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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1순위로 꼽히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대선 출마를 지지하는 슈퍼 정치행동위원회(슈퍼팩)가 발족했다. ‘힐러리를 위한 준비’라는 이름의 슈퍼팩은 앨리다 블랙 조지워싱턴대 역사외교학과 교수가 회장을 맡고 있으며 25일 발족해 28일 연방선거위원회(FEC)에 등록을 마쳤다. 정치인을 후원하는 외곽 지원단체인 슈퍼팩은 무제한 모금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난 대선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이 슈퍼팩은 2주 전에 트위터를 개설했는데 벌써 5만 명의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으며 페이스북에도 3만 명이 가입했다. 블랙 교수는 “클린턴 장관이 대선에 참여할 준비가 됐을 때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며 “몇 주 내로 풀뿌리 조직과 기부자를 모집하겠다”고 말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 보이스카우트 연맹은 매년 가을 ‘주니어 클리닉’이라는 사격 훈련 프로그램을 개최한다. 8∼17세 보이스카우트 대원이 참여하는 이 프로그램에는 군 사격 코치가 동원돼 일대일로 자세를 교정하고 조준 능력을 길러준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총기협회(NRA) 전국사격스포츠재단(NSSF) 등 총기 로비단체와 스미스앤드웨슨 등 총기 제조업체들이 후원한다. 쓰이는 총은 반자동 소총 ‘부시마스터 AR-15’. 어린이 20명을 포함해 26명이 사망한 코네티컷 뉴타운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 애덤 랜자가 사용했던 총이다. 어린이 캠프에 최대 100발까지 장전 가능한 반자동 소총이 사용되는 것에 대한 비판이 나오지만 총기업계는 반자동 소총을 어린이 장난감인 야구 방망이 같은 오락도구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총기업계가 최근 어린이 사격 프로그램을 후원하고 총기가 등장하는 비디오 게임을 개발하고 주 정부를 상대로 어린이의 사냥 연령을 낮추는 로비를 벌이는 등 ‘키즈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7일 보도했다. 총기규제 강화 움직임, 도시화에 따른 사냥총기 수요 급감, 비디오게임 보급으로 인해 총기산업이 하향세에 접어들자 어린이 고객 잡기에 나선 것이다. 어린이들이 보는 총기 홍보잡지에는 15세 금발 소녀가 반자동 소총을 들고 있는 모습(사진)이 등장한다. 부시마스터 소총 할인 쿠폰도 포함돼 있다. ‘부모에게 이 쿠폰을 보여주라’는 권유 문구도 들어 있다. NRA는 2010년 보이스카우트 사격 프로그램에 2005년보다 두 배나 많은 2100만 달러(약 229억 원)를 후원했다. 이런 총기업계 로비로 위스콘신 주는 사냥 허용 연령을 12세에서 10세로 낮췄고 미시간 주는 연령 제한을 없앴다. 총기업계는 “총기가 어린이들에게 책임감과 윤리의식을 키워준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제스 샤트킨 뉴욕대 정신건강학 교수는 “어린이 뇌는 충동적이고 위험을 즐기는 방식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총기 취급이 적절치 않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뉴리퍼블릭과의 인터뷰에서 “총기규제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총기 소지 권리를 규정한 수정헌법 제2조 옹호론자의 목소리를 더 경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2008년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자리를 놓고 치열한 대결을 펼치며 정적(政敵) 관계로 출발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오바마 행정부에서 한배를 타면서 시작된 두 사람의 우정이 뒤늦게 깊어지고 있다.5년 전 대선 캠페인 당시 클린턴 후보는 “오바마 후보가 자신의 정책을 왜곡한다”며 “창피한 줄 알라(Shame on you)”고 한 방 날렸다. 오바마는 이에 “당신, 그래도 좋아할 만한 구석이 있기는 하다”며 비꼬았다.이처럼 설전을 벌였던 두 사람은 5년 뒤 클린턴의 퇴임을 앞두고 나란히 앉았다. 이들은 27일 방영된 CBS 시사 프로그램 ‘60분’에 출연해 지난 4년을 회고했다. 두 사람이 공동 인터뷰를 한 것은 처음일 뿐 아니라 최근 클린턴 장관의 향후 정치적 행보가 주목되는 가운데 성사된 것이어서 미국 정가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조 바이든 부통령이 2016년 대선에 나설 뜻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의중이 클린턴 장관에게 쏠리는 게 아니냐는 성급한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한편 23일 리비아 벵가지 피습사태 부실 대처 청문회에서 클린턴 장관을 눈물짓게 한 론 존슨 상원의원(공화·위스콘신)이 여론의 눈총에 시달렸다. 존슨 의원이 청문회에서 벵가지 사태 원인을 집중 추궁하자 클린턴 장관은 “내가 누구보다 가슴이 아프다”며 “순국 외교관의 유해를 보며 너무 슬펐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존슨 의원은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클린턴 장관이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악어의 눈물’로 사태를 모면하려 했다”고 비난하자 “클린턴의 눈물은 진솔했다” “무신경한 발언”이라며 비난이 쏟아졌다. 이에 존슨 의원은 “내 발언이 지나쳤다”며 “클린턴 장관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워싱턴=정미경·신석호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의 초당적 이민 개혁안이 이르면 이번 주에 발표된다.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은 민주 공화 양당의 상원 중진의원 6명으로 구성된 실무그룹이 이민 개혁안과 관련한 합의점에 거의 도달했으며 이르면 다음 달 1일 이를 공개할 것이라고 26일 밝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9일 히스패닉이 많이 거주하는 네바다 주의 라스베이거스 고교에서 이민 개혁의 원칙을 제시할 예정이다. 의회 실무그룹에는 공화당에서 2008년 대통령 후보였던 존 매케인,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마코 루비오, 당내 실세로 꼽히는 린지 그레이엄 의원이 참여하고 있다. 민주당에선 상원 원내총무인 리처드 더빈, 의회 유대계 수장격인 찰스 슈머, 외교위원장인 로버트 메넨데스 의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포괄적 이민 개혁안은 1100만 명에 달하는 불법 이민자 가운데 범죄 전과가 없는 사람에 대한 일정 심사를 거쳐 시민권 보유를 허용해 합법적인 체류의 길을 열어 주는 혁신적인 방안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불법 이민자가 당국에 벌금과 체납 세금을 내면 시민권을 받을 수 있게 하는 한편 고용주가 새로 고용한 근로자의 합법 체류를 증명하게 하며, 저임금 노동자를 위한 ‘이주노동자(guest worker)’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방안이 추진될 예정이다. 불법 이민자를 구제하는 이민 개혁은 1986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불법 체류자 대규모 사면 조치 이후 답보 상태였다. 공화당의 반발이 개혁의 걸림돌이었다. 그러다가 지난 대선 패배 이후 히스패닉 등 소수계의 지지 확보가 절실해진 공화당이 태도를 바꾸면서 이민 개혁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쿠바 이민자인 루비오 상원의원,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등 공화당 정치인은 오래 전부터 이번 이민 개혁안과 비슷한 내용의 개혁안을 내놓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선 성공 직후의 첫 기자회견에서 “2013년을 이민 개혁의 원년으로 삼겠다”라며 불법 이민자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2010년 애리조나 주정부가 합법적인 이민 서류를 보유하지 않은 외국인의 거주와 취업을 금지한 까다로운 이민법을 제정하자 “연방정부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며 제소해 대법원의 위헌 결정을 끌어냈다. 지난 대선에서는 재선되면 의회에 이민 개혁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공약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북한 관리는 경제난이 미국 제재 때문이라고 열을 올렸다. 미국 제재에도 불구하고 평양 슈퍼마켓에 ‘도리토스(미국의 유명 옥수수칩)’가 가득 진열된 것은 어떻게 설명할까.” 7∼10일 에릭 슈밋 구글 회장, 빌 리처드슨 전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와 함께 북한을 방문했던 슈밋 회장의 딸 소피(19·사진)가 ‘이보다 더 기괴할 수는 없다’라는 제목으로 올린 블로그에 누리꾼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소피는 “일행이 내리자마자 불이 나가면서 전철역이 암흑에 휩싸였다. 북한 주민들은 일사불란하게 손전등을 꺼냈다. 언제나 손전등을 갖고 다니는 듯했다”고 밝혔다. 또 “도착하자마자 휴대전화를 압수당했다. 알람 기능이 있는 휴대전화를 뺏겼으니 내일 아침부터 어떻게 일어날지 고민”이라고 올렸다. 과거 캄보디아 독재자 폴 포트를 인터뷰했던 유명 언론인 네이트 세이어는 “아마추어 저널리스트 소피의 블로그는 취재의 깊이와 묘사, 북한관리 발언 인용 등에서 (단독 취재한) AP통신에 ‘KO’ 펀치를 날렸다”고 평가했다. 뉴욕 데일리뉴스는 “왜 소피가 아버지를 따라 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중에 보니 이번 방문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한 유일한 사람”이라고 평했다.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北京) 출발부터 북한행 비행기 탑승, 김일성종합대 전자도서관 방문 등 수십 장의 사진과 함께 일정을 올린 소피는 “전자도서관을 방문했을 때 좌석에 앉은 남성 90여 명이 아무도 쳐다보지 않고 컴퓨터 스크린에 시선을 고정한 유리인형 같아 무서웠다. 마치 무대 세트 같았다”고 묘사했다. 그는 북한 방문 소감을 이렇게 요약했다. “첫째 북한에 갈 수 있으면 가봐라. 아주 이상한 나라다. 둘째 겨울엔 가지 마라. 너무 춥다. 셋째 방문 전 북한에 대해 들었던 얘기와는 너무 다르다.” 그만큼 소피에겐 이번 방북이 충격적인 경험인 듯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서창수 대성오토카공업사 대표 성호 현대백화점 관리본부 부사장 모친상=26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9일 오전 6시 반 02-3010-2231}
◇조상문 신구대 교수 한규일 부경대 교수 김세훈 전 세무사협회 국제팀장 장인상=27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9일 오전 9시 20분 02-3010-2233}
미국 국방부는 1994년 제정된 여군 장병에 대한 전투임무 배치 금지 규정을 일괄 폐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3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일부 지상 전투부대 등 극히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병 포병 기갑 특수작전 등에 여군의 배치를 금지한 규정이 폐지된다.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은 지휘관들에게 예외적으로 여군 투입이 금지돼야 할 분야를 5월 15일까지 보고하도록 했다. 이번 방침은 최근 여군과 시민단체들이 군 당국의 성차별적 인사 정책을 폐지하도록 요구하는 소송을 잇달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전투 인력 부족 때문에 여군들은 이미 전투 임무에 배치돼 왔다.}
“‘원 우먼 쇼’였다.” “드라마틱했다.”23일 미국 상원과 하원 외교관계위원회가 각각 주재한 리비아 벵가지 주재 미국 영사관 폭력사태 부실 대응 청문회에 잇따라 출석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때로 책상을 치고, 눈물을 글썽거리다가도 활짝 웃는 등 다양한 감정을 표출했다. 5시간 반에 걸친 의원들의 질문 공세에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2016년 대선 민주당 대통령 후보 1순위이자 외교 수장으로서는 마지막 청문회에 나선 클린턴 장관의 정치적 무게를 반영하듯 CNN, 폭스 등 뉴스 채널은 오전 9시 반∼오후 5시(점심 휴회 2시간 제외) 청문회 전 과정을 생중계했다.클린턴 장관은 무장 세력의 공격으로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 등 외교관 4명이 숨지는 사태가 벌어질 때까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대해 “내게 책임이 있다”라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러나 공화당이 집중 제기한 사건 은폐 및 축소 의혹에 대해서는 “숨길 것도 없고 숨겨서도 안 된다”며 강하게 부인했다.의원들의 질문은 5가지 쟁점에 집중됐다. 먼저 대규모 폭력사태가 촉발된 원인에 대해 클린턴 장관은 “원인을 따지는 것이 뭐가 중요하냐. 다시 그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처하고 범인들이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책상을 네 차례나 치는 격한 반응을 보였다.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 장관은 이번 사태가 반(反)이슬람 동영상 때문에 촉발된 우발적 사건이었다고 주장했다가 정부조사위원회(ARB)가 이슬람 테러세력이 사전 모의한 사건이라는 결론의 보고서를 발표한 뒤 ‘총체적 판단 실패’라는 비난을 받았다.현장 외교관의 부실 대처 논란에 대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명령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앤드루 공군기지에서 희생자 시신을 인수하는 상황을 설명할 때엔 눈물을 글썽거렸다. “왜 정부는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느냐”는 공화당 의원들의 공격에 “위급한 상황에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했고 이를 숨김없이 공개했다”고 반박했다. 클린턴 장관은 “벵가지 사태는 진공 상태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다”라며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 이슬람 무장 세력의 급속한 확산을 경고했다.TV 대담 프로그램에 대신 출연해 우발적인 사건으로 규정했다가 오바마 2기 국무장관 후보에서 낙마한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대사 구하기에도 나섰다. 그는 “라이스 대사는 당시 정보당국이 제공한 최신 자료를 바탕으로 정부 의견을 밝힌 것”이라고 두둔했다.장시간 진행된 청문회의 마지막 질문은 클린턴 장관의 향후 계획에 집중됐다. 의원들은 많은 사람의 관심사인 차기 대권 출마 여부를 알아보려는 듯 “장관 퇴임 뒤 뭘 할 거냐”고 물었다. “차기 대선에 출마할 거냐”는 질문을 비틀어 한 질문의 의미를 눈치 챈 클린턴 장관은 호탕하게 웃으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으며 쉬면서 생각하겠다”고 말했다.이날 청문회에는 다른 증인이 배석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청문회에 나설 예정이었던 클린턴 장관은 뇌진탕 혈전 입원 치료차 출석을 연기했다. 당초 공화당 의원들의 살벌한 공세가 예상됐으나 퇴임을 앞둔 장관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질문 수위가 낮아졌다고 미 언론이 평가했다. 24일에는 후임인 존 케리 국무장관 지명자의 상원 인준 청문회가 열린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 하원은 연방정부의 채무 한도를 5월 중순까지 한시적으로 늘리는 법안을 23일 가결 처리했다. 이 법안은 다음 달 중순 한도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 부채의 법정 상한선을 5월 19일까지 단기적으로 늘리는 내용.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추진해온 이 법안은 이날 표결에서 찬성 285표 대 반대 144표로 통과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 법안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민주당이 다수 의석인 상원에서도 쉽게 통과될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해 말 재정절벽 협상에서 민주당에 밀렸던 공화당은 국가 부채 한도를 늘려 협상을 일시적으로 미루는 대신 정부 지출 삭감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기 취임식 바로 다음 날인 22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68세의 한 흑인 노인을 만났다. 백발의 노인은 집무실에 들어서자마자 깍듯하게 거수경례를 했고 오바마 대통령도 거수경례로 화답했다. 그리고 마치 부자(父子) 사이처럼 손을 꼭 잡았다. 이들의 인연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8년 2월 텍사스 오스틴 메리엇호텔.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한 오바마 상원의원이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유세 강행군에 지쳐 눈을 감았던 오바마에게 엘리베이터 층수를 눌러주는 일을 하던 흑인 노인이 말을 걸었다. “이 견장을 간직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자신을 얼 스미스라고 밝힌 노인은 “모든 국민이 존경하는 훌륭한 대통령이 돼 달라”며 “힘이 들 때면 견장을 꺼내봐 달라”고 부탁했다. 천으로 된 견장은 베트남전에 참전해 수많은 동료의 죽음을 지켜보며 나라를 지킨 노인이 40년 동안 항상 간직했던 보물이었다. 대통령이 된 오바마는 견장을 간직하며 힘들 때면 꺼내보며 노인의 부탁을 되새겼다. 오바마 대통령은 “견장에는 소박한 국민의 꿈과 희망이 담겨 있다”며 “내가 대통령이 된 것도 바로 이들의 꿈을 실현시켜 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엘리베이터에서 스쳐갔던 노인의 행방을 알 수는 없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는 이 이야기를 대통령 측근으로부터 전해 듣고 호텔을 수소문해 노인을 찾아냈다. 노인은 여전히 ‘엘리베이터맨’으로 일하고 있다. 하와이 휴가 중 이 소식을 접한 오바마 대통령은 즉시 노인에게 연락해 취임식에 초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쟁 때 상처로 잘 듣지 못하는 노인에게 소리치듯 물었다. “제가 지난 4년 동안 잘했습니까.” 노인은 답했다. “예. 나 같은 피부색의 사람도 훌륭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셨습니다. 잘하셨습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21일 열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2기 취임식에서 2가지의 ‘옥에 티’가 화제다. 논란까지 불러일으킨 것은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행사에서 껌을 씹은 행위다. 참관대에서 부인 미셸 여사, 두 딸 등과 함께 취임 퍼레이드를 지켜보면서 열심히 껌을 씹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비교적 자유로운 퍼레이드 참관식이지만 그래도 공식 취임행사에서 껌을 씹는 것에 대해 “무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껌은 취임행사에 지친 오바마 대통령이 담배 생각이 간절해서 씹은 니코틴 껌이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많다. 4년 전 금연한 오바마 대통령은 담배 생각이 날 때마다 니코틴 껌을 자주 씹어왔으며 집무실 책상에도 니코틴 껌이 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행사에서 껌을 씹은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비난도 있지만 “소탈하다” “자연스러운 모습”이라는 평도 나오고 있다고 ABC방송은 전했다. 취임식에서 미국 국가를 열창한 흑인 여가수 비욘세(사진)도 ‘옥에 티’로 꼽혔다. 이날 국가는 사전 녹음한 것을 틀어놓은 것으로 비욘세는 입만 뻥긋거린 ‘립싱크’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반주를 담당했던 해병대 군악대 측은 22일 “비욘세가 사전에 노래 연습을 할 시간이 없어서 라이브 공연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취임식에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은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 모두 사전에 노래를 녹음해 놓는다. 비욘세와는 달리 취임식에서 축가를 부른 제임스 테일러와 켈리 클라크슨은 현장에서 직접 노래를 부른 것으로 밝혀졌다. 립싱크 논란에 대해 비욘세 측은 아무런 답변도 내놓지 않고 있다. 2009년 오바마 1기 취임식 때는 유명 첼리스트 요요마가 추운 날씨 때문에 첼로 소리가 잘 나지 않는다며 연주를 미리 녹음하고 행사장에서는 첼로에 손만 대고 움직인 ‘핸드싱크’를 해서 논란이 된 바 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오바마의 진보 선언문(progressive manifesto).’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21일 2기 취임식 연설에 대한 미 시사주간 매체 뉴스위크의 평가다. 역사적 명연설로 꼽힐 만한 화려한 수사(修辭)는 없지만 1기 집권 때 보여주지 못한 자신의 진보적 정치철학을 분명하게 전달했다는 것. 취임사의 대부분이 공화당과의 정책 갈등을 예고하는 내용이어서 미 정치권의 대결 구도는 더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앞으로 4년간 임기에 주력할 5대 어젠다를 제시했다. 경제 회복이 최우선 과제였다. 그는 “소수만이 잘살고 다수가 못사는 사회는 성공할 수 없다”며 “세제를 개편하고 학교를 개혁하며 국민 능력 개발을 위한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유층 세금 인상, 정부지출 추가 삭감 반대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국민은 안전과 품위를 지키기 위한 기본적인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메디케어(노년층 건강보험) 메디케이드(저소득층 건강보험) 등으로 서로 기여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며 공화당의 사회보장 프로그램 감축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사회안전망 확보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오바마 대통령은 “환경보호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고 세 번째 과제를 제시했다. 대체에너지원 개발, 환경산업 육성으로 1기에 손대지 못한 환경 보호에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넷째로 제시한 외교 분야에선 “지구촌 구석구석에 강력한 동맹의 닻을 내리겠다”며 “특히 대화와 동맹의 가치를 토대로 ‘끝없는 전쟁’을 배격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 예외주의’ ‘패권’을 강조하는 공화당 보수진영과의 차별성을 드러낸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소수자 인권 보호를 강력히 주장하며 “동성애자 형제자매, 이민자들이 동등한 대접을 받을 때까지 우리 여정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 대통령 취임사에 ‘동성애자’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세제, 건강보험 개혁, 중동 민주화, 소수자 인권, 기후변화 등 정책적 소신을 빠짐없이 거론했지만 최근 논란으로 떠오른 총기규제에 대해 “아이들에게 안전한 나라가 돼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언급하는 데 그쳤다. 오바마 대통령은 19분간의 취임사에서 ‘아메리카’를 19회, ‘국민’ ‘국가’를 10회 이상 사용하며 통합의 메시지를 던졌다. 하지만 무조건 통합이 아닌 약자를 배려하고 기회를 주는 포용적 통합이어야 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진보단체들은 “오바마가 드디어 제 ‘색깔’을 찾았다”며 환영했다. 반면에 수전 콜린스, 대럴 이사 등 공화당 의원들은 “대결적 취임사로 초당적 협력을 이끌어낼지 미지수”라고 비난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1일 낮 12시(한국 시간 22일 오전 2시) 취임식을 갖고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의회의사당 ‘캐피털 힐’ 계단에 마련된 특별무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미국을 갈라놓은 인종적 당파적 분열의 상처를 극복하고 앞으로 닥칠 국내외 도전에 대처할 통합의 지혜를 모으자”고 호소했다. 그는 “미국의 번영과 미래를 위해서는 국가적 화합, 정치권의 타협, 시민의 정치 참여가 중요하다”며 “미국을 세운 건국정신과 가치는 오늘날 급변하는 세계에서 우리를 인도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취임사에서 앞으로 4년 동안의 통치 비전과 철학을 제시했으며 구체적인 정책 청사진은 다음 달 12일 연두교서에서 내놓을 예정이다.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연설 전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 앞에서 에이브러햄 링컨 16대 대통령과 흑인 지도자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사용했던 성경 2권 위에 손을 얹고 취임선서를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취임선서를 해 2기 임기를 시작했으나 일요일이어서 이날 다시 취임선서를 했다. 취임식은 전임 대통령, 상·하원 의원, 내각 각료, 대법관, 외교사절과 일반인 70만 명 안팎이 운집한 가운데 열렸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1일 취임사에서 “모든 차이가 다 극복될 수는 없다. 그러나 ‘공통점(common ground)’을 찾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재선에 성공한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서 미국 사회가 직면한 인종 계층 이념 갈등을 극복하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두겠다고 천명한 것. 1기 취임 당시 68%에 이르는 경이적인 지지도와 비교했을 때 2기는 52%의 비교적 낮은 지지율로 출발하고 있지만 큰 격차로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 대통령은 “국민은 나를 선택했다”라는 말을 자주 꺼내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오바마 대통령은 이달 초 대통령 사학자들을 불러 2시간 반 동안 토론하면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을 2기 리더십의 롤 모델로 제시했다고 한다. 전후 미국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수습하고 경제 번영의 토대를 닦은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은 2기 집권 때 더 빛을 발한 대통령으로 평가받는다. 전문가들은 오바마가 성공한 재선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기 위해선 3개의 키워드를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우선 ‘어젠다’를 빨리 정립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 어느 대통령보다 어려운 환경에서 1기의 닻을 올렸지만 테러단체 알카에다를 이끄는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하고 이라크-아프가니스탄전쟁을 종료하는 외교적 업적을 남겼다. 경기부양책 효과로 경제가 살아나고 있으며 획기적인 건강보험 개혁안도 시행할 예정이다.하지만 재선 대통령의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은 1기 때보다 훨씬 빨리 찾아온다. 대개 재선 1년 뒤부터 통치력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1기 때 경제와 외교에 치중한 오바마 대통령은 2기에는 총기규제 이민 환경 등 사회 이슈들을 정면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다.양극화로 치닫는 정치권을 조율할 ‘외교적 기술’도 필요하다. 상·하원을 민주당과 공화당이 양분한 현 의회 구조에서 초당적 협조란 쉽지 않다. 취임사에서 정치권이 ‘공통의 기반’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한 오바마 대통령이 대화와 소통을 위해 얼마나 손을 내밀지 주목된다.마지막으로 ‘위험(리스크)’을 감수해야 한다. 2008년 무명의 초선 상원의원으로 치열한 경쟁을 뚫고 민주당 대통령후보 자격을 획득한 뒤 여세를 몰아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된 오바마의 정치적 여정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유산을 이어 미국이 직면한 정책적 도전을 과감히 국민 앞에 제시하고 헤쳐 나가야 한다.역사적으로 대다수 재선 대통령의 성적표는 그리 좋지 않았다.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1972년 압도적인 표차로 재선에 성공했지만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물러났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2기 동안 이란-콘트라 스캔들에 시달렸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로 탄핵 위기까지 갔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2기 취임 7개월 만에 닥친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미숙하게 대응해 지도력에 타격을 입었다.오바마 대통령은 이런 전임자들을 의식한 듯 재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제일성으로 “재선 대통령들이 거쳐 갔던 과욕의 오류에 빠지지 않겠다”고 밝혔다. 분열자가 아닌 상처를 보듬는 통합자로서 임무를 완수하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을 가리켜 최근 미국에서 ‘치유 통수권자(Healer-in-Chief)’라는 단어가 회자되고 있다. 더이상 선거 부담이 없는 그가 어떤 치유책을 제시할지 기대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취임식 축하인파 70만명… 4년전 절반 ‘차분한 파티’ ▼■ 할리우드 스타들 총출동… 부시 前대통령 부자는 불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2기 취임식이 열린 21일 이른 아침부터 미국 워싱턴 인근은 행사에 참석하려는 인파로 교통 전쟁이 벌어졌다. 오전 5, 6시부터 전철에는 외투, 귀마개, 목도리로 중무장한 승객들이 취임식을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취임식이 열리는 의사당 인근 ‘캐피털 사우스’역과 퍼레이드가 열리는 백악관 인근 역을 전철이 지날 때마다 승객들이 썰물같이 빠져나갔다. 전철역 바깥 행사장 입구에도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인파로 북적였다. 워싱턴 교통당국은 이날 취임식 인파에 대비해 전철 운행을 평소보다 1시간 이른 4시부터 시작해 두 시간 늦은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연장했다.그래도 오바마 대통령의 2기 취임식은 4년 전 첫 취임식에 비해 차분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2009년에는 첫 흑인 대통령의 취임식을 보려고 160만여 명이 몰렸지만 21일 재선 취임식에는 50만∼70만 명의 인파가 몰린 것으로 취임식준비위원회는 추산했다.취임식장 주변은 마치 할리우드를 통째로 옮겨 놓은 것처럼 유명인이 대거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취임식에서 비욘세, 켈리 클라크슨, 제임스 테일러가 미국 국가와 축가를 부른 것을 비롯해 케이티 페리, 어셔, 스티비 원더, 조지 로페즈 등 유명 연예인이 총출동했다.미국 대통령 취임식에는 전임 대통령들이 참석하는 것이 관례. 그러나 이날 취임식에 부시가(家)의 전임 대통령 2명이 모두 불참하고 지미 카터, 빌 클린턴 등 민주당 출신 전임 대통령만 참석해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내놓은 통합의 메시지가 무색해졌다.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기관지 질환 등으로 장기 입원했다가 최근 퇴원한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대통령 간호 때문에 불참했다고 밝혔다. 1기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때 생존한 전임 미국 대통령 4명이 모두 참석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날은 마틴 루서 킹 기념일이었다. 그러나 최초의 흑인 대통령 재선 취임식 때문에 킹 목사의 기념일은 묻혔다. 하지만 흑인들은 이에 별다른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고 오바마 대통령이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의 성경 위에 킹 목사가 생전에 사용했던 성경을 포개 올려놓은 다음 손을 얹고 선서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4년 전 취임식 때 링컨 전 대통령이 취임식 때 사용했던 성경만 사용했다.한편 조 바이든 부통령은 20일 워싱턴에서 열린 아이오와 주 지지자들의 취임 축하 파티에서 “저는 미국의 대통령이어서 자랑스럽습니다”고 말실수를 해 웃음을 자아냈다. 지지자들이 그의 실수에 웃으며 박수를 치자 바이든의 첫째 아들인 델라웨어 주 검찰총장 조 바이든 3세는 급히 아버지의 말을 가로채며 참석자들에게 “아버지께서 말을 잘못했다”라고 해명했다. 바이든 부통령도 실수를 깨닫고 즉시 “저는 오바마 대통령의 부통령인 것이 자랑스럽습니다”라고 정정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1988년과 2008년 두 차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갔지만 마이클 듀카키스 후보와 오바마 현 대통령에게 각각 패했다.이날 오바마 재선 캠프와 민주당전국위원회(DNC)의 발표에 따르면 오바마 재선에 선거자금을 기부한 지지자는 총 450만 명으로 모금액은 11억 달러(약 1조1700억 원)인 것으로 집계됐다.한편 오바마 대통령 재선의 ‘일등공신’인 라틴계 유권자들은 20일 워싱턴 케네디센터에서 취임 축하공연 ‘라티노 취임식 2013’을 개최하고 대대적인 ‘세(勢) 과시’에 나섰다. 오바마 재선 캠프의 공동의장을 맡았던 유명 여배우 에바 롱고리아의 사회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안토니오 반데라스, 로자리오 도슨, 마크 앤서니, 호세 펠리시아노 등이 참석해 무대를 빛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1789년 4월 30일 초대 조지 워싱턴 대통령의 취임식 이후 57번째인 미국 대통령 취임식은 많은 기록을 쏟아냈다. 1933년까지는 취임식 날짜가 3월 4일이었다. 교통수단과 통신이 발달되지 않아 개표 및 확인작업에 많은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사망에 이르게 한 취임식도 있었다. 1841년 3월 4일 9대 윌리엄 해리슨 전 대통령은 눈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모자와 코트를 쓰지 않고 무려 1시간 45분 동안 8445단어에 달하는 긴 연설문을 낭독했다. 그는 곧 감기에 걸렸고 이것이 폐렴으로 악화되면서 한 달 뒤에 사망해 백악관에 가장 짧은 시간 머문 대통령이 됐다. 가장 짧았던 취임식 연설은 초대 조지 워싱턴의 두 번째 취임 연설로 단 135단어였다. 이번처럼 20일이 일요일이어서 백악관에서 취임선서를 한 다음 날(21일) 취임식이 열려 취임 선서를 두 번 한 대통령은 러더퍼드 헤이스, 우드로 윌슨,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로널드 레이건, 버락 오바마 등 5명이다.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타협은 필요하다.” 2011년 8월 국가부채 한도 상향 조정 협상이 한창일 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 벽에 걸려 있는 노예해방선언문 사본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1863년 에이브러햄 링컨 당시 대통령은 남부의 노예 해방을 위해 북군이 점령한 주의 노예를 그냥 존속시키는 타협적 내용의 노예 해방 선언을 발표했다. 남부 노예를 해방하기 위해선 북군의 군사력 충원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선언문을 바라보며 “링컨은 국가지도자로서 타협의 지혜가 필요했지만 당시 사람들은 ‘링컨이 노예를 팔아먹었다’라고 비난했다”라며 씁쓸하게 웃었다고 한다. 국가부도 위기 상황에서 공화당과의 타협이 절실했지만 민주당의 반발도 고려해야 했던 오바마 대통령의 고충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기대가 많았던 만큼 실망도 컸던 오바마의 인종정책 올해는 미국 인종사에서 중요한 해다. 노예해방 선언 150주년을 맞고 흑인 지도자 마틴 루서 킹 목사가 ‘나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명연설을 한 지 50주년을 맞는 해다. 오바마 대통령의 2기 취임식이 열리는 21일은 ‘마틴 루서 킹 데이’다. 또 취임식 장소인 의사당은 킹 목사가 연설했던 링컨 메모리얼을 바로 마주 보는 곳이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동시에 재선에 성공했다는 역사적 의미를 가진 그지만 최근 4년간의 인종정책에선 실망이 컸다. 오바마 대통령 1기의 인종정책은 ‘타협’이라는 단어로 요약될 수 있다. 많은 국민, 특히 소수 인종은 오바마 대통령이 인종 갈등을 치유하고 의미심장한 인종 화합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경제 회복, 건강보험 개혁 등 당면 과제에 치중한 오바마 대통령은 인종 문제에서 별다른 업적을 내놓지 못했다. 2009년 8월 자신의 집에 들어가려던 헨리 루이스 게이츠 하버드대 교수(흑인)를 체포한 백인 경찰을 “어리석다”라고 했다가 백인들에게서 큰 반발을 산 뒤 오바마 대통령은 인종 관련 발언을 자제했다. 2010년 중간선거에서 강경 보수 티파티 주도의 공화당에 패한 뒤 오바마의 출생지를 문제 삼는 ‘버서’ 운동이 등장한 것도 오바마 대통령이 인종 문제로부터 멀어지게 만든 요인이다. 지난해 2월 히스패닉계 백인의 총을 맞고 사망한 플로리다 흑인 소년 트레버 마틴에 대해 “내가 아들이 있었다면 마틴 같았을 것”이라고 했다가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기도 했다. 크리스토퍼 에들리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로스쿨 학장은 “백인 대통령이 아닌 흑인 대통령의 입에서 나오는 인종 관련 발언은 부작용을 내고 논란을 일으켰다”라며 “오바마 대통령은 경제와 외교에 치중하고 인종 등 사회문제에서 멀어지는 정치적 타협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인종 문제에서 별다른 진전을 이뤄 내지 못하면서 상당수 미국인의 실망감은 커졌다.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바마 1기 취임 직전 ‘인종 갈등이 해소될 것이다’라고 답한 비율은 56%에서 취임 직후 70%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후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지난해 대선 직전 33%까지 내려갔다. 최근 4년 동안 경기침체로 사회적 보수화가 진행되면서 많은 백인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다. 반면 흑인 히스패닉 등 소수 인종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변함없는 지지를 보냈다. 이로 인해 “인종 갈등이 더 심화됐다”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여기에 ‘1% 대 99%’의 대결이라는 빈부 격차 갈등까지 가세하면서 사회적 분열은 더욱 심화됐다.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득표율에서도 인종 분열적 양상은 드러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백인 지지율이 40%에도 미치지 못한 반면 흑인 93%, 히스패닉계 71%, 아시아계 73% 등 소수 인종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재선에 성공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오바마 시대에 ‘인종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라며 “‘앵그리 화이트맨’으로 불리는 저소득 백인층의 반감을 어떻게 포용하느냐에 오바마 2기의 성패가 달려 있다”라고 분석했다.○ 오바마 2기에는 인종 문제에 관심 높아질 것 큰 격차를 보이며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감에 차 있다. 전문가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인종정책에 큰 변화가 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재선 확정 뒤 연설에서 미 국기에 맹세하는 이민자의 딸, 시카고 남부 빈민가 출신의 흑인 소년, 노스캐롤라이나 가구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자녀를 예로 들며 “미국은 포용적인 나라가 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2기 취임 연설에서도 인종화합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서서히 인종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여 갔다. 인종차별적 유권자신원(ID) 확인법에 제동을 걸고 불법 이민자 강제 추방 유예조치를 내놓는 등 소수 인종 인권 향상 정책을 내놓았다. 연방대법원은 소수 인종 우대 정책에 대한 중요 판결을 앞두고 있다. 오바마 2기 행정부에서는 인종뿐만 아니라 낙태, 이민. 동성결혼, 환경 등 다른 사회적 이슈에 대한 정책에도 무게가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보수파와의 갈등이 수반하는 이런 정책들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벤저민 젤러스 미국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 회장은 “미국의 인종 갈등이 더 심해진 만큼 오바마 대통령이 인종 화합이라는 대과제를 더는 피해 갈 수 없다”라며 “많은 논란이 있겠지만 이는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서 반드시 풀고 가야 할 운명”이라고 말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2009년 1월 미국 백악관의 주인이 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대통령 집무실에 드나드는 비서진과 보좌관들에게 애견인 ‘보’ 주의령을 발동했다. 집무실에 워낙 많은 사람이 출입하다 보니 드러누워 자는 보를 밟아 비명이 나는 사건이 빈번해졌다. 그래서 보를 밟지 말고 피해 다니라는 주의령을 내린 것이다. 비서나 참모는 물론이고 대통령 애완동물까지 드나들 수 있는 곳이 바로 미국 정치의 심장부 백악관 오벌오피스(대통령 집무실)다. 백악관은 크게 세 개 건물로 구성돼 있다. 왼쪽에 대통령 집무공간인 웨스트윙, 중앙에 대통령 가족이 사는 관저, 오른쪽 이스트윙에는 영부인 집무실과 각종 사교실, 역대 대통령 기념실 등이 있다. 백악관의 총면적은 7만3000m²(약 2만2000평)로 청와대(25만3504m²)보다 훨씬 작다. 오벌오피스는 언제나 문이 열려 있다. 중요 회의 때는 문을 닫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대부분의 업무 시간에 ‘오픈 도어’ 정책을 유지한다. 과거 리처드 닉슨, 로널드 레이건 등 집무실 문을 닫는 것을 선호하는 대통령도 있었지만 최근 20여 년간 미국 대통령들은 예외 없이 문을 열고 지냈다. 부통령과 비서실장, 선임고문, 보좌관 등이 쉴 새 없이 들락거리며 대통령과 수시로 대화를 나눈다. 세계를 움직이는 결정들이 이뤄지는 미국 대통령 집무실이지만 면적은 76m²(약 23평)에 불과하다. 들어가 본 사람들은 그 아담한 규모에 놀란다. 집무실에는 대통령 책상과 3인용 소파 두 개, 그리고 탁자 하나가 들어가면 꽉 찬다. 백악관 집무실에서는 회의 때마다 소파 쟁탈전이 벌어지기로 유명하다. 회의에 참석하는 참모들이 서로 소파에 앉으려고 무언의 신경전을 벌인다. 서로 코앞에 마주보고 앉아 정책 논의를 하다 보면 회의 집중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백악관 집무실이 개방형이자 소통형으로 불리는 이유다. 백악관의 웨스트윙은 민주적 개방공간으로 만든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웨스트윙 1층에는 대통령 집무실을 기준으로 양쪽으로 부통령실 선임고문실 비서실장실 국토안보보좌관실 대변인실 등이 빽빽이 들어차 있다. 집무실과 가장 가까운 선임고문실의 경우 대통령이 서재를 사이에 두고 소리쳐 부르면 대답할 수 있는 거리다. 집무실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외국 정상들은 미국 대통령이 “자, 이제 기자회견을 하러 가시죠” 하면 놀라곤 한다. 멀리 가는 것이 아니라 집무실에서 로즈가든으로 향하는 문을 나서면 바로 야외에 기자회견장이 마련돼 있다. 물론 날씨가 좋을 때만 볼 수 있는 야외 기자회견이지만 격식을 따지지 않고 시간 낭비를 하지 않겠다는 미국 대통령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사례다. 로즈가든은 수상자와 가족을 함께 초청해 훈장 수여식을 여는 국민소통의 공간이기도 하다. 한국 청와대와 다른 또 하나의 공간 활용은 회의실이다. 대통령이 집무실로 비서나 보좌관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나가서 다른 방에서 회의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커다란 사무용 책상이 있는 비서실장실을 회의 공간으로 자주 활용한다. 재정적자, 건강보험 개혁 등의 문제로 공화당과 대치하느라 스트레스가 많았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웨스트윙 1층 다용도 회의실인 루스벨트룸에서 자주 피자 파티 회의를 연 것으로 유명하다. 웨스트윙 지하 1층에 있는 상황실은 대통령과 참모들이 긴급 상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집단적인 판단을 내리도록 설계돼 있다. 대통령과 참모들은 이곳에서 정부부처와 해외 동맹국 수반들을 영상으로 연결해 전방위 소통을 한다. 2011년 5월 오사마 빈라덴 사살작전이 진행될 때 오바마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등 국가안보회의(NSC) 멤버들과 모니터 앞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현장 상황을 지켜보는 장면은 대통령과 관료 간 민주적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상황실은 국가 위기를 다루는 심각한 공간이지만 친근하게 ‘나무 헛간(woodshed)’으로도 불린다. 1800년 완공된 백악관은 유럽 건축양식에 따라 귀족주의적 대저택의 면모를 자랑한다. 그러나 권위적인 겉모습과는 달리 대통령과 참모진 간의 민주적 소통을 중시하는 방식으로 끊임없이 내부를 개조해 왔다. 워싱턴=정미경·신석호 특파원 mickey@donga.com }

미국 백악관을 ‘민주와 소통’의 구조로 바꾸는 데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 2명의 대통령으로는 성(姓)이 같은 26대 시어도어 루스벨트와 32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꼽힌다. 웨스트윙에 유일하게 대통령 이름이 들어간 방인 ‘루스벨트룸’이 있는 것도 두 명의 대통령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은 원래 백악관 관저에 있던 대통령 집무실의 업무가 크게 늘어나자 웨스트윙을 개축해 별도의 집무 공간을 만들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웨스트윙에서 집무실을 현재의 동남쪽 구석 공간으로 옮겼다. 원래 집무실은 남쪽 중앙에 있었으나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를 타고 다녔던 루스벨트 대통령은 관저에서 될 수 있으면 가까운 동남쪽으로 이전한 것. 결과적으로 로즈가든과도 가깝고 참모 집무실과의 접근성도 좋아 잘 옮겼다는 평을 들었다. 웨스트윙 1층에는 두 개의 회의실이 있다. 내각회의실과 루스벨트룸이다. 대통령들은 격식 없는 회의나 토론을 할 때 면적이 넓은 큰 내각회의실보다 루스벨트룸을 즐겨 이용한다. 대통령들이 자주 찾다 보니 루스벨트룸에 걸린 2명의 루스벨트 초상화를 두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공화당 출신 대통령들은 공화당 출신인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초상화를, 민주당 출신 대통령들은 민주당 출신인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초상화를 더 위쪽에 걸기 위해 경쟁을 벌인 것으로 유명하다. 백악관 집무실은 외부로 통하는 문이 네 개나 된다. 비서실, 서재, 복도, 로즈가든으로 나가는 문들이다. 대통령은 웨스트윙 복도로 자주 나와 부통령실에 들르고 비서실장실 책상에 걸터앉아 정책을 토론한다. 복도에서 만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이 선 채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1999∼2006년 미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백악관을 무대로 한 TV드라마 ‘웨스트윙’에서 대통령이 말단 직원들의 방에 들르거나 복도에서 농담을 주고받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과연 이 같은 일이 정말 백악관에서 일어날까.’ 당시 많은 미국인들의 궁금증이었다. 이 드라마를 쓴 유명 작가 애런 소킨은 작품 취재를 위해 직접 백악관에 가서 이런 장면들을 보고 그대로 쓴 것이라고 해서 화제가 됐다. 드라마에서 그려진 격식 없는 대통령의 모습은 당시 별로 인기가 높지 못했던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을 올리는 데 한몫하기도 했다. 집무실이라고 해서 업무만 보는 공간은 아니다. 미국 대통령들은 집무실에서 골프 연습을 하며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골프광으로 유명했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너무 열심히 골프 연습을 해 바닥에 흠이 생겨 새로 바닥을 까는 공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린든 존슨, 로널드 레이건,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에도 바닥을 새로 깔았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