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낙태까지 했다는 건 ‘닳고 닳았다’는 뜻 아닌가요.” 대학생 정모 씨(24)는 최근 한 온라인 게시글을 읽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2018년 첫 남자친구와 사귀다가 불가피하게 임신중절수술을 한 경험이 있다. 피임을 철저히 했는데도 벌어진 사고였다. 수술 뒤 그는 사회생활이 힘들었다. 모두가 자신을 ‘생각 없이 관계 맺는 여성’이라고 여기는 듯했다. 얼마 뒤 듣던 수업에서 열린 ‘낙태죄 폐지 찬반 토론’은 더 괴로웠다. 한 남학생이 “솔직히 그런 수술까지 치러본 여성들은 경험이 적지 않을 텐데, 스스로 조심했어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당시 정 씨는 혹시라도 속내를 들킬까 봐 괜히 더 낙태죄 폐지에 열을 올려 반대했다고 한다. “그런 나 자신이 부끄러워 상처는 더 커져 갔어요.” 정부가 임신 초기인 14주까지 낙태를 전면 허용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7일 입법 예고한 뒤 최근 소셜미디어에서는 ‘#나는 낙태했다’ 해시태그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임신중절수술을 경험했던 여성들이 자신이 겪었던 사회적 편견과 심리적 고통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당당히 맞서 싸우고 있다. 이들 가운데 동아일보가 만난 여성 5명은 길게는 10년이 지나도 몸과 마음의 상처가 지워지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수술 당일 경험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낙태 여성을 향한 성희롱과 모욕적인 시선 때문이었다. 몇 년 전 수술했던 김모 씨(28)는 수술 후 겪은 성희롱으로 사람 만나는 걸 꺼렸다. 당시 남자친구의 지인들이 끔찍한 전화를 걸어댔다고 한다. 무작정 걸어놓고 아무 말도 없이 이상한 신음소리만 내다 끊었다. 김 씨는 “내가 더러운 사람이라고 여겨져 이후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도 만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고 울먹였다. 임신은 남녀 공동 책임인데도 연인관계에서 여성을 죄인 취급하는 경우도 있었다. 박모 씨(37)는 9년 전 수술 당일에 남자친구가 나타나지 않았던 걸 떠올렸다. 이후 집으로 찾아온 그는 “널 걱정하느라 잠을 못 자서 몸이 쑤신다”며 안마를 요구했다고 한다. 박 씨는 “남자친구에게 의지하고 싶어 ‘저 사람도 힘들 거야. 내 부주의지’ 하며 더 헌신적으로 대했다”고 말했다. 낙태는 예상치 못한 후유증도 만들었다. 김모 씨(30)는 2009년 수술 뒤 하복부 통증이 심해졌다고 한다. 담당 의사는 “아무리 검사해도 몸에 이상이 없다. 심리적으로 불안감이 커져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고는 누구나 언제든 겪을 수 있는 일이에요. 그런데 수술한 여성들에게는 ‘불결하다’고 말해요. 이젠 괜찮아졌다고 스스로 말해보지만…. 주위의 시선이 상처를 더 아프게 만듭니다.”(이모 씨·37)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조지윤 인턴기자 성균관대 글로벌경제학과 4학년}

익숙한 냄새가 나. 코를 갖다 대고 킁킁. 아무 냄새가 안 난다고? 그래, 사람들은 거의 모르지. 하지만 가축 사체 썩은 냄새와는 다른 뭔가가 있어. 가만히 주의를 기울여. 한 걸음 한 걸음 조금씩 다가가. 역시나. 이건 바로 ‘시체’ 냄새야. 깜짝 놀랐어? 웬 오싹한 공포영화인가 싶지. 하하, 너무 겁먹지는 마. 소개가 늦었네. 난 경기북부지방경찰청에 소속된 경찰견 ‘미르’라고 해. 올해 여섯 살로 혈기왕성한 ‘체취증거견’이지. 벌써 5년 차야. 내 직업이 낯설겠지만 한마디로 어딘가에 매장되거나 숨겨진 시체를 주로 찾고 있어. 그래서 다들 시체수색견이라고도 불러. 견종은 머나먼 벨기에 핏줄인 ‘말리누아’. 신체 사이즈를 공개하자면 65cm에 28kg. 지구력이 강해 산악 지형 수색에 강점이 있단 칭찬을 받아. 다들 2018년 6월을 기억할까. ‘강진 여고생 살인사건.’ 온 나라의 이목이 전남 강진군 도암면으로 쏠렸었지. 그때 나도 현장에서 다른 6마리 경찰견과 열심히 수색에 나섰어. 아마 정상 뒤편 어디쯤이었을 거야.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했어. 경찰 동료들이 우리에게 “앉아, 앉아” 했는데, 내가 움찔움찔거렸어. 대표 시그널인 내 ‘바짝 세운 꼬리’를 보더니 그들도 눈빛이 딱 달라지더군. 내가 곧장 사건 현장으로 달려갔지. 실종됐던 여고생이 9일 만에 차디찬 시신으로 발견된 순간이었어. 그 사건을 포함해서 내가 지금까지 찾은 시체는 무려 26구나 돼. 내가 경찰에 투신한 건 2016년 6월부터야. 아기 티를 막 벗은 한 살 때였지. 원래 경찰견 배지를 달려면 그 정도 시간이 필요해. 경찰견으로서의 품성이나 사회성을 지켜봐야 하거든. 특히 사람에 대한 공격성이 없어야 해. 아, 물론 성격만 좋다고 경찰견이 될 순 없어. 두 가지 중요한 조건이 더 필요해. 먼저 ‘공’에 대한 집착이 강해야 해. 뜬금없다고? 우리들에겐 공놀이가 성과를 올린 뒤 주어지는 최고의 보상이거든. 그리고 아무래도 신체적으로 장애가 없는지도 중요하지. 예를 들어, 다리가 비틀어진 체형이면 체력이 빨리 떨어지거든. 이런 조건을 다 만족해도 마지막 코스가 남아있어. 약 6개월 동안 기초훈련을 잘 받아야 해. 이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야. 이 과정을 제대로 통과한 건, 전국에서 나를 포함해 17마리뿐이야. 특히 난 전공 분야에 맞게 경기 포천시에 있는 ‘코리아 경찰견 훈련소’ 등에서 시체 냄새를 분별해내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받았어. 어떤 훈련이냐고? 음… 여러 개의 플라스틱 박스가 있다고 쳐. 그럼 후각을 최대한 발휘해서 시체 냄새가 나는 화학약품이 담긴 단 하나의 박스를 찾아 짖는 거야. 썩은 고등어 박스랑 섞어 놓으면 처음엔 실패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나도 마찬가지였고. 연습과 훈련으로 경험을 쌓는 수밖에 없어. 최근 들어 이런 훈련이 더 빛을 발하는 것 같아. 올해 8월 21일 경기 의정부시에서 탈북민 한모 씨(33)가 시신으로 발견됐어. 당시 경찰 202명이 투입돼서 9차례나 수색했는데도 찾질 못했지. 하지만 10차 수색에 내가 투입되자 게임 오버. 40분 만에 찾아냈지. 물론 항상 일이 순탄했던 건 아니야. 정처 없이 떠도는 치매 환자분들을 찾는 게 참 어려워. 그래서 경찰 동료들이 실종자의 고향이나 인간관계 같은 배경조사를 잘해줘야 해. 몇 가지 단서가 있어야 수색 범위도 좁힐 수 있거든. 특히 실종자 가족들에겐 우리는 최후의 보루나 마찬가지라는 걸 잘 알아. 수색 없을 때도 나는 쉬지 않아. 하루 평균 4시간 정도는 꼭 훈련을 받아. 보통 산을 뒤지며 시료를 찾아. 시료는 내 ‘친구’가 군부대 협조를 받은 산에 2개월 전쯤 묻어 놓은 거야. 초반에는 낙엽만 걷어내면 찾을 수 있는 10cm 깊이의 땅부터 시작해. 지금은 1m 땅 속에 있는 것도 찾아내지. 종종 가시덩굴 안에 묻기도 하더라고. 아차. 내 ‘친구’가 누구냐고? 훈련이나 현장 지휘 같은 전반적인 사항을 관리하는 사람, ‘핸들러’라 불러. 정식 직위는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과학수사대 최영진 경위야. 최 경위는 나와 비슷한 시기에 핸들러가 됐어. 그전에는 강력계 형사만 해왔는데, 2009년 자신이 담당했던 장기 실종 사건을 수사했지만 결국 피해자 시신을 못 찾았다더군. 정황상 피의자를 특정했지만 기소할 수가 없었대. 이 사건 뒤로 시신을 찾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은 거지. 최 경위한테는 내가, 나한테는 최 경위가 참 특별해. 서로가 처음이거든.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공유해. 둘도 없는 친구지. 언젠가 훈련 중에 시료가 묻힌 땅을 찾아 파다가 문득 고개를 뒤로 젖혀서 최 경위를 봤어. 근데 최 경위가 “너 지금 ‘여기 맞지?’ 하고 물어본 거지?”라며 웃더라. 친구가 웃어서 나도 기뻤어. 힘들 때 날 위로하는 것도 최 경위야. 난 지치면 꼬리가 내려가는데 그때마다 귀신같이 알아채곤 공을 꺼내 기분을 들뜨게 해줘. 처음에는 최 경위가 “네가 말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어. 그런데 요샌 아냐. “네가 말까지 했으면 얼마나 성가시겠어”라며 너털웃음을 짓더라니까. 최 경위도 이 일을 하며 많이 변했어. 놀라운 건 ‘냄새가 보인다’는 표현을 써. 사실 냄새는 보이는 게 아니잖아. 하지만 내가 수색하다 나무 주변을 돌고 파인 구멍에 고개를 박고 있으면 “냄새가 흐르는 길이 눈에 보이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 그 표현이 인상 깊더라. 가끔 최 경위한테 섭섭할 때도 있어. 최 경위의 또 다른 친구 ‘폴리’ 때문이야. 폴리는 한국 최초의 방화탐지견이야. 방화탐지견은 방화가 의심되는 현장에서 소방 수색팀이 조사해도 화인(火因)이 확인되지 않을 때 투입돼. 이 친구는 세 살 ‘래브라도레트리버’로 지난해 12월부터 활동했어. 가끔 최 경위가 폴리랑 공놀이하는 걸 보면 조금 샘이 나. 그걸 아는지 최 경위도 내 훈련 시간에는 폴리를 다른 장소로 보내. 마냥 질투만 하는 건 아니야. 폴리도 일 하나는 끝내주게 잘하거든. 그 녀석은 인화성 물질 8가지에 반응을 해. 시너와 경유, 등유 같은 거 말이야. 사실 화재 현장에서는 인화성 물질도 함께 타. 그리고 소방이 물을 뿌리니 씻겨 나가기도 하지. 폴리는 희미한 냄새만으로도 인화성 물질을 찾아내야 해. 반응을 보인 5건 중 3건은 벌써 방화범을 잡았대. 역시 같은 경찰견 동료라 듬직하더라고. 실은 난 요즘 해결하지 못한 ‘숙제’가 하나 있어. 다들 잊지 않았지? 올해 8월 강원 춘천시에서 인공 수초섬 고정 작업을 하던 배가 전복돼 5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잖아. 나랑 최 경위는 8월 중순부터 일주일에 2번씩 현장 수색을 하고 있어. 그런데 아직 그 ‘실종자’ 한 분을 찾지 못한 게 너무 안타까워. 가족들은 “더 이상은 무리다”며 말리지만 우린 그게 안 돼. 우리 관할 지역도 빠짐없이 수색하고 있어. 요즘 남양주시 삼패공원에서 가평군 강가 수풀 지역까지 돌아다니면서 모든 수색 범위를 ‘지우고’ 있어. 이건 우리끼리 쓰는 용어인데, 지역을 조금씩 나눠 돌면서 내가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이곳엔 시신이 없다’고 믿고 수색을 멈추는 거지. 우리 힘이 닿는 데까지는 낱낱이 수색해보는 게 남은 가족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해. 누군가는 매번 시체 냄새를 맡는 게 힘들지 않으냐고 물어. 난 시체 냄새가 나쁜 냄새라고 생각하지 않아. 꼭 찾아서 가족 품에 돌아가게 할 ‘마지막 끈’이지. 은퇴하는 그날까지 난 실종자와 죽은 이들의 잔흔을 쫓을 거야. 혹시 길을 가다 킁킁대며 냄새를 맡는 강아지들을 보면 나와 폴리를 떠올려 줄래. 최선을 다해 인간을 돕는 개들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야.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5일 경기 남양주에 있는 매그너스재활요양병원. 한 70대 환자가 ‘고향의 봄’을 부르기 시작하자 갑자기 분위기가 착 가라앉았다. 아이처럼 해맑은 표정으로 손뼉까지 치는데 몇몇 직원들은 뒤돌아서 손끝으로 눈물을 찍어냈다. 이 동요는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는 환자에게 한원주 ‘원장’이 가르쳐준 노래였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기억에 동구 밖 지천에 피어나던 꽃들로 남은 이. 한원주 매그너스재활요양병원 내과과장이 지난달 30일 우리 곁을 떠나갔다. 향년 94세로 국내 최고령 현역 의사였던 그는 삶을 마감하는 마지막까지도 자신의 환자들을 돌봤다. 어쩌면 그의 헌신적인 삶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DNA일지도 모른다. 한 원장은 독립운동가이자 의사인 한규상 선생과 역시 독립운동가인 박덕실 선생의 슬하에서 태어났다. 부모의 발자취를 따라 언제나 베푸는 삶에 관심이 컸다. 경성의학여자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개업의로 일하며 언제나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에 봉사했다. 특히 1978년 과학자였던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난 뒤엔 개인병원을 정리하고 줄곧 무료 진료를 해왔다. 노년의 여생을 지키는 요양병원에 관심을 가진 것은 2008년. 당시 의료선교의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그에게 손의섭 매그너스의료재단 이사장이 연락을 취해왔다. 한 원장은 자신의 저서 ‘백세 현역이 어찌 꿈이랴’에서 “어르신들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끝까지 기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게 우리의 임무라고 생각됐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요양병원 관계자는 “당시 ‘한 원장님’은 죽을 때까지 의사 하고 싶다는 한 가지 조건만 내걸었다”고 전했다. 정식 직함은 내과과장인 그를 주변 모두가 원장이라 부르는 이유는 뭘까. 실은 한 원장은 몇 년 전 병원 측에서 ‘명예 원장’ 직함을 제안했지만 끝내 마다했다. 한사코 “그런 거 관심 없다”며 손사래를 쳤단다. 하지만 의료진과 환자들은 언제부터인가 자연스레, 90대 고령에도 자상하게 솔선수범하는 그를 “원장님”이라 불렀다. 한 원장은 항상 환자들과의 대화와 스킨십을 중시했다. 자주 거동이 가능한 환자들을 로비에 모아놓고 손뼉을 치고 노래를 부르도록 권했다고 한다. ‘고향의 봄’도 그때 가르쳐준 노래였다. “평균 나이 70이 넘은 치매환자들이 대다수인 요양병원에서 대화는 가장 중요한 치료법”이라고 버릇처럼 말했다고 한다. 한 환자는 한 원장이 정성으로 깊은 관심을 기울인 끝에 오랫동안 앓아왔던 당뇨를 치유하는 ‘작은 기적’도 벌어졌다. 세상을 보듬었던 한 원장의 삶은 의료계에서도 빛이었다. 2017년 헌신적인 공로를 인정받아 ‘제5회 성천상’을 수상했다. 성천상은 의료봉사활동으로 사회에 감동을 주는 참의료인에게 수여된다. 당시에도 그는 상금 1억 원을 모두 기부했다. 지난달 8일 숙환으로 쓰러져 10일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한 한 원장은 전날까지도 변함없이 환자를 돌봤다. 실제로 기록 차트엔 7일 10명의 환자를 진료한 기록이 남아 있다. 아직도 여러 환자들은 그의 영면을 모른 채 “원장님, 어디 가셨느냐. 보고 싶다”고 찾는다고 한다. 삶의 끝자락이 다가왔음을 느낀 한 원장은 지난달 23일 다시 요양병원으로 돌아왔다. 자신이 ‘생의 마지막 병원’으로 선택한 곳에서 눈감길 원해서였다. 운명의 시간, 그의 침상을 지키는 가족과 동료들에게 딱 세 마디를 남겼다. “힘내라.” “가을이다.” “사랑해.” 한 원장이 떠난 병원엔 여전히 그의 향기가 진하게 남아 있다. 병원 마당엔 보리수나무 한 그루가 자리를 지키고 섰다. 정성으로 돌봐 완치된 그 당뇨 환자가 한 원장을 위해 심었다. 완연한 가을볕을 머금은 나뭇가지엔 이런 팻말이 붙어 있다. “한원주 원장님, 감사합니다.”김태언 beborn@donga.com·이소연 기자}

경찰이 다음 달 3일 개천절 서울 도심 집회를 차단하기 위해 외곽부터 ‘3중 차단 검문소’를 운영한다. 또 ‘드라이브스루’ 방식의 차량 시위 참가자의 운전면허를 정지 또는 취소하기로 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25일 전국 지휘부 화상회의를 열고 “대규모 차량 시위도 준비와 해산 과정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위험이 있다”며 “교통 방해와 교통사고 발생도 우려되는 만큼 3중으로 차단해 도심 진입을 막겠다”고 밝혔다.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12조와 도로교통법 6조에서는 위험 방지와 원활한 교통 흐름을 위해 집회 또는 시위 차량의 통행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경찰은 시위 차량의 서울 도심 진입을 막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우선 서울 외곽과 한강 다리 위, 도심까지 3중으로 검문소 95개를 운영한다. 경부고속도로 양재나들목부터 한남대교, 남산 1·3호 터널에도 검문소를 설치한다. 불법 차량 시위 운전자의 운전면허는 정지·취소하고 차량은 즉시 견인한다. 도로교통법 46조(공동 위험행위의 금지) 1항에는 도로에서 운전자 2명 이상이 공동으로 2대 이상의 자동차를 앞뒤로 또는 좌우로 줄지어 통행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끼치거나 교통상 위험을 발생시키는 행위를 금지한다. 이를 위반해 구속되면 면허가 취소된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도 단체 또는 다중이 교통 방해를 하면 면허정지 또는 취소가 가능하다. 경찰 관계자는 “서울시가 다음 달 11일까지 10인 이상 집합을 금지했고 10대 이상의 차량 집합도 10명 이상의 모임으로 간주된다”며 “차량에 플래카드나 깃발을 달거나 동시에 경적을 울리는 행위도 집회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의 집회 금지 조치에도 일부 보수단체는 현장 집회와 드라이브스루 집회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8·15시민비상대책위원회(8·15비대위)는 “법원에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법을 지키며 끝까지 싸우겠다. 전원 2m 거리를 유지하고 마스크도 착용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운동은 여의도를 출발해 광화문광장을 거쳐 서초경찰서까지 차량 시위를 예고한 상태다. 김 청장은 “모든 불법 행위는 면밀한 채증을 통해 끝까지 추적해 예외 없이 사법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드라이브스루 집회가 방역에 전혀 지장이 없고 교통에 방해가 안 된다면 헌법상 보장된 집회의 자유인데 그것을 금지할 명분이나 근거가 있느냐”고 반박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개천절 집회를 제한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25일 서울행정법원에 제출했다. 중수본 관계자는 “광복절 집회로 확진자 627명이 발생해 사회·경제적 비용이 막대했다”고 밝혔다.김태언 beborn@donga.com·이소정 기자}

경찰이 다음 달 3일 개천절 서울 도심 집회를 차단하기 위해 외곽부터 ‘3중 차단 검문소’를 운영한다. 또 ‘드라이브스루’ 방식의 차량 시위 참가자의 운전면허를 정지 또는 취소하기로 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25일 오전 전국 지휘부 화상회의를 열고 “대규모 차량 시위도 준비와 해산 과정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위험이 있다”며 “교통 방해와 교통사고 발생도 우려되는 만큼 3중으로 차단해 도심 진입을 막겠다”고 밝혔다.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12조와 도로교통법 6조에는 위험 방지와 원활한 교통 흐름을 위해 집회 또는 시위의 차량 통행을 금지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은 시위 차량의 서울 도심 진입을 막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우선 서울 외곽과 한강 다리 위, 도심까지 3중으로 95개의 검문소를 운영한다. 경부고속도로 양재 나들목(IC)부터 한남대교, 남산 1·3호 터널에도 검문소를 설치한다. 경찰 관계자는 “도심에서 집회를 벌일 우려가 있는 차량부터 우선적으로 단속한다”며 “주요 교차로에 경찰관을 배치해 단속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경찰 병력도 광복절 집회 당시 1만 여 명보다 많은 인원이 투입된다. 불법 차량 시위 운전자는 운전면허를 정지·취소하고 차량은 즉시 견인한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도로에서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끼치거나, 교통상 위험을 발생시켜 구속 또는 운전자가 단속 경찰을 폭행해 형사 입건될 경우 면허가 취소된다. 경찰은 검거 인원이 많을 경우 인천경찰청, 경기남부·북부경찰청 산하 경찰서 유치장에 분산 수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경찰의 집회 금지 조치에도 일부 보수단체는 현장 집회와 드라이브스루 집회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8·15시민비상대책위원회(8·15 비대위)는 “법원에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법을 지키며 끝까지 싸우겠다. 전원 2m 거리를 유지하고 마스크도 착용하겠다”고 밝혔다. 8·15 비대위는 서울행정법원에 경찰의 개천절 집회 금지통고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신청서도 제출했다. 8·15 비대위가 광화문 광장 인근 동화면세점 앞에서 200명 규모의 집회를 열겠다고 23일 신고하자 경찰은 다음날 금지 통고했다.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운동(새한국)도 여의도를 출발해 광화문광장을 거쳐 서초경찰서까지 차량 시위를 예고한 상태다. 김 청장은 “모든 불법 행위는 면밀한 채증을 통해 끝까지 추적해 예외 없이 사법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드라이브 스루 집회가 방역에 전혀 지장이 없고 교통에 방해가 안 된다면 헌법상 보장된 집회의 자유인데 그것을 금지시킬 명분이냐 근거가 있느냐”고 반박했다. 한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개천절 집회를 제한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25일 서울행정법원에 제출했다. 중수본 관계자는 “광복절 집회로 627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사회·경제적 비용이 막대했다”고 밝혔다. 당시 집회 관리를 위해 현장에 나온 경찰도 8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몇몇 보수단체가 다음 달 3일 개천절 서울 도심 집회를 차량을 이용해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어떤 형태의 집회도 원천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새한국) 등이 22일 신고한 차량 행진에 대해 방역당국의 집회금지 기준, 교통 정체 및 사고 우려, 대규모 집회 확산 가능성 등을 감안해 금지 통고할 예정”이라고 23일 밝혔다. 이들 단체는 개천절 오후 1∼5시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광화문광장을 거쳐 서초경찰서까지 차량 행진을 하겠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 규모는 차량 200대다. 이에 경찰 측은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과 도로교통법 등을 적용해 모두 금지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집시법 12조에 따르면 도시의 주요 도로에서의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해 교통 소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이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 도로교통법 6조는 도로에서의 위험 방지와 원활한 교통 소통을 위해 보행자나 차량의 통행을 금지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드라이브스루 방식은 서울시가 개천절 도심 집회를 모두 금지하자 일부 단체와 정치권 등에서 대안으로 제기됐다. 하지만 경찰은 서울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지를 위해 10인 이상 집회를 금지하는 만큼, 차량 집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2007년 판례를 보면 대법원은 2대의 차량이 신고하지 않은 집회를 한 것을 명백한 집시법 위반으로 판단했다”며 “차량을 이용한 집회도 모두 신고 대상이며, 서울시 방침에 따른 제재 대상”이라고 했다. 개천절과 한글날(10월 9일) 신고한 집회에 대해 금지 통고를 받은 ‘8·15 집회 참가자 국민비상대책위원회’는 23일 “이번 주 서울행정법원에 집회 금지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하기로 소속 단체들끼리 합의했다”고 밝혔다. 비대위의 최인식 사무총장은 “방역 실패의 책임을 광화문 집회 참가자에게 떠넘기는 정부를 두고 볼 수 없다”며 “합법적으로 집회 자격을 획득해 누명을 벗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가처분 신청이 접수될 경우 서울시 등과 협력해 인용되는 일이 없도록 법원에 경찰 측 입장을 충분히 설명할 방침이다. 차량 시위도 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서울북부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정렬)는 22일 서울시의 집합 금지명령을 무시하고 현장 예배를 강행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종사자 및 교인 등 14명을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기소 대상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69)도 포함됐다. 종로경찰서도 같은 날 김경재 전 자유총연맹 총재와 김수열 일파만파 대표에게 집시법,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은 광복절 집회 당시 신고된 범위를 벗어나 집회를 개최하고, 집회 허가를 받지 못한 단체들의 현장 합류를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청은 개천절 집회가 코로나19 재확산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엄정 대응할 방침이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대규모 집회를 통한 감염병 전파가 현실적인 위험임이 확인됐다”며 “불법 집회를 강행하면 즉시 해산 절차를 진행하고 불응하면 현장에서 체포하겠다”고 밝혔다.강승현 byhuman@donga.com·김태언·지민구 기자}

중국에 머물면서 국내 남성들을 대상으로 불법적인 ‘출장 마사지’를 제공하겠다며 돈을 뜯어낸 조직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2월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자 제 발로 한국에 들어오다 덜미가 잡혔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은 “범죄단체조직죄 등의 혐의로 32명을 검거해 자금관리를 맡은 윤모 씨 등 10명을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윤 씨 등은 지난해 3월부터 출장 마사지 사이트를 운영하며 310명으로부터 약 43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35개의 출장 마사지 사이트를 개설해 고객을 모집했다. 마사지 예약금이나 보증금 명목으로 돈을 입금하면 불법 마사지를 제공하겠다고 유혹했다. 하지만 이 사이트들은 처음부터 가짜였다. 해당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들도 모두 인터넷에 떠도는 걸 짜깁기해 만든 것이었다. 하지만 여기에 속아 돈을 입금한 남성들은 의외로 많았다. 게다가 환불을 요구했다가도 “예약금을 돌려받으려면 추가 입금이 필요하다”고 하면 돈을 더 보내기도 했다. “제대로 이름을 표기하지 않아 오류가 발생했다”거나 “띄어쓰기가 틀려 전산이 꼬였다”는 억지 주장을 펴도 먹혔다고 한다. 한 피해자는 256회에 걸쳐 4억3000만 원을 입금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금액이 커질수록 돈을 돌려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판단이 흐려져 더 시키는 대로 끌려 다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당은 이렇게 가로챈 돈을 대포통장과 중국 환전상 등을 통해 세탁하는 방식으로 경찰의 추적을 피해왔다. 지난해 11월 첫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약 3개월간 추적한 끝에 피의자들을 특정했다. 하지만 중국에 머물고 있어 검거가 어려웠던 일당은 현지에서 코로나19가 거세지자 스스로 국내로 입국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2월부터 순차적으로 조직원 32명을 검거했고, 나머지 조직원도 추적하고 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파악한 일당의 차명 부동산과 현금 등 범죄수익금 12억여 원을 10일 추징보전 신청했다. 법원은 같은 날 이를 받아들였다. 추정보전이란 범죄로 얻은 불법 재산을 형이 확정되기 전 빼돌리지 못하도록 묶어두는 조치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일반적인 온라인 거래에서도 입금자명이 틀렸다는 핑계를 대고 추가 입금을 요구하는 수법의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런 경우엔 곱다로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추석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21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청량리청과물시장. 과일도매상 ‘광영농산’의 이준식 사장(57)은 검게 그을린 채 무너져 내린 저장고 앞에서 속절없이 줄담배를 피웠다. 10평 남짓한 저온저장고에는 포도와 사과 등이 가득했지만 이젠 형체도 알아볼 수 없었다. 이 사장은 “아내와 아들까지 온 가족이 매달려 꾸려왔다. 5월에 결혼한 아들 살림에 보탬이 되고 싶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소방에 따르면 추석을 불과 열흘 앞둔 이날 오전 4시 33분경 “청과물시장 2번 출입구 부근의 한 창고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은 인력을 300명 가까이 투입했으나 밀집한 가게들로 번진 불은 7시간이 걸려서야 진압됐다. 그 사이 점포 19개와 창고 1개가 소실됐다. 청과물시장 상인회의 동영화 회장은 “대략 50억 원에서 60억 원의 재산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명절 대목을 앞뒀던 시점이라 피해는 더 크고 치명적이었다. 상인회에 따르면 설날이나 추석에 입고되는 과일 수량은 평소보다 평균 10배가량 많다. ‘광성상회’의 오모 사장(64)도 “추석을 맞아 기존 물량의 5배 정도 들어왔다. 피해액이 8000만 원을 넘는다”며 눈물지었다. 상인들의 억장이 더 무너져 내린 건 이번 추석에 건 기대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상인 박모 씨(65·여)는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장사다운 장사도 못 해봤다”며 “추석을 잘 넘겨 손자들 용돈이라도 쥐여줘야지 했는데 허탈하다”고 말했다. 동북상회의 고모 사장(54)은 “이번 여름 장마에 태풍까지 겹쳐 농산물 값이 40% 이상 올랐다. 금전적 피해가 더 커졌다”고 한숨지었다. 직접 화마를 당하지 않았다고 피해가 없는 건 아니다. 가까스로 불길을 피한 과일도 화재 진압용 물에 젖거나 연기가 배면 폐기 처분해야 한다. 40년간 과일 장사를 해온 A 씨(64)는 “과일은 의외로 민감해 불길의 냄새만 배도 상품으로 팔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피해 가게들이 과일 등 신선식품을 취급하는 곳이 많은 점도 근심거리다. 청과물 보관용 냉동·냉장시설을 갖춘 대형 창고가 불에 탔기 때문이다. 사과 3500만 원어치를 잃었다는 상인 김모 씨(30)는 “저온창고가 없으면 과일 보관이 안 돼 장사 자체를 할 수 없다”며 “추석은 물론 연말 장사까지 어려워졌다”고 막막해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형석 의원실에 따르면 해당 시장의 화재 안전 등급은 일선 소방서가 관리하는 ‘C등급’이다. 소방청은 노후 건축물 등 화재 위험이 큰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화재 안전등급(A∼E)을 분류하고 있다. 소방청이 관리하는 E등급이 아니면 특별점검이나 전문가 화재 안전컨설팅 대상은 아니다. 소방의 1차 현장조사 결과, 이날 화재는 청과물시장과 맞닿은 전통시장의 한 통닭집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합동 감식은 22일 오전 11시부터 서울소방본부 서울지방경찰청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등이 참여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동대문구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점포들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발화 당시 화재 알림 장치가 작동해 인명 피해는 피할 수 있었다. 구 관계자는 “피해 상인들의 화재보험 가입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관련 법령을 검토해 지원 방안을 마련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유채연 인턴기자 연세대 철학과 4학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추석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21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청량리청과물시장. 과일도매상 ‘광영농산’의 이준식 사장(57)은 검게 그을린 채 무너져 내린 저장고 앞에서 속절없이 줄담배를 피웠다. 10평 남짓한 저온저장고에는 포도와 사과 등이 가득했지만, 이젠 형체도 알아볼 수 없었다. 이 사장은 “아내와 아들까지 온 가족이 매달려 꾸려왔다. 5월에 결혼한 아들 살림에 보탬이 되고 싶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소방에 따르면 추석을 불과 열흘 앞둔 이날 오전 4시 33분경 “청과물시장 2번 출입구 부근 한 창고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은 인력을 300명 가까이 투입했으나 밀집한 가게들로 번진 불은 7시간이 걸려서야 진압됐다. 그 사이 19개 점포와 창고 1개가 소실됐다. 청과물시장 상인회의 동영화 회장은 “대략 50억에서 60억 원의 재산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명절 대목을 앞뒀던 시점이라 피해는 더 크고 치명적이었다. 상인회에 따르면 설날이나 추석에 입고되는 과일 수량은 평소보다 평균 10배가량 많다. ‘광성상회’의 오모 사장(64)도 “추석을 맞아 기존 물량의 5배 정도 들어왔다. 피해액이 8000만 원을 넘는다”며 눈물지었다. 상인들의 억장이 더 무너져 내린 건 이번 추석에 건 기대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상인 박모 씨(65)는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장사다운 장사도 못 해봤다”며 “추석을 잘 넘겨 손자들 용돈이라도 쥐여줘야지 했는데 허탈하다”고 말했다. 동북상회의 고모 사장(54)은 “이번 여름 장마에 태풍까지 겹쳐 농산물 값이 40%이상 올랐다. 금전적 피해가 더 커졌다”고 한숨지었다. 직접 화마를 당하지 않았다고 피해가 없는 건 아니다. 가까스로 불길을 피한 과일도 화재 진압용 물에 젖거나 연기가 배이면 폐기처분해야 한다. 40년간 과일장사를 해온 A 씨(64)는 “과일은 의외로 민감해 불길의 냄새만 배도 상품으로 팔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피해 가게들이 과일 등 신선식품을 취급하는 곳이 많은 점도 근심거리다. 청과물 보관용 냉동 냉장 시설을 갖춘 대형 창고가 불에 탔기 때문이다. 사과 3500만 원어치를 잃었다는 상인 김모 씨(30)는 “저온창고가 없으면 과일 보관이 안 돼 장사 자체를 할 수 없다”며 “추석은 물론 연말 장사까지 어려워졌다”고 막막해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형석 의원실에 따르면 해당 시장의 화재 안전 등급은 일선소방서가 관리하는 ‘C등급’이다. 소방청은 노후건축물 등 화재위험이 큰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화재 안전등급(A~E)을 분류하고 있다. 소방청이 관리하는 E등급이 아니면 특별점검이나 전문가 화재 안전컨설팅 대상은 아니다. 소방의 1차 현장조사 결과, 이날 화재는 청과물시장과 맞닿은 전통시장의 한 통닭집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합동 감식은 22일 오전 11시부터 서울소방본부·서울경찰청·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등이 참여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동대문구청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점포들에는 스프링클러는 설치돼있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발화 당시 화재알림장치가 작동해 인명 피해는 피할 수 있었다. 구 관계자는 “피해 상인들의 화재보험 가입 여부를 파악 중이다. 관련 법령을 검토해 지원 방안을 마련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유채연 인턴기자·연세대 철학과 4학년}

“대문 앞에 자꾸 우유와 신문이 쌓여가네요. 행여 잘못되신 건 아닌지 걱정됩니다.” 그의 사망을 늦게라도 처음 눈치 챈 건 우유배달원이었다. 처음엔 어디 여행이라도 가셨나 보다 했단다. 하지만 일주일째 신문과 우유들이 어지러이 쌓여갔다. 배달원은 혹시나 했다. 아니면 다행이지만,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얘기는 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서울 강서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홀로 세상을 떠난 A 씨(67)의 소식은 그렇게 세상에 알려졌다. 소방에 따르면 발견 당시 A 씨는 이미 숨을 거둔 지 오래였다. 소방 관계자는 “18일 오전 10시 47분경 A 씨가 사망한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며 “대략 1주일쯤 전에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일주일에 3번 우유를 갖고 왔던 배달원의 눈썰미와 선의가 아니었다면 시신은 더 오래 방치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안타깝게도 A 씨는 기초생활수급자였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아니었다면, 정부기관이 그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기회가 있었을 거란 얘기다. 담당 사회복지사는 “코로나19 여파로 직접 방문이 어려워져 한 달에 1, 2번 정도 연락해 건강을 확인해왔다”며 안타까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도시락을 제공해왔던 해당 사회복지관도 연락이 닿지 않아 전전긍긍하던 차였다. 코로나19는 단순히 복지시스템의 사각만 만든 게 아니었다. 수도권에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지면서 A 씨는 여느 어르신들처럼 세상과 단절됐다. 삶의 낙이었던 경로당은 문을 닫은 지 오래. 바깥 활동이 조심스럽다 보니 이웃 간의 왕래 역시 사라졌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 씨는 아들과도 한 달에 1번 정도 왕래를 하던 사이였다. 하지만 부지불식간에 찾아오는 죽음은 그 틈새를 조용히 파고들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특별한 유서를 남기지 않았다.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도 없고 상해를 입지도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평소 고혈압과 협심증 등을 앓아왔다고 한다. 지병이 악화돼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요즘 같은 시대에 홀몸노인의 사망은 뉴스거리도 되지 않는다. 그 정도로 흔한 일이 돼버렸다. 하지만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A 씨도 이런 헛헛한 결말은 피해 갈 수 있지 않았을까’란 가정만으로도 그의 죽음은 허투루 여길 수가 없다. 물론 코로나19로 힘든 게 취약계층만은 아니다. 전 국민, 전 세계의 일상이 뒤죽박죽이 됐다. 그렇다고 이런 대전염병에 가장 고통받는 이들이 사회적 약자란 사실은 변치 않는다. A 씨의 사망 소식에 코로나19로 학교에 못 간 채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다 화마를 당한 아이들이 겹쳐 보인다면 너무 과장일까. 이런 참상들이 여기서 멈출 것 같지 않아 더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김태언 사회부 기자 beborn@donga.com}

6년 동안 지속적으로 어머니를 잔인하게 폭행해온 30대 아들에게 법원이 징역 1년형을 선고했다. 아들이 두려워 법정에도 들어가지 못했던 어머니는 선고 직후 “1년이라도 숨 쉬면서 살 수 있겠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서울북부지법 형사3단독(홍주현 판사)은 11일 존속상해 및 존속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34)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2014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상당히 오랜 기간 큰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것으로 보이고 현재까지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면서도 “피고인이 어머니를 위해 600만 원을 공탁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감안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A 씨 측은 법정에서 “어머니와 다투면서 몸을 밀치고 입을 막은 적은 있지만 폭행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해자가 상해를 입은 사실이 명확하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머니 B 씨가 아들의 폭행으로 입은 온몸의 멍 자국 사진이 증거였다. 재판부에 따르면 학원 강사로 일했던 B 씨는 번 돈을 모두 투자해 2011년 아들의 명의로 인터넷 쇼핑몰을 차렸다. B 씨는 주문 전화를 받는 등 아들과 함께 사업을 운영하기도 했다. 아들 A 씨의 폭행이 시작된 건 2014년 7월. A 씨는 쇼핑몰 사업 주문량이 떨어지거나 어머니가 잠시 주문 전화를 놓칠 때마다 주먹을 휘둘렀다고 한다. 163㎝에 39㎏의 왜소한 체구인 어머니는 183㎝에 90㎏의 거구인 아들의 무자비한 폭행에 척추가 부서지고 방광이 파열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충격으로 B 씨는 현재까지 뇌경색을 앓고 있다고 한다. B 씨는 지난해 8월 3일 아들을 경찰에 신고한 뒤 임시생활시설을 전전했다.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던 아들이 올 6월까지 수십여 차례 B 씨를 찾아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서울가정법원이 A 씨에게 ‘접근금지 처분’을 내렸는데도 협박은 이어졌다고 한다. 이에 수사기관은 A 씨에게 가정폭력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수년간 아들에게 폭행을 당해왔던 B 씨는 아들과 눈을 마주치는 것도 무서워 법정에 들어가지도 못했다고 한다. 11일 아들의 1심 선고 결과를 전해들은 B 씨는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그나마 다행이긴 한데, 1년 뒤 아들이 다시 찾아와 보복할까봐 벌써부터 두렵다”며 눈물을 흘렸다.김태언 기자beborn@donga.com}
성범죄자 등의 신상정보를 임의로 공개하는 웹사이트 ‘디지털 교도소’가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8일 폐쇄했다가 사흘 만에 운영을 재개했다. “디지털 교도소를 이어받은 2대 운영자”라 밝힌 A 씨는 11일 오전 폐쇄됐던 해당 웹사이트에 입장문을 올리고 “사적 제재 논란으로 많은 비판에 직면해 있지만, 이대로 사라지기엔 아까운 웹사이트다. 고심 끝에 운영을 맡았다”고 밝혔다. 그는 “1기 운영진들은 경찰에 신원이 특정됐고 인터폴 적색수배도 내려진 상황이다. 운영이 어렵다고 생각해 잠적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충분한 검증 없이 업로드한 1기 운영진에 피해를 입으신 채정호 교수님과 김도윤님께 사죄드린다”고 했다. 신상 공개 뒤 5일 극단적 선택을 한 대학생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는 누가 보기에도 확실한 증거들이 존재하는 경우에만 신상 공개를 할 것을 약속한다”며 “일부 게시 글은 증거 보완 뒤 다시 업로드하겠다”고도 했다. 7월부터 디지털 교도소 관련 수사를 진행해온 대구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기존 페이지와 계정을 재운영하는 대신 서버 관리 주체를 변경한 걸로 보인다”며 “1기와 마찬가지로 이들도 수사 대상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재 1기 운영진 상당수의 신원을 파악하고 검거에 나섰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법원이 광복절 서울 광화문 집회를 주도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의 보석을 취소하고 재수감 결정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허선아)는 7일 “피고인(전 목사)에 대한 보석을 취소한다”며 “보석 보증금 중 3000만 원을 몰취(沒取·국고에 귀속)한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의 수감 지휘에 따라 경찰은 이날 오후 3시 35분경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사택에 머물던 전 목사의 신병을 확보한 후 서울구치소로 이송시켰다. 전 목사는 140일 만에 재수감됐다. 재판부는 전 목사가 불법 집회에 참여하는 등 보석 조건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올해 4월 전 목사의 보석을 허가하며 사건과 관련될 수 있거나 위법한 집회·시위 참가 금지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전 목사가 이끄는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국민운동본부’는 지난달 15일 광복절 집회 신고를 했다가 금지당한 뒤 다른 보수단체 집회에 참석했다. 경찰은 해당 집회에 당초 신고 내용과 달리 신고 인원(100명)의 수십 배에 달하는 참가자가 몰리자 불법 집회로 규정하고 해산명령을 내렸지만 전 목사 등 시위대는 이에 불응했다. 법원은 전 목사의 이 같은 행위가 위법 집회 참가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당사자인 전 목사를 불러 심문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직권으로 보석 취소를 결정했다. 보석으로 풀려난 피고인의 경우 취소 사유가 충분히 입증됐거나 시급히 구속할 사유가 있다고 판단되면 심문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전 목사의 경우 광화문 집회 참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과 이달 2일 퇴원 사실 등이 수차례 보도돼 행보가 널리 알려져 있던 상태다. 검찰은 지난달 16일 전 목사의 보석을 취소해달라는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한 후에도 6차례에 걸쳐 의견서와 추가 자료 등을 제출했다. 전 목사의 변호인 측도 의견서를 2차례 제출했다. 전 목사 측은 보석 취소 결정에 불복해 이날 바로 법원에 항고장을 제출하고 구속집행정지도 함께 신청했다. 전 목사는 이날 경찰 호송차량에 탑승하기 전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사람을 이렇게 구속시킨다면 이건 국가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 목사의 보석 취소 여부는 서울고법에서 다시 판단하게 된다.유원모 onemore@donga.com·김태언 기자}

《코로나19 발발 후 처음 맞는 민족 대명절 추석이 다음 달 1일로 다가왔다. ‘언택트 한가위’에 맞게 ‘슬기로운 추석 생활’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고향에 모일 수는 없어도 얼굴은 보자며 부모님 스마트폰에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깔아주거나 노모를 홀로 둘 수 없어 형제끼리 나눠서 방문하자는 묘안이 나온다. 추석 선물도 손세정제와 물비누, 마스크 등 ‘위생세트’가 인기다.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도 마음까지 넉넉한 명절을 보내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결혼하고 23년 만에 처음이에요. ‘차례상 없는 한가위’는요.” 전남 나주에 사는 간호사 김현주 씨(44)는 요즘 마음이 하루에도 몇 번씩 싱숭생숭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이래저래 분위기가 안 좋아졌는데 추석은 한 달도 남지 않았기 때문. 서울과 광주 등에 흩어져 사는 가족들은 며칠 전 긴 논의 끝에 결국 올해 추석은 모이지 않기로 했다. 요즘 같은 상황에 장 보는 게 조심스럽고 음식재료 값도 천정부지로 뛰어 차례도 생략하기로 했다. 김 씨는 “함께 얼굴 보기 쉽지 않은데 명절조차 가족이 모이지 못해 아쉽고 막막하다”며 “보건소에서 일해 올 초부터 힘들었는데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걸로 위안을 삼겠다”고 했다. 그런 부인이 안쓰러웠는지 남편 홍경필 씨(48)는 “고생한 와이프가 평소 좋아하는 ‘스파게티’라도 만들어 대접하겠다”며 다독거렸다. 코로나19 발발 뒤 처음 맞는 민족 대(大)명절. 다음 달 1일로 다가온 2020년 한가위는 너무나 생경한 풍경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며 벌써부터 지금껏 겪어본 적 없는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지 시름이 깊다. 가족 모임부터 차례와 성묘, 때마다 주고받는 선물도 고민이다. 한편에선 이럴 때일수록 ‘슬기로운 추석 생활’을 통해 코로나19를 잘 극복해보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 “서울 사는 큰딸은 안 오는 게…” 특히 가족 중에 고령자나 환자가 있는 집안은 추석이 반갑지만은 않다. 수도권에서 내려올 가족이 있을 경우엔 더 생각이 많아진다. 김 씨 가족도 추석 따로 나기를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가 폐질환을 앓고 있는 시아버지 때문이었다. 친지들도 “요새 서울이 난리인데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큰딸은 안 오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레 의견을 냈다. 강원 속초가 고향인 박예슬 씨(26) 가족도 올해는 차례를 생략하기로 했다. 평소 박 씨 가족은 설날 추석이면 할아버지 댁에 30명이 넘는 가족, 친척이 모였다. 하지만 전국에 퍼져 있다가 한데 모이는 게 아무래도 위험해 보였다. 결국 최소 인원만 모이되 차례는 지내지 말고 조상 산소만 찾아 성묘하기로 했다. 박 씨는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발령되자 할아버지가 먼저 차례를 건너뛰자고 제안하셨다”며 “가족끼리 모이더라도 마스크 착용 등에 신경 쓰자는 얘기도 미리 나눴다”고 했다. 설날이나 추석이면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고향 가는 표 예매도 올 추석은 색다른 상황을 맞이했다. 일단 기차표 구하기가 평소보다 몇 갑절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탓에 100% 비대면 예매만 가능해 전화나 온라인으로만 표를 구할 수 있다. 게다가 코레일은 2, 3일로 예정됐던 승차권 예매 일정을 8, 9일로 한 주씩 늦췄다. 코레일 관계자는 “원래 입석표를 제외한 좌석은 모두 판매하려다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창가 좌석만 발매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고속버스 승차권 예매를 총괄하는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도 “승차권 판매에는 제한을 두지 않되, 가급적 통로나 운전기사 뒷자리는 피하고 창가 좌석만 구매해 달라”고 권고하고 있다. 기차나 버스 모두 차편을 증설한다고 해도 자리가 줄어들어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비행기는 통상적으로 명절 티켓은 약 1년 전부터 예약하는 경우가 많아 이제 와서 좌석 수를 조절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기내에서 마스크 착용을 필수로 하고 방역에 만전을 기해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고속도로 상황도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 코로나19로 모이지 않는 가족도 적지 않다지만, 귀향을 결정한 가족은 안전을 위해 자차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경북 안동이 고향인 서울 직장인 배모 씨(36)는 “가뜩이나 와이프가 임신해 버스나 기차를 타긴 께름칙하다. 부모님은 오지 말라지만, 1년에 겨우 한두 번 얼굴 보는데…”라며 답답해했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도 “평소 같으면 정부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권하는데, 코로나19 상황에서 그렇게 권고하기도 난감하다”고 했다. 어떤 가족들에겐 이런 고민조차 부럽기도 하다. 해외에서 살고 있는 가족들은 진즉에 추석 귀향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최성림 씨(28)는 일찌감치 가족들에게 일본에 남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한국에 오려면 최소 2주 동안의 자가 격리까지 고려해야 하는데, 직장 다니는 처지에서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 씨는 “우리는 추석이면 친가, 외가를 다 찾아뵙는데 최소한으로 꼽아 봐도 접촉자가 15명이 넘는다. 차라리 만나러 가지 않는 게 도리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위생제품을 추석 선물로… 벌초 대행도 인기 손수 해오던 벌초 작업을 올해만큼은 대행업체에 맡기려는 시민도 많다. 전북 전주에서 벌초 대행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이현석 씨는 “지난해 추석보다 이미 예약 건수가 25% 정도 늘어났다”며 “아무래도 벌초를 가면 인근 산소에 모인 다른 가족과 접촉이 생길 수 있으니 대행업체를 이용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전에 있는 A벌초대행업체도 지난해 대비 예약 건수가 30% 정도 늘었다고 한다. 업체 대표는 “코로나19로 경기가 어려워진 점을 감안해 평소보다 저렴한 가격에 벌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모 등에게 영상통화와 화상회의 등을 알려주는 집도 많아졌다. 사정상 고향에 가기 어려워졌지만 얼굴이라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에서다. 경남 사천이 고향인 김모 씨(49)는 “부모님이 코로나19로 가지 못한다는 걸 충분히 이해하시면서도 굉장히 쓸쓸해하시는 게 느껴졌다”며 “손자들 얼굴이라도 보여드려야겠단 생각에 화상회의 프로그램 까는 걸 알려드렸다. 많이 어려워하셨지만 그래도 잘한 것 같다”고 전했다. 코로나19는 한가위 선물 풍속도도 바꾸고 있다. 그간 명절 선물은 과일이나 고기 등 식품이 인기를 끌었지만, 올해는 마스크나 손세정제 같은 위생용품이나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관심이 크게 올랐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선물용으로 내놓은 ‘위생 세트’는 28일까지 800세트 이상이 팔리며 인기를 끌었다. 이 세트는 손세정제와 핸드워시, KF94 마스크 등으로 꾸려졌다. 애경산업과 AK플라자가 추석 선물세트로 기획한 위생용품 꾸러미도 지난달 21일부터 1200세트 이상이 팔렸다. AK 관계자는 “예상보다 반응이 뜨거워서 내부에서도 놀란 분위기”라고 했다. 오모 씨(53)도 올 추석 과일 바구니에 마스크 30장을 얹어 어머니 댁을 찾을 계획이다. 82세인 어머니가 홀로 추석을 보내게 할 순 없어 형제끼리 추석 전후로 나눠서 방문하자는 묘안도 냈다. 코로나19에다 수해, 태풍까지 연달아 고초를 겪는 농어민을 돕겠다는 ‘착한 선물’도 최근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에 사는 조모 씨(55)는 평소 선택하던 참기름, 가공육 등으로 구성된 선물세트 대신 황태와 전복 등 수산물을 한가득 구매했다. 조 씨는 “고향이 전남이라 그런지 지역 어민들 피해 소식에 마음이 아팠다”며 “주변 지인들에게 완도산 전복을 선물해 ‘고향의 맛’이라도 나누려 한다”고 했다.전채은 chan2@donga.com·김태언 기자}
“하루 4시간만 장사해서라도 어떻게든 버텨야죠. 8일간 국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지침을 잘 지켜서 확산세가 잡히는 것이 우선이니까요.” 서울 서초구 방배동 먹자골목에서 곱창집을 운영하는 유효필 씨(51)는 28일 깊은 걱정과 함께 자구책 찾기에 나섰다. 유 씨는 “배달거리를 늘리는 방법으로 이번 조치를 버텨야겠다”고 말했다. 유 씨의 곱창집은 오후 5시부터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영업한다. 정부가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에서 2.5단계로 격상하면서 30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8일간 음식점은 오후 9시까지만 정상 영업하고 다음 날 오전 5시까진 포장·배달 영업만 가능하다. 음식점과 카페, 학원, 독서실, 체육시설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불황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식당을 운영하는 이근재 한국외식업중앙회 종로구지회장은 “가게 내에서도 최소 1m 거리를 유지하고 역학조사 때문에 출입 명부까지 작성해야 한다. 바쁜 점심시간에 명단 받기엔 일손도 부족하고 모처럼 손님이 왔는데 거리 유지가 안 된다고 돌려보내는 것이 가능하냐”고 말했다. 야간에 문을 열고 포장과 배달이 어려운 호프집 등은 직격탄을 맞았다. 종로의 한 호프집 사장은 “9시에 문을 닫으란 것은 아예 문을 열지 말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네 카페와 달리 매장 내 음식과 음료 섭취가 금지된 프랜차이즈형 커피전문점 점주들은 “같은 자영업자인데 프랜차이즈 영업만 제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도리어 강화된 방역 조치를 기회로 삼겠다는 자영업자도 있다. 서울 동작구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방모 씨(33)는 “긴 장마와 태풍으로 원래도 손님이 확 줄어든 상황이어서 고민이 많았다. 이번 정부 조치를 계기로 배달주문 메뉴를 늘리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이벤트와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져 문을 닫아야 하는 학원과 헬스장 당구장 등 실내체육시설도 비상이 걸렸다. 서울 노원구의 학원에서 중고교생을 가르치는 김모 씨는 “수업료를 이월해달라는 학부모 문의 전화가 계속 오고 있다. 온라인 수업을 준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고위험시설로 지정돼 19일부터 문을 닫은 PC방과 노래방 업주들은 8일간 더 문을 닫게 됐다. 서울 중랑구의 PC방 업주 30대 김모 씨는 “눈앞이 깜깜하다. 확산세가 이번에는 잡히길 바란다”며 하소연했다.이청아 clearlee@donga.com·김태언·황태호 기자}
허인회 녹색정보통신 대표(56)가 도청 탐지 장비 외에도 생태계 보전 협력금이나 음식물쓰레기 업체 등에 대해 국회와 지방자치단체에 청탁해 3억9000만 원을 불법 수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서인선)는 27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허 대표를 구속 기소했다고 28일 밝혔다. 허 대표는 2014년 9월∼2017년 12월 G사의 무선 탐지 장비가 공공기관에 설치될 수 있도록 국회의원들이 자료 요청을 하거나 회의 때 질의하게 하고, 그 청탁 대가로 수차례에 걸쳐 1억7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허 대표는 2016년 2월∼2018년 12월 생태계 보전 협력금 반환 사업에도 관여해 그 대가로 2억5000만 원을 받았다. 협력금은 환경보전 사업을 시행하면 50%를 돌려받을 수 있다. 허 대표는 2018년 5월 음식물쓰레기 처리업체로부터 인천에 위치한 침출수처리장을 서울로 변경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3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경기 구리시의 한 아파트 단지 앞 도로에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주민이 대피하는 등 불안에 떨었다. 소방당국과 구리시 등에 따르면 26일 오후 3시 45분경 구리시 교문동 장자2사거리 한 아파트 단지 앞 도로가 꺼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도로 부분에서 시작된 땅꺼짐 현상이 지름과 깊이가 각각 최대 20m까지 커지면서 왕복 4차선 도로 중 2개 차로와 인도, 횡단보도 일부가 움푹 꺼졌다. 아파트 단지 내 땅까지 꺼지면서 아파트 가로수도 거꾸러지듯 싱크홀로 빠져 들어갔다. 사고 당시 주변을 이동하던 사람이나 차량이 없어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인근 아파트 내 전기와 가스, 상수도 등이 모두 끊겼다. 구리시는 사고 직후 인근 아파트 주민에게 대피 문자를 보내고 복구 작업에 나섰다. 구리시는 도로 아래 매설된 상수도관이 파열돼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싱크홀은 상수도관에서 쏟아진 물로 거대한 물웅덩이가 됐다. 구리시 관계자는 “지름 35cm 크기의 상수도관에서 흘러나온 대량의 물로 인해 땅이 무너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누수로 인해 상수도관이 조금씩 파열된 흔적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일부 주민은 사고 지점 30m 아래에서 진행 중인 지하철 8호선 별내선 연장 공사를 사고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구리시 관계자는 “현장 지하철 공사는 발파 방식이 아닌 기계를 이용한 굴착식이라 싱크홀 발생과 연관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김태언 beborn@donga.com·박종민 기자}

경기 구리시의 한 아파트 단지 앞 도로에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주민이 대피하는 등 불안에 떨었다. 소방당국과 구리시 등에 따르면 26일 오후 3시 45분경 구리시 교문동 장자2사거리 한 아파트 단지 앞 도로가 꺼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도로 부분에서 시작된 땅꺼짐 현상이 지름과 깊이가 각각 최대 20m까지 커지면서 왕복 4차선 도로 중 2개 차로와 인도, 횡단보도 일부가 움푹 꺼졌다. 아파트 단지 내 땅까지 꺼지면서 아파트 가로수도 거꾸러지듯 싱크홀로 빠져 들어갔다.신호등과 아파트 단지 내 가로수 등도 쓰러졌다. 이 사고로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인근 아파트 내 전기와 가스, 상수도 등이 모두 끊겼다. 인근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A 씨는 “사고가 발생하자 학부모들이 부랴부랴 도장을 찾아와 아이들을 데려갔다”고 말했다. 싱크홀이 발생한 도로 아래는 암사역과 별내역을 잇는 지하철 8호선 연장 ‘별내선’ 공사 구간이다. 대형 싱크홀 발생 지점 지하 30m에는 지하철 공사 현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철 공사는 기계를 이용한 굴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인근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서모 씨(56)는 “장자사거리에서 지하철 8호선 연장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복구 작업에 나섰다. 구리시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인근 아파트 주민에게 재난 문자를 보내고 안전하게 대피할 것을 당부했다. 구리시 관계자는 “상수도관이 터지며 싱크홀이 발생했는지, 사고 현장 지하의 지하철 공사 때문인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김태언 기자beborn@donga.com}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와 양천구 일대 학원가는 초중고교 학생들로 가득했다. 대부분 운영 제한을 받지 않는 소규모 교과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이다. 고교 2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이모 씨(43·여)는 “전면 원격수업이 안전을 위한 조치라지만 공교육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우니 사교육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학원을 통해서라도 수업 결손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 유치원과 초중고교가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됐지만 이른바 ‘학업 동선’을 통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가능성은 여전하다. 300명 이상 대형학원과 달리 중소규모 학원은 계속 운영 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1학기와 달리 입시가 임박한 시점인 데다 장기화된 수업 결손에 따른 사교육 수요 등을 감안할 때 모든 학원의 운영을 막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앞서 교육부는 19일부터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를 2단계로 격상하면서 300인 이상 대형학원들의 운영을 전면 중단토록 했다. 25일 발표한 추가 대책에는 이들 학원이 실제로 운영을 멈추고 있는지 전수조사하고, 명령을 어기고 교습하다가 확진자가 발생하면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관내 300인 이상 기숙학원 22곳 중 20곳은 학생 전원을 퇴소시켰거나 퇴소 예정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열악한 중소학원에 대해선 운영 제재 없이 방역점검만 하고 있다. 이는 방역당국이 1학기 때 적극적으로 중소학원의 운영을 막았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일각에선 당국이 300인 이상 학원만 중단시킨 조치가 오히려 ‘300인 미만 학원은 마음 놓고 가도 된다’는 사인으로 받아들여진다는 반응도 있다. 하지만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100일 앞으로 다가온 데다 각종 입시가 대부분 하반기에 몰려 교육당국도 이번에는 1학기와 달리 대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학기에 학업 공백을 절감한 학부모들 사이에선 ‘학교는 못 가도 학원은 계속 보내야 한다’는 인식도 커진 상태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 중소규모 학원 운영자들의 어려움도 간과할 수 없는 요소다. 중소학원 중 상당수가 방역 대책을 잘 준수하고, 관리 노하우가 쌓인 측면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에서 수학 학원을 운영하는 A 씨는 “매일 체온 측정과 손 소독, 출입기록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고, 외부인은 학부모조차 출입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며 “학원의 생사가 달린 문제이기에 소규모 학원들도 방역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중소학원에서 마스크 착용과 거리 두기 등 핵심 방역수칙을 따르지 않는 게 확인된다면 벌금 부과 등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방역수칙을 준수하지 않는 학원들에 대해 단 한 번만 적발되더라도 집합금지 명령을 내리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원칙을 적용하기로 했다.김수연 sykim@donga.com·김태언 기자}

현재 수도권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은 n차 감염과 소규모 집단 감염, 경로 불명 ‘깜깜이 환자’라는 세 가지 위험 요소가 한꺼번에 나타나는 양상이다. 어느 한 가지만 증가해도 발생 속도를 방역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상황이다. 방역당국은 “수도권에선 대유행을 대비하고, 비수도권에선 유행 증가를 염두에 둬야 할 최악의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일상 공간서 잇달아 소규모 집단 감염 20일 중앙방역대책본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이날 경기 안양시 동안구의 한 분식집에서 최소 14명의 집단 감염이 확인됐다. 앞서 20대 아르바이트생 A 씨가 12일 증상이 나타난 뒤 16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그의 동료와 가족, 지인 등 13명이 추가로 확진됐다. A 씨와 함께 일하는 40대 여성 B 씨와 50대 C 씨는 각각 18, 19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함께 식사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A 씨와 함께 사는 가족 3명, 이 가족들의 직장 동료 및 지인까지 확진되면서 감염 규모가 커졌다. 인천 남동구 열매맺는교회에선 교인 1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날 확진된 교인이 다른 교인 16명과 장시간 소모임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이들은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새로 확진된 교인 중에는 서울의 한 고교 교사도 포함됐다. 아직까지 첫 확진자의 감염 경로는 파악되지 않았다. 강원 원주시에선 체조교실의 20대 강사와 10대 학생 등 6명이 확진됐다. 소규모 회원제로 운영되는 이 체조교실의 등록 회원은 41명. 앞서 18일 확진 판정을 받은 고교생이 12일 이곳을 다녀갔다. 경북 지역 고교에 다니는 이 학생은 방학을 맞아 15일 부모가 운영하는 원주의 가게를 찾았다. 16일에는 강릉으로 여행을 갔다. 학생의 아버지도 확진됐다. 경기 파주시 스타벅스 파주야당역점 관련 확진자는 계속 늘고 있다. 이날도 3명이 추가돼 58명이 됐다. 매장 2층에 머물렀다가 감염된 고객 25명을 통해 가족 지인 등 29명에게 전파됐다. 부산 지역에서도 최소 4건의 소규모 감염이 계속 확산 중이다. 사적인 모임이나 직장 등에서 가족 지인 동료 사이에 전파가 이뤄지고 있다.○ 깜깜이 환자도 ‘위험 수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20일 낮 12시 현재 676명으로 늘었다. 수도권을 비롯해 11개 시도, 150개 시설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이 중 13개 시설에서 n차 감염이 확인됐다. 콜센터 4곳, 교회 3곳, 요양시설 3곳, 의료기관 2곳, 금융기관 1곳 등이다. 여기서 발생한 2차 이상 확진자는 최소 67명이다. 집단 감염이 n차 감염을 반복하면서 확산 규모를 키우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2주간 발생한 깜깜이 환자는 처음으로 200명을 넘어섰다. 7∼20일 발생한 확진자 1847명 중 272명(14.7%)이나 된다. 방역당국이 생활방역 전환 기준으로 제시한 5%의 3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는 기존 집단 감염과의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은 ‘조용한 전파’가 지역 사회에서 계속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방역당국은 사랑제일교회발 집단 감염의 향후 확산세를 가늠할 잣대로 깜깜이 환자 수에 주목하고 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부본부장은 “사랑제일교회와 무관한 깜깜이 확진자가 증가 폭을 키운다면 또 다른 집단 유행으로 가는 단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검사나 역학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서울 광화문 집회 참가자의 감염 여파가 관건이다. 이미 관련 확진자 중 최소 18명이 사랑제일교회와 관련이 없었다. 이들의 감염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불특정 다수가 몰린 대규모 집회는 접촉자 추적에 한계가 있기에 깜깜이 환자가 쏟아질 가능성이 있다.○ 70대 확진자, 입원 직전 사망 확진 판정을 받은 70대 여성이 입원 전 자택에서 숨지는 일도 발생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격리 치료를 받기 전 사망한 건 대구경북 대유행 이후 처음이다. 당시 대구경북에서 확진자 여러 명이 입원을 기다리다 숨졌다. 방대본에 따르면 경기 남양주시에 사는 78세 여성이 19일 보건소에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았고, 20일 오전 11시 반 확진 판정이 내려졌다. 보건소가 이송을 위해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119 구급차가 출동해 현장을 확인한 결과, 이미 숨진 상태였다. 숨진 여성은 최근 경기 구리시 원진녹색병원에서 남편 장례를 치렀다. 방역당국은 병원 빈소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권 부본부장은 “병상 배정이 안 됐다거나 병상 준비의 문제는 일단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18일 기준 중증환자 치료병상은 전국 542개 중 129개(23.8%)만 비어 있다. 이 중 경기 지역 병상은 10%(69개 중 7개)만 남았다.김상운 sukim@donga.com·김태언 / 인천=차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