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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실시되는 18대 대통령 선거의 마지막 변수가 ‘투표율’이라는 점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투표율이 높아지려면 정치 무관심층이 많은 2030세대가 투표소를 많이 찾아야 한다. 그런데 2030세대는 야권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결국 높은 투표율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분석이 많다.○ 투표율 높으면 文, 낮으면 朴이 유리과거 사례도 이를 증명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02년의 경우 전체 투표율은 70.8%였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2007년 투표율은 63.0%였다. 전체 투표율은 7.8%포인트 낮아졌지만 20대 투표율은 9.9%포인트, 30대 투표율은 11.3%포인트 떨어져 하락폭이 컸다. 결국 2030세대의 무관심이 전체 투표율 하락을 견인한 것이다.이번 대선에선 70%대 초반 투표율을 기준으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문 후보의 희비가 엇갈릴 것이란 전망이 많다. 새누리당에서는 투표율이 73% 이하일 경우 박 후보가 무난히 승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여론조사도 있지만 세대별 투표율을 적용하면 여전히 박 후보가 앞서 있다는 것이다.민주당은 투표율 71.5%를 분기점으로 보고 그 이상이면 승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선 2030세대의 투표율이 60%대 중반을 넘어야 안심할 수 있다고 본다. 2002년 투표율은 20대 56.5%, 30대 67.4%였으며 2007년에는 20대 46.6%, 30대 56.1%였다. 문 후보가 “투표율이 77%를 넘으면 명동에서 말춤을 추겠다”고 공언한 것도 젊은층 투표율을 올리기 위한 전략이다.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R&R) 본부장은 “투표율이 68∼72%일 경우 누구도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다. 최종 결과도 밤 12시 무렵에나 나올 것”이라며 “그보다 낮으면 박 후보, 높으면 문 후보가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선관위 “투표율 70% 초반 될 듯”실제 투표율은 얼마나 될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 의향을 조사한 결과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응답한 적극투표층은 79.9%였다. 선관위 관계자는 18일 “역대 대선에서 조사 결과보다 실제 투표율이 낮았던 것을 감안하면 실제 투표율은 70%대 초반이 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전문가들도 이번 투표율이 2002년과 비슷한 70% 안팎일 것으로 보고 있다.대선의 최대 변수가 투표율이라면, 투표율을 좌우할 최대 변수는 ‘날씨’라는 관측이 많다. 역대 대선에서 추운 날은 보수진영 후보가, 포근한 날에는 진보진영 후보가 승리했다. 기상청은 19일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등 전국적으로 혹한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했다.하지만 날씨가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하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눈이 쏟아지거나 매우 춥다면 노인들이 투표하기 어려울 수 있고, 날씨가 좋으면 젊은이들이 놀러가서 투표율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숨은 표’ 있을까?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는 이른바 ‘숨은 표’가 당락을 좌우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문 후보 캠프의 이목희 기획본부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젊은층의 투표율이 2002년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전통적인 야권 성향의 숨은 표가 2∼3% 정도 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하지만 ‘숨은 표’ 주장에 회의적인 의견도 적지 않다.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권영세 종합상황실장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숨은 표 찾는 정당은 현재 급한 정당”이라고 반박했다. 2002년 대선 때는 여론조사에서 약간 뒤지던 한나라당이 줄곧 ‘숨은 표’를 거론하며 승리를 자신했지만 결국 패한 바 있다.장원재·조수진 기자 peacechaos@donga.com}

“4대 중증질환을 책임진다면서 소요 재정으로 연간 1조5000억 원을 제시했다. 그러나 작년 암 환자가 부담한 의료비만 1조5000억 원이고, 뇌혈관·심혈관질환까지 합치면 3조6000억 원이 든다.”(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암 환자 부분은 계산을 잘못하신 것 같다.”(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16일 대선후보 3차 TV토론에서 두 후보는 박 후보의 ‘4대 중증질환 100% 건강보험 보장’ 공약을 두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문 후보는 소요재원이 과소 추산됐다고 공격했고, 박 후보는 문 후보가 계산을 잘못했다며 맞받았다.○ 朴, 간병비 보장 여부 잘못 대답 어느 후보가 사실을 말했을까. 전체 진료비는 건강보험이 보장하는 급여항목과 비급여항목으로 나뉜다. 건강보험에서는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급여항목에서 법정본인부담금을 제하고 치료비를 지급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작년 급여항목에 대한 암 진료비는 3조9700억 원이었고 이 중 본인부담금을 뺀 건보공단 지급액은 3조6900억 원이었다. 2010년 암 보장률(건보공단 지급액÷전체 진료비) 70.4%를 감안하면 암 관련 비급여항목을 모두 보장하려면 연간 1조2000억 원이 넘게 든다. 본인부담금까지 건강보험에서 책임진다면 문 후보 주장대로 암 보장에만 1조5000억 원이 넘게 든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본인부담금까지 보장할 수는 없다. 공약은 단계적으로 시행하기 때문에 연간 1조5000억 원은 5년을 평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양측이 사용하는 기준이 달랐던 것이다. 박 후보는 문 후보가 “간병비를 급여에 포함시켜도 1조5000억 원으로 공약 이행이 가능한가”라고 묻자 “그렇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현재 간병비는 비급여항목에도 포함돼 있지 않으며 박 후보의 공약에도 간병비 급여 전환은 제외돼 있다.○ 文, ‘자사고 등록금’ 잘못 말해 문 후보는 교육정책 토론 중 박 후보에게 “자율형 사립고 등록금이 대학 등록금보다 오히려 많은 실정”이라며 “(대학 등록금의) 3배에 달하는 자사고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과학기술부는 17일 “자사고의 연간등록금은 평균 389만 원으로 국공립 대학의 95%, 사립대의 53%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자사고 등록금이 대학 등록금보다 많다는 문 후보의 발언이 잘못됐다는 것. 자사고 중에서 등록금이 가장 비싼 수준인 하나고도 연간 등록금은 435만 원가량이다. 이에 대해 문 후보 측은 “정부 부처가 문 후보 TV토론 내용에 반박자료를 낸 것은 공무원의 정치중립의무 위반”이라며 “선관위에 조사를 의뢰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문 후보의 공약인 아동수당이 출산율에 도움이 되는지를 두고도 의견이 엇갈렸다. 박 후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아동수당은 막대한 예산이 들지만 출산율을 높이는 데는 큰 효과가 없다”며 문 후보를 공격했고, 문 후보는 “아동수당이 출산율을 높이는 데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은 유럽 등 많은 국가에서 증명됐다”고 되받았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각국이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 출산율을 높이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삼식 저출산고령연구실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나라마다, 데이터마다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국정원 여직원은 피의자? 문 후보가 박 후보에게 “왜 (여론조작 의혹을 받는) 국가정보원 여직원을 두둔하나? 그분은 피의자”라고 말한 점도 사실과 다르다. 피의자는 수사기관이 범죄 혐의를 두고 있는 사람을 말하는데 경찰은 “뚜렷한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여직원은 민주당의 고발에 따라 피고발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여직원은 민주당을 맞고소했기 때문에 고소인 자격으로도 경찰 조사를 받게 된다. 문 후보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많은 관계를 맺어왔다”고 말한 것을 두고는 한국교총이 반박했다. 한국교총은 17일 보도자료를 내고 “한국교총 방문, 집행부와의 간담 등 직접적 교류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선후보들을 초청해 교육자대회를 열려 했는데 문 후보 측에서 ‘일정을 봐 협조하겠다’고만 하고 말이 없었다”고 했다.장원재·홍수영·최예나 기자 peacechaos@donga.com}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는 18대 대선의 마지막 TV토론이 열린 16일 유세 일정을 잡지 않고 토론 준비에 주력했다. 박 후보는 공식선거운동 마지막 주말인 15일 서울 표심 잡기에 나서 여야가 참여해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국가지도자 연석회의’를 대선 직후 열자고 제안했다. 박 후보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 광장 유세에서 “당선 직후부터 새 정부가 출범하기까지 여야 지도자가 만나 대한민국의 새 틀을 짜기 위한 ‘국가지도자 연석회의’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는 “야당이 어떻게든 이겨보겠다는 생각에 네거티브를 하고 그로 인해 온 나라가 갈라지는 모습을 보며 큰 걱정을 하고 있다. 선거가 끝나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서로 화합하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제안 배경을 밝혔다. 국가지도자 연석회의의 대상과 안건에 대해 그는 “헌법과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지 않는 야당의 지도자들과 민생 문제, 한반도 문제, 정치혁신, 국민통합을 의제로 머리를 맞대겠다”며 사실상 종북 의혹을 받고 있는 정치세력은 배제할 뜻임을 시사했다. 이어 “이를 통해 국민통합과 소통의 새로운 국정운영을 실천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후보는 16일 당선될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 하여금 내년에 6억 원 이하 국민주택(전용면적 85m² 이하) 5만 채를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이날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은행 대출금으로 인한) 하우스푸어의 가계부채와 렌트푸어의 높은 전월세 부담을 동시에 덜어드리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공시가격으로 매입하되 5년 후 원소유주에게 재매입 기회를 주고 매입한 주택은 전세 시세의 70∼80%로 저소득계층에 빌려주겠다는 구상이다. 문 후보는 “총 재원은 15조 원이 소요되나 이 중 50%는 전세자금으로 충당하고 나머지는 국민주택기금이 LH에 연 2%로 융자해 조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9억 원 이하 1주택 취득에 대해 내년 말까지 취득세를 1%로 인하하기로 했다. 하우스푸어 주택 매입과 9억 원 이하 취득세 인하는 공약집에 포함되지 않았던 새 공약이다.홍수영 ·장원재 기자 gaea@donga.com}
16일 대통령선거 마지막 3차 TV토론 내내 사회자인 황상무 KBS 기자 맞은편 빈 의자를 눈에 거슬려한 시청자가 적지 않았다. 마침 사각 테이블에 사회자의 오른쪽은 문 후보, 왼쪽은 박 후보가 앉자 가운데 자리가 비어 버렸다. 황 기자는 이를 의식해 토론 중간에 “(후보가) 당일 불참하게 되면 의자를 놔둬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고 말했다. 빈 의자의 주인은 이날 후보 사퇴 선언을 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에서 후보 사퇴 시 빈 의자를 그대로 두도록 한 것은 후보가 무단으로 TV토론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그 사실을 유권자에게 알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TV토론에 불참한 후보에게 불이익을 주자는 취지인 것이다. TV토론에 참여하지 않으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에게 4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후보는 공식 사퇴를 선언한 만큼 과태료 부과 대상은 아니라는 게 중앙선관위의 설명이다. 이 후보의 사퇴로 토론 방식은 이날 급하게 변경됐다. 1, 2차 토론과 달리 반론과 재반론의 기회도 보장됐다. 토론 벽두에 사회자는 서로에게 덕담 한마디씩 하라고 요청했다. 예정에 없던 질문에 두 후보는 잠시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다. 문 후보가 “박 후보는 평소부터 잘 아시는 주제이기 때문에 잘하실 것 같다”고 하자 박 후보는 “문 후보님도 잘하실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 후보가 사퇴해 맥 빠진 토론이 될 것이란 예측과 달리 토론은 곧 달아올랐다. 일대일 토론이어서 발언 기회가 많아진 두 후보는 상대 후보가 발언하는 도중에 자주 끼어들어 반론을 펴거나 추가 질문을 던지는 등 기 싸움도 치열했다. 토론이 과열되자 사회자는 두 후보에게 “물 한 잔 마시라”고 권하기도 했다.이재명·장원재 기자 egija@donga.com}

“선거 과정이 바뀌어야 한다. 흑색선전과 이전투구는 지지자들을 분열시키며, 나아가 국민을 분열시킨다. 그렇게 선거에서 이겨도 국민의 절반밖에 마음을 얻지 못한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통합과 사회 문제 해결은 요원한 일일 것이다.” 안철수 전 후보가 9월 발표한 대선 출마 선언문의 일부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새 정치’를 내세운 안 전 후보는 실제로 선거운동을 하면서도 상대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지 않았고, 적잖은 이들이 이를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최근 새 정치에 대한 그의 소신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는 지적이 많다. 혼탁한 네거티브 공방 속에 ‘최악의 선거’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안 전 후보는 전국을 돌며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새 정치를 약속해 조건 없이 돕기로 했다. 투표에 참여해 달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정권교체가 급하니 이번에만 ‘헌 정치’에 눈을 감자는 생각일까. 안 전 후보는 일단 이번 선거에서 이기고 나면 문 후보와 함께 새 정치를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이달 초 안 전 후보가 “대선이 거꾸로 가고 있다”며 정치권을 질타하자 문 후보는 그의 협조를 얻기 위해 “네거티브를 하지 않겠다”고 굳게 약속했다. 하지만 며칠 잠잠했을 뿐 상황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정치권의 관성 때문이다. 이번 선거를 네거티브전으로 치러 이기고 나서 다음 선거에서 네거티브를 외면할 정치인이 얼마나 있을까. 안 전 후보는 지난달 한 강연에서 “네거티브와 흑색선전이 여전하지만 더이상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런 커다란 변화만 해도 제 도전은 값진 것이 됐다”며 자화자찬했다. 지금도 같은 생각일까. 지금 전면에서 네거티브를 쏟아내는 정치인 중 처음부터 그렇게 나섰던 이들은 많지 않다. 안 전 후보처럼 정치개혁의 꿈을 안고 입문했다가 집단논리에 한 발씩 빠져들면서 결국 기성 정치권을 닮아가게 된 이들이 대부분이다. 안 전 후보가 내세웠던 ‘새 정치’가 단순히 정치 입문을 위한 구호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직 그의 진심을 믿는 이들을 위해서라도 안 전 후보에게 자신의 출마 선언문을 다시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장원재 정치부 기자 peacechaos@donga.com}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는 13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자리 뉴딜’을 위해 정부 재정의 역할을 극대화하겠다”며 “일자리·복지 예산으로 20조 원을 추가로 확보하겠다. 내년 예산에 반영하되 새누리당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이 돼 추경(추가경정예산)으로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가 집권 후 20조 원의 추경을 편성하면 역대 두 번째로 큰 ‘슈퍼 추경’이 된다.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8조4000억 원의 추경을 편성한 바 있다. 문 후보가 ‘슈퍼 추경’ 구상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문 후보는 “추가 예산 20조 원은 4대강 토목공사와 재벌 건설사에 (돈을) 투입했던 새누리당 추경과는 완전히 다르다”며 “공공근로 같은 임시 일자리가 아니라 공공서비스 분야의 좋은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의 발표를 두고 재정에 큰 부담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규직 일자리에 돈을 투입할 경우 내년 이후에도 재정 지출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20조 원을 모두 쓰면 연봉 5000만 원짜리 정규직 일자리 40만 개를 만들 수 있지만 5년 동안 총지출이 100조 원에 이른다. 이를 의식한 듯 문 후보 캠프의 이용섭 공감1본부장은 “일자리 외에도 교육,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 지출할 것”이라며 “추경 안에는 항구적 지출뿐 아니라 일시적 지출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의 설명에 따르더라도 민주당이 불과 나흘 전 밝힌 공약 이행 소요재원(192조 원)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재원조달 계획도 전면 변경이 불가피하다. 이 본부장은 “내년 추경을 위해 필요하면 국채를 발행할 것”이라며 “공약의 집행 시기를 앞당기는 만큼 소요 재원은 늘겠지만 정확한 증가액은 계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예산의 정확한 증가액을 계산하기도 전에 공약부터 발표한 셈이다. 문 후보는 이번 주 거의 매일 새 공약을 발표했다. 10일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 도입’을 밝혔고 12일 “대통령집무실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로 옮기겠다”고 했으며 13일 슈퍼 추경을 발표했다. 문 후보 측은 “그동안 검토해오던 공약”이라고 설명했지만 9일 발표된 공약집에도 없는 내용이다. 선거 막판에 즉흥적으로 공약을 남발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문 후보는 이날 충청과 호남 거점지역을 방문했다. 대전에서는 안철수 전 후보와 세 번째 합동유세를 벌였다. 문 후보는 “(박 후보는) 이명박 정부 민생파탄의 깃털이 아닌 몸통”이라며 “이명박 정부의 정책 근간과 기조 모두 박 후보의 정책이다. 부자감세 100조 원, 재벌규제 풀기 모두 박 후보의 줄푸세(세금을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고)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안 전 후보는 특유의 ‘인간 마이크’를 통해 “새 정치와 격차 해소의 출발점은 정권교체”라며 “혹시 주위에 안철수가 사퇴해서 투표하지 않겠다는 분이 계시면 꼭 투표 부탁드린다고 전해달라”고 말했다.장원재 기자· 대전·광주=손영일 기자 peacechaos@donga.com ▼ 朴, 경기북부-강원 유세 “민주, 지저분한 정치공세” ▼김우동 팀장 영결식 참석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는 13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로 긴장이 고조된 경기 북부와 강원지역 등을 찾아 ‘안보 대통령’의 적임자임을 내세웠다. 박 후보는 이날 경기 의정부시 유세에 나서 “북한 동포들은 굶주리는데 엄청난 돈을 들여가며 미사일을 쏠 때란 말이냐”고 반문한 뒤 “도발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알려 주겠다”고 말했다. 또 퍼주기로 유지되는 평화를 ‘가짜 평화’라고 규정했던 이전 발언을 상기시키며 원칙과 신뢰를 통한 평화가 ‘진짜 평화’라고 강조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겨냥해선 “천안함도 폭침이 아니라 침몰이라면서 ‘다시 조사해야 한다’고 하고, 북방한계선(NLL)에 대해 모호한 말을 반복하는 세력에 나라를 맡길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확고한 안보 리더십과 국가관을 가지고 국제사회의 협력을 이끌어낼 외교력을 가진 세력이 나라를 맡아야 국민이 안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민주당이 제기한 국가정보원의 여론조작 의혹 등에 대해 충북 충주시 유세에서 “우리 속담에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싹수가 노랗다’는 얘기가 있다”며 “지저분한 선거를 치르는 세력들은 정권을 잡아서도 지저분한 정치를 하기 마련”이라고 공격했다. 또 “국정원의 선거 개입 증거를 내놓지 못한다면 ‘제2의 김대업쇼’를 벌여 국민을 속이려는 것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다”며 “국민은 문재인 후보가 혹여 정권을 잡으면 댓글 달기도 무서운 세상이 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이게 민주당이 외치는 새 정치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앞서 박 후보는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의 김우동 팀장 영결식에 참석해 침통한 표정으로 운구 장면을 지켜봤다. 고 이춘상 보좌관과 김 팀장은 2일 박 후보의 유세 지원을 위해 강원도에 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이 보좌관은 현장에서 사망하고 김 팀장은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가 11일 세상을 떠났다. 유족들이 “꼭 승리하시라”고 박 후보를 격려하자 박 후보는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하면서 “(김 팀장은) 좋은 곳으로 가실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의정부·원주·충주=홍수영·김기현 기자 gaea@donga.com}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12일 “대통령이 되면 현재 청와대에 있는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중앙청사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이날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중궁궐 같은 청와대를 떠나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 국민과 소통하고 동행하는 겸손한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13년에 광화문 청사에 있는 여러 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하기 때문에 국민 부담 없이 가능하다”며 “제왕적 대통령 문화의 상징이었던 지금의 청와대는 개방해 국민께 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대통령 경호가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경호도 탈권위주의 시대에 맞게 달라져야 한다. 대통령이 시민과 함께할 수 있도록 보다 부드러운 경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집무실을 이전할 경우 관저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기존 관저를 계속 사용할 수도 있고 총리 관저를 사용할 수도 있다. 좀 더 논의해볼 것”이라고 했다. 안철수 전 후보의 청와대 이전 공약을 수용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제가 청와대 근무를 할 때부터 꿈꿔 왔던 내용”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안 전 후보가 10월 청와대 이전을 발표했을 때 문 후보 측은 “동의하기 어렵다”며 부정적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문 후보는 12일 충청 지역을 찾았다. 충북 청주시 유세에서 그는 “민심이 무섭게 바뀌고 있다. 정권교체가 눈앞에 다가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통합 청주시 설치법을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 중부권 핵심 도시로 키우고 세종시와 함께 국가균형발전의 거점 도시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또 “청주공항을 내륙발전 거점 공항으로 발전시키겠다. 충북의 경제 발전이 완성되면 4만 개 정도의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온라인에서 묻지 마 식 마타도어(흑색선전)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각 후보 진영은 진위를 확인할 시간이 부족한 선거일 직전에 마타도어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는 12일 울산 유세에서 “선거를 코앞에 두고 조만간 ‘제2의 김대업’이 등장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며 “야당이 입으로는 새 정치를 말하면서 뒤로는 말도 안 되는 네거티브를 하는 것이야말로 청산해야 될 구태정치”라고 주장했다. 자신이 2차 TV토론에서 아이패드를 보며 커닝을 했다는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아이패드라고 주장한 물건은) 10년도 넘게 들고 다니는 낡아빠진 빨간 서류가방으로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고 지적했다. 박 후보는 대구 유세에서 직접 빨간 서류가방을 보여주기도 했다. 박 후보는 “제가 무슨 (정수장학회 문제 해결을 위한) 굿판을 벌였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고, 국가정보원까지 끌어들여 허위사실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야당은 새 정치를 입에 올릴 자격도 없으며 남은 일주일 동안 마타도어를 쏟아내서 유권자들을 혼란하게 하려고 하는데 국민이 넘어가시지 않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양측 지지자들의 마타도어가 경쟁하듯 빠르게 퍼지고 있다. 11, 12일 SNS에 퍼진 “박근혜 뽑히면?”이라는 글에는 “박근혜 뽑히면, 15세 미만 PC방 사용 불가, 학생들 하교 시간 오후 10시, 미국이 제주도에 기지 짓는 거 허락, 아이돌은 군대 3년, 여자도 남자와 똑같이 군대, 토요일도 학교 6교시, 매일 7∼8교시”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맞벌이 가정의 초등학생들을 오후 10시까지 무료로 돌봐주는 ‘온종일학교’ 공약과 제주 해군기지를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공약 등을 왜곡해 퍼뜨리는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의 아이패드 논란과 관련해서는 전날 “팩트는 박근혜가 2차 TV토론회장에 아이패드 갖고 들어간 거 맞음. 선관위 선거방송위원회 관계자가 확인했음”이라는 글이 SNS에서 빠르게 퍼져나갔고 일부 인터넷 언론도 이를 인용했다. 이에 선관위는 12일 “‘선거방송심의위원회 공보 담당자는 아이패드가 맞다고 했다’는 보도 내용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해명 자료를 내기도 했다. 문 후보에 대한 마타도어도 SNS에서 퍼지고 있다. 한 인터넷 매체는 12일 2002년 당시 이회창 후보의 아들 병적기록부 위조설을 제기했던 김대업 씨의 발언을 인용해 ‘병풍의 대가로 (당시 여권이) 50억 원을 지급하려 했으나 배달사고가 난 것 같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씨의 발언 외에는 다른 근거가 없었지만 SNS를 통해 급속하게 퍼지며 문 후보 연루설로까지 확산됐다. 박 후보 ‘굿판 의혹’에 대한 역작용으로 ‘문재인 굿판’ 의혹도 퍼지고 있다. 지난달 문 후보 캠프 범종교문화예술네트워크 출범식 때 문화 행사의 일환으로 굿이 벌어졌다. 그러나 한 자원봉사자가 블로그에 올린 사진은 ‘당선기원용 굿판’이었다는 내용으로 둔갑돼 SNS에서 확산되고 있다. 동정민·장원재 기자 ditto@donga.com}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자신들의 공약 이행에 향후 5년 동안 각각 131조 원과 192조 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두 후보는 모두 “재원 마련에 서민 부담을 최소화하고 국가채무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밑지고 판다”는 장사꾼의 말만큼이나 믿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두 후보가 내놓은 재원 마련 대책의 ‘불편한 진실’ 4가지를 소개한다.○ 지방 공약, 계산에서 제외해 두 후보는 표를 얻기 위해 전국을 돌며 어림잡아 수십조 원이 드는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공약을 남발했다. 두 후보 모두 약속한 동남권 신공항 건설에는 약 10조 원이 필요하고,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에는 3조 원이 넘게 든다. 박 후보가 추진하겠다고 밝힌 새만금∼김천 동서횡단철도에는 5조 원이 들어가며, 문 후보가 약속한 제주 신공항 건설에는 최대 7조 원이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가 전적으로 부담할 수 없는 대규모 SOC 사업을 약속해 놓고 중앙예산 확보 계획을 전혀 잡지 않은 것을 두고 공약 이행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민주당은 대기업과 부유층에서 5년 동안 39조 원의 법인세와 소득세를 추가로 걷어 공약 이행에 쓰겠다고 했다. 하지만 내국세 수입의 39.51%는 법적으로 지방교부세(19.24%)와 지방재정교부금(20.27%)으로 지출해야 한다. 계획대로 세금을 걷더라도 15조4000억 원은 마음대로 쓸 수 없는 것. 이에 대해 새누리당 안종범 의원은 “결국 지방재정에 돌아가야 할 금액을 중앙정부의 공약을 위해 쓰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복지지출 계속 늘텐데 “예산 쥐어짜 70조 마련”… 신의 손? ▼ 민주당이 공약으로 “지방소비세율을 높이고 지방교부세를 크게 확대하겠다”고 밝혀 놓고 현재 기준으로 재원을 추산한 것도 앞뒤가 안 맞는다는 지적이다. 지방소비세율과 지방교부세율이 높아지면 그만큼 중앙정부가 쓸 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복지공약 남발 후 허리띠 졸라매자? 두 후보 모두 한 번 만들면 없애기 어려운 복지제도를 대폭 늘리겠다고 약속하고 이를 위해 예산 낭비를 줄이는 재정개혁으로 70조 원 이상을 조달하겠다고 밝힌 것은 ‘정책의 미스매치(부조화)’라는 지적을 받는다. 민주당은 전체 공약 이행에 필요한 돈을 연평균 38조5000억 원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공약의 대부분이 단계적으로 도입되는 복지제도여서 임기 마지막 해인 2017년에 들어가는 돈은 50조 원을 웃돈다. 문제는 다음 정부의 경우 예산을 쥐어짤 대로 쥐어짠 상황에서 그만큼의 돈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박 후보의 경우 재원의 60%를 재정개혁으로 조달하겠다고 밝혀 ‘미스매치’가 더 심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박형수 한국조세연구원 연구기획본부장은 “항구적인 제도를 도입하려면 증세 등 항구적인 재원 마련 대책이 있어야 한다”며 “재정개혁으로 임기 중 그만큼의 재원을 만들기도 거의 불가능하지만, 어렵게 만들더라도 일시적인 수입이기 때문에 다음 정부는 복지지출을 감당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제위기 상황 고려 없어 두 후보 모두 경제 상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공약과 재원 마련 대책을 만들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내년 경기를 감안하면 ‘장밋빛 공약’보다는 ‘위기 극복용 공약’이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경기가 나빠지면 재원 마련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문 후보는 재원 확보를 위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높이고, 소득세 최고세율(38%) 적용 기준을 과세표준 3억 원 초과에서 1억5000만 원 초과로 낮출 방침이다. 박 후보는 세율 인상 대신 세무조사 확대 등 세정을 강화해 세수(稅收)를 늘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경기가 나빠지면 세율을 올려도 예상만큼 세금을 걷기 힘들고, 세무조사를 강화하면 부작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인구구조 변화 반영 안 해 두 후보가 복지공약과 재원을 산정할 때 급격한 인구구조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문 후보가 공약한 기초노령연금 2배 인상과 노인장기요양보험 대상 2배 확대에는 연간 7조 원가량이 든다. 문제는 향후 고령화로 인해 예산이 급증할 수밖에 없는데 문 후보 측이 이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연간 소요재원을 6조8000억 원으로 산정했다는 점이다. 박 후보가 기초노령연금과 유사한 기초연금을 만들어 월 20만 원씩 지급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도 비슷한 우려가 나온다. 또 통계청 인구추계에 따르면 다음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인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소세로 접어든다. 결국 ‘들어올 돈’은 부족해지고 ‘나갈 돈’은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노인 관련 공약은 가급적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편 두 후보 측은 그동안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 규모와 조달 방안을 밝히라’는 언론의 요구에 ‘아직 공약이 확정되지 않았다’, ‘단일화에 따른 정책 조율이 필요하다’며 버티다 선거를 불과 열흘쯤 남기고 수백 페이지 분량의 공약집을 내놓았다. 박 후보는 공약집을 10일 내놓고 11일 재원 조달 방안을 밝혔으며, 문 후보는 9일 공약과 재원 조달 방안을 한꺼번에 발표했다. 이에 대해 “유권자들의 검증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늑장을 피운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발표한 계획의 구체성도 떨어진다. 박 후보의 경우 공약별로 필요 예산을 밝히는 대신 ‘편안한 삶(28조3000억 원)’, ‘안전한 사회(2조1000억 원)’ 등 애매모호한 분류를 통해 대략적인 소요 금액만 제시했다. 세제 개편으로 5년 동안 48조 원을 조달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적시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문 후보 측 이용섭 공감1본부장은 “산출 근거가 없는 주먹구구식 재원 계획”이라며 “공약별 소요 금액과 조달 내용을 밝히고 연도별 조세부담률을 제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장원재·최우열 기자 peacechaos@donga.com}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공약집을 비교한 결과 두 후보가 사용하는 단어가 상당히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박 후보가 10일 발표한 공약집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 중 하나는 ‘행복’이었다. ‘국민행복시대’라는 슬로건을 반영한 것으로 공약집 전체 389쪽 중 307번이나 나왔다. 과학기술은 ‘국민행복기술’, 공약에 투입될 예산은 ‘국민행복재원’으로 표현됐다. ‘사람이 먼저’라는 슬로건을 사용하는 문 후보의 경우 9일 선보인 공약집(291쪽)에 ‘사람’이 242회나 나왔다. 박 후보는 보수진영의 후보답게 ‘국방’(30회) ‘안보’(42회) 등의 단어를 문 후보보다 많이 썼다. ‘굳건한 안보’ ‘안보부터 챙기겠다’ 등 안보를 강조하는 표현이 많았다. 범야권 대표인 문 후보는 ‘평화’(51회)를 더 많이 사용했다. 외교 정책에서도 ‘남북평화’를 바탕으로 ‘동북아의 평화’를 이루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또 박 후보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신뢰’(36회)를 강조한 반면 문 후보는 ‘개혁’이라는 단어를 박 후보(25회)보다 두 배 이상으로 많은 63회나 사용했다. 가치지향적인 표현은 문 후보가 더 많이 썼다. ‘공평·평등’을 언급한 횟수는 문 후보(70회)가 박 후보(8회)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정의’를 언급한 빈도도 문 후보가 더 높았다. 문 후보는 ‘재벌’(28회) ‘기득권·특권’(18회) 등의 단어도 박 후보보다 많이 사용했다. 반면 박 후보는 ‘미래’(98회)를 언급한 횟수가 문 후보보다 많았으며 ‘재벌’이라는 단어는 한 번도 쓰지 않고 대신 ‘대기업’이라고 표현했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선후보는 10일 제2차 TV토론에서 경제 위기에 대한 대책과 경제민주화 방안, 고용 문제 등 경제 분야 현안에 대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후보들은 정해진 주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과 공약을 밝히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상대 후보에게 공격의 화살을 날렸다. ○ 재벌개혁 방안 놓고 설전 재벌개혁에 대한 설전이 가장 뜨거웠다. 박 후보는 “한 언론에서 제가 내놓은 경제민주화 정책은 다른 후보보다 약해 보이지만 가장 파괴력이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며 “실천 가능성이 높고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이 아닌가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 후보의 공약에)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등 노무현 정부가 약속하고도 지키지 않은 내용이 포함돼 있다. (문 후보가) 기존 순환출자 금지도 3년 동안 지켜보고 한다고 했는데 대통령 4년차에 그런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공격했다.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와의 공동정부 구상에 대해서도 “출총제, 계열분리명령제 등 핵심적인 정책에 대해 입장이 다른데 어떻게 같이 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문 후보는 “99%의 정책이 일치하면 함께할 수 있고 1%는 문재인 정부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박 후보가 주장하는 ‘줄푸세(세금을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고)’로는 경제민주화를 할 수 없다”고 공격했다. 또 “정경유착 구조의 중심에 새누리당이 있다. 이회창 전 후보가 다시 박 후보 진영에 합류한 것도 뿌리 깊은 정경유착 DNA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문 후보는 “노무현 정부의 재벌개혁이 부족했다는 지적은 받아들인다”면서도 “이명박 정부에서 출총제를 폐지하는 바람에 30대 재벌 계열사가 600개 이상 늘었다”고 역공을 폈다. 이 후보는 “통합진보당(의 정책)은 재벌을 해체하자는 것이다. 반드시 하겠다”고 날을 세웠다.○ 일자리 대책 세 후보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을 둘러싸고도 공방을 벌였다. 박 후보는 문 후보에게 “비정규직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공약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며 “기업에 강력한 규제를 가하다 보면 비용부담 때문에 신규 채용을 줄이거나 인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위해 회사가 차별을 반복하면 손해액을 10배 보상하도록 하고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박 후보도 비정규직을 대폭 줄이겠다고 공약했는데 얼마나 줄일 것인지 되묻고 싶다”며 “공공부문부터 상시적으로 필요한 비정규직 20만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기업은 정규직 전환 실적에 따라 정부 조달 등에서 가점을 주는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박 후보의 재벌 경제정책으로는 중소기업을 살릴 수 없고 일자리를 만들 수 없다”면서 “공공서비스에 좋은 일자리 40만 개를 만들고 노동시간을 단축해 일자리 70만 개를 새로 만들겠다”고 주장했다.○ 경기 대책 박 후보는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단기 대책으로 가계부채 해결과 부동산 거래 활성화, 중소기업·자영업 집중 지원 등을 언급하며 “얼어붙은 소비와 내수에 온기가 돌게 하겠다”고 밝혔다. 장기 대책으로는 “과학기술 정보통신기술을 전 산업에 적용하고 융합해서 제조업의 경쟁력과 서비스산업의 생산력을 높여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성장도 살리면서 국민이 모두 함께 잘살게 만드는 정책의 핵심이 경제민주화와 일자리”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서민의 위기를 탈출하려면 정리해고를 폐지하고, 비정규직을 없애고, 부동산 투기로 돈 버는 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 대책 박 후보는 “재정건전성을 뛰어넘는 복지 포퓰리즘은 두고두고 후세에 짐이 된다”며 “정부의 비효율적인 씀씀이를 줄여 60%의 재원을 마련하고 세수 확대를 통해 40%를 충당해 5년 동안 135조 원을 마련하겠다”고 복지재원 조달 방안을 제시했다. 문 후보는 “복지는 비용이 아니라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이다. 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이 ‘부자에게 돈 쓰는 건 투자라고 하면서 서민에게 돈 쓰는 건 왜 비용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 말을 박 후보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문 후보가 “(박 후보의 공약 중) 4대 중증질환이 뭐냐”고 물어 박 후보가 “심장병 희귀난치성질환 암 중풍”이라고 대답하자 문 후보는 “심장질환은 국가가 책임지고 간 질환은 아니라면 합리적인 분류냐”고 반문했다. 이에 박 후보는 “4대 중증질환부터 시작해 점차 재정 형편을 봐가면서 보장성을 확대하겠다”고 대답했다. 이 후보는 “초고소득층 재벌 대기업은 세금을 좀 더 내야 된다. 다른 방법이 없다. 세금을 말하지 않는 복지는 거짓”이라고 주장했다.김기현·장원재·고성호 기자 kimkihy@donga.com}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9일 공개 일정 없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에 머물며 10일 열리는 2차 TV토론 준비에 주력했다. 1차 TV토론(4일)을 앞두고는 스튜디오를 빌려 리허설까지 했지만 이번에는 관련 자료를 꼼꼼히 살피며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 측은 경제위기 우려 속에 가계부채, 일자리 등 민생대책을 앞세워 준비된 리더십을 부각할 방침이다. 박 후보와 ‘정치적 결별’ 관측이 나온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도 TV토론을 앞두고 복귀했다. 김 위원장은 9일 오전 TV토론의 예상 질문을 작성해 박 후보 측에 전달했으며, 박 후보도 김 위원장에게 전화로 조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토론회가 열리는 KBS에도 동행할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경제민주화에 대한 박 후보의 확신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약화된 측면이 있다고 해서 의미가 상실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후보 당선 시 대통령직인수위 참여 가능성에 대해서는 “19일만 지나면 정치는 이제 그만할 것”이라고 답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2차 TV토론 주제가 경제민주화와 복지정책인 만큼 정책 비전 제시에 주력할 계획이다. 박용진 대변인은 “다른 두 후보(박근혜 이정희) 사이의 정치 공방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국정경험을 바탕으로 한 구체적인 대안 제시로 정책적 우위를 보여주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캠프 정책을 통괄하는 이정우 경제민주화위원장도 9일 “TV토론과 관련해 문 후보에게 정책적인 조언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번에도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의 자극적인 언행에 문 후보의 존재감이 묻히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다. 정치 쇄신을 내세우면서 이 후보의 네거티브 공세에 가담할 수 없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문 캠프 관계자는 “(이 후보 관련) 대책을 고민했지만 마땅한 해법은 찾지 못했다”며 “정책 측면에서 박 후보와 대결하면 자신이 있는데 그럴 분위기가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9일 빙판길에 차가 미끄러지면서 교통사고가 났지만 부상은 크지 않아 10일 TV토론에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는 사고에도 불구하고 9일 늦은 시간까지 집중적으로 토론을 준비했다. 이 후보는 1차 TV토론이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한 만큼 박 후보에 대한 공세적 기조는 유지하되 역효과를 우려해 다소 톤을 낮출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가 2차 토론을 마친 뒤 사퇴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장원재·홍수영 기자 peacechaos@donga.com}

‘안철수 현상’을 끌어오기 위한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의 막판 대결이 치열하다. 안철수 전 후보는 문 후보 지지를 선언했지만 기성 정치권에 불신이 강한 상당수 안 전 후보의 지지층은 여전히 지지할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는 판단에서다. 대선의 향배를 가를 이른바 ‘안철수 지지 무당파’ 2∼3%를 향한 두 후보의 구애 전략은 ‘확실한 쇄신 의지의 표명’이다. 박, 문 후보가 9일 나란히 지금까지보다 더 센 정치쇄신 구상을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박 후보는 이날 자신의 정치쇄신 공약뿐 아니라 문 후보의 쇄신 공약까지를 아울러 실천할 ‘국정쇄신정책회의’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국민정당’ 구상을 통해 대선 이후 대대적 정계개편을 시사했다. 변화 욕구가 강한 20, 30대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신뢰 이미지’ 더한 쇄신 구상 내놓아 박 후보가 밝힌 국정쇄신정책회의(이하 정책회의)는 쉽게 말해 정치판 ‘노사정위원회’다. 정부 몫 3분의 1, 야당 추천 인사 3분의 1, 각계 전문가 및 시민대표 3분의 1이 참여해 정치쇄신을 위한 여야와 시민사회가 대타협을 이뤄내자는 취지다. 특히 정책회의에서 박 후보가 약속한 △기회균등위원회 설치 △특별감찰관제 및 상설특별검사제 도입뿐 아니라 △투표연령 인하, 투표시간 연장 △결선투표제 도입 △지역구와 비례대표의원 비율 2 대 1로 조정 등 문 후보의 정치쇄신안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후보 측 안대희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은 “야당 후보가 제시한 정치쇄신 공약을 검토해 과감히 수용하겠다”며 “정책회의에서는 (각 공약의) 추진 상황을 세밀히 점검하고 감독함으로써 ‘약속은 실천된다’는 참된 정치, 새로운 정치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책회의가 친야(親野) 성향 무당파를 염두에 둔 포석이자 ‘신뢰’라는 박 후보의 기존 이미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이에 대해 문 후보 캠프의 진성준 대변인은 “문 후보의 새로운 정치 질서 구상에 맞불을 놓는 차원에서 급조된 것으로 박 후보의 정치적 상상력의 빈곤을 보여줄 뿐”이라며 평가절하했다. 이어 “국민은 박 후보가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통치자금 6억 원을 언제 어떻게 사회에 환원할 것인지를 더 듣고 싶어 한다”고 공세를 폈다. 다만 진 대변인은 “(정책회의는) 문 후보가 이미 공약하고 제안한 여야정 국정협의회를 사실상 수용한 것”이라며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그 약속을 반드시 이행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거국내각 이어 ‘국민 정당’ 카드 꺼내 문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지금 정권교체와 새 정치를 갈망하는 모든 세력이 하나가 되고 있다”며 “(이들과 함께) ‘국민 정당’을 만들겠다. 이를 위해 저와 민주당은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을 자세가 돼 있다”고 밝혔다.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야권발 정계개편이 이뤄질 것임을 시사한 셈이다. 또 ‘새 정치에 대한 약속을 지키라’고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안 전 후보에게 ‘민주당을 해체하고 새로운 중도 정당을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도 풀이된다. 문 후보가 신당의 주체로 민주당을 비롯해 △안 전 후보 지지세력 △진보정의당 △시민사회 △합리적인 중도보수 인사를 꼽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민주당이 중심이 돼 일부 외부인사를 영입하는 수준이 아니라 백지 상태에서 새로운 범야권 정당의 그림을 그리겠다는 의미다. 문 후보는 이날 대통령에 당선되면 인수위원회 단계부터 야권의 모든 세력이 참여하고, 범야권 인사들로 대통합 내각을 구성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대선 이후 안 전 후보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은 “거국내각(대통합 내각) 구상은 전형적 권력 나눠먹기이자 밀실 야합”이라고 주장했다. 조해진 선대위 대변인은 “문 후보가 남은 대선 기간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할 가장 핵심적인 사안은 공동정부 구상”이라며 “이는 국가권력의 구조와 배분 방법, 배분 비율의 문제이므로 다른 개별 공약과는 비교가 안 된다. 자리를 어떻게 나누기로 했는지 공개하라”고 압박했다.이재명·장원재 기자 egija@donga.com}
대통령선거가 막판으로 치달으면서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정치권의 고질병이 되살아나고 있다. 표만 된다면 자신의 철학이나 정책 노선과 상관없이 무조건 발표하고 보자는 식이어서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3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포럼에 참석해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부도 등으로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어려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인에게 경제적 재기의 기회를 줄 것”이라고 약속했다. 고의로 부도를 냈거나 재산을 은폐하는 등 악질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파산한 자영업자와 부도 낸 중소기업인을 사면·복권시켜 주겠다는 것이다. 경제사범 사면은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부추긴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선거 때 단골로 등장하는 대표적인 포퓰리즘 공약이다. 2007년 대선 때는 이명박 후보가 선거 직전 ‘신용불량자 260만 명 대사면’을 약속했으며 정동영 후보도 ‘악성 경제사범을 제외한 경제 대사면’을 공약했다. 문 후보는 그동안 ‘사면권을 남용하지 않겠다’고 수차례 밝혔으며, 안철수 전 후보와 함께 발표한 새정치공동선언에도 이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어 3일 발언은 그동안의 기조와 상충된다는 지적이 많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가 6일 국회의원 수를 줄이자고 나선 것도 정치권에 불신을 갖고 있는 유권자의 표를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새누리당은 안 전 후보가 제안한 의원 정수 축소에 비판적이었다. 문 후보 측이 3일 발표한 가계 통신비 20%(37만 원) 인하를 두고도 포퓰리즘 논란이 일었다. 캠프 측은 현실성 여부 등을 둘러싸고 역풍이 불자 “확정된 공약이 아니라 의견 수렴 과정에서 제안된 것”이라며 이틀 만에 취소했다. 박 후보의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은 선진국도 거의 시행하지 않는 포퓰리즘 공약으로 꼽힌다. 문 캠프에서 7일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도 인기영합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두 후보가 최근 약속이나 한 듯 프로야구 10구단 창단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힌 것도 마찬가지다.장원재·홍수영 기자 peacechaos@donga.com}

“외환위기 수준의 경제 위기이다. 정부가 신뢰받지 못하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새누리당 김광두 중앙선대위 힘찬경제추진단장은 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신뢰정부’를 강조했다. 그는 “정부 3.0은 거의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의 감시를 받고, 부처 간 정보 공유로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라며 “정부부터 신뢰를 받아야 신뢰사회를 이끌 수 있다는 게 박근혜 후보의 소신”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7월 대선 출마 후 ‘정부 3.0’ 공약을 가장 먼저 발표했다. 2007년 대선 경선 캠프 때 합류한 김 단장은 경선 패배 이후 박 후보와 함께 정책연구를 해 온 ‘정책 브레인’이다. 2010년 12월부터는 국가미래연구원을 이끌며 분야별로 박 후보 공약을 만들어 왔다. ―박 후보가 경제성장과 경제민주화 투트랙 이야기를 하는데, 가능한가. “대기업 중심의 일자리 창출은 연간 최대 6만 명이 한계다. 그러나 지식문화산업에선 연간 최대 23만 개의 일자리가 생긴다. 대기업 중심의 제조업 의존도를 낮추고 내수와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지식문화·생활복지산업 비중을 높이는 경제구조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그 산업을 살리려면 공정거래법을 강하게 만들어서 대기업의 횡포를 없애는 경제민주화가 필수적이다.” ―경제상황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내년 경제성장률을 0.5%로 예측했던 유럽중앙은행이 어제 ―0.3%로 낮췄다. 우리나라 내년 경제성장률이 2%대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잠재성장률이 3.5%보다 떨어지면 현재 고용도 유지할 수가 없다. 외환위기 수준의 위험한 상황이다.” ―2007년 대선 경선 때 박 후보 캠프의 ‘줄푸세(세금을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고)’ 위원장을 맡았다. 그랬다가 이번엔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대를 내세웠는데…. “세금은 경제 상황에 따라 바뀌는 정책 수단이다. 복지 수요가 늘어나니 세금을 줄일 수는 없다. ‘줄’은 포기했다. 그러나 ‘푸세’는 남아 있다. 급격한 세계경제 변화 속에서 기업의 손발을 묶어놓으면 안 된다. 나쁜 규제 때문에 공무원이 힘을 갖게 되고 부패의 근원이 된다. 나쁜 규제를 푸는 게 오히려 경제민주화다.” ―경기부양정책을 두고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갈등을 빚었는데… “경기부양 시점에서 생각이 좀 달랐다. 정권교체기이기 때문에 정부가 내년 상반기 경제위기에 잘 대처할지 우려됐다. 그래서 당장 국회에서 논의해 내년 초부터 경기부양책을 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경기가 얼마나 나쁠지 인수위원회가 평가해 대책을 세우는 게 더 정확하다고 봤다. 결국 경기부양책은 공약집에 안 들어갈 것 같다. 다른 부분은 의견 차이가 거의 없다.” ―동아일보와 한국정당학회가 정책 검증을 한 결과 박 후보의 재원 마련 방법 중 세출 절감으로 매년 14조 원 정도를 충당하겠다는 게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 때문에 증세를 언급하지 않는 것이 비겁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2013년과 2014년 중앙정부의 지출액을 동결하면 가능하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일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부가 총지출을 4년간 동결시킨 적이 있다. 경제성장이 기대만큼 되지 않는 최악의 경우 세금을 더 걷는 상황이 올 수도 있지만 증세 없이 최대한 해보겠다는 의지다.” ―민주당 경제 공약의 문제점을 지적하자면…. “국가 채무에 대한 고민이 없다. 1997∼2007년, 즉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우리나라 국가채무비율이 11.9%에서 30.7%로 올라갔다.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2011년 국가채무비율이 34% 정도인 것과 비교해도 민주당 정부가 국가 경영을 엉망으로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대선 공약을 보면 또 국가 운영의 책임감 없이 증세 복지 문제를 선정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성장정책도 전혀 없다. 일자리 정책도 나누기 중심이고 공직자를 늘려 해결하겠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부도 난 게 그리스다. 오늘 당장 아프니까 마약으로 모면하겠다는 논리와 마찬가지다.”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 “개혁으로 나라를 구할 마지막 기회… 朴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핵심 빠져” ▼■ 민주 이정우 경제민주화위원장“나라를 구할 마지막 기회다. (집권하면) 기득권에 영합하지 않을 강단 있는 사림파 20, 30명이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 핵심 부처에 장차관으로 들어가야 한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의 이정우 경제민주화위원장은 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한국을 보면 구한말이 떠오른다. 이번에 재벌 노동 복지 행정 등 각 분야에서 개혁을 못 하면 장기침체에 빠져 나라가 기울 가능성이 높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재 캠프에서 정책 총괄을 맡은 그는 노무현 정부 초기 대통령정책실장을 지내며 ‘참여정부의 경제브레인’으로 불렸다. 하지만 분배와 개혁을 중시한 탓에 성장을 우선시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등 모피아(옛 재무부의 영문약자인 MOF를 마피아에 빗댄 말) 세력과 충돌을 빚었다. 강단에 복귀한 뒤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참여정부의 근본 철학 자체가 모호해졌다”며 매섭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노 정부에서 제대로 개혁을 추진하지 못한 것에 대해 “당시 (정태인 전 대통령국민경제비서관 등을 포함해) 경제개혁 4인방이니 뭐니 했지만 수가 너무 적었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문 후보의 대표 공약 3개를 고른다면…. “의료비 본인부담 연간 100만 원 상한제, 노동의 민주화,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이다. 의료비 문제로 집안이 절단 나는 경우가 주변에도 너무 많다. 의료 분야는 도덕적 해이도 비교적 크지 않기 때문에 의료비 100만 원 상한제는 아주 좋은 공약이다. 노동의 민주화에는 비정규직 차별 해소,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 등이 포함된다. 사회서비스 분야 일자리 창출은 복지와 성장, 일자리를 만드는 데 동시에 기여하는 ‘1석3조’ 공약이다.” ―박 후보도 비정규직 차별 해소 등을 약속했다. “제목은 비슷해도 내용은 훨씬 더 철저하다. 의지와 강도에서 차이가 있다. 우리가 비교우위에 있다고 본다.” ―박 후보 공약 중 비판받을 만한 3개를 고른다면…. “박 후보는 기존 순환출자를 그대로 두고 신규 순환출자만 해소하겠다고 했다. 기존 순환출자 구조를 그대로 두는 것은 재벌개혁을 전혀 하지 않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암 등 4대 중증질환 100% 건강보험 적용은 공약으로 커버되는 비율이 너무 낮다. 그렇게 해서 의료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사회 안전망치고는 구멍이 너무 크다. 셋째, 자녀 대학등록금 전액 지원은 첫째, 둘째는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불공평하다. 출산을 하라고 팔을 잡아당기는 느낌인데 그런다고 안 낳으려던 셋째를 낳겠나. 실제로는 정책효과도 별로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즉흥적이고 깊이 없는 정책이다. 낙제점을 주고 싶다.” ―안철수 전 후보 측과의 정책분야 협력 계획은…. “요즘 장하성 고려대 교수(안철수 전 후보 캠프의 정책 총괄)와 매일 통화하고 있다. 이르면 주말에 저와 장 교수를 포함해 두 캠프의 복지경제정책팀 구성원들이 만나 향후 협력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장 교수 등이 캠프에 합류할 가능성도 있나. “안 전 후보 측에서 정책을 담당하셨던 분들이 당장 민주당에 들어오기는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정권교체와 새 정치를 위한 국민연대’라는 제3의 공간이 마련됐다. 국민연대 내부에 정책위원회가 만들어지면 양 캠프 인사들이 합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찍부터 문 후보에게 정치 참여를 권했다고 하던데…. “지난해 초 한 모임에서 정치 참여를 권했다. 박 후보와 맞설 사람으로 아무리 생각해도 박원순 서울시장과 문 후보밖에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문 후보는 당시에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이후 정치 참여를 선언했다. 등 떠민 대가로 올해 5월 담쟁이포럼에 참여했고 한발씩 들여놓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문 후보가 당선될 경우 어떤 역할을 맡을 계획인가. “문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국정에 참여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적당한 인사들을 추천할 수는 있을 것이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외교안보 분야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집행 용이성과 비용 효과성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수단 적합성, 재정 실현성에서 평가가 좋았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정책에 따라 한미, 한중 관계를 재조정해야 한다는 어젠다에 대해 두 후보는 다른 해법을 제시했다. 박 후보는 한미관계를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심화 발전시키고 동시에 한중관계를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업그레이드시키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한미동맹은 공고하게 발전시키되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과 호혜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균형외교’를 내세웠다. 매니페스토 자문교수단은 박 후보에 대해 “동북아 질서를 현상유지의 관점에서 유지하고 있어 보수적인 견해로 평가한다”며 “현 정부 대외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측면에서 한미관계와 한중관계의 조화로운 발전은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서울시립대 황지환 교수는 “외교정책은 기본적인 실행 계획이 투명해야 한다”며 “모호한 정책은 향후 외교정책에 대한 국내외적 갈등을 유발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자문교수단은 문 후보에 대해선 “한미동맹보다 한중관계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어 진보적 견해로 평가한다”면서 “한미관계와 주변국과의 균형외교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동북아 균형자론’을 떠올리게 해 대내외적으로 상당한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황 교수는 “국방비 증액 등 상당한 안보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군의 상부 지휘구조 개편의 필요성에 대해 박 후보는 “전시작전권 전환과도 맞물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국민적 합의를 반드시 거쳐서 처리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견해를 밝혔다. 문 후보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상부지휘구조 개편은 잘못된 진단”이라며 분명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자문교수단은 박 후보 답변에 대해 “군 내부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모호한 정책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발표한 ‘국방개혁 2020’ 계획에 따라 3군의 균형발전, 전력의 합동성, 국방 문민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문 후보의 공약에 대해선 “현재 3군 간 관계를 볼 때 실제로 이행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두 후보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주변 남북 공동어로구역 설정’에 대해 총론에서는 동의했지만 각론에선 매우 달랐다. 박 후보는 “NLL을 북한이 인정할 경우에만 공동어로구역을 협의할 수 있다”며 ‘NLL 유지’를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자문교수단은 “북한의 ‘NLL 인정 불가’ 방침은 명확하다. 그렇다면 공동어로수역 설정 자체가 불가능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문 후보에 대해서는 “‘남북경제연합을 위한 5개년 계획’이란 세부 계획을 밝혔지만 지속적인 사회적 갈등과 부작용이 발생할 소지가 크다”고 분석했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대선후보도 아닌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가 다시 대선 구도의 전면에 나서면서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진영도 달라진 환경에서 새로운 전략을 짜느라 분주해졌다. 우선 안 전 후보의 가세로 힘을 얻은 문 후보 진영은 “이제야 박 후보와 정면대결을 펼칠 수 있는 여건이 됐다”며 고무된 표정이다. 문 캠프 측은 안 전 후보의 사퇴로 늘어난 부동층을 다시 끌어들이기 위한 다양한 전략부터 구상하고 있다. 핵심 관계자는 “안 전 후보 지지자를 흡수하기 위해 정치개혁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진행하되 두 후보의 이미지가 서로 보완되도록 역할을 분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개혁을 통해 정치에 무관심한 무당파, 중도층, 2030세대의 지지를 끌어내면서 최대한 투표율을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지역적으로는 안 전 후보가 부산·경남(PK) 공략에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한다. 부산 출신의 두 사람이 함께 유세를 벌이면 PK 민심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안 전 후보도 문 후보의 부산 유세에 맞춰 7일 부산을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문 캠프의 우상호 공보단장은 “두 후보의 방문과 함께 민주당 의원총회를 부산에서 열어 대국민 약속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다만 구체적인 협업 방식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안 전 후보 측의 의사에 따를 것이며 최대한 배려할 것’이라는 낮은 자세를 보이고 있다. 문 캠프는 그동안 중립을 지키던 소설가 이외수 씨 등 명망가들이 국민연대에 참여하며 문 후보 지지를 선언한 것에도 힘을 받는 분위기다. 문 후보는 국민연대 출범식에서 “집권하면 지역 정파 정당을 넘어선 초당파적 거국내각을 구성한다는 마음으로 드림팀을 구성해 국정 운영을 성공시키겠다”며 기득권 포기를 선언했다. 국민연대에 안 전 후보 측이 적극 참여하고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사퇴해 주는 것이 민주당에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반면 수세 국면에 처한 박 후보 측은 일단 여론과 민심의 추이를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이번 주말을 지나면서 구름이 걷히듯 안철수 효과의 파괴력이 드러날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핵심 관계자는 당장 언론과 여론의 관심이 문 후보 쪽으로 쏠리며 당분간 대선의 주도권을 뺏길 것으로 우려하면서도 “문-안 공조에 대응할 인위적인 ‘카드’는 없다”고 말했다. 그런 식의 ‘이벤트 정치’는 박 후보의 스타일과 맞지도 않고 이제 와서 갑자기 내놓을 마땅한 대응책도 없다는 것이다. 이정현 공보단장은 “(안철수 변수의 재등장에도) 전략 수정 없이 선거가 끝날 때까지 오로지 국민을 바라보고 국민을 챙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대통합과 민생의 두 축을 중심으로 국민을 설득해 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6일 수도권 유세부터 박 후보의 미세한 메시지 변화도 감지된다. 박 후보는 ‘책임 있는 변화’를 강조했다. 문 후보도 쇄신과 변화를 얘기하지만 실질적이고 실천 가능한 변화는 자신만이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야권은 역대 대선에서도 단일화 등 정치 이벤트를 했지만 결국은 분열의 정치로 끝난 반면 자신은 원칙과 신뢰를 지켜 왔다는 점을 대비시키겠다는 것이다.김기현·장원재 기자 kimkihy@donga.com}

4일 방영된 첫 대선 TV토론은 조사 대상의 68.3%가 ‘대부분 또는 일부를 시청했다’고 답했다.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언론보도 등을 통해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라는 응답자는 13.4%였다. 시청하지 않았고 내용도 모른다고 답했거나, 아예 응답하지 않은 이들은 18.3%에 불과했다. TV토론에 대한 높은 관심이 수치로 나타난 것이다.○ 토론 누가 잘했나? ‘박-이-문’순토론을 봤거나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는 응답자를 대상으로 어느 후보가 토론을 더 잘했는지를 묻자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라는 응답이 33.7%로 가장 많았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23.1%로 뒤를 이었으며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20.7%에 그쳤다. 문 후보에 대한 평가가 박하게 나온 것은 토론 내내 이 후보가 박 후보를 공격하면서 비교적 점잖은 모습을 보인 문 후보의 존재감이 부각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 후보 지지층의 64.4%는 박 후보가 토론을 가장 잘했다고 평가했으나, 문 후보 지지층에서는 이 후보가 잘했다는 응답(39.7%)이 문 후보가 잘했다는 응답(37.8%)보다 근소하게 많았다. 문 후보는 자신의 지지층에서도 제대로 평가를 못 받은 셈이다. 이에 따라 TV토론을 통해 지지율 격차를 극복하겠다던 문 캠프의 전략은 일단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연령이 높을수록 박 후보가 잘했다는 응답이 많았고, 연령이 낮을수록 이 후보가 잘했다는 답변이 많았다. 이념성향별로 보면 보수층은 절반 이상(54.2%)이 박 후보가 잘했다고 답했으며 중도층에서도 박 후보가 잘했다는 답변이 29.1%였다. 진보층에서는 이 후보가 잘했다는 응답이 35.9%로 문 후보(32.3%)를 앞질렀다.지역별로는 호남을 뺀 모든 지역에서 박 후보가 잘했다는 답변이 많았다. 호남에선 이 후보가 잘했다는 응답(36.4%)이 문 후보가 잘했다는 응답(32.5%)을 앞질렀다.○ TV토론 후 지지 후보 변경 6.7%TV토론이 각 후보의 지지율에 미친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TV토론회를 보고 지지 후보를 변경할 생각이 들었느냐’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89.1%는 ‘변경할 생각이 없다’라고 답했다. ‘변경할 생각이 들었다’라는 이들은 6.7%에 불과했다. 박 후보 지지자의 93.5%, 문 후보 지지자의 91.9%가 지지 후보를 변경할 생각이 없다고 밝혀 이미 각 후보 지지층이 결집된 상태임을 보여 줬다. 새누리당 지지자의 92.4%, 민주당 지지자의 90.2%도 현재 지지하는 후보를 계속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지역별로는 강원·제주에서 변경할 생각이 들었다는 답변이 13.0%로 좀 높게 나왔지만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텃밭인 대구·경북과 호남에선 변경 의사를 밝힌 이들이 각각 2.6%와 6.4%에 그쳤다. ○ 토론 방식 개선 목소리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1% 미만이라도 소속 정당 국회의원이 5명 이상이면 참여할 수 있는 현행 TV토론 방식에 대해서는 ‘현행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라는 의견이 과반(58.5%)이었다. 이 후보로부터 맹공격을 받았던 박 후보의 지지층 59.3%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문 후보 지지층 57.2%도 제도 개선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 지지자(60.1%)보다 민주당 지지자(63.0%) 사이에서 토론 자격을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약간 높았다. 또 진보층(58.4%)보다는 보수층(63.5%)과 중도층(63.2%)에서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컸다.장원재·손영일 기자 peacechaos@donga.com}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지원하는 범야권 국민연대가 6일 공식 출범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국 서울대 교수와 소설가 황석영 씨, 문 후보 캠프의 안경환 새정치위원장 등은 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권교체와 새 정치를 바라는 민주·진보·개혁 진영이 하나로 힘을 합치고 건강한 중도 및 합리적 보수 진영까지 하나가 돼야 한다”며 ‘정권교체-새정치 국민연대’(가칭) 구성을 제안했다. 이들은 “진보 보수라는 이념의 틀을 뛰어넘어 ‘민주주의’ ‘복지’ ‘평화’의 가치에 동의하는 분들이 하나가 돼야 하는데 민주당이라는 틀에 함께 모이긴 어렵다”며 국민연대 구상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제안에는 문 후보 측 멘토단인 소설가 공지영 씨, 영화배우 김여진 씨, 박제동 화백, 진중권 동양대 교수 등 16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민주당, 시민사회, 안철수 전 후보 지지세력, 진보정의당, 건강하고 합리적인 중도보수 인사들이 모두 참여해 이번 선거를 주도해야 한다”며 “대선 승리는 물론이고 대선 이후 새로운 정치질서를 만들어 나가는 비전까지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에 대해선 “더 반성하고 쇄신하고 헌신해야 한다”며 쇄신을 요구했다. 조국 교수는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안 전 후보 지지자들도 민주당과 문 후보에 대한 불만, 속상함을 접어두고 모두 단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4일 TV 토론 직후 트위터에 “박근혜가 집권하면 이정희 감옥에 들어갈 것 같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문재인 이겨야겠다”는 글을 올렸다. 국민연대가 발족될 경우 안 전 후보의 지원 의사 표명 여부에 따라 안 전 후보 캠프에 있던 사람들이 대거 합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선후보는 4일 첫 TV토론에서 각종 현안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날 토론 주제는 정치·외교·안보·통일이었지만 후보들은 주제와 다른 권력형 비리 의혹 등을 제기하며 아슬아슬한 설전을 이어갔다.○ 대북정책박, 문 후보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에 대해 한목소리로 비판했으나 해결 방법은 달랐다.박 후보는 “진짜 평화와 가짜 평화는 구분해야 한다. 퍼주기를 통해 평화를 유지하는 건 진정한 평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2006년 북한에 그렇게 퍼주기를 했음에도 첫 번째 핵실험을 했다”고 공세를 폈다.문 후보는 “새누리당과 박 후보처럼 전제조건을 달면 안 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전제조건을 다는 동안 북핵 문제가 악화되지 않았느냐”며 “우리 경제의 지평을 넓히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차원에서 평화의 문을 다시 열겠다”고 밝혔다.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계획에 대해 박 후보는 “북한은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더 고립될 것”이라고 했고 문 후보도 “동북아 긴장을 고조시키는 잘못된 행동”이라고 공감했다.서해 북방한계선(NLL)과 관련해 박 후보는 “문 후보가 2007년 남북 국방장관 회담에서 국방장관이 회담에 임하는 태도가 경직됐다고 말했다”며 “당시 장관 태도는 NLL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그러면 NLL을 변경해야 한다고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또 “지금은 말을 바꿔 NLL은 사실상 영해선이라고 말했지만 진정성을 믿기 어렵다”며 대화록 공개를 주장했다.문 후보는 “NLL은 사실상 남북 간 영해선이어서 단호하게 사수해야 한다는 의지를 여러 번 밝혔음에도 같은 이야기가 되풀이돼 유감”이라며 “당시 국방장관 회담에서 김장수 장관이 경직됐다고 한 것은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려면 조사를 위한 군사적 보장이 필요한데 거기서 경직된 태도를 보여서 진도를 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이 후보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한 북한의 책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NLL을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이냐”는 박 후보의 질문에 사실상 동문서답을 했다.○ 상대 후보 의혹 제기문 후보는 “새누리당 정부는 거의 비리 백화점 수준”이라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대통령 측근과 친인척을 포함해 모두 47명이 비리로 구속됐고, 박 후보의 측근들 중에서도 벌써부터 비리가 시작되고 있다”며 “최측근인 홍사덕 전 선대위원장을 시작으로 친박(친박근혜) 인사들의 돈공천 문제가 불거졌고 새누리당 내부에서 ‘만사올통(모든 일은 올케를 통하면 된다)’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박 후보는 “권력형 비리 문제가 나오면 문 후보께서 많이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그는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있을 때 부산저축은행 조사를 담당했던 금융감독원 국장에게 압력을 행사한 의혹이 있어 저축은행 피해자 모임에서 문 후보를 고발한 상태”라며 “정무특보로 있을 때 아들이 공공기관에 부당하게 취업한 것도 국회 국정감사에서 확인됐고 최근에는 집을 사면서 다운계약서를 쓴 것도 확인됐는데 (문 후보가) 정말로 권력형 비리를 막을 수 있다고 보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문 후보는 “부정과 비리가 있었다면 이미 이명박 정권하에서 밝혀졌을 것”이라고 반박했다.박 후보는 “비리 정치인은 영원히 격리하고 부정하게 받은 돈은 30배 이상 배상하게 하고 향후 20년간 공직에 나서지 못하게 법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설치해야 한다”며 “국가청렴위를 다시 독립시키고 정치검찰을 개혁하겠다”고 했다.이 후보는 박 후보를 향해 “친인척 비리가 발견되면 대통령직을 즉각 사퇴하겠다고 약속하겠느냐”고 압박했고, 박 후보는 “툭하면 관두겠다, 사퇴하겠다는 게 얼마나 무책임하냐, 그런 것은 정치공세다”라고 받아쳤다.○ 정치쇄신정치쇄신 방안에 대해 박 후보는 ‘약속’을, 문 후보는 ‘통합’을 강조했다.박 후보는 “지키지 못할 약속을 안 하고 한 번 한 약속은 지키는 노력을 지금까지 해왔다”며 “국회, 검찰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일대 대혁신으로 새로운 정치 문화를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또 “탕평 인사와 지역균형발전을 추진하고 중산층을 복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문 후보는 “상생과 통합의 정치를 실현하겠다”며 “책임총리제를 시행하고 국회의 대정부 견제권을 강화해서 대통령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미국처럼 여야 대표들을 일상적으로 만나서 중요한 국정을 의논하고 필요하면 매일같이 만나겠다”고도 했다.○ 리더십다음 대통령에게 필요한 리더십을 묻는 질문에 박 후보는 “내년에는 우리의 삶이 어려울 것이라고 하는데 국정의 80%가 위기관리”라며 “다음 대통령은 위기 극복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선거 때마다 말바꾸기를 하면서 정치인의 말을 믿지 않기 때문에 신뢰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도 했다.문 후보는 “이명박 정부의 실패 원인은 불통과 정직하지 못한 것 때문”이라며 “소통하는 정직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의 정책과 의견이 국민 모두에게 지지받는다고 생각 않는다. 반대가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당선을 위해 생각을 숨기거나 마음에 없는 말을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엇갈린 연대치열한 공방 속에서 화합의 모습도 보였다.문 후보는 박 후보에게 “저와 공통 정책이 참 많다”며 “공통 정책에 대해선 당장 이번 국회에서부터 공동으로 실천하자. 여야 공동으로 법안을 제출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이에 박 후보는 “환영한다”며 “그렇잖아도 우리 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에서 정당 및 정치개혁과 관련해 같이 합의하고 국회에서 통과시키자고 제의했다”고 화답했다.반면 문 후보는 통합진보당과의 연대 불가를 재확인했다. 그는 “통합진보당도 혁신을 계속해서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정당이 된다면 연대 못할 이유가 없지만, 지금은 그런 여건이 갖춰지지 못했다”고 말했다.길진균·장원재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