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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처가의 부동산 매매 관련 의혹의 제보자로 경찰 출신 대통령비서실 비서관을 허위 지목한 온라인 정보지를 유포한 혐의로 대기업 간부에게 출석을 요구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박화진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실 치안비서관(53)이 지난달 29일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한 것과 관련해 대기업 홍보팀장급인 A 씨를 피의자로 특정해 출석을 통보했다고 3일 밝혔다. 박 비서관은 지인으로부터 우 수석 관련 의혹을 언론에 제보한 사람으로 자신을 지목한 카카오톡 메시지를 전달받고 “유포자를 찾아달라”며 수사를 요청했다. 경찰은 카카오톡 서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유포 경로를 추적한 끝에 A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파악하고 그를 출석시켜 허위사실 작성 경위와 유포 배경 등을 수사할 예정이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이화여대가 최근 학내 분규의 원인이 된 ‘평생교육 단과대학’(미래라이프대학) 설립 추진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학생들이 학교 본관을 점거 농성한 지 일주일 만이다. 이화여대는 3일 오전 9시 최경희 총장과 처장단, 각 단과대학 학장 등 40여 명이 참여하는 긴급 교무회의를 열고 미래라이프대를 설립하지 않기로 최종 의결했다. 이 자리에서 교수 과반수가 “정당성을 떠나 의견 수렴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틀 전 기자회견에서 교직원 감금 사태와 관련해 고소 가능성을 열어 두며 학생들의 반성을 요구했던 학교 측은 총동창회와 교수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여론이 우세해지자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문들이 졸업장 반납 시위 등으로 조직적인 움직임에 나선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학생들은 교무회의 후 농성 현장을 찾은 최 총장에게 공권력 투입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시위에 참여한 학생과 동조한 교수들에게 어떠한 불이익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도 요구했다. 최 총장은 모든 요구사항을 받아들이면서 점거 중단과 학업 복귀를 부탁했다. 앞으로 학교의 주요 정책을 결정할 때 구성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것도 약속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본관 점거 해제 조건으로 총장 명의의 직인이 찍힌 전면 폐지 공문과 교육부의 공식 사업 제외 공문 등을 추가시 요구하며 농성을 계속했다. 이날 오후 8시부터 정문에 집결한 졸업생 4000여 명은 불빛을 켠 휴대전화를 들고 후배들이 점거한 본관까지 행진하면서 시위를 벌였다. 졸업생 대표가 “총장이 사태 책임을 지고 사퇴해 달라”는 성명서를 낭독하자 나머지 시위대가 ‘사퇴해’를 연호했다. 한편 교육부는 이화여대를 제외한 9개 대학을 대상으로 평생교육 단과대학 육성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화여대의 철회로 공석이 되는 1개 대학에 대해서는 사업 일정 등을 고려해 추가 선정을 하지 않기로 했다. 대학 재정지원사업 신청 과정에서 대학이 선정된 사업을 철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신동진 shine@donga.com·유덕영 기자이영빈 인턴기자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

평생교육 단과대학 신설을 놓고 학교 측과 학생들이 날 선 대립을 하느라 유난히 뜨거웠던 이화여대 교정에 3일 한 줄기 미풍이 불어왔다. 본관을 사수하며 학교의 비민주적인 행정을 규탄했던 시위대는 “학생들이 받은 상처에 미안하고 사과한다”며 고개 숙인 최경희 총장에게 “감사하다”고 작게 화답했다. 일주일째 끌어온 ‘전쟁’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지만 누구도 환호하지 않았다. 45시간 교수 감금과 1000여 명의 경찰력 동원이라는 초유의 상황을 연출한 이화여대 사태는 우리 사회의 ‘불편한 단상’을 여럿 내포하고 있어 단순히 학내 분규라고 치부할 수 없는 것이었다. 당초 10개 대학이 선정됐던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은 유독 이화여대에서만 반대 시위가 이어지면서 ‘학벌 이기주의’ 논란을 불렀다. 교육 소외층에 대한 학문 기회 제공이라는 취지에도 시위대는 ‘학위장사’라는 논리로 학교를 몰아세웠다. 사회의 소외된 인재를 발굴하겠다던 학교는 정작 내부 학생들은 소외시킨 ‘불통’ 행정으로 사태를 악화시켰다. 학교는 농성 닷새 만에 처음 가진 기자회견에서 “학생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무자비한 말을 퍼뜨리고 있다”며 학생 탓을 했다. 지성의 전당인 대학에서 벌어진 갈등 해결 과정에서 제대로 된 대화는 보이지 않았다. 백기 투항을 요구하는 압박만 난무했다. 학교와 학생 모두 민주주의를 외쳤지만 정작 민주주의의 기본인 ‘책임’과 ‘타협’의 모습은 사라졌다. 시위대는 졸업장 반납과 농성장 공부 시위, 갓난아기를 업고 온 시위자 등을 내세워 순수한 평화 시위라고 주장하지만 경호업체 동원과 교직원 감금 혐의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주동자 없이 익명의 자원봉사자들로 운영됐다는 시위도 많은 한계를 보였다. 마스크와 선글라스가 상징하는 익명성 뒤에는 무책임이, SNS와 e메일을 통한 일방향 소통에선 그토록 규탄하던 학교의 ‘불통’이 오버랩됐다. 감금 후유증을 토로하는 교수 면전에서 야유를 퍼부은 학생 중 어느 하나도 책임을 지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교정을 벌집으로 만든 졸속 행정과 일주일간 묵묵부답 대응으로 일관했던 학교와 최 총장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화여대 온라인 커뮤니티 ‘이화이언’에는 이번 시위를 ‘집단지성의 표본’ ‘진화한 시위’ ‘이화주의(발전된 민주주의)’라며 자축하는 글이 많았다. 하지만 책임과 타협 없는 민주주의는 공허하기만 하다. 이제라도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반성하고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줄 순 없을까. 그것만이 130년 전통의 학교와 학생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는 진정한 ‘이화주의’를 이끄는 길이다. 아픔 뒤에 한층 성숙해진 이화여대의 가을을 기대한다.신동진·사회부 shine@donga.com}
평생교육 단과대학(미래라이프대) 설치에 반대하며 엿새째 본관을 점거 중인 이화여대 학생들은 2일 발표한 4차 성명서에서 “고소장 대응은 학생들에게 또다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라며 “스승이 학생을 고소하는 것은 부모가 자식을 고소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전날 최경희 총장이 “학교 차원의 고소장 접수 계획은 없지만 감금됐던 교직원들의 개별적인 고소는 막을 수 없다”고 한 것에 대한 대응이었다.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본관 점거 농성 과정에서 벌어진 교직원 45시간 감금 사태에 대해서도 학교와 학생들 사이 진실공방이 계속됐다. 36시간 억류됐던 서혁 교수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화장실에 갈 때 마다 학생들이 박수와 환호, 꽹과리까지 쳐 조용히 해달라고 했지만 더 큰소리를 냈다”며 “여자 선생님들은 화장실에 가는 게 두려워 물도 마시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화장실에 가는 평의원에게 기저귀를 던지고, 새벽 2, 3시경 앰프와 조명을 켜고 춤추며 노래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하지만 학생들은 학교가 언론을 호도해 학생들을 폭력시위자로 몰아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학생들은 성명서에서 “교수들을 감금한 적이 없고 자유로운 평화시위만을 해왔다”며 기자회견에서 제기됐던 인권침해 사실에 대해 반박했다. 교수들에게 식사를 제공했고 몸 상태가 좋지 않은 평의원은 구조대를 요청해 이송되게 했다는 것이다. 또 성희롱적 발언과 폭언 등을 한 것은 사실이 아니고 큰소리와 반말, 조롱을 일삼은 것은 오히려 교수 측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 5시 현장 시위대는 졸업생 600여 명이 보내온 졸업장 사본에 ‘RETURN(반납)’ 도장을 찍은 뒤 학교 정문 벽면에 부착하는 ‘졸업장 반납 시위’를 벌였다. 학생 측은 경찰의 감금 주동자 수사방침에 대응해 법률팀을 구성하고 민·형사 소송에 대비한 증거 수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평생교육 단과대학(미래라이프대) 설치에 반대하며 본관 점거 엿새째인 이화여대 학생들이 2일 4차 성명서를 내고 “고소장 접수는 대화를 원한다는 학생들에게 또다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라며 “스승이 학생을 고소하는 것은 부모가 자식을 고소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전날 열린 학교 측의 기자회견에서 최경희 총장이 “학교 차원의 고소장 접수 계획은 없지만 감금됐던 교직원들의 개별적인 고소는 막을 수 없다”며 고소 가능성을 열어둔 것에 대한 대응이었다. 학생들은 반성과 대화를 촉구한 최 총장에 대해 “학생들의 대화 요구는 듣지 않고 기자들을 불러 학생들을 호통하는데 그쳤다”며 일축했다. 최 총장이 의견수렴을 위해 미래라이프대 사업 추진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본관에서 총장을 기다리는 학생들에게 ‘대화 없는’ 중단을 요구한 것”이라며 “총장이 직접 본관으로 찾아오라”며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본관 점거 농성 과정에서 벌어진 교직원 45시간 감금 사태에 대해서도 학교와 학생들 사이 진실공방이 계속됐다. 1일 기자회견에서 학교 측은 경찰력 투입 배경에 대해 “감금된 교직원들의 신고로 현장에 도착한 경찰, 소방관들이 학생들의 강한 진입 방해로 구조에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8일 저녁부터 36시간 억류됐던 서혁 교수는 “화장실에 갈 때 마다 학생들이 박수와 환호, 꽹과리까지 쳐 조용히 해달라고 했지만 더 큰소리를 냈다”며 “여자 선생님들은 화장실에 가는 게 두려워 물도 마시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밖에 화장실에 가는 평의원에게 기저귀를 던지고, 새벽 2, 3시경 앰프와 조명을 켜고 춤추며 노래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하지만 학생들은 학교가 언론을 호도해 학생들을 폭력시위자로 몰아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학생들은 성명서에서 “교수들을 감금하지 않았고 자유로운 평화시위만을 해왔다”며 기자회견에서 제기됐던 인권침해 사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학생들은 밥을 못 먹었지만 본관에 있던 교수 측에 식사를 제공했고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평의원에 대해선 구조대원들과 함께 순조롭게 병원으로 이송되도록 했다는 것이다. 또 성희롱적 발언과 폭언 등을 한 것은 사실이 아니고 큰소리와 반말, 조롱을 일삼은 것은 오히려 교수 측이었다고 주장했다. 학생 측은 경찰의 감금 주동자 수사방침에 대응해 법률팀을 구성하고 민·형사 소송에 대비한 증거 수집에 나섰다. 특히 최 총장의 개인 비리와 사업 추진상의 문제와 관련된 자료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평생교육 단과대학(미래라이프대) 설립에 반대하는 이화여대 학생들의 ‘교수 감금 행위’와 관련해 경찰이 주동자를 엄정히 처벌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학생들은 교수들의 이동이 자유로웠다면서 감금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반발하고 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1일 기자간담회에서 “학내 문제라고 해도 감금이라는 범죄 행위로 갈등을 해소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채증 자료를 분석해 감금 행위의 주동자들을 신속하게 사법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이화여대 본관 건물에 45시간가량 억류된 교수와 교직원 5명을 구조하기 위해 학내에 경찰력 1000여 명을 투입했다. 강 청장은 대규모 경찰력을 동원해 과잉 진압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에 대해 “여학생을 상대로 한 작전이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 경찰력을 여유 있게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통상 구출작전에서 인원 제압과 검거도 할 수 있지만 학내 사항임을 고려해 구출로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만 했다고 강조했다. 경찰의 엄단 방침이 전해지자 학생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인 ‘이화이언’을 중심으로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한 졸업생은 경찰 연행에 대비해 “주동자가 없다” “(감금) 상황이 종료되고 현장에 왔다”고 말을 맞추자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했다. 학생들은 억류된 교수들의 이동이 자유로웠을 뿐 아니라 식사와 커피까지 제공됐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감금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강 청장은 “식사와 통화 허락 등은 감금죄 성립에 중요하지 않다”며 “본인 의사에 반해 3일간 못 나갔으므로 당연히 감금죄에 해당한다”고 일축했다. 피해자들이 3일간 23회나 112에 신고한 사실도 정황 증거로 판단했다. 이화여대 측은 이날 오후 5시 사태 발생 후 처음으로 공식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경희 총장은 “공권력 투입은 45시간 구금된 교직원의 안전을 위해 불가피했다”며 “참는 것이 다 관용이고 교육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총장은 “의견 수렴을 위해 미래라이프대 설립 일정을 중단할 테니 학생들도 점거를 풀고 대화에 나서 달라”며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냈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이영빈 인턴기자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

이화여대의 ‘미래라이프대’ 설립을 둘러싼 학교와 학생 사이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미래라이프대는 ‘선취업 후진학’을 모토로 고졸 직장인 등이 4년제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평생교육 단과대학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기존 학부생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미래라이프대 설립에 반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본관을 점거하고 사실상 교수들을 억류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일부 학생이 억류 중이던 총동창회장과 교수에게 기저귀를 던지거나 모욕했다는 증언까지 나왔고 돈을 주고 용역업체 직원을 부른 정황까지 포착됐다.○ 점거와 억류, 동상에는 욕설 지난달 28일 이화여대 단과대 대표들로 구성된 중앙운영위원회 등의 주도로 재학생과 졸업생 등 400여 명이 대학 본관에 모였다. 이곳에서는 미래라이프대 설립을 심의하기 위한 대학평의원회 회의가 열릴 예정이었다. 학생들은 회의에 참석하러 온 교수들과 총동창회장 등 7명을 사실상 볼모로 잡은 채 최경희 총장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당시 최 총장은 지방 출장 중이었다. 양측의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학생들의 집단행동은 과격하게 바뀌었다. 농성 현장에 있던 학생과 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심야시간 평의원들의 휴식을 위해 불을 끄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곧바로 반대에 부딪혀 2시간 정도 불을 끄는 것에 합의했다. 일부 학생은 새벽시간에도 점등과 소등을 반복하며 계속 구호를 외쳤다. 또 일부 학생이 화장실에 가는 70대 총동창회장에게 기저귀를 던지거나, 당뇨병으로 소변을 자주 보러가는 교수에게 “남자가 화장실에 자주 가면 ××가 약한 것”이라며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급기야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던 총동창회장과 교수 한 명은 119구급대를 불러 현장을 나갔다. 그 대신 교무처장과 교직원 1명이 들어갔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30일 13개 중대 1000여 명의 경찰을 학교에 투입해 마지막까지 본관에 갇혀 있던 교수와 교직원 등 5명을 구출했다. 최초 억류 때부터 약 45시간 만이었다. 학내 문제 때문에 대규모 경찰력이 대학에 투입된 것은 이례적이다. 앞서 학생들은 집단행동 전 교내 온라인 커뮤니티인 ‘이화이언’을 통해 1300여 만 원을 모금했다. 이 커뮤니티에는 경호업체에 수백만 원을 지불한 입금 명세서와 경찰 대처 방안까지 올라와 있다. 실제 시위 첫날인 지난달 28일 용역업체 직원들로 보이는 20명 안팎의 건장한 청년들이 본관 앞에 서성이는 모습이 목격됐다. 본관 앞 김활란 초대 총장의 동상에는 빨간색 스프레이로 “최경희 꺼져 ㅗ(손가락욕설 형상)”란 낙서까지 등장했다. 농성장 등에서는 최경희 총장에 대해 ‘학생이 개돼지로 보이냐’는 구호까지 나왔다. 사태가 악화되자 학생들 내부에서도 우려하는 의견이 나왔다. 30일 총학생회 기자회견 때 이른바 ‘운동권’으로 분류되는 학생이 마이크를 잡자 지켜보던 학생들이 “정치색 입히지 말라”며 격렬히 항의했다. 이 학생은 결국 31일 다른 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장 면담이라는 최후의 협상카드를 두고 경찰력을 요청한 학교 측의 대처가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학교 측은 “경찰력을 공식적으로 요청한 적 없다”고 해명했으나 경찰은 31일 “총장이 직접 경찰력 투입을 요청했다”고 반박했다. ○ “학위 장사” vs “여성 위한 평생교육” 갈등의 원인을 제공한 미래라이프대는 교육부가 추진하는 평생교육 단과대학 육성사업이다. 5월 1차로 대구대 명지대 부경대 서울과기대 인하대 제주대가 선정됐고, 지난달 2차로 이화여대 동국대 창원대 한밭대가 추가됐다. 이화여대 측은 “여성 교육의 지평 확대”라고 주장하는 반면 학생 측은 “학위 장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동국대 등 다른 대학들은 대부분 큰 이견 없이 단과대 설립을 추진 중이다. 단과대 교육 내용과 학위가 기존 학부생과 명확히 구분되는데도 다른 대학과 달리 유독 이화여대 학생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것을 두고 이해할 수 없다는 여론도 만만찮다. 학생들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학교 측의 소통 노력이 부족했던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미래라이프대뿐만 아니라 이전 사업들도 학생 의견 수렴 없이 졸속 처리했다는 것이다. 학교 측은 촉박한 일정 탓에 학생간담회를 진행하지 못한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계획 단계에서 총학생회장도 포함된 대학평의원회 보고를 거쳤다며 학생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강해령 인턴기자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국민의당 선거비용 리베이트 사건의 공모자로 지목된 박선숙 의원(56)과 김수민 의원(30)에 대해 검찰이 2번째로 청구한 구속영장이 29일 또다시 기각됐다. 서울서부지법 박민우 영장전담 판사는 이날 “도망이나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현 단계에서 구속은 피의자들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고 판단된다”며 두 의원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검찰은 이달 12일 정치자금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청구했던 첫 번째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보강수사를 거쳐 28일 영장을 재청구했다. 박 의원은 4·13 총선을 앞두고 김 의원과 그의 지도교수인 김모 씨(47) 등으로 꾸려진 당 홍보 태스크포스(TF)에 선거 홍보업무를 총괄하는 대가로 억대 사례금을 약속하고 이를 지급하기 위해 다른 홍보대행사들에게 2억여 원의 리베이트를 요구한 혐의다. 박 의원은 선거 이후 리베이트로 지급된 돈까지 실제 사용한 선거비용인 것처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3억여 원을 허위 보전 청구해 1억 원을 챙기고 이를 은폐하고자 허위계약서를 작성한 혐의(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 받고 있다. 김 의원은 광고대행업체에서 1억여 원을 수수하고 박 의원과 왕 전 부총장의 정치자금 수수에 가담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김도균)는 이달 8일에도 박 의원과 김 의원에 대해 한차례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현 단계에서 구속해야 할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각당했다. 검찰은 28일 영장을 재청구하며 기존의 혐의 외에 새로운 혐의를 추가하지 않았지만, 비슷한 혐의로 이미 구속된 왕주현 전 국민의당 사무부총장(52)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들었다. 검찰은 첫 번째 영장 기각 후 법원으로부터 통신영장을 발부받아 박 의원 등의 통신자료 등 기존 혐의에 부합하는 위치 기록과 관련자 통화기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1990년대 그룹 ‘듀스’ 출신의 가수 이현도 씨(44·사진)가 2013년 자택에서 여성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고소당해 수사 받고 있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서울서부지검은 이 씨에 대한 강제추행 고소사건을 수사 중이라고 29일 밝혔다. 이 씨와 친분이 있던 A 씨는 2013년 9월 서울 광진구 이 씨의 집에서 함께 축구경기를 시청하던 중 이 씨가 자신의 다리 위에 올라타 팔을 만지고 상의 안으로 손을 넣으려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올 6월 이 같은 내용의 고소장을 경기 군포경찰서에 제출했다. 경찰은 A 씨가 주장하는 추행 시점을 친고죄 폐지 전인 2013년 6월로 보고 고소기간 도과에 따른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사건을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송치했다. 2013년 6월19일 이전에는 강제추행 피해자가 1년 안에 고소해야한다는 친고죄 규정이 적용됐다. 하지만 검찰 지시로 시작된 보완수사에서 A 씨가 추행시점을 9월로 번복했고 검찰은 사건을 이 씨의 주거지를 관할하는 서울서부지검으로 이송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정확한 사건발생 시점 등 혐의 사실 조사를 위해 이 씨와 고소인에 대한 소환을 검토 중이다.신동진기자 shine@donga.com}
서울 은평경찰서는 인적이 드문 새벽 여성 혼자 일하는 편의점에 들어가 불우아동돕기 모금함을 훔쳐 달아난 혐의(특수절도)로 손모 씨(21)와 김모 씨(21)를 구속했다고 29일 밝혔다. 손 씨 등은 6일 새벽 서울 은평구의 한 주택가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구입하는 척하다가 주인이 자리를 비우자 계산대 위에 5만 원 상당이 들어있던 자선 모금함을 들고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등록되지 않은 오토바이를 타고 범행대상을 물색하다가 신원을 감추기 위해 헬멧을 쓴 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편의점 폐쇄회로(CC)TV 화면에서 헬멧 때문에 용의자들의 정확한 인상착의를 특정할 수 없던 경찰은 날치기 등 추가범행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강력부 형사 20명을 투입해 범인들을 추격했다. 서울시내 10개 구청의 CCTV 등 1200여 대를 분석해 52.4㎞에 이르는 범인들의 동선을 추적했고 사건 발생 13일 만에 서울 송파구의 한 PC방에서 검거했다. 법원은 피해액은 적지만 피의자들의 전과가 20범에 달하고 재범 우려가 크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위헌 정족수인 6명을 넘지 못해 최종적으로 합헌 결정이 났지만 일부 조항의 위헌성을 지적한 재판관 수도 적지 않았다. 헌법재판관 9명 중 한 조항이라도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은 과반수인 5명이었고 쟁점별로는 합헌과 위헌 의견이 1표 차이에 불과한 ‘5(합헌) 대 4(위헌)’ 조항이 2개였다.○ 재판관 4명 “한국에서 유례없는 입법” 위헌성을 지적한 5명의 재판관은 각각 △심판 대상에 공직자가 아닌 언론사와 사립학교 임직원을 포함시킨 정의 조항 △음식물, 선물, 경조사비 등 가액 상한선을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에 위임한 조항 △배우자의 식사 대접 등 사실을 신고하지 않을 경우 형사 처벌하는 조항 등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가장 많은 재판관이 문제 삼은 부분은 ‘배우자의 식사 대접 등 사실을 신고하지 않을 경우 처벌하는 조항’(제22조 제1항 2호)이다. 이정미 김이수 김창종 안창호 등 4명의 재판관은 “식사 대접 등을 받은 배우자는 처벌을 안 하면서 신고하지 않은 행위만을 처벌하겠다는 불신고 처벌 조항은 우리 형사법 체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극히 이례적인 입법 형태”라고 지적했다. “책임에 상응하지 않은 형벌을 부과해 비례원칙에 어긋나고, 형법 체계상 균형을 상실한 과잉 입법”이라는 것이다. 한국 형사법에서 유일하게 불고지죄 처벌을 규정한 국가보안법에서도 국보법을 위반한 사람이 신고하지 않은 사람보다 무겁게 처벌받고 있다는 근거를 들었다. 이들 재판관은 식사 대접 등의 예외 규정으로서 식사, 선물, 경조사비의 상한액(각각 3만, 5만, 10만 원)을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에 대해서도 헌법상 포괄위임금지 원칙에 어긋나 위헌이라고 봤다. 이 재판관 등은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된 본질적인 사항은 입법자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며 “대통령령에서 정한 가액은 사실상 국민 모두가 적용받고 실질적 규범력을 가지기 때문에 행정부에 결정을 넘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졸속 입법의 문제점을 꼬집는 의견도 있었다. 조용호 김창종 재판관은 “하나의 조문을 제정 또는 개정하더라도 여론에 호도되지 않고 국가와 국민의 내일을 위해 참으로 깊은 고민과 논의를 거듭해 입법해야 한다”며 “민간 영역 중 교육이나 언론만을 대상으로 삼은 합리적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 전문가 “합헌 결정으로 혼란 종식 안 돼” 헌재의 합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김영란법에 모호한 규정이 많고 과잉 입법 문제가 여전해 9월 28일 법 시행 이후에도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오영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본적으로 너무 많은 사람의, 너무 세세한 행동까지를 법으로 규제하겠다는 과잉 입법”이라고 지적했다. 공직자와 언론사 임직원, 교사 및 그들의 배우자 등 400여만 명의 일상생활 구석구석을, 비교적 소액 규모까지 규제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김완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는 “헌재의 ‘합헌’ 결정은 헌법 해석상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이지 법을 현실에 적용했을 때 부작용이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국가 위상에 비해 청렴도가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 법으로 청렴도가 올라갈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재의 합헌 결정 중 배우자 신고 의무 조항을 가장 이해할 수 없다. 우리가 북한인가. 국가의 경제 수준과 사회 환경 등을 고려해 법을 만들고 해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영란법의 모호한 규정은 이런 혼란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 법이 3만 원을 초과하는 식사 대접에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는데 같은 식사 자리에서 누군가는 비싼 가격의 술을 마시고 누군가는 마시지 않았을 때 각자의 식비를 어떻게 계산하느냐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술을 마시지 않은 사람은 그 사실을 증명하면 그 비용을 빼고 셈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식사와 술자리에서 각자 얼마어치의 술을 마셨는지를 계산하는 것은 말처럼 딱 떨어지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법 시행 후 수사 당국의 처벌 기준과 법원 판례가 쌓일 때까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청은 28일 헌재 결정 직후 “일반적인 부정부패사범 단속에 준해 수사하고 표적 및 기획 수사는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선 경찰은 접대비 금액을 어떻게 특정할 수 있을지 현실적인 애로를 토로하고 있다. 넓은 규제 범위와 모호한 처벌 규정 때문에 개인에 대한 먼지떨이 식 수사나 표적 수사 등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김영란법이 사회적 이슈에 비판적인 시각을 제기하는 학계 인사와 언론사 임직원 등을 감시하는 장치로 활용될 우려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영란법은 부패 근절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 전반에 상당한 혼란을 줄 것이라고 우려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한국반부패정책학회장)는 “허용 금액이 실생활과 맞지 않는 상황에서 편법이 난무하고 일부만 적발되는 등 일정 기간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밖에 공공기관에서는 인사 철에 음해성 투서가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신동진 shine@donga.com·김도형·홍정수 기자}

“한국 젊은이들이 3개 언어는 기본으로 하는 ‘동아시아의 네덜란드인’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인문학을 통해 타인에 대한 관용과 공감 능력을 키우고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랍니다.” 25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학술정보관에서 ‘미래인재 양성과 대학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 발표자로 나선 김용 세계은행 총재(57)는 세계화 시대 ‘소프트 스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단순히 지식과 기술만 가르치는 교육을 넘어 타인과의 소통과 팀워크 등 소프트 스킬을 갖춘 인재로 거듭나야만 경쟁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행사는 교육부 장관 산하 자문기구 미래교육특별위원회의 후신인 미래교육소사이어티 주최로 열렸다. 김 총재는 “미국은 나이와 상관없이 성과와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이 조직을 주도한다”며 “한국도 나이에 따른 위계사회를 극복하면 상상하지도 못한 국가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성 교육에서 형식적인 리더십 훈련보다 주변의 솔직한 피드백이 더 효과적이지만 한국 특유의 위계주의에서는 상관에게 솔직한 피드백을 하기 어렵다”고도 꼬집었다. 김 총재는 “1960년대 천연자원이 부족했던 한국은 교육에 투자하기 위해 세계은행에서 돈을 빌렸고 그 전략은 성공을 거뒀다”며 “한국인 특유의 성공 요소인 ‘의지’를 계속 보존하면서 여성 차별과 외국인 혐오를 극복해 1억 명이 넘는 중국 지식층과의 경쟁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 발표자로 나선 김용학 연세대 총장(63)은 “이제 대학은 정답만 찾는 교육을 넘어 다양한 대안을 찾는 ‘발산적 사고’가 교육 목표가 되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미 존재하는 똑똑한 아이디어들을 연결하는 ‘외지능(extelligence)’과 네트워크 사회에서의 연결성과 소통을 강조했다. 김 총장은 “김 총재가 말한 소프트 스킬은 인간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잘 대응하는 능력”이라며 “(자본주의 사회 근간이었던) 인간의 이기심보다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중요시되는 미래 ‘공감 문명’ 사회에서 젊은이들이 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먼저 베풀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대학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겠다”고 밝혔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군 복무 중인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아들이 지난해 의무경찰 사이에서 ‘꽃보직’으로 불리는 운전병에 선발되는 과정에서 ‘4개월 내 전보제한’ 규정을 위반해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우 수석의 아들을 운전병으로 뽑은, 당시 이상철 서울지방경찰청 경비부장은 같은 해 연말 치안감으로 승진해 현재 서울경찰청 차장을 맡고 있다. 20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2월 26일 입대한 우모 상경(24)은 4월 15일 정부서울청사 외곽경비대에 배치됐다. 이어 7월 3일부터 서울경찰청 경비부장 운전병으로 차출돼 8월 19일 정식 발령을 받았다. 당시 경무관이던 이 차장은 12월에 승진하면서 우 상경과 함께 자리를 옮겼다. 보통 시위 진압이나 24시간 시설 경비를 맡는 일선 의경들에 비해 지휘관 운전병은 이동시간 외에는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사복 근무와 휴대전화 사용이 가능해 의경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보직이다. 문제는 당시 경찰청 규정상 의경 전보는 부대 전입 후 4개월이 지난 후에야 가능했지만 우 상경은 정식 발령 한 달 반 전부터 업무지원 형태로 차출됐다는 점이다. 전보 제한을 피하기 위해 업무지원 형태를 빌려 정식 발령 시기를 짜 맞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대목이다. 서울경찰청은 우 상경의 전임자가 제대를 앞두고 7월 18일부터 휴가를 갔기 때문에 그 전에 인수인계가 필요했다고 설명하며 2014년 1월부터 현재까지 업무 인수인계 기간이 한 달 전후인 운전병이 20여 명이라고 밝혔다. 이 차장이 면접 과정에서 우 상경의 아버지 신원을 알았다고 밝힌 점과 이후 치안감으로 승진한 과정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서울경찰청 차장은 관내 대규모 집회·시위의 총괄 책임자로서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경비부장이 승진하는 경우가 많다. 경비부장은 승진 코스”라고 말했다. 이 차장 전에 경비부장을 맡았던 4명 중 2명이 본청 경비국장, 2명이 서울경찰청 차장으로 승진했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6월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 국어영역 문제를 사전에 유출한 혐의로 구속된 현직 고등학교 교사 박모 씨(53)가 지난해 9월에도 모의평가 출제위원 등을 통해 시험 정보를 빼내려다 실패한 정황이 추가로 드러났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지난달 2일 치러진 수능 모의평가 때 출제 내용을 빼내 주고받은 혐의로 고교 국어교사인 박 씨와 유명 학원 강사 이모 씨(48)를 검찰에 송치했다고 19일 밝혔다. 또 모의평가 검토위원으로 박 씨에게 지문 정보를 누설한 교사 송모 씨(41)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조사 결과 수능출제위원 출신인 박 씨는 6월 모의평가 검토위원들이 입소하기 사흘 전 송 씨를 만나 “이 씨가 잘돼야 우리도 괜찮지 않겠느냐”라며 문제 유출을 제의했다. 2주 동안 출제 합숙을 마친 송 씨는 ‘가시리’ ‘동동’ ‘삼대’ 등 7개 문학 작품과 ‘인공지능’ 지문 등 전체 12개 지문 중 8개, 45개 문항 중 32개에 해당하는 출제 정보를 박 씨에게 전달한 혐의다. 박 씨에게서 정보를 넘겨받은 이 씨는 자신이 가르치는 학원생들에게 시험 내용을 누설해 ‘족집게 강사’라는 평판을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박 씨가 지난해 9월 모의평가 등 과거 3차례에 걸쳐 시험 문제 유출을 청탁한 정황도 추가로 파악했다. 박 씨는 2011년부터 한 문제당 7만∼8만 원을 받고 이 씨의 강의 교재 문항을 독점 출제했다. 이 과정에서 박 씨는 마치 하도급처럼 현직 교사 7명에게 3만∼5만 원씩 주고 다시 출제를 의뢰했다. 이 중 검토위원 풀에 포함된 일부에게서 “박 씨가 출제 정보나 출제위원 명단을 알아봐달라고 부탁했지만 거절했다”는 진술이 나온 것이다. 박 씨는 동료 교사들과의 술자리에서 “이 씨에게 출제 정보를 흘린다”라고 직접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씨와 박 씨는 출제 정보 공유 사실을 여전히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교육부는 박 씨와 송 씨를 교원 품위유지 의무 위반 등의 혐의로 소속 교육청에 징계를 요청할 방침이다. 의무 위반이 인정되면 최대 파면이나 해임 처분을 받게 된다. 경찰 수사를 의뢰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재판 결과에 따라 박 씨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출제 정보를 유출한 교원과 강사의 자격을 배제하고 해당 학원은 등록 말소하게 하는 내용의 학원법 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신동진 shine@donga.com·유덕영 기자}

15일 서울 마포구 홀트아동복지회 임시보호소 안에 마련된 발달놀이터. 노란 앞치마를 두른 앳된 얼굴의 여대생 2명이 능숙한 손놀림으로 10여 명의 아이를 어르고 달랬다. 갓난아기부터 아직 말 못하는 아이들의 눈짓과 작은 신음도 귀신같이 알아채고 품에 안아 다독이는 손길이 웬만한 아기 엄마 못지않았다. 이화여대 입양아 돌봄 동아리 ‘아가뽀뽀’는 2001년부터 단 한 번의 무단결석 없이 하루 6, 7시간 입양아들을 돌봐 왔다. 회장인 김민희 씨(21·국문과 2학년)는 “시험공부로 밤을 새우고 와도 해맑게 웃는 아이들을 보면 없던 힘이 솟는다”며 웃었다. 한창 외모 꾸미기에 관심이 많을 대학 1, 2학년생들이지만 봉사하러 올 땐 모두 민얼굴이다. 윤하영 씨(19·간호학과 2학년)는 “아이들 입에 들어갈까 봐 화장과 액세서리는 금지”라며 “봉사하는 2년 동안 손톱도 못 기르고 네일숍에 가도 일주일 만에 지워야 한다”고 말했다.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이 행여 세균에 감염될까 봐 깨끗이 세탁한 옷과 양말도 따로 챙겨 온다. 24명의 동아리 회원은 방학 중에도 2인 1조로 매일 놀이터를 찾는다. 학기 중엔 다음 날 시험이나 엠티가 있어도 예외가 없다. 김 씨는 “책임감이 중요하기 때문에 한 번이라도 빠지지 않는 성실함이 첫째 선발조건”이라고 말했다. 봉사를 마친 학생들은 아이의 표정, 건강, 어떤 놀이를 즐거워했는지 등을 꼼꼼히 적은 ‘자가체크’ 보고서를 채팅방에 올려 공유한다. 위탁가정에서 일주일에 두 번 오는 아이들의 상태를 다른 돌보미 회원들이 잘 알게 하기 위해서다. 윤 씨는 “지난주 시무룩했던 아이가 이번 주에는 신나게 놀았는지 걱정이 돼 봉사가 없는 날도 보고서를 확인한다”며 “아이들이 언제 출국할지 모르고 봉사시간도 엇갈려서 오늘이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안아 준다”고 말했다. 아이에 대한 막연한 사랑은 입양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올 6월엔 아가뽀뽀 회장 출신이 홀트아동복지회에 입사했다. 김 씨는 “모두 천사 같은 아이들인데 외모와 나이, 성별을 따지는 국내 입양문화가 안타깝다”고 말했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박윤균 인턴기자 서울대 사회교육과 졸업 }
범죄의 위험으로부터 시민들을 지켜야 할 경찰이 오히려 범행을 저지르거나 가담하는 일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고 있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부터 성 비위나 부패 범죄를 저지른 경찰관을 중징계하거나 주요 보직에서 배제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실시하고 있지만 잇따르는 비행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금품 수수에, 대상 가리지 않는 성범죄 서울서초경찰서 김모 경사는 유흥주점 단속 정보를 흘려주고 룸살롱 사장에게서 뒷돈을 받아온 혐의로 지난달 긴급 체포됐다. 충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성매매업소 단속 정보를 알려주고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로 아산경찰서 경찰관 1명을 긴급 체포하고 2, 3명을 같은 혐의로 조사 중이다. 이달 12일엔 법조 브로커 이동찬 씨(구속)에게서 2000만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서울강남경찰서 김모 경위가 체포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도 탈세 의혹을 받던 강남의 한 성형외과 원장에게서 각각 100만 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현직 경찰관 2명을 조사 중이다. 부산 연제·사하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SPO) 성추문 사건은 경찰이 보호해야 할 대상을 범죄의 표적으로 삼은 대표적 사례다. 그런데도 경찰은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했고, 경찰청은 특별조사단을 가동했지만 수뇌부 조사는 형식적이었다. 이에 앞서 서울종암경찰서 정모 경사는 지난해 10월 성범죄 피해를 신고한 미성년자를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로 끌고 가 신체를 촬영하고 성추행하기도 했다. 경찰이 사건 관련자들을 성추행, 성폭행해 징계 받은 사례는 최근 1년간 11건에 이른다. 범죄 대상은 동료 경찰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올 4월 술에 취한 동료 여경을 자신의 차 안에서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관이 구속되는 등 1년 사이에 전국 경찰관 40명이 동료 여경 또는 여직원을 성폭행해 징계를 받았다.○ “레임덕 상관없는 근본 대책 필요” 전문가들은 경찰 조직이 15만 명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정도로 기강이 해이해진 것은 비정상이라고 진단했다. 정덕영 경동대 경찰학과 교수는 “범죄를 다루는 경찰은 자신도 모르게 범죄를 가볍게 여기는 불감증이 생길 수 있다”며 “채용 후에도 범행 위험이 있는 경찰을 적극 퇴출하는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전 여과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미국의 폴리스 아카데미처럼 일정 기간 검증을 받은 사람에게만 응시 자격을 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용 시스템을 ‘선 교육, 후 임용’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잇단 비행이 전체 조직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자 경찰은 근무 기강을 확립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성 비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되 취약 부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예방적 직무감찰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임기가 한 달여 남은 강신명 경찰청장이 레임덕(권력 누수) 현상을 막으려면 느슨해진 조직 기강을 바로잡고 좀 더 근본적인 대처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은 “비위가 근절되지 않는 것을 보면 본청 차원의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의문”이라며 “임기 말일수록 일벌백계(一罰百戒)해 조직 안팎에 자정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박윤균 인턴기자 서울대 사회교육과 졸업}
앞으로 학교전담경찰관(SPO)이 학교폭력 등 피해 확인을 넘어서는 전문적인 상담을 하는 것은 금지되고 이성 학생을 만날 땐 반드시 상급자 승인을 받고 학교에 통보해야 한다. 혼자 10개 학교를 책임졌던 ‘나 홀로 근무’도 ‘2인 1조’가 20개 학교를 맡는 체제로 바뀐다. 경찰청은 14일 ‘부산지역 SPO 여고생 성추문’ 사건의 단초가 된 상담 업무의 범위를 대폭 제한하고 교육당국과의 협업을 주요 내용으로 한 ‘SPO 제도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 본연의 범죄예방 역할에 집중하고 전문성이 필요한 상담 업무는 교육 전문기관과 연계하도록 SPO 업무를 재정립했다”며 “내부적으로는 교육상담 분야 등 학사 이상 전문가를 채용하고 동료 경찰관 간의 상호 견제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2012년 6월 도입된 SPO는 ‘학교폭력 전담경찰관’이라는 초기 명칭처럼 학교폭력이 감소하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시행 첫해 2만3877명이던 검거 인원은 지난해 1만2485명으로 줄었고 6개월간 학교폭력을 경험한 학생들의 피해응답률도 2012년 9.6%에서 지난해 0.94%로 크게 줄었다. 하지만 학교폭력 신고접수를 위한 홍보와 가해학생 및 피해학생 관리를 위한 상담이 과열되면서 당초 취지와 달리 법 집행자보다 ‘카운슬러’ 역할이 부각됐다. 이 과정에서 학교 측에 정보를 전달하지 않는 경찰의 독단적 운영과 전문성 부족이 한계로 드러났다. 경찰은 학교폭력과 그 외의 상담을 분리한 뒤 전문적인 상담은 학교나 Wee센터 등 청소년 전문기관에 인계하기로 했다. 또 학교와의 정보 공유를 위해 상설 협의체를 가동하고 생활지도교사와의 핫라인을 강화하기로 했다. 견제장치가 없던 1인 근무는 ‘정·부’ 2인 1조 체제로 변경하고, 남학교에는 남성 경찰관을, 여학교에는 여성 경찰관을 정 담당자로 배치하기로 했다. 면담 과정의 탈선을 막기 위해 면담 장소도 교내를 원칙으로 하되 교외 면담은 Wee센터 등 공공 상담장소를 이용하게 했다. 하지만 미봉책이라는 비판과 함께 아예 SPO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학교 안 문제는 교육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며 “학교폭력이나 학대 등 모든 문제에 관여하려는 경찰 만능주의를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SPO 대신 상담을 맡을 청소년 전문 상담인력이 충분하지 않고, 학사 전공 채용 기준만으로는 전문성을 높이는 효과가 작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자신이 인솔한 중국인 관광객들의 여권 정보를 브로커에게 팔아넘긴 여행사 가이드와 브로커에게 사들인 여권 정보로 대포폰 3000대를 유통시킨 통신판매업자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제주도를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의 여권정보를 불법 유출하고 선불폰을 개통해 대포폰으로 판매한 혐의로 중국인 관광통역안내사 김모 씨(38)와 통신판매업자 박모 씨(31) 등 5명을 구속하고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 등 가이드 3명은 지난해 11월부터 올 5월까지 제주도를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340여 명의 여권 정보를 중국에 있는 브로커에게 1개당 1만~1만5000원에 팔아 총 500여만 원의 부수입을 챙겼다. 이들은 공항 수속이나 호텔 체크인 편의를 봐줄 것처럼 여권을 회수했다가 몰래 사진촬영한 뒤 돌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통신판매업자인 박 씨는 브로커에게 여권 정보 1개당 6~7만 원씩 총 400여 개를 산 뒤 선불폰 800여 대를 개통해 5000만 원 상당의 이익을 챙겼다. 박 씨 등으로부터 선불폰을 대당 7만 원에 사들인 중간 매개업자들은 인터넷에서 10~15만 원에 거래했다. 경찰은 이런 방식으로 시중에 유통된 대포폰이 3000여대에 이르고, 보이스피싱이나 성매매 도박 불법대부업 등 범죄에 이용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은 외국인 명의 선불폰의 경우 여권정보와 입국사실 확인만으로 개통이 가능한 시스템 허점을 노린 것으로 조사됐다. 선불폰 개통 통신사들 사이 가입자에 대한 정보공유가 없어 1개 명의로 최대 25대의 개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관광객 스스로 선불폰을 개통했다고 해도 통신사만 겹치지 않으면 명의도용 사실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경찰은 관광객 정보 관리를 소홀히 한 여행사 법인 2곳도 불구속 입건하는 한편, 가이드들로부터 여권정보를 사들인 중국인 브로커 검거를 위해 중국 공안에 공조수사를 요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 명의를 도용해 대포폰을 개통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이에 가담한 가이드를 적발한 건 처음”이라며 “과거 대포폰들은 노숙인들의 명의를 이용한 후불폰이 많았지만 본인확인절차 등으로 어렵게 되자 관광객 명의를 도용한 선불폰 개통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신동진기자 shine@donga.com}

“폭력에 대한 두려움에서 자유로운 여성은 아마 거의 없을 것입니다.” 정년을 앞둔 ‘아시아 첫 여성학 교수’ 장필화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65)는 “성폭력 이전에 물리적인 폭력에 대해 여자들만 느끼는 특별한 두려움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남자들이 아무렇지 않게 다니는 밤길과 엘리베이터, 지하철은 30년 넘게 양성평등을 주장해온 60대 교수에게도 여전히 두려운 공간이었다. 장 교수는 “남성들은 학창 시절 주먹다짐부터 군대 얼차려 등에 노출되기도 하지만 여성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두 달 전 서울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현장에 이어진 수많은 추모 행렬 뒤에도 ‘같은 두려움’을 가진 여성들의 공감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장 교수는 “강남역 살인사건과 최근 가리봉동 노래방 살인사건의 범인은 모두 ‘남(남자)도 무시하는데 여자까지 무시해서’ 찔렀다고 한다. ‘남존여비’라는 집단무의식이 범죄로 발현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 교수는 여성의 몸으로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한번이라도 체험할 수 있는 ‘여성 감수성’ 훈련이 ‘히포시(he for she·여성을 위한 남성)’로 대변되는 페미니즘의 첫 단추라고 말했다. 그는 “1970, 80년대 한국 남성들은 ‘여성을 존중하는 친절하고 멋진 남성상’을 뜻하는 페미니스트로 소개하길 즐겼다”며 페미니즘은 “여성들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라고 했다. 장 교수는 “여권이 많이 신장됐지만 아직도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보는 가부장적 시선 속에서 성매매 여성의 문제는 모든 여성의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성매매를 왜 하는지, 돈 주고 사는 성과 결혼할 여성을 구분하는 것은 무슨 의미인지, 본질적인 고민은 여성이 아닌 남자들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여성혐오’ 현상의 중심에 선 ‘일간베스트’ 회원 상당수가 경쟁에서 뒤처진 남성들이 아니라 번듯한 직장을 가진 중산층이라는 연구결과에도 주목했다. 장 교수는 “1960, 70년대 한국 경제를 일으킨 산업 역군으로 남성만 치켜세운 아버지 세대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동시대 재봉틀을 돌리며 오빠와 남동생들을 교육시킨 여성들의 공헌은 등한시됐다는 것이다. 영국의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은 20세기 노동자보다 힘든 민중으로 ‘아이를 안고 있는 여성’을 꼽았지만 장 교수는 현대를 살아가는 ‘워킹맘’들의 사정도 결코 낫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아이를 함께 돌봐줄 대가족이나 마을공동체는 해체됐고 비싼 사교육, 층간소음 문제 등 신경 쓸 부분이 많아졌다. 높아진 교육수준에 여성이 느끼는 모순과 좌절은 과거보다 더 심해졌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워킹맘 문제 해결을 위해선 근본적으로 사회의 가장 중요한 어젠다를 ‘양육’에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 졸업 후 출산 육아 등 ‘마미 트랙’을 걷는 여성들이 자신의 꿈과 직업을 포기하지 않도록 맞벌이에 그치지 말고 맞살림, 맞돌봄의 시대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1984년 한국 최초의 여성학과 교수로 부임한 장 교수는 자신이 32년간 양성평등의 산실로 키워온 이대에서 16일 정년 퇴임식을 갖는다. “지난 30년 동안 페미니즘이 (남성 중심 사회에) ‘끼어들기’였다면 앞으로 30년은 남성의 공감을 이끌어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새판 짜기’가 될 것입니다.” 히포시를 찾는 그에게서 인터뷰 내내 기자(he)의 이해를 인도해주는 ‘시포히(she for he)’의 여유가 엿보였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30)이 비례대표 후보로 선정된 후 디자인업체 ‘브랜드호텔’ 대표를 사임하고 계약 당사자로 다른 업체가 끼어든 배후에 당시 사무총장이던 박선숙 의원(56)의 지시가 있었다는 정황을 검찰이 포착한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김도균)는 두 의원의 구속영장에 이런 내용을 적시하는 한편으로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도 박 의원이 리베이트 계약 전반에 주도적으로 관여하고 선거운동 관련 대가 지급의 위법성을 알고 있었다는 근거로 박 의원의 지시 정황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서울서부지법 조미옥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2일 새벽 “현 단계에서 구속해야 할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두 의원에 대한 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검찰은 박 의원이 총선을 한 달여 앞둔 3월 초 왕주현 전 국민의당 사무부총장(구속)과 함께 브랜드호텔 사무실을 찾아가 선거운동을 돕는 대가로 선금 1억 원과 성공보수 2억 원 등을 약속한 사실을 파악했다. 박 의원은 김 의원이 비례대표 후보로 선정되기 전 선금 1억 원을 요구하자 인쇄업체(비컴)를 운영하는 왕 전 사무부총장의 지인을 국민의당 사무실에서 직접 만나 리베이트 2억 원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그는 3월 23일 비례대표 후보 선정 후 후보자와의 거래가 문제될 것에 대비해 김 의원에게 대표를 그만두고 다른 업체를 끼워 넣을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의원의 불법 가담 정도가 왕 전 사무부총장의 보고를 사후에 묵인한 정도를 넘어 리베이트 요구 장소에 동석하거나 이면계약을 주도할 만큼 중대하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결국 기각됐다. 박 의원은 카카오톡뿐 아니라 이스라엘계 메신저인 ‘바이버’를 통해 김 의원 등 당 홍보 태스크포스(TF)와 긴밀히 소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TF를 이끌었던 김 의원의 지도교수 김모 씨(47)와 당 홍보전략 등을 논의하면서 당과 TF 사이 메신저 역할을 한 김 의원 및 채팅방을 통해 자신의 지시 사항을 꾸준히 TF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공직선거법상 받으면 안 되는 수억 원의 사례금을 약속받은 김 의원은 비례대표 후보로 선정된 뒤 당 홍보위원장을 맡으며 업체 끼워 넣기와 리베이트 수수에 가담한 혐의(정치자금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등)를 받고 있다. 두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국민의당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검찰에 대한 비판 수위도 높였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검찰은 늘 수사하면 뭐든지 자신한다고 했지만, 많은 사건에서 영장이 기각되고 무죄가 되고 해서 검찰의 신뢰성은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나 당 관계자는 “앞으로 검찰의 기소 여부를 주목해야 한다”며 안심할 수 없다는 반응도 보였다.신동진 shine@donga.com·정동연·길진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