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출산 후 몸조리를 위해 이용하는 산후조리원에서 도리어 전염병에 걸리는 신생아와 산모가 3년간 4.8배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산모 10명 중 6명이 산후조리원을 이용하고 있는 만큼 감염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30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보건복지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산후조리원에서 감염병에 걸린 신생아와 산모가 2013년 101명에서 지난해 489명으로 늘었다. 이 기간에 산후조리원 이용자는 오히려 소폭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1∼6월 기준) 기준 277명이 감염돼 처음으로 500명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산후조리원 감염은 신생아 집단 감염으로 쉽게 번진다. 실제 감염자 489명 중 447명(91.4%)이 신생아였다. 산모 감염은 42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가장 흔한 감염병은 로타바이러스감염증으로 138명이 감염됐다. 생후 3∼35개월 영유아가 주로 걸리는 로타바이러스감염증은 드물지만 경우에 따라 심한 탈수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산후조리원 감염 사고가 증가하는 주된 원인으로는 집단 감염을 막기 위한 관리 규정이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점이 꼽힌다. 김남철 복지부 출산정책과장은 “감염 관리를 강화하고 처벌 근거를 명시한 모자보건법을 지난해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라며 “법안 처리에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부산대병원 전공의 11명이 지도교수로부터 2년 넘게 폭행을 당하는 등 최근 대학병원 사건이 잇따르자 보건당국이 뒤늦게 나섰다. 지난해 전공의 폭행 사건이 벌어진 전북대병원에 ‘전공의 모집 중단’ 처분을 내리는 한편으로 다른 병원의 실태 조사에 들어갔다. 24일 보건복지부는 “6월 전북대병원 정형외과 전공의가 선배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는 민원이 접수돼 진상 조사를 벌인 결과 폭행 사실 외에 수련환경평가 제출 자료 허위 작성 등 법 위반 사실을 확인해 행정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 시행된 후 첫 행정처분이다. 복지부는 전북대병원에 과태료 100만 원을 부과하는 조치 외에 2년간 정형외과 레지던트 모집을 중단하고 인턴 정원을 기존 44명에서 42명으로 줄이도록 조치했다. 기존 정형외과에서 근무하던 전공의들이 다른 수련병원으로 이동을 요청하면 적극 협조하도록 지시했다. 앞으로 3년간 수련 관련 규정을 잘 지키는지 사후 평가도 실시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또 부산대병원을 비롯해 다른 대학병원 5곳에 행정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성형외과 교수의 폭행 사건이 발생한 한양대병원 △선배 전공의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민원이 제기된 삼육서울병원 △여성 전공의 성추행 사건이 불거진 양산부산대병원 등 3곳에서는 이미 자료를 제출받아 검토 중이다. 여성 전공의 2명이 회식 자리에서 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나온 강남세브란스병원과 부산대병원 등 2곳에는 자료 제출을 명령할 방침이다. 이번 조사로 지도교수의 전공의 폭행 사건에 부산대병원의 조치가 적절했는지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과 부산대병원 노조 등에 따르면 이 병원 전공의 11명은 지도교수로부터 2년간 상습적으로 구타를 당했다. 고막이 파열된 피해자도 있었다. 이에 피해자들은 병원 측에 폭행을 저지른 지도교수의 파면과 해임을 요구했지만 병원 측은 해당 교수에게 ‘학생들에게 접근하지 마라’고 조치하는 데 그쳤고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을 면담하며 회유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복지부는 이날 전공의를 상대로 한 폭행, 성범죄가 발생한 병원에 대한 과태료를 올리고 가해 교수는 지도교수 지위를 박탈하는 등 재발 방지책을 내놓았다. 또 병원별 평가를 통해 정부가 지급하는 지원금을 삭감하기로 했다. 도제식으로 이뤄지는 전공의 교육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도교수가 전공의 장래를 좌지우지할 만큼 막강한 권한이 있다 보니 부당한 갑질에도 참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안치현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전공의 80%가량이 폭행 등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며 “교수 마음대로 좌지우지하지 않고 병원마다 일률적인 시스템으로 전공의가 배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경 kimhk@donga.com / 부산=강성명 기자}

‘A형, O형 혈액 급구.’ 23일 서울 종로구 헌혈의집 앞에 한 직원이 이런 안내문을 들고 길거리에 서 있었다. 안내문에는 헌혈 후 지급하는 영화예매권, 무료 커피 쿠폰 등 기념품 종류까지 상세히 적혀 있었다. 하지만 1시간 30분 동안 헌혈의집을 방문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헌혈 인구가 5년 만에 감소한 지난해부터 혈액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욱이 앞으로 3년 뒤에는 상황이 더 심각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20년부터 헌혈이 가능한 인구(16∼69세)는 주는 반면 수혈을 받아야 하는 노인 인구는 급속히 늘어나서다. 저출산 고령화로 혈액 공급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23일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이 통계청의 인구 추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5년 3907만 명이던 헌혈 가능 인구는 2020년 3922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매년 감소해 2050년이면 3000만 명 밑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문제는 헌혈을 많이 하는 16세 이상 10, 20대 인구의 급감이다. 지난해 헌혈 참여자의 73%는 10, 20대였다. 국내 혈액 공급량의 상당 부분을 학생과 군인의 단체 헌혈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16세 이상 10, 20대 인구는 2000년 1204만 명에서 2015년 998만 명으로 감소했다. 2050년에는 619만 명으로 줄어든다. 반면 65세 이상 노인은 2015년 654만 명에서 2050년 1881만 명으로 3배로 뛴다. 2015년 627만 유닛(1유닛은 250∼500mL)이던 혈액 공급량은 지난해 589만 유닛으로 줄었다. 혈액 보유량이 3일 치 미만으로 떨어져 ‘주의경보’가 발령된 날도 잦아졌다. 2014년 단 하루도 없던 주의경보는 2015년 4일, 지난해 60일로 늘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에는 수혈용 혈액이 부족해 환자에게 수술을 받으려면 수혈할 사람을 데려오라고 요구하는 의료기관까지 생겼다. ‘수혈용 혈액 부족 사태’가 현실화된 것이다. 현재 헌혈받은 혈액은 크게 수혈용과 의약품 제조용으로 쓰인다. 이 중 의약품 제조용 혈액은 수입이 가능하지만 환자 생명과 직결되는 수혈용 혈액은 감염 우려 등으로 100% 국내 헌혈로 조달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김준년 혈액안전감시과장은 “이런 사태가 장기화되면 혈액 수입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면 중장년층의 헌혈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23일 대한적십자사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대한적십자사 박경서 회장은 “일본에서 중장년층 헌혈이 활발한 건 어린 시절부터 헌혈 교육을 충분히 받은 덕분”이라며 “헌혈 문화 개선을 위해 교과목에 헌혈을 장려하는 내용을 넣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답했다. 보건복지부는 중장년층이 대다수인 직장인을 겨냥해 헌혈 시 휴가 등 인센티브를 주는 내용의 중장기 대책을 다음 달 발표한다.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남지역본부 후원회장인 손종호 씨(66)의 고향은 경북 포항이다. 16세 때 가난을 피해 무작정 고향을 떠났다. 공장이 몰려 있는 경남 창원(당시 마산)에서 허드렛일부터 시작해 기술을 배웠다. 지금 어엿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손 씨는 소년소녀 가장이나 저소득 가정 아이들을 30년째 후원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해서 그런지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죠.” 손 씨가 처음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인연을 맺은 건 1988년 2월이다. 중장비 부품을 제조하는 회사를 차린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그는 “형편이 되는 대로 1000원, 2000원씩 후원했다”며 “매달 우체국에 가서 후원금을 직접 부치는 게 가장 큰 기쁨이었다”고 회상했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거래처로부터 받은 어음 수억 원어치가 부도났다. 당장 직원 급여조차 주지 못할 위기였지만 손 씨는 그때도 후원을 끊지 않았다. “기업도 어려운데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은 얼마나 더 힘들었겠어요. 그 생각에 도저히 후원을 멈출 수가 없었어요.” 손 씨가 30년간 낸 후원금은 3억 원가량이다. 여기에 2007년 후원회장을 맡은 손 씨는 매년 도움이 필요한 아이 3000명을 다른 후원자와 연결해주고 있다. “제가 후원하던 아이가 대학에 입학하면서 ‘자신이 받은 도움을 다른 사람에게 베풀겠다’는 편지를 보냈어요. 제가 해준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보상을 받은 기분이었죠.” 손 씨 가족도 기부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달 손 씨의 부인 최윤선 씨(62)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1억 원 후원을 약속하면서 손 씨 부부는 고액 후원자 모임인 ‘그린노블클럽’에 함께 이름에 올렸다. 손 씨는 “자식들도 부모의 기부를 적극 응원해주고 있다”며 “최근 아들과 며느리가 손주 돌잔치 때 받은 축하금을 후원금으로 내줬다”며 뿌듯해했다. 한동안 자기 자랑으로 비칠까 기부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않았던 손 씨는 최근 지인들에게 기부를 적극 권유하고 있다. 기부 문화의 확산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기부를 하면 더 큰 행복감을 되돌려 받거든요.” 그는 독자에게도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우리 주변에는 형편이 어려워 끼니를 거르거나 배움의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하는 아이들이 너무 많습니다. 더 많은 관심과 도움이 필요합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고액후원자 모임인 ‘그린노블클럽’에 참여를 희망하는 후원자는 재단 상담센터(1588-1940, )로 문의하면 된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담배업계의 아이폰’으로 불리던 아이코스 등 궐련형 전자담배 열풍에 제동이 걸렸다. 국회가 궐련형 전자담배에 붙는 세금을 현행 일반 담배의 50% 수준에서 90%로 올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경고 그림을 일반 담배 수준으로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세금 인상안이 적용되면 궐련형 전자담배의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 현재 4300원짜리 한국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 전용 담배 ‘히츠’ 1갑에는 총 1739원의 세금과 부담금이 부과된다. 이번에 통과된 개별소비세 외에 다른 세금과 부담금 모두 일반 담배의 90%로 오르면 세금과 부담금은 2986원으로 불어난다. 한국필립모리스 측은 세금 인상안이 확정된다면 가격을 5000원대로 올릴 것으로 보인다. 흡연자들은 세금 인상분이 반영된 새 가격이 얼마로 정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전용 기기를 구입해야 한다. 아이코스 기기 값은 10만 원에 달한다. 하지만 전용 담배인 히츠 가격이 일반 담배보다 200원 싸기 때문에 매일 1갑씩 16개월 이상 피우면 일반 담배보다 경제적으로는 이득이다. 이런 경제적 판단이 많은 흡연자들이 아이코스로 갈아탄 이유 중 하나였다. 직장인 류모 씨(32)는 “일반 담배보다 냄새가 덜하고 가격이 저렴해 아이코스를 애용하고 있다”며 “가격이 올라도 4500원까지는 별 거부감이 없겠지만 그 이상이라면 흡연량을 줄일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편의점 등에서는 가격 인상 전 사재기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일반 담배에서 궐련형 전자담배로 바꾸려던 흡연자들은 가격 인상 전까지 관망하는 분위기다. 15년간 담배를 피운 엄모 씨(35)는 “올 초 결혼한 뒤 아내가 담배 냄새를 너무 싫어해 아이코스로 갈아탈 생각이었다. 하지만 가격이 오른다니 조금 더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존 사용자 대다수는 가격이 비싸지더라도 궐련형 전자담배를 사용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들 대다수가 냄새가 적고 연기가 나지 않고 건강에 덜 유해할 것 같다는 생각에서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우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궐련형 전자담배 관련 규제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달 말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경고그림위원회’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경고 그림을 강화하는 안건을 논의한다. ‘주사기 그림’이 전부인 현행 경고 그림이 일반 담배처럼 10가지 혐오 그림을 넣는 방식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서울에 사는 김성모(가명) 씨에게 이번 추석은 ‘악몽’ 같았다. 오랜만에 만난 아버지는 별 이유 없이 어머니에게 욕을 하고 손찌검을 했다. 점차 수위가 높아져 연휴 마지막 날 어머니는 다른 가족의 집으로 피신했다. 치매가 의심됐지만 아버지는 병원 진료를 완강히 거부했다. 결국 김 씨는 연휴가 끝난 뒤 ‘치매상담콜센터’(1899-9988)로 전화해 도움을 요청했다. 국내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 환자지만 막상 치매에 걸리면 환자나 가족 모두 막막함을 호소한다. 이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보건복지부는 2013년 12월부터 중앙치매센터 산하에 치매상담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112, 119처럼 365일 24시간 운영하는 치매 상담 기관은 이곳이 유일하다. 추석 연휴 때 찾은 경기 성남시 치매상담콜센터에선 쉴 새 없이 전화벨이 울렸다. 상담사들은 지인과 대화하듯 30분 넘게 상담을 이어갔다. 최고참인 전문상담사 은보경 씨는 “치매 환자의 증상과 원인, 과거 경험에 따라 맞춤형으로 상담해야 한다”며 “상담이 1시간을 넘길 때도 있다”고 말했다. 자정을 넘긴 시간 치매상담콜센터 전화벨이 울렸다. “나 죽을 거야!” 술에 취한 ‘익숙한’ 목소리였다. 며칠 전에도 센터로 전화를 건 그 할아버지였다. 그는 치매에 걸린 아내를 홀로 돌보면서 밤마다 술에 취해 자살 충동을 호소했다. 간호사 출신 전문상담사 김희정 씨는 “집 주소를 이미 알고 있어 바로 경찰에 출동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상담사는 30여 명이 3교대로 근무한다. 치매 환자와 가족의 심리 상담부터 긴급 상황 대응까지 이들의 몫이다. 18일 치매상담콜센터에 따르면 8월 하루 평균 300건 미만이던 상담 건수는 540건(10월 둘째 주 기준)으로 급증했다. 통상 명절 직후 부모의 치매를 의심하는 상담 문의가 집중하는 데다 문재인 정부의 ‘치매국가책임제’ 발표 이후 관련 문의가 크게 늘었다. 지난달 18일부터 30일까지 약 2주간 치매국가책임제 관련 문의는 187건으로, 이 중 104건(55.6%)이 경제적 지원 문의였다. 이어 ‘치매안심요양병원’ 관련 문의가 29건(15.5%)으로 뒤를 이었다. 치매 환자와 가족이 가장 원하는 건 경제적 지원과 믿고 맡길 시설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혜택이 부족하다” “절차가 복잡하다”와 같이 불만을 토로하는 전화도 적지 않았다. 본인부담금 10% 혜택은 중증 치매 환자 약 24만 명만 받을 수 있다. 전체 치매 환자(71만 명) 10명 중 3명꼴이다. 이마저도 증상이 덜 심하면 최대 6개월 동안만 혜택을 받는다. 가장 부담이 큰 간병비는 기존대로 전액 본인이 내야 한다. 상담사 은 씨는 “치매 상담을 하면서 도와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느낄 때 가장 힘이 든다”며 “그래서 치매국가책임제에 대한 기대가 남다르다. 치매국가책임제가 사각지대 없이 잘 시행돼 치매 환자와 가족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성남=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우유가 아이의 성장뿐만 아니라 성인에게 흔한 대사증후군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대사증후군은 복부비만과 함께 혈압, 혈당, 중성지방이 정상보다 높거나 몸에 좋은 고밀도(HDL) 콜레스테롤이 낮은 상태로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16일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과 강대희 교수와 중앙대 식품영양학과 신상아 교수 연구팀이 2004~2013년 10년간 전국 38개 종합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성인 13만402명을 분석한 결과 남성은 하루 우유 1컵(200mL)를 마시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대사증후군 위험도가 9% 떨어졌다. 여성은 하루 우유 2컵(400mL)을 마실 때 대사증후군 위험도가 32%나 줄었다. 우유가 대사증후군 관련 질환의 발병률을 낮추기 때문이다. △복부비만 △고혈압 △고혈당 △중성지방 과다 △HDL 콜레스테롤 감소 5가지 중 3가지 이상이 동시에 나타나면 대사증후근으로 진단한다. 하루 1컵 이상 우유를 마신 남성은 그렇지 않은 남성보다 복부비만 위험이 9%, 중성지방 과다 위험이 16% 낮았다. HDL 콜레스테롤 감소 발병 위험은 17% 줄었다. 여성은 하루에 우유를 2컵 이상 마실 때 예방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2컵 이상 우유를 마신 여성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복부비만은 21% △중성지방 과다 24% △HDL 콜레스테롤 감소 위험은 39% 낮았다. 한국 성인의 하루 평균 우유 섭취량은 78mL으로 반 컵 분량에도 못 미치지만 매일 꾸준히 우유를 마시기만 해도 건강 유지에 적잖은 도움이 되는 셈이다. 신 교수는 “우유 속 칼슘과 단백질, 필수지방산이 지방흡수와 혈액 내 중성지방을 감소시키고, 몸에 나쁜 저밀도 콜레스테롤은 낮추지만 우리 몸에 좋은 HDL 콜레스테롤은 증가시키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한국인 13만 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 나온 결과라 의미가 크다”며 “매일 꾸준히 우유를 섭취하는 게 대사증후군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뉴트리언트(Nutrients)’ 최근호에 게재됐다.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직장인 김모 씨(35)는 한동안 화장실에 갈 때마다 말 못할 고통을 참아야 했다. 처음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올 때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점차 통증이 심해졌다. 남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 병원 방문을 미루다 올해 초 뒤늦게 치핵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다. 요즘처럼 날씨가 쌀쌀해지면 치핵, 치루 등 항문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다. 추위 탓에 활동량이 주는 데다 항문 주변 근육과 혈관이 수축하면서 혈액순환이 잘되지 않기 때문이다. 치질은 증상에 따라 치핵, 치루, 치열 등으로 구분된다. 치핵은 항문 주변의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 혈관과 조직이 돌출하면서 출혈과 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치루는 항문 괄약근 주변에 염증이 생겨 곪는 증상이고, 치열은 항문이 찢어지는 증상이다. 치질 환자 10명 중 7, 8명이 치핵이다. 12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2∼2016년 5년간 월별 평균 치핵 환자 수를 분석한 결과 11월부터 환자가 증가해 날씨가 가장 추운 연말 연초에 정점을 찍은 뒤 봄철부터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월 환자 수가 5년 평균 8만7712명으로 연중 가장 많았고, 3월 8만5297명, 2월 8만5100명, 12월 8만588명 순이었다. 치핵이 생기는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고령, 임신, 만성변비나 설사, 잘못된 배변 습관이 치핵을 유발하거나 증상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남성 치핵 환자 중 60대(인구 10만 명당 1651명)와 70대(인구 10만 명당 1650명)가 가장 많은 것은 음주나 흡연, 잘못된 배변 습관이 누적된 결과로 보인다. 반면 여성은 임신과 출산을 하는 20, 30대에서 치핵 환자가 가장 많았다. 치핵 증상이 초기라면 식이요법, 좌욕 등 생활습관을 바꾸거나 약물 치료로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후에도 치핵이 재발하거나 이미 치핵이 많이 진행된 상태라면 수술이 불가피하다. 치질을 예방하려면 생활습관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 원활한 배변을 위해 식이섬유가 많은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먹어야 한다. 기름진 음식이나 가공음식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 충분한 수분 섭취가 필수다. 화장실에서 책이나 스마트폰을 보면서 오래 앉아있는 것은 금물이다. 배변 시간이 길어지면 항문이 받는 압력이 증가해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반면 배변 후 따뜻한 물로 좌욕을 하면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 다만 너무 뜨거운 물에 오래 있으면 역효과가 날 수 있어 38∼40도 내외의 온도에서 5분 정도 하는 게 바람직하다. 요즘 청결을 위해 비데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은데 비데 물살이 너무 세면 항문을 자극해 치질이 악화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남수민 외과 교수는 “치핵 증상이 있다면 항문 혈관이 확장되지 않도록 쪼그려 앉거나 무거운 것을 드는 일을 가급적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지난해 마약류 사범이 1만5000명에 육박하면서 수사기관이 몰수한 마약도 늘고 있다. 하지만 폐기와 관리는 허술했다. 철저한 보안 속에서 몰수 마약을 폐기해야 하지만 사후 감독이 없다 보니 주먹구구식이었다. 15일 국민의당 최도자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전국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입수한 ‘2016년 몰수 마약류 폐기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폐기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기초단체는 52곳으로 마약류 폐기 현황을 제출한 전체 기초단체(119곳)의 43%에 이르렀다. 경기 성남시 수정구와 분당구, 충남 태안군 등 7곳은 담당 공무원 혼자 몰수 마약류를 폐기했다. 식약처는 마약류 유출을 막기 위해 몰수 마약류 폐기 시 반드시 공무원 2명 이상이 참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북 영덕군 보건소는 지난해 5, 6월 두 차례에 걸쳐 양귀비 976그루를 보건소 주차장에서 소각했다. 전북 부안군 임실군 등 38곳도 마약류를 보건소나 인근 공터, 창고에서 폐기했다. 소각장이나 산업폐기물처리장 등 보건위생상 위해가 없는 장소에서 폐기하라는 규정을 어긴 것이다. 폐기 장소나 방법 등을 아예 기록하지 않은 지자체도 있었다. 이처럼 몰수 마약 관리가 허술한 것은 사후 감독이 없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매년 한 차례 각 기초단체로부터 폐기 현황을 보고받고 있지만 규정 준수 여부는 확인하지 않는다. 식약처 관계자는 “폐기 업무는 각 시도지사가 담당하는 업무라 식약처가 감독할 권한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한 도청 관계자는 “우리도 현황만 보고받지 규정대로 폐기했는지는 감독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로부터 교육 이수를 조건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마약류 사범의 절반가량이 제때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마약류 사범 중 죄가 중하지 않으면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재활교육을 받는 조건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다. 2012년 421명이던 교육 이수 조건부 기소유예자는 지난해 648명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지난해 교육을 받은 인원은 394명에 불과했다. 교육기관이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한 곳뿐인데 시설과 예산 부족으로 기소유예자를 모두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문재인 정부가 양극화, 고령화, 일자리 문제의 대안으로 주목하고 있는 사회적기업이 부실투성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10곳 중 4곳은 정부가 정한 최소한의 매출도 내지 못하고 있다. 노무(勞務)나 회계 관련 규정을 위반한 기업도 3곳 중 1곳에 달했다.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문진국 의원이 고용노동부와 전국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사회적기업 경영 실적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2015년 고용부 인증을 받은 사회적기업 1506곳 중 636곳(42.2%)의 연 매출이 노무비(복리후생비를 제외한 인건비)의 50% 미만이었다. 고용부는 연 매출이 노무비의 50% 이상인 기업에만 사회적기업 인증을 부여한다. 일반 기업처럼 많은 이윤을 내지 못하더라도 자생력을 갖추려면 매출이 노무비의 절반 이상은 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적기업 10곳 중 4곳은 직원 인건비의 절반도 스스로 조달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회적기업은 장애인, 탈북자 등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이나 복지서비스 제공과 같은 사회적 목적을 우선시하는 기업을 뜻한다.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제정되면서 도입됐다. 고용부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으면 최대 5년간 직원 임금과 사회보험료, 사업개발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이런 정부 지원에 힘입어 2012년 774곳이던 사회적기업은 지난해 1716곳으로 늘었다. 문재인 정부는 사회적경제수석비서관 자리를 청와대에 신설하는 등 사회적기업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달 안에 사회적기업 활성화 방안도 발표할 예정이다. 문제는 허술한 관리감독이다. 고용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사회적기업을 대상으로 정기 점검을 벌이지만 매출을 얼마나 내는지는 감독 대상이 아니다. 한 번 인증을 받으면 그 효력이 계속 유지돼 일반 기업이라면 당장 폐업해야 할 정도로 수익 구조가 나쁜 기업도 정부 지원금에 의존해 버틸 수 있다. 불법을 저지른 기업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 전체 사회적기업 1716곳 중 615곳(35.8%)은 노무나 회계 규정을 지키지 않아 당국에 적발됐다. 2015년 적발된 사회적기업은 717곳으로 전체 기업의 절반 가까이(47.6%)나 됐다. 현행법상 고용부는 사회적기업이 법을 위반하면 40만∼500만 원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지만 지금까지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는 없었다. 고용부 이성룡 사회적기업과장은 “경미한 위반이라 시정 조치만 내렸다”며 “정부 지원금을 부당하게 타내는 등 중대한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경찰에 고발하고 인증을 취소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2월 결혼중개업으로 고용부의 인증을 받은 한 사회적기업은 유령 직원을 내세우고, 근무일수나 마케팅 비용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정부 지원금 6400만 원을 가로챘다가 경찰에 적발돼 인증이 취소됐다. 이처럼 정부 지원금을 타낼 목적으로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다 적발돼 인증이 취소된 건수는 2014년까지 2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9건으로 늘었다. 올해에는 이미 12건에 이른다. 이 때문에 사회적기업 가운데서 ‘옥석’을 가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적기업 인증을 신청한 기업 중 인증을 받은 비율은 2012년 44.8%였지만 매년 높아져 지난해에는 86.6%에 달했다. 문 의원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사회 공헌이라는 사회적기업의 본래 취지를 살리는 동시에 불필요한 행정력을 낭비하지 않으려면 인증 단계를 강화해 내실 있는 기업을 가려내야 한다”고 말했다.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국민연금공단이 최근 내부 전산 시스템을 개선하는 소프트웨어(SW) 사업 입찰을 진행하면서 중소기업만 참가할 수 있도록 한 현행법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됐다. 공단 측은 관계 부처에서 시정 권고를 받고도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그냥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1일 국민의당 최도자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의 입찰 사업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공단은 중소 SW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7월 시행된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단은 7월 향후 3년간 공단의 자금 결제를 담당하는 주거래은행 선정을 위한 입찰을 공고했다. 그런데 이 사업에 주거래은행 선정과 무관한 ‘기금정보시스템’과 ‘경영지원시스템’ 개선 등 SW 사업까지 묶어 발주했다. 그러자 KB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은행 등 주거래은행 후보 4곳이 LG CNS, 삼성SDS, SK C&C 등 대기업 SW 계열사와 각각 컨소시엄을 맺고 입찰에 참여했다. 문제는 공단이 발주한 SW 사업에는 중소기업만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행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령에 따르면 정부나 공공기관이 발주한 SW 사업 중 대기업은 사업 규모가 80억 원 이상, 중견기업은 40억 원 이상일 때만 참여할 수 있다. 또 공단은 여러 SW 사업을 묶어 발주해 한 기업에 몰아주는 것을 막고자 5억 원 이상 SW 사업은 분리해 발주하도록 한 조항도 위반했다. 과기부 산하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8월 28일 공단에 법 위반 사항을 알리며 대기업 참여 제한을 명시하고, 주거래은행 선정과 내부 전산망 개선 작업을 분리해 발주하라고 권고했다. 또 그 처리 결과를 1개월 이내에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지난달 18일 과기부에서 다시 공문을 보냈지만 공단은 자료 제출 기한이 지나도록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최 의원은 “과기부 권고대로 주거래은행 선정과 SW 사업을 분리 발주하고 중소업체가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공단 측은 “주거래은행 선정과 전산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으로 연계돼야 하는 업무로 판단했다”며 개선 권고 이행 여부에 대해선 “아직 입장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행복하고 아름다운 죽음이 가능할까.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말기 환자와 그 가족에게는 더욱 어려운 질문이다. 그 답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될 행사가 이달 중순 강원 강릉시에서 열린다. ‘호스피스의 날’(14일)을 맞아 갈바리의원, 강릉아산병원, 강릉시종합자원봉사센터가 13일부터 이틀간 ‘제1회 강릉호스피스문화축제’를 개최한다. 강릉 홍제동에 있는 갈바리의원은 1978년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 최초로 호스피스를 시작한 유서 깊은 의료기관이다. 호스피스란 임종을 앞둔 환자가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돌보는 활동으로 그동안 종교단체나 일부 의료기관에서 주도해왔다. 올 8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일명 웰다잉법)이 시행되면서 암이나 만성 폐쇄성 폐질환 등 말기 환자가 의료기관은 물론 가정에서도 통증 완화 치료와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을 길이 열렸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호스피스·완화의료 전문기관은 80곳에 달한다. 오진복 갈바리의원 원장은 “호스피스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의료적인 부분만 강조된 것 같다”며 “의료적 측면뿐만 아니라 임종 전에 생을 아름답게 마감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호스피스 본래의 정신을 알리고자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행사 첫날인 13일 강릉아산병원에서 ‘말기 암 환자의 통증 관리’와 ‘호스피스 환자의 정신건강’을 주제로 특강이 열린다. 14일에는 강릉 천주교 임당동성당에서 호스피스 전문가인 손영순 수녀(메리포터 호스피스영성연구소)가 ‘죽음 앞에 선 인간’이라는 주제의 강좌를 진행한다. 이어 호스피스 관련 다큐멘터리 ‘블루베일의 시간’을 함께 보고 죽음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는 ‘데스(death)카페’ 자리도 마련한다. 오 원장은 “환자 가족이 된 후에 죽음을 준비하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환자 가족은 물론 일반인도 참여해 미리 아름다운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자세한 문의는 갈바리의원(033-644-4992)이나 강릉아산병원 암센터(033-610-7500)로 하면 된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A 대표는 건강보험료를 꼬박꼬박 내는 ‘성실 납부자’로 보인다. 2015년 1월 서울의 한 업체 대표를 맡아 월 3342만3000원을 벌면서 매달 건보료로 102만2740원을 냈기 때문이다. 형편이 넉넉한데도 건보료를 6개월 이상 체납한 ‘특별관리’ 대상 6만518명과 비교하면 A 대표는 모범 시민이라고 할 만하다. A 대표가 아직 초등학교에도 들어가지 않은 6세 아동이라는 점만 빼면 말이다. 자유한국당 김상훈 의원이 28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A 대표처럼 건보료를 내고 있는 15세 미만 직장 가입자가 177명으로 나타났다. 평균 월급은 329만 원, 건보료는 10만729원이었다. 이들 대다수는 사업장 대표였다. A 대표 다음으로 많은 건보료를 낸 사람도 서울의 한 업체 대표로 이름을 올린 10세 어린이(월급 1287만 원)였다. 인천의 한 2세 아동은 월 1242만 원을 벌었다. 상위 10위까지 전부 월급이 1000만 원이 넘었다. 최연소자는 5월 태어난 생후 4개월 영아다. 서울의 한 업체 대표로 이름을 올려 월급 28만 원을 받으며 건보료로 8620원을 냈다. 건보공단은 이들이 건보료를 적게 내기 위한 부모의 ‘꼼수’에 동원된 것으로 추정했다. 지역 가입자는 월소득 외에 부동산, 자동차 등 재산에도 건보료가 매겨지는데, 자녀 명의로 회사를 세운 뒤 그곳에 취업한 것처럼 꾸미면 직장 가입자로 분류돼 건보료를 덜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미성년자가 사업자 등록을 해도 걸러낼 방법이 없고, 건보공단은 국세청 자료대로만 건보료를 부과할 뿐이다. 김 의원은 “나이와 소득을 따져 탈세나 편법이 의심되는 사례는 건보 가입을 제한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정부가 ‘생리대 위해성’ 논란과 관련해 초경을 시작한 12세 여자아이가 평생 동안 생리대를 사용해도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어린이 기저귀도 교체 주기만 잘 지키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이동희 바이오생약국장은 28일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평가한 결과 모두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주요 내용을 Q&A로 정리했다. Q. 생리대는 정말 안전한가. A. 국내에서 제조되거나 수입된 생리대뿐만 아니라 해외 직구 가능한 생리대까지 666종을 모두 수거해 조사했다.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84종 중 검출량이 가장 많고 인체 위해성이 큰 10종만 우선 조사한 결과 모든 생리대에서 극히 소량만 검출됐다. 가장 많은 VOCs가 검출된 생리대를 평생 사용하더라도 인체에 흡수되는 VOCs 양은 독성을 나타내는 양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Q. 면역력이 약한 청소년들은 위험한 것 아닌가. A. VOCs의 위해성은 △인체 흡수율이 높고 △생리대 사용량이 많고 △체중이 적게 나갈수록 높아진다. 통상 VOCs의 인체 흡수율은 20%다. 여성은 월평균 21개의 생리대를 사용하고 생리를 하는 연령대(15∼54세) 여성의 평균 체중은 57kg이다. 하지만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자 VOCs가 가장 많이 검출된 생리대를 체중 43kg인 12세 여아가 월평균 52.5개씩 평생 사용하고 VOCs의 인체 흡수율을 100%라고 가정해 위해성 평가를 진행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Q. 김만구 강원대 교수의 시험과는 어떻게 다른가. A. 김 교수는 체온과 같은 36.5도로 유지된 밀폐 장치에 생리대를 3시간동안 걸어두고 공기 중으로 휘발되는 VOCs만을 측정했다. 이 방식으로는 생리대에 들어있지만 휘발되지 않는 VOCs를 측정할 수 없다. 반면 식약처는 생리대를 액화질소로 얼렸다가 분쇄한 뒤 밀폐 장치에 넣고 가열해 VOCs를 측정했다. 공기 중으로 나오는 양과 휘발되지 않고 생리대에 남아있는 VOCs까지 모두 측정한 것이다. 11개 제품만 조사한 김 교수와 달리 식약처는 시중에 유통되는 생리대를 전수조사했고 실제 사용량 등을 고려해 위해성 평가까지 진행했다. 또 김 교수의 시험 결과는 다른 연구자의 검증을 거치지 않았지만 식약처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생리대안전검증위원회’와 식약처 공식 자문기구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검증을 거쳤다. Q. 아직 조사하지 않은 VOCs 74종이 위험할 수 있지 않나. A. VOCs는 공기 중에서 쉽게 휘발되는 유기화합물이다. 벤젠, 톨루엔 같은 유해물질도 있지만 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처럼 인체에 유익한 물질도 있다. VOCs 84종 중 인체 위해성이 큰 10종을 우선 검사했다. 여기에는 벤젠, 트리클로로에틸렌 등 1군 발암물질과 톨루엔, 스티렌 등 생식독성물질이 모두 포함돼 있다. 나머지 74종은 검출량이 매우 적거나 인체 위해성이 낮은 물질이다. Q. 어린이 기저귀도 안전한가. A. 어린이가 월평균 기저귀 사용량(180개)의 2배인 360개를 사용하고 VOCs가 100% 흡수된다고 가정해 조사했다. 생리대처럼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그 결과 생리대보다 인체 위해성이 낮았다. 다만 시중에 유통되는 어린이 기저귀 376개 중 시장점유율이 높은 10개 제품만 우선 검사했다. 나머지 제품의 위해성 평가는 올해 안에 발표할 예정이다. Q. 탐폰과 생리컵 제품은 왜 검사에서 빠졌나. A. 탐폰과 생리컵은 일반 생리대와 달리 여성의 질 속에 삽입해 사용한다. 위해성 평가도 이런 차이점을 고려해 진행해야 해 이번 조사에서 제외했다. 향후 위해성 평가를 진행할 계획이다. 탐폰을 장시간 사용 시 치명적인 ‘독성쇼크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사항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Q. 향후 생리대 안전관리 강화 대책은…. A. 식약처와 한국소비자원, 여성환경연대에 들어온 생리대 부작용 신고 3050건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한다. 나머지 VOCs 74종에 대한 위해성 평가는 올해 안에 발표한다. 이번 논란으로 생리대 생산을 중단한 ‘깨끗한나라’ 등 제조업체들은 식약처 발표를 반기며 공장 재가동에 들어갔다. 일각에선 여성환경연대와 김 교수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시험 결과로 국민 불안을 부추겼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생리대 제품별 자세한 VOCs 검출량과 위해성 평가 결과는 식약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청주=김호경 kimhk@donga.com / 조건희 기자}

28일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사진)이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또다시 질책을 받았다. 이 총리가 류 처장을 공개 질책한 건 살충제 잔류 계란 사태 때 이어 두 번째다. 류 처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 참석해 생리대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10종 조사 결과에 대해 “최대 검출량을 기준으로 해도 인체에 유해한 영향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그러자 이 총리는 “추가 역학조사는 어떻게 하느냐, 10종을 제외한 나머지 검사는 어떻게 하느냐” 등과 같은 추가 질문을 했다. 하지만 류 처장은 “역학조사는 관계기관이 협조해서 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 총리는 “아직도 협조가 안 됐다는 말인가. 생리대 사태가 8월에 생겼는데 두 달 동안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았나. 여성들이 당장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총리실 관계자는 “이 총리가 호통에 가까운 목소리로 질책해 회의장에 있던 사람들이 깜짝 놀랄 정도였다”고 전했다. 이에 식약처 관계자는 “정부가 역학조사를 하려면 환경부가 주축이 돼 90일간 타당성 검토를 해야 한다”라며 “이런 절차와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역학조사를 서두르지 않았느냐고 질책한 것은 우리로선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유근형 noel@donga.com·김호경 기자}
서울대병원이 그동안 상식으로 여겨지던 의약품 복용 기준을 ‘식사 30분 후’에서 ‘식사 직후’로 바꾸기로 했다. ‘식후 30분’ 복용 기준이 의학적 근거가 없는 데다 환자들이 이 기준을 지키려다 오히려 약 복용 자체를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판단에서다. 서울대병원은 27일 “그간 의약품을 처방할 때 관행적으로 식후 30분 기준을 적용해 왔다”며 “병원 내 약사위원회에서 여러 차례 논의한 결과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의약품 복용법은 약의 종류와 성격에 따라 ‘식사 후’, ‘식사 전’, ‘취침 전’ 등으로 나뉜다. 식후에 복용하는 약은 음식물과 함께 섭취할 때 효과가 높아지거나 위 점막을 보호해 약에 의한 속 쓰림을 예방할 필요가 있을 때다. 식전 복용은 음식물이 약 흡수를 방해하거나 식전에 복용해야 효과가 잘 나타나는 약에 권장된다. 취침 전 복용은 아침에 효과를 기대하는 변비약이나 졸음을 유발하는 항히스타민제가 포함된 약을 처방할 때다. 해외에서는 복용 횟수만 표기하는 게 일반적이다. 서울대병원은 이번 기준 변경으로 환자들의 복약 순응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복약 순응도란 의사가 처방한 복용 기준에 따라 약을 제대로 복용하는 정도를 뜻한다. 약사위원회 위원장인 김연수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환자들의 약 섭취가 제때 이뤄지면 치료 효과도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처방 내용이 간략해지면서 환자들이 병원에서 처방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계도 서울대병원의 이번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한 개원의는 “나도 의약품을 복용할 때 30분이라는 근거가 불분명한 기준보다는 ‘까먹기 전에 먹자’는 판단에 따라 식사 직후에 하고 있었다”며 “새 기준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기준 개정이 근거는 적음에도 통념이라는 이유로 이어져 오던 의료계 관행을 개선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예컨대 척추마취 환자는 24시간 동안 고개를 들지 않아야 후유증(어지럼증)을 피할 수 있다는 지침이 의료 현장에서 배포되지만 마취통증학계 일각에선 이미 설득력을 잃은 가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1998년 제정된 파견법은 경비 청소 등 32개 업종만 파견근로가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여기에 제빵업을 포함한 제조업은 빠져 있다. 최근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불법 파견 논란이 터지면서 파견근로 허용 업종을 확대하자는 주장이 다시 나오고 있다. 27일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이 주최한 ‘파리바게뜨 직접 고용이 해답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이정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새로운 산업인 프랜차이즈에 과거 기준을 적용하는 건 무리가 있다”며 “제빵업도 파견근로를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자”고 주장했다. 파리바게뜨 협력업체 국제산업의 정홍 대표는 “법 제정 당시 제조업이 빠지면서 반쪽자리 파견법이 됐다”고 거들었다. 재계에서는 오래전부터 국내 파견근로 규제가 과도하다며 완화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파견근로 ‘사용 사유’와 ‘기간 제한’이 모두 있는 국가는 한국 터키 프랑스 등 10개국이다. 반면 미국 독일 등 15개국은 이런 규제가 없다. 이런 과도한 규제 때문에 파견근로자 비중이 0.4%(2012년 기준)로 미국(1.8%), 일본(1.5%)보다 훨씬 적다. 가맹점주협의회는 파리바게뜨가 제빵기사를 직접 고용하는 대신 가맹본부와 가맹점, 협력업체가 제빵기사를 고용하는 합작법인을 세우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재광 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본사가 직접 고용하면 제빵기사들이 본사 요구대로 빵을 만들 텐데 그로 인한 재고 부담은 오로지 점주 몫”이라며 직접 고용으로 가맹점주의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했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은 “앞으로 파리바게뜨가 지휘감독을 하지 않고 협력업체와 긴밀히 협조해 협력업체로 하여금 지휘감독을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정형우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관은 “앞으로 절도를 저지르지 않겠다고 약속한다고 이미 저지른 절도죄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라며 “직접 고용 외에는 답이 없다”고 말했다. 파견법에서는 불법 파견을 한 사용주가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하나 둘.” 25일(현지 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주 타투이시 ‘프로코피우페레이라’ 극장. 나지막한 한국어 신호에 맞춰 교향악단 단원들의 손이 움직였다. 지휘에 맞춰 움직이는 여느 교향악단과 달리 무대에는 지휘자도, 악보도 없었다. 하지만 이들이 만들어낸 화음은 공연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상파울루주 정부의 초청을 받은 국내 최초의 시각장애인 교향악단 ‘한빛예술단’이 21∼25일 세 차례 현지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한빛예술단 단원 47명은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실력파다. 단원 모두 중증시각장애를 갖고 있어 지휘자도, 악보도 볼 수 없지만 혹독한 연습으로 장애를 극복해 ‘기적의 오케스트라’라고 불린다. 국내외 공연 횟수가 매년 100회가 넘지만 남미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빛예술단이 상파울루주 정부의 초청을 받은 건 브라질에서 공연 기획자로 일하는 한국인 김현아 씨가 다리를 놔준 덕분이다. 김 씨는 지난해 제주에서 우연히 한빛예술단의 공연을 본 뒤 이들을 브라질 예술가들에게 소개했고 이게 주정부의 초청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첫 공연은 브라질 ‘장애인의 날’(21일)에 맞춰 100년의 역사를 지닌 ‘상페드루’ 극장에서 열렸다. 관객들은 곡이 끝날 때마다 기립박수를 보냈다. 특히 브라질 유명 기타리스트 하파에우 아우트루의 반주에 맞춰 브라질 국민 애창곡 ‘더 걸 프롬 이파네마’를 부른 예술단 보컬 이아름 씨의 유창한 포르투갈어에 현지인들은 찬사를 보냈다. 한빛예술단의 공연은 브라질에서 큰 화제였다. 현지 방송 뉴스에도 소개됐고 호텔 직원들은 단원들을 알아보고 인사를 건넸다. 현지에서 만난 시각장애인 음대생은 한빛예술단에 꼭 입단하고 싶다고 문의하기도 했다. 25일 마지막 공연 좌석은 모두 매진됐다. 이전 공연을 놓친 상파울루 예술가, 주민과 교민들이 이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 몰린 것이다. 공연의 대미는 퓨전 국악곡 ‘내 마음의 아리랑’이 장식했다. 한빛예술단의 연주에 맞춰 상파울루 14개 대학 연합 합창단원들이 완벽한 한국어로 아리랑을 노래했다. 협연을 위해 2개월 전부터 한국어를 맹연습한 결과였다. 관객들의 거듭된 앙코르 요청에 예술단은 다시 화음을 맞췄고, 관객들은 선 채로 마지막 공연을 만끽했다. 합창단원 데니시 시우베이라 씨는 “수준 높은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예술단을 치켜세웠다. 한빛예술단의 김종훈 음악감독은 “긴 비행시간과 시차로 힘든 일정이었지만 관객들의 호응에 힘을 냈다. 최고의 하모니를 들려준 합창단원들에게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이어 “음악에는 국경도, 장애와 비장애의 구분도 없다는 사실을 지구 반대편에서 확인한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한빛예술단은 현지 교민들의 요청으로 28일에도 추가 공연을 한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정부가 박근혜 정부 노동개혁의 핵심 정책이었던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의 2대 지침을 공식 폐기했다. 지난해 1월 전격 시행된 지 1년 8개월 만이다. 문재인 정부가 주장해온 이른바 ‘노동 적폐’ 청산 작업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고와 임금체계 개편을 둘러싼 ‘신호등’이 사라지면서 산업 현장의 혼란은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 경직성이 더욱 강화돼 일자리 창출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2대 지침은 갈등만 초래”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후 첫 전국 기관장회의를 열고 2대 지침 폐기를 공식 선언했다. 김 장관은 “2대 지침은 노사 등 당사자와의 협의가 부족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채 추진돼 노정 갈등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2대 지침은 저(低)성과자와 업무 부적응자를 평가와 재교육을 거쳐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일반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노조 동의 없이도 가능토록 하는 ‘취업규칙 지침’이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4월 노동개혁을 위한 노사정(勞使政) 대타협을 추진하면서 2대 지침을 합의문에 넣는 것을 시도했다. 해고, 임금에 대한 ‘신호등’을 만들어 관련 분쟁을 줄이고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여 일자리 창출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도였다. 그러자 노사정 협상에 참여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강하게 반발하며 협상을 거부하다가 같은 해 9월에 재개된 협상에서 정부가 지침을 마련하되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명확히 하자고 합의하면서 대타협을 이뤘다. 이후 정부는 노동계가 논의에 적극적이지 않다며 지난해 1월 독자적으로 2대 지침 마련에 본격 착수했다. 이에 한국노총이 대타협 파기를 선언하자 정부는 2대 지침 시행에 들어갔다. 노동계가 강력 반발하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2대 지침 폐기를 약속했다. 김 장관이 취임 42일 만에 폐기를 공식 선언하자 한국노총은 “노정 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환영했다. 이에 따라 한국노총의 대타협 파기 선언 이후 1년 8개월 동안 가동이 중단된 노사정위원회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2대 지침 폐기를 노사정 대화 재개의 조건으로 내건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노사정 참여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 다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12월 지도부 선거 이후에야 명확한 입장을 정할 것으로 보여 민노총까지 참여하는 노사정 대화가 즉각 이뤄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분쟁 증가하는데 신호등까지 없애나 문재인 정부가 2대 지침 폐기를 전격 선언하면서 노동 현장에서는 해고와 임금(취업규칙) 관련 분쟁이 더욱 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저성과자나 업무 부적응자에 대한 해고는 현재도 희망퇴직 등의 형태로 꾸준히 이뤄지고 있지만 현행 근로기준법은 23조에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를 할 수 없다’고만 규정했을 뿐 일반해고에 대한 구체적 규정이 전무하다. 취업규칙 변경 역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면 노조 동의 없이 불이익 변경이 가능하다고 법원이 내린 판례를 근로기준법이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 노동전문가들은 관련법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 지침까지 폐기하면 해고와 임금을 둘러싼 노사 분쟁이 급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대 지침은 노동계 의견을 충분히 듣지 않고 성급하게 추진하는 등 분명 문제가 있었지만 이번 정부가 적폐로 몰아가며 과도한 편 가르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대 지침을 폐기하더라도 해고와 취업규칙을 둘러싼 분쟁은 언제든지 생길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손놓고 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재계는 2대 지침이 노사 간 이견으로 현장에서 거의 작동하지 않아 사실상 유명무실했다고 평가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미 민간기업들은 노사 합의하에 연봉제를 도입하는 등 취업규칙의 일방적 변경을 하지 않았고, 해고 역시 법원의 판단까지 고려해 신중히 결정했다”며 “문제는 정부가 양대 노총의 요구를 즉각 들어주는 노조 편향 정책을 펴는 것이다. 향후 노사정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할지 우려스럽다”고 했다.유성열 ryu@donga.com·김호경·곽도영 기자}
호흡기 질환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매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 오존 등으로 대기오염이 심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7년 건강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호흡기 질환 사망자는 2010년 인구 10만 명당 67.5명에서 2013년 70명으로 3년새 2.5명 늘었다. OECD 호흡기 사망자 평균인 인구 10만 명당 64명보다 높은 수준이다. 다른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에서 암으로 인한 사망자는 2010년 인구 10만 명당 193.7명에서 2013년 178.9명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뇌혈관 질환 사망자(인구 10만 명당 86명→71.6명), 허혈성심장질환 사망자(인구 10만 명당 42.8명→38명) 역시 줄었다. 유독 호흡기 질환 사망자가 증가한 것은 대기오염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 환경시미단체 ‘보건영향연구소’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1990년 1㎥당 26㎍(마이크로그램)에서 2015년 29㎍로 높아졌다. 1990년 OECD 회원국 중 7번째로 미세먼지 농도가 높았으나 2015년에는 터키에 이어 2번째로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국가가 됐다. 같은 기간 오존 농도 역시 1㎥당 66㎍에서 68㎍로 높아졌다. 미세먼지와 오존 주의보 발령 횟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