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김정일 전격방중 이후… 北中의 밀월, 韓美와 대치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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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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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냉전의 서곡?… ‘대화 빅턴’의 문턱?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두 차례나 이뤄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북-중 밀월관계를 과시한 행보였다. 김 위원장이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평양에 남겨두고 북-중 혈맹의 역사가 깃든 동북3성으로 달려가 중국 지도부와 만난 것은 동북아시아의 ‘한미일 대(對) 북-중 대결구도’를 절묘하게 연출해냈다.

이에 따라 천안함 사건 이후 동북아시아에 형성된 ‘미니 신(新)냉전 기류’가 앞으로 더욱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기류는 한미일 3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대응하기 위한 북-중 간 일시적 공조일 뿐 북한 대외정책의 큰 방향을 전환(빅 턴·big turn)하기 위한 내부 정지작업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 북-중 밀월로 형성된 신냉전 기류

김 위원장의 방중은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사면초가에 몰린 북한이 후원자인 중국과의 협력관계 강화를 과시함으로써 국제사회의 본격적인 대북 제재에 맞설 수 있음을 대외에 과시하고자 마련된 계산된 외교 행보로 보인다. 실제로 이번 방중을 통해 북핵 6자회담 참가국 간 미묘한 대결구도를 북측에 유리하게 돌려놓는 효과를 얻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북한은 올해 초까지도 관련국들이 북한의 비핵화를 압박하는 ‘한미일중러 5개국 대 북한’이라는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북한 포위 구도가 일거에 바뀐 계기는 천안함 사건이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 채택 과정에서 6자회담 참가국 간의 의견이 갈리면서 ‘한미일 대 북중러’의 기류가 형성된 것이다.

대화냐 대결이냐… 北돌아간 김정일 태도에 달려
환추시보 “안정이 中에 유리”

회담장에 김옥 추정 여인 27일 중국 창춘 난후호텔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네 번째 부인으로 알려진 김옥으로 추정되는 여성(뒤쪽)이 중국 CCTV 화면에 잡혔다.앞은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창춘=연합뉴스
회담장에 김옥 추정 여인 27일 중국 창춘 난후호텔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네 번째 부인으로 알려진 김옥으로 추정되는 여성(뒤쪽)이 중국 CCTV 화면에 잡혔다.앞은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창춘=연합뉴스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계산된 모험주의’에 따른 것이라는 일각의 분석에 힘을 실어주는 것도 이런 결과적 현상 때문이다. 이후 한미일 3국이 기존의 5자 간 협력구도를 복원하려고 재시도하는 가운데 김 위원장은 이번 방중으로 다시는 포위 구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중국 관영 환추시보는 30일 사설에서 ‘북-중 특수관계’를 강조하며 “북-중 간 안정적인 우호관계가 중국에도 가장 유리하다는 것으로 보여주는 때”라고 주장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이날 오후 김 위원장의 방중 소식을 전하면서 “오랜 전통을 가진 조-중 친선은 역사의 풍파와 시련을 이겨낸 친선으로서 세월이 흐르고 세대가 바뀌어도 달라질 수 없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소개했다.

앞으로 북-중 양국은 대북 제재 해제와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내세워 6자회담 재개 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천안함 사건에 대한 일정한 수준의 사과 또는 유감표시 없이는 대화 재개에 나서기 어려운 한국과 미국을 설득하기는 어려울 것이어서 당분간 한미일 대 북-중의 미묘한 대결구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북-중 관계 실체는 다를 수도

한편에선 김 위원장의 방중이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중국의 협조를 구하려는 데 초점을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봉현 기업은행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이 3대 세습을 원만하게 완수할 경제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대북 금융제재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국과의 관계를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중국의 후원을 업고 미국과 남한과의 대화를 시도하는 전면적인 대화 국면이 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002년 하반기 북한이 7·1경제관리개선조치를 단행하고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와 미국의 제임스 켈리 국무부 차관보를 평양으로 초청하는 등 대외적인 전방위 유화 제스처를 편 것과 같은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북-중 밀월은 외형적으로 비치는 것일 뿐 실제 북-중 관계는 다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중국이 북한 얘기만 들어주고 한국과 멀리하려고 했다면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를 파견했을 리 없다”고 말했다. 중국도 천안함 사건 이후 한미 연합훈련과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싼 미-중 간 갈등기류가 장기화되는 것을 피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 한미, 대화국면으로 전환 준비?

한국과 미국도 북한을 그대로 방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는 올해 11월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북한 문제의 안정적 관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태다. 한 고위 당국자는 “동해에 미국 군함을 띄워놓은 상태에서 G20 정상회의를 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한 문제로 발목이 잡혀 있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는 북한과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성도 없지 않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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