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욱

이기욱 기자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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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 익숙해질 때쯤 다시 경찰서로 돌아왔습니다. 유물이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여러분의 이야기를 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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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6-01-08~2026-02-07
사건·범죄35%
정치일반20%
사회일반15%
인사일반12%
정당5%
교통5%
건강2%
검찰-법원판결2%
지방뉴스2%
노동2%
  • 외신들, 與에 “국내외 언론 99%가 언론법 반대… 강행 이유 뭐냐”

    “(언론중재법에) 외신도 당연히 포함된다고 본다.”(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 “문화체육관광부 답변과 반대다. 그렇게 정리도 안 된 상태에서 왜 월요일(30일)에 통과해야 하는지….”(일본 산케이신문 기자)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와 외신기자단의 간담회에선 언론중재법을 둘러싼 외신 기자들의 우려와 질문이 쏟아졌다. 이날 간담회는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폭주에 대해 비판이 잇따르자 “개정 취지를 제대로 알리겠다”며 민주당이 만든 자리다. 그러나 언론중재법에 대해 외신의 지적은 물론이고 여당 내 우려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 여당 내 강경파 vs 온건파 입장차 여전외신 기자들은 강경파 의원들이 대거 포진한 당 미디어특위 의원들에게 “민주당에 비판적인 보수적인 언론사를 겨냥해 만든 법인가” “가짜뉴스는 1인 미디어로부터 더 많이 발생한다” “국내외 언론 매체들 99%가 반대하는 것 같은데 강행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등의 질문을 던졌다. 간담회에는 미국 NBC 방송, 일본 아사히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 등 각국 언론인 30여 명이 참석했다. 강경파들이 여론전에 나선 것과 별도로 온건파 의원들도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언론중재법 강행을 우려하는 장철민 오기형 이용우 의원 등은 이날 송영길 대표를 만났다. 이들은 “이달 중 성급히 처리할 게 아니라 의견 수렴을 더 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언론중재법만 추진할 게 아니라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포털과 1인 미디어 관련 법안도 패키지로 묶어 추진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런 우려를 의식해 미디어특위,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연석회의를 열고 30일 오후 4시로 예정된 본회의 한 시간 전 의원총회를 열어 설명 자리를 갖기로 했다. 미디어특위 부위원장 김승원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연석회의에서) 우려에 대해 더 논의하고 합의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언급이 있었다”며 “의총에서 (처리) 과정과 내용을 설명하고 더 협의할 내용이 있는지 살펴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총이 본회의 직전에 열리고 토론보다는 설명에 초점을 맞춰 사실상 이탈 표를 막기 위한 내부 단속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시행 여부도 언론중재법의 8월 처리 여부를 가르는 변수다. 민주당 관계자는 “필리버스터를 진행한다면 이달 안에 언론중재법 처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이 31일 밤 12시까지 필리버스터를 이어갈 경우 8월 국회 회기가 종료되면서 언론중재법 처리는 9월 국회로 넘어가게 된다. 171석의 민주당이 열린민주당(3석) 등과 손잡고 재적 의원 5분의 3 의결로 필리버스터를 중단시킬 수 있지만 “야당의 반론권마저 막았다”는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점이 여당의 고민이다. ○ 또 다른 독소조항, 언론중재위 확대안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확대된 언론중재위원회에 친여권 성향의 인사들이 대거 위원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현재 90명인 언론중재위원 정원을 최대 120명까지 늘릴 수 있도록 돼 있다. 문제는 법관, 변호사, 언론인 출신 이외의 기타 중재위원(최대 40%) 자격이다. 현행법에는 ‘언론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 규정돼 있는데, 개정안에선 ‘언론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하거나 독자 또는 시청자를 대표할 수 있는 사람’으로 수정됐다. 개정안에 의해 구성되는 언론중재위원 120명 중 최대 48명(40%)을 언론 관련 시민단체 등 친여권 인사로 채울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는 “사실상 국가기구인 언론중재위 조직을 키우는 게 전체적으로 맞는 방향인지 의문”이라며 “정부가 보도 내용을 심의하는 것 자체가 언론사가 자율적으로 규제해야 하는 원칙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1-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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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이토록 중요한 공기, 몰라봐서 미안해

    로마 공화정을 무너뜨린 독재자의 말로는 비참했다. 기원전 44년 3월 15일, 원로원 회의실로 들어가던 율리우스 카이사르(기원전 100년∼기원전 44년)는 60명의 암살자에게 둘러싸여 단도로 몸을 스물세 군데나 찔렸다. 죽기 직전 그가 내쉰 마지막 숨이 현재 우리가 숨쉬는 공기 속에 담겨 있다는 게 믿겨지는가. 물리학을 전공하고 베스트셀러 ‘사라진 스푼’을 쓴 저자는 역사 인물들의 마지막 숨이 분자로 쪼개져 현재까지 전해진다는 주장에서 한발 더 나아간다. 그는 지구가 탄생한 이래 발생한 다양한 기체들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한다. 마취제는 웃음가스로 불린 일산화이질소에서 비롯됐다. 1844년 미국인 치과의사 호러스 웰스(1815∼1848)는 일산화이질소를 이용한 공연에서 이를 마시고 정신이 나간 채 친구와 함께 무대를 뛰어다녔다. 정신이 들 때쯤 친구의 다리는 피투성이가 돼 있었지만 그는 자신이 다친 걸 알지 못했다. 다음 날 웰스는 자기 신체를 대상으로 일산화이질소를 실험했다. 이 기체를 마신 그가 정신을 잃은 동안 동료 의사는 그의 사랑니를 뽑았고, 웰스는 어떠한 통증도 느끼지 못했다. 마취제의 시작이다. 인류 역사상 최초의 비행은 난로 위에 널어놓은 빨래 덕에 가능했다. 조제프 몽골피에(1740∼1810)는 난롯불이 세질 때마다 빨래가 위로 떠오르는 걸 보고 공기자루로 하늘을 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했다. 온도 상승으로 팽창한 공기가 열기구 밖으로 빠져나오면서 떠오르는 원리를 빨래를 통해 깨닫게 된 것. 몽골피에는 동생과 함께 열기구를 만들어 1783년 11월 21일 최초의 유인 비행에 성공한다. 저자는 “공기 없이 우리는 몇 분조차 살 수 없다. 하지만 여러분은 자신이 들이마시는 공기에 대해 거의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살아갈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을 읽으면 너무도 익숙해 평소 무관심했던 주변 사물들 속에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음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1-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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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판 기사마다 ‘입막음 소송’ 남발, 권력비리 보도 위축될 우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현장에 적용될 경우 ‘전략적 봉쇄 소송(SLAPP)’이 남발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허위나 조작 보도의 개념을 모호하게 정의한 데다 언론사의 고의 및 중과실까지 추정할 수 있도록 한 탓에 비판 보도의 대상이 된 이들이 일단 소송으로 대응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일명 ‘입막음용 소송’이라 불리는 전략적 봉쇄 소송은 공적 의제에 관한 비판이나 반대 여론을 위축시킬 목적으로 제기하는 소송을 말한다. 애초에 소송의 주요 목적이 승소가 아니라 상대에게 비용 부담이나 정신적 압박을 가하기 위한 것이다. 언론 보도를 대상으로 전략적 봉쇄 소송이 이어질 경우 기자와 언론사들이 법적 대응에 대한 부담을 느끼게 되고 결과적으로 비리 의혹 제기나 비판적 보도, 취재 활동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전략적 봉쇄 소송이 불러올 위축 효과를 훨씬 강하게 만들었다”며 “기자가 사실로 여겨 보도했더라도 만약 나중에 허위로 밝혀질 경우 언론사의 고의 또는 중과실 추정이 이뤄지고, 원고의 입증 책임이 사라지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하기 쉬운 환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두고 ‘언론재갈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적용되면 특히 권력과 재력을 가진 이들이 손쉽게 전략적 봉쇄 소송을 제기해 비판적 보도를 막을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기존 언론 상대 소송에서도 일반인보다 공직자나 기업의 제소 비율이 더 높은 상황을 감안하면 언론중재법은 이 격차를 더 벌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언론중재위원회가 2019년 발간한 ‘언론 관련 판결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당해 언론 관련 소송 중 단체, 유명인, 공적 인물이 원고로 제기한 소송은 236건 중 162건으로 68.6%에 달했다. 반면 일반인이 소송을 제기한 비율은 31.4%에 그쳤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언론 관련 소송 제기는 힘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이 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일반 국민을 위해 추진한다고 주장하는 언론중재법 개정 취지가 현실과 맞지 않다고 우려를 표했다. 법조계도 전략적 봉쇄 소송이 언론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이 소송이 헌법상 청원권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문제가 불거지면서 2019년 기준 29개 주가 ‘전략적 봉쇄 소송 방지법(Anti-SLAPP law)’을 두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려는 목적의 소송을 법원이 조기에 각하하도록 하는 장치다. 앞서 올 2월 우리나라 헌법재판소가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릴 당시 재판관 9명 중 위헌 의견을 낸 4명의 의견서를 보면 전략적 봉쇄 소송에 대한 우려가 담겨 있다. 의견서에는 “공적 인물과 공적 사안에 대한 감시와 비판적 보도를 봉쇄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실한 사실 적시 표현에 대해서도 형사절차가 개시되는 ‘전략적 봉쇄 소송’이 가능해졌고, 표현의 자유는 심대하게 위축됐다”고 밝힌 바 있다.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언론 보도를 주저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면서 “언론에 의한 피해는 언론에 의해 구제하는 게 원칙이다. 반론이나 잘못된 내용은 독자들이 지면과 인터넷에서 볼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하면 된다”고 밝혔다.전략적 봉쇄 소송(SLAPP·Strategic lawsuit against public participation)승소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문제에 대한 비판 여론이나 감시를 막기 위해 하는 소송. 주로 기업, 정부, 공직자 등이 공적 관심사나 의제와 관련해 자신들에게 반대하는 개인이나 조직, 단체를 대상으로 제기한다. 국민의 청원권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문제가 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1-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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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라 성산 낭산 기슭 황복사 터 ‘1000여년전 유물’들

    온화한 표정의 부처가 양손을 펼쳐 보인다. 당장이라도 따뜻하게 반겨줄 것 같다. 오른손을 위로 들고 왼손을 아래로 내린 부처의 손 갖춤은 두려움을 없애고 소원을 들어준다는 뜻이다. 통일신라시대에 제작된 후 1000여 년의 세월이 흘러 금도금은 벗겨져 있다. 한 손에 들어오는 약 15cm 크기의 금동불입상(金銅佛立像)은 표정부터 U자나 Y자 모양의 옷 주름까지 정교하게 표현돼 있다. 국립경주박물관이 경내 수장고에서 진행하는 ‘전(傳) 황복사 터 출토 신자료’ 특별 공개전이 27일 열린다. 이번 전시는 매장문화재 조사기관 성림문화재연구원이 신라시대 사찰 황복사(皇福寺) 터에서 발굴한 유물을 공개하는 자리다. 황복사 터 출토 유물이 전시로 공개되는 건 처음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2016년부터 올해 4월까지 5차례에 걸쳐 발굴된 2700여 점의 황복사 터 유물 중 금동불입상 7점 등 총 32점을 선보인다. 황복사는 신라 승려 의상(625∼702)이 654년 출가한 절로 알려져 있다. 황복사 근처 낭산(사적 제163호)은 신라 성산(聖山)으로, 선덕여왕릉, 사천왕사 터, 능지탑 등 왕실 관련 유적이 산재해 있다. 낭산 동쪽 기슭의 황복사 터에서는 1928년 일본인 학자 노세 우시조(1889∼1954)에 의해 금당(金堂) 기단석(基壇石)의 십이지신상이 발굴됐다. 1942년 황복사 터 삼층석탑(국보 제37호) 해체 때 발견된 금동사리함 뚜껑에서 ‘종묘성령선원가람(宗廟聖靈禪院伽藍·죽은 왕의 신위를 모신 종묘의 신성한 영령을 위해 세운 가람)’이라는 글자가 나와 왕실 사찰로 추정된다. 전시에서는 통일신라시대 불교 조각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석조상을 감상할 수 있다. 석판에 조각된 석조상은 반쯤 파손됐지만, 갑옷을 입은 무장(武將)이 악귀 생령(生靈)을 깔고 앉은 모습이 묘사돼 있다. 무력으로 불법(佛法)을 지키는 신장(神將)상으로 추정된다. 통일신라 후기에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신장상은 입체적인 데다 사실적인 옷 주름이 더해 마치 신장이 돌에서 걸어 나올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성림문화재연구원 관계자는 “석탑 기단석일 가능성이 있으나 관련 부재들이 아직 확인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승려 신분증으로 추정되는 유물도 있다. 연못 터에서 발견된 목간(木簡·나무막대로 제작한 고대 문서)에는 ‘上早寺迎詔沙미卄一年’(상조사영조사미이십일년)이라는 한자가 적혀 있다. 글자 상태가 좋지 않아 이 중 조(早)와 조(詔)는 각각 군(軍)과 담(談)으로 해석하는 견해도 있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발굴단은 상조사의 영조라는 스님이 황복사에서 열린 법회에 참석했을 때 신분을 증명한 표식으로 보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유재상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경주는 발굴조사가 많지만 대중은 발굴의 의미를 알기가 쉽지 않다. 발굴 후 전시까지 걸리는 기간을 단축한 이번 전시가 일반인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1-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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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영길, 국경없는기자회 비판에 “뭣도 모르니까”

    국제 언론 감시 단체인 국경 없는 기자회(RSF)는 24일(현지 시간)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에 대한 성명을 내고 “언론의 기능을 위축시키는 도구가 될 수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상정할 예정”이라며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이 개정안을 부결시켜 달라”고 촉구했다. RSF는 성명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담긴 ‘허위·조작 보도’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고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해당하는 위반 행위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정의가 들어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세드리크 알비아니 RSF 동아시아국장은 “개정안은 자의적 해석의 문을 열 수 있고 언론에 압력을 가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폭주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송영길 대표는 25일 기자들과 만나 RSF의 이런 성명에 대해 “자기들이 우리 사정을 어떻게 알겠느냐. 뭣도 모르니까”라고 말했다. 송 대표의 발언에 한국기자협회는 “여당 대표가 국제 언론단체의 우려에 귀 기울이기는커녕 무시하는 발언은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을 만한 처사”라고 반발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도 “RSF는 전 세계 언론 자유 신장을 추구하고 투옥된 언론인들을 변호하는 단체로 뭣도 모르는 국제단체가 아니다”라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민주당 관계자는 송 대표 발언에 대해 “‘뭐, 또 모르니까’라고 한 것을 오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 2021-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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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與, 언론법 더 개악… ‘명백한 고의-중과실’ 문구서 ‘명백한’ 삭제

    더불어민주당이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 수정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언론의 고의·중과실 추정 범위와 처벌 요건을 더 포괄적으로 만든 ‘누더기 악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그간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를 통해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면서 주요 조항마다 위헌이라는 비판을 받자 면피성 수정을 거듭해왔다. 이런 과정을 거쳐 법사위로 넘긴 개정안마저 급하게 문구를 변경했다.○ 독소조항 더 강화한 법사위 수정안 민주당은 법사위를 통해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을 규정한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허위 조작 보도’라는 조문에서 ‘명백한’을 삭제했다. ‘피해를 가중시키는 경우’ 등의 일부 문구도 없앴다. 이는 과잉금지 원칙을 위배하고 이중규제를 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해당 조항을 오히려 더 악화시킨 것이다. 이재진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명백한’을 뺀 것은 적용 대상이 더 포괄적으로 바뀌며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이란 표현은 영미법 체계의 ‘악의성’ 요건을 비슷하게 도입해 언론을 규제하겠다는 내용인데, 심지어 왜 여기서 더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법안을 확대 적용하면서 남용 가능성이 훨씬 커졌다. 필요에 따라 권력자들이 법 적용을 남용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도 일부 변경됐다. 특히 ‘보복적이거나 반복적인 허위·조작보도로 피해를 가중시키는 경우’는 ‘보복적이거나 반복적으로 허위·조작 보도를 한 경우’로 수정됐다. 이 교수는 “‘보복’ ‘반복’ ‘피해 가중’ 문구 중 ‘피해 가중’만 뺐다. 이는 피해 가중도 따지지 않고 규정을 완화해 손쉽게 비판적인 보도를 못 하게 하겠다는 의지가 강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누더기 법안은 이미 정당성 상실” 민주당은 앞서 문체위에서 ‘고의·중과실 추정’의 입증 책임을 언론사에 둔 것에 대한 위법성 논란이 일자 추정의 주어로 ‘법원은’을 추가했다. 또 ‘언론사의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이라는 문구에서 ‘언론사의’만 제외했다. 이에 대해 언론학자와 법학자들은 입증 책임을 언론사에 미룬 문제의 본질은 전혀 바로잡히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법사위까지 이어진 민주당의 수정 내용들은 위헌적 뼈대는 유지한 채 논란을 비켜 가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사위의 수정안 역시 법안의 위헌적 본질이 달라진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언론 현업단체들은 민주당이 스스로 부실 법안이라는 것을 드러낸 일이라며 법안 철회를 촉구했다. 방송기자연합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4개 단체는 이날 성명을 내고 “민주당은 법사위 논의에서조차 의미 없거나 더 후퇴한 문구 수정에 나섰다”면서 “속도전에 골몰하다 정부 여당 안에서도 좌충우돌하며 누더기가 된 법안은 이미 정당성을 완전히 상실했다. 본회의 최종 관문인 법사위에서도 의견 충돌이 있는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는 법안인가”라고 지적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1-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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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밀한 일상의 기록엔 역사책에 없는 ‘삶’이 꿈틀댄다

    “바퀴 달린 차량이 없는 조선에는 자전거를 탈 만한 도로가 없다. 내가 자전거를 타고 동대문으로 갈 때 사람들은 나를 보고 너무 놀라 그 자리에 멈춰 있었다.” 구한말 미국인 의료 선교사로 조선에 머문 호러스 알렌(1858∼1932)이 1896년 8월 남긴 개인 원고다. ‘조선에서의 자전거 경험’이라는 이 글에 따르면 당시 서울에 자전거는 14대밖에 없었고, 도로 곳곳에 배수로가 나 있어 자전거를 끌고 가야 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이 같은 알렌의 개인 원고를 포함해 공문, 지도 등 그가 1884년부터 1905년까지 남긴 3869건의 문서를 데이터베이스(DB)화해 10일 공개했다. 그의 개인적인 경험을 담은 문서들은 구한말 조선사회를 엿볼 수 있는 자료다. 최근 역사학계에서는 개인들의 미시 생활사에 주목하는 연구들이 주목받고 있다. 미시 생활사 연구란 개인의 행위와 동기에 집중해 그 속에 반영된 시대사를 탐구하는 것이다. 한국고전번역원은 최근 고문서 1777종을 모아 ‘한국고전종합 DB’에 수록했는데, 이 중 미시사 자료인 개인문집은 1489종(84%)에 이른다. 주경철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정치와 경제라는 큰 흐름 속에서 개인의 활동을 조명한 게 미시사”라며 “미시사를 통해 역사 현장에서 개인들이 시대 흐름에 따라 어떻게 충돌하고 변화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역사학자들이 펴낸 책들에서도 이런 흐름을 읽어낼 수 있다. 16일 출간된 ‘애거사 크리스티 읽기’(휴머니스트)는 영국 작가 애거사 크리스티(1890∼1976) 추리소설에 담긴 20세기 영국 생활상을 분석한다. 예를 들어 황폐한 저택 엔드하우스를 둘러싼 살인사건을 다룬 ‘엔드하우스의 비극’에서 저택을 상속받은 닉 버클리는 살해 위협에도 “나는 그 집을 사랑해요, 팔고 싶지 않아요”라며 집에 대한 광적인 집착을 보여준다. 영국 정부는 제1차 세계대전 참전자를 위해 1930년대 중반 매년 35만 채의 주택을 지었다. 부동산 시장 활성화로 크리스티도 제2차 세계대전 직전 런던에만 8채의 집을 소유했다. 영국 현대사를 전공한 저자 설혜심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은 미시 생활사를 설명할 수 있는 단초들로 가득하다”며 “미시사에서는 일반적인 역사학에서 들을 수 없는 새로운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6일 출간된 ‘사랑에 밑줄 친 한국사’(뿌리와이파리)는 정사(正史)에선 파악할 수 없는 조선시대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걸출한 예술가이자 학자였던 추사 김정희(1786∼1856)는 9년간의 제주도 귀양살이 동안 아내에게 반찬 투정과 어리광을 부리는 내용의 편지를 썼다. 신간 ‘조선의 살림하는 남자들’(돌베개)은 가부장제를 고수한 조선시대에도 남자들이 집안 살림을 도맡은 이색적인 모습을 담았다. 예컨대 성리학 거학 퇴계 이황(1501∼1570)은 음식, 의복, 농사, 노비관리 등 집안 대소사를 자신이 직접 챙겼다. 미시 생활사는 방송, 영화 등 문화 콘텐츠 자료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상호 한국국학진흥원 책임연구위원은 “문화 콘텐츠 산업 관점에서 한문 고전은 스토리텔링의 원천 소재로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사람들의 삶이 그대로 녹아 있는 기록 유산은 중요한 문화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1-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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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려한 색깔-무늬 어우러진 조선 카펫 ‘모담’

    조선 인조 때 형조판서를 지낸 조경(1586∼1669)의 초상화에는 관복을 갖춰 입은 그의 모습보다 더 눈길을 끄는 물건이 하나 있다. 그의 발밑에 깔린 조선시대 카펫 ‘모담(毛담)’이다. 붉은색 배경에 하얀 꽃과 초록색 팔각무늬가 화려하게 그려져 있다. 모담은 근엄한 인물초상과 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이 그림은 최근 개최된 국립대구박물관의 ‘실로 짠 그림―조선의 카펫, 모담’ 특별전에서 볼 수 있다. 주로 양털이나 염소털로 만든 실과 면실을 엮어 짜는 모담은 바닥의 찬기를 막아주고 집 안을 장식하는 기능을 했다. 직조 시 가로실(씨실)에 색깔이 있는 실을 사용해 다양한 색채와 무늬를 표현했다. 일종의 사치품이었던 모담은 현재 국내에 남아있는 실물이 거의 없다. 18세기부터 온돌이 널리 보급되면서 바닥에 모담을 깔 필요가 없어져서다. 박물관은 개인 수집가가 일본에서 구입한 모담 실물 10점을 확보해 사진 및 그림 20여 점과 함께 전시했다. 전시 유물 중 조선 후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나비와 박쥐무늬 모담’도 눈길을 끈다. 누런색 바탕에 회색 및 흑갈색의 박쥐 다섯 마리가 가운데 원 무늬를 둘러싸고 있다. 박쥐 위아래로는 회색, 흑갈색, 빨간색이 어우러진 나비 한 쌍이 마주 보고 있다. 복을 상징하는 나비와 박쥐를 통해 가정의 안녕을 기원한 것이다. 모담은 17세기 조선통신사를 통해 일본열도에 전해졌다. 당시 일본에서 ‘조선철’(朝鮮綴·조선의 직물)로 불리며 매년 7월 교토에서 열리는 ‘기온 마쓰리’ 축제에 사용되는 수레를 장식하는 데 쓰였다. 19세기 일본 측의 요청에 따라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다섯 마리 학과 꽃무늬 모담’도 전시돼 있다. 조선시대 모담은 문헌이나 초상화에서만 찾아볼 수 있을 뿐 국내에 남아있는 실물이 거의 없어 충분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에 전시된 모담 10점도 제작연도와 제작자가 확실하지 않다. 민보라 국립대구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모담 무늬에 쓰인 간결한 선과 색감, 면의 분할과 비례감은 현대의 디자인 감각과도 통한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10월 10일까지. 무료.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1-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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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헌 요소 담은 언론법 통과땐 ‘언론 탄압국’ 낙인찍힐 것”

    “여당이 이번 개정안을 끝까지 밀어붙여 통과시키면 우리나라는 외국으로부터 언론 탄압국으로 낙인찍혀 국격이 매우 손상되는 상황이 펼쳐질 겁니다.”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연구원 초대 원장을 지낸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85·사진)는 2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추진을 반대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허 교수는 개정안 조항 다수가 헌법에 위배되는 요소들을 담고 있으며, 개정 과정 또한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해 “입법 독재”에 해당한다며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개정안이 규제하려는 대상부터 모호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법안의 ‘허위·조작 보도’에서 허위와 조작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아 입법의 기본 원칙인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면서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없는 법을 언론계가 따를 수 없으며, 애매모호한 개념을 사용하면 권력에 의해 법이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계했다. 허 교수는 언론사에 고의·중과실이 있다고 추정하고 입증 책임을 지운 것을 특히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사법이나 형사법의 기본 원칙인 증거법에서 증거를 채택하기 위해서는 허위·조작임을 주장하는 사람이 그것을 입증해야 한다. 그것을 전가시켜서 허위·조작이라고 추정을 해놓고, 그 추정을 부인하려면 언론사 또는 언론인이 입증하라고 하는 것은 증거법과 책임주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민주당이 법안 수정 과정에서 고의·중과실 추정 주체를 법원으로 명시한 것을 두고 ‘사법의 정치화’를 우려했다. 그는 “헌법에서 사법권의 독립을 보장한 취지는 사법부가 정치권의 동향을 보면서 판단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라며 “법원에서 언론의 고의·중과실을 추정하도록 한 것은 사법의 정치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고 이는 헌법적 가치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열람 차단 청구권에 대해 허 교수는 “언론의 자유에는 국민의 언론 매체 접근권도 포함돼 있다. 기사 열람을 차단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도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공적 인물 이론에 따라 공인은 일반인보다 비판을 더 많이 수용할 의무가 있고, 선진국에서는 공인 비판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명예훼손도 인정하지 않는다”며 언론을 대하는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의 특수성도 강조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1-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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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항 내연산 폭포, 명승 지정예고

    겸재 정선(1676∼1759) 등 조선시대 문인들이 글과 그림으로 묘사한 경북 포항 내연산 폭포가 국가 명승이 된다. 문화재청은 포항 내연산 폭포를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 예고한다고 23일 밝혔다. 이번에 명승으로 지정되는 구역은 내연산에 있는 12개 폭포 중 관음 연산 상생 보현 등 7개 폭포다. 풍화에 강한 화산암으로 둘러싸인 내연산은 깎아지른 절벽과 깊게 파인 계곡 등 다양한 경관을 자랑한다. 기암괴석 사이에 부처손, 바위솔, 바위채송화 등 다양한 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겸재는 수묵화 ‘내연산 삼용추도’를 통해 내연산 폭포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았다. 문화재청은 30일의 예고기간에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명승으로 최종 지정할 계획이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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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빈 액자를 카메라로 비추니… 어, 작품이 보이네

    전시품이 있어야 할 자리에 액자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액자에는 일본 애니메이션 ‘이누야샤’의 여주인공 ‘가고메’의 대사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전 이 세상의 모든 굴레와 속박을 던지고…’만 적혀 있을 뿐이다. 하지만 태블릿PC 카메라를 액자에 비추자 화면에 그림이 뜬다. 15세기 후반, 16세기 전반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석가출가도’다. 출가한 석가모니가 산속에서 머리를 깎고 있고, 궁궐의 부모는 아들을 그리워하며 슬퍼하는 장면이다. 속세를 뒤로하고 떠나는 석가모니의 모습을 MZ세대에게 익숙한 문구와 연결한 것. 이달 31일까지 서울 강남구 국가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 2층 전시관에서 열리는 ‘비어있는 전시’는 이처럼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했다. 이번 전시는 한국문화재재단과 광고회사 TBWA코리아가 공동으로 기획했다. 액자에 적힌 문구들은 AR 작품들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이번 전시에서는 해외 박물관들의 협조를 받아 팬데믹으로 보기 어려운 국외 소재 문화재 20점을 감상할 수 있다. 석가출가도는 독일 쾰른 동아시아박물관 소장품이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감모여재도(感慕如在圖)’는 19세기 조선시대에 그려진 것으로 영국 런던 대영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가성비 갑 사당’이라고 적힌 액자를 비추면 이 그림이 뜬다. 감모여재도는 조상신이 머무는 사당(祠堂)을 그린 것으로, 사당을 지을 여유가 없던 당시 서민들이 그림으로라도 사당을 지어 조상을 모시고자 했음을 엿볼 수 있다. 건축비를 들이지 않고 그림으로 사당을 대체했다는 점에 착안해 ‘가성비 갑’이라는 문구를 달았다. 전 세계에 몇 점 없는 희귀 고려 불화도 볼 수 있다. ‘어떤 소원이든 빌어보살’이라는 문구의 액자를 비추면 미국 워싱턴 프리어·새클러 미술관 소장품으로 14세기 중반에 그려진 ‘수월관음도’가 나온다. 푸근한 얼굴에 섬세한 이목구비를 가진 관음보살이 근엄한 표정으로 왼쪽의 선재동자를 바라보는 모습이다. 간절한 표정의 선재동자가 관음보살에게 소원을 빌고 있는 것 같다는 상상을 더해 재밌는 문구를 넣었다. 액자에 들어가는 톡톡 튀는 감상 문구들은 모두 대학생 참여자들의 아이디어다. 이들은 전시기획 등 큐레이터 역할도 일부 맡았다. 전시에 참여한 대학생 이소운 씨(21)는 “대학생에게 문화재는 다가가기 어려운 대상”이라며 “작품들을 젊은 세대의 관점으로 해석한 문구를 통해 문화재에 대해 젊은 세대가 느끼는 심리적 장벽이 낮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MZ세대와의 전시 협업은 앞으로도 이어질 예정이다. 김한태 한국문화재재단 콘텐츠기획팀장은 “MZ세대의 기획을 통해 신선한 전시가 나올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이들과 협업해 문화재에 대한 젊은층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채널을 추가로 개발하겠다”고 말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1-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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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돌에 밀려 사라진 조선시대 카펫 ‘모담’ 실물 공개

    조선시대 형조판서를 지낸 문신 조경(趙絅·1586~1669)의 초상화 속에는 관복을 갖춰 입고 앉아있는 그의 모습보다 이목을 사로잡는 게 있다. 바로 그의 발밑에 깔려있는 조선시대의 카펫 ‘모담’(毛毯)이다. 붉은색 배경에 하얀 꽃과 초록색 전통무늬가 형형색색 그려져 있다. 모담은 화려하면서도 초상과 조화를 이룬다.‘실로 짠 그림-조선의 카펫, 모담’ 특별전이 10월 10일까지 국립대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털실과 면실을 엮어서 짠 모담은 직조할 때 가로실인 씨실에 색깔이 있는 실을 사용해 다양한 색채와 무늬를 표현했다. 하지만 모담은 국내에 현재까지 전해지는 실물이 거의 없었다. 17세기 이후 조선에 온돌이 대중적으로 보급되면서 18세기 무렵부터 바닥에 모담을 깔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 이번 전시에는 국립대구박물관이 국내 개인 수집가로부터 새로 구입한 모담 실물 10점과 관련 사진 자료 등 총 30여 점을 볼 수 있다.조경 초상화가 위치한 전시실 중앙에는 조선 후기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나비와 박쥐 무늬 모담’이 있다. 이 모담은 국립대구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던 국내에 남아있는 조선시대 모담이다. 소색(素色) 바탕의 모담 가운데 원 모양 전통무늬를 회색과 흑갈색으로 표현된 박쥐 다섯 마리가 둘러싸고 있고, 그 위아래로 회색, 흑갈색, 빨간색이 어우러진 나비 한 쌍이 서로 마주보고 있다. 나비는 좋은 운수를, 박쥐는 복을 상징한다. 모담의 무늬를 통해 가정의 안녕을 기원했던 선조들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숙명여대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박쥐와 사슴무늬 모담’도 확인할 수 있다. 이것 역시 조선 후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소색 바탕으로 모담 중앙의 ‘卍’자를 사이에 두고 사슴과 박쥐 각각 한 쌍이 마주보고 있다. 사슴은 우애와 장수를 의미한다.모담은 외교사절인 조선통신사를 통해 17세기에 일본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모담은 일본에서 ‘조선철’(朝鮮綴)이라고 불리며, 일본 3대 축제 중 하나로 교토에서 매년 7월 열리는 기온마쓰리에 사용되는 수레인 야마보코(山鉾)를 장식하는 데 사용됐다. ‘다섯 마리 학과 꽃무늬 모담’ 등 국립대구박물관이 새로 구입한 조선철 10점을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다.19세기 제작된 다섯 마리 학과 꽃무늬 모담은 흙색 배경에 학이 모담의 중앙과 각 모서리에 위치해있고, 학들 사이에 적갈색 꽃무늬가 있다. 화초를 키우며 자연을 감상하던 조선 후기 선조들의 생활양식이 모담에 반영된 것. 민보라 국립대구박물관 학예연구사는 “18세기 이후 조선시대에서 모담 사용은 현저히 줄었지만 일본과 교류하면서 일본의 요청에 의해 제작해서 나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국내에 남아있는 실물이 거의 없어 모담 연구는 활발히 이뤄질 수 없었다. 조선시대 모담은 문헌 자료나 일부 초상화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전부다. 그에 따라 제작년도 등 모담과 관련한 정보는 추정할 수밖에 없다. 민보라 학예연구사는 “모담의 무늬는 한국적인 소재이면서도 간결한 선과 색감, 면의 분할과 비례감 등이 현대의 디자인 감각과도 통한다”며 “이번 전시를 계기로 잘 몰랐던 모담에 대해 많은 관심과 다양한 연구가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무료. 053-768-6051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1-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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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국새 ‘거북이 손잡이’-경복궁 ‘해치상’에 담긴 의미는?

    높이 7.9cm, 길이 12.7cm의 은으로 만든 국새 ‘대군주보(大君主寶)’. 정사각형 몸체 위에 거북이가 목을 길게 내밀고 앉아 있다. 1882년(고종 19년) 제작 후 약 140년의 세월을 반영하듯 금도금이 벗겨져 있다. 대군주보와 1740년(영조 16년) 제작된 ‘효종어보(孝宗御寶)’ 등 조선 국새와 어보(御寶·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의례용 도장)는 모두 귀뉴(龜紐·거북 모양의 손잡이)를 갖고 있다. 십장생(十長生) 중 하나인 거북이를 통해 왕의 장수를 빌고, 다산(多産)을 통한 왕실의 번영을 기원하는 의미다. 문화재청은 올해 6월 조선의 마지막 국새 대군주보를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한국문화재재단이 이달 25일 발간하는 월간문화재 봄·여름호 ‘동물의 왕국’은 각종 문화재에 담긴 동물들의 의미를 조명한다. 예컨대 다음 달 중순 야간 개장을 하는 경복궁 곳곳에도 동물 상징이 자리하고 있다.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 입구에는 해치상이 관람객을 맞는다. 온몸이 비늘로 덮여 있고 머리에 뿔이 달린 상상의 동물 해치는 왕을 도와 옳고 그름을 가리고, 불의를 보면 뿔로 물리치는 ‘법과 정의의 화신’이다. 경복궁 정전(正殿)인 근정전(勤政殿·국보 제223호) 주변에도 22개의 해치상이 있다. 왕실 수호자인 해치를 통해 왕의 영역을 알리는 동시에 근정전을 오가는 대신들이 법과 정의에 따른 정치를 하도록 경계하는 의미를 담았다. 근정전과 더불어 경복궁을 대표하는 경회루(慶會樓·국보 제224호)에는 화재가 끊이지 않던 경복궁의 화기(火氣)를 누르기 위한 동물이 있다. 경회루는 흥선대원군(1820∼1898)이 경복궁 중건 후 화재를 막기 위해 1867년(고종 4년)에 만든 인공 연못이다. 경회루 북쪽 자시문을 지나 누각으로 향하는 돌다리에는 곰의 몸에 코끼리의 코를 지닌 상상의 동물 ‘불가사리’ 석상이 놓여 있다. 불과 상극인 쇠를 먹는다고 알려진 불가사리를 통해 화재를 막고자 한 선조들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과거 높은 위세를 상징하던 동물이 세월이 흘러 재해석되기도 한다. 예컨대 아시아에서 용은 왕을 상징했고, 사신(四神) 중 하나인 청룡은 죽은 이를 보호하는 존재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대중문화에서 용은 힘을 잃은 무력한 존재로 묘사될 때도 있다. 일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80)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하쿠’는 강을 수호하는 백룡이지만 마녀 ‘유바바’의 지배를 받는 존재로 그려진다. 동물의 왕국을 기획한 김태영 한국문화재재단 홍보과장은 “동물이 지닌 의미는 시대에 따라 변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동물은 ‘상징’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동물을 통해 대중들이 문화재에 쉽게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1-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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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淸 건륭제, 천주교 서양 선교사에 관대… 조선 포교에도 영향”

    순조실록에 따르면 1802년 조선 형조판서 조윤대(1748∼1813)는 사신으로 청나라를 방문한다. 그는 1801년 신유박해 순교자들이 청나라의 서양 선교사에게서 천주교를 들여왔다며 이들에 대한 단속을 요구하는 글을 당시 황제 가경제(1760∼1820)에게 올린다. 가경제는 “서양인들은 선교를 행한 일이 없다. 조선의 무뢰한들이 몰래 다른 곳에서 교리를 들여와 전파하다가 발각돼 이런 말을 날조하려는 것이니 믿을 수 없다”며 조선이나 천주교 단속을 확실히 하라고 답한다. 조선은 신부가 들어오기 전부터 천주교 신앙이 나타났지만 신부 없이 미사를 드릴 수 없어 최초의 미사는 1795년 중국 베이징 교구의 주문모 신부가 파견돼 거행됐다. 조선과 마찬가지로 청나라도 천주교가 탄압을 받았다. 그 와중에 서양 선교사들은 어떻게 중국에 머물며 천주교를 포교할 수 있었을까? 그 답은 지난달 30일 출간된 신간 ‘건륭제와 천주교’(혜안)에서 찾을 수 있다. 저자 이준갑 인하대 사학과 교수(60)는 가경제의 아버지 건륭제(1711∼1799) 때 서양 선교사들의 숨통이 트였다고 서술한다. 중국인 천주교 신자는 탄압하면서 서양 선교사에게는 관대했던 건륭제의 이중적 태도를 연구한 그를 13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이 교수는 “건륭제는 선교를 금지하면서 자기 측근의 선교사는 보호했다”고 말한다. 통치에 필수적인 천문과 역법에 대해 서양 선교사들이 뛰어난 지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 건륭제는 이들을 심복으로 두고 신뢰했다. 왕의 신뢰는 탄압 속에서도 포교 활동이 이어질 수 있었던 배경이 됐다. 건륭제는 선교사들이 베이징 천주교당 내에서 자유롭게 신앙 생활을 하도록 허락했고, 중국인이나 타국 사신이 이곳에 드나드는 것을 묵인했다. 그는 “한국 최초의 세례자인 이승훈(1756∼1801)도 1784년(건륭 49년) 이곳에서 세례를 받았다”고 말했다. 건륭제가 보인 이중성의 원인에는 중국인이 우월하다는 화이론(華夷論)도 있다. 중국인 천주교 신자 400여 명과 선교사 18명이 탄압당한 ‘건륭대교안’(1784∼1786)에서 건륭제는 옥중 사망한 6명을 제외한 선교사들을 모두 사면한다. 이 교수는 “건륭제는 유교를 따르지 않는 서양인에게 유교국가의 법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중국인 차별이 아니라 유교를 따르는 중국인만 법을 이해할 수 있다는 우월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 교수의 연구는 당시의 기축통화 ‘백은(白銀)’이 중국 곳곳으로 유통된 경로를 추적하면서 시작됐다. 무역 자료를 통해 17, 18세기 세계에서 생산된 백은 12만 t 중 절반이 중국으로 유입됐다는 것만 알 수 있었던 그는 천주교 탄압 기록을 분석했다. 선교사들이 마카오를 통해 선교 자금으로 백은을 들여왔기 때문. 이를 통해 백은이 광저우부터 쑤저우까지 유통됐음을 확인했다. “종교를 돈이라는 세속적인 측면으로 다뤄 신부님들이 안 좋아하실 수도 있죠(웃음). 하지만 앞으로 기존과 다른 접근이 연구에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1-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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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우리는 왜 역사 앞에서 기꺼이 희생자가 되는가

    1999년 2월 28일, 일본 히로시마(廣島)현 세라(世羅)고 교장 이시카와 도시히로(당시 58세)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히로시마 교육청은 그에게 졸업식에서 기미가요를 제창하고 일장기를 게양하라고 지시했다. 교사들은 “기미가요는 군국주의 잔재”라며 반발했다. 교육당국의 지시와 교사 반발 사이에서 고민하던 이시카와 교장은 졸업식을 하루 앞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BBC, 가디언에 글을 기고해 온 신간 ‘국가로 듣는 세계사’ 저자는 11개국의 국가(國歌)를 통해 각국의 역사를 들여다본다. 이시카와 교장 사건 얼마 후 일본은 기미가요와 일장기를 공식 국가와 국기로 지정한다. 정치인들은 국민들이 일본인임을 자랑스러워해야 일본이 성공할 수 있다고 여겼다. 기미가요는 이 같은 민족주의 강화의 수단이었다. 일본의 전후 세대들은 기미가요를 서정적인 가사를 지닌 노래로만 인식한다. 하지만 우익단체들은 야스쿠니신사 앞에서 일장기를 흔들며 기미가요를 부른다. 저자는 “기미가요는 아름다운 노래지만 정치에 의해 훼손됐다”고 지적한다. 민족주의 역시 국가처럼 국민을 단합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돼 왔다. 하지만 동시에 역사적 현실을 부정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서강대 사학과 교수로 신간 ‘희생자의식 민족주의’를 쓴 저자는 홀로코스트와 식민지배의 희생자들이 자신도 가해자였다는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모습을 생생히 보여준다. 이를 통해 민족주의에서 벗어나 지구적 연대를 통한 문제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제목에 나오는 희생자의식 민족주의는 역사적 사건을 둘러싼 가해자와 희생자를 자의적으로 나눠 희생자로서의 도덕적 명분을 확보하려는 행태를 말한다. 예컨대 2000년 유대계 미국인 역사학자 얀 그로스는 ‘예드바브네 학살’을 다룬 단행본 ‘이웃들’을 발표했다. 예드바브네 학살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7월 폴란드의 예드바브네에서 폴란드인들이 유대인 1600여 명을 학살한 사건이다. 나치즘의 희생자로만 여겨진 폴란드가 가해자이기도 했던 사실이 밝혀진 것. 폴란드는 나치 강요에 의해 학살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하며 희생자 민족으로서의 이미지를 지키려 했다. 저자에 따르면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을 통해 식민지배의 희생자임을 강조해왔다. 그런데 일제강점기 함경도 나남에 거주한 일본인 작가 요코 가와시마 왓킨스가 패전 후 본국으로 귀환하는 과정에서 조선인들에게 당한 성폭력을 에세이 ‘요코 이야기’를 통해 고발했다. 가해자로서의 한국인이 부각된 것. 이 책은 2005년 국내 발간 후 식민통치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켰다며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일부 국내 언론은 요코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가해의 역사를 가리려는 시도도 있다. 일본은 전범국인 동시에 원자폭탄 피해국이다. 1945년 8월 원폭의 기억은 일본 사회의 희생자의식을 강화했다. 우파 정치인들은 유대인과 일본인이 백인 인종주의의 희생자라고 주장했다. 그 결과 2차 대전의 책임은 희생자로서의 기억으로 대체됐다. “자기 민족의 희생을 절대화하고 타자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 뒤에 줄 세우는 희생자의식 민족주의를 희생할 때 기억의 연대를 향한 첫 관문이 열릴 것”이라는 저자 지적은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한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1-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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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족주의의 두 얼굴…역사 앞에 당당할수 있는가

    1999년 2월 28일, 일본 히로시마(廣島)현 세라(世羅)고 교장 이시카와 도시히로(당시 58세)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히로시마 교육청은 그에게 졸업식에서 기미가요를 제창하고 일장기를 게양하라고 지시했다. 교사들은 “기미가요는 군국주의 잔재”라며 반발했다. 교육당국의 지시와 교사 반발 사이에서 고민하던 이시카와 교장은 졸업식을 하루 앞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BBC, 가디언에 글을 기고하는 저널리스트로 신간 ‘국가로 듣는 세계사’(틈새책방)를 쓴 알렉스 마셜은 11개국의 국가(國歌)를 통해 각국의 역사를 들여다본다. 이시카와 교장 사건 얼마 후 일본은 기미가요와 일장기를 공식 국가와 국기로 지정한다. 정치인들은 국민들이 일본인임을 자랑스러워해야 일본이 성공할 수 있다고 여겼다. 기미가요는 이 같은 민족주의 강화의 수단이었다. 일본의 전후 세대들은 기미가요를 서정적인 가사를 지닌 노래로만 인식한다. 하지만 우익단체들은 야스쿠니 신사 앞에서 일장기를 흔들며 기미가요를 부른다. 저자는 “기미가요는 아름다운 노래지만 정치에 의해 훼손됐다”고 지적한다. 민족주의 역시 국가처럼 국민을 단합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돼 왔다. 하지만 동시에 역사적 현실을 부정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신간 ‘희생자의식 민족주의’(휴머니스트)를 쓴 임지현 서강대 교수(사학과)는 홀로코스트와 식민지배의 희생자들이 자신도 가해자였다는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모습을 생생히 보여준다. 이를 통해 민족주의에서 벗어나 지구적 연대를 통한 문제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제목에 나오는 희생자의식 민족주의는 역사적 사건을 둘러싼 가해자와 희생자를 자의적으로 나눠 희생자로서의 도덕적 명분을 확보하려는 행태를 말한다. 예컨대 2000년 유대계 미국인 역사학자 얀 그로스는 ‘예드바브네 학살’을 다룬 단행본 ‘이웃들’을 발표했다. 예드바브네 학살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7월 폴란드의 예드바브네에서 폴란드인들이 유대인 1600여 명을 학살한 사건이다. 나치즘의 희생자로만 여겨진 폴란드가 가해자이기도 했던 사실이 밝혀진 것. 폴란드는 나치 강요에 의해 학살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하며 희생자 민족으로서의 이미지를 지키려 했다. 저자에 따르면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을 통해 식민지배의 희생자임을 강조해왔다. 그런데 일제강점기 함경도 나남에 거주한 일본인 작가 요코 가와시마 왓킨스가 패전 후 본국으로 귀환하는 과정에서 조선인들에게 당한 성폭력을 에세이 ‘요코 이야기’를 통해 고발했다. 가해자로서의 한국인이 부각된 것. 이 책은 2005년 국내 발간 후 식민통치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켰다며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일부 국내 언론은 요코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가해의 역사를 가리려는 시도도 있다. 일본은 전범국인 동시에 원자폭탄 피해국이다. 1945년 8월 원폭의 기억은 일본 사회의 희생자의식을 강화했다. 우파 정치인들은 유대인과 일본인이 백인 인종주의의 희생자라고 주장했다. 그 결과 2차 대전의 책임은 희생자로서의 기억으로 대체됐다. “자기 민족의 희생을 절대화하고 타자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 뒤에 줄 세우는 희생자의식 민족주의를 희생할 때 기억의 연대를 향한 첫 관문이 열릴 것”이라는 저자 지적은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한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1-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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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적 달라도 항일 한마음” 한-중 공동투쟁의 자취

    “같음으로써 서로 구제하면 어떤 환난인들 구제 못하며, 구제하기를 서로 함께하면 어떤 걱정인들 같지 않으랴.” 독립운동가 신규식(1879∼1922)이 ‘동주공제(同舟共濟·같은 배를 타고 함께 강을 건너다)’의 뜻으로 1912년 7월 중국 상하이에서 한인독립운동단체 동제사(同濟社)를 창립하며 작성한 취지문의 일부다. 1910년 경술국치 이후 상하이로 망명한 신규식은 독립이라는 같은 목표 아래에 모인 이들과 국권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신규식은 동제사 창립 3년을 기념해 이 취지문을 손수 붓글씨로 옮겨 썼다. 이 작품을 비롯해 일제의 탄압을 피해 중국에서 펼쳐진 한인 독립운동과 한중 공동 항일투쟁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작품 60점이 전시된다. 제76주년 광복절을 맞아 독립기념관이 13일부터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에서 개최하는 ‘연합국과 함께한 독립운동: 한·중 공동 항전’ 특별기획전에서다. 상하이로 망명한 독립운동가들은 중국인들과 함께 항일투쟁을 전개했다. 중국 내에서는 1931년 만주사변을 계기로 반일 감정이 고조되고 있었다. 그 이듬해 1월 상하이에서 일본인 승려들이 중국인들에게 폭행을 당하면서 상해사변이 발생한다. 당시 푸단대에 재학 중이던 독립운동가 안병무(1912∼1986)는 학생 의용군으로 전투에 참여했다. 이번 전시에는 안병무가 당시에 참전을 기념하기 위해 중국인 학생 의용군과 서명을 주고받은 수첩이 전시돼있다. 한중 공동 항일투쟁의 기록이다. 백범 김구 선생(1876∼1949)이 중국 정부의 주요 인사와 교류하기 위해 작성한 서한에 찍은 도장(등록문화재 제440-1호·사진)도 살펴볼 수 있다. 황색 옥석으로 만든 이 도장 윗부분에는 구름무늬가 새겨져 있다. 김구 선생은 이 도장을 대한민국임시정부 주석으로 선출된 1940년부터 1945년 귀국할 때까지 사용했다. 한시준 독립기념관장은 “광복은 우리가 미국 중국 등과 함께 일제에 맞서 쟁취해낸 성과”라며 “내년이면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이하는 가운데 한중 공동 항일투쟁의 역사를 주제로 준비한 이번 전시가 양국 간의 평화적이고 우호적인 관계에 도움이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1-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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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태평양서 노르망디까지… 일제-나치와 싸운 재미 한인들

    1944년 6월 6일 0시, 프랑스 노르망디 해안 상공. C-47 수송기에 타고 있던 한 남자가 허공으로 몸을 던졌다. 미 육군 제101공수사단 군의관인 한인 2세 프랭크 최(Frank Choy·당시 31세)였다.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의대를 마치고 레지던트로 일하던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발발로 미군에 배치됐다. 약 1년간 의무대에서 훈련을 받은 뒤 공수부대에 자원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낙하산을 편 그와 부대원들은 목표 지점에 착륙하지 못했다. 소 목장에 떨어진 그는 수류탄과 금속제 피아 식별기를 손에 쥐고 다급히 수풀로 몸을 숨겼다. 팽팽한 긴장감으로 밤을 새우면서 훈련 내용을 계속 떠올렸다. ‘피아 식별기를 한 번 눌렀을 때 건너편에서 두 번 누르는 소리가 나지 않으면 그곳으로 수류탄을 던져라.’ 새벽녘 다른 부대원들과 합류해 농가에 숨어든 그는 연합군 부대의 상륙을 기다린 끝에 마침내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수행했다. 2002년 사망한 그는 회고록에 “수송기를 타고 노르망디로 이동할 때 대공포의 섬광이 활활 타오르던 모습이 생생하다. 50구경 기관총이 나를 따라오는 것 같았다”고 긴박한 순간을 남겼다. 제2차 세계대전에 미군 소속으로 참전해 일본, 독일과 싸운 재미 한인들의 감춰진 활약상이 새로 발굴됐다. 장태한 미국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UC리버사이드) 교수가 12일 독립기념관의 제76주년 광복절 기념 학술회의에서 발표할 ‘미주한인 전쟁영웅들: 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들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서다. 논문에 등장한 참전용사 10명은 태평양전쟁부터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투에 나섰지만 국내 학계에 알려진 적이 없다. 논문에 따르면 미 육군 항공대 820폭격비행대대 정보장교로 복무한 얼 김(Earl Kim) 대위(당시 24세)는 1943년 11월 태평양 전선에 배치됐다. 미군은 일본 진격의 발판으로 당시 일본군이 점령한 남태평양 키리바시의 타라와 환초(環礁·고리 모양의 산호초)를 공격하기로 했다. 그는 미군 정찰 비행기가 공중에서 촬영한 사진을 판독해 일본군 대공포의 위치를 파악하고, 전투기 조종사에게 폭탄을 투하할 위치를 알려주는 중책을 수행했다. 논문에서 다룬 참전용사 중 유일한 생존자인 레이몬드 조 (Raymond Cho·97)는 태평양전쟁에 투입됐다. 미 육군 96보병사단 의무하사관으로 복무한 그는 스물한 살이던 1945년 오키나와 전투에 참여했다. 그는 “부상병의 절반 이상이 수술 후 사망했다”며 당시의 참상을 회상했다. 그는 미 정부로부터 동성무공훈장을 받았다. 도산 안창호 선생(1878∼1938)의 딸로 미 해군의 첫 여성 포격술 장교였던 안수산 여사(1915∼2015)를 비롯해 2차 대전에 참전한 재미 한인들이 많지만 이처럼 상당수는 베일에 싸여 있다. 정확한 한인 참전 규모도 파악되지 않은 상황. 장 교수는 “이들은 미군에 입대해 일본에 맞서는 것이 모국의 독립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며 “한인 참전용사들의 복무기록을 확보하기 어려운 데다 생존자가 적어 연구에 어려움이 있다. 생존자들이 남아 있을 때 이들로부터 최대한 많은 구술자료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1-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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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C, 마라톤 기권 선수에 “찬물 끼얹네” 또 논란

    2020 도쿄 올림픽 개회식 중계 때 다른 국가들을 비하해 비판을 받은 MBC가 마지막 날 마라톤 중계에서도 부적절한 발언으로 비난을 샀다. 8일 육상 남자 마라톤에 출전한 오주한 선수가 부상으로 경기 도중 기권하자 MBC 윤여춘 해설위원이 오 선수를 힐책하는 발언을 한 것. 케냐에서 우리나라로 귀화해 올림픽에 출전한 오 선수는 이날 초반 선두권을 유지했다. 하지만 13km 지점을 넘어가면서 다리를 절뚝거렸고 15km 지점에서 결국 경기를 포기했다. 이날 경기는 이른 아침이지만 27도의 기온과 77%의 습도로 인해 총 106명이 출전해 30명이 중도 포기할 정도로 힘든 레이스였다. 하지만 윤 해설위원은 한숨을 쉬며 “완전히 찬물을 끼얹네요, 찬물을 끼얹어”라고 말했다. 이에 온라인에서는 ‘MBC가 올림픽 참가 선수에게 찬물을 끼얹었다’ ‘선수가 걱정되는 상황에서 해설을 듣고 귀를 의심했다’ ‘최선을 다하는 선수에게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을 했다’ ‘MBC 중계는 개회식부터 마지막까지 최악이다’ 등의 비판 글이 이어졌다. MBC노동조합(3노조)은 ‘마지막까지 막말 쏟아낸 올림픽 중계, 박성제 사장 사퇴하라’는 성명을 냈다. 앞서 MBC는 지난달 23일 개회식 중계 때 여러 국가를 비하하는 사진과 자막을 내보내는 ‘참사’를 빚었다. 25일에는 한국과 루마니아의 남자 축구를 중계하면서 자책골을 넣은 상대 선수를 조롱하는 듯한 자막을 내보냈다. 이에 해외 주요 언론사들이 MBC에 대한 비판 보도를 이어가고, 해당 국가 관계자들이 불쾌감을 표시했다. 국내외에서 비판이 커지자 박성제 MBC 사장이 26일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방송을 했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이후에도 인터뷰 자의적 편집, 자막 오류 등이 계속됐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1-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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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엘류, 3관왕 안산에 축하 메시지

    브라질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파울루 코엘류(74·사진)가 안산(20·광주여대)의 2020 도쿄 올림픽 양궁 3관왕 달성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코엘류는 6일(현지 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축하한다! 당신의 나라는 이 스포츠·명상에 탁월하다”며 “조만간 양궁에 대한 내 책이 한국에서 출간되는 대로 출판사에 한 부를 요청해 당신을 위해 사인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이번에 안산을 언급한 것은 11일 국내 출간 예정인 신작 ‘아처’와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아처는 활쏘기의 각 단계를 통해 영혼의 평정에 이를 수 있다는 깨달음을 담았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1-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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