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뮤지컬]“요즘 부산에서 뮤지컬 전용극장 짓고 있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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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계 미다스의 손 설앤컴퍼니 설도윤 대표

설도윤. 그는 이름 자체가 브랜드다.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는 2001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국내 초연한 뒤 ‘위키드’ ‘캣츠’ ‘에비타’등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뮤지컬 제작자로 탄탄한 입지를 굳혔다. 설앤컴퍼니 제공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는 2001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국내 초연한 뒤 ‘위키드’ ‘캣츠’ ‘에비타’등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뮤지컬 제작자로 탄탄한 입지를 굳혔다. 설앤컴퍼니 제공

한국 뮤지컬 시장은 2001년 국내 초연된 ‘오페라의 유령’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 이 역사를 쓴 사람이 설앤컴퍼니 대표인 그다. ‘오페라의 유령’ ‘캣츠’ ‘위키드’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등 굵직굵직한 작품으로 그는 ‘잭팟’을 터뜨리며 뮤지컬 시장을 넓혀왔다. ‘에비타’ ‘프리실라’ ‘아이러브유’ ‘애비뉴 Q’ 등도 선보였다.

성악을 전공한 그는 9년간 연극·뮤지컬 배우로 무대에 섰고 무용가의 길을 걸으며 1988년 서울올림픽 개회식 피날레 안무도 맡았다. 하지만 1990년 뮤지컬 제작에 뛰어든 그는 든 지금까지 뮤지컬만 보고 달려왔다.

설 대표는 요즘 부산에서 한 주의 절반을 보내고 있다. 1800석 규모의 뮤지컬 전용극장인 ‘부산국제금융센터 아트홀’을 짓는 프로젝트를 지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11월 완공되는 공연장 건설은 남구 문현금융로에 자리한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의 2단계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부산은 뮤지컬에 대한 잠재력이 큰 도시입니다. 일본, 중국 관광객도 많은 데다 북항에 크루즈선이 자주 정박해요. 유명 작품을 올리고 자막 서비스를 제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뮤지컬 업계의 승부사로도 유명한 그는 ‘오페라의 유령’으로 불모지였던 한국에 뮤지컬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2003년 대구에서 ‘캣츠’를 2주간 공연한 것은 지방에서 처음으로 장기 공연을 시도한 승부수였다. 당시 대구에서는 사전예약으로만 1만5000명이 표를 샀다. 이때 잠재력을 확인했기에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도 기획할 수 있었다.

현재 그가 짓고 있는 건물은 2개 동으로 호텔, 오피스, 상가도 함께 들어선다. 사업비만 4000억 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없을까.

사실 그는 화려한 성공 못지않게 숱한 실패도 맛봤다. 1992년 집을 팔아 3억 원을 들인 뮤지컬 ‘재즈’는 말 그대로 ‘쫄딱’ 망했다. 2003년 ‘캣츠’ 공연을 위해 부산에 설치한 120억 원짜리 텐트극장 빅탑씨어터는 태풍 매미로 하루아침에 날아가 덩그러니 골조만 남았다. 이 때 진 빚을 갚는 데만 꼬박 10년이 걸렸다.

“일이 터지면 본능적으로 어떻게 해야 빨리 해결할 수 있을지 방법부터 먼저 찾게 돼요. ‘진짜 힘들다’고 꼽는 순간은 없어요. 어릴 때부터 ‘난 다 할 수 있다’고 주문처럼 외우고 다녔거든요.”(웃음)

무한긍정 그 자체다. 이번 프로젝트도 “잘된다고 100% 확신한다”는 게 그의 말이다.

“증권박물관도 함께 들어설 예정입니다. 뉴욕에 월스트리트와 브로드웨이가 함께 있는 것처럼 부산국제금융센터를 문화와 금융이 어우러지는 명소로 만들 겁니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대구 광주 대전에도 뮤지컬 전용극장을 만들어 ‘뮤지컬전용극장 광역화’를 실현하고 싶다고 했다. 극장이라는 인프라가 갖춰져야 관객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태어날 때부터 뮤지컬을 하라고 점지된 운명 같아요, 하하. 뮤지컬을 할 때만 살아있다는 느낌이 드니까요. 참, 나이는 빼주시면 안 될까요? 나이 잊고 산 지 오래 됐거든요.”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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