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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된 지 5일 만인 지난달 30일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손정민 씨(22)의 머리 부분에서 상처가 발견됐지만 사망 원인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손 씨의 아버지는 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발견 당시 아들의 머리 뒷부분에 손가락 두 마디 크기의 상처가 두 군데 있었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육안으로 1차 부검을 한 뒤 ‘해당 상처는 두개골까지 영향을 주지 않아 직접 사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발견 당시 손 씨의 뺨 근육이 일부 파열된 상태였지만 이 또한 직접 사인은 아닌 것으로 국과수는 판단했다고 한다. 국과수는 1일 손 씨에 대한 부검을 진행했으며 채취한 시료를 바탕으로 정밀감식을 진행해 정확한 사인을 밝힐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밀감식 결과가 나오기까지 15일 정도가 소요된다”고 밝혔다. 손 씨는 지난달 25일 새벽 친구와 함께 반포한강공원을 찾았다가 실종된 후 5일 만에 실종 지점과 가까운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발견됐다. 손 씨 아버지는 사건 당일 손 씨 친구 측의 대응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사건 당일 새벽 3시 반 친구가 본인 휴대전화로 부모와 통화하면서 ‘정민이가 안 일어나 집에 못 가고 있다’고 했다고 하는데 정민이가 바로 옆에 있던 상황에서 이뤄진 중요한 통화였음에도 친구 측으로부터 통화 얘기를 듣지 못했다. 실종 이틀 뒤에야 경찰이 알려줘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또 “한강공원이 바로 집 앞이어서 친구 측에서 바로 우리에게 알렸다면 즉시 찾으러 갔을 텐데 친구 측의 전화가 온 건 오전 5시 29분이었다”고 말했다. 손 씨 아버지는 아들이 발견된 지난달 30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정민이를 찾아주신 민간구조사 차종욱님께 깊은 감사 인사를 드린다”며 “물때까지 파악해 구해주지 않았다면 정민이가 이 상태로 며칠째 차가운 강물 속에서 있었을지 생각하기도 싫다”고 썼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2019년 국회 인근에서 문재인 대통령 등을 비난하는 전단을 배포했던 30대 남성이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문 대통령과 여권 인사들을 비난하는 전단을 뿌린 혐의(모욕죄 등)를 받고 있는 A 씨를 지난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2019년 7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분수대 부근에서 전단을 살포했다. 해당 전단에는 문 대통령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의 할아버지 등이 친일 행위를 했다는 주장을 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경찰은 A 씨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는 등 관련 조사를 진행해왔다. A 씨 측은 “경찰이 조사 과정에서 고소인을 알려주지 않아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모욕죄는 피해자나 그 대리인이 직접 고소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에 해당한다. 경찰 관계자는 “친고죄가 맞고, 해당 사건에 고소인이 존재하는 것도 맞다. 고소인이 개인인지 단체인지 등 관련 정보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외국인근로자는 일당 3배를 준다 해도 찾을 수가 없어요. 한국인은 아예 오려고도 안 하고…. 정말 올해 농사도 앞이 깜깜합니다.” 23일 오전 충북 괴산군 불정면에 있는 한 담배밭. 900평(약 2975m²)이 넘는 넓은 밭엔 주인인 여정순 씨(57) 부부와 나이 지긋한 어르신 3명밖에 없었다. 한참을 밭을 갈다 ‘에구구’ 소리를 내며 겨우 허리를 편 여 씨는 “저쪽 밭은 또 언제 간대”라며 혼잣말을 했다. 봄을 맞아 갈수록 할 일이 늘고 있지만 여 씨 부부는 걱정이 태산이다. 외국인근로자를 구하지 못해 통사정 끝에 친척 3명이 도우러 왔지만 모두 일흔이 넘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여 씨 부부가 하루 12시간씩 강행군해도 농사 일정을 맞추기 어렵다. 여 씨는 “지난해부터 외국인근로자 씨가 말라 인건비가 몇 배로 든다. 올해는 일당이 15만 원까지 치솟았다. 농사를 30년 지었지만 이렇게 힘든 건 처음”이라며 속상해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1년 넘게 이어지며 힘겹지 않은 국민이 없지만, ‘일손 공백’까지 겪고 있는 농민과 어민 등의 시름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외국인근로자 신규 입국이 사실상 중단돼 인력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주에서 광어 양식을 하는 지상일 씨(43)도 애가 타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지 씨는 체류기간이 만료된 외국인근로자 3명을 떠나보낸 뒤 추가 인원을 못 구해 큰 손해를 입었다. 남은 직원 넷과 열심히 노력했지만 10월에만 광어 20t을 폐사로 잃었을 정도다.올해도 눈앞이 캄캄하다. 외국인근로자 배정을 신청한 지 한참 지났지만 여전히 소식이 없다. 지 씨는 “수온이 오르면 광어를 분산해야 하는데, 일손이 달려 이틀 걸릴 작업이 열흘 넘게 걸렸다”며 “대안이 없으니 속만 시커멓게 타들어간다”며 한숨지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비전문취업(E-9) 비자를 통해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근로자는 3650명. 2019년 3만7213명이 입국했던 것과 비교하면 10분의 1도 안 된다. 현재 국내에 있는 외국인근로자는 16만8940명(3월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약 5만 명이 줄어들었다. 현장의 일손 부족은 외국인근로자에게도 커다란 고역이다. 경기도에 있는 한 소규모 제조업공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A 씨(42)는 “사람이 부족하다 보니 노동 강도가 크게 높아졌다”고 호소했다. 지난해 11월 체류기간이 끝난 동료 3명이 떠난 뒤 남은 동료들이 부족한 인력을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고용부는 이달 2일 태국과 베트남 등 비교적 코로나19 상황이 나은 5개국에서 신규 외국인근로자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농가에 ‘내국인 파견근로자 고용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파견근로업체를 통해 근로자를 고용한 농가에 4대 보험료와 수수료 등 1인당 월 36만 원을 대신 내주는 방식이다. 외국인근로자 체류 연장 카드도 내놓았다. 법무부 등은 13일 “올해 말까지 체류 및 취업활동기간이 끝나는 외국인근로자는 기간을 1년 연장해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선 실효성 없는 대책이란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상황이 유동적이라 외국인근로자가 언제 들어올지 모르고, 이미 인력이 부족한 상황을 남은 이들의 체류 연장으로 버티긴 힘들다는 하소연이다. 어민 오재혁 씨(42)도 “이미 외국인근로자들은 다 출국했는데 이제와 기간을 늘려준들 무슨 소용이냐”고 푸념했다. 한 노동 전문가는 “장기적으로는 외국인근로자에 의존하는 산업구조를 개선해야겠지만 당장 생계가 걸린 농어민들을 도울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현장 실태를 파악해 맞춤 처방을 서둘러 내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괴산=유채연 ycy@donga.com /박종민 / 세종=주애진 기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자신의 선거운동을 도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 해직교사 등 5명을 부당하게 특별채용했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와 관련해 교육시민단체들이 조 교육감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서울경찰청은 해당 사건을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배당하기로 했다. 그러나 조 교육감은 “특별채용은 교육계 과거사 청산과 화합을 위한 노력 중 하나였다”며 반박을 이어갔다.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등 교육 관련 시민단체 3곳은 26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 각 분야의 적폐가 곳곳에서 물의를 빚어 왔지만 신성한 교육 현장에서마저 이럴 줄 몰랐다”며 “보은성 코드 인사로 공정의 가치를 훼손한 조 교육감은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신현욱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정책본부장도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특별채용 정황이 감사에서 분명히 드러났는데도 조 교육감은 잘못이 없다고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조 교육감은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재량권 내에서 적법하게 추진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조 교육감은 “교육 양극화 및 특권 교육 폐지 등에 공적이 있는 교사들에게 특별채용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새로운 시대정신에 맞는다고 판단했다”며 “5명만 특정해 채용한 게 아니라 최상위 점수를 얻은 지원자를 임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감사원은 조 교육감이 정해진 심사위원 구성 방식을 무시한 채 비서실장 측근들로 심사위원을 구성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으나 이에 대한 해명은 없었다. 조 교육감은 또 “특별채용은 저와 정치 성향이 다른 전임 문용린 교육감 시절에도 이뤄졌던 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계 관계자는 “문 전 교육감 시절 이뤄진 전교조 특별채용은 전임자였던 곽노현 전 교육감이 추진했던 것”이라며 “곽 전 교육감이 후보자 매수 혐의로 교육감직을 상실하면서 문 교육감 재임 중 채용이 실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안이 임용난에 시달리는 젊은 예비교사들의 공분을 자아낸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조 교육감은 “신규 채용이 아니라 기존 교사를 다시 받아들이는 문제라 기회를 박탈한다는 주장은 전혀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교육계 인사는 “빈자리가 안 나는데 무슨 수로 신규 교사를 뽑느냐”며 “특채가 신규 채용과 무관하다는 건 궤변”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조 교육감의 SNS 해명 글에는 노옥희 울산시교육감,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최교진 세종시교육감 등이 남긴 응원과 지지 댓글이 여럿 달렸다. 이들은 모두 전교조 출신 교육감이다. 전교조 서울지부와 서울교육단체협의회 등으로 구성된 서울교육지키기 비상대책위원회는 감사원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사원은 경찰 고발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이소정 sojee@donga.com·최예나·박종민 기자}

“이 가게에 들어서면 내 20대 시절이 보이는 것 같아.” 26일 오전 서울 중구에 있는 일명 ‘노가리골목.’ 이곳의 유명 주점 가운데 하나인 ‘을지OB베어’에 앉아있던 윤제훈 씨(61)는 상념에 잠긴 듯 한마디 했다. 윤 씨는 “내 청춘이 담긴 곳의 추억을 지키기 위해 왔다”고 했다. 1980년 문을 열어 41년 동안 같은 자리를 지켜온 을지OB베어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2018년 건물주 측이 “임대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뒤 명도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업소 측은 지난해 최종 패소해 가게를 비워줘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11월과 올해 3월 강제집행을 시도할 때마다 윤 씨와 같은 단골고객과 주변 상인, 시민단체 등이 나서서 막아서고 있다. 26일은 세 번째 강제집행이 예고된 날. 을지OB베어는 아침 일찍부터 사람들로 가득 찼다. 인근에서 50여 년 동안 가게를 운영해온 이효용 씨(71)는 “수 년 동안 안주 가격도 안 올리고 장사해온 가게다. 고마운 마음을 갚고 싶어서 1차 강제집행 때부터 계속 왔다”고 말했다. 을지OB베어 맞은편에 있는 유명주점 ‘뮌헨호프’의 정규호 사장(78)도 “다른 호프집이 다 없어지는 걸 보면서도 30년 가까이 함께 이 골목을 지켜왔다. 어떤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날 강제집행이 취소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에야 자리를 떠났다. 서울시는 2015년 노가리골목 전체를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선정했다. 을지OB베어도 중소벤처기업부가 2018년 선정한 ‘백년가게’에 이름을 올렸다. 장인에게 을지OB베어 물려받아 운영해온 최수영 씨(66)는 “‘노가리골목’이란 말이 생기기 전부터 이 자리에서 장사했다”며 “노가리골목과 우리 가게는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공기관이 개인 분쟁에 개입하기도 어렵다. 서울시 관계자는 “미래유산의 선정 취지는 상인들의 자발적인 보전 독려를 위한 것으로, 건물주와의 분쟁에 시가 개입할 명분은 없다”고 말했다. 중기부 측도 “백년가게의 노후 시설 교체 등을 돕는 사업은 진행하지만 개인 분쟁에 개입할 순 없는 노릇”이라고 전했다. 건물주 측 법률대리인은 2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임대차 분쟁 관련 입장은 을지OB베어에 모두 서면으로 전달했다”고 말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무슨 축제나 행사라도 열린 줄 알았어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야외라지만 저렇게 가득 모여 술 마셔도 괜찮나요?” 23일 금요일 오후 10시 반경 서울 종로구 청계천. 야근을 마치고 퇴근하던 회사원 박모 씨(47)는 청계천 쪽에서 나는 왁자지껄한 소리에 무심코 다가갔다가 깜짝 놀랐다. 청계천 주변과 계단 등을 사람들이 가득 메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다수 시민들은 마스크를 벗거나 턱까지 내린 채 술을 마시고 있었다. 박 씨는 “과장이 아니라 술 냄새가 바깥 도로까지 진동할 정도였다”며 “어떻게 별다른 제재 없이 이런 게 가능한지 의아했다”고 전했다. 최근 서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250명을 넘어서는 등 감염 우려가 커졌지만 청계천에 인파가 몰리며 방역수칙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한강공원과 대학 캠퍼스 등에서 문제로 지적됐던 5인 이상 모임 또는 마스크 미착용 등이 서울 도심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식당 등의 오후 10시 이후 영업은 막아놓고, 이는 단속 안 하면 무슨 소용이냐”는 자영업자들의 볼멘소리도 나온다. 동아일보가 23, 24일 밤 청계천 주변을 돌아봤더니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고 술자리를 갖는 시민들이 수백 명에 이르렀다. 24일 오후 10시∼11시 30분 1시간 반 동안 청계천관리처가 세운상가 인근부터 청계광장까지 약 1.6km 구간에서 302명에게 음주 금지 및 방역수칙 준수를 계도할 정도였다. 청계천은 원래 서울시 조례에 따라 코로나19가 아니어도 음주가 금지된 구역이다. 하지만 해가 떨어지는 오후 7시쯤부터 이런 규칙은 쓸모가 없어졌다. 곳곳에서 술판이 벌어지기 시작하더니 술집이 문을 닫는 오후 10시 전후부터는 괜찮은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붐볐다. 방역수칙 위반은 숫자를 세기도 힘들 정도였다. 빽빽하게 들어앉아 1m 이상 거리 두기는 애당초 물 건너간 상황. 24일 밤 청계천관리처로부터 마스크 부실 착용 지적을 받은 시민은 175명에 이르렀다. 5인 이상 집합금지를 어긴 이들도 상당했다. 청계천관리처 관계자는 “단속 권한이 없어 주의를 줘도 그때뿐”이라며 “오히려 큰소리치고 멱살을 잡아 경찰에 신고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청계천 산책로 800m에 230명 인파… 대부분 음주-5인이상 모임도밤 10시 청계천은 거대한 술판“여긴 야외라서 5명 이상 모여도 되는 줄 알았어요.” 24일 밤 서울 청계천 관수교 인근에서 술을 마시던 남녀 6명은 서울시설공단 청계천관리처 관계자가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된다”고 자제를 요청하자 당황하는 눈치였다. 일행 중 하나인 대학생 이모 씨(22)는 관계자가 자리를 떠난 뒤 “일행이 많아 일부러 식당에 안 가고 청계천에 왔다”며 “실외에서도 5인 이상 집합금지가 적용되는 줄 몰랐다”고 머쓱해했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히 방역수칙을 준수했느냐 여부가 아니다. 바깥이라도 사람들이 밀집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언제든 전파될 수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당연하다. 코로나19는 비말(침방울)로 전염되기 때문에 야외라도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특히 야외 확진은 감염 경로마저 불분명해 역학조사도 쉽지 않다. 이른바 ‘깜깜이 감염’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밀집된 술판, 방역수칙 요청해도 효과 없어 24일 오후 10시 반경 800m 정도 되는 청계천 광교와 관수교 사이의 인파를 세어봤더니 23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 있었다. 촘촘히 앉은 이들은 대부분 술을 마시고 있었다. 특히 삼일교 밑 돌계단에서는 30여 명이 서로 어깨가 닿을 정도로 밀착한 모습도 보였다.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는 “5인 이상 집합금지가 실내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잘못 알고 계신 시민이 많다. 해당 지침은 실내외 구분이 없다”라고 우려했다. 야외라고 가볍게 술을 마시는 것도 아니었다. 남녀 예닐곱이 뒤섞인 한 무리는 생선회 등을 차려놓고 소주를 나눠 마시기도 했다. 떡볶이와 컵라면을 안주로 삼아 ‘소맥’을 즐기는 이들도 있었다. 거나한 술자리 탓인지 돌계단의 그늘진 구석에는 취객들이 버려놓은 쓰레기에 토사물 흔적까지 지저분하게 널려 있었다. 청계천관리처 관계자는 “시 조례인 음주 금지를 어기는 것도 모자라서 먹다 남은 술병이나 음식물 등을 그대로 버리고 가는 시민들이 너무 많다”며 “쓰레기를 치우는 데만 시간이 한참 걸린다”고 하소연했다. 청계천은 모두 28명이 7명씩 교대로 근무하며 24시간 순찰한다. 총길이 11km에 이르는 청계천에서 안전요원은 7명뿐인 셈이다. 그마저도 방역수칙 준수와 음주 금지 등을 계속해서 알려줘도 그다지 개선되지 않는 것도 문제였다. 관리처 관계자들과 동행해봤더니 “술 마시면 안 된다”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안내를 받을 땐 지키는 척하다가 금방 다시 풀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단속 권한 없는 계도만으론 방역 한계” 청계천은 서울시 조례에 따라 서울시설공단이 관리 및 운영 책임을 맡는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설관리와 운영 업무는 시설공단에 일임돼 있다”며 “일상적인 방역 업무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청계천은 종로구와 중구, 동대문구, 성동구 등 자치구 4곳으로 이어지지만 “방역 관리 책임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 구청 관계자는 “현장 순찰 등 1차 방역은 서울시설공단이 맡고, 구청은 민원이 들어올 경우에 한해서 대응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청계천관리처는 계도만 가능할 뿐 과태료 부과 등 단속 권한이 없다. 행정지도를 할 순 있지만 강제성이 없어 따르지 않아도 제재할 수단이 없는 셈이다. 청계천관리처 관계자는 “실제로 ‘니들이 뭔데 시비냐’며 몸싸움을 걸어오는 경우도 있어 어쩔 수 없이 경찰에 신고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청계천 인근 상인들은 방역수칙의 형평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인근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박모 씨(43)는 “오후 10시에 손님을 내보내면 ‘청계천 가서 한잔 더 하자’는 분들이 적지 않다. 이렇게 되면 업소들의 영업시간만 제한되고 있을 뿐 실제 방역 효과는 떨어지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조응형 yesbro@donga.com·오승준·박종민 기자}

“여긴 야외라서 5명 이상 모여도 되는 줄 알았어요.” 24일 밤 서울 청계천 관수교 인근에서 술을 마시던 남녀 6명은 서울시설공단 청계천관리처 관계자가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된다”고 자제를 요청하자 당황하는 눈치였다. 일행 중 하나인 대학생 이모 씨(22)는 관계자가 자리를 떠난 뒤 “일행이 많아 일부러 식당에 안 가고 청계천에 왔다”며 “실외에서도 5인 이상 집합금지가 적용되는 줄 몰랐다”고 머쓱해했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히 방역수칙을 준수했느냐 여부가 아니다. 바깥이라도 사람들이 밀집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언제든 전파될 수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당연하다. 코로나19는 비말(침방울)로 전염되기 때문에 야외라도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특히 야외 확진은 감염 경로마저 불분명해 역학조사도 쉽지 않다. 이른바 ‘깜깜이 감염’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밀집된 술판, 방역수칙 요청해도 효과 없어 24일 오후 10시 반경 800m 정도 되는 청계천 광교와 관수교 사이의 인파를 세어봤더니 23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 있었다. 촘촘히 앉은 이들은 대부분 술을 마시고 있었다. 특히 삼일교 밑 돌계단에서는 30여 명이 서로 어깨가 닿을 정도로 밀착한 모습도 보였다.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는 “5인 이상 집합금지가 실내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잘못 알고 계신 시민이 많다. 해당 지침은 실내외 구분이 없다”라고 우려했다. 야외라고 가볍게 술을 마시는 것도 아니었다. 남녀 예닐곱이 뒤섞인 한 무리는 생선회 등을 차려놓고 소주를 나눠 마시기도 했다. 떡볶이와 컵라면을 안주로 삼아 ‘소맥’을 즐기는 이들도 있었다. 거나한 술자리 탓인지 돌계단의 그늘진 구석에는 취객들이 버려놓은 쓰레기에 토사물 흔적까지 지저분하게 널려 있었다. 청계천관리처 관계자는 “시 조례인 음주 금지를 어기는 것도 모자라서 먹다 남은 술병이나 음식물 등을 그대로 버리고 가는 시민들이 너무 많다”며 “쓰레기를 치우는 데만 시간이 한참 걸린다”고 하소연했다. 청계천은 모두 28명이 7명씩 교대로 근무하며 24시간 순찰한다. 총길이 11km에 이르는 청계천에서 안전요원은 7명뿐인 셈이다. 그마저도 방역수칙 준수와 음주 금지 등을 계속해서 알려줘도 그다지 개선되지 않는 것도 문제였다. 관리처 관계자들과 동행해봤더니 “술 마시면 안 된다”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안내를 받을 땐 지키는 척하다가 금방 다시 풀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단속 권한 없는 계도만으론 방역 한계”청계천은 서울시 조례에 따라 서울시설공단이 관리 및 운영 책임을 맡는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설관리와 운영 업무는 시설공단에 일임돼 있다”며 “일상적인 방역 업무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청계천은 종로구와 중구, 동대문구, 성동구 등 자치구 4곳으로 이어지지만 “방역 관리 책임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 구청 관계자는 “현장 순찰 등 1차 방역은 서울시설공단이 맡고, 구청은 민원이 들어올 경우에 한해서 대응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청계천관리처는 계도만 가능할 뿐 과태료 부과 등 단속 권한이 없다. 행정지도를 할 순 있지만 강제성이 없어 따르지 않아도 제재할 수단이 없는 셈이다. 청계천관리처 관계자는 “실제로 ‘니들이 뭔데 시비냐’며 몸싸움을 걸어오는 경우도 있어 어쩔 수 없이 경찰에 신고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청계천 인근 상인들은 방역수칙의 형평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인근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박모 씨(43)는 “오후 10시에 손님을 내보내면 ‘청계천 가서 한잔 더 하자’는 분들이 적지 않다. 이렇게 되면 업소들의 영업시간만 제한되고 있을 뿐 실제 방역 효과는 떨어지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조응형 yesbro@donga.com·오승준·박종민 기자}
서울주택도시공사(SH) 직원들이 개발 관련 정보를 부동산 업자들에게 넘겨주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이 23일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SH 직원들의 뇌물 수수 및 부패방지법 위반 의혹과 관련해 오전 9시 반부터 SH 본사와 지역센터 2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경찰의 수사 대상에 오른 SH 직원은 부장급 직원을 포함해 모두 3명이다. 경찰은 이들이 고덕강일지구 등 SH가 공급하는 공공주택지구의 세부 활용 계획과 규모 등을 지역 부동산 업자에게 알려주고 그 대가로 금품 등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 대상에 오른 3명은 모두 SH에서 택지 개발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경남경찰청 부동산투기사범 특별수사대는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경남 창원 성산)이 대표이사를 지냈던 제조업체와 강 의원 부인, 아들이 최대 주주인 I사를 22일 압수수색해 대출 관련 서류 등을 확보했다”고 23일 밝혔다.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출범한 뒤 경찰이 현직 국회의원과 관련해 강제 수사에 돌입한 것은 처음이다. I사 등은 2018년 경남 진해항 제2부두 터 7만9000m²를 감정가보다 싸게 샀다가 2019, 2020년 일부 매각해 시세차익을 남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은 I사의 부지 매입 과정에서 부정 대출이 이뤄진 정황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강 의원을 직접 겨냥한 압수수색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강 의원은 “부동산 매입은 물론이고 이들 회사의 경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있으며 압수수색의 구체적인 내용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특수본은 세종시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선정 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인접 토지를 매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A 씨를 이날 조사했다.박종민 blick@donga.com / 부산=강정훈 / 권기범 기자}

술에 취한 채 옛 여자 친구에게 다시 교제할 것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하자 여성을 무차별 폭행한 20대 남성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29) 씨는 21일 오후 10시 반경 헤어진 여자친구인 B 씨를 찾아가 “다시 사귀고 싶다”며 만남을 요구했다. 하지만 B 씨가 이를 거절하자 A 씨는 얼굴과 가슴, 팔, 다리 등을 주먹으로 수차례 폭행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다. 또 B 씨의 휴대전화를 땅 바닥에 던져 파손했다. A 씨가 B 씨를 폭행한 장소는 마포경찰서에서 불과 1~2분 거리의 대로변이었다. 현장 목격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 씨를 제지하고 인적사항을 확인한 뒤 일단 집으로 돌려보냈다. B 씨의 가족들은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사건 다음날인 22일 B 씨는 경찰서를 찾아가 A 씨를 고소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폭행 및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A 씨를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23일 사건 현장이 담긴 폐쇄회로(CC)TV를 확보하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다음주 중 피해자 조사를 진행한 뒤 A 씨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A 씨는 B 씨에게 “내가 법을 잘 아는데 쌍방폭행”이라며 “진단서를 끊어 맞고소 하겠다”고 주장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폭행을 당한 뒤 B 씨가 분한 마음에 A 씨의 뺨을 때린 것을 문제삼은 것이다. A 씨는 서울에 있는 대학을 졸업하고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딴 뒤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했다. 현재는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 중이다. 피해자 측은 A 씨가 근무하는 부처에 “공익근무요원이 폭행 등 물의를 일으키면 어떻게 되느냐”며 문의했다. 그러자 해당 부처 관계자는 “공익근무요원은 민간인 신분이기 때문에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한다. 피해자 측은 “이런 사람이 법조인이 된다면 어떻게 사법체계를 믿을 수 있겠느냐”며 하소연하고 있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여긴 이제 봄이야. 벚꽃이 활짝 피었어. …거기에도 봄이 왔어? 할 수 있는 건 기도뿐이었어. 좋은 곳으로 가. 기억하고 있어.” 김호진 군(19)은 4일 밤 노트를 꺼내 새로운 랩 가사를 작사했다. 7년째 차가운 바다에 머물며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형과 누나들을 떠올렸다. 이젠 ‘좋은 곳으로 가’라는 염원을 담아서. 16일이면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지 벌써 7년이 된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야외 추모식조차 쉽지 않은 상황. 여전히 그들을 기억하는 많은 시민들은 ‘랜선 추모’에 동참하고 나섰다. 소셜미디어 등에 직접 써내려간 글이나 노래, 영상 등을 올리며 아픔과 공감을 드러내고 있다. 김 군은 참사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할 수 있는 게 기도뿐’이란 가사는 그때의 슬픔을 솔직하게 담은 표현이었다. 그날 이후 김 군에게 4월의 봄은 안타깝고 간절한 계절로 남아 버렸다. “어느덧 제 나이가 그때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과 비슷해졌어요. 저에게 해마다 봄이 왔듯 차디찬 바다에 있는 희생자에게도 하루빨리 봄이 찾아왔으면 하는 심정을 담았어요.” 김 군은 친한 형이 만들어준 비트에 랩을 실어 추모 곡을 완성했다. 이 노래는 4·16안산시민연대가 주최하는 ‘4·16 청소년 창작경연대회’에 출품되기도 했다. 경기 안산온마음센터가 주최한 ‘랜선 합창단’ 프로젝트도 시작 2주 만에 개인 218명과 단체 24곳이 참여했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 7주년을 맞아 시민단체 4·16합창단이 만든 추모곡 ‘너’를 부르는 영상을 녹화해 보내주는 프로젝트였다. 특히 서울 계성초등학교 6학년 4반 학생 30명은 노래와 함께 “매순간 사랑했어”라는 노랫말을 수어로 표현한 영상을 보내왔다. 이 노랫말은 세월호 참사 유족들이 희생자에게 전하는 메시지였다. 학생들이 보낸 영상 화면에는 교실 칠판에 손수 그린 노란 리본과 ‘우리 노래가 하늘에 닿기를’이란 메시지가 함께 담겨 있었다. 4·16재단이 운영하는 ‘세월호 참사 온라인 기억관’에도 랜선 추모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15일 기준 4만4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메시지를 남겼다. “봄꽃 같은 너희들을 기억할게. 그곳에선 아프지 않기를.” 아이들을 잊지 않고 찾아온 마음이 켜켜이 쌓이고 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에도 ‘#세월호’ ‘#세월호 추모’란 해시태그와 함께 노란색 리본들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유족들은 7년의 세월이 흘러도 아이들을 잊지 않는 이들에게 감사해했다. 희생자 진윤희 양의 어머니 김순길 씨는 1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의 기억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 믿는다”고 전했다. “저희가 바라는 건 (참사가) 아프다고 기억에서 지우는 게 아니에요. 같은 아픔을 반복하는 일이 없도록 모두가 기억하는 거예요. 그렇게 아이들과 세월호를 기억해 주시는 분들이 우리나라를 안전하게 바꿔나가는 데 큰 역할을 할 거라고 믿습니다.”박종민 blick@donga.com·이소연 기자}

“불이야! 불났어요, 불!” 경기 남양주에 사는 박성래 씨(37)는 10일 오후 4시 40분경 다산동의 한 주상복합건물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오다 불길과 검은 연기를 목격했다. 당시 주차장 진입로에는 화재 상황을 모르고 들어서는 차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옆 상가에 있는 고객들도 불이 난 것을 모르는 듯했다. 그 순간 박 씨는 빨리 상황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곧장 차에서 내려 주변에 손짓을 하며 “불이야”라고 외쳤다. 그제야 상황을 안 다른 차들도 경적을 울리며 함께 위험을 알렸다. 박 씨는 이런 모습이 담긴 차 블랙박스 영상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했다. 박 씨는 “침착하게 질서를 지킨 방문객들에 놀랐다. 좋은 본보기라 생각돼 영상을 올렸다”고 전했다. 10일 남양주에 있는 한 주상복합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수백억 원의 재산 피해를 내고 약 10시간 만에 꺼졌다. 연기를 흡입한 주민 22명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모두 무사히 퇴원했다. 현재까지 추가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은 주민 등이 급박한 상황에도 질서정연하게 대처해 피해를 줄인 것으로 보고 있다. 소방 등에 따르면 건물 화재는 10일 오후 4시 29분경 시작됐다. 건물 1층 중식당 주방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불은 1층 상가 전체와 주차장, 2층 상가로 옮겨 붙었다. 해당 건물은 지상 18층, 지하 4층 규모다. 지하 1∼4층과 지상 필로티 공간에는 주차장이 마련돼 있으며, 지하 1층에는 대형마트가 들어서 있다. 지상 1, 2층에는 음식점과 카페 등이 입점해 있고, 아파트에는 모두 360가구가 거주한다. 신고를 접수한 소방당국은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헬기 등 장비를 투입해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필로티 구조 주차장 차량들에 불이 옮겨 붙으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일부 상인들은 “방화셔터와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아 화재를 키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1층 천장 빈 공간의 가연성 마감재가 타며 불이 번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공기 공급이 원활한 필로티 구조상 화재가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12일 오전 10시부터 합동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남양주=김수현 newsoo@donga.com / 박종민 기자}

“불이야! 불났어요, 불!” 경기 남양주에 사는 박성래(37) 씨는 10일 오후 4시 40분경 도농동의 한 주상복합건물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오다 불길과 검은 연기를 목격했다. 당시 주차장 진입로에는 화재 상황을 모르고 들어서는 차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옆 상가에 있는 고객들도 불이 난 것을 모르는 듯했다. 그 순간 박 씨는 “빨리 상황을 알려야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곧장 차에서 내려 주변에 손짓을 하며 “불이야”라고 외쳤다. 그제야 상황을 안 다른 차들도 경적을 울리며 함께 위험을 알렸다. 박 씨는 이런 모습이 담긴 차 블랙박스 영상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했다. 박 씨는 “침착하게 질서를 지킨 방문객들에 놀랐다. 좋은 본보기라 생각돼 영상을 올렸다”고 전했다. 10일 경기 남양주에 있는 한 주상복합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수백 억 원의 재산피해를 내고 약 10시간 만에 꺼졌다. 연기를 흡입한 주민 22명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모두 무사히 퇴원했다. 현재까지 추가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은 주민 등이 급박한 상황에도 질서정연하게 대처해 피해를 줄인 것으로 보고 있다. 소방 등에 따르면 건물 화재는 10일 오후 4시 29분경 시작됐다. 건물 1층 중식당 주방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불은 1층 상가 전체와 주차장, 2층 상가로 옮겨 붙었다. 해당 건물은 지상 18층, 지하 4층 규모다. 지하 1~4층과 지상 필로티 공간에는 주차장이 마련돼 있으며, 지하 1층에는 대형마트가 들어서있다. 지상 1, 2층에는 음식점과 카페 등이 입점해 있고, 아파트에는 모두 360세대가 거주한다. 신고를 접수한 소방당국은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헬기 등 장비를 투입해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필로티 구조 주차장 차량들에 불이 옮겨 붙으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일부 상인들은 “방화셔터와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아 화재를 키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1층 천장 빈 공간의 가연성 마감재가 타며 불이 번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공기 공급이 원활한 필로티 구조상 화재가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12일 오전 10시부터 합동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남양주=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경찰이 하남시 도시계획을 총괄했던 전직 국장급 공무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경기 하남시청 등 3곳을 압수수색했다. 경기남부경찰청 부동산투기사범 특별수사대는 2일 오전 10시부터 전 하남시 공무원 A 씨(65)의 자택과 하남시청, 하남등기소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모친 명의의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하남시 의원을 조사하던 중 A 씨의 투기 혐의를 파악하고 이날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 씨는 2017년 2월 자신의 부인과 공동 명의로 하남시 천현동의 한 임야(1651㎡)와 인근 임야(230㎡)지분의 일부를 사들였다. 이 땅은 2018년 말 3기 신도시인 하남교산지구에 포함됐다. A 씨는 퇴직 전 하남시 도시계획을 총괄하는 도시건설국장이었다. 경찰은 A 씨가 관련 업무를 하며 알게 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땅을 사들였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A 씨를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또 경기 용인시 반도체클러스터 부지 투기 의혹을 받는 경기도 공무원 B 씨에 대해 1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투기 의혹을 받는 토지에 대한 몰수보전도 신청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수십억 원을 대출받아 자신이 관련 업무를 맡았던 지하철 역사 예정지 인근에 땅과 건물을 산 혐의로 지난달 포천시 공무원을 구속한 바 있다. B 씨는 2018년 말부터 2019년 말까지 도시철도 연장사업 담당 부서에서 근무했다. 한편 이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정용환)는 감사원의 요청을 받아 서울 강남구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6월 감사를 통해 SH공사가 저소득층 임대 목적으로 100억 원을 들여 2018년 매입한 다세대주택을 2년 넘게 방치한 것을 확인했다. 건축주와 하청업체 간의 대금 지급 갈등으로 하청업체가 유치권을 행사 중이라 정상적인 임대 사업을 할 수 없는 건물인데도 SH공사가 이를 매입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건물 매입 등에 관여한 SH공사 직원들을 조사할 계획이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지난해 12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고급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테슬라 전기차 충돌 화재 사건’을 경찰이 수사 약 4개월 만에 대리운전기사의 조작 미숙으로 인한 사고로 결론 내렸다. 하지만 사고 차량의 사고기록장치(EDR)를 분석하지 못한 데다 테슬라에서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결과라 전문가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대리기사 A 씨(60)의 조작 미숙을 사고 원인으로 판단해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1일 밝혔다. 경찰은 최근 사고 원인을 밝힐 핵심 단서로 지목돼 왔던 EDR가 손상돼 분석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해외에서 테슬라의 기록 정보를 추출하는 전용 장비까지 들여왔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결국 경찰은 지난해 12월 테슬라에서 제공한 ‘텔레매틱스(차량 무선인터넷 서비스) 운행 정보’를 토대로 사고 정황을 분석했다. 테슬라는 자사 차량의 운행 정보를 원격으로 수집해 빅데이터 등으로 활용한다. 이에 따르면 사고 차량은 충돌 직전까지 브레이크가 작동되지 않았다. 가속페달만 작동된 기록이 남아있었다. 국과수의 검사에서도 제동장치는 기계적 결함이 없었다고 한다. 경찰은 “차량이 벽에 충돌하기 10초 전부터 가속을 시작했고 4초 전부터 가속페달이 최대치로 작동돼 시속 95km의 속도로 충돌했다”며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도 브레이크 등이 점등되지 않았으며, 추정 속도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텔레매틱스 운행 정보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텔레매틱스 정보는 EDR 기록보다 정밀하지 않다. 판단 근거가 된 자료의 원본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충돌 전 ‘10초 동안’ 가속페달을 밟았다는 것도 논란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테슬라 모델X는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시간)이 3초 남짓이다. 이미 운행하던 차량에서 가속페달을 4초나 최대로 밟았다면 시속 100km를 넘겨야 맞다”고 했다. 김 교수도 “경험 많은 기사가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기는커녕 최대치로 밟았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차량이 급발진하며 전류가 과도하게 흘러 브레이크 등이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대리기사 A 씨도 “차량이 급발진해 사고가 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통사고 전문인 한문철 변호사는 “이해관계에 얽힌 제조사에서 제공한 자료가 법정에서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박종민 blick@donga.com·이기욱 기자}

지난해 12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한 고급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테슬라 전기차 충돌 화재 사건’을 경찰이 수사 약 4개월 만에 대리운전기사의 조작 미숙으로 인한 사고로 결론 내렸다. 하지만 사고 차량의 사고기록장치(EDR)를 분석하지 못한 데다 테슬라에서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결과라 전문가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충돌 전 가속페달 최대치로 밟아” 서울 용산경찰서는 “차량을 운전한 대리기사 A 씨(60)의 조작 미숙을 사고 원인으로 판단해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1일 밝혔다. 경찰은 최근 사고 원인을 밝힐 핵심 단서로 지목돼왔던 EDR이 크게 손상돼 분석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해외에서 테슬라의 기록 정보를 추출한 전용 장비까지 들여왔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EDR에는 차량의 속도나 가속페달 및 브레이크 작동 여부, 핸들 각도 같은 정보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결국 경찰은 지난해 12월 테슬라에서 제공한 ‘텔레매틱스(차량 무선인터넷 서비스) 운행정보’를 토대로 사고 정황을 분석했다. 테슬라는 자사 차량의 운행정보를 원격으로 수집해 빅데이터 등으로 활용한다. 이에 따르면 사고 차량은 충돌 직전까지 브레이크가 작동되지 않았다. 가속페달만 작동된 기록이 남아있었다. 국과수가 차량을 검사했을 때도 제동장치에는 기계적 결함이 없었다고 한다. 경찰은 “차량이 벽에 충돌하기 10초 전부터 가속을 시작했고 4초 전부터는 가속페달이 최대치로 작동돼 시속 95km의 속도로 충돌했다”며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도 브레이크 등이 점등되지 않았으며, 추정 속도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텔레매틱스 정보도 EDR 기록 못지않게 신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아울러 CCTV와 사고재현프로그램 등을 활용해 다각도로 분석을 거쳤다”고 말했다.●“최대치 밟으면 시속 100km 넘어야”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결론에 몇 가지 문제점이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일단 텔레매틱스 운행정보를 믿을 수 있느냐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텔레매틱스 정보는 EDR 기록보다 정밀하지 않다. 판단 근거가 된 자료의 원본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리기사가 충돌 전 ‘10초 동안’ 가속페달을 밟았다는 것도 논란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테슬라 모델X는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시간)이 3초 남짓이다. 이미 운행하던 차량에서 가속페달을 4초나 최대치로 밟았다면 시속 100km를 넘겨야 맞다”고 했다. 김 교수도 “경험 많은 기사가 10초나 가속페달을 밟았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기록이 텔레매틱스 정보가 그만큼 세밀하지 못하단 반증이라고 봤다. 이 교수는 “차량이 급 발진하며 전류가 과도하게 흘러 브레이크 등이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대리기사 A 씨도 “차량이 급 발진해 사고가 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통사고 전문인 한문철 변호사는 “이해관계에 얽힌 제조사에서 제공한 자료가 법정에서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지난해 12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고급아파트 지하주차장 벽을 들이받은 테슬라 전기차에서 불이 나 대형 로펌 변호사가 숨진 지 4개월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사고 원인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다. 사고 원인을 밝힐 결정적 단서로 꼽혔던 차량의 사고기록장치(EDR)가 해외에서 들여온 전문 장비로도 풀리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실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경찰로부터 사고 차량 분석을 의뢰받은 국과수는 기존 장비로는 EDR의 분석이 어려워 지난달 3일 테슬라의 기록 정보를 추출할 전용 장비를 해외에서 들여왔다. 대당 580만 원가량 하는 이 장비는 모든 테슬라 차종의 EDR 기록 정보를 추출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장비 도입도 현재까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국과수는 이달 중순 서울 용산경찰서에 “EDR 분석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내왔다. 서 의원실이 제출받은 자료에서 국과수는 “사고로 인해 EDR이 크게 손상돼 기록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정보 확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전문가들에 따르면 차량의 사고 원인을 분석하는 데 EDR은 가장 중요한 열쇠다. 한 전문가는 “EDR 기록 정보에는 차량의 속도나 가속페달 및 브레이크 작동 여부뿐만 아니라 엔진 회전 수나 핸들의 각도 같은 세세한 내용도 담겨 있다”며 “사고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근거가 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EDR은 사고로 경미한 손상을 입더라도 일부 정보는 추출이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사고 차량의 EDR은 화재로 큰 손상을 입어 정보 확인이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모든 테슬라 차량은 원격 송수신 기능을 탑재해두고 있다. 테슬라 측에서는 이미 원격으로 사고 차량의 EDR 정보를 확인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만약 국과수가 사고 차량 분석에 실패할 경우 경찰은 테슬라 측에서 제공하는 자료에만 의존해 수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 현재 테슬라 측은 “사고 차량에 기계적 결함은 없었다”란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아무래도 자동차 제조사로선 자사 제품의 평판 때문에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보만 제공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국과수 자체 분석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테슬라 측이 제공하는 일방적인 정보를 토대로 진행한 수사 결과에 객관성 우려가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테슬라코리아 측은 이와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이기욱 71wook@donga.com·박종민 기자}

“이번이 체육계의 고질적인 폭력 및 성폭력 문제를 해소할 마지막 기회입니다.” 2019년 2월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인권위의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특조단) 출범식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앞서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의 성폭행 의혹이 불거지자 인권위는 “수십 년 이어진 체육계 관행을 바꾸겠다”며 특조단을 꾸렸다. 하지만 활동 기간이 1년인 점은 처음부터 한계로 지적됐다. 인권위 역시 이를 반영해 지난해 특조단의 활동 기간을 1년 더 늘렸다. 그리고 2월 15일 인권위는 다시 1년 더 활동 기간을 연장했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실이 인권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인권위는 “지난해부터 행정안전부와 특조단을 정식 기구화하는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특조단의 정식 기구화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 인권위 표현대로 체육계의 고질병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는 건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특조단이 이룬 성과를 되돌아보면 우려되는 대목이 없지 않다. 인권위가 배현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살펴보면, 그간 특조단에 접수된 252건의 사건 가운데 위원회 논의를 통해 각하되거나 기각된 건은 112건(44.4%)이다. 이미 형사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위원회의 조사 범위를 벗어날 경우 인권위는 사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 피진정인을 징계하거나 진정인을 구제하도록 관계기관에 ‘권고’한 사건은 33건뿐이었다. 이는 말 그대로 권고라 강제성이 없다. 결과적으로 특조단이 직접 피진정인을 수사기관에 고발한 건 1건밖에 없었다. 여러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2년을 활동한 성과라기엔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 그사이 체육계는 여전히 시끄러웠다. 2020년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팀 감독과 동료들에게 가혹행위를 당한 최숙현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최 선수는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지만 인권위는 형사 절차가 진행되는 사건은 조사할 수 없어 진정을 취소해야 했다. 그리고 체육계에선 수많은 ‘학폭 미투’가 몇 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2019년 출범 당시 특조단이 전국 실업팀 성인 운동선수들을 상대로 진행했던 익명 설문조사에서 한 선수는 이렇게 답했다. “이런 설문, 백날 하면 뭐하나요. 바뀌는 게 없는데.” 인권위는 특조단 정식 기구화 추진에 앞서 스스로 냉엄한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박종민·사회부 blick@donga.com}

동아일보가 25일 각 시도 공직자윤리위원회의 ‘2021년 공직자 재산등록 사항’을 통해 찾은 일부 기초자치단체 의회 의원들의 부동산 매입은 모두 가족 명의로 토지를 샀으며, 인접한 지역에서 대규모 개발이 예정돼 향후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또 이들이 산 토지들은 부동산업체가 사들인 토지를 많게는 수백 명이 ‘지분 쪼개기’ 형태로 되샀다는 점도 비슷하다. 이들 업체가 정부의 단속 대상인 기획부동산이 맞을 경우, 내부 정보를 불법 활용하지 않았더라도 도의적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초의원 배우자, 300여 명 지분 쪼개기 참여 전북 장수군의회 A 의원의 배우자는 S부동산업체로부터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토지를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S업체는 2019년 8월 경기 고양시 덕양구 내곡동에 있는 7042m² 크기의 임야를 매입한 뒤 9월 배우자에게 지분(63.38m²)을 팔았다. 이곳은 3기 신도시인 고양창릉지구 경계에서 직선거리로 약 3km 떨어진 땅이다. A 의원 배우자를 포함해 75명이 지분을 나눠 가졌다. A 의원 배우자는 같은 달 경기 화성시 송산그린시티 서측지구 경계와 맞닿은 송산면 독지리에서 4만7842m² 크기의 토지 지분도 매입했다. 현지 부동산업체는 “서측지구가 착공 전이라 향후 시세 차익 등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A 의원 배우자를 비롯해 모두 357명이 지분을 쪼개서 소유했다. 전남 영광군의회 B 의원의 배우자가 2017년 1월 지분을 매입한 하남시 배알미동의 임야는 3기 신도시인 하남교산지구에서 약 3.8km 떨어진 곳이다. B 의원 배우자는 34만8024m² 크기의 토지 중 3306m²를 보유하고 있다. 이곳 지분은 361명이 쪼개서 갖고 있다. B 의원 배우자는 올해 말 준공을 앞둔 시흥장현지구 경계에서 약 1km 떨어진 임야(4036m²) 중 일부(1008m²)도 2016년 9월 매입했다. B 의원의 배우자는 25일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투자회사에서 ‘오래 놔두면 좋아질 것이다’라는 말을 듣고 저금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해 매입했다. 개발과 관련한 정보를 활용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세종시가 관내 부동산중개업소 중 95개 업체를 단속하고 나선 것은 기획부동산들이 투기를 조장하는 원흉 중 하나로 꼽히기 때문이다. 이들 가운데 13개 업체가 보유한 381개 필지 중에는 100명 이상이 공유 지분을 갖고 있는 땅이 52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 시흥시의원, 딸 재산 고지 거부 전북 전주시의회 C 의원은 세종시가 한창 개발 중이던 2008년 세종시 외곽과 3km가량 떨어진 노송리 일대에서 3개 필지(총 3만6910m²)의 지분을 가족으로 추정되는 인물 2명과 함께 매입했다. 이들 필지의 공시지가는 매입 당시 m²당 1만4100∼6만2800원이었지만 지난해 2만5100∼19만5800원으로 올랐다. 어머니 명의로 땅을 샀다는 의혹이 제기돼 23일 경찰이 압수수색을 벌였던 경기 하남시의회 D 의원은 남편이 지난해 경기 광주시 상번천리의 농지 2곳 2965m²를 모두 5억5640만 원에 매입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이곳은 개발제한구역이지만 광주시가 추진하는 재정비 지역과 인접해 가격이 오르는 추세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법 위반 여부가 있는지 판단한 뒤 수사 대상에 포함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광명·시흥지구가 발표되기 전 딸의 명의로 지구 내 토지를 매입해 건물을 올린 시흥시의회 의원은 딸의 재산 보유 사실 고지를 거부했다. 다만 딸의 재산을 1억4980만 원으로 제출했다. 해당 의원은 15일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는 등 논란이 커지자 23일 사퇴서를 제출했다.권기범 kaki@donga.com·김윤이·박종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았던 보건소의 담당 간호사 등을 협박한 이들에 대해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문 대통령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았던 종로구보건소에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내 담당 간호사 등을 협박한 이들에 대해 내사에 착수했다”고 25일 밝혔다.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23일 종로구보건소에 방문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았다. 그러자 이날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주사기) 뚜껑(캡)이 열린 주사기로 주사약을 뽑고 칸막이 뒤로 가더니 뚜껑이 닫힌 주사기가 나왔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이러한 내용의 글이 인터넷에 퍼진 뒤 종로구보건소에는 24일 오전부터 수많은 전화가 이어졌다고 한다. 종로구 등에 따르면 “보건소 내부 폐쇄회로(CC)TV를 공개하라”고 하거나 담당 간호사에게 “불을 지르고 폭파시키겠다”는 등의 폭언을 한 이들도 있었다. 종로구 관계자는 “해당 간호사를 보호하기 위해 현재 업무에서 배제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내사를 통해 불법 행위가 확인될 경우 엄정하게 사법 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박종민 blick@donga.com·이청아 기자}

25일 세종시 연서면 와촌리의 2층 단독주택. 가느다란 철제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는 마당 한쪽에 창고로 쓰이는 듯한 온실과 잘 가꿔진 밭이 있었다. 잔디가 깔린 마당 주변으로는 강아지 세 마리가 뛰어다니고 있었다. 이 땅과 주택은 민병원 국가보훈처 기획조정실장(57)이 지난해 7월 30일 장모 A 씨에게 판 건물이다. 25일 공개된 ‘2021년 정기 재산변동 신고사항’을 보면 이 토지는 2억3000만 원에, 건물은 2억5000만 원에 팔렸다. 현재 민 실장 가족은 전세금 2억3000만 원을 주고 이곳에 살고 있다. 민 실장이 살고 있는 이 일대는 2018년 8월 정부가 스마트 국가산업단지로 지정하면서 투기 논란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그러나 민 실장과 가족들은 투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민 실장의 한 가족은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공직자의 다주택 문제가 불거진 뒤 이를 급히 해결하려 한 것”이라며 “은퇴하고 나서도 계속 지낼 생각으로 집을 지었는데, 전세로는 한 달 안에 팔 수가 없어 (A 씨에게) 판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초 정세균 국무총리가 “고위 공직자 중 다주택자는 하루빨리 매각할 수 있게 조치하라”고 지시하자 서둘러 집을 팔기 위해 친인척에게 부탁을 했다는 것이다. 민 실장의 가족은 또 “전세금 등이 오간 기록은 모두 통장에 남아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투기 의혹과는 별개로 건물을 친인척에게 판매해 다주택자에서 벗어난 것은 정부의 방침과 동떨어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부부가 가지고 있던 세종시 다정동의 아파트를 대신 처분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특공(특별공급)으로 받은 집을 팔면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팔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건물을 장모에게 팔아 7000만 원의 차익을 거둔 것은 “시세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토지를 1500만 원의 차익을 남기고 판 점에 대해서도 “세금과 중개비용을 빼면 남는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광역의원인 김원식 세종시의원의 부인이 2019년 세종시 조치원읍 서창리에 토지를 매입한 경위 등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김 의원은 부인 등이 2015∼2019년 개발사업 예정 부지를 매입한 사실이 드러나 이미 경찰 수사를 받고 있었는데, 인근 토지 매입이 추가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김 의원의 부인은 2019년 11월 세종시 조치원읍 서창리에 있는 작은 땅(107m²)을 1억3000만 원에 매입했다. 이곳은 앞서 김 의원의 부인 등이 땅을 보유해 투기 의혹을 받은 조치원 서북부지구 도시개발사업 예정지와 불과 약 500m 떨어져 있다. 이날 동아일보가 찾은 김 의원의 땅은 메마른 흙바닥이 드러나 있고 군데군데 잡초가 자라 시들어 있었다. 바로 옆 토지에서 진행되는 공사 자재와 폐기물들이 어지럽게 방치돼 있었다. 인근의 깨끗한 포장도로와 인근의 새 건물과는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인근 공사 현장에서 자재를 나르던 한 주민은 “(김 의원의 땅이) 1∼2년 전만 해도 사람들이 농사를 짓던 밭이었다”며 “주인이 바뀌더니 아무것도 하지 않아 쓸모없는 땅이 됐다”고 말했다. 인근에 사무실을 둔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해 12월 (김 의원의 땅) 바로 옆을 지나는 도로가 완성돼 가치가 크게 뛴 곳”이라고 했다. 앞서 한 시민단체는 “김 의원이 조치원 서북부지구 도시개발사업 예정지인 봉산리 일대에 부인과 모친의 명의로 토지를 사들였다”며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이 단체는 김 의원이 소유한 농업용 창고 불법 개조와 진입도로 포장 특혜 의혹 등 여러 문제를 제기하며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세종경찰청 관계자는 “김 의원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다 개발지역 인근 땅 매입 사실을 추가로 확인하고 이를 포함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박종민 blick@donga.com·김윤이 / 세종=유채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