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덕

김창덕 부장

동아일보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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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창덕 부장입니다.

drake007@donga.com

취재분야

2024-03-25~202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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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경제 새 길을 찾다/한화그룹]분야별 핵심 역량 키워 사업구조 고도화에 집중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혁신과 내실을 통한 지속적인 성장기반을 구축하고 일류 경쟁력 강화에 모든 에너지를 결집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룹의 핵심사업 경쟁력을 글로벌 리더 수준으로 끊임없이 격상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화그룹은 올해도 불확실한 경제 환경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과 핵심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통해 ‘글로벌 한화’로서의 기틀을 다져나가는 데 주력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사업 분야별로 미래 핵심 역량을 키워 새로운 성장기회를 선점할 사업구조 고도화에 집중하는 게 핵심이다. 2015년 2월 한화그룹 태양광 사업의 양대 축이었던 한화큐셀과 한화솔라원이 ‘한화큐셀’로 합병했다. 이를 통해 셀 생산 규모 기준 세계 1위의 태양광 회사가 새롭게 탄생했다. 한화큐셀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5.7GW(기가와트)의 셀과 모듈 생산 규모를 확보하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공장별로 단계적 증설을 진행해 총 6.8GW의 생산 규모를 확보할 예정이다. 셀 기준으로는 세계 1위, 모듈 기준으로는 세계 톱5 수준이다. 한화큐셀은 생산능력뿐만 아니라 기술력에서도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2011년 퀀텀기술로 다결정 셀 효율 세계 1위 기록을 보유한 데 이어 2015년에는 다결정 모듈 효율 세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화큐셀은 지난해 24억3000만 달러의 매출과 2억700만 달러의 영업이익을 냈다. 매출은 전년 대비 35%, 영업이익은 226% 증가한 실적이다. 한화그룹은 최근 3년 사이 삼성테크윈(현 한화테크윈), 삼성탈레스(현 한화시스템), 두산DST(한화디펜스) 등을 인수했다. 글로벌 일류 방산기업과 당당히 어깨를 견줄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다. 기존의 탄약·정밀유도무기 중심에서 자주포·장갑차, 항공기·함정용 엔진과 레이더 등으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석유화학 분야는 한화케미칼이 주도하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지난해 말 ‘고부가 CPVC(염소화 폴리염화비닐)’를 처음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고부가 CPVC는 기존 PVC에 염소 함량을 높여 열과 압력, 부식에 견디는 성질을 강화한 소재다. 작년 시장 규모는 약 6300억 원이었지만 매년 10% 이상씩 성장하고 있다. 한화토탈의 태양전지 봉지재용 EVA 제품은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선정한 세계일류상품에 선정돼 첨단 제품의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봉지재는 얇은 시트 형태 제품으로 절연효과와 함께 수분 침투를 막는다. 한화토탈은 35만 t 규모의 세계 태양전지용 EVA 시장에서 약 35% 점유율로 1위에 올라 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 2017-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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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세기 원유 정제, 지구 140바퀴 분량… 이젠 100년기업 향해”

    1966년 12월 7일은 한국 경제사에 또 하나의 굵직한 족적을 남긴 날이었다. 락희화학은 이날 미국 셰브론의 자회사 칼텍스와 절반씩 지분을 투자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최초의 글로벌 합작 프로젝트였다. 이듬해 5월 국내 최초의 민간 정유회사인 호남정유(현 GS칼텍스)가 설립됐다. 이 회사는 반세기의 세월을 넘어 19일 창립 50주년을 맞게 됐다.○ 성공적인 최초 한미 합작 사례 GS칼텍스는 국내외 합작사 중 ‘최초’와 ‘최대’ 타이틀을 함께 갖고 있다. 50년간 이어진 성공적인 협업은 미국 기업의 해외 합작 프로젝트 중에서도 손꼽히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1960년대 한국은 정유, 석유화학, 조선, 철강 등 중화학공업 분야가 막 태동하던 시기였다. 설립 초기 칼텍스와의 공동경영체제는 호남정유가 시장에 조기 안착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1981년 2차 석유파동으로 국내 정유사들은 원유 확보조차 쉽지 않았다. 하지만 호남정유만은 예외였다. GS칼텍스 관계자는 “당시 칼텍스의 모회사인 셰브론의 국제 신용도 덕분에 호남정유가 원유를 확보할 수 있어 국가 전체가 위기를 헤쳐 나왔다”고 전했다. 호남정유는 이때 국내 정유업계 최초로 유휴 정제시설을 활용한 ‘임가공(賃加工) 수출’을 시작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이 석유 수출국으로 변모하는 출발점이었다. 한미 공동경영체제는 1986년 한국 측 단독경영체제 전환과 함께 막을 내렸다. 20년간 축적한 경영 능력과 기술력을 칼텍스 측이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이후로도 한국 경영진들은 대규모 투자건 등 주요 사항을 결정할 때는 항상 칼텍스와의 합의를 거쳤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 한미 경영권 다툼은 한 차례도 없었다. 정확히 50 대 50인 지분도 50년간 유지하고 있다. 2005년 LG그룹에서 GS그룹이 계열 분리된 후로도 이는 변함이 없었다. GS칼텍스의 매출액은 1968년 12억 원에서 지난해 25조7702억 원으로 뛰었다. 석유 정제 능력도 창립 초기 하루 6만 배럴이던 것이 현재는 하루 79만 배럴로 늘었다. 지난해까지 전남 여수공장에서 정제한 원유량은 약 80억 배럴. 200L 드럼통에 채워 한 줄로 세우면 약 4만 km인 지구 둘레를 140바퀴나 돌 수 있는 양이다. 2000년대 들어 GS칼텍스는 완벽한 수출기업으로 거듭났다. 2000년 전체 매출액의 23%였던 수출액은 2006년 50%를 넘었다. 지난해 이 회사의 수출 비중은 71%였다. 해외 자본과의 합작을 통해 ‘수출 효자’를 키운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GS칼텍스는 경영권 분쟁 리스크가 없다면 합작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성공 사례를 만들 수 있다는 좋은 본보기”라고 말했다.○ 100년 기업 꿈꾸는 허진수 회장 GS칼텍스는 18일 서울 강남구 GS타워에서 ‘창립 50주년 기념식’을 열고 지난 반세기의 성과를 자축했다. 허진수 GS칼텍스 회장은 기념사를 통해 “내실 있는 100년 기업과 최고의 회사를 만든다는 자긍심을 가지고 힘찬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자”고 강조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딱 하나의 화환이 자리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보낸 선물이었다. 1947년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로 시작된 구(具)씨와 허(許)씨 집안의 동업은 2005년 GS그룹이 계열 분리를 완료하면서 마침표를 찍었다. 하지만 구 회장은 그해 3월 GS그룹 출범식에 직접 참석해 축사를 하기도 했다. 이날 GS칼텍스 50주년 기념식에 등장한 화환은 두 집안의 변함없는 우정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두 집안의 경영 철학이 ‘인화’와 ‘신의’에 있다는 점이 같은 사업 부문에 함께 진출하는 것을 여전히 꺼리는 동업자 정신의 배경이다. GS그룹이 셰브론과 오랜 동업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허 회장은 100년 기업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사의 강점을 활용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중 하나가 2007년부터 연구개발(R&D)에 착수한 바이오부탄올 사업이다. GS칼텍스는 올 하반기(7∼12월) 바이오부탄올 데모플랜트를 완공할 예정이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 2017-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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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 규제 1개 만들면 3개 없애… 트럼프는 규제 75% 완화 약속

    한국이 ‘규제 공화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이 해외 주요국들은 경제 활력을 회복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규제를 줄여나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7일 ‘영국, 호주 등 해외 규제개혁정책의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규제 총량 감축 △규제비용 절감 목표 설정 △덩어리째 규제 해소 등을 제안했다. 규제 총량 줄이기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영국이다. 영국은 2010년 도입한 ‘One-In, One-Out’이라는 규제비용 총량제를 2013년 ‘One-In, Two-Out’으로 강화했다. 지난해부터는 정부 입법으로 규제가 신설 및 강화되는 경우는 ‘One-In, Three-Out’을 적용하고 있다. 규제를 1개 만들면 반드시 3개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취임 직후 ‘Two for One Rule’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기업인을 만난 자리에서는 기존 규제의 75% 이상을 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영국과 호주는 규제비용에 대한 구체적인 감축 목표를 정하고 이를 의무화하고 있다. 영국은 2015∼2020년 기업 규제비용을 총 100억 파운드(약 14조7000억 원)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첫 1년간 절감한 규제비용은 8억9000만 파운드(약 1조3000억 원)였다. 호주도 2013년 9월∼2015년 12월 기업, 비정부 부문, 개인에게 부담되는 규제비용을 30억 호주달러(약 2조5000억 원) 줄이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이 기간 동안 실제 절감한 규제비용은 총 48억 호주달러(약 4조2000억 원)로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다. 한국도 2014년 7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규제비용총량제를 시범 운영했다. 그러나 이 기간 규제비용총량제에 따라 비용 분석이 이뤄진 규제는 전체의 11%뿐이었다. 적용 제외 요건이 지나치게 넓어 도입 효과가 미미해진 것이다. 한경연은 중앙정부 차원의 ‘덩어리 규제 개혁’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일본은 ‘국가전략특구법’을 제정해 국제적인 우위를 갖춘 17개 지방자치단체에 기업의 신규 투자 지원과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하고 있다. ‘톱다운(Top-down)’ 방식의 집중적인 규제 완화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하는 규제경쟁력 순위에서 영국은 2009년 86위에서 지난해 25위로 급상승했다. 반면 한국은 같은 기간 98위에서 105위로 뒷걸음질쳤다. 유환익 한경연 정책본부장은 “규제 개혁은 대규모 재정 지출 없이도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여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한국도 중단 없는 규제 개혁 시스템을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 2017-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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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중소기업 사이 길잃은 신세 중견기업 키워야 경제도 활력

    《 한국 경제의 ‘성장 사다리’가 부러져 있다.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해야 할 중견기업들이 성장 걸림돌에 부닥쳐 중소기업보다도 못한 초라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도 중견기업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중견기업들 사이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낀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돌고 있다. 여기에 중소기업들은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경우 포기해야 하는 각종 지원 정책 때문에 ‘피터팬 증후군’에 빠져 있다. 》 중소기업으로서의 혜택을 받지 못하느니 차라리 성장을 멈추는 게 낫다는 것이다. 새 정부 경제 정책의 성패는 중소기업→중견기업→대기업으로 이어지는 경제 역동성을 얼마나 회복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끊긴 사다리, 닫힌 성장판 16일 동아일보와 한국경제연구원이 2011∼2016년 기업 규모별 성장 추이를 분석한 결과 중견기업들의 성장 정체가 두드러졌다. 이번 분석은 외부감사를 받는 제조기업 8677개를 대상으로 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각각 181개, 1117개이고 중소기업이 7379개다. ‘중견기업 성장 촉진 및 경쟁력 강화에 관한 특별법’(중견기업특별법)은 2014년 7월 시행됐다. 10년 한시법으로 한국 경제의 허리를 제대로 육성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중견기업들의 자산 증가율은 2011∼2013년 평균 5.95%에서 2014∼2016년 평균 2.81%로 반 토막이 났다. 중견기업특별법 시행 후 3년간 중견기업의 성장 속도는 대기업(3.12%)과 중소기업(6.47%)에 모두 못 미쳤다. 2011∼2016년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은 대기업 3.18%, 중견기업 4.19%, 중소기업 4.42%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은 2014∼2016년 3년 연속 마이너스다. 대기업의 경우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빅2’의 매출액이 2015, 2016년 정체기를 맞았던 영향이 크다. 중견기업으로 올라서는 문턱을 넘지 않고 중소기업에 계속 머무르거나 중견기업이 됐다가 도리어 중소기업으로 회귀하는 피터팬 증후군도 심각했다. 자산 기준으로만 따졌을 때 5000억 원을 초과해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새로 편입된 기업은 2011∼2015년 63개사. 이 중 16개 기업(25.3%)은 자산 규모가 줄어 다시 중소기업으로 돌아갔다. 특히 10곳은 중견기업에 머문 기간이 고작 1년이었다. 의류업체 A사는 2012년 4080억 원, 2013년 6110억 원, 2014년 4650억 원, 2015년 5080억 원, 지난해 4970억 원 등 중견기업 자산총액 기준을 ‘퐁당퐁당’ 넘고 있다. 석유화학업체 B사와 C사, 자동차부품 회사 D사 등은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씩 4000억 원대 후반의 자산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올라서자마자 지원이 사라지거나 줄어드는 혜택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62건이나 된다. 중소기업을 졸업하면 취득세, 재산세, 법인세, 소득세 감면 등 갖가지 세제 지원이 줄줄이 쪼그라들거나 사라진다. 기업소득 환류세, 내부거래 과세 등은 새로 적용받는다.○ 중견기업 정책 실종 중견기업들의 ‘위기의식’은 대선을 거치면서 더 커졌다. 대선 후보들의 중견기업 관련 공약이 아예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당시 ‘중소기업 보호·육성’과 ‘재벌 개혁’에만 초점을 맞췄다. 연간 매출액 규모가 1조 원대인 중견기업 E사 관계자는 “새 정부가 재벌 개혁, 중소기업 육성, 스타트업·벤처 얘기만 할 뿐 중견기업에 대한 얘기가 없다. 중견기업 사이에서는 ‘지금이 최대 위기다’, ‘앞으로 중견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고 털어놨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법제화 추진 분위기에 긴장하는 기업도 많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는 중견기업도 대기업과 유사한 기준을 적용받아 시장 진출이 막히거나 판로가 제한된다. 중견기업 F사 관계자는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공장 증설이나 인수합병(M&A)을 못 하게 되는데 기업이 어떻게 성장할 수 있나. 법제화까지 되면 정말 큰일이다”고 걱정했다. 중견기업특별법 제정과 함께 법정단체로 출범한 중견련도 위상을 잃어가고 있다. 중견련은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에 이은 세 번째 법정 경제단체다. 그러나 중견련은 지난 대선 기간 더불어민주당 비상경제대책단이 마련한 경제단체장 초청 간담회에 초대장도 받지 못했다. 2015년 문을 연 중견기업연구원도 현재 박사급 2명만 남아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설립 2년 만에 존폐 위기에 몰려 있는 셈이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중견기업은 기업 수로는 국내 전체 기업의 0.08%에 불과하지만 고용의 5.6%, 수출의 15.7%를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견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춰 세계시장에 진출하도록 하는 제도적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은 “내수시장을 놓고 중소기업과 다투거나 대기업의 하청 구조에 안주하지 말고 중견기업이 수출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하는 데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정민지 jmj@donga.com·김창덕 기자}

    • 2017-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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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기업 16%만 “대통령-총수 간담회 필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불거진 지난해 9월 이후 정부와 기업들 사이에는 거대한 소통 절벽이 생겼다. 대기업과 정부 간 가교 역할을 하던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존폐 위기에까지 내몰렸다가 가까스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각 기업의 대관(對官) 활동도 지난 몇 달간은 사실상 중단돼 있었다. 삼성그룹이 미래전략실을 해체해 그룹 차원의 대관 기능을 아예 없앤 게 대표적이다. 기업들은 여전히 소통에 목말라 있다. 이번 설문에서 ‘정부와 기업 간 소통은 필요하지 않다’고 답한 기업은 전무했다. 다만 기업 규모에 따라 원하는 소통방식은 많이 달랐다. ‘대통령과 기업 총수들 간 간담회’를 원한 대기업은 16.1%에 불과했다. ‘대통령과 기업 총수의 개별 면담’을 선호하는 대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대기업은 그 대신 54.8%가 ‘각 부처(장관)와 기업 간 소통’을 꼽았다. 과거 대통령들은 취임 후 경제인 대표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으거나 각 기업 총수를 따로 만나 투자 및 채용 확대를 요청하는 게 관례적 수순이었다. 그러나 최순실 사태는 이를 모두 뒤엎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그룹 총수들 간 개별 면담이 검찰 수사에서 불법적 민원 창구로 활용됐다는 의혹을 받았기 때문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 기소하는 과정에서 대통령과의 면담 내용을 뇌물죄 적용의 주요 근거로 썼다. 10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개별 면담 전 양측에서 준비한 ‘말씀 자료’마저 부정 청탁의 근거가 되는 마당에 대통령을 따로 만나고 싶은 총수가 누가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반면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대통령과의 직접 소통을 선호한다. 설문에 응한 중소기업들은 ‘대통령과 기업 대표들 간 단체 간담회’(48.3%)나 ‘대통령과 기업 대표들의 개별 면담’(10.3%) 등을 원했다. ‘청와대와 경제단체 간 활발한 소통’을 선택한 비율도 중소기업(37.9%)이 대기업(29.0%)보다 높았다. 문재인 정부가 과거 어느 때보다 ‘친(親)중소기업’ 정책을 예고하고 있는 데다 중소기업들이 최상위 결정권자에게 정책 건의를 할 기회가 흔치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일방통행은 적절치 않다. 정책의 궁극적인 목적을 기업이 알 수 있도록 어떤 방식으로든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 2017-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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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창덕]일자리는 지켜내는 게 우선이다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뽑은 미국인들이 정말 제정신인가 생각했었죠. 그런데 지금 보니까 미국인들이라면 트럼프를 좋아할 만도 하다 싶어요.” 한 대기업 임원의 말이 귀에 쏙 들어왔다. 마침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던 차였다. 괴팍하게만 보였던 트럼프의 ‘트윗 협박’은 어쨌거나 가시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 미국 3대 자동차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가 대규모 투자 선물을 안겼다. 일본 도요타, 중국 알리바바, 한국 현대자동차도 발 빠르게 화답했다. 모두 트럼프가 공식 취임하기도 전인 1월 중순에 일어난 일이다. 트럼프 취임 후에도 비슷한 뉴스가 잇따랐다.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 투자에 나선 것은 오로지 트럼프의 협박 때문이었을까. 아니라고 본다. 기업들은 태생적으로 모든 결정에 앞서 계산기부터 꺼내 든다. 트럼프 손에 들린 채찍이 무섭기도 하지만 법인세 인하, 투자 인센티브 같은 당근도 무시하지 못할 매력이었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 테슬라, 델, 월풀, 다우케미컬 등 12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한자리에 불렀다. 이 자리에서 법인세를 대폭 낮추고 규제의 4분의 3 이상을 없애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정부는 3개월 후인 지난달 연방 법인세율을 35%에서 15%로 낮추는 파격적인 조세개혁안을 발표했다. 트럼프의 ‘반(反)세계화 정책’이 오히려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국정 운영 방식에 대한 반발도 크다. 그럼에도 지금의 ‘트럼프 웨이’에 많은 미국인은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다. 트럼프는 거칠긴 해도 기업들을 포획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특히 기업들에 ‘정부는 확실한 우리 편’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국내 기업인들이 미국을 부러워하는 대목이다. 제조업에 화력을 집중한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공장 자동화로 제조업의 일자리 창출계수는 점차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2, 3차 협력업체로의 낙수효과나 서비스업의 동반 성장 효과는 여전히 크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제조업정책 선임 자문역이었던 론 블룸은 “자동차 조립공장이 생기면 월마트가 따라오지만 월마트가 생긴다고 자동차 조립공장이 따라오지는 않는다”고 했다. 팀 쿡 애플 CEO도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ripple in the pond(연못에 이는 잔물결)”가 되겠다고 말했다. 10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첨단 제조업에 투자하면 서비스업 등 주변에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얘기였다. 세계 최고의 ‘스마트 공장’으로 유명한 지멘스의 독일 암베르크 공장은 30년 가까이 1200명의 고용인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공장 생산성을 8배 이상으로 개선하면서 낮은 임금을 찾아 동유럽이나 아시아로 이전할 필요가 없었다. 그 사이 부품을 공급하고 제품을 운송하는 주변 협력업체들은 함께 성장할 기회를 가졌다. 일자리를 지켜냄으로써 결과적으로 일자리를 늘린 셈이다. 문재인 정부가 10일 출범했다. 세금을 쏟아부어 인위적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더라도 한계가 뚜렷하다는 사실을 신임 대통령도 모를 리 없다. 다소 거부감이 있더라도 트럼프의 경제정책을 한국 실정에 맞게 도입해 보는 건 어떨까. 반기업 정서, 신산업 규제, 경직된 노동시장 같은 경제계의 미세먼지부터 걷어내 보자. 그래야 기업들도 해외로의 탈출 계획을 기꺼이 접을 것이다. 일자리를 만드는 건 일단 있는 일자리부터 지켜낸 다음에 가능한 일이다.김창덕 산업부 차장 drake007@donga.com}

    • 2017-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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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기 쫓는 에어컨-TV, ‘인도 맞춤형’ 팔았더니

    “13억 인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12일이면 LG전자가 ‘세계 2번째 인구 대국’ 인도에 진출한 지 꼭 20년이 된다. LG전자의 인도 내 매출액은 지난해 20억 달러(약 2조2630억 원)로 진출 첫해였던 1997년의 60배로 성장했다. 비결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에 있었다. 8일 LG전자에 따르면 이 회사가 인도에서 판매한 TV와 냉장고는 누적 기준으로 각각 5000만 대, 3000만 대에 달한다. 세탁기 1600만 대가 인도에서 팔렸고, 전자레인지는 400만 대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인도는 LG전자가 인도네시아(1991년), 중국(1993년)에 이어 아시아에서 3번째로 생산법인을 세운 나라다. 1997년 노이다 제1가전공장을 시작으로 1998년 벵갈루루 소프트웨어(SW)연구소, 2004년 푸네 제2가전공장을 잇달아 세웠다. 현지 임직원 수는 1997년 400여 명에서 현재 3400여 명으로 늘어났다. LG전자의 인도 내 성공은 주거 환경과 생활 문화를 고려한 인도 특화 제품 출시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나쁜 수질을 고려해 정수 성능을 높인 정수기, 전력 공급이 끊겨도 7시간 동안 냉기를 유지하는 냉장고, 초음파로 모기를 쫓는 에어컨과 TV 등이 대표적이다. 그 덕에 LG전자는 현지 시장조사기관 TRA로부터 ‘2016 가장 매력적인 브랜드’ ‘2015 가장 신뢰받는 브랜드’로 선정되기도 했다. LG전자 인도법인은 현지 진출 20주년을 기념해 연말까지 20개월 무이자 할부, 제품 할인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기완 LG전자 인도법인장(부사장)은 “앞으로도 1등 브랜드로서 인도 국민의 생활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 2017-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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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플 “美 일자리 창출위해 10억달러 규모 펀드 조성”

    애플이 미국 내 첨단 제조업을 지원하기 위한 10억 달러(약 1조1300억 원) 규모 펀드를 조성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제조업 활성화 정책에 화답하는 모양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3일(현지 시간)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제조업 영역에서 일자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 10억 달러 규모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이달 말 펀드가 투자할 첫 번째 첨단 제조사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쿡 CEO는 “우리는 연못에 물결이 일도록 만들 수 있다”며 “제조업에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면 서비스산업 등 주변의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플의 펀드 조성은 트럼프 정부의 제조업 활성화 정책에 적극 화답하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제조업이 살아나지 않고서는 일자리 창출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서다.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트럼프 후보는 애플이 해외에서만 일자리를 만든다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쿡 CEO는 이를 의식한 듯 “애플이 직접 고용한 사람은 8만 명이지만 부품업체, 개발자, 관련 서비스업까지 합하면 200만 개 일자리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쿡 CEO는 하반기(7∼12월) 출시될 아이폰 7과 아이폰 7플러스에 대해 “사람들이 새 아이폰을 사지 않고는 안 될 가치를 제공하는 제품”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 2017-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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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은 7점-정부는 6점… 4차 산업혁명 못따라가는 한국

    금호산업은 지난해 12월 ‘프로젝트 i4’라는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었다. TF팀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드론 기술 등을 건설 현장에 접목하고 빅데이터를 통해 의사결정 과정을 효율화하는 등의 과제들을 떠맡고 있다. 올해 3월 초 건설업계 최초로 ‘모바일 하자관리 시스템’을 만든 것은 그 첫 결과물이다. 금호산업 프로젝트 i4는 지난해 11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설치한 4차 산업혁명 대비 TF팀의 계열사 버전이다. 반면 국내 중견 철강업체 A사는 이제야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세우는 단계다. 핵심은 생산현장을 효율화하는 ‘스마트 팩토리’로의 전환이다. 그러나 방침만 정해졌을 뿐 구체화된 로드맵은 없다. 충남에 공장을 두고 있는 석유화학업체 B사는 이런 방침조차 만들 여력이 없다. B사 관계자는 “글로벌 변수가 너무 많아 이에 대응하기도 버거운데 구름 속 얘기 같은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긴 어렵다”고 했다. 4차 산업혁명 바람이 글로벌 시장 전체에 휘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10곳 중 7곳이 금호산업보다 A사나 B사와 비슷한 처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소기업일수록 대책이 없는 경우가 많아 4차 산업혁명 확산에 따른 기업 간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분석은 본보와 현대경제연구원,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공동 진행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업 인식도’ 설문조사 결과다. 설문에는 400개 기업이 참여했다.○ 영향은 큰데… 준비는 못해 3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들이 평가한 국내 기업들의 4차 산업혁명 대응 수준은 글로벌 기업을 10점으로 봤을 때 평균 7.1점에 불과했다. 1∼5점이 48.2%, 6∼10점이 41.3%였다. 글로벌 기업들보다 국내 기업들의 대응 수준이 높다(11∼15점 9.2%, 16∼20점 1.3%)는 응답은 10.5%에 그쳤다. 응답 기업 5곳 중 4곳은 자신들이 속한 산업군이 4차 산업혁명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다’ 또는 ‘영향을 받는다’고 봤다. 그럼에도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2.2%), ‘준비하고 있다’(26.7%)는 답변은 10곳 중 3곳뿐이었다. 대기업은 그나마 주요 그룹의 정보기술(IT)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준비에 속도를 내는 편이다. 삼성전자는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 내의 선행개발그룹에 인공지능(AI)랩, 빅데이터랩, 인터랙션랩 등을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H&A스마트솔루션BD(비즈니스 디비전)’ 조직을 만들어 AI와 IoT 기술 개발을 맡겼다. SK텔레콤은 박정호 최고경영자(CEO) 직속 AI 사업단을 꾸려 자회사인 SK플래닛과 함께 AI 비서와 자율주행차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문제는 중소기업이다.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 환경에 대응하고 내수 침체를 극복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느라 미래를 위한 투자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다. 이번 설문에서 ‘준비하고 있다’는 답변 비율은 중소기업(28.9%)이 대기업(36.6%)보다 훨씬 낮았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태풍에 휩쓸리면 중소기업 생태계 전체가 침몰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 대응은 더 뒤처져 정부 대응 수준에 대한 기업들의 평가는 더 부정적이었다. 선진국을 10으로 놓고 평가했을 때 한국 정부의 4차 산업혁명 대응 수준이 1∼5점 사이라는 답변이 57.0%로 압도적이었다. 6∼10점이 36.6%였다. 선진국보다 한국의 대응 수준이 낫다는 답변은 고작 6.4%뿐이었다. 평균 6.3점은 기업들이 스스로 매긴 7.1점보다 0.8점이나 낮은 수치다. 정부와 기업들의 대응 수준이 떨어지는 이유(2개 복수응답)에 대해서는 ‘과도한 규제 및 법적 인프라 부족’이 22.3%로 가장 많이 꼽혔다. ‘전문 인력 및 인재 부족’이 18.6%로 뒤를 이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해 부족’(18.4%)과 ‘시대에 뒤떨어진 교육시스템’(13.8%)도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길에서 발목을 잡는 요소로 지적됐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시장 전체가 4차 산업혁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자칫 한눈을 팔다가는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서는 일반 기업들이 인식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단면들도 엿볼 수 있었다.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중 ‘AI’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 제시된 12개 기술 중 2개를 고르라는 질문에 32.5%가 AI를 선택했다. IoT가 14.9%, 빅데이터가 13.4%, 로봇이 12.8%로 뒤를 이었다. 4차 산업혁명의 영향에 대해서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10.3%)보다 ‘노동시장 붕괴’(13.6%)라는 답변이 더 많은 것도 눈에 띄었다. 4차 산업혁명이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고 생산성을 높인다는 기대가 크지만 일자리 문제에서만큼은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는 뜻이다.김창덕 drake007@donga.com·서동일 기자}

    • 2017-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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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 빅스비 갤S8를 부탁해”

    삼성전자 갤럭시 S8의 대표적 마케팅 포인트였던 인공지능(AI) 비서 ‘빅스비’의 음성지원 서비스가 스마트폰 출시보다 열흘 늦게 나왔다. 최근 붉은빛 화면, 재부팅 등 갤럭시 S8 품질 논란에 긴장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AI 비서의 도움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1일 갤럭시 S8와 S8플러스에서 ‘빅스비 보이스’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1일 출시된 갤럭시 S8 시리즈에서는 이미지 검색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찾아주는 ‘빅스비 비전’만 사용할 수 있었다.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명령을 수행하는 빅스비 보이스는 ‘AI 비서’ 기능의 핵심이다. 빅스비 보이스와 연동되는 스마트폰 내 기능 또는 애플리케이션(앱)은 사진갤러리 계산기 날씨 메시지 설정 시계 연락처 전화 카메라 빅스비비전 리마인더(부재중 전화 알림) 등 10여 개다. 삼성전자는 ‘빅스비 실험실’이라고 이름 붙인 베타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이 삼성페이 삼성헬스 카카오톡 페이스북 유튜브 등 약 30개 앱을 미리 체험해볼 수 있도록 했다. 빅스비 보이스 서비스가 다소 늦어진 것은 서비스 안정성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시간이 필요해서였던 것으로 보인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으로서는 빅스비가 갤럭시 S8의 성패를 가를 키포인트 중 하나였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빅스비 보이스가 6월까지는 영어만 지원하지만 향후 중국어, 스페인어 등으로 지원 언어를 확대할 예정이다. 한국어는 앱 업데이트를 통해 지금도 쓸 수 있다. 갤럭시 S8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한국,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아랍에미리트 등 50여 개국에서 출시됐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 2017-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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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태원의 반도체 사랑… LG실트론 지분 직접 인수 나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의 반도체 사랑은 어디까지일까. 그룹 차원의 반도체 부문 사업 확장을 추진해온 최 회장이 이번에는 직접 투자에 나섰다. 1일 SK그룹과 투자은행(IB)업계 등에 따르면 최 회장은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등이 보유한 LG실트론 지분 29.4%를 인수하는 계약을 이달 체결할 예정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과 중국 쪽 펀드 1곳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는데, 지난달 28일 채권단 측에서 최 회장을 적격입찰자로 선정해 통보했다”고 말했다. LG실트론은 반도체 칩의 핵심 소재인 웨이퍼(반도체의 토대가 되는 실리콘 재질의 얇은 판)를 제조·판매하는 회사다. 지난해 300mm 웨이퍼 부문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4위에 올라 경쟁력을 입증했다. 최 회장이 대표이사인 그룹 지주회사 SK㈜는 1월 LG그룹과 LG실트론 지분 51.0%를 620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SK㈜는 지난달 KTB프라이빗에쿼티(PE)와도 LG실트론 지분 19.6%를 인수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SK㈜와 최 회장의 인수 작업이 마무리되면 LG실트론은 SK㈜가 70.6%, 최 회장이 29.4%의 지분을 나눠 갖게 된다. 최 회장과 SK㈜가 인수하는 LG실트론의 잔여 지분 49.0%는 4000억∼5000억 원으로 알려졌다. 상법상 사명 변경, 정관 변경, 합병 등 특별 결의를 하려면 지분의 3분의 2 이상이 필요하다. SK㈜가 확보한 지분만으로도 충분한데 최 회장이 직접 사재를 투입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IB업계에서는 “중국 등 해외 자본들이 잔여 지분에 관심을 가지면서 이를 막기 위해 최 회장이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최 회장이 반도체 사업에 큰 관심을 두고 챙긴다는 점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최 회장이 인수를 진두지휘한 SK하이닉스는 2012년 그룹에 편입된 지 5년 만에 최고의 ‘캐시 카우’가 됐다. SK㈜도 반도체를 주요 신성장 산업 중 하나로 꼽고, 지난해 반도체 제조용 특수가스 제조사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즈)를 인수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 2017-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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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합병 3년째 삼성물산, 4개 분기 연속 흑자

    옛 제일모직과 합병 3년째를 맞은 삼성물산이 4개 분기 연속 흑자를 내며 정상 궤도에 올랐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물산의 1분기(1∼3월)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6조7020억 원, 1370억 원이었다. 지난해 1분기에는 매출액이 6조4870억 원이었고 4348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3% 늘었고 영업이익은 흑자로 전환한 것이다. 삼성물산은 이로써 지난해 2분기(4∼6월) 이후 4개 분기 연속 흑자를 냈다. 건설 부문은 매출액이 2조7110억 원, 영업이익이 910억 원이었다.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9% 감소하는 가운데서도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4150억 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상사 부문은 매출액 2조8690억 원, 영업이익 430억 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0.1%, 2050% 증가했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철강, 화학 트레이딩 사업에서의 매출액과 이익이 한꺼번에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물산 측은 올해부터는 점진적으로 합병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1분기에 6년 만의 첫 분기흑자를 낸 것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은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강도 높은 원가 개선, 저수익 자산 매각 등 전사적 경영 효율화를 통해 내실 강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 2017-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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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 美가전 1위 올라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가전시장인 미국에서 1위 자리를 완전히 굳혔다. 25일 미국 시장조사기관 트랙라인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분기(1∼3월) 미국 가전시장 점유율은 19.2%로 직전 분기 18.7%에서 0.5%포인트 올랐다. 트랙라인은 냉장고, 세탁기, 오븐, 전자레인지, 식기세척기 등 주요 가전을 합산해 브랜드별 점유율을 발표한다. 미국 월풀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10∼12월) 16.6%에서 올 1분기 15.7%로 떨어져 LG전자(15.8%)에도 뒤진 3위가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분기만 하더라도 시장점유율 14.7%로 월풀(16.9%), LG전자(15.7%)에 이은 3위였다. 지난해 2분기(4∼6월) 미국에서 월풀과 처음 공동 1위(16.7%)에 오른 뒤 3개 분기 만에 월풀과의 격차를 3.5%포인트로 벌렸다. 삼성전자의 가파른 상승은 냉장고과 세탁기가 이끌었다. 지난해 1분기와 올 1분기 사이 삼성전자 시장점유율은 냉장고가 16.5%에서 23.0%, 세탁기는 16.2%에서 19.7%로 올랐다. 냉장고는 2500달러 이상 프렌치도어 모델, 2000달러 이상 양문형 모델이 미국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프리미엄 시장을 이끌었다. 세탁기는 지난해 애드워시, 올해 플렉스워시 등 신제품들이 상승세를 주도했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최익수 상무는 “기존에 없었던 혁신 제품들의 인기가 지속되면서 소비자 신뢰가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 2017-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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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드림]구글플레이 인디 게임 페스티벌 ‘톱3’에 큐비 어드벤처-좀비 스위퍼-비트 레이서

    서울 홍익대 인근은 인디 밴드들의 성지로 불린다. 상업자본의 지원 없이도 그들은 독특한 음악성으로 마니아 팬들을 사로잡는다. 22일 종로구 대학로에 또 한 부류의 ‘인디’들이 출몰했다. 음악이 아닌 게임을 갖고서. 홍익대 인근 아트센터 갤러리에서 열린 ‘제2회 구글플레이 인디 게임 페스티벌 결선’이 그 무대였다. 이번 페스티벌에는 지난해 1회 때의 1.5배나 되는 400여 게임이 출품됐다. 사전 심사를 거쳐 결선에 진출한 게임은 20개였다. 이날 행사를 찾은 700여 게임 유저의 투표와 심사위원 심사로 최종 ‘톱3’가 결정됐다. 유닛파이브의 ‘큐비 어드벤처’, 아크게임스튜디오의 ‘좀비 스위퍼’, 릴라소프트의 ‘비트 레이서’가 그 주인공이다. 최준원 유닛파이브 대표(43·사진)는 건축학 전공자다. 그러나 그는 교육 콘텐츠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만들던 벤처기업에서 잔뼈가 굵었다. 그는 교육용 모바일게임을 직접 만들기 위해 2014년 1월 지금의 회사를 창업했다. 큐비 어드벤처는 귀여움으로 무장한 캐릭터 ‘대니’를 앞세운 콘솔 게임이다. 최 대표를 포함한 7명의 유닛파이브 직원은 14일 공식 출시된 큐비 어드벤처의 ‘대박’을 꿈꾸고 있다. 최 대표는 “대규모 자본 투자 없이 게임을 개발하는 게 여전히 어렵지만 최근에는 독립 개발사들이 좋은 퀄리티의 게임을 많이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본격 추적 B급 액션 퍼즐 게임’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좀비 스위퍼는 아크게임스튜디오의 작품이다. 이 회사의 임직원은 임원호 대표(40) 한 명이다. 게임 스타트업에서 일하던 그는 3년 전 회사를 나왔다. 하지만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갈증은 여전했다. 결국 2년 전부터 홀로 게임 개발에 나섰다. 3년째 이어진 ‘수입 0원’의 생활은 버거운 여정이었다. 그나마 지난해 정부에서 주최하는 ‘게임 창조 오디션’에서 2등을 차지해 3000만 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경기 성남시 판교의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입주하는 혜택도 받았다. 임 대표는 “이번 구글 대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국내 출시 일정을 8, 9월로 앞당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릴라소프트의 비트 레이서는 스테이지별로 적용된 음악에 맞춰 나오는 비트들을 삼키면서 달리는 리듬액션 기반 런게임이다. 홀로그램 기술업체 디스트릭트의 사내벤처로 시작한 릴라소프트는 지난해 독립했다. 김준한 대표(44)를 포함해 3명이 전부인 스타트업이다. 비트 레이서는 이미 애플 앱스토어에는 1년 전 출시됐고 구글 앱마켓에서도 지난해부터 서비스되고 있다. 김 대표는 주로 대외 투자유치 활동을 맡고 개발은 최종민 실장(35) 등 2명이 전담하고 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 2017-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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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창덕]‘아더스’ 전성시대를 기다린다

    “Others.” 조너선 웨츨 매킨지글로벌연구소장의 13일 세계경제연구원 초청강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단어였다. 미국에서 지난 20년간 가장 빠르게 증가한 직군이라고 했다. 청중 사이에서 작은 동요가 일었다. ‘Others’, 즉 ‘기타’는 기존 직업군으로는 분류하기 어려운 직업들이다. 그만큼 새로운 직업, 그것도 과거에는 없었던 일자리들이 빠르게 생겨나고 있다는 의미다. ‘Others’는 미국 일자리 시장의 생동감을 대변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되면 이런 변화는 더 거세질 것이다. 이상철 전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지난달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여태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일 것”이라고 했다. 하나의 아이디어로 태동한 비즈니스 생태계가 단숨에 10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설명이다. 단순히 기존 기업들이 채용을 늘려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던 것과는 다른 형태다. 한국 경제의 현주소는 이런 변화와 거리가 멀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보통주와 우선주를 더해 320조 원이다.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인 1387조 원의 23%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액 202조 원은 올해 정부 전체 예산 401조 원의 절반이다. 한 기업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라고는 믿기 힘든 수치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이른바 ‘스페셜 원(Special One)’들은 한국 경제를 지금에까지 이르게 한 주역들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들 대기업에만 기댈 수는 없다.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위해 기업들이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짜듯 국가 경제도 주력 산업과 신산업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야 살아 숨쉬게 된다. 하지만 새로운 산업,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시도는 정부와 정치권이 무분별하게 쌓아온 규제의 장벽에 번번이 막혔다. 아일랜드는 1845년부터 5년간 극심한 감자 대기근을 겪었다. 인구 850만 명 중 100만 명이 굶어 죽고, 100만 명은 배고픔 때문에 나라를 떠났다. 결정적 원인 중 하나는 단일 품종에 대한 절대적 의존이었다. 생산성이 좋고 아일랜드인 입맛에 맞아 대부분 농가에서 재배하던 감자가 하필 당시 유행한 진균류 곰팡이에 취약했던 것이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당장의 수익만 생각하다 새로운 품종을 키워내지 못한 게 아일랜드 전체에 독이 된 것이다. 이는 농업뿐 아니라 경제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답은 정해져 있다. 새로운 산업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환경을 마련하는 게 시작점이다. 미국에서 ‘Others’가 급격히 증가한 배경이 그랬다. 한국에서는 드론 하나 날리기 어렵고 자율주행차도 연구소에서만 겨우 시범운행을 한다. 벤처 투자업계도 ‘될성부른 떡잎’을 찾기보다 당장이라도 제품을 팔 수 있는 ‘잘 자란 잎’에만 돈을 댄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려도 눈에 보이는 제품을 만들기 전까지는 누구도 투자하려 하지 않는다. 부모와 친척, 친구 돈까지 모두 끌어다 쓰다 보니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미국, 이스라엘 등 벤처 강국들은 아이디어, 시제품, 상용 제품 등 기업이 성장하는 단계별로 전담하는 투자 펀드들이 있다. 대선 후보들의 경제 공약, 일자리 공약들이 하나씩 나오고 있다. 공공부문 일자리 수십만 개를 만든다느니, 청년수당을 몇십만 원씩 쥐여주며 중소기업 일자리를 늘린다느니 하는 약속들은 실망스럽다. 신산업에 대한 사전 규제는 보고서를 들춰볼 것도 없이 무조건 없애버리겠다는 선언이 나왔으면 한다. 다음 달 9일 내 소중한 한 표는 그 후보의 몫이다.김창덕 산업부 차장 drake007@donga.com}

    • 2017-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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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태원 회장 글로벌 행보 재시동

    최태원 SK그룹 회장(57)이 검찰의 불기소 결정으로 4개월간의 출국금지 족쇄가 풀리게 됐다. 최 회장은 일본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부 인수 타진, 중국 내 신규 프로젝트 재추진 등 적극적인 해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미국, 중국, 일본 등의 비즈니스 파트너들과의 네트워크 강화와 SK그룹의 현지 사업을 점검하기 위한 출장 일정 짜기에 들어갔다. 해외 파트너들과의 약속을 단기간 내 확정하긴 힘들지만 이르면 이달 내 출국할 가능성도 있다. 1순위는 도시바로부터 분사한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을 직접 진두지휘하는 일이다. 글로벌 낸드플래시 5위 기업인 SK하이닉스가 2위인 도시바 메모리 전체를 인수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일본 도시바 측과 직접 담판을 짓거나 미국으로 건너가 공동 인수에 나설 파트너를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내 대형 프로젝트들을 재추진하는 것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둘러싼 한중 갈등으로 인해 SK그룹 계열사들이 추진하던 신규 사업들은 대부분 멈춰 서 있다. 최 회장은 2월 그룹 임원 모임에서 “중국에서 잊혀질까에 대한 두려움”을 언급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월 중국 내 전기자동차 배터리 제조 공장 설립을 “연내 발표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지에서의 협상이 지연되면서 현재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영국 BP로부터 중국 상하이세코 지분(50%)을 인수하는 프로젝트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7차례나 중국을 찾았지만 ‘최순실 사태’와 관련한 기업 수사가 본격화한 지난해 10월부터 사실상 발이 묶였다. SK그룹의 ‘간판’인 최 회장으로서는 수개월간 단절된 해외 고위급 비즈니스 파트너들과의 네트워크를 다시 강화하는 게 중요한 과제다. 최 회장 본인도 1월 다보스포럼, 3월 보아오포럼 등에 잇달아 참석하지 못한 데 대해 많은 아쉬움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다음 달 열릴 중국 상하이(上海)포럼 참석은 거의 확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행보도 보다 적극성을 띠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6월 최 회장과 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모두 참석했던 ‘확대경영회의’는 올해도 열린다. 최 회장이 CEO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건 지난해 10월 ‘지속가능한 행복을 위한 변화와 도전’을 주제로 마련한 CEO 세미나 이후 처음이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 2017-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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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 무대가 없어” 길거리 오디션 나온 클래식 전공자들

    “저희들이 설 만한 무대가 없잖아요.” 해가 지면서 화려한 네온사인이 불을 밝혀 가던 15일 저녁 서울 신촌 스타광장. 조금은 특별한 오디션이 지나가는 시민들의 걸음을 붙잡았다. 이미 대학을 졸업했거나 졸업을 앞둔 클래식 음악 전공 청년들이 참가한 ‘길거리 경연’이었다. 관객들은 젊은이들의 패기 넘치는 공연에 큰 박수를 보냈다. 100여 개 좌석은 꽉 찼고 지나던 발걸음을 멈추고 공연을 지켜본 이들이 어림잡아 수백 명이었다. 경연에 참가한 백석영 씨(23·여)는 “대학에 입학한 뒤에야 선배들을 보면서 연주 기회가 너무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됐다”며 “연주할 기회를 갖게 된 것만으로도 기쁘다”고 말했다. 백 씨 등 20대 중반 여성 색소폰 연주자 4명이 지난해 12월 결성한 팀 이름은 ‘색소폰콰르텟’. 이 팀은 이수연 씨(24)가 우연히 경연 참가자 모집 현수막을 본 뒤 연주 모습을 직접 동영상으로 찍어 신청했다. 연세대 성악과 선후배 사이인 류경임(29·여·졸업), 김우진 씨(28·4학년)는 ‘신촌 남매’라는 듀엣을 이뤄 참가했다. 김 씨는 “무대가 너무 간절했다. 우리 같은 청년들이 노래할 수 있는 곳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번 경연에는 30여 팀이 신청해 10개 팀이 이날 오전 같은 장소에서 예선을 치렀다. 본선에는 나란히 유학을 준비하고 있는 이욱재(30), 김우진 씨(26)의 ‘바리스타’와 대학원생인 박요셉 씨(25)까지 총 4팀이 올랐다. 색소폰콰르텟과 박 씨가 공동 1등으로 상금 100만 원씩, 바리스타와 신촌 남매가 공동 2등으로 상금 50만 원씩을 받았다. 이번 프로젝트는 비영리전문예술법인 ‘인씨엠예술단’이 청년 세대의 꿈을 응원하기 위해 마련했다. 노희섭 인씨엠예술단장(47)은 “해외 공연 직수입 확대 등으로 국내 음악인들의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청년들도 절박한 심정일 것이라는 생각에 이번 기획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은 노 단장의 300번째 길거리 공연이 열린 날이기도 했다. 국내 유일의 ‘성악 버스커’인 그는 경연에 앞서 가곡 ‘선구자’와 ‘목련화’, 오페라 ‘카르멘’ 중 투우사의 노래 등 10곡을 불렀다. 그는 클래식의 본고장 유럽에서 길거리 공연을 펼치기 위해 19일 출국한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 2017-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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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업의 5%는 자동화로 완전대체”

    “100%의 직업이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자동화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매킨지의 조너선 웨츨 글로벌연구소장은 “원헌드레드 퍼센트(one hundred percent)”라는 말에 특히 악센트를 줬다. 13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세계경제연구원 조찬강연회. 웨츨 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자동화, 일자리, 직업의 미래’를 주제로 일자리의 미래를 그려냈다. 그는 5%의 직업에서는 일자리의 100%가 기계로 대체되고, 60%가량의 직업에서는 30% 정도의 일자리가 자동화될 것으로 봤다. 최고경영자(CEO) 10명 중 3명 이상이 기계에 자리를 내줄 것이라고도 했다. 장밋빛 미래상에 가려진 4차 산업혁명의 ‘우울한 모습’들이다. 1시간여의 강연과 30분 남짓 진행된 질의응답을 통한 그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기존 일자리는 결국 기계로 대체될 수밖에 없으므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인간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웨츨 소장은 “같은 업종 내에서도 디지털화 측면에서 상위 10% 기업이 전체 이익의 50%를 가져가고 이에 뒤처진 기업들은 도태되고 있다”고 했다. 당장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디지털화를 머뭇거리다간 오히려 기업의 생존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지난 20년간 모든 직업 중 가장 빠르게 일자리가 증가한 분야가 ‘기타’라고 했다. 과거에는 없었던 새로운 직업들이 생겨나면서 특정 직업군으로 분류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면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기타 직업’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4차 산업혁명을 누가 주도하느냐에 대한 그의 의견은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균형을 맞추는 모델’로 요약된다. 웨츨 소장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원천은 민간”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기업들이 이슈를 만들어내면 정부는 모든 참여자의 대표 자격으로 기준을 만들고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웨츨 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조건 중 하나로 노동유연성을 꼽았다. 그는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직업훈련 투자가 가장 낮은 한국도 디지털화에 대비한 교육 방식 개혁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 2017-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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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닉스 인수 5년… SK, 수출기업으로 날아 올랐다

    ‘내수 기업에서 수출 기업으로….’ 5년 전 인수한 SK하이닉스가 SK그룹의 체질을 ‘수출 주도형’으로 바꿔 놓았다. 정유와 석유화학 등 에너지 부문과 함께 그룹의 ‘양 날개’인 정보통신기술(ICT) 부문은 매출액의 절반을 수출로 거둬들이고 있다. 8일로 창립 64주년을 맞은 SK그룹은 더 이상 ‘내수 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지 않게 됐다. 9일 SK그룹에 따르면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 C&C사업, SK플래닛 등 그룹 내 ICT 계열사들은 지난해 총 37조4000억 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이 중 17조 원(45.5%)이 수출액이었다. 지난해 ICT 부문 수출액은 그룹 전체 수출액의 약 3분의 1을 차지했다. 2014년부터 이어진 저유가 기조로 에너지·화학 부문 수출액이 줄어드는 사이 ICT 부문이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 준 것이다. 2011년만 하더라도 SK그룹 ICT 부문의 전체 매출액 17조6000억 원 중 수출이 1300억 원(0.7%)에 불과했다. SK텔레콤이 2000년대에 미국, 베트남 등 해외 진출을 노렸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SK㈜ C&C사업도 주로 그룹 일감이나 국내 공공사업에만 주력했다. 2012년 3월 새 식구가 된 SK하이닉스의 ‘수출 중심’ 사업 방향은 다른 ICT 계열사로도 전염됐다. SK㈜ C&C사업은 지난해 7600억 원을 수출했다. 2011년 대비 약 7배로 늘어났다. SK플래닛의 경우 2013년 터키, 2014년 인도네시아, 2015년 말레이시아 등 해외 오픈마켓 시장에 잇달아 진출했다. SK그룹 전 계열사의 지난해 수출액 합계는 524억 달러(약 59조7400억 원). 한국 전체 수출액 4954억 달러(약 564조7600억 원)의 10.6%나 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00년대 중반부터 에너지·화학 중심의 사업구조만으로는 시장 정체에 따른 ‘슬로 데스’ 가능성을 경고해 왔다. 하이닉스를 인수하면서 그룹을 에너지-ICT ‘투톱’ 체제로 재편한 것도 이런 판단에서다. 적극적인 ‘글로벌 파트너링 전략’으로 해외 진출 및 수출을 늘려나간 것도 마찬가지다. SK그룹은 차세대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투자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사상 최대인 7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SK그룹에 편입되기 전 연간 투자금액 3조5000억 원의 두 배에 해당한다. SK텔레콤은 인공지능(AI) 사업에 주력하기 위해 이달 초 최고경영자(CEO) 직속의 AI사업단을 신설했다. 5세대(5G) 통신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적용한 자율주행차 등에도 대규모 투자계획을 세웠다. SK㈜ C&C사업은 미국 IBM의 왓슨 기반 AI 기술 ‘에이브릴’을 국내 의료 분야에 도입하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 2017-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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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도체 호황에 갤S8 가세… 2분기 13조 부푼 꿈

    ‘항공모함에서 초고속 스마트 함정으로.’ 삼성전자의 최근 전략 선회를 한 문장으로 요약한 것이다. 7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1분기(1∼3월) 잠정 매출액 50조 원은 전년 동기(49조7800억 원)와 큰 차가 없다. 그 대신 영업이익은 9조9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조6800억 원)보다 50% 가까이 늘어났다. 과도하게 덩치를 키우지 않으면서 최대한 이익을 남기는 전략을 선택한 결실이다.○ ‘몸집’ 대신 ‘효율성’ 선택 삼성전자는 창립 40주년을 맞은 2009년 10월 ‘2020년 글로벌 10대 기업 도약’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이때 세웠던 목표가 2020년 매출액 4000억 달러(약 452조 원)였다. 그해 136조 원이던 매출액 규모를 11년 만에 3.3배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이었다. 실제 2013년 매출액 229조 원을 기록할 때만 해도 이 계획은 유효했다. 하지만 2014년 ‘갤럭시 S5’의 실패로 매출액이 206조 원으로 뒷걸음질하면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삼성전자는 2014년 9만9400명, 2015년 9만6900명, 지난해 9만3200명으로 국내 직원 수를 줄였다. ‘연간 200조 원 매출액’에 맞는 몸집을 유지하면서 글로벌 시장 변화에 좀 더 긴밀하게 대응하겠다는 경영진의 판단이 반영됐다. 반면 영업이익은 빠르게 회복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7∼9월) ‘갤럭시 노트7’ 단종으로 인한 직접 손실 규모가 3조5000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4분기(10∼12월)에도 2조5000억 원의 간접 기회 손실을 입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도 연간 영업이익을 29조2000억 원까지 끌어올렸다. 갤럭시 노트7 여파로 인한 간접 손실은 올 1분기에도 1조 원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영향만 없었다면 2013년 3분기의 최대치(10조1600억 원)를 경신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1분기 영업이익률 19.8%는 전년 동기 대비 6.4%포인트나 뛰어오른 것이다. 삼성전자의 효율성 극대화 전략이 제대로 먹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분기 전망도 장밋빛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0.57% 하락한 208만 원에 거래를 마쳤다. 차익 실현 매물을 쏟아낸 투자자가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15.4% 올랐다. 금융투자업계는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2분기(4∼6월)에 사상 최고치를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뿐 아니라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 모든 부문에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며 2분기 영업이익을 13조4000억 원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2013년 36조8000억 원을 넘어 새 기록을 쓸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갤럭시 S8’과 ‘갤럭시 S8플러스’가 앞에서 끌고 반도체가 당분간 뒤를 든든하게 받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갤럭시 S8 시리즈의 연간 판매량은 갤럭시 S7과 S7엣지가 1년간 팔린 5000만 대를 훌쩍 넘어 6000만 대까지 이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갤럭시 S8 예약판매 첫날인 7일 국내 이동통신 판매점에는 고객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지난해 노트7 때(2주일간 약 40만 대)보다 1.5배쯤 열기가 높다”고 했다. 반도체의 경우 초미세 공정 기술 개발에 대대적으로 투자해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벌린 ‘초격차 전략’이 산업 호황기와 만나 빛을 발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부문은 18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급 D램과 48단 3차원(3D) 낸드플래시 등으로 압도적 세계 1위의 지위에 흔들림이 없다. 비(非)메모리반도체 부문도 2015년 14나노급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공정을 상용화한 데 이어 올해는 10나노급으로 경쟁력을 강화했다. 한편, 삼성촉진펀드는 최근 골드만삭스, 델파이, 미디어텍 등과 함께 이스라엘의 반도체 스타트업 발렌스에 6000만 달러(약 678억 원)를 투자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을 대규모 기업 인수합병(M&A)에서는 오너 리스크가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대형 M&A 등 투자 적기를 놓친다면 4차 산업혁명 선도 경쟁에서 점차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김창덕 drake007@donga.com·이건혁 기자}

    • 2017-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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