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천안함 이후 南에 정상회담 계속 타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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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론 해안포로 대남위협… 속으론 경제지원 손벌리기

북한이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다시 남측에 정상회담 논의의 재개를 제안한 것은 전형적인 ‘이중전술’로 볼 수 있다. 정부도 이를 감안해 신중하게 대응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올해 11월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 등을 위한 ‘한반도의 안정적 관리’ 차원에서 남북 정상회담 문제를 다룰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천안함 사건 이후 남북 대화

북한이 지난해 12월부터 천안함 폭침 직전인 올해 2월 말까지 여권 중진들을 통해 정상회담 논의의 재개를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가 이를 사실상 거부한 상황에서 천안함 사건이 발생했다. 천안함 사건 이후 국제사회의 비난이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북한은 거듭 정상회담을 제안하며 남측을 회유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북측의 정상회담 제안 자체를 부인하고 있어 북한의 구체적인 제안 내용과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현재로선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다. 북한이 천안함 사건 발생 직전까지 여권 중진 A 씨 등을 통해 정상회담 논의 재개를 요구했다는 동아일보의 보도가 나온 뒤에도 정부는 이 사실을 부인하다가 10일 만에 시인한 바 있다.

다만 정부가 이미 공식, 비공식 라인을 통해 북측과 물밑 대화를 상당히 진척시켰다는 관측과 함께 정부가 지난해 12월 여권 중진 A 씨 등을 통해 온 대화 제의를 무시 또는 거절했던 것과 같은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북측과 적절히 대화 채널은 유지하면서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는 절충설도 있다.

이에 대해 지난해 정상회담 논의 과정에서 북측과 접촉했던 인사들은 “남과 북은 늘 대화한다. 다만 그것이 의미 있는 대화로 진전되느냐 아니냐가 문제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개성 자남산여관 접촉’을 언급한 정부소식통은 “이미 7월에 우리 정부가 거부해 상황이 거의 정리됐다”며 “현재 남북 간에 진행되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고위 당국자는 “정부가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말해 논의 재개의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 최근 남북관계의 혼잡 기류

지난달 이후 전개된 남북 간 기류를 살펴보면 지난해 8월 남북이 비선(秘線)라인을 통해 정상회담 논의를 준비하고 있을 당시처럼 갈등과 협력의 메시지가 어지럽게 교차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10일까지 네 차례 판문점에서 유엔군사령부와 대령급 실무접촉을 벌여왔고 정부는 유엔사와 긴밀히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이달 9일 북한의 해안포 발사에 즉각 대응하지 않은 것이나 북한이 한상렬 목사의 15일 광복절 귀환을 20일로 돌연 연기해 남남갈등 가능성을 줄인 것은 ‘보이지 않는 손’의 작품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북한이 지난해 동해에서 연안호를 나포해 이후 남북 간 대화의 지렛대로 활용했듯이 이번엔 나포한 대승호를 지렛대로 활용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명박 대통령의 통일세 논의 제안도 두 가지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조만간 급변사태가 예상되는 북한과의 대화는 무의미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지만 국내적으로 통일세라는 화두를 던져 북한과 대화하고 설득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 수도 있다.

○ 북한의 의도와 정부 내 목소리

북한의 거듭된 정상회담 제안은 ‘톱다운(top down)’ 형식의 대남 소통을 통해 경제적 지원을 받겠다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북한은 남한이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할 처지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듯하다.

정부 내에서는 대북정책을 놓고 지난해 하반기 정상회담 논의 과정에서 드러난 강온 양측의 대립 양상이 되풀이되는 형국이다.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남북관계를 관리해야 한다는 ‘협상파’ 인사들은 “북한을 관리하고 대화의 끈을 이어가야 천안함 사건에 대한 사과도 받아낼 수 있다. 대화를 한다고 북한이 원하는 정상회담이나 경제지원을 해야 하거나 국제사회가 함께 진행하고 있는 대북 제재를 풀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한다. 대화와 제재를 병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북한의 태도 변화가 우선이라고 주장하는 ‘제재파’ 인사들은 “지금 정상회담을 하면 절대 안 된다. 마지막까지 단 하루라도 제재를 더 해야 한다. 그래야 북한을 변화시키고 국군포로와 납북자 석방 등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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