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MB 정권교체 과정 불협화음… 靑문건 상당수 안넘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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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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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계인수 과정 무슨 일이

정문헌, 연일 NLL발언 공세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관련 발언 의혹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정문헌, 연일 NLL발언 공세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관련 발언 의혹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2007년 2차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둘러싼 공방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에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화록 폐기 지시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 청와대에 보관돼 있던 대화록을 없애 이명박 정부가 쉽게 그 내용을 열람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의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참여정부의 시스템을 전혀 몰라서 하는 소리”라고 반박했다. 그렇다면 노 전 대통령 임기 말 청와대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삐걱거린 인수인계

“오늘부터 가급적 인사 동결해주시고 인수인계도 잘 부탁드립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다음 날인 2007년 12월 20일 오전. 임태희 당시 대통령당선인 비서실장은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문 실장도 흔쾌히 협조 의사를 밝혔다. 임 실장의 요청대로 노 전 대통령은 이 대통령과 상의를 거쳐 인사를 단행했다. 어청수 경찰청장(현 대통령경호처장) 임명이 대표적이었다.

그러나 주요 자료 인수인계 과정에서는 잇따라 삐걱거렸다. 대표적인 사례가 노무현 정부에서 보관하던 ‘인사 검증 파일’의 인수인계였다. 현 정부 초반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여권 핵심 관계자는 “2만5000여 명에 대한 인사 검증 자료를 거의 받지 못했다. 대부분 국가기록원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노 대통령 측 관계자는 “새 정부 청와대에 인사 검증 파일을 인계할 의사가 있었으나 별로 받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았다”고 반박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의 문서결재 시스템인 ‘e지원’에 보관돼 있던 주요 자료 상당수도 이명박 정부로 넘어오지 못했다. 일종의 인트라넷(사내 정보망)인 e지원의 하드웨어만 남기고 노무현 정부의 국정운영 흐름을 엿볼 수 있는 내부 주요 자료도 국가기록원에 넘겼다는 것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통령직인수위 직원들이 수시로 노무현 청와대 직원들에게 문건 인수인계를 요청하는 게 주요 일과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직전인 2008년 2월 청와대 컴퓨터 메인서버의 하드디스크 사본을 통째로 봉하마을로 가져가 그곳에 ‘원격 온라인 집무실’을 설치해 대통령기록물 파기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중 국정기록에 대한 열람권을 주장하며 맞섰지만 검찰 수사로 이어지자 국가기록원에 하드디스크를 돌려줬다. 대통령기록물은 법에 따라 대통령이 쓴 메모 조각 하나라도 임기 종료 전까지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해야 하며, 누구든지 무단 파기하거나 외부로 유출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 계속되는 여야 난타전

여권 관계자들이 제기하는 정상회담 대화록 폐기 의혹은 이런 당시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임기 초부터 청와대에서 정상회담 관련 자료를 보려고 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어떤 식으로든 노무현 정부에서 자료를 없앴다고 볼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주장했다. 특히 한 언론은 여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노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 청와대가 보관하던 정상회담 대화록 사본을 전량 폐기하라고 지시했고, 이에 따라 국가기록원 산하 대통령기록관에 있어야 할 대화록 사본은 없고 국가정보원에만 원본이 남아있다’고 보도했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노 전 대통령의 폐기 지시 여부는 청와대가 답할 사안이 아니고 알 수도 없다”면서도 “현재 청와대에 2차 정상회담 대화록은 없다”고 말했다.

여야는 이날도 거세게 충돌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어 “역사 기록을 말살하는 충격적 행동”이라며 2007년 정상회담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었던 민주당 문 후보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문 후보는 기록 말살에 분명히 연관됐을 수밖에 없다”며 “국회 정보위원회 또는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 등 무슨 방법이라도 좋으니 국정원이 보관 중이라는 (대화록) 원본을 같이 보자”고 민주당에 제안했다. 새누리당 소속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도 기자회견을 열어 “정보위 차원에서 여야 합의로 (대화록 관련) 정보를 열람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문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정상회담 대화록인지 (문건의 정확한)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이 역시) e지원으로 (노 전 대통령에게) 보고되고 결재됐기 때문에 그 부분만 폐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국정원에 기초자료, 메모, 기록 등이 그대로 남아있다. 노 전 대통령의 폐기 지시는 있을 수 없다”고 역설했다. 노무현재단도 논평을 내고 “노 전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폐기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 참여정부는 청와대가 소장한 모든 기록물을 국가기록원에 넘겼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이날 새누리당 정문헌 이철우 의원과 박선규 공보위원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문 후보 법률지원단 소속 조민행 변호사는 “정 의원은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의 비밀대화록이 있다고 주장했는데 (민주당은) 면책특권을 빙자한 허위사실 공표로 인식한다”고 고발 배경을 밝혔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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