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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회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시한 ‘3대 공동체 통일 구상’의 구체적인 로드맵이 제시됐다. 박종철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센터 소장은 ‘3대 공동체 통일구상의 특징과 이행구도’라는 발표를 통해 이 대통령이 제기한 ‘평화공동체, 경제공동체, 민족공동체’를 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인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남북한 통합 단계(화해협력→남북연합→통일)별로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에 대한 액션플랜을 제시했다. 박 소장은 3대 공동체의 추진 순서에 대해 “평화공동체를 우선으로 시작하되 약간의 시차를 두고 경제공동체를 추진하고 평화공동체와 경제공동체를 바탕으로 민족공동체를 완성하는 순차병행론이 적절하다”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평화공동체 추진을 위해 정부는 화해협력 단계에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착을 이루고 남북연합 단계에서 군비통제와 군축 문제를 해결한 뒤 통일단계에서 최종적인 군사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제안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대한적십자사(총재 유종하)는 31일 북한에 100억 원 상당의 수해 구호 물자 지원을 제의하는 통지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한적이 26일 북측 조선적십자회에 통지문을 보내 지원 의사를 전달했으나 북측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아 오늘 긴급 지원의 취지를 알리는 차원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북측에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통지문에서 비상식량과 생활용품, 의약품 등 100억 원 규모의 긴급 구호물자를 신의주 지역(중국 단둥 경유)과 개성 지역(경의선 육로 경유)에 전달하겠다고 제의했다. 대북 통지문은 26일과 마찬가지로 개성공단관리위원회를 통해 북측에 전달했다. 북측이 수해 물자 지원을 수용하면 한적은 자체 재원과 남북협력기금에서 일부 지원을 받아 물자를 지원할 예정이다. 정부는 2000년대 들어 2005년 1억9000만 원, 2006년 863억 원, 2007년 589억 원 상당의 수해 구호물자를 북한에 지원한 바 있다. 정부 당국자들은 “이번 지원은 북측 지역의 수해에 대한 인도적 긴급 지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한나라당이 제기한 대북 쌀 지원과는 관련이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지원 규모가 과거보다 크지 않은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지원이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북한이 수해 물자를 받아들이고 나포된 대승호 석방 등 인도적 화답을 할 경우 남북관계가 진전될 가능성이 크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치자금을 관리하고 있는 39호실은 북한에 의해 저질러지는 국가적인 범죄의 온상으로 꼽히고 있다. 북한은 정권을 지탱할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1974년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산하 비서국 소속으로 ‘39호실’을 설치했다. 여기서 슈퍼노트(100달러 위폐) 제작과 담배 위조, 아편 재배, 마약거래 같은 불법 행위를 주도했고 김정일 정권을 지탱하게 하는 사치품 수입의 창구 역할도 도맡아왔다. 미 국무부는 39호실이 평안남도 상원에서 히로뽕을 생산했고 소규모의 북한 밀수단을 통해 한국과 중국에 히로뽕을 공급했다고 지적했다. 또 39호실은 함경북도와 평안북도에 아편농장을 운영하면서 함흥과 나진에서 아편과 헤로인을 생산하고 있다는 게 미 국무부의 분석이다. 지난해엔 1500만 달러에 이르는 이탈리아제 초호화 요트 두 척을 구입해 북한으로 보내려다 이탈리아 정부 당국에 적발된 적이 있다. 이에 앞서 2005년에는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됐던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을 통해 불법 자금세탁을 기도한 적도 있다. 39호실은 북한의 주요 금융기관인 대성은행과 고려은행 등을 갖고 있으며 문천금강제련소와 원평대흥수산사업소, 대성타이어공장 및 기업 100여 곳을 직접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루스 벡톨 미 해병참모대 교수와 폴 렉스턴 칸 미 육군전쟁대 부교수는 3월 공동 저술한 ‘범죄주권, 북한의 불법적인 국제활동에 대한 이해’ 보고서에서 39호실을 ‘북한 국가범죄 본산’이라고 지목했다.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 김영철 인민무력부 정찰총국장 ▼군부내 핵심 강경파… 김정은 업고 실세로 올해 3월 26일 북한의 천안함 폭침사건을 주도한 인물로 정부 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김영철 인민무력부 정찰총국장(64·사진)이 미국의 금융제재 리스트에 포함됐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보복 조치 성격이 강한 것으로 관측된다. 고위 탈북자들에 따르면 김 총국장은 2000년대 초 김일성군사종합대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에게 군사문제를 가르친 인물로 2009년 김정은이 후계자로 지명된 이후 권력 실세로 급부상했다. 김 총국장은 이후 노동당의 작전부와 35호실, 인민군 내 정찰국 등 노동당과 군부에 흩어져 있던 대남 정찰조직을 하나로 통폐합하는 작업을 진두지휘했으며 그 결과 만들어진 정찰총국의 초대 수장 자리에 올랐다. 김 총국장은 이 과정에서 군 내부의 각종 이권사업과 외화벌이 조직, 고급 주택과 승용차 등 특권을 독차지하면서 오극렬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등 군의 선배들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오 부위원장은 “이마에 피도 안 마른 놈이 너무 설친다. 손 좀 봐줘야겠다”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국장은 남북 장성급회담 대표단으로 오래 활동했던 북한 군부 내 대남 신진 강경파로 2008년에는 국방위 정책국장 자격으로 개성공단에 내려와 12·1조치(남북 육로 통행 제한)를 진두지휘했다. 남북 장성급회담 대표단에서 오랫동안 그의 수하로 일했던 박임수와 이선권 등이 현재 국방위 정책국에 포진해 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30일 오후 8시 전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 보도는 A4 용지 7쪽 분량으로 김 위원장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비롯한 다양한 동정들이 상세히 담겨 있었다. 올해 5월 김 위원장 방중 때의 보도와 비교해 보면 북한이 이번 방중에 상당히 만족스러운 평가를 내렸음을 보여준다.○ 5월과 8월의 첫 보도 차이는 ‘디테일’이번 보도가 5월 방중 때 나온 보도와 가장 다른 점은 섬세하고 감성적인 묘사였다. 방중 첫날인 26일 김 위원장이 중국 지린(吉林) 시의 위원중학교와 베이산공원 등을 방문한 사실을 전한 대목이 대표적이다.“김정일 동지께서는 80여 년 전 학창시절 어버이 수령님의 체취가 슴배어 있는(스며들어 있는) 책걸상을 비롯한 귀중한 사적물들을 경건한 심정으로 보시며 만단심회를 금치 못하시었다.… 김정일 동지께서는 방문을 마치시고 학교에 ‘조중(북-중) 친선의 상징이며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육문(위원)중학교가 훌륭한 일군을 더 많이 키우기를 바랍니다’라는 친필을 남기시었다.”이에 비해 5월 7일자 중앙통신의 첫 보도는 김 위원장이 다롄(大連)과 톈진(天津) 등을 방문해 경제시설을 돌아보고 관계자들과 환담했다는 내용을 건조한 문체로 보도했다. 5월 방중이 중국의 경제지원 촉구에 한정돼 있었던 반면 8월 방중은 임박한 3대 세습을 앞두고 김일성 주석의 유적지를 돌아본다는 목적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혼란스러운 5월 보도에 비해 정돈된 형식 5월 보도는 A4 용지 3쪽 분량으로 비교적 짧았고 여러 측면에서 북한 지도부의 내부 혼란을 내비쳤다. 김 위원장이 귀국도 하기 전에, 중국 측 보도보다 1시간 빨리 불쑥 보도가 나왔다.또 5월 보도 내용에는 김 위원장과 후 주석의 정상회담 부분이 빠져 있었다. 정상회담 내용과 각종 연설문 등은 다음 날에야 보도됐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 내용에 다소 불만을 가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이번 보도는 달랐다. 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국경을 넘어선 시간에 중국 신화통신과 맞춰 정상회담을 포함한 모든 일정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두 정상의 연설문도 동시에 공개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연설문에서 ‘대를 이어’라는 표현을 두 차례, ‘세기를 이어’라는 구절을 한 차례 사용하며 이번 방중이 3대 세습의 정당화에 있음을 드러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북한이 미국과 국제사회의 금융 제재를 피하고 대량살상무기(WMD) 수출을 계속하기 위해 제재 대상 기업의 이름을 바꾸거나 수출 송장에 내용물을 허위 기재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한미 정보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4월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를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자 이 회사의 이름을 갑문토성무역으로 바꿨다. 북한은 또 무기 수출 기업인 단군무역회사가 지난해 5월 제2차 핵실험 후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에 포함되자 자성당무역회사로 이름을 바꿨다.이번에 미국의 추가 제재 대상에 포함된 청송연합은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와 단군무역회사 등이 제재를 당해 이름을 바꾼 지난해 하반기에 등장해 최근까지 활발하게 활동한 회사로 한미 정보당국의 추적 대상이 돼 왔다. 한편 북한은 지난해 국제사회의 제재 강화에 따라 무기 수출이 어렵게 되자 화물세탁과 중국을 통한 우회수송 방식을 개발했으며 수출 송장에 군수품을 민수품으로, 어뢰를 ‘수산물가공장비(processing equipment for fish)’로, 대전차로켓포탄을 ‘석유시추기(oil boring machine)’로 허위 기재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정부 관계자는 “한미 정보당국은 국제사회와 공조해 북한의 회사 이름 세탁과 송장 허위 기재 행위 등을 적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북한이 계속 새로운 수법을 개발하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방중 닷새 만인 30일 오후 북한으로 돌아갔다. 김 위원장은 이날 헤이룽장(黑龍江) 성 하얼빈(哈爾濱)을 떠나 무단장(牡丹江)과 투먼(圖們)을 거쳐 오후 8시경(한국 시간) 국경을 넘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은 27일 지린(吉林) 성 창춘(長春)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북-중 정상회담을 가졌다”면서 “김 위원장은 중국과 긴밀한 대화와 협력을 통해 조속한 시일 안에 6자회담을 재개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 자리에서 “한반도의 긴장국면을 완화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후 주석은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비핵화를 위해 다시 6자회담을 재개해 한반도의 국면전환 노력을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은 창춘 정상회담에서 △고위층 간 교류 △경제협력 강화 △전략적 소통 강화 등에 합의했다고 이 통신은 보도했다. 특히 양국 정상은 변경지역 간 교류 협력을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는 김 위원장이 북-중 국경을 넘기 전인 이날 오후 류우익 주중한국대사에게 김 위원장의 방중 경위와 북-중 정상회담 결과를 상세히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후 북-중 정상회담 관련 보도를 내고 김 위원장이 후 주석에게 “복잡다단한 국제정세 속에 조중(북-중) 친선의 바통을 후대들에게 잘 넘겨주는 것은 우리들의 역사적 사명”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등 수행원 명단을 보도했으나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경희 노동당 경공업부장과 3남 김정은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김정은의 동행 여부가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정부는 동행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투먼=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두 차례나 이뤄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북-중 밀월관계를 과시한 행보였다. 김 위원장이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평양에 남겨두고 북-중 혈맹의 역사가 깃든 동북3성으로 달려가 중국 지도부와 만난 것은 동북아시아의 ‘한미일 대(對) 북-중 대결구도’를 절묘하게 연출해냈다.이에 따라 천안함 사건 이후 동북아시아에 형성된 ‘미니 신(新)냉전 기류’가 앞으로 더욱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기류는 한미일 3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대응하기 위한 북-중 간 일시적 공조일 뿐 북한 대외정책의 큰 방향을 전환(빅 턴·big turn)하기 위한 내부 정지작업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북-중 밀월로 형성된 신냉전 기류김 위원장의 방중은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사면초가에 몰린 북한이 후원자인 중국과의 협력관계 강화를 과시함으로써 국제사회의 본격적인 대북 제재에 맞설 수 있음을 대외에 과시하고자 마련된 계산된 외교 행보로 보인다. 실제로 이번 방중을 통해 북핵 6자회담 참가국 간 미묘한 대결구도를 북측에 유리하게 돌려놓는 효과를 얻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북한은 올해 초까지도 관련국들이 북한의 비핵화를 압박하는 ‘한미일중러 5개국 대 북한’이라는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북한 포위 구도가 일거에 바뀐 계기는 천안함 사건이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 채택 과정에서 6자회담 참가국 간의 의견이 갈리면서 ‘한미일 대 북중러’의 기류가 형성된 것이다.◆ 대화냐 대결이냐… 北돌아간 김정일 태도에 달려 ◆환추시보 “안정이 中에 유리”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계산된 모험주의’에 따른 것이라는 일각의 분석에 힘을 실어주는 것도 이런 결과적 현상 때문이다. 이후 한미일 3국이 기존의 5자 간 협력구도를 복원하려고 재시도하는 가운데 김 위원장은 이번 방중으로 다시는 포위 구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중국 관영 환추시보는 30일 사설에서 ‘북-중 특수관계’를 강조하며 “북-중 간 안정적인 우호관계가 중국에도 가장 유리하다는 것으로 보여주는 때”라고 주장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이날 오후 김 위원장의 방중 소식을 전하면서 “오랜 전통을 가진 조-중 친선은 역사의 풍파와 시련을 이겨낸 친선으로서 세월이 흐르고 세대가 바뀌어도 달라질 수 없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소개했다.앞으로 북-중 양국은 대북 제재 해제와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내세워 6자회담 재개 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천안함 사건에 대한 일정한 수준의 사과 또는 유감표시 없이는 대화 재개에 나서기 어려운 한국과 미국을 설득하기는 어려울 것이어서 당분간 한미일 대 북-중의 미묘한 대결구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북-중 관계 실체는 다를 수도한편에선 김 위원장의 방중이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중국의 협조를 구하려는 데 초점을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봉현 기업은행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이 3대 세습을 원만하게 완수할 경제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대북 금융제재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국과의 관계를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에 따라 북한이 중국의 후원을 업고 미국과 남한과의 대화를 시도하는 전면적인 대화 국면이 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002년 하반기 북한이 7·1경제관리개선조치를 단행하고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와 미국의 제임스 켈리 국무부 차관보를 평양으로 초청하는 등 대외적인 전방위 유화 제스처를 편 것과 같은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나아가 북-중 밀월은 외형적으로 비치는 것일 뿐 실제 북-중 관계는 다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중국이 북한 얘기만 들어주고 한국과 멀리하려고 했다면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를 파견했을 리 없다”고 말했다. 중국도 천안함 사건 이후 한미 연합훈련과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싼 미-중 간 갈등기류가 장기화되는 것을 피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한미, 대화국면으로 전환 준비?한국과 미국도 북한을 그대로 방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는 올해 11월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북한 문제의 안정적 관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태다. 한 고위 당국자는 “동해에 미국 군함을 띄워놓은 상태에서 G20 정상회의를 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한 문제로 발목이 잡혀 있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는 북한과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성도 없지 않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27일 정상회담으로 확인된 북-중 밀월관계는 결과적으로 천안함 폭침사건이 북한의 군사적 모험주의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에 힘을 실어주게 됐다. 3월 26일 천안함 폭침사건이 일어나자 전문가들은 북한이 중국과의 동맹 강화를 위해 무력도발을 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중국이 국제주의 노선을 지향하면서 북한에 대한 관심을 줄이자 중국과 맞닿은 서해에서 분쟁을 일으켜 불만을 표시하고 경고를 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중국은 국제적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북한을 지지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천안함 사건 이후 5월과 8월 두 차례의 방중을 통해 중국의 정치적 경제적 지원을 이끌어내고 한미관계 강화에 대응한 북-중 관계의 강화에 성공했다. 북한은 과거에도 소련, 중국과의 동맹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한반도에서의 무력분쟁 가능성을 활용해 왔다. 김일성 주석이 1975년 남베트남 패망을 앞두고 실제 속내와는 다르게 남침을 하겠다며 소련과 중국에 지원을 요청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신종대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은 계산된 모험주의를 통해 소련 중국에 대한 자신의 전략적 가치와 (경제적 지원의) 협상력을 높여왔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이 북한을 방문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따돌리고 후 주석을 만난 것은 북한이 목표로 하는 전략적 구상의 방향을 잘 보여주고 있다. 또 후계구도를 안착시키기 위해서 한반도가 여전히 긴장과 대결 상태라는 것을 내부에 각인시키면서 후계자를 중심으로 ‘일치단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앞으로 북한은 중국을 통한 생존전략을 심화시킬 것이며 한국과 미국의 영향력은 더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한미일’ 대(對) ‘북-중 동맹’의 대립과 블록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방패막이 역할을 자임하면서 한반도 정세 악화의 비난을 한미 양국의 군사훈련에 떠미는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다음 달 초 개최되는 노동당 대표자회에 참석할 대표자로 추대됐다. 북한 대내용 라디오 방송인 조선중앙방송은 “25일 4·25문화회관에서 조선노동당 대표자회에 참석할 대표자를 뽑는 조선인민군 당 대표회가 진행됐다”며 “김정일 동지를 대표자로 높이 추대하기로 하는 결정서가 만장일치로 채택됐다”고 27일 보도했다. 이 방송은 김 위원장 외에 누가 대표자로 선출됐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때도 군(軍) 소속 선거구에서 후보자로 선출돼 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6일 노동신문을 인용해 “조선노동당 대표자회를 앞두고 최근 시군 당 대표회들이 진행됐다”고 전해 노동당 대표자회 준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알렸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중국 방문 이틀째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7일 오후 지린(吉林) 성 창춘(長春)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정상회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중에는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지명된 것으로 알려진 3남 김정은도 함께 간 것으로 전해졌다.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후 주석과 김 위원장은 이날 김 위원장이 묵고 있는 창춘의 난후(南湖)호텔에서 만났다. 후 주석은 휴양 차 동북 3성에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반경 지린 시에서 창춘에 온 뒤 줄곧 호텔에서 나오지 않아 중국 지도부와 장시간 회담한 것으로 소식통들은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이 5월에 이어 이례적으로 3개월 만에 다시 방중한 데다 김정은과 동행해 이번에는 주요 의제가 후계자 문제였을 거라고 북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또 정상회담에서는 양국 간 경제협력 확대방안, 6자회담 재개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하루 전날인 26일 후 주석을 만났다는 얘기도 나왔으나 정부 소식통은 “정부는 김 위원장과 후 주석이 27일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를 부인했다. 김 위원장이 중국 고위층과의 회담을 마친 만큼 28일 북한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단둥(丹東) 또는 지안(集安) 투먼(圖們) 등 어느 도시를 거쳐 돌아갈지는 알려지지 않았다.한편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27일 오전 국회에서 한나라당 김영우 의원이 주최한 통일비용 관련 토론회가 끝난 뒤 ‘김정일이 김정은을 데리고 갔느냐’는 질문에 “그런 정황이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방중 배경에 대해서는 “9월에 당 대표자회가 있고 북한 상황이 꽤 어려운 것 같다”고 답해 3대 세습과 경제 지원을 위한 방중일 가능성을 시사했다.창춘=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을 위해 방북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체류 일정을 27일까지 하루 더 연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26일 “카터 전 대통령이 평양에 하루 더 머물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카터의 평양 체류 연장은 중국을 방문하고 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접견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서둘러 귀국할 경우 만남이 이뤄질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카터 전 대통령은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아이잘론 말리 곰즈 씨를 데려오기 위해 25일 평양에 도착해 당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접견했으며 당초 26일 김 위원장을 접견한 뒤 곰즈 씨와 함께 귀환할 것으로 예상됐다.북한의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과 평양방송 등은 26일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과 관련한 보도를 내지 않았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26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전격적인 중국 방문이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이 자신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후계구도를 안정시키기 위해 다급하게 중국을 찾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김 위원장이 중국 방문길에 이용한 특급열차 안에는 상당한 수준의 의료시설이 갖춰져 있으며, 의료진 수십 명이 동행한 것으로 전해졌다.김 위원장은 2008년 8월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졌다가 같은 해 10월부터 다시 공식 활동에 나섰다. 하지만 후유증으로 최근까지도 왼손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고 있고, 올해 5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에도 왼쪽 다리를 절어 수행원이 부축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만성신부전증도 심각해 지난해 5월부터 인공 투석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도 김 위원장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보도가 계속 나오고 있다. 대북 단파라디오방송인 열린북한방송은 지난달 북한 고위급 소식통을 인용해 “호위사령부 산하 특수진료과가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를 종합검진한 결과 길어야 3년밖에 살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런 정황을 종합해 볼 때 김 위원장이 정밀검사를 받거나 고난도 수술을 받기 위해 중국을 찾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일부 전문가는 근래 북한이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를 오판하고 화폐개혁과 외환통제 정책을 무리하게 실시하는 등 대내외 정책에 이상기류가 나타난 것은 김 위원장의 치매 상태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반면 김 위원장이 3개월 만에 다시 장시간 기차여행에 나선 것은 건강이 그만큼 양호하다는 증거라는 시각도 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신석호 기자 kyle@donga.com김정일 방중▲2010년 8월26일 동아뉴스스테이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다음 달 초로 예정된 노동당 대표자회를 앞두고 급히 중국을 방문한 것은 3남 김정은으로 후계구도를 안착시키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많다. 5월에 이어 불과 3개월여 만에 중국을 다시 방문한 것은 현재의 대내외 정세와 경제위기 상황을 앉아서 지켜볼 수 없다는 다급한 사정도 내비치는 대목이다.》[1] 체제강화 내우외환 상황 돌파구… 권력승계 中과 매듭 스인훙(時殷弘) 중국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김정일은 방중을 통해 후계문제에 더 나은 환경을 만들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내우외환의 열악한 상황을 돌파하고 원만하게 후계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도 “김 위원장이 중국의 지원이 없으면 권력승계를 순조롭게 마무리할 수 없다고 보고 중국 지도부와 이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급거 방중한 것”이라고 관측했다.이 관측이 사실일 경우 김 위원장은 올해 5월 5차 방중을 마치고 돌아온 후 가을 노동당 대표자회를 통해 후계 문제를 공식화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5월 3∼7일 김 위원장의 방중 후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은 6월 23일 ‘결정서’를 내고 “조선노동당 대표자회를 주체99년(2010년) 9월 상순에 소집한다”고 밝혔다. 북한과 중국은 5월 베이징(北京) 정상회담에서 ‘전략적인 의사소통’ 강화에 합의해 김 위원장으로선 왕조시대 세자책봉을 승인받 듯 당 대표자회 이전에 김정은의 새 당직 등 후계자 관련 정보를 중국에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북한의 내부 체제 이완 방지를 위한 중국의 협조를 구하는 것 역시 다급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17일 중국 랴오닝(遼寧) 성에 북한 전투기가 추락한 것은 1983년 이웅평 사건 이후 처음으로 탈북을 위한 하늘길이 열린 것”이라며 “김 위원장은 육지와 바다, 하늘을 통한 대량 탈북 문제에 중국의 협조를 구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위원장이 과거와 달리 탈북자가 많은 동북 3성 쪽으로 방중 루트를 잡은 것도 이를 시사한다는 것이다.[2] 외교전략 美 추가제재 발표 앞두고 北 특유의 관심끌기김 위원장의 방중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인 석방을 위해 북한에 와 있고 북핵 6자회담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방한한 날 이뤄졌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일정 조정이 어긋났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잘 짜인 각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국내외적 어려움을 일거에 해결하기 위한 북한 특유의 관심 끌기 행보라는 것이다.북한이 천안함 사건을 일으킨 뒤 한반도 정세는 국제사회의 강경한 대북제재 기류로 흘러가고 있다. 당장 미국의 추가 대북제재 발표를 앞둔 상황이다. 과거에는 북한이 문제를 일으켜도 6자회담에 나간다거나 대화에 응한다는 신호를 보내면 문제가 해결됐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도 김 위원장의 급박한 움직임을 이끌어낸 배경으로 보인다.김 위원장과 중국 지도부의 접촉은 그 내용에 따라 한반도 정세를 긍정 또는 부정의 방향으로 전개시킬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천안함 문제를 해결하고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는 등 긍정적으로 문제를 풀 의지가 있다면 6자회담 재개 등 이벤트가 이어질 수 있다. 반면 김 위원장이 카터 전 대통령을 평양에 남기고 중국으로 간 것은 미국을 자극하기 위한 행보일 수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키우고 적대적 양극체제를 구축해 체제 생존을 꾀하려 할 경우 북-미 관계는 계속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천안함 문제로 꼬인 한반도 문제의 매듭을 풀기 위해 전략적인 대화를 비밀리에 가졌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며 “이런 기류에 놀란 김 위원장이 중국을 설득하고 지지를 요청하기 위해 방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3] 원조요청 신의주 수해로 최악 상황… 손벌리기 나선듯김 위원장이 김정은의 후계자 공식화를 앞두고 중국에 추가적인 경제지원을 요구하기 위해 걸음을 재촉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더욱이 최근 신의주에서 큰 수해가 나는 등 피해가 심각해 국제사회에 원조를 요청하는 상황에서 당장 중국의 경제지원이 절실해졌다. 신상진 광운대 교수는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로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신의주 수해 피해가 심각해지자 중국의 추가적 경제지원을 요청하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김 위원장이 올해 5월 중국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경제지원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지 못한 가운데 내년부터 시작되는 중국의 12차 5개년 개발계획에 북-중 경제협력 프로젝트를 더 포함시키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신 교수는 “북한은 과거 중국의 식량과 에너지 지원 차원을 넘어 중국의 경제발전에 북한 경제가 구조적으로 연동되는 형태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김정일 방중▲2010년 8월26일 동아뉴스스테이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전격 방문한 26일 북한은 다음 달 초 노동당 대표자회 개최를 위한 본격적인 정치일정을 시작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노동신문을 인용해 “조선노동당 대표자회를 앞두고 최근 시군당 대표회들이 진행됐다”고 전했다. 북한은 이후 도당 대표회에 이어 중앙당 대표자회를 치를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의 방중 이후 열리는 이번 대표자회에서는 후계 문제와 경제 및 대남정책 방향이 드러날 것으로 기대된다.》[1] 김정은 모습 드러낼까… 중앙위 비서 맡으면 사실상 후계 공식화지난해 1월 아버지 김 위원장이 후계자로 지명한 것으로 알려진 김정은이 공식 당직을 맡아 중앙 정치무대에 모습을 드러낼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대북 소식지인 열린북한통신은 올해 6월 “현재 김정은은 외교 부문을 제외하고는 김정일과 비슷한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간부들은 김정일과 김정은을 동급으로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이번 당 대표자회는 그가 가진 실질적인 권력을 공식화하는 절차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1980년 6차 당대회에서 김 위원장이 차지했던 당의 핵심 직책 전부 또는 일부를 맡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당 중앙위 비서, 중앙위 정치국과 정치국 상무위원, 중앙 군사위원 등이 그것이다.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일이 후계자가 된 이후 북한의 권력체계가 ‘정치국 위주’에서 ‘비서국과 전문부서 위주’로 변화된 만큼 김정은이 맡게 될 것으로 보이는 가장 중요한 자리는 당 중앙위 비서”라고 말했다.그러나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이 공식 직함을 받더라도 북한 당국이 이를 즉시 공개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도 1974년 공식 후계자가 됐지만 북한 당국은 6년 뒤인 1980년 6차 당 대회에서야 이를 공식화했다.[2] 개혁개방 들고 나올까… 화폐개혁 실패후 정책변화 필요성 커져북한이 2000년부터 2005년 상반기까지 시도했던 제한적인 경제개혁 정책을 다시 들고 나올지도 관심이다. 당시 북한은 ‘7·1경제관리개선조치’와 종합시장 개설 등을 통해 시장메커니즘을 활용한 경제개발 방안을 추구했다. 그러나 2005년 하반기 이후 보수적인 당 관료들의 반대가 잇따르면서 사회주의 계획경제 회복을 위한 보수적인 경제정책으로 돌아갔다. 화폐개혁과 외환통제 조치는 그 극단이었다.북한이 이들 정책의 부작용을 극복하기 위해 올해 초부터 시장을 다시 허용하고 최근에는 2003년부터 내각총리를 맡아 급진적 시장화를 추구했던 박봉주(2007년 순천비날론연합기업소 지배인으로 좌천)를 다시 당 제1부부장으로 복권한 것은 정책 변화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북한이 화폐개혁과 외환통제 실패 후 시장을 억압하는 보수적 정책이 이제는 성공할 수 없다는 반성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 이후 북한의 경제는 사실상 시장의 힘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수준의 시장메커니즘을 허용하는 것 외에는 경제를 살릴 길이 없다는 설명이다.[3] 대남 관계개선 나설까… 경제지원 받기 위해 유화메시지 가능성북한이 권력승계라는 민감한 시기에 민심을 다독일 경제적 자원을 외부에서 지원받기 위해 남한과의 관계개선에 나설지도 관심을 끈다. 특히 북한은 지난해 11월 남측과의 정상회담 논의가 결렬된 뒤 올해 2월까지도 남측에 정상회담과 경제지원을 요구했으며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에도 같은 방식으로 청와대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남측에서도 변화의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26일 개신교 천주교 천도교 불교 원불교 등 5대 종단이 참여하는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의 27일 개성지역 방북 및 인도적 지원 물자 반출을 승인하고 북한 수해 지원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는 천안함 사건 이후 전면 단절됐던 남북관계의 관리에 나서려는 행보로 볼 수 있다.한 당국자는 “북한이 당 대표자회에서 유화적인 대남 메시지를 던지고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전향적인 자세를 나타낼 경우 남북 당국 간 관계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김정일 방중▲2010년 8월26일 동아뉴스스테이션}

18일 낮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인근 식당에 삼삼오오 마주앉은 손님들의 화제는 단연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안한 ‘통일세’였다. 기자 일행도 마찬가지였다. 돌이켜보니 전날도 전전날도 통일세는 기자를 포함한 온 국민의 밥자리, 술자리를 휩쓴 주요 화제였던 것 같다. 문득 생전의 노무현 대통령이 떠올랐다. 재임 중 노 대통령은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2004년)에 이어 대(大)연정과 동북아균형자론(2005년), 좌파 신자유주의(2006년) 등 다양한 화제와 화두를 만들어내며 온 국민의 밥자리, 술자리를 정치적 공론의 장으로 만드는 능력이 탁월했다. 노 대통령이 깔아놓은 공론의 장에서 많은 국민이 자신의 정치적 지향성에 따라 갑론을박했다. 이 대통령의 통일세 징수 제안도 그렇다. 통일세 징수에 찬성하는 사람도 반대하는 사람도 북한과 한반도 분단, 통일에 대한 자신의 철학과 희망을 드러내는 끝장 토론에 빠지는 것 같다. 정치 9단인 노 대통령에 비해 정치적 감각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기업인 출신 이 대통령으로서는 ‘한 건’ 한 셈이다. 이 대통령의 제안에 말들이 많지만 기자는 분단국가의 최고통치자로서 시대가 요구하는 국민적 화두를 던진 통치행위라고 평가하고 싶다. 이 화두의 폭발성은 언제 올지, 과연 나에게 이익이 될지 알 수 없는 통일이라는 추상적인 가치 목표를 ‘나와 내 가족’의 돈주머니가 줄어드는 구체적인 수단(세금)과 연결시킨 데서 나온다. 이 대통령은 ‘당신은 통일을 원합니까? 그것을 위해 생명과도 같은 재산을 내놓을 의사가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온 국민에게 던진 셈이다. 우리가 지금 통일을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한국 현대사는 60여 년의 분단이 한민족의 삶을 어떻게 제약하고 왜곡했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기도 하다. 분단의 불행을 언제까지나 대물림할 수는 없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 악화와 3대 세습 등 북한 내부의 불안은 커지고 있어 갑작스러운 통일의 기회가 올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 등 주변국은 한반도 통일보다 남북이 나뉘어 싸우는 상태가 계속되는 것이 자신들의 국익에 맞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북한을 비핵화와 개혁개방의 길로 이끌면서 국제사회를 설득하고 우리가 주도하는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온 국민이 ‘나는 통일을 원한다. 이를 위해 돈도 기꺼이 내놓을 수 있다’는 마음을 가져야 할 때다. 공짜 통일은 없다.신석호 정치부 kyle@donga.com}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이트인 ‘트위터’를 통해 대남 선전선동에 나서 정부가 긴급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북한 트위터 ‘우리민족’은 무엇? 18일 통일부에 따르면 조평통이 대남 선전선동 및 심리전 수단으로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12일부터 ‘uriminzok(우리민족)’이라는 이름으로 트위터 계정을 열었다. ‘우리민족끼리’는 자체 사이트에 트위터 계정 개설 사실을 공지했고 트위터 계정 내에는 ‘무모한 군사적 행동에는 대가가 따를 것이다’ ‘이미 선포한 대로 무자비한 대응의 철추를 내리게 될 것이다’라는 내용의 대남 메시지들이 올라와 있다.트위터는 전 세계에서 누구나 가입해 계정을 열 수 있고 다른 가입자의 팔로어가 되면 해당 가입자가 올리는 글을 실시간으로 받아 볼 수 있다. ‘우리민족’ 계정의 경우 개통 6일 만에 팔로어가 5000여 명으로 늘어났으며 팔로어들은 북한이 올리는 대남 선전선동 문건을 즉시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등을 통해 받아 볼 수 있다.○ 정부 차단 노력 및 불법성 유무 검토 나서 정부는 ‘우리민족끼리’ 사이트에 대해 이미 2004년 국내에서 접속을 차단했다. 하지만 트위터 계정은 트위터 서비스 전체를 차단하지 않고는 막는 방법이 여의치 않아 한국인들이 북한 선전선동에 노출된 상태다.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북한이 운영하는 트위터 계정에 링크된 웹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는 과정에서 북한 측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방통위는 북한이 자신들의 ‘우리민족’ 트위터 계정에 링크된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를 차단해 왔지만 북한은 이 사이트의 주소(URL)를 수시로 바꿔 우회하는 방식으로 남한에서 접속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이종주 통일부 부대변인은 “남한 누리꾼들이 트위터를 통해 북측과 의사교환을 하는 행위에 대한 남북교류협력법 적용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정부에 적법한 접촉신고 없이 해당 계정에 댓글을 달거나 의사교환을 하는 경우 남북교류협력법 저촉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 누리꾼이 트위터에 단순 댓글을 단 경우까지 처벌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예상된다.○ 미국도 북한 체제 선전 지적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17일(현지 시간) 자신의 트위터 계정(twitter.com/pjcrowley)에 “북한이 트위터와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계에 들어온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글을 올려 북한의 신종 체제 선전 수법을 비꼬았다.그는 세 차례에 나눠 올린 글에서 “우리는 트위터를 세상과 연결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한편 토론하는 장으로 활용한다”고 전제한 뒤 “북한 당국이 트위터에 가입했지만 과연 북한 주민들이 (세상과) 연결되는 것을 허용할 준비가 돼 있느냐”고 반문했다. 북한 대남 전위기구의 트위터 가입이 결국 체제 선전을 위한 선동 아니냐고 지적한 것이다.그는 “은둔의 왕국이 하룻밤에 변화하지는 않겠지만 일단 첨단 통신기술이 한 번 도입되면 폐쇄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란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이란의 대규모 반정부 거리시위 당시 시위대가 트위터 등을 통해 시위 상황을 외부에 전달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현재 크롤리 차관보의 트위터 팔로어는 3727명이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북한이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다시 남측에 정상회담 논의의 재개를 제안한 것은 전형적인 ‘이중전술’로 볼 수 있다. 정부도 이를 감안해 신중하게 대응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올해 11월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 등을 위한 ‘한반도의 안정적 관리’ 차원에서 남북 정상회담 문제를 다룰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천안함 사건 이후 남북 대화북한이 지난해 12월부터 천안함 폭침 직전인 올해 2월 말까지 여권 중진들을 통해 정상회담 논의의 재개를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가 이를 사실상 거부한 상황에서 천안함 사건이 발생했다. 천안함 사건 이후 국제사회의 비난이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북한은 거듭 정상회담을 제안하며 남측을 회유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정부가 북측의 정상회담 제안 자체를 부인하고 있어 북한의 구체적인 제안 내용과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현재로선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다. 북한이 천안함 사건 발생 직전까지 여권 중진 A 씨 등을 통해 정상회담 논의 재개를 요구했다는 동아일보의 보도가 나온 뒤에도 정부는 이 사실을 부인하다가 10일 만에 시인한 바 있다.다만 정부가 이미 공식, 비공식 라인을 통해 북측과 물밑 대화를 상당히 진척시켰다는 관측과 함께 정부가 지난해 12월 여권 중진 A 씨 등을 통해 온 대화 제의를 무시 또는 거절했던 것과 같은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북측과 적절히 대화 채널은 유지하면서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는 절충설도 있다.이에 대해 지난해 정상회담 논의 과정에서 북측과 접촉했던 인사들은 “남과 북은 늘 대화한다. 다만 그것이 의미 있는 대화로 진전되느냐 아니냐가 문제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개성 자남산여관 접촉’을 언급한 정부소식통은 “이미 7월에 우리 정부가 거부해 상황이 거의 정리됐다”며 “현재 남북 간에 진행되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고위 당국자는 “정부가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말해 논의 재개의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최근 남북관계의 혼잡 기류지난달 이후 전개된 남북 간 기류를 살펴보면 지난해 8월 남북이 비선(秘線)라인을 통해 정상회담 논의를 준비하고 있을 당시처럼 갈등과 협력의 메시지가 어지럽게 교차하고 있다.북한은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10일까지 네 차례 판문점에서 유엔군사령부와 대령급 실무접촉을 벌여왔고 정부는 유엔사와 긴밀히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이달 9일 북한의 해안포 발사에 즉각 대응하지 않은 것이나 북한이 한상렬 목사의 15일 광복절 귀환을 20일로 돌연 연기해 남남갈등 가능성을 줄인 것은 ‘보이지 않는 손’의 작품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북한이 지난해 동해에서 연안호를 나포해 이후 남북 간 대화의 지렛대로 활용했듯이 이번엔 나포한 대승호를 지렛대로 활용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이명박 대통령의 통일세 논의 제안도 두 가지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조만간 급변사태가 예상되는 북한과의 대화는 무의미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지만 국내적으로 통일세라는 화두를 던져 북한과 대화하고 설득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 수도 있다.○ 북한의 의도와 정부 내 목소리북한의 거듭된 정상회담 제안은 ‘톱다운(top down)’ 형식의 대남 소통을 통해 경제적 지원을 받겠다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북한은 남한이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할 처지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듯하다.정부 내에서는 대북정책을 놓고 지난해 하반기 정상회담 논의 과정에서 드러난 강온 양측의 대립 양상이 되풀이되는 형국이다.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남북관계를 관리해야 한다는 ‘협상파’ 인사들은 “북한을 관리하고 대화의 끈을 이어가야 천안함 사건에 대한 사과도 받아낼 수 있다. 대화를 한다고 북한이 원하는 정상회담이나 경제지원을 해야 하거나 국제사회가 함께 진행하고 있는 대북 제재를 풀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한다. 대화와 제재를 병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반면 북한의 태도 변화가 우선이라고 주장하는 ‘제재파’ 인사들은 “지금 정상회담을 하면 절대 안 된다. 마지막까지 단 하루라도 제재를 더 해야 한다. 그래야 북한을 변화시키고 국군포로와 납북자 석방 등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화두로 던진 통일세 문제에 대해 의미 있는 ‘사회적 합의’를 얻기 위해선 통일비용의 기본적인 전제들에 관한 의견일치가 우선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우리가 원하는 통일이 무엇인지부터 전략적으로 정의하지 않으면 논의는 ‘숫자놀음’에 사로잡힐 위험이 크다는 얘기다.○ 통일비용 계산이 어려운 다섯 가지 이유 통일 이후 북한 정상화에 들어갈 돈이 과연 얼마나 될지 계산하는 것은 통일세 등 비용 조달방안을 마련하는 것보다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통일비용은 정확한 추산이 어렵다. 그 이유는 대략 다섯 가지다. 첫째, 현재의 북한 경제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의 문제다. 통일비용은 북한 경제의 수준을 통일 이후 더 높은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데 드는 돈이다. 문제는 현재 북한 경제가 어느 정도인지 평가할 수 있는 통계나 자료가 없다는 것이다. 북한 경제는 일반 국민경제 외에 수령경제(당·군 경제) 장마당경제 등 숨어 있는 분야가 있는데 정확한 규모를 알 수 없다. 둘째, 통일 시점과 통일 당시의 남북한 경제 상황을 어떻게 예측하느냐의 문제다. 통일이 시작되는 시점의 남북 경제 상황은 미래 예측의 영역이다. 전문가들은 잠정적으로 5년 뒤, 10년 뒤라는 가정을 달고 그 시점의 경제 상태를 추정한 뒤 다시 통일비용을 추정하는 실정이다. 셋째, 통일 후 북한 경제를 어느 수준까지 높일 것인지의 문제다. 2005년 삼성경제연구소는 2015년 통일 뒤 2025년까지 11년 동안 545조8000억 원이 들어간다고 추정하면서 ‘남한의 최저생계비 수준을 북한에 지원하는 경우’라는 전제를 달았다. 그러나 통일 이후 북한 주민의 경제 수준을 남한의 최저생계비 수준보다 낮은 저개발국가 주민생활 정도로 낮출 수도 있다. 또 달성 속도를 빨리 하느냐, 천천히 하느냐에 따라 비용이 달라진다. 넷째, 통일비용을 누가 대는지도 고려해야 할 요소다. 통일비용을 남한 정부가 모두 부담할 수도 있고 민간의 출연을 받을 수도 있다. 국제기구의 지원금이나 국가 차관으로 조달할 수도 있다. 해외 조달 자금 역시 언젠가는 갚아야 할 돈이지만 저리에 장기의 상환 조건이라는 점에서 남한 정부의 단기적 비용 부담은 크게 줄어든다. 다섯째, 통일 이후 북한 지역의 경제를 어떻게 운영할지도 변수다. 독일의 경우처럼 시장경제를 일거에 도입해 남북한 경제를 통합할 것인지, 북한지역을 별도의 경제특구로 지정하고 국가가 토지를 소유하는 등 일정 정도의 사회주의적 요소를 가미해 별도 운영할 것인지에 따라 통일비용이 달라진다.○ 통일편익 고려하고 남한 경제부터 튼튼히 따라서 전문가들은 한층 더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관점에서 통일비용 문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재진 통일연구원장은 “통일비용보다 통일의 이익이 더 크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분단은 전쟁의 위협, 이산가족의 고통, 반공 이데올로기의 질곡 등 유무형의 비용도 수반한다. 통일이 되면 이런 분단비용이 소멸되고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지하자원과 노동력을 결합한 남북한 경제통합의 경제적 이익, 그리고 정치적, 외교적 이익이 늘어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손광주 데일리NK 편집국장은 “북한에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하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 외부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경제재건을 한다면 남한의 통일비용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며 “지금은 어떻게 하면 북한에 개혁·개방 정부를 세울 것이냐에 힘을 집중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는 “통일세 징수와 남북협력기금 적립방안 등 공개적인 논의는 북한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며 “남한 경제구조를 튼튼하게 만들고 외환보유액을 충분히 쌓으면 유사시 달러로 통일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15일 광복절 경축사의 핵심 화두 중의 하나인 ‘통일세’ 대목은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1년 전부터 통일비용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던 이 대통령이 7월 중순경 참모진과 경축사 준비 회의를 하던 도중 예기치 않은 통일세 얘기를 꺼냈다는 것이다. 청와대 내부에선 이후 통일세 개념을 경축사에 넣을지를 놓고 논쟁이 전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안보수석실은 통일세 신설 논의를 공론화할 때가 됐다는 쪽이었던 반면 경제수석실은 “감세 정부를 표방하는 상황에서…”라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태도를 취했다는 후문이다. 지난주 경축사 내용을 최종 확정할 때까지 참모들 간에 논란이 빚어졌을 만큼 통일세 부분은 예민한 이슈다. ‘평화공동체→경제공동체→민족공동체’의 통일 방안은 일찌감치 경축사 내용에 포함됐으나 좀 더 구체적이고 실천적 대책이 담보돼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논란 끝에 막판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우선 올해가 ‘집권 3년차’인 만큼 남북관계에 대한 그랜드 비전을 다시 한 번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현 정부 출범 후 내내 남북관계 경색이 이어지고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남북관계의 새로운 전환점 마련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끊이지 않고 있고 9월 노동당 대표자회의에서 3남 김정은으로의 권력 승계 가능성이 관측되는 미묘한 시점에 통일세 문제를 언급한 것은 심상치 않다. 청와대는 언젠가는 반드시 도래할 통일을 대비해 천문학적 규모의 통일비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 필요성을 제기한 것일 뿐 북한 내부의 ‘특정 상황’을 가정한 것은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지만 당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북한 급변사태 대비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남북관계 전망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인식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임태희 현 대통령실장이 이끄는 비선라인과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이끄는 정부 협상단을 내세워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현안을 푸는 방안을 추진했었다. 따라서 이 대통령의 통일세 신설 논의 제안은 천안함 사건 이후 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과의 대화보다는 제재와 봉쇄 쪽에 무게를 둘 것임을 공식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반면 그와 정반대로 남북 간에 대화 재개를 위한 ‘모종의 물밑 움직임’이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임태희 실장은 이날 경축사 내용을 직접 설명하는 자리에서 남북관계 전망에 대해 “남북관계는 통상 공개되는 내용으로 접하는 것보다 대단히 역사성을 띠고 있고 민감한 것이 많다. 수술로 치면 외과수술이 아니라 신경수술에 해당한다. 용어 하나하나, 구체적인 행동 하나하나가 충분히 사전에 조율되지 않으면 서로 오해가 생길 수 있다”며 “남북관계는 (공허한) 선언이나 말보다는 철저하게 준비된 행동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이 통일세 신설을 제안하며 준비해야 한다고 밝힌 한반도의 통일비용은 도대체 얼마나 될까. 1990년대 들어 북한의 붕괴를 전제로 한 남한의 흡수통일 비용에 대한 추정치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변수가 많은 미래를 예측하는 일인 데다 연구자와 연구기관마다 설정하는 가정과 현재 남북한 경제상황 평가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올해 3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 인터넷판은 한국 통일비용 추산액 최고치가 최저치의 27배나 된다고 보도했다. 미국 랜드연구소 국제경제 전문가인 찰스 월프 씨의 발언을 인용한 통일비용의 최저치는 620억 달러(약 72조5400억 원), 최고치는 1조7000억 달러(약 1989조 원)였다. 최고치는 남북한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각각 2만 달러와 700달러 수준인 현 상황에서 통일이 이뤄지고 북한 경제를 남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돈이다. 반면 최저치는 향후 5, 6년 내에 북한 GDP가 현재의 2배로 커지고 통일 후 북한의 경제를 남한과 같은 수준으로 맞출 필요가 없을 경우를 상정한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05년 보고서에서 ‘2015년 통일이 될 경우 남한의 최저생계비 수준을 북한에 지원한다는 전제로 2025년까지 11년 동안 545조8000억 원(북한 주민의 기초생활 보장을 위한 446조8000억 원과 북한 경제 산업화를 지원하기 위한 99조 원 등)을 지원해야 한다는 추정치를 내놨다. 독일의 경우 통일이 이뤄진 1990년 이후 2009년까지 서독지역에서 동독지역으로 이전된 비용이 2조 유로(약 3060조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동독지역에서 연방재정으로 되돌아가는 세금과 사회보장비 등을 제외한 순이전액은 1조6200억 유로(약 2478조6000억 원)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