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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의 한 프라이빗 사우나에서 발생한 화재로 이용객 부부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장에서는 파손된 문 손잡이와 비상벨을 누르려 노력한 흔적이 발견돼, 안전 불감증이 부른 ‘예견된 인재’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18일 아사히신문과 TBS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15일 도쿄 미나토구 아카사카의 한 고급 회원제 사우나에서 불이 났다. 이 사고로 사우나를 이용하던 마쓰다 마사야(36)와 아내 마쓰다 요코(37) 부부가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바닥에 나뒹군 문 손잡이…“탈출 막은 치명적 설계”사고가 난 사우나실은 1.2평 남짓한 소형 공간으로, 2인 전용 숙소 내부에 설치된 형태였다. 문제는 출입문 구조였다. 일반적인 사우나 문은 비상 시 밀기만 해도 열리는 미닫이 방식이었만, 해당 시설에는 돌려서 여는 ‘L자형 도어핸들’이 설치돼 있었다.부부가 발견될 당시 문 손잡이는 빠진 채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경찰은 이들 부부가 밖으로 나가기 위해 손잡이를 돌렸으나 손잡이가 고장나며 내부에 갇힌 것으로 보고 있다.● 3년간 꺼져 있었던 비상벨…”작동조차 안 해”피해자들을 구조할 수 있었던 마지막 기회인 ‘비상벨’도 무용지물이었다. 현장에서는 부부가 비상벨을 누르려 시도했던 흔적이 발견됐지만, 경보는 울리지 않았다. 사우나 측은 화재 발생 한참 후 외부에 설치된 화재 감지기가 작동한 뒤에야 화재 사실을 인지했다. 경찰의 현장 검증 결과, 사우나 내부에 설치된 비상 버튼은 전원이 차단된 상태였다. 사우나 종업원들은 조사에서 “2023년경부터 비상 장치의 전원을 꺼두었다”고 실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손잡이 불안했다” 증언…업무상 과실치사 검토숨진 부부는 각각 미용실과 네일숍을 운영하는 경영인으로, 사고 당일 2시간 예약으로 사우나를 이용 중이었다. 화재는 사우나 가열 장치 위에 놓인 수건에 불이 붙으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해당 사우나는 월 이용료가 최대 39만 엔(약 370만 원)에 달하는 고급 회원제 시설이다. 그러나 이전 이용객들 사이에서는 “문 손잡이가 덜렁거려 불안했다”, “시설이 조잡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경찰은 사우나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적용을 검토하는 한편, 시설 전반에 대한 결함 여부를 전수 조사할 방침이다.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전 세계적인 밴드 콜드플레이의 콘서트 현장에서 상사와 포옹하는 장면이 전광판에 잡히며 ‘불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여성이 사건 발생 5개월 만에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단 10초짜리 영상 이후 멈추지 않는 괴롭힘과 협박 속에서 “사회적 살인을 당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전광판에 비친 10초에 ‘커리어·사회적 지위’ 다 잃었다18일(현지 시간)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기술 기업 ‘아스트로노머(Astronomer)’의 전 최고인사책임자(CPO)였던 크리스틴 캐벗(53)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논란 이후의 삶과 심경을 털어놓았다. 그는 영상이 확산된 뒤 직업과 사회적 지위를 모두 잃었을 뿐 아니라, 가족의 일상까지 붕괴됐다고 말했다.사건은 지난 7월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열린 콜드플레이 콘서트에서 시작됐다. 당시 캐벗은 회사 CEO였던 앤디 바이런과 다정하게 껴안고 있는 모습이 공연장 대형 스크린에 포착됐다. 두 사람은 카메라를 인식하자 급히 몸을 숨겼지만, 해당 장면은 이미 전 세계로 생중계된 뒤였다.결정적인 불을 지핀 건 보컬 크리스 마틴의 농담이었다. 그는 관중석을 향해 “두 사람이 바람을 피우고 있거나, 아니면 그냥 엄청나게 수줍음을 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영상이 수백 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조롱의 대상이 되자, 바이런 CEO는 이사회에 의해 해고됐다. 캐벗 역시 CPO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꽃뱀’ 낙인과 살해 협박…콘서트 이후의 지옥캐벗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런에게 호감을 느낀 것은 사실이며, 부적절한 행동이었다는 점도 인정했다. 다만 성적인 관계는 전혀 아니었다며 “순간의 잘못된 판단에 대해 책임지기 위해 평생 쌓아온 커리어를 내려놓았다”고 말했다.특히 여성이라는 이유로 ‘꽃뱀(gold-digger)’이나 ‘몸을 이용해 승진한 여자’라는 식의 성차별적 공격에 집중적으로 노출됐다고 주장했다. 캐벗은 “바이런 전 CEO보다 내가 훨씬 더 많은 비난을 감당해야 했다”고 말했다.협박의 양상은 충격적이었다. 그는 하루 최대 600통의 괴롭힘 전화와 50여 건의 살해 협박 메시지를 받았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여성들로부터 왔다고 밝혔다. 한 협박범은 그가 자주 찾는 식당의 위치를 보내며 “직접 찾아가겠다”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고통은 자녀에게도…”내가 죽을까 봐 두려워 해“무엇보다 큰 상처는 자녀들에게 남았다. 캐벗은 자신의 두 자녀가 엄마가 학교에 오거나 운동 경기를 참관하는 것조차 창피해하며 외출을 꺼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아이들은 내가 죽을까봐, 그리고 자기들도 죽을까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캐벗은 ”나는 ‘HR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매니저’라는 밈(meme)이 됐고, 어디를 가든 ‘채용 불가’ 판정을 받고 있다“며 막막한 처지를 전했다. 한편 함께 논란에 휩싸였던 바이런 전 CEO는 현재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침묵을 지키고 있다.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2025년 한 해 가장 큰 화제를 모은 콘텐츠는 무엇이었을까. 시청률이 아닌 데이터로 화제성을 집계한 TV·OTT 통합 시상식 ‘펀덱스 어워드 2025’가 올해의 작품과 인물을 공개했다. 시청률보다 화제성이 콘텐츠 성과의 핵심 지표로 떠오른 시대, 데이터가 선택한 제작진과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18일 경기 과천 메가존산학연센터에서 열린 ‘펀덱스 어워드 2025’에서는 드라마·비드라마·OTT를 아우르는 총 28개 부문 시상이 진행됐다. 화제성은 온라인 반응, 검색량, SNS 언급량 등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출됐다.시상에 앞서 원순우 펀덱스 어워드 조직위원장은 “열정적인 응원과 냉정한 평가를 동시에 보내는 시청자를 가진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며 “화제성은 시청자 반응을 집약한 의미 있는 데이터”라고 밝혔다. 노승만 한국광고주협회 회장도 “시청률을 보완할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며 “시청률이 낮더라도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였다면 충분히 성공한 콘텐츠”라고 강조했다.● 비드라마 최강자는 누구?…3년 연속 수상작도 ‘눈길’비드라마 부문에서는 장르 전반에서 고른 수상 결과가 나왔다. 교양·정보 부문 화제성 1위는 ‘심야괴담회5’가 차지했다. 시사 부문에서는 ‘그것이 알고 싶다’가 3년 연속 화제성 1위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예능 부문에서도 스테디셀러의 저력이 확인됐다. 시즌·미니 예능은 ‘하트페어링’, 음악·댄스 경연 예능은 ‘보이즈2플래닛’이 각각 1위에 올랐다. 스테디 예능 부문에서는 ‘나는 SOLO’가 3년 연속 정상에 오르며 장기 흥행력을 입증했다.OTT 오리지널 쇼 부문에서는 실험적 포맷이 주목받았다. 화제성 1위는 ‘데블스 플랜: 데스룸’이 차지했다. 독창적인 게임 구조와 서사로 시청자들의 반응을 끌어냈다는 평가다.출연자 부문에서도 존재감이 뚜렷했다. 시즌·미니 예능 출연자는 ‘굿데이’의 지드래곤, 음악·댄스 예능 출연자는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쿄카가 각각 선정됐다. 스테디 예능 출연자는 ‘놀면 뭐하니?’의 유재석, OTT 오리지널 쇼 출연자는 ‘직장인들’의 김원훈이 수상했다.산업 전반에 기여한 메가존클라우드 특별상은 SM엔터테인먼트가 받았다. 이어 1부 마지막 축하공연에는 쿤디판다와 비브이 하이엠이 무대에 올라 시상식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렸다. 특히 비브이 하이엠은 이번 ‘펀덱스 어워드’를 위해 드라마를 주제로 한 곡을 직접 작사·작곡해 눈길을 끌었다.● 화제성 1위의 결과…드라마·OTT 수상작은드라마 부문에서는 화제성 데이터가 뚜렷한 결론을 보여줬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는 작품상과 남녀 주연상을 모두 휩쓸며 올해 가장 주목받은 콘텐츠임을 입증했다. 수상한 배우들은 모두 영상 소감을 통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OTT 부문은 한국은 물론 글로벌에서도 1위를 기록한 ‘폭싹 속았수다’가 오리지널 드라마상을 차지했다. 남자 주연상은 박보검, 여자 주연상은 아이유에게 돌아갔다. 조연상은 ‘약한 영웅’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준영이 수상했다.TV 드라마 작품상은 ‘폭군의 셰프’가 차지했다. 남자 주연상은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의 정준원, 여자 주연상은 고윤정이 받았다. 조연상은 같은 작품의 강유석이 선정됐다.글로벌 네티즌 인기스타상은 박지훈, 임윤아, 진, 안유진이 공동 수상했다. 이들은 영상 소감을 통해 전 세계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잘된 이유가 있다…데이터의 결론은 ‘폭싹 속았수다’올해 새롭게 신설된 ‘펀덱스 데이터 PD상’은 단순한 인기보다 의미 있는 화제성 상승을 이끈 제작진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데이터로 성과를 증명한 콘텐츠들이 이름을 올렸다.예능 프로그램 부문은 ‘전현무계획2’가 수상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시즌을 거치며 화제성이 38% 증가하며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드라마 연출 부문은 ‘신병’ 시리즈를 이끈 민진기 감독에게 돌아갔다. ‘신병’은 시즌1 대비 시즌2에서 화제성이 2배, 시즌3에서는 3배까지 증가하며 이례적인 상승 곡선을 그렸다. 민 감독은 “캐릭터의 다양성을 확장하고, 매 시즌 새로운 인물 캐스팅으로 시청층 유입을 시도했다”고 밝혔다.드라마 작가 부문은 양희승 작가가 수상했다. 양 작가는 ‘한 번 다녀왔습니다’, ‘일타 스캔들’, ‘백 번의 추억’까지 총 세 편의 작품 모두 방영이 거듭될수록 화제성이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다. 그는 “부지런히 작품을 해왔던 개근상 같아 의미가 크다”며 “빅데이터에 감사하다”고 웃으며 소감을 전했다.영예의 대상은 ‘폭싹 속았수다’가 차지했다. 대상 출연자 역시 박보검이 선정되며, 데이터가 선택한 올해의 대표 콘텐츠임을 재확인했다.김승현 기자 tmdgus@donga.com}

쿠팡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실제 금전적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피해자의 불안감을 교묘히 파고든 피싱 사기로 1000만 원이 넘는 거액을 뜯기는 사례가 발생하자, 금감원은 소비자경보 수준을 최고 단계로 올리며 긴급 대응에 나섰다.18일 금융감독원은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악용한 보이스피싱이 확인됨에 따라 소비자경보 등급을 기존 ‘주의’에서 ‘경고’로 한 단계 상향했다고 밝혔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불안감을 느낀 소비자를 노린 ‘맞춤형 피싱’이 본격화됐다는 판단이다.● 정부 기관 사칭해 “대포통장 개설됐다” 불안감 조성사기범들은 주로 검찰, 경찰,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기관을 사칭해 접근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들은 쿠팡 관련 문자를 받았는지 확인하며 정보 유출에 대응하는 척 피해자에게 접근한 뒤 “대포통장이 개설됐으니 자산 검수를 해야 한다”며 불안감을 조성하는 방식을 사용했다.인터넷 등기 시스템을 활용한 수법도 포착됐다. 사기범들은 사건 관련 등기가 반송됐으니 확인하라거나, 피해 확인이 필요하다며 피싱 사이트 접속을 유도했다. 피해자가 해당 사이트에 접속하면 본인 확인이 필요하다며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악성·원격제어 앱 설치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 앱이 설치되면 사기범은 휴대전화에 저장된 데이터를 탈취해 실시간 위치를 확인하거나, 전화번호를 조작하는 것까지 가능했다.오픈뱅킹을 사칭하는 사례도 있었다. 사기범은 성명·연락처·계좌번호 등을 나열하며 불안 심리를 조장해 악성 링크(URL)를 클릭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정교한 시나리오에 실제 피해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한 피해자는 “명의도용 피해를 입증하려면 약식기소 공탁금을 송금해야 한다”는 말에 속아 1100만 원의 거액을 이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3자가 앱 설치 요구하면 100% 보이스피싱”금감원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부 기관이 문자나 전화를 통해 사이트 접속이나 앱 설치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공식 앱스토어에서 내려받은 앱이라 할지라도 ‘제3자가 설치를 요구한다면 100% 보이스피싱’이라는 설명이다.피해를 막기 위해 금감원은 ‘안심차단 서비스 3종 세트’(△여신거래 △비대면 계좌 개설 △오픈뱅킹 안심차단 서비스) 가입을 적극 권고했다. 금융사 영업점이나 ‘어카운트인포’를 통해 가입하면 본인 모르게 대출이 실행되거나 계좌가 개설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금감원 관계자는 “범정부 TF를 통해 보이스피싱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며 “금융권의 이상거래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하도록 지도하겠다”고 말했다.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 피크 코리아(PEAK KOREA) / 백우열 지음/ 376쪽·2만3000원·현암사최근 미국 유력 매체는 한국을 2025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국가 7위로 선정했다. 글로벌 뷰티와 미디어, 콘텐츠 산업 전반에 ‘K-’라는 접두어가 자연스럽게 붙는 현실 역시 한국의 위상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는 저출산·고령화, 경제 안보 위협, R&D 인재 유출 등 구조적 문제들이 동시에 심화되며 이른바 ‘피크 코리아(Peak Korea)’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이 책은 한국이 2020년대 중후반에 맞닥뜨린 국력 성장의 한계와 정체, 나아가 하락 가능성을 정치체제, 국가사회 구조, 경제·산업, 국방·군사 등 네 가지 영역을 중심으로 분석한다. 단순한 위기 진단에 그치지 않고, 이를 돌파하기 위한 국가 전략의 새로운 모델과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점이 특징이다.『피크 코리아』는 현재의 한국을 냉정하게 진단하면서도, 다가올 2030년대를 향해 다시 성장 곡선을 우상향으로 돌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오늘의 현실을 정확히 이해하고, 앞으로의 한국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면 읽어볼 만한 책이다.◇ 걷다가 예술/ 이선아 지음/ 168쪽·1만5000원·작가정신부르디외의 명저 ‘구별짓기’는 사회문화적 환경에 따라 취향이 바뀐다는 것을 실증했다. 확실히, 누군가에게 예술은 고귀하신 갤러리 문턱을 넘어야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일 수 있다. 하지만 신간 ‘걷다가 예술’이 바라보는 예술은 결코 그렇지 않다.현직 문화부 기자인 저자가 쓴 이 책은 거리의 조각상부터 자연 공원, 심지어는 백화점 건물 그 자체까지, 우리 곁에 숨은 거장들의 작품 23점을 소개한다. 석촌 호수의 ‘러버덕’이 왜 포용을 상징하는지, ‘아모레퍼시픽 사옥’에서 매일 펼쳐지는 생명과 죽음은 무엇인지, 강릉 경포대의 랜드마크 ‘씨마크 호텔’이 왜 그렇게 하얀 색이어야만 했는지—저자는 기자의 시선으로 쉽고 명쾌하게 풀어낸다.책의 가장 큰 강점은 생생한 현장 기록이다. 저자는 제프 쿤스, 쿠마 켄고 등 세계적 예술가들을 직접 인터뷰해 그들의 삶과 고뇌를 담았다.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거장이 된 이들의 사연을 읽다 보면, 예술은 결국 난해한 암호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사람 이야기’임을 깨닫게 된다.예술을 향유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높은 안목이나 경제력이 아니라, 주변을 돌아보는 열린 마음이다. 갤러리 문턱이 높게만 느껴졌던 이들에게 이 책은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책장을 덮고 나면 매일 걷던 익숙한 거리에서 예술이 당신에게 먼저 말을 걸어오는 마법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최강주 기자 gamja822@donga.com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황수영 기자 ghkdtndud119@donga.com}

캐나다에서 어미를 잃은 새끼 북극곰을 입양해 자신의 새끼와 함께 돌보는 암컷 북극곰이 포착됐다. 멸종 위기 종으로 분류되는 북극곰에게서 극히 드문 ‘입양 행동’이 확인되며, 기후 위기 속 종 보존의 가능성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장면으로 주목받고 있다.17일(현지 시각) CBS에 따르면, 이 북극곰은 캐나다 매니토바주 처칠의 웨스턴 허드슨만 연안에서 포착됐다. 항구도시 처칠은 전 세계 북극곰의 약 50%가 서식하는 ‘북극곰의 수도’로 당시는 북극곰의 단체 이동이 시작되고 있었다.● “한 마리였는데 두 마리로”…태그 없는 새끼곰의 등장캐나다 연구진은 지난 봄 출산용 굴에서 나오는 암컷 북극곰과 새끼 한 마리를 처음 발견했다. 개체군 연구를 위해 연구진은 이 새끼 곰의 귀에 식별용 표식(태그)을 부착했다. 이후 해당 개체는 지속적인 관찰 대상이 됐다.변화가 감지된 것은 지난달이었다. 어미 곰 곁에는 새끼가 두 마리 있었다. 그중 한 마리는 기존에 태그가 부착된 개체였지만, 다른 한 마리의 귀에는 어떠한 표식도 없었다. 연구진은 즉각 데이터 분석에 착수했다.캐나다 환경 및 기후변화부 소속 과학자 에반 리처드슨 박사는 “과거 데이터를 정밀 분석한 결과, 이 어미 곰이 남겨진 다른 새끼를 입양했다는 사실을 최종 확인했다”고 밝혔다.지난 45년간 이 지역 북극곰 집단을 추적해온 연구진에게도 이번 일은 경이로운 사건이다. 리처드슨 박사는 “반세기 가까운 연구 기간 동안 북극곰의 입양 사례는 단 13건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드문 일”이라고 설명했다.● 툰드라의 혹한도 막지 못한 모성 본능연구진이 촬영한 영상 속 북극곰 가족의 모습은 평온했다. 두 새끼 곰이 덮인 눈을 신나게 헤쳐나가면, 어미 곰은 뒤를 지키며 장면도 포착됐다. 걸음이 느린 새끼 곰이 형제를 따라잡기 위해 서둘러 달려가는 모습도 보여 영락없는 한 가족처럼 보인다.전문가들은 북극곰의 강한 모성 본능이 이 같은 행동을 가능하게 했다고 분석한다. 국제 북극곰 협회(PBI)의 알리사 맥콜 연구원은 “암컷 북극곰은 생물학적으로 새끼를 돌보도록 설정돼 있다”며 “벌판에서 홀로 울고 있는 새끼를 발견하면 본능적으로 자신의 품으로 받아들인다”고 전했다. 현재 위성 위치 추적(GPS) 결과에 따르면 이 북극곰 가족은 해빙 지역으로 이동해, 어미 곰으로부터 물개 사냥과 생존 기술을 배우며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납치’하는 원숭이와는 다르다…종 보존의 열쇠는 모성애에이번 사례는 최근 보고된 다른 동물의 사례와 비교되기도 한다. 올해 초 파나마에서는 카푸친 원숭이가 다른 종인 하울러 원숭이 새끼들을 데리고 다니는 모습이 포착됐다. 하지만 이는 젊은 수컷들의 ‘납치 유행’에 가까워 결국 새끼들이 목숨을 잃는 비극으로 끝났다. 반면 북극곰의 입양은 명확한 보호와 양육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 현재 전 세계 북극곰 개체 수는 약 2만6000마리로 추산되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해빙 감소를 주요 원인으로 북극곰을 ‘취약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리처드슨 박사는 “어미 곰이 낯선 새끼에게 생명의 기회를 줬다. 이는 북극곰 보존에 작은 희망의 신호”라고 말했다.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세계 최대 성인용 사이트 폰허브(Pornhub)에서 유료 회원의 개인 정보와 시청 기록이 유출된 것으로 알려지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해커 조직은 이용 기록을 인질로 비트코인을 요구했고, 폰허브는 “외부 분석업체 저장 데이터에 대한 무단 접근”이라고 해명했다.이번 사고가 ‘본사 서버가 아니라 제3자 분석업체를 통해 새나갔다’는 설명대로라면, 기업이 내부 보안을 아무리 강화해도 외부 파트너의 데이터 경로 하나로 민감한 사생활이 노출될 수 있다는 ‘공급망 리스크’가 다시 부각된 셈이다. 16일(현지 시간) 사이버 보안 전문 매체 블리핑컴퓨터 보도에 따르면 해커 그룹 ‘샤이니헌터스(ShinyHunters)’는 폰허브 프리미엄 회원의 검색 및 시청 기록이 담긴 약 94GB 분량의 데이터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해커 측은 폰허브에 “데이터 공개를 막고 이를 삭제하는 대가로 비트코인을 보내라”는 협박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청·검색 기록과 위치 정보까지…“극도로 민감한 데이터”유출된 데이터는 2억 건이 넘는 민감한 사생활 기록으로 전해졌다. 이메일 주소와 접속 위치 같은 기본 정보뿐 아니라 어떤 영상을 시청·다운로드했는지, 어떤 검색어를 입력했는지, 언제 얼마나 시청했는지 등 이용자의 활동 이력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해커 측은 자신들의 주장에 신빙성을 더하기 위해 프리미엄 회원 14명의 데이터를 샘플로 공개했다. 일부 데이터는 실제 기록과 맞아떨어진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온라인에서는 “가장 민감한 기록이 표적이 됐다”는 불안이 확산됐다.● “외부 업체가 뚫렸다” vs “우리 책임 아니다”…유출 경로 공방폰허브는 이번 사안의 출발점으로 제3자인 ‘믹스패널(Mixpanel)’을 지목했다. 폰허브가 이용자 데이터 분석을 위해 협업한 데이터 분석 업체다. 이 업체가 스미싱(smishing) 공격을 받으며 내부 시스템이 침해됐고 그 여파가 폰허브 관련 데이터로 이어졌다는 취지다.폰허브는 성명을 통해 “믹스패널에 저장된 분석 데이터에 무단 접근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폰허브 자체 시스템이 뚫린 것은 아니며, 비밀번호나 결제 정보 등 핵심 데이터는 안전하다”고 해명했다. 다만 “2021년 이후 해당 업체와 협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출된 데이터는 과거 기록일 것”이라고 덧붙였다.반면 믹스패널은 “이번 유출이 자사의 최근 보안 사고 때문이라는 증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해당 데이터는 2023년 폰허브 모회사의 정상적인 직원 계정을 통해 마지막으로 접속된 것”이라며 유출 경로에 의문을 제기했다. 다만 실제 유출 범위와 경로는 추가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올해만 수백 개 기업 해킹…‘디지털 협박’ 주의보이번 사건은 랜섬웨어처럼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유출 사실 자체’를 협박 수단으로 삼는 전형적인 디지털 협박 모델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특히 유출된 데이터가 성인 사이트 이용 기록인 점을 빌미로 금전 요구·협박 등 2차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온라인에서는 “소송에 나서기 어렵다”는 자조 섞인 반응과 함께 “안전하다고 믿었던 기록이 가장 취약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폰허브는 현재 내부 조사와 함께 수사 당국에 해당 사실을 통보한 상태다. 폰허브 관계자는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사용자는 의심스러운 이메일을 주의하고, 자신의 계정에 이상 활동이 없는지 면밀히 확인해달라”고 당부했다.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인도 수도 뉴델리가 짙은 유독성 스모그에 뒤덮이며 도시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 대기오염 지수가 기준치를 크게 웃돌자 항공기와 열차 운행이 차질을 빚었고, 의료진은 “숨 쉬는 것 자체가 위험한 상태”라고 경고하고 나섰다.15일(현지 시간) AP통신과 ABC뉴스 등에 따르면, 최근 수주 사이 뉴델리의 대기오염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항공편 40여 편이 결항되고 열차 50여 편이 지연됐다. 시야가 수십 미터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떨어지자 도로 교통도 혼란에 빠졌다.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는 “도시 전체가 스모그에 잠겼다”는 탄식이 나왔다.● 초미세먼지 농도 ‘기준치 20배’…숨만 쉬어도 위험인도 중앙오염통제위원회(CPCB)에 따르면 이날 뉴델리의 대기질 지수(AQI)는 450에 육박했다. AQI가 300을 넘으면 모든 연령대가 건강 위험에 노출되는 ‘응급 단계’로 분류되는데, 이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치의 20배를 넘었다.현지 병원에는 호흡 곤란과 눈 따가움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줄을 이었다. 맥스 헬스케어(Max Healthcare)의 의사 나레쉬 당은 “지금 뉴델리는 가스실이나 다름없다”며 “공기 청정기는 거들 뿐, 정부가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뉴델리를 찾은 관광객들 역시 인터뷰에서 “작년에도 공기가 나빴지만 올해는 차원이 다르다”며 “숨을 쉴 때마다 폐 속으로 연기가 들어오는 게 느껴질 정도”라고 토로했다.인도 당국은 건설 공사를 전면 중단하고 경유 차량 운행을 제한하는 등 사실상 봉쇄에 가까운 조치를 시행했다. 도로에는 살수차가 동원됐고, 일부 학교와 직장은 휴교 또는 재택근무로 전환됐다. 앞서 10월에는 인공강우를 통해 먼지를 씻어내려는 ‘구름 씨뿌리기’ 실험도 진행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모든 수단 동원해도 오염은 여전…원인은 ‘대기 정체’독성 스모그의 주된 원인은 ‘대기 정체’ 현상이다. 인근 지역에서 농작물 잔재물을 태우며 발생한 연기가 찬 공기에 갇혀 빠져나가지 못한 데다, 노후 경유차 매연과 건설 분진, 산업 배출가스 등이 겹쳤다는 것이다.실제로 대기질 모니터링 기업 아이큐에어는 세계에서 가장 오염된 도시 10곳 중 6곳이 인도에 있으며, 그중 뉴델리가 가장 심각하다고 밝혔다. 대기 오염은 인명 피해로도 이어졌다. 의학 저널 랜싯(Lancet)의 지난해 연구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장기간 오염된 공기에 노출돼 사망하는 사람이 매년 15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환경운동가들은 인도 당국의 안일한 대응을 질타했다. 세계기후보건연맹의 슈웨타 나라얀 씨는 “대기 오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공식 통계에 잡히지도 않는다”며 “정부가 체계적인 집계조차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주말 새벽, 홀로 사는 80대 노인의 집에 검은 복면을 쓴 강도가 들이닥쳤다. 노인을 폭행하며 금품을 노린 범인의 정체는 충격적이게도 피해자의 전 사위였다.15일 채널A에 따르면, 지난 13일 새벽 서울의 한 빌라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 옷을 입고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40대 남성이 침입했다.이 남성은 집 안에 홀로 있던 80대 여성 A 씨를 위협하고 폭행하며 금팔찌 등 귀금속을 강탈하려 했다. 고령의 A 씨가 뺏기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저항하자, 남성은 결국 빈손으로 도주했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손목 등을 다쳐 치료를 받았다.범인의 대담한 행각은 범행 이후에도 이어졌다. 사건 발생 약 6시간 뒤, 그는 범행 당시 입었던 옷과 다른 옷으로 갈아입은 채 다시 현장에 나타났다. 자신이 침입했던 빌라 앞을 태연히 서성이다가 경찰에게 덜미를 잡혔다.조사 결과 이 남성은 피해자의 전 사위로 확인됐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생활비가 필요했다”는 취지로 범행 동기를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경찰은 전 사위에게 강도상해 혐의를 적용해 구속했다.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죽어도 안 한다”며 강하게 선을 그었다. 최근 통일교 특검법 발의를 계기로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보수 진영 선거 연대설’을 공개적으로 일축한 것이다.17일 이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희랑 국민의힘이 생각보다 뜻이 일치하는 게 많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그것 때문에 연대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때를 밀 게 아니라 뼈를 깎아야”…국민의힘 ‘쇄신’ 비판진행자가 “죽어도 안 하느냐”고 거듭 물어도 이 대표는 단호했다. 그는 “안 한다. (연대를 위한) 조건도 없다. 안 할 거니까”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교체되거나 노선이 변화할 경우 연대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오히려 국민의힘이 잘되면 우리한테 연락이 없을 것”이라며 상황 변화가 연대의 조건이 될 수 없음을 재확인했다.평소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민의힘 전면에 나설 경우에도 이 대표는 냉정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연대라는 건 당 사이의 연대다. 당 간 연대가 안 되는 상황에서 개인 간 연대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이 대표는 국민의힘 내부의 쇄신 논의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그는 고 노회찬 전 의원의 발언을 인용하며 “‘쇄신’이라는 건 때를 미는 ‘세신’이 아니라 뼈를 깎는 것인데, 지금 (국민의힘은) 때를 밀려고 하고 있다”며 “민주당에 맞서 일부 사안에 대해 연대할 수 있는 건 맞지만, 그 이상의 단계는 고려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동훈과도 선 그은 이준석…“보수가 이기는 판 안보여”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 역시 일축했다. 이 대표는 “지금 한 전 대표랑 뭘 한다고 해서 보수진영이 이기는 판이 나올 것 같지 않다”며 거리를 뒀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출마할 지 여부에 대해서는 “지금은 지역구인 동탄의 교통 문제 해결이 더 중요하다”며 즉답을 피했다.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심리를 지배하는 ‘가스라이팅’ 수법으로 또래 여성에게 100억 원에 달하는 거액을 뜯어낸 2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재판부는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질타하면서도, 피해 회복의 가능성과 양형 기준을 고려해 1심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했다.17일 대구고법 형사2부(재판장 왕해진)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구속기소 된 20대 A 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6년을 선고했다. 범죄 수익 은닉을 도운 공범 B 씨에게는 1심과 같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유지됐다.● 연인인 척 접근해 ‘가스라이팅’…100억 원 뜯어냈다A 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3월까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만난 20대 여성에게 접근, 연인 행세를 하며 심리적 지배(가스라이팅)를 통해 100억 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의 판단력이 흐려진 틈을 타 재력가인 부모가 보관하던 현금과 자산을 자신에게 보내도록 유도한 것으로 조사됐다.치밀한 자금 은닉 정황도 드러났다. A 씨는 가로챈 돈 중 약 70억 원을 추적이 어려운 상품권으로 바꿔 현금화한 뒤 숨겼고, B 씨는 이 중 일부를 보관하며 범행을 도왔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A 씨가 은닉한 현금과 상품권 29억 원 상당, 고가 명품 시계와 가방 등을 압수했다.1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경제적 기반을 흔드는 것을 넘어 인격까지 말살했다”며 검찰 구형보다 높은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피해자는 처참한 상황…다만 양형 기준을 너무 크게 벗어나”항소심 재판부는 A 씨의 죄책이 무겁다는 점은 1심과 같이 인정했다. 재판부는 “범행의 수법이 계획적이고 지능적이며 피해 규모가 매우 크다”며 “피고인들은 피해자들로부터 편취한 돈으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즐긴 반면, 피해자들은 평생 모은 재산을 잃고 막대한 채무를 떠안아 가정이 파탄 나는 처참한 상황에 놓였다”고 지적했다.다만 재판부는 감형 사유로 피해 회복 가능성과 양형 기준을 들었다. 재판부는 “압수된 현금과 명품 등이 경매를 거치지 않고 피해자에게 직접 반환될 경우 일정 부분 피해 회복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또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정한 사기 범죄의 권고 형량은 징역 6년 이상 13년 6개월 이하”라며 “피해자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상황임을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1심의 형량(징역 20년)은 양형 기준을 너무 크게 벗어났다”고 설명했다.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이 전남 신안군의 ‘햇빛연금’ 제도를 직접 언급하며 담당 공무원을 향해 “엄청 똑똑한 것 같다”고 공개 석상에서 칭찬했다. 평소 국무회의에서 각 부처를 향해 강도 높은 질책을 이어가던 것과는 대비된 모습으로, 정책 성과에 대한 이례적인 평가다.16일 오전 세종시에서 열린 제54회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햇빛연금 전국 확산 방안’을 보고받으며 “담당 국장이 누군지 몰라도 일을 참 잘한다“면서 ”중앙부처로 데려다 쓰는 방안도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 기초지자체 국장급 공무원을 대통령이 직접 거론하며 중앙 부처 영입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이 대통령은 특히 신안군의 인구 변화에 주목했다. 그는 “주변 지역은 인구가 줄어 난리인데 신안군만 늘고 있다”며 “나라의 운명을 가르는 큰 사업”이라고 평가하며 전국 확산 필요성을 강조했다.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햇빛, 태양은 공급이 무한하고 남는 땅도 엄청 많다”면서 기후에너지환경부를 향해 “왜 한전이 빚내서 할 생각을 하느냐. 국민들이 투자하게 하라”고 덧붙였다.● 3년간 주민 배당금만 100억…주민 49% 혜택신안군의 햇빛연금은 태양광 발전으로 발생한 수익을 주민들에게 배당금 형태로 환원하는 제도로, 2021년 전국 최초로 도입됐다. 시행 이후 3년간 주민들에게 지급된 금액만 100억 원이 넘는다. 사업 성과가 가시화되자 신안군은 해상풍력 발전 수익을 공유하는 ‘바람연금’까지 확대했다. 올해 기준 햇빛·바람 연금의 혜택을 받은 주민은 전체 군민의 49% 수준이다.이 같은 소득 공유 모델은 지방 소멸 대응 정책으로도 효과를 냈다. 한때 3만 명 선 붕괴를 걱정하던 신안군 인구는 제도 도입 이후 반등에 성공해, 올해 11월 기준 4만1545명으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 “2030년까지 2500곳 확산”정부도 대통령의 지시에 발맞춰 정책 확산에 속도를 낸다. 행정안전부는 농림축산식품부,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손잡고 2030년까지 전국에 ‘햇빛소득마을’ 2500개 이상을 조성하기로 했다. 마을 내 유휴 부지나 저수지 등에 주민 주도로 태양광 발전소를 짓고 수익을 공유해 농촌의 에너지 자립과 소득 증대를 동시에 잡는다는 구상이다.이를 위해 정부는 범정부 전담 기구인 ‘(가칭)햇빛소득마을추진단’을 신설하고, 내년에만 국비 5500억 원을 투입해 부지 확보 등을 인프라 구축을 지원할 방침이다.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내년 달라지는 교통법규’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확산하자 경찰이 사실 확인에 나섰다. 확인 결과 유포된 항목 대부분은 ‘허위 사실’이었으며, 일부 내용도 사실을 과장한 정보인 것으로 나타났다.16일 경찰청은 “온라인 상에 유포 중인 ‘2026년 달라지는 교통법규’ 정보의 내용은 거짓이거나 과장이다”라며 각 항목에 대한 사실관계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온라인 유포 소문 대다수가 ‘가짜뉴스’‘스쿨존 제한속도 일괄 20km 하향’은 사실이 아니다. 내년에도 현행과 같이 시속 30km 이내가 원칙이며, 제한속도 변경이나 도로교통법 개정 계획은 없다. 다만 현행법상 필요시 일부 구간의 속도를 낮출 수는 있다.‘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의 운전 가능 연령 상향’도 거짓이다. 현행법상 만 16세 이상이면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를 취득해 운전이 가능하다. 이를 만 18세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 않다.‘음주운전 단속 기준 강화’ 역시 사실무근이다. 온라인상에는 단속 기준인 혈중알코올농도가 현행 0.03%에서 0.02%로 강화된다는 내용이 돌았으나, 경찰은 그럴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다.‘자전거 도로 주정차 시 즉시 견인 조치’도 허위 사실이다. 현행 도로교통법 제35조는 지자체가 자전거도로 주정차 위반 시 이동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견인 여부는 각 지자체의 조례와 현장 상황에 따른다. 적발 즉시 견인한다는 방침은 정해진 바 없다.‘고령 운전자 갱신 주기 70세부터 3년으로 단축’은 잘못된 정보다. 현행법상 갱신 주기가 3년으로 줄어드는 연령은 75세 이상이다. 65세 이상 75세 미만이라면 기존대로 갱신 주기 5년·65세 미만은 10년이 유지된다.‘불법 주차 단속을 위한 차주 전화번호 의무 제공’ 또한 사실이 아니다. 경찰은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지자체장이 주차 위반 차량 조치를 위해 차주 전화번호를 제공받을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권고를 받았을 뿐이다. 경찰은 “국가기관이 차량 소유주의 번호를 임의로 수집·활용하는 것은 범죄이며, 법이 개정된 사실도 없다”고 못 박았다.‘개선된 번호판 장착 시행’도 사실이 아니다. 2027년 사업용 화물차 전국 번호판 도입을 검토 중이나, 2026년에 시행되는 관련 법률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 섞은 교묘한 주장도…“주의 깊게 확인해야”사실과 거짓이 섞여 있어 주의가 필요한 내용도 있다.‘횡단보도 접근 시 무조건 일시 정지’는 일부 상황에서만 사실이다. 신호기가 설치되지 않은 스쿨존 내 횡단보도 앞에서는 보행자 유무와 관계없이 무조건 일시 정지해야 한다. 다만 이를 강제하는 조항이 신설된다는 주장은 거짓이다. 경찰은 차량이 보행자가 건너고 있거나 건너려 할 때만 멈추면 된다고 설명했다.‘인공지능(AI) 무인 단속 확대’는 일부만 사실이다. 이달부터 서울 강남구 국기원 사거리에서 AI 기기를 활용한 꼬리물기 단속을 시범 운영 중인 것은 맞다. 하지만 루머처럼 차로 변경 및 안전거리 위반까지 단속 범위를 확대할 계획은 없다.경찰청은 “국민들이 잘못된 법 정보로 불필요한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주의해 달라”며 온라인발 가짜 정보에 현혹되지 말 것을 당부했다.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자산 2조 원을 가졌다고 주장하는 중국의 30대 남성이 공개 구혼에 나서 화제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가 주가 조작을 노리고 관심을 끄는 ‘사기꾼’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중국의 30대 남성은 지난달 2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파격적인 구혼 광고를 올렸다.● “돈은 내가 많으니 당신은 ‘애국심’만”그가 밝힌 본인의 순자산은 100억 위안(약 1조9500억 원)으로, 다진 중공업(Dajin Heavy Industry)과 그랜드 선너지 테크(Grand Sunergy Tech) 등 10여 개 상장 기업의 대주주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고양이 4마리를 키우고, 인품이 선량하고 대범하며, 휴대전화 검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눈길을 끄는 것은 그가 미래의 신부에게 요구한 ‘사상 검증’이다. 그는 자신을 “극도로 애국적이고 민족주의적인 성향”이라고 정의하며, 아내 역시 “나와 같은 열정을 공유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밝혔다.반면 “나와 재력이 맞는 사람을 찾는 건 어차피 비현실적”이라며 재산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신 “타인을 배려할 줄 알고, 자녀를 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자신이 독일 명문대 학사 출신이라 주장한 그는 중국 옌타이와 항저우에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자산가’라고 강조했다. 실제 공개된 사진에는 명품 셔츠를 입고 롤스로이스 앞에 선 모습이 담겼다. 얼굴이 담기지는 않았지만, 외모에 대해서는 “꽤 뚱뚱하지만 절대 못생기지는 않았다”고 자평했다.● 수백 명 줄 섰지만…“주가 띄우기 위한 사기극” 의혹 제기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가 광고에 개인 메신저 계정을 공개하자 하루에 수백 건의 친구 신청이 쇄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혼 게시글에는 1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고, 일부 여성들은 자신의 사진과 신상정보를 댓글로 올리며 적극적으로 구애에 나서기도 했다.하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누리꾼들은 사이에선 “개미 투자자들을 유혹해 손해를 끼치는 것으로 악명이 높은 인물”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진짜 재력가라면 상류층끼리 중매 행사를 열어 조용히 짝을 찾았을 것”이라며 “굳이 온라인에 떠들썩하게 광고를 하는 건 다른 꿍꿍이가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쏟아지는 의혹에 대해 그는 “시세 조종은 엄연한 불법”이라며 반박했다. 또한 그는 “진지하게 아내를 찾고 있으며, 교제가 확정되면 대중에게 공개하겠다”고 맞섰다.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2030세대(MZ세대)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년간 지방에서는 청년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반면 수도권으로는 대거 몰려들었다. 특히 서울은 전체 인구가 줄어드는 와중에도 청년층만큼은 폭발적으로 늘어 식지 않는 ‘인서울’ 열망을 증명했다.16일 리더스인덱스가 코로나 팬데믹 전후 4년간 20~39세 청년의 주민등록상 거주지 이동 추이를 분석한 결과, 최근 4년간 청년층이 순유입된 광역자치단체는 경기·서울·인천·세종·충남·대전 등 6곳에 불과했다. 또한 일자리가 풍부한 수도권과 일부 충청권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는 청년 이탈 속도가 더 빨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총 인구수는 줄었지만…줄어들지 않은 ‘인서울’ 열망서울로 진입한 MZ세대는 코로나 이전 4년간 2만5579명에 그쳤으나, 팬데믹 이후 4년 동안에는 7만7425명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같은 기간 서울의 총인구가 계속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높은 집값과 물가 부담에도 불구하고, 양질의 일자리와 문화·교육 인프라가 청년들을 끌어당기는 자석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자치구별로는 강동(1만6419명), 영등포(1만2331명), 관악(1만1180명) 등으로의 유입이 활발했다. 눈에 띄는 것은 강남·서초구의 반전이다. 코로나 이전 서울을 빠져나가던 청년들이 다시 강남권으로 돌아오며 순유입으로 돌아섰다. 반면 노원·양천·강북·도봉구 등에서는 여전히 청년들이 빠져나가는 흐름을 보였다.● 인천으로 모이는 청년들…경기도는 ‘주춤’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인 곳은 인천이다. 팬데믹 이전 4년간 547명이 순유출됐던 인천은 팬데믹 이후 4만6245명이 순유입되며 증가율이 8500%를 넘겼다. 서울 접근성이 높고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해 청년층의 새로운 주거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반면 경기도의 증가세는 한풀 꺾였다. 여전히 전국에서 가장 많은 청년이 유입되고는 있지만, 순유입 규모는 30만 명대에서 10만 명대로 뚝 떨어졌다. 고양, 남양주, 의정부 등 서울 인접 위성도시들에서 청년들이 빠져나간 영향이 컸다. 다만 수원, 안양 등 서울 접근성이 뛰어난 일부 지역은 유입세로 돌아서며 경기도 내에서도 지역별 희비가 엇갈렸다.● ‘제주 살기’는 옛말…지방 소멸은 더 빨라져비수도권 중에서도 경상권의 상황은 심각했다. 경남은 팬데믹 전후 8년 내내 5만 명 이상의 MZ세대가 빠져나간 유일한 곳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경북(-3만9061명), 부산(-2만8036명), 대구(-2만2961명) 역시 청년 이탈을 피하지 못했다.한때 ‘제주 살기’ 열풍이 불었던 제주도마저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었다. 팬데믹 이전 청년층이 늘었던 제주는 이후 6018명이 짐을 싸며 전국에서 가장 높은 감소율(-249%)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폭설로 마비된 도로 위에서 복통을 호소하던 임신부가 빙판길에 갇히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으나, 시민들의 자발적인 도움으로 무사히 병원에 이송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눈길 정체 속에서 경찰차마저 움직이지 못하던 순간, 시민들이 직접 차를 밀어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긴박했던 당시 상황이 주목받고 있다.15일 경찰청 공식 유튜브 채널에 따르면, 수도권에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지난 4일 경기 남양주시의 한 도로에서 “임신부인 아내가 도로에 갇혀 극심한 복통을 호소하고 있다”는 다급한 신고가 접수됐다.● 얼어붙은 도로 위 고립된 임산부…복통이 시작됐다당시 도로는 내린 눈이 도로를 막아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정체 상황이었다. 출동한 경찰이 사이렌을 울리며 겨우 길을 확보해 도착했으나, 현장 상황은 예상보다 더욱 심각했다. 도로가 완전히 얼어 붙으며 차량 운행이 불가능한 상황이었고, 임산부도 4시간 이상 차량에 고립돼 있어 운전이 불가능했던 것. 경찰은 즉시 산모를 경찰차로 옮겨 태웠다. 문제는 결빙 구간이었다. 산모를 태운 경찰차가 빙판길에 진입하자 바퀴가 헛돌기 시작한 것이다. 제설 작업이 미처 이뤄지지 않은 탓에 차량은 앞으로 나가지 못한 채 제자리에서 헛바퀴만 굴렀다. 1분 1초가 급한 상황에서 경찰관들의 얼굴에도 당혹감이 서렸다.● 경찰차로 뛰어든 시민들…“두 생명 구했다”그때였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시민 3명이 약속이나 한 듯 경찰차로 뛰어들었다. 이들은 망설임 없이 경찰차 뒤편에 붙어 온몸으로 차를 밀기 시작했다. 시민들이 “하나, 둘!” 구령을 맞추며 힘을 보태자 꼼짝 않던 경찰차가 서서히 빙판을 빠져나갔다.이들의 선행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경찰관이 운전대를 잡은 산모의 차량마저 같은 구간에서 미끄러지자, 시민들은 다시 한번 달려가 차량을 힘껏 밀어 올렸다. 영하의 추위와 눈보라 속에서도 시민들은 차량이 안전한 구간에 진입할 때까지 손을 떼지 않았다.시민들의 도움 덕분에 산모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현재 산모와 태아는 모두 건강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두 생명을 구해주셔서 감사드린다”, “시민들의 용기가 정말 대단하다”, “경찰과 시민이 서로를 돕는 모습이 정말 훈훈하다”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73)의 얼굴과 거주지 등 신상정보 공개가 출소 5년 만에 중단됐다. 출소 이후에도 수차례 무단이탈과 규정 위반으로 재판을 받아온 인물의 위치 정보가 더 이상 공개되지 않으면서 시민 불안이 다시 커지고 있다.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성범죄자알림e’ 사이트에서 지난 12일자로 조두순의 정보가 삭제됐다. 법원이 내린 5년간의 신상정보 공개 명령 기간이 만료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조두순의 사진, 주민등록상 주소와 실제 거주지, 성폭력 전과 등을 더는 열람할 수 없게 됐다.● 정보공개 끝나도 ‘전자발찌’ 부착 대상…1대1 감시도 유지신상정보 공개가 종료됐다고 해서 관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조두순은 여전히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이며 전담 보호관찰관의 1대1 감시도 유지된다. 다만 일반 시민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모두 비공개로 전환됐다.조두순은 아동 성폭행 혐의로 12년의 복역생활을 마치고 지난 2020년 12월 출소했다. 법원은 출소 당시 그에게 야간·등하교 시간 외출과 음주를 제한하고, 교육시설 출입 및 피해자 접근을 금지하는 특별준수사항을 부과했다. 또한 당시 국회는 사건의 엄중함을 고려해 ‘조두순 방지법’을 마련해 도로명 및 건물번호 등의 자세한 주소지까지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잊을 만하면 ‘탈출’…야간 외출에 장치 훼손 시도까지문제는 조두순이 출소 후에도 끊임없이 규정을 위반하며 불안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조두순은 보호관찰 기간 동안 총 6차례 무단이탈을 저질렀다. 2023년 12월에는 야간 외출 제한을 어기고 외출했다가 전자장치부착법 위반으로 징역 3월을 선고받았다. 출소 이후에도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4차례 집을 벗어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전자감독장치 전원을 차단하거나 장비를 훼손하려 한 정황도 포착됐다. 같은 달 10일에는 경기 안산시 단원구 자택을 무단 이탈해 추가 기소됐다.● 검찰 “정신병 앓아 치료 필요”…이웃들 “이제 우린 어쩌나”검찰 역시 조두순의 재범 위험성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지난달 열린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이 정신병을 앓고 있어 약물치료 등이 필요해 보인다”며 재판부에 치료감호를 요청했다. 국립법무병원 역시 지난 7월 진행한 정신감정에서 그에게 치료감호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반면 조두순은 조사 과정에서 외출 사실을 부인하거나 고의성이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2008년 도입된 ‘성범죄자 알림e’는 재범 위험이 높은 성범죄자의 얼굴과 거주지 등을 공개해 예방 효과를 노린 제도다. 이번 정보 비공개 전환을 두고 관리 공백을 보완할 추가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인종차별로 미스 핀란드 우승 자격이 박탈된 사건을 두고 핀란드 정치권이 오히려 차별을 옹호하는 듯한 행동에 나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반이민·우파 성향의 연립 여당 핀란드인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동양인을 조롱하는 ‘눈 찢기’ 동작을 보란 듯이 따라 하며 공개적으로 옹호에 나섰기 때문이다.12일(현지 시간) 핀란드 언론 일탈레티(Iltalehti)에 따르면, 핀인당 유호 에롤라 핀란드 의원은 자신의 SNS 프로필을 ‘눈 찢기’ 사진으로 바꾼 것에 대해 “법치주의 토론을 하다 두통이 와 관자놀이를 눌렀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는 앞서 미스 핀란드 우승자가 문제의 행동을 두고 “눈 통증 때문에 마사지를 한 것”이라고 변명한 표현을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 ‘중국인과 식사 중’ 게시물…우승 자격 즉각 박탈논란의 발단은 ‘2025 미스 핀란드’ 우승자 사라 자프체(22)가 지난달 말 식당에서 양손으로 눈꼬리를 찢어 올린 채 “중국인과 식사 중”이라는 설명과 함께 사진을 게시하면서 시작됐다. 해당 게시물은 동양인을 희화화한 인종차별적 표현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미스 핀란드 주최 측은 “어떠한 형태의 차별도 용납하지 않는다”며 즉각 우승 자격을 박탈했다.개인의 일탈로 마무리될 수 있었던 사안은 이후 정치권 개입으로 급속히 확산됐다. 핀인당 소속 의원들이 조직적으로 자프체를 감싸고 나서며 상황은 국제적 망신거리로 번졌다.● 테러 추모 문구까지 악용한 ‘피해자 코스프레’유호 에롤라 의원은 SNS 프로필 사진을 ‘눈 찢기’ 동작으로 바꾸고, 사진 설명에 “나는 사라다(Je suis Sarah)”라는 문구를 덧붙였다. 이는 2015년 프랑스 샤를리 에브도 테러 당시 희생자를 추모하며 사용된 “나는 샤를리다”를 차용한 표현으로, 인종차별 가해자를 표현의 자유를 억압받는 피해자로 포장했다는 비판을 받았다.같은 핀인당 소속 세바스티안 튕퀴넨(Sebastian Tynkkynen), 카이사 가레데브(Kaisa Garedew)의원도 유사한 사진을 SNS에 잇달아 올리며 논란에 가세했다. 당 지도부는 한술 더 떠 이를 ‘정치적 올바름(PC)’에 대한 저항이라고 주장했다. 요아킴 비겔리우스 부대표는 “미스 핀란드 자격 박탈은 병적이고 무자비한 마녀사냥”이라며 “친구들끼리 장난 좀 쳤다고 중국 혐오자가 되느냐”고 반문했다. 유호 에롤라 또한 “인종차별과 전혀 무관하다. 별 일도 아닌데 괜히 크게 키우고 있는 것”이라며 이번 사태를 진보 진영의 도덕적 강박 탓이라고 주장했다.● “무책임하고 유치”…핀란드 내부서도 비판 확산그러나 핀란드 내부에서는 정치인들의 행동을 두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안데르스 아들러크로이츠 교육장관은 “무책임하고 유치하며 어리석다. 명백히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드는 행동”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동핀란드대 교수 투이야 사레스마도 “권력자가 약자를 조롱하는 명백한 ‘타자화’이자 인종차별”이라며 “과거에 용인됐던 농담이라도 더 이상은 허용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인권 선진국’으로 평가받던 핀란드에서 이같은 논란이 일어난 만큼, 이번 사건으로 유럽 정치권 내 인종 감수성과 책임 의식이 의심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숭실대학교 기숙사가 강제 퇴사 조치된 학생들의 징계 사실을 공지하면서 해당 학생들의 국적을 ‘중국’이라고 명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14일 대학가 소식을 종합하면, 지난 8일 숭실대 기숙사 게시판에 붙은 ‘강제 퇴사자 공고문’이 발단이 됐다. 학교 측은 기숙사 규정을 어겨 퇴사당한 학생 2명의 성(姓)과 학번, 그리고 사유를 공개했다.● 규정 위반과 국적이 무슨 상관?…‘차별’ 비판이번에 적발된 두 학생은 모두 기숙사 내에서 두 차례 이상 흡연한 것으로 확인됐다. 숭실대 기숙사 규정상 ‘생활관 내 흡연’은 벌점 18점이 부과되는 중징계 사안으로, 2회 이상 적발 시 즉시 퇴사 조치된다.문제는 인적 사항에 함께 적힌 ‘국적’ 표기였다. 학교 측은 퇴사자 2명의 국적을 중국이라고 명시했다. 이에 징계 사항과 국적이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에도 굳이 국적을 표기한 것은 과도한 낙인찍기라는 지적이 이어졌다.이러한 우려는 현실이 됐다. 해당 공고문이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공유되자 중국인 유학생 전체를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게시판에는 “짱꼴라(중국인을 비하하는 은어)들 꼬시다”, “믿거조(믿고 거르는 조선족)” 등 원색적인 조롱과 혐오 표현이 줄을 이었다. ● 학교 측 “특정 국가 겨냥이나 갈등 유도 의도는 없다”통상적으로 대학 기숙사는 징계 공고 시 이름을 가리거나 학번 일부만 공개하는 등 개인정보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국적 공개가 자칫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과 차별로 확산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 A 씨는 “징계 공고는 흡연 사실만 알리면 충분한데 굳이 국적을 써놓아 중국인 학생을 특정하게 만들었다”며 “대학이 학생 인권과 다양성 보호에 무감각하다”고 꼬집었다.이에 대해 숭실대 측은 입장문을 보내 “혐중과는 무관하며, 핵심은 국적 차별이 아니라 기숙사 내 흡연으로 인한 사고 예방이다”라며 “특정 국가를 겨냥하거나 국적 간 갈등을 유도한다는 것은 억측으로 판단된다”라고 밝혔다.다만 학교 측은 “징계 공고문에 국적을 기재해오던 점은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향후 국적 비공개를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영화 ‘기생충’을 연상케 하는 사건이 대만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실제로 벌어졌다. 70대 남성이 아파트 지하 기계식 주차장 구석에 자신만의 ‘비밀 아지트’를 꾸리고 무려 3년이나 몰래 거주해 온 사실이 뒤늦게 발각된 것이다.12일(현지 시간) TVBS 등 대만 현지 매체에 따르면, 가오슝시 경찰은 전날 타인의 주거 공간에 무단으로 침입해 거주한 혐의로 궈모 씨(71)를 체포했다. 궈 씨가 숨어 지내던 곳은 사람이 거주할 수 없는 아파트 지하 기계식 주차장의 기계실 공간으로, 입주민들조차 존재를 잊고 지내던 사각지대였다.● 지하 공간에 가구·가전 ‘완벽 구비’…3년이나 지속된 기생경찰 조사 결과 궈 씨는 외부인이 아닌 해당 아파트의 전 입주민이었다. 과거 이 건물의 관리인으로 근무한 이력도 확인됐다. 약 3년 전 거주하던 집이 법원 경매로 넘어가며 거처를 잃자, 건물 구조와 관리 동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점을 악용해 지하 공간으로 숨어든 것이다.그의 은신처는 단순한 노숙 공간이 아니었다. 침대와 책상, 의자 등 기본 가구는 물론 각종 가전제품까지 반입돼 있었고, 이동 수단인 오토바이도 지하 주차장에 함께 보관돼 있었다. 전기는 건물 공용 콘센트에 무단으로 연결해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실상 ‘지하 원룸’에 가까운 생활을 이어온 셈이다.이 같은 생활이 장기간 발각되지 않은 이유로는 해당 기계식 주차장이 노후화돼 이용 빈도가 극히 낮았다는 점이 꼽힌다. 입주민들의 왕래가 거의 없었던 공간이 오히려 은신처로 활용됐다.● “공용 공간에서 뭐하냐” 체포…풀려나자마자마 다시 ‘컴백’그의 ‘기생’은 해당 주차 구역의 소유주가 집을 매물로 내놓으면서 막을 내리게 됐다. 현장을 방문한 부동산 중개인이 매물을 점검하던 중 사람의 인기척을 느끼고 지하 공간을 살피다 궈 씨와 마주친 것이다.중개인이 “도대체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묻자, 궈 씨는 오히려 당당한 태도로 맞섰다. 그는 “주차 공간은 입주민 모두가 쓰는 공용 시설인데 내가 지내는 게 무슨 문제냐”며 억지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궈 씨를 주거침입 현행범으로 체포했다.그러나 황당한 상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조사를 마치고 풀려난 궈 씨가 지난 11일 다시 아파트 지하로 돌아와 짐을 풀고 거주를 시도한 사실이 확인됐다. 재차 신고를 받은 경찰은 궈 씨를 다시 체포했고, 아파트 관리위원회는 지하에 쌓여 있던 가재도구와 짐을 모두 강제 철거했다.피해를 입은 집주인은 “사유지가 무법천지로 점거당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국가가 국민 권리 보호에 실패한 것이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지 언론은 이번 사건을 공공재 관리 부족과 고령층 주거 빈곤이 빚어낸 씁쓸한 ‘도시의 그늘’이라고 지적했다.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