 이전 소득 확인이 쉽지 않아 편의상 소득과세 측면에서 도입됐다. 이제 여건이 돼 양도세를 도입한다면 거래세는 폐지하는 것이 순리다. 하지만 기재부는 거래세 폐지에는 요지부동이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에 대한 과세도 못 하고, 고빈도 매매에 대해 대응 수단이 사라진다는 이유다. 하지만 7일 공청회에선 진짜 속내를 드러냈다. 농어촌특별세 전체 세수 중에 증권 거래에서 발생하는 것이 전체의 절반이어서 쉽지 않다는 것이다. 왜 증권거래세 인하 계획이 0.15%에서 멈추는지 이제 이해가 간다. 현재 증권거래세율이 0.25%인데,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의 경우 0.1%가 순수 거래세, 0.15%는 농특세다. 2023년 거래세가 0.15%가 되면 순수한 거래세는 사라지고 농특세만 남는다. 그럼 거래세를 폐지하고 주식 양도세 일부를 농특세 재원으로 활용하는 건 어떠냐는 제안에 기재부는 “농특세는 안정적 세금 재원이 필요한데 주식 양도차익은 해마다 변동성이 있다”며 반대한다. ‘금융세제 선진화’의 목적은 결국 ‘안정적 세수 확보’였나. 홍 부총리는 “금융산업의 혁신을 뒷받침하고 생산적 금융으로 거듭나기 위한 금융세제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 말이 진짜 맞는지 자본시장 투자자들은 이달 나올 세제 개편안을 보고 판단할 것이다.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

    • 2020-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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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콩발 금융허브 쟁탈전, 그저 바라만 보는 한국[광화문에서/김재영]

    ‘이제 부산이다(Time for Busan).’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강행으로 ‘금융허브’ 홍콩이 흔들리자 최근 부산이 팔을 걷고 나섰다. 홍콩을 떠나려는 금융기관과 인재를 끌어오겠다는 것이다. 타깃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온라인 투자설명회를 열고 사무실 무상임대, 세제 혜택 등도 집중 홍보할 계획이다. 부산뿐만 아니다. 일본도 관계 부처와 도쿄도가 머리를 맞대고 파격적인 우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싱가포르, 대만 등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아시아 각국이, 부산까지도 나서는데 정부와 서울시는 조용하기만 하다. 중국과의 외교관계를 고려한 것일까, 아니면 남의 어려움을 이용하지 않겠다는 ‘송양지인(宋襄之仁)’일까. 어차피 안 될 테니 포기하자는 합리적인 선택일 수도 있다. 우리에게도 꿈이 있었다. 노무현 정부가 ‘동북아 금융허브 추진 로드맵’을 발표한 게 벌써 2003년 12월이다. 계획대로라면 2020년 올해는 ‘아시아 3대 금융허브’의 원년이 됐어야 했지만 여전히 닿을 수 없는 꿈이다. 올해 3월 영국 컨설팅그룹 지옌이 내놓은 국제금융센터지수(GFCI)에서 서울은 세계 33위에 그쳤다. 2007년 3월 첫 발표 당시 43위보단 올랐다고 위안해야 할까. 전교 등수 말고 반 등수는 오히려 떨어졌다. 13년 전 아시아태평양 도시 중 9위였는데 지금은 11위다. 나란히 세계 3∼7위에 오른 홍콩 싱가포르 상하이 도쿄 베이징 앞에서 명함을 내밀기 어렵다. 학습계획만 세워 놓고 공부는 열심히 하지 않은 탓이다. 도시 하나만 제대로 키워도 벅찬데 서울, 부산에 이어 제3 금융중심지 지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여당에선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KDB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지방으로 옮기자 한다. 금융은 집적효과가 중요한데 전국에 흩어 놓자는 것이다. 금융규제를 합리적으로 정비해야 하는데 오히려 21대 국회는 개원하자마자 금융을 꽁꽁 묶는 법안들만 줄줄이 발의했다. 딱히 맛도 없는데 메뉴만 번잡하다. 파리 날리는 식당의 전형적 모습이다. 정부도 이제 슬슬 꿈을 접을 모양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심의한 ‘제5차 금융중심지 조성과 발전에 관한 기본계획안(2020∼2022년)’은 해외 금융사의 한국 유치 대신 국내 금융사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분명 ‘국내에 공장 많이 지어 제조업 메카로 만들자’던 계획이었는데 이젠 ‘해외에 공장 지어도 된다’고 바뀐 셈이다. 아직은 꿈을 포기하기 이르다. 지금부터라도 금융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명확한 청사진을 만들어야 한다. 금융을 돈줄로만 보지 말고 법률 컨설팅 정보기술(IT) 등 파급효과가 큰 지식기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접근해야 한다. 세계적인 금융기업과 인재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경영·교육·세제 등의 파격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인천 영종도와 송도를 묶어 금융특구로 집중 육성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물론 지금 당장 홍콩을 넘보는 건 어렵다. 하지만 5년 뒤, 10년 뒤에 생각지 못한 또 다른 기회가 올 수 있다.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솔직한 심경으론 이번에도 안 될 것 같긴 하다.  김재영 경제부 차장 redfoot@donga.com}

    • 2020-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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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통’까지 탈탈 털었다” SK바이오팜 청약에 31조 몰려 신기록

    “퇴직금 싸들고 왔다.” “마통(마이너스통장)까지 탈탈 털었다.” 올해 상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히는 SK바이오팜의 공모주 일반 청약에 시중 유동자금 31조 원이 쏟아져 나오며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 치웠다. 최근 제약바이오주들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증시 반등을 이끈 데다 금리 인하로 시장에 유동성이 넘치면서 자금이 쏠린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마감한 SK바이오팜 공모주 일반 청약에는 30조9889억 원의 증거금이 모여 323.02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증거금 1억 원을 넣어도 13주 정도만 배정받는 셈이다. 5000억 원 이상 공모한 기업 중 경쟁률과 청약증거금이 사상 최대 규모다. 기존 기록은 2014년 제일모직의 30조635억 원이었다. 공모주 배정 결과는 26일 발표되고, SK바이오팜은 7월 2일 코스피에 입성한다. SK바이오팜이 투자자들에게 유독 많은 관심을 끈 것은 최근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가면서 시중에 유동자금이 풍부한 데 비해 투자처가 마땅치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증시 진입 대기자금으로 여겨지는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해 말 약 27조 원대에서 이달 47조 원대까지 늘었다. 예·적금 수익률이 사실상 0%에 가깝고, 부동산 규제로 부동산 투자도 여의치 않다 보니 1%포인트라도 더 나은 수익률을 찾아 공모주 청약으로 몰려든 것이다. 대출 금리가 낮아 빚을 내 청약에 나서는 경우도 많았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김모 씨(60)는 얼마 전 퇴직한 남편의 퇴직금에 마이너스통장 대출로 약 1억 원을 더해 청약에 나섰다. 청약을 진행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출 이자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청약 마지막 날 대출을 받은 고객이 많았다” 며 “일부 지점은 비가 오는 날씨에도 북새통을 이뤘다”고 전했다. SK바이오팜이 시장의 예상보다 낮은 기업가치로 공모를 진행한 점도 흥행 요인으로 작용했다. 당초 회사 측이 제시한 상장 기업가치는 3조8000억 원으로, 시장이 예상해 오던 5조 원에 비해 20% 이상 낮은 수준이다. 그렇다 보니 상장 당일 주가가 공모가(4만9000원)보다 크게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에선 상장 이후 수급 상황에 대한 낙관론이 퍼지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이 상장 이후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확약한 비율이 81.15%로 역대 최고 수준이고 상장 이후 코스피200에 조기 편입되면 시장 흐름을 따라가는 패시브펀드가 자동으로 주식 매수에 나설 수 있어서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2020-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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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사자들끼리 해결하라” 라임사태 뒷짐 진 금감원[광화문에서/김재영]

    지난달 개막한 한국 프로야구가 ‘한류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메이저리그 개막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좀이 쑤셨던 미국 팬들은 한국 야구 특유의 호쾌한 ‘빠던’(배트 던지기)에 열광한다. 하지만 끊이지 않는 오심이 기껏 얻은 점수를 깎아 먹는다. 심지어 심판이 당사자인 포수에게 공이 바운드된 게 맞는지 물어보고 판정을 내리는 촌극까지 빚어졌다. 요즘 금융감독 당국을 보면 오심 논란으로 시끄러운 야구판이 연상된다. 금융감독원의 징계에 금융회사와 경영진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며 소송에 나선다. 라임펀드 사태 등 금융사고가 잇따라 터지고 있는데도 진상조사는 축축 늘어지고 당국의 존재감은 희박하다. 신속한 조사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금감원이 오히려 ‘사적 해결’을 종용하는 이해할 수 없는 일도 벌어진다. 최근 금융사들이 라임펀드 피해자들에 대해 ‘선보상’에 나선 데는 금감원의 압박도 한몫했다는 후문이다. 이미 신영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선보상 계획을 밝혔고, 나머지 판매사들도 이사회를 거쳐 논의할 예정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4월 취임 2주년 간담회에서 과거 선보상 사례를 언급하며 “그런 사례가 계속 퍼질 수 있었으면 한다. 시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금융회사가 자율 배상을 하면 시기적으로 빠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행 자본시장법 55조는 ‘투자자 손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후에 보전해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정당한 사유’라는 예외를 뒀지만 뭔지 애매하다. 책임소재가 가려지기도 전에 먼저 보상에 나섰다가 자칫 배임 문제가 빚어질 수 있어 당초 판매사들은 선보상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그러자 지난달 윤 원장은 “배임 이슈 등을 고민하고 있는 것 같은데 ‘사적 화해’에 의해 (선보상을) 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금융투자업 규정상 ‘위법행위 여부가 불명확할 경우 사적 화해의 수단으로 손실을 보상하는 행위’는 예외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선보상과 관련해 법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비조치 의견서’를 금융회사들에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투자자의 성향이나 책임과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보상하는 것은 차후에 문제가 될 수 있다. 배임 여부를 따지는 법정에서 “금감원이 눈감아 주기로 했다”며 ‘비조치 의견서’를 흔든다고 통할지 장담할 수 없다. 문제가 터질 때마다 무턱대고 보상을 하는 사례가 쌓여 가면 자기책임 원칙을 근간으로 한 투자시장이 존재할 이유가 사라진다. 정작 금감원이 할 일은 따로 있다. 진상조사와 분쟁해결의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이후 명확한 근거와 절차에 의해 보상을 진행하면 된다. 금감원은 지난해 8월 조사에 착수해 반년이 지난 올해 2월에야 중간 조사 결과를 내놨다. 본격적인 현장조사는 4월에야 시작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때문에 지연된 점도 있지만 늦어도 너무 늦었다. 경기에서 심판의 역할은 엄격한 잣대에 따른 일관되고 신속한 판정이다. 우리 편을 들어준다고 좋은 심판이 아니다. 엄하게 퇴장을 명한다고 권위가 확보되지 않는다. 금감원은 자본시장의 관객이 아니라 책임 있는 심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재영 경제부 차장 redfoot@donga.com}

    • 2020-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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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송금, 수수료 싼 ‘카드앱’으로

    롯데카드는 국내 시중은행 및 인터넷은행보다 저렴한 수수료로 빠르게 송금할 수 있는 ‘롯데카드 해외송금’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는 지난해 1월 개정된 외국환거래법에 따라 은행 제휴 없이 카드사가 단독으로 해외송금 서비스를 실시하는 첫 번째 사례다. 롯데카드 해외송금은 은행에서 해외송금 시 발생하는 전신료, 중개수수료, 수취수수료 등의 별도 부대비용 없이 송금수수료 3000원 또는 5000원(국가별 상이)만 지불하면 돼 고객들의 부담을 크게 낮췄다. 올해 말까지는 이벤트로 송금수수료마저도 전액 면제해 준다. 국가별 평균 송금 소요기간은 최대 2일로, 일반적인 은행의 송금 소요기간인 3∼5일보다 빠르다. 일부 국가(영국, 베트남, 싱가포르)의 경우 실시간 송금도 가능하다. 이 서비스는 롯데카드 회원이면 누구나 ‘롯데카드 라이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롯데카드 라이프 앱 내 ‘해외송금’ 서비스에서 국가 및 송금금액, 수취정보 입력 후 본인 인증만 하면 본인의 카드 결제 계좌 또는 본인 명의의 계좌에서 송금이 완료된다. 외국환거래법에 따라 건당 최대 미화 5000달러, 연 최대 5만 달러까지 송금 가능하다. 현재 10개 통화로 11개국(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호주,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에 송금할 수 있으며, 베트남을 제외한 10개국의 경우 법인 명의 계좌로도 송금이 가능하다. 특히 국내 인터넷은행 및 카드사 최초로 베트남 은행 계좌에 송금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올해에는 중국, 캐나다, 홍콩 등 20여 개국으로 송금 가능 국가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 향후에는 받는 사람의 은행 계좌가 없어도 55만 개 점포에서 현금 수취 방식으로 즉시 수령 가능한 송금 방식을 추가해 220여 개국에 송금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롯데카드는 디지털을 활용한 고객 서비스 고도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롯데카드는 최근 고객 편의성 제고를 위해 불필요한 대기 시간 없이 직접 화면을 보며 쉽고 빠른 상담이 가능한 ‘디지털 ARS’를 선보였다. 기존 음성 ARS처럼 전화 연결이나 모든 음성 안내를 들으며 기다릴 필요 없이 소비자가 스스로 화면을 보면서 원하는 상담 업무를 해결할 수 있다. 음성 ARS 메뉴를 그대로 스마트폰 화면에 옮겨놓은 ‘보이는 ARS’보다 한 단계 더 진화된 형태로, 고객의 눈높이에 맞춘 서비스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2020-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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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글로벌 리더 역할 제안’에…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는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시장에 다른 나라가 들어갈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아브히지트 바네르지 교수(59)와 에스테르 뒤플로 교수(48)는 12일(현지 시간) 본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체인의 변화를 이렇게 전망했다. 국제 분업 구조가 붕괴하기보다는 더 다양화될 것이며, 이는 특히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낮추는 시도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국에는 기회요인이기도 하다. 부부 경제학자인 이들은 19일 서울에서 열리는 ‘2020 동아국제금융포럼’의 기조 연사로 참석한다. 올해 포럼은 방역을 위해 미국과 한국을 화상으로 연결해 진행한다. 행사에 앞서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소개한다.― 위기 이후 전개될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은 어떤 모습일까.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시기에 세계 경제를 예측하려고 애쓰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은 코로나19 발생 이전부터 사회적 신뢰와 문제해결 능력의 위기, 심각한 양극화가 존재했다는 점이다. 정부가 이번 위기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달라질 것이다.”― ‘V자’ 형태의 신속한 경제 회복은 가능한가.“백신이 개발되고, 형편없는 정책들 때문에 위기가 통제 불능 상태로 빠지지만 않는다면 과거 역사를 볼 때 매우 빠른 반등도 가능할 것이다. 다만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을 보호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야 사람들이 계속 소비를 할 수 있고 엄청난 수요 감소에 따른 불황도 피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세계화 때문에 더 급속히 확산됐다는 지적이 있다.“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퍼진 건 사람들의 빈번한 이동 때문이다. 국제무역 자체는 이번 확산과 관련이 없다. (세계화의 순작용인) 글로벌 공조는 ‘코마 상태’인 세계 경제가 완전히 붕괴하지 않도록 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가 세계화에 반하는 사례라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글로벌 공급체인의 변화가 예상된다. “기업들 입장에선 글로벌 공급체인에서 얻는 이득이 너무 크다. 포기할 수 없을 것이다. 한 가지 시나리오는 기업들이 앞으로 자사 부품 공급처를 어느 한 국가-특히 중국-에 의존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공급처 다변화를 꾀할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일부 시장에 다른 국가들이 침투할 가능성이 생긴다는 뜻이다.” 바네르지 교수는 “한국이 가진 불리한 점으로 중국과의 긴밀한 경제적 관계”를 꼽았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하느냐는 질문에 “수출국이든 수입국이든 다변화에 따른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만 말했다. ― 어떤 정부가 효과적으로 대응했다고 보는가.“한국 정부는 지금까지 ‘대응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덴마크도 마찬가지다. 아프리카의 소국인 토고 사례도 있다. 이들 국가에서는 정부에 대한 집단적 신뢰가 강해지고 있다. 사람들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포용적 사회정신을 공유하며 다시 뭉칠 수 있는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이탈리아, 미국, 아마 프랑스와 같은 나라들은 미숙한 대응 때문에 제도에 대한 신뢰가 더욱 낮아지고 문제 해결을 위해 사람들의 힘을 모으는 것도 힘들어질 수 있다.” ― 미국이 경제 재개에 들어갔는데. “사람들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지침을 따르지 않고 경제활동을 재개하려는 무계획적인 시도는 역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미 육가공업계에서 벌어지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육류 가공기업들은 대통령의 ‘필수 서비스’ 선언으로 보호를 받으면서도 노동자 보호 조치는 별로 하지 않았다. 일부 공장은 집단 감염지가 됐다. 많은 미국 기업들의 DNA에는 노동자 보호 개념이 없다. 정부가 나서서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상당한 시간을 잃어버릴지 모른다.”― 미국 실업률이 25%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규 실업급여 청구자 수는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문제는 많은 실직자들이 미래를 너무 걱정해 경제 활동이 가능해진 뒤에도 소비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일자리는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 행정부, 의회, 연방준비제도(연준)가 해야 할 일은 훨씬 더 오래 실업수당과 건강보험을 보장하는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의 위기는 더 크게 부풀어 오를 것이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위기가 본격화한 3월 중순 이후 7주간 3350만 명이 신규 실업급여를 신청하는 사상 초유의 ‘실업대란’이 일어났다. 미 연방정부는 실직자들에게 주당 600달러의 추가 실업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 한국의 코로나19 위기 대응은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은 신속한 조치와 효과적인 접촉자 추적 관리는 놀라운 본보기다. 미국은 이런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보건 측면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정확히 보여줬다. 이런 노력이 경제에도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은 고용보험 확대, 소규모 자영업자 지원 등의 조치를 했다. 이는 많은 국가들이 한 일들이다. 적자국채를 발행해서라도 이런 조치를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한국이 글로벌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제안했는데. “수익이나 생산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후생을 존중하는 사회 구축 방안에 대한 지도력을 확보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다. 단기적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 새로운 규칙을 터득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미국의 위기가 악화된 것은 기업들이 이익 극대화와 기업가치 분배에만 지나치게 몰두하고 노동자와 사회 구성원 보호에 충분한 관심을 쏟지 않았던 측면도 있다. 한국은 더 나은 균형을 찾는 방법을 세계에 보여줄 준비가 돼 있다.”― 한국에서는 긴급재난지원금을 모든 국민에게 지급해야할지, 선별 지급해야할지 논란이 있었다. “통계가 열악하고 이행 능력이 부족한 국가에서는 (모두에게 지급하는) ‘보편적 소득’이 더 나은 선택이다. 하지만 한국처럼 보다 부유하고 복잡한 사회는 대상자를 선별해 가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지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가난한 국가들에 ‘보편적 초(超)기본소득’을, 부유한 나라들에는 더 정교한 ‘표적 대응(targeted response)’을 제안한 바 있다.”― ‘포퓰리즘적 현금 살포’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런 함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증거가 꽤 많다. 꼭 필요할 때 현금을 지급하는 것이 사람들을 게으르게 만들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돈을 유용하게 쓰고, 일도 포기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동안 사회보장 제도가 가난한 사람들을 안주하게 만들 것이라는 두려움에 지나치게 사로잡혀 있었다. 지금처럼 많은 사람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야말로 이런 가정을 재고할 수 있는 좋은 시기다.”― 코로나19에 따른 양극화와 사회 갈등을 막기 위한 방법은? “경기 침체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완화시키는 조치를 해야 한다. 물론 모든 국가가 이런 조치를 할 수 있는 능력을 동등하게 갖고 있진 않다. 지원 확대 조치를 너무 일찍 중단하면 중대한 실수가 될 것이다.”― 저서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Good Economics for Hard Times)’이 출간됐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뉴노멀 시대’에 좋은 경제학은 어떤 의미인가. “‘좋은 경제학’은 이념이 아니라 사실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겸손하다. 선지자 행세를 하긴 하지만 세계의 복잡성을 이해하려고 애쓰기도 한다. 지금처럼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시대에는 그 어느 때보다 이런 경제학이 필요하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 소감으로 “라듐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마리 퀴리는 상금으로 1그램의 라듐 원소를 구입했다”고 말했다. 본인만의 ‘라듐’을 찾았나. (뒤플로 교수) “현 시대의 ‘라듐’은 세계 각지에서 연구 중인 젊은 연구자들이다. 우리는 상금 전액을 빈곤 퇴치를 위한 혁신적 해법 연구를 지원하는 ‘바이스펀드’에 전달하기로 결정했다. 재단 창업자인 앤디 바이스 씨가 우리가 기부한 약 100만 달러에 더해 5000만 달러를 매칭 펀드로 기부하기로 했다.” 인도 출신인 바네르지 교수는 인도 정부의 코로나19 대응도 조언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두 부부가 집에서 함께 연구할 시간이 늘지 않았을까. 답변은 평범한 부부들과 같았다. 이들은 “6살과 8살 2명의 아이가 있는데, 많은 시간과 관심을 쏟아야 하는 시기여서 연구에 쏟는 시간이 이전보다 엄청나게 줄었다”며 “우리는 코로나 시대에 필요한 정책을 연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아브히지트 바네르지 교수는△1961년 인도 뭄바이 출생 △1981년 인도 콜카타대 졸업(경제학) △1988년 미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1988~1992년 미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조교수 △1992~1993년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조교수 △1994~현재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교수 △201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Poor Economics)’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Good Economics for Hard Times)’ 등 저술(뒤플로 교수와 공저)에스테르 뒤플로 교수는△1972년 프랑스 파리 출생 △1994년 파리고등사범학교 졸업(역사학 경제학) △1999년 MIT 경제학 박사 △1999~2002 MIT대 조교수 △2002~현재 MIT대 종신교수(최연소 임용) △2010년 존 클라크 메달 수상 △201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두 번째 여성 수상자이자 역대 최연소 수상자)}

    • 2020-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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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 300여 건 ‘살인음모’… 음주운전 없는 새해 되길[광화문에서/김재영]

    하루라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음주운전 얘기다. 28일 경기 화성시에서 만취한 30대가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달아나다가 자신을 붙잡은 피해 차량 운전자를 폭행해 경찰에 검거됐다. 27일 새벽엔 광주에서 술에 취한 운전자가 다리 난간을 들이받고 추락했다. 25일 밤 세종시에선 음주운전 차량이 역주행해 버스를 들이받아 3명이 다쳤다. 보도되지 않은 사고나, 다행히 사고가 나기 전에 단속에 걸린 경우는 훨씬 많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2일까지 음주운전으로 단속된 인원만 8295명, 하루 평균 377명에 이른다. 사실상 ‘살인예비음모’로 볼 수 있는 범죄행위가 매일 이렇게나 많이 벌어진다. 경찰이 9월부터 진행한 100일 특별단속 기간 동안 하루 평균 225명이 단속됐다니 연말 들어 부쩍 증가한 셈이다. 물론 경찰이 단속을 더 열심히 했기 때문이겠지만, 단속 기준과 처벌 수위를 강화한 이른바 ‘윤창호법’ 시행 이후 반짝 커졌던 경각심이 해이해진 건 아닌지 걱정도 든다. “음주운전 사고는 실수가 아닌 살인행위”라던 청와대조차 음주운전으로 장관직에서 낙마한 인사를 최근 인사청문회가 필요 없는 차관급 자리에 다시 기용할 정도니. 단순한 실수라기엔 음주운전 사고 피해자들의 고통은 짙고 길다. 한국교통연구원 교통안전·방재연구센터가 음주운전 사고 피해자 300명을 설문조사해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피해자의 약 3분의 2가 사고로 3주 이상 입원 치료를 받았고 후유장애에 시달렸다고 답했다. 피해자의 22.7%는 사고 이후 직업이 바뀌었다고 했다. 직업 변동이 있었다는 응답자 중에 사고 전엔 회사원(정규직)이 55.9%로 다수였는데 사고 후엔 임시직(시간제)이 29.4%로 가장 많았다. 직장을 옮기면서 일자리의 질이 나빠진 것이다. 사고 이후 실직한 경우 재취업하기까지는 평균 2년 9개월이나 걸렸다. 개인적인 삶도 달라졌다. 사고 당시 기혼이었던 피해자의 약 8.1%가 배우자와 헤어짐(이혼, 별거, 가출 등)을 겪었다고 답했다. 경제적 여건 악화, 원만한 관계 유지 어려움, 후유장애에 따른 배우자 부담감 증가 등을 이유로 꼽았다. 응답자의 34.0%는 심리적 위축과 신체적 불편 등으로 사고 이후 사회적 모임에 참여하는 횟수가 줄었다고 했다. 이에 비하면 가해자의 고통은 미미하다. 처벌이 강화됐다지만 벌금이나 집행유예가 대부분이다. 가해자에게 지울 수 있는 사고부담금 한도는 최고 400만 원에 그친다. 이러니 상습적으로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사람이 줄지 않는다. ‘음주운전=패가망신’이라는 공식이 성립할 수 있도록 엄한 처벌과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 가해자 배상 책임을 높이고 미국, 유럽 등에서 시행하는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IID)’ 부착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9년도 이제 하루 남았다. 송년회는 용케 넘겼대도 아직 신년회의 유혹이 남았다. ‘딱 한 잔은 괜찮겠지’ ‘이 정도 쉬었으니 괜찮겠지’ 재지 말고 한 방울이라도 마신다면 절대 운전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보여야 한다. 차라리 음주운전 단속 기준은 ‘혈중알코올농도 0.00%’라고 생각하는 게 속 편하다. 내년엔 음주운전 사고로 피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단 한 명도 나오지 않기를 소망해 본다. 김재영 경제부 차장 redfoot@donga.com}

    • 2019-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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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결, “광화문 시대 10년째인 내년 톱10 안착 선거법컨설팅-법률AI서비스에도 주력”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는 역대급으로 격렬한 선거가 될 것으로 봅니다. 후보들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효율적으로 안전하게 당선될 수 있도록 바른 길을 제시하겠습니다.” 안식 법무법인 한결 대표 변호사(55·사법연수원 29기)는 17일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 사무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부터는 선거법 위반 이후에 수사에 대응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전적이고 예방적인 선거법컨설팅이 새로운 선거문화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선거법컨설팅은 업계에서 한결이 최초로 시도한 분야다. 지난해 6·13지방선거에서 처음 시도해 올해 3월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거치면서 자리를 잡았다. 한결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출신 전문위원을 영입하는 등 전문팀을 구성했다. 내년 1월엔 ‘선거운동 A to Z’라는 제목의 선거운동 지침서도 발간할 예정이다. 안 대표는 “공직선거법은 부정선거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엄격한 규제 중심의 법체계를 갖추고 있다”며 “조문도 279조나 될 정도로 방대하고 규정이 매우 복잡해 ‘상식적으로 이 정도는 되겠지’ 하고 안이하게 생각하다가 법을 위반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최근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하는 등 새로운 선거운동 양상도 뚜렷해지고 있어 대응이 필요하다”며 “선거법컨설팅이 활성화되면 자연스럽게 준법선거, 공정선거로 이어져 선거문화가 한 차원 성숙해지고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내년에도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불확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대내외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정부의 규제정책은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 같다”며 “공정거래, 금융규제, 주52시간 근무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등 자본시장과 노동 분야의 이슈에 대응하는 데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총선에 따른 사회적 대립과 정치적 불안정성도 우려되고 입법 과정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럴 때일수록 원칙을 지키며 차분하게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한다. 분야별 컨설팅 등을 통해 사전에 미리 점검하고 대비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결은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점차 다양해지는 고객들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전문성 강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인수합병(M&A) 등 기업법무, 금융, 부동산, 노동, 지식재산권 및 영업비밀 보호, 국제, 저작권 및 미디어, 형사, 가사 등 전문팀을 바탕으로 팀 간 협업 구조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안 대표는 “탄탄한 전문 서비스에 기초를 두되 고객이 필요로 하는 종합적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사건별로 신속하게 맞춤형 협업구조를 활성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2015년 발족한 SK하이닉스 산업보건검증위원회 프로젝트를 예로 들었다. 산업재해 의심 사례를 미리 찾아내 원만한 협의를 도출해 내는 프로젝트다. 그는 “준법지원, 산업안전, 노동, 기업팀 등의 유기적 협업으로 위원회의 운영을 지원하면서 한국 사회의 갈등 해소 능력을 한 단계 끌어올린 모범사례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선거법컨설팅과 함께 법률 인공지능(AI) 서비스 등 신사업에도 주력할 생각이다. 한결은 SK C&C의 인공지능 ‘에이브릴’을 활용한 부동산권리분석 서비스를 상용화해 9월부터 부동산거래 플랫폼 다방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안 대표는 “인공지능이 등기부등본 등을 분석해 위험도를 판단하고 물건에 대한 요약정보를 제공해 주는 서비스”라며 “내년부터 부동산 직거래사이트 피터팬에도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며 점차 은행 등 금융기관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인공지능을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표준화된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활용범위가 점차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1년 3월 교보빌딩에 입주한 한결은 내년이면 광화문 이전 10년째를 맞는다. 안 대표는 “광화문 시대 10년째인 2020년은 한결이 또 한번 도약을 이룰 중요한 시점”이라며 “내년에 계획하는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 업계 톱10에 안착하는 원년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설립 3년째를 맞는 사단법인 한결을 통해 더 새롭고 창의적인 공익활동을 펼쳐 사회적 책임과 나눔에서도 더 큰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2019-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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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18 암매장’ 거론 옛 광주교도소서 유골 40구 발견

    5·18민주화운동 당시 희생자들을 암매장한 장소로 거론돼 왔던 옛 광주교도소 부지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유골 40구가 발견됐다. 법무부와 5·18기념재단은 19일 광주 북구 문흥동 옛 광주교도소 부지 내 무연고 묘지 개장 작업을 하던 중 신원 미상의 유골 40구를 발굴해 수습했다고 20일 밝혔다. 유골이 발굴된 곳은 법무부가 놀이형 법체험 테마파크인 솔로몬로파크 조성 사업을 추진하는 대상 부지로 무연고 묘지 터다. 당초 이곳 공동묘지에는 개인 묘 50기와 합장묘 2기(유골 61구) 등 모두 111구의 유골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관리대장에 없는 유골이 추가로 나온 것이다. 유골들은 기존 콘크리트 관 위에 마구잡이로 묻혀 있어 5·18운동 행방불명자들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발굴된 유골은 국군함평병원에 안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오수 법무부 장관대행과 문찬석 광주지검장 등은 20일 현장을 찾아 확인에 들어갔다. 법무부는 국방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의 협조를 받아 육안 검사와 유전자(DNA) 검사 등을 통해 신원 확인 작업에 착수했다. 5·18운동 사적지 22호인 옛 광주교도소는 1980년 5월 당시 계엄군이 주둔한 곳으로 계엄군에 희생된 행방불명자들이 암매장됐다는 증언이 여러 차례 나왔다. 정수만 전 5·18유족회장은 “옛 광주교도소 공동묘지 부근에 행방불명자들을 매장했다는 군 기록이 있는 만큼 암매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2019-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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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처벌 반복하는 쳇바퀴 법정, 근원 해결하는 치유법원[광화문에서/김재영]

    4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법정에선 특별한 졸업식이 거행됐다. 한국 법원에서 처음 시도한 ‘치유법원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마친 피고인에게 법원은 실형 대신 집행유예의 선물을 줬다. 30대 A 씨는 음주 뺑소니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로 했다. 3개월간 술을 끊고 오후 10시까지 귀가하라는 조건으로 보석을 결정했다. 숙제를 잘하고 있는지 매일 동영상을 찍어 올리게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A 씨는 “프로그램 첫 참여자로서 제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른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어 책임감을 느꼈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함께 미술놀이를 하는 등 동영상엔 가족의 웃음이 묻어났다. 103일 동안 써내려간 금주일기엔 삶의 변화가 담겼다. A 씨는 “아예 술을 끊겠다. 자랑스러운 아버지, 믿음직한 남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교도소로 보냈다면 이 같은 변화를 끌어낼 수 있었을까. 재판부가 색다른 실험을 한 것은 수사와 기소, 판결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형사사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많다는 반성에서다. 특히 마약 음주 등 중독에 따른 범행은 아무리 처벌해도 습관이 바뀌지 않으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 박주영 울산지법 부장판사는 저서 ‘어떤 양형 이유’에서 회전문을 돌듯 법정을 드나드는 피고인에게 판사는 “무표정하게 출소와 입소 시기를 결정하고 절차를 안내하는 회전문 집사일 뿐”이라고 자책하기도 했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에선 이미 치유법원(Treatment Court), 문제해결법원(Problem-solving Court) 등으로 불리는 제도가 정식 운영되고 있다. 미국에선 1989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시에 약물치유법원이 설치된 게 시초다. 이후 재범률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약물 정신건강 가정폭력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됐다. 2014년 말 현재 미국 전역에서 4300여 개의 치유법원이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치유법원에선 판사와 검사, 변호인, 보호관찰관, 사회복지사, 전문상담인, 의사 등이 한 팀으로 움직인다. 범행을 불러온 행동이나 습관, 질병을 고치기 위해 맞춤형 처방을 내리고 사법당국의 감독하에 치료와 훈련을 수행한다. 제대로 하지 못하면 형사법원으로 넘기고, 숙제를 잘 마치면 처벌을 면하게 해준다. 물론 치유법원이 만능은 아니다. 엄벌이 필요한 범죄자에게 면죄부를 준다거나 법원이 개인의 삶에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질병마다 다양한 처방전이 필요하듯, 우리 법원도 형벌 외에 또 다른 보완적 수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도움이 절실하고 의지가 있는 대상자를 잘 골라낸 뒤 적절한 해법을 제시하고 제대로 감독, 평가하는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우선 시범사업을 확대하면서 문제점을 보완해 정식 도입을 논의해 볼 만하다. 치유법원 프로그램을 마치고 재판부는 “이제 작은 씨앗 하나를 뿌린 것”이라고 했다. 싹이 무럭무럭 자라나 우리 법정이 단죄하기만 하는 차가운 법정이 아니라 사람과 사회를 치유하는 따뜻한 법정의 역할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재영 사회부 차장 redfoot@donga.com}

    • 2019-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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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호사-세무사 갈등 해법… 국민 편익 고려 우선해야[광화문에서/김재영]

    최근 국회에서 논의 중인 세무사법 개정을 놓고 변호사와 세무사 업계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변호사도 세무대리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법을 고치라는 헌법재판소의 권고 마감시한이 40여 일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세무사들은 국회 앞에서 연일 1인 시위를 펼치고 있고, 대한변호사협회는 최근 국회를 방문해 의견을 전달했다. 지난해 4월 헌재는 2004∼2017년 변호사 자격 취득자에게 세무사 자격을 주되 세무대리 업무는 할 수 없도록 한 세무사법 규정은 헌법상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운전면허는 있는데 운전은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모순에 대해 헌재는 올해 말까지 법을 고치라고 했다. 세무사 전체 1만3000여 명보다 많은 변호사 1만8000여 명이 세무대리 허용 대상이 된다. 현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조세소위원회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개정안은 △기획재정부안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안 △민주당 이철희 의원안 등 세 가지다. 정부안은 변호사에게 모든 세무대리 업무를 허용하되 실무 교육과 평가 등을 이수하도록 했다. 변호사들은 이 의원안을 선호한다. 실무 교육 없이도 변호사들이 세무업무 전반을 수행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 반면 세무사들은 김 의원안의 통과를 요구한다. 변호사가 할 수 있는 세무대리 업무에서 회계장부 작성, 성실신고 확인 업무 등을 제외했고, 실무 교육도 강화했다. 변협 측은 “장부 작성과 성실신고 업무는 법에 대한 해석, 적용을 포함하는 세무대리의 핵심 업무”라며 “이를 제외하는 건 헌재 결정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한국세무사회 측은 “변호사에게 법률과 관계없는 회계 업무까지 허용하는 것은 전문자격사 제도의 근본 취지를 위배하는 것”이라고 맞선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해 쉽게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직역(職域)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변호사 3만 명 시대를 앞두고 생존경쟁에 내몰린 변호사들이 다양한 법률서비스를 내세워 영역을 확장하면서 다른 분야 전문자격사와 마찰을 빚고 있다. 반대로 변리사 법무사 노무사 등도 해당 서비스 시장이 포화하자 “우리도 소송을 대리할 수 있게 해 달라”며 변호사의 고유 업무를 넘보려 한다. 국회 회기마다 이 같은 갈등이 되풀이된다. 특정자격사법을 개정해 직역의 칸막이를 높이거나 범위를 확대하려고 하면 다른 자격사들이 ‘생존권 수호’를 외치며 반대하는 식이다. 그때그때 땜질식으로 개정하다 보니 관련법은 복잡하게 꼬여 있다. ‘법조인접직역’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변호사 업계에서는 미국처럼 전문자격을 통합해 장기적으론 변호사와 회계사로 단순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문자격사를 정리하는 것이 어렵다면 영국 독일 등처럼 변호사와 전문자격사 간 동업(MDP)을 허용해 한곳에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해법의 대전제는 전문자격사의 ‘밥그릇’ 확보가 아니라 국민 편익에서 찾아야 한다. 국민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골라 누릴 수 있도록 꼬여 있는 실타래를 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재영 사회부 차장 redfoot@donga.com}

    • 2019-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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