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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여자부 IBK기업은행이 길었던 개막 후 7연패 늪에서 벗어났다. 기업은행은 16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염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페퍼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3-2(25-21, 25-27, 19-25, 25-14, 15-9)로 역전 승리했다. 구단 역사상 최다 연패 사슬을 끊었다. 딱 일주일 전인 9일 페퍼저축은행과의 1라운드 대결에서 1-3으로 패하며 상대에게 창단 첫 승리를 내줬던 기업은행은 이날 총력전으로 설욕을 예고했다. 무릎 부상으로 직전 경기에 결장한 김희진(30·사진)도 1세트 중반 외국인 선수 라셈(24)과 교체 투입했다. 1∼3세트 외국인 선수를 대신해 라이트로 공격을 책임졌던 김희진은 4, 5세트에는 다시 자신의 주요 포지션인 센터로 돌아가 팀이 원하는 역할을 해냈다. 김희진은 이날 팀에서 가장 많은 17득점(공격성공률 45.45%)을 기록했다. 도쿄 올림픽 전부터 무릎 통증에 시달려왔던 김희진은 현재 시즌 뒤 수술을 고민 중이다. 맏언니 센터 김수지(34)도 이날 블로킹 6개, 서브 3개를 성공하며 총 15득점을 했다. 김주향(15득점), 표승주(13득점), 라셈(11득점) 등도 두 자릿수 득점을 했다. 김희진은 “난생처음 7연패를 해서 멘털이 흔들렸다. 더 이상 내려갈 곳은 없다”고 말했다. 안방 첫 승을 노렸던 페퍼저축은행은 엘리자벳이 양 팀 최다인 41득점(성공률 50%)으로 분투했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남자부 OK금융그룹은 삼성화재에 3-2(22-25, 25-22, 25-20, 24-26, 15-12)로 이겼다. 2012∼2015년 삼성화재에서 뛰었던 OK금융그룹 외국인 선수 레오는 6년 만의 대전 경기에서 양 팀 최다인 36득점(성공률 60%)으로 친정팀을 울렸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KT의 견고한 방패는 마운드만이 아니었다. 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KBO리그 한국시리즈(KS) 2차전에서 KT가 두산에 6-1로 승리할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수비의 힘’이었다. 1, 2차전을 쓸어 담은 KT는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에 이어 통합우승에도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역대 KS에서 1, 2차전 승리 팀의 우승 확률은 약 88%(17차례 중 15회·양대 리그로 치러진 1999∼2000시즌 제외)다. 1회초 베테랑 2루수 박경수(37)의 슈퍼캐치가 승부의 흐름을 바꾸었다. 이날 KT 선발 소형준(20)은 두산 1, 2번 타자 허경민, 강승호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며 흔들렸다. 이강철 KT 감독이 이례적으로 1회초에 마운드를 방문할 정도로 위기였다. 그러나 3번 타자 페르난데스가 힘껏 당겨 친 안타성 땅볼을 박경수가 다이빙 캐치로 잡아내 더블플레이로 연결하면서 순식간에 흐름이 뒤바뀌었다. 1루 방향으로 몸을 날린 뒤 역동작 상황에서도 무릎을 꿇고 2루에 송구를 해 4-6-3으로 이어지는 병살 플레이를 완성했다. 2003년 프로 입단 후 처음 KS 무대를 밟은 박경수는 더블플레이가 연결된 걸 확인한 뒤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며 포효하더니 소형준에게 “편하게 던져”라고 격려했다. 선배의 호수비를 등에 업은 소형준은 김재환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박건우를 3루 땅볼로 처리하면서 실점을 막았다. KT는 1회말 2번 타자 황재균이 두산 선발 최원준에게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1점 홈런(비거리 115m)을 치면서 소중한 선취점을 냈다. 이 점수는 결과적으로 결승타점이 됐다. KT의 호수비 퍼레이드는 계속됐다. 2회초 1사 1루에서는 1루수 강백호(22)가 김인태의 땅볼을 잡아 과감하게 2루로 던지며 더블플레이를 만들었다. 땅볼이 나오자마자 1루로 달려가 송구를 받아낸 소형준의 커버 플레이도 일품이었다. 3회초 1사 1루에서도 3루수 황재균이 강승호의 강습 타구를 잡아 다시 한 번 더블플레이로 연결했다. 7회초에는 1사 1루에서 강백호가 김인태의 땅볼을 잡아 1루를 찍은 뒤 2루로 던져 주자를 잡는 리버스 더블플레이를 성공시켰다. 이날 1, 2, 3회에 이어 7회까지 4개의 병살타를 친 두산은 KS 최다 연속 이닝 병살타 타이이자 한 경기 팀 최다 병살타 타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썼다. KT의 과감한 작전도 빛났다. 5회말 조용호의 적시타가 나오면서 2-0으로 한 점 더 달아난 KT는 무사 1, 2루 기회에서 첫 타석 홈런을 친 황재균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해 1사 2, 3루 기회를 만들었다. 최원준은 이후 볼넷과 몸에 맞는 공 등을 내줬고, 바뀐 투수 홍건희가 KT 포수 장성우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KT는 5회말에만 5점을 냈다. 이날 데일리 MVP로 선정된 박경수는 “모든 고참을 대표해서 받는 것으로 생각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소형준은 6이닝 3피안타 5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개인 통산 첫 포스트시즌 승리를 수확했다. 3번 타자 강백호는 전날 1차전 3타수 3안타 1볼넷에 이어 이날도 2타수 2안타 2볼넷을 기록하며 시리즈 타율 10할에 100% 출루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관중 수는 1만2904명을 기록했다. 이로써 2015년 대구에서 열린 두산과 삼성의 KS 1차전부터 시작된 KS 연속 경기 매진 행진이 ‘31’에서 멈췄다. 3차전은 17일 오후 6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데 KT는 데스파이네, 두산은 미란다를 각각 선발로 예고했다.선수들 사이에 좋은 긴장감 생겨 ▽이강철 KT 감독=오늘은 수비로 이겼다. 정규시즌이었다면 놓칠 수 있는 타구를 잘 잡아냈다. 박경수와 강백호가 집중력 있는 수비를 보여주면서 이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고, 그 뒤에 황재균이 분위기를 가져오는 홈런을 친 게 주효했다. 어제와 오늘 투수도 좋았지만, 볼 배합을 잘하는 장성우의 리드가 미친 영향도 컸다. 선수들 사이에 좋은 긴장감이 생긴 것 같다. 정수빈 또 빠지게 되면 타순 고민 ▽김태형 두산 감독=2패를 하면서 불리한 상황이 됐다. 경기 초반 기회가 왔을 때 (병살로) 잡힌 게 아쉬웠다. 페르난데스가 꾸준히 잘 치고 있지만 정수빈이 (부상으로) 빠졌다. 안 맞는 선수들은 계속 안 맞으면서 어제도, 오늘도 초반 (득점) 기회가 점수로 연결이 안 되고 있다. 전반적으로 타자들이 쫓기는 감이 있다. 정수빈이 3차전에도 빠지게 되면 타순을 고민해봐야 한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두산 김태형 감독은 14일 KT와의 KS 1차전을 두고 선발 라인업에 하나의 변화를 줬다. 포스트시즌(PS) 내내 7∼9번 하위 타순에 배치돼 있던 포수 박세혁(31)을 6번 타자로 올렸다. 올 PS 들어 타율 0.500으로 맹활약한 박세혁에게 더 많은 타격 기회를 주려 했다. 김 감독의 기대와 달리 이날 박세혁의 방망이는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첫 타석인 2회초 1사 1루 상황에서 유격수 앞 땅볼로 병살타를 기록한 뒤 3회초 1사 2, 3루 기회에서는 5번 타자 양석환에 이어 연속 삼진으로 물러나 두산은 선취점을 뽑는 데 실패했다. 6회초 2사 2루에서도 뜬공으로 물러났다. 가장 아쉬운 건 마지막 타석이었다. 9회초 1사 후 박세혁이 친 내야 뜬공을 KT 3루수 황재균이 조명에 가려 놓쳤다. 하지만 박세혁은 뜬공 아웃이 됐으리란 생각에 1루로 뛰지 않고 더그아웃으로 물러나 결국 유격수 땅볼 처리가 됐다. 후속 타자 허경민, 강승호의 연속 안타가 나오면서 점수를 뽑았기에 두산으로선 더욱 아쉬운 대목이었다. 결과론이지만 박세혁이 전력질주를 해 살아 나갔다면 대량 득점이 나올 수도 있었다. 김 감독은 경기 뒤 “세혁이는 당연히 잡힐 거라고 생각했겠지만 야구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런 장면은) 다시 나오지 말아야 한다”며 애써 쓰린 속을 달랬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베네수엘라 폭격기’ 쿠에바스(31·사진)가 프로야구 막내 구단 KT에 창단 후 첫 번째 한국시리즈 승리를 선물했다. 정규시즌 1위 KT는 1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을 채운 만원 관중(1만6200명) 앞에서 열린 2021 KBO리그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1차전에서 플레이오프를 거치고 올라온 4위 두산을 4-2로 물리쳤다. KT는 1-1로 맞선 7회말 선두 타자 배정대(26)의 1점 홈런을 시작으로 3점을 뽑으면서 기선을 제압했다. KT는 이날 승리로 2015년 3월 27일 첫 1군 경기를 치른 뒤 2424일 만에 한국시리즈 승리를 남겼다. ‘계단식으로’ 포스트시즌을 진행한 뒤 치른 한국시리즈 30번 가운데 22번(73.3%)은 1차전 승리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이날 KT 승리의 일등 공신은 단연 선발 투수 쿠에바스였다. 지난달 31일 대구에서 열린 1위 결정전에서 7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던 쿠에바스는 이날도 7과 3분의 2이닝 동안 8탈삼진 7피안타 1볼넷 1실점으로 두산 타선을 막고 승리 투수가 됐다. 사실 이 경기는 쿠에바스에게 유리할 게 없는 조합이었다. 쿠에바스는 2019년 KBO리그 데뷔 이후 통산 평균자책점 3.92를 기록하고 있지만 두산을 만나면 5.34로 기록이 1점 이상 올랐다. 고척돔에서도 평균자책점이 5.23으로 약했다. 고척돔을 제외한 나머지 구장에서 기록한 평균자책점은 3.79이다. 그러나 ‘아버지의 이름으로’ 임하는 가을 야구 무대는 달랐다. 이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쿠에바스는 “아버지에게 꼭 한국시리즈에서 던지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면서 “어디선가 아버지가 보고 계시리라고 믿고 더욱 힘을 내 공을 뿌리고 있다”고 말했다. 쿠에바스의 아버지는 올해 8월 아들을 보러 한국을 찾았다가 자가격리 도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 이후 세상을 떠났다. 이강철 KT 감독은 “쿠에바스가 8회만 잘 막으면 완투까지 (시킬) 생각을 하고 있었다”면서 “(교체 당시 다음 타자였던) 김재환(33)에게 약해 결국 마운드에서 내렸다”고 말했다. 김재환은 쿠에바스를 상대로 홈런 3개를 뽑아냈다. 7번 타자 중견수로 나선 배정대는 4타수 2안타(1홈런)로 활약한 뒤 “부모님이 보는 앞에서 홈런을 친 것은 처음이다. 홈런 친 뒤 부모님이 계신 관중석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는데 조금은 효도가 됐을 것 같다”고 말했다. KT 강백호는 3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으로 이름값을 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1승 1패로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2차전은 15일 오후 6시 30분 고척돔에서 열린다.쿠에바스 호투 덕에 고영표 아껴 ▽이강철 KT 감독=기분 좋다. 원정 응원 온 팬들과 함께 첫 승의 기분을 만끽하고 싶다. 쿠에바스 상대로 정타가 나와서 고민했는데 제일 믿을 수 있는 카드라고 생각해 최대한 참자고 생각했다. 소형준을 2차전 선발로 세운 건 상대 평균자책점도 좋고 큰 경기에 던질 수 있는 투수이기 때문이다. 오늘 쿠에바스가 잘 막아줘서 고영표를 안 쓸 수 있었다. 2차전에 내보낼 생각이다.김재환 뒤 공격 못 이어가 고민▽김태형 두산 감독=첫 경기 1패를 안고 가게 됐다. 그래도 선수들은 잘해 주고 있다. 다음 경기에서 1승 1패를 맞추도록 준비를 잘하겠다. 선발 곽빈도 충분히 잘 던졌다고 본다. 이영하도 밸런스는 전혀 문제없었다. 수비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나온 것 같다. 김재환이 타격감이 괜찮은데 뒤에서 이어주질 못해 고민이 많이 된다. 타격 코치와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우리, 다 걸고 한판 할까?” 2021 프로야구 한국시리즈(KS) 1차전이 열린 1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오후 2시 경기 시작을 앞두고 전광판에 세계적인 인기를 끈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명대사가 띄워졌다. 창단 첫 KS 우승에 도전하는 정규시즌 1위 KT와 사상 첫 와일드카드 결정전(WC) 팀의 KS 우승을 노리는 4위 두산의 물러설 수 없는 승부를 예고하는 듯한 문구였다. 잠시 후 그라운드에는 이 대사의 주인공이 등장했다. 연기 경력 58년 차 배우 오영수 씨(77·극 중 오일남)였다. 이날 시구자로 나선 그가 글러브를 낀 채 모습을 드러내자 1만6200명 만원 관중이 들어찬 야구장에는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KS 기념 검은색 점퍼에 모자를 쓴 그는 오징어게임의 대표 사운드트랙인 ‘웨이 백 덴(Way Back Then)’에 맞춰 드라마 속 한 장면처럼 천천히 와인드업 동작을 한 뒤 포수를 향해 힘껏 공을 던졌다. 공은 홈 베이스 가까이 날아가 KT 포수 장성우가 원 바운드로 잡아냈다. 시구를 마친 오 씨는 모자를 벗어 관중에게 인사한 뒤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이날 경기 시작 약 30분 전 경기장에 도착한 오 씨는 연습장에서 한두 차례 공을 던진 뒤 마운드에 올랐다. 시구를 마친 뒤에는 곧바로 경기장을 떠난 오 씨는 “평소에 야구 경기는 TV로 자주 보고 있다. 어떻게 시구를 하겠다고 생각했다기보다는 그냥 던졌다”고 말했다. 오징어게임 열성 팬인 KT 외국인 에이스 쿠에바스(베네수엘라)는 이날 오 씨의 사인을 직접 받고 싶어 했으나 선발 출전으로 기회를 못 잡아 아쉬워했다. 장성우는 오 씨 시구를 받은 뒤 “공이 생각보다 빨라 놀랐다”고 말했다. 70대 고령임에도 공을 홈베이스까지 던질 수 있었던 것은 평소 체력 관리를 한 덕분이다. ‘평행봉 사나이’로 불리며 10대 때부터 60년 넘게 평행봉으로 체력을 단련해 왔다. 지금도 매일 오전 6시 20분이면 집에서 나와 20분을 걷고 평행봉을 50개 한다. 하루에 1만 보 걷기도 빠짐없이 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올 한 해 국민들에게 힘을 준 사람들을 시구자로 섭외하고 있다. 오징어게임이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국민들에게 즐거움과 자긍심을 준 오 씨를 선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씨를 1차전 시구자로 낙점한 KBO는 3주 가까이 섭외에 공을 들였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1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시작하는 2021 KBO리그 한국시리즈(KS)에는 특별한 손님이 초대됐습니다. 바로 KT 구단과 수원시가 함께 초청한 지역 연고 초,중,고교 및 유소년 클럽 야구 선수들입니다. 1차전에는 450여 명, 이후로는 매 경기 300여 명씩 4층 및 외야 관중석에서 KS 경기를 직관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네. 이유는 물론 여러분이 예상하신 그대롭니다. 창단 후 첫 정규시즌 우승이자 창단 첫 KS에 진출한 수원 연고 KT를 응원하기 위해섭니다. KT 관계자는 “창단 첫 KS를 지역 유망주들과 함께 하기 위해 마련한 작은 이벤트”라고 설명했습니다. 초대 손님들은 예상치 못한 가을야구 나들이에 들뜬 모습들입니다. 팀의 첫 KS를 안방(수원KT위즈파크)에서 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랬다는 반응입니다. 14일 1차전에 초대받은 수원북중 야구부 주장 오서진 군(15)은 “지난해 플레이오프(PO) 직관을 가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렇게 KT의 첫 한국시리즈를 직접 응원할 수 있게 돼 기쁘다. 그것도 야구부 친구들이랑 함께 가서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육성 응원은 할 수 없지만 야구부 동기, 후배들과 단체 유니폼 응원도 고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같은 포지션의 심우준이 롤 모델이라는 그는 “강백호 선수의 홈런으로 KT가 시원하게 1차전 승리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가을야구의 여러 이벤트 중 하나겠지만 프로야구 무대를 꿈꾸는 이들에겐 평생 잊지 못할 하루가 될 겁니다. 특히 KT가 최근 지역 연고 팀에서 좋은 유망주들을 수급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눈여겨볼 만합니다. 수원을 연고로 하는 유신고, 장안고 등은 최근 전국대회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면서 재목들을 배출해내고 있습니다. 당장 지난시즌 신인왕 투수 소형준이 유신고 출신입니다. KT는 2022 신인드래프트에서도 1차 지명 투수 박영현을 비롯해 2차 1라운드 투수 이상우, 9라운드 외야수 김병준 등 유신고 선수 3명을 지명했습니다. 구단의 초대로 직관의 기회를 잡은 유망주 선수 중 제2의 소형준, 제3의 박영현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습니다. KT는 과거에도 연고 지역 야구부에 수천만 원 상당의 야구 용품 지원 등을 지역 야구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왔습니다. 장기적으로 팀의 밝은 미래를 위한 씨앗이 된다는 걸 이미 구단 스스로가 알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KT가 2000년대 이후 신생 구단 중 최단기간에 정규시즌 우승을 일궈낸 힘을 이해하게 합니다. “팬들에게 사랑 받는 선수”가 되길 꿈꾸는 오 군을 위해서라도. 한국시리즈에서 멋진 승부가 이어지길 기대해봅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두산이 한국프로야구 사상 첫 7년 연속 한국시리즈(KS) 진출의 대업을 이루는 데 일등공신은 단연 투수 이영하(24)가 꼽힌다. 팀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이닝을 가리지 않고 등판한 이영하는 올 포스트시즌(PS) 들어 5경기에 등판해 3승 1홀드 평균자책점 2.45를 기록 중이다. 팀이 거둔 5승 중 3승을 책임졌다. 준플레이오프 평균자책점 1.59, 플레이오프 0.00으로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성적이 좋아지고 있다. 정규시즌의 부진(35경기 5승 6패 1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6.29)을 보란 듯 씻어내는 호투다. 롤러코스터를 탔던 정규시즌과 달리 이영하는 가을야구 들어 최상의 컨디션을 뽐내고 있다. 구위로도 확인할 수 있다. 군사용 레이더 기술을 활용해 투·타구 정보를 분석하는 스포티스틱스의 ‘트랙맨베이스볼’에 따르면 이영하의 PS 패스트볼, 스플리터 최고구속은 각각 시속 152.3km, 137.5km로 정규시즌 가장 좋았던 때(153.0km, 138.1km)와 비슷하다. 슬라이더의 경우 140.7km로 오히려 정규시즌(140.4km)보다 빠르다. 정규시즌 때와 달리 모든 구종의 제구가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잘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스플리터의 비중을 정규시즌 5%에서 PS 10%로 높인 것이 눈길을 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심리적 부담이 큰 PS 경기에서 폭투 가능성이 높은 스플리터를 자신 있게 던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커맨드에 자신이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경기마다 달라지는 볼 배합도 상대 타선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키움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 당시 패스트볼 35%, 슬라이더 59%를 구사했던 이영하는 다음 LG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패스트볼 72%, 슬라이더 16%로 180도 다른 경기 운영을 펼쳤다. 이영하를 조기 투입한 김태형 두산 감독의 용병술도 100%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다. 이영하는 LG와의 준PO 3차전 2회, 삼성과의 PO 2차전 3회 각각 투입돼 모두 승리를 챙겼다. 허 위원은 “하위 타순에도 장타력 있는 타자가 있는 메이저리그(MLB)와 달리 우리 가을야구에선 의외의 한 방으로 경기가 뒤집힐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그런 면에서 경기 후반을 위해 좋은 투수를 아껴 놓기보단 초반 위기에 적극적으로 투입하는 두산의 전략이 효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대 타선을 얼어붙게 만드는 ‘영하의 가을야구’는 어떤 엔딩을 맞이할까. 그 하이라이트가 될 KT와의 KS(7전 4선승제)가 1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막을 올린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야구의 가을은 곰을 위해 존재하는가. 두산이 KBO리그 40년 역사상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KS) 진출이라는 대업을 달성했다. 정규시즌 4위 두산은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위 삼성과의 플레이오프(PO·3전 2선승제) 2차전에서 11-3으로 이기며 2승 무패로 KS에 올랐다. 2000년대 들어 나란히 왕조를 열었던 SK(현 SSG·2007∼2012년), 삼성(2010∼2015년)의 6년 연속 KS 진출 기록을 넘어섰다. 또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시작해 최초로 KS에 올랐다. 두산의 가을 DNA는 삼성보다 명백히 한 수 위였다. 전날 1차전 승리로 최초 포스트시즌(PS) 통산 100승을 달성한 두산은 이날 1회부터 상대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2번 타자 페르난데스가 좌전 안타를 치고 출루하자 박건우가 우전 안타, 김재환이 좌중간 적시타를 치며 선취점을 뽑았다. 첫 2이닝 동안 나온 6안타를 모두 밀어치는 안타로 만들어내며 5득점을 하는 등 철저히 상황에 맞는 팀 배팅을 하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이날 장단 15안타를 만들어낸 두산은 5, 8회를 빼고 모든 이닝에 점수를 뽑았다. 쿠바산 폭격기 페르난데스의 방망이가 빛났다. 1회말부터 팀의 첫 안타를 치며 포문을 연 페르난데스는 2회말 2타점 적시 2루타, 3회말 1타점 적시타를 치는 등 5타수 4안타 3타점 1득점을 했다. 전날 마지막 타석부터 5연타석 안타로 PO 최다 연타석 안타 타이기록을 쓴 페르난데스는 기자단 투표 결과 78표 중 40표로 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역대 네 번째 외국인 PO MVP다. 6년 만에 가을야구 무대를 밟은 삼성은 토종 선발 다승 공동 1위(14승) 백정현과 원태인을 이날 모두 출격시키며 총력전을 펼쳤지만 두산의 기세를 꺾지 못했다. 선발 백정현은 1과 3분의 1이닝 5피안타 4실점,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한 원태인은 1과 3분의 1이닝 2피안타 2볼넷 1몸맞는공으로 2실점 했다. 정규시즌 150이닝 이상씩을 책임진 두 투수가 이날 합쳐 3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두산은 14일부터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정규시즌 1위 KT와 7전 4선승제 KS를 치른다. 시즌 평균자책점(2.33)과 탈삼진(225개) 1위 에이스 미란다의 KS 복귀는 두산에 천군만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창단 첫 KS 우승을 노리는 KT와 두산의 가을야구 맞대결은 지난해 PO에서 단 한 번 성사됐다. 당시 두산이 3승 1패로 웃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페퍼저축은행이 창단 첫 승리를 신고했다. 여자 프로배구 제7구단으로 이번 시즌 데뷔한 막내 페퍼저축은행은 9일 경기 화성종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여자부 경기에서 IBK기업은행을 1시간 56분 만에 3-1(25-21, 25-21, 22-25, 25-23)로 눌렀다. 시즌 개막 후 5연패에서 벗어나 6경기 만에 승리를 낚은 페퍼저축은행 선수들은 경기 후 우승이라도 한 듯 기뻐했다. 페퍼저축은행 첫 승의 일등공신은 엘리자벳이었다.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뽑힌 엘리자벳은 양팀 최다인 39점으로 공격을 주도했다. 공격성공률도 시즌 평균(43.5%) 보다 10% 가까이 높은 52.2%를 기록했다. 4세트 23-21에서 오픈 공격으로 매치포인트를 만든 뒤 백어택으로 승부를 결정지은 엘리자벳은 “힘든 경기를 이겨서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페퍼저축은행 ‘초대 사령탑’으로 15년 만에 코트에 복귀한 김형실 페퍼저축은행 감독은 “젊은 선수들이 겁 없이 젊은 패기로 나섰던 것이 주효했다. 선수들이 간절히 원한 첫 승을 이뤄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반면 IBK기업은행은 페퍼저축은행의 첫 승 제물이 되며 1라운드를 6전 전패로 마감했다. 창단 첫 6연패에 빠진 IBK기업은행은 세트 스코어 1-2로 뒤진 4세트 13-8까지 달아나 5세트로 승부를 몰고 가는 듯했으나 18-15로 앞선 상황에서 간판스타 김희진(11득점)이 오른쪽 무릎 부상으로 들것에 실려 나가며 역전을 허용했다. 김희진은 네트 플레이를 하는 과정에서 동료 김하경의 발을 밟으면서 무릎이 꺾였다. 남자부 OK금융그룹은 삼성화재를 3-1로 꺾었다. 삼성화재 출신인 OK금융그룹 레오는 친정팀을 상대로 27득점을 기록했다. 4승 2패(승점 11)를 한 OK금융그룹은 KB손해보험(승점 9)을 제치고 3위에 올랐다. 삼성화재는 3승 3패(승점 7).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개장 후 처음 맞이한 가을잔치 열기는 뜨거웠다. 9일 프로야구 삼성의 안방구장인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는 두산과의 플레이오프(PO·3전2선승제) 1차전을 보기 위해 몰려든 관중으로 가득 찼다. 삼성이 2016년 3월 19일 새 구장을 연 후 안방에서 첫 가을야구를 맞으면서 이날 구장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많은 2만2079명의 관중을 기록했다. 매진 2만3000석에 근접한 규모다. 20년 넘게 삼성 팬인 대학생 배용규 씨(22)는 “경남 진주에서 차를 타고 2시간 걸려서 왔다. 홈구장에서 가을야구 하기를 오래 기다렸다”고 했고, 대구 달성군에 사는 직장인 곽진희 씨(28·여)는 “코로나 이후 야구장에 처음 왔다. 관중석 전체가 오픈돼서 걱정도 되지만, 다 같이 경기를 볼 수 있어 너무 좋다”고 전했다. 이날 서울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3시간 40분 걸려 도착한 두산 팬 전주영 씨(22)는 “관중이 많아지니 응원할 맛이 나서 가을야구 모든 경기를 직접 관람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삼영 삼성 감독도 “(많은 팬들이 와주셔서)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펼칠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만 아쉬운 장면도 많았다. 이날 3루 출입구는 아수라장이었다. 밀집도를 낮추기 위해 입장 대기줄을 잠실구장보다 2배 많은 4개로 나눴지만, 경기 시작 30분 전인 오후 6시 야구장 정문 광장은 대기줄로 빼곡히 들어찼다. 바닥에 붙은 2m 거리 두기 표시 스티커는 무의미했다. 잠실구장과 달리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와 비접종자의 대기줄 구분도 없었다. 야구장 내 식당과 매점에도 몰려든 관중으로 혼잡했다. 한 치킨집에는 3m가량의 입장 안내선보다 긴 줄이 이어졌다. 족발집의 한 직원은 “관중석에서 취식이 가능해지면서 사장님도 신이 나신 것 같다”고 전했다. 대구시는 이날 승객 밀집도 완화를 위해 지하철 2호선에 임시열차 4대를 투입했다. 삼성라이온즈파크는 2호선 대공원역 인근에 있다.대구=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대구=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6년 만에 대구로 돌아온 가을 야구, 이번에도 웃은 건 곰이었다. 정규시즌 4위 두산은 9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1 KBO리그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안방 팀 삼성(2위)에 6-4로 승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사상 처음 3전 2선승제로 치러지는 PO에서 1차전을 가져가면서 두산은 한국시리즈(KS) 진출에 유리한 교두보를 쌓았다. 이 경기 전까지 대구(당시 시민야구장)에서 마지막으로 열렸던 포스트시즌 경기(2015년 10월 27일 KS 2차전)의 승자도 두산이었다. 당시 삼성에 6-1로 승리하며 2차전을 가져간 두산은 이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3, 4, 5차전을 쓸어 담으며 그해 정상에 섰다. 두산은 1회말 삼성 구자욱, 외국인 타자 피렐라에게 각각 적시 2루타를 내주며 2실점했다. 자칫 분위기를 상대에게 내줄 수 있는 상황. 그러나 두산은 곧바로 이어진 2회초 2사 만루 기회에서 반격했다. 9번 타자 강승호가 삼성 선발 뷰캐넌을 상대로 2타점 중전 적시타를 치며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정수빈의 땅볼 때 삼성 3루수 이원석의 실책이 나오면서 역전 주자 박계범이 홈을 밟았다. 양 팀은 8회에 한 점씩을 얻으면서 8회말까지 두산은 4-3의 간발의 리드를 지키고 있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장면은 9회초 두산의 공격 때 펼쳐졌다. 삼성은 2사 후 올 시즌 세이브 1위 ‘돌부처’ 오승환을 마운드에 올렸다. 하지만 ‘가을 DNA’로 무장한 두산 타자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정규시즌에서 홈런을 한 개도 치지 못했던 박세혁이 오승환을 상대로 우측 담장을 훌쩍 넘기는 쐐기 홈런을 친 게 시작이었다. 이후 김재호와 강승호, 정수빈이 연속 안타를 때리며 한 점을 더 달아났다. 2013년 이후 처음 한국 야구 포스트시즌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은 아웃카운트를 한 개도 잡지 못한 채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삼성은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구자욱의 솔로포로 한 점을 따라갔지만 경기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삼성으로선 두 차례 1사 만루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게 뼈아팠다. 삼성 타선을 잠재운 건 두산 두 번째 투수 홍건희(29)였다. 5회말 1사 만루에서 등판해 오재일에게 병살타를 빼앗아내며 불을 끈 홍건희는 3이닝 동안 공 52개를 던지며 3피안타 1실점으로 삼성 타선을 틀어막았다. 올 시즌 최다 이닝, 투구 수를 기록한 그는 데일리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역대 3전 2선승제로 치러진 18차례의 포스트시즌에서는 1차전 승리팀이 100% 시리즈를 가져갔다.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두산이 이기면 사상 첫 7년 연속 KS 진출의 대업을 이룬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선발 요원인 백정현과 원태인을 묶어서 낼 생각”이라며 총력전을 예고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유리한 조건으로 남은 경기를 치르게 됐지만 마지막까지 방심은 없다”고 말했다.대구=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대구=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지난 시즌 프로배구 여자부 준우승팀 흥국생명은 올 시즌 하위권 전력으로 분류됐다. 김연경, 이재영 등 주전 대부분이 팀에서 이탈했기 때문이다. 9일로 V리그 1라운드가 마무리된 가운데 흥국생명은 2승 4패(승점 6)로 7팀 중 5위를 달리고 있다. 높은 순위는 아니지만 예상 이상으로 선전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 중심에 센터 이주아(21)가 있다. 2018~2019시즌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흥국생명에 지명된 4년차 이주아는 현재 센터의 주요 지표인 속공(성공률 59.26%), 블로킹(세트 당 1.000개)에서 모두 선두를 달리고 있다. 2020 도쿄 올림픽 멤버이자 9시즌 연속 연봉퀸인 양효진(32·현대건설)을 두 부문에서 2위로 따돌렸다. 양효진은 속공 성공률 57.89%, 블로킹은 세트 당 0.826개를 기록 중이다. 시즌 전부터 보완해야 할 부분으로 블로킹을 꼽았던 이주아는 자신의 경기 영상을 수없이 돌려보며 손 모양 등 미세한 부분들을 수정했다. 그 결과 지난달 24일 현대건설과의 경기에서 한 경기 개인 최다인 6블로킹을 성공하기도 했다. 지난 시즌 레프트 중심의 오픈 공격을 주로 구사했던 흥국생명은 올 시즌 속공, 이동공격 등의 비중을 높이며 보며 공격패턴을 다양화하고 있다. 신인시절부터 이동공격에 능해 ‘이동주아’로도 불렸던 그는 다른 무엇보다 이동공격 부문 1위에 오르고 싶다는 각오다. 현재 성공률 42.11%로 6위를 달리고 있다. 새 안방인 인천 삼산체육관은 한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센터로 운영됐다. 흥국생명은 1라운드 내내 홈팬 앞에 서지 못했다. 다행히 14일부터 안방 경기를 치른다. 안방 팬들의 환호를 등에 업은 이주아가 좋은 경기력을 선보일수록 흥국생명이 올 시즌 목표로 내건 ‘리빌딩’으로 가는 길도 단축된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경험의 중요성이 이렇게 큰 걸까. 올 프로야구 포스트시즌(PS)에 첫 도전장을 던진 사령탑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시고 있다. 홍원기 키움 감독(48)과 류지현 LG 감독(50)이 7년 연속 PS 진출을 이끈 김태형 두산 감독(54)의 벽을 넘지 못하고 가방을 쌌다. 6년 만에 가을야구에 복귀한 삼성은 이 사슬을 끊겠다는 각오다. 부임 2년 차이자 PS 데뷔전을 치르는 허삼영 삼성 감독(49) 역시 “두산의 경험에 상응하는 준비를 해 왔다”고 출사표를 밝혔다. 전력분석팀장 출신으로 팬들에게 ‘허파고’(허삼영+알파고)라고 불리는 허 감독이 가을야구 무대에서 ‘곰탈여’(곰의 탈을 쓴 여우) 김 감독을 만나 어떤 예측 불허의 묘수를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두 감독은 모두 올 시즌 경기 도중 큰 변화를 주지 않은 스타일.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 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두 팀은 이번 시즌 경기당 투수 기용(삼성 5위, 두산 7위), 대타 기용(두산 7위, 삼성 9위), 희생 번트(삼성 6위, 두산 7위) 등에서 나란히 중하위권을 기록했다. 차이가 있다면 도루다. 삼성은 올 시즌 두 번째로 많은 160회의 도루 시도를 해 가장 많은 116개의 도루를 성공했다. 반면 두산은 도루 시도(118회)와 성공(81개)에서 모두 8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정규시즌과 PS는 접근법이 다르다. 허 감독이 데이터 전문가라면 김 감독은 냉정한 승부사다. 7일 LG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도 김 감독은 필승조 이영하를 2회에 조기 투입하는 초강수를 두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외국인 원투펀치 없이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는 김 감독은 8일 발표한 출장자 명단에 베테랑 투수 장원준을 새로 올리기도 했다. 올 시즌 0승 1패에 그쳤지만 선발 경험이 많은 장원준이 시리즈에서 어떻게 활용될지 눈길을 끈다. 반면 뷰캐넌, 원태인, 백정현 등 세 명의 10승 투수가 건재한 삼성은 마운드 운용에서 훨씬 유리해 보인다. 다만 투수 교체 시점을 언제로 잡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수 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19세 김주형(CJ대한통운)이 2021시즌 한국남자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를 자신의 천하로 만들었다. 김주형은 7일 경기 파주시 서원밸리CC(파72)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대회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2개로 2타를 줄이며 최종합계 17언더파 271타로 2위를 했다. 이로써 올 시즌 제네시스 대상(5540점), 상금왕(약 7억5493만 원), 덕춘상(최저타수상·평균 69.1628타)을 모두 거머쥐며 10대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3관왕의 영광을 안았다. 코리안투어 3관왕 탄생은 2009년 배상문(35) 이후 12년 만이다. 5점 차이로 대상의 향방이 갈렸다. 이번 대회 전까지 김주형은 제네시스 포인트 4940점으로 5235점의 박상현(38)에 이어 2위였다. 미국프로골프(PGA) 2부 투어 콘페리 투어 Q스쿨 등에 도전하며 최근 2개월 동안 국내 무대를 비웠던 만큼 김주형 본인조차 대상 수상은 힘들 것으로 봤다. 그러나 이번 대회 준우승으로 포인트 600점을 추가해 5540점이 됐다. 반면 박상현(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은 공동 8위로 포인트 300점을 챙기며 5535점에 머물러 추월을 허용했다. 김주형이 한 타를 더 잃어 공동 2위가 됐거나, 박상현이 한 타를 더 줄여 공동 7위가 됐더라면 박상현에게 대상이 돌아갈 수 있었다. 단 한 타 차이로 대상 주인이 바뀐 셈. 18번홀에서 약 4.5m 버디 퍼팅을 놓친 박상현은 아쉬움에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그린 위에 무릎을 꿇기도 했다. 경기를 마친 뒤 스코어카드를 제출하며 대상 수상 소식을 알게 됐다는 김주형은 “올해 목표는 상금왕과 대상이었는데 이루게 돼 기쁘다. 많은 경험과 큰 발전을 이루게 된 시즌인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우승은 최종합계 23언더파 265타로 마친 김비오(31)에게 돌아갔다. 2019년 이른바 ‘손가락 욕설’에 따른 출장정지 징계 뒤 지난해 8월 복귀해 처음으로 한 우승이다. 투어 통산 6승. 김비오는 이날만 버디 10개, 보기 1개로 9타를 줄이며 코스 레코드(63타)도 세웠다. 우승 상금 2억4000만 원을 받은 김비오는 우승 뒤 별다른 세리머니 없이 “제 실수였던 행동에 대한 마음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앞으로 더 성숙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엘리시안 제주CC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에쓰오일 챔피언십에서는 2015년 신인왕 출신인 박지영(25)이 우승했다. 박지영은 최종 3라운드에서 버디 5개, 보기 1개로 4타를 줄이며 최종합계 11언더파 205타로 정상에 섰다. 2년 11개월 만에 통산 3승째를 올리며 우승 상금 1억2600만 원을 받았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프로배구 여자부 KGC인삼공사의 자유계약선수(FA) 이적생 이소영(27·사진)이 친정팀 GS칼텍스를 울렸다. 인삼공사가 7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와의 경기에서 3-1(25-15, 29-31, 25-18, 25-20)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는 레프트 이소영이 이적 후 친정팀 GS칼텍스를 처음 상대하는 경기로 주목받았다. 앞서 8월 한국배구연맹(KOVO)컵 대회 두 팀의 맞대결 당시 부상 후 재활로 출전하지 않았던 이소영은 이날 1세트부터 7득점으로 활약했다. 이소영은 이날 외국인 선수 옐레나(27득점)에 이어 팀에서 두 번째로 많은 19득점(공격성공률 39.47%)을 기록했다. 서브, 블로킹으로도 각각 2득점 했고 특히 62.5%의 리시브 효율을 기록했다. 역시 트레이드로 GS칼텍스에서 인삼공사로 이적한 레프트 박혜민(21)도 10득점(성공률 44.44%)으로 선전했다. 인삼공사는 특히 이날 서브 에이스 12개로 0개에 그친 GS칼텍스를 압도했다. 전날까지 세트 득실률에서 밀려 여자부 3위를 달리던 인삼공사는 이날 승리로 GS칼텍스를 제치고 2위로 도약했다. 5승 1패(승점 15)로 1라운드를 마무리했다. 2세트 막판 비디오 판독 결과에 대해 강하게 항의하면서 이영택 인삼공사 감독이 3세트 퇴장 조치를 받을 정도로 경기가 과열되기도 했다. 앞서 열린 남자부 경기에서는 한국전력이 대한항공에 3-1(28-26, 25-15, 17-25, 25-14)로 승리했다. 레프트 서재덕이 팀 최다인 19득점(성공률 48.14%)을 했다. 4승 2패(승점 12)가 된 한국전력은 세트 득실률(1.500)에서 현대캐피탈(1.400)에 앞서며 남자부 선두로 1라운드를 마쳤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작은 플레이 하나가 승부를 가른다.’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두산과 LG의 준플레이오프(준PO) 1차전은 이 명제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킨 경기였다. 7년 연속 포스트시즌(PS) 무대를 밟은 정규리그 4위 두산이 3위 LG에 5-1로 승리했다. 3회초 두산의 선취점부터 그랬다. 선두 타자 박계범(25)이 안타를 치고 나간 상황에서 두산은 후속 타자 박세혁(31)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했다. 박세혁의 번트 타구가 뜨면서 1루 주자 박계범의 스타트가 늦었지만 LG 포수 유강남(29)은 2루 대신 1루로 공을 던졌다. 이어 정수빈(31)이 중전 적시타를 치면서 박계범은 홈을 밟았다. 유강남이 번트 수비 때 2루로 공을 던졌더라면 실점하지 않을 수 있었던 대목이다. 두산의 쐐기점이 나온 8회초에도 LG의 송구 하나가 아쉬웠다. 1-2로 뒤진 1사 3루 상황에서 LG 내야진은 추가 실점을 막기 위해 전진수비를 펼쳤지만 대타 김인태(27)의 땅볼을 잡은 2루수 정주현(31)이 포수 머리를 넘기는 악송구를 하면서 상대에 점수를 헌납했다. 이 틈을 타 김인태는 3루까지 진루했고, 대주자 안권수가 후속 타자 박세혁의 안타 때 홈을 밟으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외국인 원투펀치 미란다와 로켓이 모두 부상으로 로스터에서 제외된 가운데 제 몫을 해낸 두산 선발 최원준(27)의 호투도 빛났다. 5이닝 동안 3피안타 3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LG 타선을 틀어막았다. 4와 3분의 2이닝 2실점을 한 LG 수아레즈(29)와의 선발 맞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이날 패스트볼 최고 구속 시속 141km에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을 섞어 던진 최원준은 1차전 데일리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타석에서는 정수빈이 결승타 포함 4타수 2안타 1타점을, 박세혁이 3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한편 잠실 라이벌전에 걸맞게 5회초 양 팀 사령탑의 뜨거운 신경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상황은 무사 1루 두산 정수빈이 기습 번트를 치고 1루로 달리면서 포수 유강남의 송구가 정수빈의 몸에 맞고 빠지면서 시작됐다. 순식간에 무사 1, 3루가 됐지만 LG의 비디오 판독 요청 결과 정수빈은 3피트 라인 위반으로 아웃이 선언됐다. 3루 주자도 1루로 되돌아와야 했다. 이에 김태형 두산 감독이 상황 설명을 요구하며 그라운드에 나왔다가 들어갔고 류지현 LG 감독이 비디오 판독에 대한 항의는 자동 퇴장 대상이 아니냐며 강하게 어필했다. 류 감독의 항의는 5분 가까이 이어졌다. 결국 이영재 주심이 마이크를 들고 상황 설명에 나서야 했다. 한편 이날 승리로 두산은 100%의 확률을 쥐었다. 역대 3전 2선승제로 치러진 17차례의 준PO에서 1차전 승리 팀은 모두 PO에 진출했다. 2차전은 5일 같은 장소에서 두산의 안방경기로 치러진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2021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WS)의 주인공은 애틀랜타였다. 애틀랜타가 3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열린 WS 6차전에서 휴스턴에 7-0 완승을 거두며 시리즈 전적 4승 2패로 정상에 섰다. 그레그 매덕스, 톰 글래빈, 존 스몰츠 등 투수 트로이카가 맹활약했던 1995년 이후 26년 만에 챔피언 반지를 꼈다. 보스턴 브레이브스 시절이었던 1914년, 밀워키 브레이브스였던 1957년까지 포함하면 통산 네 번째 우승이다. 공교롭게도 프로 23시즌 중 21년 동안 애틀랜타 유니폼을 입은 전설의 홈런왕 행크 에런(통산 755홈런)이 1월 세상을 떠난 지 열 달 만에 그의 후배들이 챔피언에 등극했다. 정규시즌 팀 홈런 3위(239개)인 애틀랜타는 이번 WS에서도 휴스턴(2개)을 압도하는 총 11개의 홈런을 적재적소에 터뜨리며 승기를 잡았다.○ 새 얼굴로 이룬 혹독한 도전 애틀랜타의 도전기는 그 어느 팀보다 험난했다. 주전 외야수 마르셀 오수나(31)가 5월 가정폭력 혐의로 전력에서 이탈한 데 이어 2019, 2020년 연속 실버슬러거를 수상한 팀의 대표 스타 로널드 아쿠나 주니어(24)마저 7월 오른쪽 무릎 전방 십자인대 파열로 시즌 아웃됐다. 올스타 브레이크 전까지 44승 45패로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3위에 그쳤다. 당시 통계사이트 팬그래프스는 애틀랜타의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을 8%, WS 우승 확률을 0.4%로 점쳤다. 그러나 앨릭스 앤소풀러스 애틀랜타 단장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앞서 족 피더슨(29)을 시카고 컵스에서 트레이드해 온 데 이어 트레이드 마감 시한(7월 31일)에는 애덤 듀발(33·전 마이애미), 에디 로사리오(30·전 미네소타), 호르헤 솔레르(29·전 캔자스시티·사진)까지 외야 자원만 4명을 영입하며 도전을 이어갔다. 새 얼굴들의 활약으로 애틀랜타는 후반기 44승 28패를 하며 동부지구 선두로 포스트시즌에 안착했다.○ 결승 홈런만 3방 솔레르 시리즈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로사리오에 이어 WS에서도 팀을 이끈 건 ‘이적생’ 솔레르였다. 이날 팀의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솔레르는 3회초 2사 1, 2루 기회에서 446피트(약 136m)의 초대형 좌측 장외홈런을 쏘아 올리며 결승 타점을 기록했다. 앞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NLCS 당시 5, 6차전 2차례 대타 출전에 그쳤던 솔레르는 WS 들어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1차전에서도 WS 사상 첫 1회초 선두타자 홈런, 4차전에는 대타로 나와 역전 백투백 홈런을 치는 등 결승 홈런만 3개를 쳤다. 이번 시리즈 타율 0.300, 3홈런 6타점으로 쿠바 출신으로는 1997년 플로리다 투수 리반 에르난데스 이후 역대 두 번째로 WS MVP가 됐다. 1957년 에런 등에 이어 단일 월드시리즈에서 3홈런을 친 네 번째 애틀랜타 선수로도 이름을 올렸다. 솔레르는 “MVP 수상은 나와 가족에게 많은 의미가 있다. 정말 특별하다”는 소감과 함께 “처음 이곳에 트레이드됐을 때는 힘들었지만 클럽하우스 모두가 나를 환영해줬다. 이내 가족과 같은 사이가 됐다”며 동료들에 대한 감사함도 표현했다. 이날 애틀랜타의 안방구장인 트루이스트파크에는 1만4000여 명의 홈 팬이 모여 함께 경기를 지켜봤다. 공교롭게도 우승 주역인 앤소풀러스 단장은 지난 주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자택에서 경기를 봐야 했다. 무증상인 만큼 6일 예정된 우승 퍼레이드에는 참석할 것으로 전망된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프로배구 여자부 GS칼텍스가 3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도로공사와의 경기에서 3-0(25-21, 25-21, 25-20)으로 이겨 상대전적 10연승을 이어갔다. 지난해 1월 25일 경기(2019∼2020시즌 4라운드)부터 연승 중이다. 외국인 선수 모마가 양 팀 최다인 31득점을 기록한 GS칼텍스는 승점 12(4승 1패)로 2위를 유지했다. 남자부 KB손해보험은 대한항공을 3-1(25-22, 22-25, 25-17, 25-21)로 꺾고 3연패에서 탈출했다. 31점을 퍼부은 KB손해보험 케이타는 서브에이스 3개, 블로킹 4개, 후위 공격 10개를 성공하며 시즌 첫 트리플 크라운(서브, 블로킹, 후위공격 3득점 이상)을 달성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2021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WS)의 주인공은 애틀랜타였다. 애틀랜타는 3일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열린 WS 6차전에서 휴스턴에 7-0 완승을 거두며 시리즈 전적 4승 2패로 정상에 섰다. 그렉 매덕스, 톰 글래빈, 존 스몰츠 등 투수 트로이카가 맹활약했던 1996년 이후 25년 만에 WS 챔피언 반지를 꼈다. 1914년(당시 보스턴 브레이브스), 1957년(당시 밀워키 브레이브스)에 이어 통산 네 번째 우승이다. 애틀랜타 출신으로 1957년 우승 주역이기도 한 ‘전설의 홈런왕’ 행크 에런(통산 755홈런)이 올해 1월 세상을 떠났는데 애틀랜타는 공교롭게 그해 챔피언이 됐다. 애틀랜타의 WS 도전기는 그 어느 팀보다 험난했다. 주전 외야수 마르셀 오수나(31)가 5월 가정폭력 혐의로 이탈한 데 이어 팀의 대표 스타인 로날드 아쿠나 주니어(24)마저 7월 오른쪽 무릎 전방 십자인대 파열로 시즌 아웃됐다. 올스타 브레이크 전까지 44승 45패로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3위에 그쳤다. 당시 통계사이트 팬그래프스는 애틀랜타의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을 8%, WS 우승 확률은 0.4%로 점쳤다. 그러나 알렉스 앤소풀러스 애틀랜타 단장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7월 들어 작 피더슨(29)을 시카고 컵스에서 트레이드 해 왔고, 트레이드 마감시한 당일(7월 31일)에 애덤 듀발(33·전 마이애미)과 에디 로사리오(30·전 미네소타), 호르헤 솔레르(29·전 캔자스시티) 등 외야 자원을 대거 영입했다. 이적생들이 펄펄 난 애틀랜타는 보란 듯 후반기 44승 28패를 기록하며 동부지구 선두로 포스트시즌에 안착했다.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최우수선수(MVP) 로사리오에 이어 WS에서 팀을 이끈 선수 역시 ‘이적생’ 솔레르였다. 이날 팀의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솔레르는 3회초 무사 1,2루 기회에서 446피트(약 136m)짜리 초대형 좌측 장외홈런을 쏘아 올리며 결승 타점을 올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NLCS 당시 2타석에 그쳤던 솔레르는 WS들어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1차전에서 WS 사상 첫 1회초 선두타자 홈런을 때렸고, 4차전에는 대타로 나와 역전 백투백 홈런을 작렬했다. WS에서 기록한 결승홈런만 3개다. 솔레르는 쿠바 출신으로는 1997년 리반 에르난데스(당시 플로리다) 이후 역대 두 번째로 WS MVP가 됐다. 이날 애틀랜타의 안방구장 트루이스트 파크에는 1만4000여 명의 팬이 모여 함께 경기를 지켜봤다. ‘단장의 야구’로 우승에 일조한 앤소풀러스 단장은 지난 주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자택에서 경기를 봐야했다. 무증상인 만큼 6일 예정된 우승 퍼레이드에는 참석할 전망이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200.’ 여자 골프 세계 최고의 무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이 들어올린 우승 트로피 숫자다. 고 구옥희 프로가 1988년 스탠더드 레지스터 대회에서 첫 우승을 신고한 뒤 지난달 국내 유일의 LPGA투어 대회인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고진영(26)이 우승하기까지 33년간 총 48명의 선수가 200승을 합작했다. 이는 개최국인 미국(1527승)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것이다. 48명 중 1승을 거둔 선수가 19명이나 될 정도로 특정 몇 명의 선수가 아닌 여러 선수들의 땀방울이 모여 만들어진 결과다.세계 랭킹에서 한국 선수는 2일 현재 톱50에 15명이 있어 미국(11명)에 앞선다. 톱10에도 1위 고진영, 3위 박인비(33), 4위 김세영(28), 9위 김효주(26) 등 가장 많은 4명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1980년대만 하더라도 불모지에 가까웠던 한국 여자 골프가 이처럼 전 세계를 호령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황금 길 연 개척자 박세리 한국 여자 골프 발전의 기폭제 역할을 한 건 단연 박세리(44)다. 데뷔 시즌인 1998년 메이저대회 맥도널드 LPGA 챔피언십, US여자오픈을 포함해 4승을 따내며 국민 영웅이 됐다. 이런 활약에 제2의 박세리를 꿈꾸는 이른바 ‘세리 키즈’들이 쏟아졌다. 2016년 한국체육학회지(제55권 제1호)에 실린 ‘한국 여자 프로골프 선수의 LPGA투어 성공 요인’(임진택 외 2인)에서는 “박세리가 1990년대 후반 당시 외환위기로 신음하고 있던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골프에 대한 인식을 바꿔 놓았다. 더불어 골프가 돈과 명예를 한꺼번에 안겨줄 하나의 전문적인 직업이 될 수 있다는 의식이 생겨나면서 어린 선수들과 부모들이 ‘꿈의 무대’ LPGA투어 진출을 목표로 삼게 됐다”고 밝혔다. 스펜서 로빈슨 아시아골프산업협회(AGIF)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 역시 “박세리가 젊은 한국 골퍼들을 위한 황금 길을 열었다”고 평했다. ○ 압도적인 훈련량과 체계적인 조기 교육 한국 여자 골프의 경쟁력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압도적인 훈련량이다. 한국 선수들은 골프를 통해 성공하겠다는 목적이 강한 만큼 어려서부터 고강도 훈련을 견뎌내고 있다. 2019년 LPGA투어 신인왕 이정은(25)은 중고교 시절 하루에 퍼트 연습만 12시간 이상 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다승 선두(6승)인 박민지(23) 역시 중1 때 9홀짜리 파3 골프장을 하루에 7바퀴씩 돈 연습광으로 유명하다. 한국 여자 골프 선수 관련 블로그인 ‘서울 시스터스’를 운영하는 에릭 플레밍 씨는 한국 선수들의 경쟁력을 묻는 질문에 “누군가 카네기홀 무대에 어떻게 서느냐는 질문을 할 때와 답이 같다. 연습, 연습 또 연습(Practice, practice, practice)”이라고 설명했을 정도다. LPGA투어 대회 때 한국 선수들은 새벽에 연습장 불을 켜고 들어가 심야에 불을 끄고 나온다는 말이 있었다. 하늘의 별 따기에 비유되는 국가대표로 선발되기 위해선 학창 시절 대한골프협회(KGA)가 주관하는 전국대회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하는 만큼 많은 훈련량이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미국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 선수들도 이젠 한국 선수만큼 훈련을 한다. 공동묘지에서 담력을 키웠다거나 아파트 계단을 오르며 체력을 길렀다는 선배들의 사연은 이젠 전설이 돼버렸다. 요즘 한국 선수들은 중고교 시절부터 체계적인 관리를 받으며 스윙뿐 아니라 멘털, 체력 등 전문 코치에게 트레이닝을 받고 있다. LPGA투어 진출에 대비해 영어 교육까지 받으며 ‘빅 리그’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다. 한국 특유의 이른바 ‘골프 대디’ 문화도 경쟁력에 한몫했다. 자녀의 뒷바라지를 위해 낯선 타지 생활을 감수하는 것은 물론이고 음식 장만과 차 운전, 때로는 매니저까지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부모 덕에 미국 무대에 연착륙하고 있다. 투어 통산 12승을 따낸 김세영 역시 성공의 열쇠로 “부모의 전폭적인 지지”를 꼽았을 정도다.○ 탄탄한 국내 육성 시스템도 한몫 한국 선수들은 중고교 시절부터 국가대표가 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대한골프협회는 대회 성적에 따른 포인트로만 선수를 선발한 뒤 전폭적인 지원으로 실력을 키우게 한다. 세계 최강 한국 양궁처럼 공정성이 중요하게 작동한다. 신지애 최나연 박인비 등 용띠 스타들은 “중고교 시절 뛰어난 동기들이 너무 많아 스트레스도 받았지만 기량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입을 모은다. 고진영과 김효주도 중고교 시절부터 라이벌 관계였다. 국내 KLPGA투어의 성장도 선수 경쟁력에 튼튼한 자양분 역할을 하고 있다. 20년 전인 2001년 16개 대회 총상금 27억 원으로 진행됐던 정규 투어는 올해 29개 대회 약 271억 원 규모(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200만 달러 포함)로 확대됐다. 더구나 정규 투어와 시메트라 투어(2부)로 이원화돼 있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드림투어(2부)에 점프투어(3부)까지 운영되면서 화수분처럼 해마다 스타들이 샘솟는 토양이 되고 있다. 세계 랭킹 20위인 제시카 코르다(미국)는 한국 선수들의 경쟁력에 대해 “우리 투어에 오기 전부터 그들은 이미 프로다. 우리가 ‘루키’라고 부르는 그들은 이미 10번의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라고 평했다. 2015∼2019년 5년 연속 한국 선수가 LPGA투어 신인상을 연이어 수상한 것도 이상할 게 없었다. 여자 골프가 뛰어난 국제 경쟁력을 지닌 데다 인기가 높다 보니 기업마다 우수 선수 영입에 집중하고 있다. 어린 유망주들도 후원 계약에 따른 재정적인 안정을 통해 골프에만 집중할 수 있다. 올해 KLPGA투어 선수들을 후원하는 메인스폰서는 총 38곳이다. 최근에는 구매력 높은 팬들을 겨냥한 중소기업들의 후원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한국 여자 골프의 장밋빛 미래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연희 전 골프 대표팀 감독(61)은 “과거 제한된 유망주 풀에서 선수들을 키워냈다면 골프 대중화 현상과 함께 골프에 도전하는 선수들이 더 다양해지고, 더욱 어려지고 있다. 과거 10년 주기로 재능 있는 선수들이 등장했다면 요새는 3, 4년으로 그 주기가 더 짧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과거에 비해 도전 의지가 약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재열 SBS 해설위원은 “국내 투어가 활성화되면서 LPGA투어에 도전하기보다는 국내 무대에 안주하려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박세리 박인비같이 최고 무대에 도전하는 선수가 계속 나와야 한국 골프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홍구 스포츠부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