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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에 홀린 듯 어디론가 떠나본 적이 있는가. 성공회 신자이자 스스로를 아마추어 역사지리학자라고 말하는 영국인 저자는 14세기에 쓰인 이븐 바투타(1304∼1368)의 ‘여행기’에 매료돼 그 발자취를 집요하게 따라간다. 아랍의 유명 여행가인 이븐 바투타는 1325년 고국 모로코를 떠나 이집트 시리아 오만 터키를 거쳐 탄자니아 인도 중국 등을 29년간 누빈 뒤 ‘여행기’를 썼다. 오로지 두 발과 말, 노새, 뗏목에 의지한 이바(이븐 바투타의 애칭)의 여정은 40여 개국 12만 km에 이른다. 마르코 폴로가 탐험했다고 주장하는 거리의 세 배다. 이바는 해적을 만나고 배가 난파해 가까스로 탈출하는가 하면 설익은 얌(마의 일종)을 먹고 죽을 뻔하기도 했다. 저자는 ‘여행기’의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다 읽으면 어쩌나 걱정할 정도로 완전히 빠져들었다. 이 책은 이바의 여정 중 이슬람 지역을 저자가 주유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바가 하루 묵었던 수도원을 찾아 헤매고 그가 걸었던 거리, 모스크, 병원까지 샅샅이 뒤진다. 수도원은 잔해만 발견하고 병원은 쇠락해 있다. 이바의 발자취를 더듬어 가기에 14세기와 21세기 아랍의 모습이 정교하게 교차된다. 아랍의 풍속, 정서, 먹을거리, 거리풍경 등이 날것 그대로 세밀화처럼 펼쳐진다. 사람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이바를 반겼던 이들처럼 안전한 여행을 기도하며 등을 두드려주는 모로코 남성을 만난다. 프랑스 여성과 사랑에 빠진 시리아 호텔 직원은 연애편지를 번역해 달라고 부탁한다. 700년 역사를 지닌 이집트 카이로 병원의 원장은 “꾸란의 구절 ‘너희는 약간의 지식을 얻었을 뿐이다’를 기억하려 애쓴다”고 겸허히 말한다. 2001년 출간돼 이번에 한국에 소개된 이 책은 평화로부터 멀어져 가는 아랍의 현실을 또렷이 부각시킨다. 14세기, 왕들은 전쟁 대신 아들딸을 결혼시키며 평화를 유지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이바가 그처럼 넓은 지역을 여행할 수 있었던 것은 평화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2001년 9·11테러가 발생하기 전 여행했던 저자는 시리아 이집트 터키를 누볐다. 이때도 룩소르에서 과격단체가 외국인 관광객 60명과 이집트인 8명을 죽이는 등 불안한 기운이 스멀스멀 번지고 있었다. 지금 여행의 인프라는 발달했지만 국경의 장벽은 더 높아지고 있다. 시리아는 갈 수 없는 곳이 됐고, 이집트와 터키는 폭탄 테러로 얼룩지고 있다. 예멘에 살고 있는 저자는 말한다. “이븐 바투타의 시대, 여행은 느렸지만 국경은 열려 있었습니다. 아마 사람들의 마음도 그랬겠죠.” 500쪽이 넘는 글을 꼼꼼하게 파악하려면 상당한 집중력이 필요하다. 전설과 역사 이야기가 수시로 등장하고 문학 음악 등 여러 분야를 종횡무진하는 데다 때로 저자의 상상이 더해져 내용이 쉽게 입력되지는 않는다. 일반적인 여행기로 여기고 책을 펼친다면 당황할 수 있다. 거친 코스와 빡빡한 일정을 내밀고는 자신 있으면 한번 따라와 보라며 씩 웃는 괴짜 여행 안내자를 만난 기분이다. 우리에게 낯선 아랍의 학자와 사상가, 술탄 등을 비롯해 음식, 옷, 지역을 상세히 설명한 각주를 책 뒤에 몰아넣어 읽는 흐름을 자주 끊기게 만든 점은 아쉽다. 여행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려한 사진 대신 삽화를 넣어 상상력을 자극한다. 저자의 여정은 BBC가 다큐멘터리로 제작했다. 원제는 ‘Travels with a tangerine’.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서른 살 아들과 예순 살 엄마가 300일간 세계일주를 떠났다. 엄마의 환갑잔치 대신 시작한 배낭여행. 여행이 끝난 후 엄마는 말한다. “세계여행 별거 아니네!” 이 배낭여행의 얘기를 담은 ‘엄마, 일단 가고 봅시다!’와 ‘엄마, 결국은 해피엔딩이야!’는 일반인이 쓴 여행 에세이 가운데 베스트셀러 1, 2위(2011∼2015년 누적·예스24 기준)를 기록 중이다. 2013년 출간됐는데도 여전히 인기가 식지 않으며 두 권 합쳐 12만 부가 팔렸다. 연말연시에는 새해 여행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이 많아 여행 에세이가 집중적으로 판매된다. 교보문고와 예스24에 따르면 인기 여행 에세이로는 태원준 씨가 쓴 ‘엄마…’ 시리즈를 비롯해 ‘즐겁지 않으면 인생이 아니다’(린 마틴 지음·글담),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오소희 지음·북하우스) 등이 꼽힌다. 이들 책은 가족이 색다른 방식으로 여행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즐겁지…’는 미국인 노부부가 70세가 되던 해 모든 것을 처분하고 멕시코 아르헨티나 터키 등 세계 곳곳에서 일정 기간 살며 쓴 여행 에세이다. ‘바람이…’는 세 돌 된 아들과 터키 여행을 떠난 엄마의 이야기를 담았다. 일가족이 미니버스를 타고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등 세계를 누빈 ‘빼빼가족, 버스 몰고 세계 여행’(빼빼가족 지음·북로그컴퍼니)도 인기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혼자 여행한 경우도 눈길을 끈다. 13개국에서 만난 13명의 남자 이야기를 담은 ‘낯선 침대 위에 부는 바람’(김얀 지음·달)과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집한 후원자 200여 명의 좌우명과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아프리카를 60여 일간 여행한 ‘우리는 지구별 어디쯤’(안시내 지음·상상출판)이 있다. 일반인이 여행 에세이를 내기 위해 출판사 문을 두드리는 경우도 급증하고 있다. 출판사에는 매일 한 건, 많게는 하루에 10건 이상 글이 쏟아져 들어온다. 김지향 달 출판사 편집장은 “한 해 400편가량 원고가 들어오는데 여행 에세이가 70%가량을 차지한다”며 “이 가운데 책으로 출간되는 경우는 1, 2권 정도”라고 말했다. 200 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뚫고 책으로 ‘빛’을 보기 위해서는 독특함이 있어야 한다. 유철상 상상출판 대표는 “글 솜씨는 기본이고 차별화된 방식으로 여행하거나 다른 이들이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풀어내야 한다”고 말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급속한 시장 침체로 출판계는 어느 때보다 추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꽁꽁 언 땅 밑에서도 새싹은 돋아날 힘을 모으는 법. 올해 잇달아 출간되는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얼어붙은 출판계에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베스트셀러, 지각 변동 올까 혜민 스님이 다음 달 초 새 에세이집(제목 미정·수오서재)을 선보인다. 혜민 스님이 쓴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2012년 31주간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47주째 판매 1위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미움받을 용기’(인플루엔셜)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는 4, 5월경 속편인 ‘미움받을 용기2’(가제)를 같은 출판사에서 낸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30여 년간 작가로 살아온 삶을 솔직하게 풀어낸 에세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현대문학)도 2, 3월경 출간된다. 다음 달 나오는 ‘아, 김수환’(김영사)은 김수환 추기경의 알려지지 않은 발자취를 담은 전기다. ‘7년의 밤’, ‘28’ 등의 소설로 탄탄한 독자층이 있는 정유정은 신작으로 1인칭 사이코패스 스릴러 ‘종의 기원’(은행나무)을 5월경 발표한다. 신도시의 한 아파트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사건이 박진감 넘치게 펼쳐지는 가운데 인간 내면에 자리 잡은 악의를 밀도 있게 그린 작품이다. 작가 김숨이 이한열 열사의 운동화 복원 과정을 치밀하게 묘사한 소설 ‘L의 운동화’(민음사)도 3월경 만날 수 있다. 김경욱의 장편소설 ‘개와 늑대의 시간’(문학과지성사)은 1982년 90명의 사상자를 낸 ‘우범곤 순경 총기 난사 사건’을 통해 그 시대를 반추한다. 편혜영의 장편소설 ‘홀’(문학과지성사)은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은 남자가 장모의 보살핌을 받으며 갈등을 겪는 이야기를 담았다. 윤대녕은 11년 만의 신작 ‘피에로들의 집’(문학동네)을 다음 달 출간하고, 하성란도 신작 장편(제목 미정·창비)을 3월쯤 낼 예정이다. 문단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장강명은 올해도 바쁜 행보를 이어간다. 북한을 배경으로 한 장편 스릴러(제목 미정·위즈덤하우스)를 6, 7월경 내고 문학공모전에 대한 심층 취재를 바탕으로 한국의 공채 제도를 짚어보는 논픽션도 하반기에 발표한다.○ 반가운 이름, 그들이 온다 알랭 드 보통이 20년 만에 내놓는 장편소설 ‘사랑의 과정’(가제·은행나무)은 결혼한 부부의 사랑을 다룬 작품. 6월쯤 출간될 예정이다. 정치 음모 살인이 뒤얽힌 세계를 음산하게 그린 움베르토 에코의 신작 소설 ‘창간 준비호’(열린책들)도 6월경 만날 수 있다. ‘통섭’, ‘인간 본성에 대하여’로 유명한 에드워드 윌슨의 ‘개미’(글항아리)는 9월경 나온다. ‘총, 균, 쇠’의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가 그동안 추적했던 수많은 사회의 유형을 한 권으로 압축한 ‘컴페어링 휴먼 소사이어티즈’(김영사)도 기대작으로 꼽힌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으로 유명한 작가 요나스 요나손의 새 소설 ‘히트맨 안데르스와 그 모든 것의 의미’(열린책들)가 10월경 출간될 예정이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한국 문학이 대중의 관심을 얻으며 침체됐던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며 “올해는 총선이 있는 만큼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심층 분석한 책들도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축복과 격려가 연중 어느 때보다 많이 오가는 한 주였다. 마음이 느껴지는 말 한마디는 기운이 나게 만든다. 그래서일까. 등을 가만히 토닥여 주는 책들이 눈에 띈다. 낮은 이들을 위해 일하는 것으로 유명한 아일랜드 수녀 스태니슬라우스 케네디가 쓴 ‘영혼의 정원’은 시와 명언 등을 소개하고 그에 대한 명상을 담았다. 이해인 수녀가 조카 이진 씨와 함께 번역했다. ‘그저 단순하게 감탄하며 살라’는 작가 앨리스 워커의 말에 수녀는 ‘감탄은 마음의 문을 열어준다’고 묵상한다. ‘서툰 인생을 위한 철학 수업’(안광복)은 철학자의 인생론을 통해 고민을 풀 실마리를 찾아보라고 권한다. 라캉은 ‘욕망도 연습해야 는다’고 했다. 남에게 휘둘리지 말고 내 욕망을 발휘하는 훈련을 하면 조금은 덜 힘들어질 수 있단다. 삶이 녹록지 않을 때 위로가 되는 책 한 권을 발견한다면 그것만으로도 행운의 신호라고 여기는 건 어떨까.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두렵지만 감사하는 마음이 가장 큽니다. 무엇보다도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의식 있는 존재, 생각하는 동물로서 살아왔습니다. 그 사실 자체가 내게는 크나큰 특권이자 모험이었습니다,” 지난해 2월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리며 올리버 색스가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을 본 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2005년 눈에 생긴 암(흑색종)이 간으로 전이됐다고 했다. 숙연함이 몰려왔다. 생의 끝자락에서 이렇게 말하는 이는 얼마나 충만한 삶을 산 것일까. 그해 4월 자서전 ‘온 더 무브’가 출간됐고, 넉 달 후 그는 82세로 눈을 감았다. 1933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활동한 신경과 의사 올리버 색스는 신경 장애 환자들의 사연을 담은 책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깨어남’ ‘편두통’ 등을 펴내며 세계적인 작가로 떠올랐다. 그의 책은 신경병 환자가 단순히 정신병자가 아니라 감각 이상으로 그들만 보고 느끼는 또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는 ‘사람’임을 깨닫게 만들었다. 그는 정신과 신경을 분리해 치료하던 당시 관행을 깨고 환자의 인생에 집중하며 두 분야를 연결해 치료하는 데 앞장섰다. 이 책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 독자를 빨아들이는 글쓰기 능력, 그리고 숨 가쁠 정도로 꽉 찬 그의 삶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보여준다. 유대인 의사 부부의 네 아들 중 막내인 그는 상처와 소외로 자주 움츠러들었다. 10대 때 그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는 차갑게 내뱉는다. “넌 태어나지 말았어야 해.” 그는 사랑하는 이에게서 버림받고, 마약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정신분열증을 앓는 형에게서 도망치고 싶었던 마음은 평생 죄책감으로 그를 짓눌렀다. 아파 본 사람은 다른 사람의 고통에 더 예민해지고 이해하려 애쓰게 된다. 그가 환자를 기계적인 치료 대상이 아니라 역사를 가진 인간으로 대하는 모습은, 시간이 흐른 후 면도날 같았던 어머니의 말을 정신분열증과 동성애로 두 아들을 잃을지 모른다는 탄식으로 받아들이는 것과 결을 같이한다. 왕성한 호기심은 그를 숱한 분야의 모험으로 이끌었다. 화학, 생물학, 해부학 등을 탐구하고 모터사이클, 스쿠버 다이빙, 역도, 여행, 음악에 심취했다. 1000권이 넘는 일기를 쓰고 수영을 하다가도 문장이 떠오르면 뛰쳐나와 기록할 정도로 메모광이었다. 책장은 빠르게 넘어간다. 의학계의 거장이기에 앞서 한 인간인 그를 마주할 수 있다. 모터사이클을 위협하던 차를 쫓아갔다 10대임을 알고는 맥이 빠져 돌아서고, 눈이 튀어나올 것 같이 무리하게 역기를 들어올리는 치기 어린 청년이 있었다. 의도야 어찌됐든 환자를 누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게 세상에 드러낸 것을 미안해하고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사람은 의학계에서 진지하게 인식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시무룩해한다. 수두에 걸린 줄도 모르고 자신이 세계 최초의 급성피부경화증 환자일지도 모른다고 상상하는 모습에는 웃음이 터진다. 그의 팬이라면 여러 책이 탄생했던 ‘산고의 과정’을 속속들이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책을 접해 보지 않은 이에게는 그가 낳은 ‘자식’들을 만나보고 싶게 만든다. 시인 친구가 쓴 동명의 시에서 따온 제목처럼 그는 평생 멈추지 않고 움직였다. 그 움직임은 나와 다른 사람들을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책을 덮고 나니 죽음의 문턱에서 그가 그토록 여유롭고 따스하게 삶을 관조할 수 있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뉴욕타임스는 이 책을 2015년 ‘올해의 명저’로, 아마존은 2015년 5월 ‘이달의 책’으로 선정했다.:: 올리버 색스(1933∼2015) ::△영국 런던 출생△옥스퍼드대 퀸스칼리지 의학 학위△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신경과 레지던트△미국 베스에이브러햄병원 신경과 전문의△미국 알베르트아인슈타인의과대, 뉴욕대, 컬럼비아대 교수△록펠러대 ‘루이스 토머스 상’ 수상△영국 커맨더 훈장 수훈:: 저서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뮤지코필리아△환각△마음의 눈△올리버 색스의 오악사카 저널△색맹의 섬△목소리를 보았네△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깨어남△편두통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3일 막을 올린 뮤지컬 ‘원스’는 뮤지컬 하면 흔히 떠오르는 공식에서 벗어난 작품이다. 이 뮤지컬은 영화 ‘비긴 어게인’의 감독 존 카니가 앞서 만든 동명의 영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화려한 의상이나 무대, 오케스트라도 없다. 아일랜드 더블린의 선술집을 배경으로 평상복을 입은 배우들이 기타,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등 16개 악기를 직접 연주하며 춤추고 노래한다. 이 작품은 음악에 대한 꿈을 포기한 채 살아가 던 한 남자와 그에게 위로를 건네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버무려 담백하게 승부한다. 그래서 음악의 힘이 절대적이다. 》5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원스’의 음향 감독 클라이브 굿윈(53)을 만났다. 영국 출신인 그는 ‘원스’로 2012년 토니상을 받았고, 세계적인 록 밴드 라디오헤드를 비롯해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과 작업했다. ―한국 배우들의 연주 실력을 평가해 달라. “만족스럽다. 지구 반대편의 음악을 굉장히 잘 연주하고 있다. 오랜 기간 악기를 연주하지 않았던 배우도 있다고 들었는데 이를 전혀 눈치 챌 수 없었다.” ―이 작품의 음향 작업이 매우 까다롭다고 하던데…. “보통 뮤지컬에서 사용하는 음향 효과 채널은 40개를 넘지 않는다. 이에 비해 ‘원스’는 86개의 채널을 사용한다. 이 가운데 70개는 무선마이크 채널이다. 악기별로 최대한 자연스러운 소리를 끌어낼 수 있는 위치를 찾아 관객 눈에 보이지 않게 무선 마이크를 다는 작업은 복잡했지만 흥미로웠다. 피아노에는 4개의 마이크가 있지만 전혀 안 보인다.” ―배우 마이크는 어떻게 처리했나. “소리가 잘 담기면서도 보이지 않는 위치에 마이크를 달기 위해 배우 개개인의 특성을 연구했다. 머리숱이 적은 배우는 수염 속에 마이크를 넣었다. 땀을 많이 흘리는 배우는 마이크를 고정시키는 테이프를 더 단단히 붙였다.” ―마이크가 보이지 않는 게 왜 중요한가. “‘원스’는 관객이 스스로를 더블린 선술집에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관객도 이야기의 일부가 되어야 하니까. 또 음악을 통한 치유의 힘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음악을 연주하는 현장에 있는 듯 자연스러운 소리를 담아내는 게 이번 작업의 핵심이었다.” ―뮤지컬, 록은 물론이고 클래식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작업하고 있다. “한 사람이 마이크 하나를 두고 강의하든, 오케스트라 연주를 하든 소리를 증폭시켜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작업을 즐긴다. 마이크 스피커 콘솔 장비는 장르에 상관없이 거의 똑같다. 그게 붓이자 조각칼이다. 난 음향으로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다.” ―음향 감독이 된 계기는…. “15세 때 친구들과 연 디스코 파티에서 음향을 담당하면서 흥미를 갖게 됐다. 부모님이 음향으로는 밥 먹고 살기 어렵다고 해 심리학을 전공했지만 좋은 소리에 압도되고 빨려들어가는 자신을 발견했다. 음악을 들으면 연주하는 악기가 무엇 무엇인지 자동으로 분석하게 된다.(웃음)” 윤도현 이창희 전미도 박지연 출연. 2015년 3월 29일까지, 6만∼12만 원, 1544-1555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사회적 지위, 재산 등이 모두 사라져버린 채 스스로를 마주한다면 자신을 무어라 규정하겠는가. 이런 질문을 던지는 셰익스피어의 원작의 연극 ‘리차드 2세’가 18일 무대에 오른다.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라 폭정을 휘둘렀던 리차드 2세는 사촌인 볼링브루크에게 왕좌를 뺏긴다. 왕이 아닌 존재가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리차드 2세는 모든 것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을 찾게 된다. 김수현(리차드 2세), 윤정섭(볼링브루크) 오영수(볼링브루크 아버지) 등이 출연하고 루마니아의 펠릭스 알렉사가 연출을 맡았다. 김수현은 “드라마틱한 사건 위주가 아닌 인물 내면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라며 “폭군이기는 했지만 자유롭고 철학적인 한 인간으로서 리차드 2세를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알렉사 연출가는 김수현에게 “리차드 2세가 어떤 인물인지 한 번에 표현해 낸다면 그것은 성공하지 못한 것”이라고 강조했을 정도로 다층적인 캐릭터다. 연출가는 사건의 배경을 국적과 시대를 알 수 없는 어느 곳으로 설정했다. 리차드 2세가 살았던 당시 그대로를 고증해 내는 게 아니라 총도 등장하는 현대적인 무대로 풀어낸 것. 벌거벗겨진 채 쫓겨난 리차드 2세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자신일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원작에 없는 어린 리차드 2세를 등장시켜 어른이 된 현재의 모습과 대비시킴으로써 내면의 순수함과 본질적인 자신의 모습을 그려냈다. 18∼28일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2만∼5만 원. 1688-5966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3일 막을 올린 뮤지컬 '원스'는 뮤지컬하면 떠올리게 하는 공식에서 벗어난 작품이다. 이 뮤지컬은 영화 '비긴 어게인'의 감독 존 카니가 앞서 만든 동명 영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화려한 의상이나 오케스트라도 없다. 아일랜드 더블린의 선술집을 배경으로 평상복을 입은 배우들이 기타,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등 16개 악기를 직접 연주하며 춤추고 노래한다. 이 작품은 음악에 대한 꿈을 포기한 채 살아가던 한 남자와 그에게 위로를 건네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버무려 담백하게 승부한다. 그래서 음악의 힘이 절대적이다. 5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원스'의 음향 감독 클라이브 굿윈(53)을 만났다. 영국 출신인 그는 '원스'로 2012년 토니상을 받았고, 세계적인 록 밴드 라디오헤드를 비롯해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과 작업했다. -한국 배우들의 연주 실력을 평가해 달라. "만족스럽다. 지구 반대편의 음악을 굉장히 잘 연주하고 있다. 오랜 기간 악기를 연주하지 않았던 배우도 있다고 들었는데 이를 전혀 눈치 챌 수 없었다." -이 작품의 음향 작업이 매우 까다롭다고 하던데. "보통 뮤지컬에서 사용하는 음향 효과 채널은 40개를 넘지 않는다. 이에 비해 '원스'는 86개의 채널을 사용한다. 이 가운데 70개는 무선마이크 채널이다. 악기별로 최대한 자연스러운 소리를 끌어낼 수 있는 위치를 찾아 관객 눈에 보이지 않게 무선 마이크를 다는 작업은 복잡했지만 흥미로웠다. 피아노에는 4개의 마이크가 있지만 전혀 안 보인다." -배우 마이크는 어떻게 처리했나. "소리가 잘 담기면서도 보이지 않는 위치에 마이크를 달기 위해 배우 개개인의 특성을 연구했다. 머리카락이 없는 배우는 수염 속에 마이크를 넣었다. 땀을 많이 흘리는 배우는 땀에 마이크 고정 테이프가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더 단단히 고정시켰다." -마이크가 보이지 않는 게 중요한가. "'원스'는 관객이 스스로를 더블린 선술집에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관객도 이야기의 일부가 되어야 하니까. 또 음악을 통한 치유의 힘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음악을 연주하는 현장에 있는 듯 자연스러운 소리를 담아내는 게 이번 작업의 핵심이었다." -뮤지컬, 록은 물론 클래식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작업하고 있다. "한 사람이 마이크 하나를 두고 강의하는 것이든 오케스트라 연주든 소리를 증폭시켜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작업을 즐긴다. 마이크 스피커 콘솔 장비는 장르에 상관없이 거의 똑같다. 그게 붓이자 조각하는 칼이다. 난 음향으로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다." -음향 감독이 된 계기는? "15세 때 친구들과 연 디스코 파티에서 음향을 담당하면서 흥미를 갖게 됐다. 부모님이 음향으로는 밥 먹고 살기 어렵다고 해 심리학을 전공했지만 좋은 소리에 압도되고 빨려 들어가는 자신을 발견했다. 음악을 들으면 연주하는 악기가 무엇 무엇인지 자동으로 분석하게 된다.(웃음)" 윤도현 이창희 전미도 박지연 출연. 2015년 3월 29일까지, 6만~12만 원, 1544-1555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연말에 잘 어울리는 찰스 디킨스의 대표작 ‘위대한 유산’이 무대에 오른다. 3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시작하는 연극 ‘위대한 유산’에는 핍 역을 맡은 김석훈을 비롯해 오광록(매그위치) 길해연(해비셤) 조희봉(재거스) 등이 출연한다. 이 작품은 크리스마스이브에 탈출한 죄수에게 선행을 베푼 시골 소년 핍이 이후 큰 보답을 받게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물질에 대한 집착, 신분 상승에 대한 욕망, 사랑에 대한 갈망 등을 통해 인간과 인생을 깊이 있게 성찰한다. 최용훈 연출은 “원작은 사실적인 묘사가 많은 건조한 작품이지만 이번 무대는 영국적인 냉랭함보다는 한국적인 정서를 반영해 인간에 대한 따뜻함과 희망을 담아내려 했다”고 말했다. 김석훈은 5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선다. 선한 이미지가 강한 배우로 시골 청년의 순박한 모습과 세련된 신사의 모습을 둘 다 선명하게 잘 표현해 낼 것이라고 생각돼 캐스팅했다는 것이 최 연출의 말이다. 오광록 길해연 조희봉 등은 개성 강한 연기로 무대에 힘을 불어넣을 예정이다. 각색을 맡은 김은성 작가는 “디킨스가 던졌던 ‘우리가 지켜야 할 위대한 유산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음미하며 작업했다”고 했다. 28일까지. 2만∼5만 원. 1644-2003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관객들이 환호할지 야유를 보낼지 도무지 예측할 수 없었어요. 직관을 따라, 마음이 가라고 하는 대로 작업했습니다.” 미국 브로드웨이의 스타 연출가 제리 미첼(54·사진)은 1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뮤지컬 ‘킹키부츠’를 만들었던 상황을 회고했다. 그가 연출한 ‘킹키부츠’는 2일 충무아트홀에서 공연을 시작한다. 2012년 미국 시카고에서 공연된 후 지난해 브로드웨이에 입성한 ‘킹키부츠’가 해외에서 공연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첼은 ‘라카지’ ‘헤어스프레이’ ‘록키호러쇼’의 안무를, 뮤지컬 ‘리걸리 블론드’와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연출과 안무를 함께 맡았다. ‘킹키부츠’는 파산 위기의 신발 공장을 물려받은 찰리가 여장 남자들이 즐겨 신는 긴 부츠인 킹키부츠 만들기에 도전해 성공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실화이며 영화로 먼저 만들어졌다. 미첼은 “구두 공장을 직접 방문해 구두를 만드는 방식을 공부했다”고 말했다. ‘킹키부츠’는 지난해 작품상 음악상 안무상을 포함해 토니상 6개 부문을 휩쓸었다. 미첼은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비결을 묻자 “관객이 어디서 웃는지, 어디서 지루해하는지 집중해서 관찰한다”며 웃었다. ‘킹키부츠’의 노래는 신디 로퍼가 작곡했다. 처음 뮤지컬 넘버 작곡에 도전한 신디 로퍼는 귀에 쏙쏙 꽂히는 신나는 곡을 선보여 여성 단독으로는 처음 토니상을 받았다. “제작진 중 한 명이 신디에게 전화를 했어요. 뭐하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아무것도 안 해. 설거지 하고 있어’라고 답해 곧바로 작곡을 의뢰했죠. 신디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못난 아들’ 두 곡을 보내왔는데 듣자마자 울었어요.” 그는 프리뷰 기간에 한국 관객들의 반응을 보면서 작품을 다듬을 예정이다. “스스로 변화하고 주위 사람들도 변화시키는 인물이 나오는 작품을 좋아해요. ‘킹키부츠’는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한 두 남자가 서로를 받아들이면서 변화하는 이야기죠. 많은 분들이 이들과 교감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오만석 김무열 지현우 강홍석 정선아 고창석 출연, 내년 2월 22일까지, 5만∼14만 원. 1544-1555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마지막 수요일인 26일은 ‘문화가 있는 날’이다. 이날 연극 ‘월남스키부대’는 4만 원인 티켓을 50% 할인해준다. 연극 제목만 보고도 어떤 내용인지 대략 짐작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월남스키부대는 허풍의 대명사 아니던가. 주인공 김 노인은 입만 열면 월남 무용담을 늘어놓는다. 그의 아들은 영화배우 지망생으로 집안 살림에는 도무지 보탬이 되지 않는다. 며느리는 점점 지쳐간다. 어느 날 이들 집에 들어온 어설픈 도둑은 김 노인에게 붙들리고 점점 김 노인의 이야기에 빠져 들어간다. 능청스러운 김 노인(이한위 서현철 심원철), 어수룩한 도둑(손종범 진태이), 대책 없는 아들(최재원 이석) 등을 맡은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작품에 대한 몰입도를 높인다. 허무맹랑한 김 노인의 이야기에 도둑이 침입한 후 갈수록 꼬여가는 상황이 웃음을 자아낸다. 김 노인이 간직했던 비밀이 밝혀지면서 마음을 찡하게 만든다. 웃음으로 몰고 가다 마지막에 감동 한 방울을 떨어뜨리는 전형적인 한국식 코미디물의 공식을 따랐다. 고엽제 피해, 월남 파병 군인의 희생 등도 짜임새 있게 녹여냈다. 2012년 지방에서 공연돼 입소문을 탔고, 올해 서울 대학로에 입성했다. 영화 판권도 팔린 상태다. ‘7번방의 선물’ ‘변호인’ ‘숨바꼭질’ ‘신세계’ 등으로 영화계 큰손으로 떠오른 엔터테인먼트 기업 ‘뉴’의 연극 진출작이다. 뉴는 지난해 김광석의 노래로 만든 뮤지컬 ‘디셈버: 끝나지 않은 노래’를 선보였다. 2015년 1월 31일까지 서울 대학로 유니플렉스 3관. 4만 원. 1544-1555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한 여자 혹은 한 남자가 있다. 여장 남자인 샤로테는 동베를린 출신으로, 나치 시대와 동독 사회주의 체제를 겪은 인물이다. 작가 더그는 샤로테의 인생을 연극으로 만들기 위해 그를 인터뷰하고, 잊혀졌던 역사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다. 다음 달 2일 시작하는 연극 ‘나는 나의 아내다’는 극적인 삶을 살았던 실제 인물을 소재로 만든 1인 35역의 모노드라마다. 샤로테는 자신과 어머니를 핍박하는 나치당원 아버지를 살해하고 소년원에 수감된다. 소년원은 러시아군의 폭격을 받고 샤로테는 이를 틈타 탈옥한다. 1890년대 생산한 축음기, 시계, 가구를 수집해 만든 그의 박물관 지하는 동성애자들의 비밀 아지트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반전을 거듭하는 그의 인생이 다큐멘터리 같은 구성을 통해 펼쳐지면서 개인에게 드리운 역사성을 짚어낸다. 10대부터 70대까지를 연기하고, 홀로 두 시간을 끌고 가야 하는 만큼 배우의 역량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작품이다. 언어 연기는 물론이고 신체 연기도 뛰어난 지현준이 단독으로 무대에 올라 온몸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변신한다. 지현준은 이 작품으로 2013년 동아연극상 유인촌신인연기상, 2013년 대한민국 연극대상 신인연기상을 받았다. 독특한 몸의 사용과 실험적인 무대로 알려진 강량원이 연출했다. 지난해 첫 공연에 비해 35명의 캐릭터를 더욱 또렷하게 구축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강량원은 “어느 곳에 속하길 간절히 원했지만 평생 내쳐졌던 한 사람을 통해 인정하고 보듬어 안기에 대해 말하고 싶다”고 했다. 12월 2∼27일 서울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3만 원. 1544-1555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이탈리아 밀라노 인근 시골 동네에서 열린 댄스 파티. 우아하면서도 관능적인 스텝을 밟으며 춤추는 남녀 한 쌍이 모든 이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남자는 몇 년 전까지 인근 성당의 신부였다. 우연한 계기로 마을 축제에서 왈츠를 추게 된 신부는 다음 날 성당에 면직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 후 사람들의 혼을 쏙 빼놓는 댄스 스타가 됐다. 일본 여성인 저자는 이탈리아에서 30여 년간 살면서 겪은 일상생활과 현지 사람들과의 인연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세상 어디나 사람 사는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애정이 담겨 있다. 댄스 스타가 된 신부에 대해서도 사람을 돕고 구하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고 여긴다. 특유의 호기심으로 선술집에서 만난 경찰에게 밀라노 암흑가에 대한 정보를 듣고 그곳을 혼자 취재하기도 한다. 친구의 잃어버린 개를 찾으며 벌어진 소동, 오랜 꿈이었던 배를 마련했지만 끝내 마지막 작업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남성 등 때론 유쾌하고 때론 묵직한 에피소드가 색색의 모자이크를 이룬다. 이탈리아에서의 삶을 환상적으로만 써 내려가지 않은 것이 매력이다. 화장하지 않은 맨얼굴의 이탈리아를 만나는 기분이다. 제59회 일본 에세이스트·클럽상과 제27회 고단샤 에세이상을 사상 최초로 동시 수상했다. 저자의 두 번째 이탈리아 에세이인 ‘밀라노의 태양 시칠리아의 달’은 전작에 소개했던 인물들의 근황이 여럿 소개돼 반가움을 더한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안중근 의사 서거 105주년을 기념해 안 의사의 삶을 조명한 연극 ‘나는 너다’가 27일 막이 오른다. 세 쌍둥이 아빠로 방송 육아프로그램을 통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송일국이 안 의사와 아들 안준생 등 1인 2역을 단독으로 맡았다. 2010년 초연돼 올해 세 번째로 공연된다. 송일국은 초연 때부터 계속 안 의사와 준생을 연기했다. 윤석화 연출로 박정자, 예수정, 배해선, 한명구, 원근희 등 베테랑 배우들이 함께 무대에 선다. 배우들과 제작진은 안 의사가 항일 운동을 벌였던 중국 유적지를 직접 답사하며 작품을 준비했다. 작품은 안 의사를 영웅으로만 그리지 않고 아버지이자 아들, 남편인 한 인간의 고뇌도 함께 짚어낸다. 친일파, 변절자로 손가락질 받는 준생을 통해 영웅의 가족이 겪어야 했던 빛과 그림자를 또렷하게 비춘다. “왜 무엇 때문에 이토를 저격했느냐”고 절규하는 준생에게 안 의사가 “너, 너를 위해서”라고 답하는 장면은 큰 울림을 준다. 영웅의 가족이 그렇게 살 수밖에 없게 만든 우리의 모습도 돌아보게 한다. 짜임새 있는 구성과 밀도 높은 배우들의 연기, 은유적인 무대 장치로 초연 때부터 호평을 받았다. 11월 27일∼12월 31일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 5만∼10만 원. 1544-1555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국내 최대 규모 연극제인 서울연극제가 내년에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학로예술극장을 사용하는 대관 심의에서 탈락해 논란이 일고 있다. 1977년 시작된 서울연극제는 5회부터 올해까지 30여 년간 줄곧 아르코예술극장(옛 문예회관)을 중심으로 개최돼 왔다. 연극제는 18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연극 탄압에 대한 성명서’를 내고 “어떠한 협의 절차도 거치지 않고 탈락 사유에 대한 설명도 없이 대관 심사에서 탈락시킨 것은 서울연극제의 35년 전통을 순식간에 말살하는 처사”라며 강력 반발했다. 연극제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서울연극제 대관 신청의 탈락 사유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재심의할 것과 문화체육관광부와 감사원의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의 반(反)문화융성적 행정에 대한 즉각적인 조사를 촉구했다. 올해 제35회 서울연극제는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소극장,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소극장에서 열렸다. 대관 심의를 맡은 곳은 문예위 산하 한국공연예술센터(한팩)로 심의 결과는 14일 발표됐다. 연극제는 내년에도 이 4개 공연장 대관을 신청했지만 단 한 군데도 선정되지 못했다. 서울연극제는 아직까지 탈락 사유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박장렬 서울연극제 집행위원장은 “14일 유인화 한국공연예술센터장을 만났지만 ‘최종 결재권자는 권영빈 문예위원장’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권 위원장을 만나려 했지만 이번엔 ‘유 센터장과 이야기하라’는 이야기가 돌아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팩은 대관 심사를 강화한 결과 서울연극제가 탈락했다는 입장이다. 유 센터장은 18일 “올해 5월 문예위와 한팩이 통합되면서 대관 운영 규정을 엄격히 적용하기로 했다. 서울연극제는 공연할 작품과 연출가 등에 대한 기본 자료조차 내지 않아 심의 근거가 될 내용이 불충분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연극제는 매년 제출하던 방식대로 대관 신청 자료를 냈다는 입장이다. 박 집행위원장은 “심의가 강화돼 작품에 대한 자료가 필요하면 보완해서 내라고 언질이라도 해줄 수 있는 것 아니냐. 그런 말도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5월 세월호 성금 모금을 둘러싼 서울연극제와 문화체육관광부, 한팩이 빚어온 갈등이 대관 탈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공연계의 한 관계자는 “서울연극제 중에 세월호 성금 모금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방침에도 불구하고 모금이 진행돼 괘씸죄로 대관심사에서 탈락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 공연이 끝난 후 공연장 인근에서 모금이 진행돼 한팩 현장 직원들과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미국 고교 농구부 선수였던 동창 4명이 그들을 가르쳤던 농구부 감독(박용수)의 집에 모여 20년 전 우승을 추억한다. 이들은 친구이자 현 시장인 조지(김동완)의 재선 전략을 세우지만 곧 자신만 살기 위한 몸부림을 펼친다. 연극 ‘우리는 영원한 챔피언’은 미국 배우이자 극작가인 제이슨 밀러의 작품으로 토니상과 퓰리처상을 받은 작품이다. 극 중 중년의 동창들 사이에 우정이란 없다. 사업가 필(김태훈)은 조지의 경쟁자가 당선 가능성이 높다며 그에게 선거자금을 지원하려 하고, 중학교 교장 제임스(이종무)는 자신이 시장 후보가 되겠다고 나선다. 급기야 필과 조지 아내의 불륜 사실이 폭로된다.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수컷들을 연기하는 다섯 남자 배우는 폭발적인 에너지로 무대를 달군다. 감독은 “지는 것은 죄악이다. 오직 이겨라!”라고 제자들을 몰아붙인다. 이들이 이기려 발악할수록 처연함은 짙어진다. 이들에게 이기는 것은 그저 살아남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는 이 시대 가장들의 모습과도 닮았다. 유일한 자유인이었던 톰(박완규)이 떠났다 결국 돌아오는 것은 현실을 조롱하더라도 그 울타리를 벗어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극단의 분열로 질주하던 이들을 한순간에 결집시키는 것은 감독이 튼 고교 농구 결승전 마지막 10초의 중계방송이다. 승리라는 목표 아래 모든 갈등과 증오는 우스꽝스럽게도 눈 녹듯 사라진다. 목표를 향해 마구 내달리게 만드는 사회와 피폐해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 채 질주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춰냈다. 채승훈 연출, 23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 2만∼5만 원. 1688-5966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그 거짓에서 빠져나오고 싶다는 그런 바람은 없나요?”(우현주·로나 역) “나 스스로 내 가정의 행복과 사회적 위치를 포기하란 말이오?”(박지일·베르니크 역) 14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 연습실. 19일 막이 오르는 연극 ‘사회의 기둥들’ 연습 현장은 팽팽하면서도 꽉 찬 공기가 감돌고 있었다. 장면마다 사실적인 이야기가 빠른 속도로 진행돼 금방 극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김광보 연출이 연습 중간에 “붕붕 떠가는 느낌이에요” “너무 조였어요. 숨통을 틔워주세요”라고 지적했다. 다시 연기하는 배우들에게서는 변화가 즉각 느껴졌다. 국내 초연되는 헨리크 입센의 ‘사회의 기둥들’은 노르웨이 소도시에서 선박회사를 운영하는 베르니크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그는 사회적 존경을 받고 있지만 실은 도시 개발로 부당한 이익을 챙기고, 그의 실수를 대신 덮어쓰고 떠났던 처남과 옛 연인이 돌아오자 고장 난 배에 이들을 태워 보내려고 한다. 137년 전의 작품이지만 오늘날의 한국을 연상시키는 대목이 적지 않다. 선체가 완전히 녹슨 배를 선주가 ‘최소한 수리하고 지체 없이 출항시킬 것, 비상시 화물로 수평을 유지할 것’을 요구하거나 베르니크가 직원에게 “배를 모레까지 출항시키지 못하면 해고야”라고 몰아붙이는 장면은 세월호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작품의 소재뿐 아니라 중견 연출가와 박지일 우현주 이석준 정재은 이승주 등 탄탄한 연기력의 배우들이 결합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로 결정한 건 세월호 사건이 터지기 전이었다. 하지만 세월호 사건이 터지자 너무나 마음이 무거웠다고 김 연출은 털어놓았다. 극 중에서는 베르니크의 참회 과정도 그려진다. 김 연출은 “참회도 위선이라고 여겨져 결말을 바꾸려고 했지만 고민 끝에 그대로 가기로 했다”며 “누구도 반성하고 책임지지 않는 이 시대에 치유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대극장 무대를 2시간 동안 대사와 세밀한 심리 묘사로 채워 넣어야 하기에 에너지를 잘 조절하는 것이 관건이다. 박지일은 “베르니크는 본질적으로 나쁜 사람은 아닌데 물질과 과시욕에 사로잡혀 부정을 저지르는 인물”이라며 “우리 사회에 이런 인물이 흔하다 보니 감정 이입이 이렇게 금방 되는 역할도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우현주는 “인간의 내면을 밀도 있게 묘사하는 데다 서사의 힘이 배우를 강하게 끌고 간다”고 했다. 19∼30일 LG아트센터, 3만∼5만 원. 02-2005-0114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미국 고교 농구부 선수였던 동창 4명이 그들을 가르쳤던 농구부 감독(박용수)의 집에 모여 20년 전 우승을 추억한다. 이들은 친구이자 현 시장인 조지(김동완)의 재선 전략을 세우지만 곧 자신만 살기 위한 몸부림을 펼친다. 연극 '우리는 영원한 챔피언'은 미국 배우이자 극작가인 제이슨 밀러의 작품으로 토니상과 퓰리처상을 받은 작품이다. 극중 중년의 동창들 사이에 우정이란 없다. 사업가 필(김태훈)은 조지의 경쟁자가 당선 가능성이 높다며 그에게 선거자금을 지원하려 하고, 중학교 교장 제임스(이종무)는 자신이 시장 후보가 되겠다고 나선다. 급기야 필과 조지 아내의 불륜 사실이 폭로된다.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수컷들을 연기하는 다섯 남자 배우는 폭발적인 에너지로 무대를 달군다. 감독은 "지는 것은 죄악이다. 오직 이겨라!"라고 제자들을 몰아붙인다. 이들이 이기려 발악할수록 처연함은 짙어진다. 이들에게 이기는 것은 그저 살아남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는 이 시대 가장들의 모습과도 닮았다. 유일한 자유인이었던 톰(박완규)이 떠났다 결국 돌아오는 것은 현실을 조롱하더라도 그 울타리를 벗어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극단의 분열로 질주하던 이들을 한 순간에 결집시키는 것은 감독이 튼 고교 농구 결승전 마지막 십초의 중계방송이다. 승리라는 목표 아래 모든 갈등과 증오는 우스꽝스럽게도 눈 녹듯 사라진다. 목표를 향해 마구 내달리게 만드는 사회와 피폐해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 채 질주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춰냈다. 채승훈 연출. 23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 2만~5만 원, 1688-5966}

서양이 세계를 장악한 이유는 무엇일까. 서구가 인종 문화 정치 경제적으로 우월하기 때문에? 미국 휘티어대 역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이를 서구 중심의 이데올로기일 뿐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한다. 실은 흑사병, 노예, 은, 아편, 총, 전쟁과 더 많은 관계가 있다고 말한다. 동양은 1400년부터 1800년까지 세계 경제와 무역을 장악했다. 이 시기 전 세계 총생산의 80%가 동양에서 이뤄졌다. 서구에 역전당한 것은 불과 200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문명이 발달했던 중국은 식량 의복 연료 등을 토지에서 확보했다. 하지만 토지는 제한돼 있었고, 이 한계를 타개할 수단이 없었다. 이에 비해 서구는 생산의 한계를 타개할 석탄을 가지는 행운이 따랐다는 것.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난 것도 증기기관의 연료가 된 석탄을 쉽게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후 유럽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져온 은으로 중국 인도를 대상으로 한 무역에 나섰고 다시 아편을 이용해 아시아로 유입된 은을 회수했다. 산업혁명의 결과물인 강철과 증기기관을 활용해 철로 만든 증기선을 전쟁에 투입함으로써 아시아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삼았다. 이 모든 것이 우연의 산물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견해는 흥미롭다. 이런 변화를 가져왔던 동서양의 시대적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여주는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환경적 요인만으로는 산업혁명을 일구고 식민지를 개척한 서양의 발전이 모두 명쾌하게 설명되지는 않는다. 저자는 최근 중국 인도의 발전으로 아시아의 세기가 다시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아시아의 일원인 한국이 아시아 부활의 시대에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형, 이거 아이티의 작가가 펜으로 그린 그림이에요. 형에게 선물하려고 가져왔어요.”이광기(45)가 11일 조재현(49)에게 세밀하게 그린 그림이 담긴 까만 액자를 내밀었다. 조재현이 대표로 있는 서울 대학로 수현재컴퍼니 사무실 분위기와 딱 어울리는 그림이었다. 선물을 받아 든 조재현은 “오, 멋진데!”라며 감탄을 연발했다. 임호(44)도 두 형 사이에 고개를 내밀고 그림을 들여다봤다. 》이들은 드라마 ‘정도전’에서 각각 정도전(조재현) 정몽주(임호) 하륜(이광기) 역을 맡아 권력을 둘러싼 애증을 연출했지만 사실 형제 뺨치게 가까운 남자들이다. 이들이 조재현의 제안으로 연극에서 다시 뭉쳤다. 다음 달 12일 시작하는 연극 ‘민들레 바람되어’에서 남편 안중기 역으로 트리플 캐스팅된 것. 2008년 초연된 ‘민들레…’는 아내의 무덤가를 찾은 남편이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며 삶과 사랑, 가족의 의미를 짚어보는 잔잔한 작품이다. 이 작품을 이미 해 본 두 배우와 달리 임호는 꼼꼼하게 대본을 분석하고 있다. ‘담배도 가지가지, 성냥도 가지가지∼’라는 가사의 해병대 군가가 실제 음이 어떻게 되는지도 찾아볼 정도다. 극 중 안중기는 약간 철없지만 따뜻한 남편이다. 이광기는 “아내가 제게 ‘나이 들어도 똑같이 철없다’고 자주 말하는데 제가 안중기와 비슷한 것 같다”며 웃었다. 이들은 작품을 하면서 아내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아이가 셋이다 보니 밤늦게 들어가면 아내는 늘 지쳐 잠들어 있어요. 작품을 연습하면서 아내에게 얼마나 솔직하게 내 이야기를 했는지 돌아보고 있어요.”(임호) “동갑인 아내와 24세에 결혼해 곧바로 아이를 낳았어요. 어린 나이에 엄마가 돼 정신없이 살아온 아내에게 연민을 많이 느껴요. 지금이라도 아내가 하고 싶어 하는 걸 하게 해주려고 애쓰고 있답니다.”(조재현) 중년에 접어든 이들은 하고 싶은 일도 많다. 바르고 따뜻한 이미지를 지닌 임호는 제대로 된 악역 연기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트랜스젠더, 성추행하는 직장 상사를 연기한 적이 있는데도 반듯한 이미지는 변함이 없어요. 고도의 지능을 지닌 악역을 꼭 해보고 싶어요. 아주 ‘칼’을 갈고 있다니까요.”(임호) 조재현은 멜로 작품을 꿈꾸고 있다. 이광기가 “형, 멜로야 에로야?”라며 농담을 건네자 조재현은 “파격적인 멜로”라고 되받아쳤다.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젊은 아이와 사귀는 거죠. 해피엔딩은 아니고 결혼과 행복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면 어떨까요?”(조재현) 노출 연기도 자신 있느냐고 묻자 조재현은 씨익 웃으며 “물론이죠”라고 말했다. 미술에 관심이 많은 이광기는 백남준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어 했다. 이광기는 드라마 촬영 때와 달리 제작사 대표 조재현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라고 전했다. 어지간히 어둡지 않아서는 연습실에 불도 켜지 않는다는 것. 조재현이 “전기세가 너무 많이 나와”라고 엄살을 떨자 임호가 천장을 가리키며 “여기 전구 하나 빼죠”라고 농담을 던졌다. 세 남자의 웃음소리가 한가득 퍼졌다. 12월 12일∼2015년 3월 1일, 서울 DCF대명문화공장 수현재씨어터, 4만∼5만5000원. 1544-1555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