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미리 본 유럽 순회공연 자신감 넘쳐난 하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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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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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안양아트센터 연주회
합주력 ★★★★ 작품해석 ★★★☆ 첼로협연 ★★★★☆

22일 안양아트센터에서 열린 서울시립교향악단 초청음악회에서 정명훈 서울시향 음악감독이 라벨의 ‘어미거위’를 지휘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시립교향악단
22일 안양아트센터에서 열린 서울시립교향악단 초청음악회에서 정명훈 서울시향 음악감독이 라벨의 ‘어미거위’를 지휘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시립교향악단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유럽 순회공연을 연다. 29일 이탈리아 브레시아를 시작으로 독일 베를린, 체코 프라하, 러시아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지에서 6월 11일까지 9회의 콘서트를 연다. 이 순회공연의 성과를 미리 가늠해볼 연주회가 정명훈 예술감독 지휘로 22일 경기 안양아트센터 관악홀에서 열렸다. 악단은 이 자리에서 라벨 ‘어미 거위’ 모음곡, ‘라 발스’ 등 순회공연에서 선보일 작품들을 연주했다. 23일 안양아트센터 연주회는 옛 안양문예회관을 리모델링한 안양아트센터 개관 페스티벌 프로그램의 하나로 열렸다.

첫 곡인 ‘어미 거위’ 모음곡과 2부 첫 곡인 드뷔시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모음곡은 늦봄 대기에 떠도는 아지랑이처럼 아스라한 인상주의 관현악의 전형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정 감독이 유럽에서 ‘프랑스 음악 해석에 특기를 가진 지휘자’로 알려져 왔다는 점에서 이 선곡은 전략적이다. 라벨과 드뷔시의 인상주의 작품들은 ‘일치감’만으로 설명하기 힘든 정밀한 합주력을 요구한다. 쉼 없이 변화하는 몽환적 현과 목관의 음색을 자연스레 섞기 위해 ‘조향사(調香師)’의 감각에 비유할 만한 섬세함이 필요하다. 이 점에서 이번 유럽연주 선곡은 다소 모험적이었다. 서울시향은 2005년 창단과 다름없는 전면적 오디션을 거친 사실상의 ‘신생 악단’이기 때문이다. 5년간의 조련으로 까다로운 유럽 청중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그러나 이 같은 선곡이 합주력 면에서도 서울시향이 가진 자신감의 표현이었음은 첫 곡 ‘어미 거위’ 모음곡에서부터 드러났다. 현 5부가 세심한 일치감으로 부풀어 오르고 가라앉으며 작품의 몽환적 느낌을 한껏 전했다. 눈에 띄지 않게 전체 합주의 질감을 두터이 해준 호른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마지막 곡 ‘요정의 꽃동산’에서 전체 합주는 오르간 소리처럼 투명하게 울렸다.

두 번째 연주곡인 슈만의 첼로 협주곡은 첼리스트 양성원 씨가 협연했다. 양 씨의 첼로 연주는 충분한 힘과 다양한 해석의 결을 갖추면서도 이를 낭비하지 않는 그의 개성이 두드러졌다. 1악장에서는 솔로와 대화하는 현악 합주의 결이 좀 더 밝았어도 좋았을 듯싶었다. 3악장 서두에 잠시 솔로와 관현악의 호흡이 흐트러질 뻔한 순간이 있었으나 솔리스트가 지휘자를 힐끗 쳐다보는 순간 문제는 간단히 해결됐다. 오히려 두 사람의 호흡이 완벽했음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연주가 끝나고 갈채를 보내는 청중의 마음속에는 비슷한 느낌이 흘렀을 것이다. “외국에서도 이렇게만 하면 되겠다”라는…. 그러나 아쉬움도 들었다. 프랑스 음악을 전면에 내세운 이번 순회공연에서 프랑스는 방문지에 없다. 다음번에는 프랑스 음악으로 프랑스 청중 앞에 설 수 있는 자신감을 기대한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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