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원스’ 무선 마이크만 70개…배우 수염속에 숨기기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8일 14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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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향감독 클라이브 굿윈 인터뷰

뮤지컬 ‘원스’의 전미도와 윤도현
뮤지컬 ‘원스’의 전미도와 윤도현
3일 막을 올린 뮤지컬 '원스'는 뮤지컬하면 떠올리게 하는 공식에서 벗어난 작품이다. 이 뮤지컬은 영화 '비긴 어게인'의 감독 존 카니가 앞서 만든 동명 영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화려한 의상이나 오케스트라도 없다. 아일랜드 더블린의 선술집을 배경으로 평상복을 입은 배우들이 기타,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등 16개 악기를 직접 연주하며 춤추고 노래한다. 이 작품은 음악에 대한 꿈을 포기한 채 살아가던 한 남자와 그에게 위로를 건네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버무려 담백하게 승부한다. 그래서 음악의 힘이 절대적이다.

5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원스'의 음향 감독 클라이브 굿윈(53)을 만났다. 영국 출신인 그는 '원스'로 2012년 토니상을 받았고, 세계적인 록 밴드 라디오헤드를 비롯해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과 작업했다.

-한국 배우들의 연주 실력을 평가해 달라.

"만족스럽다. 지구 반대편의 음악을 굉장히 잘 연주하고 있다. 오랜 기간 악기를 연주하지 않았던 배우도 있다고 들었는데 이를 전혀 눈치 챌 수 없었다."

-이 작품의 음향 작업이 매우 까다롭다고 하던데.

"보통 뮤지컬에서 사용하는 음향 효과 채널은 40개를 넘지 않는다. 이에 비해 '원스'는 86개의 채널을 사용한다. 이 가운데 70개는 무선마이크 채널이다. 악기별로 최대한 자연스러운 소리를 끌어낼 수 있는 위치를 찾아 관객 눈에 보이지 않게 무선 마이크를 다는 작업은 복잡했지만 흥미로웠다. 피아노에는 4개의 마이크가 있지만 전혀 안 보인다."

-배우 마이크는 어떻게 처리했나.

"소리가 잘 담기면서도 보이지 않는 위치에 마이크를 달기 위해 배우 개개인의 특성을 연구했다. 머리카락이 없는 배우는 수염 속에 마이크를 넣었다. 땀을 많이 흘리는 배우는 땀에 마이크 고정 테이프가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더 단단히 고정시켰다."

-마이크가 보이지 않는 게 중요한가.

"'원스'는 관객이 스스로를 더블린 선술집에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관객도 이야기의 일부가 되어야 하니까. 또 음악을 통한 치유의 힘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음악을 연주하는 현장에 있는 듯 자연스러운 소리를 담아내는 게 이번 작업의 핵심이었다."

-뮤지컬, 록은 물론 클래식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작업하고 있다.

"한 사람이 마이크 하나를 두고 강의하는 것이든 오케스트라 연주든 소리를 증폭시켜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작업을 즐긴다. 마이크 스피커 콘솔 장비는 장르에 상관없이 거의 똑같다. 그게 붓이자 조각하는 칼이다. 난 음향으로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다."

-음향 감독이 된 계기는?

"15세 때 친구들과 연 디스코 파티에서 음향을 담당하면서 흥미를 갖게 됐다. 부모님이 음향으로는 밥 먹고 살기 어렵다고 해 심리학을 전공했지만 좋은 소리에 압도되고 빨려 들어가는 자신을 발견했다. 음악을 들으면 연주하는 악기가 무엇 무엇인지 자동으로 분석하게 된다.(웃음)"

윤도현 이창희 전미도 박지연 출연. 2015년 3월 29일까지, 6만~12만 원, 1544-1555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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