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게 탄 수락산 곳곳에 담배꽁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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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한달전 경고현장 다시 가보니

“꺼진 불도 다시 한번” 잔불 처리하는 소방관 2일 오전 9시 반 산림 3만9600㎡가 불에 탄 서울 노원구 수락산에서 소방관이 잔불을 처리하기 위해 물을 뿌리고 있다. 불은 이날 오전 10시 50분경 완전히 꺼졌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꺼진 불도 다시 한번” 잔불 처리하는 소방관 2일 오전 9시 반 산림 3만9600㎡가 불에 탄 서울 노원구 수락산에서 소방관이 잔불을 처리하기 위해 물을 뿌리고 있다. 불은 이날 오전 10시 50분경 완전히 꺼졌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주택가 인근에서 발생한 서울 노원구 수락산 화재는 축구장 5.5배 면적에 해당하는 3만9600m²의 숲을 태운 채 2일 오전 10시 50분경 진화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차량 64대, 2330명을 동원해 진화작업을 벌였다. 주민들로 구성된 의용소방대원 126명도 불이 나자마자 1시간도 안 돼 불끄기에 나섰다. 이들은 대부분 큰불에 놀라 저녁을 먹다가 뛰쳐나왔지만 이내 등짐펌프를 들고 밤을 꼬박 새우며 불을 꺼 ‘1등 공신’으로 꼽혔다.

수락산은 동아일보 취재진이 불과 24일 전 “등산로 곳곳에서 화재 위험 요인이 도사리고 있다”(5월 9일자 A12면 참조)고 지적한 곳이다. 불이 꺼진 뒤 그때 현장을 다시 돌아보니 진화장비가 약간 개선된 것 말고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 24일 전 ‘위험 경고’ 때와 비슷

불이 처음 난 수락산 5분 능선 인근 등산로 부근에서 500m가량 떨어진 수락산 제4등산로. 지난달 8일 찾았을 때 담배꽁초가 곳곳에서 나뒹굴었다. 바싹 마른 낙엽은 살짝 밟아도 잘게 부스러질 정도였다. 바로 그 옆에 막 버린 듯한 담배꽁초가 있어 기자가 발로 비벼 껐다. 아찔했다. 등산로 주변 산불진화장비 보관함 상태도 엉망이었다. 보관함에는 빗자루 8개와 녹슨 삽 1개만 있었다. 보관함은 자물쇠로 잠겨 불이 나도 쓸 수조차 없는 기막힌 상황이었다.

2일 오후 다시 찾은 제4등산로 입구부터 ‘어김없이’ 담배꽁초 7개가 버려져 있었다. 올라가는 산길 곳곳에서 담배꽁초를 볼 수 있었다. 화재가 크게 번진 5분 능선 귀임봉(288m) 쪽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산불감시원은 보이지 않았다. 주민 임모 씨(80·여)는 “등산할 때마다 담배를 피우는 이들을 만나곤 하는데, 뭐라고 하면 싸움이 날까 봐 늘 참고 지나쳤다”고 말했다. 산림당국은 화재 원인을 입산자의 실화(失火)로 추정하고 있다.

○ 보이지 않는 산불감시원

산불진화장비 보관함은 일부 사정이 나아 보였다. 처음 찾았을 때 용도가 애매해 보였던 빗자루는 사라지고 삽 6개와 쇠갈퀴 4개가 있었다. 자물쇠도 채워져 있지 않아 누구든 꺼내 쓸 수 있었다. 노원구 관계자는 “동아일보 보도 직후 장비를 개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삽과 쇠갈퀴 정도로는 “잔불을 정리할 수 있을 뿐이지 큰불에는 별 효과가 없다”고 화재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번 산불이 화재 예방과 초기 진화를 담당하는 산불감시원의 배치와 운용에 문제가 있어 큰불로 번졌다는 지적도 있다. 산불감시원은 올해 산불 조심 기간인 봄철(1월 25일∼5월 31일)과 가을철(11월 1일∼12월 15일)에만 배치하도록 하고 있다. 조심 기간이 끝난 1일 산불감시원은 자취를 감췄고 바로 불이 났다.

수락산 인근 아파트 단지의 일부 주민은 산불감시원이 없어 불이 더 빨리 번졌다고 주장했다. 50대 남성 김모 씨는 “(1일) 근처 편의점에 앉아있던 초저녁에 산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봤다”며 “산불감시원도 없고, 초기 대응이 제대로 안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노원구 측은 산불감시원 활동 기간을 이달 말까지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달 취재진과 등산로를 함께 점검한 전주대 소방안전공학과 김동현 교수는 “당시 지적한 위험 요인만 제거했더라도 발화와 확산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예방 안 되는 불은 없다”고 말했다.

김하경 whatsup@donga.com·김예윤·구특교 기자
#수락산#화재#담배꽁초#산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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