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효림

손효림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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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손효림 기자입니다.

aryssong@donga.com

취재분야

2025-11-30~2025-12-30
문화 일반52%
문학/출판23%
연극13%
교육3%
무용3%
산업3%
학술3%
  • [또 하나의 배우, 무대]360도 회전 11m 열차 위에서 숨막히는 결투

    가슴을 두드리는 플라멩코와 집시 댄스, 그리고 화려한 검술. 공연 중인 라이선스 뮤지컬 ‘조로’가 그렇다. 이 작품은 2008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된 후 2011년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올해 작품은 왕용범 연출이 캐릭터만 그대로 가져와 새롭게 재창작했다. 죽을 뻔했던 평범한 청년 디에고가 집시 여인과 신부의 도움을 받아 조로로 변신해 백성을 착취하는 라몬 대령에게 맞서는 이야기다. 하이라이트는 극 막바지 열차 위에서 조로와 라몬이 벌이는 결투 장면이다. 무대를 꽉 채운 길이 11m, 무게 1.5t의 열차는 관객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증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차창 밖 풍경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배경 영상이 어우러져 열차는 실제 달리는 것처럼 보인다. 조명도 차례대로 껐다 켜기를 반복해 열차가 질주하는 듯 사실감을 더했다. 열차는 턴테이블 위에서 때로 360도로 회전한다. 왕 연출이 농담처럼 “관객들이 (공연장을) 나갈 때 열차만 기억하면 된다”고 했을 만큼 제작진은 열차에 심혈을 기울였다. 고증을 통해 스페인이 캘리포니아를 지배하던 18세기 당시 열차 모습과 흡사하게 만들어냈다. 열차 곳곳에 숫자 31을 새겨 넣은 것도 당시 열차에 번호를 표기했던 것을 그대로 본뜬 것. 열차는 몸체가 둥글지만 윗부분은 평평하게 만들어 배우가 딛고 설 수 있도록 했다. 서숙진 무대디자이너는 “조로와 라몬이 열차 위를 종횡무진 오가며 결투를 벌이기 때문에 배우들이 움직이기 편하도록 중간 중간 디자인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연통 뒤에 설치한 종은 배우의 동선에 방해가 돼 떼어냈다. 객석에서 잘 보이지 않는 기관사실 내부에도 각종 레버를 설치해 정교함을 높였다. 역동적이고 화려한 열차 장면을 완성하는 건 배우들의 몫이다. 서 디자이너는 “배우들은 열차 위에 한번 올라가면 땀에 절어서 내려올 정도로 강도 높게 연습했다”고 말했다. 김우형 휘성 키 양요섭 소냐 서지영 출연, 10월 26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 5만∼13만 원. 02-764-7858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4-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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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지컬 무대에 길이 11m 열차가? 그 위에서 조로가 결투를…

    가슴을 두드리는 플라멩코와 집시 댄스, 그리고 화려한 검술. 공연 중인 라이선스 뮤지컬 '조로'가 그렇다. 이 작품은 2008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된 후 2011년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올해 작품은 왕용범 연출이 캐릭터만 그대로 가져와 새롭게 재창작했다. 죽을 뻔했던 평범한 청년 디에고가 집시 여인과 신부의 도움을 받아 조로로 변신해 백성을 착취하는 라몬 대령에 맞서는 이야기다. 하이라이트는 극 막바지 열차 위에서 조로와 라몬이 벌이는 결투 장면이다. 무대를 꽉 채운 길이 11m, 무게 1.5t의 열차는 관객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증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차창 밖 풍경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배경 영상이 어우러지면서 열차는 실제 달리는 것처럼 보인다. 조명도 차례대로 껐다 켜기를 반복해 열차가 질주하는 듯 사실감을 더했다. 열차는 턴테이블 위에서 때로 360도로 회전한다. 왕 연출이 농담처럼 "관객들이 (공연장을) 나갈 때 열차만 기억하면 된다"고 했을 만큼 제작진은 열차에 심혈을 기울였다. 고증을 통해 스페인이 캘리포니아를 지배하던 18세기 당시 열차 모습과 흡사하게 만들어냈다. 열차 제일 앞에 숫자 31을 새겨 넣은 것도 당시 열차에 번호를 표기했던 것을 그대로 본뜬 것. 열차는 몸체가 둥글지만 윗부분은 평평하게 만들어 배우가 딛고 설 수 있도록 했다. 서숙진 무대디자이너는 "조로와 라몬이 열차 위를 종횡무진 오가며 결투를 벌이기 때문에 배우들이 움직이기 편하도록 중간 중간 디자인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연기통 뒤에 설치한 종은 배우의 동선에 방해가 돼 떼어냈다. 객석에서 잘 보이지 않는 기관사실 내부에도 각종 레버 등을 설치해 정교함을 높였다. 역동적이고 화려한 열차 장면을 완성하는 건 배우들의 몫이다. 서 디자이너는 "배우들은 열차 위에 한 번 올라가면 땀에 절어서 내려올 정도로 강도 높게 연습했다"고 말했다. 김우형 휘성 키 양요섭 소냐 서지영 출연, 10월 26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 5만~13만 원. 02-764-7858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 2014-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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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들 유머와 비애의 균형 훌륭히 표현”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모호한 게 매우 매력적이에요. 대본이 흥미로워요.” 덴마크 유명 극작가 에를링 옙센(58)이 쓴 연극 ‘이 세상에 머물 수 있게 해달라는 남자’ 공연이 끝난 19일 서울 세실극장 로비. 공연을 본 관객 장현명 씨(28)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로비에서 미소 짓고 있는 극작가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네고 사인을 받았다. 이 작품의 국내 초연을 기념해 한국을 찾은 옙센 씨는 첫 공연을 마친 후 열린 리셉션에서 관객들과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눴다. 관객들은 평소 접하기 쉽지 않았던 북유럽 작품에 대해 이색적이라는 반응이었다. ‘이 세상…’은 타자기 한 대와 평온함만을 간절히 원하는 무명작가 알란이 위층에 사는 노파를 자기 어머니와 혼동해 살해한 혐의로 감옥에 갇히는 내용을 그렸다. 알란은 세상과 관계를 맺기 위해 애쓰지만 그의 관념은 현실과 비현실을 계속 오간다. 관객 김인덕 씨(35)는 “현실에서 구속받을 때 자유로운 감옥을 상상하곤 했는데 감옥에서 평온함을 느끼는 알란을 보면서 많이 공감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 공연을 본 소감이 어떠냐는 관객들의 질문에 옙센 씨는 “유머와 비애의 균형을 훌륭히 표현했고 배우들의 해석력도 뛰어나다”고 답했다. 그는 또 “덴마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내 작품을 즐겨주는 관객이 있다는 사실이 기쁘고 고맙다”고 했다. 덴마크 국립극장 전속 작가인 옙센 씨는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의 존재에 대해 유머러스하면서도 깊이 있게 고찰하는 작품을 선보여 왔다. 희곡 ‘숙녀와 쓰레기’ ‘무하마드 알리는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 ‘안나와 중력’을 썼고, 소설 ‘아트 오브 크라잉’과 ‘테러블리 해피’는 영화로 만들어졌다. 10월 5일까지. 3만 원. 070-7572-6484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4-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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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다현-김수용 “주인공 닮으려 하루 한끼 콩식사… 숨소리까지 연구해요”

    “어? 간난이다!”(김다현) “진짜 잘생겼다!”(김수용) 2003년 뮤지컬 ‘그리스’ 연습실. 여자보다 더 예쁜 외모로 ‘꽃다현’으로 불리는 김다현(34)과 1980년대 TV 드라마 ‘간난이’에서 주인공 간난이 동생 영구 역으로 인기를 누렸던 김수용(38)의 첫 만남이었다. 이 만남을 계기로 두 사람은 급속히 가까워졌다. 10월 9일 시작하는 창작뮤지컬 ‘보이첵’에서 나란히 주인공 보이첵 역을 맡은 두 사람을 18일 만났다. 김다현은 요즘 뮤지컬 ‘프리실라’의 버나뎃, ‘헤드윅’의 헤드윅을 맡아 물 오른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뮤지컬 ‘모차르트!’의 콜로레도 대주교, ‘영웅’의 안중근 등을 연기한 김수용은 배역에 완벽하게 녹아드는 배우로 알려져 있다. 둘은 인터뷰 중간 서로 눈이 마주칠 때마다 웃음을 터뜨렸다. “다현이는 속정이 깊은 친구예요. 눈을 보면 진심이 느껴지고요.”(김수용) “수용이 형을 보면 ‘할렐루야’라는 단어가 떠올라요. 그렇게 착하고 따뜻할 수가 없어요.”(김다현) 게오르크 뷔히너가 쓴 유명 희곡인 ‘보이첵’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매일 완두콩만 먹는 생체 실험에 지원한 보이첵이 아내의 부정을 알게 된 후 광기에 사로잡혀 파멸하는 내용을 그렸다. 이 작품은 연극 무용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로 공연됐다. 뮤지컬 ‘영웅’ ‘명성황후’의 윤호진 씨가 연출을 맡았다. 순수에서 분노, 광기로 극에서 극으로 치닫는 보이첵을 연기하는 건 만만치 않은 도전이다. 김다현은 극중 인물 그 자체가 되기 위한 이른바 ‘메소드 연기’를 위해 하루 한 끼를 콩으로만 먹고 있다. 키 180cm인 김다현은 몸무게가 6kg 빠져 현재 64kg까지 내려갔다. “59kg대까지 빼려고요. 기력도, 면역력도 없는 상태에서 정신분열을 일으키다가 엄청난 충격을 받은 후 악에 받쳐 폭발하는 에너지를 표현하고 싶어요.”(김다현) 김수용도 숨소리마저도 보이첵이 되려고 스스로를 밀어붙이고 있다. “보이첵은 몸뚱아리 하나로 버텨야 하는 인물이잖아요. 나도 그런 상황이 되면 저렇게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저려요. 보이첵을 들이파면서 저를 마구 ‘굴리고’ 있어요.”(김수용) 옆에서 듣던 김다현이 “형은 지금 이 상태에서 눈만 약간 흐릿하게 떠도 보이첵”이라며 웃었다. 두 아이의 아버지인 김다현은 섬세하고 다정다감한 성격이다. 얼마 전 추석을 앞두고 ‘헤드윅’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에게 손수 포장한 떡을 돌렸다. ‘단 한번도 얼굴로 밀고 나간 적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꽃다현’이라는 별명도 더 사랑하게 됐다고 했다. “30대가 되니 ‘꽃다현’이 민망하더라고요. 집 커튼을 바꾸려고 동대문시장에 갔는데 어떤 아저씨가 ‘꽃다현 씨 아니에요?’라고 물어 충격을 받았어요. 그래, 아저씨들까지 아는 내 브랜드를 잘 키우자고 마음먹었죠. 저만의 특별함을 보여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전쟁고아 ‘영구’로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던 김수용은 학창 시절 방송반, 성가대를 하며 끼를 다졌고 힙합 재즈댄스 등을 두루 익혔다. 즐거워서 했던 작업이 뮤지컬 배우가 된 후 진가를 톡톡히 발휘하고 있다. 어떤 역이든 자유자재로 소화하는 김수용은 ‘배우로 참 잘 자랐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김수용은 진짜 배우’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배우란 말은 제게 훈장과 같거든요.” 10월 9일∼11월 8일 서울 LG아트센터, 4만∼8만 원, 02-2005-1004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4-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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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천, 이 공연! 문화가 있는 날]부담없이 실컷 웃고싶은 사람들에게 ‘딱’

    아주 유명한 작품이지만 아직 보지 못했다면 24일에 관람 계획을 세워보는 게 어떨까. 매달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는 ‘라이어’ ‘난타’ 같은 작품을 대폭 할인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연극 ‘라이어’는 별다른 생각 없이 실컷 웃고 싶은 사람에게 딱 맞는 작품이다. 24일 3만 원인 티켓 가격을 1만 원으로 할인해준다. 1999년 1탄 초연 이후 2탄과 3탄이 추가돼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라이어’의 오랜 생명력은 오로지 ‘웃음’ 하나에 확실히 집중하는 미덕에서 비롯됐다. 1탄은 두 명의 부인을 둔 택시 운전사가 가벼운 강도 사건에 휘말리면서 이중생활이 무너지는 이야기. 기막힌 상황이 숨 돌릴 틈 없이 마구 벌어지면서 관객의 혼을 쏙 빼놓는다. 2탄은 두 집 살림을 하던 택시 운전사의 아이들이 인터넷 채팅으로 만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렸다. 3탄에는 100억 원이 든 마피아의 돈가방을 바꿔 들게 된 회사원이 등장한다. ‘라이어’ 시리즈는 서로 연결된 이야기가 아니어서 순서와 관계없이 봐도 된다. 서울 대학로 브로드웨이아트홀, 샘터파랑새극장, 강남 코엑스아트홀에서 공연한다. 1997년 초연된 ‘난타’는 힘찬 리듬이 일품인 넌버벌 퍼포먼스. 예정에 없던 결혼식 준비를 하게 된 요리사들의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사물놀이 리듬을 활용해 시원하게 풀어낸다. 칼, 도마 등 주방기구가 악기로 변신해 가슴이 뻥 뚫리는 소리를 만들어낸다. 4만∼7만 원인 티켓 가격을 24일에는 50% 할인해준다. 서울 명동난타극장과 충정로난타전용관에서 공연한다. 결혼식날 벌어지는 소동을 쇼로 꾸민 ‘뮤직쇼 웨딩’도 서울 홍대뮤직쇼웨딩전용극장에서 4만∼6만 원의 절반 가격에 관람할 수 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4-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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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슈퍼우먼… 착한여자… 위장되고 왜곡된 콤플렉스

    여성의 지위는 빠른 속도로 향상되고 있지만 여성이 맞닥뜨리는 문제는 한층 정교하고 복잡해졌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 성공한 여성으로 불리는 이들은 늘 자신감에 차 있을까. 이들 안에는 의외로 여린 모습이 숨어 있다. 샌드버그는 자다 깨면 자신이 지금의 위치에 있어도 되는지 확신이 안 서 사기꾼이 된 것 같고, 클린턴은 2000년 상원의원 출마를 고민할 때 패배할까 봐 두려웠다. 메르켈과 라가르드는 실수하지 않으려고 엄청난 시간을 들여 준비하는데, 이는 사실 자신감 부족 때문이라고 털어놓는다. ‘나는 오늘부터 나를 믿기로 했다’는 여성과 남성의 격차가 벌어지는 이유를 남녀 차별이나 양육 부담이 아닌 자신감이라는 요소를 통해 분석한다. 여성은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 여성은 완벽히 준비돼 있다고 확신이 들지 않는 이상 나서기를 꺼린다. 교실 안에서는 여성의 이런 특성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지만 게임의 법칙이 달라지는 사회에서는 이내 당황한다. 연봉 협상에서 여성은 남성에 비해 낮은 수준을 제시하고 승진을 적극 요구하지 않는다. 여성은 나서기보다는 말썽부리지 말고 묵묵히 지내야 한다는 교육을 받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결국 남자와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진다. 여성이 맹렬하게 활동하는 시대에 무슨 소리냐고 반문하는 남성도 있겠지만 많은 여성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자신감을 갖기 위해 조금만 생각하고 더 많이 행동하라는 현실적인 충고도 빛난다. ‘내 안의 여성 콤플렉스7’은 콤플렉스를 통해 현재 한국 여성의 삶을 들여다본다. 1992년 펴낸 ‘일곱 가지 여성 콤플렉스’에서 소개됐던 착한여자 콤플렉스, 신데렐라 콤플렉스, 슈퍼우먼 콤플렉스 등은 20년이 지난 후 전략적 필요에 따라 변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착한 여자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진 여성이 늘었지만 갈등 없는 생활을 위해 착한 여자처럼 위장한다는 것. 남성을 통해 신분 상승을 꿈꾸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조건 좋은 남성을 만나기 위해 미모와 능력을 갖추려 적극적으로 노력한다. 경험을 통해 알고 있던 여성 삶의 변화를 체계적으로 정리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4-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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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하나의 배우, 무대]저택화재 장면때 LPG로 불기둥 연출

    시종일관 지속되는 음산한 긴장감, 거듭되는 반전, 폭발적이고도 매혹적인 선율의 노래, 관객의 눈과 귀를 세 시간 내내 빨아들이는 뮤지컬 ‘레베카’다. 2006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초연된 이 뮤지컬의 하이라이트는 무대 전체가 활활 타오를 것 같은 맨덜리 저택의 화재 장면이다. 지난해 국내 초연 후 이달 초 서울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다시 막을 올렸다. 초연에 비해 이번 공연에서는 더 웅장하고 화려하게 연출한 맨덜리 저택 화재 장면이 눈길을 끈다. 맨덜리 저택의 화재는 주인공인 ‘나’와 남편 막심이 과거를 잊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게 만드는 주요 장치. 사별한 아내 레베카를 잊지 못해 힘든 나날을 보내던 막심과 결혼한 ‘나’는 맨덜리 저택 곳곳에 남아 있는 전처의 흔적에 짓눌린다. ‘나’에게 알 수 없이 적대적이던 집사 댄버스 부인은 레베카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알고 저택에 불을 지른다. 실감나는 화재 장면을 위해 유럽 공연에서는 실제 불을 사용했다. 저택 계단의 곡선 손잡이를 타고 불이 번지고 바닥 곳곳에서도 불기둥이 치솟는다. 정승호 무대디자이너는 “유럽 공연을 영상으로 본 관객들 사이에서 국내 공연이 원작에 비해 화재 장면이 약하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이번 재공연에선 강렬하고 급박한 화재 장면에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유럽 공연만큼은 아니지만 이번 재공연에서는 실제 불의 사용을 늘렸다. 저택 바닥에서 치솟는 불길이 초연 때는 한 줄이었지만 이번에는 세 줄로 늘었다. 하지만 안전과 비용 문제로 화재 장면의 규모는 당초 계획보다 축소됐다. 정 디자이너는 “바닥에서 치솟는 불기둥 높이를 80∼90cm로 하고 싶었지만 공연장 측과 논의한 결과 40∼50cm 높이로 낮췄다”고 말했다. 나무로 제작된 저택 계단에는 실제 불 대신 스모그로만 처리했다. 방염 처리를 한 목재를 사용하더라도 철판으로 된 바닥만큼 불을 견딜 수 없기 때문. 그 대신 컴퓨터그래픽(CG) 등을 이용한 영상효과를 보강해 불길이 더 맹렬하게 타오르는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 조각상이 추락하는 영상을 추가하고 천장의 샹들리에가 떨어질 때 내는 굉음의 음향을 키워 긴박감을 높였다. 블루스퀘어 측도 안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원영돈 블루스퀘어 무대기술팀장은 “LPG통은 환기가 되는 격실에 보관하고 배관 연결부위 등은 일주일에 한 번씩 한국가스안전공사로부터 점검을 받고 있다”며 “소품도 주기적으로 방염 처리를 해 안전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실제 불을 사용하는 만큼 공연 시작 전 비상구를 안내하는 방송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원 팀장은 “모든 출입구 안쪽과 바깥쪽에 직원이 각각 배치돼 직접 안내를 하게 된다. 직원들은 한 달에 1회 이상 화재 등에 대비해 모의훈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영기 오만석 엄기준 옥주현 신영숙 리사 임혜영 오소연 출연, 11월 9일까지, 6만∼13만 원. 1577-6478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4-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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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상원 전라연기 첫 도전… “온화한 신사 이미지 지워주세요”

    “명명백백한 피의 복수, 그게 바로 진정한 정의야!”(박상원) “‘햄릿’은 복수를 초월하고 있어요. 그래서 ‘햄릿’이 뛰어난 작품이라는 거죠.”(김소희) 11일 연극 ‘고곤의 선물’ 연습이 진행되는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연습실. 천재 극작가 에드워드 역의 박상원(55)에겐 자유로운 기운이 느껴졌다. 김소희(44)는 이성적인 아내 헬렌이 돼 무게중심을 잡고 있었다. 18일 개막을 앞두고 두 사람을 만났다. 박상원은 김태훈과 더블 캐스팅됐다. 김소희는 2012년에 이어 두 번째 무대다. ‘고곤의 선물’은 ‘에쿠우스’ ‘아마데우스’로 유명한 극작가 피터 섀퍼의 작품. 고곤은 메두사를 의미한다. 에드워드가 자살한 후 전처의 아들인 필립이 아버지의 전기를 쓰고 싶다며 헬렌을 찾아온다. 헬렌은 필립에게 전기를 완성하겠다는 다짐을 받아낸 후 극단적인 신념에 가득 찼던 에드워드의 이야기를 하나씩 들려준다는 줄거리. 광기로 치달으며 끝내 자살한 에드워드의 궤적을 추리하듯 쫓아가며 복수와 화해를 논한다. 2008, 2009, 2012년 공연 모두 기립박수가 이어져 이번 무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상원은 “연기자로서 한 번은 해야 할 숙명 같은 역할”이라며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특유의 미소를 지었다. 김소희는 “첫 공연보다 무뎌진 부분이 없는지 점검하고 있다. 더 깊이 들어가려 한다”고 말했다. 처음 호흡을 맞추는 두 사람 사이에서는 편안한 공기가 감돌았다. “소희 씨는 정확히 연기하고, 정리돼 있는 열정을 가진 배우예요. 이성적이고 똑 부러지는 게 헬렌과 비슷해요.”(박상원) “신념을 지키는 데 있어 융통성이 없는 점은 저와 헬렌이 비슷한가 봐요. 박 선배는 편해요. 선배에게 ‘이렇게 하는 게 더 낫지 않나요’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은데 쉽게 얘기할 수 있게 해주세요.”(김소희) 박상원은 에드워드를 표현하는 게 녹록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파괴적인 천재 에드워드를 본격적으로 분석하면서 ‘멘붕’이 됐어요. 내 연극적 상상력이 이토록 초라한 수준이었나 싶었거든요. 에드워드에게 지독한 창작의 고통이 느껴졌고, 그것이 절절히 와 닿았어요. 그걸 못 느꼈으면 멘붕을 떠나 한강에 떨어졌을 거예요.”(웃음) ‘고곤의 선물’은 난해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김소희는 “인간의 존재를 미세하고 깊이 있게 보여줌으로써 카타르시스와 충격을 느끼게 만드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박상원도 “‘우리끼리 놀지 말자’고 다짐할 만큼 관객과 소통하는 데 많은 신경을 썼다. 툭 물음표를 던지는 데서 오는 매력을 맛볼 수 있다”고 거들었다. 박상원은 이번 무대에서 생애 처음으로 전라 연기에 도전한다. “극작가이기 때문에 몸이 좋아서는 안 돼요. 하지만 관객에게 너무 보기 흉한 모습을 보여줄 순 없잖아요? 그 접점을 찾아 수시로 팔굽혀펴기 등 운동을 하고 있어요.”(박상원) 아기자기하고 기획하는 걸 좋아하는 박상원은 ‘고곤의 선물’ 영문 글씨가 쓰인 검은색 후드티도 직접 디자인해 제작진에 나눠줬다. 개막일 카운트다운을 알리는 ‘D―7’을 벽에 붙이도록 한 것도 박상원이다. 두 사람은 그 숫자를 바라보며 “수능을 앞둔 것 같다”면서 웃었다. 18일∼10월 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2만∼5만 원, 02-339-1111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4-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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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장을 공유하는 샴쌍둥이 통해 불완전한 인간관계 조명

    ‘나는 왜 늘 주기만 하고 받지는 못하는 걸까.’ 수많은 인간관계 가운데 항상 일방적이라고 여겨지는 관계가 있는가. 19일 막을 올릴 예정인 연극 ‘반신’은 몸이 하나로 붙어 한 심장을 공유하는 샴쌍둥이를 통해 불평등하고 불완전한 인간관계를 조명한다. 일본의 유명 연출가 노다 히데키(59)가 대본을 쓰고 연출했다. 연극 ‘빨간 도깨비’(2005년) ‘더 비(The Bee·2013년)’로 국내 관객의 주목을 받은 노다는 혁신적인 무대를 선보이는 연출가로 꼽힌다. ‘반신’은 하기오 모토의 동명 만화가 원작이다. 노다는 묵직한 주제의 만화를 기발하고 발랄한 방식으로 풀어냈다. 샴쌍둥이인 슈라는 자신의 심장과 장기를 통해 살아가는 동생 마리아를 보며 늘 주기만 하고 양보를 강요받는 자신의 운명에 분노한다. 속상함과 미움은 차츰 마리아를 인정하는 감정으로 바뀐다. 몸이 성장하며 영양 불균형 상태가 심화돼 둘 중 하나만 살아남을 수 있는 운명에 맞닥뜨리자 슈라는 절규한다. 작품은 현실과 가상을 오가며 인간의 단면을 들춘다. 슈라의 상상 속 친구들인 요괴는 유혹, 비밀, 후회를 의미한다. 수수께끼 같은 산수법을 설파하며 정신이 나갔다 들어오는 노수학자는 인간의 이성과 몰이성을 상징한다. 노다는 “신체 표현에 강한 한국 배우들과 작업을 하며 이전에 보지 못했던 부분을 새롭게 발견했다”며 “무대에서 펼쳐지는 뫼비우스 띠와 같은 혼란을 즐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인영 전성민 오용 이형훈 출연. 19일∼10월 5일, 서울 명동예술극장, 2만∼5만 원, 1644-2003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4-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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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의사 함정식씨 “당대 첨단 韓醫學, 일본의 의학발달 이끌어”

    “조선통신사는 일본에 정치 문학 예술뿐만 아니라 한의학도 전파했습니다. 일본 의학의 발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죠.” 함정식 청솔한의원 원장(45)은 조선통신사를 연구하는 한의사다. 조선통신사는 에도 막부의 요청으로 1607년부터 200여 년간 12회에 걸쳐 일본으로 파견된 외교사절이다. 그는 경희대에서 의학의 역사를 강의하다 조선통신사에 눈을 떴다. 특히 2006년 조선통신사 여정을 따라가는 일본 여행에 참가한 그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일본은 박물관, 기념비를 만드는 등 조선통신사를 문화 콘텐츠로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조선통신사의 방문을 일본에 조공을 바치는 의미로 여기는 것에 놀라기도 했고요. 제 전공인 한의학 분야라도 제대로 알아내겠다고 마음먹었죠.” 함 원장에 따르면 1682년 7차 사행 때부터 사절단에 본격적으로 의원이 포함됐다. “조선의 침뜸 의학은 동아시아에서 매우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조선통신사가 도착하면 일본 전역에서 의원들이 몰려들어 일종의 서류면접을 통과해야만 조선 의원을 만날 수 있었어요. 조선의 일급 기밀에 속하던 인삼 재배법을 알아내려고 ‘스무고개’ 하듯 일본 의원들이 질문을 하기도 했고요.” 조선통신사로 인해 일본 의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일본판 ‘동의보감’을 발행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현재 한국과 일본은 조선통신사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는 방안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 자료가 별로 없어 일본 자료를 복사해서 연구하고 있어요. 필담으로 나눈 대화록을 읽다 보면 의원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것 같아 전율이 일어요. 연구하면 할수록 조선통신사는 풍요롭고 위대한 문화유산이라는 확신이 듭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4-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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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하나의 배우, 무대]빛으로 연출한 거울같은 호수

    호수를 채운 것은 물이 아니라 빛이다. 서울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공연되는 연극 ‘즐거운 복희’(이하 ‘복희’)의 핵심 장치인 호수는 빛의 반사를 통해 탄생했다. 펜션 분양자들이 손님을 끌기 위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내용을 그린 ‘복희’에서는 호수를 둘러싸고 일련의 사건이 벌어진다. 펜션이 자리 잡은 곳도 호숫가이고 복희와 사랑에 빠져 배를 타고 펜션을 떠나려던 나팔수가 빠져 숨진 곳도 호수다. 장군이었던 복희 아버지의 묘를 펜션 근처에 조성해 매일 복희에게 조문할 것을 요구하던 펜션 분양자들은 나팔수가 숨지자 호수에서 나팔소리가 들린다는 이야기까지 만들어낸다. 검게 일렁이는 호수는 인간의 욕망과 ‘나’라는 존재가 어떻게 만들어지를 담담히 비춰낸다. 이강백 극작가는 대본을 쓸 때부터 공연장으로 드라마센터를 염두에 뒀다. 객석이 무대를 둥그렇게 둘러싸고 있는 원형 무대여서 호수를 표현하기에 가장 좋은 공연장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처음에는 물로 호수를 연출하려고 했지만 펜션 사무실을 연출할 공간도 필요했다. 그래서 빛을 반사시켜 호수를 제작하기로 했다. 손호성 무대디자이너는 “무대 바닥에 거울을 깔려고 했지만 바닥이 고르지 않은 데다 거울이 잘 깨져 궁리 끝에 가구를 윤기 나게 만드는 재료인 포마이카를 떠올렸다”고 했다. 검은색 포마이카 바닥재를 깔았다. 포마이카 바닥재는 연극 ‘헤다 가블러’(2012년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도 사용돼 주인공의 뒤틀리는 심리를 반사되는 빛을 통해 그려냈다. 관건은 조명이었다. 조명을 비췄을 때 바닥의 빛이 객석이나 호수 원경을 그린 배경막에 반사되지 않아야 했다. 그래서 조명의 각도를 더 가파르게 조절했다. 김창기 조명디자이너는 “일반 공연 때는 45∼60도 사이의 각도로 배우에게 조명을 비추는데 ‘복희’는 60∼70도로 비추도록 조명기 위치를 모두 바꿨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깊은 호수가 태어났다. 복희가 호숫가 나무 덱에 앉아 다리를 흔들거리며 독백할 때 호수에는 복희의 모습이 반짝인다. 나팔수 시신의 위치를 몰라 시신을 건져내기 어렵다는 점을 합리화시키며 우산을 쓴 채 호수를 둘러보는 펜션 분양자들의 모습도 호수 표면에 어른거린다. 그들의 흰색 우산은 푸른 조명 아래 파랗게 변한다. 냉혹한 인간의 욕망을 섬뜩하게 보여주는 파란색 우산 역시 호수는 깊고 또렷하게 반사시킨다. 21일까지. 2만5000원. 02-758-2150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4-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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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리스마 철철… 무대 위 완벽주의자

    “세계에서 이 정도 기량을 갖춘 배우가 얼마나 될까 싶을 정도로 연기를 잘한다.” 뮤지컬 ‘위키드’의 작곡가 스티븐 슈워츠는 모리블 학장 역을 맡은 김영주(40)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올해 3월 한국을 방문한 슈워츠는 인상적인 배우로 그를 가장 먼저 꼽았다. 지난해 11월 22일 시작해 10월 5일 막을 내리는 10개월여 간의 대장정에서 김영주는 단독으로 모리블 학장 역을 맡아 무대를 꽉 채우고 있다. 4일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만난 그는 시원시원하고 에너지가 넘쳤다. “모리블 학장 역은 이제 생활이 됐어요. 모래주머니처럼 무거운 의상도 내 옷같이 편해요.” 모리블 학장은 초록마녀 엘파바를 보호하는 듯하지만 실은 마법사의 조종을 받아 엘파바를 사악한 마녀로 왜곡시키는 데 앞장서는 악역이다. 그가 굵은 저음으로 “입은 쳐 닥치고”라며 글린다에게 쏘아붙이거나 글린다에게 군중을 선동하는 연설을 시킨 후 매의 눈으로 지켜볼 때면 싸늘한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엘파바가 지닌 마법 능력을 확인하고는 “내 개인기가 뭔지 압니까. 남의 개인기를 밀어주는 개인기∼”라며 능청스럽게 씩 웃으면 객석 여기저기서 웃음이 빵빵 터진다. 이런 연기 뒤에는 집요한 노력이 있다. 그는 요즘도 매일 대본을 분석하고 연출가 리사 리구일로 앞에서 불렀던 노래를 녹음해 수시로 듣는다. “연습할 때 처절하게 붙잡았던 부분을 놓지 않으려고 해요. 계속 다잡아야 박수 받을 때 부끄럽지 않거든요.” 1996년 뮤지컬 ‘명성황후’에서 공사 부인 역으로 데뷔해 18년간 쉬지 않고 달려온 그지만 10개월 넘게 홀로 비중 있는 조연을 맡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얼마 전 공연에서는 대사를 약간 다르게 말하는 실수를 처음 했다. 관객들은 눈치 채지 못했지만 스스로 용납할 수 없었다. 펑펑 운 그는 대본이 찢어질 정도로 더욱 들이팠다. “공부할수록 채울 부분이 자꾸 보여요. 감기에 잘 걸리고 위도 약한데 다행히 공연 기간 동안 아픈 적이 없었어요. 튼튼한 성대를 타고난 건 부모님께 감사하고 있답니다.”(웃음) 172cm의 키에, 강한 마스크를 지닌 그는 뮤지컬을 시작할 초기에는 맡을 수 있는 역이 많지 않았다. 노래하고 연기하는 게 즐거워 무대에 올랐지만 작은 역할만 주어진 데 대해 지치기도 했다. “‘아가씨와 건달들’ 공연을 마친 후 열정이 사라진 것 같아 힘들 때 (뮤지컬 배우인) 진아라 선배가 말했어요. ‘불꽃을 들여다보면 빨간 불꽃만 있는 게 아니다. 파란 불꽃도 있다. 색깔에 관계없이 모두 다 태울 수 있다’고요.” 김영주는 다시 힘을 내 달렸다. “어떤 역을 맡든 탁월하게 해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누군가와 경쟁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정말 잘한다고 인정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10월 5일까지 서울 샤롯데씨어터. 6만∼14만 원. 1577-3363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4-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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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즐거운 추석]와! 화려한 뮤지컬에 ‘황홀’… 아∼ 잔잔한 드라마에 ‘감동’

    넉넉한 추석 연휴, 하루 정도 시간을 내 공연장을 찾는다면 풍요로운 추억 하나를 더할 수 있다. 날씨도 선선해 나들이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할인해주는 공연도 많아 가격 부담도 조금은 덜 수 있다. 흥겨운 노래, 탄탄한 이야기 귀에 익숙한 노래와 화려한 무대를 즐기고 싶다면 뮤지컬 ‘프리실라’가 딱이다. ‘이츠 레이닝 멘(It’s raining men)’ ‘트루 컬러스(True colours)’ 등 히트 팝송을 엮어 만들었다. 드래그퀸(여장남자)인 틱이 별거 중인 아내가 일하는 호텔에서 쇼를 하기 위해 버나뎃, 아담과 함께 버스 ‘프리실라’를 타고 간다. 틱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8세 아들이 자신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할지 걱정한다. 500여 벌의 의상이 등장하는 총천연색 무대는 눈을 즐겁게 만든다. 조성하 고영빈 김다현 마이클리 이지훈 이주광 출연. 28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 13세 이상 관람. 5만∼13만 원(7∼10일 공연은 40% 할인). 1577-3363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는 2005년 초연 이후 높은 완성도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무료 병원에서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환자가 감쪽같이 사라진다.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예상치 못한 반전에 가슴이 찡해진다. 이현 한세라 양경원 라준 박세웅 출연. 2015년 1월 4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그린씨어터. 4만5000원(6∼10일 공연은 50% 할인). 02-744-7090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초록 마녀의 숨겨진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위키드’는 온 가족이 함께 보기 좋다. 마법 같은 무대와 철학적인 이야기로 어린이는 물론이고 어른에게도 감동을 선사한다. 김선영 박혜나 김소현 김보경 남경주 출연. 10월 5일까지 서울 샤롯데씨어터. 6만∼14만 원(7∼10일 공연은 30% 할인), 1577-3363 매혹적인 재즈 음악과 섹시한 춤이 어우러진 뮤지컬 ‘시카고’도 6∼9일에는 20∼30% 할인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 최정원이 벨마 역, 아이비가 록시 역을 단독으로 맡아 탄탄한 연기와 춤 솜씨로 무대를 꽉 채운다. 28일까지 서울 디큐브아트센터, 5만∼12만 원. 02-577-1987꿈과 인생을 말하다 연극 ‘이기동체육관’은 잊고 살았던 꿈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낡은 복싱체육관을 한 청년이 찾는다. 그는 관장 이기동을 숭배했던 팬이자 같은 이름을 갖고 있다. 관장 이기동은 아들을 복싱으로 잃은 후 좌절한 채 하루하루를 보낸다. 복싱대회에 몰래 나가려던 관장의 딸 연희를 둘러싸고 소동이 벌어진다. 가족이 함께 보면 30% 할인해준다. 김수로 강성진 문진아 박은미 김동현 류경환 출연, 14일까지 서울 대학로예술마당 2관, 4만 원. 02-6227-0301 죽음을 앞둔 남편과 이를 지켜보는 아내를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를 잔잔하고 진솔하게 그린 연극 ‘슬픈 연극’도 공연된다. 극단 차이무 민복기 대표가 극본을 쓰고 연출했다. 강신일-남기애, 김학선-김정영, 김중기-이지현이 커플을 이뤄 차례로 공연한다. 21일까지는 강신일 남기애의 무대다. 11월 2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3만5000원. 02-762-0010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보고싶던 그 전시 이번 추석에 꼭▼20세기, 위대한 화가들 -르누아르에서 데미안 허스트까지 모네, 르누아르, 샤갈, 피카소, 마티스, 데미안 허스트 같은 유럽의 거장과 앤디 워홀, 키스 해링 같은 미국의 팝아티스트까지 서양 미술사의 빛나는 별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대형 전시다. 작고한 거장부터 쟁쟁한 현역들까지 작가 53명의 작품 104점을 선보인다. 인상주의 야수주의 초현실주의 앵포르멜 옵아트 등 시대를 이어온 미술계의 변화를 11개 섹션으로 구성했다. 17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층. 8000∼1만3000원. 1544-1555매트릭스: 수학 순수에의 동경과 심연 지난달 개최된 서울세계수학자대회를 기념해 열리는 전시. 그래픽디자이너 슬기와 민이 수능 수리문제 문항을 이미지로 재해석한 ‘199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수리영역’, 수학과 교수가 30년 넘게 써온 노트 10권을 확대해 방 하나에 도배한 송희진 작가의 ‘진리의 성’ 등이 전시된다. 내년 1월 11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제3, 4전시실. 추석 연휴엔 무료. 02-3701-9500올해의 작가상 2014 구동희(40) 김신일(43) 노순택(43) 장지아(41) 등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 수상자 4명의 전시. 11월 9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제1, 2전시실과 중앙홀. 추석 연휴엔 무료. 02-2188-6000▼보고싶던 그 공연 이번 추석에 꼭▼블루문 페스티벌 클래식과 판소리, 국악이 어우러지는 추석맞이 공연 ‘블루문 페스티벌’이 6, 7일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첫 테이프는 6일 오후 7시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양방언이 ‘프렌즈 문라잇 스토리’를 주제로 끊는다. 7일 오후 2시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이수자인 이자람이 판소리 다섯대목의 하이라이트와 ‘사천가’의 주요 장면을 보여준다. 같은 날 오후 7시 공연에선 ‘국악계의 아이돌’ 송소희가 첫 콘서트 무대를 연다. 관람료는 2만2000∼12만 원. 1544-1555국립국악원 한가위 특별공연 8일 오후 8시 국립국악원 연희마당에서는 한가위 특별공연이 열린다. 1부에선 풍년을 기뻐하는 ‘경풍년’ 연주를 시작으로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안숙선 예술감독과 소리꾼 남상일이 꾸미는 단막 창극 ‘박타령’ 무대가 이어진다. 경기·서도민요 ‘오봉산타령’ ‘술타령’, 남도 민요 ‘팔월가’ 등 추석을 주제로 하는 소리가 박을 타며 펼쳐진다. 2부는 8개 팀의 시민들이 참여하는 ‘너도나도 아리랑 부르기’ 본선 무대가 이어진다. 국립국악원 무용단과 민속악단이 꾸미는 강강술래와 판굿도 공연된다. 관람료는 무료, 선착순 입장. 02-580-3300}

    • 2014-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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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하나의 배우, 무대]겹겹이 놓인 액자속에 켜켜이 쌓인 과거 상처

    “엄마는 엄마밖에 모르니까, 엄마는 항상 돋보이는 곳에 있어야 하니까!”(에바 역·서은경) “엄마라는 내 모습이 어색하고 불안했지. 난 엄마가 되고 싶지 않았어!”(샬롯 역·손숙) 엄마와 딸이 쏟아내는 말은 유리 조각처럼 날카롭다. 연극 ‘가을소나타’는 엄마와 딸 사이에 깊숙이 뿌리 내린 상처와 애증을 다뤘다. 연출가 임영웅이 연출 인생 60년을 기념해 올렸다. 성공한 피아니스트인 엄마 샬롯은 가족보다 자신이 우선이다. 큰딸 에바는 그런 엄마로 인해 큰 상처를 받는다. 7년 만에 만난 모녀 사이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결국 감정은 맹렬하게 폭발한다. 이런 미묘한 감정을 뒷받침하는 무대의 핵심 장치는 곳곳에 배치된 나무 액자들이다. 1층에는 주방과 거실이 있고 2층에는 샬롯이 머무르는 방, 장애가 있는 둘째 딸 엘레나의 방이 있다. 창문과 방문은 모두 나무 액자처럼 틀만 있다. 샬롯 방에는 4개의 크기가 다른 액자 틀이 매달려 있다. 거실과 이어지는 주방도 액자 속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주방 입구를 액자 틀이 감싸도록 디자인했기 때문이다. 극이 시작될 때와 끝날 때 주방 식탁에 앉아 엄마에게 편지를 쓰는 에바의 모습은 액자 속 사진 같다. 박동우 무대디자이너는 대본을 읽자마자 액자의 이미지를 떠올렸다고 한다. 그는 “액자 속 사진은 과거의 기억이다. 겹겹이 놓인 액자를 통해 켜켜이 쌓인 과거의 상처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액자가 가득한 무대에서 에바와 샬롯이 과거를 떠올리는 장면은 앨범 속 사진을 하나하나 넘기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두 사람의 기억 속 사진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샬롯은 에바를 위해 치아 교정을 시키고, 낙태를 시켰다고 여긴다. 하지만 에바는 그 모든 것이 일방적인 폭력이었다고 절규한다. 에바의 말처럼 ‘엄마의 말은 엄마의 기억 속에서만, 내 말은 내 기억 속에서만 현실’일 뿐이다. 나무로 된 액자와 창문 너머로 보이는 노랗게 단풍 든 자작나무는 따뜻하다. 포근한 집 안에서 벌어진 상처와 갈등은 그래서 더 또렷하게 보인다. 6일까지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3만∼5만 원, 1544-1555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4-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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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 리뷰]노래만 22곡… 스토리없는 록콘서트

    록 콘서트였다. 최근 막을 올린 창작 록 뮤지컬 ‘더 데빌’은 스토리를 이해하기보다는 노래를 그냥 즐기라고 주장하는 작품이다. ‘더 데빌’은 괴테 ‘파우스트’의 배경을 뉴욕 월스트리트로 옮겼다. 승승장구하던 주식 브로커 존 파우스트는 주가가 폭락한 블랙 먼데이로 모든 것을 잃고 절망한다. 돌연 그 앞에 나타난 X는 매혹적인 제안을 한다. 무대에는 파우스트, X, 그레첸 이렇게 세 명만 등장한다. ‘헤드윅’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이지나 연출가와 배우 한지상 마이클리 송용진 윤형렬 차지연이 결합했다. 대사는 거의 없고 22곡의 노래로 극을 이끌어 간다. 워낙 잘 알려진 내용을 소재로 해서인지 이야기를 세세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시종일관 내지르고 절규하는 록 음악이 이어져 대사를 알아듣기가 쉽지 않다. 아쉽게도 관객이 몰입하기 전에 배우들은 저만치 앞서서 감정을 먼저 토해내 버린다. 그래서 객석의 반응은 극명하게 나뉘었다. 열광적인 환호 속의 기립박수나 얼떨떨한 표정의 기계적인 박수다. 좋아하는 배우의 고음을 마음껏 듣고 싶은 관객이라면 공연을 즐길 만하다. 연인 파우스트를 지키기 위해 몸부림치는 그레첸 역의 차지연은 몸을 과감히 내던지며 집중력 높은 연기를 보여줬다. X역의 마이클리는 폭발적인 고음을 선보였지만 해맑은 표정에서 카리스마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파우스트 역의 송용진이 X역에 더 어울릴 듯했다. 공연장인 연강홀은 620석으로 아담해 배우의 표정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다. 11월 2일까지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5만∼8만 원, 1577-3363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4-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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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인정받으려고 너무 애쓰지 마라”

    ‘인생은 고해(苦海)’라는 말이 머리뿐만 아니라 가슴에 아프게 와 닿는가. 고통을 줄이는 방법을 자신의 내면에서 찾고 싶은가. ‘생각 버리기 연습’ ‘화내지 않는 연습’ 등으로 유명한 저자는 “지금 그대로도 충분하다”고 인정하라고 말한다. 인간은 다른 사람에게서 인정받으려 애쓰지만 이는 ‘필요악’이다. 인정에 대한 욕구는 자연스러운 것이고 스스로를 향상시키는 동력이 된다. 하지만 지나치면 자신을 잃게 되고 괴로움을 만든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자포자기하라는 건 아니다. 힘든 상황이 생기면 아주 멀리서 제3자의 시선으로 관망하듯 바라본다. 그러면 죽고 못살 것처럼 괴로운 일도 그럴 만한 사안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스스로에 대해 ‘이 정도면 됐어. 괜찮아’라고 인정할 수 있는 비율이 50% 정도 되도록 ‘정신적 자급률’을 충족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의욕이 나지 않을 때, 기쁠 때, 슬플 때, 화날 때의 그 모든 감정에 대해 ‘좋다’ 혹은 ‘나쁘다’고 판단하지 말고 일단 ‘그렇구나’라고 인정해보려 한다. 사람은 기쁘고 즐거운 것은 늘려가고, 불쾌한 것은 줄이려 애쓴다. 이런 갈애(渴愛)는 괴로움의 원인이다. 즐겁지 않으면 공허해지고 자신을 화나게 만든 사람에게 복수할 방법을 궁리한다. 이로 인해 정작 괴로운 건 자신이다. 저자는 말한다. 괴로움을 주는 원인도 난폭하게 없애려 하지 말고 그냥 받아들이라고. 괴로워하는 자신을 “힘들었겠네”라며 따뜻하게 안아주라고. 영화 ‘써니’에서 어른 나미가 울고 있는 어린 시절의 자신을 보듬어주는 장면이 떠오른다. 마음에 와 닿는 내용을 되새김질하듯 곱씹어보고 명상하듯 읽다 보면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4-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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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역 낮춘 애국가’ 씁쓸한 음모론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애국가의 음을 낮춰 부르도록 한 후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난데없는 ‘애국가 음모론’으로 시끄러웠다. 부산시립교향악단과 수원시립교향악단 악장 등을 지낸 바이올리니스트 김필주 씨(60)가 동창생 인터넷 커뮤니티에 “애국가를 3도 낮게 부르면 단조의 기운이 느껴지는 아주 우울하고 어두운 맥 빠진 애국가가 된다”면서 “서울시교육감에 의해 시행된 애국가 낮춰 부르기는 전교조에서 애국가를 기피시키려는 전략으로 보인다”는 글을 올렸다. 또 “운동권 노래보다 애국가를 하위에 두려는 무서운 전략이라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이 글은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확산됐다. 김 씨는 2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애국가는 기백이 있고 장엄해 듣는 이들의 힘을 돋운다는 게 자랑거리인 만큼 다소 부르기 어렵더라도 원래대로 불러야 한다. 음역을 낮춘 애국가는 조기를 단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애국가 음역을 낮춘 것은 5월 문용린 전임 교육감 시절에 결정한 사안”이라며 “학교 현장의 음악교사들로부터 애국가의 음이 높아 변성기 학생들이 부르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에 3도 낮게 음역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충북도교육청도 지난해 1월 음역대를 한두 단계 낮춰 부른 애국가 CD를 만들어 초중고교에 배포한 바 있다. 안익태 선생이 작곡한 A장조 애국가는 오케스트라용이어서 일반인이 부르기에는 높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안전행정부 의정관실의 한 관계자는 “1955년에 정부에서 G장조로 낮추라는 지시가 있었고, 올해 광복절 행사에서도 G장조로 애국가를 불렀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안익태기념재단 조문수 사무총장은 “애국가 음역을 낮게 혹은 높게 부르는 것은 애국심 고취에 영향을 준다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있는 만큼 편하게 부르자는 의도라도 국가의 공식 기관이 애국가를 바꿀 때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음악평론가 홍승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예술경영전공)는 “음역을 낮추면 다소 무거워지고 힘이 빠지는 측면은 있다. 하지만 음역을 낮추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전문 합창단이나 일반인 등 부르는 사람에 따라 음역을 어떻게 조정할지 심층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손효림 aryssong@donga.com·임현석 기자}

    • 2014-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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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하나의 배우, 무대]뮤지컬 ‘프리실라’ 버스 세트

    내 이름은 ‘프리실라’. 뮤지컬 ‘프리실라’ 작품 이름이 바로 버스인 내 이름이죠! 영화(1994년)로 먼저 만들어졌고, 2006년 호주에서 처음 뮤지컬로 공연됐어요. 한국에선 7월부터 초연되고 있고요. 주인공인 틱이 별거 중인 아내가 일하는 호텔에서 쇼를 하기 위해 버나뎃, 아담과 함께 저를 타고 호주를 가로질러요. 500벌이 넘는 의상에 100여 개의 가발까지, 화려함의 극치를 이루는데요, 여기엔 저도 한몫 한답니다. 3만 개의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달린 제 몸무게는 8.5t이에요. 빨강 초록 노랑 물방울이 흘러내렸다 터지는 걸 그리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예요. 사람들이 ‘드래그퀸’(여장남자)인 주인공들에 대한 욕설을 제 몸에 써 놓지만 주인공들은 분홍색 페인트로 순식간에 칠해서 없애버려요. 이것도 다 저라서 가능한 거예요. 아, 저는 달리지는 못해요. 무대 원형 테이블의 도움으로 뱅글뱅글 돌기만 하지요. 제 몸 안에는 와인 잔은 기본이고 샴페인 얼음통도 있어요. 홍학과 바비 인형은 물론 야자수가 그려진 비즈 커튼, 호피 무늬 융단까지 가득하답니다. 미국 공연을 마치고 한국에 왔는데요, 쉽지는 않았어요. 워낙 무겁다 보니 제 몸을 다섯 개로 나눠 배로 운반했거든요. 땅 위에서는 지게차의 도움을 받았고요. 무사히 도착했고 아무 탈 없이 합체됐으니 감사할 뿐이죠. 사실 저는 태어나지 못할 뻔했어요. 무대에서 버스를 사용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제작진은 저 없이 공연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죠. 브라이언 톰슨 무대 디자이너는 저를 “세트가 아닌 주인공”이라고 말할 정도로 공을 들였대요. 말썽을 안 부려서 칭찬도 많이 받았어요. 개리 매퀸 프로듀서는 “내 수많은 작품 중에 가장 뛰어난 디바”라고 했다니까요. 제 몸값이 얼만지 궁금하시죠? 짜잔∼. 무려 10억 원이에요. 무대 세트와 의상 등을 합치면 모두 50억 원인데 그중 10억 원이 제 몫이에요. 그래선지 배우들도 처음에는 제게 오는 걸 겁내더라고요. 하지만 별다른 까탈을 부리지 않다 보니 이제는 거리낌 없이 저와 어울려요. 신동원 설앤컴퍼니 프로듀서가 저를 ‘순둥이’라고 부를 정도예요. 제겐 쌍둥이 형제가 하나 있어요. 지금 스페인에서 공연하고 있죠. 저와 똑같이 생겼지만, 제가 못하는 것 하나를 할 수 있어요. 제 지붕 위에 놓여진 대형 하이힐 모형에 앉아 아담이 오페라를 립싱크하는 장면이 나와요. 그 아이는 지붕 위에 슬라이딩 판이 있어서 하이힐을 앞으로 쑤욱 내밀 수 있답니다. 저는 하이힐을 얹은 채로만 있고요. 하이힐 모형에는 안전벨트가 있어서 아담이 이걸 채우고 노래해요. 길에서든 무대에서든 안전은 최고로 중요하니까요! 조성하 고영빈 김다현 마이클리 이지훈 이주광 출연, 9월 28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 5만∼13만 원, 1577-3363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4-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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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국제공연예술제 9월 25일 개막… 7개국 19개단체 참가

    국제적인 연극과 무용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가 9월 25일부터 10월 19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열린다. 14회를 맞는 올해는 ‘핵심을 감지하다(Sense the Essence)’라는 주제로 한국 독일 벨기에 러시아 등 7개국의 19개 공연단체가 참가해 연극과 무용 21편을 선보인다. 한국 작품은 11편, 해외 작품은 10편이다. 개막작 ‘노란 벽지’(9월 25∼27일)는 실험연극으로 유명한 독일 베를린의 샤우뷔네 극장이 제작하고 케이티 미첼이 연출한 작품이다. 미국 작가 샬럿 퍼킨스 길먼이 쓴 동명의 단편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카메라가 촬영한 배우들의 모습을 무대 위의 스크린에 투사하는 기법을 사용해 여성의 억눌린 자의식과 상처를 표현했다. 영국 출신의 유명 안무가 호페시 �터의 최신작 ‘선(SUN)’도 10월 8, 9일 공연된다. 한국 작품은 오태석 연출가의 연극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9월 26∼28일), 이윤택 연출가의 ‘코마치후덴’(9월 29∼10월 2일) 등이 공연된다. 이 연출가는 일본 극작가 오타 쇼고의 초기 대표작 ‘코마치후덴’을 한국적으로 재창조했다. 자세한 정보는 SPAF 홈페이지(www.spaf.or.kr)를 참조하면 된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4-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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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작가 이강백씨 “43년전 그 무대, 그 떨림… 퇴직후 첫작품 설레네요”

    “평생 연극을 하며 살겠다고 다짐하던 곳에서 퇴직 후 처음 쓴 작품을 공연하게 돼 설렙니다. 그때 느꼈던 벅찬 감정을 다시 한 번 맛보고 싶어요.” 서울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26일 막을 올린 연극 ‘즐거운 복희’(이하 ‘복희’)를 쓴 극작가 이강백(67)의 얼굴에는 밝은 기운이 가득했다. 197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 희곡 ‘다섯’으로 등단한 그는 남산예술센터에서 이 작품으로 첫 공연을 올렸다. ‘복희’는 서울예대 극작과 교수였던 그가 지난해 정년퇴직한 후 쓴 첫 작품이다. 올해 5월 공연돼 큰 호평을 받았던 신작 ‘챙!’은 ‘복희’ 다음에 쓴 작품이다. 22일 만난 그는 “4년 동안 구상해 8번 정도 고친 끝에 ‘복희’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연출은 이성열 씨가 맡았다. 이 작품은 호숫가 펜션을 분양받은 사람들이 손님을 끌기 위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그렸다. 펜션을 퇴역 군인의 낙원으로 만들려던 장군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펜션 분양자들은 장군의 딸 복희에게 매일 아버지 묘소를 찾아 슬퍼할 것을 요구한다. 처음에 이를 순순히 받아들였던 복희는 차츰 심경에 변화가 생긴다. 작품은 5막에 막간극 4개로 구성됐다. 복희는 막간극에서만 등장해 독백으로 무대를 이끈다. ‘소설가 구보 씨의 1일’ ‘정물화’의 전수지가 복희 역을 맡았고, 이인철 이호성 등 중견 배우들이 출연한다. “인간은 자신이 만드는 부분도 있지만 타인의 기대와 요구로 만들어지는 측면도 크잖아요. 극 중 ‘인간은 이야기를 만들고 이야기는 인간을 만든다’는 대사도 나오죠.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다 보니 형식을 새롭게 하고 싶었어요.” 43년째 연극의 길을 걸어오면서 우여곡절도 적지 않았다. 1970년대 독재정권을 은유적으로 비판한 ‘파수꾼’ ‘알’은 공연 금지 처분을 받았다. “김지하 씨처럼 감옥에 간 것도 아닌데요, 뭘. 저는 거물이 아니라 ‘멸치’라 안 잡아갔나 봐요.”(웃음) 그는 은유적이고 우화적인 기법을 사용해 현실 비판적인 작품을 주로 쓰다 보니 삶의 성찰을 다룬 ‘챙!’ 이후 “작품 세계가 변한 것 같다”는 말도 나왔다. “한 인간에게도 여러 모습이 있잖아요. 전체 작품을 놓고 보면 작가가 아무리 달아나려 용을 써도 10m도 못 벗어날 거예요.” 이강백은 요즘 또 다른 작품을 쓰고 있다. 이를 가능케 하는 동력은 무엇일까. “이전 작품이 영감을 줘요. 부족하다고 느꼈던 것을 채우기 위해 새 작품을 쓰죠. 지금까지 100% 만족한 작품이 없어요.” 그는 희곡집을 10권까지 낼 수 있기를 바랐다. 내년 봄에 희곡집 8권이 나올 예정이다. 한 권에 6개 작품이 실리는 걸 감안하면 12개 작품을 더 쓰겠다는 것이다. “연극만 하며 살겠다던 다짐을 지킬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해요. 나이가 든다는 건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걸 의미하죠. 그래서 더 집중하게 되는 장점이 있답니다.”(웃음) 9월 21일까지. 2만5000원. 02-758-2150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4-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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