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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위치추적 전자장치) 훼손 전후로 여성 2명을 연쇄 살해한 강윤성(56)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강윤성이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났지만 한동안 그가 소지했던 휴대전화의 정확한 위치를 추적할 수 없었다. 현행법상 전자발찌를 끊었다는 혐의만으로는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 발찌 끊었는데 휴대전화 위치 추적 못 해 경찰이 강윤성의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할 수 있게 된 때는 27일 오후 5시 31분 전자발찌를 끊고 약 2시간 40분이 지난 오후 8시 10분경이었다. 강윤성을 알고 지내던 A 목사가 경찰에 “강 씨가 죽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112 신고를 하면서부터다.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위치정보법)에 따르면 자살 의심자 등 긴급구조가 필요한 대상에 한해 휴대전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휴대전화 GPS를 활용하면 대상자 위치를 오차범위 10∼20m 이내로 파악해 정확한 추적이 가능하다. 살인, 성폭행 등 강력범죄를 저지를 것으로 예상되는 피의자의 경우에도 통신비밀보호법에 근거해 휴대전화 위치 추적이 가능하지만 이때는 휴대전화의 기지국 정보만 확인할 수 있다. 기지국 정보만으로는 반경 300∼500m까지만 알 수 있어 신속하게 위치를 파악하기 어렵다. 이 같은 한계 때문에 강윤성이 도주했을 당시 담당 보호관찰소 관계자는 A 목사에게 “강윤성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도록 경찰에 신고를 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밀 위치 추적을 하기 위해선 자살 의심 신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강윤성 사건을 계기로 전자발찌 훼손 후 도주한 범죄자에 대해선 훼손 사실이 확인된 즉시 휴대전화 GPS 추적을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자발찌 제도가 도입된 2008년 이후 전자발찌 훼손 사례는 165건이다. 경찰 관계자는 “전자발찌 착용자는 실시간으로 위치 정보를 추적해도 된다는 법원의 결정이 이미 나와 있는 상태인데 현행법대로면 발찌를 끊고 난 이후에는 위치를 추적할 법적 근거를 수사기관이 따로 만들어야 하는 셈이라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받은 사람은 자신의 위치 정보를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전자발찌를 끊었을 경우 본인이 소지한 다른 장치를 통해 위치 정보를 받아내는 것은 다른 법익을 침해하지 않아 당장이라도 도입이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피해자 2명 외에 다른 여성에게도 범행 시도 경찰은 2일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로 지난달 31일 구속된 강윤성(사진)의 신상을 공개했다. 서울경찰청은 “2일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개최해 논의한 결과 피의자 강윤성의 신상정보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강윤성이 범행을 시인하고 있고 현장 감식 결과와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통해 충분한 증거가 확보돼 혐의가 입증된다고 보고 공개를 결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동일한 수법으로 2명의 피해자를 연속하여 살해하는 잔인한 범죄로 사회 불안을 야기하는 등 중대한 결과를 초래했다”며 “신상 공개로 얻는 범죄 예방 효과 등 공공의 이익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강윤성이 살해한 여성 2명 외에 다른 여성에게도 전화를 해 만남을 시도하는 등 추가 범행을 시도한 단서를 포착해 수사 중이다. 강윤성은 1차 범행과 2차 범행 사이에 또 다른 여성과 만나려 했으나 전자발찌 훼손 후 쫓기는 상황이어서 경찰에 검거될 것을 우려해 만나지는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강윤성과 피해자들의 계좌와 통신기록 등을 토대로 수사 중이며 강도살해 및 살인예비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범행 후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는 성범죄자에 대한 대대적인 추적에 나섰다. 신상정보 등록 결정이 났지만 주소지를 옮긴 뒤 관할 경찰서에 등록 신고를 하지 않은 성범죄자는 7월 기준 119명에 달한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권기범 기자 kaki@donga.com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27일 0시 14분경 법무부 산하 서울동부보호관찰소에 전자발찌(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자가 야간 외출 제한 명령을 어기고 집을 나갔다는 경보가 울렸다. 무단 외출자는 성범죄 등 전과 14범 강모 씨(56)였다. 강 씨는 2, 3시간 전인 26일 오후 9시 반∼10시경 집에서 40대 여성을 살해한 상태였다. 당시 보호관찰소 당직 직원은 강 씨의 서울 송파구 거여동 집으로 출동하며 강 씨와 통화를 했다. 강 씨는 “배가 아파 편의점에 약을 사러 다녀왔다. 근처에 없어서 택시를 타고 약을 사서 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당직 직원은 무단이탈 20분 만인 0시 34분 강 씨의 위치정보가 집에 있는 것으로 나오자 “추후 조사하겠다”며 차를 돌려 복귀했다. 하지만 경찰은 강 씨가 첫 번째 살해 다음 날인 27일 오후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외부에 버리는 등 수사를 따돌리려 했던 점 등으로 미뤄 야간 무단 외출도 범행 은폐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강 씨는 경찰 조사에서도 “야간 외출이 제한돼 있어 첫 범행 뒤 집에만 있었다”고 하는 등 거짓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씨는 보호관찰소 직원과 통화 후 5시간 반쯤 지난 오전 6시경 집을 나섰다. 살해한 40대 여성의 시신은 집에 그대로 둔 상태였다. 강 씨는 이날 오후 5시 31분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고, 약 33시간 뒤인 29일 오전 3시경 50대 여성을 추가로 살해했다. 보호관찰소와 강 씨의 집은 차로 약 13분 거리다. 당직자가 강 씨의 집을 찾아 현장을 확인했다면 추가 범행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탈자가 귀가한 것으로 확인되면 추후 보호관찰소로 불러 이탈 사유를 조사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했다.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하기 전후 여성 두 명을 살해한 강모 씨(56)는 5월 출소한 뒤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돼 정부의 지원을 받아왔다. 강 씨는 출소 직후부터 석 달 간 500만 원이 넘는 지원을 받았다. 강 씨는 노래방에서 알게 된 40대 여성을 살해하기 사흘 전인 24일에도 저소득층 국민지원금을 수령했다. 강 씨는 특수강제추행 등 혐의로 15년 간 복역하다 출소한 바로 다음 날인 5월 7일 서울 송파구 거여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했다. 이후 6월에 대상자로 선정된 뒤부터 강 씨는 생계·주거·의료급여 명목으로 약 3개월 간 최소 500만 원 이상의 현금성 지원을 받았다. 강 씨가 출소 이후 거주하던 거여동 자택도 ‘매입임대주택’으로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기존 주택에 전세를 얻어 저소득층에게 장기간 재임대하는 곳이었다. 강 씨는 기초생활수급자 신청 후에도 송파구청과 주민센터를 지속적으로 찾아가 빠른 처리를 요구했다고 한다. 보통 심사에 몇 달이 소요되지만 강 씨의 집요한 요구로 행정절차가 단축돼 신청 한 달 반 만인 6월 25일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됐다. 구청 관계자는 “처음 강 씨가 찾아왔을 때는 남루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옷차림이 상당히 말끔해지고 멋쟁이로 변신했다”고 말했다. 기초생활수급자 혜택을 받게 된 후에도 강 씨는 구청과 주민센터에 주 2회 가량 찾아가 후원물품을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강 씨는 구청 관계자에게 “택배 일을 하는데 전자발찌 때문에 일을 못하겠다”며 “일도 못하게 하면서 기초생활수급자 지원이 너무 적다”고 전자발찌 부착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고 한다. 강 씨는 또 “교도소에서 듣기로 (유관기관에) 가서 떼쓰면 지원을 더 많이, 빨리 준다고 했다”며 “후원 물품이 더 없느냐, 왜 더 안주느냐”고 수시로 와서 항의했다고 한다. 구청 관계자는 “(강 씨가) 상습적이고 악의적으로 민원을 계속 해서 직원들이 애를 많이 먹었다”고 전했다.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그분(특별기여자)들이 카불 공항 테러가 발생하기 전에 한국에 올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에요. 조금이라도 빨랐다면 비행기 이착륙도 못 했을 테니까요….” 조기 은퇴 후 2010년부터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어학당과 태권도장을 운영해 온 임모 씨(66). 그는 2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가슴을 쓸어내리며 이렇게 말했다. 임 씨는 아프간인 특별기여자의 초기 정착 지원을 위해 법무부와 주한 아프간대사관이 모집한 통역 자원봉사자 8명 중 1명이다. 그는 “전체 아프간 인구 수천만 명에서 보면 소수지만 이렇게라도 한국에 와서 첫발을 내디딜 때 위로가 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특별기여자들의 입국 추진과 동시에 NGO 피란처 등을 통해 아프간 언어와 문화에 능통한 통역 봉사자를 모집했고 여기에 아프간과 인연이 있는 시민들이 적극 동참했다. 임 씨는 자신의 유년 시절 어려웠던 ‘전후 대한민국’을 생각하며 2010년 무렵부터 아프간에서 봉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아프간의 한 지방에서 지역사회 커뮤니티와 국립대 안에 한국어학당과 태권도장을 만들고 어린아이들을 교육시켰다. 임 씨는 “전라도 시골 지역에서 자라면서 미국이 원조해준 밀가루와 옥수수 가루로 빵을 만들고 죽을 끓여 먹으며 자랐다”며 “우리가 어려울 때 도움을 받은 것에 대한 마음의 빚이 있어 은퇴 후 어려운 나라에 가서 봉사를 하자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우리가 빚을 갚아야 할 때”라며 “이들이 있는 동안에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귀화 경험을 살려 이들의 정착을 돕겠다고 나선 이도 있다. 2006년 아프간을 떠나 2016년 한국에 귀화한 박나심 씨(30)는 “어려운 상황의 고국을 두고 한국에 온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 때문에 당연히 내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별기여자들이 한국에 수월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한국 문화와 한국어 교육 등의 봉사도 자원할 계획이다. 또 아프간 여성들을 위한 숙소 지원 방안도 논의 중이다. 단순 통역뿐 아니라 지역사회로의 융화까지 고민하는 이들도 있다. 2003년부터 4년간 아프간에서 NGO 활동을 했던 구모 씨(52)와 김모 씨(48) 부부는 먼저 정착한 이주민들과 특별기여자들의 소통창구를 마련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기독교 단체에서 난민 관련 업무를 하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세 살 때 타지키스탄에서 살며 타지크어를 배운 김호산나, 김다윗(이상 20) 쌍둥이 남매도 봉사에 나섰다. 김다윗 씨는 “대학 생활과 병행해 힘들어도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자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최근 2주간 혼자서 휴가 없이 24시간 근무했습니다. 센터 내 병상은 꽉 찼고요.” 무증상·경증 환자가 머무는 생활치료센터에서 일하는 공중보건의(공보의) A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업무가 크게 늘었다며 이같이 호소했다. A 씨가 근무하는 생활치료센터는 150병상으로 보건복지부 기준에 따르면 5∼7명의 의사를 둬야 하지만 의사는 A 씨 혼자였다. A 씨는 “불과 며칠 전까지 센터에 의사가 1명만 배치돼 쉬는 날 없이 매일 24시간 응급대기 상태였다. 간호사분들이 많이 도와줘서 버텼는데 크고 작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했다. 공보의는 병역 의무를 대신해 3년간 임기제 공무원 신분으로 근무하는 의사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며 공보의 중 상당수는 생활치료센터에 파견돼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생업을 겸하는 민간 의사와 달리 센터 내에 숙식하며 환자들을 돌본다. 임진수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은 “보건지소 등에서 파견된 공보의들은 24시간 센터에 머물다 보니 의료 민원 및 응급상황 대응 등 의료 업무의 상당 부분을 맡는다. 전국 생활치료센터 의사 업무의 80∼90%는 공보의가 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공보의는 의대를 갓 졸업한 20대 후반 의사가 대부분이다. 실무 경험이 아직 많지 않다 보니 최근 폭증하는 업무에 허덕이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영남의 한 생활치료센터에서 약 200명의 환자를 돌보고 있는 B 씨는 하루에 20건가량 들어오는 역학조사서를 바탕으로 환자의 입소 여부를 결정하는 일이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생활치료센터 의사들은 환자가 적어낸 조사서를 바탕으로 경·중증을 판단해 센터에 입소시킬지, 중증 환자로 분류해 병원 입원을 보낼지 판단해야 한다. B 씨는 “최근 입소자가 크게 늘면서 증상이 심한 환자 숫자도 확연히 늘었다. 혹시라도 중증 환자가 입소하게 되면 상태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어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 비대면 진료가 원칙인 생활치료센터에선 공보의들이 환자를 직접 보며 진료하는 데 제약이 많다. 특히 확진자들이 역학조사서를 제대로 적지 않아 정확한 판단을 위한 자료가 부족한 경우가 적지 않다. B 씨는 “당뇨 등 기저질환이 있는데 조사서에 적지 않거나, 증상을 두루뭉술하게 적는 경우가 많아 면담 때 일일이 다시 체크를 해야 한다. 입소 후 면담을 해보니 증세가 심각해 병원으로 보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생활치료센터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의료진은 “우울증 약을 먹는 환자가 있었는데 이걸 알리지 않고 있다가 상태가 갑자기 나빠져 센터 내에서 난동을 부렸다. 밤늦게 급히 약을 구해서 진정시켰다”고 했다. 응급 상황에서 병원 전원이 안돼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대다수 일선 병원에서도 병상 부족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B 씨는 “한 환자가 가슴 통증을 호소하고 엑스레이상으로 폐렴 소견이 보였는데 병원 배정이 도저히 안돼서 만 하루 동안 전원이 지연된 적이 있다. 다행히 다음 날 증세가 호전됐지만 무슨 일이 생겼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인천과 충남 아산에서 생활치료센터 내 사망자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센터 내 의료진들도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에는 “환자가 사망했을 때 적절한 대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어떤 책임을 지게 되느냐”고 묻는 공보의들의 문의가 이어진다고 한다. B 씨는 “환자를 제대로 보기 어려운 상황인데 혹시나 환자가 잘못돼 부실 진료로 덤터기를 쓰게 될까 봐 걱정이 된다”고 했다.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저희 백신 접종 완료 인증할게요. 쫓아내지 마세요.” 23일 오후 5시 반경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갈빗집. 20대 남녀 3명이 식당에 들어오면서 “저희는 오후 6시 이후에도 2명 이상 모임이 가능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업주 황모 씨(40)는 “따로 안내하지 않아도 손님들이 알아서 백신 접종 인증 서류들을 챙겨와 저도 관련 내용을 숙지해 뒀다”고 했다. 이들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을 이용해 황 씨 앞에서 접종 인증을 한 뒤 자리에 앉았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가 2주간 연장된 가운데 수도권과 대전, 부산, 제주 등 4단계가 적용되고 있는 일부 비수도권에서는 백신 접종 완료자를 포함할 경우 오후 6시 이후에도 식당과 카페에서 최대 4명까지 모일 수 있는 ‘백신 인센티브’가 이날부터 적용됐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영업시간 1시간 단축으로 손님이 줄어든 상황에서 ‘백신 인센티브’ 시행으로 매출 손실을 만회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주 이용객인 20∼40대의 백신 접종률이 아직 낮아 당장 손님이 늘어나진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이날 오후 6시 이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 카페 골목의 카페 36곳 가운데 한 테이블에 손님이 3명 이상 앉아있는 가게는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오후 6시부터는 2인만 가능하다’는 기존 안내문이 그대로 붙어 있는 곳도 있었다. 서울 종로구의 식당 종업원 김모 씨(38)는 “4인 이상 모임이 가능하냐는 예약 문의도 있었지만 반대로 영업시간이 한 시간 줄었다며 예약을 취소한 손님도 있었다.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 방문객은 ‘백신 인센티브’ 관련 규정을 정확히 숙지하지 않고 식당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렸다. 오후 6시 10분경 종로구의 한 고깃집을 찾은 50대 직장인 남성 3명은 가게 앞에서 백신 접종 증명서를 내밀었지만 업주로부터 “2차 접종까지 끝내고 14일이 지나야 한다”는 안내를 받고 당혹스러워했다. 2명은 미접종 상태이고, 나머지 한 명은 1차 접종만 끝낸 상태여서 합석이 불가능했다. 방문자들의 백신 접종 완료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가게도 있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식당 주인은 “손님들에게 주민등록증 검사하듯 하기도 부담스럽다”며 “60대 이상 노인들은 접종 확률이 높을 테니 그냥 받고, 젊은층은 무조건 2명만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부 시민은 미뤄 왔던 약속을 다시 잡으려고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더 늘어나면 인센티브가 축소될 수 있으니 하루라도 빨리 약속을 잡아야 한다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영업사원 박모 씨(37)는 친구 2명이 들어와 있는 단체 카카오톡방에 “25일이나 9월 2일 중 하루를 무조건 골라야 된다”는 글을 남겼다. 친구 1명이 6월 얀센 백신을 접종해 ‘백신 인센티브’ 대상자로 분류됐다는 사실을 알고 급히 저녁 약속을 제안한 것이다. 이날 오후 6시를 전후해 서울 종로와 신촌 등 식당에는 3, 4명이 테이블에 앉아있는 모습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증 또는 무증상 환자들이 입소하는 생활치료센터의 의료 인력이 보건복지부의 지침에 크게 미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인천의 한 생활치료센터에서 50대 여성이 폐렴을 앓다 사망한 것과 관련해서도 의료 인력이 부족해 입소자 관리가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인천 20곳 모두 의사 수 기준 미달17일 동아일보가 인천시의 생활치료센터 5곳 전수를 대상으로 입소자 및 의료 인력 규모를 확인한 결과 모두 기준에 못 미쳤다. 복지부의 운영지침에 따르면 입소자 정원이 100∼200명인 경우 의사 5∼7명, 200∼300명인 곳에는 의사 7∼11명을 배치해야 한다. 하지만 취재 결과 입소자 정원이 100∼300명인 4곳에서 의사 수는 절반도 안 되는 1∼3명에 불과했다. 1곳은 입소자 규모 300명이 넘었지만 의사가 1명뿐이었다. 입소 8일 만에 폐렴으로 숨진 정모 씨(58)가 머물렀던 연수구 생활치료센터의 경우는 정원이 320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의사는 고작 1명이었다. 사망 당시에는 센터 내에 의사가 아예 없었다. 사망 전날인 8일 오후 11시 41분경 간호사가 체온 확인을 위해 정 씨에게 전화했을 때 전화를 받지 않았지만 추가 연락 시도나 병실 방문 등 조치는 없었다고 한다. 정 씨의 유가족은 “4일째 폐렴을 앓는 환자가 밤에 연락을 안 받으면 의사가 가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시가 관리하는 생활치료센터 15곳 역시 모두 권장 수준 미만이었다. 100∼200명인 센터 5곳, 200∼300명인 센터 6곳, 300명 이상인 3곳에서 의사가 4명만 배치돼 있었다. 센터 입소 환자들 사이에선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서울의 한 센터에 입소해 있는 박모 씨(39)는 “집에 있다면 응급 상황에 119라도 부르겠지만 외부와 차단된 생활치료센터에선 의료진을 믿을 수밖에 없다. 언제 상태가 악화될지 모르는데 의사가 없어 제때 치료받지 못할까 봐 불안하다”고 했다. 생활치료센터에서는 전화 통화 등 비대면 방식으로 환자 상태를 점검하는데 관리가 취약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6월 서울 종로의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했던 직장인 B 씨(34)는 “간호사의 전화를 못 받은 적이 있는데 방에 오지 않고 한참 뒤 다시 전화가 왔다. 내가 간호사에게 전화를 걸었을 땐 통화 중일 때가 많았다. 혼자 방을 썼는데 내가 갑자기 정신을 잃으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인천 생활치료센터에 있는 김모 씨(63)는 “하루에 한두 번 카카오톡 메시지로 몸 상태를 체크해 보내는 게 진료의 전부였다”고 말했다.○ “의사 수 늘지 않으면 대면 진료 어려워”지난해 초부터 생활치료센터에서 근무해온 의사 C 씨는 “환자가 스스로 몸 상태를 파악해 의료진에게 전달해야 하는데, 정확한 전달이 안 될 수 있다. 몸 상태가 악화되면 짧게는 수 분 내로 의식이 흐려지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의료진에게 미처 연락을 못 하고 위험한 상황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생활치료센터에 배치된 의사들은 역학조사서를 바탕으로 환자를 분류하는 업무까지 맡고 있어 대면 진료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한다. C 씨는 “하루에도 수십 명의 환자를 역학조사서만 보고 생활치료센터에 입소시킬지, 상급 병원에 입원시킬지를 판단해야 한다.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격무에 시달리고, 대면 진료가 안 되다 보니 이 과정에서 정확한 판단이 안 될 수 있다. 센터 내 환자들에게 하루 한 번이라도 대면 진료가 가능하려면 의사 수가 늘지 않고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최근 확진자 급증으로 4차 대유행 이전에 비해 생활치료센터 정원이 3배 이상 늘어났다. 일선 병원에서도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어 센터 인력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50대 여성이 입소 8일 만에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무증상 또는 경증 환자들이 입소하는 생활치료센터에서 사망자가 나온 것은 극히 드문 사례다. 유족들은 사망자가 입소 기간 동안 폐렴 증세를 보였음에도 치료센터 내 의료 인력 부족 등으로 인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 폐렴 진단 4일 만에 치료센터 내에서 사망 인천에 거주하는 정모 씨(58)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1일 연수구의 한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했다. 치료센터 측 기록에 따르면 정 씨는 입소한 지 4일 만인 5일 폐렴 진단을 받았다. 당시 체온이 39도까지 오르는 등 발열 증세가 나타났다. 의료진은 엑스레이 검사 결과를 토대로 “폐렴 발생 부위의 크기가 작으니 우선 지켜보자”고 설명했다고 한다. 치료센터 측 기록에는 이후 3일이 지난 8일 오전 10시 39분 정 씨의 폐렴 증상에 큰 변화는 없었던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그날 오후 11시 41분경 센터 직원이 정 씨가 머물고 있는 방으로 전화를 걸었을 때 정 씨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후 약 5시간 만인 이튿날 오전 4시 58분경 같은 방에 있던 다른 환자가 “(정 씨의) 상태가 이상하다”며 의료진을 불렀을 때 정 씨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센터 관계자는 “8일 오후 9시 55분에 (정 씨와) 마지막 통화를 했을 때도 특별한 증세를 호소하진 않았다. 숨을 쉬기 어렵다거나 아프다고 했다면 병원으로 이송했을 텐데 그런 이야기가 없었다”고 했다. 유족들은 센터 내에 의료 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인천시 등에 따르면 정 씨 사망 시간인 9일 오전 5시경 치료센터 내에는 간호사가 2명 있었고, 의사는 없었다. 이 센터에는 의사 1명, 방사선사 1명, 간호사 14명 등 의료진 16명이 교대로 근무한다. 정 씨가 사망한 9일 센터에는 222명의 환자가 있었다. 보건복지부 ‘생활치료센터 운영지침’에 따르면 입소자가 200∼300명인 치료센터의 경우 의사를 7∼11명, 간호사를 9∼16명 배치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인근 종합병원에서 의사 1명을 지원받아 센터에 배치했는데, 의사 1명이 24시간 근무할 수 없어 센터 내에 의사가 상주하고 있지는 않다. 유사시 인근 종합병원에 비상 연락해 지원받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센터 측 부실 대응” vs “증세 심하지 않았다” 유족들은 정 씨가 폐렴 진단을 받았음에도 이후 4일 동안 병원으로 옮기는 등의 적극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경위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긴급하게 병원에 이송해야 할 상황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남편 A 씨는 1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내가 입소해 있을 당시 가족들에게 수시로 ‘아프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몸 상태가 괜찮은 것 같지 않았다”고 했다. 센터 관계자는 “사망 전날인 8일 상급 병원 이송도 검토하긴 했지만 증상이 심각하지 않았고 병상에 여유가 없을 거 같아 9일에 입원 조치를 할 계획이었다”고 했다. 유족 측은 “평소 지병이 없이 건강하던 사람이 갑자기 죽음에 이르게 된 이유를 알고 싶다”며 14일 청와대 국민청원을 제기했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여기서 파는 건 생수 빼고 다 짝퉁(가품)이에요.” 7일 오후 11시경 서울 중구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앞에서 만난 노점 주인은 ‘짝퉁’ 명품 쇼핑을 하러 온 젊은이들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이곳에선 매일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노란 천막 100여 개가 환한 조명을 켜고 영업한다. 13m²(약 4평) 정도 크기의 천막 안에는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 지갑, 벨트, 시계, 향수 등 가품이 진열돼 있다. 이날 천막 주변은 수백 명의 20, 30대 방문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인근 공영주차장에는 외제차가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외국인들의 필수 관광 코스였던 동대문시장 노란 천막 밀집지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관광객의 발길이 끊겨 타격을 입었지만 ‘플렉스’(재력을 과시한다는 신조어)에 열광하는 2030세대가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다. 이날 친구와 쇼핑을 온 대학생 이모 씨(22)는 “인스타그램에 명품 ‘인증샷’을 올리는 친구들이 최근 부쩍 많아졌다”며 “해외여행을 가려고 모아둔 적금이 만기가 됐는데 1000만 원짜리 진품 살 돈은 안 돼서 찾아왔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명품 애호가”라고 밝힌 김모 씨는 선글라스를 살펴보다 “케이스가 지난 시즌 거네”라고 혼잣말을 했다. 그러자 상인이 잽싸게 달려와 “뭘 좀 아는 분이네요. 그건 샘플이고 이번 시즌 거는 차 안에 있다”고 했다. 상인들도 최근 2030세대가 큰손으로 떠올랐다고 입을 모았다. 상인 A 씨는 “예전에는 외국인들이 많이 찾았는데 요새는 젊은 사람들이 우리를 먹여 살린다. 이제는 그분들 중심으로 애프터서비스 같은 단골 관리도 하고 있다”고 했다. 상인들은 방문객들에게 “단속될 걱정할 필요 없으니 편안하게 쇼핑하라”고 안내했다. 노란 천막은 서울 중구의 정식 허가를 받은 합법적인 노점상이지만 가품 판매는 엄연히 불법이다. 구청에서 주 1회 단속을 나오긴 하지만 실질적인 단속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구 관계자는 “단속을 강화할수록 가품 판매가 온라인 등으로 더욱 음성화되는 부작용이 있어 딜레마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여기서 파는 건 생수 빼고 다 짝퉁(가품)이예요.” 7일 오후 11시경 서울 중구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앞에서 만난 노점상 주인은 ‘짝퉁’ 명품 쇼핑을 하러 온 젊은이들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이 곳에선 매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 노란 천막 100여개가 환한 조명을 켜고 영업한다. 13㎡(4평) 정도 크기의 천막 안에는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 지갑, 벨트, 시계, 향수 등 가품이 진열돼있다. 이날 천막 주변은 수백 명의 20, 30대 방문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인근 공영주차장에는 외제차가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외국인들의 필수 관광 코스였던 동대문시장 노란 천막 밀집지는 최근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관광객의 발길이 끊겨 타격을 입었지만 ‘플렉스(재력을 과시한다는 신조어)’에 열광하는 2030 세대가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다. 이날 친구와 쇼핑을 온 대학생 이모 씨(22)는 “인스타그램에 명품 ‘인증샷’을 하는 친구들이 최근 부쩍 많아졌다”며 “해외여행을 가려고 모아둔 적금이 만기가 됐는데, 1000만 원짜리 진품 살 돈은 안 돼서 찾아왔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명품 애호가”라고 밝힌 김모 씨는 선글라스를 살펴보다 “케이스가 지난 시즌 거네”라고 혼잣말을 했다. 그러자 상인이 잽싸게 달려와 “뭘 좀 아는 분이네요. 그건 샘플이고 이번 시즌 거는 차 안에 있다”고 했다. 상인들도 최근 2030 세대가 큰 손으로 떠올랐다고 입을 모았다. 상인 A 씨는 “예전에는 외국인들이 많이 찾았는데 요새는 젊은 사람들이 우리를 먹여 살린다. 이제는 그분들 중심으로 애프터서비스 같은 단골 관리도 하고 있다”고 했다. 상인들은 방문객들에게 “단속될 걱정할 필요 없으니 편안하게 쇼핑하라”고 안내했다. 노란 천막은 서울 중구청의 정식 허가를 받은 합법적인 노점상이지만 가품 판매는 엄연히 불법이다. 구청에서 주 1회 단속을 나오긴 하지만 실질적인 단속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구청 관계자는 “단속을 강화할수록 가품 판매가 온라인 등으로 더욱 음성화되는 부작용이 있어 딜레마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식자재 가격은 오르는데 본사 지침상 음식값을 올릴 수도, 식재료를 바꿀 수도 없어요.” 서울 관악구에서 양식 프랜차이즈 식당을 운영하는 40대 김모 씨는 기자에게 메뉴판을 보여주며 한숨을 쉬었다. 김 씨는 최근 본사에 메뉴를 조정하고, 식자재 거래처를 바꿀 수 있게 해달라고 건의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본사는 식자재 거래처와 메뉴 가격을 기존대로 유지하라고 통보했다. 김 씨는 “3000원 주고 사던 계란 1판(30알)을 요즘엔 만 원 주고 산다. 계란 사는 데 일주일에 40만 원 넘게 쓴다”며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구매하고 싶은데 허용이 안 된다”고 했다. ○ “가뜩이나 장사도 안 되는데” 자영업자 이중고 식자재값이 최근 급등해 식당을 하는 자영업자들이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취재팀이 서울 강동구와 종로구, 관악구 일대 음식점 15곳을 둘러본 결과 업주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장사에 제약이 많은데 식자재값까지 올라 더는 버티기가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특히 불만을 토로한다. 가맹점은 본사에서 정해준 조리법과 가격을 그대로 따라야 하고, 식자재도 본사가 지정한 도매상에서 사들여야 하는 경우가 많다. 식자재 가격이 오르면 그에 따른 비용 상승을 가맹점주가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서울 종로구에서 프랜차이즈 호프집을 운영하는 이모 씨(42)는 “본사에서 지정한 거래처의 야채 가격이 비싼 것 같아 다른 업체에서 저렴하게 구매했다가 본사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본사에서는 경고가 누적되면 계약을 해지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한 프랜차이즈 본사 관계자는 “고기의 숙성 정도나 품종 등을 통일시켜야 개별 가맹점 음식의 품질이 일정 수준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특정 식자재 업체와 계약을 맺는다”며 “소스에 들어가는 원재료 가격이 올라가면 가맹점이 지불해야 할 소스 가격 상승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 일반 식당을 운영하는 업주들 중에는 식자재 비용 부담을 버티지 못하고 가격을 인상하는 사례도 있다. 서울 동작구에서 고깃집을 하는 박모 씨(45)는 “채소와 돼지고기 가격이 올라 제육볶음, 돼지불고기 등 메뉴를 1000원씩 인상했다”며 “안 그래도 요즘 매출이 너무 줄어서 고민이 되긴 했는데 가격을 안 올리면 도저히 운영이 안 될 거 같아 부득이하게 인상했다”고 했다.○ “반찬 4개서 3개로 줄여야” 급식소도 고민 “생닭은 언감생심이죠. 냉동 닭가슴살도 30% 넘게 올랐어요.” 말복인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 노인 무료급식소 사회복지원각(원각사)에서 만난 강소윤 씨(55)는 최근 무료급식용 식재료를 구하기가 힘들어졌다며 이렇게 말했다. 급식소에서는 복날 때마다 삼계탕을 제공해 왔는데 올해는 냉동 닭가슴살마저 1kg에 6000원으로 지난해보다 33%나 올랐다고 했다. 강 씨는 “마늘, 대파 등 채소 가격도 많이 올라 최소한으로 주문해 쓰고 있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반찬 구성을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 무료급식소인 ‘행복한세상 복지센터’ 센터장 박세환 씨(45)도 두 달 전부터 계란 반찬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박 씨는 “일주일에 한 번은 단백질이 들어간 계란이나 생선, 고기 반찬을 넣고 싶은데 그것도 힘든 상황이다. 반찬도 4개로 구성해 나갔는데 3개로 줄이는 걸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했다. 학교 영양사들도 고민이 깊다. 서울의 한 고교 영양사 권모 씨(25)는 “8월 식단은 어떻게든 짰는데 식재료 인상분이 적용되는 9월이 걱정이다. 3500원 내에서 한 끼 식단을 짜야 해 빠듯하다. 웬만한 반찬에서 달걀은 빼고 두부 등으로 바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식자재 가격은 오르는데 본사 지침 상 음식값을 올릴 수도, 식재료를 바꿀 수도 없어요.” 서울 관악구에서 양식 프랜차이즈 식당을 운영하는 40대 김모 씨는 기자에게 메뉴판을 보여주며 한숨을 쉬었다. 김 씨는 최근 본사에 메뉴를 조정하고, 식자재 거래처를 바꿀 수 있게 해달라고 건의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본사는 식자재 거래처와 메뉴 가격을 기존대로 유지하라고 통보했다. 김 씨는 “3000원 주고 사던 계란 1판(30알)을 요즘엔 만원 주고 산다. 계란 사는데 일주일에 40만 원 넘게 쓴다”며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구매하고 싶은데 허용이 안 된다”고 했다. ● “가뜩이나 장사도 안 되는데” 자영업자 이중고식자재 값이 최근 급등해 식당을 하는 자영업자들이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취재팀이 서울 강동구와 종로구, 관악구 일대 음식점 15곳을 둘러본 결과 업주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장사에 제약이 많은데 식자재 값까지 올라 더는 버티기가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특히 불만을 토로한다. 가맹점은 본사에서 정해준 조리법과 가격을 그대로 따라야 하고, 식자재도 본사가 지정한 도매상에서 사들여야 하는 경우가 많다. 식자재 가격이 오르면 그에 따른 비용 상승을 가맹점주가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서울 종로구에서 프랜차이즈 호프집을 운영하는 이모 씨(42)는 “본사에서 지정한 거래처의 야채 가격이 비싼 것 같아 다른 업체에서 저렴하게 구매했다가 본사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본사에서는 경고가 누적되면 계약을 해지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한 프렌차이즈 본사 관계자는 “고기의 숙성 정도나 품종 등을 통일시켜야 개별 가맹점 음식의 품질이 일정 수준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특정 식자재 업체와 계약을 맺는다”며 “소스에 들어가는 원재료 가격이 올라가면 가맹점이 지불해야 할 소스 가격 상승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 일반 식당을 운영하는 업주들 중에는 식자재 비용 부담을 버티지 못하고 가격을 인상하는 사례도 있다. 서울 동작구에서 고깃집을 하는 박모 씨(45)는 “채소와 돼지고기 가격이 올라 제육볶음, 돼지불고기 등 메뉴를 1000원씩 인상했다”며 “안 그래도 요즘 매출이 너무 줄어서 고민이 되긴 했는데 가격을 안 올리면 도저히 운영이 안 될 거 같아 부득이하게 인상했다”고 했다.● “반찬 4개서 3개로 줄여야” 급식소도 고민“생닭은 언감생심이죠. 냉동 닭가슴살도 30% 넘게 올랐어요.” 말복인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 노인 무료 급식소 사회복지원각(원각사)에서 만난 강소윤 씨(55)는 최근 무료급식용 식재료를 구하기가 힘들어졌다며 이렇게 말했다. 급식소에서는 복날 때마다 삼계탕을 제공해왔는데 올해는 냉동 닭가슴살 마저 1kg에 6000원으로 지난해보다 33%나 올랐다고 했다. 강 씨는 “마늘, 대파 등 채소 가격도 많이 올라 최소한으로 주문해 쓰고 있다. 비용이 너무 많이 올라 반찬 구성을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 무료급식소인 ‘행복한세상 복지센터’ 센터장 박세환 씨(45)도 두 달 전부터 계란 반찬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박 씨는 “일주일에 한 번은 단백질이 들어간 계란이나 생선, 고기 반찬을 넣고 싶은데 그것도 힘든 상황이다. 반찬도 4개로 구성해 나갔는데 3개로 줄이는 걸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했다. 학교 영양사들도 고민이 깊다. 서울 한 고교 영양사 권모 씨(25)는 “8월 식단은 어떻게든 짰는데 식재료 인상분이 적용되는 9월이 걱정이다. 3500원 내에서 한 끼 식단을 짜야 해 빠듯하다. 웬만한 반찬에서 달걀은 빼고 두부 등으로 바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학교 기숙사에서 숨진 채 발견된 청소근로자의 유족을 만나 직접 사과했다. 오 총장은 5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행정관에서 유족 및 청소근로자들과 간담회를 열어 “이번 사안으로 피해를 입은 근로자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 어린 위로와 사과를 드린다”며 “사회에서 서울대에 바라는 것에 비해 타인에 대한 존중감이 부족했다. 서울대 전체에서 일하는 분들이 많은데 조직문화를 좀더 반성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총장이 학교 근로자들과 간담회를 한 것은 2011년 학교 법인화 이후 처음이다. 오 총장은 “서울대 인권센터와 총장 직속인 ‘직장 내 괴롭힘 태스크포스팀(TF)’을 통해 근로자 인권에 문제가 없는지 파악하고, 근로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신경 쓰겠다”고 했다. 숨진 근로자의 남편이자 서울대 청소근로자인 이모 씨는 “학교 측이 우리를 학교 구성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아 왔다. 용기 내 증언한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학교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청소근로자들을 감독하던 안전관리팀장에 대한 전보 조치, 구민교 전 학생처장 등에 대한 징계, 청소근로자 인력 충원 등을 학교에 요구했다. 오승준기자 ohmygod@donga.com}

서울대가 기숙사 휴게실 청소근로자 사망 사건에 대해 “개선 방안을 충실히 준비하겠다”며 공식 사과했다. 사망 사건의 배경에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는 고용노동부의 조사 결과가 나온 지 3일 만이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사진)은 2일 입장문을 통해 “고인과 유족, 그리고 피해 근로자 모든 분들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용부의 행정지도 내용에 따라 충실히 이행 방안을 준비해 성실히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는 5일 간담회를 열어 유족과 피해 근로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서울대의 사과 입장문에 대해 “늦었지만 다행이다”라면서도 “(서울대 전 학생처장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했다고 비난한 점 등에 대한 사과가 없어 분노한다. 진정성을 갖고 재발 방지책을 제도적으로 마련하는 태도를 갖기 바란다”고 밝혔다.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서울대 청소근로자 사망 사건의 배경에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는 고용노동부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30일 고용부와 서울대 등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서울대 기숙사 휴게실에서 50대 청소근로자 이모 씨가 급성 심근경색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기숙사 안전관리팀장 A 씨가 청소근로자에게 건물 이름을 영어와 한자로 쓰는 시험을 보게 하는 등의 행위가 ‘갑질’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조사에 착수한 고용부는 A 씨의 지시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필기시험 내용이 업무와 무관하다는 이유다. 또 시험 성적을 임의로 근무평정에 반영하겠다고 해 업무상 필요한 범위를 넘어 청소근로자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줬다는 것이다. 시험이 외국인 응대를 위해 필요하다는 서울대 측 주장에 대해선 “사전교육 없는 필기시험이 적절한 교육수단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고용부는 서울대 측에 괴롭힘 행위를 즉시 개선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도록 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조사 결과를 검토 중이고 이를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번 조사와는 별개로 학내 인권센터를 통한 조사는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서울대를 비롯한 대학들이 2학기 개강을 한 달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지자 2학기에도 비대면 수업을 하기로 했다. 서울대는 28일 열린 코로나19관리위원회 회의에서 9월 한 달 동안 비대면 수업을 하기로 운영 계획을 변경했다. 10월부터는 앞서 발표했던 ‘거리 두기 단계별 운영 계획’에 따라 비대면 수업 연장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서울대는 6월 ‘2학기 대면 수업 확대 계획’을 발표하면서 수업 요일과 시간대별로 수강생을 분산하고 학내에 검체 채취소인 ‘원스톱 신속진단검사센터’를 추가로 설치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서울대는 4월부터 신속진단검사센터를 자체적으로 도입해 현재 두 곳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9월에는 실험·실습 교과목을 제외하고 모두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한다”며 “다만 2학기 중으로 대면 수업을 시행하겠다는 당초의 목표 자체가 달라진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오세정 총장은 “작년과 올해의 신입생들이 이대로 사회에 진출한다면 지적 공동체에서 받아야 했을 훈련과 경험이 부족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대면 수업을 확대하면 방역상 우려가 생길 수 있어 대학의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의 다른 대학들도 일제히 비대면 수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중앙대는 27일 교무위원회에서 중간고사 기간인 10월 26일까지 일부 실험·실습 수업을 제외하고 비대면 수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중앙대 관계자는 “중간고사 이후의 수업 시행 계획은 정부 방침과 백신 접종 상황 등을 고려해 9월 중순경 결정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연세대, 고려대와 이화여대 등은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조치가 시행되는 기간에는 실험·실습 교과목을 포함한 모든 수업을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 대학들은 대학별로 마련한 거리 두기 단계별 가이드라인에 따라 학사 운영 방침을 조정해 거리 두기 3단계부터는 대면 수업 비중을 늘려나갈 계획이다.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서울대 등 일부 대학들이 2학기 개강을 한 달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지자 2학기에도 비대면 수업을 하기로 했다. 서울대는 28일 코로나19관리위원회 회의에서 9월 한 달 동안 비대면 수업을 하기로 운영계획을 변경했다. 10월부터는 앞서 발표했던 ‘거리두기 단계별 운영계획’에 따라 비대면 수업 연장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서울대는 6월 ‘2학기 대면 수업 확대 계획’을 발표하면서 수업 요일과 시간대별로 수강생을 분산하고 학내에 코로나19 신속 분자진단검사소를 추가로 설치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9월에는 실험·실습 교과목을 제외하고 모두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한다”며 “다만 2학기에 대면 수업을 시행하겠다는 당초의 목표 자체가 달라진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서울의 다른 대학들도 일제히 비대면 수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중앙대는 27일 교무위원회에서 중간고사 기간인 10월 26일까지 일부 실험·실습 수업을 제외하고 비대면 수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중앙대 관계자는 “이후 수업 시행 계획은 정부 방침과 백신 접종 상황 등을 고려해 9월 중순경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고려대와 이화여대 등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치가 시행되는 기간에는 실험·실습 교과목을 포함한 모든 수업을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 대학들은 이후 거리두기 단계가 변경되면 대학별로 마련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운영방침을 조정할 계획이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경기 가평군의 리조트 수영장에서 8세 여자 아이가 물에 빠져 숨졌다. 사고가 발생한 수영장의 수심은 최대 160cm에 달하지만 수영장 주변에 안전관리요원은 한 명도 없었다. 경기 가평경찰서는 “26일 오후 3시경 경기 가평군의 F리조트 야외 수영장에서 8세 A 양이 익사했다”고 27일 밝혔다. 오빠 B 군(13)은 함께 물놀이를 하던 동생이 한참 동안 물 밖으로 나오지 않자 방에 있던 아버지에게 알렸다고 한다. 아버지가 의식을 잃은 채 물에 빠져 있던 A 양을 구출해 소방관과 경찰이 도착하기까지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A 양은 끝내 숨졌다. 사고가 난 수영장은 약 60평 규모로 투숙객들이 공용으로 이용하는 곳이다. 경찰은 리조트 업주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피의자로 입건해 조사할 계획이다. F리조트는 수영장 주변에 수상안전요원을 단 한 명도 배치하지 않았다. 키나 연령에 따른 이용 제한도 두지 않았다. 현행법상 F리조트는 이 같은 안전 요건을 지켜야 할 의무가 없다. 펜션이나 리조트 등 숙박업소에 부대시설로 딸린 수영장의 경우 수상안전요원 배치 등을 의무화하는 체육시설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여름 휴가철을 맞아 숙박업소 내 소형 수영장에 인파가 몰리고 있지만 F리조트처럼 신고 대상이 아닌 숙박업소의 수영장 현황은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신고 의무가 없는 숙박업소 수영장은 얼마든 설치하고 없앨 수 있기 때문에 전국에 얼마나 있는지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현직 판사 A 씨(35·사법연수원 42기)는 23일 퇴근길에 지하철을 타고 서울 서초구 교대역으로 가던 중 옆자리 승객의 텔레그램 메신저를 우연히 보고 깜짝 놀랐다. 형사 재판을 다룰 때 접했던 온갖 마약 관련 은어들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대마를 구매하러 가던 20대 남성 B 씨는 현직 판사 옆자리에서 판매책과 연락을 주고받은 것이다. A 판사는 “마약 매매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112 신고를 했다. A 판사는 신고를 하면서 “내 신분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했다고 한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23일 오후 8시경 서초구 서초동에서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20대 남성 B 씨를 체포했다고 25일 밝혔다. A 판사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교대역에서 하차해 서초동 주택가에서 대마를 구매하고 돌아오던 B 씨를 잠복 끝에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B 씨는 마약 전과가 없으며, 마약 구매 경로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받은 직후 풀려났다. 경찰은 B 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A 판사는 재경지법 재직 당시 형사 재판부에 근무하면서 다수의 마약 범죄 재판을 담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사람들끼리 코로나를 옮겨서 피해 줄 수는 없으니 마스크를 최대한 쓰려고 하는데 너무 더워서 못 쓰겠다 싶을 때도 많아요.” 14일 오후 1시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 신축 공사장에서 만난 근로자 장모 씨(54)는 마스크를 타고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닦아내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장 씨 등 5, 6명이 굴착기 등을 동원해 땅을 파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 시각 마포구의 체감온도는 33.5도(실제 기온 32.4도). 근로자들은 안전모에 두꺼운 작업용 조끼와 팔 토시 등을 착용한 채 자재를 나르고 땅을 팠다. 장 씨는 공사 장비를 챙겨 들며 말했다. “오늘 같은 날은 소금 성분이 들어있는 알약을 먹으면서 버티죠. 땀을 많이 흘리니까.”○ “폭염에 마스크까지…숨 턱턱 막혀”서울 등 수도권의 낮 최고 기온이 33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본격화되면서 시민들은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급속한 재확산으로 언제 어디서든 마스크를 써야 해 불편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이날 오전 11시경 서울 중구의 한 백화점 주차장 앞에서 방문객 안내를 하는 직원들은 흰색 긴팔 셔츠와 검은색 정장 바지를 입은 채 오가는 차들을 향해 연신 수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이들은 햇볕으로 달궈진 아스팔트 위에서 거의 자리를 뜨지 않고 업무에 열중했다. 차량이 잠시 끊기면 틈틈이 마스크 밖으로 흐르는 땀방울을 손으로 훔쳐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유모 씨(27)는 “오후 1시쯤 잠시 은행 업무를 볼 일이 있어 15분 정도 걸어서 이동했는데 등줄기에 땀이 흥건했다”며 “다음 주부터는 더 더워진다고 해 휴대용 선풍기를 주문했다”고 했다. 서울 동작구에 거주하는 김모 씨(29)는 이날 오후 2시경 집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택시를 잡았다. 김 씨는 “볼일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도 땀이 쏟아져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사 마시며 잠시 쉬어가야 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종로3가 탑골공원 인근에서는 어르신들이 더위를 피해 모여 있었다. 노인들은 한 손으로 부채질을 하고 손수건을 쥔 다른 손으로는 땀을 연신 닦아냈다. 고령층을 위한 ‘무더위 쉼터’로 활용되는 서울 시내 경로당이 최근 ‘거리 두기 4단계’ 조치로 대부분 문을 닫으면서 더위 취약 계층인 노년층의 건강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유모 씨(79)는 “며칠 전에 복지관에 확진자가 나와 폐쇄돼 이젠 아무리 더워도 에어컨 바람을 쐴 수 있는 곳이 없다”며 “나는 7월에 2차 백신 접종까지 마쳤는데 접종자에 한해서라도 경로당을 열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에서 폐지를 줍던 이모 씨(73)는 “오후 3시쯤 열이 너무 올라서 그늘에서 잠깐 쉬었다가 다시 나왔다. 안 그래도 더운데 마스크까지 쓰니까 숨이 턱턱 막히는 것 같다”고 했다.○ 부산, 인천서 온열질환 잇따라 엿새째 폭염특보가 내려진 부산에선 온열질환으로 인한 구급 신고가 잇따랐다. 14일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12일 오전 11시 30분경 기장군 철마면 논에서 일을 하던 70대 남성이 온열질환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같은 날 오후 3시 40분경에는 해운대구 장산을 등산하던 60대 남성이 억새밭에 쓰러져 소방헬기로 병원에 이송됐다. 14일 인천 강화군에서는 밭일을 하던 A 씨(81)가 “기운이 없다”며 인근 비닐하우스로 이동한 뒤 쓰러졌다. 119 구급대의 응급처치를 받으며 병원으로 옮겨진 A 씨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