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대안이 없어”… 허위보고 鄭합참 문책 골머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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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병사의 ‘노크 귀순’ 사건과 관련해 허위 증언 논란을 낳은 정승조 합참의장의 문책을 놓고 청와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군 기강 확립 차원에서 경질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있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게 고민의 핵심이다. 합참의장은 현역 군인이 오를 수 있는 최고위직이다.

청와대는 16일에도 여론의 추이를 살피며 내부 논의를 계속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을 경험한 군의 기강이 이 정도로 느슨해진 데 대해선 대부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민생과 안보에는 임기가 없다’고 그렇게 강조해왔는데 북한군이 최전방을 안방 드나들 듯했다면 더이상 할 말이 없는 것 아니냐”며 혀를 찼다. 특히 청와대는 이 문제가 이 대통령에게까지 번져 임기 말 레임덕 가속화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눈치다.

대선을 60여 일 앞두고 북한의 선거 개입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고 그만큼 안보 태세가 중요한 시점에서 위증 논란에 휩싸인 합참의장이 군을 제대로 지휘할 수 있겠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대국민 사과까지 했는데 논란의 당사자인 정 의장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정 의장은 당초 이날 나로호 발사 준비가 한창인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를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취소했다.

야권의 공세도 부담이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이 자진 사퇴를 하지 않으면 대통령이 해임해주길 바란다. 조치가 없으면 민주당은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청와대를 압박했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유민영 대변인은 “국방은 신뢰다. 우리 같은 분단국가에서 경계와 보고는 국가 위기관리의 시작”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문제는 정 의장을 경질할 경우 부닥칠 현실적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전군을 상대로 군령권을 행사하는 합참의장은 관행적으로 대장 가운데 최선임을 임명한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이달 2일 육군참모총장 등 대장 인사를 단행한 상황에서 다시 대장 인사를 하기는 쉽지 않다.

이번 사건으로 엄중 경고를 받은 박성규 제1군사령관(대장)을 제외하면 현역 대장 중에선 최윤희 해군참모총장(해사 31기·육사 33기에 해당) 정도가 후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역대 합참의장 중 비(非)육군 출신은 김영삼 정부 시절의 이양호 의장(공군)이 유일하다. 게다가 합참의장은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이어서 대선을 코앞에 둔 국회에서 관련 절차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겠느냐는 말도 나온다.

국방부는 이날 정 의장 감싸기에 나섰다. 김민석 대변인은 “합참의장이 (10일 정정보고를 받기 전까지) 폐쇄회로(CC)TV(로 발견한 것이)라고 확신하고 그쪽에 비중을 크게 둔 배경은 합참 작전본부장이 CCTV라고 계속 보고를 했기 때문”이라며 “합참의장은 ‘CCTV가 맞느냐’고 무려 여섯 번이나 작전본부장에게 물었고 작전본부장은 그때마다 ‘CCTV’라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정 의장이 3일 ‘노크 귀순’을 보고받은 과정에 대해선 “국방정보본부장이 정 의장에게 전화로 2∼4분간 상황을 설명하면서 마지막에 ‘(귀순자가) 똑똑 두드려서 문 열고 나가서 신병을 확보했다’고 잠깐 얘기했다. 그래서 큰 비중을 두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 의장이 의도적으로 허위 증언을 한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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