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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절자(Renegade)’가 떴다. 경호하라.” 미국 비밀경호국(SS) 요원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밀착 경호하며 무전기로 이런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변절자’는 다름 아닌 오바마 대통령의 코드네임(암호명). 이 암호명을 정한 것은 바로 오바마 대통령 자신이다. 타임지 인터넷판은 8일 경호 임무가 늘어나는 대선 시즌을 맞아 대통령과 대선후보의 암호명을 분석했다. 경호국은 비밀경호 대상에게 먼저 알파벳 머리글자를 주고 마음에 드는 단어를 암호명으로 결정하게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R’가 주어지자 ‘변절자’를 택했다. 대통령들은 자신의 이미지와 비슷한 암호명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워싱턴의 아웃사이더’였던 오바마 대통령은 기존 정치에 물들지 않은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변절자’를 택했을 것으로 타임지는 분석했다. 자신을 9·11테러 배후 척결에 나선 용감한 리더라고 봤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선구자(Trailblazer)’라는 암호명을 택했다. 2008년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베트남전 포로로 고초를 겪었던 경험을 살려 ‘불사조(Phoenix)’를 택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집사(Deacon)’, 할리우드 서부영화에 단골로 출연했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서부 TV 드라마의 제목인 ‘로하이드(Rawhide·생가죽 채찍)’를 택했다. 밋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는 자신의 아버지가 세운 자동차 회사 아메리칸모터스의 첫 자동차 모델명인 ‘창(槍·Javelin)’을 암호명으로 정했다. 사냥이 취미인 폴 라이언 공화당 부통령 후보는 ‘활 사냥꾼(Bowhunter)’, 아일랜드 계통인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은 ‘켈트족(Celtic)’이다. 대통령의 스캔들과 암호명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경우도 있다. 수많은 여성과 염문을 뿌린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암호명은 ‘랜서(Lancer)’. 중세 영국 아서왕을 수호했던 원탁의 기사 중 가장 용맹하지만 바람기 많은 기사 ‘랜슬롯’을 떠올리게 한다. 부하를 시켜 한밤중에 손전등을 켜고 워터게이트 호텔에 잠입하게 만든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암호명은 ‘탐조등(Searchlight)’이었다. 딕 체니 전 부통령의 암호명은 ‘낚시꾼(Angler)’. 그가 낚시를 즐기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비밀을 잘 캐내는 스타일과도 딱 맞아떨어진다고 타임지는 전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나는 더이상 그저 단순한 후보가 아닙니다. 내가 바로 대통령입니다.”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6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던진 이 한마디에 3만 명이 운집한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럿의 타임워너 케이블 아레나는 떠나갈 듯한 함성으로 가득 찼다. 4년 전 그저 단순한 대통령 후보로 연설할 때와 달리 젊은이들을 전쟁터에 보내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전쟁에서 자식을 잃은 부모들과 포옹해본, 집을 잃은 가정과 직장을 잃은 노동자들의 고통과 좌절도 함께 나눈 ‘경험이 있는’ 대통령으로서 다시 대선후보가 됐다는 것이다. 세계 초강대국 최고 통수권자로서의 자신감과 책임감을 응축한 이 말은 지난 4년 동안 자신이 이룬 성과를 과시하는 동시에 아직 해결하지 못한 국가적 과제를 완수할 수 있도록 4년 더 시간을 달라는 호소이기도 했다. 11월 6일 대선에서 맞붙는 밋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와 초박빙의 접전을 벌이고 있는 오바마는 유권자들의 심금을 울리는 감성적 연설을 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향후 4년간 펼칠 구체적인 정책 청사진을 제시하는 데 주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힘들지만 진실을 말하겠다. 우리 앞의 도전을 해결하려면 앞으로 몇 년이 더 필요하다”며 경제회복의 임무를 마치지 못했음을 인정했다. 이어 “부유층 세금 감면, 월가 규제 완화 등 공화당의 해법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재선에 성공한 뒤 펼칠 정책을 국가안보 경제 교육 에너지 등 분야별로 상세하게 제시했다. 롬니에 대한 비판도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런던 방문 때 올림픽 준비 상황을 문제 삼은 롬니의 말실수에 빗대 “이런 사람이 어떻게 베이징(北京)과 외교를 할 준비가 됐겠느냐”고 비꼬기도 했다. 또 공화당의 외교정책을 비판하면서 전쟁 종식과 방지를 통해 아낀 돈을 경제에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바마는 ‘변화’와 ‘희망’의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건강보험 개혁 덕분에 심장수술을 받게 된 소녀, 불법이민 추방 유예 조치 덕분에 미국에 살 수 있게 된 대학생 등 평범한 미국인들의 사례를 거론하며 “변화를 가능하게 한 것은 내가 아니라 나의 동료 시민들이며 이들이 있기에 미국이 어떤 도전도 물리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고 연설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애리조나 총기사건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난 개브리엘 기퍼즈 전 하원의원이 부축을 받으며 무대에 등장해 다소 어눌한 발음으로 ‘국기에 대한 맹세’를 낭독해 청중이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과 차기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으로 거론되는 존 케리 상원의원은 롬니의 외교 경험 부족을 비판했다. 케리는 “4년 전보다 살림살이가 나아졌느냐”는 공화당 구호에 빗대어 “죽은 빈라덴에게 4년 전이 좋은지 지금이 좋은지 물어보라”고 말했다.샬럿=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1월 6일 미국 대통령선거에 나서는 민주당 후보로 5일 공식 지명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6일 수락 연설을 할 예정이다. 이로써 6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 레이스가 본격 시작됐다. 앞서 공화당은 지난달 30일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와 폴 라이언 하원의원을 각각 대통령,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날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럿의 타임워너 케이블 아레나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이틀째 행사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후보로 추대하는 연설을 했다. 그는 정공법을 택했다. 청중을 향해 “우리가 4년 전보다 나아졌는가”라고 물은 뒤 일자리 창출, 재정, 건강보험, 환경 정책 분야 등에서의 오바마 업적을 열거했다. 롬니 진영이 민주당 전대 기간에 ‘당신은 4년 전보다 나아졌습니까’라는 슬로건으로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취한 것에 정면으로 반격한 것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오바마는 전임 조지 W 부시 공화당 행정부로부터 1990년대 중반 내가 겪은 경기침체보다 더 나쁜 상태의 경제를 물려받아 회복의 길에 들어서게 했다”며 “그가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4년 더 시간을 주자”고 호소했다. 이어 “반대파와도 협력할 줄 아는 오바마야말로 대통령에 재선돼야 한다”며 “2008년 민주당 경선에서 치열하게 맞붙었던 내 아내 힐러리를 국무부 장관에 임명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으냐”고 말해 청중의 미소와 박수를 이끌어 냈다. 전당대회 사상 가장 긴 48분 동안의 연설은 그가 오바마 대통령의 최대 지원자임을 유감없이 보여 준 명연설이라고 평가받았다. 연설이 끝난 뒤 깜짝 등장한 오바마 대통령은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이어진 ‘롤콜 투표(대의원 점호 투표)’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후보로 확정됐다. 이날 클린턴 전 대통령에 앞서 낸시 펠로시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 엘리자베스 워런 매사추세츠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 등이 나서 오바마 대통령의 낙태, 동성애자, 소비자권리 정책을 지지하는 연설을 했다. 롬니 후보가 경영했던 베인캐피털에 인수돼 해고된 3명의 근로자가 연사로 나와 롬니 후보의 경영 실적을 비판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4일 발표한 정강에 ‘신(God)’과 ‘예루살렘’에 대한 언급이 빠져 비난이 고조되자 5일 이를 추가한 정강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정강은 관례적으로 ‘하나님’을 언급했지만 정강에 ‘하나님’이라는 단어가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아 논란이 일었던 것. 유대계 미국인들의 반발이 예상되자 민주당은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수도’라는 표현도 수정된 정강에 집어넣었다. 한편 민주당은 전당대회의 하이라이트인 오바마 대통령의 후보 수락 연설 장소를 7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뱅크오브아메리카 야외 경기장에서 타임워너 케이블 아레나로 급작스럽게 변경했다. 행사 주최 측인 민주당 전국전당대회위원회(DNCC)는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 시간에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돼 청중의 안전을 고려해 장소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당초 ‘비가 오든 해가 나오든’ 야외 경기장 연설을 강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워낙 큰 야외 경기장을 다 채우지 못할 것으로 우려되자 장소를 바꾼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맷 코널리 대변인은 “민주당 지지자들의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열정이 식었음을 보여 주는 증거”라고 말했다.샬럿=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

“우리가 바로 당신입니다(We are You).” 4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럿에서 개막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평범한 미국인들의 삶을 이해하는 ‘우리 중 한 명’이라는 메시지가 뚜렷하게 부각됐다. 타임워너 케이블 아레나에서 진행된 개막 첫날 행사에 등장한 20여 명의 연사들은 귀족적 이미지의 밋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와 차별화되는 오바마 대통령의 인간적 면모를 강조했다. 청중 3만5000여 명은 “4년 더”를 외치며 열렬히 환호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대중적 호감도가 67%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 여사의 연설이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2008년 취임 때의 이상과 가치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며 경제 회복의 과제를 달성할 수 있도록 4년 더 믿고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신진 여성 디자이너 트레이시 리즈가 만든 진홍색 원피스를 입고 등장한 미셸 여사는 남편이 23년 전 데이트를 하던 시절 고물 자동차로 자신을 데리러 오고 신혼 시절에는 대학 학비 융자금을 갚기 위해 고민했다는 일화를 전하며 그가 경제난에 시달리는 일반 국민의 고통을 이해한다고 강조했다. 미셸 여사는 또 “미국 국민 어느 누구도 돈이 없어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며 여성은 자신의 신체에 대해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며 건강보험과 낙태의 자유 허용 등 민주당의 핵심 정책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연설 마지막에 “나의 최종 역할은 퍼스트레이디도 아내도 아닌 엄마대장(mom-in-chief)”이라며 “우리 자녀들이 더 나은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남편과 함께 앞으로 나가자”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훌리안 카스트로 샌안토니오 시장은 히스패닉 표심을 겨냥해 자신 가족의 미국 이민 스토리를 전하며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는 나라가 되려면 기회에 투자해야 한다”며 “기회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짜가 아니라는 것을 롬니는 이해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흑인과 히스패닉계, 아시아계의 모습이 두드러져 참석자의 98%가 백인이었던 공화당 전당대회와 대조를 이뤘다. 공개적으로 동성애자라고 밝힌 3명의 연방의원을 비롯해 486명의 동성애자 대의원이 참석해 미 전당대회 역사상 가장 많은 동성애자 참석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한편 롬니는 지난주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효과를 거의 보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4일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롬니는 전대 이전(8월 24∼27일) 오바마에게 47% 대 46%로 앞섰으나 전대 이후(8월 31일∼9월 3일) 46% 대 47%로 오히려 1%포인트 뒤졌다. 일각에서 ‘파나 보기(골프에서 규정 타수 또는 하나 더 친 그저 그런 점수) 사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반면 롬니는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고 있으며 2008년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던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오바마의 3배 정도인 104만 달러를 모금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의 힙합 음악인 그룹은 민주당, 컨트리는 공화당 후보를 선호한다는 이분법적 공식이 깨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여성 유명 힙합 가수인 니키 미나지가 전날 신곡 출시를 통해 롬니 지지 의사를 밝혔다고 NBC방송이 4일 전했다.샬럿=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남편이 매일 밤 백악관 잔디밭을 서성이며 이라크전쟁에 대해 얼마나 고민했는지 제가 잘 압니다.”(로라 부시)“미국이 누구에게나 동등한 의료와 교육 혜택을 주는 나라가 돼야 한다는 것이 저의 신념입니다.”(힐러리 클린턴)로라 여사와 클린턴 국무장관은 각각 2004년 공화당 전당대회와 1996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인 남편을 위해 지지 연설을 했다. 내용과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로라 여사가 인간적인 면을 부각하며 남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반면 클린턴 장관은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설명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워싱턴포스트는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만큼 주목받는 부인의 연설은 크게 ‘남편 휴머나이저형’과 ‘마이웨이형’으로 나뉜다고 3일 분석했다. 연설 내용의 주인공이 ‘남편’이냐 ‘자신’이냐의 차이다.후보 부인의 연설 전통은 1940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을 위해 부인 엘리너 여사가 지지 연설을 하면서 시작됐다. 그 이후 대부분의 후보 부인은 남편의 인간적 면모를 부각하며 여성 표심을 자극했다.이런 휴머나이저 전통이 깨진 것은 1996년. 당시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밥 돌 후보의 부인 엘리자베스 여사는 무대를 돌아다니며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공화당의 미래를 언급하는 파격을 보여줬다. 이에 질세라 클린턴 장관도 그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자신에게 초점을 맞춰 연설을 했다.지난달 말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앤 롬니 여사는 신혼생활을 회상하며 남편 밋 롬니 후보가 ‘정 많은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전문가들은 2008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급진적 진보 이미지로 비쳤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인간적인 측면을 강조했던 미셸 오바마 여사가 4일에도 남편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둘째 날인 지난달 29일 폴 라이언 부통령 후보는 연설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정책 실패로 자신의 고향에서 자동차 공장이 폐쇄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장 폐쇄가 오바마 취임 전인지 후인지 논란이 될 수 있는 발언이었다. 폭스뉴스는 이런 논란은 무시하고 “개인적 스토리를 가미한 훌륭한 연설이었다”고 평가했다. MSNBC는 거두절미하고 “라이언은 거짓말쟁이”라고 몰아세웠다. CNN은 어느 편도 들지 않고 논란이 되는 부분을 조목조목 분석하는 보도를 했다. 이처럼 공화 민주 전당대회 기간 동안 치열한 시청률 경쟁을 벌이고 있는 3개 채널의 논조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폭스는 친공화당, MSNBC는 친민주당, CNN은 중립 성향이다. 특히 폭스와 MSNBC의 편파성은 위험 수위에 달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일 “폭스와 MSNBC의 뉴스는 ‘보도’가 아니라 ‘주장’”이라며 “두 채널은 공정 보도를 무시하는 ‘악마 쌍둥이(evil twins)’”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의 3대 케이블 뉴스 채널인 이 방송들은 하루 한 시간씩만 전당대회 내용을 보도하는 NBC ABC CBS 등 3대 지상파 방송과는 달리 하루 종일 전당대회를 생중계하고 있다. 공화당 전당대회 기간에 폭스의 시청률은 CNN, MSNBC는 물론이고 지상파 방송까지 압도했다. 전당대회 하이라이트이자 마지막 날인 지난달 30일 폭스는 910만 명의 시청자를 확보해 ABC(440만 명), NBC(390만 명), CBS(370만 명), CNN(230만 명), MSNBC(190만 명)를 제쳤다. 폭스는 공화당 전당대회 기간에 보수 성향의 전문가만 패널로 초청하고 전당대회가 끝난 뒤에도 똑같은 내용을 수차례 재방송해 빈축을 샀다.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최대 화제였던 ‘이스트우드 빈 의자’ 사건은 언급조차 하지 않아 ‘공화당에 불리한 내용이어서 일부러 보도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았다. 반면 MSNBC는 밋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의 연설을 두고 “박수 제로의 무감동 연설”이라고 폄훼하는가 하면 “공화당이 인종 카드를 쓰고 있다”며 비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크리스 매슈스, 레이철 매도 등 MSNBC의 대표 앵커들에겐 ‘오바마의 대변인’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MSNBC는 지상파 NBC 기자들과 공동으로 보도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데 MSNBC의 편파 보도 때문에 NBC 기자들이 출연을 꺼리고 있을 정도라고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3일 전했다. 앤더슨 쿠퍼, 울프 블리처 등 스타급 앵커를 거느리고 있는 CNN은 전당대회 기간에 공화 민주 전문가들을 동수로 초청해 양측 주장을 균형 있게 제시했다. 그러나 이슈마다 양측 주장에 똑같은 시간을 할애하는 보도 방식이 ‘지루하다’는 평을 들으면서 시청률 경쟁에서 폭스와 MSNBC에 뒤지고 있다. CNN의 올해 공화당 전당대회 시청률이 2008년 공화 전당대회 때보다 50% 가까이 떨어지면서 ‘CNN 위기론’이 커지고 있다. 최근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CNN을 가리켜 ‘무개념 중립자’라는 혹평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24시간 뉴스 채널 시청자들은 이미 뚜렷한 정치적 견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로 자신의 견해를 보강하기 위해 뉴스를 본다”며 “폭스-MSNBC의 보도 양극화는 더욱 뚜렷해지고 중간에 위치한 CNN의 시청률 위기도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은 1979년 12·12쿠데타가 발생하기 6년 전인 1973년 당시 제1공수특전단 단장이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을 이미 한국의 잠재적 지도자(Potential Leader) 중 한 명으로 지목한 것으로 드러났다.이런 내용은 1972년 12월 18일 미 국무부의 지시를 받은 필립 하비브 당시 주한 미 대사가 작성해 1973년 3월 30일 본국에 보고한 8쪽짜리 ‘한국의 잠재적 지도자 리스트 수정’이라는 제목의 비밀 전문에 실려 있다. 재미 언론인 안치용 씨는 지난달 20일 이 전문 사본을 입수해 자신의 블로그에 공개했다. 잠재적 지도자 명단에는 국회의원, 정부 관리, 언론계, 학계, 군부, 기타 등 총 6개 분야에서 84명의 이름이 올라 있다.군부 고위 장성급으로 서종철 당시 대통령비서실 안보담당 특별보좌관, 강창성 육군 보안사령관, 진종채 육군 정보사령관 등과 함께 준장급인 전두환 단장이 지목됐다. 전문이 작성된 1973년에는 군부 내 쿠데타 모의 사건인 ‘윤필용 사건’이 터져 군부 비밀조직인 하나회가 위기에 처했지만 미국이 하나회 핵심 멤버인 전 전 대통령을 차기 지도자로 꼽았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미국이 꼽은 언론계의 잠재적 지도자 8명 가운데 동아일보 김상만 대표이사 사장 겸 발행인, 박권상 편집국장, 진철수 편집부국장 등 동아일보 출신이 무려 3명이나 포함됐다. 신범식 서울신문 사장, 신상초 중앙일보 논설위원 등도 이름을 올렸다.당시 31세이던 이건희 중앙일보 동양방송 이사는 잠재적 지도자에 오른 84명 가운데 최연소자였다. 미국은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의 후계자로 이맹희 씨 등 형들을 제치고 벌써부터 이 회장을 점친 셈이다.당시 정치인 가운데는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해 이철승 김용태 박준규 조윤형 씨 등 20명이 포함됐으며 정부 관리 가운데는 노신영 김만재 이건개 강인덕 함병춘 씨 등 27명이 포함됐다. 종교계에서는 김수환 추기경과 강원용 목사가 포함됐다. 학계에서는 김옥길 이화여대 총장 등이 차기 지도자로 꼽혔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일 자신을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열렬한 팬”이라고 소개하며 “대통령이나 대통령 후보가 그 정도로 쉽게 모욕을 느낀다면 다른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이는 유명 감독 겸 배우인 이스트우드가 8월 30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자신을 투명인간으로 비꼬며 ‘빈 의자 연설’을 한 것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이스트우드는 전당대회의 ‘깜짝 연설자’로 등장해 앞뒤가 제대로 맞지 않는 말로 오바마 대통령을 비아냥댔다. 인터넷에서는 ‘이스트우드 횡설수설 어록’이 돌아다닐 정도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스트우드는 당시 빈 의자를 단상 옆에 가져다 놓고 “여기 오바마가 앉아 있다고 가정하고 몇 가지 질문을 던지겠다”며 “나는 변호사(오바마)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좋다고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이번에는 기업가(롬니) 차례가 됐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오바마 대통령은 민주당 전당대회 개막을 앞두고 이날 유에스에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스트우드의 연설에 상처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그에게 유감(grudge)이 없다”며 “그가 나를 놀렸다고 해서 내가 앞으로 그의 영화를 보지 않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오바마 대통령은 “이스트우드는 훌륭한 배우이고 더 훌륭한 영화감독”이라며 “나는 이스트우드의 ‘엄청난 팬(huge fan)’이며 그가 최근 만든 몇몇 작품은 정말 훌륭했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치켜세웠다. 그러나 그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는 이스트우드가 펼친 ‘쇼’를 모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4일부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럿에서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을 가늠하는 중요한 무대다. 오바마 재선캠프가 노리는 전당대화 전략 5가지와 최대한 피해가야 할 ‘지뢰밭’ 5가지를 짚어봤다.○ 민주당의 전당대회 5대 성공 전략 뉴욕타임스는 2일 “오바마 대통령이 변화와 개혁의 메시지를 얼마나 잘 전달하느냐에 전당대회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대선을 60여 일 앞두고 열리는 이번 전당대회에 임하는 오바마 재선캠프는 4년 전 덴버에서 제시했던 ‘희망과 변화’ 메시지를 되살린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핵심 지지층인 여성과 노조원 대학생 히스패닉 동성애자 등이 오바마에게 4년을 더 줘야 한다는 표심을 확실히 굳히겠다는 것이다. 연사들은 공화당의 밋 롬니 대선 후보와 폴 라이언 부통령 후보를 정면으로 겨냥할 예정이다. 공화당이 ‘1% 부자’를 위한 정당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롬니-라이언’이 집권할 경우 여성과 이민자, 빈곤계층과 사회적 소수그룹이 더욱 고달픈 삶을 살게 될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기로 했다. 민주당은 6일 뱅크 오브 아메리카 야외경기장에서 열리는 오바마의 후보수락 연설에 경제를 회복시키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를 최대한 강력하게 담기로 했다. 후보 수락연설 다음 날 아침엔 미국의 8월 실업률이 발표될 예정이고 실업률이 여전히 고공행진을 할 경우 전당대회 효과가 반감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피해야 할 5가지 ‘지뢰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민주당 전당대회가 성공하려면 피해가야 할 5가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첫 번째는 오바마 대통령이 후보 지명 연설을 하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그늘에 가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주인공인 오바마 대통령보다 자신의 얘기에 집중하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기업의 성공은 정부의 강력한 지원에 힘입은 것이라는 오바마 대통령의 ‘당신이 짓지 않았다(You didn't build that)’는 발언이 전당대회에서 거론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공화당은 기업가 정신을 무시하는 듯한 오바마 대통령의 이 발언을 전당대회에서 자주 거론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셋째, 월가 시위대가 급진적인 계급투쟁을 선동할 경우 중산층 재건을 메시지로 부각하려는 전당대회가 가려질 수 있다. 넷째, 7만5000명을 수용하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초대형 야외경기장을 지지자들로 다 채울 수 있을지도 흥행의 관건이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선 입장권이 남아 원하는 사람에게 모두 나눠주고 있지만 초대형 야외경기장을 다 채우는 것은 무리라는 얘기가 나온다. 다섯째, 야외경기장에서 후보 수락연설을 하기 때문에 날씨 또한 큰 변수다.○ 눈길 끄는 참석자 공화당 전당대회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그룹들이 민주당 전당대회에선 참석한다. 공화당 전당대회 때보다 4배 이상 많은 27명의 상하원 의원들이 연단에 올라 오바마 지지 연설을 한다. 또 줄리언 카스트로 샌안토니오 시장 등 시장 6명이 등장한다. 여성인사 20여 명이 연사로 포진한 점도 공화당과 차별되는 대목이다. 민주당 대의원 가운데 동성애자 486명이 대거 전당대회에 참석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로이터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롬니가 대선후보로 확정된 지난달 30일 롬니 지지율은 44%로 오바마 대통령(42%)보다 2%포인트 앞섰지만 1일에는 롬니 43%, 오바마 44%로 오바마 대통령이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3일 별세한 통일교 문선명 총재는 국내외에서 숱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종교인이자 평화운동가로 평가받고 있다. 고인은 1954년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를 설립하면서 주목받았다. 통일교로 불린 이 단체는 1994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으로 명칭을 바꿨다가 다시 통일교로 개칭했다. 통일교에서는 신령협회 설립과 관련해 “이 땅에 하나님 나라, 천일국(天一國)을 세우고자 했다.…협회를 창립한 것은 기독교를 기반으로 하나님의 섭리를 진행시키고자 하는 (문 총재) 뜻이 기독교 지도자들의 반대로 좌절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1957년 완성된 통일교 교리서 ‘원리강론’은 그의 종교관을 구체화했다. 세계에 흩어져 있는 교회를 신령과 진리로 통일해 하나의 세계를 만들겠다는 것. 개신교계에서는 통일교 창시 때부터 우상화와 지나친 현세주의 등을 들어 통일교를 인정하지 않았다. 국제사회에서도 통일교의 경제력을 앞세운 기업 활동과 대규모 합동결혼식 등이 비판을 받기도 했다. 논란 속에서도 1957년 일본을 시작으로 해외 선교를 본격화해 50여 년 만에 국내 10만여 명 등 세계 194개국, 신도 300여만 명(통일교 추산)으로 급성장했다. 고인은 통일교의 경제력을 기반으로 교육과 기업, 언론, 학술, 스포츠, 예술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했다. 일화, 선원건설, 세일여행사, 용평리조트, 세계일보, 프로축구단 일화 등이 속한 통일그룹이 있으며 지난해 보도된 이 그룹의 자산만 2009년 말 기준으로 1조7361억 원 규모다. 이 밖에 선문대와 청심국제중고교, 선화예술중고교, 미국 통일신학대학원(UTS)과 브리지포트대, 미국 통신사 UPI와 워싱턴타임스, 일본의 일간지 세카이닛포, 유니버설발레단, 리틀엔젤스예술단 등이 통일교 계열에 속한다.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 창립 50주년을 맞은 1994년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으로 명칭을 바꾸고 이른바 ‘참가정’ 운동을 펼쳤다. ‘참사랑의 근원인 하나님의 축복 속에 참부모와 참부부, 참자녀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는 취지다. 통일교에서는 문 총재 부부를 ‘참부모님’으로 부르고 있다. 고인은 특히 국제 지도자와의 교류에 적극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1990년 옛 소련의 공산당 서기장이었던 미하일 고르바초프와 만난 것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주요 정치인들을 만나 초종교, 초국경, 세계평화 활동을 펼쳤다. 2008년에는 고인과 가족, 통일교 신도들이 탄 전용헬기가 악천후 속에 경기 가평군 장락산에 불시착했으나 경미한 부상자 외에는 모두 무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09년 펴낸 자서전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인으로’에서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포함한 해외 지도자들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특히 이 책을 통해 “나는 이름 석 자만 말해도 세상이 와글와글 시끄러워지는 세상의 문제 인물입니다. 돈도 명예도 탐하지 않고 오직 평화만을 이야기하며 살아왔을 뿐인데 세상은 내 이름자 앞에 수많은 별명을 덧붙이고 거부하고 돌을 던졌습니다”라고 세간의 평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통일교 창시부터 현재까지 문 총재와 통일교에 대한 수많은 논란과 관계없이 고인은 통일교 그 자체였다는 게 종교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편 해외 언론들은 3일 문 총재의 별세 소식을 신속하게 보도했다. AP,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BBC 등은 장문의 부고 기사를 실어 해외에서도 상당한 통일교의 영향력을 반영했지만 일부 기사는 그를 ‘이교(cult) 지도자’로 평가했다. 문 총재의 생애를 가장 자세하게 조명한 뉴욕타임스는 그를 ‘자칭 구세주(메시아)’라고 소개하며 “1960년대 말 대안종교 열풍을 타고 미국에 자리 잡은 통일교가 정치스캔들과 합동결혼식 등 독특한 관습으로 인해 이교적 이미지를 떨쳐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문 총재가 1970년대 초 박동선 로비 사건에 연루돼 탈세 혐의로 실형까지 사는 등 미 정치권에서 논란이 된 인물이었지만 아직 워싱턴에서 그의 영향력은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미 언론들은 문 총재가 워싱턴과 뉴욕에 상당한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고 전했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침대에 누워있는 내 딸을 내려다보며 눈물을 글썽거리던 그를 잊을 수 없습니다. 남들에게 그는 성공한 정치인, 기업가로 보이겠지만 저에게는 따뜻한 이웃으로 기억됩니다.” 지난달 27∼30일 열린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연설자는 유명한 정치인이나 영화배우가 아닌 팸 핀레이슨이라는 평범한 여성이었다. 그는 연단에 올라 30여 년 전 보스턴에서 같은 교회에 다니던 ‘평범한 밋 롬니’를 이야기했다. 그가 기억하는 롬니는 인간적인 면모가 부족한 대선 후보가 아니라 자신의 아픈 딸을 위해 매일 병원을 찾아 기도해주고 직접 음식까지 만들어 위로 파티를 열어준 정 많은 이웃이었다. 핀레이슨 씨 외에도 과거 롬니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이 이번 전당대회 연단에 올랐다. 미국 전당대회에서 이렇게 일반인들이 대거 연사로 등장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이들이 전당대회의 하이라이트인 마지막 날 롬니 후보 수락 연설이 있기 전에 등장한 것은 ‘극적인 효과’를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 유권자들은 대선 후보가 전해주는 ‘감동의 내러티브’를 좋아한다. 베트남전쟁에서 5년 동안 전쟁포로로 잡혀 있었어도 적에게 굴복하지 않다가 다리를 절뚝거리며 석방된 존 매케인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전쟁 영웅’ 내러티브는 2008년 대선을 장식했다. 당시 민주당 쪽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남편의 바람기를 참아내며 도전하는 곳마다 ‘유리천장’을 깨면서 진취적인 삶을 살아온 ‘여성 롤 모델’의 전형이었다. 버락 오바마 후보는 ‘미국의 꿈’을 보여줬다. 케냐 출신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젊은이로 시카고 슬럼가에서 시민운동을 하다가 세상을 바꾸기 위해 하버드 로스쿨에 들어가 정치권에 입문해 초선 상원의원으로 대권에 도전한 그의 스토리는 유권자들에게 강한 감동을 전해줬다. 그동안 대선 후보 롬니의 최대 약점은 ‘스토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유권자들의 공감을 사기는커녕 질투와 시샘을 받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선택받은 소수’의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그의 이력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이렇다. ‘백만장자 기업가에 주지사를 지낸 아버지 밑에서 태어나 사립 초중고교를 다닌 후 1960년대 말 다른 젊은이들이 베트남전 참전을 고민할 때 프랑스로 선교활동을 다녀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투자회사를 세워 큰 재산을 모았다.’ 스토리가 부족한 롬니가 평범한 동료와 이웃의 입을 통해 보여주려는 내러티브는 그가 누리는 부와 성공 명예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었다(I built it)’는 것이었다.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롬니는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기업가 정신’을 자신의 대선 브랜드로 만들려는 노력을 보여줬다. 이 노력이 얼마나 성공을 거둘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아직 유권자 호감도에서 롬니는 오바마에게 뒤지고 있다. 미국 선거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도가 떨어지는 이유를 감동지수가 낮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롬니뿐만 아니라 재선에 나선 오바마도 국민을 감동시킬 만한 스토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2008년 오바마가 보여줬던 화합과 변화의 메시지는 미국 정치가 최악의 갈등관계로 치닫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설득력을 잃었다. 미국 정치 분석가 데이비드 애스먼은 유권자들이 정치에 염증을 느끼고 냉소적이 될수록 더욱 감동적인 스토리를 찾는다고 했다. 석 달 앞으로 다가온 미국과 한국 대선에서 감동을 전해주는 후보는 누구일까.정미경 워싱턴 특파원 mickey@donga.com}

밋 롬니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사진)가 설립한 베인캐피털을 포함한 10여 개 대형 사모펀드가 탈세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에서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롬니의 사업기반인 사모펀드 업계에 대해 표적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탈세 혐의가 인정돼 베인캐피털이 처벌 대상에 오르면 롬니의 대선 가도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뉴욕 검찰은 7월 10여 개 사모펀드에 대해 자산운용 수수료 수입을 투자 수익의 성공보수로 바꿔 수백만 달러의 세금을 덜 냈다는 혐의를 잡고 관련 서류를 제출하도록 소환장을 발부했다. 소환장을 받은 곳은 베인캐피털을 비롯해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 앤드 컴퍼니 등 미국 최대 사모펀드들이 포함돼 있다. 사모펀드나 헤지펀드 회사들은 투자자가 맡긴 자산의 규모에 따라 매년 일정 수준의 운용 수수료를 받는다. 수수료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35%의 소득세율을 적용한다. 그러나 사모펀드 회사들 중에는 절세 차원에서 운용 수수료를 받지 않는 대신 수수료를 자산에 계속 투자해 수익을 낸 후 성공보수를 받는 방식을 택하는 곳이 많다. 투자수익에 따른 성공보수는 자산소득으로 분류돼 훨씬 낮은 15%의 세율을 적용한다. 성공보수 방식은 사모펀드 업계에서 많이 활용하는 절세 전략이다. 2009년 다우존스사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34개 펀드 회사 중 40%가 이 같은 방식을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모펀드 입장에서 보면 성공보수 방식은 투자 수익이 나지 않을 경우 보수를 받지 못하거나 적게 받기 때문에 일반 운용 수수료보다 위험이 따르지만 수익이 나면 세금 절감 효과가 크기 때문에 많이 활용된다. 사모펀드의 이 같은 절세 전략은 지난달 베인캐피털의 내부 재무자료가 온라인상에서 공개되면서 알려졌다. 일부 세금 전문가는 이 같은 절세 전략을 합법적으로 보는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불법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는 등 논란의 여지가 있다. 2007년 미 국세청(IRS)은 사모펀드와 헤지펀드 회사들의 성공보수 방식을 의심이 가는 탈세 전략으로 보고 조사를 벌였으나 아무런 법적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따라서 민주당 소속으로 오바마 대통령과 관계있는 에릭 슈나이더만 뉴욕 주 검찰총장이 롬니가 베인캐피털을 설립했다는 점에 착안해 이번 조사를 벌여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지난달 30일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 빈 의자를 향해 각본도 없이 횡설수설 식으로 늘어놓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연설이 초특급 화제를 뿌리며 소셜미디어 공간에서 각종 신조어를 만들어내고 있다. 빈 의자와 대화하는 행위를 가리켜 ‘이스트우딩’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는가 하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에는 사람들이 빈 의자와 대화하는 수천 건의 사진이 올라오고 있다. 트위터에서는 ‘이스트우딩(#eastwooding)’ ‘투명인간 오바마(#InvisibleObama)’가 평균 3만 개의 계정을 거느린 최고 인기 해시태그(주제별 검색어)로 떠올랐다. 버락 오바마 진영은 지난달 31일 트위터에 ‘대통령’ 명패가 붙은 의자에 오바마 대통령이 앉아 있는 사진과 함께 ‘이 의자 임자 있어요(This seat's taken)’라는 메시지를 날리며 반격에 나섰다(사진). 미 언론들이 ‘이스트우드 빈 의자’ 사건을 가리켜 ‘대실수’ ‘재앙’ 등으로 평가하는 가운데 밋 롬니 진영에서는 이스트우드의 연설내용을 사전에 체크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론이 나오고 있다. CNN에 따르면 롬니는 지난달 초 이스트우드가 한 기금모금 행사에서 자신에 대한 지지 연설을 하는 것을 보고 감명을 받아 직접 그에게 전화를 걸어 전당대회 연사로 초청했다. 모든 연사는 사전 리허설을 거치지만 특별대우를 받은 이스트우드는 리허설도 없이 곧장 연단에 올라 롬니 측은 그가 무슨 얘기를 할지 사전에 전혀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트우드는 단상에 오르기 직전 의자를 준비해 달라고 부탁해 롬니 진영은 이스트우드가 직접 의자에 앉아 연설할 줄 알고 있었다. 원래 예정된 연설시간 5분이 지나 계속 경고등이 깜박이는데도 이스트우드는 이를 무시하고 12분 동안 연설해 롬니 연설시간이 뒤로 밀리기도 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열광의 도가니였다.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지난달 30일 플로리다 주 탬파 시 ‘탬파베이 타임스 포럼’ 컨벤션센터는 미국 공화당원들의 정권 교체 열망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오후 10시 37분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이 “차기 미국 대통령 밋 롬니를 소개합니다”라고 선언하자 행사장이 떠나갈 듯한 박수소리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롬니 후보는 1층 입구로 들어와 대의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연단으로 향했다. 연단에 오른 그는 “공화당 미국 대통령 후보를 수락합니다”라고 선언했다. 이날 5만여 명의 대의원 및 당원이 모인 행사장은 “밋! 밋! 밋!”이라는 구호로 가득 찼다. 전광판에는 ‘우리는 미국의 격과 능력을 믿는다(We believe in America)’는 전당대회 구호가 선명했다. 롬니 후보가 연설하는 동안 당원들은 “유에스에이(USA)! 유에스에이! 유에스에이!”를 반복해 외쳤다. 롬니 후보는 “미국의 경제력을 복원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연설의 상당 부분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실정(失政) 공격에 할애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성공하기를 기원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약속은 실망을 불러왔고 분열을 초래했다. 변화와 개혁은 실패로 판명났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4년간의 실망에서 벗어나야 할 시점”이라며 “이제는 새로운 장을 열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해수면의 상승을 낮추고 지구를 치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나는 여러분과 가족을 돕겠다는 약속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 등 여성 지도자들을 거명하면서 여성과 이민자의 표심을 자극하는 발언들도 잊지 않았다. 당선 후 최우선 과제로 일자리 1200만 개 창출을 약속한 롬니 후보는 2020년까지 미국의 에너지 자립을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세금은 깎고 국가부채는 줄이며 ‘오바마케어’(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개혁법)를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실업률이 고공 행진하는 상황에서 먹고사는 문제 해결을 앞세워 오바마 대통령을 공략하겠다는 포석이다. 이날 롬니 후보의 연설은 여러모로 1980년 공화당 전당대회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벤치마킹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레이건은 ‘위대한 미국’이라는 보수의 비전과 ‘진보의 정책 실패’를 동시에 부각하는 연설로 상대방인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을 공격했다. 레이건은 “나는 2류 리더십이 이 위대한 나라를 계속 위기 상황으로 내몰며 망치는 것을 더는 지켜보지 않겠다”며 “카터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와 지금의 경제 상황을 비교해서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질문했다. 롬니 후보도 이날 “4년 전 대선의 흥분이 가신 지금 대다수 미국인은 자녀가 더 나은 미래를 가질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롬니 후보의 연설에 앞서 영화 ‘황야의 무법자’의 주연 배우였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찬조연설자로 깜짝 등장했다. 그는 연단 옆에 세운 빈 의자에 오바마 대통령과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이 앉아있고 자신이 그들과 대화하는 가상의 상황을 설정해 웃음을 이끌었다. 그는 “3년 반 전에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는 구호를 믿고 찍었는데 실업률이 치솟는 것을 보고 실망했다”며 “오바마 대통령은 바이든 부통령만큼 나쁘다”고 비판했다. 한편 자신에 대한 날선 비난에도 오바마 대통령은 롬니 후보에 대해 “세상을 보는 시각에 대해선 비판할 게 많지만 그는 매우 규율 바르고 신의 있는(disciplined, faithful) 사람”이라고 호평했다고 미 시사주간지 타임이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여론조사 결과에서 두 후보는 박빙의 접전을 계속했다. 갤럽이 지난달 30일 공개한 주간(지난달 23∼29일) 평균 지지율은 오바마 대통령(47%)이 롬니 후보(46%)를 간발의 차로 앞섰다. 로이터-입소스(지난달 26∼30일)의 온라인 조사에서는 롬니 후보(44%)가 오바마 대통령(42%)을 2%포인트 앞섰다.탬파=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이번 공화당 전당대회에서는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 폴 라이언 부통령 후보,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 등 3명이 뛰어난 존재감을 보이며 2016, 2020년 공화당 대선 경쟁의 선두주자로 떠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라이스 전 장관은 가장 주목받는 연설로 최고의 스타로 부상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연설에서 “미국은 세계의 리더가 돼야 하며 밋 롬니 후보만이 세계를 이끌 능력을 가졌다”며 외교 경험이 부족한 롬니 후보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어 “앨라배마의 여섯 살짜리 흑인 소녀에게 아버지는 ‘너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꿈을 심어줬다”며 “미국은 누구에게나 미래가 열린 기회의 나라”라고 강조해 큰 박수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특별히 ‘대통령’을 언급한 그의 대권 도전 가능성을 점치면서 공화당이 대선 전이라도 그를 차기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밀 것으로 관측했다고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지난달 29일 전했다. 부통령 후보군에 올랐던 루비오 의원은 초선 상원의원임에도 지난달 30일 롬니 후보 소개 연설자라는 중책을 맡아 ‘공화당의 비전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준 연설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그가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초선 상원의원으로서 주목 받는 연설을 한 후 2008년 대권에 도전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비슷한 정치 궤도를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바마 저격수’로 불리는 라이언 부통령 후보는 지난달 29일 후보 지명 수락 연설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민주당은 곧바로 ‘왜곡(false)’ ‘호도(misleading)’ 등 원색적인 단어를 동원해 반박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30일 “왜 롬니가 자신보다 23세나 어린 라이언을 러닝메이트로 지명했는지 알 수 있는 연설이었다”며 “라이언이 차기 대선 경쟁 출발선의 가장 앞줄에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줬다”고 보도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 검찰은 중국 은행들이 금융제재 대상국인 이란으로 자금을 이체한 혐의를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9일 보도했다. 미국은 중국 은행들이 미국 내 지점을 가지고 있는 스탠다드차타드, HSBC은행을 통해 이란 은행과 기업에 자금을 이체했는지 알아내기 위해 런던에 본사를 둔 이들 2개 은행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아시아에 광범위한 지사망을 갖춘 스탠다드차타드와 HSBC의 경영진을 조사하면 중국 은행의 독자적인 이란과의 거래 관계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정보를 입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미 검찰은 뉴욕에서 영업하는 소수 중국 은행들에 대해 초기 단계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이들 은행이 무기개발 자금 관련 의심을 받고 있는 고객들에게 중국 현지 계좌를 개설해주고 미국 지점을 둔 외국 은행을 통해 달러 자금에 접근하도록 도왔는지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미 법무부와 맨해튼 지방검찰은 아직 중국 은행들을 공식 수사하기에 충분한 증거를 모으지는 못했다고 관리들은 말했다. 백악관은 지난달 중국 국영 석유회사의 자회사인 쿤룬(崑崙)은행이 이란 은행의 거래를 도왔다며 제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은 1985∼1997년 이란에 핵물질을 공개적으로 공급했으며 주요 경제 파트너였다. 중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가 이란과의 비즈니스를 계속하기 때문에 미국 정부의 대이란 제재 효과가 떨어진다는 불만이 널리 퍼져 있다고 NYT는 전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중국 때리기’가 가열돼 앞으로 밋 롬니 대통령 후보가 당선되면 심각한 미중 갈등이 예고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외교 이슈가 실종되다시피 한 이번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거의 유일하게 거론되는 나라는 중국으로 주요 연사들은 중국의 인권 문제와 환율정책 등에 대해 비판을 가하고 있다. 29일 연사로 나선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이 미국의 외교정책을 좌지우지하도록 내버려 두고 있다”며 비난했다. 28일 채택된 공화당 정강 정책은 ‘중국의 미국 지식재산권 침해에 강력 대응하고 중국의 환율정책에 보복을 가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심지어 반(反)롬니 시위대는 대회장 앞에서 “롬니가 중국에 일자리를 팔아버려 실업자가 됐다”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롬니는 20일 캠페인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이 지역 헤게모니를 행사하려고 할 경우 엄청난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 “미국이 중국 내 반체제 인사들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중국 지도자들은 더 기고만장해질 것” 등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27일 “시대에 뒤떨어진 냉전적 사고의 발현으로 중-미 관계를 손상시키게 될 것”이라는 경고성 논평을 내놓았다. 한편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럿에서 다음 달 3∼6일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는 오바마의 최대 치적이자 롬니의 약점으로 꼽히는 국가안보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AFP통신이 29일 보도했다. 특히 전대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을 ‘국가안보의 날’로 정해 외교 관련 연사들을 집중 배치하고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참전군인 가족들을 초청할 계획이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2004년 미국 대선(11월 2일)을 3개월 남짓 앞둔 7월 26∼29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선거유세를 중단했다. 재선에 도전한 그가 금쪽같은 나흘을 포기하고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에 들어가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것은 그 기간에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때문이다. 상대방인 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 후보도 마찬가지. 공화당 전대 기간인 8월 30일∼9월 2일 오래전 약속돼 있던 시민단체 한 곳에서의 연설을 빼고는 유세를 중단했다. 상대 당의 전당대회 기간에 대선 유세를 하지 않는 것은 미국 정치의 오랜 전통이다. 상대 당이 전당대회라는 축제를 통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도록 공세를 자제하고 자리를 비켜주는 예의인 셈이다. 이런 신사협정은 올해 대선에서 철저히 깨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는 상대 당의 전당대회 기간에 오히려 더 눈에 띄는 유세를 벌이는 맞불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가 28일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허리케인 ‘아이작’ 때문에 공화당 전당대회가 실제적으로 하루 늦게 시작한 28일부터 이틀 동안 콜로라도 아이오와 버지니아 등 3개 경합 주를 찾았다. 핵심 지지 세력인 젊은층의 표심몰이를 위해 대학가를 순회 방문하는 일정이었다. 28일 아이오와주립대와 콜로라도주립대에서 각각 6000명과 1만3000명의 학생 청중을 향해 롬니 후보의 경제, 건강보험, 환경, 에너지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공화당의 낙태 정책은 미국을 50∼100년 전으로 되돌려 놓을 것”이라며 최근 토드 아킨 공화당 하원의원이 ‘진짜 성폭행으로는 임신되지 않는다’고 발언한 이후 롬니 후보 진영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는 낙태 문제를 물고 늘어졌다. 이런 오바마 진영에 뒤질세라 롬니 후보 측은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럿에서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9월 3∼6일 경합 주 방문에 나서겠다고 28일 밝혔다. 양당의 ‘상대방 잔칫집 재 뿌리기’ 행태는 선배들의 미덕을 깨는 ‘예의(protocol) 실종’ 현상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올해 대선이 초박빙 접전으로 진행되면서 양 진영이 하루라도 캠페인을 포기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상대 비방에 열을 올리는 네거티브 선거전으로 치닫는 것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로스 베이커 럿거스대 교수는 “이슈마다 사사건건 대립하는 미 정치권의 양극화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밋! 밋! 밋!”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이틀째인 28일 오후 2시 20분. 플로리다 주 탬파의 ‘탬파베이 타임스 포럼’ 컨벤션센터를 가득 메운 대의원들은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65)가 대선후보로 공식 지명되는 순간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면서 그의 이름을 외쳤다. 전당대회장에 마련된 대형 전광판에는 ‘초과(Over The Top)’라는 글자가 큼지막하게 나타났다. 각 주를 알파벳순으로 불러 실시된 공식 지명투표(Roll Call Vote·대의원 현장 점호투표)에서 롬니 후보가 뉴저지 주 차례에서 전체 대의원의 과반인 1144명을 확보한 순간이었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오후 10시에 시작된 롬니 후보의 부인 앤 여사의 연설. 황금시간대에 TV로 전국에 생중계된 감성적인 연설은 남편과 가족의 소소한 얘기로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했다. 앤 여사는 “오늘 내가 말할 주제는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에 대한 것”이라며 고등학교 시절 롬니 후보와의 러브스토리를 소개했다. 그는 남편의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하면서 미국의 여느 부부와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함께했다고 털어놨다. 아들 5명을 키우면서 어려웠던 일과 유방암을 극복한 과정도 담담하게 소개했다. 무대에는 부부가 젊었을 때 함께 찍은 흑백 사진과 롬니 후보가 강보에 싸인 아들을 안고 있는 큼지막한 사진을 내걸어 따뜻한 가정을 부각했다. 앤 여사가 “이 사람은 절대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나에게 안전한 가정을 가져다준 것처럼 미국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자 참석자들은 모두 일어서서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이날 뉴햄프셔 자택에서 탬파로 온 롬니 후보는 아내의 연설이 끝나자 무대 뒤편에서 나타나 감사의 입맞춤을 했다. 대선 후보는 통상 전당대회 마지막 날 등장하지만 관례를 깬 것. 롬니 후보의 다섯 아들도 총출동해 아버지의 인간적인 면을 부각하기 위해 노력했다. ABC, 폭스TV 등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겉으로는 강하지만 속은 감성적이고 친절하며 부드러운 사람”이라고 밝혔다. 앤 여사에 이어 기조연설에 나선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인기영합주의에 편승해 국민들이 듣기 좋은 말만 골라 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백악관 오벌오피스(대통령 집무실)의 리더십 공백을 없애고 진정한 리더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롬니 후보와 끝까지 경합했던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도 “오바마 대통령 밑에서 아메리칸 드림은 악몽으로 바뀌었다”고 공격했다. 이날 대의원들은 폴 라이언 하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 라이언 후보는 29일 지명 수락 연설을 할 예정이다. 대의원들은 이날 성폭행과 근친상간 등으로 인한 임신에도 낙태를 예외 없이 금지한다는 공화당 강령을 채택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롬니 후보가 ‘중국 때리기 게임’을 중단할 때가 왔다며 “(롬니는) 근거 없는 ‘중국 위협론’을 내세우며 미국의 군사력 강화를 주창하고 대통령이 되면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겠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고 비난했다. 한편 1급 허리케인으로 강해진 ‘아이작’은 이날 오후 루이지애나 주 남동부 해안에 상륙해 강한 비바람을 뿌렸다. 중심부의 최고 풍속은 시속 130km가량으로 일대 해안에서는 8.8m 높이의 해일이 관측됐다.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밋 롬니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는 10월 TV토론에서 맞붙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역 연습상대로 로버트 포트먼 상원의원(공화·오하이오)을 선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로써 올 대선 TV토론 연습 상대는 공화당의 포트먼 의원과 민주당의 존 케리 상원의원(매사추세츠)이 대결하는 구도가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케리 의원을 토론 연습 상대로 선정했다. 대통령 후보의 TV토론은 10월 3일 16일 22일 세 차례, 부통령 후보 토론은 11일 한 차례 열린다. 1960년 대선에서 지지율에서 뒤졌던 존 F 케네디 민주당 후보는 TV토론에서 리처드 닉슨 공화당 후보를 압도한 후 대선 승리까지 거머쥐었다. 이를 계기로 대선 후보들은 TV토론 2, 3개월 전부터 연습 상대를 미리 정해 맹연습을 벌이는 것이 관례다. 최근 롬니의 부통령 후보 리스트에도 올랐던 포트먼 의원은 공화당 내 손꼽히는 토론가로 2008년 대선 때도 존 매케인 후보의 오바마 대역 연습 상대로 활동했다. 2000년과 2004년 대선 때는 딕 체니 부통령의 토론 연습 상대로 선정돼 당시 민주당 부통령 후보였던 조 리버먼 상원의원과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의 대역을 맡았다. 또 2000년 뉴욕 상원의원 선거에서는 당시 릭 래지오 공화당 후보를 위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대역을 맡았다. 케리 의원은 2004년 대선에 출마해 TV토론에 직접 나섰던 적이 있어 실전 경험에서 포트먼 의원을 앞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TV토론 대역 연습 상대가 되기 위해서는 상대 후보에 대한 완벽한 정책 이해가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포트먼과 케리 모두 정치권에서 알아주는 토론가이지만 스타일은 아주 다르다는 평을 받고 있다. 4선 중진이자 상원 외교위원장이란 중책을 맡고 있는 케리 의원은 차분하고 논리적인 토론으로 상대를 설득하는 스타일이다. 반면 초선인 포트먼 의원은 수십 시간 동안 대역을 맡은 상대 후보의 비디오를 보며 억양과 제스처를 익히는 노력파로 마치 실전을 방불케 하는 토론 연습을 하고 있다고 허핑턴포스트는 27일 전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