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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태블릿PC’의 개통자로 지목된 김한수 뉴미디어비서관실 행정관(39)의 청와대 입성 전후 행적에 관한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김 행정관은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밖에서 광고 전문가로 활동했다”고 자신을 소개했지만 28일 동아일보 취재 결과 그는 박근혜 대선 캠프에 합류하기 전까지 홍보와 상관없는 문구 납품업체 등을 운영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태블릿PC 명의 업체이자 김 행정관이 2005∼2013년 대표를 맡은 마레이컴퍼니는 팬시용품을 수입해 대형마트 등에 판매하는 유통업체였다. 그가 이사로 등재된 또 다른 업체도 홍보나 뉴미디어와는 무관한 회사였다. 김 행정관 전까지 마레이컴퍼니 대표를 맡았던 A 씨(40·여)는 “김 씨에 대해 처음 듣는다. 창업자 최모 씨의 부탁으로 대표 명의만 빌려줬다”고 말했다. 김 행정관이 청와대에 들어간 뒤 이사로 선임된 B 씨(38)도 “이 회사 출신인 김 씨가 청와대에 들어갔다는 건 알지만 그 배경이나 인맥은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이들 외에 마레이컴퍼니의 전현직 직원들 가운데 김 행정관이 청와대에 입성한 배경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김 행정관의 주거지도 의문투성이다. 마레이컴퍼니 법인등기부에 김 행정관 주소 중 하나로 기재된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아파트에는 그의 장인인 레미콘회사 대표 배모 씨(73) 부부가 살고 있었다. 배 씨는 2013년 5월과 6월, 현 정부 첫 방미·방중 경제사절단에 모두 이름을 올린 중소기업인이다. 배 씨는 “사위가 여기에 산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 행정관이 2008년부터 5년간 거주했던 것으로 등기부에 또 다른 주소로 기재된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주상복합건물은 공교롭게도 최 씨의 ‘비선 아지트’로 알려진 빌딩의 바로 뒤 건물이었다. 두 건물 모두 최 씨가 운영했던 고급 카페 ‘테스타로싸’와 200m 거리였다. 김 행정관은 최 씨 관련 의혹이 제기된 뒤에도 정상적으로 근무하고 있지만 언론 접촉은 철저히 피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제의 태블릿PC를 최 씨가 갖게 된 경위는 검찰 수사로 밝혀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신동진 shine@donga.com·장택동 기자}
최경희 전 총장이 사퇴하면서 86일 간의 본관 점거를 풀기로 한 이화여대 학생들이 학교 측에 '실세 딸 특혜' 의혹 해명과 정보공개를 촉구했다. 학생 측은 23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본관 앞에서 농성해제 기자회견을 열고 "본관 점거는 해제하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있기에 각자 자리에서 끊임없이 부조리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입학 및 학사관리 특혜 의혹에 대해 "(학교 본부는) 관련자를 일벌백계하라"고 압박했다. 가면을 쓴 학생대표 18명이 5장 분량의 성명서를 나눠서 낭독했다. 학생들은 30일까지 사무실과 비품을 정리하고 농성 이전의 상태로 본관 내부를 원상복구한 뒤 퇴거한다는 계획이다. 다음달 3일 학교 측에 요구한 내용의 이행을 촉구하는 총시위는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학생 측은 시위 참여 학생과 교직원에 대한 처벌이나 행정적인 불이익이 없도록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46시간동안 교수 및 교직원 5명을 감금하고 돈을 주고 경호업체 직원들을 동원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학생들에 대한 형사 처벌 금지와 법률지원을 촉구했다. 특수 감금 혐의에 연루된 이대 총학생회 간부 등 학생 6명에 대한 조사를 마친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이번 주 중간고사 기간이 끝나면 용역 동원에 관여한 학생 3명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학생 측은 농성 트라우마를 겪는 학우들에 대해서도 "학생들이 원하는 시기에 신원 노출의 두려움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고 단기적인 치료가 아닌 장기적 지원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7월 28일 평생교육단과대 추진 과정의 갈등에서 시작된 이화여대 본관점거 시위는 이달 21일 최 전 총장의 사표 수리로 석달 만에 일단락됐다. 시위엔 재학생과 졸업생 수천 명이 참여했고, 법률 언론 현장 태스크포스(TF)등 자원봉사와 온오프라인을 통한 만민공동회로 운영됐다. 학생들은 성명서에서 "역사상 전례 없는 민주적 절차, 평등과 평화를 근간으로 한 최초의 시위이자 새로운 이화를 향한 변화의 초석"이라고 자평했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54·사진)이 사퇴했다. 평생교육단과대 추진 과정에서의 갈등과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60) 씨의 딸 부정 입학 의혹과 관련한 학생, 교수들의 사퇴 압박에 결국 손을 든 것이다. 이대 개교 이후 130년 동안 총장이 퇴진 요구에 중도 불명예 퇴진한 것은 처음이다. 최 총장은 19일 교수와 교직원들에게 e메일로 보낸 ‘이화의 구성원께 드리는 글’에서 “평생교육단과대 설립 추진으로 야기된 학생들의 시위가 그치지 않고 최근 의혹들까지 난무하면서 이화의 구성원들께 심려를 끼쳐 안타깝고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분열이 아닌 화합과 신뢰로 이화 정신을 이어가자는 취지에서 사퇴를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실세 딸 특혜’ 의혹에 관해서는 “입시와 학사 관리에 특혜는 없었으며 있을 수도 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최 총장은 측근들에게 “최근 국감에서 (그동안 총장 탓으로 알려졌던) 1600명 경찰 투입의 책임을 서대문경찰서장이 뒤늦게 인정한 것처럼 최순실 딸과 관련된 부정 의혹도 언젠가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총장 진퇴와 상관없는 각 대학원과 단과대 학장, 교목실장 등 교무위원 43명도 함께 사직서를 제출했다.신동진 shine@donga.com·정동연 기자}

학내 사업 추진과정의 갈등과 대통령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 씨의 딸 부정입학 의혹으로 학생과 교수들로부터 사퇴압박을 받았던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54·여)이 결국 사임했다. 이화여대 개교 이래 학생들의 퇴진 요구로 총장이 중도에 불명예 퇴진한 건 처음이다. 최 총장은 19일 '이화의 구성원께 드리는 글'에서 "7월 28일 평생교육단과대 설립 추진으로 야기된 학생들의 본관 점거시위가 그치지 않고 최근 난무한 의혹들까지 개입되면서 이화의 구성원과 이화를 아끼시는 분들께 심려를 끼쳐 안타깝고 죄송하다"며 "이화여대가 더 이상 분열이 아닌 다시 화합과 신뢰로 아름다운 이화 정신을 이어가자는 취지에서 총장직 사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소통에 부족함이 있었다며 본관 시위 중인 학생과 졸업생들에게 본업으로 돌아가길 당부했다. 하지만 '대통령 실세 딸 특혜' 의혹에 관해서는 "체육특기자 입시와 학사관리에 있어서 특혜가 없었으며, 있을 수도 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최 총장은 "지금까지 제기됐던 의혹들에 대해 학교는 최대한 사실에 입각해 해명해드렸다. 앞으로 체육특기자 등의 수업관리를 체계적이고 철저히 해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총장 퇴진 시위를 예고한 이화여대 교수협의회는 예정대로 집회를 열기로 했다. 평생교육단과대 추진 과정의 갈등에서 시작돼 84일째 이어진 학내 분규는 '실세 자녀 특혜 의혹'이라는 정치 문제로 비화돼 총장의 불명예 퇴진까지 이어졌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정동연 기자call@donga.com}
이화여대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秘線)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60) 씨의 딸 정유라 씨(20)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해 “부실한 학사관리가 있었다”고 처음 인정했다. 이대는 17일 교직원 및 학생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어 핵심 의혹이었던 입학, 학칙개정 특혜는 적극 해명했지만 “일부 과목에서 리포트 등 증빙자료를 갖추지 않고 부실하게 출석대체를 인정한 점이 있다”며 책임을 부분 시인했다. 최경희 총장은 “특혜는 전혀 없다”면서도 “학생관리에 보완할 문제가 있으면 부끄럽지 않은 이화인으로 거듭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학생들은 설명회장에는 10여 명만 참석한 반면 행사장 밖에 1000여 명이 모여 ‘잘 키운 말 하나 열 A+ 안 부럽다’ 등의 피켓을 들고 최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19일 총장 퇴진 시위를 예고한 이대 교수협의회도 예정대로 집회를 열기로 했다. 평생교육단과대 추진 과정의 ‘불통’으로 시작돼 82일째 이어진 학내 분규가 ‘실세 자녀 특혜 의혹’이라는 정치 문제로 비화되는 모양새다.○ 체육학과 두 과목 증빙서류 없어 학교 측은 정 씨에 대한 부실한 학사관리와 교수들의 특별대우에 대해 일부 문제점을 인정하며 “자체 감사와 진상규명을 토대로 엄정한 조치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박정수 교무처장은 “체육학과의 퍼스널 트레이닝과 글로벌 체육봉사 과목은 근거자료 없이 학점을 인정했다. 재단과 감사실이 엄격하게 진상을 밝히고 엄정하게 조치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6일간의 중국 패션쇼 일정 중 단 하루만 참가하고 학점을 인정받은 의류산업학과 교수 인솔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학교 측은 진상 규명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최 씨가 딸의 제적을 경고한 지도교수를 다른 교수로 교체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당시 학부모(최 씨)가 지도교수를 찾아와 상당히 험악한 분위기였다. 학장의 중재로 교수회의를 통해 지도교수가 변경됐다”고 해명했다. 교수 교체가 최 씨의 ‘치맛바람’에 의한 것임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셈이다. 학교 측은 다만 ‘정 씨가 컬러플래닝과 디자인 강의에 출석도 안 했는데 B학점을 받았다’는 대자보에 대해서는 “출결은 특기자 서류로 대체했고, 학점도 C+였다. 특혜는 없었다”고 항변했다.○ 입학, 학칙 개정 특혜는 완강히 부인 학교 측은 정 씨에 대한 부정 입학과 학칙 개정 특혜 의혹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했다. 이대는 승마 국가대표였던 정 씨가 입학원서를 낸 2014년, 기존 11개였던 체육특기자 종목에 승마 등 12개 종목을 추가했다. 원서 마감(9월 16일) 이후 정 씨가 획득한 아시아경기 승마 단체전 금메달까지 평가에 반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원 포인트 규정’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에 대해 남궁곤 입학처장은 “입학 종목 확대는 교육부의 ‘입시 2년 전 예고제’에 따라 정 씨가 원서를 넣기 1년 4개월 전부터 ‘수시모집 요강’에 공고한 것”이라며 2013년 5월 체육과학부 교수 회의록과 같은 해 11월 2015학년도 입시요강 확정 기록을 근거로 댔다. 정 씨와 관련해 가장 논란이 된 대목은 학교 측이 올 6월 국제대회 참가나 교육실습 등으로 인한 결석자의 학점을 인정하는 규정을 만든 뒤 3개월을 소급 적용한 것이다. 이대는 “4년간 개정된 180건의 학칙 중 58건이 소급이 됐고 체육특기자 13명이 소급 적용 혜택을 봤다”며 “올 1학기 새 규정에 근거해 교육 및 간호실습 등으로 대체출석 인정을 요청한 학생이 748명”이라고 밝혔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올 5월 발광키트 관련 정부 연구개발(R&D) 과제를 수행 중인 서울의 한 사립대 전기공학과 대학원생 2명은 크로아티아에서 열린 나노기술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10박 12일의 출장을 다녀왔다. 나흘뿐인 학회 일정을 마치고 6일을 더 머물다 온 출장 보고서의 성과는 ‘최근 연구결과를 접함’ ‘연구아이디어 획득’이 전부였지만 총 520만 원의 출장비가 지원됐다. 소방구난장비 R&D 과제를 맡은 또 다른 대학 연구팀이 쓴 7월 미국 뉴욕 출장보고서엔 13일간 8개 일정 대부분이 의류행사 참관이나 소방박물관 방문 등 ‘관광’이었다. 이들은 미국에서 ‘한국섬유전’을 관람하는 등 과제와 큰 관련이 없는 일정을 위해 7명이 단체로 총 4300만 원의 출장비를 지원받았다.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아 과학기술 기초원천분야 R&D 과제를 수행하는 일부 연구원들이 국비로 가는 해외출장 프로그램을 ‘제멋대로’ 운용한다는 사실이 13일 밝혀졌다. 하지만 예산을 집행하고 평가하는 한국연구재단 등 정부위탁기관들에서 이 같은 부적절한 출장을 적발한 사례는 한 번도 없어 R&D 연구비 관리에 큰 구멍이 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R&D 효율 저해하는 연구비 비리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재경 새누리당 의원과 동아일보가 2015∼2016년 미래창조과학부 소관 기초원천 R&D 사업 예산으로 집행된 대학과 민간기업 연구원의 해외출장 보고서 중 658건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부적절한 사례가 많았다. 출장기간 중 연구과제와 상관없는 개인일정을 넣거나 출장의 성과를 확인할 수 없는 한두 줄짜리 출장보고서가 54건이나 확인됐다. 미래부 소관 총 21개 사업 7170개 과제 중 5개 사업 140개 과제를 무작위로 선정해 분석한 결과다. 미세먼지 저감기술을 연구하는 한 업체는 지난해 말 연구과제를 받아 자사 마스크 판매를 위한 동남아 시장 조사를 위해 830만 원의 출장비를 타갔다. 프랑스의 휴양지 코르시카 섬에서 열린 세미나 참석차 7박 9일 출장을 다녀온 대학원생 이모 씨(25)는 “학회에 참석해 공부”라는 한 줄짜리 보고서를 냈다. 연구협약에서 해외출장 비용이 총 과제비의 평균 3∼7%를 차지하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도 기초원천분야 과제형 R&D 예산안 1조5589억 원 중 많게는 1091억 원에 해당하는 연구비가 사실상 ‘검증 무방비’ 상태인 셈이다. 해외출장 외에도 대학가의 R&D 연구비 유용은 관행처럼 퍼져 있다. 대구지법은 지난달 8일 인건비 허위지급신청 등으로 2억여 원을 편취한 혐의(사기)로 A대학 조경학과 나모 교수(55)에게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나 교수는 2012∼2014년 연구원들이 지방출장을 간 것처럼 허위로 꾸며 수백만 원의 출장비를 챙겼다. B대학 수학과 최모 명예교수(68)는 아들이 R&D 과제에 참여한 것처럼 허위로 꾸며 인건비를 청구하는 등의 방법으로 1억2000만 원을 받아 회식비 등에 사용해 올 3월 징역 8개월이 확정됐다. 감사원이 2008∼2012년 국가 R&D 사업을 감사한 결과 548건 중 306건(55.8%)이 연구비의 부적절한 사용에 대한 지적이었다. ○ 눈먼 나랏돈 마음대로 쓰는 민간연구기관 연구비 비리는 연구자의 모럴해저드뿐 아니라 부실한 연구관리제도 탓도 크다. 2008∼2012년 연구비 부정사용으로 지적받은 3663명 중 기업(84.7%)과 대학(12.2%) 소속이 90%가 넘는다. 정부출연연구원과 국공립연구소 등은 감사원 감사나 국정감사에서 연구비 사용 비리가 여러 차례 불거져 항공 마일리지 파악 등 관리가 잘되는 편이지만 사립대나 기업체 연구원들은 기관별로 검증기준이 제각각이라 제멋대로 쓰다 걸린 것이다. 이들을 관리하는 정부위탁 기관에서 결과보고서 등 성과감사보다 영수증 증빙 같은 형식적인 회계감사를 하고 있어 나온 현상이다. 김재경 의원은 “연구비 비리로 R&D 투자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여론이 늘고 있다.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지만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공공 R&D의 성공을 위해서는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이끄는 실효성 있는 연구비 관리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민 1인당 공공 R&D 재원부담 규모는 1998년 5만5000원에서 올해 37만6000원으로 급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R&D 사업에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연구자 중에서 연구 예산을 따기만 하려는 ‘마피아’가 존재하는 것도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신동진 shine@donga.com·정동연 기자}
경찰이 이화여대 농성 과정에서 감금됐던 교수들의 구조요청이 허위신고임을 알면서도 병력을 투입했다고 주장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50)이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당했다. 13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이대 졸업생 출신인 A 변호사(53·여)는 국회 안전행정위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감금 교수들의 허위신고를 기정사실화한 표 의원에 대해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11일 고발장을 접수했다. 표 의원은 6일 국감에서 이철성 경찰청장에게 학내 병력 투입 경위를 추궁하면서 "일부 교수들이 실제 감금되지도 않았고 자유롭게 출입하고 있었는데도 23회 허위신고를 한 것이 확인됐다. 7월 30일 현장에 있던 경찰 정보관도 신고가 허위여서 감금상황이 아니라고 봤기 때문에 병력 투입을 자제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A 변호사는 "표 의원의 발언은 1600명의 경찰이 최경희 이대 총장의 전화 1통에 사병처럼 움직였다는 취지의 허위 사실로, 무려 46시간동안 감금됐던 피해자와 정당한 공무집행을 한 경찰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학생 시위대의 교수 및 교직원 억류가 감금죄에 해당한다는 시각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감금 주동자 및 연루자 색출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한편 국회의원이 국감장에서 한 발언은 면책특권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표 의원에 대한 혐의 입증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서울 서대문구의회의 30대 여성 의원이 동료 남성 의원으로부터 수년간 성희롱과 폭언에 시달렸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서대문경찰서는 서대문구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A 의원(38·여)이 강제추행과 협박 혐의로 같은 당 B 의원을 고소한 사건을 수사 중이라고 10일 밝혔다. A 의원은 고소장에서 "구의원으로 함께 활동하고 있는 50대 B 의원으로부터 2014년부터 최근까지 여러 차례에 걸친 성희롱으로 심적 고통에 시달려왔다"며 구체적인 성희롱 발언을 적시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B 의원은 예산심의 등 공개 석상에서 A 의원에게 "애인 해주면 행사 편의를 봐주겠다", "오늘 옷보다 어제 옷이 마음에 들던데…" 등의 발언을 한 혐의다. A 의원은 또 B 의원이 악수하면서 자신의 손바닥을 손가락으로 3, 4차례 긁거나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습관적으로 성적 농담을 해 수치심을 유발했다고 주장했다. B 의원은 이밖에 본회의장에서 자신과 다른 의견을 말하던 A 의원을 향해 "입을 확 찢어버려"라고 말한 혐의도 받고 있다. 지난달 20일 고소장을 접수하고 A, B 의원을 각각 한 차례 소환한 경찰은 보강조사를 한 뒤 이르면 이달 안에 기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한편 B 의원은 A 의원이 고소장을 접수하자 '미안하다'는 내용의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신동진기자 shine@donga.com}

“108년 전 증조할아버지가 가져온 묘목이 거목으로 자란 것처럼 우리나라도 세계에 좋은 씨앗이 될 줄 믿습니다.”연세대 전신인 연희전문을 세운 미국인 선교사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한국명 원두우)의 4대손 원한석 연세대 이사(피터 언더우드·61·경영컨설턴트)는 증조부가 심고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키운 ‘믿음의 나무’를 생각하면 늘 마음이 겸손해진다. 6일 연세대 스팀슨관에서 만난 그는 “선조의 헌신이 맺은 열매를 보는 것도 감격스럽지만, 나무 그늘에 머무르지 말고 세계로 뻗는 ‘밀알’ 같은 한국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1885년 조선 땅을 밟은 언더우드는 1908년 선교 모금차 들른 미국에서 영국산 둥근잎느티나무 두 그루를 가져와 새문안교회와 양평동교회에 심었다. 어린잎을 삶아 나물로도 먹고 재질이 단단해 갖은 도구를 만들 수 있어 조선 백성들에게 유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언더우드는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로 시작하는 기도문에서 ‘메마르고 가난한 땅, 나무 한 그루 시원하게 크지 못하는 땅’ 조선을 위해 기도하며 1916년 소명을 마칠 때까지 교회 21곳과 보육원 설립, 기독교청년회(YMCA) 조직, 한영사전 편찬 등 한반도 근대화를 위해 힘썼다. 원 이사의 부친 고 원일한 박사도 언더우드 1세만큼 한국을 사랑했다. 원 이사의 어릴 적 기억 속 아버지는 느티나무를 볼 때마다 기도하듯 생각에 잠기곤 했다. 원 이사는 “중학생 때 판문점 견학을 함께 간 아버지가 6·25전쟁 휴전협정 당시 작은아버지(원득한)와 함께 유엔군 통역관으로 일한 경험을 조용히 설명해 주셨는데, 관광객뿐 아니라 가이드 역할을 하던 군인도 아버지 주위로 모였다”고 떠올렸다.언더우드가(家)의 한국 사랑은 5, 6대까지 이어지고 있다. 원 이사의 딸과 조카들의 페이스북에는 고향을 묻는 질문에 대다수가 ‘SOUTH KOREA’라고 썼다. 후손들의 한글 이름 중에는 한강의 ‘한(漢)’자가 들어간 이름이 많다. 인터뷰 내내 한국을 ‘우리나라’라고 말한 원 이사는 “형(원한광)의 손자들까지 한국 이름이 있다. 다들 자신의 뿌리와 한국에 대한 애정이 깊다”고 말했다.독립운동 지원(2세 원한경)과 6·25전쟁 참전(3세 원일한·재한·득한)에 이어 30년 넘게 한국에서 교편을 잡았지만(4세 원한광) 아직도 언더우드가는 고마운 ‘외국인 가문’일 뿐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생의 대부분을 한국에서 보낸 원일한 박사도 2004년 생을 마칠 때까지 영주권 없이 비자를 갱신해야 했다. 원 이사는 “외모는 달랐지만 한국을 끔찍이 사랑했던 언더우드와 그 후손들의 마음이 영원히 기억되면 좋겠다”고 말했다.사학 분쟁의 단골 소재인 설립자 가족의 간섭과 소유권 다툼이 없는 비결을 묻자 원 이사는 “선조들은 개인 욕심이 아니라 예수님을 위해 일했다”며 “그 정신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 걱정할 뿐, 소유권을 운운하는 건 이상한 생각”이라고 잘라 말했다. 연세대는 12일 언더우드 서거 100주기를 맞아 그가 가져온 느티나무의 씨앗으로 기른 묘목을 캠퍼스 안에 심는 기념식수 행사를 연다.신동진기자 shine@donga.com}

예고된 태풍이었지만 이번에도 허술한 대비로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18호 태풍 ‘차바(CHABA)’가 휩쓸고 간 제주와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의 주택과 도로, 산업시설은 물 폭탄을 몰고 온 강력한 태풍에 맥없이 구겨졌다. 안일한 대책과 방심이 몰고 온 ‘인재(人災)’였다. 특히 현대자동차 울산 1, 2공장이 태풍으론 처음 침수됐고, KTX 신경주역∼울산역의 상·하행 열차 운행이 중단되는 등 국가의 주요 시설물이 피해를 입을 만큼 태풍 대비가 엉성했다. 5일 초고층 아파트가 밀집된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는 ‘함량 미달’의 방수벽 탓에 물바다로 변했다. 해운대구는 2012년 태풍에 대비해 기존 해안가 방파제 위로 방수벽을 설치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일부 주민들이 조망권 문제로 반발해 적정 높이(3.4m)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2m 높이로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해운대구가 작성한 사업타당성 보고서에는 2003년 파고가 7∼8m에 달했던 태풍 ‘매미’의 월파량을 기준으로 60%밖에 저감되는 효과가 없다고 명시했지만 사업은 그대로 강행됐다. 반경 250km 정도의 비교적 작은 태풍 규모에 적극적인 재해 위험 예고를 하지 않은 ‘방심’도 엿보인다. 울산 태화강 주변 저지대에 사는 주민들은 ‘늑장 경보’ 탓에 큰 낭패를 봤다. 낙동강홍수통제소는 이날 태화강 홍수주의보를 발령한 지 50분 만에 수위가 1m 이상 오르자 경보로 격상했다. 강 인근 아파트 주차장에 미리 대피시킬 수 있었던 자동차 수백 대도 침수 피해를 입었다. 울산 울주군 언양읍 반천현대아파트 주민 A 씨(46)는 “태화강변에 건립된 아파트여서 폭우가 쏟아질 경우 피해가 예견된 상황이었지만 당국의 경고가 없어 차를 대피시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보강 공사가 끝난 지 3년이 안 된 부산 감천항 방파제는 추가로 쌓은 구조물의 80%가 무너지면서 부실 시공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준공된 다대포항 방파제도 길이 300m 가운데 100m가량이 파손돼 관리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이번 태풍으로 전국에서 4명이 숨지고 3명이 실종됐다(5일 오후 11시 기준). 전국에서 차량 980여 대가 침수됐고 어선 1척이 전복됐다. 정전 피해는 22만6945가구에서 발생했고 도로 55곳이 한때 통제됐다. 항공편은 국제선 4편, 국내선 63개 항로 등 총 120편이 결항했다. 정부는 부산 경남 지역의 피해 복구를 지원하기 위해 특별재해대책지구 지정을 검토하고 있다. 전찬기 한국재난정보학회장(인천대 도시건설공학과 교수)은 “대형 재난이 예상될 때 즉각 대비 태세가 가동돼야 하는 시스템이 이번에도 거의 먹통이었다”며 “재난 상황에서는 대응 매뉴얼이 실제 가동되는지가 핵심인데 재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동진 shine@donga.com·임현석 /울주=정재락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과격·폭력 집회 때 사용되는 경찰 물대포에 용수 공급을 하지 않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박 시장은 5일 오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경찰이 물대포를 사용할 때 서울시에서 물을 공급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앞으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소화전은 유사시 화재에 대응해야 한다. 데모 진압을 위해 그 물을 쓰게 하는 것은 용납하기 힘들다”며 “향후 엄격한 기준을 요구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민중총궐기 집회 때 쓰러진 뒤 지난달 25일 숨진 농민 백남기 씨 관련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익과 부합하지 않는 시위 진압에 대해서는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이 원칙에 맞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현재 경찰은 물대포용 살수차가 출동할 때 미리 기동부대에서 물을 채운다. 그러나 연속으로 5분가량 살수하면 물이 바닥난다. 이 경우 도로 주변에 있는 소화전을 이용해 물을 공급한다. 이에 대비해 보통 경찰은 대규모 시위를 앞두고 관할 소방서에 사전에 문서로 요청하거나 급하면 구두로 사용을 통보한다. 서울 시내 소방서는 시 산하 기관인 서울소방재난본부 소속이다. 박 시장의 발언으로 당장 소화전을 통한 물 공급이 중단되지는 않겠지만 ‘엄격한 기준’을 내세울 경우 살수차 사용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현재 대규모 집회에서 폭력이 발생할 경우 물대포 외에는 이렇다 할 제지 수단이 없는 게 현실이다. 서울시의 물 공급 제한이 현행법 위반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행정절차법 8조에는 경찰청 등 행정기관이 인원이나 장비가 부족할 경우 다른 행정기관에 ‘행정응원(行政應援)’을 요청할 수 있다. 요청을 받은 행정기관은 고유의 직무 수행에 큰 지장이 발생하지 않는 한 요청을 거부할 수 없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발언의 진의가 확실치 않다”며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실제로 용수 공급이 어려워지면 대규모 악성 집회를 관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황태호 taeho@donga.com·신동진 기자}

“‘김영란법’ 때문에 공무원 손님이 한 명도 안 와요. 종업원을 내보내도 버티기 힘들면 가게 문을 닫아야지 별수 있겠어요?”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 후 첫 ‘불목’(불타는 목요일) ‘불금’(불타는 금요일)이었던 지난달 29, 30일 저녁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 서초동 일대 위스키 바들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김영란법의 주요 타깃인 국회 관계자와 법조인, 공무원들이 아예 약속을 잡지 않는 ‘동면 모드’에 들어가면서 단골들 발길이 뚝 끊겼다. ○ 광화문-서초동-여의도 위스키바 전멸 30일 오후 9시 정부서울청사와 가까운 경복궁역 부근에서 20만 원대 양주를 주로 파는 A바는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손님 ‘0팀’을 기록했다. 고객의 70% 정도가 공무원으로 평소 6, 7개 팀이 들어차야 할 시간이지만 매출 장부는 백지였다. 사장 이모 씨(33·여)는 “평소 새벽 3시까지 영업하는데 어제는 손님이 없어 밤 12시에 문을 닫았다”고 하소연했다. 인근 B바도 김영란법 시행 첫날부터 3일 동안 손님이 ‘0명’이었다. 사장 박모 씨(35·여)는 “가게를 팔고 싶어도 살 사람이 없고 이대로 2, 3개월 보증금만 날릴 판이다. 과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는 곧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라도 있었는데…”라며 한숨을 쉬었다. 젊은 판사들 사이에 인기가 많았던 서초동의 한 양주 카페는 지난달 가게를 확장하면서 종업원을 2배로 늘렸지만 가게 안이 텅 비어 있었다. 김영란법 전에는 하루 5, 6개 팀이 찾았지만 요즘은 평균 한 팀. 그나마 인근 학원 강사나 사업가들이 전부다. 검사들이 자주 드나들던 D카페는 아예 간판 불을 꺼버렸다. 중견 판사들의 아지트였던 E바는 지난달부터 여종업원 3명을 모두 내보내고 사장과 시급 아르바이트생 2명이 운영하는 고급 호프집으로 변신했다. 전에는 28만 원 상당의 12년산 위스키가 가장 싼 메뉴였지만 지금은 새로 만든 5만9000원짜리 ‘소맥’(소주와 맥주) 메뉴가 잘 나간다. 사장 박모 씨(46·여)는 “간혹 변호사들이 와도 서로 김영란법 대상이 아닌지 촌수 따지듯 계산하고서야 주문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9, 30일 국회의원이나 보좌진이 많이 찾는 국회 앞에는 문을 닫은 위스키 바가 3곳이나 됐다. F바 사장 이모 씨는 “요즘은 국회나 당직자보다 여의도 직장인들이 주로 찾는다. 30만 원 선이던 룸당 매출도 10만 원대로 줄었다”고 전했다. 바로 옆 병당 2900원짜리 세계 맥주가게에 대기 손님 5개 팀이 줄서 있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결혼식장 화환, 골프장 예약도 감소 ‘경조사비 상한 10만 원’ 조항이 적용된 첫 주말, 결혼식장 화환도 눈에 띄게 줄었다. 서울 영등포의 한 대형 웨딩홀에서 1일 열렸던 4개 팀의 예식에는 화환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서울 강남구에서 꽃가게를 운영하는 박모 씨(34)는 “주말 결혼식 화환 주문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1∼3일 황금연휴 기간 전국 골프장의 예약 취소도 잇따랐다. 수도권의 한 회원제 골프장 매니저는 “지난주까지 평소와 다름없는 예약률을 보였지만 막상 법이 시행되자 취소하는 팀이 늘었다. 다음 주 예약도 벌써 20% 정도 줄었다”며 울상을 지었다.신동진 shine@donga.com·김동혁 기자}

유기풍 서강대 총장(64·사진)이 29일 전격 사퇴했다. 유 총장은 남양주캠퍼스 건립을 둘러싸고 예수회 출신 이사들과 갈등을 빚어왔다. 유 총장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서강대 본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사회가 예수회를 상전으로 모시는 기형적 지배구조 속에서는 서강대가 추락할 수밖에 없다. 예수회의 이사 비율을 줄이고 학교 경영에서 손을 떼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3년 3월 취임한 유 총장은 5개월의 임기가 남았지만 “예수회가 주도하는 이사회는 학내 구성원의 요구와 위기 상황을 묵살하고 있다. 잔여 임기를 희생해서라도 총장으로서 마지막 책무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서강대 남양주캠퍼스 사업은 2013년 이사회를 통과했지만 올해 5월과 7월 ‘교육부 승인신청’ 안건이 예수회원이 과반수인 이사회에서 잇달아 부결되면서 사실상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대규모 지원을 약속했던 경기 남양주시는 협약 불이행 시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유 총장은 19일 학교 설립 모태인 예수회의 로마총원에 “예수회 이사진의 파행적인 학교 운영을 조사해 달라”며 탄원서를 보내기도 했다. 유 총장은 이번 주초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이사장이 약속했던 이사회 개혁 등 논의가 이뤄지지 않자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장 사의 발표 직후 ‘이사장 소통 태스크포스(TF)팀’ 위원장 유신재 신부는 “유 총장이 사직서를 제출하기 전 기자회견을 먼저 한 것은 유감”이라며 “중장기 계획이니 점검해서 추진하자는 의도를 총장이 오해했다”고 밝혔다. 예수회는 학교 재정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남양주시가 구두로 약속했다는 500억 원 지원계획을 문서화하는 등 사업 안전성을 보강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두꺼운 종아리 때문에 고민하던 직장인 권모 씨(29·여)는 올 3월 한 번 맞으면 연예인 다리처럼 날씬하게 만들어 준다는 ‘걸그룹 주사(윤곽 주사)’ 광고를 보고 서울의 한 비만클리닉을 찾았다. 며칠 뒤 주사를 맞은 부위의 살이 파이고 하혈 부작용까지 나타나자 병원에 환불을 요구했지만 시술과 관련 없다며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권 씨처럼 치료 효과를 과장한 불법 의료 광고를 믿고 시술을 받았다가 부작용을 겪은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행정권에 의한 의료 광고 사전심의는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온 이후 허위·과장 광고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탓이다. 의사 황모 씨는 ‘최신 요실금 수술법, 부작용無’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심의 없이 설치해 벌금형을 받은 뒤 “사전검열에 해당한다”며 위헌 소송을 냈고 이를 인정받은 것이다. 29일 소비자시민모임에 따르면 올 2월부터 4월까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모바일 의료 광고 등 343건을 분석한 결과 ‘소비자 현혹’에 해당하는 불법 의료 광고가 전체 343건 중 72.9%로 가장 많았다. ‘객관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내용’(42.3%), ‘거짓 과장 광고’(26.2%)가 뒤를 이었다. 소시모는 불법 광고 정도가 심한 26건에 대해 의료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현행 의료법상 ‘여성 질환 전문’ ‘가슴성형 전문의’처럼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전문병원이 아닌데 전문 명칭을 붙이거나 ‘○○구 대표’처럼 지역 내 다른 의료기관보다 우월하다는 과장 광고 등은 모두 불법이다. 의료 광고 심의는 2007년부터 복지부가 위탁해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 등 의료인 단체에서 사전의무제로 시행하다가 헌재 위헌결정에 따라 자율심의제로 전환됐다. 대한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잘못된 의료 정보를 담은 무분별한 광고가 확산되면서 환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사후 모니터링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사전심의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지금까지 어딘가에서 6명의 제 아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걸 생각하며 위안을 얻었습니다. 오늘 여러분을 보니 500명의 아들이 더 생긴 것 같은 마음입니다.” 16세의 어린 나이에 6개의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난 뇌사 기증인 김기석 군의 아버지 김태현 씨(56)가 28일 아들의 모교인 서울 노원구 재현고 강단에 섰다. 5년 전 아들 운구차량이 학교 운동장을 돌 때 느꼈던 슬픔이 도질까 봐 다시 찾을 생각은 쉽게 못 했다. 늘 아들이 대신 해줘 난생처음 만들었다는 프레젠테이션 첫 화면엔 기석 군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김 씨에겐 강당을 가득 채운 500여 명도 ‘기석 군’으로 보였다. 기석 군은 2011년 12월 고1 기말고사를 앞두고 학원에 가던 중 갑작스러운 두통으로 병원에 갔다가 뇌출혈로 쓰러져 뇌사 판정을 받았다. 신장, 간장, 췌장, 심장 등을 기증해 6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김 씨는 “기석이가 떠난 뒤 눈이 좋던 아내는 시력이 악화돼 1년 만에 두 번이나 안경을 바꿨다. 자식을 잃은 아픔을 왜 ‘상명지통(喪明之痛·눈이 멀 정도로 아프다)’이라 하는지 알았다”고 말했다. 자식의 죽음을 인정하기도 힘겨웠지만 슬픔 대신 나눔을 택한 건 평소 남 돕기를 좋아했던 아들이 떠올라서다. 182cm의 훤칠한 키에 운동을 좋아했던 기석 군은 엄마가 편찮으신 친구가 기죽지 않도록 매일 같이 밥을 먹고 전단지 아르바이트로 번 용돈으로 친구들에게 베풀던 착한 아이였다. 김 씨는 아들이 뇌사 판정을 받은 뒤 가족들에게 장기기증 얘기를 꺼냈다. 그는 “비록 의학적으로는 못 살렸지만 6명의 생명을 구했으니 제 아들을 살린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김 씨는 아들이 마지막까지 실천한 나눔을 기억하며 자신도 장기기증 서약에 동참했다. 이날 김 씨가 학교를 찾은 진짜 이유는 친자식 같은 아들 후배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서였다. 그는 학교폭력과 따돌림 문제로 청소년 자살이 늘고 있는 사실에 안타까워했다. 장기기증운동본부는 삶을 쉽게 포기하려는 청소년들에게 많은 생명을 살리고 떠난 선배를 소개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 김 씨는 “모든 부모에게 자식은 ‘산소 같은 존재’다. 여러분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한순간도 잊지 말라”고 강조했다. 곁에 있을 땐 얼마나 소중한지 몰라 표현을 못할 뿐 그 사랑은 깊다는 것이다. 다 커서도 등교할 때마다 아빠에게 뽀뽀를 해준 사랑스러웠던 아들이라고 소개할 때 씩씩하던 김 씨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나쁜 생각을 하기에 앞서 자식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부모님에게 얼마나 슬픔이 될지 떠올려 보라고 주문했다. 자신이 친구에게 더 소중한 사람인지, 부모에게 더 소중한 사람인지 생각해 보면 선택은 ‘사는 것’이라는 것이다. 강연이 끝나고 재현고 학생대표 6명이 기석 군이 기증한 6개 장기를 상징하는 붉은 카네이션 6다발을 김 씨에게 선물했다. 생의 끝까지 나눔을 실천한 선배와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그 아버지를 향한 ‘고맙습니다’란 말이 적혀 있었다. 김 씨는 “5년 전 아들 입학식 때 왔던 강당에서 아들과 같은 교복을 입은 후배들을 보니 오랜만에 아들을 다시 만난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국내 장기이식 대기자는 2만7444명이지만 지난해 기증자는 501명에 그쳤다. 인구 대비 기증서약자 비율은 2.39%(123만1217명)로 미국(48%) 영국(31%) 등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진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가습기 살균제 위해성분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이 치약과 세제 등에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공포감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흰색 거품만 봐도 겁이 난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걱정과 달리 전문가들은 ①정부와 기업이 용도를 정확히 밝힌 뒤 소비자가 이를 벗어나지 않게 사용하고 ②정부가 제품마다 농도 기준을 정해 과도한 양을 쓰지 않도록 하면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문제는 이 두 가지를 못하는 정부가 신뢰를 잃었다는 것. 실제 용도와 달리 가습기를 씻는 제품으로 알고 허가해준 점, 가습기 참사 이후에도 화학제품 위해성분에 대한 농도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사실 등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 안방에 들어온 가습기 살균제 성분 살균 보존제 성분인 MIT와 CMIT는 일상생활 속에서 흔히 접하는 화학제품에 이미 널리 쓰이고 있다. 구강청결제 등 의약외품을 비롯해 식기를 씻는 가정용 세척제, 샴푸, 비누(보디워시, 세안제 포함), 면도크림, 섬유유연제 등에 쓰인다. 비교적 낮은 농도로 물에 완전히 씻어내는 제품에 사용되는 것이다. 이번 치약 논란을 계기로 해당 물질이 거품을 일으키는 계면활성제 성분으로 포함됐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러나 CMIT, MIT는 호흡기에 닿을 경우 심각한 위해를 주고 고농도로 피부에 닿을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농도 기준을 잘 정하고 이를 잘 씻어내는 세척 성분으로만 용도를 묶는 것이 중요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샴푸, 린스, 보디워시, 세안제, 면도크림 등 사용 후 물로 씻어내는 화장품은 CMIT·MIT를 최대 15ppm까지 사용할 수 있다. 의약외품으로 분류되는 구강청결제에도 같다. 하지만 치약은 해당 성분을 사용할 수 없다. 식약처의 ‘의약외품 허가신고 심사 규정’에 따르면 치약의 보존제로 허용되는 성분은 벤조산나트륨, 파라옥시벤조산메틸나트륨, 파라옥시벤조산프로필나트륨 등 3개뿐이다. 가정이나 식당에서 사용하는 주방용 세제 일부 제품에도 해당 물질이 사용된다. 세제는 공중위생법의 적용을 받아 안전 기준 및 관리를 보건복지부가 담당한다. 복지부의 ‘위생용품의 규격 및 기준’에 따르면 CMIT·MIT는 세제에 사용할 수 있는 화학물질 320여 종 중 하나로 명시돼 있다. 하지만 야채와 과일을 씻는 1종 세척제에는 CMIT·MIT를 사용할 수 없고 2종(조리기구용), 3종(식품 제조장치용) 세척제에만 허용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가정에서 쓰는 세제 대다수가 1종 세척제이기 때문에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제품 라벨을 확인하면 각 가정에서 쓰는 세척제 종류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방향제, 탈취제, 섬유유연제 등 위해우려제품 15종의 관리를 맡고 있는데, 스프레이형 제품에 대해서 해당 물질을 퇴출시키는 방향으로 고시를 개정 중이다. 그동안은 섬유유연제에 대해서만 해당 물질에 대해 100ppm 기준치를 뒀으나 7월에 기준치가 없다는 논란이 일자 급하게 법 개정에 나섰다. ○ 소통 없는 정부가 불신 키워 치약 논란이 불거지자 소비자들은 해외 생활화학제품으로 눈길을 돌리고 해외 온라인 구매에 나서는 등 국내 제품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해외 제품은 오히려 CMIT·MIT에 대한 규제기준이 국내보다 더 느슨하다. 화학물질을 사용하거나 규제할 때 △효능 △부작용 △사회적 인식 △수급가능성(경제성) 등을 따지는데 CMIT·MIT는 국제적으로 효능과 부작용, 경제성이 검증된 안전한 물질로 보고 있다. 국내서는 일반적인 물질 사용 용도와 다르게 호흡기로 쐰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불거지면서 사회적 인식이 나빠진 측면도 있다. 정부도 이 때문에 치약에서 해당 물질을 비허가 물질로 남겨뒀으나 이 같은 설명이 부족해 문제를 키웠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과학적인 설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 것은 정부의 화학물질 관리에 불신이 깊게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평소에 일상적인 의혹을 해소해주고 정보와 사용법을 알려주는 과학이 아니라 정부가 해명할 때만 과학을 들먹인다는 인식이 강해져 수습이 더욱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한편 일부 메디안 치약 소비자들은 28일 서울중앙지검에 아모레퍼시픽은 약사법 위반,식약처 관계자는 직무유기 혐의로 형사고발했다.임현석 lhs@donga.com·김호경·신동진 기자}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신도림역에서 신촌역까지 출근하는 회사원 김모 씨(32·여)는 27일 평소보다 15분 늦게 직장에 도착했다. 붐비는 구간이라 보통 열차를 한 번 보낸 뒤 탈 수 있는데 이날은 두 번이나 보내야 했다. 김 씨는 “열차에 승객이 가득 차서 문이 몇 번이나 열리고 닫힐 정도였다”며 “‘착한 파업’이라는 파업 안내문만 보이고 열차 시간 변경표는 보이지 않아 답답했다”고 말했다. ○ 출퇴근길 ‘콩나물 지하철’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과 지하철노조가 연대파업에 돌입하면서 지하철에는 이른 아침부터 이용객이 몰렸다. 노조가 예고한 파업 시간은 오전 9시지만 혹시나 모를 교통대란을 걱정해서다. 이날 서울 지하철 1∼8호선 근무 대상자 7805명 중 2380명(30.5%)이 파업에 참가했다. 경기 김포시에서 서울 양천구 목동으로 출퇴근하는 이모 씨(25·여)는 “전날 저녁 뉴스를 보고 30분 일찍 지하철역에 나왔는데 나처럼 생각한 사람이 많았는지 평소보다 붐볐다”고 말했다. 낮 시간에는 지하철이 평소의 80% 수준만 운행되면서 배차 간격이 최대 15분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특히 퇴근길에는 비를 피해 지하철로 사람들이 몰린 데다 대체 투입된 기관사들의 운전 미숙으로 열차 간격이 길어지면서 역마다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이날 오후 6시 40분경 지하철 4호선 쌍문역에서는 대체 기관사가 실수로 승객을 내려주지 않고 출발하는 일도 발생했다. 파업 여파가 가장 큰 곳은 화물 운송 부문이다. 이날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오후 10시 기준으로 화물열차 운행 횟수가 평소의 50.6%에 그쳤다. 코레일은 이번 파업 기간에 평시 근무 인력(2만2494명)의 64.5%인 1만4510명(필수 유지 인력 8460명·대체 인력 6050명)을 투입한다는 방침이지만 화물열차는 필수 유지 업무에서 제외돼 피해가 컸다. 관련 업계에서는 코레일 화물 운송의 40%를 차지하는 시멘트 공급에 차질을 빚을 것을 걱정하고 있다. 코레일 측은 파업에 앞서 12일 치의 시멘트 재고량을 미리 운송한 상태다. 시멘트 업계에서는 “3, 4일 후면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현재 정부의 비상 수송 대책은 파업 2주 차까지 짜인 상태다. 그러나 파업이 그 이상으로 장기화하면 피해가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속철도(KTX)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운행됐지만 새마을호 무궁화호 등 일반 열차는 평소의 71.6% 수준의 운행률을 보였다. 홍순만 코레일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파업이 2주 이상 계속되면 대체 인력 피로도를 고려해 열차 운행을 축소해야 한다”며 “도로 수송이 어려운 위험품과 수출입이 급한 화물을 먼저 운송하고 있지만 향후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 병원 곳곳에 긴 대기 행렬 이날 오전 11시경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1층 내과 채혈실 앞에는 혈액검사를 기다리는 환자들로 가득했다. 채혈을 맡은 간호 인력 일부가 파업에 참여해 평소보다 대기자가 30% 가까이 늘어났다. 모니터에 나타난 대기 순번은 60번을 훌쩍 넘었다. 순번표를 손에 쥔 한 환자는 “검사 순서가 왜 이렇게 안 오느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영상기사가 일하는 X선 검사실 등에서도 평소보다 대기 시간이 늘어났다. 서울대병원 파업엔 간호사 의료기사 등 조합원 1700명 중 필수 유지 인력을 제외한 400여 명이 참여했다. 응급실과 중환자실은 평소 인력의 100%, 수술실과 일반 병동은 70% 이상을 유지해야 하고 의사는 노조 가입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진료와 수술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 28일부터는 경희의료원과 국립중앙의료원 등 보건의료노조 소속 51개 병원의 근로자 1만4000여 명이 추가로 파업을 시작한다. 보건복지부는 보건복지콜센터(129)를 통해 파업에 따른 병원 운영 현황을 안내할 계획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국민연금공단 등도 파업을 시작했다. 이날 오후 1시 건보공단 영등포남부지사 민원실 입구에는 “노조 활동에 따른 최소 인원 근무. 업무 처리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민원 상담 부스 5개 중 1개는 비어 있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민원실에 간부 등 비노조원을 배치했지만 일손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김단비 kubee08@donga.com·조건희·신동진 기자}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돈을 받고 40대 자산가와 성관계를 한 혐의(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유명 여성연예인 A 씨(33)를 지난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5일 밝혔다. A 씨는 올 5월 또 다른 여성 연예인을 성매매한 전력이 있는 박모 씨(43)에게서 수백만 원을 받고 성관계를 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박 씨는 "브로커를 통해 소개받은 여성연예인들과 돈을 주고 잠자리를 가졌다"고 진술하며 A 씨 이름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박 씨를 만난 적은 있으나 성매매는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지만 경찰은 혐의를 시인한 박 씨의 진술이 일관되는 등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기소 의견을 냈다. 박 씨는 TV 방송에도 출연한 적이 있는 유명 주식 투자자로 알려졌다. 박 씨 등 사업가에게 돈을 받고 여성 연예인과의 성매매를 주선한 혐의로 기소된 브로커 강모 씨는 최근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과 벌금 1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성매매 혐의를 받고 있는 A 씨는 현재도 활발히 방송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신동진기자 shine@donga.com}
대검찰청 특별감찰팀이 21일 ‘스폰서·수사무마 청탁’ 의혹을 받고 있는 김형준 부장검사(46·사법연수원 25기)의 자택을 압수수색했지만 업무용 휴대전화 등 일부 추가 증거물 확보에 재차 실패했다. 검찰의 압수수색이 늦어져 김 부장검사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든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별감찰팀은 이날 “압수수색을 통해 노트북과 아이패드, 수첩을 확보했지만 휴대전화는 (김 부장검사가) 잃어버렸다고 주장해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문제의 휴대전화는 김 부장검사가 파견됐던 예금보험공사에서 쓰던 것으로 고교 동창 사업가 김희석 씨(46·구속)와 문자를 주고받고 통화를 나눈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20일에도 휴대전화 확보를 위해 예금보험공사 사무실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빈손으로 돌아왔다. 김 부장검사 측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검찰이 수사 초기 개인용 휴대전화와 함께 제출해달라고 했으면 진작 냈을 텐데 요청이 없었다. 추석연휴 기간에 어딘가에서 분실했다”고 했다. 김 부장검사는 예금보험공사 파견이 해제된 9월 초 업무용 휴대전화를 개인용으로 전환해 착신 정지 상태로 뒀던 것으로 전해졌다. 연일 집중조사를 받는 김 씨는 김 부장검사와 함께 만난 검사 수명의 명함 등 증거자료를 대검찰청에 추가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김도균)는 최근 김 씨의 내연녀로 지목된 이모 씨에 대해 금융계좌 추적을 하기 위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고 김 씨의 전처를 불러 조사했다. 김 씨는 중국 전자업체 샤오미 제품을 싸게 공급하겠다며 12개 업체로부터 130억 원의 선입금을 받은 뒤 절반을 유용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피해업체 대표들은 “김 씨가 스폰서 검찰 비위의 희생양으로 포장하려 하지만 본인도 내연관계로 피해업체의 피 같은 돈을 탕진했다. 김 씨가 빼돌린 재산을 찾아 달라”며 최근 대검에 진정서를 냈다. 검찰은 지난달 말 구속을 피해 잠적한 김 씨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한 차례 내연녀의 집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신동진 기자}

유기풍 서강대 총장이 학교 설립 모태인 예수회의 로마 총원에 “남양주 캠퍼스 건립을 반대하는 예수회 이사진의 파행적인 학교 운영을 조사해 달라”며 탄원서를 제출했다. 유 총장은 19일 가톨릭 수도회인 예수회 로마 총원장 아돌포 니콜라스 신부에게 보낸 탄원서를 동문들에게 공개했다. 유 총장은 탄원서에서 “오늘의 서강대는 정제천 예수회 한국관구장의 부당한 간섭과 예수회가 지배하는 이사회의 파행적인 학교운영으로 개교 이후 최대 위기”라며 “로마에서 적절한 인물을 한국에 보내 일부 신부의 정의롭지 못한 행동을 바로 잡아 달라”고 요청했다. 학교의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는 이사회는 예수회 신부가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다. 서강대가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남양주 캠퍼스 설립 계획은 올 5월과 7월 예수회 중심의 이사회에서 잇달아 부결되면서 사실상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대규모 지원을 약속했던 남양주시는 협약 불이행시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유 총장은 “정 관구장은 남양주 프로젝트 추진을 중단한 이유가 내부 검토와 합의 절차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과 다르다”며 “일부 예수회원들이 기득권 약화를 우려해 변화와 개혁을 반대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 관구장이 반대 논리로 세웠던 재정 문제가 남양주시의 지원과 동문 모금으로 해결됐는데도 다른 핑계를 대며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사회는 지난달 교수 등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남양주시 측의 지원 약속 문서화와 정원 이동에 대한 합의 도출이 선행돼야 한다며 반대 의견을 밝혔다. 학내에서는 이사회 결정에 반대하는 침묵시위가 열리는 등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총학생회는 이사회 내 예수회 신부 비율을 줄이는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340억여 원의 기부금을 약정한 동문회도 관구장을 항의 방문하고 예수회가 학교 행정에서 손을 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