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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7∼11일 닷새간 인도네시아 발리와 태국 방콕을 공식 방문한다. 이 대통령은 8일 시작하는 제5차 발리 민주주의 포럼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민주주의 발전 상황을 평가하는 기조연설을 한다. 9일에는 한국 대통령으로는 31년 만에 태국을 공식 방문한다. 이 대통령은 10일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열어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관계 발전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수자원 관리 등 신규 협력사업에 대해 논의한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사상 최악의 대선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2012년 한국 대선은 미국 대선과 비교하면 더욱 초라할 수밖에 없다. 향후 5년간 세계 11위 경제대국인 ‘대한민국호’의 운영 계획과 청사진을 유권자들에게 제시하기는커녕 단일화 이슈와 각종 네거티브 공세에 매몰돼 민주주의의 핵심인 선거의 ABC조차 무시되고 있는 수준이다. 지금 같은 ‘묻지 마 투표’ ‘깜깜이 선거’로는 누가 당선되더라도 전 세계에 보편화되고 있는 경기침체와 G2(미국과 중국)의 권력 교체로 인한 동북아시아 정세변화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마저 나온다. 한국 대선을 미국 대선과 크게 3가지 측면에서 비교 분석해 봤다.》韓, 표 따라가다보니 복지-교육 서로 닮은꼴美, 의보-법인세율 등 명확한 선택기준 제시한국 대선후보들의 주요 공약은 서로 엇비슷해 유권자들에게 차별화되는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오히려 현혹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후보들의 얼굴을 가린 채 공약만 보면 누구 정책인지조차 알기 어려운 수준이다. 복지와 관련해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안철수 무소속 후보 모두 △0∼5세 무상보육 △고교 의무교육 △반값 등록금을 제시했다. 세 후보가 내걸고 있는 △대입전형 단순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확대 △정년 60세 의무화 등도 내용엔 거의 차이가 없다. 당초 복지는 이번 대선의 최대 승부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보수와 진보가 구분되지 않는 ‘이슈 수렴’ 현상으로 유권자들은 헷갈릴 수밖에 없다. 다른 핵심 과제도 닮은꼴이다. 박 후보는 지난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 중 △공정성을 높이는 경제민주화 △한국형 복지체계의 구축 △창조경제를 통한 성장동력 확보와 일자리 창출을 우선 과제로 꼽았다. 그러나 이는 문, 안 후보와 별 다를 게 없다. 문 후보는 우선 과제로 △일자리 혁명으로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세상 △사람이 먼저인 따뜻한 복지국가 △경제민주화로 함께 잘사는 세상, 안 후보는 △성장의 열매가 국민에게 공평하게 돌아가도록 경제민주화 실현 △국민의 일할 권리 보장 등을 꼽았다. 경제민주화와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해법은 닮았다. 세 후보 모두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바로잡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한 게 대표적이다. 반면 미국 대선 후보들은 주요 분야별로 차별화되는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의료 정책의 경우 오바마는 보험 미가입자 5000만 명의 보험 가입을 추진하겠다고 했으나 롬니는 이를 ‘오바마 케어’(오바마+메디케어의 합성어)로 규정하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조세 정책과 관련해 오바마는 연소득 100만 달러 이상 부유층에 최소 30%의 세율을 적용하고 법인세 상한선도 35%에서 28%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이에 롬니는 연소득 20만 달러 미만이면 자본이득세를 감면하고 법인세 상한선은 25%로 낮추겠다며 맞서고 있다.韓, 재원자료 제출 요청에 “나중에 발표할 것”美, GDP의 22.5% vs 20%… 예산 밝히고 설득주요 정책의 실현을 위한 재정 마련 계획을 놓고도 한미 대선 후보들은 다른 견해와 생각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24일 중앙선관위가 예비후보 6명의 10대 공약에 대한 입장을 공개했는데 주요 공약에 대한 재원조달 방안은 제대로 적시되어 있지 않았다. 재원 소요가 가장 큰 복지 공약과 관련해 박 후보는 “포괄적인 공약이므로 추후 세부적인 공약들을 발표하고 재원소요 추계, 재원조달 계획도 함께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문 후보는 “재정개혁, 복지개혁, 조세개혁 등 3대 개혁을 통해 재원을 조달하겠다”고 추상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안 후보도 “불요불급한 예산 절감 및 우선순위 조정” “조세감면 축소 및 실효세율 인상” 등 교과서 수준의 원론적 방법론만 제시하고 있다. 이와 달리 미국 대선 후보들은 예산 규모를 놓고 정면 공방을 벌이고 있다. 재정적자 감축과 관련해 오바마는 국내총생산(GDP)의 22.5%를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겠다며 ‘큰 정부론’을 제시하는 반면 롬니는 GDP의 20%를 정부 예산으로 감당하겠다고 밝혔다. 두 후보가 창출하겠다는 일자리 규모도 다르다. 오바마는 교육, 연구개발 등을 통해 1000만 개의 일자리 창출을 제시한 반면 롬니는 에너지 자립, 중소기업 육성 등을 통해 오바마보다 200만 개 많은 1200만 개를 창출할 수 있다며 유권자들을 설득하고 있다.韓, 대선 15일전 1차-3일전에야 3차 토론美, 15일전까지 3차례 TV토론 모두 마쳐차별화된 정책 승부가 사라진 공간엔 어김없이 네거티브 공방이 똬리를 틀었다. 정수장학회 등 과거사 이슈(박근혜),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의혹(문재인), 논문 표절 등 개인 검증 이슈(안철수) 등이 주된 메뉴다. 급기야는 박 후보의 여성 대통령론과 관련해 여야 간에 ‘생물학적 여성’ 발언 공방까지 벌어지는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정책 대결의 중요한 장(場)인 TV 토론에 대해서는 대선 47일을 앞둔 2일까지 구체적인 방식에 대해 합의를 못하고 있다. 빅3 후보의 출마가 모두 확정된 9월 19일 이후 세 후보가 한 자리에서 정책과 비전을 놓고 공방하는 3자 TV토론은 물론이고 개별 후보가 패널과 질의 응답하는 토론회도 지금껏 한 차례도 열리지 못했다. 실제로 중견 언론인들의 모임인 관훈클럽은 1, 2개월 전 세 후보 측에 토론회 참석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으나 어느 진영도 공식적인 답변을 보내지 않았다. 중앙선관위가 주최하는 세 차례의 공식 토론회도 마지막 일정이 불과 대선 3일 전에 잡혀 있어 유권자들에게 충분한 판단의 기회를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반면 이미 3차례에 걸쳐 진행된 미국 대선후보 간 TV토론은 분야별로 치열한 공방이 벌어져 유권자들의 화제를 모았다. 지난달 22일 방송된 마지막 3차 토론은 미국에서 5920만 명의 시청자가 지켜봐 같은 시간대에 방송된 메이저리그 야구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810만 명)보다 7배 이상 많았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미국 대선을 210여 일 앞둔 4월 10일. 공화당 대선 주자 중 한 명인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이 경선 중도 포기를 선언하면서 대선 구도는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간 양자 대결로 사실상 확정됐다. 이로써 미국은 본격 대선 레이스에 들어갔다. 한국 대선을 210여 일 앞둔 5월 중순. 4월 총선을 치른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대선후보가 아니라 지도부를 교체하기 위한 전당대회 준비에 한창이었다. 새누리당에선 박심(朴心·박근혜 후보 마음)을 업은 황우여 대표가 선출됐고, 민주당에선 모발심(모바일투표) 논란 끝에 이해찬 대표가 신승을 거뒀다. #미국 대선을 47일 앞둔 9월 말. 각각 출정식을 겸한 전당대회를 통해 공식 선출된 오바마, 롬니 후보는 계속되는 유세 일정 와중에도 선거의 승부를 가를 세 차례의 TV토론 준비에 본격 착수했다. 한국 대선을 47일 앞둔 11월 2일.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 측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 TV토론회 외에 언론사 주최 토론회 참석 여부와 방식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불과 40여 일의 간격을 두고 실시되는 미국과 한국의 대통령선거는 ‘달라도 너무 다른 선거’가 되고 있다. 1년 넘게 피어오른 ‘안철수 안개’가 겨우 걷히면서 이에 따른 야권 후보 단일화 게임이 계속되고, 박근혜 후보의 잇단 과거사 해명 논란 등이 대선판을 뒤덮으면서 유권자들은 각 후보의 정책은커녕 최소한의 판단 기준도 없이 날짜만 세는 형국이다. 이렇다 보니 3일로 대선이 46일 앞으로 왔지만 한국의 ‘빅3’ 후보 중 누구도 분야별로 종합한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오바마, 롬니 후보가 이미 대선 60일 전을 전후해 경제, 외교, 복지, 재정, 교육 등 분야별 공약을 제시하고 유권자를 설득했던 미국 상황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공약의 완성도 차이도 크다. 오바마, 롬니 후보는 주요 분야에서 차별화되는 공약을 내세워 정책 목록만 봐도 후보를 가늠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선 각 후보가 눈치 경쟁하듯 상대의 행보를 보며 재정 마련 대책은 빠진 채 급조해 낸 ‘애드리브 공약’이 판을 치고 있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유치한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의 대선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각 후보는 지금이라도 정치공학적 행태를 중단하고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된 판단 기준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이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의 송도 유치를 계기로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중단된 정부 차원의 대북 조림(造林)사업을 재추진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30일 “이 대통령은 GCF 사무국 유치로 경제효과 외에 남북관계를 풀기 위한 활로 마련을 기대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기금 중 일부를 대북 조림사업에 사용하는 방안을 국제사회와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림사업을 통해 북한은 산림 자원을 얻고 우리는 탄소배출권(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을 얻을 수 있다”며 “현 정부에서 물꼬를 트면 차기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은 아직 교토의정서에 따른 탄소배출 의무감축 대상국이 아니기 때문에 기업들이 탄소배출권을 살 필요는 없지만 2013년 이후 ‘포스트 교토 체제’에서 배출할당량을 지정받으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일부 기업은 탄소배출권을 사야 한다. 정부는 우선 다음 달 말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제18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GCF 사무국 유치를 인준받으면서 GCF 운영 계획과 함께 국제사회에 대북 조림사업의 필요성을 알릴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2008년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정 어젠다로 제시한 후 북한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려 했으나 천안함 사건으로 남북관계가 꽉 막혀 답답했는데 GCF는 이 같은 대화를 위한 좋은 채널이 될 것”이라며 “대선에서 누가 집권하더라도 환영할 만한 어젠다로 국제사회도 받아들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북 간 직접 접촉이 아니라 국제기구인 GCF를 통한 논의인 만큼 남북 모두 정치적 부담이 덜하다는 장점도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집권 초기에 작성한 남북산림협력기본계획 등을 바탕으로 대북 조림사업안을 가다듬고 있다. 정부는 △5000ha를 시범 복구하는 ‘준비 단계’ △사업 시작 3년 내 조림 대상지를 확보하고 4만5000ha를 복구하는 ‘본단계’ △사업 시작 4년 후 158만 ha를 복구하는 ‘확대 단계’를 통해 163만 ha의 산림을 복원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림청은 2009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북한 내 조림사업 교육 및 시범사업 대상 선정을 위해 사업비 15억 원을 투입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도 체결한 바 있다. 현재 북한의 산림 황폐화는 역대 최악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2008년 북한 지역의 위성 영상을 분석한 결과 북한 산림 899만 ha 중 284만 ha가 황폐화했다. 이는 1999년에 비해 산림 면적은 17만 ha 줄고 황폐지는 121만 ha가 늘어난 것이다. 기획재정부 중장기전략위원회는 18일 ‘기후변화, 에너지 중간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산림 황폐화가 진행되면서 물 관리 부실에 따른 잦은 재해, 용수 부족 등으로 (통일 후) 남한이 져야 할 부담이 증대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통령은 30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5단체와 은행연합회가 주최한 GCF 유치 기념 ‘더 큰 대한민국’ 행사에 참석해 “GCF는 단순한 경제적 효과보다는 인류의 공동 과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 대한민국의 의무와 책임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6·25전쟁 영웅 백선엽 장군을 ‘민족 반역자’라고 비난해 물의를 일으켰던 민주통합당 김광진 의원(31·사진)이 이번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인격을 훼손하는 글을 리트윗(RT)한 사실이 26일 뒤늦게 확인됐다. 이 밖에도 김 의원은 성희롱적 발언과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는 듯한 글을 트위터에 남긴 것으로 드러나 ‘막말 파문’이 증폭되자 청년특보실장을 비롯한 문재인 후보 캠프의 모든 직에서 사퇴했다. 김 의원은 올해 1월 22일 ‘새해 소원은 뭔가요?’라는 질문에 ‘명박 급사’라고 답한 한 트위터리안의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리트윗했다. 김 의원은 이 글을 리트윗하면서 “꼭 동의해서 알티(리트윗)하는 건 아니지 않다는 확신을 저는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중부정의 말장난을 통해 사실상 이명박 대통령의 유고(有故)를 원한다고 밝힌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논평하거나 대꾸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며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울 따름”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과거 성희롱과 종북 성향의 발언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0월 3일에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나경원 후보가 장애 학생들에 대한 목욕봉사를 하며 취미가 “아이와 놀아주기”라고 하자 “알몸으로 벗겨놓고”라며 성희롱에 가까운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어 “어미가 새끼와 놀아주는 건 생활이자 의무가 아닌가? 취미 한번 졸× 고상하네ㅋㅋㅋㅋ”라며 나 전 의원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글을 그대로 리트윗했다. 지난해 6월 1일에는 “언젠가부터 북한이 더 믿음이 가”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당시 북한은 “남측이 정상회담을 제안하면서 돈봉투로 매수하고 천안함·연평도 포격 사건을 더 거론하지 않겠으니 비밀접촉을 열자고 했다”고 주장했고 정부는 이를 부인하던 상황이었다. 1월 12일에는 종북 사이트 ‘우리민족끼리’의 멘트를 리트윗하면서 “이걸 알티하면 국가보안법이라는 거죠?”라며 국가보안법을 조롱하기도 했다. 최근 문재인 후보 캠프의 제윤경 공동선대위원장이 과거 이명박 대통령을 ‘도둑놈’이라고 비난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된 데 이어 김 의원 막말 사건이 터지자 민주당은 곤혹스러운 모습이었다. 김 의원은 논란이 커지자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저의 표현으로 인해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그분들에게는 정중하게 사과드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백선엽 장군과 관련해 친일반민족행위자를 친일반민족행위자라고 부르지 못하게 하고 저의 입에 족쇄를 채우기 위한 비열한 정치적 공세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싸우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민족문제연구소 전남동부지구 사무국장 출신으로 민주당 청년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에 입성했다.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
이명박 대통령은 아들 시형 씨가 내곡동 사저 터 특검에 소환된 25일 아무런 공식 일정을 잡지 않았다. 전날에 이어 이틀째다. “임기 마지막 날까지 일하겠다”던 이 대통령으로선 이례적이다. 청와대는 “여러 비공식 일정이 잡혀 있다”고 밝혔지만 그만큼 아들을 특검에 보내는 아버지의 노심초사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많다. 이 대통령이 다음 달 라오스에서 열리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참석 계획을 이날 돌연 취소한 것도 이런 심경과 무관치는 않아 보인다. 청와대 참모들은 예정대로 참석을 강권했지만 이 대통령은 “(임기 말이고 해서) 내가 갈 곳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1남 3녀를 둔 이 대통령은 종종 주변에 늦둥이인 시형 씨에 대해 애틋하면서도 복잡한 심정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모는 “대통령 부부는 시형 씨가 미국 줄리아드음악원과 이화여대 미대 등을 졸업한 누나들에 비해 다소 주눅 들어 살아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시형 씨가 논란의 도마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시형 씨는 2002년 7월 당시 서울시장이던 이 대통령이 주최한 거스 히딩크 국가대표팀 감독의 명예 서울시민증 수여 행사장에서 반바지와 슬리퍼 차림으로 히딩크 감독과 기념촬영을 해 비난 여론에 휩싸인 적이 있다. 시형 씨는 연세대 원주캠퍼스에 입학했다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로 유학을 떠나 경영학을 전공했다. 2008년 7월 이 대통령의 사돈 회사인 한국타이어에 인턴사원으로 입사해 같은 해 11월부터 국제영업부문 중동아태팀 정식사원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2010년엔 이 대통령의 큰형인 이상은 회장이 운영하는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다스 서울서무소에 과장으로 입사한 뒤 지난해 본사인 경주로 옮겨 차장-부장-이사로 승진했다. 시형 씨는 미혼이다. 대통령 친인척 담당 감찰팀 주변에서는 시형 씨가 이 대통령 임기 기간 별다른 물의를 일으키지 않고 지내왔다는 평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특검 수사는 부동산 매매라는 ‘개인 영역’에 관한 것인 만큼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논평할 대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 씨가 25일 현직 대통령 아들로는 처음 특검에 소환되면서 역대 대통령 아들의 검찰 또는 특검 조사의 역사가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이래 모든 대통령의 아들은 아버지 임기 중 또는 임기 후 검찰이나 특검 조사를 받았기 때문이다. 부친 재임 중 검찰 조사를 받은 첫 번째 대통령 아들은 ‘소통령’으로 불린 김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 씨다. 그는 기업인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66억여 원을 받고 12억여 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1997년 6월 구속 기소돼 징역 2년과 벌금 10억5000만 원, 추징금 5억2000만 원을 선고받았다가 1999년 광복절에 사면·복권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세 아들 중 차남 홍업 씨, 삼남 홍걸 씨 역시 부친의 재임 기간에 구속 기소됐다. 홍업 씨는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돼 이권청탁 대가 등으로 47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홍걸 씨는 2001년 3월 ‘최규선 게이트’ 수사 당시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36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 씨는 2009년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이 노 전 대통령 측에 송금한 500만 달러 중 250만 달러가 자신이 대주주인 회사에 투자된 배경 등과 관련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소환 조사를 받기도 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은 23일 오전 구평회 E1 명예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했다. 이 대통령은 “고인께서는 한미관계 발전 등 기여가 많았다”며 유가족을 위로했다. 이 대통령은 방명록에 ‘한국 경제계에 큰 역할을 하신 故 구평회 회장님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었다. 정부는 고인의 공로를 기려 수교훈장 광화장을 추서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터 매입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이광범 특별검사팀이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 씨(34)에게 25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을 통보했다. 현직 대통령 아들이 특검 수사에 소환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시형 씨는 앞서 검찰 조사에서는 피고발인 신분으로 서면조사만 받았다. 특검 관계자는 “시형 씨에게 소환장을 보냈으며 출석 시간은 경호상 문제로 알려주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검은 시형 씨를 대상으로 용지 매입자금 11억2000만 원 중 의혹이 제기된 6억 원의 조성 경위를 집중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시형 씨는 검찰 서면조사에서 ‘큰아버지인 이상은 다스 회장(79)의 서울 광진구 구의동 자택에서 6억 원을 빌린 뒤 이를 직접 김세욱 전 대통령총무기획관실 행정관(58·별건 구속기소)을 찾아가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특검은 손쉬운 계좌이체가 있는데도 6억 원을 현금뭉치로 운반했다는 점에서 시형 씨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보고 자금 출처가 다른 곳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특검은 경호처와 시형 씨가 함께 산 내곡동 20-17 대지에 대한 시형 씨 측 최종 지분이 63%(경호처 37%)로 당초(53%)보다 10%포인트 많아진 점을 포착하고 지분 변동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특검 수사 개시 하루를 앞둔 15일 돌연 중국으로 출국한 이 회장은 24일 오후 중국에서 출발해 부산에 도착하는 항공편을 예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특검 수사팀원들이 농협 청와대지점의 업무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청와대 탐문 조사를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청와대 일반 출입문인 연풍문 1층 로비에서 청와대에 들어가려다 신분 확인 절차가 길어지자 특검 수사팀이라는 신분이 노출될 것을 우려해 청와대 진입을 포기하고 되돌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농협 청와대지점은 시형 씨가 본인 명의로 모친 김윤옥 여사 소유의 서울 논현동 땅을 담보로 6억 원을 대출받은 곳이다. 청와대는 수사팀이 돌아간 후 뒤늦게 이 사실을 파악하고 극비리에 방문 목적과 경위를 파악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한때 청와대에선 수사팀이 내곡동 사저 터 의혹과 관련해 특검 역사상 처음으로 청와대 안에 들어와 대통령경호처와 총무기획관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말이 돌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특검과 특검보의 얼굴 정도만 알지 수사팀 관계자들의 인상착의는 잘 모르기 때문에 수사팀의 방문 사실을 나중에야 파악할 수 있었다”며 “구체적인 방문 목적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
한국이 국제기구인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에 성공했다. 한국이 이처럼 큰 규모의 국제기구 사무국을 유치한 것은 처음이다. ‘환경 분야의 세계은행’으로 불리는 GCF는 2020년 그 규모가 최대 8000억 달러(약 880조 원)로 불어나 국제통화기금(IMF)에 육박하게 된다. GCF 사무국이 들어설 인천 송도는 매년 100여 차례의 관련 회의가 열리고 GCF 임직원 500여 명이 상주하는 국제도시로 발돋움한다. GCF는 20일 송도 컨벤시아에서 2차 이사회를 열고 유치 신청 6개국 가운데 한국을 사무국 유치국으로 최종 선정했다. 이날 오전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된 투표는 득표율이 가장 낮은 국가를 차례로 탈락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국의 송도는 독일의 본, 스위스 제네바와 막판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유치국으로 선정됐다. 이번 이사회 결과는 11월 말 카타르에서 열리는 ‘제1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승인을 받아 최종 확정된다. GCF 임시사무국은 내년 2월부터 송도의 국제기구 전용 빌딩인 ‘아이타워(I-Tower)’로 이전을 시작하며 내년 안에 정식 사무국으로 출범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20일 송도에서 열린 GCF 사무국 유치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장을 예고 없이 방문해 “대한민국 국민이 큰 축복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한국은 신탁기금으로 4000만 달러(약 440억 원)를 지원하고 사무국 운영비로 매년 100만 달러(약 11억 원)를 내놓기로 한 공약을 앞세워 이사국들의 마음을 돌리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초대형 글로벌기업 하나가 우리나라에 새로 들어온다고 보면 된다”며 “이사회에서 식민지배 경험이 있는 선진국보다는 한국처럼 독특한 발전 경험을 가진 나라가 인류의 난제(難題)인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등 주요 대선후보 3명은 일제히 논평을 내 GCF사무국 송도 유치를 환영했다. :: 녹색기후기금 (GCF·Green Climate Fund)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선진국들이 기금을 출연해 설립한 국제기구. 선진국들은 2020년까지 연간 1000억 달러의 기금을 조성하기로 합의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

“쿠(coup·쿠데타)가 일어났다.”20일 오후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녹색기후기금(GCF) 2차 이사회 투표에서 한국이 GCF 사무국 유치 국가로 결정되자 유럽의 한 이사국 대표가 탄식처럼 내뱉은 말이다. 그만큼 기후변화 분야 세계 2위의 원조 규모를 자랑하는 독일의 유치 가능성이 높았던 상황에서 한국의 ‘막판 뒤집기’는 쿠데타에 가까운 거사가 아닐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치전을 주도한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관계자들도 “다윗이 골리앗을 이겼다”며 환호했다.○ “국제기구 선진국 편중 해소” 호소사실 한국이 지난해 12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제1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GCF 사무국 유치 의사를 밝혔을 때만 해도 해외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유치 가능성을 높게 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독일이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필두로 서독의 수도였던 본을 유럽의 ‘기후변화 거점’으로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나섰고, 24개 GCF 이사국 가운데 유럽 국가가 9개국에 달해 누구나 독일의 승리를 예측했기 때문이다.그러나 정부는 올해 초부터 유럽, 아프리카, 남미 등 대륙별 이사국들의 여론 흐름을 주시하며 분위기 반전을 모색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6월 브라질에서 열린 유엔 지속가능발전 정상회의 등을 전후해 GCF 이사국 정상들과 ‘맨투맨’으로 접촉하며 한국의 GCF 사무국 유치 필요성을 알렸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등은 각종 국제회의에서 각자의 카운터파트를 접촉하며 유치전에 나섰다.정부는 이 과정에서 국제기구 유치 경험이 많은 독일이나 스위스의 장점을 역이용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유럽 선진국에 집중된 국제기구의 지역 불균형을 해소해야 하며 그런 측면에서 한국의 유치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집중적으로 편 것이다. 이런 노력 끝에 지난달 16∼18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GCF 유치국 평가위원회 회의가 열렸고, 그 결과 한국 독일 스위스 3개국이 유치와 관련한 전 평가항목에서 ‘충족(Green Light)’ 점수를 받았다. 1차 관문을 넘은 것이다.이때부터 정부 차원의 총력전이 시작됐다. 특히 이사회 투표가 열리기 열흘 전부터는 24시간 비상체제로 전환했다. 당시 청와대는 관계부처 대책회의를 열어 그때까지 이사국을 접촉한 결과를 토대로 ‘판세 분석’에 들어갔다. 그런데 부처별로 판세 분석 결과가 조금씩 달랐고 이때까지도 표심을 읽을 수 없는 이사국이 6, 7개국에 달했다. 이대로 가면 필패라는 위기감이 확산됐다.○ 막판 정상과 ‘전화 외교’ 올인한 MB이 결과를 보고받은 이 대통령은 필수 일정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일정을 GCF 유치에 다걸기(올인)했다. 우선 이사국 정상 전체에게 친서를 보낸 이 대통령은 틈만 나면 집무실에서 전화를 붙들고 이들 6, 7개국 정상과의 핫라인 외교에 나섰다. 특히 독일에 우호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유럽 이사국 잡기에 주력했다.이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이사국 중 한 곳인 조지아(옛 그루지야)의 미하일 사카슈빌리 대통령과 통화를 하면서 “이제는 한국이 국제사회에 공헌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거듭 설득했다. 결국 사카슈빌리 대통령은 “한국이 조지아의 롤모델”이라며 한 표를 약속하고 나섰다. 이 대통령은 다른 유럽 이사국 공략에도 나섰고, 투표 하루 전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유럽 이사국의 고위 관계자로부터 “최고위층의 정치적 결정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힌트를 받았다. 이를 보고받은 이 대통령은 해당 정상에게 바로 전화를 넣어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냈다.아프리카와 중남미 국가에 대한 공략도 병행했다. 때마침 지난주 초 한-아프리카 협력주간 행사가 서울에서 열렸다. 이 대통령은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참석자들을 대거 초대해 만찬을 함께하며 “6·25전쟁 후 외국 선교사가 들고 온 구호품을 받고자 줄을 섰던 내가 이젠 ‘원조를 주는 나라’임을 선포하는 나라의 대통령이 된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며 표심에 호소했다. 아울러 유치전에 나선 멕시코가 중남미 이사국들에 “멕시코가 투표 초반에 떨어지면 한국을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고, 일부 이사국 정상들은 이 대통령을 ‘아미고(스페인어로 친구)’로 부르며 “멕시코가 떨어진다면 한국을 지지하는 게 좋겠다는 확신이 든다”고 말했다. 미국은 물론이고 과거사 문제로 냉전 중인 일본, 자국 어민의 ‘고무탄 사망’ 사건으로 신경이 날카로운 중국도 공개적으로 한국 지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이런 과정을 거친 이 대통령은 투표 하루 전날인 19일 밤 최종 회의를 갖고 “이 정도면 분위기가 좋다. 할 만큼 했다”며 조심스럽게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리고 다음 날 불과 11개월 전 기대하지도 못했던 대역전 드라마가 현실이 됐다. 자신이 임기 초부터 추진해 온 녹색성장 어젠다에 ‘화룡점정’을 찍게 된 이명박 대통령은 유치 소식을 듣자마자 전용헬기를 타고 송도로 날아갔다. 김상협 대통령녹색성장기획관은 유치 확정 뒤 “도박으로 시작했는데 대박이 됐다”며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이 대통령은 송도에 다녀온 뒤 페이스북에 “박빙의 경쟁 속에서 정말 조마조마해 의자에 앉아 있기 힘들었다. ‘우리가 해 냈습니다’라는 한마디에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했다. 가슴이 벅차 배고픈 줄 몰랐는데 이제 늦은 점심을 한술 떠야겠다”고 심정을 소개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환경 분야의 세계은행’으로 불리는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한국에 유치할 수 있었던 데에는 정부 및 민간의 전방위적 노력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등이 주축이 된 정부의 전방위적 외교 노력과 한덕수 민간유치위원장(한국무역협회 회장)을 비롯한 민간 부문의 지원사격, 인천시의 적극적 협조가 하나가 돼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국제기구 본부인 GCF를 유치할 수 있었다. 유치전의 일등 공신으로는 청와대의 김상협 대통령녹색성장기획관이 꼽힌다. 김 기획관은 이 대통령이 임기 첫 해인 2008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이란 새로운 캐치프레이즈를 정부의 핵심 어젠다로 제시하는 데 기여한 인물이다. 이후 김 기획관은 GCF 사무국 유치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유치전을 사실상 실무 지휘해 왔다. 정부 내에서 ‘녹성(녹색성장)그룹 회장’이란 별명으로 통하는 그는 강한 추진력과 글로벌 감각으로 이 대통령을 설득해 GCF 유치 드라이브를 이끌었고 결국 임기 말에 ‘홈런’을 쳐냈다. 임성빈 대통령기후환경비서관은 주무 비서관으로서 기획재정부, 외교통상부 등 관련 부처와의 유기적 조율을 전담했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유치를 위한 실무 살림을 도맡았다. 박 장관은 올해 초 재정부 내에 ‘녹색기후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해 ‘한국이 GCF를 유치해야 하는 당위성’을 설득하기 위한 논리 개발을 주도했다. 또 유치전 전략 수립, GCF 이사국의 동향 파악 및 대응조치 추진 등을 진두지휘했다. 신제윤 재정부 1차관은 2010년 차관보 시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유치하고 준비했던 노하우를 살려 인천시가 포함된 범정부 차원의 ‘정부유치 지원단’을 이끌었다. 또 최종구 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은 8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GCF 1차 이사회에 한국 대표로 참가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연결하는 중재자 역할’을 강조하는 프레젠테이션으로 이사국들의 호응을 얻어냈다. 신 차관과 최 차관보는 중남미의 벨리즈와 바베이도스, 아프리카의 이집트, 잠비아, 베냉 등 이 대통령과 국무총리 등이 방문하기 힘든 이사국들을 직접 방문해 한국의 진정성을 호소하며 지원을 요청했다. 올 5월 민간유치위원장을 맡은 한덕수 회장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주요 기업들의 지원을 이끌어내며 유치활동을 후방에서 지원했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9일 덴마크를 방문한 자리에서 인천국제공항, 국제학교, 국제병원 등 외국인 정주여건을 갖춘 송도국제도시를 홍보하며 ‘변방 이미지’를 지우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

“국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직간접적인 효과들을 모두 따지면 올림픽이나 월드컵 유치의 몇 배의 가치가 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향후 국제통화기금(IMF)에 버금가는 국제기구로 성장할 녹색기후기금(GCF) 유치로 한국은 다양한 경제·외교적 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500여 명의 주재원이 거주하면서 나타날 직접적인 경제효과가 상당하다. 대외적으로도 한국이 지구촌의 녹색성장을 선도하는 대표국가로 부상하는 등 국격(國格) 상승이란 효과가 크다. 사무국이 들어서는 인천 송도 역시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의 주요 경쟁도시들과 함께 명실상부한 국제도시로 도약할 결정적인 기회를 얻었다. ○ 한국 찾는 출장자 매년 수천 명국제기구는 한 번 유치하면 막대한 생산·고용유발 효과를 일으키며 반영구적으로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주재원들이 주거, 음식, 교육 등의 분야에서 돈을 써 지역경제가 크게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송도에 거주할 GCF 직원은 약 500명으로 앞으로 기금이 확대되고 발전하면 1000여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직원들과 함께 입주할 가족들의 수까지 따지면 상주인원은 두세 배로 불어난다. 이로 인한 국내 일자리 창출도 만만찮다. 평균적으로 1명의 주재원은 1명의 지역 고용인을 창출한다는 분석도 있다. GCF 회의에 참석하려고 한국을 찾는 출장자도 매년 수천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설립 초기라 이른 감은 있지만 기금이 정착되면 GCF에서만 크고 작은 국제회의가 1년에 100여 차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재정부 관계자는 “기금 지원을 받기 위한 개도국의 사업신청과 설명, 심사 등의 과정에서 다양한 회의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한국개발연구원(KDI)은 GCF를 유치하면 주재원 500명 기준으로 연간 3800억 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오석 KDI 원장은 “내국인 고용 창출 및 소비 진작, 관광객 증가 등의 직접적인 효과만 매우 보수적으로 잡은 것”이라며 “올림픽, 월드컵은 직접적 효과가 ‘일회성’에 그치고 말지만 국제기구는 한 번 설립되면 거의 영구적으로 효과가 쌓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관광객이 늘고, 국제회의가 자주 열리면서 서비스 산업이 전반적으로 선진화되는 등 중장기적인 산업구조 혁신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사무국이 들어설 송도 역시 이번 유치를 계기로 제대로 된 국제도시로 성장할 기반을 확실히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학교와 병원 등 교육·의료 서비스가 발전하면서 외국인의 정주 여건이 급격히 개선되고, 이로 인한 다국적기업들의 투자도 상당부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최근 유치한 세계은행 한국사무소도 서울이 아닌 송도에 열어 GCF 사무국과 시너지 효과가 나도록 할 방침이다.○ 무형(無形)의 효과도 무궁무진국제사회에서 전반적인 한국의 지명도와 신뢰도도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 한국이 유치한 ‘변변한’ 국제기구는 1997년 서울에 들어선 국제백신연구소(IVI) 정도가 유일했다. 국제기구의 본부 역시 전 세계 2만1000여 개 중 27개(2010년 기준)에 불과해 일본(270개)은 물론이고 태국(133개) 같은 일부 개발도상국들보다도 적었다. 정부는 GCF를 시작으로 범정부 차원의 국제기구 유치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계획이다. 국제기구를 많이 유치할수록 환경, 인권, 빈곤, 난민 같은 국제사회 핵심 과제에서 적극적 역할을 하며 국력의 ‘소프트 파워’를 기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한국이 지구촌의 화두로 부상한 기후변화 및 녹색성장 분야에서 글로벌 이슈를 선도하게 됐다는 점도 큰 부수효과 중 하나다. 정부는 GCF가 서울에 들어설 또 다른 국제기구인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와 이미 들어선 녹색기술센터(GTC)와 함께 이른바 ‘그린 트라이앵글’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김상협 대통령녹색성장기획관은 “국제기구인 GCF를 휴전선에서 멀지 않은 인천 송도에 유치함으로써 북한의 대남 도발 가능성을 억지하는 효과도 낳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
이명박 대통령의 18일 서해 연평도 방문으로 정치권의 북방한계선(NLL) 논란이 한층 가열되면서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박근혜 공조’ 가능성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 대통령이 NLL에서 불과 1.5km 떨어진 연평도까지 날아가 NLL 수호를 강조하면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간 ‘안보 대결구도’ 구축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연평도 방문은 대선 개입’이라는 민주당의 주장을 일축하면서도 보수세력의 정권 재창출에 공감을 표하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달 2일 이 대통령과 박 후보의 단독 회동 이후 두 사람 간의 ‘느슨한 연대’ 가능성이 제기된 만큼 대선 전까지 이 대통령이 연평도 방문과 비슷한 수준의 ‘지원 사격’을 한두 차례 더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19일 “이 대통령이 대놓고 선거 개입을 하면 안 되지만 박 후보와의 ‘9·2 단독 회동’ 취지가 유효하다면 뭔가 더 나오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여권에선 대통령으로서 당연히 해야 하고 야당도 딱히 문제 삼기 어려운 안보나 경제 이슈가 공조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북한이 22일 임진각에서 탈북자단체가 대북 전단을 날리면 “무자비한 군사적 타격을 하겠다”고 위협한 만큼 이 대통령이 전방 시찰 등 추가적인 ‘안보 행보’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둘 사이의 공조 수위는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행보에 따라 선거법 위반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고, 야권에선 ‘이명박근혜 정권’이라며 박 후보를 ‘MB 정부의 후계자’ 프레임에 가두려 할 것이어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후보 측은 이날도 이 대통령의 연평도 방문을 ‘새누리당 거들기’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진성준 캠프 대변인은 “무모한 발언으로 공연히 북한을 자극하고 민족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면 안 된다”며 “대통령이 새누리당의 악질적인 흑색선전과 공작정치를 거드는 일을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천영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19일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과 관련해 “이치로 따지면 미국도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등 핵확산금지조약(NPT) 4조에 보장된 평화적인 핵 이용권을 (한국에) 인정하는 것을 반박할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천 수석은 이날 한국핵정책학회 창립기념 학술회의 기조연설에서 “그런 (평화적 핵 이용) 권리를 (한국에) 주면 권리를 행사하는 방법은 우리 나름대로 생각이 있으니 그런 방향으로 개정하자고 미국 측에 요구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미 양국은 2014년 3월 만료되는 원자력협정을 개정하기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문제, 저농축 우라늄 생산권리 등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천 수석은 “우리만큼 (원자력발전 등) 민수용 수요가 있는 나라가 그런 (농축 및 재처리를 할) 권리를 제약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한미 원자력협정이 원하는 대로 개정이 안 될 경우 대안이 어떤 것이 있는지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대해선 “북한이 핵 포기를 거부하는 대가를 앞으로 얼마나 높이냐에 따라 (비핵화)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18일 이명박 대통령의 연평도 방문은 8·10 독도 방문 때만큼이나 전격적으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다음 달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2년을 앞두고 방문을 검토해 오다 최근 북한군 병사의 ‘노크 귀순’ 사건이 터지면서 최종적으로 전날인 17일 방문을 결정했다고 한다. 특히 대선을 불과 2개월 앞두고 북한의 선거 개입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노크 귀순’ 사건으로 인한 안보 불안으로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듯하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연평도 포격 도발 현장을 방문하려 했으나 기상 상황이 여의치 않아 경기 화성의 서북도서방위사령부를 방문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이 대통령은 하금열 대통령실장, 김관진 국방부 장관, 천영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 등과 함께 청와대에서 전용헬기 편으로 1시간가량 날아가 연평도에 도착했다. 관측초소(OP)를 먼저 찾은 이 대통령은 쌍안경으로 북쪽을 관찰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포가 다 집적돼 있다. 연평도를 포위하고 있다”며 “이 다음에 정말 포격을 해오면 백배 천배 보복을 한다고 한 장교가 말했는데 그런 정신을 갖고 있으면 북한이 도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포격 도발 당시 포탄이 떨어진 현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 대통령은 K-9 자주포에 올라 경계 중인 장병들과 악수를 하며 격려했다. 이 대통령은 “(‘노크 귀순’ 사건이 발생한) 22사단을 생각하다가 여기 오니까 마음이 든든하다”며 “우리가 준비하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다. (과거에는) 북한이 도발해도 혹시 잘못되지 않을까 해서 늘 참았지만 도발이 오면 반격을 여지없이 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헬기로 공수해 온 통닭 1000마리를 장병들에게 나눠준 뒤 돼지불고기 등으로 오찬을 함께하면서 “연평도에 벌써부터 오고 싶었지만 국방부 장관이 ‘함부로 가는 곳이 아니다’고 해서 미리 말을 안 하고 하루 전날 급하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정권이 핵무기를 개발할 돈으로 식량을 사면 전 국민이 먹을 수 있다. 북한이 (공개적으로) 어떻게 한다고 나오는 것은 위장전술이고 그럴 때일수록 경계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연평도 어민들의 조업 활동과 관련해 “중국과 북한 어선이 (NLL로 바짝) 내려와 조업을 하는데, 우리 어선도 좀 더 북쪽으로 올라가 조업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꽃게 성어기에는 좀 완화하고 휴어기에는 지금처럼 하는 융통성을 발휘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군 당국과 대통령경호처는 이 대통령의 연평도 방문을 극비리에 진행하기 위해 ‘조용한 경호’ 작전을 펼쳤다고 청와대 측은 밝혔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당시 ‘피스 아이’로 불리는 공중조기경보통제기를 활용해 육해공 합동 경호작전을 수행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날 군은 서해에서 평시 대비태세를 유지했다. 그 대신 북한군의 포격이나 미사일 요격을 피하기 위해 이 대통령을 태운 헬기는 청와대에서 연평도까지 직선으로 비행하는 대신 ‘V’자 형으로 꺾어 날아갔으며, 해수면에서 100m가량 떨어진 초저고도 비행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공군의 F-15K와 KF-16 전투기 편대가 대통령 전용헬기 후방에서 엄호 비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은 18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했는지를 둘러싼 정치권 논란과 관련해 “요즘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지만 우리 군은 통일이 될 때까지는 NLL을 목숨 걸고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서북단 연평도를 전격 방문해 장병들을 만난 자리에서 “여기 와서 보니 NLL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다. 정부도 NLL을 확고히 지켜야 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NLL이 평화를 지키고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때문에 이 선을 확보하는 것은 남북에 다 도움이 된다”며 “NLL을 잘 지키는 것이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2010년 11월 23일 발생한 연평도 포격 사건 2주기를 앞두고 연평도 방문을 검토해 왔고 최근 발생한 북한군 병사의 ‘노크 귀순’ 사건을 계기로 군 경계태세 점검 차원에서 연평도 방문을 최종 결정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그러나 여야 간 NLL 논란이 확산되는 시점에 현직 대통령이 NLL에서 불과 1.5km 떨어진 연평도를 찾아 NLL 수호를 강조하면서 공방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이 대통령이 색깔론 정쟁의 한복판에 개입해 대선 국면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의도로 연평도를 방문했다면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을 거론하면서 “도발하면 반격을 여지없이 강하게 해야 한다. 과거에 웬만한 도발은 참았다. 확전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졌었는데 그것이 도발을 부른 요인이 됐다”며 “이젠 도발해 오면 용서하지 않는다고 공식적으로 북에 통보했다. 이러한 방침을 중국에도 알렸으며 북한도 이를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노크 귀순’ 사건에 대해 “북한군 한 명이 문을 두드려 한국에 오고 싶다고 했다. 국민은 ‘저 북한 병사가 무장을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라고 걱정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장병들은 99% 수칙에 맞춰서 (경계를) 잘했다. 이번에 징계를 하는데도 장병들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북한 김정은 정권에 대해선 “핵무기를 만들어 세계를 위협하는데 기도 안 찬다. 자유의 바람은 어느 누구도 거스를 수 없다”며 거듭 북한의 개혁 개방을 촉구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이 18일 서해 연평도를 전격 방문해 북방한계선(NLL) 수호를 강조하면서 대선을 앞두고 불붙은 정치권의 ‘NLL 논란’에 기름을 붓게 됐다. 청와대는 “대통령으로서 해상 경계선인 NLL의 소중함을 현장에서 강조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대선 이슈 중 하나인 NLL 논란에 발을 담그게 됐다. 이제 정치권의 관심은 이 대통령이 이 시점에 이런 행보를 한 배경과 이에 따른 대선후보들의 이해득실에 쏠리고 있다. 참모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NLL을 주장하지 않겠다’고 발언했는지를 둘러싼 논란에 씁쓸한 심경을 몇 차례 밝혔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아무리 대선을 앞두고 있다지만 해상 영토선이나 다름없는 NLL을 놓고 논쟁이 벌어지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취지의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던 차에 이날 연평도를 방문해 NLL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는 설명이다. 이 대통령의 연평도 방문에 여야 대선후보 진영의 반응은 엇갈렸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측은 즉각 반발했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측은 이를 환영하며 반사효과를 기대했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 측은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각 후보 진영의 이해득실을 어느 정도 반영하는 대목이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새누리당에 의해 NLL 관련 소모적 정쟁이 거듭되는 시점에 이뤄진 연평도 방문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 대통령이 안보문제에 책임을 갖고 방문했다면 연평도가 아니라 ‘노크 귀순’으로 철책선이 뚫린 동부전선이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의 연평도 방문으로 NLL 논란이 정상회담 대화록 내용에 대한 실체 규명보다는 ‘문재인=노무현=NLL 포기’라는 이미지 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이에 새누리당 이철우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NLL 수호마저 선거에 악용하는 민주당을 규탄한다”며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으로서 영토를 목숨 걸고 확고히 지키겠다는 굳은 의지는 너무나도 당연한 책무”라고 말했다. 한 핵심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연평도 방문이 NLL 공방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을 높이고 보수층을 결집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안보 프레임’을 부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안보에 대해선 보수’라던 안 후보 측은 일단 상황을 지켜보며 관망할 가능성이 높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

2007년 2차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둘러싼 공방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에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화록 폐기 지시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 청와대에 보관돼 있던 대화록을 없애 이명박 정부가 쉽게 그 내용을 열람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의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참여정부의 시스템을 전혀 몰라서 하는 소리”라고 반박했다. 그렇다면 노 전 대통령 임기 말 청와대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삐걱거린 인수인계 “오늘부터 가급적 인사 동결해주시고 인수인계도 잘 부탁드립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다음 날인 2007년 12월 20일 오전. 임태희 당시 대통령당선인 비서실장은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문 실장도 흔쾌히 협조 의사를 밝혔다. 임 실장의 요청대로 노 전 대통령은 이 대통령과 상의를 거쳐 인사를 단행했다. 어청수 경찰청장(현 대통령경호처장) 임명이 대표적이었다. 그러나 주요 자료 인수인계 과정에서는 잇따라 삐걱거렸다. 대표적인 사례가 노무현 정부에서 보관하던 ‘인사 검증 파일’의 인수인계였다. 현 정부 초반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여권 핵심 관계자는 “2만5000여 명에 대한 인사 검증 자료를 거의 받지 못했다. 대부분 국가기록원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노 대통령 측 관계자는 “새 정부 청와대에 인사 검증 파일을 인계할 의사가 있었으나 별로 받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았다”고 반박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의 문서결재 시스템인 ‘e지원’에 보관돼 있던 주요 자료 상당수도 이명박 정부로 넘어오지 못했다. 일종의 인트라넷(사내 정보망)인 e지원의 하드웨어만 남기고 노무현 정부의 국정운영 흐름을 엿볼 수 있는 내부 주요 자료도 국가기록원에 넘겼다는 것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통령직인수위 직원들이 수시로 노무현 청와대 직원들에게 문건 인수인계를 요청하는 게 주요 일과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직전인 2008년 2월 청와대 컴퓨터 메인서버의 하드디스크 사본을 통째로 봉하마을로 가져가 그곳에 ‘원격 온라인 집무실’을 설치해 대통령기록물 파기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중 국정기록에 대한 열람권을 주장하며 맞섰지만 검찰 수사로 이어지자 국가기록원에 하드디스크를 돌려줬다. 대통령기록물은 법에 따라 대통령이 쓴 메모 조각 하나라도 임기 종료 전까지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해야 하며, 누구든지 무단 파기하거나 외부로 유출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계속되는 여야 난타전 여권 관계자들이 제기하는 정상회담 대화록 폐기 의혹은 이런 당시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임기 초부터 청와대에서 정상회담 관련 자료를 보려고 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어떤 식으로든 노무현 정부에서 자료를 없앴다고 볼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주장했다. 특히 한 언론은 여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노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 청와대가 보관하던 정상회담 대화록 사본을 전량 폐기하라고 지시했고, 이에 따라 국가기록원 산하 대통령기록관에 있어야 할 대화록 사본은 없고 국가정보원에만 원본이 남아있다’고 보도했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노 전 대통령의 폐기 지시 여부는 청와대가 답할 사안이 아니고 알 수도 없다”면서도 “현재 청와대에 2차 정상회담 대화록은 없다”고 말했다. 여야는 이날도 거세게 충돌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어 “역사 기록을 말살하는 충격적 행동”이라며 2007년 정상회담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었던 민주당 문 후보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문 후보는 기록 말살에 분명히 연관됐을 수밖에 없다”며 “국회 정보위원회 또는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 등 무슨 방법이라도 좋으니 국정원이 보관 중이라는 (대화록) 원본을 같이 보자”고 민주당에 제안했다. 새누리당 소속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도 기자회견을 열어 “정보위 차원에서 여야 합의로 (대화록 관련) 정보를 열람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문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정상회담 대화록인지 (문건의 정확한)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이 역시) e지원으로 (노 전 대통령에게) 보고되고 결재됐기 때문에 그 부분만 폐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국정원에 기초자료, 메모, 기록 등이 그대로 남아있다. 노 전 대통령의 폐기 지시는 있을 수 없다”고 역설했다. 노무현재단도 논평을 내고 “노 전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폐기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 참여정부는 청와대가 소장한 모든 기록물을 국가기록원에 넘겼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이날 새누리당 정문헌 이철우 의원과 박선규 공보위원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문 후보 법률지원단 소속 조민행 변호사는 “정 의원은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의 비밀대화록이 있다고 주장했는데 (민주당은) 면책특권을 빙자한 허위사실 공표로 인식한다”고 고발 배경을 밝혔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
북한군 병사의 ‘노크 귀순’ 사건과 관련해 허위 증언 논란을 낳은 정승조 합참의장의 문책을 놓고 청와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군 기강 확립 차원에서 경질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있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게 고민의 핵심이다. 합참의장은 현역 군인이 오를 수 있는 최고위직이다. 청와대는 16일에도 여론의 추이를 살피며 내부 논의를 계속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을 경험한 군의 기강이 이 정도로 느슨해진 데 대해선 대부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민생과 안보에는 임기가 없다’고 그렇게 강조해왔는데 북한군이 최전방을 안방 드나들 듯했다면 더이상 할 말이 없는 것 아니냐”며 혀를 찼다. 특히 청와대는 이 문제가 이 대통령에게까지 번져 임기 말 레임덕 가속화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눈치다. 대선을 60여 일 앞두고 북한의 선거 개입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고 그만큼 안보 태세가 중요한 시점에서 위증 논란에 휩싸인 합참의장이 군을 제대로 지휘할 수 있겠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대국민 사과까지 했는데 논란의 당사자인 정 의장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정 의장은 당초 이날 나로호 발사 준비가 한창인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를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취소했다. 야권의 공세도 부담이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이 자진 사퇴를 하지 않으면 대통령이 해임해주길 바란다. 조치가 없으면 민주당은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청와대를 압박했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유민영 대변인은 “국방은 신뢰다. 우리 같은 분단국가에서 경계와 보고는 국가 위기관리의 시작”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문제는 정 의장을 경질할 경우 부닥칠 현실적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전군을 상대로 군령권을 행사하는 합참의장은 관행적으로 대장 가운데 최선임을 임명한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이달 2일 육군참모총장 등 대장 인사를 단행한 상황에서 다시 대장 인사를 하기는 쉽지 않다. 이번 사건으로 엄중 경고를 받은 박성규 제1군사령관(대장)을 제외하면 현역 대장 중에선 최윤희 해군참모총장(해사 31기·육사 33기에 해당) 정도가 후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역대 합참의장 중 비(非)육군 출신은 김영삼 정부 시절의 이양호 의장(공군)이 유일하다. 게다가 합참의장은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이어서 대선을 코앞에 둔 국회에서 관련 절차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겠느냐는 말도 나온다. 국방부는 이날 정 의장 감싸기에 나섰다. 김민석 대변인은 “합참의장이 (10일 정정보고를 받기 전까지) 폐쇄회로(CC)TV(로 발견한 것이)라고 확신하고 그쪽에 비중을 크게 둔 배경은 합참 작전본부장이 CCTV라고 계속 보고를 했기 때문”이라며 “합참의장은 ‘CCTV가 맞느냐’고 무려 여섯 번이나 작전본부장에게 물었고 작전본부장은 그때마다 ‘CCTV’라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정 의장이 3일 ‘노크 귀순’을 보고받은 과정에 대해선 “국방정보본부장이 정 의장에게 전화로 2∼4분간 상황을 설명하면서 마지막에 ‘(귀순자가) 똑똑 두드려서 문 열고 나가서 신병을 확보했다’고 잠깐 얘기했다. 그래서 큰 비중을 두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 의장이 의도적으로 허위 증언을 한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