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아침을 든든히 챙겨 먹었다. 웬만한 강추위가 아니면 잘 꺼내 입지 않던 내복도 입고 겉옷 역시 점퍼까지 네 겹을 껴입는 ‘중무장’을 했다. 20일 오전 9시경 연평도에 주민 대피령이 떨어지고, 곧이어 주민 대피방송이 흘러나오자 기자는 현지 대피 상황을 취재한 뒤 숙소로 쓰던 민박집에서 가장 가까운 송신탑 옆 대피소로 뛰어 들어갔다. 입구에서 인원 파악을 하던 군인들이 “대피호가 무너질 때는 가운데 천장부터 무너지니 벽 쪽으로 최대한 붙어 앉아야 한다”고 주의를 줬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연습’이 아니라 ‘실제 상황’이라는 사실이 뼛속까지 전해졌다.○ 좁고 추운 대피소 흰색으로 칠한 철근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대피소는 26.4m²(약 8평) 남짓한 넓이였다. 어른 20명이 다리를 뻗고 눕기에도 버거운 공간에 어른 38명이 모였다. 모두가 벽에 둘러앉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바닥에는 두께 10cm 정도의 플라스틱 발판을 깔고 그 위에 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를 막아줄 스티로폼을 놓았다. 하지만 스티로폼이 깔린 면적은 대피소 전체의 절반 정도. 구호품으로 준비된 선풍기형 전열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갔지만 한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찬 공기는 천장에 뚫려 있는 통풍구에서도 계속 들어왔다. 주민 이기옥 씨(50·여)가 실내의 찬 공기를 덥히기 위해 주전자에 물을 끓였다. 내친김에 컵라면을 뜯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휴대용 가스레인지가 3개뿐이어서 38명이 라면 하나씩을 받아 드는 데는 30분이 넘게 걸렸다. 소방관들이 “컵라면이 아니라 바로 먹을 수 있는 빵 같은 음식을 갖다 놓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자식들이 우리 걱정을 할 텐데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아 답답했다”며 “구조요청 등 비상상황에 대비한 전화기라도 한 대 설치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94분, 극도의 긴장감대피소에 들어온 지 3시간이 지나자 긴장감보다는 답답함이 더 느껴졌다. 노인들은 담요를 머리끝까지 덮고 잠을 청하기 시작했다. 대피령이 발령된 지 4시간 55분이 지난 오후 1시 55분, 지금까지 대피호 밖을 경계하던 하사관 두 명이 대피소로 들어온 뒤 무거운 철문을 닫았다. “잠시 후 사격이 실시됩니다.”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생각을 안 하려고 해도 머릿속에는 ‘북한이 또 포를 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자꾸 떠올랐다. “쿵.” 크진 않지만 폭발음은 뚜렷했다. 오후 2시 반. 사람들이 숨 죽인 채 포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가운데 3발의 포성이 추가로 들렸다. 이후 30여 분이 지나 포성이 다시 귀청을 때렸다. “또 쐈다.” “이번엔 여러 대가 쏜 모양이네. 소리도 크고 진동도 느껴져.” 1, 2분 간격으로 쿵 쿵 소리가 들릴 때마다 누군가가 한두 마디씩 덧붙였다. 1시간 동안 이어진 포 소리는 오후 3시 반이 되면서 그쳤다. 하지만 누군가 “끝난 모양이다”라고 말하기 무섭게 ‘두두두’ 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벌컨포 사격이었다. 대피소에서 더 이상 포격 소리가 들리지 않은 때는 오후 4시가 조금 넘었을 무렵. 무전을 받고 밖으로 나간 하사관 한 명이 종이 한 장을 들고 왔다. 그 종이에는 “오후 4시 4분 사격훈련 종료”라고 쓰여 있었다. 긴장감은 한순간에 풀어졌다. 여기저기서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하사관들은 “언제 내보내 줄 거냐”는 주민들의 재촉에 시달리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오후 6시 반. 드디어 군인들이 철문을 활짝 열었다. “혹시 돌발 상황이 생기면 즉시 돌아오셔야 합니다”라고 큰 목소리로 당부하면서 주민들을 돌려보냈다.연평도=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20일 오후 2시 30분 연평도 대피소에 피신해 있던 주민과 취재진들이 멀리서 ‘쿵’ 하는 소리를 듣고는 잠시 웅성거렸다. 해병대 연평부대의 해상 사격훈련이 비로소 시작됐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첫 포격 소리는 작았지만 사격이 계속될수록 또렷하게 들렸다. 포격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릴 때 일부 주민은 “진동이 느껴진다”며 마른침을 삼켰다. 연평도 해병부대의 해상 포사격훈련이 이날 오후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연평도에는 극도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에 앞서 오전 연평도에는 1m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의 짙은 안개가 끼어 “오늘 사격훈련이 어려울 것 같다”는 관측도 일부에서 나왔다. 하지만 군은 오전 7시 20분경 인천해양경찰서 연평출장소에 ‘어선 조업 불가’를 통보하면서 사격훈련을 위한 사전준비를 예정대로 진행했다. 이어 면사무소는 오전 8시 7분 “곧 사격훈련이 있을 예정이니 대피를 준비하라”는 방송을 내보냈다. ○ 긴장한 주민들 아침 일찍 대피 “주민들은 군경 안내에 따라 신속히 가까운 대피소로 이동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날 오전 9시 6분 사격훈련이 곧 있을 예정이니 대피소로 즉각 대피하라는 면사무소 방송이 흘러나왔다. 주민 102명과 관공서 직원, 복구인력, 취재진 등 총 292명은 이날 10시 20분까지 대연평 12곳, 소연평 1곳 등 13곳의 대피시설로 몸을 숨겼다. 대피소 입구에는 군인과 경찰 등이 배치돼 출입을 통제했다. 섬에 남아있던 민간인들이 모두 대피하자 섬은 일순간 고요한 적막에 휩싸였다. 마을에 남아 있는 개들이 간간이 짓는 소리가 적막을 뚫고 멀리 퍼져나갔다. 대피소에 모인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려는 모습이었다. KT 송전탑 옆 대피소에는 39명이 몸을 피했다. 강신옥 씨(82)는 “포를 또 쏜다고 하니 겁이 나서 일찍 피신했다”며 “(대피소가) 춥고 어두침침해 불편하지만 훈련이 잘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은 급히 대피하면서 미처 두꺼운 옷을 준비하지 못한 탓에 대피소의 낮은 기온에 몸을 떨기도 했다. 하지만 연평도에 짙게 깔린 안개가 걷힐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사격훈련은 계속 연기됐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대연평 12곳의 대피소를 돌며 “기상 상황으로 훈련 시작 시간이 늦춰지고 있으나 오늘 반드시 사격훈련을 실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방관들과 면사무소 직원들은 사격훈련이 오후로 연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비상상황이 길어질 것에 대비해 대피소에 난로를 추가로 설치하고, 음식물 반입을 늘렸다. 송전탑 앞 대피소에 피신한 주민들은 미리 싸온 과일과 즉석밥, 구호식품 등을 나눠 먹으며 ‘폭풍 전야’의 긴장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 애쓰는 분위기였다. ○ 사격훈련 돌입에 대피소는 ‘침묵 모드’ 면사무소는 낮 12시 반경 “혹시 밖으로 나온 주민이 있다면 즉시 대피소로 피신하라”는 방송을 다시 내보냈다. 오후 1시 55분경 대피소 입구를 지키던 군인들이 “잠시 후 사격훈련이 실시될 예정”이라고 설명한 뒤 오후 2시 7분부터 대피소 철문을 굳게 닫고 출입통제에 들어갔다. 철문이 굳게 닫히자 그전까지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며 긴장을 녹이던 주민들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몸을 담요에 파묻거나 고개를 푹 숙이는 등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오후 2시 30분 드디어 연평부대의 해상 사격훈련이 시작되자 주민들 사이에는 “아! 드디어 시작했구나!” 하는 탄성이 새어 나왔다. 일부 주민은 “포격 소리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 같다”며 “이러다 또 북한의 대응사격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며 몸을 떨었다. 연평교회 송중섭 목사는 “어차피 훈련을 할 거라면 빨리 지나가야지, 계속 연기가 되니까 오히려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빨리하고 끝나는 게 차라리 마음 편할 것 같다”면서 주민들을 다독였다.○ 훈련 끝나고도 2시간 넘게 ‘대기’ 간헐적으로 이어지던 자주포 소리가 오후 3시 반경부터 요란한 벌컨포 소리로 바뀌었다. 이후 연평도 하늘에 포성이 멈춘 시간은 34분이 더 지난 오후 4시 4분이었다. 주민들은 군을 통해 “사격훈련이 완전히 끝났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군은 훈련이 종료된 뒤에도 주민 대피령을 계속 유지했다. 현장에 파견된 합참 관계자는 대피소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북한의 도발 징후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조금만 더 참아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주민들을 설득했다. 해가 완전히 진 오후 6시 30분 주민 대피령이 해제되면서 대피소의 육중한 철문은 다시 열렸다. 대피소 경계임무를 서던 해병대원들은 “혹시라도 비상상황이 다시 발생하면 즉각 대피소로 다시 피신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긴장과 추위에 몸을 웅크렸던 주민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집으로 느린 발걸음을 옮겼다. 지친 표정의 이유성 씨(83)는 “이런 경험은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연평도가 다시 평화로운 마을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힘겹게 말했다.연평도=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한국군의 해상 사격훈련이 이르면 20일 실시될 예정인 가운데 19일 연평도에는 주민 100명과 취재진 72명에 대한 대피작전 점검이 분주하게 이뤄졌다. 신속한 대피를 위해 군은 취재진 등 외부인 명단을, 면사무소는 섬에 남아 있는 주민 명단을 각각 확보한 상태. 군은 사격훈련이 이뤄지는 당일 모든 민간인의 대피소 피신을 확인한 다음 사격훈련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북 도발 없어도 최대 24시간 이상 대피해야 ‘연평도 민간인 대피작전’은 사격훈련 3시간 전 면사무소 방송장비를 통해 사이렌을 울리고 “사격훈련이 임박했으니 가까운 대피소로 대피하라”는 방송을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주민들은 대부분 집 근처 ‘권장 대피소’로 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군은 대연평 12곳, 소연평 1곳의 대피소에 각각 군인 2명씩을 배치해 주민들의 대피를 돕고, 매시간 대피 현황을 파악하기로 했다. 예정된 사격훈련 개시 1시간 전까지 대피하지 않은 주민이나 기자가 있을 경우 면사무소나 군부대에서 이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현재 위치를 확인하고 가까운 대피소로 대피할 것을 종용할 예정이다. 이 통화 내용은 모두 녹음된다. “대피 권유를 끝까지 듣지 않은 민간인의 신상에 문제가 생길 경우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민간인이 전원 대피하면 예정대로 해상 사격훈련이 실시된다. 군은 사격훈련의 세부사항은 밝히지 않았으나 실사격은 1시간가량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대피소로 피신한 주민들은 사격훈련이 끝나도 곧바로 대피소에서 나올 수 없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북한의 특이동향을 파악하고 각종 안전요소에 대한 점검이 끝날 때까지는 대피작전을 종료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사격훈련 때 북한의 직접적인 도발이 없더라도 최소 3시간에서 최장 24시간 이상 대피소에 머물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주민들 “두렵지만 무사히 끝나길” 우리 군의 사격훈련은 20일 오전 실시될 것으로 보이고, 북한군도 보복 타격을 공언하면서 연평도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19일 오후 2시 여객선을 타고 인천으로 떠나기도 했다. 주민 이춘녀 씨(83·여)는 “또다시 지난번(북한군의 포격 도발) 같은 무서운 일을 겪고 싶지 않다”며 “사격훈련이 끝나면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연평교회 송중섭 목사(44)도 이날 부인과 7세, 3세인 두 아들을 여객선에 태워 보냈다. 그는 “지난달 23일 북한군의 포격 도발 당시 충격을 받은 아들이 사격훈련이 시작된다는 뉴스를 보고 많이 겁을 내 며칠간 육지로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까지 섬에 남은 주민은 100명으로 하루 전보다 3명 늘었다. 인천 찜질방 생활을 견디지 못한 노인들이 주로 섬으로 돌아왔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소방본부 앰뷸런스 도움을 받아 집으로 돌아간 송납재 씨(83·여)는 “우리 집이 여기 있는데 어디 가서 살겠느냐”며 “사격훈련 때문에 무섭긴 하지만 이제 인천으로 돌아가지 않고 여기서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 연평도에 남은 주민들은 사격훈련이 무사히 끝나고, 동네 주민들도 다시 돌아와 예전의 섬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민 김정희 씨(45)는 “섬 복구 작업을 서둘러 마을이 다시 활기를 찾았으면 한다”고 했다. 이기옥 씨(50·여)는 “사격훈련을 반드시 실시해 우리 군이 연평도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을 북한에 알려줘야 한다”며 “힘이 있어야 평화도 지켜지지 않겠느냐”고 했다.연평도=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그날(북한의 포격 도발이 있었던 지난달 23일) 이후로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있는데 (북한이) 또 겁을 주니 어떻게 안 무섭겠어요.” 북한의 기습적인 포격으로 큰 피해를 본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 17일 만난 한 주민은 북한이 “연평도에서 사격훈련을 하면 제2, 제3의 타격을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는 소식을 듣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우리 군이 북한의 포격 도발 이후 중지한 사격훈련을 다시 시작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 하루 만에 북한이 ‘협박’을 가하자 연평도 주민들은 크게 동요하는 모습이다. 뉴스를 지켜보던 한 주민이 “설마 정말 대응사격을 하진 않겠지”라고 말하자 옆에서 함께 있던 다른 주민들이 “민가도 공격했는데 못 할 리가 없다”, “안일하게 생각하다 또 앉아서 당하려고 그러느냐”고 반박했다. 일부 주민은 사격훈련을 앞두고 군사차량이 수시로 마을에 나타나는 등 군의 움직임이 긴박해진 것을 보고 “사격훈련을 정말로 또 하는 모양”이라고 불안해했다. 반면 김동원 씨(51) 등 일부 주민들은 “이번 기회에 우리 군의 힘을 보여주고 다시는 북한이 도발을 못 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격훈련 소식이 전해지면서 입도 주민의 증가 추세는 꺾였다. 17일 인천 연안부두를 출발한 여객선으로 주민 29명이 연평도에 돌아왔지만 섬에 남아 있던 주민 29명이 사격훈련 재개 소식을 듣고 섬을 빠져나갔다. 연평도 체류 주민은 전날과 같은 116명을 유지했다. 다만, 주민들은 긴장되는 상황에서도 생업을 포기할 수는 없다며 하던 일을 계속 하는 모습을 보였다. 식당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사격훈련을 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꽃게 냉동고와 한파로 언 수도관 등을 정비하기 위해 16일 섬으로 돌아왔다”며 “다소 불안하긴 하지만 앞으로는 인천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추위로 연평도 곳곳에서 수도관이 동파돼 주민들이 생활용수를 사용하지 못하는 등 불편을 겪었다. 최근 섬으로 돌아온 일부 주민들은 오랫동안 관리하지 않은 보일러가 고장 나 전기담요 등으로 간신히 추위를 피하기도 했다. 연평면사무소는 사격훈련에 대비해 17일까지 대연평 12곳, 소연평 1곳의 방공호 상태를 점검하고 수량이 부족하거나 못 쓰게 된 구급약품, 생수, 담요, 난방기구 등을 교체·정비했다. 외국 주요 언론의 취재진은 이번 사격훈련 재개에 따른 남북한 대치 상황을 전 세계로 타전하기 위해 속속 연평도로 몰려들었다. 연평도=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군이 18∼21일에 연평도 서남쪽 해역에서 해상사격훈련을 실시하기로 하자 연평도 주민들은 “우리 군의 훈련은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북한의 추가 도발을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인천 중구 임시숙소에서 머무르고 있는 연평도 피란민 최율 씨(53)는 “서해 북방한계선 남쪽 우리 해역의 방어를 위해 오래전부터 주기적으로 실시해온 통상적인 훈련인데 당연히 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북한이 이를 핑계로 도발한다면 이번에는 정말 단호하게 응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광춘 씨(48)도 “우리 군이 정당한 훈련을 공개적으로 하면서 북한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며 “유엔사 회원국 대표들이 훈련을 참관한다고 하니 별일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훈련 재개 소식에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던 김순옥 씨(55·여)는 “북한이 다시 연평도에 포격 도발을 감행하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며 “피란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은 슬픔을 겨우 달래 가고 있는데, 이번 사격훈련으로 아무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6일 현재 연평도에 남아있는 주민 116명은 사격훈련 재개 소식에도 동요하는 모습은 없었다. 주민 이기옥 씨(50·여)는 “군에 꼭 필요한 훈련이니 오랜 시간 생각해서 결정하지 않았겠느냐”며 “주민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준비를 잘했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북의 추가 도발이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어민들은 생업을 포기할 수 없다며 연평도를 떠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삼성호 선장 서경원 씨(31)는 “훈련기간 바다에 못 나가는 점은 아쉽지만 그렇다고 불안한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했다. 아내가 남아있던 집에 포탄이 떨어지는 아찔한 경험을 했던 정창권 연평우체국장도 “사격 훈련 재개와 상관없이 섬에서 계속 업무를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연평면사무소 관계자는 “가능하면 사격훈련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주민 대부분의 바람”이라며 “주말경 인천에서 많은 주민들이 돌아올 것이라는 소식이 있었는데 사격훈련 때문에 입도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자유북한운동연합과 북한인민해방전선 소속 탈북자들은 17일 연평도에서 북한의 포격 도발을 규탄하는 내용의 대북 전단 20만 장과 동영상 DVD 500장, 1달러 지폐 1000장을 풍선에 매달아 북으로 날려 보낼 예정이다.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부장 김주원)는 15일 회삿돈 272억 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한솔제지 재무팀장 신모 상무(47)를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신 상무는 빼돌린 회삿돈으로 주가 조작에 개입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한 사채업자의 주가 조작 사건을 수사하던 중 신 씨가 공금을 횡령한 정황이 포착돼 13일 긴급체포해 15일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고 설명했다. 한솔제지는 이날 “회사 임원이 272억 원을 횡령한 혐의가 발생했다”며 “구체적인 혐의 사실, 회사에 대한 정확한 피해 금액은 확인 중”이라고 공시했다.}

배용준이 열연한 드라마 촬영지로 해외에도 널리 알려진 관광지 남이섬이 아시아 최초로 ‘유니세프 어린이 친화공원(UNICEF Child Friendly Park)’으로 지정된다. 유니세프는 15일 강원 춘천시 남산면 방하리 남이섬에서 인증식을 열고 어린이 친화공원으로 지정한다고 14일 밝혔다. 유니세프 어린이 친화공원·도시는 어린이를 위한 정책과 시설 등을 갖추고 ‘어린이는 단순한 보호 대상이 아닌 존엄성과 권리를 가진 주체’라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준수하는 도시나 장소 등이 지정된다. 한국은 세계에서 14번째로 어린이 친화공원을 갖게 됐다. 유니세프 측은 “남이섬은 매년 ‘어린이 세계 책나라 축제’를 열고 저개발 국가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수익사업을 운영하는 등 2004년부터 유니세프의 어린이 관련 사업에 꾸준히 동참해 온 점이 높이 평가됐다”고 설명했다. 남이섬은 어린이 친화공원 지정과 동시에 어린이 보호를 위한 각종 정책을 강화할 예정이다. 내년 4월 1일부터는 섬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집연 시설을 갖춘 별도의 흡연실을 마련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사람이 많은 선착장 등에서만 금연을 권고하는 수준이었다. 남이섬으로 들어가는 유람선도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이 우선적으로 탈 수 있도록 배려한다. 그 외에도 실외에는 친환경 소재로 만든 놀이기구나 수영장이 있는 놀이터를, 실내에는 부모들이 경관을 즐기는 동안 어린이들이 놀 수 있는 탁아형 놀이터를 각각 설치할 예정이다. 주식회사남이섬 이광수 정책사업실 팀장은 “어린이들이 볼 수 있는 책을 갖춘 도서관인 ‘안데르센홀’을 내년 봄에 개관하고 조형공원 등도 꾸밀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동은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은 “한국은 현재 유니세프위원회 36개국 중 10번째로 많은 지원을 하고 있는 선진국”이라며 “어린이들이 지내기 좋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각계각층에서 더 많은 힘을 쏟았으면 한다”고 말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앞. 1시간 동안 수백 명의 시민이 역 인근에 설치된 구세군 자선냄비 3곳을 지나쳐 갔지만 ‘빨간색’ 자선냄비에 성금을 넣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구세군본영 김해두 사관(50)은 지난해 같은 시기 광화문역 구내에 설치된 자선냄비 한 곳에는 하루 평균 30만∼40만 원의 성금이 모였지만 올해는 20만 원 수준으로 줄었다고 했다. 》광화문 자선냄비 3곳을 돌아다니면서 트럼펫 공연을 하는 김 사관은 “구세군 전체 모금액이 기업 기부에 힘입어 다소 증가하고 있지만 개인 기부액은 오히려 줄고 있어 걱정”이라며 “모금단체 횡령사건 여파 때문인지 성금을 넣으려는데, 말리는 시민도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 줄어든 기부, 이유는?서울 용산구 동자동 일대에 있는 쪽방촌도 온정의 손길이 얼어붙었다. 평소 도움을 주는 교회에서 쪽방촌 어르신들을 위해 쌀이나 김치 등을 가져다줄 뿐 기업이나 일반 시민들의 기부가 크게 줄어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는 것. 엄병천 동자동사랑방 대표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비리사건 이후 후원이나 기부행위를 색안경 끼고 보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 같다”며 “기부가 줄면 없는 사람은 더욱 서러워진다”고 아쉬워했다.올해 말 들어 기부가 급감한 것은 공동모금회의 성금 횡령 비리에 일반 시민들이 크게 실망한 영향이 크다. 이달 1일 시작한 공동모금회의 ‘사랑온도’는 13일 현재 3.4도에 그쳤다. 목표 금액의 3.4%만 모았다는 의미다. 작년 같은 기간에는 13.8도였다. 이에 따라 1999년 이후 12년간 연속 달성한 ‘사랑온도 100도’ 기록이 올해는 깨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회사원 김성원 씨(32)는 “내가 낸 돈이 어떻게 쓰일지 알 수 없으니 당연히 모금함에 돈을 내는 일이 꺼려진다”고 했다.지난해 말 수백억 원씩 기부했던 대기업들도 지갑을 닫았다. 공동모금회 측은 “13일 현재 대기업 중 기부한 곳이 한 곳도 없다”고 밝혔다. 2008년과 2009년 같은 기간에 삼성,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의 기부가 이어졌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강철희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나눔 모금의 속성이 큰 줄기가 트이면 계속 이어지는 것”이라며 “지난해 기부를 주도했던 기업들이 공동모금회 비리 여파로 몸을 사리면서 기부문화 자체가 움츠러들었다”고 분석했다. 연말에 터진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도 일정 부분 기부 분위기를 가라앉게 만든 요인으로 꼽힌다. ○ 이제는 개인 기부 활성화해야국내 기부문화의 중심을 ‘기업’에서 ‘개인’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공동모금회가 1999년부터 작년까지 모은 총 기부금 1조9118억 원 중 기업 기부는 63%, 1조2035억 원에 달했다. 미국 등 선진국은 개인 기부 비율이 70% 이상에 이른다.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선진국은 기업 총수나 최고경영자도 자신의 이름으로 개인 기부를 하는 반면 한국은 기부를 ‘세(稅)테크’로 인식하는 경향이 많아 기업 기부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기업은 경기 침체나 사회적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기부금 액수가 꾸준히 증가하기 어렵다. 실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공동모금회가 모금한 기업 후원금은 1768억 원으로 2007년(1805억 원)보다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개인 후원금은 869억 원에서 935억 원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모금단체 비리 영향도 있지만 북한의 연이은 도발 등 각종 사회적 이슈로 기업 기부가 위축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임신혁 어린이재단 대외협력실장은 “기업 기부는 경기침체 등 외부 요인에 쉽게 흔들리는 경향이 있다”며 “개인 기부 비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모든 모금단체의 숙원”이라고 말했다.○ 투명한 기부문화 정착 기회로 이번 사건을 계기로 투명한 기부문화를 정착시키자는 의견도 많다. 국내에서는 ‘아름다운재단’이 모범 사례로 꼽힌다.이 재단은 2000년 출범 때부터 기부 회원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화해 관리하기 시작했다. 1000만 원 이상 고액 기부자에게는 기부금이 어떻게 배분되었는지를 보고하며, 홈페이지를 통해 1년 단위의 감사자료 외에 매달 기부 수익과 지출에 대한 회계자료도 공개한다. 정경훈 아름다운재단 팀장은 “직원들의 월 급여까지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등 ‘투명성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강 교수는 “1원짜리 하나라도 내가 낸 돈이 어디에 사용됐는지 알 수 있어야 투명성 시비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무성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세금으로 복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기부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공사 진행 상태로 보면 3, 4일 후에는 터 공사를 끝내고 임시가옥을 제자리에 설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연평도 연평초등학교 운동장 구석에 설치되는 임시주택 공사 현장을 책임지는 소방방재청 이상원 사무관은 8일 임시가옥 상태를 점검하며 이같이 말했다. 원목무늬 외벽의 임시주택 15동은 운동장 담벼락을 따라 줄지어 놓여 있었다. 함박눈이 연평도 전역을 하얗게 뒤덮은 이날 소방방재청 방재관리국과 전국재해구호협회는 수도관과 전기선을 끌어들이는 임시가옥 터 공사를 진행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번에 연평도에 들어설 임시주택은 소방방재청이 2007년 개발한 것으로 ‘실전’에 배치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재해재난 지역에는 컨테이너를 개조한 임시주택이 쓰여 왔다. 어른 4명이 누우면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좁은 원룸형 주택이지만 생활에 필요한 장비는 모두 갖춰 기존 컨테이너 주택보다는 훨씬 아늑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택마다 화장실과 거실이 따로 있고 건물 밖에는 보일러실이 있어 한겨울 추위도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창틀은 모두 2중창으로 만들어 외풍이 거의 들지 않았다. 벽 두께는 10cm가 넘었으며, 그 안에는 난연성 단열재로 채웠다. 연평도 피란민들이 인천시가 내놓은 생활안정대책에 합의하면서 연평도 복구 작업도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한국전기안전공사 점검팀 직원들은 이날 연평도를 돌며 포격으로 반파된 마을 입구의 수협 복지회관 건물을 비롯해 고장 난 꽃게 냉동고를 수리했다. 연평파출소와 인천해양경찰청 연평출장소의 깨진 창문도 모두 새것으로 교체됐다. 7일 오후부터는 북한의 포격 도발 이후 처음으로 상점이 영업을 재개했다. GS25 간판이 붙은 이 가게는 원래 군 관계자에게만 물건을 파는 면세품점이지만 일반 상점이 아직 문을 열지 않았기 때문에 한동안은 주민들에게도 물건을 팔 예정이다. 8일 여객선 편으로는 인천시의료원 의료진 9명이 섬으로 들어와 마을에 남은 주민들에게 외과, 정신과 진료를 했다. 포격 도발 때 넘어지면서 손목을 다친 이길녀 씨(64·여)는 “그동안 전문의 진료를 받기 어려웠는데 의료진이 섬까지 찾아와 진료해 주니 감사하다”고 말했다.김포 미분양아파트에 임시거처 한편 인천 ‘찜질방’에서 16일째 지내고 있는 연평도 주민들의 임시거처가 경기 김포시 양곡지구의 미분양아파트로 결정됐다. 연평주민대책위원회는 이날 “김포 양곡지구 미분양아파트와 인천시내 다세대주택 등 인천시가 제안한 임시거처 후보지 2곳을 직접 살펴보고 나서 내부회의를 한 결과 김포 미분양아파트로 이주하기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연평도=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최근 인천시와 일부 정치인이 북한의 포격 도발로 폐허가 된 연평도 마을을 둘러보는 자리에서 “연평도 포격 현장을 ‘평화마을’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격 현장을 원형대로 보존해 안보교육장으로 활용하면 평화의 의미를 극대화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연평도에 남아 몇 차례 마을을 둘러본 취재기자에게는 평화마을 구상이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커멓게 불탄 가옥이 여러 채 늘어선 연평중앙로 167번 길은 한 낮에도 지나가기가 꺼려질 정도로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건물에 겨우 걸쳐 있는 슬레이트와 양철 지붕에서는 쇳소리가 들렸다. 반파된 가옥의 옹벽은 금세 무너질 것처럼 위태롭게 서 있었다. 평화마을 구상을 들은 주민들은 대부분 미간부터 찌푸렸다. 한 주민은 기자에게 “당신 집 앞에 불타고 무너진 폐가 한 채가 평생 서 있다고 생각해 보라”며 “나는 절대로 그런 곳에 살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주민은 “지금은 포격으로 무너진 잔해를 치워도 주민들이 들어올까 말까 하는 상황”이라며 “(현장 보존 얘기는) 정치인들이 이곳에 살지 않으니까 할 수 있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지금 연평도 주민들은 지칠 대로 지쳐 있다. 인천으로 간 피란민들은 임시주거지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보름 가까이 찜질방에서 ‘난민’ 생활을 하고 있다. 살갑게 지내던 이웃 주민들이 보상 문제를 놓고 언쟁을 벌인 뒤 서먹한 사이가 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린다. 연평도에 남은 주민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가게 문을 연 곳이 한 군데도 없어 돈이 있어도 생필품을 살 수 없다. 유리창을 교체하는 간단한 복구 작업마저 늦어져 주민들은 겨울바다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고 있다. 6일 연평도는 한낮인데도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졌다. 바닷바람으로 체감온도는 영하 6, 7도 정도 되는 것 같았다. 북한의 포탄이 떨어진 연평도는 마을 밖 사람들에게는 남북 대치 상황을 보여주는 ‘역사 현장’일지 모르지만 이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는 ‘삶의 현장’일 뿐이다. 후세의 안보교육을 위해 포격 현장을 보존하고 평화공원 설립을 추진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지만 정부와 정치인들이 먼저 챙겨야 할 것은 북측의 도발 이후 생존권 위기에 놓인 연평도 주민들의 ‘생계’다. 정부는 이날 연평도 포격 도발 후속대책을 발표했지만 연평도 주민들은 “새로운 내용이 없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주민들이 납득할 만한 보상대책을 마련한 다음 평화마을 조성 계획을 논의해도 늦지 않다 .―연평도에서이원주 사회부 takeoff@donga.com}

인천 옹진군 연평도 주민 1300여 명의 우편물을 책임지고 있는 연평우체국 정창권 국장(56)은 북한의 포격이 있었던 지난달 23일 오후에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배를 타기 위해 당섬 나루에 있었다. 배가 나루에 닿는 순간 마을 쪽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렸고,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 정 국장은 우체국 옆 자신의 집에서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목격했다. “아내가 집에 있는데….” 정 국장은 다급히 집으로 달려갔다. 집은 처참하게 부서졌다. 포탄이 침실 쪽 천장을 뚫고 들어와 폭발하면서 유리창 쪽 벽에 큰 구멍을 냈다. 거실에 있던 아내가 다치지 않은 것은 기적이었다. 아수라장이 된 상황에서도 아내는 침착하게 불을 끄고 있었다고 한다. 6일 만난 정 국장은 “파편이 돼 사방으로 흩어졌어야 할 포탄 껍데기 부분이 몇 갈래로 찢어지면서 아내가 기적적으로 살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포탄이 떨어진 현장을 치우지 않고 보존하고 있었다. 아내는 당시 충격으로 귀의 통증과 두통을 호소했다. 환청이 들리는 것 같다는 말도 했다. 정 국장은 아내를 인천으로 피란 보냈다. 하지만 자신은 연평도를 떠나지 않았다. “우체국 문을 마냥 닫을 수도 없었지만, 그때 도망쳐 나갔다면 평생 불타는 마을만 기억에 남게 될 것 같았죠.” 북한의 추가도발 개연성으로 아직은 긴장되고 어수선하지만 몇몇 주민이 돌아오는 모습을 보니 한결 마음이 놓인다고도 했다. 정 국장은 아버지 정진섭 씨(86)에 이어 연평우체국장을 지내고 있다. 정진섭 씨는 1962년 직접 건물을 세우고 1대 우체국장으로 취임했다. 면 단위 마을에는 주민이 우체국 건물을 세우고 중앙우체국 승인을 받으면 공무원에 준하는 대우를 해주는 ‘별정우체국’이 700개 정도 있다고 한다. 북한의 추가 도발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피란을 가지 않고 자리를 지킨 정 국장 때문에 연평도 해병대 장병들의 사기가 올라가고 있다고 한다. 한 우체국 직원은 “북한의 포격 도발 이후 연평도 장병들의 연인들이 보내는 ‘러브레터’가 크게 늘었다”고 귀띔했다. 정 국장은 “이렇게 소식이라도 계속 오고 가야 섬 주민들이 조금이라도 빨리 돌아오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인천 찜질방에도 직원을 파견하고 우편 수발 업무를 계속 하고 있는 정 국장은 최근 마을 복구와 보상 문제를 놓고 주민들의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안타까워했다. “주민들의 처지가 다르니 보상에 대한 요구사항도 다를 수밖에 없겠죠. 나중에 다시 돌아와서도 주민들끼리 서먹하게 지내지는 않을까 걱정됩니다.” 정 국장은 “마을이 빨리 복구돼 주민들이 예전처럼 웃으면서 인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연평도=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김관진 신임 국방부 장관이 4일 취임 첫날부터 전방을 돌면서 군 다잡기에 나섰다. 3일 국회 청문회에서 ‘야전 중심의 전투형 군’을 만들겠다는 자신의 말을 취임 직후부터 몸소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김 장관은 이날 오전 이명박 대통령에게서 임명장을 받은 뒤 국방부 본관 대강당에서 취임식을 끝내고 주요 참모진과 상견례를 겸한 점심식사를 마치자마자 바로 연평도로 향하는 헬기에 몸을 실었다.해병대 연평부대에 도착한 김 장관은 부대를 시찰한 뒤 마을을 찾아 폭격으로 부서진 건물 잔해 등을 꼼꼼히 살폈다. 김 장관은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군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데 대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경각심을 가지기 위해 맨 처음 연평도를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군이 북한의 도발에 미온적으로 대처한 것 같다”며 “앞으로 북한이 다시는 추가 도발을 못 하도록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또 김 장관은 해병 연평부대의 K-9 자주포 사격훈련 재개에 대해 “날씨가 좋으면 가급적 빨리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자기네(북한) 구역으로 쐈다며 억지를 부려 도발했다”면서 “사격훈련은 북한의 이런 억지와 도발 의지를 아예 꺾어버리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실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대피소를 방문해서는 “대피소가 1970년대에 지어져 노후한 만큼 관계 장관들과 협의해 현대화된 시설로 다시 짓겠다”고 말했다.연평도에서 돌아온 김 장관은 곧바로 합동참모본부 지하에 있는 지휘통제실로 향했다. 그는 지금까지 전개된 작전 및 경계대비태세 상황을 참모들로부터 2시간가량 보고받고 북한이 추가 도발할 경우 취할 다양한 대응전술에 대해 토의했다. 이후 집무실에서 참모진에게 업무보고를 받고 밤늦게 국방부 청사를 나섰다.취임 이틀째인 5일에도 김 장관은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오전 6시 서울 한남동 공관을 나섰다. 그는 임진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군과 대치하고 있는 서부전선 육군 강안 경계부대를 방문했다. 이곳은 임진강을 통해 북한군이 간간이 수중 침투 도발을 하는 지역이다. 김 장관은 부대에서 장병들과 아침식사를 같이하면서 “직접 적과 접촉하게 되는 전투병들의 전투의지와 능력이 전쟁의 승패를 좌우한다. 전사 중의 전사가 될 수 있도록 교육훈련에 매진해 달라”고 당부했다.한편 김 장관의 취임과 함께 앞으로 해병대가 어떻게 변모할지 군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장관이 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해병대가 독자적 작전수행 능력을 갖도록 하겠다. 해병대에 충분한 권한을 주겠다”며 해병대의 조직과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다만 그는 해병대를 독립시켜 ‘4군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과 관련해서는 “4군 체제는 행정과 지휘 조직이 늘어난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해병대의 전력증강 예산을 별도로 편성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계속 고민하겠다”고 말했다.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연평도=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자꾸 섬에서 이런 일을 벌이려고 하니까 보상 협상이 제대로 안되잖아요.”“(섬에) 남은 사람들은 취로사업이라도 해서 먹고살아야 하지 않나요.”북한의 포격 도발로 파괴된 마을 복구에 참가해 수당을 받는 ‘취로사업’ 신청이 시작된 5일 오전 연평도 연평면사무소 2층에는 신청을 하러온 주민들과 이들을 말리기 위해 찾아온 주민들 간에 언쟁이 벌어졌다. 결국 이날 취로사업 신청을 한 6, 7명의 주민은 언제 무슨 일을 시작하게 된다는 확답을 받지 못한 채 집으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북한의 포격 도발 이후 마을 복구와 주민 보상 문제에 대한 합의가 미뤄지면서 주민들 사이에도 조금씩 갈등이 생기고 있다. 1300여 명의 연평도 주민들은 종사하는 일에 따라, 피란 여부에 따라 각각 의견이 달라 정부가 이를 조율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가장 큰 견해차는 마을에 남은 사람들과 인천으로 피란 간 사람들 사이에 나타나고 있다. 피란민들은 보상 및 복구 문제가 완전히 합의될 때까지 섬에서 취로사업이나 어업 활동 등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천에서 섬으로 돌아온 차모 씨(70)는 “인천에서 보상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는데 취로사업 같은 일을 벌이는 것은 인천시와 옹진군이 주민을 마을로 돌려보내 주민들의 협상력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나 섬에 남은 주민들은 “보상 논의가 인천에서만 진행되고 있어 섬에 남은 사람들은 소외되고 있다”고 반박한다. 섬을 떠나지 않았던 주민 정모 씨(86)는 “언제까지 협상이 끝나기만 바라보고 있겠느냐”며 “복구사업이라도 좀 해서 사람 사는 마을로 만들어 놓아야 떠났던 주민들도 빨리 돌아올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피란민도 하던 일에 따라 원하는 보상 수준이 달라 협상안 마련도 쉽지 않다. 일반 주민은 마을이 완전히 복구될 때까지만 지낼 수 있는 대체 주거지 마련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민박이나 식당 등 관광객을 받아 수익을 올리는 상인들은 마을 복구뿐 아니라 항구적인 섬 안전대책까지 마련돼야 한다는 견해다. 한편 인천에 피란 온 주민 300여 명은 이날 옹진군청과 인천시청으로 찾아가 임시주거단지 조성을 포함한 피해보상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줄 것을 요구했다. 주민들이 옹진군청 군수실에 들어가려다가 공무원들과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화분 등이 부서지기도 했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이날 주민들과의 간담회에서 “모든 문제를 주민대책위와 협의해 처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연평도=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민간인 희생자 오늘 장례 ‘천안함’ 어선 수준 위로금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숨진 김치백(60), 배복철 씨(59)의 영결식이 6일 치러진다. 의사자(義死者) 지정 문제와 위로금 수준 등을 놓고 유족과 인천시의 의견이 엇갈려 장례일정을 잡지 못하다가 고인들이 숨진 지 13일 만인 6일 장례를 치르기로 한 것. 장례는 가족장으로 진행되고, 장례 준비는 인천시가 맡는다. 희생자 시신은 인천가족공원에서 화장한 뒤 공원 내 납골시설인 만월당에 안치하기로 했다. 인천시는 연평도의 적절한 지역에 희생자 추모비를 세워주기로 했다. 인천시와 유족이 합의한 위로금은 천안함 폭침 사건 때 구조에 나섰다가 침몰한 쌍끌이어선 금양98호의 사망 선원 유족에게 지급된 3억5000만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옹진군은 두 희생자에 대한 의사자 지정을 직권으로 신청했으며, 보건복지부는 심의를 거쳐 의사자 인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그물은 찢어지고 꽃게는 다 썩어… ▼12일 만에 조업 나간 어민들 “하루 1000만원 벌기도 했는데” 연평도 고깃배 선장 서경원 씨(32)와 어민 박철훈 씨(56)는 북한의 포격 도발이 있은 지 12일 만인 5일 삶의 터전인 어장으로 돌아가 미리 설치한 안강망(조류를 이용해 고기를 잡는 어망)을 끌어올린 뒤 망연자실했다. 이들은 이날 연평도 서쪽 4마일 지점에 나가 지난달 22, 23일 설치한 15개의 안강망 중 4구를 확인했는데, 안강망 안에 있는 고기가 썩어 있었던 것. 망에는 서해5도 특산품인 꽃게를 비롯해 광어 잔새우 등이 걸려 있었지만 모두 썩어 악취만 풍겼다. 이날 이들이 확인한 안강망 4구 중 1구는 고기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찢어졌다. 선장 서 씨는 “안강망 조업은 조류를 따라 들어오는 고기를 낚는 방식이기 때문에 2, 3일에 한 번씩 관리해 주지 않으면 어망이 모두 망가진다”고 했다. 그는 작년 이맘때 같으면 하루 평균 700만∼800만 원, 많으면 1000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했다. 11월 중순부터 12월 중순까지 2억 원 상당을 벌었다고도 했다. 서 씨는 “12년 바다 생활하면서 이렇게 썩은 고기를 버린 적이 없었다”며 “성수기 때 바짝 벌어야 선주도 살고 우리도 사는데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연평도=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고려대 경영대와 경영대교우회는 ‘올해의 고대 경영인상’ 수상자로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과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을 선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어 회장은 고려대의 국제화와 한국 금융의 세계화에 공헌한 업적을, 조 회장은 산업 발전에 이바지해 금탑산업훈장과 필리핀 대통령 훈장을 받은 점 등을 인정받았다. 시상식은 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지상목)는 올 8월 가정집에 침입해 남편을 살해하고 그 아내를 둔기로 때려 다치게 한 혐의(살인 및 살인미수)로 기소된 윤모 씨(33)에게 30일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윤 씨는 올해 8월 7일 오후 6시경 서울 양천구 신정동 한 다세대건물 옥탑방에 침입해 갖고 있던 망치로 장모 씨(42·여)를 내리친 뒤 비명을 듣고 뛰어나온 남편 임모 씨(42)에게 칼을 휘둘러 숨지게 했다. 재판부는 “단지 자신보다 행복해 보인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지른 점을 볼 때 피고인을 사회에서 무기한 격리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적진 코앞에 있는 군부대의 무기 관리가 이 정도로 허술하다니….”동아일보가 29일 연평도 90mm 해안포의 허술한 관리실태를 단독 보도한 후 시민들은 “50년도 더 된 구형 무기가 실전 배치된 것과 무기 관리가 너무 허술해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본보가 살펴본 연평도 해안포는 6·25전쟁 때 사용하던 M-47 전차에서 포만 떼어내 장착한 것으로, 포 군데군데가 부식돼 녹슬어 있고 포탑 아래는 녹물과 기름 범벅으로 관리상태가 엉망이었다. ○ “군과 정부는 뭘 했나”시민들은 최초 북한의 포격 도발 당시 주력 장비인 K-9 자주포 중 2문이 고장난 것과 대포병 레이더가 북한의 기지를 정확하게 파악해 내지 못한 점 등을 함께 지적하며 군의 기강 해이를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해안가 전방 포병부대 출신인 반헌식 씨(30)는 “염분이 많은 바닷가에서 운용하는 장비는 주요 부분에 덮개를 씌워 녹을 방지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90mm 해안포 곳곳이 녹슨 것을 볼 때 최소한의 관리조차 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우리 군은 지금껏 전투력이 최강이라고 홍보해 왔는데, 기름이 줄줄 새는 해안포를 보니 그 말이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개탄했다. 북한군의 움직임이 육안으로도 보이는 최전방에 수십 년 된 구형 무기가 실전 배치돼 있다는 점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25년 전 해병 2사단에서 군복무를 했다는 허모 씨는 “최근 부대를 방문했다가 수십 년 된 40mm 쌍열포가 지금도 운용되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연평도를 비롯한 최전방이나 수도권을 지키는 핵심 부대의 무기가 이토록 낡았다는 것은 군 당국과 정부의 안보 의식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아닷컴 등 각 포털사이트에는 군 당국의 무신경한 무기관리와 도덕적 해이를 비판하는 댓글이 수백 개 달렸다. ○ 정치권도 “긴급 전력보강 필요”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이날 본보 기사와 관련해 ‘녹슨 해안포로 서해 5도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라는 논평을 내고 “녹슬고 기름이 줄줄 흐르는 고철 덩어리처럼 변해버린 해안포를 믿고 그동안 우리 국민들이 편히 잠을 잤다니 모골이 송연해진다”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해병대 감축을 시도하는 정부가 해병대에 지원인들 제대로 했겠는가”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예산소위는 이날 서해 5도 긴급전력보강 예산을 확정하면서 해안포를 대체할 미사일 타입 유도무기 배치 예산을 포함시켰다. 국방위 소속 민주당 신학용 의원은 “동아일보 기사에 드러난 문제점을 종합해 볼 때 이제는 적군의 상륙 저지를 위한 무기가 아니라 적을 직접 공격할 수 있는 무기체계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한편 해당 연평부대 측은 이날 동아일보가 보도한 녹슨 해안포와 관련해 문제의 해안포를 완전히 정비했다고 알려왔다. 연평부대 정훈장교는 “불과 몇 달 전까지 쓰던 포인데 워낙 낡아 잠깐만 정비하지 않으면 녹이 슬어 버린다”며 “기사가 나간 뒤 즉각 정비를 완료했다”고 말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연평도=장관석 기자 jks@donga.com▲동영상=국방위, 내년도 국방예산 7146억원 증액}
28일 오후부터 중부지방 대부분 지역에 눈이 내린 가운데 29일 오전까지 영하의 추운 날씨가 이어져 출근길 주의가 요망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28일 오후부터 눈이 내려 29일 오전에는 서울, 경기와 충청도 일부 지역이 1cm 내외, 강원 영동지역에는 2∼5cm의 눈이 쌓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눈은 29일 새벽에 모두 그치겠지만 서울 및 경기 일부에서는 이날 밤부터 다시 눈발이 날릴 수 있다는 예보가 나왔다. 기상청 관계자는 “영하의 날씨로 쌓인 눈이 빙판길로 변할 우려가 있다”며 출근길 주의를 당부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다문화가 화두로 자리 잡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다문화’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다문화 정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 개념부터 정확히 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국회 다문화가족정책연구포럼과 한국다문화학회, 동아일보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공동 주최한 ‘다문화 제도개선 세미나’에서 오성배 동아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습자 관점의 다문화 교육정책 탐색’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발제 및 토론자로 나선 9명의 전문가와 다문화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3시간 넘게 열띤 토론을 벌이며 다문화 정책을 진단하고 개선책을 논의했다. 오성배 교수는 “재한 외국인처우기본법의 재외한국인은 ‘합법적으로 체류하는 외국인, 결혼이민자와 그 자녀’를, 다문화가족지원법의 다문화가족은 ‘결혼이민자, 귀화자나 그 가족’을 각각 의미한다”며 “조금씩 다른 개념부터 조정해 나가야 각종 정책도 체계적으로 통일시켜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제결혼 이주여성과 그 자녀에게 초점이 맞춰진 현재의 다문화 교육정책도 다양한 방향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초중고교에 다니는 국제결혼가정 자녀는 2005년 6121명에서 최근 3만4338명으로 크게 늘었다. 외국인근로자 가정 자녀와 난민가정 자녀도 증가하는 추세다. 오 교수는 “특수학교나 일반학교 특수학급과 비슷한 개념으로 다문화 대안학교, 다문화 특별학급을 설치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윤자 경희대 교수는 “다문화가족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 배정 및 인프라 구축 노력이 부족하다”며 “정부 부처 간 경쟁으로 비슷한 사업에 예산이 중복 투자되는 문제점도 해소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문화가정 지원사업에 들어가는 예산은 물론 지원사업 종사자들 인건비가 매우 적은 수준”이라며 “예산 편성과 함께 다문화 전문가를 육성하고 이를 위한 정규교육 과정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문화가정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는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다문화 교육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유진 숙명여대 교수는 “다문화사회 통합을 위해서는 한국인들이 이주외국인들의 문화나 언어 등을 배워 서로를 동등한 ‘이웃’으로 인식할 수 있는 가치관 함양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런 측면에서 현재 정부가 주도하는 다문화 프로그램은 이주외국인을 한국 사회에 적응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세미나를 총괄한 양기호 한국다문화학회장은 “이날 토론은 정부 주도의 다문화 정책이 제대로 자리 잡아 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우리 세대뿐만 아니라 자손들까지 조화로운 사회에서 다양성을 향유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제도를 잘 발전시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국회포럼 대표 김혜성 의원 “다문화정책 부처별 엇박자… 강력한 전담기구 만들어야” ▼ “실효성 있는 다문화정책을 세우기 위해서는 정부 내에 강력한 집행전담기구가 있어야 합니다.” 국회 다문화가족정책연구포럼 대표인 김혜성 미래희망연대 의원(사진)은 2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18년이 되면 다문화 인구가 400만 명이 넘어가면서 한국사회의 비중 있는 구성원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의원은 다문화 정책이 효율적으로 실행되지 못하는 이유를 ‘컨트롤 타워’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중앙부처에서 다문화정책을 전담하는 조직은 여성가족부 내 과 단위 조직 하나뿐이고 지방자치단체마다 설치된 다문화가족 지원센터는 1인당 다문화가족 2000명을 담당하고 있다”며 “전담 조직을 갖추고 체계적으로 정책을 세워 실천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의 다문화 정책이 ‘한국인’과 ‘이주민’들을 분리시키는 정책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문화 대안학교처럼 한국인 아이들과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떨어뜨려놓는 것은 단기적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서로를 이해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공교육 차원에서 다문화 교육 정책을 함께 세우고 학생들을 한 공간에서 지내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전북도교육청이 내년부터 관내 초중학생들의 수학여행비를 지원한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전북도의회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최근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2학년 등 도내 초중학교 수학여행 대상자 전원에게 1인당 10만 원씩 지원하기 위한 44억여 원을 내년 예산에 편성했다. 이 예산안이 도의회에서 통과되면 초등학생은 전액(약 10만 원), 중학생은 비용의 55%(약 18만 원)를 지원받게 된다. 또 도교육청은 학생 5000명에게 1인당 20만 원씩 교복구입비를 지원하는 예산도 편성했다. 일부 도의원은 “의무사항이 아닌 수학여행 경비는 물론 교복구입비까지 지원하는 것은 학부모들의 인기를 얻기 위한 선심성 행정”이라며 “선거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기부행위에 해당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문화가정 이주여성이나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매주 주말 의료봉사를 펼치는 ‘평화사랑나눔 의료봉사단’은 21일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외국인 노동자 전용의원에서 300번째 의료봉사를 벌였다. 봉사단은 이날 오후 5시 자축연을 열고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건강한 삶을 유지하도록 돕기 위해 애쓰고 있는 모두에게 감사한다”며 “이 봉사단체가 ‘국경 없는 의사회’만큼 커질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다짐했다. 평화사랑나눔 의료봉사단은 연세대 의대 가정의학과 전문의 모임,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서울여자간호대학 수화동아리 ‘항아리’, 경실련청년회, 서울평화센터, 단국대 로타렉트 등 6개 단체가 모여 2001년 결성한 의료봉사단이다. 현재는 외국인 노동자 전용의원에서 이주여성이나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외과, 내과, 피부과, 물리치료, 한방치료 등을 해주고 있다. 봉사단 김아영 간사는 “주말에 시간이 되는 회원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해 꾸려 나가는 봉사가 300회를 맞았다는 데 대해 회원들 모두가 뿌듯해하고 있다”며 “서울에서 진행하는 의료봉사 외에도 앞으로 매달 한 번씩 지방 순회 진료를 하거나 긴급한 진료가 필요한 외국에도 봉사단을 파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