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A380기의 일등석은 개당 2억5000만 원인 세계적 명품 좌석 ‘코스모 스위트’로 구성돼 있다. 외형을 나무색으로 디자인해 대자연의 숲에 있는 느낌을 구현했고, 좌석을 완전히 젖혀 편안하게 누울 수 있다. 대형 프라이버시 보호형 중앙 스크린을 설치해 독립공간임을 강조한 것도 특징이다. 인천=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대한항공 A380기는 다른 여객기보다 유독 윗부분이 불룩한 것이 커다란 고래 같았다.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봤을 때보다 훨씬 더 뚱뚱한 모습이었다. 옆에 서 있던 B737과 B777기 같은 ‘날씬한 몸매’의 비행기들에 비하면 둔해 보이기까지 했다. 승객들의 공간을 극대화하기 위한 2층 구조이기 때문이었다.
16일 오전 10시 인천국제공항의 대합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A380기의 첫인상은 세련된 디자인의 최첨단 항공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어린이용 만화 속에 나오는 우스꽝스러운 모양에 가까웠다. ‘과연 하늘을 시속 900km 이상의 속도로 날 수 있을까’란 비(非)과학적 의심까지 들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활주로를 달려 가뿐히 하늘로 날아오르는 A380기 안에서 이런 의심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 이륙 때도 평소 목소리로 대화 가능
대한항공 A380기에 설치된 면세품 전시공간에서 승객들은 실제 상품을 보고 주문하는 것이 가능해진다(왼쪽). 좌석마다 설치돼 있는 스크린으로는 현재 비행기 외부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느릿느릿 계류장을 빠져나와 활주로로 이동할 때까지만 해도 A380기는 뚱뚱한 몸매를 빼고는 B747과 B777 같은 대형 여객기와 특별히 다른 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몸매에 어울리지 않게 조용했다. 여객기의 이륙을 알리는 우렁찬 엔진 소리가 A380기에서는 나지 않았다. 땅을 박차고 날아오르기 위해 활주로를 달리자 비행기의 속도가 느껴졌고, 계류장에서 움직일 때보다 엔진 소리가 커졌지만 다른 대형 여객기에 비해 A380기의 엔진 소리는 훨씬 작았다. 옆에 앉은 사람과 평상시 목소리 크기로 대화를 나누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였다. A380기 제작사인 에어버스가 최신 탄소섬유 강화 복합소재(CFRP)를 중심으로 각종 복합소재를 사용해 기체 무게를 줄였고, 엔진 성능과 소음 역시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에어버스사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A380기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대형 장거리 여객기 중 하나인 B747이 내는 소음의 절반 수준”이라고 말했다.
A380기의 내부는 소음 없는 쾌적한 여객기답게 다양하고 고급스러운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대한항공 측은 ‘하늘 위의 호텔’이란 별명에 걸맞게 기내 인테리어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2층 맨 뒤쪽에는 면세품 전시공간을 만들었다. 현재 A380기를 운영 중인 항공사 중 기내에 면세품을 전시하는 곳은 대한항공이 유일하다. 기내 1층 앞쪽과 2층의 앞뒤에 설치된 3개의 바(Bar)는 다양한 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시설로, 일등석과 프레스티지석(비즈니스석)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다.
기내 1층 일반석은 다른 여객기의 일반석보다 최대 3인치를 넓혔다. 웬만한 키의 고객들도 A380기에서는 좀 더 편하게 다리를 뻗을 수 있었다. 장거리 여행의 피로를 최대한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 ‘명품 항공사’ 위해 프레스티지석 강화
‘명품 항공사’를 지향한다는 방침에 걸맞게 대한항공은 프레스티지석에 특히 많은 공을 들였다. 전체 407석 중 일등석과 프레스티지석은 각각 12개와 94개인데 대한항공은 A380기의 2층을 모두 프레스티지석으로 꾸몄다. 다른 항공기의 비즈니스석에 비해 이례적으로 큰 규모다.
이날 A380기 시범 비행에 탑승한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은 “영업 파트에서는 A380기의 프레스티지석 규모를 줄이려 하지만 프레스티지석에 대한 수요는 분명히 있고 명품 항공사로 성장하려면 프레스티지석을 지금처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2014년까지 9대가 추가로 들어올 A380기 역시 지금과 같은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조 회장은 “양적인 성장보다 질적인 성장이 중요하다. 지금보다 비행기 규모가 크게 늘어나진 않겠지만 오래된 기종을 지속적으로 새 기종으로 교체해 고객의 안락성과 회사의 경제성을 동시에 높이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대한항공으로 인도된 A380기는 17일 인천∼도쿄(나리타) 노선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운항에 들어간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A380기는 이번 달에는 인천∼도쿄(나리타), 인천∼홍콩 노선에 투입되며 다음 달에는 방콕에도 취항할 예정이다. 또 8월부터는 미국 뉴욕을 시작으로 프랑스 파리(9월)와 미국 로스앤젤레스(10월) 노선에도 투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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