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덕

김창덕 부장

동아일보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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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창덕 부장입니다.

drake007@donga.com

취재분야

2024-03-25~202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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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큰 산’ 넘은 이통사-SO 인수합병… 통신시장 ‘콘텐츠 戰雲’

    ‘말 많고 탈 많던’ 통신사업자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간 인수합병(M&A)이 가장 큰 고비를 넘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0일 인터넷TV(IPTV) 사업자인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가 각각 대형 SO CJ헬로와 티브로드를 인수 및 합병하는 안을 조건부 승인했다. 공정위가 통신사업자와 SO의 기업 결합을 승인한 첫 사례다.○ 큰 산 넘은 유료방송 M&A 3년 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현 CJ헬로) M&A를 불허했던 공정위는 ‘유료방송 시장 환경의 급변’을 이유로 시장 재편에 손을 들어줬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3년 전과 달리 유료방송 시장이 급속히 디지털 중심 시장으로 재편됐다. M&A로 인한 소비자 편익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유료방송 업계에서는 이번 공정위 발표와 관련해 ‘승인’이란 결정과 함께 예상보다 훨씬 완화된 ‘조건’에도 주목하고 있다. 교차 판매(인수 및 피인수 기업의 영업망을 함께 쓰는 방식) 금지, 홈쇼핑 송출 수수료 인상 제한, 알뜰폰 경쟁제한성 해소 조치 등 당초 거론돼 오던 조건들이 모두 빠진 것. 물가상승률을 초과하는 케이블TV 수신료 인상 불허, 전체 채널 수와 소비자 선호 채널의 임의 감축 금지, 고가형 상품으로의 전환 강요 금지 등 시정 조치도 기업 결합 1년이 지나면 사업자가 변경 요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두 M&A가 결승선을 통과하려면 아직은 허들을 두 번 더 넘어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사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최종 결정으로 이어지는 과정이다. 다만 가장 높은 산으로 여겨지던 공정위가 독점이나 공정 거래 등을 문제 삼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업계에서는 낙관론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사업자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결정을 내린 만큼 과기부 역시 알뜰폰을 포함한 산업 투자 촉진, 일자리 안정화, 소비자 후생 측면 등을 좀 더 중요하게 고려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시장 재편 후 대규모 투자 기대 정부가 최종 승인하면 LG유플러스는 CJ헬로 지분의 ‘50%+1주’를 8000억 원에 사들인다. SK브로드밴드의 모회사인 SK텔레콤은 주식교환 방식을 통해 탄생할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신규 합병법인의 지분 74.4%를 갖게 된다. 현재 유료방송 시장에서는 KT가 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까지 더해 시장점유율 31%로 독주하고 있다.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는 SO를 품에 안게 될 경우 각각 24%, 23%의 시장점유율로 KT 추격에 나선다. 다소 싱겁게 정리된 듯하던 유료방송 시장이 다시 한번 통신 3사의 치열한 전장으로 바뀐다는 얘기다. 소비자로서는 서비스 품질의 상향 평준화와 추가적인 요금 할인 등을 기대해볼 만하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정부 심사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케이블TV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적으로 설비가 낙후된 티브로드와 CJ헬로를 IPTV 수준으로 최대한 빨리 끌어올려야 고객 확보를 위한 서비스 경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 온라인 동영상 시장을 빠르게 잠식 중인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글로벌 기업들에 대응하기 위한 콘텐츠 투자도 발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와 과기부의 승인 절차 결과를 주목하고 있는 이들은 또 있다. 피인수 기업들을 비롯한 케이블TV 업계 종사자들이다. CJ헬로와 티브로드 직원들뿐 아니라 협력업체 직원들의 경우 이번 M&A 성사를 통해 일자리가 안정화될 수 있느냐가 최고 관심사다. 업계 관계자는 “유료방송 업계는 TV에서 모바일로 고객들이 대거 이동하는 등 시장 환경 급변으로 정체기를 벗지 못했다. 대형 M&A가 현실화하면 플랫폼 시장이 요동치면서 전체적으로 활력이 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 2019-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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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BR]LG전자, 글로벌 연구거점 구축해 AI 최고전문가 키운다

    LG전자의 로봇 브랜드 ‘클로이(CLOi)’는 이 회사의 미래 신사업 전략 방향을 가장 명료하게 보여준다. 클로이는 가정용 로봇에서 상업용 서비스로봇까지 전체 로봇 포트폴리오를 총칭하는 브랜드다. ‘똑똑하면서도(CLever&CLear) 친근한(CLose) 인공지능(AI) 로봇(Operating Intelligence)’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LG전자는 산업 현장, 상업 또는 물류 시설 등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허리 근력을 보조하는 ‘클로이 수트봇’, 가정용 홈로봇 ‘클로이 홈’, 안내 로봇인 ‘클로이 가이드봇’, 청소 로봇 ‘클로이 클린봇’, 서비스업에서 활용 가능한 ‘클로이 서브봇’ 등을 연달아 선보였다. 핵심은 역시 AI 기술. LG전자는 AI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해당 분야 최고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한 다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4월부터 미국 카네기멜런대, 캐나다 토론토대와 함께 개설한 ‘AI 스페셜리스트’ 교육 및 인증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두 대학 모두 AI 연구와 관련해 세계적 수준의 인프라를 갖추고 활발한 연구 성과를 내고 있는 곳. LG전자는 이 프로그램 이수자들이 지도교수가 포함된 인증위원회 심의를 통과해야만 ‘AI 전문가’ 타이틀을 주고 있다. AI 전문가는 실제 LG전자에서 프로젝트 내 문제 해결을 위한 핵심 솔루션을 개발하고, 다른 연구원들의 역량을 높이기 위한 멘토로도 활동하게 된다. 국내에도 양성 과정이 있다. 1월 개설한 ‘LG전자-KAIST 인공지능 고급과정’으로 영상, 음성, 제어, 고급알고리즘 4개 영역의 10개 과정으로 구성됐다. LG전자 연구원들은 이 과정을 수강하는 동안 KAIST 교수로부터 직접 AI 심화교육도 받는다. 이렇게 길러진 전문가들은 5곳의 AI 연구개발(R&D) 글로벌 거점에 지원할 수 있게 된다. LG전자는 지난해 8월 토론토에 ‘토론토 인공지능연구소’를 설립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고객이 사용하는 기기 자체에서 AI 데이터를 처리하는 ‘엣지 AI’, AI 스스로 반복학습을 통해 해결 방법을 터득하는 ‘강화학습’이다. 세계적인 AI 연구기관 벡터연구소 창립 멤버이자 인공지능망 분야 대가인 대린 그레이엄 박사가 연구소장을 맡았다. 러시아 모스크바연구소에도 AI 전담팀을 신설, 센서 기술을 강화하고 있다. 센서는 AI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고 성능을 높이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2017년 최고기술책임자(CTO) 부문 산하 소프트웨어센터에 마련한 인공지능연구소도 인식 기술, 딥러닝 알고리즘 등을 연구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 랩’ 산하 ‘어드밴스트 AI’는 딥러닝과 미래자동차 기술에, 인도 벵갈루루 소프트웨어연구소 내 AI 연구조직은 생체인식 분야 연구에 강점을 갖고 있다. LG전자는 자체 AI 전문인력 양성은 물론이고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제휴사업도 과감하게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랩스와의 로봇주행 공동 연구, CJ푸드빌과의 식당용 로봇 공동 개발 등이 그런 사례다. 로보스타, 보사노바 로보틱스, 아크릴, 로보티즈, 엔젤로보틱스 등 로봇 관련 회사들은 물론 자율주행 분야의 스타트업들인 미국 에이아이, 이스라엘 바야비전, 한국 스트라드비젼에도 지분을 투자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 20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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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BR]현대·기아차, 해외서 품질 호평 이어져… “내년 신차 앞세워 재도약”

    현대·기아자동차가 올해 초 내걸었던 판매 목표는 755만 대. 작년 판매량 725만 대보다 30만 대(4.1%) 많은 수치였다. 하지만 11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전년 대비 2.0% 늘어나는 데 그친 675만 대다. 연간 목표 달성은 사실상 힘들어졌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 ‘톱2’인 미국과 중국에서 동반 부진에 빠진 탓이다. 향후 시장 전망도 밝지 않다. 게다가 미 트럼프 정부는 자동차 관세 부과 움직임을 가시화하고 있어 현대·기아차로서는 어느 때보다 어려운 경영 환경에 처해 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기아차가 희망을 품을 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최고의 자동차 전문지로 꼽히는 모터트렌드의 2019년 1월호 커버스토리에 제네시스 브랜드의 중형 스포츠 세단 ‘G70’이 등장한 것. 모터트렌드는 ‘스타가 태어났다(A Star is born)’는 제목과 함께 ‘2019 올해의 차’로 G70을 선정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브래들리 쿠퍼, 레이디 가가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 제목을 차용했다. 모터트렌드 국제판의 앵거스 매켄지 편집장은 “그동안 BMW 3시리즈의 경쟁자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도요타, 닛산, 혼다, 제너럴모터스(GM)가 실패한 것을 제네시스가 해냈다”고 했다. 모터트렌드는 1949년 창간 후 매년 말 ‘올해의 차’를 발표해 왔다. 한국 자동차가 이름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G70은 내년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최종 승자가 가려질 ‘2019 북미 올해의 차’에서도 승용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혼다 인사이트, 볼보 S60과 경쟁한다. 경쟁력의 근본인 ‘품질’에서 여전히 인정을 받고 있다는 증거다. 이미 예상된 결과라는 평가도 있다. 6월 미국 시장조사업체 JD파워의 ‘2018 신차품질조사(IQS)’에서 제네시스는 68점으로 13개 프리미엄 브랜드는 물론 31개 전체 브랜드 중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프리미엄 브랜드 평가에서는 2년 연속 1위였다. 차급별로는 △G90이 대형 프리미엄 차급 최우수 품질상 △G80이 중형 프리미엄 차급 우수 품질상을 받았다. 9월 미국에서 출시된 2019년형 G70이 ‘형님’들의 호평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것이다. 미국은 전 세계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가장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전장이다. 제네시스 브랜드가 글로벌 프리미엄 차 시장에서 안정적 교두보를 마련한 셈이다. 유럽에서도 현대·기아차는 여전히 주목받는 자동차 브랜드다. 현대차는 영국 4대 자동차 전문지 BBC 톱기어 매거진의 ‘2018 톱기어 어워드’에서 ‘올해의 자동차 메이커’로, 독일 유력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차이퉁의 ‘오토 트로피 2018’에서는 ‘가장 혁신적인 브랜드’로 뽑혔다. 기아차 씨드는 ‘2019 유럽 올해의 차’ 최종 후보에 올랐다. 현대·기아차는 신차 라인업이 강화되는 내년을 재도약 기점으로 삼고 있다. 현대차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를 이달 국내에서 시작해 내년에는 미국 등 글로벌 주요 시장에 선보인다. 대표 모델인 쏘나타의 8세대 신형 모델과 초소형 SUV 신모델 출시도 내년으로 예정돼 있다. 제네시스는 G80 풀 체인지 모델, 브랜드 최초 SUV 모델인 ‘GV80’으로 라인업 다양화를 시도한다. 기아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될 소형 SUV 신모델 준비에 한창이다. 새로 진용을 갖추고 있는 글로벌 권역본부 체제는 부진 극복의 첨병으로 나선다.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권역본부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본사 조직을 갖췄다. 올해 7월부터는 북미, 유럽, 인도, 러시아 권역본부를 잇달아 세웠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2019년까지는 전 세계에서 각사 특성에 맞춘 권역본부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방침”이라고 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 2018-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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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기차 배터리는 제2 반도체”… SK이노베이션, 공격투자 속도

    SK그룹은 늘 ‘변신’에 능한 기업이었다. 선경이라는 직물회사로 시작했지만 1980년 유공(현 SK이노베이션)을 품에 안으면서 에너지 기업으로 거듭났고, 1994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인수는 SK그룹이 정보기술(IT) 중심 기업으로 변모하는 계기가 됐다.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를 사들인 2011년은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으로 도약하는 시발점이 된 해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6년 말 그룹 CEO세미나에서 ‘딥 체인지’를 강조한 후 SK의 이런 변화는 계열사별로 더욱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룹 ‘맏형’ 격인 SK이노베이션은 그중에서도 선도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2년간의 투자 속도는 공격적이다 못해 호전적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이 기간에 국내 3곳, 해외 5곳 등 모두 8곳의 생산시설 건설을 결정하거나 인수합병(M&A)을 통해 확보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리튬이온 배터리다.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맹위를 떨치는 동안 SK이노베이션은 최적의 투자 타이밍을 기다려왔다. 그리고는 올해 충남 서산시 배터리 2공장을 준공한 데 이어 헝가리 코마롬시와 중국 장쑤(江蘇)성 창저우(常州)시 공장이 내년 완공을 앞두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조지아주 잭슨카운티 커머스시에도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기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생산능력은 현재 4.7GWh(기가와트시)에서 2022년 55GWh까지 확대된다. 특히 독일 다임러와 폴크스바겐으로부터 이미 수주한 물량을 적기에 납품하기 위한 계획 투자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8월 그룹 최고경영진이 모인 이천포럼에서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제2의 반도체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이 내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 2019’에 참가하는 것도 이런 자신감에서다. 글로벌 IT 업체들의 격전장인 이 전시회에 당당히 출사표를 낸 것이다. 화학부문 역시 날쌘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최대 석유화학 기업인 다우로부터 에틸렌 아크릴산(EAA) 사업, 폴리염화비닐리덴(PVDC) 사업을 인수해 글로벌 사업 기반을 더욱 탄탄히 했다. 2014년 중국 최대 석유기업 시노펙과 합작해 세운 SK중한석화는 현재 대규모 공정 개선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SK중한석화는 SK그룹의 가장 성공적인 ‘글로벌 파트너링 전략’ 성과로 꼽힌다. SK이노베이션은 딥 체인지 2.0에 바탕을 둔 체질 개선 노력으로 4년 연속 3조 원 안팎의 영업이익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내 에너지·화학기업 중 연간 영업이익 3조 원을 한 번이라도 기록한 곳은 SK이노베이션뿐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최근 유례없는 고성장이 지속되면서 올해도 실적 경신에 대한 기대감이 큰 편”이라며 “향후에는 배터리를 포함한 비정유부문 사업이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 2018-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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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돈-호기심 천국-성인용품… ‘이마트 반대전략’이 젊은층 홀려

    “아우, 왜 이렇게 복잡해.”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에서였을까. 매장에 들어서자 이내 답답함이 몰려왔다. 진열대 사이 통로가 좁아 두 사람이 마주치면 한 명에게 양보의 미덕이 강요됐다. 주변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는 듯 박스째 진열한 상품들은 보기만 해도 어지러웠다. 22일 찾은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스타필드 코엑스몰 ‘삐에로쑈핑’ 1호점의 첫인상이었다. 물론 이곳에서 만난 고객들의 생각이 기자와 동일했던 건 아니다. 허희재 씨(25·여)는 “한국엔 없던 형태의 매장이라 신선하다”고 했다. 남자 친구인 손형석 씨(29)와 동행한 그는 물건을 사려는 목적보다는 데이트 코스로 이곳을 선택했단다. 허 씨는 “삐에로쑈핑이 벤치마킹했다는 일본 돈키호테에도 가 본 적 있다. 이곳도 독특한 상품이 많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이동기 씨(36) 부부를 만난 곳은 주류 매대 앞이었다. 이 씨는 “다른 코너들은 그냥 복잡하기만 하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며 “그냥 둘러보고 나가려 했는데 못 보던 브랜드의 맥주들이 있어 고르고 있다”고 했다. 삐에로쑈핑은 신세계 이마트가 6월 ‘낫(Not) 이마트’를 기치로 론칭한 새로운 형태의 오프라인 유통채널이다. 25년간 쌓아온 이마트의 상품관리 노하우를 바탕으로 했지만 콘셉트는 정반대다. 이마트가 ‘정돈’을 통해 고객 가치를 극대화한다면 삐에로쑈핑은 ‘혼돈’을 전면에 내세운다. 일단 초기 반응은 긍정적이다. 코엑스몰점의 하루 평균 방문고객은 평일 8000명, 주말 1만 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 30대 타깃 전략 이마트의 가장 큰 고민은 주력 고객층의 고령화다. 전국 이마트를 찾는 고객들의 평균 나이(멤버십 카드 사용 데이터로 도출)는 지난해 기준 46세. 4년 전인 2013년 44세에서 두 살이나 높아졌다. 1993년 서울 도봉구 창동 1호점을 낸 후 20, 30대 고객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던 때와는 분명 다르다. 문제는 이마트 충성 고객들이 나이를 먹어가는 동안 다음 세대들의 유입은 눈에 띄게 적어졌다는 점이다. 보다 새롭고, 독특하고, 다양한 상품을 찾는 신세대들에게 ‘4인 가족’ 기준 상품으로 승부하는 이마트가 예전 같은 경쟁력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기존 대형마트의 마케팅 포인트를 주력 고객층이 아닌 20, 30대로 섣불리 변경하기는 어려운 법. 그 대신 아예 색다른 채널을 만드는 것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삐에로쑈핑을 대표하는 전략은 ‘3·3·4 정책’이다. 통상적으로 반복 구매가 일어나는 기본 상품 30%,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난 저렴한 상품 30%, 평소 잘 접하지 못하는 완전히 새로운 상품 40%로 비율을 가져간다는 의미다. 주력은 새로운 상품이다. 기존 유통채널에서는 감히 시도할 생각조차 못했던 성인용품 매장도 그 일환이다. 송영진 코엑스몰점 점장은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고객들이 성인숍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몰라 긴장했었다. 그런데 고객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좋다”고 전했다. 상품기획자(MD)들의 핵심 업무도 재기발랄한 신상품 발굴에 집중돼 있다. ‘요지경 만물상’이라는 슬로건도 이런 배경에서 만들어졌다. 이마트 상품본부의 유진철 삐에로 BM 수석부장은 “삐에로쑈핑은 고객들이 그냥 놀러 와서 체험하게끔 하는 게 기본 콘셉트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손에 상품 몇 개를 들고 나가도록 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3분기(7∼9월) 기준 코엑스몰점 고객들의 연령대별 비율은 20, 30대가 49.5%로 거의 절반이다. 9월에 문을 연 서울 동대문구 두타몰점은 같은 연령대 비율이 58.3%나 된다. 20, 30대를 위한 ‘대안’을 만들겠다는 전략은 어느 정도 적중하고 있다.○ 무질서 속에도 원칙은 있다 삐에로쑈핑이 취급하는 상품의 88%는 중소기업 제품이다.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에 쉽게 입점할 수 없었던 중소기업들에는 삐에로쑈핑은 일종의 테스트마켓이 된다. 상품 교체율도 매우 빠르다. 고객들로 하여금 전에 봤던 상품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상품이 나왔는지 궁금해서 매장을 다시 찾도록 하는 것이다. 코엑스몰점은 2508m²(약 760평) 넓이 매장에 4만여 개의 상품을 진열하고 있다. 평당 상품 개수가 53개로 밀도가 이마트의 2배가 넘는다. 두타몰점은 1403m²(약 425평)에 3만2000여 개 상품이 있어 평당 상품 수가 75개나 된다. 재고를 쌓아두는 창고도 없다. 기본 진열대 양 측면에 놓인 ‘사이드 엔드캡’이나 중간중간 배치한 ‘원통 집기’를 재고 보관 용도로 활용한다. 직원들이 돌아다니다가 기본 진열대에 상품이 빈 것을 발견하면 인근의 재고로 곧바로 채워 넣는 식이다. 재고마저 떨어지면 직원들이 관리용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직접 주문을 한다. 송 점장은 “이마트에서 일하던 직원들을 2개월간 집중 교육한 뒤 삐에로쑈핑으로 데려왔다. 처음에는 직원들이 낯설어했지만 현장 관리 방식이 매우 효율적이라는 게 빠르게 증명되고 있다”고 했다. 상품군을 나누는 카테고리는 고객 지향적이다. 대형마트는 가전제품, 생활용품, 식료품처럼 담당자별로 섹터를 정한다. 삐에로쑈핑은 소형 가전기기인 헤어드라이어와 전동 칫솔을 일반 칫솔이나 샴푸 등 욕실용품과 나란히 배치한다. 건강식품은 식품 코너가 아니라 건강보조기구 옆에 둔다. 완구의 경우 어린이용은 과자류와 함께, 성인 남성들이 주로 찾는 ‘키덜트’ 제품들은 주류 매장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이런 전략은 높은 연관 구매율이라는 결실을 낳았다. 과자와 어린이용 완구의 연관 구매율은 이마트가 올해 상반기(1∼6월) 5%였는데, 삐에로쑈핑 코엑스몰점은 3분기(7∼9월) 13%나 된다. 건강식품과 건강보조기구 연관 구매율도 삐에로쑈핑(10%)이 이마트(6%)보다 훨씬 높다. 이마트는 올해 경기 의왕시, 서울 논현동과 명동 등에 삐에로쑈핑 매장을 추가로 낸다. 입점 협의 중인 1곳을 포함하면 연내 최대 6곳까지 늘어날 수 있다. 유 수석부장은 “삐에로쑈핑은 온라인 쇼핑에 빼앗겼던 젊은 소비자들을 ‘체험’이란 핵심 경쟁력을 통해 다시 오프라인으로 끌고 오려는 도전”이라고 말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 2018-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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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약개발-위탁생산 두 날개로… SK, 바이오시장서 난다

    7월 중순 국내 바이오업계 전체가 주목할 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SK그룹 지주회사인 SK㈜가 미국 바이오·제약 위탁생산(CMO) 기업 앰팩(AMPAC)의 지분 100%를 사들이기로 했다는 발표였다. SK㈜는 미국 내 기업결합심사를 거쳐 지난달 초 인수 작업을 완료했다. 인수 추정금액은 8000억 원 안팎. 지난해 6월에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의 아일랜드 스워즈 생산공장(1700억 원)도 인수했다. SK㈜는 정보기술(IT), 액화천연가스(LNG),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반도체 소재, 바이오를 5대 성장축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 중 바이오부문의 행보가 최근 가장 돋보인다. SK그룹이 미래 주력 사업으로 키워가는 바이오사업 전략을 동아비즈니스리뷰(DBR)가 들여다봤다. ○ 철저한 판세 분석으로 기회를 찾다 SK㈜는 2011년 자회사인 SK바이오팜을 설립했다. 2015년에는 SK바이오팜에서 SK바이오텍을 물적 분할했다. 대형 인수합병(M&A)을 위한 사전 준비작업이었다. 바이오부문 전략을 담당하고 있는 강창균 SK㈜ 상무는 “2013년부터 CMO 부문의 비즈니스 성장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적당한 매물들을 그때부터 검토해왔고 최근 결실을 본 것”이라고 했다. 오리지널 신약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이던 글로벌 제약사들은 복제약 시장 성장과 약가 인하 움직임 속에 R&D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됐다. 자연스럽게 생산은 아웃소싱으로 대거 돌리기 시작했다. 글로벌 CMO 시장은 2015년 660억 달러(약 74조6000억 원)에서 2025년 1270억 달러(약 143조5000억 원)로 연평균 6.8%(글로벌 데이터 분석 기업 아이큐비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글로벌 제약시장 성장률인 연평균 4.2%(글로벌 컨설팅그룹 프로스트앤드설리번)보다 훨씬 가파르다. SK가 CMO 시장에서 빠르게 글로벌 선두권에 오르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갖춘 회사를 M&A 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름값’과 ‘기술력’을 동시에 충족시켜야 노바티스,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들로부터 일감을 받을 수 있어서였다. CMO 시장에서도 선두권 기업들은 연평균 16%씩 성장하는 반면 중소규모 기업들은 도태되기 일쑤였다. 자체적인 기술력을 쌓아 도전하기에는 세계 시장의 변화가 너무 빨랐다. 2017년 인수한 BMS의 아일랜드 스워즈 생산공장(현 SK바이오텍 아일랜드)은 그런 측면에서 고른 타깃이었다. 강 상무는 “어떤 클래스에 들어갈 것이냐 선택해야 했다. 결국 ‘잘하겠다’가 아닌 ‘이미 잘하고 있다’는 레퍼런스가 필요했다”고 했다. 앰팩 인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세계 최대 제약시장인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자국 생산 우선주의’가 한층 짙어졌다. 규제 강화를 뚫어내려면 현지 생산시설 인수는 필수였다. 1998년 설립된 앰팩은 항암제, 중추신경계, 심혈관 치료제 등에 쓰이는 원료의약품을 생산한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이 검사관 교육 장소로 활용할 만큼 최고 수준의 생산관리 역량을 갖추고 있다. SK는 국내 공장(32만 L, 대전·세종공장)과 아일랜드 공장(8만1000L)에 앰팩(60만 L, 캘리포니아·텍사스·버지니아주)까지 더해지면서 100만 L 규모의 글로벌 생산용량을 확보하게 됐다. 2020년까지는 이를 160만 L로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 생산용량 기준 1위 CMO는 스위스 지크프리트로 155만 L 규모다.○ 장기투자 사업과 캐시카우의 조화 SK㈜의 또 다른 핵심 경쟁력은 리스크 매니징 전략이다. SK바이오팜이 독자 개발한 뇌전증(간질)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는 미국에서만 연 매출 1조 원을 기대하는 블록버스터급 신약이다. 현재 임상 3상 막바지로 SK바이오팜은 연내 미 FDA에 신약판매허가(NDA)를 신청할 계획이다. 하지만 SK바이오팜의 매출액은 세노바메이트 출시 전까지 미미한 수준이다. 신약 개발은 임상 1, 2, 3상을 거쳐야 해 개발기간이 10년 이상으로 매우 길다. 더구나 실패 확률도 높다. ‘형제 회사’인 SK바이오텍은 바이오팜이 본궤도에 오를 때까지 그룹에 실탄을 제공할 훌륭한 캐시카우가 될 수 있다. SK바이오텍은 2017년 매출액 1094억 원을 올려 영업이익 285억 원을 냈다. ‘한국-유럽-미국’ 생산기지가 동시에 가동되는 올해부터는 급격한 성장이 기대된다. SK바이오텍으로서도 SK바이오팜이 신약 개발에 성공하면 대규모 일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돼 밑지는 장사가 아니다. 다만 이질적인 사업들을 한 지붕 아래 추진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위험 부담을 적극적으로 떠안아야 하는 신약 개발과 안정적이지만 시행착오가 용납되지 않는 위탁생산은 투자 결정과 성과 평가, 조직 관리 등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뤄져야 해서다. 주문제작생산방식이 주력이었던 미국 IBM은 1980년대 재고 부담이 큰 PC 사업에 진출했다. IBM의 성공 배경 중 하나는 PC사업부를 기존 본사가 있던 뉴욕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미국 실리콘밸리에 두고 경영도 완전히 분리했기 때문이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고위험군 사업과 저위험군 사업을 함께 진행하는 것은 매력이 크지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경영진의 역량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SK㈜가 2016년 SK바이오팜이 갖고 있던 SK바이오텍 지분 100%를 직접 인수한 게 이 때문이다. SK바이오팜과 SK바이오텍 간 관계는 ‘부자’에서 ‘형제’로 바뀌었다. 강 상무는 “바이오팜과 바이오텍은 업의 특성이 완전히 다르다. 서로 가깝게는 두되 지분 관계를 완전히 정리해 독립 경영을 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의 바이오사업 비전은 ‘글로벌 종합제약사(FIPCO)로의 도약’이다. 신약 연구개발뿐만 아니라 생산, 판매, 마케팅까지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기업을 뜻한다. 신약과 CMO 모두에서 조 단위 매출액을 올리는 ‘글로벌 톱 티어’로 성장시키겠다는 SK의 도전에 바이오업계를 넘어 재계 전체가 주목하고 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 2018-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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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훈유통, 군장병에 위문품 전달

    ㈜상훈유통의 이현옥 대표와 임직원들이 31일 육군 제17보병사단 사령부를 방문해 설 위문품을 전달했다. 이 대표는 “혹한기 훈련과 경계근무 등 야외활동이 많은 장병 여러분은 지금처럼 추운 때가 제일 어려운 시기인 것 같다. 작은 위안이라도 되고 설 명절을 잘 보내길 바라는 마음에서 다시 찾아왔다”며 격려했다. 상훈유통은 지난해 추석 때도 이곳을 방문한 바 있다. 상훈유통은 이날 위문금과 함께 회사 영농조합에서 직접 생산한 사과와 배, 무병장수를 의미하는 햅쌀로 빚은 흰 떡가래 등을 위문품으로 전달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 2018-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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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교육에 빠진 참치왕… “장학사업도 ‘과녁’ 꼭 확인해야”

    대양으로 향하는 원양어선의 선장이 된 건 1963년, 그가 스물여덟이었을 때다. 서른넷이 된 1969년에는 회사를 세웠다. 창업이념이 독특했다. ‘성실한 기업활동으로 사회정의 실현.’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건 당시로서는 낯선 개념이었다. 세계 최빈국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치던 무렵 기업들은 ‘외화벌이’의 첨병 역할에만 충실했다. 그런데 30대 중반의 이 청년은 사회적 책임을 기업활동의 목적으로 삼았다. 그리고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늘 사회에 기여할 새로운 방법에 목말라하고 있다. 23일 그를 만난 장소는 이런 삶의 궤적과 정확히 맞닿은 곳이었다.‘인성교육’에 몰입하다 서울 서초구의 동원산업 본사 20층 대강당.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82)이 천천히 걸어 연단에 올랐다. 동원육영재단 ‘자양 라이프 아카데미’ 2기에 참가한 대학생 40명이 김 회장을 박수로 반겼다. 원고는 없었다. “앞으로 9개월 동안 여러분은 아주 고된 교육을 받을 겁니다. 하지만 이 과정을 수료할 무렵 아마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는 생각을 가질 거라 믿습니다.” 자양 라이프 아카데미는 동원육영재단이 3월 만든 대학생 전인교육 프로그램이다. 교육의 핵심은 ‘인성’이다. 과학, 인문학, 예술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토론 방식으로 이뤄진다. 지난달 1기 수료자 41명을 배출한 데 이어 이날 2기 입학식이 열린 것이다. 토요일마다 하루 종일 교육이 이어지는데 김 회장은 두 번에 한 번꼴로 교육을 참관한다. 학생들과 인근의 양재천변에서 점심 도시락을 먹으며 ‘선배’로서 조언하는 것도 즐긴다고 한다. 본보 인터뷰는 입학식 공식 일정이 끝난 뒤 그의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역시 인성이었다. 김 회장은 (휴대전화를 들어 보이며) “지식은 여기 다 있다. 하지만 지식은 인성을 만나야 지성이 되고, 그래야 지혜를 발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동원산업 설립 10년 만인 1979년 동원육영재단을 세웠다. 창업이념인 ‘사회정의 실현’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 게 이때부터다. 첫해 14명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재단 장학금을 받은 중고교생과 대학생이 6000명이 넘는다. 방하남 전 고용노동부 장관, 이준보 전 대구고검장, 김영섭 부경대 총장 등이 이 재단 장학생들이다. 김 회장은 청년들에게 더 나은 기회를 주고 싶었다. 대학을 찾아가 그의 교육관을 실현할 방법을 두루두루 논의했다. 그렇게 나온 결과물이 라이프 아카데미다. “장학금만 주면 가장 편하긴 하죠. 하지만 나는 경영자니까 돈을 쓰더라도 가치 있는 곳에 쓰려고 합니다. 재단 직원들에게도 활을 쏘았으면 과녁에 제대로 맞는지 꼭 확인을 하라고 하거든요.” 라이프 아카데미는 동원육영재단이 직접 운영하는 자양 외에도 연세대, 조선대, 부경대가 각각 재단 지원을 받아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다. 특히 올해 1학년 120명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한 연세대는 내년 240명으로 확대한다. 자양 라이프 아카데미는 참가 학생 중 희망자들에게 경남 창원의 동원 참치캔 공장에서 직접 일할 기회를 준다. 인성이란 결국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마음이라는 김 회장의 철학을 반영한 것이다. 두 아들에 대한 경영수업 때도 예외가 아니었다. 맏아들인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54)은 대학 4학년 때 북태평양의 명태잡이 원양어선을 탔다. 둘째 아들인 김남정 동원엔터프라이즈 부회장(44)은 대학 졸업 후 참치 제조공장 생산직원과 청량리 지역 영업사원으로 일했다. 김 회장은 “누군가가 하는 일을 해보지 않고 그 사람을 이해한다는 건 어렵다. 우리 청년들도 그런 경험을 통해 남을 인정하는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한다”고 했다.씨앗 뿌리는 농부의 마음으로 왜 이리도 인성이라는 단어에 천착하는 걸까. 김 회장은 “국민의 교육과 지식수준은 한층 높아졌고 생활은 편리해졌는데 행복도는 더 낮아지고 사회는 혼란스럽다”고 전제했다. 그 원인은 “지식들이 불완전연소하면서 엉뚱하게 발생하는 갈등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제대로 된 교육시스템으로 지식을 완전연소할 수 있도록 돕는 게 그의 역할이라고 했다. “많은 지식인이 자기 위주로만 지식을 활용하고 있어요. 지성인으로 행동하지 못하고 남과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는 인식이 부족한 겁니다. ‘내로남불’이라는 말도 그래서 나왔죠.” 김 회장은 인터뷰를 하던 중 갑자기 메모지를 꺼내 들고 우리가 알고 있는 한자 ‘和’(화)를 썼다. 그 옆에 ‘Q’라는 글자도 이어 썼다. 옥편에 보면 두 글자 모두 화합을 뜻하는 글자로 나오지만 우리는 첫 번째 한자만 쓰고 있다. 김 회장은 “입구(口) 변이 벼화(禾) 변의 오른쪽에 있건 왼쪽에 있건 뜻은 똑같다. 서로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면 사람들이 서로 분열할 일은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인으로서 정치, 사회 얘기를 꺼내는 건 부담스럽다고 했다. 그래도 어떤 점이 아쉽냐고 재차 묻자 갑자기 손자 얘기를 꺼낸다. “손자가 초등학교 학생회장에 출마한다고 선거 운동 연설을 준비하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이놈이 꼭 국회의원들이 하는 것과 비슷한 얘기를 하는 거예요. 학교 수업을 줄이겠다느니, 학생들의 복지를 늘리겠다느니. 아예 학교를 다 바꾸겠다고 하더라고요. 지금 정치인들이 지키지도 못 할 공약을 하는 것과 다를 게 없어 깜짝 놀랐습니다.” 그는 이런 걸 “진정성이 없는 거래”라고 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불만이 생기고, 그런 불만이 쌓여 비난과 분열이 커진다는 게 그의 논리다. 김 회장은 3월 라이프 아카데미 출범을 축하하는 글에 이렇게 썼다. “서로 돕고 협동하여 살기 좋고 아름다운 나라가 실현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미력이나마 교육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켜 보고자 한다. 설령 당장엔 성과가 미미할지라도 후일을 위해 씨앗을 뿌리는 농부의 마음으로 라이프 아카데미를 개설한다.”“30대 그룹엔 들어가고 싶지 않아” 김 회장은 대학 졸업 직후 무작정 한 원양어선 선장을 찾아갔다고 한다. 이미 선원 모집이 끝난 뒤라 사정 끝에 무급으로 배에 올랐다. 그런 도전적 경험이 국내 최대 수산회사를 일구는 자양분이 됐다. 동원그룹은 지난해 기준 자산 8조2000억 원의 재계 37위 기업이다. 2008년 6월 미국 1위 참치캔 브랜드인 스타키스트를 3억6300만 달러(약 3900억 원)에 인수하면서 글로벌 시장에도 적극 진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동부익스프레스를 4200억 원에 사들이는 등 최근까지도 공격적 기업 인수합병(M&A) 행보를 이어왔다. 김 회장의 입에서 예상치 못했던 말이 나왔다. “회사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런(30대 그룹) 데는 안 들어갔으면 합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성장을 멈추겠다는 뜻인가. 이유는 외부 환경에 있었다. “기업이 너무 크면 외부에서 기대하는 게 많아지죠. 그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일단 욕을 하고 봅니다. 수산 분야 1위인 동원에도 언젠가부터 ‘자이언트’라는 수식어를 붙여 견제하더군요. 한국에서 삼성이 미움을 받는 거나 마찬가집니다.” 현재 공정자산 규모 10조 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은 31곳이다. 대기업이 되면 곧바로 수많은 규제에 포위되고 부정적 시선이 쏟아진다. 김 회장은 그런 부담을 스포츠에 빗대 말했다. “운동장에서 세계 선수들과 경주를 한다고 칩시다. 0.1초라도 기록을 줄이는 것 외에 뭐가 중요합니까. 자기가 관중에게 손을 흔들며 한눈을 팔아도 문제지만 주변에서 그 선수를 방해해서도 안 되는 것이죠.” 심화하고 있는 반기업 정서에 대해서는 또렷이 의견을 밝혔다. “반기업 정서는 우선 기업의 잘못이 크죠. 하지만 사실에 기초한 객관적 평가가 필요합니다.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결국은 기업 경쟁력을 키워줘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김 회장은 2000년 ‘지도를 거꾸로 보면 한국인의 미래가 보인다’라는 책을 냈다. 그의 집무실을 포함해 동원산업 본사 곳곳에는 ‘거꾸로 세계지도’가 걸려 있다. 김 회장은 “지도를 거꾸로 놓고 보면 한반도는 유라시아 대륙의 부두”라고 했다. 한국도 네덜란드 로테르담 같은 세계적 항구도시를 가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러니 아쉬움도 크다. 김 회장은 “지정학적으로는 해양강국이 될 자질이 충분한데 통관 절차가 너무 까다로워 스스로 기회를 잃어버리고 있다”고 했다. 김 회장은 저성장 기조에 빠진 한국 경제가 다시 활력을 찾으려면 무엇보다 고유기술로 성장하는 중소기업이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지원을 기대하지 말고 스스로 경쟁력을 갖춰야 합니다.” 김 회장의 충고는 너무 당연하기에 더 묵직하게 들렸다. 김 회장은 인터뷰가 마무리되자 곧바로 20층 강당으로 향했다. 자양 라이프 아카데미 오전 수업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이날 점심식사 장소는 구내식당이었다. 학생들이 점심을 먹는 그곳에서 아카데미 운영진과 함께였다. 손주뻘 학생들과 눈을 마주칠 때마다 지어 보인 그의 미소는 권위라고는 찾아볼 수 없이 환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 김재철은 누구 ::△1935년 전남 강진군 출생 △1958년 부산수산대 어로학과 졸업 △1963년 동화선단 선장 △1969년 동원산업 설립 △1979년 동원육영재단 설립 △1985∼1991년 초대 한국수산회장 △1989년 동원그룹 회장 취임 △1999∼2006년 한국무역협회장 △2001∼2002년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2006∼2007년 ‘2012 여수세계박람회’ 유치위원장}

    • 2017-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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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홈플러스, 송년회 대신 자원봉사

    홈플러스가 송년회를 전사 임직원이 참여하는 자원봉사활동으로 대체한다. 홈플러스는 21∼31일을 전사 ‘나눔 플러스’ 기간으로 정하고 각 지역사회 나눔행사에 참여한다고 24일 밝혔다.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을 비롯해 본사 및 각 점포의 ‘나눔 플러스 봉사단’ 소속 직원들은 이 기간 동안 1회 이상 지역사회의 소외된 이웃을 찾아 자원봉사를 한다. ‘고객에게 답이 있다’는 경영원칙을 이어가자는 취지기도 하다. 30여 년간 일과 살림을 병행해온 임 사장은 행사를 앞두고 ‘주부의 마음’을 강조했다. 임 사장은 “연말에만 반짝하는 나눔활동이 아니라 1년 내내 고객과 이웃의 필요를 주부처럼 돌보며 성장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 2017-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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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창덕]노동개혁 적임 정권인데…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주 기자간담회에서 법인세 외에 기업의 투자 결정에 영향을 주는 변수로 몇 가지를 꼽았다. 노동시장과 규제개혁, 정부 정책의 방향성 및 일관성 등이다. 법인세만 따지는 게 아니라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의미다. 한미 법인세율 역전으로 국내 기업 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데 대한 답변이었다. 김 부총리는 법인세 환경에서 한국이 조금 불리해져도 다른 변수들로 상쇄할 수 있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과연 그럴까. 요즘 느끼는 기업들 분위기는 ‘한국은 원래 기업 하기 좋은 나라인데 겨우 법인세 하나 오른다’는 게 아니다. ‘한국은 원래 기업 하기 나쁜 나라인데 이제 법인세율마저 더 높아진다’는 게 현실과 좀더 가깝다. 해외 기업을 유치하려 해도 뭐 하나 내세울 게 없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규제개혁은 모든 정부의 핵심 과제였다. 이명박 정부의 ‘전봇대’, 박근혜 정부의 ‘손톱 밑 가시’처럼 정권의 간판 역할을 한 캐치프레이즈도 있었다. 결과는, 모두가 아는 것처럼 달라진 게 없다. 한 규제에 직간접으로 관여된 수많은 공무원 중 누구 하나만 브레이크를 걸어도 논의는 중단된다. 규제를 없애려고 만든 보고서는 누군가의 서랍 속에 처박혀 있다가 담당자가 바뀌면 존재했다는 사실조차 잊혀진다. 낙타(규제완화 법안)가 어렵게 바늘구멍(정부)을 통과해도 또 하나의 벽(국회)에 막히기 일쑤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말 혁신성장 전략회의에서 김 부총리에게 “15년 이상을 각 정부가 규제개혁을 추진했는데 안 되는 이유가 뭐냐”고 질문한 것은 당연하다. 경직된 노동시장은 한국 기업 환경의 아킬레스건이다. 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 잠정합의안을 부결시켰다. 매년 임협이나 임단협을 끝내면 평균 2000만 원 안팎의 목돈이 들어왔는데 이번에는 1300만 원 수준으로 줄어든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전해진다. 회사가 위기에 빠지면 모든 건 경영진의 잘못일 뿐 내가 챙길 돈은 받아내고야 말겠다는 억지가 느껴진다. 이런 노동시장에 매력을 느껴 한국에 투자하겠다는 기업은 세상에 없다. 이미 들어와 있는 기업 중에도 강성 노조의 끝없는 투쟁에 철수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곳이 나오고 있다. 10월 발표된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조사에서 한국은 137개 국가 중 26위였다. 2007년 11위에서 2014년 26위까지 미끄러진 뒤 4년 연속 제자리다. 노동시장 효율이 하위권인 73위에 머문 탓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 관련 보고서를 낼 때마다 단골로 언급하는 주문이 노동개혁이다. 한국 정부가 국제기구 권고를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들은 이런 보고서에 민감하다. 투자처를 결정하는 주요 잣대로 활용한다. 나라 경제의 사령탑인 김 부총리가 국내 기업 환경에 대한 지나친 ‘자기 비하’나 ‘비관론’을 경계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다 해도 오랜 기간 국내외에서 일관되게 지적돼 온 문제들은 냉철하게 되돌아보고 필요하다면 궤도도 수정해야 한다. 노동개혁은 오히려 이번 정권이 적기라는 의견도 있다. 반대편을 설득하기보다 자기편을 설득하는 게 성공 확률이 높다는 논리에서다. ‘하르츠 개혁’을 단행했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중도좌파 성향이었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도 노동개혁에 정치 생명을 걸었다. 우리라고 못 할 이유가 없다. 김창덕 산업부 차장 drake007@donga.com}

    • 2017-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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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 판결, 오너경영 순기능도 인정”

    롯데그룹 총수 일가에 대해 22일 내려진 1심 판결문에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른바 ‘오너 경영’의 문제점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면도 적시해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에 균형감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우리 사회에 던진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배임죄와 관련해서도 보다 강화된 기준이 적용돼 향후 ‘고무줄 잣대’ 논란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24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95)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롯데 총수 가족들에 대한 부당급여 지급과 개인회사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기업 사유화의 단면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신 총괄회장의 사실혼 배우자 서미경 씨(58) 모녀에게 롯데면세점 매점 운영권과 공짜 급여를 넘긴 것에 대해서다. 판결문은 이어 “총수 일가의 사익 추구 범행은 성실하게 일한 임직원들에게 자괴감과 상실감을 안겨주고 기업집단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멀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등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러나 판결문은 “(신 총괄회장은) 창업주로서 그룹에 일생을 기여한 공로가 있고 그릇된 구식 경영사고가 본건 범행의 원인이 됐다”면서도 “사재로 계열사 손실을 보전하고 배당을 받는 대신 새롭게 투자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소유와 경영 일체의 경영원칙이 현재 그룹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는 양면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의 이 같은 태도는 롯데 총수 일가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단죄하면서도 오너의 강력한 리더십과 책임감에 의한 한국형 대기업 성장 방식을 폄훼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읽힌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 경영과 전문경영인 체제 모두 장단점이 있어 일괄적으로 어느 쪽이 ‘맞다’ ‘틀리다’를 논할 수 없다. 특히 한국의 전자·반도체 산업이 일본을 제치고 도약한 것은 오너들의 신속한 의사 결정으로 가능했던 ‘스피드 경영’에 힘입은 바 크다”고 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2)과 황각규 롯데지주 사장(62) 등의 계열사 부당 지원 관련 배임혐의가 모두 무죄로 판단된 것은 향후 다른 재판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롯데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사업에 계열사인 롯데기공을 끼워 넣고 롯데피에스넷의 유상증자에 그룹 계열사들을 동원한 것 모두를 배임이라고 봤다. 그러나 법원은 신 회장과 황 사장 등이 이런 경영적 판단을 내릴 때 손해를 입히려는 고의성이 없었고 재산상 손해도 특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배임으로 판단하는 기준을 엄격히 본 것이다. 신 총괄회장이 비상장주식을 그룹 계열사에 고가 매도한 것을 배임으로 본 검찰 주장 역시 무죄로 판결이 났다. 검찰은 롯데정보통신 등 그룹 5개 비상장계열사 주식을 호텔롯데, 롯데제과, 롯데케미칼에 고가에 팔았다는 이유로 신 총괄회장을 기소했다. 법원은 이 역시 고의성 입증이 어렵고 재산상 손해 발생을 특정할 수 없다며 무죄로 봤다. 과거에는 배임에 대해 너무 느슨한 기준을 적용해 기업인들의 정상적인 경영적 판단조차 수사 대상으로 몰아간다는 비판이 많았다.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배임죄 처벌을 우려해 경영적 판단을 해야 할 시기를 놓치는 사례도 많다는 불만이 제기되곤 했다. 이번 판결로 기업들의 배임 혐의에 대한 판단이 보다 신중해지는 추세가 뚜렷해졌다. 지난달에는 대법원이 이낙영 전 SPP그룹 회장에 대해 공동의 이익을 위한 합리적 판단이라면 손해가 났다고 배임죄를 물을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이에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이 나왔던 원심을 깨고 일부 무죄 취지로 부산고등법원에 파기 환송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 2017-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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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 반도체-현대차 포니… 한국경제의 첫 발자국을 담다

    《 ‘미국, 일본에 이은 세계 3번째 64K D램 개발 성공!’ 1983년 12월 6일 동아일보 1면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개발 광고가 실렸다. 앞서 1976년 1월 27일엔 현대자동차가 또 하나의 기념비적인 광고를 냈다. ‘우리 힘으로 만든 한국 최초의 고유 모델차 포니 탄생.’ 다음 달 지령 3만 호 발행을 맞는 동아일보 광고지면은 한국을 세계 11위 경제대국으로 끌어올린 기업들의 성장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  1980년대 주요 기업이 성장하면서 신문지면을 통한 광고 경쟁도 치열하게 벌어졌다. 삼성전자와 금성사(현 LG전자)가 가전시장을 놓고 벌인 자존심 싸움은 세계 1위 전자업체를 키워낸 자양분이 됐다. 금성사는 1959년 ‘금성 라듸오’(이하 당시 표기) 개발에 이어 1966년 국내 첫 TV를 생산하며 시장을 선점했다. ‘샛별 텔레비전’이 인기를 끈 금성이 ‘기술의 상징, 금성’ 광고를 내자 삼성전자는 ‘첨단’ 두 글자를 더해 ‘첨단 기술의 상징’ 카피로 맞불을 놨다. 금성사는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 광고로 되받았다. 두 회사의 기술 경쟁은 소비자들에게 미래를 엿보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1986년 금성사는 ‘기술이 생활을 편리하게 즐겁게 한다’며 ‘테크노피아’ 광고 시리즈를 시작했다. 컴퓨터를 하는 사람들 모습을 광고에 실었는데 개량한복을 입은 농부가 컴퓨터로 날씨를 예측하는 장면이 이채롭다. 같은 시기 삼성전자는 ‘인간과 호흡하는 기술, 휴먼테크’로 대응했다. 당시로선 새로웠던 컴퓨터그래픽 기법의 광고는 인간과 기술이 공존하는 세상을 그렸는데, 말로 가전제품을 움직이는 음성인식 기술도 당시 광고에 등장한다. 두 회사의 광고전쟁은 1990년대 기술력 경쟁에서 이미지 경쟁으로 옮겨갔다. 삼성전자의 ‘또 하나의 가족’과 LG전자의 ‘사랑해요 LG’가 맞붙었다. 금융업 성장사도 광고에서 확인할 수 있다. ‘紙幣機(지폐기)로 세인 돈이 電線(전선)타고 送金(송금) 된다.’ 1959년 6월 24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조흥은행(현 신한은행) 광고다. 사람이 직접 세어 돈을 관리하던 것에서 기계화, 전산화로 막 접어들던 때의 광고다. 1970년 4월 28일자에 실린 제일은행(현 SC제일은행)의 ‘편리 새 생활 예금’ 광고에선 지금 금리와 비교하기 어려운 연 9.6%의 높은 금리가 눈에 띈다. 자본과 기술이 축적되며 자신감이 붙은 기업들은 차차 해외로 눈길을 돌린다. ‘수출입국’의 꿈이 광고에 묻어난다. 1976년 첫 국산차 포니를 내놓은 현대자동차는 ‘경제적이고 아름다운 포니’라고 포니 세단을 소개한 뒤 ‘강력한 성능의 포니P엎’ ‘디젤엔진 1톤 트럭 포터’ 광고를 잇달아 냈다. 2년 만인 1978년엔 생산 대수 10만 대 돌파, 40개국에 수출 2만5000대 돌파 광고가 실렸다. 성장을 거듭한 현대차는 엘란트라가 독일 고속도로 아우토반에서 독일 명차를 추월하는 ‘속도 무제한의 아우토반을 달린다’ 광고(1991년 12월 2일자)로 자신감을 드러냈다. 1978년부터 1981년까지 선경(현 SK)이 동아일보에 게재한 ‘세계 곳곳을 우리의 장터로’ 시리즈 중 하나인 ‘거대한 시장 미국’ 광고가 있다. 미국 인디언 얼굴을 크게 담은 이 광고는 미국의 역사, 사고방식, 시장을 소개한다. 당시 시카고지사장 얼굴도 실렸다. 1978년 선경이 종합무역상사로 지정받으면서 섬유회사 이미지를 탈피해 세계화를 지향하는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해 낸 광고였다. 1990년대엔 이미지 광고 시대로 접어들었다. 2000년 민영화 이후 본격 광고 캠페인을 시작한 포스코는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입니다’ 시리즈를 했고 현대중공업은 정주영 창업주가 생전에 즐겨 쓰던 표현인 ‘(도전) 해봤어?’ 시리즈로 기업가정신을 앞세웠다. 이순동 한국광고총연합회장은 “가전시장에 경쟁사보다 늦게 진입한 삼성전자가 국내 1위에 이어 세계 1위까지 올라선 것은 기술의 힘도 있지만 오랜 기간 꾸준히 쌓아온 기업 이미지가 밑바탕이 됐다”며 “인터넷 광고가 마케팅의 주류가 된 지금도 이런 이미지의 힘은 여전히 통한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누적된 이미지의 힘은 롯데껌, 초코파이, 박카스 같은 ‘국민 기호’를 낳았다. 1967년 5월 11일자엔 ‘약진하는 롯데’라는 기업 광고가 실린다. 주로 제품 광고에 치중하던 시기 이례적인 기업 광고였다. 1946년 일본 연구소에서 껌을 만들어 성공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이 광고로 한국 진출을 알렸다. 1972년 롯데는 당시로선 기술력을 상징하는 ‘대형 껌 탄생’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쥬시후레쉬, 후레쉬민트, 스피아민트를 내놓으며 껌 시장을 장악했다. 1962년 4월 박카스 광고는 ‘젊음과 활력을!’이란 슬로건을 썼다. 6·25전쟁의 상처가 여전히 남았고 국민 상당수가 영양실조를 벗어나지 못하던 시절에 ‘피로회복’이라는 키워드를 일찌감치 선점했다. 1973년 6월 21일자 3면의 야쿠르트 광고 슬로건은 ‘온 가족 다같이 건강을…’이었다. 동양제과(현 오리온)의 ‘초코파이’는 1974년 탄생했다. 1980년대는 ‘라면의 시대’였다. 1986년 10월 출시된 농심 ‘신라면’은 ‘사나이 대장부가 울긴 왜 울어’란 첫 광고문구가 강한 인상을 남기며 부동의 1위 자리를 꾸준히 지키고 있다. 이명천 중앙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신문광고의 흐름은 1950년대 제약 광고, 70년대 가전 광고, 2000년대 자동차와 통신 광고로 이어져 왔다”며 “국내 기업과 산업이 발전하면서 그 사회의 발전상과 사회 문화를 반영하는 광고가 시대에 따라 변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용석 yong@donga.com·송충현·김창덕 기자}

    • 2017-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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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60년대 ‘하얀설탕’ 인기… 구충제 광고 1990년대까지 실려

    《1920년 4월 1일 동아일보 창간호에는 한국에서가장 오래된 기업 중 하나인 ‘박승직상점’의 창간 축하광고가 실렸다. 이 상점은 두산의 모태(母胎)다. 신문 기사들이 지난 세기 동안 일어난 일을 기록한 ‘대한민국 실록’이라면 지면 광고는 기업 성장사와 시대의 변화상을 담은 스냅 사진과 같다. 특히 광고를 통해 성장한 기업들은 국민들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일등 공신이었다. 1953년 66달러(약 7만2000원)였던 1인당 국민소득은 이제 3만 달러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광고에 담긴 한국의 사회, 경제, 문화 성장사를 3회 시리즈로 보도한다. 》 ‘文化人(문화인)은 年二回(연 2회) 寄生(충,훼)(기생충)을 驅除(구제)합니다.’ 1960년 10월 13일 동아일보 2면에 실린 광고 문구다. 유한양행의 구충제 ‘유피라진 시렆’(당시 표기) 광고다. 구충제는 당시 국민들이 반드시 먹어야 하는 약이었다. 그해 4월과 5월 실린 서울약품의 ‘디게시나’ 광고는 ‘전 국민의 90% 이상이 기생충병 환자!’라고 적었다. 기생충약 광고는 1990년대 중반에 와서야 자취를 감춘다. 1930∼1950년대 의약품 광고의 주류를 이뤘던 성병약은 1970년대 이후 찾아보기 힘들다. 국민 건강 수준이 높아지면서 기생충·성병약 광고 자리는 피로해소제 광고와 같은 헬스케어 광고가 대체했다. 광고가 시대별 한국인의 생활상을 대변하는 셈이다. 식품 광고는 한국인의 삶에 밀착해 있다. 1960년대에는 추석 선물이나 결혼식 답례품으로 하얀 설탕이 인기가 있었다. 제일제당(현 CJ제일제당)은 백설표 설탕 6kg짜리 상자를 330원에, 설탕 3kg과 조미료 ‘미풍’ 200g을 묶어 560원에 각각 선물용으로 팔았다. 이른바 ‘명절 선물세트’의 효시다. 조미료 광고는 192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오랫동안 신문 광고지면을 차지했다. 동아일보 1926∼1938년 지면에는 일본 ‘아지노모도사’ 광고가 78건이나 실렸다. 조미료를 쓰지 않은 집의 가장이 밥상을 뒤집어엎는 장면을 만화로 그린 광고가 이채롭다. 1955년 조미료 국산화가 이뤄지면서 대중화에 속도가 붙었다. 고 임대홍 대상그룹 명예회장이 1955년 일본 오사카에서 ‘글루탐산나트륨(MSG)’ 제조법을 배워와 이듬해 1월 미원을 만들기 시작했다. 1963년 ‘여인표 미풍’을 인수한 제일제당이 도전장을 내며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순금반지 대 스웨터’ 전쟁이 유명했다. 1970년 2월 미원과 미풍은 빈 봉지 5개를 보내면 각각 순금반지와 스웨터를 준다는 광고를 내며 격돌했다. 두 회사가 나란히 2차 행사까지 준비하자 과열 양상을 우려한 상공부와 치안국까지 나서 경품행사 중지를 종용하기에 이르렀다. 지금처럼 조미료에 대한 반감이 있었는지, 두 회사는 1969년 11월 8일 조미료가 건강에 나쁘지 않다는 광고를 함께 싣기도 했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조미료를 통한 입맛의 근대화 이후 각 지역마다 다른 맛이 비슷해지는 표준화가 이뤄졌다”고 평했다. 애경산업의 ‘트리오’ 광고는 또 다른 측면에서 한국 역사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1989년 5월 27일 ‘애경트리오 해외여행 사은대잔치’ 광고는 애경산업의 창립 35주년 기념 이벤트였다. 이 행사를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해 1월 1일 시행된 ‘해외여행 전면 자유화’ 조치가 있었다. 상품 광고는 국민들의 소비력과 직결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2만9730달러다. 지난해 세계은행이 물가를 반영해 발표한 한국 구매력평가지수 기준(PPP) 1인당 GDP는 3만4985달러였다. 동아일보가 창간된 1920년 1인당 GDP는 정확한 통계가 없다. 가장 오래된 통계는 1953년으로 1인당 명목 GDP가 66달러였다. 1인당 국내총생산이 450배로 늘어난 셈이다. 1960∼1980년대 국내 가전, 자동차 기업이 고속 성장하면서 신문광고는 컬러TV와 세탁기, 냉장고, 자동차 광고로 넘쳐난다. 먹고살 만한 시대가 오면서 광고에 등장한 제품도 첨단화됐다. 매일같이 가전제품 광고가 앞다퉈 실렸다. 1980년 12월 10일 동아일보 2면엔 당시의 열풍을 엿볼 수 있는 광고가 실렸다. 금성, 대한전선, 삼성전자(당시 시장점유율 순위) 3사는 ‘칼라TV’의 급격한 수요 증가로 물건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내용의 사과 광고까지 실었다. 1976년 1월 ‘우리 힘으로 만든 한국 최초의 고유모델 차, 포니 탄생’ 광고가 실린 뒤 현대차의 스텔라, 프레스토, 쏘나타, 대우자동차의 맵시나, 로얄, 프린스, 르망, 에스페로 광고가 잇달아 실렸다. 현대차는 1985년 ‘88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동아일보와 함께 당시로는 드물게 ‘어린이는 움직이는 빨간 신호등’이란 캐치프레이즈로 교통안전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이명천 중앙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민족 언론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1920년대엔 지방 유지나 민족자본이 후원광고 형태로 동아일보 등 신문사를 돕는 광고를 실었다”며 “이후 소비재 광고가 늘어나면서 신문물을 소개하는 역할을 하던 광고는 기업 이미지를 고양시키는 이미지 광고로 차츰 변화해 왔다”고 분석했다.김창덕 drake007@donga.com / 세종=김준일 기자}

    • 2017-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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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창덕]백화점·마트 내년 ‘출점 제로’ 사연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의 전국 점포 수는 61개. 대형마트인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의 전국 점포 수는 모두 408개다. 유통기업들은 해마다 경쟁적으로 점포 수를 늘려왔는데 내년은 유통업계의 ‘큰형’ ‘둘째 형’인 백화점과 대형마트 신규 점포가 한 곳도 늘어나지 않는 특이한 해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1993년 11월 국내 첫 대형마트인 이마트 창동점이 문을 연 지 25년 만의 일이다. 백화점은 3개 회사 모두 계획 자체가 아예 없다. 대형마트의 경우 신세계그룹이 내년 말까지 이마트 2개 점포를 추가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긴 했었다. 하지만 그룹 내부에서 이미 “목표일 뿐 사실상 힘들다”는 얘기가 나온다. ‘출점 제로’의 이유는 간단하다. 점포를 내는 데 드는 돈보다 기대 수익이 크지 않아서다. 명제는 간단하지만 그 뒤에 있는 배경은 꽤나 복잡하다. 우선 비용부터 살펴보자. 예전처럼 좋은 상권에 땅을 산 뒤 건물만 지으면 되는 시대가 아니다. 전통시장이나 상가의 경계로부터 1km 이내에는 대규모점포를 낼 수 없다(유통산업발전법 제13조 3). 이를 충족해도 영업을 시작하기 전에 주변 상권영향 분석을 하고 지역협력계획서를 제출(유통산업발전법 제8조)해야 한다. 생각보다 쉽지 않은 절차다. 롯데 상암몰이 여기에 걸려 4년째 표류하고 있고 신세계백화점 부천점 계획도 결국 백지화됐다. 주변 상인들의 반대를 넘어서지 못한 결과다. 건축 허가, 준공 허가 등의 단계에서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얼마나 빨리 행정절차를 처리해 주는지도 관건이다. 돈을 빌려 건물을 짓고도 문을 못 열면 이자 비용만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예전에는 대형마트 인허가부터 점포 오픈까지 평균 14개월 정도 걸렸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이 기간이 2, 3년 정도로 늘어났다. 작년 6월 문을 연 이마트 김해점은 무려 4년 넘게 소요됐다. 다음은 줄어든 기대 수익이다. 어렵사리 점포를 낸다 한들 수많은 규제가 수익성을 떨어뜨린다. 대규모점포는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시간이 제한되고 매월 공휴일 이틀을 의무적으로 쉬어야 한다(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 2). 게다가 20대 국회에 계류돼 있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들은 이름만 ‘발전법’이지 대부분 규제를 더 강화하는 법안들이다. 복합쇼핑몰도 의무휴업 대상에 포함시키거나 월 2회 휴업을 월 4회로 늘려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대규모점포로 등록하면 지역상권 발전 기여금을 내야 한다는 법안도 있다. 이리 뜯어보고 저리 뜯어봐도 새로 점포를 내면 투자액을 회수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른다. ‘성장’을 생존의 첫째 조건으로 꼽는 기업들이 스스로 출점을 멈춘 까닭이다. 대형마트 하나를 지으면 3000m² 규모 점포를 기준으로 보통 500개의 일자리가 생긴다. 큰 점포의 경우 한 번에 1000명 이상을 필요로 한다. 규제로 묶어두기엔 아까운 기회다. 여당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연내에 통과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런데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는 관심조차 없다. 정부와 여당의 최우선 과제라는 ‘일자리 창출’이 말잔치에 그치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재화나 서비스 10억 원어치를 생산할 때 필요한 직간접 취업자 수, 즉 취업유발계수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지난해 기준 각각 10.5명, 23.0명(현대경제연구원)이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왜 필요한지, 유통산업 규제 강화에 왜 신중해야 하는지, 여기에 답이 있다.김창덕 산업부 차장 drake007@donga.com}

    • 2017-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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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몬스, 2018년 봄여름 시즌 ‘웰 리브’ 트렌드 콘셉트 가구 발표

    에몬스는 6일 인천 남동공단 내 본사에서 2018 봄여름 시즌 가구 트렌드 및 신제품 품평회를 열고 ‘웰-리브(Well-Live)’를 트렌드 콘셉트로 발표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김경수 에몬스 회장이 직접 대리점주들에게 제품을 설명했다. 공간과 스타일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프리 스타일 옷장과 통가죽으로 만든 오더메이드 소파 등 다양한 맞춤형 가구와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침대가 눈길을 끌었다.김창덕기자 drake007@donga.com}

    • 2017-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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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마트 신선식품 불량보상 급감… 위생전문가 ‘하이젠 마스터’制 안착

    ‘위생 전문가 투입이 제대로 통했다.’ 롯데마트가 8월 시작한 ‘하이젠 마스터’(위생 전문가)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9일 롯데마트에 따르면 하이젠 마스터 10명이 활동한 8∼11월 ‘신선식품 품질불량 보증제’ 보상 건수는 전년 동기보다 23.8% 감소했다. 품질불량 보증제는 고객이 신선식품 품질에 만족하지 못할 때 5000원짜리 상품권으로 보상하는 제도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 전 점포에서 식품 위생 관련 행정처분은 한 건도 없었다. 롯데마트는 전국 121명의 품질관리 전담 인력을 대상으로 필기 및 실기평가를 해서 10명을 선발했다. 하이젠 마스터들은 단순한 위생 점검에 그치지 않고 매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사전에 관리하는 게 핵심 역할이다. 롯데마트는 내년에 하이젠 마스터 10명을 추가로 선발할 계획이다. 김영수 롯데마트 매장상품팀장은 “고객에게 가장 신선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 2017-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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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창덕]해고자가 멈춰 세운 현대차 공장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에는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불이익변경) 근로자집단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돼 있다. 쉽게 말해 회사가 근로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근로조건을 변경하려 할 경우 노조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법 개정의 필요성을 두고 오랜 공방이 이어져 온 사안이다. 저성과자에 대한 일반해고 요건 완화와 함께 ‘노동개혁 2대 지침’ 중 하나이기도 하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취임 한 달 만인 9월 2대 지침 폐기를 선언했다. 노조 측에 잔뜩 힘을 실어준 것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가 27일 오후부터 28일 밤까지 파업을 벌이고도 “법적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현대차는 6월 출시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의 공급량을 맞추는 데 애를 먹고 있었다. 기존 1공장 11라인 외에 엑센트를 만들던 12라인에서도 코나를 생산하려고 했다. 잘 팔리지 않는 차의 생산량을 줄이고 인기 차종을 많이 만들겠다는 건 회사로서는 당연한 경영적 판단이다. 그러나 울산에서만큼은 통하지 않는 상식이었다. 현대차 노사는 한 달 이상 생산라인 전환 문제를 협의했다. 노조는 이를 빌미로 근로여건 개선, 추가 인원 배치 등을 요구했다.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사이 코나를 주문한 고객들은 한 달 반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연말부터 미국 수출을 계획하던 현대차는 결국 24일 12라인에서 코나 생산을 시도했다. 울산 1공장 노조는 ‘합의 없는 생산 강행’에 반발하면서 27일 파업으로 맞섰다. 현대차의 1∼9월 생산량은 2015년 353만7573대에서 올해 326만9185대로 7.6% 줄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4조8428억 원에서 3조7994억 원으로 21.5%나 급감했다. 특히 사드 갈등으로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죽을 쑤고 있다. 어느 때보다 국내 사업장의 뒷받침이 절실한데 노조는 그럴 생각이 없는 듯하다. 해외 딜러들은 절대로 제조사 사정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납품 지연은 치명적 리스크다. 글로벌 시장에는 현대차 대신 팔 수 있는 자동차가 널려 있다. 해외 딜러망은 구축은 어렵지만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현대차 노조는 이를 너무 잘 알고 있다. 파업을 하면 사측이 조급해진다는 게 이들에게는 최대의 무기다. 현대차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관련 조항에 발목을 잡힌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현대차는 2013년 7월 맥스크루즈와 그랜드스타렉스의 시간당 생산대수를 32대에서 38대로 늘려야 한다고 노조에 요청했다. 울산 4공장의 노조는 1년 이상 이를 거부했다. 2014년 9월에야 생산을 늘리기로 합의했다. 1년 2개월간 현대차가 허공에 날려버린 기회비용은 수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는 앞으로도 비슷한 문제를 겪을 것이다. 10월 취임한 하부영 현대차지부장은 노조 내부에서도 강성으로 꼽힌다. 그는 2년 임기의 첫 테이프를 파업으로 끊으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현대차 노사는 아직도 ‘2017년 임금 및 단체협상’을 하고 있다. 울산 1공장 생산라인을 이틀간 멈춰 세운 박성락 대의원대표는 해고자 출신이다. 2011년과 2013년 생산라인 무단 정지 등으로 2014년 1월 해고됐는데 지난해 11월 노조 간부가 됐다. 현대차는 주력 제품 생산을 놓고 해고자와 협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 울산 1공장 파업은 균형을 잃어버린 한국형 노사관계의 한 단면이다. 역설적이지만 대기업 노조가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다시 일깨워준 셈이다.김창덕 산업부 차장 drake007@donga.com}

    • 2017-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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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슴에 새긴 ‘마 이 순간만 참아’ 이 한마디에 24년전 부도 이겨내”

    “마! 이 순간만 참아!” 그의 목소리가 강당 전체에 쩌렁쩌렁 울렸다. 10대 시절 만난 복싱 코치에게 들은 한마디다. 위기에 빠졌을 때 스스로 되뇌던 말이라고 했다. 자신보다 덩치가 큰 상대와 스파링을 하던 중 비틀거릴 때마다 코치는 ‘마!’라며 호통을 쳤단다. 그러면 그는 거짓말처럼 일어나 없는 힘까지 짜내 라운드를 마치곤 했다. 23일 저녁 경기 성남시 SK플래닛 판교사옥 1층 대강당에 팀장급 직원 100여 명이 모였다. SK플래닛이 두 달에 한 번씩 여는 팀장급 인사이트 포럼이었다. 초청 연사는 최병오 패션그룹 형지 회장(64·사진)이었다. 1시간 반 동안 이어진 열띤 강연에서 최 회장은 “오늘 내가 한 말을 다 잊어버려도 딱 한마디, ‘마! 이 순간만 참아!’라는 것만 기억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이날은 마침 최 회장이 어음관리 부실로 첫 부도를 맞은 1993년 11월 23일로부터 꼭 24년이 되는 날이었다. 최 회장은 “그때 완전히 무너질 수도 있었지만 참고 다시 일어났다. 준비를 잘한 덕분에 기업이 픽픽 쓰러졌던 외환위기 때는 오히려 큰돈을 벌었다”고 했다. 최 회장은 강연을 많이 하는 최고경영자(CEO)로 유명하다. 동대문시장에서 맨손으로 시작해 매출 1조 원대 기업을 일군 성장 스토리는 늘 주목을 받는다. 이날 강연이 더 특별했던 이유는 ‘아날로그 시대’를 대표하는 동대문 출신 CEO가 ‘디지털 시대’를 이끄는 정보기술(IT) 기업에 던진 메시지 때문이었다. 주제는 ‘기본’이었다. 최 회장은 1981년 친척이 인수한 서울 구 반포 지역 제과점을 운영했던 기억을 꺼냈다. 그는 “당시 식빵이 한 봉지 500원이었다. 이윤이 별로 안 남아도 기본부터 잘해야겠다 싶어 하루 세 번씩 식빵을 구워냈다”고 했다. 맛있는 식빵이 소문나니 그걸 사러 왔다가 다른 빵도 집어 드는 고객이 많았다는 거다. 길거리에서 팔던 ‘센베이(전병)’ 과자를 좋은 재료로 만들어 판 것도 주효했다. 최 회장은 “사업하면서 가장 절실하게 배운 것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건 옷을 만드는 저나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해 나갈 여러분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만 19세에 사업을 시작해 벌써 45년 ‘경력’을 가진 최 회장에게도 고민이 없을 리 없다. 1990년대, 2000년대에 ‘성인 여성복’ 시장을 새로 개척해 큰 성공을 거뒀지만 최근 이어지는 해외 브랜드의 공습을 견디기가 쉽지는 않다. 최 회장은 강연 막바지에 “한창 장사가 잘될 때와 달리 요즘엔 직원들에게 화도 내고 자주 다그치고 있다는 걸 어느 순간 깨달았다”고 했다. 그러고는 “문제는 내게 있었다. 그걸 직원들에게 풀다 보니 악순환이 된 거다. 그래서 다시 ‘마!’라는 코치의 호통을 떠올린다”며 환하게 웃었다.성남=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 2017-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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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시네마, 소외계층 초대해 뮤지컬 ‘타이타닉’ 관람

    롯데시네마는 25일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송파구청과 함께 문화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뮤지컬 ‘타이타닉’ 관람 행사를 진행했다. 행사에는 다문화가정, 한 부모 가정 등 송파구민 65명이 초대됐다. 지난 8월 뮤지컬 갈라콘서트 관람에 이은 두 번째 문화 소회계층 대상 행사다. 뮤지컬 타이타닉은 10일 개막해 인기리에 공연되고 있다.김창덕기자 drake007@donga.com}

    • 2017-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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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드림]“여유있는 삶 위해” “농업이 유망해서” 귀농 꿈꿔

    한국 농업의 미래를 책임질 ‘청년 농부’들과 귀농을 준비하는 ‘예비 농부’들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특별했다. 10월 28, 29일과 11월 18, 19일 두 차례 ‘청년 창농열차’를 주최한 청년드림센터는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중복 참가자와 비응답자를 뺀 최종 설문 응답자는 55명이다. 만 18∼39세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어서 평균 나이는 27.1세였다. 충남 서천과 천안의 농가를 방문할 때마다 “농촌에 이렇게 많은 청년들이 한 번에 오니 너무 반갑다”는 반응이 이어졌던 이유다. 1박 2일이라는 시간을 투자한 이들인 만큼 ‘농촌에서 창업이나 취업을 하겠다는 생각을 한 적 있나’라는 질문에는 83.6%가 ‘있다’라고 답했다. 이유는 ‘도시를 떠나 여유로운 삶을 즐기기 위해’와 ‘농업이 유망한 산업이라는 판단에서’라는 답변이 각각 47.8%로 균형을 이뤘다. 청년들이 귀농할 때 가장 큰 장벽이라고 생각하는 부분(복수응답)은 역시 ‘돈’과 ‘경험’이었다. ‘초기 창업자금이 부족하다’(50.9%)와 ‘농업에 대한 경험이 전무하다’(30.9%)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같은 맥락에서 정부가 지원해 줬으면 하는 분야(복수응답)는 ‘정착지원금 등 자본금’(67.3%)이 첫째로 꼽혔고, ‘판로개척 지원’(23.6%), ‘신기술 및 농업기술 전수’(20.0%) 등의 요구도 많았다. 참가자들은 프로그램 코너 중 ‘선배 귀농인들과의 허심탄회한 대화’(43.6%·복수응답)를 가장 좋았던 점으로 선택했다. 자신과 똑같은 고민을 하다 짧게는 2년, 길게는 7, 8년 앞서 결단을 내린 귀농 선배들의 경험담이 큰 도움이 됐다는 뜻이다.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벌써 “3차 행사는 언제냐”는 질문이 빗발치고 있다. 응답자 55명 중 다음 차수에 다시 지원하겠다는 답변은 51명(92.7%)이나 됐다.천안=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 2017-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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