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호

신석호 전무

동아닷컴 임원진

구독 32

추천

안녕하세요. 신석호 전무입니다.

kyle@donga.com

취재분야

2024-04-16~2024-05-16
남북한 관계44%
문학/출판30%
사회일반7%
인사일반7%
정치일반3%
문화 일반3%
언론3%
교육3%
  • 긴장감 가득했던 10년 전 평화의 집, 한반도 평화 산실 될까[신석호 기자의 우아한]

    10년 전 그곳에 갔을 땐 오늘날을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 다음달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마주 앉을 것으로 보이는 판문점 평화의 집 남북회담장은 역사의 무거움이 두 어깨에 그대로 내려앉는 듯 긴장이 가득했다. 이명박 정부 첫 해인 2008년 6월 28일 통일부 출입 기자 신분으로 고려대와 숙명여대 대학원생 20여 명과 함께 공동경비구역(JSA)을 방문했을 때였다. 다음 달 11일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 사망 사건으로 남북관계가 절단 나기 전이었지만 북한 군부는 이미 한국 정부의 3통(통행, 통신, 통관) 합의 불이행을 근거로 ‘금강산 관광사업과 개성공단사업 위기론’을 들고 나오고 있었다. 북한은 그 달 24일부터 오전에 개성공단에서 남측으로의 인력과 물자 이동을 막기 시작했다. 일행은 JSA에 들어가기 전 유엔군사령부의 최전방 경비대대인 ‘캠프 보니파스’에 들린 뒤 서약서에 사인부터 해야 했다. 유엔군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의 방문은 적대지역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며 북한 도발의 결과로 부상을 입거나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 어떤 불평이 있더라도 유엔군 사령부 전방기지에 돌아온 후 제기한다”며 사인하라고 했다. 학생들은 1976년 ‘도끼만행사건’과 1984년 소련인 망명 때의 총격사건 등 북한의 도발 현장을 눈으로 확인하며 분단의 현장을 체험했다. 중립지역에 속하는 평화의집은 문재인 정부는 물론이고 이명박 박근혜 정부때도 남북회담장으로 자주 사용됐다. 올해 1월 9일 고위급회담과 17일 고위급회담 차관급 실무회담이 이곳에서 열렸다. 박근혜 정부 3년차인 2015년 8월 열린 김관진 당시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황병서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 김양건 노동당 비서 간의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도 이곳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이곳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 실용을 강조했던 이명박 정부는 출범 직후 이곳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자는 아이디어를 제기했다. 2009년 8월 김대중 대통령 빈소에 북측 조문단이 내려오면서 정상회담 논의가 이뤄졌지만 가을 싱가포르 비밀접촉의 합의 이행이 무산되면서 정상회담 자체가 이뤄지지 못했다. 평창겨울올림픽으로 미뤄진 한미연합군사훈련의 끝 무렵에 열리게 되는 제3차 남북정상회담은 그 내용만큼 형식도 전 세계의 주목을 끌 것으로 보인다. 판문점에서의 정상회담이 정례화 되면 양 정상이 과도한 의전과 비용 부담을 덜고 실무적인 만남을 자주 가질 수 있게 된다. 그렇게 해서 남북 분단과 대결의 상징적인 장소였던 판문점과 평화의 집이 통일과 민족 화해의 산실로 거듭나길 기원한다. 희망이 현실이 될지는 오로지 3·5합의에 대한 김정은의 진정성 여부에 달려있다.신석호 디지털뉴스팀장(북한학 박사)}

    • 2018-03-07
    • 좋아요
    • 코멘트
  • [오늘과 내일/신석호]적진에 들었으니 두려움 심고 와라

    “北核(북핵) 解決(해결)은 우리의 召命(소명)입니다.”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김정은을 만나는 특사로 평양행 비행기를 탔다는 뉴스 특보를 듣자마자 6년 전 직접 얻은 그의 저서를 다시 펼쳐봤다. 동국대 북한학 박사 출신인 그가 2012년 2월 24일 이화여대 교수실을 찾은 기자에게 건네며 속표지에 적어준 글이 새삼 눈에 들어왔다. 1993년과 2003년 시작된 북핵 1, 2차 위기를 소재로 ‘북한의 선군외교 연구: 약소국의 대미 강압외교 관점에서’라는 학위 논문을 쓴 그는 자신이 국정원 3차장으로 재직했던 노무현 정부 마지막 해 맺어진 2·13합의와 10·3합의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무력화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북한을 끌어안고 미국과 대화시켜 둘의 구원(舊怨)을 풀어주면 ‘북핵 해결’에 이를 수 있다고 믿었던 그는 2012년 12월 대선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지원하며 정치의 길에 들어섰다. 주군이 선거에 져 다시 4년여 인고의 시간을 거친 그는 최순실 국정 농단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라는 순풍을 만나 지금의 자리까지 날아올랐다. 급기야 김정은에 대한 첫 남한 특사단의 핵심 인사가 된 그는 ‘북핵 해결은 소명’이라는 초심을 잃지 않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국정원을 떠나며 북한학 박사가 된 뒤 9년여 동안 상황이 악화된 나머지 자신의 특기인 대화와 협상만으로 문제를 풀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 같다. 정보 수장이 된 뒤에도 남북 대화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한동안 “쉽지 않다. 전망이 밝지는 않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현직 시절 평생을 외교 현장에서 보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역시 지금 상황을 외교로만 풀 수 있다는 기대에 의심을 가진 지 오래됐을 법하다. 평양 방문이 처음인 그 역시 취임 이후 핵개발과 저지를 둘러싼 북-미 간의 치열한 물밑 외교전과 군사분계선을 가운데 두고 벌어지는 군사적 긴장 상황을 청와대 지하 벙커에서 몸소 체험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모르는 이들은 둘을 ‘대북 협상 전문가’와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연결되는 대미 외교라인’이라고 치켜세우고 있지만 그건 절반뿐이다. 분단국인 대한민국의 국정원장은 대화와 협상뿐만 아니라 치열하고 교묘한 대북 공작을 통해 북한 3대 세습체제를 이완시키고 개혁 개방과 통일의 길에 들어서도록 할 의무도 갖는다. 국가안보실장 역시 북-미의 외교적 중매자 역할과 동시에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어 미국의 군사적 공격을 자초하는 절명의 상황에 동맹국을 도와 작전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하는 안보 수장 역할도 맡고 있다. 물론 겹겹의 제재에 달러가 마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미사일 기지 폭격과 참수 위협에 시달리는 평양의 초대자들은 ‘약자 코스프레’ 작전으로 나올 것이다. ‘공화국의 핵무력은 미제의 침략전쟁을 막기 위한 자위용’이라고 강변할 것이다. 그러곤 특사단의 1박 2일을 김씨 3대 세습체제의 유지를 위한 선전에 활용할 수도 있다. 그런 이유로 두 사람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상황을 마음으로 반대했다. 하지만 이미 군사분계선을 넘은 그들에게 이렇게 당부하고 싶다. “대통령의 특사단으로 예의는 갖춰야 하겠지만, 부디 대한민국의 안보와 정보 수장이라는 본분과 존엄을 잊지 마시오.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권한과 책임으로 그들이 두려움을 가질 수 있도록 하세요. 세계가 지켜보고 있고, 역사가 후대에 남길 것입니다.” 신석호 디지털뉴스팀장 kyle@donga.com}

    • 2018-03-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퇴근길 칼럼]이왕 적진에 들었으니 두려움 심고 와라

    “北核(북핵) 解決(해결)은 우리의 召命(소명)입니다.”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김정은을 만나는 특사로 평양행 비행기를 탔다는 뉴스 특보를 듣자마자 6년 전 직접 얻은 그의 저서를 다시 펼쳐봤다. 동국대 북한학 박사 출신인 그가 2012년 2월 24일 이화여대 교수실을 찾은 기자에게 건네며 속표지에 적어준 글이 새삼 눈에 들어왔다. 1993년과 2003년 시작된 북핵 1, 2차 위기를 소재로 ‘북한의 선군외교 연구: 약소국의 대미 강압외교 관점에서’라는 학위 논문을 쓴 그는 자신이 국정원 3차장으로 재직했던 노무현 정부 마지막 해 맺어진 2·13합의와 10·3합의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무력화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북한을 끌어안고 미국과 대화시켜 둘의 구원(舊怨)을 풀어주면 ‘북핵 해결’에 이를 수 있다고 믿었던 그는 2012년 12월 대선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지원하며 정치의 길에 들어섰다. 주군이 선거에 져 다시 4년 가까운 인고의 시간을 거친 그는 최순실 국정농단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라는 순풍을 만나 지금의 자리까지 날아올랐다. 급기야 김정은에 대한 첫 남한 특사단의 핵심 인사가 된 그는 ‘북핵 해결은 소명’이라는 초심을 잃지 않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국정원을 떠나며 북한학 박사가 된 뒤 9년여 동안 상황이 악화된 나머지 자신의 특기인 대화와 협상만으로 문제를 풀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 같다. 정보 수장이 된 뒤에도 남북 대화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한동안 “쉽지 않다. 전망이 밝지는 않다”고 입에 달고 다녔다. 현직 시절 평생을 외교 현장에서 보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역시 지금 상황을 외교로만 풀 수 있다는 기대에 의심을 가진 지 오래됐을 법하다. 평양 방문이 처음인 그 역시 취임 이후 핵개발과 저지를 둘러싼 북-미 간의 치열한 물밑 외교전과 군사분계선을 가운데 두고 벌어지는 군사적 긴장 상황을 청와대 지하 벙커에서 몸소 체험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모르는 이들은 둘을 ‘대북 협상 전문가’와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연결되는 대미 외교라인’이라고 치켜세우고 있지만 그건 절반뿐이다. 분단국인 대한민국의 국정원장은 대화와 협상뿐만 아니라 치열하고 교묘한 대북 공작을 통해 북한 3대 세습체제를 이완시키고 개혁개방과 통일의 길에 들어서도록 할 의무도 갖는다. 국가안보실장 역시 북-미의 외교적 중매자 역할과 동시에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어 미국의 군사적 공격을 자초하는 절명의 상황에 동맹국을 도와 작전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하는 안보 수장 역할도 맡고 있다. 물론 겹겹의 제재에 달러가 마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미사일 기지 폭격과 참수 위협에 시달리는 평양의 초대자들은 ‘약자 코스프레’ 작전으로 나올 것이다. ‘공화국의 핵무력은 미제의 침략 전쟁을 막기 위한 자위용’이라고 강변할 것이다. 그러곤 특사단의 1박 2일을 김 씨 3대 세습체제의 유지를 위한 선전에 활용할 수도 있다. 그런 이유로 두 사람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상황을 마음으로 반대했다. 하지만 이미 군사분계선을 넘은 그들에게 이렇게 당부하고 싶다. “대통령의 특사단으로 예의는 갖춰야 하겠지만, 부디 대한민국의 안보와 정보 수장이라는 본분과 존엄을 잊지 마시오.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권한과 책임으로 그들이 두려움을 가질 수 있도록 하세요. 세계가 지켜보고 있고, 역사가 후대에 남길 것입니다.”신석호 디지털뉴스팀장 kyle@donga.com}

    • 2018-03-05
    • 좋아요
    • 코멘트
  • [오늘과 내일/신석호]안보를 위한 표변은 무죄다

    1908년 4월 영국 자유당 정부의 상무장관으로 첫 각료직을 시작할 당시, 33세의 윈스턴 처칠은 ‘진보적 자유무역주의자’였다. 보수당의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해 자유당으로 옮긴 그는 ‘사회 개혁가’로 불릴 만큼 진보적인 노동정책 입법에 나선다. 노동자의 소득 안정을 위해 영국판 노사정협의체를 만들고, 일자리 확보를 돕는 직업소개소를 만드는 것 등이다. 이런 정책엔 예산이 필요했다. 하지만 레지널드 매케나 해군장관은 사회복지보다 독일의 해군력 증강에 대비한 군비를 증강할 때라며 번번이 방해했다. 화가 난 처칠은 그해 8월 15일 유명한 ‘스완지 연설’을 통해 “영국과 독일의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믿음을 퍼뜨리는 이들은 욕을 먹어야 한다”며 “양국 간엔 이익 충돌이 없다”고 반박했다. 1910년 내무장관을 거친 처칠은 다음 해 해군장관이 되어서야 매케나의 말이 사실임을 깨닫고 마음을 바꾼다. 매케나의 후예가 되겠다고 다짐한 그는 해군 조직을 정비하고 전함 등 전투력을 증강하는 데 전력했다. 과거의 자신처럼 사회복지를 명분으로 뒷다리를 거는 동료 의원들에게 “당장 사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 일쑤였다. 지난해부터 매월 셋째 토요일 오후 4시에 처칠의 전기를 강독하는 ‘셋토네’ 심포지엄을 진행하고 있는 강성학 고려대 명예교수는 “처칠의 현명한 정치적 표변 덕분에 영국은 1차 세계대전(1914∼1918년)에서 독일 해군을 물리칠 준비를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원래 자리가 바뀌면 말이 달라지는 법이지만 처칠은 영국의 안보와 이익을 위해서라면 도덕적인 비난을 감수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독일에 항복한 프랑스 비시 정부가 1940년 6월 자신의 만류에도 히틀러에게 함대를 넘겨주기로 결정하자 격침을 단행했다. 프랑스 해군 1200명의 생명을 앗았지만 옛 친구가 영국에 함포를 들이대는 비극을 막았다. 같은 해 11월 독일군이 영국 코번트리시를 폭격할 것이라는 암호를 해독했지만 시민 희생을 각오하고 공습경보를 내리지 않았다. 독일군의 암호를 풀 수 있다는 비밀을 숨기는 게 국익에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처칠에게 ‘가장 암울한 시절’이었던 당시 대다수 영국인들은 그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고전적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의 태두인 한스 모겐소는 ‘국가 간의 정치학’에서 “동기는 개인과 국가의 권력 강화라는 편협한 것이었으나 외교정책은 전임자들보다 도덕적 정치적으로 나았다”고 평가했다. 전임 총리 네빌 체임벌린이 아돌프 히틀러에 유화정책을 편 것은 “도덕적으로 나았을지 몰라도 수백만 인류에게 유례없는 재앙을 가져왔다”고 갈파하면서. 처칠은 1950년 12월 하원에서 “유화정책 자체는 좋은 것일 수도 나쁜 것일 수도 있다”며 “국력이 약하거나 공포 때문이라면 소용도 없고 오히려 치명적이다. 하지만 강한 힘이 뒷받침된다면 관대하고 고상하며, 평화를 위한 가장 확실하고 유일한 방법”이라고 정의했다. 처칠이 살아있다면 최근 문재인 정부의 대북 유화정책에 박수를 보낼 듯하다. 겹겹이 제재에 달러가 마른 북한의 궁핍한 상황을 이용해 ‘관대하고 고상하게’ 개혁개방과 비핵화를 이끌어 낼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다만 강한 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단서를 잊지 말아야 한다. 김정은은 새해 매력 공세가 먹히지 않으면 다시 군사모험주의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다시 우리를 조롱할 경우 미국도 모르게 ‘코피 작전’보다 더한 군사적 응징에 나설 수 있음을 말과 행동으로 주지시킨 뒤 필요할 경우 실행할 결기를 다져야 할 때다. 국가안보를 위한 지도자의 표변은 무죄다. 신석호 디지털뉴스팀장 kyle@donga.com}

    • 2018-02-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오늘과 내일/신석호]평창은 시작일 뿐이다

    아직은 1985년 데자뷔다. 김여정의 방한으로 절정에 이른 김정은의 신년 대남 평화공세는 1985년 9월 남북 이산가족 상봉과 예술공연단 교환 방문으로 정점에 이른 할아버지 김일성의 그것과 유사한 대목이 많다. 북한은 특대형 도발과 함께 손을 내밀었다. 1983년 10월엔 미얀마 아웅산 묘지 폭발 사건 하루 전이었다. 2016년 1월 6일 4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2년간 전략 도발을 계속한 북한은 지난해 말 핵무력의 완성을 선언했다. 언제 그랬냐는 듯 불쑥 내민 손을 남한이 받아들인 계기도 있다. 1984년 남한 수해였고, 9일 개막한 평창 겨울올림픽이다. 당시 남북도 수차례 공식 비밀 회담을 벌였다. 행사 진행을 전후해 북측의 허담 대남 담당 비서가 서울에 와 전두환 대통령을 만났고 장세동 안기부장이 방북해 김일성 주석을 만났다. 김 주석과 전 대통령의 정상회담까지 논의됐던 남북 대화 국면은 그러나 1986년 1월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평양은 팀스피릿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중단을 요구했고 서울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북측은 애당초 진정성이 없었다. 훗날 공개된 외교문서에 따르면 김 주석은 1984년 5월 에리히 호네커 동독 서기장에게 “로널드 레이건 미 행정부의 주한미군 군사력 증강을 막기 위해 대화를 제의한 것”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최근 김정은의 속셈도 지난해 등장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적 압박 정책을 완화하고 겹겹이 쌓인 국제사회의 제재를 풀어 보려는 것이 분명하다. 북측은 이미 한미가 4월 이후로 연기한 키리졸브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올해 남북 대화도 평창 올림픽과 함께 끝날 운명인가. 최근 제3국에서 북측 관계자를 만난 한 대북 소식통의 전언은 다소나마 희망을 갖게 한다. 지난해 말 평양에서는 향후 대외관계 전략과 관련해 논쟁이 있었고 지금의 제재하에서는 경제가 1년도 못 버틸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북한 최고지도부도 핵 문제를 이대로 계속 가지고 갈 수 없으며 미국과의 대화가 불가피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신년사 이후 김정은은 남한의 마음을 얻고 대외적으로 평화 이미지를 심는 데 자신의 정치적 자원을 그야말로 ‘통 크게’ 쏟아붓고 있다. 서해 직항로를 날아 대한민국의 대문인 인천공항에 내린 전용기에 PRK-615라는 편명을 달아 2000년 남북 정상회담 합의사항 준수를 강조했다. 전날 평양에서 열린 건군절 열병식에선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하지 않고 생중계도 포기하는 등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8일 한국에 도착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등이 연일 대북 강경 발언을 내놓고 있는 것도 물밑으로 전해지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읽었기 때문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 승리를 위해 ‘고분고분한 북한’이 필요하다. ‘미국 보수 강경파’들의 반발을 달래며 북한과 대화 테이블에 앉기 위해서는 ‘우리가 강하게 몰아붙이니까 북한이 나왔다’는 명분을 만들 필요가 있다. 김정은은 미국의 선거 결과를 볼 때까지 시간을 끌며 다음 수를 두고 싶겠지만 목까지 차오른 제재 때문에 그럴 여유가 없다. 우리가 평창 이후 북-미 대화 국면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반대로 김정은이 1985년 할아버지처럼 한미 훈련을 핑계로 핵·미사일 전략 도발로 돌아선다면? 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가 ‘코피 작전’ 이상의 군사조치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게 워싱턴의 기류다. 그것은 또 다른 거대한 한반도 정세 변화의 시작이 될 것이다.신석호 디지털뉴스팀장 kyle@donga.com}

    • 2018-02-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퇴근길 칼럼] 평창은 시작일 뿐이다

    아직은 1985년 데자뷔다. 김여정의 방한으로 절정에 이른 김정은의 신년 대남 평화공세는 1985년 9월 남북 이산가족 상봉과 예술공연단 교환 방문으로 정점에 이른 할아버지 김일성의 그것과 유사한 대목이 많다. 북한은 특대형 도발과 함께 손을 내밀었다. 1983년 10월엔 미얀마 아웅산 묘지 폭발 사건 하루 전이었다. 2016년 1월 6일 4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2년간 전략 도발을 계속한 북한은 지난해 말 핵무력의 완성을 선언했다. 언제 그랬냐는 듯 불쑥 내민 손을 남한이 받아들인 계기도 있다. 1984년 남한 수해였고, 9일 개막한 평창 겨울올림픽이다. 당시 남북도 수차례 공식 비밀 회담을 벌였다. 행사 진행을 전후해 북측의 허담 대남 담당 비서가 서울에 와 전두환 대통령을 만났고 장세동 안기부장이 방북해 김일성 주석을 만났다. 김 주석과 전 대통령의 정상회담까지 논의됐던 남북 대화 국면은 그러나 1986년 1월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평양은 팀스피릿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중단을 요구했고 서울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북측은 애당초 진정성이 없었다. 훗날 공개된 외교문서에 따르면 김 주석은 1984년 5월 에리히 호네커 동독 서기장에게 “로널드 레이건 미 행정부의 주한미군 군사력 증강을 막기 위해 대화를 제의한 것”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최근 김정은의 속셈도 지난해 등장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적 압박 정책을 완화하고 겹겹이 쌓인 국제사회의 제재를 풀어 보려는 것이 분명하다. 북측은 이미 한미가 4월 이후로 연기한 키리졸브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올해 남북 대화도 평창 올림픽과 함께 끝날 운명인가. 최근 제3국에서 북측 관계자를 만난 한 대북 소식통의 전언은 다소나마 희망을 갖게 한다. 지난해 말 평양에서는 향후 대외관계 전략과 관련해 논쟁이 있었고 지금의 제재하에서는 경제가 1년도 못 버틸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북한 최고지도부도 핵 문제를 이대로 계속 가지고 갈 수 없으며 미국과의 대화가 불가피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신년사 이후 김정은은 남한의 마음을 얻고 대외적으로 평화 이미지를 심는 데 자신의 정치적 자원을 그야말로 ‘통 크게’ 쏟아붓고 있다. 서해 직항로를 날아 대한민국의 대문인 인천공항에 내린 전용기에 PRK-615라는 편명을 달아 2000년 남북 정상회담 합의사항 준수를 강조했다. 전날 평양에서 열린 건군절 열병식에선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하지 않고 생중계도 포기하는 등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8일 한국에 도착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등이 연일 대북 강경 발언을 내놓고 있는 것도 물밑으로 전해지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읽었기 때문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 승리를 위해 ‘고분고분한 북한’이 필요하다. ‘미국 보수 강경파’들의 반발을 달래며 북한과 대화 테이블에 앉기 위해서는 ‘우리가 강하게 몰아붙이니까 북한이 나왔다’는 명분을 만들 필요가 있다. 김정은은 미국의 선거 결과를 볼 때까지 시간을 끌며 다음 수를 두고 싶겠지만 목까지 차오른 제재 때문에 그럴 여유가 없다. 우리가 평창 이후 북-미 대화 국면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반대로 김정은이 1985년 할아버지처럼 한미 훈련을 핑계로 핵·미사일 전략 도발로 돌아선다면? 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가 ‘코피 작전’ 이상의 군사조치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게 워싱턴의 기류다. 그것은 또 다른 거대한 한반도 정세 변화의 시작이 될 것이다. 신석호 디지털뉴스팀장 kyle@donga.com}

    • 2018-02-09
    • 좋아요
    • 코멘트
  • [오늘과 내일/신석호]한국 정치의 사이버 진지전

    최근 ‘전직 외교관 100인의 시국선언문’에 이름을 올린 조원일 송종환 최병구 전 대사 등은 유튜브에도 자신의 얼굴과 주장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시국선언문에서 주장했던 대로 문재인 정부의 친중 성향 외교정책을 비판하고 이로 인해 소원해지는 한미관계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은 시국선언문 문안도 소셜미디어상에서 온라인으로 조율해 서명했다고 한다. 당시 선언문을 보도한 기사나 유튜브 영상에 댓글을 단 사람들은 보수적인 중년 이상 남성 누리꾼들이 주류인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과 디지털을 통한 즉각적인 반응으로 미루어 매우 활동성이 강했다. 일군의 중견 언론인은 최근 인터넷TV와 언론사를 만들어 사이버 공간에서 보수적 담론을 발신하고 있다. 이런 현상들을 보면서 문득 2016년 겨울 한국사회를 휩쓴 촛불시위 당시를 떠올리게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무능과 독선, 최순실의 국정 농단은 비록 잘못됐지만 대한민국 산업화 세력의 가치와 성과, 정통성까지 깡그리 휩쓸려간다고 생각한 이들은 ‘태극기 부대’라는 이름으로 토요일마다 서울 세종대로 사거리에 모이기 시작했다. 그들이 집에서 TV를 보며 울분을 터뜨리던 옛 친구를 불러낸 수단은 바로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의 전유물이던 디지털 플랫폼이었다. 폴더형 휴대전화를 스마트폰으로 바꾸고, 동주민센터 무료 강좌를 수강하며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계정을 연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20일 오후 태극기를 들고 광화문광장을 점령한 이들은 북한 김정은의 신년 대남 ‘매력 공세(charming offensive)’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사이버 대응을 하고 있다. 상황은 2002년 대통령선거 전날인 12월 18일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가 노무현 당시 새천년민주당 단일화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을 때를 연상시킨다. 노 후보가 선거날 새벽 정 대표의 집 앞에서 발길을 돌리던 장면에 공분한 젊은 진보 누리꾼들은 휴가를 즐기려던 친구들을 휴대전화 메시지로 투표장에 불러냈다. 이때의 ‘쾌거’를 대대로 공유, 발전, 확산시켜온 결과가 지금 문재인 정부의 강고한 사이버 지지 세력 아닐까. 우파 마르크시스트인 이탈리아의 정치사상가 안토니오 그람시(1891∼1937)가 살아 있었다면 한국 정치에 ‘사이버 진지전(陣地戰)’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할 것 같다. 유명한 ‘옥중 서신’에서 그는 ‘왜 마르크스의 예언과 달리 자본주의가 발달한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답은 ‘이들 나라의 사회주의 전위당(vanguard party)은 시민사회 영역 곳곳에 진을 치고 있는 자본주의 이데올로기 기구들과의 전쟁에서 패하기 때문에 국가 영역에는 근처에도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종교와 언론, 출판과 교육계 등을 통해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를 받아들인 미국과 유럽의 노동자 대중은 후진 농업국가였던 러시아의 대중처럼 순진하지 않았던 것이다. 2002년 대선 이후 한국의 중요 선거는 정당과 후보의 오프라인 집회가 아니라 사이버 공간에서의 여론전에 결과가 좌우되고 있다. 도대체 왜 졌는지도 모르고 이회창 후보의 정계은퇴를 바라봐야 했던 한국 보수는 역설적으로 박근혜 정부의 몰락 속에서 다음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셈이다. 하지만 보수의 사이버 진지 전력에는 치명적인 약점들이 있다. 무엇보다 젊은이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고립 분산적인 네트워크들은 하나로 뭉치지 못하고 있다. 탄핵 사태로 붕괴된 기성 보수 정치권은 이들의 구심점 역할을 못 하고 있다. 과연 그들은 사이버 진지전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신석호 디지털뉴스팀장 kyle@donga.com}

    • 2018-01-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한국 정치의 ‘사이버 진지전’…뒤늦게 뛰어든 보수는 성과 낼 수 있을까?

    최근 ‘전직 외교관 100인의 시국선언문’에 이름을 올린 조원일 송종환 최병구 전 대사 등은 유튜브에도 자신의 얼굴과 주장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시국선언문에서 주장했던 대로 문재인 정부의 친중 성향 외교정책을 비판하고 이로 인해 소원해지는 한미관계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은 시국선언문 문안도 소셜미디어 상에서 온라인으로 조율해 서명했다고 한다. 당시 선언문을 보도한 기사나 유튜브 영상에 댓글을 단 사람들은 보수적인 중년 이상 남성 누리꾼들이 주류인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과 디지털을 통한 즉각적인 반응으로 미루어 매우 활동성이 강했다. 일군의 중견 언론인은 최근 인터넷TV와 언론사를 만들어 사이버 공간에서 보수적 담론을 발신하고 있다. 이런 현상들을 보면서 문득 2016년 겨울 한국사회를 휩쓴 촛불시위 당시를 떠올리게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무능과 독선, 최순실의 국정 농단은 비록 잘못됐지만 대한민국 산업화 세력의 가치와 성과, 정통성까지 깡그리 휩쓸려간다고 생각한 이들은 ‘태극기 부대’라는 이름으로 토요일마다 서울 세종대로 사거리에 모이기 시작했다. 그들이 집에서 TV를 보며 울분을 터뜨리던 옛 친구를 불러낸 수단은 바로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의 전유물이던 디지털 플랫폼이었다. 폴더형 휴대전화를 스마트폰으로 바꾸고, 동주민센터 무료 강좌를 수강하며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계정을 연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20일 오후 태극기를 들고 광화문광장을 점령한 이들은 북한 김정은의 신년 대남 ‘매력 공세(charming offensive)’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사이버 대응을 하고 있다. 상황은 2002년 대통령선거 전날인 12월 18일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가 노무현 당시 새천년민주당 단일화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을 때를 연상시킨다. 노 후보가 선거날 새벽 정 대표의 집 앞에서 발길을 돌리던 장면에 공분한 젊은 진보 누리꾼들은 휴가를 즐기려던 친구들을 휴대전화 메시지로 투표장에 불러냈다. 이때의 ‘쾌거’를 대대로 공유, 발전, 확산시켜온 결과가 지금 문재인 정부의 강고한 사이버 지지 세력 아닐까. 우파 마르크시스트인 이탈리아의 정치사상가 안토니오 그람시(1891~1937)가 살아 있었다면 한국 정치에 ‘사이버 진지전(陣地戰)’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할 것 같다. 유명한 ‘옥중 서신’에서 그는 ‘왜 마르크스의 예언과 달리 자본주의가 발달한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답은 ‘이들 나라의 사회주의 전위당(vanguard party)은 시민사회 영역 곳곳에 진을 치고 있는 자본주의 이데올로기 기구들과의 전쟁에서 패하기 때문에 국가 영역에는 근처에도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종교와 언론, 출판과 교육계 등을 통해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를 받아들인 미국과 유럽의 노동자 대중은 후진 농업국가였던 러시아의 대중처럼 순진하지 않았던 것이다. 2002년 대선 이후 한국의 중요 선거는 정당과 후보의 오프라인 집회가 아니라 사이버 공간에서의 여론전에 결과가 좌우되고 있다. 도대체 왜 졌는지도 모르고 이회창 후보의 정계은퇴를 바라봐야 했던 한국 보수는 역설적으로 박근혜 정부의 몰락 속에서 다음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셈이다. 하지만 보수의 사이버 진지 전력에는 치명적인 약점들이 있다. 무엇보다 젊은이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고립 분산적인 네트워크들은 하나로 뭉치지 못하고 있다. 탄핵 사태로 붕괴된 기성 보수 정치권은 이들의 구심점 역할을 못 하고 있다. 과연 그들은 사이버 진지전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까.신석호 디지털뉴스팀장kyle@donga.com}

    • 2018-01-21
    • 좋아요
    • 코멘트
  • [전문]北김정은 2018년 신년사

    지금부터 조선노동장 위원장이시며 국무위원회 위원장이며 최고사령관 당과 국가 군대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주체107 2018년 새해 즈음하여 하신 신년사를 보내드리겠습니다.사랑하는 온 나라 인민들과 영명한 인민군 장병들 동포 형제 여러분!오늘 우리 모두는 근면하고 보람찬 노동으로 성실한 땀과 노력으로 지난간 한해에 자신들이 이루어 놓은 자랑스런 일들을 커다란 기쁨과 자부심 속에 감회 깊이 추억하며 새로운 희망과 기대를 안고 새해 2018년을 맞이합니다.나는 희망의 새해를 맞이하면서 온 나라 가정의 건강과 행복 성과와 번영을 축원하며 우리 어린이들이 새해 소원과 우리 인민 모두가 지향하는 아름다운 꿈이 이뤄지길 바랍니다.동지들! 겹쌓이는 난관과 시련 속에서도 언제나 변함 없이 당을 믿고 따르는 강인한 인민의 진정어린 모습에서 큰 힘과 지혜 얻으며 조국번영의 진군길 힘차게 달려온 지난 한해를 돌이켜보면서 나는 얼마나 위대한 인민과 함께 혁명을 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에 가슴 뜨거워집니다.나는 강고하고도 영광스러운 투쟁의 나날의 뜻과 마음을 같이하며 당의 결심을 지지하고 받들어 반만면 민족사에 특이할 기적적 승리를 안아온 전체 인민들과 인민군 장병들에게 조선노동당과 공화국 정부의 이름으로 충심으로 되는 감사와 새해 인사를 삼가 드립니다.나는 조국의 통일을 위하여 투쟁하고 있는 남녘의 겨레들과 해외 동포들 침략 전쟁을 반대하고 우리의 정의의 위협에 굳은 연대성을 보내준 세계 진보적 인민들과 벗들에게 새해 인사를 보냅니다.동지들 2017년은 자력자강의 동력으로 사회주의 강국 건설사에 불멸의 이정표를 세운 영웅적 투쟁과 위대한 승리의 해였습니다.지난해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반공화국 고립 압살 책동은 극도에 달하였으며 우리 혁명은 유례없는 엄혹한 도전에 부닥치게 되었습니다. 조성된 정세와 전진도상에 가로놓인 최악의 난관 속에서 우리 당은 인민을 믿고 인민은 당을 결사옹위하며 역경을 순경으로 화를 복으로 전환하며 사회주의 강국 건설의 모든 전선에서 눈부신 성과를 이룩하였습니다.우리는 지난해의 장엄한 투쟁을 통하여 위대한 수령님과 위대한 장군님께서 열어주신 주체의 사회주의 한길을 따라 끝까지 나아가려는 절대 불변의 신념과 의지, 전체 인민이 당의 두리에 굳게 뭉친 사회주의 조선의 일심단결을 내외에 힘있게 과시하였습니다.지난해 우리 당과 국가와 인민이 쟁취한 특출한 성과는 국가 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을 성취한 것입니다. 바로 1년 전 나는 이 자리에서 당과 정부를 대표하여 대륙간 탄도로케트 추진 사업이 마감 단계에서 추진 중임을 공표하였으며 지난 한해 동안 그 이행을 위한 여러 차례의 시험 발사들 안전하고 투명하게 진행하여 확고한 성공을 온 세상에 증명하였습니다.지난해 우리는 각종 핵운반 수단과 함께 초강력 열핵무기 시험도 단행함으로써 우리 총적 지향과 전략적 목표를 성과적 성공적으로 달성하였으며. 우리 공화국은 마침내 그 어떤 힘으로도 그 무엇으로도 되돌릴 수 없는 강력하고 믿음직한 전쟁 억제력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국가의 핵 무력은 미국의 그 어떤 핵 위협도 분쇄하고 대응할 수 있으며 미국이 모험적인 불장난을 할 수없게 제압하는 강력한 억제력으로 됩니다.미국은 켤고 나와 우리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걸어보지 못합니다.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 핵 타격 사정권안에 있으며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는 것, 이는 결코 위협이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합니다.우리는 나라의 자주권을 믿음직하게 지켜낼 수 있는 최강의 국가 방위력을 마련하기 위해 한평생을 다 바치신 장군님과 위대한 수령님의 염원을 풀어들었으며 전체 인민이 장구한 세월 허리띠를 조이며 바라던 평화수호의 강력한 보검을 틀어쥐었습니다.이 위대한 승리는 당의 병진노선과 과학중시 사상의 정당성과 생활력의 뚜렷한 증시이며 부강 조국 건설의 확고한 전망을 열어놓고 우리 군대와 인민에게 필승의 신심을 안겨준 역사적 장거입니다.나는 생존을 위협하는 제재와 봉쇄의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우리 당의 병진 노선을 굳게 믿고 절대적으로 지지해주고 힘있게 떠밀어준 영웅적 조선 우리 인민에게 숭고한 경의를 드립니다.나는 또한 당 중앙의 구상과 결심은 과업이고 진리이며 실천이란 것을 세계 앞에 증명하기 위해 온 한해 헌신분투한 우리 국방과학자들과 군수노동계급에게 뜨거운 동지적 인사를 보냅니다.지난해 국가경제 발전 5개년 전략수행에서도 커다란 전진을 이룩하였습니다.금속공업의 주체화를 실현하기 위한 투쟁을 힘있게 벌여 김책제철연합기업소에 우리식의 산소열법 용광로가 일떠서 무연탄으로 선철 생산을 정상화할 수 있게 되었으며 화학공업의 자립적 토대를 강화하고 5개년 전략의 화학고지를 점령할 수 있는 전망을 열어놓았습니다. 방직 공업 신발과 편직 식료공업을 비롯한 경공업 부문의 많은 공장들에서 주체화의 기치를 높게 들고 우리의 기술 우리의 설비로 여러 생산공정의 현대화를 힘있게 벌여 인민소비품의 다종화 다양화를 실현하고 제품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담보를 마련하였습니다.기계공업 부문에서 자력갱생의 기치를 높이들고 과학기술에 의거하여 당이 제시한 새형의 뜨락또르와 화물자동차 생산목표를 성과적으로 점령함으로써 인민경제의 주체화 현대화와 농촌 경리의 종합적 기계화를 더욱 힘있게 다그쳐 나갈 수 있는 튼튼한 기초를 마련하였으며 농업 부문에서 과학농법을 적극 받아들여 불리한 기후조건에서도 다수확 농장과 작업반 대열을 내리고 예년에 보기 드문 과일풍작을 안아왔습니다.우리 군대와 인민은 웅장화려한 려명 거리와 대규모의 세포지구 축산기지를 일떠세우고 산림복구 전투 1단계의 과업을 수행함으로써 군민대단결의 위력과 사회주의 자립경제의 잠재력을 과시하였습니다.만리마속도 창조를 위한 벅찬 투쟁 속에서 새로운 전형 단위들이 연이어 태어났으며 수많은 공장 기업소들이 연간 인민경제 계획을 앞당겨 수행하고 최고 생산년도 수준을 돌파하는 자량을 떨쳤습니다.지난해 과학문화 전선에서도 성과를 이룩하였습니다. 과학자 기술자들은 사회주의 강국 건설에서 나서는 과학기술적 문제들을 해결하고 첨단분야 의 연구과제들을 완성하여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을 추동하였습니다.사회주의 교육체계가 더욱 완비되고 교육환경이 보다 일신되었으며 의료봉사조건이 개선되었습니다. 온 나라의 혁명적 낭만과 전투적 기백으로 들끓게 하는 예술공연 활동의 본보기가 창조되고 우리의 체육인들이 여러 국제경기들에서 우승을 쟁취하였습니다.지난해 이룩한 모든 성과들은 조선노동당의 주체적인 혁명노선의 승리이며 당의 두리에 굳게 뭉친 군대와 인민의 영웅적 투쟁이 안아온 고귀한 결실입니다.공화국의 자주권과 생존권 발전권을 말살하려는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제재봉쇄 책동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악랄하게 감행하는 속에서도 자체의 힘으로 남들이 엄두도 내지 못할 빛나는 승리를 달성할 바로 여기에 우리 당과 인민의 존엄이 있고 커다란 긍지와 자부심이 있습니다.나는 지난해 사변적인 나날들에 언제나 당과 운명을 함께하고 부닥치는 시련과 난관을 해치며 사회주의 강국 건설위업을 승리적으로 전진시켜온 전체 인민들과 인민군 장병들에게 다시 한번 뜨거운 감사를 드립니다.동지들. 올해 우리는 영광스러운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창건 70주년을 맞이하게 됩니다. 위대한 수령님과 위대한 장군님의 최대의 애국유산인 사회주의 우리 국가를 세계가 공인하는 전략국가의 지위에 당당히 올려세운 위대한 인민이 자기 국가의 창건 70돌을 창대히 기념하게 되는 것은 참으로 의의깊은 일입니다.우리는 주체조선의 건국과 발전 행로의 빛나는 영웅적 투쟁과 집단적 혁신의 전통을 이어 혁명의 최후 승리를 이룩할 때까지 계속 혁신 계속 전진해 나가야 합니다.공화국 핵무력 건설에서 이룩한 역사적 승리를 새로운 도약대로 삼고 사회주의 강국 건설의 모든 전선에서 새로운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혁명적인 총 공세를 벌여 나가야 합니다.혁명적인 총 공세로 사회주의 강국 건설의 모든 전선에서 새로운 승리 쟁취하자, 이것이 우리가 들고 나가야 할 혁명적 구호입니다.모든 일꾼들과 당원들과 근로자들은 전후 천리마 대고조로 난국을 뚫고 사회주의 건설에서 일대 앙양을 일으킨 것처럼 전인민적인 총공세를 벌여 최후발악하는 적대 세력들의 도전을 짓부수고 공화국의 전반적 국력을 새로운 발전 단계에 올려 세워야 합니다.국가 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의 세 번째 해인 올해 경제전선 전반에서 활성화의 돌파구를 열어 제껴야 하겠습니다.올해 사회의주의 경제 건설에서 나서는 중심 과업은 당 중앙위원회 제 7기 2차 전원회의가 제시한 혁명적 대응전략의 요구대로 인민경제의 자립성과 주체성을 강화하고 인민생활을 개선 향상시키는 것입니다.인민경제의 자립성과 주체성을 강화하는데 총력을 집중해야 합니다. 전력공업 부문에서 자립적 동력 기지들을 정비 보강하고 새로운 동력자원 개발에 큰 힘을 넣어야 합니다.화력에 의한 전력생산을 결정적으로 늘이며 불비한 발전 설비들을 정비 보강하여 전력손실을 줄이고 최대한 증산하기 위한 투쟁을 힘있게 벌여야 합니다.도들에서 자기 지방의 특성에 맞는 전력생산 기지들을 일떠 세우며 이미 건설된 중소형 수력 발전소들에서 전력생산을 정상화하여 지방 공업 부문이 전력을 자체로 보장하도록 하여야 합니다.전 국가적인 교체 생산 조직을 짜고 들며 전력낭비 현상과의 투쟁을 힘있게 벌여 생산된 전력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된 바람을 일으키도록 하여야 합니다.금속공업 부문에서는 주체적인 제철 제강 기술을 더욱 완성하고 철 생산 능력을 확장하며 금속 재료의 질을 결정적으로 높여 인민경제의 철강제 수요를 충족시켜야 합니다. 금속공업 부문의 필요한 전력 철정광 무역탄 갈탄 화차와 기관차 자금을 다른 부문에 앞세워 계획대로 어김없이 보장하여 다음에 철강재 생산 목표를 무조건 수행하며 금속 공업의 주체화를 기어이 완성하여야 하겠습니다.화학공업 부문에서 탄성하나화학공업창설을 다그치고 촉매 생산기지와 린비료공장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하며 탄산소다생산공정을 개건 완비하여야 합니다.기계공업 부문에서는 금성뜨락또르 공장과 승리자동차 연합기업소를 비롯한 기계공장들을 현대화하고 세계적 수준의 기계 제품들을 우리 식으로 개발 생산하여야 합니다.나라의 자립적 경제 토대가 은을 낼 수 있게 석탄과 광물 생산 철도 수송에서 연대적 혁신을 일으켜야 합니다. 특히 철도 운수 부문에서 수송 조직과 지휘를 과학화 합리화하여 현존 수송능력을 최대한 효과있게 이용하며 철도의 군대와 같은 강한 규율과 질서를 세워 열차의 무사고 정시 운행을 보장하도록 하여야 합니다.올해의 인민생활 향상에서 전환을 가져와야 합니다. 경공업 공장들이 설비와 생산공정을 노력절약형 전기절약형으로 개조하고 국내 원료와 자제로 다양하고 질 좋은 소비품들을 더 많이 생산 공급하며 도심 군들에서 자체의 원료원천에 의하여 지방 경제를 특색있게 발전시켜야 합니다.농업과 수산전선에서 앙양을 일으켜야 하겠습니다. 우량종자와 다수확 농법, 능률적인 농기계들을 대대적으로 받아들이고 농사를 과학기술적으로 지어 알곡 생산 목표를 반드시 점령하며 축산물과 과일 온실남새와 버섯 생산을 늘여야 합니다.배무이와 배수리 능력을 높이고 과학적인 어로전을 전개하며 양어와 양식을 활성화하여야 하겠습니다. 올해에 군민이 힘을 합쳐 원산갈마해양관광지구 건설을 최단기간 내에 완공하고 삼지연군 꾸리기와 단천 발전소 건설, 황해남도 물길 2단계 공사를 비롯한 주요 대상 건설을 다그치며 살림집 건설에 계속 힘을 넣어야 합니다.산림 복구 전투 성과를 더욱 확대하면서 이미 조성된 산림의 보호관리를 잘 하는 법과 함께 도로의 기술 상태를 개선하고 강하천 정리를 정상화 하며 환경보호 사업을 과학적으로 책임적으로 하여야 합니다. 인민경제의 모든 부분과 단위들에서 자체의 기술역량과 경제적 잠재력을 총 동원하고 증산 전략 투쟁을 힘있게 벌여 더 많은 물질적 재부를 창조하여야 합니다.자립경제 발전의 지름길은 과학기술을 앞세우고 경제작전과 지휘를 혁신하는데 있습니다. 과학연구 부분에서는 우리식의 주체적인 생산공정들을 확립하고 원료와 자재, 설비를 국산화하며 자립적 경제구조를 완비하는데서 재기되는 과학기술적 문제들을 우선적으로 풀어나가야 합니다.인민경제 모든 부문과 단위들에서 과학기술 보급 사업을 강화하며 기술혁신 운동을 활발히 벌여 생산장성에 이바지하여야 하겠습니다.내각을 비롯한 경제지도 기관들은 올해 인민경제 계획을 수행하기 위한 작전안을 현실성있게 세우며 그 집행을 위한 사업을 책임적으로 완강하게 내밀어야 합니다.국가적으로 사회주의 기업 책임관리제가 공장 기업소 협동단체들에서 실지 은을 낼수있도록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사회주의 문화를 전면적으로 발전시켜야 하겠습니다. 교원 진영을 강화하고 현대 교육 발전 추세에 맞게 교수 내용과 방법을 혁신하며 의료봉사 사업에서 인민성을 철저히 구현하며 우리의 설비와 기구, 여러 가지 의약품 생산을 늘여야 합니다.대중체육 활동을 활발히 벌이고 우리식의 체육 기술과 경기 전법을 창조하며 만리마 시대 의 우리 군대와 인민의 영웅적 투쟁과 생활, 아름답고 숭고한 인간미를 진실하게 반영한 명작들을 창작 창조하여 혁명적인 사회주의 문학예술의 힘으로 부르조아 반동문화를 짓눌려 버려야 하겠습니다.전사회적으로 도덕기강을 바로 세우고 사회주의 생활 양식을 확립하며 온갖 비사회주의적 현상을 뿌리뽑기위한 투쟁을 드세게 벌여 모든 사람이 고상한 정신 도덕적 풍모를 지니고 혁명적으로 문명하게 생활해 나가도록 하여야 합니다.위대한 수령님께서 조선인민혁명군을 정규적 혁명무력으로 강화발전 시키신 70돌이 되는 올해의 인민군대는 혁명적 당군으로서의 면모를 더욱 완벽하게 갖추어야 하며 전투훈련을 실전환경에 접근시켜 강도높이 조직 진행하여 모든 군종 병종 전문병 부대들에 일당백의 전투대를 만들어야 합니다.조선인민 내무군은 계급투쟁의 날을 예리하게 세우고 불순 적대분자들의 준동을 적발분쇄하며 노동적위군 붉은청년근위대는 전투정치 훈련을 힘있게 벌여 전투력을 백방으로 강화하여야 합니다.국방공업 부문에서는 제8차 군수공업대회에서 당이 제시한 전략적 방침대로 병진노선을 일관하게 틀어쥐고 우리식의 위력한 전략무기들과 무장장비들을 개발 생산하며 군수공업의 주체적인 생산구조를 완비하고 첨단 과학 기술에 기초하여 생산공정들을 현대화하여야 합니다. 핵무기 연구 부문과 로케트 공업 부문에서는 이미 그 위력과 신뢰성이 확고히 담보된 핵탄두들과 탄도로케트들을 대량생산하여 실전배치하는 사업에 박차를 가해 나가야 합니다.또한 적들의 핵 전쟁 책동에 대처한 즉시적인 핵반격 작전 태세를 항상 유지하도록 하여야 하겠습니다.정치 사상적 위력은 우리 국가의 제일 국력이며 사회주의 강국 건설의 활로를 열어 나가는 위대한 추동력입니다. 우리 앞에 나선 투쟁과업들을 성과적으로 수행 위해서는 전당을 조직사상적으로 더욱 굳게 단결시키고 혁명적 당풍을 철저히 확립하여 혁명과업 건설 사업 전반에서 당의 전투력과 영도적 역할을 끊임없이 높여 나가야 합니다.모든 당 조직들이 당의 사상과 어긋나는 온갖 잡사상과 이중규율을 절대로 허용하지 말고 당중앙위원회를 중심으로 하는 전당의 일심단결을 백방으로 강화하여야 합니다.전당적으로 당세도와 관료주의를 비롯한 낡은 사업방법과 작풍을 뿌리 빼고 혁명적 당풍을 확립하기 위한 투쟁을 강도 높이 벌여 당과 인민 대중과의 혈연적 연결을 반석같이 다져 나가야 합니다.당조직들은 해당 부문 단위들의 사업이 언제나 당의 사상과 의도 당정책적 요구에 맞게 진행되도록 당적 지도를 강화하며 정치사업을 확고히 앞에우고 사상을 발동하는 방법으로 사회주의 강국 건설에서 나서는 문제들을 성과적으로 풀어 나아갸 합니다. 전체 군대와 인민을 당의 두리에 사상의지적으로 굳게 묶어세워 무엇보다 그 어떤 역경 속에서도 당과 생사 운명을 함께하며 사회주의 위업의 승리를 위하여 한 몸 바쳐 싸워나가도록 하여야 합니다.당 근로단체 조직들과 전문기관들은 모든 사업을 일심단결해 강화하는데 지향시키고 복종시켜 나가야 합니다.인민들의 요구와 이익을 기준으로 사업을 설계하고 전개하며 인민들 속에 깊이 들어가 고락을 같이하며 인민들의 마음 속 고충과 생활상 애로를 풀어줘야 합니다.모든 것이 부족한 때일수록 동지들 사이, 이웃들 상이에 서로 돕고 진심으로 위해주는 미풍이 높이 발양되도록 하여야 합니다.오늘의 만리마 대진군에서 영웅적 조선인민의 불굴의 정신력을 남김 없이 폭발시켜야 합니다. 당 근로단체 조직들은 모든 근로자들이 애국주의를 심장에 새기고 자력갱생의 혁명정신과 과학기술의 원동력으로 만리마속도 창조대전에서 끊임없는 집단적 혁신을 일으켜 나가도록 하여야 합니다.일꾼들과 당원들과 근로자들이 천리마의 대진군으로 세기적인 변혁을 이룩한 전세대들의 투쟁정신을 이어 누구나 시대에 앞장에서 힘차게 내달리는 만리마 선구자가 되도록 하여야 합니다.동지들, 지난해에도 우리 인민은 민족의 지향과 요구 맞게 나라의 평화를 지키고 조국통일을 앞당기기 위하여 적극 투쟁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우리 공화국의 자위적 핵억제력 강화를 막으려고 감행되는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악랄한 제재 압박 소동과 광란적인 전쟁 도발 책동으로 하여 조선반도에 정세는 유례없이 악화되고 조국 통일의 앞길에는 보다 엄중한 난관과 장애가 조성되었습니다.남조선에서 분노한 각계각층 인민들의 대중적 항쟁에 의하여 파쇼통치와 동족대결에 메달리던 보수 정권이 무너지고 집권세력이 바뀌었으나 북남관계에서 달라진 것이란 아무것도 없습니다.오히려 남조선 당국은 온 겨레의 통일지향에 역행하여 미국의 대 조선 적대시 정책에 추종함으로써 정세를 험악한 지경에 몰아넣고 북남 사이의 불신과 대결을 더욱 격화시켰으며 북남 관계는 풀기 어려운 경색국면에 처하게 되었습니다.이런 비정상적인 상태를 끝장내지 않고서는 나라의 통일은 고사하고 외세가 강요하는 핵전쟁의 참화를 면할 수 없습니다.조성된 정세는 지금이야말로 북과 남이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북남관계를 개선하며 자주통일의 돌파구를 열기 위한 결정적인 대책을 세워 나갈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절박한 시대적 요구를 외면한다면 어느 누구도 민족 앞에 떳떳하게 나설 수 없을 것입니다.새해는 우리 인민이 공화국 창건 70돌을 대경사로 기념하게 되고 남조선에서는 겨울철 올림픽 경기대회가 열리는 것으로 하려 북과 남에 다 같이 의의있는 해입니다. 우리는 민족적 대사들을 성대히 치루고 민족의 존엄과 기상을 내외에 떨치기 위해서도 동결상태에 있는 북남관계를 개선하여 뜻깊은 올해를 민족사에 특기할 사변적인 해로 빛내어야 합니다.무엇보다 북남사이의 첨예한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적 환경부터 마련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전쟁도 아니고 평화도 아닌 불안정한 정세가 지속되는 속에서는 북과 남이 예정된 행사들을 성과적으로 보장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서로 마주앉아 관계개선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할 수도, 통일을 향해 곧바로 나갈 수도 없습니다.북과 남은 정세를 격화시키는 일을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하며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적 환경을 마련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하여야 합니다.남조선 당국은 온겨레의 운명과 이땅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미국의 무모한 북침 핵전쟁 책동에 가담여 정세 격화를 부추길 것이 아니라 긴장 완화를 위한 우리의 성의있는 노력에 화답해 나서야 합니다.이 땅에 화염을 피우며 신성한 강토를 피로 물들일 외세와의 모든 핵전쟁 연습을 그만둬야 하며 미국의 핵장비들과 침략 무력을 끌어들이는 일체의 행위들을 걷어 치워야 합니다.미국이 아무리 핵을 휘두르며 전쟁 도발 책동에 광분해도 이제는 우리에게 강력한 전쟁 억제력 있는 한 어쩌지 못할 것이며 북과 남이 마음만 먹으며 능히 조선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긴장을 완화시켜 나갈 수 있습니다.민족적 화해와 통일을 지향해 나가는 분위기를 적극 조성하여야 합니다. 북남 관계 개선은 당국만이 아니라 누구나 바라는 초미의 관심사이며 온민족이 힘을 합쳐 풀어나야가 할 중대사입니다. 북과 남사이 접촉과 내왕 협력과 교류를 폭넓게 실현하며 서로의 오해와 불신을 풀고 통일의 주체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할것입니다.우리는 진정으로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원한다면 남조선의 집권 여당은 물론 각계각층 단체 들과 개별적 인사들을 포함하여 그 누구에게도 대화와 접촉 내왕의 길을 열어 놓을 것입니다.상대방을 자극하면서 동족 간의 불화와 반복을 격화시키는 행위들은 결정적으로 종식되어야 합니다. 남조선 당국은 지난 보수정권 시기와 다름없이 부당한 구실과 법적 제도적 장치들을 내세워 각계층 인민들의 접촉과 내왕을 가로막고 남북통일 기운을 억누를 것이 아니라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도모하는데 유리한 조건과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북남 관계를 하루빨리 개선하기 위해서는 북과 남의 당국이 그 어느 때보다 민족 자주의 기치를 높이 들고 시대와 민족 앞에 지닌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합니다.북남관계는 언제까지나 우리 민족 내부의 문제이며 북과 남이 주인이 되어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그러므로 북남 사이에 제기되는 모든 문제는 우리민족끼리 원칙에서 풀어 나가려는 확고한 입장과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남조선 당국은 북남관계의 문제를 외부에 들고 다니며 청탁하여 얻을 것은 아무 것도 없으며 오히려 불순한 목적을 추구하는 외세에게 간섭할 구실을 주고 문제 해결의 복잡성만 조성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지금은 서로 등을 돌려대고 자기 입장이나 밝힐 때가 아니며 북과 남이 마주앉아 우리민족끼리 북남 관계 개선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하고 그 출로를 과감하게 열어 나가야 할 때입니다. 남조선에서 머지 않아 열리는 겨울철 올림픽 경기대회에 대해 말한다면, 그것은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로 될 것이며 우리는 대회가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러한 견지에서 우리는 대표단 파견을 포함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습니다.한 핏줄을 나눈 겨레로서 동족의 경사를 같이 기뻐하고 서로 도와주는 것은 응당한 일입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민족자주의 기치를 높이 들고 우리민족끼리 해결해 나갈 것이며 민족의 단합된 힘으로 내외 반통일세력의 책동을 짓부시고 조국통일의 새 역사를 써 나갈 것입니다. 나는 이 기회에 해외의 전체 조선 동포들에게 다시 한번 따뜻한 새해 인사 보내면서 의의 깊은 올해의 북과 남에서 모든 일이 잘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동지들 지난해 국제정세는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파괴하고 인류에게 핵참화를 들씌우려는 제국주의 침략 세력과는 오직 정의의 힘으로 맞서야한다 우리 당과 국가의 전략적 판단과 결단이 천만 번 옳았다는 것을 뚜렷이 실증하였습니다.우리는 평화를 사랑하는 책임있는 핵강국으로서 침략적인 적대 세력이 우리 국가의 자주권과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그 어떤 나라나 위협도 핵으로 위협하지 않을 것입니다.그러나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파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것입니다.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는 우리나라의 자주권을 존중하고 우리를 우호적으로 대하는 모든 나라들과의 선린우호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며 정의롭고 평화로운 새 세계를 건설하기 위하여 적극 노력할 것입니다.동지들. 2018년은 우리 인민에게 있어서 또 하나의 승리 해로 될 것입니다.새해의 장엄한 진군길이 시작되는 이 시각 인민의 지지를 받기고 있기에 우리의 진군은 필승불패라는 확신으로 나는 마음 든든하며 전력을 다하여 인민의 기대에 기여이 보답할 의지를 더욱 굳게 가다듬게 됩니다.조선노동당과 공화국 정부는 인민의 믿음과 힘에 의거하여 주체혁명 위업의 최후 승리를 이룩할 때까지 투쟁과 전진을 멈추지 않을 것이며 전체 인민의 존엄 높고 행복한 생활을 누리는 사회주의 강국의 미래를 반드시 앞당겨 올 것입니다.모두다 조선노동당의 영도에 따라 영웅조선의 기상을 떨치며 혁명의 새 승리를 향하여 힘차게 앞으로 나아갑시다.<끝>}

    • 2018-01-01
    • 좋아요
    • 코멘트
  • [오늘과 내일/신석호]그래서 새해 북한은 어떻게 된다구?

    2012년 10월에 낸 저서의 에필로그를 다시 읽으면서 미래 예측의 어려움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5년 뒤에도 김정은 체제가 존속한다면’이라는 제목으로 그해 12월 선거에서 당선될 남한 새 대통령의 후임이 결정되는 이달(실제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5월로 당겨짐)까지의 북한을 전망했다. 북한학 지식에 기자의 상상력을 가미하는 ‘학문-저널리즘적 추측(acadenalistic guessing)’이라는 용어까지 만들어 기교를 부려 봤지만 맞은 예측보다 틀린 억측이 더 많은 것 같다. “장성택이 조카(김정은)에 의해 철직을 당한다면, 정책 실패가 아니라 인사 실패일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한 대목은 얼추 맞았다. “이전과 다른 획기적인 변화는 어렵다”거나 “이명박 정부 이후 시작된 남한과의 거리 두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본 것도 마찬가지다. “중국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면서 핵개발을 놓고 미국과 신경전을 벌이는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은 반만 맞았다. 아버지 김정일처럼 계획경제와 시장경제를 오락가락할 것이란 전망은 틀렸다. 일관되게 시장 메커니즘의 확대를 유지하고 있다.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는 북한의 미래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늘 북한을 예측하려는 모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 과정에 미처 알지 못했던 북한의 어떤 부분을 파악할 수 있고, 대응을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다. 2018년 새해를 앞둔 보통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북한의 미래는 크게 두 가지인 것 같다. ‘미국이 전쟁을 일으킬 것인가’와 ‘김정은이 두 손 들고 대화로 나올 것인가’. 1년 뒤 또 후회할 각오를 하고 전망을 해보자. 우선 지난해 1월 6일 4차 핵실험으로 시작된 2년간의 북한발 전략 도발 국면은 내년 어느 시점에 끝날 가능성이 높다. 북한 스스로 ‘핵 무력 완성을 이뤘다’고 주장하는 마당이기 때문이다. 책으로 치면 한 장(章)이 끝난다고나 할까? 그런데 그 장이 어떻게 끝나고 어떤 장이 어떻게 시작될지가 문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인적 경제적 피해를 각오하고 무력행사에 나서기는 어렵다고 본다. 올해 1월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최고의 압박과 개입’ 정책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와 다르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다자 제재와 미국 제재 △중국 압박하기 △한미일 공조체제 강화 △무력시위 등 10가지 정책수단으로 이뤄진 대북제재 레짐(regime)의 틀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 형성된 것 그대로다. 다만 오바마와 달리 무력 사용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말로 위협하면서 10가지 정책수단을 조금씩 진전시켜 온 것이 트럼프 대북정책의 실체다. 미국이 무력 사용을 할 수 없다고 김정은이 핵·미사일을 완성시켜 들고 무한정 버틸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통산 10번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인 2397호는 역대급 무관심 속에 22일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하지만 이번 결의로 북한의 유류 반입량은 원유와 정제유를 합해서 이전(950만 배럴)의 절반 이하(450만 배럴)로 떨어졌다. 당과 군 등 권력기관의 달러 수입원은 이제 거의 막혔다. 1990년대 초 소련이 미국에 맞먹는 핵·미사일을 들고도 망한 것은 소비에트 제국을 유지하는 데 너무나 많은 달러를 낭비했기 때문이다. 그 여파에 따른 북한의 ‘고난의 행군’ 경제난은 소련발 무상 및 우호가격 원유공급 중단이 촉발했다. 핵·미사일을 실전배치한다고 원유와 달러가 굴러들어오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다. 그래서 시간은 북한 편이 아니다.신석호 국제부장 kyle@donga.com}

    • 2017-12-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오늘과 내일/신석호]친중파라면 쓴소리하라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남한에는 ‘북한 핵심과 선을 대고 있다’는 대북 소식통들이 백가쟁명을 이뤘다. ‘나한테 말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직보가 된다’는 이들에게 속아 오보를 한 기자들이 한둘이 아니고 돈을 날린 사업가들도 부지기수다. 최근 늘어가는 ‘중국 전문가들’에게서도 비슷한 분위기를 느낄 때가 많다. 자기의 ‘소스’는 공개하지 않으면서 중국 권부를 환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 이들이 있다. 때로는 자신이 중국 당국자인 양 말하기도 한다. ‘저 양반이 만나는 중국인들은 별것 아니다. 내 것이 진짜’라면서 경쟁자를 깎아내리기도 한다. 중국도 사회주의 독재국가요, 권력 내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현상일 수 있다. 어렵게 투자해 선점한 분야에서 살아남으려는 생존 본능도 이해가 간다. 문제는 그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중국 내 대한(對韓) 여론과 한국 내 대중(對中) 여론을 호도하고 나아가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2010년 대통령직속 자문기관인 민주평통이 전문가 10명을 동원해 북한 체제가 중국의 국가 이익을 어떻게 위협하는지를 10가지로 조목조목 제시하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러자 친중파를 자처하는 한 여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왜 엉뚱한 일을 해서 중국과의 관계를 어렵게 하느냐’며 관계자들을 질책했다. 7년이 흐른 지금, 양식 있는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는 비슷한 주장을 공개적으로 하고 있다. 사드 문제에 대한 한중 간 오해에도 소통 교란이 있었던 것 같다. 본보 화정평화재단과 일본 아사히신문,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이 지난해 서울에서 주최한 제14차 한중일 3국 심포지엄에 참석한 후지핑(胡繼平) 부원장은 “사드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막기 위해 한국인들에게 꼭 필요하다”는 기자의 호소에 “다른 한국인들은 ‘(우린 필요 없는데) 미국이 들여놓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다’고 하던데 왜 다른 말을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만난 중국 측 인사들은 한목소리로 “한국인들이 북한 핵·미사일 개발에 관해 느끼는 불안감을 이해한다”고 말한다. 지난해 한미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한중 관계가 경색되자 일부 전문가는 중국을 배신하면 한국 경제가 거덜이 난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경쟁력이 떨어진 기업들이 문을 닫고 유커들이 발길을 끊었지만 한국 경제는 거덜 나지 않았다. 대중 수출은 오히려 더 늘었다. 사드 갈등이 ‘봉인’(한국 정부 주장)된 후 한중 간에는 더 많은 소통이 필요한 것처럼 보인다. 중국 측은 ‘단계적 해법’을 강조하며 사드의 한반도 철수를 계속 공론화하고 있다. 한국이 이른바 ‘3NO’를 약속했다고 우기고 있다. 합의를 하고 이를 왜곡해 선전하는 것은 강대국의 특성이다. 하지만 중국 측의 최근 행태는 좀 더 근본적인 대한반도 인식에서 나오는 것 같다. 최근 중국인들은 “한중이 형제처럼 지내야 한다”고 한다. “누가 형이고 누가 동생이냐”고 질문하면 “형제가 아니라 부부 관계”라고 말을 바꾸곤 한다. 지난달 3일 베이징에서 다시 만난 후 부원장에게 “마오쩌둥이 김일성의 6·25전쟁 도발을 허락하지 않았다면 북-미 갈등이 지금과 같지는 않았을 것 아니냐”고 다시 쓴소리를 했다. 1년 전과 달리 부드러운 표정의 그였지만 “당시 이승만도 북진통일론을 주장하지 않았느냐”고 반박했다. 21세기 국가관계를 서열이 정해진 인간관계로 치환하고, 명백한 문서로 입증된 6·25전쟁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나라를 상대하려면 그들과 소통하겠다고 나선 이들부터 결기를 가져야 한다. 작심하고 쓴소리 해야 겨우 본전이라도 찾을 수 있는 상대 아닌가. 신석호 국제부장 kyle@donga.com}

    • 2017-12-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오늘과 내일/신석호]평양에 삐라 드론 띄우려면

    워싱턴 특파원 3년 차이던 2015년 1월 8일 조지 W 부시 대통령 기념재단이 북한 주민들의 인권 향상을 위한 행동요청서인 ‘어둠 속의 빛’을 발표했다고 알려왔다. A4용지 13쪽짜리 보고서는 △북한 인권 문제 여론 환기 △북한 내 정보 유입 △미국 내 탈북자 지원 △유엔과 미국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만들기 △중국의 도움 얻기 등 6개 분야에 걸쳐 상세한 ‘액션플랜’을 제시했다. 가장 도발적인 제안은 무인기(드론)를 활용해 북한 내 정보 유입을 획기적으로 늘리자는 것이었다. 북한 주민들에게 무선 인터넷 수신기를 제공하고 인공위성으로 정보를 뿌려 김정은 정권이 독점하고 있는 인터넷 사용권과 검열권을 원천적으로 빼앗자는 제안도 나왔다. 우선 답 안 나오는 김정은 정권을 상대로 압박이니 대화이니 하면서 추상적인 담론을 펴는 것이 아니라 북한 주민들을 아래로부터 직접 변화시키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고민했다는 점에서 신선했다. 연구의 거버넌스(governance)도 최첨단이었다. 재정 지원은 미국 정부가 아닌 전직 미국 대통령의 기념재단, 프로젝트의 실무 책임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주한 미국대사로 지명된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가 맡았다. 모두 민간이다. 이달 초 미국을 방문했던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도 그곳의 선진 북한 민주화 운동을 보고 충격을 받은 것 같다. 21일 서울 강남에 있는 연구원에서 독대한 그와 1시간 동안 현안 진단을 마친 뒤 “한국에 와서 가장 놀란 것은 무엇이냐”는 분위기 전환용 질문을 던지자 기다렸다는 듯 흉중에 품은 불만을 털어놓았다. ‘진짜 인터뷰’는 그때부터였다. “북쪽에서 통일의 주체는 김정은 정권이 아니라 주민들입니다. 그들이 북과 남의 삶을 ‘비교’하고 남의 삶을 ‘선택’하도록 하면 통일은 금방 옵니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 그들의 마음을 바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민간 통일 분야에는 사람도 없고 돈도 부족합니다. 대북 인권단체들을 찾아가 보면 늘 어디서 돈을 구할까 걱정이고 운동가라고 하는 사람들 월급이 180만 원에서 200만 원 한다고 합니다. 반면 정부나 산하기관 등에서 통일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은 수도 많고 대부분 생계 걱정 없이 살아갑니다. 하지만 김정은 정권을 통일 문제의 북측 주체로 보는 분들이 많습니다. 세미나에 가보면 ‘어떻게 하면 북한 사람들이 위성TV를 보게 할까’ 하는 등의 구체적인 고민은 없고 추상적인 담론만 무성합니다.” 그가 민간 분야의 인력과 재정을 확충해 시급히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활동들은 보수와 진보의 방법론을 포괄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북한군 병사의 남한 질주를 유도한 걸그룹 노래 등을 퍼뜨리는 것도 좋고 겨울 감기가 폐렴과 폐결핵으로 악화돼 죽어가는 북한 취약계층에 페니실린 등 치료약 등을 공수하는 것도 좋다는 것이다. 듣고 있는 내내 얼굴이 화끈거렸다. 15년째 북한 문제를 주제로 글을 쓰고 있지만 단돈 1만 원이라도 대북 전단 발송에 보탠 적이 없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북한 취약계층 지원에 월 1만 원을 냈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지원활동 자체가 끊어지면서 10년째다. 민간이 손놓고 있는 환경은 정부가 통일 논의를 독점하게 만든다. 10년 단위로 보수와 진보가 번갈아 정권을 잡고 하는 일이라곤 자기 입맛에 맞는 단체에만 뒷돈을 대주고 줄서기 시키는 것뿐이다. 뜻있는 운동가들은 현장을 떠났고 지금도 짐을 싸고 있다. 그들에게, 그리고 좋은 깨달음을 준 태 전 공사에게 부끄럽지 않으려 새해엔 북한 민주화 운동에 얼마라도 보태기로 마음먹었다. 신석호 국제부장 kyle@donga.com}

    • 2017-11-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태영호 “北은 구멍 뚫린 배… 평화적으로 가라앉게 제재 강화해야”

    “북한은 모든 대외관계와 국내 일정을 핵·미사일 개발의 완성에 맞춰놓고 있습니다. 7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핵탄두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가 남았는데 올해 말까진 하지 않을 것 같고, 내년이 중요합니다.” 21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회의실에서 만난 태영호 자문연구위원(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은 최근 60일 이상 도발을 멈추고 있는 북한 김정은의 향후 행보를 이렇게 전망했다. 내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에 발목이 잡힌 한국을 상대로 ‘한미 연합 군사연습과 핵·미사일 발사 시험 동시 중단’ 카드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도 한미가 받지 못할 카드를 던져 명분을 쌓은 뒤 전략도발을 단행하기 위한 수순으로 보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을 다녀온 태 위원은 북한을 ‘밑창이 뚫려 가라앉는 배’에 비유하고 핵·미사일 완성 저지가 아니라 북한 체제의 근본적인 변화를 목적으로 제재와 압박, 정보의 유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평창 올림픽 기간 한미 군사연습 중단을 요구하면 우린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올림픽을 앞두고 우리가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먼저 뒤로 한발 물러서는 군사적 조치를 취한다? 이건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올림픽이 끝난 이후로 훈련 일정을 조절하는 유연성을 보이는 건 한국과 미국이 토의해볼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올림픽의 기본 상징은 평화다. 올림픽과 동시에 군사연습을 한다면 한반도 특수성을 모르는 외부 시선에선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유엔에서 평창 올림픽을 평화적으로 치르자는 결의안을 압도적으로 통과시켜 북한이 도발을 못하도록 미리 방패막을 친 건 매우 잘한 일이다. 북한 피겨스케이팅 팀이 (참가) 자격증을 받았다고 하는데, 이제부터 북한 올림픽대표단에 평창으로 오라고 계속 러브콜을 보내서 한국의 선의를 무시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스처를 보내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인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외면한 것은 북한의 대중국 외교에 만만치 않은 비용을 초래할 것 같은데…. “화가 날 거다. 하지만 중국 사람들과 대화해 보면 조금 미안해하는 감정도 깔려 있다. 북한은 중국의 손아래 동생이나 다름없었는데 최근 시 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도 만나고 문재인 대통령과도 만나고, 북한 입장에서는 동맹국으로 지내는 것처럼 보일 것 아닌가. 그래서 중국으로서는 미안한 감정도 있을 거다.” ―북한이 마지막 도발을 감행한 지 70일 가까이 됐다. 트럼프의 무력시위와 압박 전략이 먹혔다고 볼 수 있나.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한 성격이 현재 북한의 핵과 ICBM 질주를 억제하는 데 상당히 효과를 보고 있다고 본다. 트럼프가 ‘화염과 분노’라는 발언을 하자 결국 김정은이 괌에다 미사일을 쏘지 못하고 일본 열도 건너 태평양에다 쐈다. 비록 트럼프의 발언이 수사학적 외교라고 해도 김정은이 상당히 귀를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무력시위가 북한의 도발을 중단시킨 주요 원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북한이 속도전을 한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향상된 기술력을 과시했지만 지금의 기술로 보여줄 것은 다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새 기술을 보여주려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북한 도발에 대한 미국 현지 분위기는 어떤가.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위기감은 여기서 수천, 수만 km 떨어진 미국에서 오히려 더 강했다. 미국에 갔을 때 하와이주 하원의원이 나를 찾아오더니 정말 북한이 핵·미사일을 쏠지 안 쏠지 질문을 하더라. 대피훈련도 하고 대피시설도 전부 점검 중이라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옵션에 대한 구체적 논의도 들었나. “상당히 구체화된 형태로 진척돼 있다. 처음 들은 개념이 ‘극히 제한적인 공격(very limited strike)’이라는 것이다.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 개발 과정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공격이 아니라 인명 피해가 나지 않는 비군사시설에 대한 타격이다. 범죄자를 제압할 때 범행을 잠시 멈추게 하기 위해 공중에 경고사격을 하지 않나. 북한도 경고성으로 인식할 수 있는 수준에서 때리자는 것이다. 북한에 푸에블로호(1968년 북한에 나포됐던 미 해군의 정찰선으로 현재 평양에 전시 중)가 있지 않나. 법률적으로는 미국 재산인 이것을 정밀타격으로 딱 때려서 순간에 박살낼 수도 있다. 미국이 ‘너희가 불법적으로 가지고 있는 우리 것 우리가 깨버리는 건데 왜 그래’ 하며 놀라게 하는 방안이다. 이런 구체적 개념까지도 논의할 정도로 위기감이 팽배하다.” ―그런 방법이 현실적이라고 보나. “김정은과 트럼프의 수사학적 위협은 끝까지 치달았다. 이 상태에서 ‘극히 제한적인 공격’을 하자는 건 옆구리를 손가락으로든 바늘로든 찌르자는 거다. 사람이 살지 않는 산봉우리를 하나 친다고 해도 북한 주민들이 다 알게 되는데, 김정은이 그걸 당하고도 가만히 있는다? 권위가 완전히 허물어지기 때문에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미국이 전면적 전쟁을 할 준비가 안 돼 있다면 불가능한 이야기다. 그래서 미국에서 비군사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군사적 해법은 어렵고 제재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에서도 그걸 가장 많이 물어본다. 만약 제재의 목표가 김정은이 ICBM 발사와 추가 핵실험을 못하게 하는 것이라면 그 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고 답했다. 목표를 그리 잡으면 ‘군사적 방법이라도 동원하자’ 또는 ‘제재를 걷고 북한의 요구조건을 들어주자’는 갈림길에 놓이게 된다. 우리가 굳이 그런 선택의 기로에 설 필요는 없다. 목표와 시한을 정해두지 말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다 초점을 두자. 북한이 설사 핵과 ICBM 목표를 달성한다 하더라도 이것이 북한 내부 상황 개선이나 제재 해제로 이어지지 못하도록 지속적인 압박을 가해서 끝내는 북한 내부에 변화가 일어나 문제가 해결되도록 해야 한다. 제재는 이렇게 장기적인 데 목표를 두고 추진해야 한다. 노동신문이 떠드는 것을 보면 ‘혁명의 승리’가 눈앞에 왔다고 한다. 하지만 김정은이 핵·미사일 성공을 선언한 후에도 제재가 계속돼 경제가 침체되고 아무런 결과물이 없다면 북한사람들은 김정은의 핵·미사일 정책을 의심하게 될 것이다. 그 상황까지 밀고 나가야 한다.” ―제재가 어느 정도 효과를 내고 있다는 말인가. “당연하다. 북한의 모든 정치·경제·사회 구조가 우리가 바라는 대로 변하고 있다. 그래서 막강한 효력을 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외부 세계에서 보면 북한이 김정은 말대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잘 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김정은과 선원들을 보지 말고 배를 봐야 한다. 배 밑창은 이미 뚫려 물이 들어오고 있다. 북한을 목적지로는 가고 있지만 가라앉는 배로 보고 평화적으로 가라앉도록 접근해야 한다. 공격을 해서 구멍을 더 낼 것이 아니라 이미 터진 배에 물이 더 빨리 들어오도록 하는 것이다. 그 물을 퍼내려는 선원들의 의지를 더 약화시켜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은 북한과 말이 통한다는 힘을 갖고 있지 않나. 북한 사람들이 미국 영화보다 한국 영화를 더 보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한국으로선 이 강점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정리=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인터뷰=신석호 국제부장}

    • 2017-11-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오늘과 내일/신석호]김정은의 크리스마스캐럴

    “어젯밤 미제 전략폭격기가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북 공해상을 비행했습니다. 군은 몰랐고 중국과 러시아 측에서 아침에 정찰 결과를 알려왔습니다.” 9월 24일 잠에서 깨어난 김정은에게 누군가 목숨을 걸고 이렇게 보고했을 것이다. ‘죽음의 백조’라 불리는 ‘B-1B’ 편대가 풍계리 핵실험장 폭격과 자신에 대한 평양 참수작전 연습을 하고 돌아갔음을 파악한 영리한 독재자는 두 가지를 깨달았을 것이다. ‘아, 멍청한 저놈(조선인민군)들만 믿고 있다간 자다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 제명대로 살려면 싫더라도 중국과 러시아를 무시하면 안 되겠구나.’ 크리스마스이브 날 밤 꿈속에 다녀간 과거와 현재, 미래의 유령들 덕분에 못된 심성을 고친 스크루지 영감처럼 B-1B의 한밤 출격이 김정은의 전략적 현실 판단을 바로잡았다는 이른바 ‘김정은판 크리스마스캐럴’ 시나리오다. 실제로 김정은은 9월 15일 이후 60일 이상 핵·미사일 전략 도발을 멈추고 있다. 17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특사를 시작으로 러시아 의원단을 잇달아 받아들이는 특유의 ‘방문 외교’를 시작했다. 아버지 김정일이 미국에 대한 도발 후 중국과 러시아 주요 인사들을 끌어들여 정세를 판단하고 시간을 끌던 고전적인 수법이다. 시 주석의 친서를 갖고 방문할 쑹타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러시아 하원의원들에게 김정은과 측근들이 물어볼 내용은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북한과의 1.5트랙 대화에 참여했던 수잰 디마지오 뉴아메리카재단 국장 겸 선임연구원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전한 그들의 최근 궁금증은 이런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정말 전쟁광에 미치광이냐 아니면 그런 시늉만 하는 것이냐? 정말 서울에 피해를 주지 않고 우릴 군사적으로 제압할 비결을 가지고 있는 거냐? 미국 민주당은 뭐 하나, 탄핵도 못 시키나? 오래가면 우린 어쩌지?’ 이처럼 김정은의 스탠스를 꼬이게 만드는 트럼프의 비결은 역설적으로 생전 그의 아버지 김정일이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등 역대 미 대통령을 괴롭혔던 선군(先軍) 외교 전략전술과 기본적으로 유사하다. 선군이란 말 그대로 군사력을 앞세워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최근 동해상에서 핵추진 미 항공모함 3대가 동시에 훈련을 한 것이 극명한 사례다. 북한에 실질적인 전쟁 위협을 가하는 것으로 트럼프판 ‘벼랑 끝 전술’이라고 할 수 있다. 역시 김정일의 트레이드마크다. ‘악명(惡名)과 전략적 모호성 유지’ 원칙도 마찬가지다. 트럼프가 전쟁광에 미치광이인지 그런 척하는 것인지 미국인들도 헛갈릴 정도다. 트럼프는 김정은이 미국과 동맹국들에 무모한 군사 움직임을 보일 때 평양을 향하는 핵·미사일 버튼을 누를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상대를 불확실성의 위협에 떨게 하는 트럼프의 군사 전략 개념은 이미 올해 8월 발표한 대(對)아프가니스탄 전략에서 나타났다. “적들(탈레반)이 우리의 계획을 알 수 없게 하겠다. 언제 공격한다고 말하지 않고 그냥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해 적에 대한 ‘기습’을 강조했다. 아버지는 미국의 다음 대통령이 올 때까지 버티곤 했지만 턱밑에까지 찬 유엔과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 때문에 그럴 수도 없다. 간부들은 달러가 없다고 아우성이고 배고픈 판문점 병사는 죽음을 각오하고 남쪽으로 내달렸다. 핵이 당신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트럼프가 말해줬지 않나. 다음 달 크리스마스이브 날 밤 꿈에 착한 유령 만나 진짜 깨달음 얻기를.신석호 국제부장 kyle@donga.com}

    • 2017-11-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오늘과 내일/신석호]100만 아빠가 40만 딸에게

    너 아니? 아빤 말이야, 동갑 친구들이 100만 명이나 돼! 1970년 아빠가 태어난 해에 정확히 100만6645명이 태어났대. 통계마다 조금 차이는 있지만 1957년부터 시작된 한 해 100만 명 이상 출산 시대가 1971년까지 15년이나 계속됐단다. 엄청나지? 너희 같은 40만 명 세댄 상상도 못 할 거야. 특히 너처럼 지난해 통계가 나오기 전까지 건국 이후 가장 적은 아이가 태어났던 2005년생(43만5031명)은 말이야. 아빠가 학교 다닐 땐 말이지, 한 반에 70명이 넘을 때도 있었어. 무조건 선생님 눈에 띄어야 한다! 우린 어려서부터 치열한 경쟁을 몸에 익혔단다. 초중고교는 대충 국가가 배정해 주는 곳에 다녔지만 좋은 대학 가기 위해 엄청나게 경쟁했어. 좋은 직장 가기 위해서도, 그리고 직장 안에서도. 아빠의 경쟁자는 늘 100만 명 이상이었어. 너의 초등학교에 참관 갈 때마다 참 부러워. 한 반에 36명은 엄청 많은 거라며? 선생님 눈 피해 다니기도 어렵겠다. 너희들끼리 쑥덕쑥덕 하고 싶을 때도 있을 텐데 말이야. 좀 갑갑하더라도 행복하다고 생각하렴. 아빠 땐 반장 아니면, 공부 1등 하는 애 아니면 이름표도 못 내밀었단다. 너흰 공부 잘하는 애, 음악 잘하는 애, 그림 잘 그리는 애, 운동 잘하는 애 모두 어깨 으쓱이고 살잖아? 근데 말이야. 아빤 요즘 고민이 많아. 아빠가 은퇴할 때쯤이면 한국은 초고령사회가 된대. 당연하지. 올해 만 60세가 되는 1957년생 선배님들부터 15년 동안 매년 100만 명 가까운 건강한 노인 은퇴자들이 쏟아져 나온단다. 아이들 과외비로 노후자금을 써버린 많은 이들은 ‘돈 없이 오래 살 위험’에 처해. 은퇴한 뒤에도 노인 일자리를 놓고 또 경쟁해야 할 판이야. 일본처럼 된다면 마지막 세상 떠날 병원 병상을 놓고서까지. 더 큰 걱정은 바로 너희들이야. 아빠 땐 그래도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경제난을 당하기 전까진 나라 경제가 한 해에 10%씩 성장했어. 강남에서 고액 과외 안 받아도 스스로 공부 열심히 하는 아이들은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었다. 지금보다 청년 일자리도 많았고. 그런 고도성장의 시대는 갔고, 새로운 성장동력은 잘 보이지 않고,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은 계속 심화되고…. 무엇보다 적은 청년들이 많은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암울한 세상에 너를 내보내야 한다니 늘 마음이 짠해. 고령화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야. 선진국들을 보면 우리의 미래도 그다지 밝지가 않아. 노인지배 정치를 뜻하는 ‘제론토크라시’는 지난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사건에서 힘을 과시했어. 젊은 영국인들은 유럽 대륙에 속해 기회를 찾고 싶었지만 돈 많고 이민자들이 싫은 영국 노인들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에 표를 던졌지. 노인들이 복지 지출을 늘리는 쪽으로 참정권을 행사하면 너희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어. 더 내고 덜 받는 쪽으로의 연금 개혁도 쉽지 않을 거다. 일자리를 둘러싼 노인과 청년들의 대결은 이미 시작된 듯하고 그나마 일자리를 찾지 못한 노인들이 지갑을 닫으면 경제 위기가 올 수도 있어. 한반도 통일도 너희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으련만 김정은의 핵 폭주에 요즘은 앞이 안 보인다. 100만 명 아빠와 엄마들이 40만 딸과 아들들에게 짐이 되면 안 될 텐데. 앞만 보고 힘을 합해도 시간이 없는 것 같은데 정치권은 보수건 진보건 정권을 잡기만 하면 상대방의 과거를 캐고 헐뜯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야. 뻔히 보이는 어두운 미래를 조금이라도 더 밝게 만들기 위해 함께 고민하며 지혜를 모아야 해. 우린 운명 공동체니까.신석호 국제부장 kyle@donga.com}

    • 2017-10-3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日 아사히신문 와타나베 사장 동아일보 방문

    일본 아사히신문 와타나베 마사타카(渡邊雅隆) 사장 일행이 24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동아미디어센터를 방문해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과 한일 간 현안을 논의하고 양사의 전통적인 우호 협력 활동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양사 경영진은 특히 내년 2월 열리는 평창 겨울올림픽과 2020년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리는 여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취재 보도 활동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와타나베 사장은 “모처럼 아시아의 두 나라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기회가 왔으니 성공적 개최를 위해 동아일보와 협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와타나베 사장은 25일 강원 평창과 강릉을 방문해 겨울올림픽 개최 준비 현장을 둘러보고 최문순 강원지사 등과 면담할 계획이다. 양사 경영진은 또 북한 핵·미사일 개발 진전에 우려를 표시하고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김 사장은 “북한이 한국뿐 아니라 일본과 미국, 전 세계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함께 심층 취재 보도 활동을 벌이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며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와타나베 사장의 이번 방문은 제휴사인 동아일보와 아사히신문의 협력 프로그램에 따른 연례행사로 니시무라 요이치(西村陽一) 편집담당 이사, 사카지리 노부요시(坂尻信義) 국제보도부장, 모치즈키 히로쓰구(望月洋嗣) 사장비서가 동행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 2017-10-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오늘과 내일/신석호]“평양 가지 말고 서울로 오라우”

    오랜만에 미국에서 찾아온 지인과 추탕에 막걸리로 10일 저녁을 했다. 북한이 노동당 창건 기념일을 맞아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사거리 1만 km 이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을 하는지에 온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하루를 무사히 마감하던 참이었다. 북한 문제를 오래 추적해 온 그가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와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비슷한 점이 많다”고 말했을 때에야 바로 그날이 황 전 비서의 기일임을 기억해 냈다. 생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제65주년 당 창건 기념일 열병식 주석단에 아들 김정은을 데리고 나와 처음 국제사회에 선보였던 2010년 10월 10일 오전, 황 전 비서는 북한 민주화라는 일생의 꿈을 못다 푼 채 안가의 욕탕 속에 앉아 조용히 숨을 거뒀다. 막걸리를 더 시켜 고인의 7주기를 기리는 몇 순배를 더 했다. 취재원에 대한 무관심을 마음으로 사죄하면서. ‘주체사상의 대가’라는 역사적 평가를 받고 있지만 기자의 기억 속 그는 선생 그 자체였다. 2009년 7월 21일 첫 독대를 한 이후 사망 딱 열흘 전인 10월 1일까지 꼭 열 차례 단독 인터뷰를 하는 동안 황 전 비서는 김일성종합대 총장 출신답게 북한에 대해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려고 애썼다. 만날 때마다 “기자랍시고 바쁘다는 핑계를 대지 말고 열심히 공부하라우”라는 조언을 잊지 않았다. 그는 말하기를 좋아했고 어휘가 구수했다. 1945년 강원도 삼척에서 강제징용 도중 광복을 맞은 이야기를 하다 “파리가 둥둥 떠다니는 시큼한 막걸리를 한 사발씩 먹기도 했어”라면서 실제 입맛을 다시기도 했다. 그의 철학을 연구했던 후학들은 “말이 논리 정연해 그냥 받아 적으면 책이 되는 종류의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지난해 8월 망명한 태영호 전 공사도 딱 비슷한 스타일이다. 본보와 채널A의 ‘이제 만나러 갑니다’ 등 다양한 매체에 모습을 드러냈던 그 역시 달변에 논리적인 말솜씨가 인상적이었다. 한 지인은 “체질적으로 말하기를 좋아하는 인물”이라며 “그냥 놔두면 두세 시간은 거침없이 이야기를 한다”고 전했다. 그런 그가 요즘 말이 없다. 정확하게 말하면 언론에 등장하지 않는다. 비공개 모임에는 가끔 나타나지만 언론과의 인터뷰나 출연 등은 모두 고사하고 있다고 한다. 동아일보 지면에 등장한 것도 3월 30일자 출판기념회 공개 발언이 마지막이다.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올 초 그가 대외활동을 그만둔 것은 북한의 위협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다 5월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여기저기서 황 전 비서의 길을 따라 걷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영삼 정부 때인 1997년 2월 망명한 황 전 비서는 그해 대선에서 김대중 정부가 출범한 이후 10년 동안 사실상 은둔의 삶을 살아야 했다. 북한과의 대화가 중요했던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그가 언론에 등장해 북한을 자극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태 전 공사가 소속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측은 “100% 본인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주변인들은 “때가 때이니 알아서 조용히 하는 게 좋겠다”는 충고가 여기저기서 오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유가 무엇이든 본인 마음은 오죽 답답할까 이해가 간다. 김정은의 핵폭주로 온 국제사회가 대북제재에 동참한 상황에 얼마나 훈수를 두고 싶은 말이 많을까. 북한과 외교관계를 끊은 스페인과 말레이시아 등에서 쫓겨나 평양행 비행기를 타야 하는 후배 외교관들에게 “그리 가지 말고 서울로 오라”고 얼마나 말하고 싶을까. 신석호 국제부장 kyle@donga.com}

    • 2017-10-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오늘과 내일/신석호]다시 통일을 이야기합시다

    국내 환경학계 원로인 서울대 김귀곤 명예교수가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왔다. 2011년 12월 1일 채널A 개국을 앞두고 자신이 진두지휘하던 동해선 철도 복원사업 구간 환경영향평가 현장을 영상에 담을 수 있도록 도와준 분이다. 거의 6년 만인 노학자의 목소리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곧 두루미가 한반도를 찾아올 텐데 경원선 복원사업이 재개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김 교수 팀은 동해선 사업의 노하우를 살려 경원선 환경영향평가 과제도 맡아 진행했다. 하지만 철도 복원 사업은 지난해 여름부터, 환경평가사업은 겨울부터 예산 지원이 끊어졌다고 한다. 지난해 2월 개성공단 중단으로 피해 기업들에 대한 지원 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어디 그 사업뿐인가. 정권 교체기의 혼란과 북한의 핵 폭주 속에서 우리 내부의 통일 논의는 삼각파도에 휩쓸려 조난 직전이다. 정부와 민간을 막론하고 올 스톱 상태다.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의 과오가 크다. 아직도 누구 작품인지가 불명확한 ‘통일 대박론’은 통일로 가는 지난한 과정과 그에 수반되는 비용과 위험은 생략한 채 환상적인 통일의 비전만 내세웠다. 최순실 국정 농단과 초유의 탄핵 사태로 영어의 몸이 된 박 전 대통령은 헌법이 규정한 신성한 통일의 가치마저 감금했다는 비판을 받기에 마땅하다. 지난해 1월 6일 4차 핵실험으로 시작된 김정은의 핵 폭주가 2년째 이어지면서 우리 사회에는 통일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북한학자 홍민은 지난해 말 저서에서 “통일 논의에 핵무기라는 물리적·정치적 장치가 들어서게 됨에 따라 사실상 통일이 핵 문제에 묻혀버리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김정은은 남한 주도의 흡수통일이나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의 제도 통일을 막는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핵·미사일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탄핵 정국에서 출발한 문재인 정부도 통일 논의에 인색하다. 북한과의 대화가 더 중요하고 국정 비전은 통일이 아니라 평화와 번영인 것 같다. 한 당국자는 “우리가 통일! 통일! 하면 북한은 독일식 흡수통일을 떠올려 대화를 주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북이 대화해 평화를 이루고 번영을 추구하는 과정에 통일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설명이다. 28일 민주평통 간부 및 자문위원 초청 간담회에 참석한 문 대통령도 “남북 관계가 어렵더라도 민주평통이 추진하는 다양한 통일 사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면서도 “지금은 비록 상황이 쉽지 않지만,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은 반드시 올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헌법이 지향하는 평화통일”을 말하면서도 그 통일이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것이어야 한다는 헌법 4조는 언급하지 않았다. 최근 한 북한학계 원로 인사는 “대통령이 왜 입버릇처럼 ‘북한을 흡수통일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그래서야 기회가 왔을 때 미국과 중국이 한국의 통일 의지를 믿고 밀어주겠느냐”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분단국이고 대통령에게 헌법이 명령한 최대의 임무는 자유민주주의적 통일”이라고 강조했다. 핵을 들고 적화통일을 꿈꾸는 김정은 앞에서 통일이라는 비전을 외면하는 것은 칠흑같이 어두운 밤바다에서 풍랑을 만난 배가 자동항법장치도 없이 표류하는 것과 같다. 비록 항구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등대는 보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신석호 국제부장 kyle@donga.com}

    • 2017-09-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오늘과 내일/신석호]“절대 미국과 헤어지지 마세요”

    문재인 대통령 각하. 북한 김정은이 연일 핵미사일 도발을 해대는 엄중한 시기에 얼마나 몸과 마음의 고생이 많습니까. 허나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최고지도자의 제1의 임무는 안보를 튼튼히 하는 일이니까요. 오늘 유엔 총회가 열리는 미국 뉴욕으로 출발한다고 들었습니다만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철저한 대북 공조를 이루길 바랍니다. 지금 당신이 처한 상황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와 비슷한 점이 참 많다는 생각에 조금 훈수를 두려고 합니다.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북핵 문제의 해결이고 열쇠는 트럼프 대통령이 쥐고 있습니다. 나 역시 조국 영국을 나치 독일의 공격에서 보호하기 위해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힘과 의지를 정말 간절히 필요로 했답니다. 1943년 가을 나는 충격적인 첩보를 입수했습니다.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를 넘어 침략 전쟁을 확대해 가던 아돌프 히틀러가 프랑스 서해안에서 런던을 향해 로켓이나 장거리포 사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거였소. 영국 총리 집무실이 있는 다우닝가 10번지만 해도 너무 낡고 부실해서 폭탄이 떨어지면 완전 산산조각 날 것이 뻔했죠. 지금 한국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우려하는 상황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난 독일에 맞선 미국과 소련의 힘이 훨씬 강하다는 사실을 믿었소. 문제는 두 강대국이 영국과 유럽을 위해 전쟁에 계속 전념하도록 관리하는 일이었습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 처음 하는 생각은 ‘어떻게 루스벨트를 기쁘게 할까’였고, 두 번째 생각은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을 어떻게 회유할까’였다오. 나는 대영제국의 총리였고 루스벨트는 나보다 여덟 살 어렸지만, 미국은 영국을 군사력으로 보호해줄 유일한 나라였기 때문이오. 그해 11월 28일부터 12월 1일까지 나와 루스벨트, 스탈린이 이란의 수도에서 만난 역사적인 ‘테헤란 회담’은 개전 이후 처음으로 3국 최고지도자가 만나 전략적 역할 분담을 하고 전후 처리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였소. 난 그 직전인 22∼26일 루스벨트를 이집트 카이로에서 따로 만나 의견을 조율했소. 속을 알 수 없는 스탈린을 앞에 두고 미국과 영국이 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서였지요. 역설적으로 그 뒤 나와 영국의 입지는 줄어들었소. 난 연합군의 운전석을 루스벨트에게 양보했고 스탈린에게는 조수석도 비워줬습니다. 다음 해 6월 6일 연합군의 승전을 굳힌 노르망디 상륙작전도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미국이 원했고 난 따랐소. 조국을 구하려는 전략적인 선택이었어요. 전쟁이 끝나고 총리 자리를 사임하는 각료회의 연설에서도 “절대 미국과 헤어지지 말라(Never be separated from the Americans)”고 강조했습니다. 다행히 트럼프도 북핵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려고 합니다. 오히려 그가 국내 정치적 이유로 무모한 모험을 할지 걱정이 되겠지만. 그럴 때일수록 트럼프의 마음을 사고 서로 오해가 없도록 해야 합니다. 난 루스벨트와의 비밀을 잘 지켰고, 말한 것을 행동으로 보여줬소. 조심스럽게 구애도 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려 노력했소. 당신이 그렇게 하는 건 사대주의도, 친미주의도 아닙니다. 약소국의 외교정책은 기본적으로 겸손해야 합니다. 지지자들에게 당장 값싼 박수를 받는 것보다 장기적인 국가 안보만 바라보세요. 그것이 당신이 조국을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2017년 9월 18일 전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 드림 신석호 국제부장 kyle@donga.com}

    • 2017-09-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오늘과 내일/신석호]유엔도 군사제재 나설 때다

    북한 외교관 태영호가 지난해 탈북 전까지 근무했던 영국은 대북정책에 관한 한 ‘대서양 동맹’이라고 불리는 미국과 다른 길을 걸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진전되는 중에도 미국과 한국 등에 전략적인 포용을 주문할 때가 많았다. 프랑스와 독일 등 다른 유럽 강국들도 마찬가지였다.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강조하면서 미국을 견제하는 태도였다. 북한 문제는 유럽인들에게 먼 나라 이야기인 듯했다. 중요한 고비마다 “대화와 협상”을 들고나오며 국제사회의 결기를 녹이는 유럽을 설득하는 것은 한미일 공조 강화와 차원이 다른 한국 외교의 과제였다. 역대 외교장관들은 유엔 등 다자외교 무대와 양자회담에서 유럽 외교장관들을 만나 “그렇게 뒷짐만 지고 있지 마세요. 북핵이 당신 나라의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라고 설득하곤 했다. 한국 외교의 오랜 숙제를 해결해 준 것은 역설적으로 북한이었다. 올해 7월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발사한 직후 조선중앙TV ‘특별 중대보도’에 등장한 ‘김정은의 입’ 리춘희 아나운서는 “(이번 발사 성공으로 미국뿐 아니라) 세계 그 어느 지역도 타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미일이 아닌 다른 곳으로 북한 미사일이 날아간다면? 중국과 러시아는 아닐 테고 남은 곳은 유럽밖에 없다. 북한이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가격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1만 km짜리 ICBM은 방향만 틀어 발사하면 영국 런던에 떨어질 수 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 군축회의(CD)에 참석한 북한 대표들은 유럽 대표들에게 같은 협박을 전했다고 한다. 한 고위 외교 소식통은 “전통적으로 대화를 강조하던 유럽 각국이 북한의 6차 핵실험을 전후로 강경한 대북 비난 발언을 계속하고 있는 변화의 진원지는 바로 김정은의 입”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이 3일 ICBM에 장착할 수소탄 핵실험에서 성공했다고 밝히자 유럽 각국은 패닉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영국과 독일, 덴마크 스페인 등은 북한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교장관은 강경화 외교장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강력한 새 결의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최대한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통화를 하고 북한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유럽마저 북한에 등을 돌린 최근 상황은 국제평화와 안정을 위한 집단안보(collective security) 기구인 유엔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북한 핵·미사일 개발 완성을 막기 위해 유엔 제재도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4일 긴급회의를 연 유엔 안보리는 북한에 대한 ‘비군사적 제재’라는 지금까지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엔 헌장 7장 41조가 규정한 경제제재 등을 통한 문제해결 방식이다. 비군사적 제재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명될 경우’에 대비해 헌장은 ‘군사적 제재’의 길을 열어놓았다. 42조는 “안전보장이사회는 국제평화와 안정을 위해 가입국의 육해공군을 이용한 시위나 봉쇄, 작전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유엔은 불량 회원국(북한)을 제명하거나 자격을 정지할 수도 있다. 결과론이지만 지금까지의 비군사적 제재는 북한의 ‘핵폭주’를 막지 못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대안인 군사적 제재와 북한 제명 등의 카드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거의 분명하다. 하지만 두 나라가 북핵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인 대북 원유 공급 차단을 끝내 거부한다면 미국과 유럽 등 서방세계는 ‘그럼 군사제재 하자’고 압박해야 한다.  신석호 국제부장 kyle@donga.com}

    • 2017-09-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