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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패션위크에서는 독특한 디자이너가 데뷔 무대를 가졌다. 인공지능(AI) 휴먼 아티스트라는 수식어가 붙은 ‘틸다(Tilda)’였다. 틸다가 ‘금성에 핀 꽃’이라는 주제로 만들어 낸 디자인 패턴은 박윤희 디자이너를 거쳐 실제 모델이 입은 의상으로 탄생했다. AI의 등장은 이미 세계 비즈니스 지도를 바꿔 놓고 있다. AI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뉴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고 기존 대기업들도 저마다 AI 전담 조직을 만들어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지금 AI의 발전을 바라보는 시각 중 불편한 관점을 가지는 건 과연 ‘AI가 내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느냐’다. 2016년 구글의 알파고가 프로 바둑 기사 이세돌을 압도적으로 꺾었을 때 사람들은 비로소 AI의 위력을 실감했다. 6년이 지난 지금은 세계 바둑 챔피언에 대해 “AI처럼 바둑을 둔다”는 해설을 하기에 이르렀다. AI의 위력을 실감하고 나서도 유일하게 남은 불가침 영역이 있었다. 예술 영역이다. 많은 직업들이 AI로 대체될 거라는 글로벌 컨설팅 펌의 보고서들이 이어졌지만 “내 얘기”라고 받아들인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조차도 AI 발전에 따라 가장 빨리 사라지는 직업군 중 하나가 ‘기자’라는 사실을 믿지 않으려 했다. 그러면서 예술 영역에서만큼은 AI가 인간의 창조성을 대체하지 못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학습’에 뿌리를 둔 AI와 ‘창조’는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틸다의 등장은 그런 점에서 더 충격적이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창조적인 특성을 가진 패션 분야가 오히려 AI가 도전하기 쉬운 영역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이 AI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를 얘기하고 있을 때 오히려 그 고정관념을 깨보자고 한 것”이라고도 했다. 세계 경영 트렌드를 선도하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지난해 7-8월 합본호에 흥미로운 케이스 스터디를 게재했다. 레너드 슐레진저, 세라 애벗의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사례 연구를 기반으로 한 글이다. 문제 제기는 미시간주 지방은행인 바니르 뱅코프의 베스 대니얼스 최고경영자(CEO)가 AI 도입을 추진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와 그것을 반대하는 최고인사책임자(CHRO) 간 다툼을 어떻게 중재하느냐다. “AI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는 크리스 예 블리츠스케일링 공동설립자와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는 밥 리버스 이스턴뱅크 CEO의 주장은 모두 일리가 있었다. HBR는 비록 결론을 내지 않았지만, 글로벌 기업들의 고민은 깊다. 눈에 띄는 건 “지금의 경쟁력을 갖게 해준 인간적인 요소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리버스 CEO의 조언이다. 틸다의 데뷔가 처음 공유됐을 당시 디자인그룹의 엄청난 반발이 있었다고 한다. 기술 기반의 AI가 예술의 영역에서 어떤 왜곡을 낳을지 모른다는 이유에서였다. 배 원장은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인간을 보조하는 역할”이라고 했다. AI는 인간의 어느 영역까지를 대체할 수 있을까. 제2, 제3의 틸다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면서도 두려움을 완전히 떨치기 힘든 건 사실이다.김창덕 산업1부 차장 drake007@donga.com}

국내에서 기업주도형벤처캐피털(CVC) 자회사를 설립한 첫 지주사가 GS㈜라는 건 어쩌면 예정된 수순이었는지도 모르겠다. GS그룹 총수가 허태수 회장(65)이라서다. 허 회장은 현재는 GS리테일과 한 몸이 된 GS홈쇼핑에서 17년간 일했다. 최고경영자(CEO) 재임 기간만 13년이다. 그를 처음 만난 곳은 2017년 8월 GS홈쇼핑의 스타트업 관련 글로벌 행사가 열린 싱가포르 센토사섬이었다. ‘벤처’라는 화두에 유난히 반짝이던 허 회장의 눈빛이 선하다. 그는 GS홈쇼핑 신사옥을 짓기 전인 2011년 혁신 기업들의 일터가 궁금해 미국 실리콘밸리를 찾았다고 한다. 그때 사옥보다는 벤처 투자에 매료됐다. 허 회장은 귀국 후 바로 실행에 들어갔다고 한다. GS홈쇼핑은 이후 벤처 투자와 CVC 운용을 가장 잘하는 국내 기업 중 한 곳이 됐다. 직접 투자한 스타트업만 40개 안팎에 이르고 25개 투자 펀드에 투입한 돈까지 합하면 투자금은 9500억 원에 이른다. 허 회장은 2019년 12월 그룹 총수로 자리를 옮기자 곧바로 지주사에 벤처 투자 DNA를 이식했다. 이듬해 7월 국내 법 적용을 받지 않는 미국에 해외기업 투자 목적의 ‘GS퓨처스’를 만든 것이다. 그러곤 이달 7일 자본금 100억 원짜리 CVC ‘GS벤처스’를 설립했다. 지난해 말 국내에서도 지주사 CVC를 허용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일주일여 만이다. 그룹 총수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만큼 GS벤처스는 매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일 게 분명하다. 2020년 7월 공정거래법 개정 방침이 나왔으니 준비 기간도 충분했다. 첫 투자도 빠른 시간 내에 이뤄질 수 있다. 지주사 CVC로부터 투자받은 스타트업들은 그룹 계열사 수십 곳을 단번에 우군으로 확보할 수 있다. 돈도 돈이지만 대기업과의 협업 지점이 확대되는 게 큰 선물이다. 잠재 고객이면서 안정적인 거래처가 될 수 있어서다. 경영 노하우를 전수받을 기회도 생긴다. 일반 벤처캐피털 자금을 쓸 때보다 단기성과에 대한 압박도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CVC를 자회사로 둔 지주사로서도 전 계열사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려하기에 훨씬 다양한 종류의 스타트업들을 검토 대상에 올릴 수 있을 거다. 그만큼 양쪽 모두에 장점이 많다. GS벤처스는 그만큼 GS그룹의, 또 투자금이 절실한 스타트업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한편으로는 책임도 크다. 지주사 CVC로서의 ‘첫 주자’로 나선 만큼 후발주자들이 도전 시기와 투자 규모를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수 있어서다. 이미 여러 지주사가 CVC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벤처업계로서는 두 팔 벌려 환영할 일이다. 사상 유례없이 벤처에 자금이 몰려들고 있다지만, 이른바 장기적 관점에서의 투자가 얼마인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달리기 때문이다. ‘금산 분리’라는 대원칙 때문에 오랫동안 막혀 있었던 지주사 CVC가 어렵사리 첫발을 내디뎠다. GS벤처스가 벤처업계에, 그리고 대기업들의 투자 풍토에 새바람을 일으켜주길 바라는 사람은 비단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김창덕 산업1부 차장 drake007@donga.com}

북클럽 서비스가 있다. 같은 책을 읽은 뒤 그 내용에 대해 토론한다는 간단한 콘셉트다. 책을 읽었다는 증거(과제)를 제출하지 않으면 돈을 냈더라도 모임에 초대받지 못한다. 책 한 권을 읽는다는 게 참 쉽지 않은데, 그 어려운 걸 해내지 않으면 ‘본전’도 못 찾는다는 거다. 이런 상품을 살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2015년 9월 세상에 나온 트레바리는 그런 의문을 단번에 불식시켰다. 설립 4년 만인 2019년 4개월짜리 단일 시즌 모임이 350개를 넘었고, 누적 참가자는 2만5000명에 이르렀다. 고객은 주로 2030 직장인들. 수십억 원대 투자도 받으면서 이른바 잘나가는 스타트업으로 소개됐다. 트레바리의 성공 키워드는 ‘책 읽기’가 아닌 ‘사람’이다. 실제 2019년 동아비즈니스리뷰(DBR)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읽기 클럽을 개설했을 때 참여자들은 아티클 자체보다 누구와 어떤 경험을 공유하느냐가 더 관심사였다. 많은 기업이 그러했듯 트레바리도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해 초 큰 위기를 맞았다. 단순한 악재 이상이었다. 사람들이 만나야 돈을 버는 비즈니스모델(BM) 근간이 통째 흔들리는 상황이었다. 윤수영 트레바리 대표는 “망할 뻔했다”는 다소 과격한 단어로 당시를 기억했다. 트레바리는 지난해 4월 온라인 전용 클럽을 만들어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 어느 정도 매출을 회복시켰지만 애초부터 오프라인만큼의 파괴력을 기대하긴 힘들었다. 결국 평생교육시설 인가를 받은 후 올 10월부터 오프라인 모임을 재개했다. 윤 대표는 “참가자 본인이 얻고자 하는 메시지나 지식 콘텐츠가 명료하면 온라인 모임으로도 충분하다”면서 “다만 대다수 고객은 취향이나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들과 만나 직접 교류하는 데서 큰 가치를 찾는 것 같다”고 했다. MZ세대 사이에서 학연, 지연, 직연(職緣·직장 인연)과 같은 전통적 커뮤니티는 이미 힘을 잃고 있다. 그렇다고 사람들과 교류하려는 욕망까지 없어진 게 아니라는 걸 트레바리는 보여준다. 한 대기업이 핵심 인재 대상으로 마련한 독서토론 클럽의 콘텐츠 큐레이터로 참여한 적이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최고 단계 시기와 맞물린 A클럽은 100% 온라인으로, 다소 완화된 시점에 열린 B클럽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반씩 섞어 진행했다. 오프라인에서 먼저 만난 B클럽 참가자들은 참여도는 물론 대화의 밀도도 높았다. 나중에서야 B클럽 진행 방식을 전해 들은 A클럽 참가자들이 많은 아쉬움을 표한 건 물론이다. 오프라인 모임의 위력을 재차 확인한 경험이었다. 최근 여러 대기업 인사 부서에서는 그룹 계열사 핵심 인재들 간 네트워킹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 간의 네트워크가 회사와 회사 간 협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문제는 역시 언택트 시대에 참여자들의 친밀도를 어떻게 높이느냐다. 온라인 화상회의처럼 코로나19 덕에 급격히 성장한 산업이 몇몇 있었다.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온라인이 일상화된 요즘, 다시 오프라인의 가치가 부각되는 상황이다. 어떤 스타트업이 오프라인의 가치를 ‘안전하게’ 활용한 새로운 사업 모델을 내놓을지 꽤나 기대가 된다. 김창덕 산업1부 차장 drake007@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의 공포가 전 세계로 확산된 지난해 4월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셀(CELL)에 주목할 만한 논문이 실렸다. 코로나19를 유발하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에 대한 고해상도 유전자 지도를 그린 것. 기초과학연구원(IBS) RNA연구단이 불과 3, 4개월 만에 거둔 성과였다. 노도영 IBS 원장은 “당시 RNA연구단은 마치 특별작전에 투입된 것처럼 연구를 진행했다”며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가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결정적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라고 했다. IBS가 지난달 개원 10주년을 맞았다. IBS는 서울대, KAIST, 포스텍, 광주과학기술원(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등과 협업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현재 30여 개 연구단이 활동하고 있다. 2019년 11월부터 IBS를 이끌고 있는 노 원장을 14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노 원장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유전자 지도 완성과 더불어 20만 년 전 아프리카 칼라하리 지역에서 출현한 현 인류가 13만 년 전 지구 자전축 변동으로 인해 이주를 시작했음을 알아낸 것(기후물리연구단), 우주의 암흑물질 발견 및 중성미자 측정 등 우주의 구조와 기원을 규명하는 난제에 도전하고 있는 것(지하실험 연구단) 등을 IBS의 주요 성과로 꼽았다. 노 원장은 “기초과학에서 위대한 발견을 하려면 한 가지 주제에 오래 천착해야 하고, 다양한 연구자들이 협력해야 하며, 전인미답의 영역을 관찰할 거대 시설도 필요하다”며 “한국은 IBS 설립 후 비로소 대규모 장기적 기초과학 연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시대의 퍼스트 무버가 되려면 기초과학은 필수적인 학문”이라며 “IBS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지식 창출은 대한민국을 패스트 팔로어에서 퍼스트 무버로 바꾸는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물론 기초과학 연구가 곧바로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노 원장은 “1970, 80년대의 2차전지 연구가 수십 년 후 전기차 시대를 열었고 RNA와 나노입자에 대한 꾸준한 연구가 현재의 코로나 백신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IBS의 연구 성과도 당장 국가 산업과 연결되진 않지만 시간이 지난 후 인간생활에 중요한 전환을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마지막으로 “독일 막스플랑크연구회(MPG) 및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으로 발전하기 위해 IBS 연구단 규모를 2024년 40개, 2030년 50개까지 늘리는 게 목표”라는 포부도 밝혔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임상심리학자 사이먼 배런코언 교수가 개발한 ‘눈으로 마음 읽기 테스트(RMET·Reading the Mind in the Eyes Test)’라는 게 있다. 사진 속 인물의 눈만 보고 감정 상태를 맞히는 것으로 인지적 공감 능력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위한 도구다. 한 연구팀이 참가자들을 모아놓고 A그룹에는 ‘가장 유명하고 부유한 사람’을, B그룹에는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떠올리라고 했다. 이후 사회적 계층 사다리에서 자신의 위치를 묻자 A그룹은 상대적으로 하단을, B그룹은 상단을 선택했다고 한다. 두 그룹의 RMET 결과는 어땠을까. 자신을 강자로 인식한 B그룹의 정확도가 A그룹보다 현저하게 낮았다. 즉, 스스로 권력자라 여기면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우리는 권력자들이 주변이나 타인의 감정을 무시하는 경우를 빈번하게 목격한다. 위 실험대로라면 권력자는 타인의 감정을 전략적으로 모른 체하는 게 아니라 정말 읽지 못하거나 관심 자체가 없을 수 있다. 겨우 몇 분간의 실험 결과가 이럴진대 수년간 조직을 이끈 리더들은 어떻겠는가라는 연구팀의 추정은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조직문화 및 리더십 전문 컨설팅업체 나발렌트의 론 카루치 공동 설립자는 지난달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온라인판에 ‘리더의 단점이 회사를 망치지 않게 하려면’이란 글을 썼다. 제목부터가 직설적인데 내용도 꽤 흥미롭다. 카루치는 조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리더의 성격적 결함 유형 네 가지를 제시했다. 지나친 자신감과 만성적 확신에 찬 리더, 충동적인 리더, 엄격하게 통제하는 리더, 불안해하는 리더다. 모든 리더들은 어느 정도의 성격적 결함이 있으니 지금 이 순간 자연스럽게 떠오른 누군가에게 특별히 미안해할 필요는 없다. 불행한 건 정작 그 리더들은 자신의 성격적 결함을 절대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이다. 카루치는 네 부류의 리더 각각에게 실질적 조언도 건넸는데, 굳이 언급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겠다. 어차피 ‘남 얘기’로 흘릴 게 뻔하니까. 그 대신 많은 리더들이 꼭 기억했으면 하는 카루치의 주문이 있다.“경쟁 환경과 회사 안에서 당신의 열정을 실현하는 데는 많은 장애물이 있죠. 당신 자신이 장애물 중 하나가 되지 않도록 하세요.” 기업들의 연말 인사 시즌이 한창이다. 인사는 곧 리더십 교체를 의미한다. 임원이 돼 대규모 사업을 총괄하게 된 이도 있고, 승진의 기쁨을 누리며 처음 팀장 자리에 오른 이도 있다. 자리를 이동해 구성원들과 새롭게 합을 맞추게 된 리더들도 많다. 시간이 된다면 HBR 11-12월호에 실린 ‘권력이 당신을 망치지 않게 하라’는 아티클을 꼭 일독할 것을 권한다. 줄리 배틸라나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와 티지아나 카시아로 토론토대 로트먼경영대학원 교수가 공동 집필한 이 글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리드할 수는 없다. 권력의 덫에 걸리지 않으면서 효과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오만 대신 겸손이, 자기중심성 대신 공감이 필요하다.”김창덕 DBR교육컨벤션팀장 drake007@donga.com}

“진료 현장에서는 병이 ‘있다’ 또는 ‘없다’라고 이분법적으로 판단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진료하는 의사도 힘들지만 환자들도 추가 검사를 받느라 더 많은 시간과 돈을 써야 하죠. 그런 측면에서 의료와 인공지능(AI)의 만남은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박기성 전남대 핵의학과 임상진료교수(44)는 AI가 앞으로 질병 진단 과정을 단축시켜 비용 및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고 봤다. 박 교수 연구팀인 ‘MAITEC’은 2일 가천대 산학협력단이 주최한 ‘2021 의료데이터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톤’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총 44팀이 참가한 이번 데이터톤에서는 6팀이 결선에 올라 박 교수팀 등 3팀이 수상했다. 이 대회는 뇌전이암 및 파킨슨병 진단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의료영상(PET, CT, MRI) 데이터 기반의 AI 학습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추진 중인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 사업의 일부다. MAITEC은 뇌의 영상을 바닥과 평행한 평면으로 잘라 얻은 경축면 영상과 함께 최대강도투사 영상을 확보해 AI 학습을 진행했다. 최대강도투사 영상은 3차원(3D) 영상을 다양한 각도에서 최대 세기 신호만 모아 만든 2차원(2D) 데이터다. MAITEC은 3D 영상 1개로부터 16개씩의 최대강도투사 영상을 획득해 학습에 활용했다. 결과적으로는 경축면 영상만 활용했을 때보다 최대강도투사 영상 데이터를 함께 학습할 경우 진단 정확도가 더 높았다. 박 교수는 “기술력 자체도 중요하지만 AI가 실제 적용될 임상 현장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의료 AI 개발에 절대적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임상헌 가천대 가천융합의과학원 연구원(26)이 주축이 된 ‘Automatica’는 파킨슨병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이 팀은 주최 측이 제공한 파킨슨병 의료영상 데이터들의 특성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정규화 및 사전처리 작업에 집중했다. 임 연구원은 “파킨슨병은 세부적인 질환의 종류가 매우 다양해 데이터 구축이 매우 어렵다. 이번 데이터톤을 계기로 많은 질병 데이터가 구축될 수 있다면 보다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뇌전이암 부문 우수상은 연세대 의료인공지능연구실(MAILAB)에 돌아갔다. 암 환자의 80% 가까이에서 암이 뇌로 전이되기 때문에 뇌 영상은 암의 발생 위치나 크기를 판단하기 위한 중요한 분석 대상이다. 이양호 MAILAB 연구원(27)은 “뇌 자기공명영상을 통해 자동으로 종양 위치를 검출했는데 실제와도 일치했다”며 “AI 모델을 활용하면서 매우 작은 종양의 검출 가능성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번 사업을 총괄한 이언 가천대 의대 명예교수도 AI 활용에 대한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이 명예교수는 “산재돼 있던 데이터들을 통합 관리할 수 있다면 이를 토대로 수많은 인공지능 아이디어가 나와 신약이나 의료기기 개발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의료데이터로 뇌전이암이나 파킨슨병을 진단하는 시대가 올까. 가천대 산학협력단은 다음 달 11일까지 ‘2021 의료데이터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톤’ 참가 신청을 받는다고 19일 밝혔다. 이 대회는 가천대 산학협력단, 울산대 산학협력단, 인하대병원이 수집한 뇌전이암 및 파킨슨병 관련 의료영상 빅데이터(PET, CT, MRI)를 활용해 인공지능(AI) 학습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추진 중인 의료데이터 구축 사업의 일부다. 현재 암 환자의 80%에서 뇌 전이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뇌 영상 데이터는 암 발생 위치 및 크기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분석 대상이다. 뇌 MRI 영상의 AI 분석은 암 진단 및 치료에 획기적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퇴행성 뇌질환인 파킨슨병 역시 뇌 영상 데이터의 AI 분석과 임상 증상을 종합할 경우 조기 진단이 가능할 것으로 의료계는 보고 있다. 이번 사업 총괄책임자인 이언 가천대 명예교수는 “뇌 영상 의료데이터 세트를 활용한 AI 영상 진단 알고리즘 개발은 뇌전이암이나 파킨슨병의 진단 확실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줄 것”이라며 “예방의학 전체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데이터톤 주제는 ‘딥러닝 기반의 뇌종양 위치 검출 및 분할을 통한 측정’(뇌전이암), ‘뇌 양전자 단층 영상에서의 파킨슨 및 비정형파킨슨 감별’(파킨슨병)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예선을 통과한 6개 팀은 다음 달 17∼25일 본선을 진행하고 최우수상 1팀과 주제별 우수상 1팀 등 3팀에 총 상금 1000만 원이 주어진다. 참가 신청은 다음 달 11일까지 대회 웹사이트에서 하면 된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법무법인 태평양이 동아비즈니스리뷰(DBR)와 함께 27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포럼 2021-지속가능한 혁신의 길’을 연다. 글로벌 최고 전문가의 온라인 라이브 강연은 물론 메타버스 환경에서 법률전문가로부터 ESG 리스크 및 역량 진단도 받을 수 있다. 1부 기조연설은 ESG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앤드류 윈스턴 에코스트래티지스 대표가 맡는다. 윈스턴 대표는 ESG 열풍이 가져온 경제, 경영계의 변화를 진단한다. ‘그린 두 골드’, ‘빅 피벗’의 저자인 그는 지난해 싱커스50 레이더의 ‘주목해야 될 사상가’로 선정됐다. 글로벌 기업인 3M, 듀폰, HP, 존슨앤존슨, 킴벌리클라크, 매리어트, 펩시, 유니레버 등이 이미 그의 철학을 자사 전략에 도입한 바 있다. ‘ESG 파이코노믹스’를 쓴 알렉스 에드먼스 런던비즈니스스쿨(LBS) 교수의 강연도 이어진다. 에드먼스 교수는 폭넓은 글로벌 ESG 경영 사례와 함께 새로운 경영 인사이트를 공유할 예정이다. 문정빈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성공적인 ESG 경영을 위한 통합전략을, 이연우 태평양 ESG랩 전문위원은 ESG를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 방안을 각각 제시한다. 2부는 메타버스 플랫폼에서의 ESG 컨설팅 세션으로 구성된다. 포럼 참가자들 중 사전 신청자에 한해 메타버스 공간에서 태평양 소속 변호사들의 ‘ESG 리스크 및 역량 진단’ 강연을 들을 수 있다. 태평양 ESG랩의 박준기 변호사가 컴플라이언스를, 이연우 전문위원이 리스크와 경쟁력을 중심으로 종합 컨설팅을 진행한다. 주제별 룸에서는 구도형 변호사(환경·기후변화), 최진원 변호사(산업안전보건), 김홍기 변호사(공정거래), 장호경 변호사(기업 인수합병)의 동영상 강의를 볼 수 있다. ESG 관련 퀴즈 등 미션을 수행한 참가자에게는 커피쿠폰이 제공된다. 자세한 내용은 DBR 교육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티켓 비용은 40만원(부가세 포함). 22일 오후 6시까지 신청하면 된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글로벌 소비재기업 유니레버는 유니세프와 함께 어린이와 산모들을 대상으로 하는 ‘세계 손 씻기 캠페인’을 10년 이상 진행하고 있다. 아프리카 등 저개발 국가에서 외부 감염으로 인한 출산 시 사망률이 너무 높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단, 주고받는 게 확실하다. 유니세프의 보급용 신생아 키트에 비누를 기부하되 자사 브랜드인 ‘라이프부이’ 상표를 반드시 부착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결과는 대성공. 이 캠페인은 수백만 명의 신생아와 산모를 사망 위험에서 구해낸 것으로 평가된다. 유니레버로서도 부진을 면치 못하던 비누 사업을 드라마틱하게 살려냈다. 라이프부이는 현재 유니레버에서 13개뿐인 연매출 10억 유로(약 1조3800억 원) 이상 브랜드다. 글로벌 메가트렌드로 자리 잡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의 대표 사례로 유니레버가 자주 언급되는 이유가 이런 활동들 덕분이다. 2009∼2018년 유니레버를 이끌었던 파울 폴만 전 회장은 글로벌 공익재단 이매진을 창립해 기업들의 사회적 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ESG 전문가인 앤드루 윈스턴 에코스트래티지 대표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9-10월호에 ‘넷 포지티브 선언, 당신 회사 덕에 세상이 좀 더 나아졌나요?’란 글을 기고했다. 윈스턴 대표는 폴만 전 회장과 함께 최근 ‘넷 포지티브’란 책을 펴냈는데, HBR 기고문은 그 핵심을 요약한 글이다. 윈스턴 대표는 ‘자신의 영향 아래 있는 모든 사람의 삶의 질을, 모든 범위에서 모든 이해관계자를 위해 개선하는 기업’을 넷 포지티브 기업이라 정의한다. 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이 균형을 이루는 ‘넷 제로’에서 한발 더 나아간 개념이다. 현실과 한참 멀어 보이더라도 그 정도 목표를 세운 기업만이 지속 가능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국내 기업들도 ESG 경영의 중요성에 대해 모르는 바가 아니다. 최고경영자(CEO)들의 메시지에는 ‘ESG’라는 단어가 상수로 박혀 있고, 이미 조직도 만들었다. 지금 이슈는 ‘Must do’라는 당위성이 아닌 ‘How to do’, 즉 어떻게 할 거냐다. 전략경영 분야에 자원기반관점이라는 이론이 있다. 비르게르 베르네르펠트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주창한 뒤 제이 바니 유타대 교수가 정립했다. 기업은 자본, 인력, 역사 등 모든 영역에서 각기 다른 자원을 가지고 있고, 이것이 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시각이다. 단순화하면 하고 싶은 것보다는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라는 의미로도 이해된다. ESG 경영도 어느 기업이나 따라야 하는 모범답안은 없다. 기업 자신이 어떤 자원을 갖고 있는지 면밀하게 진단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유니레버의 비누 같은 차별화 포인트를 찾아내는 작업이다. 윈스턴 대표는 27일 본보 주최의 ESG 포럼에 기조강연자로 참여한다. 이른바 ESG 경영의 선두주자들, 그의 용어대로라면 넷 포지티브 기업들의 특징은 무엇인지, 지금은 어떤 행보를 걷고 있는지 소개할 예정이다. 그들이 과연 자신의 차별점을 어떻게 ESG 경영과 연결시켰는지 흥미롭게 들어볼 생각이다.김창덕 DBR교육컨벤션팀장 drake007@donga.com}

동이 트기 전 꼭두새벽, 잠옷 바람으로 문 앞 택배상자를 픽업하는 건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간편식, 반찬, 생수, 책 등 품목도 다양하다. 새벽의 손님은 이제 우리 일상에서 빼놓기 힘든 존재가 됐다. 오아시스마켓은 새벽배송 업계에서 작지만 가장 주목받는 기업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작년 8월 이 기업의 스토리를 집중 분석했다. 업계 최강자 마켓컬리와 뒤늦게 출사표를 던진 유통 대기업들의 틈바구니에서도 오아시스마켓은 적자를 낸 적이 없다. 지난 1년간 오아시스마켓은 얼마나 성장했을까. 우선 외부 투자금액이 126억 원에서 826억 원으로 늘어났다. 기업가치는 작년 4월 1500억 원대에서 올 7월 7500억 원대로 커졌다. 같은 기간 누적 회원 수는 33만 명에서 80만 명으로 증가했다. 매출도 2019년 1423억 원, 2020년 2386억 원, 올해 상반기(1∼6월) 1669억 원으로 가파른 상승세다. 화룡점정은 영업이익. 2019년 10억 원 흑자를 낸 것만으로도 부러운 시선을 독차지했는데, 작년에는 97억 원을 남겼다. 마케팅비용이 증가한 올해 상반기도 27억 원으로 여전히 흑자 기조다. 가장 의미 있는 숫자는 오아시스마켓이 만들어 낸 일자리다. 오아시스마켓 임직원 수는 2019년 말 456명에서 2020년 말 619명으로, 현재는 800명까지 늘었다. 이 회사는 380명 수준인 물류센터 현장 근로자를 1000명까지 늘리겠다고 한다. 그것도 정규직으로만. 올 하반기(7∼12월) 경기 성남시에 제2스마트통합물류센터를 열기로 한 덕분이다. 이런 오아시스마켓의 걱정거리는 엉뚱한 곳에 있다. 온라인 유통시장에 대한 정부 규제 강화다. 매출 1000억 원 이상인 오아시스마켓은 이미 대규모유통업법 적용 대상이다. 규제 강도를 높인 이 법 개정안은 3월 국회를 통과해 1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온라인쇼핑몰업자의 불공정거래행위 심사지침’도 2월 시행에 들어갔다. 온라인 유통업이 커지니 정부 규제도 덩달아 불어나는 모양새다. 모든 법령이나 규제에는 약자 보호 같은 나름의 명분이 있다. 하지만 과도한 규제, 또는 규제의 과도한 적용은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다. 특히 여러 법에 걸쳐 촘촘하게 짜인 규제 그물을 신생업체들이 피해 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과징금 처분이 내려진 기업들은 행정소송을 내기 일쑤고, 실제 공정위가 소송에서 지는 경우도 빈번하다. 지난달 공정거래법과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과징금 33억 원을 부과받은 쿠팡이 곧바로 행정소송을 준비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취업한파를 맞은 2030 일자리가 10만 개 줄고, 공공일자리를 중심으로 50대 이상 일자리가 41만 개나 늘었다. 세금으로 찍어낸 공공부문 일자리가 성장 기업이 창출한 일자리보다 양질이라 할 수 있을까.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공약을 쏟아내는 여야 후보자들도 직접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욕심은 버렸으면 한다. 기업이 성장하면 좋은 일자리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오아시스마켓처럼. 김창덕 DBR교육컨벤션팀장 drake007@donga.com}

20세기 초로 시계를 되돌려 보자. 장소는 남극이다. 일단 차디찬 빙하만 떠올려도 한여름 무더위가 잠깐이나마 가시지 않는가. 노르웨이의 탐험가 로알 아문센은 1911년 12월 남위 90도에 인류 첫발을 내디뎠다. 남극점에 꽂은 깃발 사진 한 장으로 그는 전 세계 교과서에 실리는 역사적 인물이 됐다. 반면 영국인 로버트 스콧은 한 달여의 근소한 차이로 ‘최초’ 타이틀을 놓쳤다. 좌절한 스콧은 기지로 귀환하던 중 다른 대원들과 함께 남극에서 최후를 맞았다. 이 유명한 라이벌전은 훗날 많은 역사학자, 사회학자, 경영학자들의 분석 대상이 됐다. 아문센은 북극 이누이트족의 지혜에, 스콧은 당시 과학기술과 자신의 경험에 의존했다고 한다. 몇 가지 요소만 추려 보면 그린란드 허스키, 에스키모 털옷, 짧은 신규 루트를 선택한 아문센이 만주 조랑말, 모직 방한복, 다소 멀지만 알려진 루트를 이용한 스콧을 압도했다. 한 세기 전 인물까지 소환한 것은 현재 기업들 앞에 놓인 길이 당시 탐험가들이 걸어간 남극 대륙의 미개척 루트와 다르지 않아서다. 코로나19 확산과 변이 바이러스의 재확산은 기업들을 무력감에 빠뜨리고 있다. 시계(視界) 제로 상태로 생존의 절벽에 내몰린 기업들은 ‘포스트 코로나’를 언급할 여유조차 사라졌다. 남극은 살을 에는 추위만 위협적인 것이 아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크레바스와 몸을 가누기조차 힘든 눈보라를 수시로 맞닥뜨려야 한다. 아문센이 이러한 극한의 환경을 이겨낸 가장 중요한 전략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목표의 단순성이다. 남극점 최초 정복과 탐사를 동시에 이루려 한 스콧은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한 과학자들까지 대원으로 합류시켰다. 아문센은 남극점 도달 외에는 어떤 것도 고려하지 않았다. 대원들도 체력, 생존 능력, 스키 기술만 보고 뽑았다. 베이스캠프를 출발한 뒤에는 ‘하루 28km 이동’이라는 원칙을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켰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표가 있었기에 다양한 위기 상황에서도 조직원들의 혼란이 최소화됐다. 국내에서도 이를 잘 활용하는 사례가 있다. ‘에이틴 시리즈’ ‘엔딩 시리즈’ 등 시즌제 웹드라마로 돌풍을 일으킨 콘텐츠 기업 플레이리스트다. 이 회사는 모든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분명한 목적(Object)과 구체적 핵심결과(Key Result)를 미리 정해 참여 인원 전체와 공유한다. 에이틴 시리즈의 목적은 ‘10대 대중문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작품’, 이를 실현할 핵심결과는 ‘시청 시간’이었다. 이후 세부 전략은 오직 시청 시간을 늘리기 위한 방향으로 마련됐다. 플레이리스트의 박태원 대표는 이런 OKR(목적과 핵심결과) 방식을 구글에서 일할 당시 습득했다고 한다. OKR를 아문센에 대입해 보면 ‘하루 28km 이동’이란 구체적 핵심결과를 통해 ‘남극점 도달’이란 최종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위기 상황 극복 레시피 중 하나로 이 아문센 방식을 활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작은 조직이나 프로젝트부터 적용해 보는 건 충분히 해봄 직한 실험일 것 같다. 김창덕 DBR교육컨벤션팀장 drake007@donga.com}

스타트업은 대부분 실패한다. 불행한 일이지만 사실이다. 올해 하반기(7∼12월)에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을 시작으로 대어급 기업공개(IPO)가 줄줄이 이어질 예정이다. 결실은 달콤해 보여도 실제 그 맛을 볼 수 있는 기회는 극소수에게만 주어진다. 외부 투자 한 푼 못 받고 사업을 접는가 하면 시리즈 A, B, C 투자 유치로 승승장구하다 한순간 삐끗해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상장 직전 단계에서 고비를 넘지 못한 경우도 부지기수다. 스타트업의 실패 이유를 한두 가지로 특정하긴 어렵다. 톰 아이젠만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저서 ‘스타트업은 왜 실패하는가’에서 스타트업의 공통적인 실패 이유를 분석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5∼6월호에도 같은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아이젠만 교수는 △나쁜 친구들(투자자, 전략적 파트너, 임직원 등) △고객 니즈를 오판한 잘못된 시작 △얼리어답터 반응에 속는 긍정 오류 △급성장에만 매진하는 속도의 덫 △확장 국면에서의 인력 부족 등을 주요 실패 원인으로 꼽았다. 그가 던진 핵심 메시지는 이렇다. “한정된 자원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은 본래 위험하다. 하지만 그동안의 많은 실패가 사실은 피할 수 있었고, 모두 같은 패턴을 따랐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조금이라도 덜 실패할 수 있다.” 실제 창업가들은 어떨까. 창업교육 전문가인 김형민 비원플러스 대표는 한 해에만 200개 이상의 스타트업 및 예비 창업팀을 멘토링하고 있다. 김 대표는 “유니콘 기업의 성공 신화를 꿈꾸는 창업가들이 넘쳐나지만, 실패를 줄이는 법을 미리 고민하고 준비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지적한다. 17년간 후배 창업가들을 멘토링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점이란다. 기발한 사업모델과 훌륭한 기술력을 갖춘 유망 스타트업들이 하지 않아도 될 작은 실패 탓에 결국 꽃을 피우지 못한 사례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3월에 펴낸 저서 ‘창업은 공학이다’에 ‘실패를 줄이는 창업의 해법’이라는 부제를 넣은 이유이기도 하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창업기업 동향을 보면 올해 1분기(1∼3월) 창업기업(법인사업자 기준)은 3만1070개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같은 기간(3만3972개)에 비해 주춤했지만, 범위를 넓혀 보면 2017년 2만5373개, 2018년 2만6405개, 2019년 2만7231개에 이어 작년과 올해 3만 개 이상으로 증가 추세가 뚜렷하다. 실제 취업 대신 창업을 택하는 청년들이 넘쳐나고, 잘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나온 경력직 벤처인들도 크게 늘었다. 1년에 12만 개 이상 생겨나는 창업기업들의 생존율은 당연히 국가 경쟁력과도 직결되는 이슈다. “공격은 관중을 부르고, 수비는 우승을 부른다.” 미식축구 감독 폴 브라이언트가 남긴 스포츠계의 이 유명한 격언은 기업, 특히 안정기에 접어들기 전인 스타트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성장을 거듭해 그럴듯한 외형을 갖춰도 실패의 원인을 제거하지 못하면 결국 냉혹한 시장에서 버텨내기 힘들다. 현실 세계에 ‘달콤한 실패’란 없다.김창덕 DBR교육컨벤션팀장 drake007@donga.com}

기업인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많은 연사는 누구일까. 저명한 경영학자나 경제학자를 찾는 수요는 여전히 많다. 네임밸류가 가져다주는 신뢰감을 쉽게 대체할 수 없어서다. 은퇴 후 강연 활동을 하는 전직 최고경영자(CEO)는 당연히 두 팔 벌려 환영이다. 큰 판의 전쟁을 치러내며 축적한 무용담은 언제 들어도 감동적이니까. 최근 2, 3년을 기준으로 보면 이들을 빼놓고 기업 교육시장을 논하긴 힘들다. 바로 스타트업 대표들이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박태훈 왓챠 대표, 서정훈 지그재그 대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최재호 드라마앤컴퍼니 대표 등을 강단에 세우려는 대기업들이 줄을 서 있다. 넘쳐나는 강연 요청을 소화하지 못해 외부 활동 중단을 선언한 이가 있을 정도다. 2010년대 중반까지 1, 2세대 벤처창업가들을 대하던 시각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김정주 NXC 대표이사,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 등은 그 자체로 스타였다. 제조업 기반으로 성장한 대한민국에서 인터넷 혁명을 타고 혜성처럼 등장한, 선망의 대상이자 탐구의 대상이었다. 기업보다는 사람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다만 “스타트업이니까”란 꼬리표를 애써 붙였다. “크루즈선(대기업)이 모터보트(스타트업)와 어떻게 같나”란 선 긋기와 함께. 지금은 어떨까. 스타트업 대표 개인의 성장 스토리는 관심사가 아니다. 그 대신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는 토대가 된 기발한 비즈니스 모델, 대담한 사업 확장, 효율적 조직문화 등에 주목한다. 비즈니스판에서 산전수전 겪은 전문경영인은 물론이고 임직원 수만 명을 이끄는 대기업 총수도 귀를 세운다. 스타트업들이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 비즈니스 기회를 찾는 과정, 의사결정의 속도와 방식은 대기업에서는 상상하기 힘들 만큼 파격적이다. 수십 년간 ‘혁신’을 외치면서도 근본적인 틀을 깨는 데 실패한 기업들에 스타트업은 훌륭한 벤치마킹 대상이다. 한 대기업 임원은 “회사 전체를 한번에 바꿀 수 없다면 작은 조직부터라도 스타트업 성공 방식을 이식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했다.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한 글로벌 경영 환경은 기업의 ‘변화 시계’를 더욱 앞당기고 있다. 과감한 도전을 더 이상 늦출 수 없게 된 것이다. 가볍고 빠른 스타트업들이 대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적잖은 배경이다. 삼성전자는 2016년 ‘스타트업 삼성 컬처 혁신’ 선포식을 열었다. 실리콘밸리식 스타트업 문화를 인사 및 조직 관리에 접목시키겠다는 선언이었다. ‘스타트업 삼성’이라는 새 슬로건은 당시 재계 전체에 큰 충격을 줬다. 불과 5년이 지났는데 이젠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앞다퉈 청바지 차림의 청년들을 연단에 세우는 시대가 됐다. 스타트업의 또 다른 이름인 벤처(venture)는 모험을 뜻하는 어드벤처(adventure)에 어원을 두고 있다. 자금이 뒷받침되면 모험의 성공 확률은 더 높아진다. 남극점 정복이, 에베레스트 정복이 그랬다. 벤처 웨이를 접목한 대기업들의 신선한 일탈이 그래서 더 기대된다. 김창덕 DBR교육컨벤션팀장 drake007@donga.com}

“인공지능(AI)으로 치매를 예측한다.”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KoSAIM)는 21일 서울 중구 동대문구 을지로5가 라마다 서울 동대문에서 의료 AI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는 춘계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온라인 강의를 중심으로 마련된 이번 학회는 22일까지 이틀 간 열린다. KoSAIM에서는 의료계, 학계, 산업계의 전문가들이 최신 연구 및 시장 현황을 소개했다. 특히 산업계 세션의 의료 AI 서비스 실용화 및 제품화에 관심이 집중됐다. 21일에서 루닛, 뷰노, JLK인스펙션, 코어라인소프트가, 22일에는 메디웨일, 뉴로젠, 두에이아이, 이마고웍스가 각각 의료 AI 업계 대표로 참가했다. 의료 벤처기업들은 AI 기반 의료기기 제품 개발 경험과 정부 품목허가 취득 전략 등을 폭넓게 공유했다. 뉴로젠은 자기공명영상(MRI) 기반의 뇌영상 정량화 소프트웨어(SW)인 ‘뉴로아이(Neuro I)’를 개발한 기업. 이 SW는 2018년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홍동표 뉴로젠 최고연구책임자(CRO)는 “뉴로아이를 활용할 경우 치매 발병 5년 전 80% 이상의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다”고 했다. 뉴로젠은 올해 상반기 임상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치매는 일단 발병하면 치료법을 찾기가 어려운 만큼 조기 예측과 예방이 중요하다. 의료업계 관계자는 “의료영상을 활용한 AI는 초기 환자의 영상 빅데이터를 학습시켜 숙련된 전문의들도 쉽지 않은 질병을 예측한다. 가까운 미래에 치매 예방 의료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할 것”으로 기대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역량의 반감기(半減期)’. 경영학자나 기업 인사부문(HR) 담당자들이 주로 쓰는 용어라고 한다. 역량의 유효기간쯤으로 이해하면 쉽다. 반감기가 긴 직무역량을 가지면 경쟁력도 오래가지만 반대인 경우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 역량의 반감기는 사람에 따라, 경쟁 환경에 따라, 그리고 기술 발전에 따라 수시로 변한다. 고유의 물리적 반감기를 가진 방사성 원소(元素)와는 다르다. 이 역량의 반감기가 최근 급감하고 있다고 한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블록체인 같은 신기술이 대거 등장하면서 과거의 전문성만으로는 버티기 힘들어졌다. 최신 기술로 무장한 새파랗게 어린 후배가, 심지어 기술 자체가 ‘한때’ 전문가들을 대체한다. 석기시대를 주름잡던 뛰어난 석공들이 철기시대가 열리자 할 일이 없어진 격이랄까. 기업들은 난감하다. 특히 HR에 대한 고민이 깊다. 글로벌 리서치기관인 가트너는 올해 초 ‘2021년 HR 리더의 5가지 우선과제’라는 리포트를 냈다. 조사에 응한 60개국 800여 명의 HR 리더들은 첫째 과제로 ‘핵심 기술 및 역량 구축’(68%)을 꼽았다. 그런데 이를 선택한 리더들 중 36%는 ‘우리 직원들의 기술 격차 수준을 모른다’, 31%는 ‘발전하는 기술을 빠르게 따라잡기 위한 해결책이 없다’고 했다. 무엇을 해야 할지는 알지만 해낼 능력이 없다는 고백이다. 외부 인재 스카우트로는 한계가 있다. 쉽고 빠른 방법은 언제나 비용을 수반한다. 정보기술(IT) 부문 고급 인력, 이른바 ‘개발자’들의 몸값은 대기권을 벗어날 판이다. 영입은커녕 기껏 키운 인력을 역량의 반감기가 지나기 전 경쟁사에 뺏길까 노심초사하는 게 현실이다. 자체 교육도 과도기를 겪는 중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단기 집합교육은 언제 부활할지 점치기 어렵다. 몇몇 기업의 연수원 건물은 지난해부터 정부 지정 감염자 격리수용시설로 쓰이고 있다. 교육 예산과 조직은 자연스럽게 축소됐다. 온라인 교육으로 발 빠르게 전환한 곳도 기존 커리큘럼과 포맷을 전면 개편하느라 분주하다. 비대면(非對面) 환경의 특수성 때문에 ‘자기 주도 학습’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어서다. 그럼에도 HR의 역할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형태로 확장된다. 지난해 9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온라인 판에는 ‘미래의 21가지 HR 직무’라는 아티클이 게재됐다. 향후 5년 내 출현할 HR 직무로는 챗봇-인간 조력자, 재택근무 조력자, 제2인생 코치 등이 있다. 10년 내로는 웰빙 디렉터, 최고목적플래너, 가상현실(VR) 몰입 카운슬러 등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다. 아직 생소해 보이는 이들의 활약이 조직원들의 역량을, 나아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할 날이 머지않았다. 경기가 어려울 때는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의 최고경영자(CEO)가 다수 등장한다고 한다. 성장기에는 최고전략책임자(CSO)가 주목받는다. 지금은 글로벌 저성장 기조에 팬데믹까지 겹쳐 어느 때보다 조직문화와 인력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HBR가 내다본 것처럼 최고인사책임자(CHRO)가 CEO 레이스 결승선을 통과하는 장면을 목격할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김창덕 DBR교육컨벤션팀장 drake007@donga.com}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의 발전으로 디지털전환(DX)은 기업 경영 혁신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코로나19 사태는 이런 변화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촉진제 역할을 하고 있다. 대다수 기업에 선제적 투자 내지 선택의 영역이었던 DX는 글로벌 위기 상황을 맞아 필수적인 생존 과제로 떠올랐다. 미국 기술기업인 델테크놀로지스가 최근 발표한 ‘디지털 전환 인덱스(DTI) 2020’에 따르면 기업 5곳 중 4곳이 올해 DX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해 비즈니스 모델 재구성을 시도하고 있다는 기업 비율도 마찬가지로 80%에 달했다. 전 세계 18개국 4300개 기업의 최고 임원급(C-레벨) 경영진을 대상으로 이뤄진 조사 결과다.○ “DX 당장은 힘들지만 반드시 하겠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과 달리 정보 취득 소스나 투자 여력이 부족해 자체적인 DX 추진 및 적용에 여전히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민간 확산을 위한 산업별 DX 모델을 직접 개발하고 ‘산업 디지털전환 촉진법’ 제정을 추진 중인 배경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과 한국생산성본부는 올해 하반기(7∼12월) 자동차, 조선, 에너지 부문의 소재, 장비, 부품기업 650곳을 대상으로 DX 인식 및 향후 계획에 대한 업종별 DX 니즈 및 역량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기업 2곳 중 1곳은 DX의 의미를 알고 있었지만, 실제 추진할 준비가 돼 있다는 응답 비율은 자동차 12.4%, 조선기자재 5.5%, 에너지 10.5%로 매우 낮았다. 기업들은 내부의 인적 역량과 DX 추진을 위한 가이드라인 부재, 자금 부족 등을 산업 DX 수준이 낮은 이유로 꼽았다. DX 추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업종별로 자동차 74.8%, 조선기자재 80.0%, 에너지 52.5%로 매우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당장 DX를 추진하겠다는 응답은 전체의 절반에 못 미쳤고, 많은 기업(자동차 70.8%, 조선기자재 78.5%, 에너지 51.0%)이 향후 장기적 관점에서 계획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업종별 DX 평균 역량 수준의 경우 조선기자재가 48.8점으로 가장 높았고, 자동차 47.3점, 에너지 37.7점 순이었다. DX 역량 수준은 디지털에 대한 비전과 리더십, 전략과제, 혁신영역, 기술과 솔루션, 인적역량과 조직문화 등 5개 부문의 평균을 종합 점수로 나타낸 것이다. ○ DX도 내 몸에 맞는 모델 적용한다 생산성본부는 이러한 사전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업종별 DX 실행가이드’를 만들고 실제 15개 기업을 대상으로 시범 컨설팅까지 마쳤다. 경기 용인시의 지필로스는 연료전지 시스템과 인버터 등이 주력 제품군인 재생에너지 기반 중소기업이다. 정부의 ‘업종별 DX 실행가이드’를 적용한 시범 컨설팅 대상 15개 기업 중 가장 적극적으로 프로젝트에 임한 곳 중 하나다. 박가우 지필로스 대표는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업개발 이사, 경영지원 이사 등 핵심 경영진이 모두 포함된 8명의 프로젝트관리조직(PMO)을 꾸렸다. 이들은 실행가이드에 따라 지난달 27일 사전진단 회의와 이달 3, 7일의 두 차례 워크숍을 거쳤다. 이를 통해 디지털 비전 및 전략 목표 설정은 물론이고 주요 제품 및 공정 등에 대한 개선 포인트를 찾아 과제로 설정하는 단계까지 경험했다. 지필로스는 17일 자체 발표회를 갖고 지난 3주일간 컨설팅으로 도출한 비전 체계도 및 디지털 핵심과제와 로드맵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이번 컨설팅이 DX라는 거대한 파도에 수동적으로 휩쓸리기보다는 능동적으로 혁신의 파도를 타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강서구에 본사를 둔 테크로스도 국내 조선기자재업체 중 손꼽히는 전기분해 수처리 전문 기업으로, DX에 대한 열망이 어느 곳보다 강하다. 선박 평형수 처리장치를 개발해 제조하는 공정에서부터 사내 조직관리까지 DX를 통한 도약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서다. 생산성본부 관계자는 “경영진뿐만 아니라 실무자들까지도 DX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 워크숍 내내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산업부는 15개 기업 대상의 시범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산업별 DX 모델’의 완성도를 보다 끌어올릴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DX는 기업 경쟁력 향상 및 미래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기에 많은 기업이 관심을 갖고 참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2일 열린 ‘동아비즈니스포럼 2020’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온라인 행사로 전면 전환된 형태로 진행했다. 소수 참가자가 모인 오프라인 행사도 철저한 방역 지침 아래 치러졌다. 세계적 석학들의 방한이 무산되면서 올해 포럼의 강연과 토론은 모두 줌(Zoom)과 이벤터스(eventus) 등 영상회의 플랫폼을 통해 이뤄졌다. 1000여 명의 국내외 청중은 자신의 집이나 사무실에서 해외 현지로부터 실시간 생중계된 석학들의 열정적인 강연을 즐겼다. Q&A 세션 때는 수백 개의 질문이 쏟아져 오프라인으로 치러진 예년 행사 때보다 더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장효상 러닝크루 대표는 “온라인 강연이라 걱정했는데 오히려 장소와 시간에 제약받지 않고 세계적 석학과 소통할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본행사장인 서울 중구 신라호텔의 대연회장 공간에는 42개의 좌석만 배치했다. 예년에는 1000명 이상을 수용했던 1100m² 넓이의 행사장이다. 현재 수도권에 적용되고 있는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보다 강화된 2.5단계 지침에 해당한다. 행사장 입장 시 발열 체크는 물론이고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고, 각 좌석에는 비말방지 투명 가림막을 설치했다. 메인 포럼 외의 부대행사들도 같은 조건을 적용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학영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 이종배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고수찬 롯데지주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코로나 때문에 유명 스폿 위주로만 다니던 관광행태가 많이 달라졌잖아요. 해외여행은 꿈도 못 꾸고…. 정보기술(IT)의 힘을 빌리면 색다른 관광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이은영 유니크굿컴퍼니 대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 세계 관광산업은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국내도 사정은 마찬가지. 그러자 신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일부 스타트업이 ‘게임 체인저’를 자임하고 나섰다. IT를 활용한 온라인 또는 온·오프라인 융합형 관광콘텐츠로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4년 차 스타트업 유니크굿컴퍼니가 그 대표 주자다. 이 회사의 대체현실 게임 플랫폼 ‘리얼월드’는 오프라인에 실재하는 장소나 공간에서 모티브를 얻어 게임의 스토리를 구성한다. ‘정동밀서’는 서울 중구 정동 일대에서 비밀 지도(유료 키트)를 따라가며 최종 목표(독립자금 전달)를 달성하는 게임이다. 스마트폰에 리얼월드 앱을 설치하면 비밀 지도를 풀 미션을 확인할 수 있다. 역사 기반 콘텐츠라 자녀 교육용으로도 호응이 높아 누적 이용자가 6만 명이 넘었다. ‘태양단의 비밀’은 숨겨진 보물을 찾아 한반도의 국운을 깨운다는 설정이다. 서울편(광화문), 부산편(동구 초량동∼중구 보수동), 전주편(전주한옥마을)이 각각 나왔다. 수원화성의 전설을 소재로 한 ‘용연의 아이’라는 가족형 콘텐츠도 있다. 유니크굿컴퍼니는 서울, 부산, 울산, 경기 수원, 전북 전주, 충북 음성, 전남 순천, 경북 영양·청송·울진, 강원 춘천 등 국내 11개 지역과 중국 상하이를 배경으로 온·오프라인 융합 게임을 선보이고 있다. 현재는 회사가 직접 만든 콘텐츠를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형태지만, 앞으로는 고객들이 리얼월드 스튜디오(저작도구)로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는 오픈마켓 플랫폼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애플스토어 같은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각 지역의 여행가이드들도 할 일이 사라졌다”며 “그분들만 알고 있는 지역 특색이나 숨겨진 스토리들은 온라인 관광 콘텐츠의 훌륭한 소재가 될 것”이라고 했다. 5년 차 스타트업 예간아이티(대표 박병재)는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을 중심으로 한 실감형 콘텐츠를 사업 모델로 삼고 있다. 지금까지 수행한 프로젝트는 ‘2018 평창 올림픽 3D 프리뷰’ ‘SK와이번즈 문학경기장 쇼케이스’ ‘부산 오륙도 3D 프리뷰’ ‘서산 해미읍성 3D 웹 교육 콘텐츠’ ‘창덕궁 주합루 AR 포털’ ‘덕수궁 AR 지도’ 등이다. 임직원이 12명인 이 회사 매출액은 2018년 2억3000만 원에서 지난해 5억3000만 원으로 뛰었다. 올해는 10억 원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예간아이티는 지난달 애플 앱스토어에 AR 카메라 앱 스노볼(Snovall)을 입점했다. 스노볼은 휴대전화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가상공간을 불러와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됐다. 현장을 직접 찾지 않아도 마치 그 장소에 있는 듯한 체험을 제공하는 게 기술의 핵심. 예간아이티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콘텐츠 확산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를 통해 세계 유명 여행지를 누구나 가볼 수 있는 ‘방구석 세계일주’도 가능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 두 기업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창업 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문화관광 분야의 유망 스타트업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콘텐츠 스타트업의 성장단계별 맞춤형 지원사업을 운영함으로써 콘텐츠 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유니크굿컴퍼니와 예간아이티는 각각 초기, 중기 창업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창업발전소 사업과 창업도약프로그램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올해만 벤처기업에 투자된 금액은 4조 원대, 창업기업은 10만 개에 이르고 있습니다.”(은성수 금융위원장, 15일 ‘제1회 동아 뉴센테니얼 포럼’ 축사 중) “대기업들도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만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버텨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사내 벤처 창업 활성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것이죠.”(A기업 임원) 국내에서는 연간 10만 개의 신설 법인이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는 창업 직후부터 높은 장벽에 부딪혀 채 빛을 보지 못하고 표류하는 실정이다. 벤처 업계에서는 “스타트업들의 실패 배경에는 정부 규제나 자금 조달 지연 등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무리한 창업을 추진한 탓인 경우도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포스텍 기업가정신센터, ㈜비원플러스는 예비 창업자들에게 현실적인 비즈니스 역량 제고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스타트업 교육 사업을 공동 추진하기로 하고 20일 3자 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MOU 체결식에는 김남국 미래전략연구소장과 손영우 포스텍 기업가정신센터장, 김형민 비원플러스 대표가 참석했다. 미래전략연구소는 동아비즈니스리뷰(DBR)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역량개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국내 최고의 창업 보육 대학인 포스텍과 창업 교육 전문기업 비원플러스는 창업 실무 교육을 위한 커리큘럼을 개발한다. 이 교육 과정은 ‘비긴 더 스타트업(Begin The Startup)’이란 슬로건 아래 B(building·창업 준비), E(explore·실전 탐구), G(gain·창업 실무 이해), I(integrate·실전 창업), N(end·투자 유치 및 시장 진입)의 5단계로 이뤄진다. 특히 기술 기반 창업, 아이디어 기반 창업, 소상공인 창업, 사내 벤처 창업 등 교육 타깃별로도 특화된 커리큘럼을 제공한다. 손 센터장은 “대학생, 은퇴자, 소상공인 등 다양한 예비 창업자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교육 사업은 사회적 기여도 크다”고 했다. 김 대표는 “종이 없는 교육장을 표방하는 ‘스마트 강의 시스템’을 통해 외형 또한 한층 업그레이드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할 것”이라고 했다. 3개 기관은 연내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완료한 뒤 내년부터 각 기업 및 기관, 대학 등을 대상으로 교육 참여자들을 모집할 예정이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말 많고 탈 많던’ 통신사업자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간 인수합병(M&A)이 가장 큰 고비를 넘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0일 인터넷TV(IPTV) 사업자인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가 각각 대형 SO CJ헬로와 티브로드를 인수 및 합병하는 안을 조건부 승인했다. 공정위가 통신사업자와 SO의 기업 결합을 승인한 첫 사례다.○ 큰 산 넘은 유료방송 M&A 3년 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현 CJ헬로) M&A를 불허했던 공정위는 ‘유료방송 시장 환경의 급변’을 이유로 시장 재편에 손을 들어줬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3년 전과 달리 유료방송 시장이 급속히 디지털 중심 시장으로 재편됐다. M&A로 인한 소비자 편익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유료방송 업계에서는 이번 공정위 발표와 관련해 ‘승인’이란 결정과 함께 예상보다 훨씬 완화된 ‘조건’에도 주목하고 있다. 교차 판매(인수 및 피인수 기업의 영업망을 함께 쓰는 방식) 금지, 홈쇼핑 송출 수수료 인상 제한, 알뜰폰 경쟁제한성 해소 조치 등 당초 거론돼 오던 조건들이 모두 빠진 것. 물가상승률을 초과하는 케이블TV 수신료 인상 불허, 전체 채널 수와 소비자 선호 채널의 임의 감축 금지, 고가형 상품으로의 전환 강요 금지 등 시정 조치도 기업 결합 1년이 지나면 사업자가 변경 요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두 M&A가 결승선을 통과하려면 아직은 허들을 두 번 더 넘어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사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최종 결정으로 이어지는 과정이다. 다만 가장 높은 산으로 여겨지던 공정위가 독점이나 공정 거래 등을 문제 삼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업계에서는 낙관론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사업자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결정을 내린 만큼 과기부 역시 알뜰폰을 포함한 산업 투자 촉진, 일자리 안정화, 소비자 후생 측면 등을 좀 더 중요하게 고려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시장 재편 후 대규모 투자 기대 정부가 최종 승인하면 LG유플러스는 CJ헬로 지분의 ‘50%+1주’를 8000억 원에 사들인다. SK브로드밴드의 모회사인 SK텔레콤은 주식교환 방식을 통해 탄생할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신규 합병법인의 지분 74.4%를 갖게 된다. 현재 유료방송 시장에서는 KT가 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까지 더해 시장점유율 31%로 독주하고 있다.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는 SO를 품에 안게 될 경우 각각 24%, 23%의 시장점유율로 KT 추격에 나선다. 다소 싱겁게 정리된 듯하던 유료방송 시장이 다시 한번 통신 3사의 치열한 전장으로 바뀐다는 얘기다. 소비자로서는 서비스 품질의 상향 평준화와 추가적인 요금 할인 등을 기대해볼 만하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정부 심사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케이블TV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적으로 설비가 낙후된 티브로드와 CJ헬로를 IPTV 수준으로 최대한 빨리 끌어올려야 고객 확보를 위한 서비스 경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 온라인 동영상 시장을 빠르게 잠식 중인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글로벌 기업들에 대응하기 위한 콘텐츠 투자도 발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와 과기부의 승인 절차 결과를 주목하고 있는 이들은 또 있다. 피인수 기업들을 비롯한 케이블TV 업계 종사자들이다. CJ헬로와 티브로드 직원들뿐 아니라 협력업체 직원들의 경우 이번 M&A 성사를 통해 일자리가 안정화될 수 있느냐가 최고 관심사다. 업계 관계자는 “유료방송 업계는 TV에서 모바일로 고객들이 대거 이동하는 등 시장 환경 급변으로 정체기를 벗지 못했다. 대형 M&A가 현실화하면 플랫폼 시장이 요동치면서 전체적으로 활력이 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