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울리는 온라인 불법 의료광고 기승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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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살 뺀다는 ‘걸그룹 주사’ 맞았더니 살 파이고 하혈
작년 12월 사전심의 위헌 결정 이후 허위-과장 광고 판쳐 피해 속출
한의사協 “심의제 부활 목소리 커져”

 두꺼운 종아리 때문에 고민하던 직장인 권모 씨(29·여)는 올 3월 한 번 맞으면 연예인 다리처럼 날씬하게 만들어 준다는 ‘걸그룹 주사(윤곽 주사)’ 광고를 보고 서울의 한 비만클리닉을 찾았다. 며칠 뒤 주사를 맞은 부위의 살이 파이고 하혈 부작용까지 나타나자 병원에 환불을 요구했지만 시술과 관련 없다며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권 씨처럼 치료 효과를 과장한 불법 의료 광고를 믿고 시술을 받았다가 부작용을 겪은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행정권에 의한 의료 광고 사전심의는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온 이후 허위·과장 광고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탓이다. 의사 황모 씨는 ‘최신 요실금 수술법, 부작용無’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심의 없이 설치해 벌금형을 받은 뒤 “사전검열에 해당한다”며 위헌 소송을 냈고 이를 인정받은 것이다.

 29일 소비자시민모임에 따르면 올 2월부터 4월까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모바일 의료 광고 등 343건을 분석한 결과 ‘소비자 현혹’에 해당하는 불법 의료 광고가 전체 343건 중 72.9%로 가장 많았다. ‘객관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내용’(42.3%), ‘거짓 과장 광고’(26.2%)가 뒤를 이었다. 소시모는 불법 광고 정도가 심한 26건에 대해 의료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현행 의료법상 ‘여성 질환 전문’ ‘가슴성형 전문의’처럼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전문병원이 아닌데 전문 명칭을 붙이거나 ‘○○구 대표’처럼 지역 내 다른 의료기관보다 우월하다는 과장 광고 등은 모두 불법이다.  의료 광고 심의는 2007년부터 복지부가 위탁해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 등 의료인 단체에서 사전의무제로 시행하다가 헌재 위헌결정에 따라 자율심의제로 전환됐다. 대한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잘못된 의료 정보를 담은 무분별한 광고가 확산되면서 환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사후 모니터링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사전심의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종아리#걸그룹 주사#비만클리닉#의료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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