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수 마약 느는데… 지자체 폐기는 주먹구구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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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이나 인근 공터서 소각… 기초단체의 43%가 규정 안지켜
광역단체는 보고만 받고 감독 안해

지난해 마약류 사범이 1만5000명에 육박하면서 수사기관이 몰수한 마약도 늘고 있다. 하지만 폐기와 관리는 허술했다. 철저한 보안 속에서 몰수 마약을 폐기해야 하지만 사후 감독이 없다 보니 주먹구구식이었다.

15일 국민의당 최도자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전국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입수한 ‘2016년 몰수 마약류 폐기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폐기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기초단체는 52곳으로 마약류 폐기 현황을 제출한 전체 기초단체(119곳)의 43%에 이르렀다.

경기 성남시 수정구와 분당구, 충남 태안군 등 7곳은 담당 공무원 혼자 몰수 마약류를 폐기했다. 식약처는 마약류 유출을 막기 위해 몰수 마약류 폐기 시 반드시 공무원 2명 이상이 참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북 영덕군 보건소는 지난해 5, 6월 두 차례에 걸쳐 양귀비 976그루를 보건소 주차장에서 소각했다. 전북 부안군 임실군 등 38곳도 마약류를 보건소나 인근 공터, 창고에서 폐기했다. 소각장이나 산업폐기물처리장 등 보건위생상 위해가 없는 장소에서 폐기하라는 규정을 어긴 것이다. 폐기 장소나 방법 등을 아예 기록하지 않은 지자체도 있었다.

이처럼 몰수 마약 관리가 허술한 것은 사후 감독이 없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매년 한 차례 각 기초단체로부터 폐기 현황을 보고받고 있지만 규정 준수 여부는 확인하지 않는다. 식약처 관계자는 “폐기 업무는 각 시도지사가 담당하는 업무라 식약처가 감독할 권한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한 도청 관계자는 “우리도 현황만 보고받지 규정대로 폐기했는지는 감독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로부터 교육 이수를 조건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마약류 사범의 절반가량이 제때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마약류 사범 중 죄가 중하지 않으면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재활교육을 받는 조건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다. 2012년 421명이던 교육 이수 조건부 기소유예자는 지난해 648명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지난해 교육을 받은 인원은 394명에 불과했다. 교육기관이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한 곳뿐인데 시설과 예산 부족으로 기소유예자를 모두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마약#지자체#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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