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윤

김예윤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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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부 노동팀 김예윤입니다. 먹고사는 일을 들여다봅니다. 2016년 입사해 사회부, 국제부를 거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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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6-05-24~2026-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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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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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3%
인사일반3%
  • 反사드 시위대 24일 ‘美대사관 포위’

    법원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반대 단체가 신청한 주한 미국대사관 주변 행진을 허용했다. 미대사관을 에워싸는 형태의 이른바 ‘포위 집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강석규)는 23일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전국행동)이 낸 ‘금지 통고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미대사관 뒷길 행진을 금지한 경찰 처분의 효력을 정지한 것이다. 단 ‘24일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사이에 1회에 한해 20분 이내에 신속히 통과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앞서 전국행동은 19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미대사관과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주변을 지나 광화문시민열린마당으로 향하는 집회 및 행진 개최를 신고했다. 예상 참가자는 약 5000명(신고 기준)이다. 그러나 경찰은 미대사관 앞길(제2경로) 상위 차로의 행진만 허용하고 뒷길(제1경로)은 금지하는 제한 통고 조치를 내렸다. 이에 전국행동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재판부는 “이번 집회가 한미관계에서 민감한 현안인 사드 배치에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게 목적이지만 미대사관은 사드 배치에 관한 의사결정 기관이 아니다”며 “행진은 사드 배치 반대 의사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려는 것일 뿐 미대사관에 어떤 위해를 가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제1경로의 행진을 허용해도 미대사관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신청인(서울지방경찰청장)이 제1경로 행진을 전면적으로 금지한 건 집회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 것으로 볼 여지가 많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다만 행진 경로에 있는 종로소방서의 긴급 출동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통과 횟수와 시간을 제한했다. 경찰은 비상이 걸렸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20분 만에 수천 명이 좁은 도로를 통과하려면 병목 현상 때문에 사실상 대사관을 에워싸는 집회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며 “그 자체가 마치 미대사관을 위협하는 모습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최 측이 평화적 집회를 약속했지만 돌발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59개 중대 4700여 명을 투입하고 미대사관 주변에는 폴리스라인을 설치할 계획이다. 차벽은 설치하지 않는다. 이날 사드 반대 집회에 앞서 오후 2시 서울역광장에서는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의 ‘철도적폐 청산 공공철도 실현 철도노동자 총력결의대회’가 열린다. 참가자 5000명(주최 측 신고 기준)은 집회 후 서울광장으로 행진한다. 차량 통행이 많은 휴일 오후 대규모 집회가 잇달아 열리면서 극심한 교통 혼잡도 우려된다.김예윤 yeah@donga.com·이호재 기자}

    • 2017-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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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리로 나온 민노총 “촛불 덕 본 문재인 정부에 요구할 권리 있다”

    노동계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촛불 특혜’의 대가를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장외집회 규모를 늘리고 수위를 높이면서 압박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2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최저임금 만원 비정규직 철폐 만원공동행동’과 ‘6·30 사회적 총파업’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상진 민노총 부위원장은 “촛불 수혜를 가장 많이 본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며 “(최저임금 1만 원, 비정규직 철폐 등이) 촛불 혁명 정신을 올곧게 계승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총파업에 동참하는 노동자연대학생그룹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촛불 특혜로 당선됐다”며 “노동자들은 문 대통령에게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외쳤다.○ 노숙 집회 후 도로 행진01:10 광장서 웃통 벗고 21일 새벽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은 거대한 ‘술판’으로 바뀌었다. 민노총 산하 건설노동조합원 2000여 명은 ‘건설현장 안전보장’ 등을 요구하며 광화문 일대에서 집회와 행진을 마치고 청계광장에 모였다. 이들은 은색 돗자리를 깔고 노숙 투쟁에 돌입했다. 얼마 되지 않아 여기저기서 맥주와 소주 막걸리 잔이 오갔다. 술자리가 길어지면서 곳곳에서 난장판이 벌어졌다. 술에 취해 얼굴이 벌건 노조원끼리 서로 욕하며 드잡이를 벌이기도 했다. 경찰이 이동식 화장실을 마련했지만 일부는 청계광장 주변 곳곳에서 노상방뇨를 했다. 한 커피전문점 앞에서는 악취가 진동했다. 건물마다 노조원과 경비원들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중국인 관광객 마모 씨(27·여)는 “갑자기 길에서 바지를 내리고 소변을 보는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오전 1시경 비가 내리고 나서야 술판이 잦아들었다. 오전 8시 반경 8000여 명으로 늘어난 노조원들은 세종문화회관 옆 세종로공원에 모여 행진을 시작했다. 출근시간대 3개 차로를 이용해 세종대로 사거리와 종각 내자동 사거리를 거쳐 세종로공원으로 2.8km를 2시간가량 걷는 통에 극심한 교통 정체가 빚어졌다. 건설노조원들은 종로구 신문로 대우건설 본사 앞에서 “서울시 교통을 마비시키겠다. 책임은 너희(대우건설)가 질 것이다”라고 외쳤다. 참다 못한 일부 시민은 항의하기도 했다. 한 50대 여성은 노조원들을 향해 “종로1가에서 내려 20분 넘게 걸어왔다. 왜 출근시간에 집회를 하느냐”고 항의했다. 버스에 탄 일부 시민은 창문을 열고 소리치고 운전자들은 차량 경적을 울렸다. 그러나 노조원들은 사과는커녕 “우…” 하고 야유를 하거나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흔들었다.○ ‘촛불 대가’ 요구하며 거세지는 집회06:30 대자로 드러눕고 앞으로 ‘촛불 민심 계승’을 주장하는 집회가 줄줄이 열릴 예정이다. 집회 방식과 강도는 갈수록 세질 것으로 보인다. 민노총은 24일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과 함께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사드 반대 집회를 연다. 참가 규모는 약 6000명이다. 전국행동은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는 1700만 시민들이 거리에 나서 이룩한 촛불혁명으로 탄생했다. 1700만 촛불은 사드 한국 배치를 시급히 청산해야 할 적폐로 규정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서울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주한 미국대사관까지 행진해 대사관을 에워싸는 띠잇기 행진을 벌일 계획이다. 일단 경찰은 제한 통고를 했지만 주최 측은 즉각 행정금지 통고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결과는 22일 오후에 내려진다. 24일에는 철도노조의 상경 집회도 열린다. 30일에는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이 옥중서신을 통해 ‘칭기즈칸의 속도전’을 강조한 총파업이 예정돼 있다. 노동계의 요구 수위가 높아지면서 과거처럼 불법 집회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서울 도심에서 이례적으로 출근길 도로 행진이 이뤄진 것을 들어 경찰이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 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살수차와 차벽을 배치하지 않기로 했지만 대규모 행진으로 시민에게 불편을 주는 행위 등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이다”라고 밝혔다.김배중 wanted@donga.com·김예윤 기자}

    • 2017-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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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걷는 재미 쏠쏠… 편의시설은 ‘먼 길’

    “여보 이스라지가 뭐예요? 병꽃나무도 처음 듣고…, 설명을 좀 적어놓지.” 16일 오후 서울 중구 고가보행로 서울로7017에서 나무들을 보던 70대 여성이 생소한 이름을 보고는 남편을 쳐다봤다. 서울로에 있는 화분 645개에는 식물명이 표기돼 있지만 별도 설명은 없다. 한참 잎 모양을 살피던 노부부는 식물명 표기 옆 QR코드(사진, 영상 정보를 담은 스마트폰 전용 바코드)를 서너 번 손가락으로 눌러보다가 포기하고는 지나쳤다. 기자가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읽어봤지만 시스템이 완성되지 않은 듯 이름 말고는 다른 정보를 확인할 수 없었다.○ 주변 상인들 마음은 ‘들썩’ 지난달 20일 문을 연 서울로가 개장 한 달을 맞는다. 누적 방문객 186만 명(15일 기준)을 기록할 만큼 관심이 뜨겁다. 그러나 서울로에 대한 시민의 평가는 엇갈린다. 차 걱정 없이 걸을 수 있는 도로가 늘어난 것에 대해서는 대부분 긍정적이다. 이날 서울로에서 만난 직장인 윤모 씨(32)는 “길지는 않지만 도심을 보행자 위주로 바꾸는 건 세계적 추세”라면서 “낡은 고가도로를 활용해서 걱정되긴 하지만 도심 여러 곳으로 통한다는 점에서 만족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김성일 씨(23)도 “남대문시장, 남산 같은 서울의 명소를 걸어서 갈 수 있어 좋다”고 평가했다. 서울로 사업 초기 교통이 혼잡해져 손님들이 줄어든다며 반대했던 인근 상인들도 인파가 몰리자 반기고 있다. 매출이 급상승한 것은 아니지만 서서히 효과가 나리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남대문시장 상인 이모 씨(50)는 “개장 전에 비해 주말 시장을 찾는 사람이 30% 이상 늘었다”면서 “오후 8시만 지나면 휑하던 시장이 요즘에는 북적인다”고 말했다. 다른 상인 김모 씨(52)도 “군것질거리를 파는 노점상을 빼곤 아직 매출이 오르지는 않고 있다”면서도 “서울로가 생기고 사람들이 몰리고 있는 만큼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랍어 환영 인사 표기 엉터리 그러나 편의시설 부족과 안전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일주일에 서너 번 서울로를 걷는다는 김모 씨(71)는 “좀 오래 쉬다 가려고 해도 주변에 쓰레기통도, 화장실도 없다”면서 “편의시설이 너무 부족해 공원이라고 부르기 부끄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로에 있는 카페나 식당에서 음식물을 팔지만 쓰레기통은 눈에 띄지 않았다. 서울로를 관광명소로 만들겠다는 의지와는 달리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배려는 부족해 보였다. 이날 스피커에서는 서울로 인근에서 열리는 공연을 비롯한 각종 안내가 흘러나왔지만 외국어로는 제공되지 않았다. 잘못된 외국어 표기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세계 각 나라 언어로 ‘환영합니다’라는 인사말을 적어놓은 원형 조형물의 아랍어 표기는 엉터리였다. 아랍어 문장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글자를 모두 이어서 써야 한다. 그러나 조형물에는 두 가지 원칙 모두 지켜지지 않았다. 아랍어 통역사인 최은녕 씨는 “아랍어에 대한 기본적인 검수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서울로가 정말 안전한지 걱정도 계속됐다. 이정엽 씨(63)는 “40년 넘은 낡은 고가를 다시 사용한다는데 솔직히 걸으면서도 불안한 게 사실”이라며 “최근 자살 사고까지 벌어졌다는 기사를 보면서 걱정이 더 되는 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서울로가 모델로 삼은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파크(Highline Park)와 달리 고가도로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사전 노력이 부족해 방문객의 공감이 덜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의 물자 수송을 책임지던 하이라인은 1980년 운영이 중단되면서 철거 위기에 놓인다. 하이라인을 구해낸 건 시민들이었다. 1999년 시민단체 ‘하이라인 친구들’이 결성됐고 10년간의 토론 끝에 고가철로 공원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강동진 경성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하이라인에 비하면 서울로는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노력과 시민의 참여가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며 “시 주도로 만들어진 서울로가 시민의 사랑을 받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서울로 개선을 위한 시민의 참여를 끌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강승현 byhuman@donga.com·김예윤·김배중 기자}

    • 2017-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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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텀블러 폭탄’ 피의자, 평소 모멸감 느껴 교수에 반감

    연세대 ‘텀블러 폭탄’ 사건의 피의자 김모 씨(25·기계공학과 대학원생)가 폭발물 사용 혐의로 15일 구속됐다. 김 씨는 스승인 김모 교수(47·기계공학과)로부터 논문 지도 등을 받는 과정에서 반감을 갖게 돼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서부지법 조미옥 영장전담부장판사는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도주할 염려가 있다”며 이날 오후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도착한 김 씨는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5월 13일부터 22일까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머물렀다. 전공 관련 단기연수 프로그램으로 같은 연구실 학생 2명과 함께였다. 김 씨는 출국하기 직전에 기사 검색을 통해 러시아 지하철 폭탄테러를 알았다. 그러나 경찰은 김 씨의 범행과 러시아 폭탄테러의 직접 연관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김 씨는 5월 말 논문 작성을 지도하는 김 교수로부터 크게 꾸중을 들은 뒤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씨는 평소에도 인격적인 모멸감을 느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김 씨의 일기장에는 ‘힘들다’는 표현이 곳곳에 적혀 있었다. 김 씨는 경찰에 “(교수에게) 겁을 주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살해 의도는 없었다는 것이다. 김 교수의 가혹 행위나 폭행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김 교수는 논문 작성 과정에 이견이 있어 교육적 의도로 대화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씨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경찰에 전했다. 텀블러 폭탄 사건을 계기로 대학 내 비뚤어진 사제관계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날 서강대에서는 대학원생을 위한 권리장전 선포식이 열렸다. 박종구 서강대 총장(64)은 “텀블러 폭탄 같은 안타까운 불상사를 막기 위한 예방적 조치”라고 밝혔다. 현재 연세대 등 전국대학원총학생회협의회 소속 14개 대학은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과 함께 대학원에 인권센터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률 입안을 추진 중이다.김예윤 yeah@donga.com·이호재·황성호 기자}

    • 2017-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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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한 형제자매도 건보 피부양자 인정해야”

    국가인권위원회는 이혼한 형제자매 또는 배우자의 계부모도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인정될 수 있도록 규칙을 개정하라고 보건복지부에 권고했다고 12일 밝혔다. 이 같은 권고는 2014년에 이어 이번이 다섯 번째다. 인권위에 따르면 김모 씨 등 18명은 “결혼하지 않은 형제자매는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가 될 수 있는데 혼인 경력이 있는 형제자매나 배우자의 계부모는 안 된다는 건 부당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이에 대해 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건강보험 적용 인구의 약 40%에 해당하는 2000만 명 이상이 보험료를 내지 않고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보험 급여 혜택을 받는다”며 “피부양자 대상을 최소화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요건은 가입자에 대한 생계 의존 여부와 보수, 소득의 유무”라며 “이혼하거나 사별한 형제자매를 해당 조건과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혼인 여부에 따른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또 가입자의 계부모만 피부양자로 인정하고 배우자의 계부모를 인정하지 않은 것 역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가족 형태의 차별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인권위는 2006년과 2014년 총 네 차례에 걸쳐 관련법의 제정·개정을 복지부에 권고한 바 있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 2017-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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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심원들도 분노했다… 악성블로거 징역 5년

    “억울해 말도 못하고 있다. 세상이 그만 다 보기 싫다.” 관정(冠廷) 이종환 삼영화학그룹 명예회장(93)은 지난해 “‘마음의 병’을 얻었다”며 지인에게 한탄했다. 한 남성의 근거 없는 비방 탓이다. 이모 씨(56)는 지난해 10월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가짜 기부천사 이 (명예)회장은 아침저녁 한두 시간씩 전자오르간을 치면서 일본군 군가 십여 곡을 부른다’ ‘일평생 외도와 부인, 자식을 폭행으로 군림한 대한민국의 가정폭력범 원조실체 공개’ 등 근거 없는 비방글을 올렸다. 이 명예회장의 지인은 9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온라인 비방 내용을 보고 명예회장이 ‘이렇게 얼토당토않은 소설을 쓰는 사람도 있다니 정말 처참하다’며 괴로워했다”고 전했다. 이 명예회장의 아들 이석준 삼영화학그룹 회장(63)도 “전부 다 각색하고 편집한 이야기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억울해했다. ‘기부왕’으로 알려진 이 명예회장은 1959년 삼영화학공업 주식회사를 설립해 50년 가까이 국내 석유합성수지 가공제품산업을 선도한 기업인이다. 2000년 10억 원을 출연해 장학재단을 설립한 뒤 지금까지 장학생 7000여 명을 지원하고 서울대 제2중앙도서관(관정도서관)을 건립하는 등 사재 1조 원을 사회에 환원했다. 이 명예회장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이 씨를 고소했다. 검찰은 이 씨를 기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김선일)는 이례적으로 징역 5년의 중형을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이번 재판에서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이 씨의 유죄를 인정했다. 이 씨는 이 명예회장의 종친이었다. 그는 “이 명예회장을 만난 적이 있다”며 20여 년 전의 행사 사진을 내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명예회장의 지인은 “명예회장이 여러 행사를 다니며 우연히 마주쳤을지 모르지만 그를 전혀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이 씨는 범행 이유에 대해 “공익적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 명예회장과의 직접 만남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법정에서 전직 국회의원이나 국립대 총장 등 유명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제시하며 인맥을 과시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 씨의 범행 동기와 의도, 시기, 글 내용 등 여러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보통 명예훼손 관련 피고인에게 집행유예나 3년 이하의 징역이 나오는 점을 감안하면 징역 5년은 이례적이다. 앞서 검찰도 이 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배심원 7명 중 5명이 검찰 구형보다 더 높은 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김예윤 yeah@donga.com·전주영·최지연 기자}

    • 2017-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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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와대는 가도, 애견카페엔 못가는 진돗개

    “진돗개는 사나워서 안 될 것 같아요.” 지난달 말 전북 전주시의 한 애견카페 직원은 안모 씨(21·여)의 애견을 바라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안 씨가 데려간 반려견은 1년 된 진돗개였다. “진돗개는 사고 날 가능성이 있어 애견카페 출입을 제한한다”는 말이었다. 결국 안 씨는 반려견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천연기념물 53호이고, 역대 대통령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퍼스트 도그’ 진돗개가 이처럼 대부분의 애견카페에선 찬밥 신세다. 영리하고 주인 말을 잘 따르지만 수렵 본능이 있어 다른 반려견에 비해 근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본보 취재 결과 서울지역 애견카페 21곳 중 14곳은 진돗개 입장을 단칼에 거절했다. 나머지 7곳 역시 성별과 나이, 중성화 여부 등을 따져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주로 암컷이나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어린 진돗개가 애견카페 입장에 성공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애견카페를 운영하는 이모 씨(39·여)는 “진돗개는 서열 경쟁이 심하고 사회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진돗개를 키우는 사람들은 이른바 ‘견(犬)종차별’이라며 불만이다. 대부분 애견카페가 맬러뮤트와 허스키 등 진돗개보다 큰 반려견의 입장은 허용하기 때문이다. 안 씨는 “현재 키우는 진돗개는 생후 한 달부터 애견카페에 다니며 다른 개와 노는 법을 배웠다”며 “이제껏 한 번도 다른 개를 문 적이 없다고 말했는데도 (애견카페 측은) 요지부동이었다”고 하소연했다. 차제남 전남 진도군 진도개사업소장은 “타고난 품성이 야생적인 건 있지만 지금은 어릴 때 사회화를 통해 인명구조견이 되기도 한다”며 “진돗개라고 무조건 거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 2017-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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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면허 10대 ‘카셰어링’ 사고 줄잇는데… 손놓은 당국

    2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의 4차로 도로에서 중학생 A 군(15) 등 10대 4명이 탄 승용차가 신호 대기 중인 광역버스를 들이받았다. 시속 70km로 달린 승용차 앞부분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됐다.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지만 다행히 A 군 등은 다치지 않았다. 버스 운전사와 승객 등 3명이 경상을 입었다. 6일 경찰 조사 결과 운전면허를 딸 수 없는 나이인 A 군이 엄마의 신상정보를 이용해 카셰어링(차량 대여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차량을 빌린 뒤 친구들과 한밤 질주를 벌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미성년자의 카셰어링 사고였다.○ 신분 확인 시스템 ‘맹점’ 여전 카셰어링 앱은 가입할 때 한 번만 인증과정을 거치면 이후에는 별도의 인증 절차가 없다. 미성년자가 성인의 아이디를 도용해도 차량을 빌리는 데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카셰어링 시스템의 맹점이다. 올 초부터 동아일보를 비롯해 여러 언론이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10대 청소년이 어른의 신상정보를 이용해 카셰어링 차량을 빌려 무면허 운전을 하다 자신은 물론이고 다른 운전자까지 위험에 빠뜨릴 우려가 크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무면허 청소년의 성인 아이디 도용 및 대여, 이로 인한 교통사고 발생이라는 패턴은 반복되고 있다. 단순히 엄마 아빠의 아이디를 잠시 가져다 쓰는 차원을 넘어 더 조직적, 집단적으로 카셰어링 서비스의 허점을 활용하기도 한다. 4월 인천에서는 휴대전화 고객 개인정보를 빼돌려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한 10대 9명이 적발됐다. 경찰에 따르면 휴대전화 대리점 아르바이트 경력이 있는 B 군(18)은 점주 C 씨(32)의 인터넷 메일함에 보관된 고객정보 수천 건을 이용해 카셰어링 차량을 빌렸다. 이들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빌린 차량은 109대. 이들은 차량을 빌린 뒤 이용료를 내지 않거나 교통사고를 낸 뒤 달아났다. 사고를 내 파손된 차량만 20대에 이른다. 그럼에도 카셰어링 업체의 서비스 가입 및 대여 절차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6일 오후 동아일보 취재진은 스마트폰으로 카셰어링 업체 앱을 내려받았다. 이후 이미 인증이 완료된 다른 사람의 계정으로 접속해 차량을 대여했다. 이용 시간을 정하고 지도에서 대여 장소를 지정한 뒤 요금 결제까지 걸린 시간은 1분 남짓. 차량 탑승 지점인 서울 서대문구 원룸 주택가로 가서 죄책감 없이 차량에 탑승할 수 있었다. 2월 본보 취재진이 시험해 본 대여 과정과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10대 무면허 렌터카 사고는 2012년 카셰어링 서비스가 도입되기 전까지는 한 해 평균 50건 정도였다. 그러나 2012년부터 2015년까지는 한 해 평균 86건이나 됐다.○ “징벌적 규제 나서야 할 때” 카셰어링 업계는 “아이디 도용 범죄를 저지르기로 마음먹은 10대 일부의 비행일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카셰어링은 무인시스템을 통해 편리하게 차량을 대여하게 고안된 것이 강점인 서비스”라며 “추가 신원확인 작업을 하기에는 비용이나 기술 측면에서 어려움이 따른다”고 주장했다. 이어 “별도의 단계가 생길수록 이를 유지하는 비용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며 비용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 같은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했음에도 업계가 효율성만 따지며 자체 개선을 하지 않는다면 외부의 강제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해당 업체에 10대 무면허 사고 발생 시 과징금을 매기는 등 징벌적 규제에 나선다면 업체들도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성낙문 한국교통연구원 종합교통본부장도 “지금처럼 아무 규제 없이 10대가 차량을 빌릴 수 있는 상황은 명백하게 문제”라며 “카셰어링에 대한 대중의 수요가 높아지는 만큼 정부도 상황을 방치하지 말고 규제 강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김배중 wanted@donga.com·김예윤 기자}

    • 2017-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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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신조일당 막다 순직한 故정종수 경사 흉상제막식

    “항상 초라하게 느껴져 마음이 아팠는데 늦게나마 이렇게 기릴 수 있게 돼 기분 좋습니다.” 고 정종수 경사(1935∼1968)의 장남 정창한 씨(61)는 행사 내내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그러나 흉상에 씌워진 흰 천을 잡아당겨 아버지 정 경사의 ‘모습’이 드러나자 울컥 입매가 일그러졌다. 서울지방경찰청은 5일 오전 종로구 청운동 자하문고개 현충시설에서 ‘1·21사태’ 때 북한 무장공비와 교전하다 숨진 정 경사를 추모하는 흉상 제막식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정 경사의 장남 정 씨를 비롯한 유족 8명과 김정훈 서울경찰청장, 김기현 대통령경호실 경비안전본부장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 흉상은 서울경찰청과 서울시재향경우회, 서울북부보훈지청이 함께 제작했다. 1968년 1월 21일 종로경찰서 순경이던 정 경사는 청와대를 습격하러 인왕산을 넘어온 북한 무장공비 31명을 저지하다 순직했다. 김신조를 비롯한 무장공비들은 현재의 청운실버센터 자리에서 경찰이 검문을 하려 하자 외투 속에 감춰둔 기관단총을 꺼내 난사했다. 총격을 받아 숨진 정 경사는 경사로 1계급 특진(지금은 순경 다음 계급이 경장이지만 당시엔 경사)돼 화랑무공훈장을 받았다. 당시 숨진 경찰은 종로경찰서장이던 최규식 경무관과 정 경사, 두 명뿐이다. 최 경무관의 동상은 1·21사태 1년 후인 1969년 세워졌다. 이날 정 경사의 흉상이 세워진 바로 옆이다. 장남 정 씨는 “같은 일을 하다 순직했는데 (고 최 경무관과 달리) 동상도 없고 초라해 어릴 땐 창피했고 커서는 마음이 아팠다”며 “늦게나마 당당하게 기릴 수 있게 해주신 경찰 및 보훈처 관계자분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정훈 서울경찰청장은 “이번 제막식을 계기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한 경찰관들이 합당한 예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 2017-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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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게 탄 수락산 곳곳에 담배꽁초

    주택가 인근에서 발생한 서울 노원구 수락산 화재는 축구장 5.5배 면적에 해당하는 3만9600m²의 숲을 태운 채 2일 오전 10시 50분경 진화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차량 64대, 2330명을 동원해 진화작업을 벌였다. 주민들로 구성된 의용소방대원 126명도 불이 나자마자 1시간도 안 돼 불끄기에 나섰다. 이들은 대부분 큰불에 놀라 저녁을 먹다가 뛰쳐나왔지만 이내 등짐펌프를 들고 밤을 꼬박 새우며 불을 꺼 ‘1등 공신’으로 꼽혔다. 수락산은 동아일보 취재진이 불과 24일 전 “등산로 곳곳에서 화재 위험 요인이 도사리고 있다”(5월 9일자 A12면 참조)고 지적한 곳이다. 불이 꺼진 뒤 그때 현장을 다시 돌아보니 진화장비가 약간 개선된 것 말고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4일 전 ‘위험 경고’ 때와 비슷 불이 처음 난 수락산 5분 능선 인근 등산로 부근에서 500m가량 떨어진 수락산 제4등산로. 지난달 8일 찾았을 때 담배꽁초가 곳곳에서 나뒹굴었다. 바싹 마른 낙엽은 살짝 밟아도 잘게 부스러질 정도였다. 바로 그 옆에 막 버린 듯한 담배꽁초가 있어 기자가 발로 비벼 껐다. 아찔했다. 등산로 주변 산불진화장비 보관함 상태도 엉망이었다. 보관함에는 빗자루 8개와 녹슨 삽 1개만 있었다. 보관함은 자물쇠로 잠겨 불이 나도 쓸 수조차 없는 기막힌 상황이었다. 2일 오후 다시 찾은 제4등산로 입구부터 ‘어김없이’ 담배꽁초 7개가 버려져 있었다. 올라가는 산길 곳곳에서 담배꽁초를 볼 수 있었다. 화재가 크게 번진 5분 능선 귀임봉(288m) 쪽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산불감시원은 보이지 않았다. 주민 임모 씨(80·여)는 “등산할 때마다 담배를 피우는 이들을 만나곤 하는데, 뭐라고 하면 싸움이 날까 봐 늘 참고 지나쳤다”고 말했다. 산림당국은 화재 원인을 입산자의 실화(失火)로 추정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산불감시원 산불진화장비 보관함은 일부 사정이 나아 보였다. 처음 찾았을 때 용도가 애매해 보였던 빗자루는 사라지고 삽 6개와 쇠갈퀴 4개가 있었다. 자물쇠도 채워져 있지 않아 누구든 꺼내 쓸 수 있었다. 노원구 관계자는 “동아일보 보도 직후 장비를 개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삽과 쇠갈퀴 정도로는 “잔불을 정리할 수 있을 뿐이지 큰불에는 별 효과가 없다”고 화재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번 산불이 화재 예방과 초기 진화를 담당하는 산불감시원의 배치와 운용에 문제가 있어 큰불로 번졌다는 지적도 있다. 산불감시원은 올해 산불 조심 기간인 봄철(1월 25일∼5월 31일)과 가을철(11월 1일∼12월 15일)에만 배치하도록 하고 있다. 조심 기간이 끝난 1일 산불감시원은 자취를 감췄고 바로 불이 났다. 수락산 인근 아파트 단지의 일부 주민은 산불감시원이 없어 불이 더 빨리 번졌다고 주장했다. 50대 남성 김모 씨는 “(1일) 근처 편의점에 앉아있던 초저녁에 산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봤다”며 “산불감시원도 없고, 초기 대응이 제대로 안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노원구 측은 산불감시원 활동 기간을 이달 말까지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달 취재진과 등산로를 함께 점검한 전주대 소방안전공학과 김동현 교수는 “당시 지적한 위험 요인만 제거했더라도 발화와 확산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예방 안 되는 불은 없다”고 말했다.김하경 whatsup@donga.com·김예윤·구특교 기자}

    • 2017-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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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터민 10명중 4명 “노동권 침해 당해도 참아”

    2007년 탈북한 새터민 A 씨(61·여)는 사회적응교육 후 인천의 한 호텔에 취직했다. 그의 역할은 주방 보조. A 씨는 매일 엄청난 양의 그릇을 씻고 옮겼다. 경사진 곳을 내려오다 넘어져 골절상을 입기도 했다. 하지만 일자리를 잃을까 아픈 내색도 못했다. 그렇게 일하고 받는 월급이 110만 원. 비슷한 일을 하는 동료들보다 40만 원가량 적었다. A 씨는 ‘내가 남한 사람보다 못한 게 있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1년, 2년이 지나도 차별은 달라지지 않았다. 몸도 마음도 다친 A 씨는 결국 6년을 버티다 일을 그만뒀다. 그는 “북한에서는 근로자 급수에 따라 정해진 급여를 주는 대로 받을 뿐”이라며 “남한에 최저임금이나 산재보험 제도가 있는지조차 몰랐다”고 말했다. A 씨처럼 직장생활 중 크고 작은 차별을 받는 새터민이 많다. 그러나 법에 보장된 근로자 권리를 제대로 몰라 피해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국회예산처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새터민 취업자의 월평균 임금은 154만6000원으로 일반 국민(229만7000원)의 67% 수준이다. 특히 평균 근속기간은 1년 4개월로 일반 국민(5년 8개월)보다 매우 짧다. 새터민들은 노동권을 침해당해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2015년 ‘북한이탈주민 노동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임금을 떼이거나 부당하게 해고당하는 등 노동권을 침해당했을 때 ‘참고 넘기는 등 해결한 적이 없다’고 응답한 새터민이 43.7%에 달했다. ‘고용부 등 공공기관의 도움으로 해결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7.7%에 그쳤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새터민들의 노동권 상담과 구제기능 강화를 고용노동부에 권고했다고 31일 밝혔다. 새터민 대상 고용센터 취업상담과정도 개선 및 활성화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또 거주지 보호기간 연장 사유를 확대하도록 통일부에 권고했다. 새터민은 거주지 보호 기간 중 취업에 성공해 임금을 저축하면 정부로부터 매월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저축 액수만큼 최대 50만 원의 지원금이 나온다. 거주지 보호 기간은 하나원 퇴소 후 5년이다. 지금은 입대나 출산으로 일할 수 없는 새터민만 보호 기간을 최대 2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인권위는 “몸이 아파 병원에 장기 입원하거나 필수적인 직업훈련을 받느라 취업하지 못한 경우도 거주지 보호 기간 연장 사유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남한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해 자립하는 새터민의 비율은 20∼30%에 불과하다”며 “건강이 좋지 않은 새터민이 많기 때문에 거주지 보호 기간 연장 대상자가 확대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최지연 lima@donga.com·김예윤 기자}

    • 2017-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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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권위, 학습지 교사·캐디 등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의 노동3권 보장 권고

    국가인권위원회는 학습지 교사와 골프장 캐디 등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의 노동3권 보장을 고용노동부에 권고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는 2007년에 이어 두 번째다. 인권위는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는 법률을 별도로 제정하거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개정해 이들을 근로자에 포함시킬 것을 고용부에 권고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특수형태 근로종사자는 보험모집인과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택배기사, 대리운전기사 등 9개 직종에 약 50만 명이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는 “이들은 개인사업자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타인의 사업을 위해 직접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얻은 수입을 받는다는 점에서 근로자와 거의 차이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사업주에 대한 종속성 정도와 경제적 종속성 측면에서 근로자와 유사하다고 판단해 헌법상 노동3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특수형태 근로종사자가 형식상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노동관계법상의 보호를 받지 못해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변경 또는 해지하거나 보수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에겐 산재보험도 적용되지 않는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 2017-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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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의용 “사드 철저히 재검토”… 방산비리 대대적 사정도 시사

    22일 국회를 방문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국회의장단 및 여야 지도부와 만나 대북정책,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 북핵 외교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정 실장은 임명 직후라는 점을 감안해 발언 수위를 조절하면서도 문재인 정부의 향후 통일외교안보 정책 방향을 직간접으로 제시했다. 정 실장은 자유한국당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을 만나 “국가안보실에서 국방 개혁, 사드 문제, 한미 동맹을 어떻게 강화할지에 대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려고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는 정 실장은 “사드 문제는 정치적으로 민감해서 철저히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사드 도입 과정의 절차적 문제점들은 결국 국회를 통해 해결돼야 하며 이 문제를 풀어가는 단계마다 국회와 상당히 긴밀하게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사드 배치 결정을 차기 정부로 넘길 것을 요구했고, 안보실에서 이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검토해 국회 비준을 받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정 실장은 또 국방 개혁과 관련해서 “국방 개혁의 가장 큰 목적은 우리 방위력 강화”이며 “방산비리가 (방위력 강화에) 하나의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그런 상황이 또 발생해서는 안 되겠다는 차원에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머지않아 방산비리에 대한 대대적 사정이 진행될 가능성을 내비치는 대목이다. 이는 문 대통령의 ‘적폐청산’ 기조와 일맥상통한다. 정 실장은 한일 위안부 협상과 관련해선 “문희상 일본 특사가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국내에서 상당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일본 측에 전달했는데, 그 문제에 대해 일본도 상당한 공감을 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합의 재협상에 무게를 둔 발언으로 보인다. 대북 정책에 대해선 대화를 추진하되 국제사회의 압박 기조를 존중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정부가 23일 대북 지원단체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대북 접촉을 승인하면 그동안 위축돼 온 남북 민간 교류가 급물살을 타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정 실장은 박주선 국회부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공조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남북관계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모색해 보겠다”고 강조했다.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정 실장은 “너무 앞서 간다”고 답했다. 정부는 우선 판문점 통신망 복원과 민간단체의 대북 교류를 통해 전면 단절된 남북 대화 채널을 복원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월 중단된 남북 간 통신선을 복원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역시 한국의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는 속내를 여러 차례 드러냈다. 남북 간 문화·스포츠 교류도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다음 달 24∼30일 전북 무주에서 열리는 2017 세계태권도연맹(WTF) 선수권대회에 34명으로 구성된 시범단을 파견하겠다고 19일 밝혔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남북 체육 교류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성하 zsh75@donga.com·김예윤 기자}

    • 2017-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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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 안고 태어난 아리, 건보혜택 못받아 10개월 병원비 3억

    “사랑해, 우리 딸.” 태어난 지 10개월 된 김아리(가명) 양의 손을 잡으며 엄마 김가연(가명·31) 씨가 속삭였다. 아리는 좋다는 듯 다리를 흔들며 한 손으로 엄마 검지를 꽉 쥐었다. 아리와 엄마가 기쁨을 나누는 유일한 방법이다. 11일 경기 안산시 고려대 안산병원에서 만난 아리와 김 씨는 안고 싶어도 안을 수가 없었다. 신생아 중환자실 침대에 누운 아리는 의료기기와 연결된 온갖 튜브로 고정돼 있기 때문. 배는 공기가 차 수박처럼 부풀었고 팔다리는 근육이 발달되지 않아 흐물흐물했다. 김 씨는 “아리가 태어나자마자 상태가 심각해 젖 한 번 못 물려본 게 한스럽다”고 말했다. 아리의 병력은 복잡하다. 아리는 엄마 배 속에서부터 다운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태어났을 땐 심장에 각각 지름 0.9cm 구멍이 두 개나 뚫려 있었다. 생후 5일 만에 위장 수술, 생후 1개월 때 심장 수술, 그 뒤에도 수술을 5번이나 받았다. 아리는 신체적 장애 이외에 ‘사회적 장애’까지 안고 태어났다. 몽골 출신인 부모가 불법 체류자라 미등록 이주아동이란 꼬리표를 달고 세상에 나온 것. 미등록 아동은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아리 가족은 병원비로 약 2억9500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 한국인이면 1800만 원만 내면 될 일이다.○ 병원비 갚으려면 한국 못 떠나 아리 부모는 2008년경 몽골에 있는 다른 두 딸을 잘 키워보려 합법적으로 한국에 왔다. 비자가 만료된 뒤 부부는 몽골로 떠나려 했지만 갑자기 아리가 생겼다. 아리가 다운증후군에 다른 기형도 있을 수 있다는 의사의 말에 부부는 몽골보다 의료기술이 발전한 한국을 떠날 수 없었다. 부부는 아이의 치료를 위해 한시 체류 비자를 받아 한국에 머물고 있다. 아리를 돕는 22개 단체의 도움으로 병원비 중 8500만 원은 갚았지만 2억1000만 원이 남았다. 고려대 안산병원 관계자는 “일반 의료수가로 따지면 병원비가 6억 원이 넘지만 외국인노동자센터와의 협약으로 가격이 할인됐다. 그래도 병원비가 너무 많이 남았다”며 안타까워했다. 하루하루 불어나는 병원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김 씨는 아리의 퇴원을 준비하고 있다. “병원을 나가면 아리가 죽을까 봐 두려워요. 집에 의료장비도 사놔야 하고, 감염을 막으려면 제가 잘 돌봐야 하는데 일을 어찌해야 할지….” 이주민 지원 단체들은 미등록 자녀의 비싼 병원비를 갚느라 한국을 떠나고 싶어도 못 떠나는 불법 체류자들이 많다고 설명한다. 이런 악순환을 막고 아동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한국에서 태어난 미등록 아이도 출생등록을 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황필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르면 국적에 관계없이 모든 아동이 출생 후 즉시 국가에 등록돼야 한다. 한국의 미등록 이주아동도 빨리 출생신고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속에 걸릴까 봐 두려운 병원 가는 길 미등록 베트남 근로자 위엔차미(가명·33) 씨는 지난해 여름 돌쟁이 아들 천하이량(가명·2) 군이 갑자기 40도까지 열이 오르고 계속 토하자 공포에 떨었다. 아이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미등록 아동이라 고액의 병원비를 부담해야 했다. 병원비야 나중에 갚으면 되지만 엄마는 무엇보다 병원에서 미등록자임이 드러날 게 걱정이었다. 누가 신고해 아이와 생이별을 하게 되면 아픈 아이는 누가 돌볼지 상상하기도 싫었다. 사흘이 지나도 고열이 계속되자 엄마는 두려움을 꾹 누르고 아이와 병원으로 향했다. 의사는 아이가 ‘급성 폐렴’이라고 했다. 사흘 입원비는 90만 원. ‘조금만 늦게 왔으면 아이를 영영 못 볼 뻔했다’는 의사의 말에 엄마는 가슴이 철렁했다. 이날 이후 1년이 지나도록 아이는 감기를 달고 산다. 아들이 아플 때마다 엄마는 주변에서 들려오는 위장 결혼 이야기에 솔깃해진다. “한국 남자와 위장 결혼하면 아이가 한국 국적을 갖게 되니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주변에서는 남자에게 2000만 원을 주고 결혼한다고 해요. 하지만 수시로 술집 외상값 갚아달라는 가짜 남편의 요구도 들어줘야 한대요.” 미등록 이주아동을 돕는 ‘아시아의 창 어린이집’ 배상윤 원장은 “이런 아이들은 간단한 치료 한 번을 받아도 2만 원 이상씩 든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도록 건강보험 혜택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열악한 환경에 배 속에서부터 아픈 아이들 미등록 이주여성들은 열악한 근무 환경이 아이들의 건강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설명한다. 필리핀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자슬린 양(7)의 몸무게는 또래 평균(23.8kg)에 훨씬 못 미치는 19kg이다. 엄마 마이린 씨(37)는 입이 짧고 늘 기운이 없는 딸을 보며 임신했을 때 근무했던 공장에서 맡은 강한 본드 냄새와 매캐한 먼지를 떠올린다.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다른 직원들과 똑같이 유해한 환경에서 일한 탓에 아이가 건강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자책한다. 김설이 남양주시 외국인복지센터 팀장은 “유해한 환경에서 안전 장비도 갖추지 않고 장시간 근무하는 미등록 임신부들은 본인과 아이가 모두 위험한 경우가 많다. 주변에서 조산이나 유산이 꽤 많이 일어난다”고 전했다.안산=노지원 zone@donga.com / 남양주=김예윤 / 군포=조은아 기자 ※장애로 고통받는 아리를 후원하고 싶다면…△사단법인 뷰티플하트(070-8832-0646·후원 계좌 우리은행 1005-502-272855·‘아리’라고 기부 대상 표기)△네이버 해피빈 모금()※다른 미등록 이주아동도 후원하고 싶다면…△경기시흥 아동보호전문기관(031-316-1391) △남양주시 외국인복지센터(031-594-5821) △아시아의 창 어린이집(031-429-7706) △안산글로벌청소년센터(031-599-1770) △외국인 이주노동자 인권을 위한 모임(02-749-6052) △이주노동희망센터(02-2039-2950) △이주민센터 친구(02-6406-7179)}

    • 2017-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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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모님 나라 미얀마와 우리나라 한국 둘의 문화를 섞은 음악 만들고 싶어”

    “부모님의 나라 미얀마와 우리나라 한국 문화를 섞은 멋진 음악을 만들 거예요.” 불법 체류자인 미얀마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조슈아 군(16)의 꿈은 한국을 빛내는 음악가가 되는 것이다. 13일 경기 안산의 한 복지센터에서 만난 조슈아는 한국과 미얀마의 선율을 접목해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곡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인도계 미국인 음악가 카슈미르처럼 되고 싶어요. 카슈미르는 부모님이 인도인이지만 미국에서 자라 인도와 미국의 분위기를 섞은 음악을 만들고 있거든요.” 조슈아는 올해 2년째 한 복지단체 장학금을 받아 실용음악학원에 다닌다. 이미 자작곡도 썼다. 그는 “자작곡이 5곡가량 되면 앨범을 내고 싶다. 몇 년 있으면 국적이 생길 테니 떳떳하게 알리고 다닐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하며 씩 웃었다. 조슈아의 부모는 2000년 전후 합법 비자로 한국에 들어왔다가 비자가 만료돼 버렸다. 그 후 태어난 조슈아는 미등록 아동이 됐다. 미등록자의 자녀는 한국에서 태어나도 출생신고나 국적 취득을 할 수 없는 법 때문이다. 조슈아 부모는 아들의 신분이 노출됐다가 붙잡힐까 두려워 한국은 물론이고 미얀마에도 출생신고를 못했다. 조슈아는 세상 어느 곳에서도 인정받지 못한 그림자 아이였던 것이다. 그러다 부모가 뒤늦게 한국 정부에 보낸 난민 신청이 받아들여져 조슈아의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 난민 가족으로 인정받은 조슈아는 합법적인 외국인등록증을 받았다. 성인이 되면 한국 국적을 취득할 기회도 얻는다. “4년 전 엄마가 내 손에 초록색 외국인등록증을 주던 날을 잊지 못해요. 그 전까진 남들보다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조슈아에게 꿈이 더욱 애틋한 이유는 합법 외국인으로 인정받기 전 거의 강제적으로 꿈을 포기한 기억 때문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조슈아는 3년 넘게 열정적으로 배웠던 태권도를 그만둬야 했다. 국기원에서 시행하는 태권도 승단시험을 보려면 주민등록번호가 필요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검은색 띠를 두르고 발차기 하는 형들처럼 될 수 없다’는 생각에 꿈을 접었다. 과거를 회상하던 조슈아는 이렇게 호소했다. “국적이 있느냐 없느냐가 우리의 꿈과 인생을 결정합니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친구들에게 기회를 주세요.”안산=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 2017-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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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짐승’으로 변한 새아빠… 추방 두려워 신고 못한 지은이

    베트남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초등학교 6학년생 이지은(가명) 양은 2년 전 엄마가 한국인 새아빠를 집에 들인 뒤부터 집을 자주 나갔다. 붙잡혀 오면 엄마에게 회초리로 매섭게 맞았지만 나가는 것이 더 나았다. 엄마가 일하러 나갈 때 새아빠는 짐승으로 변했다. 집에 아무도 없을 때만 노려 지은이를 성폭행했다. 지은이는 이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어릴 적부터 바깥일에 치인 엄마는 멀고 먼 존재였다. 지은이는 경찰에 신고할 생각도 했지만 추방될까 두려워 엄두를 못 냈다. 지은이처럼 미등록(불법 체류) 이주아동은 학대를 당해도 추방 공포 때문에 속으로 울 때가 많다. 미등록 이주아동 학대 피해 통계는 따로 집계되고 있지 않다. 하지만 학대를 당하는 다문화 및 외국인 아동 피해를 보면 그 증가세를 짐작할 수 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다문화 및 외국인 아동 피해 신고는 지난해 1217건으로 2013년(340건)의 3.6배였다.○ 맞아도, 버려져도 참아야 하는 아이들 네팔인 미등록 부부가 한국에서 낳은 아르케이(가명·2)군은 지난해 생후 13개월에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한 뒤 몸무게가 잘 늘지 않았다. 불안해진 엄마 미나(가명·39) 씨가 어느 날 어린이집에 가보니 “야, 빨리 밥 안 먹어”란 고함이 들렸다. 동시에 나온 아들의 울음소리가 미나 씨 마음을 찢었다. 안에 들어간 미나 씨 눈에 들어온 건 식은 국과 밥뿐인 아들의 밥상. 한국 아이들 상엔 달걀과 고기가 놓여 있었다. 미나 씨는 “내가 부탁을 하면 원장은 법과 규칙을 운운했다. 불법 체류자라 신고 못 할 걸 알고 당당하게 굴었다”고 말했다. 태어나자마자 버려지는 미등록 신생아들은 한국인 유기 영아들보다 훨씬 힘겨운 삶을 맞는다. 올해 1월 어느 날 오후 9시경 서울 영등포구 한 모텔에서 핏덩이 여자 신생아가 홀로 발견됐다.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이 아기 엉덩이에 딱딱하게 굳어 있는 대변을 떼어내자 아기가 날카롭게 울었다. 아기는 저체온증에 걸려 응급실로 이송됐다. 경찰 수사 결과 아기 엄마는 미등록 중국인이었다. 경찰은 엄마에게 딸을 중국으로 데려가 출생신고 하라고 권했지만 엄마는 “아기를 키울 수 없다”며 거부했고 최근 강제 출국됐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신수경 변호사는 “아이는 출생신고도 안 돼 보호소들을 전전하기 쉽다. 정부 지원금은 출생신고된 아동에게만 지급돼 보호소들이 예산상 입소시키기 어려워한다”고 말했다.○ 방황하다 자해 충동까지 느껴 아이들은 추방 공포로 인한 심리적 학대에도 시달린다. 방글라데시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미등록 아동 마히아 양(12)은 7세 때 외국인 복지센터에서 패닉에 빠졌다. 교사가 장난을 멈추게 하려고 “장난치면 경찰 아저씨가 잡아간다”고 말했던 것. 사색이 된 아이는 벌벌 떨며 울었다. 알고 보니 아이는 미등록자가 많은 한 공단에서 이웃 아저씨들이 출입국관리소에 거칠게 잡혀가는 모습을 여러 번 목격했다. 미등록 이주아동을 돌보는 ‘아시아의 창’ 어린이집의 배상윤 원장은 “인격 형성에 큰 영향을 주는 유년기에 아이들이 사랑을 받지 못하니 입소 아이들 중 30%가량은 발달이 느린 편이다.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도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아이들은 방황의 길을 걷는다. 중국인 미등록자 부모가 한국에서 낳은 A 군(14)은 초등학생 때 반에서 1등을 하고 반장을 한 모범생이었다. 하지만 엄마에 이어 아빠까지 중국으로 추방되며 한국에 홀로 남았다. A 군은 아빠와 살던 집에서 홀로 지내며 컴퓨터 게임과 성인비디오로 시간을 견뎠다. 반항심에 폭력적으로 변하다 보니 친구들과 멀어져 외톨이가 됐다. 인천 서구에서 기자와 만난 택시운전사 민승춘 씨(65)는 최근 한 모텔 앞에서 18세 태국계 소녀를 태웠다. 아이 얼굴은 붓고 까져 피가 흘렀다. 민 씨가 어찌된 일인지 묻자 아이는 서툰 한국어로 성매매 남성이 한 짓이라고 말했다. 경찰에 신고해 주겠다는 민 씨 말에 아이는 “불법 체류자라 안 된다”고 속삭였다. 은수연 안산글로벌청소년센터 과장은 “탈선하는 미등록 이주아동은 정서가 불안하고 자해 위험까지 있다. 아이들을 보호시설에 안정적으로 입소시킬 법이 생겨야 한다”고 설명했다.조은아 achim@donga.com / 인천=김예윤 / 노지원 기자}

    • 2017-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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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풍 탄 불덩이, 주택 33채 삼켜… “몸만 빠져나와 막막”

    “불이야 불, 일단 나와요 빨리!” 6일 오후 6시경 여느 토요일처럼 느긋하게 TV를 보며 쉬던 강원 강릉시 성산면 관음2리 주민들은 갑작스러운 외침에 깜짝 놀랐다. 밖으로 나온 주민들은 눈앞에서 불붙은 나뭇잎이 날아다니는 광경을 보고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대피했지만 지갑이나 귀중품도 챙기지 못한 채 몸만 빠져나온 사람이 수두룩했다. 이순희 씨(71·여)는 “큰 소리에 나왔더니 바람을 따라 여기저기로 옮겨붙는 불덩이가 보였다”며 “심장이 벌렁벌렁거렸다”고 말했다. 강릉 산불은 6일 오후 3시 27분경 성산면 어흘리 야산에서 시작됐다. 밤새 진화작업을 벌인 끝에 7일 오후 6시경 대부분의 불이 꺼졌다. 하지만 이날 오후 9시 25분경 최초 발화 지점에서 잔불이 살아나 근처 주민들에게 다시 대피령이 내려졌다. 이번 불로 7일 오후 11시 현재 강릉시 성산면과 홍제동 주택 33채(폐가 3채)와 산림 50ha가 불에 탔다. 하루 만에 이재민이 된 주민들은 무너져 내린 터를 황망한 표정으로 지켜볼 뿐이었다.○ 강릉 도심까지 덮친 화마의 공포 대형 산불이 많은 강원 지역이지만 이번 불길은 강풍이 화염을 시내까지 옮겨 주민들의 불안감을 더욱 키웠다. 6일 일몰 후에도 바람이 잠잠해지지 않으면서 불은 강릉시 중심가인 영동고속도로 강릉 나들목 인근 영동대 후문과 우미린아파트, 강릉시청 100m 인접까지 접근했다. 내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위해 공사 중인 선수촌 아파트 공사장 근처까지 불이 번졌다. 이번 산불로 소실된 주택 가운데 12채가 도심 인근에 위치했다. 강릉 시내 주민들은 유례없는 화재에 이틀 내내 공포에 떨었다. 우미린아파트 주민 우모 씨(54·여)는 “퇴근 당시 연기가 시야를 가리고 매캐한 냄새까지 풍겨 너무 무서웠다”며 “자녀들과 함께 도심 모텔로 대피했다가 밤에 바람이 잦아들어 귀가했다”고 당시 상황을 말했다. 온라인에선 ‘강릉 시내까지 불이 번졌다’는 가짜 뉴스까지 돌았다. 6일 밤늦게까지 불길이 잡히지 않자 긴급 대피령이 내려졌고 320여 명의 주민과 요양원 노인들이 긴급 대피소인 성산초등학교와 노인종합복지회관, 강릉초등학교 등으로 각각 대피했다. 강릉영동대 기숙사와 요양원에 머물던 사람들도 밤늦게 급히 긴급 대피소로 이동했다. 도심가에 인접한 강릉교도소에도 한때 긴장감이 흘렀다. 수용자들이 수감돼 있는 수용동과 20m 떨어진 소나무에 불이 붙어 한때 재소자 330여 명의 이감이 검토되기도 했다. 강원 춘천시, 영월군으로의 이감을 고려했지만 큰 불길이 잡히면서 취소됐다. ○ “가족사진 한 장도 건지지 못해” 하룻밤 사이에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은 망연자실했다. 전학표 씨(57)는 폐허가 된 집터를 바라보며 “30여 년 전 집 앞마당에서 결혼해 두 아들을 낳고 지금까지 살았는데 이젠 가족사진 한 장 남은 게 없다”고 낙담했다. 옆자리에 털썩 주저앉은 전 씨의 부인은 “이제 어디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할 뿐”이라며 억지로 눈물을 참아냈다. 송두헌 씨(84)도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알록달록한 꽃과 화분으로 화사했던 마당은 불에 그을려 시들어버린 꽃잎과 부서진 화분들만 나뒹굴고 있었다. 송 씨는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다”며 타 버린 집을 멍하니 쳐다볼 뿐이었다. 강릉시 홍제동의 한 시민은 흔적만 남은 집터에서 불에 그을린 족보를 정리하며 안타까워했다. 유동희 씨(78)와 이복동 씨(71·여) 부부도 6년생 애완견 ‘아롱이’밖에 데려오지 못했다. 강릉지역 한 온라인 맘카페에는 “관음리 화재로 집이 다 타버렸다. 생후 24일된 아들만 겨우 데리고 나왔다”며 챙겨 오지 못한 아이용품 지원을 요청하는 안타까운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 옷을 버리지 않으려고 구호물품에서 생리대를 꺼내 수유패드 대신 가슴에 대고 아기와 잠들려는데 자꾸 막막한 생각이 드네요”라고 열악한 상황을 설명하며 “혹시 안 입는 아이 옷이나 용품이 있다면 도움을 달라”고 부탁했다. 온라인에서는 이들을 돕겠다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삼척 산불은 진화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6일 오전 11시 42분경 삼척시 도계읍 점리에서 발생한 산불은 7일에도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까지 폐가 2채가 소실됐고 100ha 이상의 산림이 피해를 입었으며 점점 늘어나고 있다. 강릉과 삼척 산불 모두 입산자 실화가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날 경북 상주시 사벌면 덕가리 가막골 뒷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7일 오전 10시 반경 진화됐다. 이 불로 등산객 김모 씨(60·여)가 불길을 피하다 실족해 숨졌고 일행인 장모 씨(65) 등 2명이 부상을 입었다. 강풍과 건조한 날씨 탓에 한때 불길이 커지면서 사벌면 일대 123가구 215명이 6일 오후 6시 반경 대피했다가 다음 날 오전 귀가했다. 또 7일 오후 7시 10분경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포대가 배치된 경북 성주군 성주골프장 바로 옆 달마산(해발 680m)에서 불이 났으나 약 1시간 뒤 큰 불길이 잡혔다.강릉=김예윤 yeah@donga.com·정지영 / 상주=장영훈 기자}

    • 2017-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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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선 유세장 소음, 비행기 이륙 수준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광명 사거리에서 한 정당의 대선 유세가 펼쳐졌다. 후보는 없었지만 당 관계자와 선거운동원 수십 명이 모여 후보 이름과 구호를 외쳤다. 유세차량에 달린 확성기에서도 지지 호소가 이어졌다. 현장을 지나던 시민 중 일부는 소음 탓인지 귀를 막거나 인상을 찌푸렸다. “약속 장소에 왔는데 시끄러워서 전화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며 자리를 피하는 사람도 있었다. 같은 시간 이곳에서 170m가량 떨어진 곳에는 다른 정당의 유세차량도 서 있었다. 후보가 직접 나서서 거리를 돌며 시민들과 인사했다. 차량에서는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방송이 끝없이 되풀이됐다. 유세차량 주변에서는 바로 옆 사람의 목소리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두 정당의 선거운동이 비슷한 시간에 진행되면서 광명 사거리 일대는 ‘유세 소음’으로 가득 찼다. 두 곳의 소음도를 측정해보니 평균 85dB(데시벨)을 웃돌았다. 지지자가 연설할 때는 순간적으로 100dB에 육박했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 소리가 100dB 수준이다. 동아일보 취재진이 유세 현장 4곳을 점검한 결과 평균 소음이 85dB이었다. 이는 대형 버스가 내는 소음(90dB)에 육박하는 수치다. 일부 후보의 유세 현장에서 측정된 소음은 100dB이 넘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4일까지 경찰에 접수된 선거 소음 민원은 하루 평균 193건(총 3486건)에 달한다. 하지만 선거운동 소음이 아무리 심해도 법적으로 제지할 수가 없다. 공직선거법에 소음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에는 차량 확성기의 경우 오전 7시∼오후 10시에만 쓸 수 있도록 하는 등 시간과 장비에 대한 기준만 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는 낮 시간에 집회와 시위의 소음이 75dB을 넘지 못하게 하는 규정이 있지만 선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정당들도 역효과를 우려해 밤 유세나 주택가 유세는 알아서 자제하는 분위기다. 한 정당 관계자는 “민원이 많다 보니 선거 유세를 유동인구가 많은 곳 위주로 오후 8시에는 마무리하고 주택가 유세는 잘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조동욱 충북도립대 의료전자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80dB만 넘어도 불쾌감을 느끼고, 100dB이 넘으면 대화가 안 되는 수준”이라며 “선거 운동에도 적절한 소음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광명=황성호 hsh0330@donga.com / 김예윤 기자}

    • 2017-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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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가락 기호 인증샷’ 첫 허용… SNS 올리며 축제처럼 한 표

    “이러다 비행기 놓치는 것 아닌가 모르겠네요.”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 90m 가까이 늘어선 줄을 보며 사람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비행기 시간에 늦는 걸 걱정해서다. 하지만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다는 기대감이 커 보였다. 김재혁 씨(34)는 “오전 10시 35분 비행기인데 투표를 하기 위해 계획보다 더 일찍 왔다”며 “50분 기다렸지만 그래도 투표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웃었다. 사상 첫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4일 인천국제공항을 비롯한 전국의 투표소는 하루 종일 유권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투표 시작 전부터 줄을 서고 점심시간을 이용해 삼삼오오 투표소를 찾는 직장인도 많았다. 특히 이번 선거부터 손가락으로 기호를 표시하는 인증샷이 허용되면서 투표소 주변에서 ‘엄지 척’ ‘브이(V)’ 등 자유로운 손동작 포즈를 취하는 유권자가 많았다.○ 예상 뛰어넘은 사전 투표 열기 이날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한 새내기 유권자들의 마음은 ‘긴장 반 설렘 반’이었다. 이화여대에 다니는 박모 씨(21)는 “스마트폰에 ‘D데이’라고 표시하고 이날을 기다렸다”며 “첫 투표 때 은근히 떨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실제로 약간 긴장된다”고 말했다. 손등에 투표 도장을 찍은 박 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인증샷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현역 군인인 이모 씨(24)는 어머니와 함께 투표소를 찾았다. 그는 “3박 4일의 이등병 첫 휴가를 마치고 오후에 부대에 복귀하는데 기왕이면 투표를 하고 가려고 들렀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소방공무원으로 일하는 이상윤 씨(53)도 사전투표를 마쳤다. 선거가 치러지는 9일 24시간 근무할 예정이라 이날 부인, 자녀 2명과 함께 투표소를 찾았다. 그는 “차기 대통령은 소방관 경찰관 등 위험을 무릅쓰고 국민 안위를 위해 노력하는 분야에 더 배려했으면 한다”며 “우리 아이들도 아빠를 생각해 이런 약속을 가장 잘 지킬 인물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에 사는 전업주부 윤은경 씨(46)는 투표권이 없는 큰아들과 함께 투표소를 찾았다. 윤 씨는 “대통령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사람이 아니라 국민의 뜻에 따라 국정을 운영하는 심부름꾼이라는 사실을 새기길 바란다”며 “아들에게도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을 체험하게 하는 기회가 돼 뜻깊었다”고 설명했다. 가수 보아와 혜리, 방송인 유재석 등 연예인들도 사전 투표에 참가한 뒤 다양한 인증샷을 올렸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에게도 이날 사전투표는 뜻깊었다. 미수습자 중 단원고생 4명은 만약 살았다면 이번에 처음으로 대통령 선거에 참여했을 것이다. 전남 목포신항에서 5km 떨어진 북항동행정복지센터로 투표하러 가던 미수습자 조은화 양의 어머니 이금희 씨(48)가 “3년 전 살아 돌아왔다면 이번 대선에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했을 4명의 아이가 세월호 안에 아직도 갇혀 있다”며 “하루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해 달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읽자 같이 서 있던 가족들은 뒤돌아 눈물을 닦기도 했다. 이들은 차기 대통령에게 “미수습자 수습을 책임지겠다는 약속을 꼭 지켜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적폐 청산과 튼튼한 안보 모두 중요” 이날 사전투표를 마치고 나온 유권자 80명에게 물어본 결과 이들이 원하는 차기 대통령의 모습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빚어진 혼란스러운 정국을 수습하고 불안한 안보 이슈를 해결해 줄 후보였다. 또 구체적인 공약 외에 정직성과 신뢰감 등 TV토론을 통해 드러난 후보자의 개인적 자질을 선택의 이유로 꼽은 사람도 많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전 사저가 있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주민 정명철 씨(40)는 “보수 정권의 4대강 사업과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지켜보면서 마음이 돌아섰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에서 소규모 극단을 운영하는 정창석 씨(46)는 “블랙리스트로 고통과 불이익을 받은 수많은 동료들을 이해하고 문화예술계를 발전시킬 사람이 누구인지 고려했다”고 했다. 안보 이슈도 중요한 잣대였다. 이화여대 대학원에 다니는 민희정 씨(26)는 “개인적으로 국방 부문에 관심이 많아 안보관이 확실한 후보를 골랐다”고 했다. 자영업자인 김선희 씨(45)는 “사회 불안 요소를 없애고 안보를 굳건히 해 줄 후보를 찍었다”고 말했다. 청년 취업난도 화두였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난 박모 씨(54)는 “자녀가 20대인데 청년들이 취직을 못 하고 있는 게 가장 안타깝다”며 “최저임금 인상하고 사회복지 잘할 수 있는 후보를 뽑았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등 SNS에는 다양한 투표 인증샷과 투표 독려 메시지가 올라왔다. 투표 인증샷을 올리면 추첨을 통해 최대 500만 원을 주는 ‘국민투표로또’ 참여율도 뜨거웠다. 이날 오후 10시 30분 기준으로 참여 인원이 8만5000명을 넘었다.김하경 whatsup@donga.com·김예윤 / 목포=조윤경 기자}

    • 2017-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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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위법’이 된 후배들의 정년퇴직 선물

    서울대병원 소속 전현직 교수 18명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한꺼번에 적발됐다. 지난해 9월 청탁금지법 시행 후 단일 사건에 20명 가까이 연루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정년퇴직하는 교수에게 감사의 뜻으로 돈을 모아 고가의 골프채를 선물했다가 입건됐다. 국민권익위원회와 경찰은 이를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판단했다. 교수들은 관례에 따라 선의로 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700만 원짜리 ‘퇴직 선물’이 말썽 서울 혜화경찰서는 전 서울대 의대 교수 A 씨와 같은 과 후배 교수 등 총 18명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최근 검찰에 기소의견 송치했다고 25일 밝혔다. 올 2월 퇴직한 A 씨는 현직 때인 지난해 12월 2차례에 걸쳐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보라매병원 소속 후배 교수 17명으로부터 일본산 ‘마루망’ 골프 아이언 세트와 드라이버 1개를 받았다. 가격은 약 730만 원. 얼마 뒤 A 씨와 같은 병원에 근무하는 사람이 이 사실을 권익위에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사건을 이첩 받은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교수들은 퇴직 선물이 의대의 오랜 전통이라고 해명했다. 정년 퇴직하는 교수에게 후배 교수들이 돈을 걷어 선물을 한다는 것이다. 평소 월급에서 일정액을 조금씩 모으고 모자란 돈은 더 걷기도 한다는 것. A 씨에 앞서 정년퇴직한 교수들도 황금열쇠 등을 선물로 받았다고 한다. 이런 전례에 비춰 A 씨가 받은 선물이 비싼 편이 아니라는 게 교수들의 해명이다. A 씨의 후배 교수 17명은 골프채 선물을 위해 1인당 평균 50만 원 가까이 냈다. 선물을 주고받을 당시 A 씨는 “받아도 되는 것이냐”며 사양했다. 청탁금지법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배 교수들은 “청탁금지법 교육을 받았는데 핵심은 청탁과 대가성 등의 문제다. 설마 정년퇴직 선물까지 문제를 삼겠느냐”며 선물을 건넸다. A 씨는 “법에 저촉되는 것인 줄 알았으면 받지 않았을 것”이라며 “골프채 값에 해당하는 돈을 과 사무실에 돌려줬다”고 해명했다.○ 관례라도 100만 원 넘으면 위반 교수들은 관례라고 해명했지만 권익위와 경찰은 분명한 청탁금지법 위반이라는 의견이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등이 직무 관련성과 상관없이 1회에 100만 원을 넘는 선물을 받으면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고 있다. 100만 원 이하의 금품을 받았을 때는 직무 관련성이 있는 사람이 준 경우 받은 금품의 2∼5배에 이르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주는 사람, 받는 사람 모두에게 과태료와 형사처벌이 적용된다. 서울대 의대 교수였던 A 씨도 이에 해당한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퇴직 이전에 받았기 때문에 처벌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교수들이 A 씨가 퇴직한 2월 말 이후 선물을 줬으면 처벌을 피할 가능성이 높았다. 청탁금지법은 직무와 관계된 인물들이 주고받는 금품을 모두 대가성으로 본다. A 씨가 퇴직 후 별다른 일을 하지 않고 이때 선물을 줬으면 처벌 대상이 아닌 것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A 씨가 퇴직한 뒤 병원을 차리거나 병원과 관련된 일을 한 상태에서 금품이 오갔다면 이 역시 처벌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 처벌 수위에 관심 앞으로 이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면 기소 여부가 결정된다. 이들이 재판에 넘겨져 유죄가 확정될 경우 처벌 수위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존의 청탁금지법 위반 사례와는 성격과 규모가 다르기 때문이다. 청탁금지법을 위반하면 최고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낼 수 있다. 권익위 관계자는 “이번과 같은 사건은 처음 있는 일이라 추후 법원의 판결을 봐야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건 관계자들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며 기다리겠지만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정년퇴직 선물에도 적용되는 청탁금지법이 가혹하다는 것이다. A 씨와 후배 교수들은 경찰 조사 이후 연락도 뜸해진 상태라고 한다. A 씨는 “내가 잘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정서에 제자이기도 한 후배들이 정년퇴직 선물을 주는 일에까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은 법원의 판단을 지켜보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교수들이 순수한 취지로 한 일이지만 법원의 판결에 따라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황성호 hsh0330@donga.com·김예윤·구특교 기자}

    • 2017-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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