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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민선 재선시장이냐, 최초의 여성시장이냐.’ 지방선거의 꽃인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왼쪽 사진)와 민주당 한명숙 후보가 막판 표심을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 후보는 ‘우세 굳히기’를, 한 후보는 ‘역전’을 장담한다. 지방선거를 사흘 앞둔 마지막 주말을 맞아 쉴 새 없이 유세현장을 누빈 두 후보의 하루를 동아일보가 밀착 취재했다.■ 교육감 후보들 실현못할 ‘空約’ 넘친다교육감 선거를 앞둔 유권자들은 난감하다. 후보자가 누군지도 잘 모르는데 공약은 저마다 그럴듯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부 후보가 제시하고 있는 공약은 교육감 권한 밖이다. 전국 74명의 교육감 후보들이 제시한 공약 중 실현이 의문스러운 공약은 어떤 것들일까. 투표장에 가기 전 챙겨보자.■ 시장-군수 호화판 관용차 실태6199만 원짜리 제네시스. 장차관이 타는 관용차가 아니다. 재정자립도가 20% 이하인 시장, 군수의 관용차다. 전국 248개 기초지자체장이 타는 관용차를 전수 조사한 결과 상당수가 분에 넘치는 차를 타고 있었다. 반면 경차를 타는 알뜰 지자체장도 있었다. 지자체 관용차 실태를 알아본다.■ 대법 “딸 양육, 엄마가 더 낫다 단정 못해”‘딸은 엄마가, 아들은 아빠가 키우는 게 아이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속설이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열 살짜리 딸을 둔 한 부부의 이혼소송과 양육권 분쟁에서 “자녀의 성별이 딸이라고 반드시 어머니가 더 잘 키울 거라고 볼 수 없다”며 아버지의 손을 들어주었다. 왜일까?■ 캄보디아 ‘정글 여인’ 결국 다시 야생으로‘정글 여인’이 결국 야생으로 사라졌다. 2007년 실종 18년 만에 발견됐던 캄보디아의 로촘 프니엥 씨가 25일 옷까지 벗어놓은 채 숲으로 도망쳤다. 가족의 보살핌에도 적응을 힘겨워하며 신경쇠약 증세까지 보였다는데…. 정글 여인은 스스로 세상을 등진 걸까, 세상이 받아주지 못한 걸까.■ 정치논쟁-신구갈등에 휘청대는 영진위조희문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의 독립영화 제작지원 심사과정 외압 논란이 일면서 영진위의 역할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방만한 경영 등 영진위 행정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 데다 설립 목적인 ‘영화진흥’의 역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자동차보험 6월부터 어떻게 바뀌나6월부터 자동차보험 제도가 대폭 손질된다. 요일제 참여 차량 보험료 할인, 개인정보 제공 규정 강화, 보험료 수시 공시제 등 운전자들의 혜택과 권리를 보강한 다양한 제도가 새로 도입된다. 혜택을 충분히 받으려면 운전자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살펴봤다.}

“놀랍도록 아름다운 5월, 온갖 싹들이 움틀 때, 내 마음속엔 사랑이 생겨났도다….” 하인리히 하이네의 시에 곡을 붙인 슈만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 첫 부분. 슈만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이 작품의 원형을 조명하는 리사이틀이 27일 오후 7시 반 서울 서초구 서초동 모차르트홀에서 열린다. 바리톤 박흥우 씨(난파소년소녀합창단 상임지휘자)와 피아니스트 신수정 씨(예술원 회원)가 협연하는 ‘박흥우 신수정의 시인의 사랑-슈만 리더아벤트’. 슈만은 하이네의 시집 ‘서정적 간주곡’에서 마음에 드는 시를 골라 사랑의 시작과 실패, 체념까지 담긴 줄거리로 엮어낸 뒤 1840년 곡을 붙였고 이 중 16곡을 1844년 ‘시인의 사랑’으로 발표했다. 1990년대 초 음악학자 레나테 힐마포이트와 바리톤 토머스 햄프슨이 ‘시인의 사랑’ 필사본 악보를 찾다가 1840년 완성된 악보를 찾아냈다. 그러나 이 악보는 16곡이 아닌 20곡으로 되어 있었고 훗날 ‘시인의 사랑’에 담긴 16곡도 많은 부분이 달랐다. 제목도 ‘서정적 간주곡에서 뽑은 노래집’으로 되어 있었다. 햄프슨은 1994년 이 악보를 볼프강 자발리시 반주로 녹음해 EMI에서 CD로 내놓았다. 이번에 공연하는 악보는 이 1840년판 악보를 따랐다. 박흥우 신수정 씨는 2004년 모차르트홀이 문을 연 뒤 매년 이곳에서 ‘시인의 사랑’을 공연해왔다. 신 씨는 “5월만 되면 약속이나 한 듯 둘 다 머릿속에 ‘아름다운 5월’ 가사가 떠올라 공연을 안 할 수 없었다”며 올해는 슈만 탄생 200주년인 만큼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자는 뜻에서 처음 완성된 악보대로 연주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박 씨는 1844년판 악보에 들어가지 않은 네 곡도 하나같이 매력 넘치는 곡이라고 말했다. “특히 ‘나의 수레는 천천히 굴러가네’는 긴 여운을 남기는 보석 같은 곡입니다. 두 판본에 모두 들어 있는 곡들에도 흥미로운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피리와 바이올린 소리가 들린다’는 곡은 두 악보의 반주부가 비슷하지만 성악부 멜로디는 아주 다르죠.” 어른 3만 원, 학생·경로우대 1만5000원. 02-3472-8222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유럽 순회공연을 연다. 29일 이탈리아 브레시아를 시작으로 독일 베를린, 체코 프라하, 러시아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지에서 6월 11일까지 9회의 콘서트를 연다. 이 순회공연의 성과를 미리 가늠해볼 연주회가 정명훈 예술감독 지휘로 22일 경기 안양아트센터 관악홀에서 열렸다. 악단은 이 자리에서 라벨 ‘어미 거위’ 모음곡, ‘라 발스’ 등 순회공연에서 선보일 작품들을 연주했다. 23일 안양아트센터 연주회는 옛 안양문예회관을 리모델링한 안양아트센터 개관 페스티벌 프로그램의 하나로 열렸다. 첫 곡인 ‘어미 거위’ 모음곡과 2부 첫 곡인 드뷔시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모음곡은 늦봄 대기에 떠도는 아지랑이처럼 아스라한 인상주의 관현악의 전형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정 감독이 유럽에서 ‘프랑스 음악 해석에 특기를 가진 지휘자’로 알려져 왔다는 점에서 이 선곡은 전략적이다. 라벨과 드뷔시의 인상주의 작품들은 ‘일치감’만으로 설명하기 힘든 정밀한 합주력을 요구한다. 쉼 없이 변화하는 몽환적 현과 목관의 음색을 자연스레 섞기 위해 ‘조향사(調香師)’의 감각에 비유할 만한 섬세함이 필요하다. 이 점에서 이번 유럽연주 선곡은 다소 모험적이었다. 서울시향은 2005년 창단과 다름없는 전면적 오디션을 거친 사실상의 ‘신생 악단’이기 때문이다. 5년간의 조련으로 까다로운 유럽 청중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그러나 이 같은 선곡이 합주력 면에서도 서울시향이 가진 자신감의 표현이었음은 첫 곡 ‘어미 거위’ 모음곡에서부터 드러났다. 현 5부가 세심한 일치감으로 부풀어 오르고 가라앉으며 작품의 몽환적 느낌을 한껏 전했다. 눈에 띄지 않게 전체 합주의 질감을 두터이 해준 호른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마지막 곡 ‘요정의 꽃동산’에서 전체 합주는 오르간 소리처럼 투명하게 울렸다. 두 번째 연주곡인 슈만의 첼로 협주곡은 첼리스트 양성원 씨가 협연했다. 양 씨의 첼로 연주는 충분한 힘과 다양한 해석의 결을 갖추면서도 이를 낭비하지 않는 그의 개성이 두드러졌다. 1악장에서는 솔로와 대화하는 현악 합주의 결이 좀 더 밝았어도 좋았을 듯싶었다. 3악장 서두에 잠시 솔로와 관현악의 호흡이 흐트러질 뻔한 순간이 있었으나 솔리스트가 지휘자를 힐끗 쳐다보는 순간 문제는 간단히 해결됐다. 오히려 두 사람의 호흡이 완벽했음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연주가 끝나고 갈채를 보내는 청중의 마음속에는 비슷한 느낌이 흘렀을 것이다. “외국에서도 이렇게만 하면 되겠다”라는…. 그러나 아쉬움도 들었다. 프랑스 음악을 전면에 내세운 이번 순회공연에서 프랑스는 방문지에 없다. 다음번에는 프랑스 음악으로 프랑스 청중 앞에 설 수 있는 자신감을 기대한다.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작곡가 전민재 씨(23·한국예술종합학교 4년)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퀸 엘리자베스 국제콩쿠르 작곡 부문에서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표적(Target)’으로 역대 최연소 우승했다고 이 콩쿠르 조직위원회가 21일 밝혔다. 지난해 재독 작곡가 조은화 씨(37)가 이 콩쿠르 작곡 부문에서 우승해 2년 연속 한국 작곡가가 1위에 올랐다. ‘표적’은 표적을 향해 달려가는 듯한 느낌을 현대적 음악어법으로 형상화한 10여 분 길이의 단악장 작품이다. 24∼29일 열리는 이 콩쿠르 피아노 부문 결선에서 김태형 김규연 씨 등 한국인 5명을 포함한 결선 진출자 12명은 이 작품을 연주하게 된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작곡 부문은 1953년 창설돼 4년마다 개최되다 1989년부터는 피아노 바이올린 부문 콩쿠르가 열리는 해에 결선 연주용 창작 작품을 뽑는 행사로 바뀌었다. 전년도에 공모한 작품을 다음 해 발표하는 규정에 따라 전 씨는 이 콩쿠르의 2009년도 수상자가 됐다. 전 씨는 2004∼2007년 독일 뮌헨에서 작곡가 한스위르겐 폰 보스에게 작곡을 배웠으며 2007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작곡과에 입학해 작곡가 최명훈 씨(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를 사사 중이다.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창작 어쿠스틱 기타곡과 무드음악, 고전 레퍼토리와 4중주 편곡. 기타의 ‘4색 매력’을 전해주는 축제가 열린다. 6월 5∼10일 호암아트홀 무대에 오르는 기타 페스티벌 ‘기타 로드 2010’이다. 도이체 그라모폰(DG) 레이블로 ‘파가니니 포 투’ 등 고전 베스트셀러 음반들을 내놓아 온 스웨덴의 예란 쇨셰르, ‘안개 낀 밤의 데이트’로 유명한 프랑스의 클로드 시아리, 일본 기타 듀오 곤티티, 국내 20대 여성 기타리스트들로 구성돼 주목받는 ‘콰르텟 보티첼리’가 각각 독특한 색깔을 자랑한다. 6월 5일 첫날 무대는 ‘지상에서 가장 쾌적한 음악’을 추구하는 곤티티가 장식한다. 1983년 데뷔한 뒤 이들은 앰프 변조 없는 자연스러운 기타 음색을 살려 다양한 연령층의 음악팬을 매료시켜 왔다. 이번 공연에서는 ‘방과 후 음악실’, ‘뷰티풀 데이스’ 등 라디오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히트곡을 연주한다. 6일에는 클래식 기타 거장 예란 쇨셰르가 출연한다. DG에서 19장의 솔로 앨범을 냈고 그 대부분을 히트시킨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1994년 바이올리니스트 길 샤함과 협연한 ‘파가니니 포 투’가 “드라마 모래시계에 나오는 ‘혜린의 테마’ 바이올린판”으로 인기를 끌었다. 내한 무대에서는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1, 2번 편곡판과 다울런드 ‘전주곡’ ‘눈물’ 외에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를 비롯한 비틀스 히트송 편곡판도 선보인다. 8일에는 ‘첫 발자국’ ‘물 위의 암스테르담’으로 친숙한 클로드 시아리가 중년층 라디오 세대를 유혹한다. 열세 살 때 음악 활동을 시작한 그는 1964년 20세 때 ‘라 플라야’를 발표해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우리나라에 ‘안개 낀 밤의 데이트’로 알려진 곡이다. ‘첫 발자국’ ‘남과 여’ ‘마이 웨이’ 등 16곡으로 내한 무대를 꾸민다. 마지막인 10일 공연은 20대 국내파 여성 연주가 네 명으로 이뤄진 ‘콰르텟 보티첼리’의 데뷔 무대로 기대를 모은다. 이예은(서울대 4학년) 최지원(한국예술종합학교 3학년) 신나경(서울대 2학년) 이가연 씨(한국예술종합학교 2학년) 등 학부에서 기타를 연마하고 있는 기타계의 ‘젊은 목소리’다. ‘보티첼리’는 르네상스 화가 보티첼리의 이름에서 딴 것. 리더 이예은 씨는 “작곡가가 아니라 화가의 이름을 따랐다고 의아해하는 분들이 있지만, 보티첼리 그림처럼 화사하고 명쾌한 기타의 매력을 전하겠다는 뜻으로 이름을 정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데뷔 음반에 실은 비발디 ‘사계절’ 편곡판과 바이올리니스트 강주미 씨가 협연하는 바흐 바이올린 협주곡 2번 등을 연주한다. 5, 8, 10일 오후 8시, 6일 오후 5시 공연. www.hoamarthall.org 1577-5266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기타에 관한 오해 두 가지#1 기타는 본디 스페인의 민속악기에 불과하다? 기타의 기원이 이베리아 반도인 건 맞지만 16세기부터는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 남부에서 가장 사랑받는 발현(줄을 뜯는)악기가 됐다. 류트 등 다른 발현악기를 위해 쓴 작품들도 이내 기타로 연주하게 됐다. #2 대작곡가들은 기타 곡을 쓰지 않았다? ‘바이올린의 귀재’로 불렸던 니콜로 파가니니는 바이올린 곡만큼 많은 기타 곡을 썼다. 슈베르트도 기타와 플루트가 들어간 4중주곡 등 실내악곡을 썼다. 후기 낭만주의 시대에 스페인 이외의 나라에서 기타곡이 적게 나온 것은 맞지만, 당시 규모가 커진 음악회장에서 기타 소리가 분명하게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지 작곡가들이 기타 소리를 싫어해서는 아니었다.}
80여 년 전통의 퀸 엘리자베스 국제콩쿠르(피아노 부문) 결선에 한국인 피아니스트 5명이 진출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이 대회는 3일 63명이 참가한 가운데 예선을 시작했으며 결선은 24∼29일 열린다. 결선 진출자는 12명으로 이 중 한국인이 5명이어서 한국인이 이 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처음으로 우승할 가능성이 높다. 작곡 부문에서는 지난해 조은화 씨가 우승한 적이 있다. 피아노 부문 한국인 결선 진출자는 김태형(25·독일 뮌헨 음대) 김규연(25·미국 뉴잉글랜드음악원 석사과정) 선우예권(21·미국 커티스 음대) 김다솔(21·독일 라이프치히 음대) 박종해 씨(20·한국예술종합학교)다. 결선 과정은 퀸 엘리자베스 국제콩쿠르 홈페이지(www.cmireb.be/en)에서 생중계한다. 일정은 △김다솔 24일 △박종해 선우예권 25일 △김태형 27일 △김규연 씨 28일 오후 8시(한국 시간 다음 날 오전 3시).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봉건시대 프랑스. 공트랑 백작과 그의 신부 엘렌은 결혼을 앞두고 들떠 있다. 그런데 첫날밤은 과연 어떻게 보내는 걸까. 백작의 할아버지가 긴 편지를 적어 보냈지만 ‘형이상학적인’ 글귀로 가득 차서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다. 엘렌의 이모가 이러쿵저러쿵 조언을 하지만 자기도 미혼이라 설명이 요령부득일 수밖에…. ‘성교육’을 소재로 한 이색 실내 오페라가 공연된다. 20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열리는 프랑스가곡연구회 정기연주회 ‘샤브리에의 오페레타, 부족한 교육’. 교향시 ‘에스파냐’로 유명한 에마뉘엘 샤브리에의 1879년 작품 ‘부족한 교육(Une ´education manqu´ee)을 무대에 올린다. 무대 장치 없이 봉건시대 의상을 입고 피아노 반주로 공연한다. 프랑스가곡연구회는 1978년 창립됐고 이번이 62회 정기연주회지만 콘서트 형식 대신 연기를 동반한 공연은 처음이다. 원작 그대로 소프라노가 남장을 하고 공트랑 백작 역을 노래한다. 공트랑 백작 역을 맡은 김경애 프랑스가곡연구회 부회장(소프라노)은 “프랑스 성악예술 특유의 감각과 유머를 갖춘 데다 길이가 적당하고 무엇보다 내용이 재미있어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순진한 신부 엘렌 역은 소프라노 김순영 씨, 백작의 가정교사 포자니아스 역은 바리톤 백승헌 씨, 반주는 피아니스트 홍청의 씨가 맡는다. 아무 사전지식 없이 첫날밤을 맞은 커플은 어떻게 됐을까. “마침 그날 밤 천둥번개가 심했고요, 신부는 무서워 신랑 품에 뛰어들었죠. 그 다음은… 글쎄, 사랑에 지식이 필요할까요.” 1만 원. 02-2265-9235, 1544-0113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피아니스트 박혜윤 씨(33·독일 마그데부르크 국립대 최고연주자 과정 졸업·사진)가 최근 스페인 테루엘에서 폐막한 제7회 안톤 가르시아 아브릴 국제 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했다. 피아니스트 박진우 씨(28·독일 하노버 국립음대 재학)는 2등상을 받았다. 박혜윤 씨는 성신여대 재학 중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음대로 유학했으며 독일 할레 마르틴 루터 국립대 강사로 재직하고 있다.}

홀츠마이어가 부른‘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노래 ★★★★☆ 반주 ★★★★ 플루트 ★★★☆ 오스트리아의 바리톤 볼프강 홀츠마이어 씨(58)는 1990년대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겨울 나그네(원제 Winterreise·겨울여행)’ ‘백조의 노래’ 등 슈베르트의 3대 가곡집 음반을 필립스 레이블로 내놓아 정교한 해석과 섬세한 음색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가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의 한 행사로 16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체임버홀에서 20곡에 이르는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전곡 리사이틀을 펼쳤다. 리사이틀 전반부에는 플루티스트 파트리크 갈루아 씨와 피아니스트 장클로드 반덴 아인덴 씨가 슈베르트 ‘시든 꽃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연주했다. ‘아름다운…’ 중 18번째 곡 선율을 변주곡 형식으로 만든 작품이다. 갈루아 씨는 목재로 만든 현대의 뵘식 플루트로 연주했다. 장피에르 랑팔의 수제자로서 프랑스 플루트 전통을 잇고 있는 것도 이유이겠지만, 영미 계통의 두터운 플루트 소리 대신 비브라토를 자제한 가벼운 전원풍의 소리를 그는 선보였다. 주제 제시부에서는 취구부(吹口部) 옆으로 흩어지는 숨소리를 의식적으로 노출해 실연당한 젊은이의 허탈한 마음을 표현했다. 후반부에 무대에 오른 볼프강 홀츠마이어 씨의 음성은 40대였던 1990년대의 음반에 비해 한결 윤택해졌다. 테너를 연상시키는 높은 공명점을 가졌으며 모든 음역에서 힘들이지 않고 소리를 냈다. 가사 한 음절 한 음절을 정교하게 연마하는 표현력도 인상적이었다. 속삭이는 소리에서도 단어의 의미에 따라 입 공간의 크기가 달랐다. 감정을 표현하는 제스처도 다양했다. 물레방아를 뜻하는 ‘R¨ader’에서는 오른손을 둥글게 돌려 방아를 표현했다. 이 가곡집의 대부분에 걸쳐 반주부(피아노)는 ‘시냇물’이라는 의인(擬人) 캐릭터를 소화하며 독창자와 대화한다. 반주를 맡은 디어드리 브레너 씨는 독창자와 흠 없는 호흡을 이뤘다. ‘사냥꾼’에서 독창자가 ‘멧돼지(Eber)나 쏴라’라고 외치기 직전 감정을 가다듬듯 멈칫하는 부분도 반주부와 완벽하게 호흡을 맞추었기에 한층 강력한 표현이 전달됐다. 아쉬움이 남는 부분은 이 가곡집 특유의 리듬과 이를 처리하는 홀츠마이어 씨의 소리에 본디 들어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어디로?’등 잔잔하게 흐르는 곡에서는 유연하게 넘어갔지만, ‘나의 것’ ‘시샘과 자랑’ 등 한마디 안에서도 강세가 두드러지는 곡에서는 맺고 끊음이 아쉬웠다. 2010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는 18일 폐막공연으로 끝을 맺는다.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i: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폐막공연=1만∼4만 원. 오후 7시 반 서울 중구 순화동 호암아트홀. 슈베르트 현악5중주 C장조, 8중주 F장조 등 연주.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 제시카 리, 첼리스트 조영창 양성원, 비올리스트 최은식 김상진 씨 등 출연. 02-712-4879}

《“보는 것이 천박한 사람들은 보편과 일상에 대한 인식에 도달하지 못한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에이즈, 가난, 동물의 세계와 같은 것들이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아프리카와 아프리카인들을 부정적 이미지로 몰고 간다.…그러나 내가 경험하고 느낀 아프리카는 너무나 건강하다. 우리가 가졌다고 자랑하는 변태적인 문명의 잣대로 재기에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신화와 전설, 그리고 거기에 바탕을 둔 순수한 삶의 모습이 있다.”》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버스와 마타투(제멋대로 간다는 뜻의 합승버스)를 갈아타고 다섯 시간, 그러고는 또 걸어서 여덟 시간 걸리는 산 중턱 마을. 한국에서 온 무중구(외국인이라는 뜻)인 저자는 이 마을 카미오루 집안의 성씨를 받았다. 그 집안의 가장은 그에게 행운이라는 뜻의 ‘로뮤냑’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종이에 이름을 쓰게 한 뒤 그 위에 침을 뱉어 축복을 내리고 가족의 일원임을 선언했다. 마사이 가족에 들어온 무중구가 가질 자세는 무엇일까. 습관과 생활 모두 마사이에게 동화되도록 노력할 수도 있다. 또는 마사이에게 유익할 외부 세계의 기술이나 가치를 가르쳐 줄 수도 있다. 저자가 ‘로뮤냑’으로서 취하는 길은 그 가운데 있다. 또는 그 둘 모두이다. 마사이 가족에게 그는 두 가지를 제안한다. 하나는 우물을 파자는 것, 또 하나는 농사를 지어 보자는 것. 마을 사람들은 마을에서 2km 떨어진 개울에서 물을 길어오는데 근처에는 소똥이 널려 있다. 물속 기생충이 혈관을 타고 올라가 뇌를 마비시키기도 한다. 토착 신앙 때문에 땅에 손대기를 두려워해 채집 생활만 하다 보니 영양의 불균형도 문제다. 저자는 두 가지 ‘생활 개선’ 목표를 실현한다. 집 뒤와 산기슭에 감자 배추 옥수수 밭을 일군다. 한결 풍족하게 음식을 나누다 보니 충혈돼 있던 눈자위가 모두 하얗게 돌아온다. 땅에 손대기 두려워하던 이들이 우물도 직접 판다. 이뿐이 아니다. 끈을 매서 당나귀를 타는 모습을 선보이자 모두 놀라 자빠진다. 생수병으로 간이 샤워시설도 만든다. 파리 떼가 달라붙은 아이들을 씻기면 머리에서 흙탕물이 쏟아진다. 이 같은 변화는 바람직한 일일까. 이 점에서 이 책은 독자의 고민을 요구한다. 저자가 할례 과정에서 겪는 소년 소녀들의 고통을 언급하며 ‘고통 또한 삶의 일부’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이 세계의 모든 죄악과 부정은 고통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부터 멀어지고자 하는 데 있지 않을까. 고통과 죽음 그것이 삶의 일부 혹은 전부라는 의식에 도달해 보자. 우리의 진정한 삶은 그것 너머에 있다는 의식 말이다.” 그러나 밭을 일궈 풍족한 영양분을 조달하고, 우물을 파서 깨끗한 물을 확보하며, 아이들에게 샤워의 편리를 제공하는 일 역시 ‘불편의 고통’을 줄이는 일 아닌가. 마사이의 일상과 관습, 사고 체계를 소상히 소개하는 데 초점을 둔 책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마사이 마을에서 겪은 경험을 기록한 첫 부분을 지나면 책은 조금씩 우주와 생명에 대한 ‘명상록’에 가까워진다. 책 말미에는 한국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부정기 잡지 ‘버그’를 발행하는 존 스콧 버거슨이 저자를 인터뷰한 글이 실려 있다. 흥미롭지만 ‘아프리카’나 ‘마사이’와 무관한 이 부분을 제외하면 나머지 책 분량은 160여 쪽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글 대신 사진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데, 마사이의 모습을 담은 초반부와 달리 들판과 하늘, 바다를 담은 중반 이후의 사진에서는 ‘아프리카’만이 갖는 고유성을 찾기가 쉽지 않다.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지난해 11월, 일본 음악계가 자랑하는 하마마쓰 국제콩쿠르에서 앳돼 보이는 15세 소년이 내로라하는 성인 연주자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음악계는 놀라움의 눈길을 보냈지만 ‘반짝 등장’은 아니었다.2008년 러시아 쇼팽 주니어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세계 연주계에 이름을 알린 조성진 군(16·서울예술고 1년). 그는 우연히 행사장에서 그의 연주를 접한 정명훈 서울시향 음악감독의 눈에 들어 지난해에만 세 차례 서울시향과 협연했다. 로린 마젤 전 뉴욕필 예술감독도 지난해 7월 자신이 주최하는 미국 캐슬턴 페스티벌에 그를 초청해 협연했다. 하마마쓰 콩쿠르 우승은 ‘예고된 승전보’였다.“결점이 없는 연주가는 없다고 생각해요. 원석을 다듬으면 보석이 되듯 계속 다듬어 나가는 거죠. 연주란 인내와 노력이 필요한 작업입니다.”그의 스승인 신수정 예술원 회원(전 서울대 교수)은 조 군이 ‘2020년 한국을 빛낼 100인’에 선정됐다는 말을 듣고 “큰일이네”란 말을 되풀이했다. “앞으로 이룰 성과를 평가한 거니까 책임이 따르는 일인데…. 그렇지만 걱정은 안 해요. 성진이는 자기 할 일은 기대한 것 이상 책임지고 딱딱 해내거든요. 옆길 보지 않습니다.”여섯 살 때 동네 친구들과 6개월 과정인 피아노 학원에 등록했다. 과정을 마친 뒤에도 피아노 앞에 앉아 있기를 좋아해 개인 레슨을 시작했다. 조 군의 어머니는 “그 뒤로 자기가 다 알아서 했다. 밖에서 생각하는 것보다는 편한 엄마”라며 웃었다.닮고 싶은 ‘롤 모델’을 묻자 조 군은 ‘첼리스트 장한나 누나’를 꼽았다. “작년 캐슬턴 페스티벌에서 만나 친해졌죠. 본받고 싶어요. 첼로도 하고, 지휘도 하고 하버드대에서 학업도 훌륭하게 해내니까…. e메일을 주고받으며 가깝게 지내요.” 그렇지만 장 씨처럼 지휘를 할 생각은 안 해봤다고 했다. 지휘에 필요한 리더십이 아직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0년 혹은 20년 뒤의 계획을 묻자 그는 “꾸준히 연습하고 연주할 뿐”이라고 했다. “배우는 걸 좋아하지만 가르치는 건 잘하지 못해요. 그래서 음악교육가의 길은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그가 생각하는 ‘10년 뒤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그는 과감한 예언은 피했다. “예체능을 더 편하게 공부할 수 있게 될 것 같다”는 소박한 진단을 했다. “선생님들께서 ‘너희 세대는 우리 때보다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좋아 부럽다’는 얘기를 하시곤 해요. 외국에서 좋은 교육을 받고 들어온 선생님도 많고, 인터넷이 발달해 정보를 더 쉽게 얻을 수 있고…. 이런 점 때문에 10년 뒤에는 예체능에 도전하는 학생이 늘어나겠죠.”그에게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라는 말을 아느냐고 물었다. 그는 웃으며 “내가 엄친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엄마 친구들이 좋아할 만한 남학생상과 자기 또래가 좋아하는 남학생상은 다르다는 말도 덧붙였다. 여학생들에게는 인기 있다는 뜻일까. “좋아하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다. “아뇨”라고 딱 잘라 말했다. 양 볼이 발그레해졌다.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동영상 = 정주희 동아닷컴 기자☞ 100번째 인물 추천해주세요동아일보 선정 ‘2020년 한국을 빛낼 100인’의 100번째 인물을 골라 주세요. 동아닷컴(www.donga.com) 사이트와 e메일(reporter@donga.com)로 추천을 받습니다. 대상자의 이름, 성별, 소속, 분야 그리고 추천 사유를 적어 보내주세요. 기한은 16일(일) 밤 12시까지입니다.}

《제1회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 국립오페라단과 4개 민간 오페라단이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전막 오페라 5개 작품을 연속해 무대에 올린다. 지난해 10월 발족한 대한민국오페라연합회(이사장 강화자)가 국립오페라단과 함께 주관하는 ‘제1회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이다. 각 단체의 역량을 비교해볼 수 있는 50여 일의 축제이지만 4개 민간단체의 공연작이 ‘표준 레퍼토리’인 데다 베르디 작품이 3개나 된다는 아쉬움도 든다. 영국 레트로스펙트 앙상블, 이탈리아 연출가 리카르도 카네사 등 해외 대가들도 함께 출연한다. 5월 16일 국립오페라단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를 시작으로 펼쳐지는 다섯 작품의 감상 포인트를 각 단체 대표자에게서 듣는다.》○ 오르페오―섬세한 카운터테너 올해 통영국제음악제 개막작으로 공연됐던 작품을 서울에서 선보인다. 영국 레트로스펙트 앙상블과 일본 고음악 앙상블, 한국의 콜레기움 무지쿰 한양이 함께 관현악을 맡는 원전(原典) 연주 공연이다. 이소영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은 남주인공 오르페오 역의 두 카운터테너(여성의 음역을 노래하는 남성가수)에게 주목해 달라고 말했다. 통영 공연 무대에 섰던 이동규 씨와 영국 카운터테너 스티븐 월리스 씨다. 이 감독은 “감미로운 음성과 세부까지 치밀하게 다듬는 전달력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오르페오들”이라고 자랑했다.○ 리골레토―이탈리아 한국 협력 베로나 야외오페라극장 연출가로 활동해온 이탈리아의 리카르도 카네사 씨가 연출을 맡고 이탈리아에서 14년간 무대디자인 수업과 활동을 이어온 최이순 씨가 무대를 제작한다. 카네사 씨의 연출은 시대적 고증을 중시하면서 스케일을 강조해 인정을 받아왔다. 양수화 글로리아오페라단장은 “두 사람이 힘을 합쳐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한국인의 감성에 잘 맞는 무대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리골레토 역에 바리톤 김동규, 프랑코 조비네 씨가 출연하는 등 한국과 이탈리아 성악진의 더블 캐스팅으로 꾸몄다.○ 아이다―개선 장면의 ‘거울 피라미드’ 이소영 솔오페라단장은 “아이다 하면 개선 장면의 스펙터클함에만 주목하는 이가 많은데, 이번 공연에서는 상징성을 극대화한 현대적 무대로 상식을 깨겠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개선 장면에서는 ‘거울 피라미드’가 등장한다. 관객들이 객석의 모습을 정면으로 보면서 무대와 객석이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는 구상이다. 글로리아오페라단의 ‘리골레토’처럼 한국과 이탈리아 성악진이 더블 캐스팅으로 출연한다. 아이다 역에 소프라노 김향란, 모니아 마세티 씨가 출연한다.○ 라 트라비아타―이 시대 ‘아스팔트 위의 여인’ 연출을 맡은 장수동 서울오페라앙상블 예술감독은 “베르디 자신이 ‘이 작품은 우리 시대 이야기’라고 말한 데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19세기 이야기라는 뜻이 아니라 어느 시대에나 그 시대 이야기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 그는 ‘길 사이의(방황하는) 여자’라는 작품 제목처럼 ‘아스팔트 위의 여인’을 그리겠다고 말했다. 한-러 수교 20주년 기념의 의미를 담은 이번 공연엔 모스크바국립음악원 연주학 박사인 바리톤 남완 씨 등 국내 배역진에 소프라노 나탈리아 보론키나, 바리톤 유리 제빈 씨 등 러시아 성악진이 가세한다.○ 카르멘―영화 같은 사실적 무대 연출 체코 프라하오페라극장과 교류를 이어왔고 2005년 프라하에서 ‘카르멘’을 공연했던 베세토오페라단이 한-체코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프라하오페라극장 팀과 함께 공연을 꾸린다. 프라하오페라극장의 즈데네크 트로스카 씨가 연출을 맡아 ‘영화처럼 사실적인’ 무대를 만든다. 강화자 베세토오페라단장은 “내 상상 속의 카르멘을 능가하지 못할 카르멘은 무대에 올리지 않는다”며 카르멘 역을 맡은 체코 소프라노 갈리아 이브라기모바 씨와 최승현 씨의 역량에 주목해 달라고 말했다.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지난해 5월 합창단만 100명 이상이 필요한 베토벤 ‘피델리오’를 창단 기념작품으로 무대에 올렸던 무악오페라가 두 번째 전막 오페라로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푸치니 ‘라보엠’을 공연했다. 연세대 동문을 주축으로 결성된 이 오페라단은 지난번 공연과 달리 ‘연세심포니오케스트라’를 협연 악단으로 택했다. 연세대 음대 재학생들로 구성된 이 악단이 ‘인상주의의 이탈리아식 변용(變容)’으로 일컬어지는 푸치니의 섬세한 관현악을 잘 소화할 수 있었을까. 결과는 기대를 뛰어넘었다. 마지막 날인 7일 공연에서 최승한 씨가 지휘한 이 악단은 각 악기군 사이의 밸런스와 투명한 음색이 돋보였다. 아리아 ‘내 이름은 미미’에서 4월의 따사로운 햇살을 묘사하는 목관악기군과 새순이 움트듯 힘을 더하는 저음현의 조화는 관능적이었다. 여러 일정을 소화하는 다른 관현악단과 달리 이 공연에 많은 시간을 들일 수 있었던 것도 이유겠지만, 20대 초반의 국내 음악도들이 이뤄낸 성과에 격려를 보내고 싶다. 주요 배역진 중에는 미미 역 강경해 씨의 차분하면서도 세공(細工)이 깃든 표현력이 돋보였다. 마르첼로 역 이상민 씨의 허식 없는 연기와 적절한 윤기가 느껴지는 음성도 만족스러웠다. 로돌포 역 국윤종 씨는 이지적이고 섬세한 음색을 지녔지만 아리아 ‘그대의 찬 손’에서 관현악의 강주 속에 이따금 목소리가 묻혀버렸다. 무세타 역 김수진 씨는 대체로 흠잡을 데 없는 노래를 들려주었지만 극중 대표곡인 ‘무세타의 왈츠’에서 관현악과의 호흡이 완전하지 않았다. 이 오페라에서 3막의 무대 장치는 시간 배경이 어두운 새벽인 데다 이별의 쓸쓸함을 표현하기 위해서인지 간략하게만 표현되기 일쑤다. 이번 공연에서는 자작나무를 군데군데 배치해 입체감을 주었다. 나무의 은회색 질감이 쓸쓸하게 다가오면서도 작품의 악상과 훌륭하게 어울렸다. 반면 2막 카페 장면에서는 주요 배역들이 앉는 테이블을 무대 중앙부 앞쪽으로 끌어낸 결과 거리 사람들과 군악대의 동선이 제한됐고 이들이 자아내는 분주한 분위기도 중간 중간 단절됐다. 자막 번역은 비교적 매끄러웠다. 그러나 ‘그대의 찬 손’에 나오는 ‘Castelli in Aria’는 ‘대기의 순환’이 아니라 ‘공중누각’ 정도로 번역했어야 했다. 영어로 직역하자면 ‘Castles in the Air’다. 미미가 1막 끝에서 로돌포를 부르는 ‘Signor’(영어의 ‘Mister’에 해당)를 ‘주인님’으로 번역한 것도 껄끄러웠다.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뒤투아와 호화찬란 필라델피아 사운드.’ 25일 오후 일본 미야자키 메디키트센터 아이작스턴홀에서 열린 샤를 뒤투아 지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연주회의 제목이다. 미야자키 국제음악제 둘째 날 순서로 열린 이날 연주회는 스트라빈스키 발레 ‘불새’와 ‘봄의 제전’ 전곡을 선보였다. 5월 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연주할 곡목과 동일한 프로그램이다. 이날 연주회 제목이 나타내듯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음색에는 ‘벨벳 사운드’ ‘금색 사운드’ ‘호화찬란 사운드’ 등 관용어구가 따라오기 마련이다. 1980년까지 44년이나 이 악단을 이끈 유진 오르먼디가 이 악단만의 유려한 현악 음색을 만들어낸 뒤 나온 표현이다. 그렇다면 이날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특유의 ‘호화찬란’ 사운드를 선보였을까. ‘특유의’라는 수식어만 빼면 그랬다. 정밀한 박자와 음량 분배로 유명한 ‘관현악 음색의 설계사’ 뒤투아는 이 연주회에서도 초정밀 리드를 선보였다. 극도의 피아니시모가 순간적인 타악의 난타와 금관의 포효로 이어지는 부분에서도 한 박자 한 박자가 최상의 음량 배분으로 연결됐으며 작은 뒤처짐이나 어긋남도 없었다. 단 ‘불새’ 중 ‘카스체이의 등장’이나 ‘봄의 제전’ 중 ‘대지의 춤’에서는 트럼본이 기대만큼 민첩하게 나가지 못했다. 까다롭기로 이름난 뒤투아로서는 만족하지 못하겠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공연 후 칭찬할 만한 연주자를 일으켜 세울 때 뒤투아는 트럼본 쪽에 손을 내밀지 않았다. 가장 아쉬움이 남은 것은 이날 선보인 찬란한 사운드가 ‘필라델피아 사운드’라기보다 2008년 이 악단 수석지휘자로 취임한 샤를 뒤투아의 ‘뒤투아 사운드’였다는 점이다. 뒤투아 취임 후 첫 동아시아 공연 프로그램에서 스트라빈스키의 두 발레곡을 택한 점부터 ‘필라델피아보다 뒤투아를 들어라’라는 포고에 가까웠다. 뒤투아의 장기곡인 스트라빈스키의 두 발레곡에서 현악은 주도적 역할에 나서지 않는다. ‘불새’의 피날레처럼 휘황하게 현이 빛나는 부분이 있지만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에게 오늘날의 명성을 가져다 준 벨벳 감촉의 현악을 만끽하려면 후기 낭만주의 교향곡 한 곡 정도는 내세웠으면 좋았을 것이다.미야자키=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i: 4만∼20만 원. 4월 30일, 5월 1일 오후 7시 반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4월 30일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바이올린 아라벨라 슈타인바허 협연), 라벨 ‘라 발스’ 등 연주. 5월 1일 오후 7시 반 스트라빈스키 ‘불새’ ‘봄의 제전’ 연주. 02-399-1114∼6}

《“철학은 분명히 현실적인 용도가 있을 뿐 아니라 알고 보면 무척 광범위한 실용성을 가진다. 철학은 모든 학문적 사유의 바탕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 문제는 기초 학문과 응용 학문의 연결, 철학의 진정한 쓰임새가 눈에 쉽게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철학을 안다고 해서 갑자기 생활이 편리해진다거나, 성적이 올라간다거나, 봉급을 많이 받지는 않는다.”》18가지 상황 속 철학적 사유연습 철학은 긴 역사의 대부분에 걸쳐 현실 세계의 조건에 영향 받지 않는 순수한 사유의 산물이었다. 추상적 사고의 훈련이 익숙지 않은 사람들에게 철학이 자칫 지루하거나 어렵게 느껴지기 마련인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다양한 철학적 사유를 ‘스토리’로 접근하려는 시도들이 생겨났다.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과 사건들에 어떻게 철학적 사유를 응용할지 설명하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이 같은 접근에 취약점이 있음을 지적한다. 철학과 현실을 결부한 책 대다수가 철학을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지침’ 정도로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삶의 지침을 주는 윤리와 도덕도 철학의 한 부분이지만 철학의 본질은 아니다. ‘어찌 보면 지하철 노선도보다도 쓸모없는 철학’을 삶과 연결하기 위해 스토리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다른 여러 상황제시형 철학입문서와 비슷하다. 그러나 저자는 일상으로부터 교훈을 끌어내지 않는다. 이 책에 실린 18개 예화들은 순전히 철학적 사유를 훈련하기 위한, 때로는 극단적으로 작위적인 상황들이다. ‘꿈의 발명품’ 편에서 저자가 내세운 주인공은 입시를 앞두고 ‘투명인간’이나 ‘시간정지장치’를 꿈꾸며 현실에서 도피하는 수험생이다. 그는 투명인간이나 시간정지장치를 만들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음을 발견한다. ‘내’가 투명해지려면, 또는 다른 모든 사물이 정지하고 ‘나’만 움직이려면, ‘나’와 ‘외부’의 경계는 어디서 시작되어야 할까? 내가 투명해지면 내 몸에 붙어있는 머리카락은 투명하겠지만, 잘라낸 다음에는 어떻게 될까? 이처럼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상황을 제시한 뒤 저자는 비로소 이와 관련된 철학적 주제를 제시한다. ‘꿈의 발명품’과 관련된 주제는 ‘주체와 세계와 인식’이다. 근대 철학에서는 주체인 인간이 대상인 세계를 인식하는 과정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이어 후설의 현상학은 주체와 대상이 분리되기 이전의 ‘선험적’인 의식을 중시했다. 19세기에 프로이트가 ‘무의식’을 발견하자 주체 자체가 의식과 무의식으로 분열됐다. ‘악마와의 계약’ 편에서 주인공은 바퀴벌레로 변신한 악마를 구해준 대가로 손대는 일마다 대박을 터뜨린다. 그러나 자신은 돈이 잘 흘러가도록 ‘길을 터주는 역할’로 전락했음을 느낀 주인공은 악마에게 계약 만료를 선언한다. 이 이야기가 제시하는 주제는 ‘의식과 분리된 욕망’이다. 욕망을 처음 철학적 체계에 포함시킨 사람은 마르크스였다. 그에게 욕망이란 자본의 확대재생산을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었다. 현대에 들어와 프랑스의 들뢰즈와 가타리는 욕망이란 결핍과 소비라는 기존의 관념을 부정한다. 이제 욕망이란 결핍이 아니라 충만이, 소비가 아니라 생산이 된다. 18개 주제를 설명하기 위해 제시한 스토리들이 예외 없이 추상적 사고와 관련된 것은 아니다. ‘매체’ ‘창작’ ‘거대담론’ 등 현대에 철학적 논증의 장에 들어온 사회적 주제들도 다뤘다. 출판 편집자의 데스크에서부터 인터넷 철학 카페, 중세의 수도원을 오가는 다채로운 상황 설정이 한결 친근하게 철학을 우리 곁으로 다가오게 한다.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거동이 불편한 환자나 노인의 손발이 되는 ‘케어기빙(Caregiving·돌봄서비스)’도 점차 전문성이 강조되고 있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부인인 로절린 카터 여사(사진)가 설립한 RCI와 고려사이버대가 ‘RCI-Korea’를 만들어 국내 돌보미를 위한 교육에 나선다. 로절린 여사 특별인터뷰도 소개한다. 로절린 여사는 아버지가 백혈병으로 돌아가셨을 때 어머니가 간병한 얘기를 하며 눈물을 짓기도 했다.[관련기사] ■ 한나라-민주당 문앞에 선 이인제-손학규6·2지방선거를 앞둔 여야 정치권이 최상의 카드를 찾느라 고심하고 있다. 여야 모두 필승을 위해서는 인지도 높은 인사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하지만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듯하다. 지방선거를 앞둔 여야의 인물 찾기 고민을 들여다본다.[관련기사] [관련기사] ■ 6·25 최대 격전지 파주 사천강을 찾아서 1950년의 마지막 날 파주 장단역. 개성 방향에서 들어오던 증기기관차 한 대는 국군과 유엔군의 집중 폭격을 받고 그대로 멈췄다. 장단역의 시간도 거기서 멈췄다. 평화로워 보이기에 더욱 쓸쓸한 곳. 장단역에서 1km 남쪽에 2002년 들어선 도라산역과 도라산전망대를 찾았다.[관련기사] ■ 춘향전을 닮은 뮤지컬 ‘미스 사이공’뮤지컬 ‘미스 사이공’이 4년 만에 돌아왔다. 과연 이 작품은 동양 여성의 나약함을 서양 남성의 시각에서 미화한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의 반복에 불과할까. 남성들이 강요하는 삶을 거부하고 자신이 선택한 사랑에 모든 것을 바치는 여주인공 킴에게서 춘향의 향취를 맡는다.[관련기사] ■ ‘김연아 매직’ 세계선수권서 다시 한번“성적 욕심은 없어요. 편안하게 연기하고 싶어요.” ‘밴쿠버 여왕’ 김연아(20·고려대)가 전 세계 팬을 위해 23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개막하는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1994년 릴레함메르 올림픽부터 피겨 여자싱글 우승자들은 모두 세계선수권대회에 불참했다.[관련기사] ■ 스캔들 이후 처음 인터뷰 응한 우즈다음 달 8일 마스터스대회로 복귀하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성추문 스캔들 이후 4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언론 인터뷰에 응했다. 우즈는 “그동안 거짓된 삶을 살았고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줬다”며 거듭 반성의 뜻을 밝혔으며 복귀에 대한 설렘도 드러냈다.[관련기사] ■ 삼성-공제회들도 뛰어드는 年6조 상조시장살면서 장례를 치르는 일만큼 힘든 일도 드물다. 수많은 조문객에, 복잡한 장례절차까지 상주들은 슬퍼할 여유조차 없다. 하지만 상조회사의 형편없는 서비스는 유족에게 더 큰 상처를 준다. 정부가 법 개정을 통해 상조시장 구조조정에 나서고, 대기업도 이 시장에 눈독을 들인다는데….[관련기사]}

공연전문지 월간 객석이 시상하는 제12회 객석예술평론상 수상자로 방혜진 씨(40·서울대 미학과 대학원 수료·사진)가 3일 선정됐다. 방 씨는 평론 ‘진은숙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미로의 안과 밖’ 등으로 당선됐다. 객석예술평론상은 1985∼95년 11회에 걸쳐 수상자를 냈으며 올해 15년 만에 부활했다. 시상식은 25일 오후 8시 서울 종로구 동숭동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열린다.}

○ 대학 3학년때 혼자 데뷔연주회 꾸며“피리의 장점요?” 그의 눈이 반짝 커졌다. “작고 싸요!”장난기 섞인 웃음을 머금은 채 피리 연주자 안은경 씨(27)는 말을 이었다. “최고의 프로도, 오늘 배우기 시작한 초보자도 똑같은 악기를 써요. 배낭에 쏙 들어가고, 아무 때나 쓱 뽑아서 길거리 연주를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것보다는…” 눈빛이 한층 진지해졌다. “음량이 커서 합주 때는 다른 악기를 이끌지만 의외로 귀를 간질이는 잔잔한 속삭임이 있어요. 그게 제가 피리를 사랑하는 진짜 이유죠.”안 씨는 여유 있는 집안의 ‘재롱둥이’ 둘째 딸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리틀엔젤스 예술단과 월드비전 선명회 합창단 단원으로 기예를 익혔다. 외교관이 되겠다는 여중 2학년생에게 어머니는 “국악기를 연주해 문화외교관이 되면 어떠냐”고 권했다. 한국무용을 전공했던 언니를 보며 자연스럽게 젖어든 피리 소리가 마음을 끌었다. 국립국악고 졸업 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에서 피리를 전공하던 그에게 2003년 새로운 전기가 찾아왔다. 우연히 접한 국악작곡가 류형선 씨의 피리곡 ‘나무가 있는 언덕’이 가슴을 파고들었다.“강렬하면서도 잔잔한 피리의 개성을 너무도 잘 표현한 곡이었죠. 무작정 작곡가를 찾아가 이 곡을 연주하게 해달라고 했습니다.”같은 해 독주회를 열면서 연주가로 세상에 나왔다. 대학 3학년생으로는 과감한 도전이었다. 혼자 힘으로 장소를 빌리고 프로그램북을 만들고 협연자를 섭외했다. 안 씨의 연주가 마음에 들었던 류 씨는 해금연주가 강은일, 소리꾼 김용우 씨에게 그를 소개했다. 두 선배 국악인의 콘서트에 참여하자 많은 청중과 국악인들이 ‘저기 피리를 잘 부는 사람은 누구지’라며 관심을 보였다. 특히 강 씨와의 교류는 내적 세계를 크게 성숙시키는 계기가 됐다.“보통 사람은 말로도 자기 생각을 다 표현하지 못할 때가 많잖아요. 강 선생님은 악기만 가지고 모든 감정을 다 표현하시는 점이 놀라왔어요. 그 점을 닮고 싶었고, 또 배웠습니다.”○ “악기만으로 모든 감정 표현하는 법 배워”2006년 두 번째 독주회에 이어 2007년 제3회 독주회 ‘환을 치다’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신진예술가 지원을 받았다. 지난해는 재독 한인음악가들로 구성된 독일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베를린 필하모닉 체임버홀에서 이영조 작곡 ‘피리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류(流)’를 협연해 갈채를 받았다. 대부분 독일인들로 구성된 청중은 처음에는 고운 당의(唐衣) 차림에, 두 번째로는 작은 악기에서 울려나오는 의외로 강렬한 소리에, 세 번째는 풍부한 표현력에 환호를 보냈다. 11월 선보인 첫 독집 앨범 ‘퓨리티(Purity)’도 주목을 끌었다.그는 공연장을 가리지 않는다. 명동 거리에서 열리는 자선 콘서트에서도, 와인바 콘서트에서도 피리의 매력을 알리고 있다. 한국 청중이 피리 소리에 맞춰 저절로 몸을 흔드는 게 신기하고, 모르는 팬들이 인터넷에 동영상을 찍어 올리는 게 기쁘다고 했다.“계획요? 지금 당장은 갈증을 푸는 게 급해요. 더 많은 사람에게 피리 소리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싶은 갈증이죠. 그러다 보면 길이 또렷이 보이지 않을까라는 생각뿐입니다.”중요무형문화재 피리정악 및 대취타 이수자이기도 한 그는 “정악을 비롯한 전통 피리 연주는 평생 연습 또 연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연하잖아요! 국악인으로서 제 바탕을 이루는 일인데요.”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 동영상 = 피리연주자 안은경 씨}

바이올리니스트 정상희 씨(빈 국립음대 재학·사진)가 지난달 27일 독일 뉘른베르크 마이스터징거홀에서 열린 뉘른베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회에서 세계적 첼로 연주자인 미샤 마이스키와 베토벤 ‘3중 협주곡’을 협연했다. 지휘는 알렉산더 셸리, 피아노는 마르코 샤보가 맡았다. 정 씨는 서울예고 재학 중 빈 국립음대 바이올린과 에드바르트 치노프스키 교수의 초청으로 오스트리아에 유학해 빈 국립음대에 수석 입학했으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립교향악단, 체코 북체코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이탈리아 바리 시립 교향악단과 협연했다. 2009년 4월에는 프라하 스메나타홀 주최 하이든 200주기 기념 연주회에서 치노프스키 교수와 하이든 첼로 협주곡 1, 2번을 나란히 연주했다.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흙먼지 이는 이른 봄 함부로 찾아오는 우울증을 예방할 백신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사진)이 도이체 그라모폰 레이블로 새로 내놓은 5집 앨범 ‘Nore: 슬픈 노래’ 얘기다. 라흐마니노프 ‘보칼리제’, 드보르자크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노래’, 차이콥스키 ‘그리움을 아는 자만이’ 등 한껏 센티멘털한 소품을 앞쪽 트랙에 배치했다. 이 앨범의 ‘콘셉트’는 제목 그대로 비올라로 부르는 노래다. 악기 연주가 노래와 다른 점은 무엇보다 가사가 없다는 것. 그러나 연주가는 지난주 열린 음반 발매 기념모임에서 “가사를 최대한 의식해 연주했다”고 말했다. “입으로 부르는 노래에는 가사의 자음과 모음이 주는 특별한 느낌이 있죠. 이 때문에 원래 노래 가사의 한 단어 한 단어를 열심히 연구해 비올라 연주로 의미를 담아내려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그가 부르는 비올라의 ‘노래’는 마음을 아릿하게 만들면서도 친근하다. 군데군데 활 긋는 속도를 줄여 목멘 듯한, 눈물을 글썽이는 듯한 표정을 지어내지만 온몸을 던져 흐느끼는 ‘오버’는 없다. 템포나 강약 대비도 절제했다. ‘싼티 나는 감상(感傷)’에 빠질 위험을 경계한 티가 역력하다. 음반 후반부에 배치한 브람스 ‘네 개의 엄숙한 노래’가 탄탄한 무게감을 준다. 리처드 용재 오닐은 이 음반의 반주를 맡은 피아니스트 크리스토퍼 박과 함께 서울 부산 울산 등 6개 도시 순회 리사이틀도 연다. 라흐마니노프 ‘보칼리제’ 등 앨범에 실린 곡을 중심으로 연주한다. 서울 연주는 5일 오후 8시, 6일 오후 2시 반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3만∼10만 원. 7일 오후 5시에는 경기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공연이 열린다. 3만∼7만 원. 1577-5266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dongA.com에 동영상▲비올라가 부르는 슬픈 노래, 리처드 용재 오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