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딜방아-맷돌소리… 한국 전통의 소리는 좋은 것이여!

김태언 기자 입력 2021-02-24 03:00수정 2021-02-24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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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한국문화재재단 ‘힐링 소리’ 콘텐츠 선보여
옛 방식으로 메밀국수 만들고 산사에서 차 내리는 과정 담아
무형문화재 ‘명주짜기 영상’은 1년 만에 조회수 250만회 기록
12일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재단이 메밀국수 만드는 과정을 ASMR(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것)로 담은 영상 ‘메밀꽃 필 무렵’의 섬네일. 제작진은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저자 이효석 선생의 생가인 강원 평창군 이효석문학관 앞 메밀밭을 찍었다. 문화유산채널 캡처
“쓱싹 쓱싹” 메밀을 키질(키로 곡식을 까부르는 것)하는 소리가 정적을 가른다. “사부작” 대더니 이어 “덜그럭 덜그럭” 소리가 뒤따른다. 메밀이 맷돌에 갈리고 있다. 이어 갈린 메밀가루를 “끼익 쿵” 소리와 함께 디딜방아로 찧는다. 이윽고 한 그릇의 메밀국수가 소복이 마련된다. 옛 방식으로 국수 한 그릇을 내기까지 발생하는 소리는 그 자체로 힐링 ASMR(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것)이다.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재단은 최근 유튜브 ‘문화유산채널’에 메밀국수 만드는 과정을 담은 ASMR 콘텐츠 ‘메밀꽃 필 무렵’을 선보였다. ‘K-ASMR’라는 타이틀로 다양한 전통의 소리를 담아낸 콘텐츠 중 하나다. 앞서 지난해 2월 업로드한 ‘국가무형문화재 제87호 명주짜기’ ASMR편은 23일 기준 25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메밀국수 동영상에서 “오늘은 메밀국수나 한 그릇 해먹지?”라고 운을 떼는 주인공은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1호 정선아리랑 보유자인 김남기 옹(80). 그는 영상 중간중간 구성진 목소리를 선보인다. “이리 오게/저리 오게/내옆으로 오게/석삼년 그립던/손목을 잡아나 보세.” “늙지 말아라/인삼 녹용주 매일 장복했는데/원수 같은 홍안에/백발이 머리끝에 왔구나.” 사랑하는 이에 대한 그리움과 늙음을 한탄한 가사에 맞춰 김 옹이 아내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장면이 겹친다.

하나의 소리만 극대화해 표현하는 일반 ASMR와 달리 이 영상에는 “빨리 (맷돌) 돌리면 안 되지”와 같은 일상의 대화도 자연스레 녹아 있다. 음향과 영상을 총괄한 이진원 미디어하마 대표는 “역사는 진행되는 것이다. 노동을 하면서 끊임없이 하는 말들도 하나의 역사이며 우리가 아련히 기억하는 정서를 건드릴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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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국수 만들기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는 건 아니다. 이 대표는 “지정문화재만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게 아니다. 흘러가는 생활 자체도 문화재일 수 있다”며 “메밀은 구황작물로서 한국사회에서 차지하는 특수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역문화 포털 ‘지역N문화’에 따르면 메밀은 흉년에도 어느 정도의 수확량을 거둘 수 있는 작물로, 강원도 산골에서 많이 재배해왔다.

총 17분 분량의 메밀국수 영상을 촬영하는 데 걸린 시간은 꼬박 일주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우려로 제작 인원을 당초 계획의 절반인 5명으로 줄여 촬영한 데 따른 것이다. 강원도 산골은 해가 빨리 지는 데다 비행기 소리 같은 소음을 피하기 위해 특정 시간대(오전 11시∼오후 3시)에만 촬영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제작진은 샷건 마이크(현장음)와 와이어리스 마이크(말소리)를 이용해 생생한 현장음을 잡아내기 위해 공을 들였다.

문화재재단은 메밀국수를 비롯해 고즈넉한 산사에서 차 만드는 과정을 담은 ‘제다’, 장인의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장 담그기’ ‘옹기장’ ‘나전장’ 등을 다음 달부터 매달 한 편씩 순차 공개할 예정이다. 김한태 문화재재단 콘텐츠기획팀장은 “시청각적으로 편안한 한국의 자연과 무형유산이 ASMR 재료로서 독보적인 역할을 했다”며 “유튜브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세대가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누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한국#전통#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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