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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 출신 교황이 나왔다.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 둘째 날인 8일 오후(현지 시간) 14억 가톨릭 신자를 이끄는 제267대 교황에 미국의 로버트 프랜시스 프리보스트 추기경(69)이 선출됐다. 미국 출신 교황은 가톨릭 역사상 처음이다. 교황명은 ‘레오 14세’.교회법에 따라 새 교황의 득표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프랑스 출신으로 알제리 대주교를 맡고 있는 장폴 베스코 추기경은 9일 프랑스 르피가로에 레오14세가 “압도적인 찬성표를 얻었다”고 전했다. 이런 결과에는 세계 각지의 분쟁 속에서 교황이 맡을 역할에 대한 기대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염원을 의식한 듯 교황 레오 14세는 선출 직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강복의 발코니’에 나와 손을 흔들며 “평화가 여러분 모두에게 함께하길 바랍니다(La pace sia con tutti voi). 이것은 무기를 내려놓은 평화, 무기를 내려놓게 하는 평화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서로서로 도와서 대화와 만남으로 다리를 건설하고 모두 하나가 되어 언제나 평화를 누리는 백성이 됩시다”라고 말했다. 레오 14세는 이날 교황의 전통 복장인 진홍색 어깨 망토(모제타)를 걸쳤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선출 당시 너무 화려하다며 거절했던 옷이다. AP통신은 레오 14세가 가톨릭의 전통 노선으로 어느 정도 회귀할 것임을 암시한다고 논평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노선을 따르면서도 전통을 중시하는 ‘온건한 중도파’로 분류된다. 9일(현지 시간)에는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교황으로서의 첫 미사를 집전했다. 흰 제의를 입은 그는 특히 모국어인 영어로 카톨릭 신앙 전파를 위한 추기경단의 도움을 요청했다. 1955년 9월 14일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난 레오 14세는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출신으로 1982년 사제품을 받았다. 1985년부터 20여 년간 페루 빈민가에서 사목 활동을 해왔다. 미국 출신이지만 귀화해 페루 국적도 갖고 있다. 가난한 이주민을 위해 헌신한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과 닮았다는 평가다. 2023년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 때 추기경에 서임됐고, 이후 전 세계 주교 인사를 총괄하는 교황청 주교부 장관을 지냈다.한편 레오 14세는 2027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WYD)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다. 역대 교황으로는 1984년 요한 바오로 2세,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에 이어 세 번째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신임 교황들은 자신이 존경하는 성인이나 역대 교황 이름에서 교황명을 따온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난한 자들의 성자’라고 불렸던 성인 프란치스코(1181∼1226)를 따라 교황명을 정했었다. ‘레오 14세’가 선택한 ‘레오’는 라틴어로 ‘사자’란 뜻으로 강인함과 용기, 리더십을 상징한다. 마테오 브루니 교황청 대변인은 “‘레오 14세’는 19세기 말 노동권과 사회 정의를 강조한 레오 13세 교황(재위 1878~1903)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레오 13세는 회칙 ‘레룸 노바룸’(Rerum Novarum·새로운 사태)을 통해 노동자의 정당한 임금과 인간다운 노동 조건 보장의 필요성, 노동조합 설립 권리 인정, 사유재산의 권리를 인정하되 ‘공동선’을 위한 사회적 책임 등을 강조했다. 반면 사유재산을 부정하고 모든 재산을 공동으로 소유하자는 사회주의 이념에는 강하게 반대했다.브루니 대변인은 “레오 14세라는 교황명을 선택한 것은 레오 13세의 회칙 ‘레룸 노바룸’으로 시작된 현대 가톨릭 사회 교리에 대한 분명한 언급”이라며 “이는 인공지능(AI) 시대에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살아가는지 교회가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이 말씀은 하느님의 양 떼를 위하여 당신 목숨을 내주신 착한 목자이며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하신 첫 번째 인사였습니다.” 8일(현지 시간) 선출된 교황 레오 14세는 이날 전 세계에 보내는 첫 강복(降福) 메세지에서 ‘평화’를 앞세웠다. 그는 “이는 무기를 내려놓은 평화, 무기를 내려놓게 하는 평화”라며 “하느님께서는 우리 모두를 사랑하십니다. 악은 결코 지배하지 못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바티칸 안팎에서는 교황이 첫 강복 메시지에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전 인류의 염원인 ‘평화’를 앞세움으로써 교황청이 앞으로 맡을 역할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담은 것으로 본다. 왜 그동안 유력한 후보로 언급되지 않던 그가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에 참가한 추기경들의 선택을 받게 됐는지 엿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온건하지만 단호한 카리스마 콘클라베를 앞두고 각종 언론에 오르는 유력 교황 후보는 대체로 직위와 성품, 대중적인 이미지 등이 고려되는 면이 많다. 하지만 추기경들은 이런 기준으로 표를 던지지는 않는다고 한다. 가톨릭계 등에 따르면 드러내고 말하지는 않지만 콘클라베 참가하는 추기경들이 중요하게 보는 자질이 세 가지 정도 있다. △선교적·신앙적으로 존경받으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지 △ 각국 정상과 함께 세계 무대에 나설 수 있는 정치력을 가졌는지 △가톨릭교회와 바티칸 앞에 닥친 위기를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지 등이다. 특히 뒤 두 가지 자질을 바티칸에서는 ‘타이어를 걷어차야 할 때를 아는 자질’로 부른다고 한다.그동안 언론 등 대중매체에 유력한 교황 후보로 꼽히지 않은 그가 새 교황으로 선출된 데는 추기경들의 이런 내부적인 기준에 가장 부합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과거보다 추기경 수와 분포 대륙이 다양해 콘클라베가 오래 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단 네 번째 투표 만에 일찌감치 새 교황을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은 온건하지만 확고한 판단력과 탁월한 업무 능력, 단호한 카리스마를 지닌 그를 대부분 추기경이 평소 높게 평가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낮은 곳에 임한 ‘페루의 프란치스코’미국 출신이지만 페루에서 20여 년이 넘게 사목 활동한 그는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빈민과 이주민 등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 ‘페루의 프란치스코’로 불린다. 주교가 돼서도 늘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했는데 “주교는 자신의 왕국에 앉아 있는 어린 왕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라는 발언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유럽의 시각에서 볼 때 ‘미국식 오만함’이라는 이미지가 없다는 것은 그가 선출된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초강대국에서 교황까지 배출하는 것에 대한 불편한 시각이 존재하는 교황청 내부에서 이런 이미지는 그가 새 교황에 선출되는데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그는 지난 2월 가톨릭 신자인 JD 밴스 미 부통령이 ‘오르도 아모리스(Ordo Amoris·사랑의 순서)’라는 가톨릭 개념을 빌려 “그리스도교는 우선 가족을 사랑하고, 그다음 이웃, 공동체, 같은 나라 사람들, 그다음으로 전 세계 사람들을 사랑하라고 가르친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의 정당성을 주장하자 이를 비판했다. X(옛 트위터)에 관련 기사를 올리면서 “JD 밴스는 틀렸다. 예수는 우리에게 다른 사람을 위한 우리의 사랑에 순서를 매기라고 요구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한 것. 며칠 후 프란치스코 교황도 미국 주교단에 보낸 공개서한을 통해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은 가장 소외되고 가장 가난한 자를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나와 가까운 데에서부터 동심원처럼 확장되는 사랑은 그리스도교적이지 않습니다”라고 힘을 실어줬다.● 교회 분열 속 ‘개혁 이어갈 중도파’ 선택레오14세 교황은 전임자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추기경으로 임명한 인물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3년 그를 추기경에 서임하며 주교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주교부는 전 세계 주교 선출 등의 인사를 총괄하는 교황청 내 핵심 부서. 주교부 장관은 주교 후보를 검증하고 교황에게 주교 선출과 관련된 모든 것을 조언하는 책임을 맡고 있어, 교황청은 물론 전 세계 가톨릭 고위직과 인맥을 쌓기에 가장 좋은 자리로 알려졌다. 여기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신임이 더해져 일각에서는 그가 재임한 2년간의 주교부 앞에 ‘초강력’이란 수식어를 붙여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신학적으로는 온건 중도 성향이지만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노선은 대체로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주교부 장관 시절 그는 주교 후보자 명단을 결정하는 투표단에 처음으로 여성을 포함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조치를 주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여러 이념 진영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포용적 의제를 이어갈 교황과 보수적 교리로 돌아갈 교황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는 와중에 ‘균형 잡힌 중도파’가 대안으로 지지받았다고 보도했다. 영국 BBC방송은 “서로 다른 세계에 다리를 놓을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했다. 교회의 분열을 화합으로 이끌 교황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8일(현지 시간)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가톨릭 추기경단의 비밀회의 ‘콘클라베’는 이날 오전까지 세 번의 투표를 마쳤지만 새 교황을 선출하지 못했다. 새 교황 탄생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바티칸 안팎에선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뚜렷한 개혁 드라이브를 이어갈 진보파 교황이 나올지, 가톨릭 전통을 강조하는 보수파 교황이 탄생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르면 8일 ‘흰 연기’ 피어오를 수도 이날 오전 11시 50분경 시스티나 대성당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솟구치자 성 베드로 광장에 모여 있던 1만5000여 명의 인파 사이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전날 첫 투표에 이어 콘클라베 둘째 날 오전 두 번의 투표를 했지만 추기경 선거인단의 3분의 2인 89표 이상을 얻은 추기경이 없었다는 뜻이다. 통상 새 교황 후보군은 둘째 날부터 윤곽이 드러난다. 둘째 날부터는 투표가 하루에 총 4번 이뤄진다. 오전에 두 차례 투표를 하고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점심식사를 한 뒤 오후 5시 30분, 오후 7시경 두 차례 더 투표를 진행한다. 둘째 날에도 교황을 선출하지 못하면 두 번째, 네 번째 투표 후 검은 연기를 피워 올린다. 교황이 선출되면 즉시 흰 연기를 피워 올린다. 셋째 날까지 교황을 선출하지 못하면 추기경단은 하루 투표를 쉬고 기도와 토론을 하며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이때에도 추기경단은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상태를 유지하고, 이들이 먹는 음식조차 엄격한 감시하에 만들어진다.가톨릭교회에선 최근 진행됐던 콘클라베를 감안할 때 8일 또는 9일에는 새 교황이 선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최근에 실시된 두 번의 콘클라베도 모두 이틀째 결론이 났다.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다섯 차례 투표 끝에, 2005년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네 차례 투표 끝에 선출됐다. NBC뉴스에 따르면 1900년 이래 콘클라베는 평균 3일 동안 진행됐다. 이에 따라 이번에도 추기경단 사이에 큰 이견이 없으면 2, 3일째 새 교황이 선출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번 콘클라베에 참여하는 선거인단이 역대 최대 규모에 국적도 가장 다양한 만큼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티머시 돌런 추기경은 뉴욕타임스(NYT)에 “지난번 콘클라베보다 더 길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새 교황, 가톨릭 개혁 이어갈까 바티칸 안팎에선 차기 교황이 프란치스코 교황이 추진했던 가톨릭교회 변혁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시국 행정장관에 프란치스코 수녀회 소속 라파엘라 페트리니 수녀를 임명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가톨릭교회 역사상 여성이 바티칸시국 행정부 최고 직책에 오른 건 처음이었다. 하지만 여성 사제 임명은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가톨릭계에서 시급한 개혁 과제로 꼽혀 왔지만 반대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다만 프란치스코 교황의 여성 고위직 확대 노력으로 과거보다 ‘여성 사제’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는 확산된 상태. 이에 차기 교황의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질 가능성이 높다. 동성애와 낙태, 성소수자 등에 새 교황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도 바티칸의 뜨거운 감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성애와 낙태, 이혼, 재혼 등에 관해 포용적인 입장이었지만 동성혼과 낙태를 허용하진 않았다. 중국과의 수교도 차기 교황이 중요하게 다룰 업무로 꼽힌다. 바티칸은 현재까지 중국과 수교를 맺지 않고 있으며, 대신 대만과 수교를 맺고 있다. 바티칸으로선 중국이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초대형 선교지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프란치스코 교황은 내부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관계 개선을 위해 중국 정부의 주교 임명권을 인정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에서 중국어 기도문이 처음 낭독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란 평가가 많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미리 체험할 수 있는 축제가 10, 11일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열린다.WYD 지역조직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대주교)는 8일 “올해 성소주일(부활 제4주일)을 맞아 서울 종로구 가톨릭대 성신교정과 동성 중고교, 대학로 거리 등에서 유스 페스티벌 ‘희(熙)희(喜)희(希)’(사진)를 개최한다”라고 밝혔다. ‘희희희’는 2027년 서울 WYD의 영적 지향인 ‘진리(Veritas)’ ‘평화(Pax)’ ‘사랑(Amor)’을 주제로 다양한 공연과 전시 프로그램 등을 선보인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미리 체험할 수 있는 축제가 10, 11일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열린다.WYD 지역조직위(위원장 정순택 대주교)는 8일 “올해 성소주일(부활 제4주일)을 맞아 10, 11일 서울 종로구 가톨릭대 성신교정, 동성 중고교, 대학로 거리 등에서 유스 페스티벌 ‘희(熙)희(喜)희(希)’를 개최한다”라고 밝혔다. ‘희희희’에서는 2027년 서울 WYD의 영적 지향인 ‘진리(Veritas)’ ‘평화(Pax)’ ‘사랑(Amor)’을 주제로 다양한 전례, 공연, 체험 부스, 전시 프로그램이 선보인다. 개그맨 곽범의 사회로 진행되는 대학로 특설 무대에서는 아이돌 그룹 ‘파우’ 가수 백아연, 펀치, 임한별 등이 출연하는 토크 콘서트와 공연이 펼쳐진다. 또 천주교, 불교, 개신교, 원불교 등 종교 지도자로 구성된 ‘만남 중창단’의 공연도 볼 수 있다.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창설한 이 대회는 2, 3년마다 각 대륙을 돌며 개최되고 있으며, 2027년 WYD는 서울에서 열린다. 아시아에서 열리는 건 필리핀 마닐라(1995년) 대회 이후 두 번째다. 대회 개막미사와 폐막일 미사는 교황이 직접 집전하며, 전 세계에서 약 80만 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대한불교조계종 종정인 성파 대종사(사진)는 7일 하안거(夏安居) 법어를 통해 “무명업장(無明業障·번뇌를 일으키는 근본적 무지)을 끊고 확철대오(廓徹大悟·확연히 꿰뚫어 크게 깨우침) 하기 위해 정진하는 수행자는 헝클어진 실을 풀려고 하지 말고 한칼에 끊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성파 스님은 이어 “화두참구(話頭參究)가 성성하면 무아의 이치가 드러나고 그 마음이 청정하기가 허공과 같아져서 부처님과 조사께서 체득하신 신통묘용(神通妙用)이 여기에서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거는 승려들이 겨울과 여름에 각각 석 달간 외출을 금하고 선원(禪院)에 머물며 참선 수행하는 것으로, 조계종 하안거는 12일부터 시작한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크고 국제적인 콘클라베.’ 지난달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후임자를 선출하는 추기경단의 비밀회의 ‘콘클라베(Conclave)’가 7일부터 바티칸에서 열린다. 이번 콘클라베에는 역대 가장 많은 133명의 추기경(80세 미만 추기경만 참석 가능)이 참석한다. 추기경들의 출신 국가 또한 이전에 비해 다양해졌다. 프랑스 매체 ‘프랑스24’는 콘클라베의 국제화가 이뤄졌다고 진단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선출했던 2013년 콘클라베 때는 추기경 115명이 참석했다. 바티칸은 늘어날 추기경을 수용할 숙소를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다. 기존엔 프란치스코 교황이 거주했던 ‘산타마르타 게스트하우스’로도 충분했지만 이번엔 인근 건물 ‘산타마르타 베키아’까지 활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기경단의 출신 국가 또한 5개 대륙에 걸친 70개국으로 2013년(48개국)보다 훨씬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유럽 출신 추기경이 50% 이상이었으나 현재는 30%대로 낮아졌다. 대신 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 비(非)유럽권 추기경이 절반이 넘는다. 추기경단의 규모가 커지고 구성도 다양해지면서 교황 선출 결과는 더 가늠하기 어려워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콘클라베는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얻는 후보가 나올 때까지 매일 투표를 되풀이한다. 프란치스코 교황, 그의 전임자 베네딕토 16세는 모두 콘클라베 둘째 날 교황으로 선출됐다. 이번에는 이보다 오래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많다.● “다양한 종교와 대화하는 교황”콘클라베 투표는 첫날 한 차례, 다음 날부터는 오전과 오후 각각 두 차례씩 하루에 네 번 진행된다. 투표에서 새 교황이 결정되면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그렇지 않으면 검은 연기가 피어오른다. 이렇게 사흘간 투표해도 교황이 안 뽑히면 추기경들은 하루 동안 투표를 중단하고 기도와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교황청 관영매체 바티칸뉴스에 따르면 선거인단을 포함한 170명의 추기경은 앞서 5일 총회를 열었다. 새 교황의 덕목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가톨릭 교회 운영은 물론이고 전 세계 각국의 보혁 갈등, 민족 중심주의, 이주민 및 이주민 신앙 지원의 중요성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끊이지 않는 전쟁과 갈등, 추기경들의 출신 국가와 관련된 주제도 언급됐다. 추기경들이 다양한 종교 및 문화권과 대화하는 사목적인 새 교황의 모습도 기대했다고 바티칸뉴스는 전했다. 마테오 브루니 교황청 대변인은 “새 교황은 세상의 위기 속에서 길을 잃은 인류가 친교에 접근할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하는 인물이어야 한다”며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가까운 목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표 참여 추기경 4명 중 3명 프란치스코가 서임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가톨릭계, 주요 외신 등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노선을 계승할 후임자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번 콘클라베에 참석하는 133명 중 100여 명(약 75.2%)을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임했기 때문이다.그중에서도 이탈리아 출신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70)과 마테오 마리아 추피 추기경(70)이 유력 후보로 꼽힌다. ‘교황청 2인자’격인 교황청 국무원장인 파롤린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건강이 악화될 때마다 후임으로 거론됐다. 중도 성향이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을 받들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했다. 추피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사상, 철학적으로 가장 비슷해 ‘프란치스코의 정신적 후계자’로 불린다. 2023년부터 이탈리아 주교회의(CEI) 의장 겸 우크라이나 전쟁의 평화 특사로 활동했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제들의 동성 커플 축복을 허용하는 등 동성애에 포용적인 입장을 보인 데 대해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혔다.필리핀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68)은 최초의 아시아 출신 교황 후보로 거론된다. ‘다양성’을 중시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타글레 추기경을 포함해 비유럽권 출신 추기경을 대거 발탁했다. 모친이 중국계이며 양극화 해소 등에 관심이 많아 ‘아시아의 프란치스코’로도 불린다. 그는 “미혼모, 동성애자 등에 대한 카톨릭 교회의 엄격한 입장이 복음 전파에 해를 끼쳤다”고 밝히는 등 진보 성향이다. 6일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주요 도박 사이트의 베팅 추이를 분석한 결과, 세계 도박사들은 파롤린 추기경이 새 교황으로 선출될 가능성을 27%로 가장 높게 봤다. 이어 타글레 추기경(19%), 추피 추기경(10%) 등이 뒤를 이었다.● 韓 유흥식 추기경, 특유의 친화력으로 주목 한국인 최초의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74)도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최근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는 유 추기경을 차기 교황 유력 후보군 12명 중 한 명으로 꼽았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바티칸 안팎에 인맥이 두텁다. 또 우수한 업무 추진력과 소탈한 성품으로 그를 좋아하는 추기경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성 베드로 대성전에 아시아계 성인으로는 처음으로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1821∼1846) 성상이 설치됐는데, 유 추기경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다. 이 외에 프리돌린 암봉고 베숭구(65·콩고민주공화국), 페테르 에르되(73·헝가리), 안데르스 아르보렐리우스(76·스웨덴), 장마르크 아블린(67·프랑스), 빔 에이크(72·네덜란드), 찰스 마웅 보(77·미얀마) 추기경 등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크고 국제적인 콘클라베.’지난달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후임자를 선출하는 추기경단의 비밀회의 ‘콘클라베(Conclave)’가 7일부터 바티칸에서 열린다. 이번 콘클라베에는 역대 가장 많은 추기경 133명(80세 미만 추기경만 참석 가능)이 참석한다. 추기경들의 출신 국가 또한 이전에 비해 다양해졌다. 프랑스 매체 ‘프랑스24’는 콘클라베의 국제화가 이뤄졌다고 진단했다.프란치스코 교황을 선출했던 2013년 콘클라베 때는 추기경 115명이 참석했다. 바티칸은 늘어날 추기경을 수용할 숙소를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다. 기존엔 프란치스코 교황이 거주했던 ‘산타마르타 게스트하우스’로도 충분했지만 이번엔 인근 건물 ‘산타마르타 베키아’까지 활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추기경단의 출신 국가 또한 5개 대륙에 걸친 70개국으로 2013년(48개국)보다 훨씬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유럽 출신 추기경이 50% 이상이었으나 현재는 30%대로 낮아졌다. 대신 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 비(非)유럽권 추기경이 절반이 넘는다.추기경단의 규모가 커지고 구성도 다양해지면서 교황 선출 결과는 더 가늠하기 어려워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콘클라베는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얻는 후보가 나올 때까지 매일 투표를 되풀이한다. 프란치스코 교황, 그의 전임자 베네딕토 16세는 모두 콘클라베 둘째 날 교황으로 선출됐다. 이번에는 이보다 오래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많다. ● “다양한 종교와 대화하는 교황”콘클라베 투표는 첫날 한 차례, 다음 날부터는 오전과 오후 각각 두 차례씩 하루에 네 번 진행된다. 투표에서 새 교황이 결정되면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그렇지 않으면 검은 연기가 피어오른다. 이렇게 사흘 간 투표해도 교황이 안 뽑히면 추기경들은 하루 동안 투표를 중단하고 기도와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교황청 관영매체 바티칸뉴스에 따르면 선거인단을 포함한 170명의 추기경은 앞서 5일 총회를 열었다. 새 교황의 덕목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가톨릭 교회 운영은 물론이고 전세계 각국의 보혁 갈등, 민족 중심주의, 이주민 및 이주민 신앙 지원의 중요성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끊이지 않는 전쟁과 갈등, 추기경들의 출신 국가와 관련된 주제도 언급됐다. 추기경들이 다양한 종교 및 문화권과 대화하는 사목적인 새 교황의 모습도 기대했다고 바티칸뉴스는 전했다. 마테오 브루니 교황청 대변인은 “새 교황은 세상의 위기 속에서 길을 잃은 인류가 친교에 접근할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하는 인물이어야 한다”며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가까운 목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표 참여 추기경 4명 중 3명 프란치스코가 서임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가톨릭계, 주요 외신 등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노선을 계승할 후임자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번 콘클라베에 참석하는 133명 중 100여 명(약 75.2%)을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임했기 때문이다.그중에서도 이탈리아 출신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70)과 마테오 마리아 추피 추기경(69)이 유력 후보로 꼽힌다. ‘교황청 2인자’격인 교황청 국무원장인 파롤린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건강이 악화될 때마다 후임으로 거론됐다. 중도 성향이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을 받들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했다.추피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사상, 철학적으로 가장 비슷해 ‘프란치스코의 정신적 후계자’로 불린다. 2023년부터 이탈리아 주교회의(CEI) 의장 겸 우크라이나 전쟁의 평화 특사로 활동했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제들의 동성 커플 축복을 허용하는 등 동성애에 포용적인 입장을 보인데 대해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혔다.필리핀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68)은 최초의 아시아 출신 교황 후보로 거론된다. ‘다양성’을 중시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타글레 추기경을 포함해 비유럽권 출신 추기경을 대거 발탁했다. 모친이 중국계이며 양극화 해소 등에 관심이 많아 ‘아시아의 프란치스코’로도 불린다. 그는 “미혼모, 동성애자 등에 대한 카톨릭 교회의 엄격한 입장이 복음 전파에 해를 끼쳤다”고 밝히는 등 진보 성향이다.6일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주요 도박 사이트의 베팅 추이를 분석한 결과, 세계 도박사들은 파롤린 추기경이 새 교황으로 선출될 가능성을 27%로 가장 높게 봤다. 이어 타글레 추기경(19%), 추피 추기경(10%) 등이 뒤를 이었다.● 韓 유흥식 추기경, 특유 친화력으로 주목한국인 최초의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74)도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최근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는 유 추기경을 차기 교황 유력 후보군 12명 중 한 명으로 꼽았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바티칸 안팎에 인맥이 두텁다. 또 우수한 업무 추진력과 소탈한 성품으로 그를 좋아하는 추기경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성 베드로 대성전에 아시아계 성인으로는 처음으로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1821∼1846) 성상이 설치됐는데, 유 추기경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다.이 외 프리돌린 암봉고 베숭구(71·콩고민주공화국), 페테르 에르되(71·헝가리), 안데르스 아르보렐리우스(76·스웨덴), 장마크 아벨린(67·프랑스), 빌렘 에이크(72·네델란드), 찰스 보(77·미얀마) 추기경 등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7일(현지 시간) 제267대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Conclave·추기경단 비밀회의)가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열린다. 차기 교황은 교황 선출권을 가진 80세 미만 추기경 133명의 비밀 투표로 결정되며,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얻는 후보가 나올 때까지 매일 투표를 되풀이한다. 2005년 베네딕토 16세와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모두 콘클라베 둘째 날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추기경단 구성이 과거보다 복잡해져 이보다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과거에는 추기경의 50% 이상이 유럽 출신이었으나 현재는 30%대로 낮아졌고, 대신 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 비유럽권 추기경이 절반이 넘는다.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가톨릭계와 외신 등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입장을 계승할 추기경이 뒤를 이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투표권을 가진 80세 미만 추기경 중 약 100여 명을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임했기 때문. 그중에서도 이탈리아의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70)과 마테오 마리아 주피 추기경(69) 이 유력 후보로 꼽힌다.‘교황청 2인자’로 불리는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건강이 악화될 때마다 후임으로 거론됐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추기경에 서임했으며, 교황청 국무원 장관으로 프란치스코 교황과 11년을 함께 해 만약 교황에 선출된다면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의 정책을 대체로 이어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성향은 강경 보수도, 급진 개혁도 아닌 중도로 알려졌다.마테오 마리아 주피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사상적, 철학적으로 가장 비슷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정신적 후계자’로 불린다. 2019년 추기경에 서임됐으며, 2023년부터 이탈리아 주교회의(CEI) 의장 겸 우크라이나 전쟁 평화 특사로 활동했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제들의 동성 커플 축복을 허용하는 등 동성애에 포용적인 입장을 보인데 대해 공개적으로 명확한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필리핀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68)도 아시아권 교황 후보로 지목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다양성의 가치를 강조하며 아시아 등 비유럽권 출신 추기경들을 다수 임명했다. ‘아시아의 프란치스코’란 별명을 갖고 있는 그는 2012년 베네딕토 16세 교황에 의해 추기경에 서임됐다. 평소 “미혼모, 동성애자 등에 대한 엄격한 입장이 복음 전파에 해를 끼쳤다”라고 밝히는 등 개방적인 성향으로 알려졌다.한국인 최초의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74)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최근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는 유 추기경을 차기 교황 유력 후보군 12명 중 한 명으로 꼽았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바티칸 안팎에 인맥이 두터우며, 탁월한 업무 추진력과 소탈한 성품으로 그를 좋아하는 추기경들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성 베드로 대성전에 아시아계 성인으로는 처음으로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1821∼1846) 성상이 설치되는데 가장 이런 인맥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이밖에 프리돌린 암봉고 베숭구(71·콩고민주공화국), 페테르 에르되(71·헝가리), 안데르스 아르보렐리우스(76·스웨덴), 장마크 아벨린(67·프랑스), 빌렘 에이크(72·네델란드), 찰스 보(77·미얀마) 추기경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존엄성을 인정하면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고 이 땅을 극락처럼 만들 수 있다.” 불기 2569년(2025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이 5일 서울 종로구 대한불교조계종 조계사에서 봉행됐다. 종정 성파 대종사는 원로회의 의장인 자광 스님이 대독한 법어를 통해 “부처님 안목으로 세상을 살면 걸음걸음마다 연꽃이 피어나고 행하는 일마다 무진법문이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이날 봉축사에서 “고통은 세상이 그러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지어낸 결과”라며 “탐욕이 넘치면 함께 겪는 공업이 따르고 자비가 피어나면 함께 누리는 공덕이 실현된다”고 했다. 또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웃들, 지진으로 희생된 미얀마 생명들의 아픔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한 사람의 자비가 열 사람을 구하고, 한 사람의 보시가 세상을 밝힌다”고 덧붙였다. 봉축법요식에 참석한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나와 남이 둘이 아니라는 자타불이(自他不二)의 마음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며 “정부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국민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도록 국정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정관계 인사 및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 전세 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 등 사회적 약자와 신자 1만여 명이 참석했다. 불교계 종단들이 참여한 부처님오신날 봉축위원회가 선정한 올해 봉축표어는 ‘세상에 평안을, 마음에 자비를’이다. 이날 봉축법요식은 조계사를 비롯해 전국 사찰에서 열렸다. 대한불교천태종과 한국불교태고종도 각각 전국 사찰에서 봉축법요식을 열고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했다. 천태종 총무원장 덕수 스님은 별도로 배포한 봉축사에서 “대한민국의 국운이 융창하고 세계 인류가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하면서 참생명, 참행복의 길로 나아가자”고 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혹시나 살아 있는 동안 길이 열린다면, 북한에서 사목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1일 인천 강화도 꽃동네에 있는 ‘교황 프란치스코 센터’에서 만난 장인남 바오로 대주교(76)는 “2018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북한 방문이 성사됐다면 남북 관계가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 출신 첫 교황대사였던 그는 방글라데시, 우간다, 태국 교황대사 등을 거쳐 네덜란드 교황대사를 마지막으로 올 2월 은퇴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1976년 사제품을 받은 장 대주교는 교황청 외교관학교를 마치고 1985년 주엘살바도르 서기관을 시작으로 교황청 외교관으로 활동했다. 서기관, 참사관을 거쳐 2002년 한국 가톨릭 사상 처음으로 교황대사(주방글라데시 교황청)에 임명됐다. 한국인 출신 교황청 외교관은 장 대주교 이후로도 2018년 정다운 신부와 2019년 황인제 신부까지 3명뿐이다. 우리보다 가톨릭 역사가 훨씬 긴 일본은 아직 교황청 외교관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교황대사는 교황을 대신해 주재국 정부와 교황청의 가교 역할을 하는 고위급 외교 성직자다. 교황청과 주재국 간의 외교 활동과 함께 주재국의 인권, 평화, 민주주의 수호 등과 관련된 사안을 교황청에 보고하고 메시지를 내는 활동을 한다. 장 대주교는 “올 1월 퇴임 인사차 바티칸에 들렀는데, 교황청 어른들이 한국 걱정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민주주의의 모범국이라고 여겼던 한국에서 갑자기 비상계엄이란 사태가 벌어지자 굉장히 놀랐다는 것. 그는 “국무원장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외교장관인 폴 갈라거 추기경 등이 ‘어떻게 한국에서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며 매우 안타까워했다”고 했다.최근 바티칸에서 거행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미사에 참석한 그는 교황의 2017년 미얀마 방문, 2019년 태국 방문을 주재국 교황대사로 준비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교황님은 참으로 열정적이면서도 매우 소탈했던 분”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당시 태국,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등 4개국 교황대사를 겸임했다. 장 대주교는 “의전과 관련해 교황님이 요청한 것은 ‘침실 옆에 기도 드릴 수 있는 작은 공간을 하나 준비해 달라’는 것뿐이었다”며 “교황님은 하루 일정이 끝나면 저녁에 혼자 조용히 기도하는 것을 좋아하셨다”고 떠올렸다.“교황님은 태국 국왕의 만찬도 정중히 사양하셨어요. 방문국의 큰 행사보다 어렵고 가난한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우선으로 하셨지요. 시골 성당을 방문하고, 병원에서 환자들을 일일이 만나다 보니 일정이 그야말로 강행군이었어요. 그 피곤한 상태에서도 신자들을 만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늘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나누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장 대주교는 “올 1월 은퇴를 앞두고 교황님께 마지막 인사를 드리면서 ‘한국에 돌아가면 가능하면 남북 관계 개선과 탈북민을 돕는 데 노력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강복(降福)해 주셨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는 평안북도 강계, 어머니는 의주 출신이다. 형인 장인산 베르나르도 신부도 강계에서 태어났다.“교황청 외교관은 외교와 행정을 하는 자리라 사실 일반 신자들과 접촉하며 사목 활동을 할 기회가 별로 없어요. 그래서 엘살바도르에 있을 땐 자청해서 외교관 업무가 없는 주말에는 변두리에 있는 가난한 신자촌에서 사목 활동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지요.” 그는 “이제 은퇴도 했으니 그동안 제대로 못 했던 사목 활동을 진짜 열심히 하고 싶다”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북한 교회와 북한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기꺼이 동참할 생각”이라고 말했다.강화=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혹시나 살아있는 동안 길이 열린다면, 북한에서 사목활동을 하고 싶습니다.”1일 인천 강화도 꽃동네에 있는 ‘교황 프란치스코 센터’에서 만난 장인남 바오로 대주교(76)는 “2018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북한 방문이 성사됐다면 남북 관계가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 출신 첫 교황대사였던 그는 방글라데시, 우간다, 태국 교황대사 등을 거쳐 네덜란드 교황대사를 마지막으로 올 2월 은퇴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1976년 사제품을 받은 장 대주교는 교황청 외교관학교를 마치고 1985년 주엘살바도르 서기관을 시작으로 교황청 외교관으로 활동했다. 서기관, 참사관을 거쳐 2002년 한국 가톨릭 사상 처음으로 교황대사(주방글라데시 교황청)에 임명됐다. 한국인 출신 교황청 외교관은 장 대주교 이후로도 2018년 정다운 신부와 2019년 황인제 신부까지 3명뿐이다. 우리보다 가톨릭 역사가 훨씬 긴 일본은 아직 교황청 외교관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교황대사는 교황을 대신해 주재국 정부와 교황청과의 가교역할을 하는 고위급 외교 성직자다. 교황청과 주재국 간의 외교활동과 함께 주재국의 인권, 평화, 민주주의 수호 등과 관련된 사안을 교황청에 보고하고 메시지를 내는 활동을 한다.장 대주교는 “올 1월 퇴임 인사차 바티칸에 들렀는데, 교황청 어른들이 한국 걱정을 많이 했다”라고 전했다. 민주주의의 모범국이라고 여겼던 한국에서 갑자기 비상계엄이란 사태가 벌어지자 굉장히 놀랐다는 것. 그는 “국무원장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외교장관인 폴 갈라거 추기경 등이 ‘어떻게 한국에서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라며 매우 안타까워했다”라고 했다.최근 바티칸에서 거행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미사에 참석한 그는 교황의 2017년 미얀마 방문, 2019년 태국 방문을 주재국 교황대사로 준비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교황님은 참으로 열정적이면서도 매우 소탈했던 분”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당시 태국,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4개국 교황대사를 겸임했다. 장 대주교는 “의전과 관련해 교황님이 요청한 것은 ‘침실 옆에 기도드릴 수 있는 작은 공간을 하나 준비해달라’는 것뿐이었다”라며 “교황님은 하루 일정이 끝나면 저녁에 혼자 조용히 기도하는 것을 좋아하셨다”고 떠올렸다.“교황님은 태국 국왕의 만찬도 정중히 사양하셨어요. 방문국의 큰 행사보다 어렵고 가난한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우선으로 하셨지요. 시골 성당을 방문하고, 병원에서 환자들을 일일이 만나다 보니 일정이 그야말로 강행군이었어요. 그 피곤한 상태에서도 신자들을 만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늘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나누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장 대주교는 “올 1월 은퇴를 앞두고 교황님께 마지막 인사를 드리면서 ‘한국에 돌아가면 가능하면 남북 관계 개선과 탈북민을 돕는 데 노력하고 싶다’라고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강복(降福)해 주셨다”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는 평안북도 강계, 어머니는 의주 출신이다. 형인 장인산 베르나르도 신부도 강계에서 태어났다.“교황청 외교관은 외교와 행정을 하는 자리라 사실 일반 신자들과 접촉하며 사목 활동을 할 기회가 별로 없어요. 그래서 엘살바도르에 있을 때는 자청해서 외교관 업무가 없는 주말에는 변두리에 있는 가난한 신자촌에서 사목활동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지요.”그는 “이제 은퇴도 했으니 그동안 제대로 못 했던 사목활동을 진짜 열심히 하고 싶다”라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북한 교회와 북한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기꺼이 동참할 생각”이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가끔 ‘마지막으로 주어진 시간이 한 달 정도밖에 없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출근은 당연히 안 할 테고, 꼭 가보고 싶었던 곳으로의 여행?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마지막 인사? 유언장 작성? 버킷리스트 작성이 유행일 때 써놓은 것은 있지만, 막상 선택하려고 보니 ‘이게 정말 내가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을 정도로 가치가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쉽게 선택을 못 하고 있는데, 문득 ‘평생 해왔던 것이 사실 마지막까지 가장 하고 싶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따지고 보면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싶은 사람도 가족, 친구 등 사실은 평생을 봐온 사람들이니 말이다.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베스트셀러 소설가이자 시인인 폴 오스터도 그런 마음이었을까. ‘바움가트너(Baumgartner)’는 지난해 4월 타계한 오스터가 투병 중 집필한 생애 마지막 장편 소설. 1주기에 맞춰 출간된 이 책은 은퇴를 앞둔 노교수 바움가트너를 통해 상실과 기억 그리고 현재, 시간의 흐름과 삶의 의미를 내밀한 시선으로 담았다. 이야기 구조는 단순하다. 10년 전 아내를 떠나보낸 노교수(바움가트너)가 어느 날 40년간 함께했던 아내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자신의 삶을 반추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저자는 반세기가 넘도록 보였던 발군의 기량을 삶의 막바지를 맞은 원숙한 사유와 결합해 한 인간의 삶이 어떻게 기억과 이야기로 남는지 풀어낸다. “이제 세부적인 것은 기억에 없지만 한 가지, 어딘가에서 차를 세우고 피크닉 점심을 먹었던 일, 모래가 많은 땅에 담요를 펼치고 애나의 아름답게 빛나는 얼굴을 건너다보았던 일은 떠오른다. … 이 순간을 기억하도록 해.” 읽는 내내 굉장히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과거의 기억이 희미한 가스등에 불이 들어오듯 하나둘 떠오르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 끄트머리에, 바움가트너 정도는 아니지만, 잃어버린 것에 대한 상실, 감당할 수 없는 슬픔 등도 받아들이며 여기까지 온 기특한 자신도 보게 된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사진)은 불기 2569년(2025년) 부처님오신날(5월 5일)을 앞두고 28일 발표한 봉축사에서 “대립과 반목을 내려놓고, 서로를 이해하며 화합하는 길이 우리가 함께 걸어가야 할 부처님의 길”이라고 밝혔다. 진우 스님은 “부처님의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 가르침은 오만과 독선이 아닌, 모든 생명이 존귀함을 깨우치는 말씀”이라며 “서로를 존중하고 더불어 살아가야 할 이유를 이 말씀 속에서 우리는 배운다”라고 말했다. 진우 스님은 또 “참된 평화는 외부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내면에서 피어나는 것”이라며 “선명상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고, 서로의 아픔을 보듬고, 기쁨을 나누는 세상을 만들자”라고 당부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원불교(교정원장 나상호) 교단 창립 기념일인 대각개교절(大覺開敎節) 경축기념식이 28일 전북 익산 원불교 중앙총부 등 국내외 1000여 교당과 기관에서 봉행 됐다. 이날 기념식에서 왕산 성도종 종법사는 “진정으로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물질이 아닌 정신이 주인이 되어야 한다”라며 “정신개벽은 물질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의 삶을 주체적으로 이끄는 것”이라고 법문했다.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대독한 축사에서 “110년의 역사 속에서 나눔과 베풂을 실천하고 있는 원불교가 온 세상을 더욱 이롭게 밝혀주기를 기대한다”라며 “정부는 더 낮은 곳에서 약자들과 동행하고 국민 한 분 한 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라고 밝혔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불기 2569년(2025년) 부처님오신날(5월 5일)을 앞두고 28일 발표한 봉축사를 통해 “대립과 반목을 내려놓고, 서로를 이해하며 화합하는 길이 우리가 함께 걸어가야 할 부처님의 길”이라고 밝혔다.진우 스님은 “부처님의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 가르침은 오만과 독선이 아닌, 모든 생명이 존귀함을 깨우치는 말씀”이라며 “서로를 존중하고 더불어 살아가야 할 이유를 이 말씀 속에서 우리는 배운다”라고 말했다. 진우 스님은 또 “참된 평화는 외부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내면에서 피어나는 것”이라며 “선명상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고, 서로의 아픔을 보듬고, 기쁨을 나누는 세상을 만들자”라고 당부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파파(papa·교황) 프란치스코, 그라치에(grazie·고맙습니다)!”26일 오전(현지 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 주변 시내엔 약 40만 명이 운집해 애도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20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장례미사 직후 이탈리아 로마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으로 운구되자, 세계에서 모여든 추모객들은 슬픔에도 감사를 표하며 가는 길을 축복했다.‘빈자(貧者)들의 성자’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미사가 이날 오전 10시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엄수됐다. 교황의 유언대로 장식 없는 십자가 문양만 새겨진 목관이 모습을 드러내자 모두가 박수로 교황을 맞았다. 장례미사는 입당송(入堂頌) ‘주여, 영원한 안식을 내리소서’를 시작으로 기도와 성경 강독, 성찬 전례, 고별 예식 순으로 2시간가량 진행됐다.미사를 주례한 추기경단장인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은 “교황은 당신의 허약함과 고통의 막바지에도, 지상의 삶 마지막 날까지 자기 봉헌의 길을 따르고자 하셨다”며 “이제 우리는 사랑하는 그의 영혼을 하느님께 맡겨 드린다”고 애도했다.이날 미사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와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 170여 개국 지도자 및 대표단이 참석했다. 한국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이끄는 민관합동 조문사절단과 염수정 추기경,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등이 참석했다.교황청은 이날 공식 추모 기간인 ‘노벤디알리(Novendiali·9일간의 의식)’를 선포했다. 9일 동안 매일 추모 기도회가 이어지며, 교황의 묘는 27일부터 일반에 공개됐다. 차기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Conclave·추기경단 비밀회의)는 이르면 다음 달 5일 시작될 예정이다.“그라치에 파파”… 40만명 배웅속 ‘포프모빌’ 타고 소박한 작별[프란치스코 교황 영면]“교황, 가장 보잘것없는 이들에 관심”… 삼중관 대신 아연 덧댄 목관 입관시민 배웅 위해 사람 걷는 속도 이동… 교황 요청에 난민-노숙인 등이 맞이“교황께서 그토록 사랑했던 어머니(성모 마리아) 품에 안기시는 마지막 여정은 그가 평생 사랑했던 가난한 이들의 배웅을 받는 아름다운 이별이었다.”(베노니 암바루스 이탈리아주교회 주교)26일(현지 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장례미사가 끝나자, 거리에 모습을 드러낸 건 작고 아담한 흰색 무개차(無蓋車)였다.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즐겨 탔던 ‘포프모빌(Popemobile)’이다. 40만 명이 모여든 마지막 가는 길도 교황은 평소와 다름없이 소탈한 행보였다. 로마 경찰의 호위 외엔 앞뒤로 각각 2대씩의 의전 차량만 따를 뿐이었다.관이 운구되는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 앞에서는 허름한 옷차림으로 흰 장미꽃을 든 40여 명이 교황을 맞이했다. 모두 난민이나 죄수 출신이거나 노숙자인 이들이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 마지막 조의를 표하도록 해 달라”는 교황의 생전 요청에 따른 것이다.● “하느님께서 그에게 영원한 행복을 주시길”이날 오전 10시부터 열린 장례미사에는 세계 각지에서 온 신자 등 25만여 명과 로마 시민 등 40만여 명이 참석했다. 추기경 220명과 주교 750명, 사제 4000여 명이 참석해 교황의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순례자와 난민부터 세계의 유력 지도자와 왕족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의 추모객들이 몰려들었다”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모든 사람에게 열린 마음을 지닌, 모든 이들의 교황이었음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고 전했다.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은 강론에서 “교황님께서 지상에서 영원으로 건너가신 이후 지난 며칠 동안 우리가 목격한 넘쳐나는 사랑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얼마나 사람들의 정신과 마음에 감동을 주었는지 말해 준다”고 했다. 그는 “교황은 양들을 위해 목숨을 내어놓기까지 당신 양들을 사랑하신 착한 목자이신 주님의 발자취를 따르셨다”며 “모든 이에게 가까이 다가가고자 열망하셨으며,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두드러진 관심을 기울이셨고, 특히 우리 가운데 가장 보잘것없는 이들, 소외된 이들에게 그렇게 하셨다”고 했다.50년 가까이 교황청에서 재직한 레 추기경은 다음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의 수장이기도 하다. 다만 91세의 고령으로 투표권은 없다. 차기 교황 선출권은 80세 미만의 추기경에게만 주어진다.●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마지막 길역대 교황의 경우, 장례미사를 마친 뒤엔 사이프러스와 아연, 참나무 등 세 겹으로 된 삼중관 입관 절차를 거쳤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11월 장례 예식을 개정해 삼중관 대신 아연으로 내부를 덧댄 목관 하나만 쓰도록 했다.프란치스코 교황의 목관 속에는 고위 성직자의 책임과 권한을 상징하는 팔리움(양털로 짠 고리 모양의 띠), 재위 기간 주조된 동전과 메달, 그의 재위 기간 업적을 담은 두루마리 형태의 문서가 철제 원통에 봉인돼 넣어졌다.장지인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으로 가는 운구 차량은 미사에 참석하지 못한 시민들이 교황과 작별 인사를 할 수 있게 사람이 걷는 속도로 천천히 이동했다. 20여 분이 지나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 도착한 교황의 관은 구약성서 시편을 노래한 그레고리안 성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안으로 들어갔다. 교황의 묘는 유언대로 성모 성화 ‘로마인들의 구원’이 걸려 있는 파올리나 경당과 스포르차 경당 사이에 마련됐다. 비석엔 ‘프란치스쿠스(Franciscus)’라는 라틴어 이름과 십자가 모양만 새겨졌다.하관 의식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탈리아 매체들은 “다시 한번 성수가 뿌려지고, 매장이 이뤄졌다. 대성전 공증인이 매장 사실을 증명하는 공식 문서를 작성해 참석자들 앞에서 낭독하고, 추기경들과 전례 담당 고위 성직자들이 서명하면서 의식은 끝을 맺었다”고 전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교황께서는 ‘한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고 물으셨어요.” 교황청에 따르면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은 24일(현지 시간) 한국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사흘 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선포 당시 “빨리 잘 해결되길 바란다”며 한국 걱정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유 추기경은 그간 한국 언론의 인터뷰 요청을 여러 차례 고사하다 이날 바티칸 교황청 성직자부 청사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났다고 한다. 그는 “교황 선종이라는 큰일을 계기로 교황청 사람으로서 감사한 마음으로 소식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고 소개했다. 유 추기경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5일 뒤 말씀드렸는데 (교황이 이미) 마음속에 품고 계셨다”며 “(그래서 같은 해 8월 교황의 방한 때) 서울공항에 세월호 유족 대표도 나왔고 여러 일들이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교황 선종 뒤 온라인에선 2014년 8월 방한한 교황이 세월호 참사 유족들을 위로한 장면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교황은 이산가족의 아픔에도 큰 관심을 기울였다. 유 추기경은 “교황은 ‘같은 형제, 자매가 어떻게 60년, 70년 이렇게 (떨어져 사는) 불행이 있느냐’라고 하시며 ‘북한에 가고 싶고, 언제든 불러주면 가겠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교황은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하고, 전쟁과 평화는 구별하라고 하셨다”고 덧붙였다. 유 추기경이 차기 교황 유력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힌 데 대해선 “영광스럽지만 감히”라고 말을 흐리며 “하하하 웃고 넘겼다”고 했다. 그는 최근 이탈리아 최대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가 꼽은 차기 교황 유력 후보 12명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12월엔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유 추기경을 차기 교황 유력 후보로 거론했다. 26일 오전 10시(현지 시간·한국 시간 오후 5시)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열리는 교황 장례식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과 신자 등 25만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장례 미사는 추기경단 단장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이 주례하며, 전 세계에서 모인 추기경과 주교, 사제들이 공동 집전한다. 과거에는 장례 미사를 마친 뒤 세 겹으로 된 삼중관 입관 절차를 거쳤지만, 교황이 장례 예식을 대폭 간소화함에 따라 이 과정이 사라졌다. 개정된 장례 예식서에 따라 교황의 시신은 삼중관 대신 아연으로 내부를 덧댄 소박한 목관 하나에만 안치된다. 교황은 유언에 따라 성베드로 대성당이 아닌 이탈리아 로마의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에 안장된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지인 중 한 명이 이런 우스갯소리를 한 적이 있다. 10년쯤 뒤에는 아마 휴전선에 입대한 아들 대신 엄마들이 서 있을 거라고. 그런데 우스개가 우스개로 들리지 않은 것은, 그때가 극성 학부모 때문에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등 사회적으로 엄청난 일이 벌어졌을 때였기 때문이다. 학교 보내 놓고도 안절부절못하는데 군대야 말해 무엇할까. 그런데, ‘금쪽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내 자식을 금이야 옥이야 키우는 게 정말 아이에게 좋은 일일까?탐사 저널리스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저자가 요즘 시대에 거의 표준으로 자리 잡힌 ‘감정 존중 양육’과 ‘다정한 부모’라는 환상이 아이들의 성장 과정은 물론이고 사회 전반에 어떤 부작용을 가져왔는지 적나라하게 폭로했다.‘왜 친구 사귀기에 갑자기 학교 상담 교사의 관리와 감독이 필요하게 되었을까? 본래 대인관계 기술은 현실 삶에서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획득하는 것이라고 케이나르는 강조했다. 정서 조절 능력도 마찬가지다. … 야구팀에 들어가지 못한 좌절감을 극복하는 법은 교실에서 말로 하는 수업을 통해서가 아니라 야구팀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험을 직접 해보면서 배우는 것이다.’(4장 ‘공감과 배려는 어떻게 아이들을 망치는가’에서)가부장적 또는 권위주의적인 부모 밑에서 자란 사람일수록 ‘내 아이에게만은 안 그래야지’ 하는 생각에 친구 같은 아빠, 다정다감한 부모가 되려고 애를 쓴다. 온갖 전문가의 코칭과 육아서를 섭렵하고, 자녀에게 늘 존댓말을 하고 벌주지 않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리고 그것이 아이에게도 더없이 좋은 일이라고 확신한다.하지만 저자는 이는 부모들 스스로 권위를 내려놓고, 통제권을 잃으면서 당연한 일을 시키기 위해 자녀에게 애걸복걸하는 약자로 전락하게 했다고 지적한다. 자기 자식이 살면서 어떤 실패나 어려움도 겪지 않게 해주려는 것은 부모로서 인지상정이겠지만, 그 ‘실패와 어려움’도 ‘내 아이 인생의 한 부분’이라는 걸 아직도 모르는 부모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