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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죽는대.”10년 전 절연한 친구가 찾아와 대뜸 이런 말을 꺼낸다.그러면서 스위스행 비행기표를 건네더니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며 이런 부탁을 한다. “맞아, 안락사.” “거기에 나랑 같이 가주지 않을래?”12일 공개한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은 이렇게 시작한다. 15부작인 드라마는 서로를 가장 좋아하면서도 질투하고 미워하는 은중(김고은)과 상연(박지현)의 30년 서사를 다뤘다. 대규모 제작비가 투자된 작품이 아님에도, 공개 약 일주일 만에 국내 넷플릭스 시리즈 1위와 지난주 글로벌 TV쇼 비영어 부문 5위를 차지했다. 섬세한 각본과 연출, 그리고 두 배우의 열연 덕이다. 치열한 관계극의 중심에 선 두 주인공인 배우 김고은(34)과 박지현(31)을 22, 25일 만났다.극에서 은중은 비범하진 않아도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안다. 상연은 능력이 뛰어나지만 자신을 혐오한다. 상연은 모두에게 사랑받는 은중 앞에서 초라해졌고, 그런 복잡한 마음은 드라마틱한 배신으로 이어진다. 자칫 억지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이야기는 박지현의 연기로 설득력을 얻었다. 나쁘게만 보일 수도 있었던 캐릭터지만, 그의 자연스러운 연기 덕에 상연의 외로움과 결핍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은중이는 그 자체로도 이해해 줄 수 있는 역할이지만, 상연이는 시청자들이 그 안을 들여다봐줘야 하는 수고로움이 필요한 역할이죠. 그런데 그 개연성을 박지현이란 배우가 잘 표현해낸 것 같아요.”(김고은) 이렇게 박지현의 연기가 빛날 수 있던 건 김고은 덕이기도 하다. 보는 이가 자연스럽게 감정을 이입하는 건 은중이기에, 김고은은 은중의 평범함을 흔들림 없이 구현해야 했다.“언니는 너무나 우뚝 서 있는 바위였고, 저는 그 바위에 계란도 돌도 던져 보는 사람이었어요. 그 덕에 배우로서 해볼 수 있는 모든 연기를 다 해봤죠. 제가 받는 칭찬은 김고은의 것이라고 생각해요.”(박지현) 김고은 연기의 절실함은 배우의 개인사와도 맞닿아 있다. 김고은은 출연 결정에 대해 “작가가 ‘조력 사망’을 담고 싶다고 하셨고, 그에 마음이 움직였다”며 “쉽게 할 수 없는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에 대한 반가움이 컸다”고 했다. ‘은중과 상연’을 촬영하던 2023년 즈음에 그의 친구 몇몇이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김고은은 “작품을 만난 시기가 참 신기했다”며 “슬픔에만 빠져 있을 법한 시기에 올바르게 감정들을 쓸 수 있어서 ‘죽으라는 법은 없구나’ 하는 느낌까지 받을 정도였다”고 했다. “20대 전부를 함께했던 친구들이었어요. 배우로서 인정받지 못했던 순간들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고은아, 너는 정말 특별해’라고 말해 주던 이들이었거든요. 이 작품을 찍으면서 소중했던 그 친구들이 많이 떠올랐어요.” 두 배우는 은중과 상연의 관계를 ‘우정’으로만 정의하진 않았다. 서로를 “그저 유일한 존재”라고 생각했다는 박지현과 “깊은 사랑이 있는 관계”라고 생각했다는 김고은. 그렇기에 30년이란 긴 여정을 지나 은중은 끝내 상연을 용서한다. 김고은은 “이 작품은 온전히 한 사람을 다 받아낸 은중의 이야기로도 보인다”며 “어렵겠지만 한 번쯤은 그런 관계를 경험해 봐도 좋겠다”고 했다. 작품 속 두 사람의 끝은 예고된 대로 스위스로 향한다. 최종본엔 담기지 않은 장면 중 하나는 상연의 마지막을 지키던 은중이 ‘상연아 사랑해’라고 말하는 순간. 박지현은 인터뷰 도중 이 연기를 할 당시를 회상하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는 빨개진 눈을 훔치며 “누구에게도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 보지 못했던 상연이는 그 한마디를 평생 갈망했을 것 같다”며 “‘나도 사랑한다’고 은중에게 화답하고 싶었다”는 뒷이야기를 전했다. 상연이 떠난 뒤 작품은 ‘남겨진 자’ 은중의 시점으로 마무리된다. 상연과의 동행을 마친 은중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김고은은 “잘 살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은중이는 상연이와의 동행을 선택할 때부터 이미 자신을 잘 지킬 줄 아는 친구였어요. 이 일을 아프고 슬프게만 받아들이진 않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상연이를 잘 보내줄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은중이는 그렇게 생각할 거예요.”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평생을 ‘지구에 처음 온 사람처럼 살았던’ 원로 코미디언 전유성 씨가 25일 영영 지구를 떠났다. 향년 76세.대한민국방송코미디언협회에 따르면 고인은 이날 오후 9시 5분경 입원 중이던 전북대병원에서 별세했다.고인은 서라벌예술대학 연극연출과를 졸업하고 1968년 TBC 방송작가로 방송가에 발을 디딘 후 이듬해 MBC 개그콘테스트로 데뷔했다. 이후 ‘유머 1번지’, ‘쇼 비디오 자키’, ‘개그콘서트’ 등 여러 프로그램에서 개그를 선보였다. 슬랩스틱 코미디가 주류이던 시절 몸보다는 말로 사람을 웃기는 개그를 해 인기를 모았고, ‘개그맨’이라는 단어를 방송가에 퍼뜨리기도 했다. KBS의 간판 개그 프로그램이었던 개그콘서트의 원안이 고인으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인은 평소 개그맨 지망생들을 모아 양성하는 등 후배들 사이에서도 신망이 두터워 ‘개그계의 대부’로 불렸다. 예원예술대 코미디연기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조세호, 김신영 등 여러 후배들을 길러냈다. 경북 청도와 전북 남원에서 ‘코미디 철가방극장’을 비롯한 지역 축제와 공연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2013년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명예위원장을 맡았다.1997년 국무총리 표창과 2004년 MBC 연기대상 라디오 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올해 6월 폐기흉 관련 시술을 받았으나 최근 증세가 악화돼 전북대병원에 입원했다.고인은 2023년 산문집 ‘지구에 처음 온 사람처럼’을 펴낸 뒤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희극적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지구에 처음 온 사람처럼 사는 것”, “남들이 당연하다 여기는 것에 물음표를 붙이는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유족으로 딸 제비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이며, 장례는 코미디언협회장으로 치러진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나 죽는대.”10년 전 절연한 친구가 찾아와 대뜸 이런 말을 꺼낸다. 그러면서 스위스행 비행기표를 건네더니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며 이런 부탁을 한다. “맞아, 안락사.” “거기에 나랑 같이 가주지 않을래?”12일 공개한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은 이렇게 시작한다. 15부작인 드라마는 서로를 가장 좋아하면서도 질투하고 미워하는 은중(김고은)과 상연(박지현)의 30년 서사를 다뤘다. 대규모 제작비가 투자된 작품이 아님에도, 공개 약 일주일 만에 국내 넷플릭스 시리즈 1위와 지난주 글로벌 TV쇼 비영어 부문 5위를 차지했다. 섬세한 각본과 연출, 그리고 두 배우의 열연 덕이다. 치열한 관계극의 중심에 선 두 주인공인 배우 김고은(34)과 박지현(31)을 22, 25일 만났다.극에서 은중은 비범하진 않아도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안다. 상연은 능력이 뛰어나지만 자신을 혐오한다. 상연은 모두에게 사랑받는 은중 앞에서 초라해졌고, 그런 복잡한 마음은 드라마틱한 배신으로 이어진다. 자칫 억지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이야기는 박지현의 연기로 설득력을 얻었다. 나쁘게만 보일 수도 있었던 캐릭터지만, 그의 자연스러운 연기 덕에 상연의 외로움과 결핍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은중이는 그 자체로도 이해해줄 수 있는 역할이지만, 상연이는 시청자들이 그 안을 들여다 봐줘야 하는 수고로움이 필요한 역할이죠. 그런데 그 개연성을 박지현이란 배우가 잘 표현해낸 것 같아요.”(김고은)이렇게 박지현의 연기가 빛날 수 있던 건 김고은 덕이기도 하다. 보는 이가 자연스럽게 감정을 이입하는 건 은중이기에, 김고은은 은중의 평범함을 흔들림 없이 구현해야 했다.“언니는 너무나 우뚝 서 있는 바위였고, 저는 그 바위에 계란도 돌도 던져보는 사람이었어요. 그 덕에 배우로서 해볼 수 있는 모든 연기를 다 해봤죠. 제가 받는 칭찬은 김고은의 것이라고 생각해요.”(박지현)김고은 연기의 절실함은 배우의 개인사와도 맞닿아 있다. 김고은은 출연 결정에 대해 “작가가 ‘조력 사망’을 담고 싶다고 하셨고, 그에 마음이 움직였다”며 “쉽게 할 수 없는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에 대한 반가움이 컸다”고 했다. 실제로 ‘은중과 상연’을 촬영하던 2023년 즈음에 그의 친구 몇몇이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김고은은 “작품을 만난 시기가 참 신기했다”며 “슬픔에만 빠져있을 법한 시기에 올바르게 감정들을 쓸 수 있어서 ‘죽으라는 법은 없구나’하는 느낌까지 받을 정도였다”고 했다.“20대 전부를 함께 했던 친구들이었어요. 배우로서 인정받지 못했던 순간들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고은아, 너는 정말 특별해’라고 말해주던 이들이었거든요. 이 작품을 찍으면서 소중했던 그 친구들이 많이 떠올랐어요.”두 배우는 은중과 상연의 관계를 ‘우정’으로만 정의하진 않았다. 서로를 “그저 유일한 존재”라고 생각했다는 박지현과 “깊은 사랑이 있는 관계”라고 생각했다는 김고은. 그렇기에 30년이란 긴 여정을 지나 은중은 끝내 상연을 용서한다. 김고은은 “이 작품은 온전히 한 사람을 다 받아낸 은중의 이야기로도 보인다”며 “어렵겠지만 한 번쯤은 그런 관계를 경험해봐도 좋겠다”고 했다.작품 속 두 사람의 끝은 예고된 대로 스위스로 향한다. 최종본엔 편집돼 담기지 않은 장면 중 하나는 상연의 마지막을 지키던 은중이 ‘상연아 사랑해’라고 말하는 순간. 박지현은 인터뷰 도중 이 연기를 할 당시를 회상하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는 빨개진 눈을 훔치며 “누구에게도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던 상연이는 그 한 마디를 평생 갈망했을 것 같다”며 “‘나도 사랑한다’고 은중에게 화답하고 싶었다”는 뒷이야기를 전했다.상연이 떠난 뒤 작품은 ‘남겨진 자’ 은중의 시점으로 마무리된다. 상연과의 동행을 마친 은중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김고은은 “잘 살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은중이는 상연이와의 동행을 선택할 때부터 이미 자신을 잘 지킬 줄 아는 친구였어요. 이 일을 아프고 슬프게만 받아들이진 않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상연이를 잘 보내줄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은중이는 그렇게 생각할 거예요.”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옛날엔 개봉날에 비가 오면 관객 안 온다고 걱정을 했었어요. 그런데 비가 오니 기분이 서늘하고 좋네요.” 비가 쏟아지던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 영화 ‘어쩔수가없다’ 개봉일에 만난 박찬욱 감독(62·사진)은 뭔가 달관한 듯 담담한 분위기가 물씬했다. ‘어쩔수가없다’는 제지업계에서 25년간 일했던 만수(이병헌)가 갑작스럽게 해고된 뒤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재취업에 나서며 벌어지는 이야기. 이 배우와는 ‘공동경비구역 JSA’(2000년), ‘쓰리, 몬스터’(2004년) 이후 세 번째 조우다. 박 감독은 이 배우를 섭외한 이유에 대해 “관객이 만수에게 어느 순간 홀딱 빠져들어야 했다”며 “이병헌은 눈만 봐도 설득되는 배우”라고 했다. 이번 작품은 박 감독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웃긴 영화’로 꼽는 이들이 많다. 평범한 인물이던 만수가 난생처음 살인을 저지르며 보여주는 기행들이 쓴웃음을 짓게 만든다는 평이 나온다. “오히려 이 이야기는 굉장히 슬픈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계속 우울한 기조로 묘사한다고 해서 비극이 강해진다곤 생각하지 않아요. 만수의 어리석음과 미숙함이 자아내는 코미디는 웃길수록 슬프죠.” 한편에선 아쉽다는 분위기도 있다. 박 감독 특유의 은유와 미장센이 도드라졌던 전작들과는 사뭇 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또한 박 감독의 “의도였다”고 한다. 그는 “늘 직전 작품과 달라지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며 “전작 ‘헤어질 결심’이 여백이 많은 시적인 영화였으니, 이번 영화는 필요한 요소가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다 표현하겠다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했다. ‘어쩔수가없다’의 또 다른 두드러진 차별점은 음악이다. 조용필의 ‘고추잠자리’, 김창완의 ‘그래 걷자’ 등 대중가요가 전면에 등장한다. 특히 이른바 ‘고추잠자리 신’으로 불리는 살인 장면은 회심의 한 방으로 꼽힌다. “영화의 중간 지점입니다. 관객 입장에서는 ‘첫 살인이 이렇게 오래 걸리면 어떡하냐’며 시계를 들여다볼 타이밍이죠. 관객들이 그 오랜 기다림(?) 끝에 첫 살인 장면을 마주하게 되는 때에 화면 가득 ‘고추잠자리’가 흐르죠. 그 노랫소리가 아주 커서 관객들도 만수와 함께 텐션이 올라갔다가 노래가 꺼지면 지치길 바랐습니다.” 세계가 주목하는 거장으로 불리지만, 박 감독은 늘 흥행 성적을 고려한다고 했다. 박 감독은 “이 작품으로 수익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 영화산업에 기운이 되살아난다’고 분위기가 바뀌는 데에 이번 영화가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20일 부산 해운대구 CGV센텀시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자 객석에선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터져 나온 큰 박수. 재일 한국인 이상일 감독(51)의 영화 ‘국보’ 얘기다. 이틀 전 18일엔 상영 내내 웃음이 쏟아진 작품도 있었다. 변성현 감독(45)의 ‘굿뉴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함께 초청받은 두 작품은 지금까지 가장 호응이 뜨거운 작품들에 속한다.‘국보’는 일본 야쿠자 집안에서 태어난 소년 ‘키쿠오’(요시자와 료)가 가부키 배우로 성장해 인간 국보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그렸다. 경지에 다다른 일본 전통 연극 가부키를 고스란히 담아냈다는 평. 가부키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어도 주인공들 각자의 고뇌를 포착한 서사적 힘이 뛰어나다. 이 감독의 연출은 무모할 정도로 용감하다. 스크린에 가부키 무대를 통째로 보여 준다. 21일 만난 이 감독은 “고도로 예술을 추구하는 사람만이 보여 주는 풍경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예술가로 살아가며 잃는 것과 얻는 것, 나름의 운명을 짊어진 사람들의 고뇌를 담고 싶었다”라고 했다. 일본 현지에선 ‘예술 영화의 정수’라는 극찬을 받으며 1000만 관객을 돌파하기도 했다.‘굿뉴스’는 변 감독만의 스타일리시함이 두드러진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년), ‘킹메이커’(2022년), ‘길복순’(2023년) 등에서 보여준 독창적인 미장센과 리듬감 있는 연출이 여전히 힘을 발휘한다. 이번 영화는 1970년대 평양을 향해 날아가는 일본 여객기를 하이재킹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블랙코미디 장르로 담아냈다. 경쾌한 편집은 이 영화가 가진 최대의 매력. 긴장감이 절정인 순간 힘을 과감히 빼는가 하면, 배우가 카메라를 응시하며 내레이션을 하는 등 다양한 영상미를 구축한다. 변 감독은 “배우가 렌즈를 본다는 건 관객들에게 거리감을 주는 것”이라면서 “관객들도 이 소동을 지켜봐 달라는 마음으로 작업했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끼여 있어도 되는 건가 송구스러우면서도 자랑스러웠다”고 밝혔다. 갈라 프레젠테이션은 BIFF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화제작 4편을 엄선해 꾸린 부문. 나머지 두 작품은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그저 사고였을 뿐’과 멕시코 출신 거장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프랑켄슈타인’이다.부산=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1765년 8월 무굴 제국의 젊은 황제 ‘샤 알람’은 영국의 한 무역 회사와 ‘알라하바드 조약’을 맺었다. 황제는 당시 많지 않은 금액이던 260만 루피를 대가로 이 회사의 정복을 인정하고 세금 징수 권한까지 넘겼다. 이 회사가 바로 ‘동인도회사’다. 영국과 인도 역사를 탐구해온 저자가 무굴 제국의 몰락과 동인도회사의 부상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그린 책이다. 동인도회사에 대한 방대한 기록을 참조했다고 한다. 학술서에 가까운 무게감을 지닌 덕에 정밀함이 높다. 저자는 “동인도회사는 영국 정부보다 먼저 ‘제국’이 된 최초의 초국적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저자는 무굴 제국이 몰락한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내부 정치’를 꼽았다. 무굴 제국은 동시대 오스만 제국의 4배가 넘는 인구를 가진 거대한 나라였다. 하지만 내부의 권력 다툼에다 황제와 지방 토착세력의 끊임없는 내전으로 국가 역량은 갈수록 소진돼 갔다. 이는 동방 무역을 확대하려던 동인도회사엔 절호의 기회였다. 회사는 무굴 제국의 소왕국들을 차례로 굴복시켜 식민지로 삼았다. 그러다 1764년 무굴 제국의 3개 대군과 맞붙은 ‘북사르 전투’에서도 승리하며 인도에 대한 지배가 현실화됐다. 3개 대군 중 한 축인 샤 알람 황제가 전투 내내 비밀리에 교신했던 회사와의 관계를 복구하기 위해 알라하바드 조약을 맺은 것이다. 문제는 동인도회사가 주식회사란 점이었다. 회사가 무굴 제국으로부터 행정권을 넘겨받은 순간에도, 통치의 제1기준은 ‘주주의 이익’이었다. 이에 세금은 끝없이 늘었고 지역 경제는 피폐해졌다. 극심한 기근으로 수많은 이들이 아사하는 와중에도 동인도회사는 과세 산정액을 높이기도 했다. 이런 과거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뭘까. 저자는 이를 통해 오늘날 기업 권력의 오남용에 대해 경고한다. 특히 거대 자본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이 과거 동인도회사와 닮았다고 지적했다.“기업에 대한 규제가 충분하지 않거나 대기업의 구매력이 정부의 재정을 능가하는 약한 국가들은 특히 위험하다. 지금 동인도회사 이야기는 그 어느 때보다 더 현재적이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흥분을 감출 수가 없어요. 한국 영화를 너무 사랑합니다.” 19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 멕시코 출신의 거장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61·사진)은 한국을 처음 방문한 소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신작 ‘프랑켄슈타인’을 들고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았다. 델 토로 감독은 ‘셰이프 오브 워터’(2018년)로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과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을 수상했다. 그에 앞서 ‘헬보이’(2004년) ‘판의 미로’(2006년) 등을 연출하며 ‘크리처(괴생명체)물 장인’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한국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델 토로 감독은 봉준호, 박찬욱 감독 등을 언급하며 “다른 나라의 어떤 영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영화들이 한국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 영화를 볼 때마다 에너지와 힘을 느낀다”고 말했다.부산=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흥분을 감출 수가 없어요. 한국 영화를 너무 사랑합니다.”19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 멕시코 출신의 거장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61)은 한국을 처음 방문한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는 “한국 영화를 보면 볼수록 정말 문화에 대한 센스가 남다르다”고 칭찬하면서 “한국과 멕시코는 공유하는 바가 많다. 참고로 저는 술을 엄청 좋아한다”며 좌중을 웃기기도 했다.델 토로 감독은 신작 ‘프랑켄슈타인’을 들고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았다. 그는 ‘판의 미로’(2006년) 등 판타지 영화를 주로 만들어온 연출가로, ‘프랑켄슈타인’ 역시 결을 같이 한다. 앞서 ‘셰이프 오브 워터’(2018년)로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과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을 받는 등 세계 영화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감독 중 하나로 꼽힌다.‘프랑켄슈타인’은 천재적이지만 이기적인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극악무도한 실험을 통해 생명체를 탄생시키는 이야기를 다룬다. 1818년 작품인 메리 셸리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이 소설은 앞서 수 차례 영화와 뮤지컬로 만들어졌는데, 이에 대해 델 토로 감독은 “같은 노래라도 부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며 “영화는 저와 아버지 간의 관계를 담은 우화”라고 표현했다.“저의 ‘프랑켄슈타인’은 메리 셸리의 원작에 제 자전적 이야기가 녹아든 작품입니다. 만들어지고, 내버려졌다는 점에서 처음 이 작품을 봤을 때, 마치 나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영화에선 아들(괴물)과 아버지(빅터 프랑켄슈타인)의 관계와 그 사이의 고통을 다룹니다. 젊은 시절 아버지와 나의 관계를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나이가 들고 자식이 생기고 나서야 아버지란 존재를 알게 됐어요.”델 토로 감독은 한국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봉준호, 박찬욱 감독을 언급하며 “다른 나라의 그 어떤 영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영화들이 한국에서 나오고 있다”며 “한국 영화를 보면 볼수록 ‘문화에 대해 정말 순수하구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지난밤 좋은 소식이 전해졌죠.” 18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 이란 출신 자파르 파나히 감독(65)은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마련한 간담회에서 기분이 무척 좋아 보였다. 내년 미국 아카데미상 국제장편영화 부문에 그의 신작 ‘그저 사고였을 뿐(It was Just an Accident)’이 프랑스 대표 영화로 공식 출품됐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파나히 감독은 영화 ‘써클’로 2002년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영화 ‘택시’로는 2015년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올해 5월 ‘그저 사고였을 뿐’으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까지 거머쥐며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장뤼크 고다르(프랑스)와 로버트 앨트먼(미국) 등에 이어 역대 5번째이며, 아시아 최초이자 현존하는 감독 중에 유일하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오스카에 출품하는 과정은 무척 힘겨웠다. 파나히 감독은 “이란 같은 폐쇄적인 나라에선 정부 허가를 받아야 오스카 출품을 할 수 있다. 이번에도 공동 제작국인 프랑스를 통해 가능했다”며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세계 영화인들이 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나히 감독은 부산과 인연이 깊다. 1996년 장편 데뷔작 ‘하얀 풍선’을 들고 제1회 BIFF에 참석했으며, 이후로도 여러 작품을 부산에 선보였다. 올해 30회를 맞은 BIFF는 그에게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여했다. 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에서 먼저 선보인 ‘그저 사고였을 뿐’은 다음 달 1일 세계 최초로 국내 개봉한다. 영화는 과거 정치범으로 수감 생활을 했던 정비공 바히드가 한 남성의 의족 소리를 들은 뒤 그가 자신을 고문했던 정보관이라 확신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란 사회를 날카롭게 지적해 온 감독에게 이런 저항정신은 그의 영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축이다. 파나히 감독은 자국에서 수 차례 출국금지됐으며, 17년간 구금돼 영화 제작 금지 처분을 받은 적도 있다. 그는 그런 과거를 되돌아보며 자신을 “사회적인 영화인”이라고 불렀다. “영화 제작이 불가능했을 때 집에서 홀로 저를 찍었어요. 아무리 영화를 만들지 말라고 해도 어떻게든 작품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컸습니다. 전 이 세상 누구도 이걸 막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영화인들은 언제나 방법을 찾을 테니까요.” 최근 국내외 영화계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의 영향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하지만 파나히 감독은 이에 대해 “그런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난관도 있지만) 굉장히 많은 기술과 가능성이 젊은 세대에게 주어지고 있습니다. 영화인들은 책임감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 의무가 있어요.”부산=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30년 전 부산이란 도시에서 시작된 작은 꿈이, 이제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가 됐습니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이 열린 17일 저녁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 개막식 사회를 맡은 배우 이병헌 씨가 이렇게 운을 떼자 관객 수천 명이 일제히 환호로 답했다.‘젊은 영화제’ ‘동아시아 문화권에 중점을 둔 영화제’를 표방하며 1996년 9월 첫 막을 올린 BIFF가 올해 30회를 맞았다. 아시아 최대 규모이자 관심도가 높은 영화제로 성장한 BIFF는 올해 처음으로 경쟁 부문을 도입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이 씨는 “1995년도에 첫 영화를 찍어 올해로 30년 차 영화배우가 된 저도 BIFF와 함께 성장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박광수 BIFF 이사장은 개막을 선언하며 “‘서른, 잔치는 끝났다’고 하지만 잔치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저희는 아직 배가 고프다”고 했다. 이날 개막식에는 블랙핑크 리사, 경쟁부문 심사위원인 배우 한효주, 영화 ‘프로젝트 Y’의 배우 한소희 전종서, ‘파이널 피스’에 출연한 일본 배우 사카구치 겐타로(坂口健太郎)를 비롯한 다수의 스타와 박형준 부산시장 등이 참석했다. 올해 개막작인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도 이날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 영화는 미국 소설가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액스’(The Ax)를 원작으로 25년간 근무해 온 제지회사에서 해고당한 중산층 가장 만수(이병헌)의 재취업 투쟁기를 그린 영화다. BIFF 집행위원회는 “개막식을 찾게 될 관객 5000여 명이 가장 보고 싶어 할 만한 작품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개막식에 앞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박 감독은 “BIFF가 오랫동안 운영해온 가운데 제 작품이 개막작으로 초청된 건 처음이라 설렌다”며 “개인의 이야기와 사회적 이야기가 완전히 결합돼 바깥으로도, 안으로도 향할 수 있는 영화”라고 했다. 박 감독은 이어 “지금 영화업계가 어렵지만 영영 이런 상태에 머무를 것이라 생각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올해 BIFF 상영작은 64개국 328개 작품으로 영화의전당, CGV 센텀시티 등 7개 극장 31개 스크린에서 26일까지 상영된다. 이 기간 이탈리아 거장 감독 마르코 벨로키오, 프랑스 유명 배우 쥘리에트 비노슈, 봉준호 감독, 매기 강 감독 등 국내외 유명 영화인들이 BIFF를 찾는다. 경쟁 부문인 ‘부산 어워드’ 5개 부문에선 아시아 작품 14편이 겨룰 예정이다. 대상작은 26일 폐막식에서 상영된다.부산=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30년 전 부산이란 도시에서 시작된 작은 꿈이, 이제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가 됐습니다.”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이 열린 17일 저녁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 개막식 사회를 맡은 배우 이병헌 씨가 이렇게 운을 떼자 관객 수천 명이 일제히 환호로 답했다.‘젊은 영화제’ ‘동아시아 문화권에 중점을 둔 영화제’를 표방하며 1996년 9월 첫 막을 올린 BIFF가 올해 30회를 맞았다. 아시아 최대 규모이자 관심도가 높은 영화제로 성장한 BIFF는 올해 처음으로 경쟁 부문을 도입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이 씨는 “1995년도에 첫 영화를 찍어 올해로 30년차 영화배우가 된 저도 BIFF와 함께 성장했다”고 소회를 밝혔다.박광수 BIFF 이사장은 개막을 선언하며 “‘서른, 잔치는 끝났다’고 하지만 잔치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저희는 아직 배가 고프다”고 했다. 이날 개막식에는 블랙핑크 리사, 경쟁부문 심사위원인 배우 한효주, 영화 ‘프로젝트 Y’의 배우 한소희 전종서, ‘파이널 피스’에 출연한 일본 배우 사카구치 겐타로(坂口健太郎)를 비롯한 다수의 스타와 박형준 부산시장 등이 참석했다.올해 개막작인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도 이날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 영화는 미국 소설가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액스’(The Ax)를 원작으로 25년간 근무해 온 제지회사에서 해고당한 중산층 가장 만수(이병헌)의 재취업 투쟁기를 그린 영화다. BIFF 집행위원회는 “개막식을 찾게 될 관객 5000여 명이 가장 보고 싶어 할 만한 작품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라고 설명했다.이날 개막식에 앞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박 감독은 “BIFF가 오랫동안 운영해온 가운데 제 작품이 개막작으로 초청된 건 처음이라 설렌다”며 “개인의 이야기와 사회적 이야기가 완전히 결합돼 바깥으로도, 안으로도 향할 수 있는 영화”라고 했다. 박 감독은 이어 “지금 영화업계가 어렵지만 영영 이런 상태에 머무를 것이라 생각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올해 BIFF 공식 상영작은 241개 작품으로 영화의전당, CGV 센텀시티 등 7개 극장 31개 스크린에서 26일까지 상영된다. 이 기간 이탈리아 거장 감독 마르코 벨로키오, 프랑스 유명 배우 줄리엣 비노쉬, 봉준호 감독, 매기 강 감독 등 국내외 유명 영화인들이 BIFF를 찾는다. 경쟁 부문인 ‘부산 어워드’ 5개 부문에선 아시아 작품 14편이 겨룰 예정이다. 대상작은 26일 폐막식에서 상영된다.부산=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올해로 30회를 맞았다. 17일 막을 올리는 BIFF는 국내외에서 아시아 최대 규모이자 가장 관심도 높은 영화제로 평가받는다.올해 서른을 맞은 BIFF는 영화제의 새로운 발돋움을 위해 사상 처음으로 ‘경쟁 부문’을 도입했다. 총 14편의 초청작 중에서 대상으로 선정된 작품이 폐막작으로 상영된다. 이번 30주년을 계기로 BIFF는 칸이나 베를린과 어깨를 겨룰, 세계적인 경쟁 영화제로 도약을 꿈꿀 수 있을까.● ‘부산 어워드’ 누가 안을까 사실 BIFF의 경쟁 부문 도입은 영화제 권위 강화란 현실적인 배경이 작용했다. 1996년 출범한 BIFF는 원래 ‘축제형 영화제’를 지향했다. 비경쟁 영화제를 기본으로 하되, 신인 감독을 대상으로 하는 ‘뉴커런츠’ 등 일부 분야만 경쟁 부문을 운영했다. 하지만 ‘뉴커런츠’의 정체성이 모호하단 지적과 함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약진으로 영화제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판단 아래 적극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신설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작품은 한국 영화 4편을 포함해 일본과 중국, 대만, 이란, 타지키스탄, 스리랑카 등 아시아 작품들로 꾸려졌다. 정한석 BIFF 집행위원장은 “동시대 아시아 영화의 흐름과 시선을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상식의 명칭은 ‘부산 어워드(Busan Award)’로 정해졌다. 대상과 감독상, 심사위원특별상, 배우상, 예술공헌상 등 총 5개 부문에서 이뤄진다. 심사위원장은 나홍진 감독이, 배우 량자후이(梁家輝·양가휘)와 한효주 등 7인이 심사위원을 맡았다. 한 영화 제작사 대표는 “이번 어워드 심사는 BIFF가 아시아 대표 영화제의 위상을 굳힐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어떤 작품이 상을 받느냐에 따라 향후 영화제의 방향성도 가늠할 수 있다”고 했다.● 세계 화제작 총출동경쟁작들은 세계적인 거장부터 신인 감독까지 다양하게 포진했다.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아노라’의 감독 숀 베이커가 프로듀서를 맡은 ‘왼손잡이 소녀’가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여러 차례 초청됐던 중국동포 감독인 장률(장뤼·張律)의 ‘루오무의 황혼’도 세계 최초로 공개된다. 한국에선 ‘서기’로 낯익은 대만 배우 수치(舒淇)가 연출에 도전한 ‘소녀’ 등 신인 감독들의 첫 장편영화도 5편이나 된다.시네필(영화광) 사이에서 화제인 감독들도 초청됐다. 영화 ‘69세’(2020년)로 장편 데뷔한 임선애 감독이 연출한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이진욱, 수지 출연)도 이름을 올렸다. 이와이 슌지(巖井俊二)의 조감독 출신인 나가타 고토(永田琴) 감독의 ‘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 홍상수 사단인 이제한 감독의 ‘다른 이름으로’도 눈길을 끈다.올해 BIFF 공식 상영작은 총 241편으로, 지난해보다 17편이 늘었다. 경쟁 부문 외에 주목되는 섹션은 동시대 거장들의 신작을 소개하는 ‘아이콘’ 부문. 올해 초청작 수는 33편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6일 폐막한 베니스 국제영화제 수상작들도 이 섹션에 포함됐다. 황금사자상(최고상)을 받은 짐 자무시 감독의 ‘파더 마더 시스터 브러더’와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은 잔프랑코 로시 감독의 ‘구름 아래’ 등이다. 올 5월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은 ‘시크릿 에이전트’도 상영된다.부산=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17일 막을 올리는 BIFF는 국내외에서 아시아 최대 규모이자 가장 관심도 높은 영화제로 평가받는다.올해 서른을 맞은 BIFF는 영화제의 새로운 발돋움을 위해 사상 처음으로 ‘경쟁 부문’을 도입했다. 총 14편의 초청작 중에서 대상으로 선정된 작품이 폐막작으로 상영된다. 이번 30주년을 계기로 BIFF는 칸이나 베를린과 어깨를 겨룰, 세계적인 경쟁 영화제로 도약을 꿈꿀 수 있을까.● ‘부산 어워드’ 누가 안을까사실 BIFF의 경쟁 부문 도입은 영화제 권위 강화란 현실적인 배경이 작용했다. 1996년 출범한 BIFF는 원래 ‘축제형 영화제’를 지향했다. 비경쟁 영화제를 기본으로 하되, 신인 감독을 대상으로 하는 ‘뉴커런츠’ 등 일부 분야만 경쟁 부문을 운영했다. 하지만 ‘뉴커런츠’의 정체성이 모호하단 지적과 함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약진으로 영화제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판단 아래 적극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신설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작품은 한국 영화 4편을 포함해 일본과 중국, 대만, 이란, 타지키스탄, 스리랑카 등 아시아 작품들로 꾸려졌다. 정한석 BIFF 집행위원장은 “동시대 아시아 영화의 흐름과 시선을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시상식의 명칭은 ‘부산 어워드(Busan Award)’로 정해졌다. 대상과 감독상, 심사위원 특별상, 배우상, 예술공헌상 등 총 5개 부문에서 이뤄진다. 심사위원장은 나홍진 감독이, 배우 량자후이(梁家輝·양가휘)와 한효주 등 7인이 심사위원을 맡았다. 한 영화제작사 대표는 “이번 어워드 심사는 BIFF가 아시아 대표 영화제의 위상을 굳힐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어떤 작품이 상을 받느냐에 따라 향후 영화제의 방향성도 가늠할 수 있다”고 했다.● 세계 화제작 총출동경쟁작들은 세계적인 거장부터 신인 감독까지 다양하게 포진했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아노라’의 감독 션 베이커가 프로듀서를 맡은 ‘왼손잡이 소녀’가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여러 차례 초청됐던 조선족 중국 감독인 장률(張律)의 ‘루오무의 황혼’도 세계 최초로 공개된다. 한국에선 ‘서기’로 낯익은 대만 배우 수치(舒淇)가 연출에 도전한 ‘소녀’ 등 신인 감독들의 첫 장편영화도 5편이나 된다.시네필(영화광) 사이에서 화제인 감독들도 초청됐다. 영화 ‘69세’(2020년)로 장편 데뷔한 임선애 감독이 연출한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이진욱, 수지 출연)도 이름을 올렸다. 이와이 슌지(岩井俊二)의 조감독 출신인 나가타 고토 감독의 ‘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 홍상수 사단인 이제한 감독의 ‘다른 이름으로’도 눈길을 끈다.올해 BIFF 공식 상영작은 총 241편으로, 지난해보다 17편이 늘었다. 경쟁부문 외에 주목되는 섹션은 동시대 거장들의 신작을 소개하는 ‘아이콘’ 부문. 올해 초청작 수는 33편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6일 폐막한 베니스국제영화제 수상작들도 이 섹션에 포함됐다. 황금사자상(최고상)을 받은 짐 자무쉬 감독의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와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은 지안 프랑코 로시 감독의 ‘구름 아래’ 등이다. 올 5월 칸국제영화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은 ‘시크릿 에이전트’도 상영된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넷플릭스 영국 드라마 ‘소년의 시간’과 미국 HBO 의학 드라마 ‘더 피트’가 미 방송계 최고 권위를 지닌 프라임타임 에미상의 주요 부문을 휩쓸었다. 14일(현지 시간) 미 로스앤젤레스 피콕극장에서 열린 제77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더 피트’는 드라마 시리즈 부문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등 3관왕을 거머쥐었다. 무대에 오른 존 웰스 감독은 “헬스 케어 최전선에서 우리 건강과 의료를 위해 일하시는 모든 분들께 이 상을 바친다”는 수상소감을 밝혔다.‘더 피트’는 미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대형병원 응급실을 배경으로 한 작품. 응급의학과 교수 로비(노아 와일리)의 15시간 근무를 1시간 단위로 나눠 그린 15부작으로, 응급의료 현장을 현실적으로 묘사했다는 평을 받는다. 한국에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를 통해 볼 수 있다. 현지에선 내년 1월 시즌2 방영이 확정됐다.미니시리즈·TV영화 부문에선 ‘소년의 시간’이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남우조연상, 연출상, 작가상 등 6개 상을 석권했다. 영국 중학생인 13세 제이미 밀러(오언 쿠퍼·16)가 동급생 살해 혐의로 체포되며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4부작 시리즈다. 이 작품으로 데뷔한 쿠퍼는 최연소 에미상 남우조연상 수상자가 됐다. 코미디 부문에서는 미 코미디 업계의 권력 다툼을 유쾌하게 풍자한 ‘더 스튜디오’가 작품상을 받았다. 27개 부문에 이름을 올리며 역대 최다 노미네이트 기록을 세운 애플티비의 ‘세브란스: 단절’은 드라마 시리즈 부문 여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2관왕에 올랐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넷플릭스 영국 드라마 ‘소년의 시간’과 미국 HBO 의학 드라마 ‘더 피트’이 미 방송계 최고 권위를 지닌 프라임타임 에미상의 주요 부문을 휩쓸었다.14일(현지 시간) 미 로스앤젤레스 피콕극장에서 열린 제77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더 피트’는 드라마 시리즈 부문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등 3관왕을 거머쥐었다. 무대에 오른 존 웰스 감독은 “헬스 케어 최전선에서 우리 건강과 의료를 위해 일하시는 모든 분들께 이 상을 바친다”는 수상소감을 밝혔다.‘더 피트’는 미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대형병원 응급실을 배경으로 한 작품. 응급의학과 교수 로비(노아 와일리)의 15시간 근무를 1시간 단위로 나눠 그린 15부작으로, 응급의료 현장을 현실적으로 묘사했다는 평을 받는다. 한국에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를 통해 볼 수 있다. 현지에선 내년 1월 시즌2 방영이 확정됐다.미니시리즈·TV영화 부문에선 ‘소년의 시간’이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남우조연상, 연출상, 작가상 등 6개 상을 석권했다. 영국 중학생인 13세 제이미 밀러(오웬 쿠퍼)가 동급생 살해 혐의로 체포되며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4부작 시리즈다. 이 작품으로 데뷔한 쿠퍼(16)는 최연소 에미상 남우조연상 수상자가 됐다.코미디 부문에서는 미 코미디 업계의 권력 다툼을 유쾌하게 풍자한 ‘더 스튜디오’가 작품상을 받았다. 27개 부문에 이름을 올리며 역대 최다 노미네이트 기록을 세운 애플티비의 ‘세브란스: 단절’은 드라마 시리즈 부문 여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2관왕에 올랐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이 소설을 읽기 위해선 먼저 마크 트웨인의 소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알아야 한다. 1851년 미국을 배경으로 한 트웨인의 작품은 주인공 허클베리 핀이 술주정뱅이 아버지로부터 도망치면서 시작한다. 그리고 도망친 잭슨섬에서 또 다른 도망자인 흑인 노예 ‘짐’을 만나 남쪽으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짐’은 과연 어떤 마음으로 이 모험을 떠났을까? 1884년 발간된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허클베리가 아닌 짐의 시점으로 다시 쓴 작품이다. 흑인 노예의 삶과 고뇌를 풍부하게 다루면서 당시 사회가 외면한 목소리를 생생히 되살렸다. 지난해 발표 이후 전미도서상, 퓰리처상 등 문학상 5개를 잇달아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제작을 총괄하는 영화로도 만들어질 예정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제임스’. 바로 짐의 본명이다. 제임스에게는 아내와 어린 딸이 있고, 이들은 전부 왓슨 부인의 노예다. 제임스는 글을 읽고 쓸 줄 알았다. 하지만 겉으론 백인이 강요한 흑인 방언을 흉내내곤 했다. 백인들이 똑똑한 흑인을 싫어하기 때문. 그렇게 허드렛일을 하며 지내던 어느 날, 제임스는 자신이 다른 지역으로 팔려갈 거란 사실을 알게 되고 미시시피강의 잭슨섬으로 도망친다. 책은 곳곳에서 ‘허클베리…’에서는 드러나지 않던 제임스의 생각을 세밀하게 보여준다. 잭슨섬에서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도 그렇다. ‘허클베리…’는 이렇게 묘사한다.“가까이 갔더니 한 사나이가 땅에 누워 있었다. 나는 초조해서 죽을 뻔했다.… 잠시 후 그 사나이는 하품을 하고 기지개를 켜더니 담요를 젖혀버렸다. 그런데 그건 미스 왓슨의 노예 짐이었다. 정말, 이건 어찌나 반가운지 나는 말했다. ‘야! 짐!’” 하지만 이 소설이 보여주는 제임스의 심경은 극명하게 다르다. 낯선 곳에서 아는 이를 만나 기쁜 허클베리와 달리, 그는 걱정이 앞선다. 허클베리는 도망치기 전 집 안에 돼지 피를 뿌려 자신이 살해당한 것처럼 꾸몄는데, 그 죄를 자신이 뒤집어쓸까 봐 아득해졌다.“나는 머릿속으로 상황을 정리했다. 헉은 살해당한 것으로 보일 테고 나는 막 도망쳤다. 그렇다면 그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범인으로 그들은 누구를 의심할까?… 나는 헉의 눈을 바라보았다. ‘헉은 돌아가야 해여.’” 소설 후반부는 제임스가 흑인 동료들과 함께 북쪽으로 도망치는 것을 서술하는 데 집중한다. 마지막 부분은 특히 인상 깊다. ‘허클베리…’ 속 짐은 합법적 자유를 얻고도 끝내 ‘짐’으로 남지만, 이 소설에선 다르다. “이 중에 깜둥이 짐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나?”라고 묻는 거리의 보안관들 앞에서, 그는 스스로를 노예 짐이 아닌 ‘제임스’라고 선언한다.“넌 누구지?”“저는 제임스예요.”“제임스 뭐?”“그냥 제임스요.” 140년 만에 재해석된 제임스의 이야기에서 자유의 무게와 한 인간이 지닌 감정의 힘을 느낄 수 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인공지능(AI) 강연을 위해 DY기획을 방문한 이세돌 9단(유니스트 특임교수). 그 면전에서 ‘주임’ 김원훈(36)은 대뜸 관상 얘기를 꺼낸다. 그러더니 “이런 분들이, 젖에 털이 긴 게 몇 개 있으시죠?” 터무니없이 엉뚱한 질문에 출연자들조차 눈을 질끈 감으며 웃음을 터뜨린다.지난달 시즌2가 시작된 쿠팡플레이 예능 ‘직장인들’의 인기가 예사롭지 않다. 개그맨 신동엽 대표가 이끄는 홍보기획사 사무실 설정으로, 배우 조정석 등 여러 의뢰인(게스트)이 출연해 ‘조리돌림’을 당한다. 김민교 이수지 지예은 카더가든(차정원) 등 입담으론 어디서도 빠지지 않는 조합이지만, 발군은 역시 김원훈. 걸그룹 ‘STAYC(스테이씨)’ 출신으로 극 중 신입 인턴으로 매력을 뽐내는 심자윤(21·사진)과 함께 1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원훈은 구독자가 무려 356만 명인 유튜브 채널 ‘숏박스’로 이미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다. 하지만 직장인들에선 적토마 타고 방천화극을 휘두르는 여포와도 같다. 선을 넘나드는 순발력 넘치는 애드리브로 모든 회차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는 재밌는 사람이라고 항상 믿어 왔지만, 역시 운때란 게 있는 것 같다”며 “제가 재밌어 하는 작품을 만난 게 큰 행운”이라고 했다. 프로그램은 실제 대사의 90%가 애드리브로 이뤄진다고 한다. 제작진은 ‘연봉 협상’ 같은 상황만 던져준다. 게스트들도 콩트 도중 투입돼 사전 교감도 없이 즉흥적으로 호흡을 맞춘다. 김원훈은 “매번 촬영이 끝난 뒤엔 ‘죄송합니다’ ‘잘 봐주세요’ 하고 고개 숙여 사과 드리고 양해를 구한다”고 했다.“너무나 유명한 배우나 연예인들이 나오시는데, 그런 분들을 놀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있어요. 게스트가 들어오시면 옷부터 스캔합니다. 그렇게 지적을 시작하면 당황하세요. 그럼 또 생각해요. ‘아, 이렇게 유명하신 분들을 내가 당황시키다니.’ 하하.” 물론 부담도 적지 않다. 항상 빵빵 터뜨릴 순 없는 노릇. 기복이 있다는 농담에 “실제로도 불안하다”고 했다. 그는 “안정적으로 애드리브 칠 능력을 갖고 싶은데, 세상에 그런 건 없더라”라며 “게스트에 대해 사전 조사를 열심히 하는 게 잘할 수 있는 길인 것 같다”고 말했다.김원훈도 이럴 정도이니, 심자윤이 가진 부담은 어땠을까. 첫 출연부터 덜덜 떨렸다고 한다. 아이돌 생활만 해서 연기 경력도 없었다. 그는 “괜히 끼어들어서 작품에 누가 되진 않을까 걱정이 많았다”며 “특히 애드리브 상황을 잘 못 받아서 흐지부지되진 않을까 잠이 오질 않더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시즌2를 이어오며 ‘심자윤의 재발견’이란 시청자 반응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열정 가득한 6개월 차 인턴으로 당돌한 매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는 평. 심자윤은 “타 방송에서 섭외나 오디션 제의 등도 잇따르고 있어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저한테 ‘직장인들’은 축복과도 같은 작품이죠. 덕분에 제 인생의 폭까지 넓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연기에 대한 욕심도 커지고 있어서 더 열심히 할 힘을 얻고 있습니다.”‘놀릴 궁리’에 진심인 이 직장인들. 다음 의뢰인으로 누가 오길 바랄까.“정의선 회장님(현대자동차그룹), 최민식 배우님, 가수 조용필 선생님…. 평소엔 범접할 수 없는 분들과 연기하면, 우리도 알지 못했던 케미가 나오지 않을까요.”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인공지능(AI) 강연을 위해 DY기획을 방문한 이세돌 9단(유니스트 특임교수). 그 면전에서 ‘주임’ 김원훈(36)은 대뜸 관상 얘기를 꺼낸다. 그러더니 “이런 분들이, 젖에 털이 긴 게 몇 개 있으시죠?” 터무니없이 엉뚱한 질문에 출연자들조차 눈을 질끈 감으며 웃음을 터뜨린다.지난달 시즌2가 시작된 쿠팡플레이 예능 ‘직장인들’의 인기가 예사롭지 않다. 개그맨 신동엽 대표가 이끄는 홍보기획사 사무실 설정으로, 여러 의뢰인(게스트)들이 출연해 ‘조리돌림’을 당한다. 김민교 이수지 지예은 카더가든(차정원) 등 입담으론 어디서도 빠지지 않는 조합이지만, 발군은 역시 김원훈. 걸그룹 ‘STAYC(스테이씨)’ 출신으로 극 중 신입 인턴으로 매력을 뽐내는 심자윤(21)과 함께 11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원훈은 구독자가 무려 356만 명인 유튜브 채널 ‘숏박스’로 이미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다. 하지만 SNL을 거쳐 직장인들에선 적토마 타고 방천화극 휘두르는 여포와도 같다. 선을 넘나드는 순발력 넘치는 애드립으로 모든 회차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는 재밌는 사람이라고 항상 믿어왔지만, 역시 ‘운 때’란 게 있는 것 같다”며 “제가 재밌어하는 작품을 만난 게 큰 행운”이라고 했다. 프로그램은 실제 대사의 90%가 애드립으로 이뤄진다고 한다. 제작진은 ‘연봉협상’ 같은 상황만 던져준다. 게스트들도 콩트 도중 투입돼 사전 교감도 없이 즉흥적으로 호흡을 맞춘다. 김원훈은 “매번 촬영이 끝난 뒤엔 ‘죄송합니다’ ‘잘 봐주세요’하고 고개 숙여 사과드리고 양해를 구한다”고 했다.“너무나 유명한 배우나 연예인들이 나오시는데, 그런 분들을 놀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하고 있어요. 게스트가 들어오시면 옷부터 스캔합니다. 그렇게 지적을 시작하면 당황해하세요. 그럼 또 생각해요. ‘아, 이렇게 유명하신 분들을 내가 당황시키다니.’ 하하.”물론 부담도 적지 않다. 항상 빵빵 터뜨릴 순 없는 노릇. 기복이 있다는 농담에 “실제로도 불안하다”고 했다. 그는 “안정적으로 애드립을 칠 능력을 갖고 싶은데, 세상에 그런 건 없더라”라며 “게스트에 대해 사전 조사를 열심히 하는 게 잘할 수 있는 길인 것 같다”고 말했다.김원훈도 이럴 정도이니, 심자윤은 가진 부담은 어땠을까. 첫 출연부터 덜덜 떨렸다고 한다. 아이돌 생활만 해서 연기 경력도 없었다. 그는 “괜히 끼어들어서 작품에 누가 되진 않을까 걱정이 많았다”며 “특히 애드립 상황을 잘 못 받아서 흐지부지되진 않을까 잠이 오질 않더라”고 털어놨다.하지만 시즌2로 이어오며 ‘심자윤의 재발견’이란 시청자 반응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열정 가득한 6개월차 인턴으로 당돌한 매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는 평. 심자윤은 “타 방송에서 섭외나 오디션 제의 등도 잇따르고 있어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저한테 ‘직장인들’은 축복과도 같은 작품이죠. 덕분에 제 인생의 폭까지 넓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연기에 대한 욕심도 커지고 있어서 더 열심히 할 힘을 얻고 있습니다.”‘놀릴 궁리’에 진심인 이 직장인들. 다음 의뢰인으로 누가 오길 바랄까.“희망사항이니, 아무나 얘기해도 되겠죠? 정의선 회장님(현대자동차그룹), 최민식 배우님, 가수 조용필 선생님…. 평소엔 범접할 수 없는 분들과 연기하면, 우리도 알지 못했던 케미가 나오지 않을까요.”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전지현과 강동원의 첩보 멜로물.’ 10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하는 9부작 시리즈 ‘북극성’은 이 한마디로도 주목을 끌 만하다. 두 배우의 조합이라면 스타성은 보장된 상황. 나름 괜찮은 작품들을 선보이고도 흥행은 아쉬웠던 디즈니플러스에 ‘북극성’은 가뭄의 단비가 될 수 있을까.‘북극성’은 전지현과 강동원이 처음 만나는 작품이란 점에서 올 초부터 소셜미디어 등에서 화제가 됐다. 전지현은 4년 만의 드라마지만, 강동원은 2004년 ‘매직’ 이후 무려 21년 만의 드라마 출연이다. 두 사람 모두 “상대방과 꼭 함께 촬영해 보고 싶어서”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한다. 작품은 사전 공개된 내용만 보면 블록버스터급이다. 유엔대사로서 국제적 명성을 쌓아온 문주(전지현)가 대통령 후보 피격 사건의 배후를 쫓는다. 그를 지켜야 하는 국적 불명의 특수요원 산호(강동원)와 함께 한반도를 위협하는 거대한 진실을 마주한다. 스케일이 큰 만큼, 복잡한 사건 전개를 어떻게 풀어 가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업계에선 또 다른 이유로도 이 작품을 주목하고 있다. ‘북극성’이 디즈니플러스의 올해 최고 야심작이기 때문이다. ‘무빙’(2023년)과 ‘조명가게’(2024년) 이후 확실하게 내세울 만한 히트작이 없기도 하거니와, 올 상반기 오리지널 시리즈들은 모두 흥행에선 아쉬웠다. ‘트리거’(김혜수)와 ‘하이퍼나이프’(설경구 박은빈), ‘나인퍼즐’(손석구 김다미), ‘파인: 촌뜨기들’(류승룡 임수정) 등은 하나같이 “배우도 세고 투자비도 센” 작품이었지만 기대엔 미치지 못했다. 한 드라마 PD는 “당연히 배우들의 티켓파워를 무시할 순 없지만, 요즘은 그것만으로 흥행하는 시대는 아니다”라며 “결국은 작품이 재밌어야 한다”고 했다. ‘북극성’을 쓴 정서경 작가는 영화 ‘헤어질 결심’ 등으로 필력을 인정받았지만, 호흡이 긴 드라마에선 아직 성공작을 뽑기 어렵다. 한 OTT 업계 관계자는 “그간 디즈니플러스 콘텐츠는 ‘입소문’을 내는 데 영향력이 다소 떨어지는 남성 시청자를 겨냥한 시리즈가 많았다”며 “여성 캐릭터가 돋보이는 작품인 ‘북극성’은 다양한 시청자층에 어필할 수 있어 반전을 노려볼 만하다”고 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전지현과 강동원의 첩보 멜로물.’10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하는 9부작 시리즈 ‘북극성’은 이 한 마디로도 주목을 끌 만하다. 두 배우의 조합이라면 스타성은 보장된 상황. 나름 괜찮은 작품들을 선보이고도 흥행은 아쉬웠던 디즈니플러스에게 ‘북극성’은 가뭄의 단비가 될 수 있을까.‘북극성’은 전지현과 강동원이 처음 만나는 작품이란 점에서 올 초부터 소셜미디어 등에서 화제가 됐다. 전지현은 4년 만의 드라마지만, 강동원은 2004년 ‘매직’ 이후 무려 21년 만에 드라마 출연이다. 두 사람 모두 “상대방과 꼭 함께 촬영해보고 싶어서”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한다.작품은 사전 공개된 내용만 보면 블록버스터급이다. 유엔대사로서 국제적 명성을 쌓아온 문주(전지현)가 대통령 후보 피격 사건의 배후를 쫓는다. 그를 지켜야 하는 국적 불명의 특수요원 산호(강동원)와 함께 한반도를 위협하는 거대한 진실을 마주한다. 스케일이 큰 만큼, 복잡한 사건 전개를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업계에선 또 다른 이유로도 이 작품을 주목하고 있다. ‘북극성’이 디즈니플러스의 올해 최고 야심작이기 때문이다. ‘무빙’(2023년)과 ‘조명가게’(2024년) 이후 확실하게 내세울만한 히트작이 없기도 하거니와, 올 상반기 오리지널 시리즈들은 모두 흥행에선 아쉬웠다. ‘트리거’(김혜수)와 ‘하이퍼나이프’(설경구 박은빈) ‘나인퍼즐’(손석구 김다미) ‘파인: 촌뜨기들’(류승룡 임수정) 등은 하나같이 “배우도 세고 투자비도 센” 작품들이었지만 기대엔 미치지 못했다. 한 드라마 PD는 “당연히 배우들의 티켓파워를 무시할 순 없지만, 요즘은 그것만으로 흥행하는 시대는 아니다”며 “결국은 작품이 재밌어야 한다”고 했다. ‘북극성’을 쓴 정서경 작가는 영화 ‘헤어질 결심’ 등으로 필력을 인정받았지만, 호흡이 긴 드라마에선 아직 성공작을 뽑기 어렵다.한 OTT 업계 관계자는 “그간 디즈니플러스 콘텐츠는 ‘입소문’을 내는데 영향력이 다소 떨어지는 남성 시청자를 겨냥한 시리즈가 많았다”며 “여성 캐릭터가 돋보이는 작품인 ‘북극성’은 다양한 시청자층에 어필할 수 있어 반전을 노려볼 만하다”고 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