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올해 들어 금값이 21% 뛰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화폐 가치가 떨어지자 만일을 대비해 안전 자산인 금을 사두려는 ‘신(新)골드러시’가 펼쳐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한국거래소 금시장(KRX금시장)에 따르면 직전 거래일인 3일 g당 금 가격은 6만8700원에 마감돼 1월 2일(5만6860원)보다 1만1840원 올랐다. 연초에 1kg짜리 골드바를 사뒀다면 6개월 새 1000만 원 이상 이득을 본 셈이다. 국제 금값도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금이 온스(약 31.1g)당 1800.5달러를 기록해 2011년 9월 이후 8년 9개월 만에 처음으로 1800달러 선을 돌파했다. 거래량도 크게 늘었다. 1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일평균 금 거래금액(57억8000만 원)과 거래량(90kg)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39.8%, 106.4% 증가했다. 상반기 누적 거래액은 7103억 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누적 거래금액(5919억 원)을 넘어섰다. 누적 거래량 역시 11.1t으로 지난해 전체 거래량(10.7t)을 추월했다. 거래소는 이런 추세대로라면 사상 최초로 올해 누적 거래대금이 1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KRX금시장에서 거래한 개인을 연령대별로 보면 30대가 38%로 가장 많았다. 이어 40대(29%), 20대(18%), 50대(11%), 60대 이상(4%) 순이었다. 거래소는 “미중 무역분쟁,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안전 자산인 금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증가하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고 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올해 들어 금값이 21% 뛰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화폐가치가 떨어지자 만일을 대비해 안전자산인 금을 사두려는 ‘신(新)골드러시’가 펼쳐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한국거래소 금시장(KRX금시장)에 따르면 직전 거래일인 3일 금 g당 가격은 6만8700원에 마감돼 1월 2일(5만6860 원)보다 1만1840원 올랐다. 연초에 1㎏짜리 골드바를 사뒀다면 6개월 새 1000만 원 이상 이득을 본 셈이다. 국제 금값도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뉴욕상품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금이 온스(약 31.1g)당 1800.5달러를 기록해 2011년 9월 이후 8년 9개월 만에 처음으로 1800달러 선을 돌파했다. 거래량도 크게 늘었다. 1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일평균 금 거래금액(57억8000만 원)과 거래량(90㎏)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39.8%, 106.4% 증가했다. 상반기 누적 거래액은 7103억 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누적 거래금액(5919억 원)을 넘어섰다. 누적 거래량 역시 11.1 t으로 지난해 전체 거래량(10.7 t)을 추월했다. 거래소는 이런 추세대로라면 사상 최초로 올해 누적 거래대금이 1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KRX금시장에서 거래한 개인을 연령대별로 보면 30대가 38%로 가장 많았다. 이어 40대(29%), 20대(18%), 50대(11%), 60대 이상(4%) 순이었다. 거래소는 “미·중 무역분쟁,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증가하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고 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11월 결혼을 앞둔 직장인 이지원 씨(31·여)는 결혼자금 마련을 위해 가입했던 정기예금을 지난달 20일 만기에 맞춰 해지했다. 이 중 3500만 원은 혼수 등 결혼 준비하는데 그때그때 찾을 수 있도록 입출금 통장에 넣었고 나머지 3000여만 원은 주식에 투자할지 고민 중이다. 이 씨는 “주변에서 ‘누가 요즘 예금을 하냐’ ‘금리가 제로(0)인데 넣어봤자다’라는 말을 들으면 정기예금을 굳이 다시 들어야 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지난달 시중은행 정기예금은 10조 원 넘게 빠져나간 반면 요구불예금은 20조 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저금리 기조로 인해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를 위한 대기성 자금이 늘어난 때문으로 보인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633조914억 원)은 한 달 새 10조6785억 원 줄었다. 5대 은행 정기예금 잔액 감소폭은 4월 2조7079억 원, 5월 5조8499억 원으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달 잔액은 작년 6월(631조7446억 원) 이후 1년 만의 최저치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언제든 돈을 뺄 수 있는 요구불예금 잔액(566조3160억 원)은 전달 대비 24조3628억 원 늘었다. 요구불예금은 5월에도 21조 원 가까이 늘었다. 금융권에선 정기예금에서 유출된 자금 중 상당액이 입출금이 자유로운 요구불예금으로 옮겨 간 것으로 보고 있다. 예금 금리가 0%대로 떨어진 만큼 직접투자를 위한 실탄 확보를 위해 요구불예금에 잠시 돈을 넣어두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달 5대 은행의 개인신용대출은 한 달 전보다 2조8374억 원 늘었다. 마이너스 통장 금리가 3% 안팎으로 떨어진 데다 주택담보대출이 막히면서 신용대출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투자 원금 전액 반환 결정이라는 가보지 않은 이 길이 금융산업에 대한 신뢰 회복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1일 정성웅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와 관련한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 결정을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분조위의 이번 결정은 ‘투자자 책임’보다 ‘투자자 보호’에 방점을 찍었다는 점에서 향후 유사 사례에서 펀드 운용·판매사에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겠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100% 원금 반환의 근거는 라임의 ‘사기 행위’금감원 분조위의 강경 기조는 라임의 펀드 운용 과정 및 투자자 모집 행위가 사실상 사기 행위였다는 판단에서 비롯했다. 아직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라임과 판매사가 합작해 투자자를 속였기 때문에 투자자에게 펀드를 판 계약 자체가 무효라는 것이다. 분조위가 100% 원금 반환의 기점을 2018년 11월로 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무역금융펀드를 판매한 업체 중 한 곳인 신한금융투자가 원금 손실을 처음 인지한 시점이다. 라임은 개인과 기관의 투자금을 해외의 무역금융펀드에 투자했는데, 해당 펀드는 2018년 11월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라임과 신한금투는 관련 내용을 알았음에도 펀드 판매를 계속했다. 특히 라임은 무역금융펀드의 손실률이 98%에 달했지만 이를 숨기고 수익률 및 투자 위험과 관련된 총 11가지 중요 정보를 투자제안서에 허위로 기재했고, 신한금투는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게 분조위의 판단이다. 나머지 우리은행 하나은행 미래에셋대우 신영증권 등 4개 판매사는 청산 관련 내용은 알지 못했지만 라임이 만든 투자제안서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투자자에게 제공하고 펀드를 팔았다. 분조위는 투자자들이 펀드에 가입할 때 자산운용사가 아니라 대형 판매사의 신용을 고려한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판매사가 사전에 운용사의 불법 행위를 면밀히 검토하지 않았기 때문에 투자자 책임보다는 투자자 보호에 무게를 싣는 게 옳다는 것이다. 금감원이 ‘사기’를 직접 명시하지 않고 민법상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결정을 내린 건 법원의 최종 판단에 앞서 원금 반환이 신속히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계산에서다.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는 사기에 의한 계약 취소와 같은 효과를 발휘하면서도 과실 입증의 정도가 낮다. 일각에선 배상 비율이 40∼80%였던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도 원금을 더 돌려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DLF 사태는 판매사가 손실 발생 가능성을 부실하게 설명(불완전 판매)한 사례였고 라임 펀드는 팔지 말아야 할 상품을 팔면서 투자자를 속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 “다른 펀드도 사기 판명 시 같은 절차 밟을 것”이번 분조위의 결정을 판매사들이 전면 수용하면 2018년 11월 이후 펀드에 투자한 개인 500명, 법인 58개사를 상대로 최대 1611억 원을 반환할 것으로 보인다. 그 전에 투자한 사람들은 불완전 판매에 따른 별도의 분쟁조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 만약 판매사가 분조위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절차가 복잡해진다. 분조위 결정은 표면적으로는 권고사항이어서 판매사가 이를 거부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투자자들은 판매사를 상대로 개별적인 민사소송을 해야 한다. 판매사들은 대체로 분조위 결정을 기초로 해당 안건을 긍정적으로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 판매사 관계자는 “도의적으로는 책임이 있지만 판매사들도 사실상 피해자이기 때문에 이번 결정을 쉽게 수용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금감원은 부실이 발생한 라임의 다른 펀드나 최근 문제가 된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와 관련해서도 검찰 수사 결과와 확정 손실액이 나오는 대로 분조위를 열고 배상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옵티머스자산운용의 경우 계약 당시의 사기 행위가 밝혀진다면 라임 운용과 유사한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라임 사태를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조상원)는 라임 펀드 2769억 원어치를 판매한 신한은행 본사를 압수수색했다.김동혁 hack@donga.com·신나리·고도예 기자}
감사원이 최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원이 설립된 1963년 이후 서울중앙지검이 감사원 감사 대상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감사원 행정안전2과는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에 대해 18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주요 사업과 예산·회계 운용의 적정성 등 기관 운영실태 전반에 대한 실지감사를 벌인다. 감사원 측은 29일 “정례적인 기관 운영 감사일 뿐”이라며 “특정 사건 수사나 기소와 관련된 것은 감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밀어붙이고 있는 여권은 최근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과 관련한 위증교사 진정 사건의 조사를 앞세워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야당이 이번 감사원의 감사 착수를 검찰에 대한 또 다른 압박 카드로 의심하는 이유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여권이 ‘검찰 개혁’을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민감한 수사를 벌이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감사에 나선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앞서 24일 열린 국회 법사위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2018년 검찰 감사가 부실했다”고 질타한 바 있어, 이번 감사원의 감사 강도가 더욱 거셀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검찰청에 대한 감사원 감사는 2018년 감사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권력기관에 대한 감사 정례화 차원에서 청와대 비서실 등과 함께 처음 실시됐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정부가 6·25전쟁 70주년 추념식에서 편곡해 연주한 애국가 도입부가 북한 애국가 일부 버전의 전주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행사를 주관한 국가보훈처와 편곡을 맡은 KBS 교향악단은 “교향악 등에서 자주 반복돼온 음형”이라며 북한 애국가와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6·25전쟁에서 산화한 국군 147명의 유해를 직접 맞이하고 호국영령을 추모하는 기념식에서 북한 국가와 유사한 전주를 사용하는 것은 사전에 걸러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6·25전쟁 70주년 기념식에서 KBS 교향악단은 트럼펫 등의 연주를 전주에 삽입한 편곡된 애국가를 연주했다. 추념식 진행자는 애국가 제창 순서를 알린 후 “오늘 애국가는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관악기와 오르간으로 새롭게 연주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날 연주된 애국가 전주 부분이 북한 관영방송인 조선중앙TV 등에서 방송하는 북한 ‘애국가’에 삽입되는 전주 음정과 거의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월북시인 박세영이 가사를 쓰고 광산노동자 출신 김원균이 곡을 쓴 북한 애국가는 공식 악보에는 없지만 조선중앙TV는 트럼펫 전주를 삽입한 편곡된 애국가를 주로 방송하고 있으며 유튜브 등에는 이 곡이 북한의 공식 애국가로 올라와 있다. 이에 대해 행사를 주관한 보훈처는 “70년 만에 귀환하시는 147분의 국군 전사자를 위해 국민적 감동과 웅장함을 주고자 KBS 교향악단에 별도 편곡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날 연주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행사 전날 편곡된 악보를 받았고 그에 맞춰 연주했다”며 “북한 애국가 전주와 같은지는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KBS 교향악단 관계자는 “트럼펫 등 금관악기로 정해진 화성 안에서 하는 팡파르다 보니 듣는 이에게 익숙한 편곡이 필요했다”며 “절대 북한 노래를 참고한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북한 애국가와) 앞에 6음이 유사한데 이는 차이콥스키 교향곡에도 사용된 음형으로 영국 국가 등 여러 행사에서 수없이 반복돼 온 음”이라고도 했다. 실제로 편곡된 애국가 도입부는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 1악장의 팡파르 선율과 흡사하다. 귀에 익숙한 선율을 활용해 편곡한 것이지 북한 애국가 일부 버전에 삽입된 전주와는 무관하다는 해명이다. 하지만 정부가 다른 행사도 아닌 6·25전쟁 70주년 추념식에서 연주된 애국가 도입부가 북한 관영방송에서 자주 흘러나오는 북측 애국가 연주 전주와 비슷한데도 이를 사전에 점검하지 못한 데 대해 행사 준비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훈처 관계자는 “6·25전쟁 70주년인 만큼 도입부를 화려하게 편곡해달라는 요청을 대행사에 전달했다”며 “해당 부분은 전형적인 팡파르 음형으로 북한 국가와 비슷하게 편곡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신규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감축 예정인 독일 주둔 미군 9000여 명 중 일부를 폴란드에 재배치하겠다고 밝혔다. ‘돈(방위비 분담금)’을 적게 내는 독일 대신 “더 내겠다”는 폴란드로 미군을 이동 배치하겠다는 것.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비롯한 다른 동맹국에도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며 미군 감축을 언급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의 증액을 위해 전략자산 전개 비용 등을 포함하는 새 항목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협상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 ‘돈’ 때문에 미군 옮기겠다는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아마 미군을 독일에서 폴란드로 이동시킬 것”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보도했다. 주독미군을 기존 3만4674명에서 2만5000명으로 줄이겠다고 밝힌 지 9일 만이다. 주독미군 재배치 계획의 불씨가 된 건 방위비 분담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독일을 비롯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지출비중 2% 기준을 달성하지 못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을 향해 “빚을 지고 있다”고 재차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독일의 지난해 GDP 대비 국방비 지출은 1.36%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폴 정상회담 회견에서 “폴란드가 나토 회원국의 약속인 2%를 달성한 8개 국가 중 하나”라고 치켜세우며 “그들(폴란드)은 우리에게 추가 파병을 할 수 있는지 물었고, 이에 대해 지불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다 대통령은 러시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미군 병력 확보를 위해 2018년 9월 백악관을 방문해 기지 건설과 미군 주둔 비용으로 20억 달러(약 2조4000억 원)를 우선 지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美, 한국을 상대로 방위비 항목 신설 움직임 독일 내 미군 감축이 구체화되면서 한국의 방위비 증액과 주한미군 감축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이 3월 말 실무합의 전으로 돌아가 새로운 항목이 신설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외교소식통은 25일 “전략자산 전개에 따른 비용, 한미 연합훈련 비용 등을 포함한 4번째 (신설) 항목을 신설하지 않으면 미국이 제안한 13억 달러(약 1조5629억 원)로 올려 받을 방법이 없다는 게 미국 정부 내 기류”라고 전했다. 기존 SMA는 △인건비(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임금) △군사건설비(미군기지 내 시설 건설) △군수지원비(용역 및 물자지원) 등 3가지 항목으로 구성돼 있는데 “기존 항목들이 대폭 올릴 수 없는 사실상 고정비용이라서 현행 유지로는 13억 달러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줄지은 전략자산 전개가 증액 명분을 쌓아가는 과정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최근 준비태세 항목 신설이라든가 전략자산 비용 항목을 만들자는 의견을 공식 경로를 통해서 전달해온 바 없다”며 “항목 신설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구가인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3일 당 중앙군사위원회 예비회의에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주도해온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돌연 보류시키면서 ‘백두혈통’ 남매의 역할 분담도 조명받고 있다. 김 위원장의 보류 지시는 동생인 김여정이 16일 담화에서 “대남 군사행동을 결행하기 위한 당 중앙군사위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한 지 7일 만이다. 4일 담화로 대남 비방 포문을 연 김여정이 인민군을 동원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4대 군사행동 지침을 마련하도록 하자 그동안 침묵하던 중앙군사위원장인 김 위원장이 제동을 건 모양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도발과 긴장 완화를 오가며 국면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북한의 전형적인 ‘이중전술’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여정에게 악역을 부여한 대신 김 위원장은 ‘최고지도자는 관대하며, 대화할 여지가 있다’는 신호를 줘 대화의 끈을 유지하는 효과를 노렸다는 것이다. 또한 최종 결정권자는 김 위원장임을 재확인하는 의도도 담겨 있다. 김 위원장이 김여정의 연쇄 담화와 도발을 통해 한국은 물론 대선을 앞둔 미국의 반응을 확인하려 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노동신문이 이날 김 위원장이 소집한 중앙군사위 예비회의에서 “나라의 전쟁 억제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국가적 대책들을 반영한 여러 문건들을 연구했다”고 한 만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같은 대미 도발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미 짜놓은 시나리오라는 분석도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군사분계선 일대의 움직임 등은 김정은 허락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김여정 역시 김 위원장의 목소리를 대신할 아바타일 뿐”이라고 진단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왜 1950년대 한국전쟁에서 싸운 뒤 (아직까지) 우리가 거기(한국에) 있어야 하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회고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월 9일 백악관 오벌오피스(대통령 집무실)에서 갑자기 이런 질문을 던졌다고 밝혔다. 시리아 철군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돌연 주한미군 문제를 꺼내든 것. 볼턴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왜 우리가 공짜로 얻어먹는(freeloading) 배은망덕(ingratitude)한 전 세계 여러 동맹국에 대해 (아직도) 이야기해야 하느냐”고 했다고 적었다. 한국전쟁 70주년을 앞두고 23일(현지 시간) 출간된 볼턴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에는 한미동맹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 장면들이 이렇게 다수 등장한다.○ “왜 우리가 북한으로부터 한국을 지키고 있나”‘주한미군은 대체 왜 있느냐’는 트럼프 대통령의 물음은 틈나는 대로 백악관 참모들에게 날아들었다. 볼턴은 회고록에서 2018년 11월 8일 오후 2시경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전과 미군 철수를 논의하던 중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는 왜 북한으로부터 한국을 지키고 있는 건가?”라고 물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 국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을 듣고 “우리가 도대체 거기서 뭘 하고 있는 거냐(What the hell are we doing there)?”고 했다.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차례 한반도 분단의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려 했지만 “(내 설명이) 아무런 영향(impact)을 주지 못한 게 분명했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서도 ‘얼간이(chumps)’ ‘워게임(war game·전쟁 연습)’ 등 노골적인 표현으로 평가절하했다고 볼턴은 주장했다.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후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2018년 7월 6, 7일 북한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결과를 보고받는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얼간이(chumps)가 되는 것을 끝낼 것”이라며 “이 ‘전쟁 연습(war game)’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가 왜 한국전에 나가 싸웠는지, 그리고 왜 우리가 여전히 한반도에 그토록 많은 병력을 갖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북한 미사일 도발에 “방위비 더 받기 좋은 때”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올리기 위해 미군 철수도 수차례 언급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남북미 판문점 회동이 있었던 지난해 6월 30일 청와대에서 가진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미군기지 비용 문제를 꺼내면서 “상황이 평화롭게 되면 아마도 우리는 떠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고 볼턴은 주장했다. 같은 해 7월 볼턴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차 한국과 일본을 방문한 결과를 보고하는 자리에선 “80억 달러(일본)와 50억 달러(한국)를 얻어내는 방식은 모든 미군을 철수한다고 위협하는 것”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볼턴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추가 보고를 받던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돈 달라고 하기에 딱 좋은 타이밍(This is a good time to be asking for the money)”이라며 “(북한) 미사일 때문에 50억 달러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는 대목도 나온다. 한편 볼턴 회고록의 파장이 커지면서 여권에선 북-미가 합의를 이루지 못한 배경에는 볼턴의 노골적인 방해 공작이 있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회고록에 따르면 볼턴은 지난해 2월 24일 북-미 2차 정상회담을 위해 선발대로 하노이로 향하던 중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에게 연락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만든 하노이 합의문 초안을 채택하지 못하도록 사전 작업을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한기재·한상준 기자}
회고록으로 한미 외교가에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는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0년 가까이 북핵 협상과 대북제재의 선봉에 있던 워싱턴의 대표적 대북 강경파이자 외교가의 유명한 ‘빅 마우스’다. 2018년 3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세 번째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돼 지난해 9월 해임될 때까지 싱가포르와 하노이에서 열린 1,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모두 참석해 협상 이면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인사 중 하나이기도 하다. 볼턴 임명 당시 청와대 안팎에서는 “악연도 이런 악연이 없다”는 말이 나왔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간신히 대화 국면을 만들어 놓았는데 ‘매파’인 볼턴 전 보좌관이 취임했기 때문이다. 그는 2005년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네오콘’의 일원으로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담당차관(2001∼2005년)을 지낼 때 북한이 ‘인간쓰레기’ ‘흡혈귀’라고 맹공격한 인사이기도 했다. 그는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선(先)핵포기, 후(後)보상’을 핵심으로 하는 ‘리비아식 해법’을 강조했고, 지난해 2월 하노이에선 ‘노딜’을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볼턴 취임 이후 어떻게든 거리를 좁히려고 공을 들였다. 볼턴의 회고록에 따르면 싱가포르 정상회담 전까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볼턴과 최소 세 차례 대면 협의를 했으며 볼턴이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논의를 피할 것을 촉구(urge)했다”고 밝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볼턴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직후 “나는 문재인 정부가 미 행정부에서 (대북 정책 실패의) 희생양을 찾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나는 ‘훼방꾼’으로 낙인찍기 좋은 상대였다”고 회고록에서 밝혔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북한의 대남 도발과 위협 속에 한미 간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미국을 방문했던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귀국 후에도 이례적으로 침묵 모드를 이어가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본부장은 미 워싱턴 덜레스 공항으로 출국하면서 방미 성과와 면담 인사들을 묻는 취재진에 “죄송하다”며 답변을 피했다. 2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뒤에도 한미연합훈련, 대북 제재 완화, 한미워킹그룹 운영 등 미국 측과 논의 내용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지만 일절 답변하지 않았다. 정부는 이 본부장의 미국 방문 시기부터 논의 내용까지 비공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일단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북한의 추가 도발 등을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외부 동선 노출을 극도로 피한 이 본부장은 카운터파트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과도 국무부 밖에서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한미, 북핵협상, 남북관계 등 거의 모든 주제들을 폭넓게 다룬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한미 수석대표 간에 대북제재 완화나 해제를 논의했을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구체적인 대화가 오갈 상황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더 많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북한의 최근 행동은 제재 해제를 위한 대미 압박 차원이 아니다. 제재 해제 협상에 나설 시간도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섣불리 제재 해제 이야기를 꺼냈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북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북한 대표단이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직전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을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차에 두고 내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The Room Where It Happened)’에서 “존 켈리(전 백악관 비서실장)는 나중에 김영철이 매우 안절부절못했고, ‘웨스트윙’(대통령 집무동)에 들어갔을 때 김정은의 친서를 차에 뒀던 것을 기억해냈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통역은 그것(친서)을 되찾기 위해 급히 뛰어갔다”며 “김영철이 ‘위대한 후계자’(김정은)에게 자신이 친서를 잃어버렸다고 어떻게 설명할지 상상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영철에게 줄 선물로 고심했고 선물 박스에 주름이 있다는 이유로 백악관 직원들에게 “당신이 망치고 있다”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볼턴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말 열린 남북미 판문점 회동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의 오찬에서 남북 정상 간 ‘핫라인’과 관련해 “그것은 조선노동당 본부에 있고 그(김 위원장)는 전혀 거기에 간 적이 없다(never went)”라고 털어놨다고 회고했다. 볼턴은 또 문 대통령이 “그 전화는 주말에는 작동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남북 정상 핫라인은 2018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 특사단이 김 위원장과 만나 합의한 뒤 그해 4월 20일 설치됐다. 하지만 이후 통화가 이뤄지지 못한 채 북한은 9일 이 핫라인을 포함한 남북 간 모든 통신연락망을 폐기한다고 밝혔다. 볼턴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정상들 중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가장 친하다”고 전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로 시작된 남북 간 긴장 상황이 북한의 대남전단 ‘맞불’로 이어지고 있다. 북한 관영매체 노동신문은 문재인 대통령의 얼굴 위에 담뱃재를 뿌린 대남전단 일부를 공개하면서 도발했고, 통일부는 거듭 ‘강한 유감’을 표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문 대통령 사진에 담뱃재 뿌린 대남전단남북 간 험악한 설전의 시작은 북한이 20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대남삐라(전단)를 공개하면서부터다. 신문은 2면에 문 대통령의 얼굴 사진 위아래로 “다 잡수셨네… 북남합의서까지”라는 문구를 합성한 전단더미 위에 담배꽁초와 담뱃재, 머리카락 등을 뿌린 사진을 실었다. 조선중앙통신도 같은 날 “여직껏(여태껏) 해놓은 짓이 있으니 응당 되돌려 받아야 하며 한번 당해보아야 얼마나 기분이 더러운지 제대로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대남전단 대량 살포 계획을 보도했다. 대량 인쇄된 전단 뭉치가 창고에 적재된 모습과 주민들이 마스크를 낀 채 인쇄하거나 정리하는 현장 사진도 공개했다. 앞서 17일 인민군 총참모부가 입장문을 통해 대적(對敵) 군사행동 계획 네 번째로 예고한 ‘인민들의 대규모 대적삐라 살포 투쟁’을 현실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통일부는 20일 즉각 “남북 간 합의의 명백한 위반”이라며 대남 비방전단 살포 계획에 유감을 표명했다. 통일부는 “우리 정부와 경찰, 접경 지역의 지자체가 협력하여 일체의 살포 행위가 원천 봉쇄될 수 있도록 철저하게 단속하고 있다”며 “북한도 더 이상의 상황 악화 조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도 20일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을 비난하는) 저열한 내용이 담긴 전단 살포는 국제사회의 비웃음을 살,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을 행태”라고 비판했다. 친여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북한을 비난하는 메시지가 속출했다. 한 누리꾼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왜 우리 문프(문 대통령)에게 난리냐”며 “우리 문프 얼굴에 낙서해 뿌릴 생각 마라”고 썼다. 북한은 하루 만에 “이미 다 깨어져 나간 북남관계를 놓고 전단 살포 계획을 변경할 의사는 전혀 없다”며 맞받아쳤다. 통일전선부 대변인은 21일 성명을 내고 “휴지장이 돼버린 합의에 대하여 남조선당국은 더 이상 논하지 말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통일부는 이날 통전부 담화에 대해 “어제 발표한 입장에 변함없다”며 “북한도 남북관계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대남전단 살포 계획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대남전단 이례적 공개로 남북 악화 장기화노동신문이 대남전단 사진을 직접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을 직접 비난한 대남전단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파악됐다. 평양을 방문해 북한 주민들 앞에서 연설까지 했던 문 대통령을 조롱함으로써 주민들의 대남 적개심을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통전부 대변인이 담화에서 “전체 인민의 의사에 따라 계획되고 있는 대남 보복 전단 살포 투쟁”이라고 밝힌 만큼 한국 적대시 기조는 당분간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대남전단을 언제쯤 살포할지는 미지수다. 총참모군이 대남 군사행동계획으로 밝힌 △금강산·개성공단 주둔군 재배치 △비무장지대 GP에 군대 주둔 △서남해상에 포병부대 증강 및 군사훈련 재개보다는 저강도 도발이지만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어 남북 합의 위반을 상징적으로 다시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부는 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준이 통과되면 이러한 계획들이 동시다발로 진행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남주홍 경기대 석좌교수는 “북한도 대남선전이 전략적인 효과를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지만 인민들의 증오심을 촉발해서 내부에서 김정은을 결사옹위하고자 하는 감정 표출로 보인다”며 “전달 살포를 둘러싼 갈등이 자칫 우발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이지훈·박성진 기자}

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로 시작된 남북 간 긴장상황이 북한의 대남전단 ‘맞불’로 이어지고 있다. 북한 관영매체 노동신문은 문재인 대통령의 얼굴 위에 담뱃재를 뿌린 대남전단 일부를 공개하면서 도발했고, 통일부는 거듭 ‘강한 유감’을 표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 문 대통령 사진에 담뱃재… 통일부 “대남전단 중단” 남북 간 험악한 설전의 시작은 북한이 20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대남삐라(전단)를 공개하면서부터다. 신문은 2면에 문 대통령의 얼굴 사진 위아래로 “다 잡수셨네… 북남합의서까지”라는 문구를 합성한 전단더미 위에 담배꽁초와 담뱃재, 머리카락 등을 뿌린 사진을 실었다. 조선중앙통신도 같은 날 “여직껏(여태껏) 해놓은 짓이 있으니 응당 되돌려 받아야 하며 한번 당해보아야 얼마나 기분이 더러운지 제대로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대남전단 대량 살포 계획을 보도했다. 대량 인쇄된 전단 뭉치가 창고에 적재된 모습과 주민들이 마스크를 낀 채 인쇄하거나 정리하는 현장 사진도 공개했다. 앞서 17일 인민군 총참모부가 입장문을 통해 대적(對敵) 군사행동 계획 네 번째로 예고한 ‘인민들의 대규모 대적삐라 살포 투쟁’을 현실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통일부는 20일 즉각 “남북 간 합의의 명백한 위반”이라며 대남 비방전단 살포 계획에 유감을 표명했다. 통일부는 “우리 정부와 경찰, 접경지역의 지자체가 협력하여 일체의 살포 행위가 원천 봉쇄될 수 있도록 철저하게 단속하고 있다”며 “북한도 더 이상의 상황 악화 조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도 20일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을 비난하는) 저열한 내용이 담긴 전단 살포는 국제사회의 비웃음을 살,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을 행태”라고 비판했다. 친여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북한을 비난하는 메시지가 속출했다. 한 누리꾼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왜 우리 문프(문 대통령)에게 난리냐”며 “우리 문프 얼굴에 낙서해 뿌릴 생각 마라”고 썼다. 북한은 하루 만에 “이미 다 깨어져 나간 북남관계를 놓고 전단 살포 계획을 변경할 의사는 전혀 없다”며 맞받아쳤다. 통일전선부 대변인은 21일 성명을 내고 “휴지장이 돼버린 합의에 대하여 남조선당국은 더 이상 논하지 말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통일부는 이날 통전부 담화에 대해 “어제 발표한 입장에 변함없다”며 “북한도 남북관계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대남전단 살포계획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대남전단 이례적 공개로 남북 악화 장기화노동신문이 대남전단 사진을 직접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을 직접 비난한 대남전단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파악됐다. 평양을 방문해 북한 주민들 앞에서 연설까지 했던 문 대통령을 조롱함으로써 주민들의 대남 적개심을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통전부 대변인이 담화에서 “전체 인민의 의사에 따라 계획되고 있는 대남 보복 전단 살포 투쟁”이라고 밝힌 만큼 한국 적대시 기조는 당분간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대남전단을 언제쯤 살포할지는 미지수다. 총참모군이 대남 군사행동계획으로 밝힌 △금강산·개성공단 주둔군 재배치 △비무장지대 GP에 군대 주둔 △서남해상에 포병부대 증강 및 군사훈련 재개보다는 저강도 도발이지만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어 남북 합의 위반을 상징적으로 다시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부는 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준이 통과되면 이러한 계획들이 동시다발로 진행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남주홍 경기대 석좌교수는 “북한도 대남선전이 전략적인 효과를 가져다 주지 못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지만 인민들의 증오심을 촉발해서 내부에서 김정은을 결사옹위하고자 하는 감정 표출로 보인다”며 “전달 살포를 둘러싼 갈등이 자칫 우발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북한의 대남 도발과 위협 속에 한미 간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미국을 방문했던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귀국 후에도 이례적으로 침묵 모드를 이어가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본부장은 미 워싱턴 덜레스 공항으로 출국하면서 방미 성과와 면담 인사들을 묻는 취재진에게 “죄송하다”며 답변을 피했다. 2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뒤에도 한미연합훈련, 대북 제재 완화, 한미워킹그룹 운영 등 미국 측과 논의 내용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지만 일절 답변하지 않았다. 정부는 이 본부장의 미국 방문 시기부터 논의 내용까지 비공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일단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북한의 추가 도발 등을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외부 동선 노출을 극도로 피한 이 본부장은 카운터파트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과도 국무부 밖에서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한미, 북핵협상, 남북 관계 등 거의 모든 주제들을 폭넓게 다룬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한미 수석대표 간에 대북제재 완화나 해제를 논의했을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구체적인 대화가 오갈 상황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더 많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지금 대북제재 해제를 위한 협상에 나설 만큼 시간이 많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섣불리 제재 해제 이야기를 꺼냈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 피츠패트릭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 워싱턴 사무소장도 “한국이 완전히 굴복해 북한을 지원하면 긴장이 줄어들겠지만, 아무도 북한을 그렇게 달래라고 권고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제재 해제는 논의 테이블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국의 소리(VOA)가 20일 보도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북한이 대남 군사행동을 예고한 가운데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7일(현지 시간) 미국을 전격 방문했다. 1월 북한 개별 관광 등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을 찾은 이후 5개월 만에 대북 리스크 관리를 위해 방문한 것. 정부는 “상황 악화를 방지하는 데 중점을 둔 방문”이라며 추가적인 북한의 도발을 방지하기 위한 긴밀한 한미 조율을 예고했다.○ 北 ‘적대 행위’ 나선 뒤 첫 韓美 고위급 협의이 본부장의 방미는 북한의 대남 도발이 본격화된 가운데 한미 간 채널이 가동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미가 굳건한 동맹임을 재차 확인하고, 강경한 입장을 내는 것 자체가 북한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미는 비핵화 대화가 진전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정부의 대북 사업 추진 속도를 놓고 종종 이견도 노출해 왔는데 이번 북한발 위기로 공조가 긴밀해질 수 있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의 도발에 대항하는 한미 결속이 공고해지면 그 울림은 크다”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워싱턴에서 국무부 대북협상특별대표를 겸하고 있는 스티븐 비건 부장관 등과 협의를 갖는다. 비건 부장관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양제츠(楊潔지)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의 16, 17일 하와이 회담에 배석한 이후 20일경 워싱턴으로 돌아와 이 본부장을 만나는 것을 감안하면 미중 간 대북 논의에 이어 한미가 협의에 들어가는 셈이다. 이번 한미 협의에서는 한미 간 소통 채널 강화도 심도 있게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연스레 한미워킹그룹의 명운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여정은 17일 담화에서 남북 협력의 장애물로 한미워킹그룹을 콕 집어 비난하기도 했다. 여권에선 ‘한미워킹그룹에서 벗어나라’는 주문도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순기능도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워킹그룹은 북한의 비핵화와 함께 남북 협력사업들을 효율적으로 논의하는 한미 간 협의체”라고 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18년 11월 출범 이래 워킹그룹을 통해 최종 제재 면제가 이뤄진 남북사업 12건 중 남북공동유해발굴사업 등 8건은 북한의 호응이 없어 중단됐다. 미국의 ‘제동’보다는 북한의 ‘무응답’이 주된 걸림돌이었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는 이번 한미 협의에 대해 공개적인 입장을 꺼리고 있다. 한껏 날이 선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미 워싱턴 덜레스공항에 도착한 이 본부장은 평소 출장 때와는 달리 “지금 말하면 안 된다. 죄송하다”고만 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예고 없이 방미가 진행된 것에 대해 “비공개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고 했다.○ “트럼프, 대북 위기 공조의 대가 요구할 수도”미 조야에서는 이번 기회에 느슨했던 한미 간의 대북 ‘2인 3각’을 재점검해 보자는 움직임도 나온다. 미 민주당 상원 동아태 소위 간사인 에드워드 마키 의원과 하원 동아태·비확산소위원회 위원장인 아미 베라 의원은 17일(현지 시간) 한미동맹 강화 법안인 ‘같이 갑시다(We Go Together)’를 발의할 예정이라고 미국의소리(VOA)가 보도했다. 두 의원은 “북한과 중국의 위협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미 간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며, 대통령이 한미 상호방위조약 관련 정책을 바꾸려고 조치하기 전에 이에 대한 입증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았다”고 밝혔다. 다만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깊숙이 대북 문제에 관여하거나 한미동맹 강화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미국에 북한 문제는 현재 중요치 않다. 북한이 손들고 나와서 협상 테이블에 임해 성과가 보장된다거나 북한이 미사일 발사 위협을 하지 않는 한 미국이 한국과의 관계를 강화할 유인이 없다”고 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부 교수는 “한국이 아쉬운 소리를 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를 더 요구할 수도 있고 미중 갈등에 더 동참시킬 수 있다”고 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지 하루 만인 17일 ‘서울 불바다’를 언급하며 군사 도발을 위협하자 청와대도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에 “사리분별 못 하는 언행을 더 이상 감내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면 대응에 나섰다. 남북이 전면적인 ‘강 대 강’ 대치 국면으로 접어든 것.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최근 북한의 행태를 두고 “화가 났다”고 했다. 한반도 긴장 상태가 현 정부 들어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북한은 이날 오전 6시부터 김여정의 담화 등 7건의 담화와 논평, 보도 등 말폭탄을 쏟아냈다. 김여정은 남북 협력을 강조한 15일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스스로 ‘말폭탄’이라고 규정한 담화를 내고 “철면피한 감언이설을 듣자니 역스럽다(역겹다)”며 “멀쩡해 보이는 사람이 정신은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인민군 총참모부는 금강산 및 개성공단 내 군대 주둔, 비무장지대 내 감시초소(GP) 병력 진출, 서해 군 훈련 재개 등의 군사행동계획을 내놨다. 특히 조선중앙통신은 “서울 불바다설이 다시 떠오를 수 있고 그보다 더 끔찍한 위협이 가해질 수도 있다”고 했다. 북한이 판문점선언에 이어 9·19 남북군사합의와 2000년 6·15 남북군사합의까지 파기하겠다고 나서자 청와대와 통일부,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20분간 차례로 나서 북한을 맹비판했다. 윤도한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김여정이) 매우 무례한 어조로 폄훼한 것은 몰상식한 행위”라며 “모든 사태의 결과는 전적으로 북측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동진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도 북한의 군사행동 위협에 대해 “북측은 반드시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동의 추진에 대해 “현 시점에서 어려운 게 아닐까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도 이날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등과 오찬을 한 자리에서 “북한에 대해 굉장히 실망스럽다”고 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청와대가 전례 없는 강경 대응으로 전환한 것은 남북관계가 사실상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대북 특별사절단(특사) 제안을 거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특사로 파견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제안을 김여정이 거절했다고 밝혔다. 윤 수석은 “비공개로 제의한 것을 일방적으로 공개했다”며 “전례 없는 비상식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8시 30분부터 정 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었다. 청와대는 “(북한 도발에 대한) 우리 측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한상준 alwaysj@donga.com·신나리 기자}

“실망스럽고 화가 난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계속되고 있는 북한의 말 폭탄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 임동원, 박재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등과의 오찬 자리에서다. 청와대가 이날 문 대통령을 향해 “역겹다” 등 비난을 퍼부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을 향해 “사리 분별 못 하는 언행” 등의 표현을 써가며 정면 대응에 나선 데는 이런 문 대통령의 판단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군사적 충돌을 우려한 문 대통령은 “상황 악화를 방지해야 하지만 마땅한 대응 방법이 없다”면서도 “그래도 인내를 갖고 남북 관계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실망과 좌절감 표출한 文문 대통령은 이날 2시간 동안 진행된 오찬에서 북한의 강경 대응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문 대통령은 “지금 상황에 화가 난다. 좌절스럽다”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문 대통령이 ‘실망’ ‘좌절감’ ‘인내’ 등 단어를 가장 많이 언급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이 가장 엄중한 위기 상황”이라며 “미국과 북한을 설득하며 해온 그 많은 노력이 물거품이 될 위기”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김여정 등의 대남 비난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 “도를 넘었다”며 “나보다 국민이 더 충격을 받았을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북한이 사실상 준외교 공관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상황에서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는 답답함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이를 해결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북-미 관계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 쪽이 대화의 상대인 북한도 좀 배려하면서 풀어 나갔어야 하는데 미국 관료들의 반발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노딜로 간 게 아쉽다. 트럼프 대통령도 아쉽게 생각한다”고 했다. 동시에 문 대통령은 대북전단 문제에 대해 “막을 수 있었는데 미온적이었다”고 했다. 이어 “관련 법규가 있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는데 관련 부처가 관성에 젖어 대응을 제대로 못 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추가적인 상황 악화를 막도록 해야 한다”며 “북한과의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화를 공개해도 되느냐’는 참석자들의 질문에 “그러시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신공격 쏟아낸 김여정 vs 靑 “몰상식” 난타전앞서 김여정은 이날 ‘철면피한 감언이설을 듣자니 역스럽다’는 제목의 담화로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아 남북 대화를 재차 강조한 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며 인신공격성 비난을 쏟아냈다. 김여정은 “새삼 혐오감을 금할 수 없다. 한마디로 맹물 먹고 속이 얹힌 소리같은 철면피하고 뻔뻔스러운 내용만 구구하게 늘어놓았다”며 “자기변명과 책임회피, 뿌리 깊은 사대주의로 점철된 남조선 당국자의 연설을 듣자니 저도 모르게 속이 메슥메슥해지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과거 그토록 입에 자주 올리던 ‘운전자론’이 무색해지는 변명” “마디마디에 철면피함과 뻔뻔함이 매캐하게 묻어나오는 궤변” “정신이 잘못된 것 아닌가” 등 앞선 담화보다 한층 수위 높은 원색적 표현도 담겼다. 그러면서 “마이크 앞에만 나서면 마치 어린애같이 천진하고 희망에 부푼 꿈같은 소리만 토사하고 온갖 잘난 척, 정의로운 척, 원칙적인 척하며 평화의 사도처럼 처신머리 역겹게 하고 돌아가니 그 꼴불견 혼자 보기 아까워 우리 인민들에게도 좀 알리자고 내가 오늘 또 말 폭탄을 터뜨리게 된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윤도한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북측의 이러한 사리 분별 못 하는 언행을 우리로서는 더 이상 감내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남북이 거친 언사를 경쟁하듯 주고받은 것은 처음이다. 윤 수석의 발표문은 이날 오전 8시 반부터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끝난 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과 조율하고 문 대통령이 최종 재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과 통일부도 일제히 가세했다. 전동진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은 “북측은 반드시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호 통일부 차관은 “북측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강 대 강’의 대치 국면을 각오하고 강경 대응으로 돌아선 것은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군이 이틀 연속 강력한 대응을 천명한 것도 북한이 국지 도발 등에 나설 경우 즉각 군사적인 맞대응에 나서겠다는 뜻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박효목 tree624@donga.com·신나리 기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최근 대남사업 총괄역을 앞세워 북한 국정 전면에 나서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건강을 둘러싼 의문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김 위원장의 권력 승계 과정에서 북한이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을 감행했던 것과 비교하며 김여정이 후계자 구도를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4일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는 담화로 포문을 연 김여정은 이후 13일간 세 차례 담화로 대남 강경 드라이브를 주도하고 있다. 노동신문이 김여정의 4일 담화를 최고지도자의 교시처럼 인용한 데 이어 조선중앙TV는 17일 문재인 대통령의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축사를 비난한 김여정의 담화 전문을 그대로 읽었다. 당초 김여정이 첫 담화를 낼 때만 해도 후계자설을 낮게 평가했던 외교가의 분위기도 김여정이 군 동원 능력까지 과시하자 달라지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인 이성윤 터프츠대 플레처스쿨 교수는 “김정은의 아이들이 후계를 받기는 너무 어리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느꼈을 가능성이 있어 김여정의 이름으로 이뤄진 구체적 성과가 필요했다”고 분석했다고 뉴스위크가 16일(현지 시간) 전했다. 김여정의 급부상 배경으로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 의혹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 김여정이 “이달 초 사실상 김 위원장의 대행(Deputy)으로 공식 승격됐다”면서 “김여정의 급부상은 북한 지도자(김정은)의 건강이 좋지는 않다는 추측에 불을 지필 만큼 깜짝 놀랄 변화(stunning shift)”라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김정은-김여정 남매의 이중적 통치 구조를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도 보고 있다. 미래통합당 태영호 의원은 “이번 기회에 김정은 남매는 김여정이 여성이지만 강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려 하는 것 같다”면서 “김정은 옆에 동생 김여정이라는 확고한 2인자가 있다는 사실을 북한 주민들에게 보이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구가인 기자}

최고조로 치닫는 남북 긴장 국면의 불똥이 외교·안보 라인 개편으로 옮겨 붙고 있다. 여권에서조차 “외교·안보 라인이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다”며 쇄신론이 터져 나왔고, 결국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이제 정치권과 외교가의 관심은 대북 라인 투톱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의 거취에 쏠리고 있다. 김 장관은 이날 오후 3시경 통일부 기자실을 찾아 “남북 관계 악화의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했다”며 “한반도 평화 번영을 바라는 많은 국민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에 끝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직후 사의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지난해 4월 취임했다. 김 장관의 사퇴는 여권 내부의 기류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16일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상황이 이 지경까지 왔으면 정 실장과 김 장관은 책임지고 먼저 사표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도 이날 김 장관의 사의 표명 전 “도대체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통일부도 완전히 개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에서 외교·안보 라인 개편 목소리가 커지는 첫 번째 이유는 “상황이 이 지경까지 되도록 외교·안보 라인은 뭘 했느냐”는 책임론이다. 북한이 대남 공세의 빌미로 삼았던 대북전단(삐라)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어떻게든 정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외교·안보 라인이 신경 쓰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남북이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외교·안보 라인 교체를 계기로 냉각기를 갖는 방법을 고민해볼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김 장관도 사의 표명 뒤 “분위기를 쇄신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게 제게 주어진 책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일부 일각에서는 김 장관의 사퇴를 두고 “청와대가 대남 강경 공세를 주도하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에게 치적을 하나 더 달아준 셈이 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당분간 김 장관의 후임을 지명하지 않고 서호 통일부 차관 대행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후임 통일부 장관 후보로는 2018년 남북 대화 국면의 핵심이었던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지난해 3월 개각 당시 통일부 장관 후보로 거론됐던 민주당 우상호 의원 등이 거명되고 있다. 한편 대북 라인의 투톱인 정 실장과 서 원장은 문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해 와 지난해부터 계속 사의설이 불거진 바 있다. 올해 74세인 정 실장은 4·15총선 전부터 “이제는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여당에선 서 원장에 대한 책임론도 공개적으로 나왔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 “지난해 10월부터 이야기들이 계속 나오고 있었던 것”이라며 “국정원이 (청와대에) 희망 섞인 보고를 한 건지, 나쁘게 말하면 기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한상준 alwaysj@donga.com·신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