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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15일 발표한 ‘신입사원 채용 제도 개편’의 핵심은 서류전형이 새로 생겼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누구나 삼성 직무적성검사(SSAT)에 응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서류전형을 통과해야만 SSAT를 볼 수 있다. 서류전형에 지원하려면 삼성이 이달 말 개설할 채용 사이트에 지원서를 제출하면 된다. 삼성은 4월(상반기)과 10월(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공채 전형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입사 지원서는 미리 내도 된다. 이 시기에만 입사 지원서를 받았던 과거와 달리 앞으로는 연중 수시로 지원서를 받을 계획이다. 삼성 관계자는 “지원서를 토대로 해당 지원자에게 SSAT 응시 자격을 줄지 말지 결정할 것”이라며 “가령 이달 말 지원하는 사람 중 SSAT 응시가 가능한 이들에겐 ‘4월 공채에 SSAT를 보라’는 식의 메시지가 전달된다”고 말했다. ‘총장 추천’과 ‘찾아가는 열린 채용’을 통해 선발된 지원자들은 별도의 서류전형 없이 SSAT에 응시할 수 있다. 삼성 신입사원 채용 관련 내용 중 꼭 알고 있어야 할 사항들을 문답 형태로 정리한다. Q. 서류전형은 어떻게 접수하며 어떤 항목을 집중적으로 평가하나. A. 서류전형을 위한 입사지원서는 삼성그룹 온라인 채용 사이트에서 수시로 접수한다. 입사지원서에는 기존 학점 및 영어점수 입력란 외에 세부 학업 내용 및 전문 역량을 쌓기 위한 준비 과정과 성과, 가치관 등을 서술형으로 쓰는 에세이 항목이 추가된다. 박용기 삼성전자 인사팀장(전무)은 “본인이 지원한 계열사 및 직무와 관련해 평상시 어떻게 준비해 왔는지가 주요 평가 대상”이라며 “불필요한 자격증이나 해외 연수 경험 등 이른바 ‘스펙’이라 통칭되는 항목을 나열하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공계는 직무 관련 전공 과목 성취도를 주로 평가하며, 마케팅이나 영업 등 전공 불문 직무의 경우 직무와 관련된 동아리 활동 및 교외 경진대회 참가 기록 등을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서류전형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울 때는 사전면담(Pre-interview)도 이뤄진다. Q. 총장 추천제는 무엇이며 어떻게 진행되나. A. 전국 200여 개 4년제 대학의 총장에게 삼성에 입사할 인재를 추천받는 것이다. 총 5000여 명의 인재를 추천받을 예정인데 대학별, 전공별로 다른 인원이 적용될 것이다. 구체적인 인원은 현재까지 삼성 입사 실적, 사내 평판도, 전공자에 대한 수요 등을 통해 정해진다. 향후에는 총장 추천제를 통해 최종 입사한 신입사원 수와 이들의 업무 성과 등을 토대로 대학별, 전공별 인원을 조정해 나갈 계획이다. 구체적인 추천 방식은 대학에서 자율로 결정하게 할 방침이다. 총장 추천을 받으면 서류전형을 거치지 않고 SSAT 시험을 볼 수 있다. 하지만 SSAT에서 탈락하면 별도의 입사 기회나 혜택은 없다. Q. 찾아가는 열린 채용은 어떻게 진행되나. A. 이 제도는 우수한 인재를 삼성이 직접 찾아가서 발굴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지역 거점 대학을 중심으로 전국 30개 정도 대학을 매년 수차례 방문해 인재를 발굴하게 된다. 방문 시기와 횟수는 학교 측과 협의해 결정할 예정인데 학교마다 연간 3회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찾아가는 열린 채용은 대학을 방문한 임직원들이 학생들을 인터뷰한 뒤 SSAT 응시 기회를 부여할지를 결정한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구체적인 채용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Q. SSAT는 어떻게 달라지나. A. 기존 △언어 △수리 △추리 △상식 영역에 ‘공간지각능력’ 영역이 추가된다. 문항도 전면 개편해 단순한 지식이나 암기력을 요구하는 문제는 없애고 논리적 사고력을 평가할 수 있는 문제로 대체한다. 상식 영역에는 특히 역사와 관련된 문항을 늘려 역사에 대한 이해를 지닌 인재가 선발되도록 추진한다. 삼성 측은 “어렸을 때부터 해 온 독서나 경험을 통해 개발되는 논리적 사고력을 평가할 예정”이라며 “종합적 사고 능력과 창의력을 가진 인재라면 정상적으로 풀 수 있는 문제들로 구성한다”고 설명했다. Q. 지방대와 저소득층 출신에 대한 지원은 유지되나. A. 삼성은 상·하반기 신입사원 공채 선발 과정에서 최종 합격자 중 지방대 출신을 35%, 저소득층 출신은 5% 채용하겠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삼성은 “앞으로도 이 원칙은 계속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이세형 turtle@donga.com·김지현 기자}

내달 7일(현지 시간) 개막할 러시아 소치 겨울올림픽이 다가오면서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올림픽 마케팅’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주요 IT 기업들은 소치 올림픽을 계기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국내외에서 계획하고 있다.○ ‘종합 마케팅’ 펼치는 삼성 삼성전자는 소치 올림픽 무선통신 분야의 공식 후원사다. 그런 만큼 올림픽 기간에 다양한 제품 및 기업 마케팅을 계획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소치 올림픽 전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인 ‘소치 2014 와우(WOW·Wireless Olympic Works)’를 선보였다. 이 앱을 이용하면 올림픽 경기 일정과 결과, 메달 집계, 선수 정보 등의 내용을 수시로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에 대한 응원 메시지도 보낼 수 있다. 와우 앱은 삼성 앱스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최근 ‘갤럭시 노트3 로즈 골드’를 출시한 것에 맞춰 추첨을 통해 러시아 전통인형인 마트료시카 모양의 충전기와 스마트폰 커버 등을 주는 ‘소치 골드 페스티벌’ 이벤트도 다음 달 7일까지 진행한다. 삼성전자는 러시아 시장과 올림픽 선수단을 겨냥한 마케팅도 펼치기로 했다. 다음 달 초 모스크바와 소치에 ‘삼성 갤럭시 스튜디오’를 개장할 예정이다. 올림픽 기간에 운영할 스튜디오는 다양한 무선통신 기기를 체험할 수 있도록 꾸민다. 삼성전자는 이번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단 전원에게 갤럭시 노트3를 지급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림픽 후원 기업 중 선수단 전원에게 자사 제품을 기념품으로 제공하는 곳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개최국인 러시아를 비롯해 미국, 캐나다, 중국, 독일 등 주요 16개국에서 해당 국가의 겨울올림픽 스타로 구성한 ‘삼성 갤럭시 팀’을 운영한다. 이들은 올림픽 기간 중 해당국에서 삼성전자 홍보대사 역할을 하게 된다.○ TV 판매에 초점 맞춘 LG LG전자는 소치 올림픽을 TV 판매 기회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는 다음 달 23일까지를 ‘LG TV 체인지업 페스티벌’ 기간으로 정하고 TV 구매 고객에게 다양한 할인 혜택을 선보일 예정이다. LG전자는 행사 기간 중 55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구매자에게는 총 400만 원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이에 따라 1190만 원이었던 55인치 갤러리 OLED TV와 55인치 곡면 OLED TV를 790만 원에 살 수 있다. 또 초고화질(UHD) TV 구매자에게도 최대 200만 원의 할인 혜택을 준다. LG전자 관계자는 “올해는 겨울올림픽, 월드컵, 아시아경기대회 등 국제 스포츠 이벤트가 연달아 열려 대형 TV에 대한 관심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겨울올림픽을 시작으로 스포츠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적극적으로 프로모션 활동을 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삼성전자와 LG전자가 2014년형 에어컨을 출시했다. 삼성전자가 14일 출시한 ‘스마트 에어컨 Q9000’은 바람이 나오는 출구에 골프공 표면 같은 굴곡이 새겨져 있다. 공기 저항을 줄이는 ‘아이스 딤플’ 기술을 적용해 기존 제품보다 차가운 바람을 멀리 보낼 수 있도록 한 것. Q9000은 8가지 냉방 모드를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또 파도 소리 같은 자연 음향을 들려주고, 초미세먼지와 유해 세균 제거 기능도 갖췄다. 삼성전자는 17일부터 3월 31일까지 신제품 에어컨을 예약 판매할 예정이다. 가격은 250만∼550만 원. LG전자가 최근 선보인 ‘휘센 에어컨’ 신제품은 숲, 정원, 언덕 등 3가지 테마에 어울리는 향기, 바람, 조명 등을 전달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LG전자는 이 제품에 전기 자극으로 천연 향을 미세하게 뿌리는 기술을 적용했다. 일반 에어컨 바람의 온도보다 4도 이상 낮은 바람으로 온도를 빨리 낮춰주는 4D 입체 냉방 방식 ‘아이스쿨 파워’ 기능도 된다. 또 에어컨에 설치된 인체감지 카메라가 사용자의 위치 온도 활동량 등을 감지해 적절한 냉방 기류를 내보낼 수 있다. LG전자는 3월 말까지 예약 판매를 진행할 계획이다. 가격은 400만∼500만 원.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단순한 사실 나열은 곤란하다. 고민한 흔적이 담겨 있어야 평가자가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자기소개서 문항의 출제 의도부터 파악해야 한다.” SK하이닉스 채용 업무를 맡고 있는 글로벌리크루팅팀의 관계자는 좋은 자기소개서에는 ‘고민의 흔적’이 빠지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 글로벌리크루팅팀의 도움을 받아 한성대 산업경영공학과 4학년인 A 씨의 자기소개서를 분석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자신의 경험을 담담하게 잘 정리했지만 더 효과적이고 구체적으로 장점을 표현해야 한다”며 “특히 자기소개서의 질문에서 요구하는 항목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해 답했다면 더 높은 점수를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어보는 내용에 충실하게 답해야 SK하이닉스 자기소개서의 첫 번째 질문은 ‘가장 어려웠던 경험과 이때 당시 느꼈던 감정,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했는지를 작성하라’는 것이다. 분량은 1000자 이내이니 비교적 자세하게 쓸 수 있다. A 씨는 군 시절 국제 마라톤 하프코스에 도전한 것을 토대로 이 항목을 작성했다. 그는 “5명을 모아야 마라톤에 참여할 수 있었는데 주변 사람들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았다. 끊임없이 ‘마라톤이 우리 몸에 좋은 점’을 설명해 참여자 6명을 모을 수 있었다”고 썼다. 이어 “대회 시작 전 100km를 연습 삼아 뛰자고 했고, 서로 북돋아가며 열심히 훈련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고 서술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마라톤이라는 소재가 독특했고 내용도 꽤 구체적”이라면서도 “왜 이런 경험을 하게 됐는지, 이를 준비하면서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를 전혀 언급하지 않아 아쉬웠다”고 말했다. 하나의 사례에 집중해서 글을 전개한 건 적절했지만 문제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빠뜨린 건 감점 포인트라는 것이다. 두 번째 항목은 ‘가장 강하게 소속감을 느꼈던 조직과 그 조직의 발전을 위해 노력했던 것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을 쓰라’는 것이었다. 여기에도 ‘그때 했던 행동과 생각, 결과에 대해 최대한 구체적으로 작성하라’는 주문이 있다. A 씨는 이 항목에서 ‘선택과 집중’을 하는 데 실패했다. 그는 “모 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할 때 신사업 아이템 프로젝트의 리더 역할을 맡았다. 4명의 다양한 친구들과 팀을 이뤘는데 ‘홍삼 카페’와 ‘렌터카 사업’의 의견을 제시한 두 친구가 대립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썼다. 그러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다수결로 사업을 선택하는 방법을 택했는데 프로젝트가 잘 추진되지 않았다”며 “다수결이 정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기술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인턴십 과정에서 겪은 이야기를 너무 장황하게 풀어놓았다”며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 나갔는지,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했는지를 강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자신의 역량을 표현해라 세 번째 항목은 ‘자신에게 요구된 것보다 높은 목표를 스스로 세워 시도했던 경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였다. A 씨는 “대학 시절 가장 큰 목표는 경제적 자립이었고, 등록금 일부를 제외하고 모든 비용을 스스로 해결했다”는 설명으로 시작했다. 이어 그는 “식비 줄이기와 학교 교육 프로그램 이용하기를 적극적으로 추진했고 아르바이트도 많이 했다”고 썼다. 본인이 성실한 사람이고, 다양한 경험을 했다는 것을 강조하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A 씨는 자신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어떤 역량을 발휘했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A 씨는 ‘시도 과정’에 60% 이상의 내용을 할애해 평가자가 궁금해하는 ‘극복 과정’을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원자 중 상당수가 A 씨처럼 경험을 나열한다고 한다. 따라서 답변 작성에 앞서 회사가 확인하고자 하는 내용이 어떤 것인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입사 후 어떤 일을 하고 싶으며, 이를 위해 본인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 왔는가.’ 가장 고전적인 자기소개서 항목이다. 그런 만큼 차별화가 꼭 필요하다. 차별화를 위해선 고민을 많이 했다는 흔적이 있어야 한다. A 씨는 ‘불량률 0%에 도전하는 반도체 제조 전문가’를 타이틀로 내세웠다. 이를 위한 노력으로는 ‘전문 신문 구독’ ‘공학통계와 공학확률 과목의 우수한 성적’ ‘혁신기법 공부’ 등을 언급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팩트를 단순 나열하는 데 그친 게 아쉽다”고 평가했다. 좋은 경험을 소재로 삼았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자신의 경험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고민의 흔적이 보여야 한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경험도 나열로 그치면 적당히 끼워 맞췄다는 오해를 받기 십상”이라고 말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다음 주부터 ‘일자리 클리닉’이 바뀝니다. 앞으로는 기업 인사 담당자들이 실제 입사한 신입사원의 자기소개서를 활용해 합격의 비결을 공개합니다. 해당 기업의 인사 담당자에게 채용 제도나 인재상 등과 관련해 궁금한 내용도 직접 물어보세요. 청년드림센터 e메일(yd@donga.com)로 질문을 보내주시면 친절히 답해 드리겠습니다. 다음 클리닉 대상 기업은 신한은행입니다.}

삼성전자는 13일 스마트 기기끼리 사진을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이 강화된 스마트 카메라 ‘WB350F’(사진)를 내놓았다. 이 제품에는 근거리무선통신(NFC)과 와이파이(WiFi)를 이용한 사진 공유 기능인 ‘태그 앤드 고(Tag & Go)’가 장착돼 있다. NFC가 켜져 있는 상태에서 카메라와 스마트 기기를 가까이 대기만 하면 자동으로 관련 기능이 활성화된다. 사진도 전송할 수 있다. 최대 스마트폰 4대에 동시에 사진을 공유할 수 있는 기능도 포함돼 있다. 삼성전자는 흰색과 갈색 제품을 먼저 출시한 뒤 검은색, 빨간색, 파란색 제품도 내놓을 계획이다. 제품 무게는 배터리와 메모리 카드를 빼고 216g이다. 소비자 권장가격은 31만9000원.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이 삼성전자 연구에 나섰다. 13일 GE코리아에 따르면 GE 주요 임원들은 최근 미국 플로리다 주 보카러톤에서 열린 ‘2014 GE 글로벌리더십미팅’(5∼7일·현지 시간)에서 삼성전자의 경쟁력과 성공 노하우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제프리 이멀트 GE 회장(사진)을 포함해 총 600여 명의 주요 임원이 참석하는 글로벌리더십미팅은 GE의 성장 목표, 전략, 우수 경쟁력 사례 등을 공유하고 논의하는 자리다. 이멀트 회장은 이번 미팅의 테마를 ‘시장에서의 성공전략’으로 정한 뒤 삼성전자를 세부 연구 주제 중 하나로 선택했다. GE코리아 관계자는 “글로벌리더십미팅에서 삼성전자의 경쟁력이 연구 주제 중 하나로 선정됐다는 건 그만큼 GE가 삼성전자, 크게는 한국 기업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글로벌리더십미팅에선 GE코리아 강성욱 사장과 책 ‘삼성웨이’를 쓴 서울대 경영대 송재용 교수가 대담하는 형태로 GE의 핵심 임원들에게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설명했다. 강 사장과 송 교수는 특히 삼성전자의 스피드 경영과 해외시장 진출 노하우에 초점을 맞춰 강연을 진행했다. 강연 뒤 이멀트 회장은 “삼성전자의 빠른 의사결정과 효율적인 조직 운영에 대한 내용이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삼성 라이온즈는 돈으로 좋은 선수를 싹쓸이해서 우승하는 팀이다.’ 프로야구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내용이다. 삼성 입장에선 억울한 얘기다. 선수 싹쓸이라는 눈총을 받은 건 10년이나 지난 일이다. 삼성은 2004년 자유계약선수(FA) 가운데 대어였던 심정수와 박진만을 잡기 위해 약 100억 원을 쏟아 부었다. 이는 당시 다른 구단들이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삼성은 이듬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야구팬들 사이에선 ‘아무리 프로리그에선 돈이 가장 중요하다고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 ‘스포츠마저 삼성이 독점한다’ 등의 뒷말이 무성했다. 그 뒤 삼성은 FA 시장에서 거액을 투자한 적이 거의 없다. 하지만 곱지 않은 인식은 아직도 강하게 남아있다. 최근 프로야구에서 3년, 프로배구에서 6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것도 ‘독점’ 이미지를 유지시켰다. 삼성이 스포츠 분야에서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로잡기 위해 나섰다. 스포츠단은 그룹 이미지나 홍보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지금 같은 이미지가 유지되면 되레 그룹 전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삼성은 지난해까지 라이온즈(야구) 블루윙스(축구) 블루팡스(배구) 등 각 구단이 자체적으로 담당해왔던 커뮤니케이션 관련 업무를 올해부터 그룹 미래전략실로 옮겨 총괄시키기로 했다. 조만간 구단들의 스포츠 브랜드 이미지를 진단한 뒤 통합된 그룹 차원의 스포츠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마련할 계획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삼성이 돈으로 스포츠까지 독점한다는 인식이 강한 건 분명하다”며 “앞으로 그룹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스포츠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세우고 관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삼성은 레슬링, 탁구, 배드민턴, 육상, 태권도, 럭비 같은 비인기 아마추어 종목에서도 7개 팀을 운영할 정도로 스포츠 전반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과거 프로야구 FA 영입 논란과 잇단 우승 때문에 이런 부분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삼성전자가 7일 2013년 4분기(10∼12월) 실적을 발표했다. 4분기 영업이익은 기대에 못 미치지만 연간 기준으로는 매출이든 이익이든 사상 최대라는 내용이다. 시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한쪽에서는 4분기 실적에 주목해 ‘어닝 쇼크’와 ‘위기’를 얘기하지만, 여전히 탄탄한 성장세라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실적(연결 기준)을 잠정 집계한 결과 매출 59조 원, 영업이익은 8조3000억 원이라고 7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3분기(7∼9월)에 비해 매출은 800억 원(―0.14%), 실적은 1조8600억 원(―18.3%)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3분기 국내 기업으로는 분기 영업이익 10조 원을 처음 돌파했던 걸 고려하면 4분기 실적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현대자동차 연간 영업이익과 맞먹는 규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 부문의 부진, 원화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가격 경쟁력 약화, 연구개발(R&D)과 마케팅 비용 증가 등이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위기다” 삼성전자 매출과 영업이익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부진이 실적에 악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많다. 송종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여러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실적은 예상보다 부진하다”며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며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IM(IT모바일) 부문의 수익성 악화 때문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M 부문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을 3분기보다 약 20% 떨어진 5조5000억 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가장 우수한 경쟁력을 갖춘 스마트폰 시장에서 입지가 흔들리고 회사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스마트폰 시장의 무게중심이 개당 300달러 이상인 프리미엄 제품에서 보급형 제품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것.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009년 전체 스마트폰 시장의 53.5%를 차지했던 300달러 이상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비중은 지난해 34.9%로 줄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부진했던 게 4분기 실적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위기 아니다” 삼성전자는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고 기록을 다시 세웠다. 2013년 연간 기준으로 매출 228조4200억 원, 영업이익 36조77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2012년에 비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약 27조3200억 원(13.6%)과 7조7200억 원(26.6%) 증가한 것이다. 이 액수는 영업이익을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K-IRFS)으로 작성하기 시작한 2009년에 비해 3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부진하다고 삼성전자의 성장이 멈추는 건 아니라고 지적한다. 한양대 원유집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스마트폰 다음 세대의 확실한 성장동력을 못 찾고 있는 건 삼성전자뿐 아니라 모든 정보기술(IT) 기업들의 문제”라며 “오히려 삼성전자는 가전, TV, 반도체 등 사업체가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위기관리에 더 유리하다”고 진단했다. 올해 시장상황이 긍정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을 최대한 만회하겠다는 방침이다. 일단 갤럭시S5가 올해 상반기 중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또 ‘소치 올림픽’과 ‘브라질 월드컵’이 예정돼 있어 TV 수요 역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초고화질(UHD) TV 시장의 성장세와 모바일 D램 및 낸드플래시 수요 역시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UHD TV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올해 최대 3배 정도까지 시장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며 “올해 UHD TV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24일 2013년 4분기와 연간 경영 실적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LS그룹이 불량 원전 케이블을 납품해 물의를 일으켰던 LS전선의 자회사인 JS전선을 정리하기로 했다. LS그룹은 “원전 케이블 생산업체인 JS전선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해 심각한 품질불량 문제를 일으켰고, 국민 불안을 초래했다”며 “원전 불안감 해소와 위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JS전선을 정리하기로 했다”고 6일 밝혔다. JS전선은 2008년 신고리 1, 2호기와 신월성 1, 2호기의 제어 케이블, 2010년 신고리 3, 4호기의 전력·제어·계장 케이블의 시험 성적서를 각각 위조해 납품했었다. LS그룹은 JS전선 정리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대주주가 약 212억 원의 사재를 출연해 주식 전량을 주당 6200원에 공개 매수할 계획이다. JS전선 직원 300여 명은 상장 폐지 뒤 LS그룹 차원에서 고용을 승계하기로 했다. 또 원전 산업과 안전을 위한 연구지원에도 나서기로 결정했다. LS그룹은 원전 안전 관련 연구개발 지원금으로 총 1000억 원을 출연하기로 했다. 이 지원금은 외부 전문가 자문을 거친 뒤 원전 평가와 검증 기관의 전문성 확보를 위한 기술 인력 양성과 설비 지원 등에 쓰일 예정이다. LS그룹은 LS전선을 통한 원전 케이블 생산은 계속해나갈 계획이다. 대신 이 회사는 품질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품질안전위원회를 구성하고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기로 했다. LS그룹 관계자는 “조만간 그룹 차원에서 준법경영 지수를 개발해 인사평가에도 반영할 방침”이라며 “사업을 정리하더라도 JS전선과 관련된 민·형사 소송에 대해서는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말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 등장했다. 검은 정장 차림에 옅은 보라색 넥타이를 맨 이 회장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부축을 받았다. 신년하례식 행사장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는 이 사장과 웃으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 회장의 미소 띤 모습은 여기까지였다. 이 회장은 1800명 임원들 앞에서 “신경영 20년간 글로벌 1등이 된 사업도 있고 제자리걸음인 사업도 있다”고 입을 뗐다. 이어 “선두사업은 끊임없이 추격을 받고 있고 부진한 사업은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위기감은 현대자동차, SK, LG 등 국내 4대 그룹의 신년하례식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에도 ‘위기의식’은 키워드 중 하나였지만 올해엔 그 강도가 더욱 셌다. 각 그룹 대표들은 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신사업 성공에 대한 강력한 의지도 밝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경제민주화’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듯 협력사와의 상생은 중요한 화두였다. 이 회장은 “5년 전, 10년 전의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 하드웨어적인 프로세스와 문화는 과감하게 버리자.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 사고방식과 제도, 관행을 떨쳐내자”고 주문했다. 삼성 관계자들은 “이 회장이 2010년 3월 경영에 복귀한 뒤 신년사에서 이렇게 강하게 위기의식과 혁신을 주문한 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2011∼2013년까지 이 회장의 신년사에서 ‘시간이 없다’, ‘버리자’, ‘떨쳐내자’ 같은 표현이 들어간 건 올해가 처음이다. 이 회장은 신사업과 관련해 “핵심 사업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확보하고, 산업과 기술의 융합화·복합화에 눈을 돌려 신사업을 개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사를 마친 뒤 퇴장하던 이 회장은 올해 투자계획을 묻는 질문에 “많아요”라고 웃으며 답했다. 지난해 11월 3일부터 미국에 머물다가 54일 만인 지난달 27일 귀국해 건강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던 이 회장은 건강을 묻는 질문에는 “좋다”고 말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 그룹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미래성장 기반 강화’를 새해 경영 방침으로 제시했다. 정 회장은 “최근 세계 경제가 본격적인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면서 업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으며 기술의 융·복합에 따른 산업의 변화로 불확실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다”며 “글로벌화돼 있는 사업장과 관리체계를 혁신해 조직의 효율과 역동성을 확보함으로써 대내외 경영환경 변화에 더욱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사업 구조와 중장기 성장 전략을 더욱 체계화하고, 보다 혁신적인 제품과 선행기술 개발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현대·기아차는 저성장 기조를 고려해 글로벌 판매 목표를 다소 보수적인 786만 대로 잡았다. 지난해 판매량 754만 대에서 4.2% 높인 것으로, 현대자동차 산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가 전망한 올해 자동차시장 성장률 4.1%와 비슷한 수준이다. SK그룹의 시무식은 최태원 회장의 불참과 실적 부진으로 다소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오전 11시 반 서울 광진구 광장동 W호텔 비스타홀에서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임직원 5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시무식에서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린 반도체 사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업 실적이 부진했고 일부 관계사는 생존 조건 확보가 시급한 상황에 처해 있다. 더구나 그룹의 성장과 미래의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온 열정을 쏟던 최태원 회장의 경영 공백은 그 아픔을 더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어떤 경영환경에서도 ‘따로 또 같이 3.0’의 지속적인 실행과 이를 통한 그룹 가치 300조 원 달성은 반드시 이뤄야 할 목표”라고 강조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LG트윈타워 대강당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앞으로의 경영 환경은 위기 그 자체”라고 말했다. 구 회장은 “우리는 선도기업과 격차를 크게 좁히지 못했고 후발 주자들은 무서운 속도로 우리를 추격해 오고 있다”며 “임직원 모두가 지금이 위기임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주력사업에서 선도상품으로 성과 창출 △신사업 일등 목표로 육성 △집요하게 실행하는 문화 정착 △협력사 상생 등 네 가지 경영 방침을 강조했다. 이세형 turtle@donga.com·강유현·박진우 기자}

“노조가 아닌 직원들을 설득해야 한다.”(성시철 전 한국공항공사 사장) “경영 합리화는 새로운 성장동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김중겸 전 한국전력공사 사장) 한국전력공사, 대한주택공사(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통합해 LH로 출범),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공항공사 등 주요 공기업의 전직 최고경영자(CEO)들은 공기업 개혁의 핵심 키워드로 ‘직원 설득’과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꼽았다. 이들은 “인력 감축에만 초점을 맞춘 구조조정 방식으로는 공기업을 개혁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고용 안정성이 가장 큰 관심사인 공기업 직원들의 강한 반발에 부닥치면 개혁 자체를 추진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개혁 대상이자 주체인 직원들을 계속 설득해 방만 경영 요소를 최소화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 안정적인 고용과 수익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었다. ○ 직원 설득해야 개혁 동력 생긴다 성시철 전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2009년 수십 차례 지방 출장을 다녔다. 임금을 깎지 않고는 공기업 평가에서 꼴찌를 면하기 어렵다는 걸 일선 직원들에게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임금 삭감 시 기대 효과를 정리한 ‘표’까지 만들어 돌렸다. 인원이 많은 지방 지사는 여러 번 내려가 직군별, 입사연도별로 직원들을 만났다. 처음에 반발하던 직원들도 나중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그렇게 심각하냐”고 되묻기도 했다. 직원 여론은 ‘임금 삭감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흘렀고 노조도 받아들였다. 이후 노사는 6.8% 임금 삭감에 합의했고, 임금단체협상 조항도 127개에서 72개로 간소화했다. 그해 공항공사는 공기업 평가에서 ‘B’를 받아 전년도(C)보다 등급이 올랐다. 3년 뒤인 2012년에는 최고 등급인 ‘S’를 받았다. 성 전 사장은 “모든 직원을 직접 설득하니 성과가 나왔고, 다른 개혁을 추진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며 “그때부터 노조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사례도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최재덕 전 대한주택공사 사장은 취임 초 각종 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노사 이면합의가 많은 것에 크게 놀랐다. 이면합의는 주로 직원 복지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최근 코레일 파업 사태 때 드러난 것처럼 사기업에선 찾아보기 힘든 수준의 복지 조항이었다. 그는 “이런 이면합의들은 노조 반발을 피하려고 경영진이 타협한 것이었다. 책임감을 가지고 직원들을 계속 설득했으면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전 사장은 “직원들이 ‘방만 경영을 개선하는 게 길게 보면 이득’이라는 인식을 가지면 노조가 무리하게 이면합의를 내세우는 관행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래 먹거리’ 찾아야 현재 사업 구조로는 수익 창출이 한계에 이르렀으므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전직 CEO도 많았다. 민영화해야 할 공기업은 아무리 반발이 심하더라도 민영화하고, 공기업으로 유지해야 할 곳은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해외시장 진출을 답으로 꼽은 CEO도 많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09년 이라크 아르빌 신공항을 시작으로 필리핀, 네팔,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에서 공항운영 컨설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에 따라 매년 수십 명의 직원을 해외로 파견했다. 그만큼 인력을 더 뽑을 수 있었고 회사 수익도 늘었다. 이채욱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처음에는 ‘왜 해외로 나가야 하느냐’며 시큰둥하게 반응하던 직원들이 해외에서 성과가 나고 일자리와 수익이 늘어나는 것을 보자 해외 진출을 반겼다”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으려면 직원들에게 끊임없이 자극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중겸 전 한국전력공사 사장도 해외시장 진출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국내 공기업들의 인력과 기술은 해외시장에서 충분히 통한다”며 “해외에 적극적으로 나가면 인력 감축 없이도 국내 사업 비중을 자연스럽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기업이 성장동력을 찾으려면 현실 안주에 급급한 직원 의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장영철 전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은 “공기업 직원들은 제대로 부딪혀 보지도 않고 ‘법이나 규정 때문에 안 된다’고 말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며 “이런 구조에선 새로운 일을 추진하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현실 반영한 요금제도 필요 공기업의 과도한 부채를 줄이려면 비현실적인 사업과 요금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오강현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많은 공기업이 임직원 임금 삭감 같은 단순 조치로는 적자를 줄이기 어렵다”며 “어느 정도는 현실을 반영한 요금 제도를 도입하는 게 공기업 부실이란 더 큰 피해를 예방하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최재덕 전 사장도 “국민임대주택처럼 막대한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사업 탓에 발생한 손실은 구성원들의 방만 경영 근절로 해결되지 않는다”며 “정부가 정책적으로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세형 turtle@donga.com·박진우 기자}

《 한국 기업들의 내우외환(內憂外患)이 심화되고 있다. 안에서는 정치권이 최저한세율(기업들이 각종 조세 감면을 받더라도 내야 하는 최소한의 세금을 산정할 때 적용하는 세율)을 인상하기로 잠정 합의하면서 ‘사실상의 법인세 증세’ 청구서를 받은 상태다. 밖에서는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에 따라 한국 기업을 겨냥한 반(反)덤핑 등 수입규제 조치가 크게 늘었다. 재계는 “투자와 고용 확대를 위해선 경기활성화를 통한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인데 오히려 상황이 거꾸로 가고 있다”며 한숨을 쉬고 있다. 내년에도 경기 회복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정치권의 압박이 거세지고 외국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이 이어질 경우 경영 활동에 큰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 5년간 법인세 1조5000억 원 늘어난다 “투자와 고용을 늘리라면서 세금까지 더 내라고 하니 국내에서 기업 활동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정치권이 30일 과세표준 ‘1000억 원 초과’ 대기업에 적용하는 최저한세율을 1%포인트 올리기로 잠정 합의하자 대기업들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이번 최저한세율 인상은 1년 만에 이뤄졌다. 과세표준 1000억 원 초과 기업(2011년 기준 27개 기업)의 최저한세율은 2008년 15%에서 2010년 14%로 1%포인트 인하됐다가 지난해 16%로 2%포인트 인상된 바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최저한세율이 1%포인트 상승하면서 향후 5년간 기업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법인세는 1조4851억 원에 이른다. 이는 연평균 2970억 원으로 대상 기업 한 곳당 연간 100억 원 이상의 법인세를 더 부담하게 된다. 재계는 “이번 여야 합의는 세수 부족을 대기업에 떠넘기는 것으로 앞으로 고용과 투자 여력은 더욱 줄어들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투자와 고용 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기업을 대상으로 세금을 더 걷으면 투자 감소, 신규 채용 축소 등의 악영향이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 ‘투자 안 해 법인세 올린다’는 주장에 반발 한국의 법인세 부담이 적은 수준이 아닌데도 계속 기업에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국의 최고세율 대비 최저한세율은 72.7%로 미국(51.3%) 캐나다(51.7%) 대만(40.0%)보다 높다. 홍성일 전국경제인연합회 금융조세팀장은 “최저한세율을 설정한 국가는 미국 캐나다 대만 등 소수에 불과하다”며 “고용창출투자세액 공제 축소 등 각종 세금 감면 조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최저한세율 인상은 기업에 더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최저한세율 인상 이유로 대기업이 투자를 늘리지 않고 사내 유보금을 쌓아두는 것을 꼽는다. 이에 대해 재계는 경기 침체가 계속된 데다 올해 외국인투자촉진법 등 각종 경제활성화 법안의 통과가 미뤄지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황상현 한국경제연구원 공공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은 “기업의 투자는 가계의 저축처럼 기업의 고유 영역”이라며 “기업들이 투자처를 못 찾아 사내 유보금을 쌓아뒀다고 해서 세금을 더 내라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수입규제 타깃’ 된 한국 기업 한국 기업들은 해외에서는 ‘보호무역 빗장’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 기업을 겨냥한 수입규제 조치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제기된 반(反)덤핑,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상계관세 등 각종 수입규제 조치는 총 33건으로 2002년(37건) 이후 가장 많았다. 2010년(19건)과 2011년(18건)에 비해 2배 가까이로 늘었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세계 경제가 점차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저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 주요국들이 여전히 시장보호 장벽을 높이고 있다”며 “한국 기업의 경우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꾸준히 수출 강세를 보였기 때문에 집중 견제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 기업에 대한 수입규제가 전 세계 수입규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커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세계무역기구(WTO)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세계 전체 수입규제 건수 가운데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은 2009년 4.3%에서 올해 약 7.7%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는 철강·금속(12건)과 석유화학(10건) 분야에서 많은 수입규제 조치를 당했다. 두 산업 모두 전 세계적으로 공급과잉 문제를 겪고 있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 연구위원은 “철강과 석유화학 분야는 산업 특성상 생산시설을 증설한 뒤에는 물량 조절이 어렵기 때문에 쉽게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난다”며 “이 경우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고 많은 나라가 적극적인 수입규제 조치를 취한다”고 말했다. 수입규제 조치는 전통적으로 신흥국이 선진국보다 적극적이다. 올해도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신흥국은 23건, 선진국은 10건의 수입규제 조치를 시행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선진국들의 수입규제 조치도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임형록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들이 글로벌 경제위기를 거치며 제조업의 중요성을 강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선진국들이 제조업 육성에 나설수록 한국 같은 수출 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진 나라는 더욱 ‘규제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박창규 kyu@donga.com·이세형 기자}

채널A가 지난해 시청자들의 프로그램 만족도 및 품질 평가에서 4개 종합편성TV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또 지상파 4사를 포함한 8개 방송사 중 KBS1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2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2012년 시청자 평가지수(KI·KCC Index) 조사’에서 채널A가 7.31(10점 만점)을 기록해 종편TV 4사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밝혔다. 2위는 JTBC(7.06), 공동 3위는 TV조선과 MBN(6.85)이다. KISDI는 국내 최대의 방송미디어·정보기술(IT) 산업 관련 국책 연구기관으로 2010년부터 매년 방통위의 의뢰를 받아 KI 조사를 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KISDI가 지난해 2, 5, 8, 11월 4차례에 걸쳐 전국의 13세 이상 시청자 1만4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프로그램 만족도 평가(SI·Satisfaction Index)’와 ‘프로그램 질적 수준 평가(QI·Quality Index)’를 지수화한 것이다. 채널A는 이 조사에서 4차례 연속으로 프로그램 만족도와 품질 두 분야 모두 7점 이상을 기록하며 1위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만족도 평가를 지수화한 결과는 채널A가 7.33으로 가장 높았고 JTBC(7.11), MBN(6.87), TV조선(6.86)이 뒤를 이었다. 또 연간 품질 평가의 경우 채널A(7.29), JTBC(7.0), TV조선(6.84), MBN(6.83) 순이었다. KISDI는 지난해 KBS1·2, MBC, SBS 등 지상파 4사에 대해서도 KI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채널A(7.31)는 KBS1(7.53)에 이어 2위를 해 KBS2(7.29), SBS(7.22), MBC(7.08)보다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방통위는 KI 조사 결과를 올 하반기 종편TV 재승인 심사의 주요 평가 항목인 ‘방송평가’에 비중 있게 반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대한항공 A380기는 다른 여객기보다 유독 윗부분이 불룩한 것이 커다란 고래 같았다.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봤을 때보다 훨씬 더 뚱뚱한 모습이었다. 옆에 서 있던 B737과 B777기 같은 ‘날씬한 몸매’의 비행기들에 비하면 둔해 보이기까지 했다. 승객들의 공간을 극대화하기 위한 2층 구조이기 때문이었다.16일 오전 10시 인천국제공항의 대합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A380기의 첫인상은 세련된 디자인의 최첨단 항공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어린이용 만화 속에 나오는 우스꽝스러운 모양에 가까웠다. ‘과연 하늘을 시속 900km 이상의 속도로 날 수 있을까’란 비(非)과학적 의심까지 들었다.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활주로를 달려 가뿐히 하늘로 날아오르는 A380기 안에서 이런 의심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륙 때도 평소 목소리로 대화 가능느릿느릿 계류장을 빠져나와 활주로로 이동할 때까지만 해도 A380기는 뚱뚱한 몸매를 빼고는 B747과 B777 같은 대형 여객기와 특별히 다른 점이 느껴지지 않았다.그러나 몸매에 어울리지 않게 조용했다. 여객기의 이륙을 알리는 우렁찬 엔진 소리가 A380기에서는 나지 않았다. 땅을 박차고 날아오르기 위해 활주로를 달리자 비행기의 속도가 느껴졌고, 계류장에서 움직일 때보다 엔진 소리가 커졌지만 다른 대형 여객기에 비해 A380기의 엔진 소리는 훨씬 작았다. 옆에 앉은 사람과 평상시 목소리 크기로 대화를 나누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였다. A380기 제작사인 에어버스가 최신 탄소섬유 강화 복합소재(CFRP)를 중심으로 각종 복합소재를 사용해 기체 무게를 줄였고, 엔진 성능과 소음 역시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대한항공 관계자는 “에어버스사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A380기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대형 장거리 여객기 중 하나인 B747이 내는 소음의 절반 수준”이라고 말했다.A380기의 내부는 소음 없는 쾌적한 여객기답게 다양하고 고급스러운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대한항공 측은 ‘하늘 위의 호텔’이란 별명에 걸맞게 기내 인테리어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2층 맨 뒤쪽에는 면세품 전시공간을 만들었다. 현재 A380기를 운영 중인 항공사 중 기내에 면세품을 전시하는 곳은 대한항공이 유일하다. 기내 1층 앞쪽과 2층의 앞뒤에 설치된 3개의 바(Bar)는 다양한 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시설로, 일등석과 프레스티지석(비즈니스석)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다.기내 1층 일반석은 다른 여객기의 일반석보다 최대 3인치를 넓혔다. 웬만한 키의 고객들도 A380기에서는 좀 더 편하게 다리를 뻗을 수 있었다. 장거리 여행의 피로를 최대한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명품 항공사’ 위해 프레스티지석 강화‘명품 항공사’를 지향한다는 방침에 걸맞게 대한항공은 프레스티지석에 특히 많은 공을 들였다. 전체 407석 중 일등석과 프레스티지석은 각각 12개와 94개인데 대한항공은 A380기의 2층을 모두 프레스티지석으로 꾸몄다. 다른 항공기의 비즈니스석에 비해 이례적으로 큰 규모다.이날 A380기 시범 비행에 탑승한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은 “영업 파트에서는 A380기의 프레스티지석 규모를 줄이려 하지만 프레스티지석에 대한 수요는 분명히 있고 명품 항공사로 성장하려면 프레스티지석을 지금처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2014년까지 9대가 추가로 들어올 A380기 역시 지금과 같은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또 조 회장은 “양적인 성장보다 질적인 성장이 중요하다. 지금보다 비행기 규모가 크게 늘어나진 않겠지만 오래된 기종을 지속적으로 새 기종으로 교체해 고객의 안락성과 회사의 경제성을 동시에 높이겠다”고 말했다.지난달 26일 대한항공으로 인도된 A380기는 17일 인천∼도쿄(나리타) 노선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운항에 들어간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A380기는 이번 달에는 인천∼도쿄(나리타), 인천∼홍콩 노선에 투입되며 다음 달에는 방콕에도 취항할 예정이다. 또 8월부터는 미국 뉴욕을 시작으로 프랑스 파리(9월)와 미국 로스앤젤레스(10월) 노선에도 투입된다.인천=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2006년 3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협상 개시를 선언했던 양국의 통상 장관이 5년여 만에 서울에서 다시 만나 한미 FTA의 조속한 비준을 촉구했다. 김현종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포트먼 당시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이자 현 오하이오 상원의원(공화당)은 19일 오전 2007년 한미 FTA 협상의 마지막 협상 장소였던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만나 “양국 관계에 중요한 진전이 될 FTA를 양국 의회가 조속히 비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이날 만남은 이명박 대통령 등 한국 정치권과 한미 FTA 비준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미치 매코널 미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등 여야 중진급 의원 8명과 한국을 찾은 포트먼 상원 의원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포트먼 의원은 하원 6선을 지낸 공화당의 중진 의원으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재임 당시 USTR 대표와 백악관 예산실장(OMB)을 지냈고 현재 2016년 미 대선의 유력 공화당 후보로 거론된다. 포트먼 의원은 “한미 FTA를 비준시키기 위한 미 의회 차원의 준비는 모두 끝났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한국, 콜롬비아, 파나마와의 FTA를 동시에 처리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며 “세 개의 FTA는 각각 별개로 처리해야 하며 맨 앞에 있는 건 한미 FTA”라고 강조했다. 현재 미-콜롬비아 FTA의 최대 쟁점인 자유로운 노조 활동의 보장, 미-파나마 FTA 쟁점인 조세피난처 활용 문제 등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만큼 미 공화당에서 한미 FTA 비준 처리를 미룰 명분도 사라졌다고 덧붙였다.포트먼 의원은 “현재 미 의회는 미국의 독립기념일이기도 한 7월 4일 전 한미 FTA를 비준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만약 이 시점까지 한국 국회에서도 비준 동의안 처리가 마무리되면 한미 FTA는 10월 발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과의 오찬에서도 이런 뜻을 분명히 전달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전 본부장은 “우리 국회 역시 더는 한미 FTA 처리를 미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미 의회가 7월 4일 전 한미 FTA를 비준시키려는 밑바탕에는 7월 1일로 예정된 한-EU FTA 발효가 있는 만큼 한-EU FTA 비준 처리가 지연될 경우 한미 FTA의 미 의회 내 조속 비준을 위한 지렛대가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 산업계와 의회는 현재 한-EU FTA가 발효될 경우 한국 시장에서 EU 상품과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있는 미국 상품의 경쟁력 약화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김 전 본부장은 “최근의 번역 오류 문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비준”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번역 오류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 ‘정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인 만큼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라며 “이 때문에 더 중요한 FTA 발효가 늦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두 통상전문가는 FTA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점 효과’라는 점에서도 인식을 같이했다. 현재 중국과 일본, 대만 등 동북아 주요국들이 미국과의 FTA를 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한국이 먼저 미국 시장에 ‘무관세’로 접근할 경우 FTA 경제적 이익은 매우 크다는 것이다. 포트먼 의원은 “한국이 추가 협상으로 자동차 부문에서 의미 있는 양보를 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그와 별개로 한미 FTA 발효 시 양국은 수출 및 일자리의 증대와 이로 인한 경제적 시너지 효과를 얻게 된다”고 말했다. 김 전 본부장도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게 우리가 6을 얻고 미국이 4를 얻는 협상을 했다고 보고했다”며 “추가 협상으로 양보한 부분이 있어도 여전히 협상 결과는 우리(한국)에게 유리하다”고 말했다.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케냐 정부의 공무원이 되기 위해 대학원에 입학했다고 하면 다들 놀라면서 ‘유프레시아, 연예인 되려는 거 아니었어?’라고 물어봐요.” KBS 2TV의 인기 토크쇼였던 ‘미녀들의 수다(미수다)’를 통해 잘 알려진 케냐 출신 유프레시아 무스요키 씨는(27·사진) “아직 지인들도 ‘공무원 유프레시아’보다 ‘미수다의 유프레시아’를 훨씬 친근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빨리 이미지 변신을 해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유프레시아 씨가 최근 입학한 대학원은 한국 정부가 개발도상국의 젊은 엘리트 공무원들에게 한국의 경제성장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해 만든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그는 이곳에서 경제학과 정책학을 배워 고국에 돌아가 과학기술 부문 관료로 활동하는 게 목표다. 강원대 신소재공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한 그녀는 원래 케냐로 돌아가 공과대 교수가 될 생각이었다. 하지만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보다는 경제성장에 꼭 필요한 과학기술 정책을 만드는 게 적성에 더 맞고 고국에도 크게 기여하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꿈을 수정했다. 유프레시아 씨는 “이미 가지고 있는 공학적 지식에 KDI 대학원에서 배우는 경제학과 정책학 지식을 접목해 효율적인 과학기술 정책을 마련하면 교수로 활동하는 것보다 더 많은 과학기술 인력을 양성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한국의 경제발전 노하우를 케냐에도 빨리 전수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KDI 대학원을 졸업한 뒤 케냐 정부의 공무원이 되면 한국과 케냐, 더 나아가 한국과 아프리카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면서 “한국과의 좋은 인연이 앞으로도 계속되길 바란다”며 웃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문화체육관광부 ▽과장급 전보 △국립중앙도서관 기획연수부 사서교육문화과장 정상원 △국무총리실 새만금사업추진기획단 박찬석}
◇박기주 씨(사업) 용주 여의도순복음교회 선교목사 종주 남원시 도시과장 부친상·이연옥(사업) 류차섭 씨(〃) 서인교 ㈜춘향골 회장 장인상=31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일 오전 6시 02-3010-2231}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첫 번째 해외 출장지로 인도와 이집트를 선정했다. 15일부터 22일까지인 출장 기간 중 윤 장관은 17일과 19일 각각 인도와 이집트에서 장관급 회의를 할 예정이다. 재정부에 따르면 이집트와의 경제장관 회의는 한국이 아프리카 국가와는 처음으로 구축하는 고위급 경제협력 채널이다. 인도와의 재무장관 회의는 이번이 두 번째로 양국이 고위급 경제협력 채널을 정례화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를 두고 정부 안팎에서는 신흥 경제권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행보라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이런 한국의 신흥 경제권에 대한 아웃리치(외연 확대) 작업은 아직도 ‘겉모습만 화려한 속빈 강정’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당장 한국 대사관과 총영사관에서 해당 국가와 지역에 대한 거시경제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외교관인 ‘재경관’은 총 14개 지역에 나가 있지만 대부분 유럽과 북미의 선진국이다.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중 인도와 브라질은 물론 아프리카, 중남미, 중앙아시아에는 한 명도 없다. 브릭스의 뒤를 이을 신흥국 그룹을 의미하는 ‘마빈스(MAVINS·멕시코 호주 베트남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에도 없다. 지난해 11월 열린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발표된 ‘서울 개발 컨센서스’는 신흥 경제권에서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G20 의제다. 그러나 정작 이를 제안한 한국 정부는 인력 확보에 문제가 생겨 전담 조직조차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신흥 경제권과의 협력을 추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미주개발은행(IDB),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등과의 협력을 통한 성과도 아직 뚜렷하지 않다. 특히 G20 서울 정상회의 때 이 국제기구들의 총재들을 초청하지 않은 건 실수로 꼽힌다. 재정부 관계자는 “일부 국제 개발은행들의 총재와 관계자들이 G20 서울 정상회의에 초청받지 못한 것에 대해 서운하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신흥 경제권에 대한 영향력 확대는 수출로 먹고살아야 하는 한국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사안이다. 그러나 상징적인 경제협력 채널을 만드는 데 기울이는 노력에 비해 신흥 경제권에 대한 실질적인 영향력을 키우기 위한 조치는 아직 부족해 보인다. 그런 점에서 윤 장관의 이번 해외 출장이 한국 정부의 신흥 경제권에 대한 내실 있는 외연 확대 방법을 짚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이세형 경제부 urtle@donga.com}
앞으로 매출액이 5000억 원 이상 되는 대기업들은 4년마다 예외 없이 정기 세무조사를 받게 된다. 그동안 정부가 모범 납세자로 선정된 대기업에 일정 기간 세무조사를 유예해 주는 혜택을 없앤 것이다. 14일 국세청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성실 납세자 관리 규정’ 개정안을 최근 행정예고 했고 다음 달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세청의 이 같은 대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강화 조치는 지난해부터 정부가 강조하는 대기업의 사회책임 확대와 공정사회 움직임과 결을 같이하고 있다. 매출이 5000억 원 이상인 대기업에 성실 납세는 기본적인 의무인 만큼 표창을 받았다고 세무조사를 유예해 주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조치라는 뜻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대기업에는 모범 납세자란 영예만으로도 충분한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대기업은 중소기업보다 회계, 재무, 법무 등과 같은 부문의 인력 규모가 크고 노하우가 뛰어나기 때문에 세무조사 유예 혜택이 없어진다고 해도 세무조사에 대한 부담이 커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009년 말 기준으로 매출액이 5000억 원 이상인 법인은 564개다. 이에 따라 4년마다 예외 없는 세무조사가 이루어지면 앞으로 매년 140개 정도의 대기업이 정기 세무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인 세무조사의 강도 역시 지금보다 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세청은 지난해 말 이루어진 올해 업무보고 때 세무조사의 강도를 높일 것임을 시사했다. 조사 대상 법인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대표와 최대주주 등의 탈루 혐의까지 분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진행된 SK텔레콤에 대한 세무조사 때처럼 정기 세무조사라도 거래처와 관련 기업에 대한 동시조사, 오너를 비롯한 주요 주주에 대한 탈세와 탈루 조사까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의 세무조사에 대한 준비나 노하우가 뛰어난 건 틀림없지만 유예 혜택 자체가 없어지고 조사 강도까지 세지는 건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