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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통한 글로벌 전자상거래가 발전하면서 다국적 기업이 수집한 개인정보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1월 ‘개인정보 보호지침(Data Protection Directive)’을 확대 강화한 ‘개인정보 보호규정(regulation)’을 발표했다. EU가 다국적 기업들이 개인정보를 해외로 옮길 때 EU 기준의 개인정보 보호원칙을 적용하도록 한 인증규칙 ‘BCR(Binding Corporate Rules)’도 포함돼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EU는 개인정보 보호규정 위반 기업에 글로벌 매출액의 2% 또는 최대 100만 유로(약 14억6210만 원)를 벌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구글은 EU 국가들의 정보보호지침을 어겼다는 이유로 스페인 당국으로부터 90만 유로, 프랑스 국가정보위원회(CNIL)로부터 15만 유로의 벌금을 각각 부과받았다. 미국은 1995년 제정한 ‘프라이버시와 개인정보 제공 및 이용 원칙’에 따라 기업의 개인정보 수집을 철저히 고객의 동의에 따르도록 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37개 주 정부는 구글에 대해 애플 제품 사용자의 동의 없이 인터넷 브라우저인 사파리를 통한 쿠키 정보 값을 수집해 마케팅에 활용한 혐의로 1700만 달러(약 184억2800만 원) 규모의 벌금을 부과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도 2012년 11월 2250만 달러(약 243억 90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파리=전승훈 raphy@donga.com워싱턴=신석호 특파원}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과거사에 대한 철저한 사죄와 반성으로 주변국들의 신뢰를 회복한 독일이 해외 파병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같은 패전국인 일본의 ‘적극적 평화주의’를 내건 대외 군사 활동 강화가 주변국의 우려를 사는 것과 달리 독일의 움직임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다.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세계 각국의 안보 책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뮌헨 안보회의’ 기조연설에서 독일 연방군의 활동을 좀 더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 질서를 위협하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독일은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과거의 죄를 면피의 방패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군대 파견 문제가 나오면 독일은 무조건 ‘노(No)’라고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앙겔라 메르켈 3기 정부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국방장관도 이날 연설에서 “세계화로 먼 곳의 유혈 분쟁이 언제든 유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에서 ‘무관심’은 독일 같은 국가에서 선택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26일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도 “매일 살인과 폭력이 난무하는데 우리는 다른 곳만 바라볼 수 없다”고 말했다. 2011년 3월 리비아 사태 당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무력 개입에 동참해 달라는 미국의 요청을 거절하고 유엔 결의안 채택 과정에서 기권함으로써 국제 외교 무대에서 빈축을 샀던 독일로서는 아주 달라진 자세를 보인 것이다. 독일 지도자들의 이런 발언에 대해서 주요 언론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평화헌법 개정과 집단적 자위권 추진에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것과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가우크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독일이 나치와 공산주의(동독)의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넘어 국제무대에서 역할을 하려는 상징적 신호”라고 주목했고 오스트리아 매체인 프레세는 “독일이 국제평화에 대한 무임승차를 끝내려 한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독일은 전투병 파병은 여전히 국내외의 부정적 시선 때문에 피하고 있다. 독일 공영 ARD 방송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61%가 독일군의 외국 파병 확대에 반대한다고 답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장성택 전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총살로 처형됐다고 북한 외교관이 처음으로 서방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현학봉 영국 주재 북한대사는 지난달 30일 방영된 영국 스카이뉴스TV와의 인터뷰에서 장 전 부위원장의 처형 과정을 상세히 소개했다. 현 대사는 “장성택은 2009년 460만 유로(약 67억 원)를 유용하는 등 권력을 남용해 인민의 경제적 삶을 개선시키려는 국가와 당에 중대한 죄를 저질렀다”고 했다. 현 대사는 “당은 장성택의 행동을 과거 몇 번이고 용서했지만 이번에는 수용의 한도를 넘었다. 그는 총살당했다”고 말했다. 장성택 처형 방식을 놓고 자극적인 보도가 잇따랐지만 북한 당국자가 자세한 내용을 서방 언론에 밝히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현 대사는 장성택의 가족, 친척 100여 명도 함께 처형됐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적들에 의한 정치 선전이며 조작된 보도”라며 부인했다. 그러나 “장성택 가족은 살아 있느냐”라는 진행자의 확인 질문에 “나는 그가 처벌받았다는 것은 안다. 그러나 그의 가족이 처벌받았는지 아닌지는 모른다”고 답했다. 한편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장성택의 부인 김경희 노동당 비서(68)가 유럽에 머물고 있다고 지난달 30일 복수의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김 비서는 장성택이 처형된 뒤 북한을 떠나 스위스에 머물렀고 이후 폴란드로 이동했다는 정보가 있다고 복수의 소식통이 밝혔다. 폴란드에는 2011년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복동생인 김평일이 1998년부터 북한대사로 주재 중이다. 소식통 중 한 명은 김 비서가 추방당했거나 스스로 출국했을 가능성을 거론하며 “단순한 치료 목적이면 아무래도 귀국하겠지만 그대로 해외에 장기 체류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북한이 장성택과 관련해 처형한 노동당 간부 등 16명의 명단을 1월 상순 중국 유럽 동남아 등지의 주요 재외 공관에 송부했다고 지난달 31일 보도했다.파리=전승훈 raphy@donga.com 도쿄=배극인 특파원}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시리아 국제평화회의(제네바2)에서 시리아 정부와 반군 사이에 첫 성과물이 나왔다. 600일 넘게 시리아 정부군이 포위하고 있는 홈스 지역에서 여성과 어린이들의 탈출을 허용하기로 양측 대표단이 합의했다. 양측 협상의 중재자로 나선 라흐다르 브라히미 유엔 아랍연맹특사는 26일 협상 뒤 회견을 열어 “시리아 홈스 지역에 거주하는 민간인들이 이르면 내일부터 도시를 빠져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합의는 시리아 정부와 반군 사이에 열린 두 번째 협상에서 나온 ‘작지만 의미 있는’ 첫 결과물이라고 BBC가 보도했다. 반정부군의 거점 홈스는 2011년 1월부터 시리아 반정부 시위가 거세게 일어난 첫 번째 도시였다. 인구 100만 명의 대도시였으나 내전으로 주민 상당수가 떠났다. 특히 정부군이 2년 가까이 도시를 포위해 시민들의 출입과 구호 차량의 접근을 제한하는 바람에 고립된 주민들이 기아와 질병에 고통받고 있다고 시리아인권관측소(SOHR)가 밝혔다. 브라히미 특사는 “유엔과 적십자 측의 구호 요원들도 홈스에 접근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시리아 정부 측은 “식량이 반군에게 지원되지 않는다는 조건이 보장돼야 들어갈 수 있으며 홈스에 살고 있는 남성들은 전투원이 아니라는 증명을 해야 나올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협상에서는 시리아 정부가 교도소에 감금한 수천 명의 반군 재소자들과 반군이 체포한 정부군 포로를 맞바꾸는 협상도 진행됐다. 하지만 양측 대표단은 두 번의 대면 협상에서도 직접 대화를 나누지 않고 중재인인 브라히미 특사를 통해 의견을 전달하는 간접 협상을 진행해 경직된 분위기가 아직 풀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브라히미 특사는 “홈스 지역에 대한 긴급 구호는 향후 협상의 시금석”이라며 “하나하나 풀어가다 보면 마침내 과도정부 수립 등의 원대한 주제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제네바2’ 회담은 다음 주까지 7, 8일간 이어질 예정이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이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위안부 문제 해결 모임인 ‘희망나비’는 25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에펠탑 부근 샤요 궁 광장에서 ‘세계 1억 인 서명운동’을 벌였다. 한국인 유학생들과 현지 교포들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강제로 끌려간 위안부의 고통을 알리면서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서명 참가를 요청했다. 이날 행사를 진행한 정새날 씨는 “김복동 할머니의 파리 방문이 일회성 행사로 그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서명운동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파리에서는 지난해 9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수요 집회가 열린 바 있다. 정 씨는 “다음 달에는 독일 베를린에서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유럽 차원의 캠페인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대협이 주최하는 ‘1억 인 서명운동’은 지난해 3월 일본 정부가 위안부 범죄의 국가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실시하도록 세계인의 요구를 모으기 위해 시작됐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오 르부아(Au revoir·안녕), 발레리.” 여배우와의 염문설에 휩싸였던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결국 동거녀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르와 헤어졌다. 올랑드 대통령은 25일 AFP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트리에르바일레르와 파트너로 함께 공유해온 삶을 이제 정리했음을 알린다”고 결별을 공식화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대통령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말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날 결별 선언은 10일 연예주간지 클로저가 올랑드 대통령이 여배우 쥘리 가예와 사귀고 있다고 폭로한 지 약 2주 만에 나왔다. 올랑드 대통령은 2007년 동거녀인 세골렌 루아얄 전 사회당 대표와 헤어진 뒤 트리에르바일레르와 7년간 함께 살아왔다. 트리에르바일레르도 이날 오후 그동안 머물러온 베르사유 인근 대통령 별장인 ‘라 랑테른’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는 또 트위터를 통해 엘리제궁 직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트위터에서 “엘리제궁을 떠나는 순간에 그동안 내게 보여준 헌신과 감정적 위로는 잊지 못할 것”이라고 작별인사를 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염문설 보도 이후에도 트리에르바일레르와의 관계를 정리하지 못하고 머뭇거려왔다. 그런 올랑드 대통령이 서둘러 결단을 내리게 된 것은 트리에르바일레르가 프랑스 원조단체로부터 대통령 부인 자격으로 초청을 받아 27, 28일 이틀 동안 인도에서 열리는 자선행사에 참석할 것이라고 스스로 밝혔기 때문이다. 트리에르바일레르에게 매달 2만 유로(약 2950만 원)가 넘는 예산이 지원되는 데다 대통령 부인 자격으로 해외 방문 사실까지 공식 발표하자 프랑스 전역에서는 “대통령은 빨리 결단하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두 사람은 23일 결국 점심식사를 함께하면서 결별에 대한 최종 담판을 지었다고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이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트리에르바일레르가 ‘대통령 부인’이 아닌 ‘일반인’으로 인도를 방문하며 귀국한 뒤 엘리제궁에 짐을 풀지 않는 데 합의했다. 트리에르바일레르는 2012년 대선 전에 올랑드 대통령과 함께 살았던 파리 15구의 아파트로 이주할 것으로 보인다. 올랑드 대통령은 25일 미국의 시사주간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사생활보다는 프랑스의 경제개혁 이슈에 집중하고 싶다”는 뜻을 나타냈다. 사생활 논란을 정리하고 침체에 빠진 경제 활성화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이날 대통령의 결별 선언에 프랑스 여야도 “이제 다른 주제를 논할 수 있게 됐다”며 환영했다. 그러나 언론의 관심은 빠르게 다음 퍼스트레이디로 이동하고 있다. 일간 르피가로는 “정계가 이번엔 ‘올랑드-가예’ 연재소설의 페이지를 빨리 넘겨보고 싶어 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올랑드 대통령이 최근 “미래에는 엘리제궁에 ‘퍼스트레이디’가 없었으면 한다”고 밝혀 올랑드의 새 연인인 여배우 가예가 당장 대통령 부인이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언론들이 전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동거녀인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르(사진)가 대통령과 여배우 쥘리 가예의 염문설을 듣고 격분한 나머지 엘리제궁에 있던 골동품을 집어던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프랑스의 온라인 매체 에코노미마탱은 22일 트리에르바일레르가 올랑드 대통령의 집무실에 있던 루이 16세 시절의 꽃병과 시계, 그림 등 300만 유로(약 44억 원)에 이르는 집기를 던져 부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엘리제궁의 가구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프랑스 문화부 산하 기관인 모빌리에 나시오날의 대변인은 23일 “완전히 날조된 거짓말”이라며 부인했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이 소식은 20일 우익 블로거가 “모빌리에 나시오날 고위 인사에게서 들은 것”이라고 주장하며 처음 나왔고 이후 다른 블로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널리 퍼졌다. 트리에르바일레르에 대한 이야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10일 프랑스 주간지 ‘클로저’가 염문설을 보도한 직후 트리에르바일레르가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해 자살을 시도했다는 소문이 처음이다. 주간 누벨옵세르바퇴르는 “올랑드 대통령이 동거녀와 결별 선언을 하려고 했으나 트리에르바일레르의 입원으로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트리에르바일레르 측은 이 기사를 강하게 부인했다. 8일간 병원에 입원했던 트리에르바일레르는 18일 퇴원한 뒤 현재 베르사유에 있는 대통령 별장 ‘라 랑테른’에 거주하고 있다. 트리에르바일레르는 올랑드의 스캔들 보도 이후 처음으로 26일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AFP통신은 트리에르바일레르가 프랑스 원조단체인 ‘기아대책활동(ACF)’의 초청을 받아 이틀 동안 인도에서 열리는 자선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당초 ACF는 프랑스의 퍼스트레이디인 트리에르바일레르를 초청했지만 올랑드 대통령의 외도설 폭로 이후에도 여전히 퍼스트레이디 자격으로 참석하는지는 불분명하다고 통신은 전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시리아에서 벌어지는 ‘죽음의 행진’을 멈추기 위한 ‘제네바2 회담’이 22일 스위스 몽트뢰에서 개막됐다. 그러나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거취를 놓고 참석자들이 치열한 공방을 벌여 첫날 회의는 성과 없이 끝났다. 이날 시리아 정부 대표와 반군 대표를 비롯한 39개국 외교장관과 4개 국제기구는 2012년 6월 ‘제네바1 회담’에서 합의한 ‘시리아 과도정부 수립과 민주선거’를 논의하기 위해 모였다. 하지만 아사드 대통령 퇴진이 전제조건이라는 서방국들의 의견에 시리아와 러시아가 강하게 반발했다. 왈리드 무알렘 시리아 외교장관은 “아사드 대통령의 사퇴는 절대 없을 것”이라며 “시리아 정부는 테러리즘과 싸우고 있는데 서방은 비밀리에 테러리스트를 지원하고 있다”고 서방국가들을 비난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22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아사드 대통령을 ‘전략적 파트너’로 보진 않지만 현직 대통령으로서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자국민에 대한 잔혹한 행동을 주도해 합법성을 잃은 인물이 과도정부에서 역할을 맡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라고 맞섰다.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교장관도 “이번 회담은 ‘과도정부 수립’ 방안을 찾는 것이지 근거 없는 테러 주장을 펴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가세했다. 반정부 연합체인 시리아국민연합(SNC) 아흐마드 자르바 의장도 “시리아 정부군이 오히려 이란, 헤즈볼라 등 테러리스트를 이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최근 국제사법재판소 검찰관이 제출한 보고서에 나온 아사드 정권의 포로수용소 대규모 학살 및 고문 의혹에 대해 국제사회가 철저히 조사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회의에서 무알렘 장관은 7분으로 제한된 발언시간을 20분 넘게 초과해 서방국가를 비난하다가 “발언시간을 지켜 달라”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설전을 벌였다. 뉴욕타임스는 “비틀거리는 외교 문제로 인해 간신히 시작된 시리아 평화회담에서 마찰과 날선 비판이 오갔다. 시리아 외교장관이 회의 규칙을 무시하고 반 총장에게 공개적으로 도전했다”고 전했다. 이번 시리아 평화회담은 사실상 반 총장이 주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회담의 성패가 그의 정치·외교력을 평가할 수 있는 ‘시험대’로 여겨지고 있다. 시리아에 대한 군사 대응을 막고 평화회담을 개최한 것은 반 총장의 공로지만 이란을 초청했다가 하루 만에 번복한 것에는 “전 세계 대표 외교관으로서 좀 순진했다”(미국외교협회 스튜어트 패트릭 수석연구원)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나 반 총장이 팽팽한 미-러 대결 속에서 균형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회담은 24일부터 제네바 유엔본부로 장소를 옮겨 7∼10일간 유엔과 시리아 양측 대표단의 당사자 회의로 진행된다. 라크다르 브라히미 유엔 아랍연맹 특사는 양측 대표단이 국지적 정전과 포로 교환, 인도주의적 지원 통로 확보 등 단계적 평화안을 논의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교장관은 “일단 외교적 절차를 시작하면 성과가 나올 수 있다”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글로벌 정치 및 경제계의 별들이 총출동하는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이 끈질기게 초청해도 참석하지 않는 ‘안티 다보스’ 거물들이 조명을 받고 있다. 21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83)과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53)는 한 번도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적이 없다. 쿡의 전임자인 고 스티브 잡스(1955∼2011) 역시 마찬가지였다. 구글의 공동창업자인 래리 페이지(40)와 세르게이 브린(40), 페이스북의 설립자인 마크 저커버그(30)도 2년 전부터 다보스포럼에 발길을 끊었다. 그 대신 그들은 대리인을 보내 다보스포럼의 체면을 살려주고 있다. IBM의 여성 수장인 버지니아 로메티(56)와 제너럴일렉트릭(GE)의 제프리 이멀트 회장(58)도 불참을 선언했다. 이멀트 회장은 “다보스 같은 데는 안 갈 것”이라며 경멸적으로 비판한 적도 있다. 이들이 다보스포럼에 참석하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기업인들의 WEF 참가 비용은 연회비 외에 티켓을 합쳐 7만 달러(약 7469만 원) 정도다. 이 때문에 ‘1% 중에서도 1%를 위한 잔치’로 불린다. 권위적인 문화를 꺼리는 정보기술(IT)업계 인사들은 이런 모임에 호의적이지 않은 편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런던시장은 “서로서로 아첨하는 자기도취의 모임”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22일부터 스위스에서 열리는 시리아 내전 종식을 위한 ‘제네바2 회담’을 앞두고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이 자국민을 고문 살해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0일 시리아 정부 수용소에서 2011년 3월∼지난해 8월 숨진 수감자 시신의 사진 5만5000여 장을 분석한 보고서를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31쪽에 이르는 이 보고서는 카타르 정부의 후원으로 데즈먼드 드실바 전 시에라리온 특별법정 검사와 제프리 나이스 전 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 검사, 찰스 테일러 전 라이베리아 대통령을 기소한 데이비드 크레인 등 전쟁범죄 검찰관들이 작성에 참여했다. 이 사진들은 시리아군 헌병대에서 일하던 카이사르라는 사진사가 직접 찍은 것으로 구금 중 숨진 사람의 시신 1만1000구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사진 속 피해자 대부분은 20∼40대의 남성으로 상당수가 배 얼굴은 물론이고 다리까지 움푹 꺼진 상태로 말라 있었으며 각목 같은 물체로 구타당한 피멍 흔적도 보였다. 일부 시신에는 눈이 없거나 교살 또는 전기고문을 당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고 검사팀은 설명했다. 카이사르는 “아사드 정권이 수용소에서 희생자들을 군 병원으로 옮긴 뒤 시신에 번호를 매기고 기록용 사진을 찍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심장마비나 호흡곤란 등으로 죽었다는 의사의 소견서를 만들어 희생자의 가족에게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드실바 전 검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수용소를 연상시킨다”며 “이 증거들은 추호의 의심도 없이 반인권적인 범죄가 자행됐음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아사드 정권이 대규모로 민간인을 학살했음을 보여주는 이번 보고서는 제네바2 회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교장관은 “우리는 시리아 정부에 인권을 침해하는 행동을 중단하라는 압력을 계속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약 3년 동안 내전이 계속되고 있는 시리아에서는 12만6000여 명이 숨지고 인구 2200만여 명 중 230만 명가량이 나라 밖 난민으로 전락했다. 한편 마틴 네시르키 유엔 대변인은 20일 “이란 정부를 ‘제네바2 회담’에 초청하기로 한 당초 방침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회담 시작 막판까지 이란이 시리아 과도정부 구성을 요구한 이른바 ‘제네바1 회담’ 합의문을 승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란을 초청한 데 대해 미국 정부와 시리아 반군,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이란 초청에 강하게 반발한 것도 초청 전격 철회의 요인이 됐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19일 한석우 KOTRA 트리폴리 무역관장(39)이 납치된 리비아는 ‘아랍의 봄’으로 철권 통치자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붕괴된 뒤 1700여 개의 무장단체가 난립해 유혈 충돌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리비아 과도정부는 지난 2년간 리비아를 장악하는 데 실패했다. 외국인을 상대로 한 차량 탈취나 강도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유전지대인 동부 지역의 일방적 자치 선언으로 분단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으며 내전 재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리비아 정부는 2011년 카다피 축출 이후 60년 만에 자유선거를 통해 제헌의회(GNC)를 소집했다. 하지만 첫 총리였던 무스타파 아부샤꾸르가 정부 구성에 실패해 취임 25일 만에 해임됐다. 2012년 10월 인권변호사 출신인 알리 자이단 총리(63)가 임명된 이후에도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리비아 과도정부는 정부군과 경찰 부족으로 카다피 축출에 앞장선 민병대에 치안을 맡겨 왔다. 현재 리비아 전역에 등록된 민병대는 22만5000명 이상. 부족과 군벌로 나눠진 이들은 이권을 놓고 서로 총을 겨눠 왔다. 특히 벵가지 등 동부 지역은 트리폴리의 과도정부와는 별도로 자체 총리를 세우고 중앙은행을 운영하는 등 분리의 길을 걷고 있다. 리비아 석유자원의 60%가 몰려 있는 동부 키레나이카 지역을 통제하는 민병대 약 2만 명도 지난해 11월 자치를 선언했다. 급기야 이번 피랍 사건 전날인 18일 리비아 남부 세바 지역에서 친카다피 잔당세력이 정부 공군기지까지 점거하자 의회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상태다. 외국인에 대한 테러나 납치도 끊이지 않는다. 2012년 9월 이슬람 무장단체가 당시 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였던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등 외교관 4명을 벵가지에서 살해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심지어 지난해 10월에는 알리 자이단 총리가 무장그룹에 의해 납치됐다 풀려나기도 했다. 새해 들어서도 11일 하산 알드로위 과도정부 산업부 차관이 괴한들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한 무역관장을 납치한 범인들은 범행 후 서쪽으로 달아나 알카에다와의 연관성도 주목되고 있다. 서남부의 사막 지역은 알카에다 연계 무장단체의 피란처로 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AP통신은 19일 지난해 말리에서 프랑스 군대 등에 의해 쫓겨난 북아프리카의 알카에다 무장세력이 리비아 남서부 사막에 피란처를 세웠다고 보도했다. 사막에 캠프를 차린 알카에다 세력은 무기를 사 모으고 병력을 충원하면서 새로운 공격을 준비 중이다. 2년여 전 카다피 정권이 무너지면서 정부군이 힘을 잃었고 사막지역을 통제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다. 정부군 장교 무함마드 씨는 “군대보다 화력이 더 강한 알카에다 세력의 군수품과 병력을 실은 무장 차량을 그냥 지나가게 하는 때가 많다”고 말했다. 아랍권 위성방송인 알자지라는 친카다피 세력과 반군에 이어 국제테러 조직까지 몰려드는 리비아에 대해 “무장단체의 천국”이라고 지적했다.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 한인 민박 ‘사하라 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고채영 사장은 2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트리폴리는 과도정부의 치안력이 미쳐 그나마 안전하다고 여겼는데 이번 피랍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받았다”며 “예전에는 한국에서 출장 오는 사람들로 북적였는데 ‘아랍의 봄’ 이후에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유덕영 기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는 각국 중산층을 대거 몰락시키고 고질적 실업문제를 불러왔다. 소득격차로 인한 사회 불안이 향후 10년간 세계 경제에 가장 큰 위협이다.” 스위스 유명 휴양지 다보스에서 매년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가 22∼25일 ‘세계의 재편(The Reshape of the World)’을 주제로 열린다. 최근 수년간 휘몰아친 금융위기와 재정위기 이후 전 세계에 몰아닥친 폭풍이 정치, 사회와 기업 환경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고 세계 경제의 미래를 그려 보자는 것이다.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더욱 심해진 소득 불평등과 전 세계 7500만 명에 이르는 청년실업자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지가 핵심 의제다. 포럼에 비판적인 사람들이 ‘부자들의 사교장’이라고 비난한 것과 비교하면 포럼의 주제로는 무척 신선하게 받아들여진다. 클라우스 슈바프 WEF 회장은 “올해 다보스 포럼 의제는 ‘리셋(재설정) 단추’를 누르자는 것”이라며 “세계는 여전히 너무 과도하게 위기관리 모드에 머물러 있다. 미래를 더 건설적이고 전략적인 방향으로 바라봐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WEF는 개막 직전 펴낸 ‘글로벌 리스크 2014’ 보고서에서 31개 위험요인 중에서 ‘소득불평등 문제’를 향후 10년간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경고했다. 주요 세계 여론 주도층 700명과 심층 면접해 작성된 이 보고서는 2010년대 성년에 접어든 젊은이들이 고질적 실업과 미숙련, 빈곤에 시달리는 ‘상실 세대’로서 사회 불안을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WEF의 제니퍼 블랭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청년실업층이 주도한 아랍의 봄이나 태국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시위 사태는 미래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불평등 문제를 더 참지 않을 것이란 메시지를 던져준다”고 말했다. 국제 사무직 노조 네트워크의 필립 제닝스 사무총장은 “이 보고서는 세계 경제를 일깨우는 자명종”이라며 “WEF 참가자들이 일자리 창출과 소득격차, 생활수준 하락에 대해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EF 보고서는 이 밖에도 이상 기후와 기후변화 대응 실패, 수자원 위기, 재정적자, 해킹 등 사이버 공격 등이 10대 경제 불안 요소라고 지적했다. 40여 개국 정상과 총리 등이 이번 연차 총회에서 연설할 예정이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김용 세계은행 총재,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 총재와 학자, 기업인 등 2500명이 참석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22일 오전 ‘창조경제와 기업가 정신’을 주제로 개막 연설을 한다. 월드스타 싸이도 21일 ‘한국의 밤’ 행사에 참석해 글로벌 리더들과 만난다. 마켓워치는 18일 이번 포럼에서 주목해야 할 인사 10명을 꼽았다. 소득 불균형 해소 문제와 관련해 2012년 저서 ‘불평등의 대가’를 펴낸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공격적 엔화 약세 정책과 과거사 문제로 주변국의 반발을 사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등이다. 아베 총리는 22일 오후 ‘세계의 재편: 일본의 비전’을 주제로 연설한다. 이번 다보스 포럼에서는 시리아 내전과 이란의 핵문제도 큰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스위스 몽트뢰에서 시리아 국제평화회담(‘제네바2’ 회담)이 동시에 열리기 때문이다. 다보스 포럼에 처음 참석하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경제제재 해제, 서방과의 관계 개선 및 투자 유치를 위해 분주히 뛰어다닐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 핵협상 타결에 가장 강력히 반대해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반응도 주목된다. 다보스 포럼은 60개 이상의 세션이 스트리밍 형태로 생중계되고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현장 분위기가 전달되는 등 디지털 형식이 강화돼 지구촌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거울의 방’이다. 낮에는 크게 눈에 띄지 않지만 해 질 녘에 진면모를 알 수 있는 곳이다. 어둠이 내린 베르사유 정원에서 바라보면 17개의 대형 거울에 비친 화려한 샹들리에와 천장화가 어우러진 빛이 눈부실 정도다. 그러나 ‘거울의 방’은 프랑스인들에겐 치욕적 역사의 현장이기도 했다. 1871년 독불전쟁에서 승리한 프로이센은 이 방에서 첫 독일 황제로 즉위한 프리드리히 빌헬름 1세의 대관식을 열었다. 거기에 알자스로렌 땅까지 빼앗긴 프랑스는 독일에 대한 복수심을 키워 왔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선전포고를 했을 때 프랑스에서는 오히려 환호성이 들릴 정도였다. 젊은이들의 자원입대도 줄을 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전장에서 맞닥뜨린 건 20세기의 가공할 무기였다. 1분에 600발의 탄환을 뿜어대는 기관총, 비행기에서 쏟아지는 폭탄, 화학무기…. 5개 대륙에서 6000만 명 이상의 군인들이 참전해 1000만 명 이상이 죽은 1차대전은 ‘위대한 전쟁’이라고도 불린다. 살육기계가 전쟁의 개념을 송두리째 바꿨을 뿐 아니라 20세기 전체를 지배한 국제질서를 낳은 전쟁이었기 때문이다. 올해 1차대전 발발 100주년을 맞아 유럽에선 많은 기념행사가 펼쳐진다. 6월 28일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이 암살당한 날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수도 사라예보에서 공식 기념식이 열린다. 8월 3일에는 독일과 프랑스의 정상이 알자스 지방의 참호 속에서 죽어간 전사자들을 추모할 예정이다. 그런데 연초부터 “2014년의 정세가 1914년과 닮았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역사학자인 마거릿 맥밀런 교수(옥스퍼드대)는 저서 ‘평화를 끝낸 전쟁(The War That Ended Peace)’에서 1차대전의 원인으로 강대국 독일의 부상, 내셔널리즘의 발호, 프랑스의 독일에 대한 복수심, 오랜 평화로 인한 전쟁에 대한 무감각 등을 꼽았다. 강력한 ‘통일 독일’의 등장은 유럽에서 늘 경계의 대상이 돼 왔다. 20세기 초반에 이어 독일은 다시 유럽의 실질적인 지배자로 떠올랐다. 남유럽에서는 “독일이 유로존 위기를 틈타 세 번째로 유럽 대륙을 망치려 한다”며 민족주의 감정을 키우고 있다. 독일은 예전처럼 군사력은 아니지만 재정개혁 요구를 순순히 따르지 않으면 그리스 같은 나라는 한순간에 파산시켜 버릴 수 있는 경제 권력을 갖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견제가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맥밀런 교수는 현재의 중국을 1차대전 당시의 신흥 강국 독일에, 당시의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의 구 강국은 현재의 미국과 일본에 비유했다. 중국의 급부상은 힘의 균형을 깨려 하고 있고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은 중국과 한국에서 일본에 대한 복수심을 자극하고 있다. 여기에 북한 김정은 정권의 좌충우돌은 언제든 화약고에 불을 붙일 ‘세르비아의 총탄’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100년 전과 가장 큰 유사점은 누구도 ‘실제로 전쟁이 날 수 있다’는 점을 상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1차대전 당시 유럽도 근 100년간의 평화를 만끽했고 금융 운송 통신의 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됐다. 영국의 역사학자 크리스토퍼 클라크는 “마치 ‘몽유병자’들처럼 유럽인들은 자신도 모르게 1차대전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고 말했다. “우리는 과연 100년 전의 몽유병자들과 달리 깨어 있는가?” 새해 어지러운 주변 정세를 보며 떠오른 궁금증이다.전승훈 파리 특파원 raphy@donga.com}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르(49)가 아직 퍼스트레이디입니까?” 14일 오후 4시 반 프랑스 대통령 집무실인 엘리제궁 기자회견장.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60)의 연두기자 회견에서 첫 질문자로 나선 일간지 르피가로의 알랭 바를뤼에 기자가 질문을 던지자 500여 명의 기자가 모두 숨을 멈췄다. 대통령 얼굴에서도 순간 핏기가 사라졌다. 이 장면은 TF1 등 대부분의 공영과 민영 채널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올랑드 대통령은 이날 40분간의 기조연설에서 20%대로 떨어진 최악의 지지율을 회복하고자 경제를 살리기 위해 ‘감세정책’ 카드를 야심 차게 꺼내들었다. 그는 연설을 마치고 “경제 분야를 먼저 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첫 질문부터 10일 주간지 ‘클로저’가 폭로한 여배우 쥘리 가예(42)와의 염문설 관련 내용이었다. “여러분의 질문을 이해한다. 내 대답도 이해해 달라”라고 운을 뗀 올랑드 대통령은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모든 사람이 시련을 겪게 되는데 우리에겐 이번이 그 경우”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사생활 문제는 비공개적으로 다뤄져야 한다. 기자회견은 시간과 장소 모두 부적절하다”며 피해갔다. 하지만 동거녀로 대통령 부인 역할을 하는 트리에르바일레르 씨가 충격으로 병원에 입원한 이후 퍼스트레이디의 거취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동거인이라 대통령과 헤어지면 엘리제궁을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올랑드 대통령은 “다음 달 11일 미국 공식방문 전에 상황을 명확히 하겠다”고 밝혔다. 트리에르바일레르 씨는 “퍼스트레이디 자리를 지킬 수 있다면 올랑드를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와중에 영국 데일리메일은 가예의 임신설까지 제기해 아직 상황은 오리무중이다. 올랑드 대통령은 2시간가량의 기자회견 내내 ‘경제 살리기’에 집중하느라 애를 썼다. 그가 제안한 ‘책임 협약’은 2017년까지 기업과 자영업자들에게 부과하는 사회보장 부담금을 300억 유로(약 43조5000억 원) 줄이고 고용을 더 늘리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취임 후 줄곧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겠다”며 사회주의 색깔을 뚜렷이 나타내 왔다. 그러나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실업률이 두 자릿수로 오르자 복지보다 성장을 중시하는 ‘우향우’ 선언을 한 것이다. 이에 대해 르피가로는 “대통령이 친기업적인 노선으로 ‘커밍아웃’했다”고 평했고, 좌파 신문인 뤼마니테는 “올랑드가 임기 후반에는 프랑스경제인연합회(MEDEF)의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올랑드 대통령을 ‘프랑수아 블레어’라고 부르며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사회적 자유주의’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은 관련국 간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기보다는 상대방에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보내는 다리가 되어야 합니다.”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62)은 지난해 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에 한국인 수천 명이 강제노역을 했던 하시마(端島·군함도) 등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후보로 추천한 데 대해 이렇게 지적했다. 보코바 사무총장은 지난해 12월 16일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한중일 간 과거사 논쟁과 영토 분쟁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꽉 막힌 정치 외교적 문제일수록 문화적 접근 방식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가 2013년 9월 30일 규슈(九州)와 야마구치(山口) 현의 근대화 산업유산 28곳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후보로 신청했고 유네스코는 현지 조사 등을 거쳐 2015년 최종 등록할지를 결정한다. 그런데 후보 유적지는 대부분 일제강점기 한국인 수천 명이 강제노역을 했던 조선소, 해저탄광 등이다. 일본엔 메이지(明治) 시대의 유산일 수 있지만 한국 등 주변국에는 상처가 어린 곳이다. “우선 이것은 유네스코 산하 세계문화유산위원회가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할 사안이라는 걸 말하고 싶다. 다만 사무총장으로서 강조하고 싶은 가이드라인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은 기본적으로 관련국을 분열과 갈등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통합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나는 가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주변 국가 간에 분열의 불씨가 되는 사례를 종종 본 적이 있다. 세계문화유산 지정은 이웃 국가에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보내는 다리가 되어야 한다. 분쟁이 있던 나라 간에 대화와 친교를 증진시키고 공통의 역사인식을 공유하는 기회가 되도록 해야 한다.” ―한중일 간에는 과거사 논쟁과 갈등이 심각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과 냉전 시기의 아픔을 겪은 독일과 프랑스처럼 동북아 차원의 공동 역사교과서를 발간하자고 제의한 바 있다. 유네스코는 1964년부터 1999년까지 ‘통합 아프리카 역사’ 발간을 주도했는데…. “역사 분쟁이 있던 국가끼리 과거사 인식을 공유하는 것은 평화로운 미래협력을 위해 꼭 필요한 작업이다. 유네스코 방콕사무소에서는 2013년 9월부터 동남아시아의 문화협력을 촉진하는 ‘공동역사 발굴’ 사업을 시작했다. 유네스코는 또 타자의 문화와 역사를 인정하고 평화와 인권을 존중하며 기후변화와 같은 지구적 과제에 협력할 줄 아는 ‘글로벌 시민교육’을 강조해왔다. 한중일 3국도 각국의 유네스코 무형유산센터를 통해 역사적 정체성을 이해하고 협력관계를 만드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유네스코가 적극 나서겠다.” 1946년 2차 대전 종전 직후 설립된 유네스코는 국민 간의 상호 이해와 문화 보급으로 항구적인 세계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국제기구로 ‘세계 지성의 리더’ 역할을 해왔다. 불가리아 외교장관 출신인 보코바 사무총장은 2009년 유네스코 역사상 최초의 여성 수장으로 선임됐다. 유네스코는 2011년 11월부터 극심한 재정위기에 시달려왔다. 미국이 국내법상 팔레스타인을 회원국으로 승인한 국제기구에는 지원금을 낼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유네스코 1년 예산의 22%에 이르는 납부액을 3년째 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보코바 총장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민간협력 프로젝트 개발을 통해 이를 극복하고 2013년 11월 총회에서 두 번째 임기(4년)의 사무총장으로 재선됐다. 그는 다음 달 2∼5일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창립 6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다. ―유네스코의 파산위기를 극복한 비결은…. “2년간 마른 수건을 짜는 혹독한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에 나섰다. 그러나 유네스코의 주요 사업까지 포기할 순 없었다. 대안은 민간기업과의 적극적인 협력개발이었다. 지난 2년간 개발도상국의 여성교육, 과학연구, 교사연수 등의 프로젝트에 민간이 기부한 액수는 5000만 달러(약 527억 원)에 이른다. 회원국의 특별분담금으로 신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아프리카 희망브리지’ 사업을 진행해준 한국 정부와 기업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지난해 미국은 유네스코 총회에서 표결권을 잃었다. 미국이 다시 유네스코 부담금을 낼 가능성은…. “미국은 여전히 유네스코의 회원국이자 집행이사국이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나에게 표결권 상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유네스코에 지속적인 참여와 지지를 약속했다. 세계의 지성인과 오피니언 리더들의 모임인 유네스코에 참여하는 것은 미국의 국제적 이익에도 중요하다.” ―유네스코에 한국이란 어떤 존재인가. “약 1년 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파리의 유네스코 본부를 찾았을 때 1950년대 초등학교 시절에 자신이 배웠던 교과서를 기증해 감동받았다. 반 총장이 가져온 교과서의 뒷면에는 ‘유네스코가 지원한 시설과 종이로 인쇄했다’는 내용이 영어로 적혀 있었다. 유네스코는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한국에서 교육 분야 지원으로 재건을 도왔다. 요즘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아프리카 교사 기술연수, 청년 직업교육 등 ‘희망브리지’ 사업을 펴고 있다. 삼성 등 기업도 유네스코와 적극 협력하고 있다. 한국은 전쟁의 폐허에서 교육의 힘으로 나라를 재건한 경험을 개발도상국들에 나눠줄 수 있는 유일한 국가다. 한국의 리더십을 기대한다.” 보코바 사무총장은 자신의 두 번째 임기 중 가장 중요한 과제로 2015년 인천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교육자대회’를 꼽았다. 2000년에 세운 밀레니엄 교육개발 목표를 평가하고 2015년 이후 20∼30년 동안 추구할 지속가능한 새 교육개발 어젠다를 설정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2000년 세네갈 다카르 회의에서 채택됐던 밀레니엄 교육개발 목표는 글로벌 기초교육 보급운동인 ‘모두를 위한 교육(Education for All)’이었다. ―2015년 이후의 밀레니엄 교육개발 목표에서 가장 중요한 비전은 무엇인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사회에서 불평등 격차가 더욱 커졌다. ‘포스트 2015년’의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에서 가장 중요한 어젠다는 ‘소프트 파워’라고 생각한다. 문화는 그 핵심 역할을 한다. 21세기에 문화는 더이상 ‘돈 낭비’가 아니며 차세대 글로벌 경제를 이끌 창조적 지식산업의 원천이다. 문화는 엘리트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며 집단 구성원을 소통시켜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매개체이다. 소프트 파워야말로 사람들을 글로벌 세계에 참여하도록 만드는 힘이다.” ―유네스코는 지난해 11월 ‘창조 경제’에 관한 리포트를 발표했다. 유네스코가 말하는 ‘창조 경제’란 무엇인가. “‘창조 경제(creative economy)’가 성공하려면 우선 ‘창조 사회(creative society)’가 성숙돼야 한다. 인간은 기계나 로봇이 아니다. 인간은 시키는 대로가 아니라 스스로 창조성을 발휘할 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창조 경제라고 해서 게임, 애니메이션, 영화산업만 생각해선 안 된다. 인문학 진흥과 문화예술교육 확대를 통해 ‘창조 사회’의 분위기를 성숙시켜야 한다. 사람들이 문화유산과 정체성에 관심을 갖다보면 정신세계가 크게 열리게 된다. 어린이들에 대한 문화예술교육이 꼭 화가나 배우만 키우려는 것은 아니다. 문화예술교육을 받은 어린이는 더 창의적인 자연과학자, 정치인, 경영인이 될 수 있다. 지난해 파리에서 만난 박근혜 대통령도 국정과제의 중심으로 문화의 역할을 강조하는 걸 보고 깊이 감명받았다.”1952년 불가리아 출생1976년 러시아 모스크바 국립대학원 국제관계학 석사1989년 미국 메릴랜드대 행정대학원 수료1990년 불가리아 사회당 당원1996∼97년 불가리아 외교장관1997년 유럽정책포럼 이사1999년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수료2009년 유네스코 첫 여성 사무총장 선임2013년 유네스코 사무총장 재선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함께 살던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염문설에 충격을 받은 동거녀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르(48·사진)가 병원에 입원했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트리에르바일레르가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안정을 취하고 있다고 12일 보도했다. 그가 입원한 것은 올랑드 대통령과 여배우 쥘리 가예(42)의 염문설이 폭로된 10일 오후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언론은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해온 트리에르바일레르가 퇴원 뒤 대통령궁인 엘리제궁으로 돌아갈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파트리스 비앙콘 엘리제궁 대변인은 “트리에르바일레르는 우선 휴식이 필요하다. 앞으로의 계획은 아직 생각할 시간을 갖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식적으로 결혼한 적이 없는 올랑드 대통령은 30년간 동거한 세골렌 루아얄과 헤어지고 2010년부터 정치부 기자 출신인 트리에르바일레르와 동거해 왔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12일 염수정 서울대교구장 등 19명을 새 추기경으로 서임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13일 “한반도에 화해의 선물을 달라고 주님께 간청하고 싶다”며 남북한의 화해를 촉구했다. 교황은 이날 바티칸 외교사절단에게 한 신년 연설에서 “한국인을 위해 이해당사자들이 끊임없이 합의점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 등 세계 언론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번 추기경 서임에 대해 “지금껏 바티칸을 지배한 유럽 추기경 수를 줄여 추기경단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교황의 노력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NYT는 “명예추기경 3명을 제외한 16명 중 절반 이상이 남반구의 빈국 출신이라는 점은 교황의 관심사가 불평등 해소임을 잘 보여준다”고 전했다. 16명 중 9명은 아프리카와 남미, 6명은 아시아와 유럽, 1명은 캐나다 출신이다. 가톨릭 지도부의 일반적인 승진 공식을 벗어난 사례가 있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유럽 최대 교구인 이탈리아 베네치아나 토리노 대주교, 벨기에 브뤼셀 대주교가 추기경으로 이어질 때가 많았으나 이런 관례도 깨졌다고 NYT는 지적했다. 영국 BBC방송은 “교황이 평소 ‘양 떼의 냄새가 나는 목자’를 존경하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성직자상을 강조해 왔다”며 “아이티, 부르키나파소, 코트디부아르 출신의 추기경은 가톨릭 세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지만 분명 아프리카 및 중남미 주민들의 가난과 고통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파리=전승훈 raphy@donga.com워싱턴=정미경 특파원}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60)과 여배우 쥘리 가예(42)의 염문설로 각국의 관심이 ‘후끈’ 달아올랐지만 정작 프랑스에선 ‘쿨’한 반응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올랑드 대통령은 10일 프랑스 연예 전문 주간지인 ‘클로저’의 폭로에 대해 사실 관계를 부인하지 않았다. 그 대신 “대통령에게도 사생활이 있다”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극우정당 국민전선(FN) 마린 르펜 대표도 “세금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면 모든 사람은 사생활을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며 대통령을 옹호했다. 대부분의 프랑스 언론도 “정치와 상관없는, 성인 남녀 간의 개인적 관계”라며 보도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영국과 미국 언론은 관점이 180도 달랐다.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1면에 가예의 사진을 싣는 등 대서특필했다. 더타임스도 ‘마이 위크: 프랑수아 올랑드’라는 제목으로 소설 형식의 칼럼 기사를 실었다. 올랑드 대통령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나야, 섹시하고, 더러운 개”라고 말한다는 자극적인 내용이다. 텔레그래프는 “경기 침체와 높은 실업률로 역대 최저의 지지율을 기록하는 가운데 새로운 스캔들까지 터졌다. 그러나 이런 추문은 프랑스 대통령 역사에서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라고 비꼬았다.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모두 재임 기간에 혼외정사나 불륜 또는 이혼 등 숱한 여성 편력이 있었지만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미국 CNN은 “프랑스 대통령의 연애 스캔들은 거꾸로 여론의 지지율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고 보도했다. 독일 경제신문 한델스블라트는 “프랑스 정치인들이 대통령 염문설을 문제 삼지 않고 이구동성으로 ‘사생활’ 폭로를 비난하고 나선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도 “에드워드 스노든이 수없이 많은 사생활 침해 공격을 폭로하는 시대에, 프랑스 대통령도 사생활 존중을 요구했다”고 전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이스라엘의 전쟁 영웅이자 ‘매파’ 정치인인 아리엘 샤론 전 총리가 11일 타계했다. 향년 85세. 2006년 1월 4일 총리 재선 유세 도중에 중증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졌던 샤론 전 총리는 8년간 혼수상태에서 투병해 왔으나 결국 깨어나지 못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11일 성명을 통해 샤론 전 총리가 텔아비브 근처에 있는 병원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며 애도를 표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성명에서 “샤론 전 총리는 이스라엘을 위해 자신의 삶을 바쳤다”고 추모했다. 샤론은 수차례의 중동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이스라엘에서는 ‘전쟁 영웅’으로 칭송받고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샤론에 대한 추모 열기가 뜨겁다. 이 같은 추모 열기는 지난해 이란 핵 협상 타결 이후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가 냉랭해지고 중동에서 안보 위기가 고조되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샤론은 팔레스타인, 레바논과 맞붙은 군사작전으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역사상 가장 숱한 논란을 일으킨 인물로 평가된다. 농부 출신 군인이었던 그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 후 숱한 전투에 참여했으며 특히 1967년 3차 중동전쟁 때 동예루살렘과 요르단 강 서안, 가자 지구를 점령하는 공을 세웠다. 그는 국방장관 시절이던 1981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본부를 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 와해하기 위해 군사 공격을 감행했다. 작전 도중 베이루트 난민캠프 2곳에서 기독교 민병대가 팔레스타인 난민 700∼800명을 학살하는 사태가 벌어져 그에게 ‘도살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2005년 그는 이스라엘이 38년간 점령해 왔던 가자지구 내의 이스라엘 군인과 유대인 정착민 8500명을 강제 철수하는 계획을 밀어붙였다. 그의 총리 재임(2001∼2006년) 동안 동예루살렘, 골란 고원 등 요르단 강 서안지구에 세워진 이스라엘 정착촌의 주민은 8만 명이나 늘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11일 “이스라엘 정부는 팔레스타인과의 평화 협상에서 샤론 전 총리가 남긴 유산인 ‘실용주의’를 계승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중동 평화를 위해 노력한 협력자”라고 평가했다.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등도 추모 성명을 냈다. 반면에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하마스는 “팔레스타인을 피로 물들였던 범죄자가 다른 독재자들과 같은 곳으로 떠났다”고 말했다. 레바논 남부에 있는 팔레스타인 난민촌에서는 샤론의 사망을 축하하는 총성이 들리기도 했다. 서안지구의 유대인 정착촌 확대는 지금까지 중동평화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가 생전에 ‘불도저’처럼 밀어붙였던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철수와 요르단 강 서안지구 정착촌 확대는 향후 중동 평화 협상에서도 최대 현안으로 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샤론 전 총리의 장례식은 12일 국회의사당에서 국장으로 치러진 뒤 13일 이스라엘 남부 네게브 사막에 시신이 안장될 예정이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유럽연합(EU)에 ‘로마(Roma)’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로마는 1995년부터 유럽의회가 공식적으로 승인해 경멸적 의미가 담긴 ‘집시’를 대체하도록 승인한 명칭이다. 1월 1일부터 EU 회원국 중 최빈국인 루마니아, 불가리아 이주민들에게도 EU 국경과 노동시장이 완전 개방된 것이 공포감 확산의 계기였다. 당초 서유럽 부자 나라들은 두 나라의 가난한 이주민들이 대거 흘러들어와 자국민의 일자리를 빼앗거나 사회복지 재정을 가로챌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정작 불만의 시선은 로마에게로 쏠리고 있다.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는 2007년 EU에 가입해 유럽 어느 나라에나 옮겨가고 노동할 수 있는 권리를 받았다. 하지만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서유럽 9개국이 국내 노동시장 안정을 이유로 7년간 이주민 수용을 미뤄왔다. 하지만 이 기간에 ‘노동허가권’을 얻어서 이주한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인은 300만 명을 넘었고 이 중에는 우려와 달리 서유럽 국가에서 의사와 간호사, 하이테크 기술자로 일하는 고급 인력이 적지 않았다.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의 EU 가입 이후 독일 병원과 은퇴시설에서는 두 나라 출신 의사와 간호사를 구하려는 경쟁이 벌어질 정도였다. 독일 일간 디벨트에 따르면 독일로 이주한 두 나라 이민자들의 81.4%가 직업을 갖고 있으며 사회보험에 기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중 46%는 정규직이고 20%는 고소득층으로 분석됐다. 두 나라 이민자는 서유럽 국가의 기둥 역할을 한 것이다. 그러나 유랑 생활을 하는 로마에 대해서는 차별과 협박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 심화가 이런 현상을 더 부추겼다. 시사주간 슈피겔은 7일 “올해 1월 1일 EU 국경 완전 개방 이후 갑자기 (서유럽이) 분노하는 것은 로마들까지 대거 몰려올 것이라는 공포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헝가리 집권당은 로마의 ‘출산 제한’ 정책을 내놓았고 다른 국가의 대도시에서는 시위 군중이 “집시들을 가스실로”라는 극단적인 구호를 외쳤다. 이탈리아 제노바의 부시장은 “구걸과 범죄를 저지르는 로마는 자연재해와 같다. 쓸모없고 귀찮은 해파리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유럽에서 가장 규모가 큰 소수인종으로 불리는 로마는 총 1200만 명 정도인 것으로 추산된다. 그중 190만 명이 루마니아에, 75만 명이 불가리아에 살고 있다. 2011년 EU집행위원회가 8만 명의 로마를 조사한 결과 3분의 1이 실업 상태이며 20%는 의료보험이 없고 90%는 빈곤층 이하 수준으로 살고 있었다. 비비안 레딩 EU법무·기본권담당 집행위원은 “로마를 후원하는 정치인들은 선거에서 이길 수 없기 때문에 EU 회원국들이 지난 5년간 로마의 사회 통합을 돕는 예산 265억 유로(약 38조3400억 원)도 다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EU가 소수자를 배제한다면 나치와 다를 바 없다”며 “지금이야말로 유럽이 부끄러운 과거와 결별할 때”라고 지적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