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식후 30분? 바로 드셔도 됩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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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복용 기준 변경… “종전 권고 의학적 근거 없어”

서울대병원이 그동안 상식으로 여겨지던 의약품 복용 기준을 ‘식사 30분 후’에서 ‘식사 직후’로 바꾸기로 했다. ‘식후 30분’ 복용 기준이 의학적 근거가 없는 데다 환자들이 이 기준을 지키려다 오히려 약 복용 자체를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판단에서다.

서울대병원은 27일 “그간 의약품을 처방할 때 관행적으로 식후 30분 기준을 적용해 왔다”며 “병원 내 약사위원회에서 여러 차례 논의한 결과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의약품 복용법은 약의 종류와 성격에 따라 ‘식사 후’, ‘식사 전’, ‘취침 전’ 등으로 나뉜다. 식후에 복용하는 약은 음식물과 함께 섭취할 때 효과가 높아지거나 위 점막을 보호해 약에 의한 속 쓰림을 예방할 필요가 있을 때다. 식전 복용은 음식물이 약 흡수를 방해하거나 식전에 복용해야 효과가 잘 나타나는 약에 권장된다. 취침 전 복용은 아침에 효과를 기대하는 변비약이나 졸음을 유발하는 항히스타민제가 포함된 약을 처방할 때다. 해외에서는 복용 횟수만 표기하는 게 일반적이다.

서울대병원은 이번 기준 변경으로 환자들의 복약 순응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복약 순응도란 의사가 처방한 복용 기준에 따라 약을 제대로 복용하는 정도를 뜻한다. 약사위원회 위원장인 김연수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환자들의 약 섭취가 제때 이뤄지면 치료 효과도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처방 내용이 간략해지면서 환자들이 병원에서 처방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계도 서울대병원의 이번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한 개원의는 “나도 의약품을 복용할 때 30분이라는 근거가 불분명한 기준보다는 ‘까먹기 전에 먹자’는 판단에 따라 식사 직후에 하고 있었다”며 “새 기준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기준 개정이 근거는 적음에도 통념이라는 이유로 이어져 오던 의료계 관행을 개선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예컨대 척추마취 환자는 24시간 동안 고개를 들지 않아야 후유증(어지럼증)을 피할 수 있다는 지침이 의료 현장에서 배포되지만 마취통증학계 일각에선 이미 설득력을 잃은 가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서울대병원#약#복용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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