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민

김소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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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소민 기자입니다.

somin@donga.com

취재분야

2026-04-13~2026-05-13
문학/출판40%
문화 일반27%
인사일반12%
학술6%
역사3%
사회일반3%
만화3%
인공지능3%
기타3%
  • “양 ᄒᆞᆫ ᄆᆞ리 기려 줍서”… 제주 방언 쓰는 생택쥐페리 ‘어린 왕자’

    “삼춘양, 양 기려 줍서.(저… 양 한 마리만 그려 줘.)”“무시거 어떵?(뭐?)”“양 ᄒᆞᆫ ᄆᆞ리만 기련도렌 ᄒᆞ엿수다.(양 한 마리만 그려줘…)”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서 어린 왕자가 주인공에게 그림을 부탁하는 대목이다. 그런데 웃어른을 존칭하는 ‘삼춘’과 ‘~수다’라는 종결어미. 제주 사투리를 썼다.‘어린 왕자는 왜 서울말만 쓸까?’이 물음에서 출발해 ‘어린 왕자’를 경상 전라 강원 등 각 지역 방언으로 옮겨 온 1인 출판사가 있다. 이팝출판사가 2020년 처음 출간된 경상도 사투리판 ‘애린 왕자’는 입소문을 타며 5만 부가 팔렸다. 최근에 제주어판 ‘족은 왕자’를 출간한 최현애 대표(43)와 제주어 ‘번역가’ 이지영 씨(39)를 21일 전화로 만났다. ‘족은’은 제주말로 ‘어린’이란 뜻이다.특히 제주어는 2010년 유네스코 지정 ‘소멸 위기 언어’로 분류된 실정이라, 이번 제주어판은 무게감이 남다르다. 고전을 통해 잊혀지는 지역 언어를 자연스럽게 접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제주어는 현대 국어에선 사라진 아래아(·)와 쌍아래아(ᆢ) 및 중세 어휘가 살아 있어 지역의 문화 정체성 측면뿐 아니라 우리말을 이해하는 데에도 귀중한 자산이다.이지영 씨는 원래 제주 환상숲곶자왈공원을 경영하는 숲해설가. 제주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지만, 책 한 권을 온전히 제주어로 옮기는 작업은 또 다른 공부가 필요했다. 그는 “요즘 젊은 세대가 문장 전체를 제주어로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저도 할머니들 앞에선 사투리가 많이 나오지만, 또래 친구들과는 ‘헨, 마씨, 헷저, 헷수다’ 같은 종결어미나 몇몇 단어만 섞어 쓴다”고 했다.사전을 수시로 찾아봤고, 제주어보전회 강좌도 들었다. 경로당을 찾아다니며 ‘여행자’나 ‘탐험’에 해당하는 제주어가 있는지 어르신들에게 묻기도 했다. 문제는 제주어가 동서남북은 물론 마을마다도 조금씩 다르다는 점. 검수받을 때마다 표현이 또 다른 말로 바뀌는 탓에 작업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 고민 끝에 기준점을 정했다. 올해 여든일곱이신 이 씨의 외할머니다.이 씨는 “외할머니는 한글을 못 읽으신다. 게다가 평생 한경면 저지리 수동이란 마을에서만 사셨으니 (표준어의) 영향을 덜 받으신 분”이라고 했다. 같은 동네에 살며 같은 말씨를 듣고 자란 사촌 동생 3명도 작업에 참여했다. 이 씨는 제주어판의 오디오북 낭독도 손수 했다.“초등학교 2, 4학년인 제 아이들만 해도 사투리를 잘 못 알아들어요. 학교에서 제주어 교육을 받긴 하는데, 서울 사람이 흉내 내는 것처럼 말하더라고요. 우리는 그래도 귀가 트인 세대인데, 다음 세대는 듣는 것조차 힘든 세대가 될 것 같아 걱정입니다. 어릴 적부터 할머니로부터 배우고 써 온 말이 사라져 간다는 게 너무 안타까웠어요.”‘사투리 어린 왕자’ 시리즈의 기획자이자 이 책을 경상도 말로 옮긴 경북 포항 토박이 최현애 대표는 “방언은 지역 문화를 담는 그릇”이라며 “방언이 표현할 수 있는 정체성을 계속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최 대표는 싱가포르 작가 축제에 참석했다가 독일 틴텐파스 출판사가 진행해 온 ‘어린 왕자’ 지역 언어 번역 프로젝트를 알게 됐다. 지금까지 240여 개 언어로 번역됐는데, 모스부호는 물론 고대 이집트어, 앵글로색슨 룬 문자 같은 사어(死語)로도 번역됐다. 스코틀랜드 고유어인 ‘스코트어’로 ‘해리포터’ 번역판(‘Harry Potter and the Philosoher‘s Stane’)이 출간되는 등 해외에선 이런 비슷한 움직임이 활발하다.최 대표는 “평안도와 황해도 함경도까지, 언젠가 이 땅의 모든 말로 어린 왕자가 ‘양 한 마리만 그려 달라’는 부탁을 건네는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6-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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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여성의 아픔을 가벼이 본, 의학의 뼈아픈 오진

    그녀는 치료가 어려운 유방암 환자였다. 복부에 여러 개의 튜브를 단 채, 지난 6년간 자신을 돌본 주치의와 마지막 작별의 포옹을 나누던 순간. 생의 끝자락에서 그녀가 꺼낸 말은 뜻밖이었다. “선생님께 땀을 흘려서 죄송해요.” 유방암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종양내과 의사로서 이 환자를 돌봤던 저자는 죽음을 앞둔 순간에 이런 말을 하는 환자의 모습에 깊은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또 다른 환자는 75세였다. 그녀는 유방절제술 흉터 위에 살구색 접착형 유두를 붙이고 진료실에 들어왔다. “흉한 모습을 보여 선생님을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저자가 만난 여성 환자들은 이처럼 땀을 흘려서 미안해하고, 아파서 미안해하며, 심지어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 자체를 사과했다. 병에 대한 공포심보다 수치심이 앞서는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이 감정이 개인의 성향이나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의학적 유산’의 일부일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품었다. 남성의 몸이 ‘표준’으로 설정돼 온 의학사(史) 속에서 여성 질환의 진단과 치료가 주변부로 밀린 역사는 유구하다. 의학 용어부터가 이를 드러낸다. 여성의 외음부를 가리키는 라틴어 ‘푸덴다(pudenda)’는 ‘부끄러워해야 할 물건’이란 뜻이다. 책은 인체를 11개의 개별 기관계(피부계, 골격계, 근육계, 순환계, 호흡계, 소화계, 비뇨기계, 면역계, 신경계, 내분비계, 생식계)로 나누는 의학 교육의 틀을 따라가며, 그 안에 깊숙이 스며든 남성 중심적 가치관을 하나씩 짚어낸다. 가령 난소암은 의학 문헌에서 종종 ‘침묵의 살인마’로 불린다.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발견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난소암 초기 증상을 경험한 대부분의 여성은 병원을 찾는다. 다만 그 호소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뿐이다. 2022년 부인과 종양학 전문의 바버라 고프가 난소암 환자 1700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 중 15%는 과민성대장증후군, 12%는 스트레스, 9%는 위염, 6%는 변비, 6%는 우울증, 4%는 기타 질환으로 오진됐다. 난소암이 침묵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듣지 못한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하는 동안 자신 역시 의사로서 비판하려는 시스템 안에 깊이 얽혀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의식했다고 고백한다. 2022년 기준 미국 의대 지원자의 57%는 여성이고, 의료계에서 활동하는 의사의 38%도 여성이다. 하버드대 의대가 1945년까지 여학생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괄목할 만한 변화다. 그러나 의사의 성비가 달라졌다고 해서 의학 자체가 자동으로 달라지는 건 아니다. 많은 치료제가 남성과 여성의 몸에서 다르게 작용함에도, 여성은 오랫동안 연구 대상에서 배제돼 왔다. 이 책은 고정관념을 벗어나 의학의 시야 자체를 확장하자고 제안한다. 여성의 몸에 대한 질문은 흑인의 몸으로, 동양인의 몸으로, 그리고 젊은이의 몸에서 노년의 몸으로 이어질 수 있다. 몸을 바라보는 사고방식 자체를 다시 묻는 책이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6-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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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동물원 불편했던 이들… 동물 느끼려 찾아오죠

    충북 청주시에 있는 청주동물원엔 동물원 하면 떠오르는 기린이나 코끼리가 없다. 그 대신 부리 휜 독수리와 노쇠한 사자, 웅담 채취 농장에서 구조된 곰이 있다. 내실로 향하는 문이 늘 열려 있어, 동물은 원할 때만 방사장에 나가는 점도 다르다. 관람객은 보고 싶던 동물을 못 보고 갈 수도 있다. 사람에겐 다소 불친절하지만, 동물에겐 가장 친절한 동물원 아닐까. 이 동물원의 진료사육팀장이자 25년 차 수의사인 김정호 씨(52)를 19일 동물원에서 만났다. 그는 8일 자신의 경험을 담은 에세이 ‘아프다고 말해주면 좋겠어’(어크로스)를 펴냈다. 책의 부제는 ‘상처 입은 동물들을 구조하며 써내려간 간절함의 기록’이다. 작은 시립동물원인 이곳이 전국에 알려진 건 ‘갈비 사자’ 바람이가 계기였다. 바람이는 경남 김해의 한 개인동물원에서 ‘먹이 주기 체험용’으로 기르던 고령의 수사자. 7년 동안 시멘트 바닥의 공간에 갇혀 지내며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난 모습이 알려져 공분이 일었다. 2023년 김 수의사가 구조한 뒤 청주동물원에서 평온한 여생을 보내고 있다.“경상도에서 가족과 함께 올라온 할머니 한 분이 계셨어요. 바람이를 보며 마치 거울 속 자신을 대하듯 말을 거시더라고요. 요즘은 그렇게 연세 드신 분들이 일부러 찾아오시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동물과 사람의 노년이 겹쳐 보이는 순간이죠.” 일반적인 동물원에선 동물이 늙거나 장애가 생기면 관람객의 시선에서 벗어난 뒤편으로 옮겨져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청주동물원은 이런 관행에서 벗어났다. 동물의 생로병사, 특히 삶의 후반부를 숨기지 않는다. 김 수의사는 “동물원 안에 세상을 떠난 동물들의 이름을 새긴 추모관도 있다”며 “사육사는 ‘동물복지사’로 불린다”고 했다. 방사 훈련장도 있다. 독수리 방사 훈련장은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 활공이 가능한 거의 유일한 공간이기도 하다. 동물원이 동물을 ‘볼거리’로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라, 갈 곳 없는 동물의 보호소이자 야생동물 재활치료소로 정체성을 바꾼 것. 이에 국내 최초로 2024년 동물 종 보전·증식 과정 운영 등의 역할을 수행하는 ‘거점동물원’으로 지정됐다. 웅담 채취용 곰부터 야생성을 잃은 산양까지. 김 수의사가 구조에 관여한 동물들은 모두 ‘식구’로 지낸다. “아픈 동물들의 ‘노아의 방주’ 같다”고 하자, 그는 고개를 저었다. “제가 먼저 나선 건 아니에요. 주변에서 알려주셔서 알게 됐고, 제가 마음이 안 불편하려고 하는 일이에요. 그냥 수의학이 좋았던 사람인데, 하다 보니 생각이 바뀐 거죠.” 동물원 한편에는 ‘사람사’란 공간도 있다. 2년 전까지 스라소니가 살던 우리인데, 관람객이 직접 들어가 볼 수 있다. 안내판엔 ‘호모사피엔스’란 학명이 적혀 있다. 김 수의사는 “동물원 한 바퀴 도는 데 1시간 남짓 걸린다”며 “그 잠깐을 위해 동물들은 저런 공간에서 평생 살아야 한다는 걸, 몸으로 한번 느껴 보셨으면 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인기 동물도 없고, 동물을 맘대로 볼 수 없는 동물원. 하지만 최근 관람객은 오히려 늘었다고 한다. 동물복지 우선 원칙이 알려지며 “동물은 좋아하지만 동물‘원’은 불편했던” 이들이 전국에서 찾아온다. 동물원은 충북 지역 교사들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선생님 한 분이 동물을 제대로 이해하면, 그 영향이 수많은 학생에게 전해져요. 동물을 대하는 태도와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약자를 대하는 마음 같은 게 자연스럽게 길러지지 않을까요?”청주=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6-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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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기린-코끼리는 없어요…‘사람에게 불친절한 동물원’의 수의사

    충북 청주시에 있는 청주동물원엔 동물원 하면 떠오르는 기린이나 코끼리가 없다. 대신 부리 휜 독수리와 노쇠한 사자, 웅담 채취 농장에서 구조된 곰이 있다. 내실로 향하는 문이 늘 열려있어, 동물은 원할 때만 방사장에 나가는 점도 다르다. 관람객은 보고 싶던 동물을 못 보고 갈 수도 있다. 사람에겐 다소 불친절하지만, 동물에겐 가장 친절한 동물원 아닐까. 이 동물원의 진료사육팀장이자 25년 차 수의사인 김정호 씨(52)를 19일 동물원에서 만났다. 그는 8일 자신의 경험을 담은 에세이 ‘아프다고 말해주면 좋겠어’(어크로스)를 펴냈다. 책의 부제는 ‘상처 입은 동물들을 구조하며 써내려간 간절함의 기록’이다.작은 시립동물원인 이곳이 전국에 알려진 건 ‘갈비 사자’ 바람이가 계기였다. 바람이는 경남 김해의 한 개인동물원에서 ‘먹이 주기 체험용’으로 기르던 노령의 수사자. 7년 동안 시멘트 바닥의 공간에 갇혀 지내며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난 모습이 알려져 공분이 일었다. 2023년 김 수의사가 구조한 뒤 청주동물원에서 평온한 여생을 보내고 있다.“경상도에서 가족과 함께 올라온 할머니 한 분이 계셨어요. 바람이를 보며 마치 거울 속 자신을 대하듯 말을 거시더라고요. 요즘은 그렇게 연세 드신 분들이 일부러 찾아오시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동물과 사람의 노년이 겹쳐 보이는 순간이죠.”일반적인 동물원에선 동물이 늙거나 장애가 생기면 관람객의 시선에서 벗어난 뒤편으로 옮겨져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청주동물원은 이런 관행에서 벗어났다. 동물의 생로병사, 특히 삶의 후반부를 숨기지 않는다. 김 수의자는 “동물원 안에 세상을 떠난 동물들의 이름을 새긴 추모관도 있다”며 “사육사는 ‘동물복지사’로 불린다”고 했다.방사 훈련장도 있다. 독수리 방사 훈련장은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 활공이 가능한 거의 유일한 공간이기도 하다. 동물원이 동물을 ‘볼거리’로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라, 갈 곳 없는 동물의 보호소이자 야생동물 재활치료소로 정체성을 바꾼 것. 이에 국내 최초로 2024년 동물 종 보전·증식 과정 운영 등의 역할을 수행하는 ‘거점동물원’으로 지정됐다.웅담 채취용 곰부터 야생성을 잃은 산양까지. 김 수의사가 구조에 관여한 동물들은 모두 ‘식구’로 지낸다. “아픈 동물들의 ‘노아의 방주’ 같다”고 하자, 그는 고개를 저었다.“제가 먼저 나선 건 아니에요. 주변에서 알려주셔서 알게 됐고, 제가 마음이 안 불편하려고 하는 일이에요. 그냥 수의학이 좋았던 사람인데, 하다 보니 생각이 바뀐 거죠.”동물원 한편에는 ‘사람사’란 공간도 있다. 2년 전까지 스라소니가 살던 우리인데, 관람객이 직접 들어가 볼 수 있다. 안내판엔 ‘호모 사피엔스’란 학명이 적혀있다. 김 수의사는 “동물원 한 바퀴 도는 데 1시간 남짓 걸린다”며 “그 잠깐을 위해 동물들은 저런 공간에서 평생 살아야 한다는 걸, 몸으로 한번 느껴보셨으면 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인기 동물도 없고, 동물을 맘대로 볼 수도 없는 동물원. 하지만 최근 관람객은 오히려 늘었다고 한다. 동물복지 우선 원칙이 알려지며 “동물은 좋아하지만 동물‘원’은 불편했던” 이들이 전국에서 찾아온다. 동물원은 충북 지역 교사들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선생님 한 분이 동물을 제대로 이해하면, 그 영향이 수많은 학생들에게 전해져요. 동물을 대하는 태도와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약자를 대하는 마음 같은 게 자연스럽게 길러지지 않을까요?”청주=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6-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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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 한 문장으로 쓴 600쪽짜리 묵시록

    지난해 노벨 문학상을 받은 헝가리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장편소설 ‘헤르쉬트 07769’(사진)가 16일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2021년 헝가리에서 발표된 작품으로, ‘사탄탱고’ ‘저항의 멜랑콜리’ 등 그의 대표작을 출간해온 출판사 알마가 노벨상 수상 직후 국내 출간을 예고했다. 신간은 크러스너호르커이의 문학 세계가 가장 집약적으로 드러난 작품으로 평가된다. ‘사탄탱고’로 국내에도 익숙한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종말과 붕괴의 감각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묵시록 문학’의 대표 작가로 꼽힌다. 이야기의 무대는 독일 튀링겐의 가상 마을 카나(우편번호 07769). 주인공 플로리안 헤르쉬트는 이름이 뜻하는 ‘통치와 지배’와는 달리 순박하고 어딘가 어수룩한 인물로, 청소회사를 운영하는 ‘보스’의 통제 아래 하루하루를 버텨간다. 소설에서 바흐의 음악은 질서와 완결성을 상징하는 핵심 장치로 등장한다. 600쪽이 넘는 분량을 단 한 문장으로 끌고 가는 구성 역시 작가 특유의 극단적인 문체를 선명하게 보여준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6-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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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벨문학상 크러스너호르커이 ‘헤르쉬트 07769’ 국내 출간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헝가리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장편소설 ‘헤르쉬트 07769’가 16일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2021년 헝가리에서 발표된 작품으로, ‘사탄탱고’ ‘저항의 멜랑콜리’ 등 그의 대표작을 출간해온 출판사 알마가 노벨상 수상 직후 국내 출간을 예고했다.신간은 크러스너호르커이의 문학 세계가 가장 집약적으로 드러난 작품으로 평가된다. 노벨위원회는 수상자 발표 당시 이 소설을 거론하며 “중부유럽 부조리극 전통에 뿌리를 둔 존재론적 글쓰기”라고 설명했다. ‘사탄탱고’로 국내에도 익숙한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종말과 붕괴의 감각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묵시록 문학’의 대표 작가로 꼽힌다.이야기의 무대는 독일 튀링겐의 가상 마을 카나(우편번호 07769). 주인공 플로리안 헤르쉬트는 이름이 뜻하는 ‘통치와 지배’와는 달리 순박하고 어딘가 어수룩한 인물로, 청소회사를 운영하는 ‘보스’의 통제 아래 하루하루를 버텨간다. 그는 물리학 수업을 계기로 세계의 붕괴에 집착하게 되고, 급기야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편지를 보내기에 이른다. 하지만 불안은 점차 고립된 강박으로 변해간다.소설에서 바흐의 음악은 질서와 완결성을 상징하는 핵심 장치로 등장한다. 600쪽이 넘는 분량을 단 한 문장으로 끌고 가는 구성 역시 작가 특유의 극단적인 문체를 선명하게 보여준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6-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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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 앨범 ‘아리랑’에 “한국적 정체성” 해외서 주목

    “BTS(방탄소년단)가 새 앨범 제목을 ‘아리랑(ARIRANG)’으로 정한 건 (한국인이란) 자신들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드러내겠다는(clear affirmation) 시그널.”(영국 일간 가디언) 올해 컴백을 선언하며 세계적인 화제를 모은 BTS가 16일 “3월 20일 발매하는 신보 제목은 아리랑”이라고 밝히자, 해외에서도 이에 담긴 의미를 해석하는 등 엄청난 관심을 쏟고 있다. 가디언은 이날 “아리랑은 한반도에서 가장 사랑받는 민요이자, 세대를 초월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감성적인 비공식 국가(unofficial national anthem)”라고 평가했다. 특히 BTS가 뮤직비디오에서 한복을 입거나 공연에서 아리랑 메들리를 선보인 적이 있다는 걸 거론하며 “이들은 꾸준히 한국적 뿌리를 포용하는 모습을 이어왔다”고 했다.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 역시 ‘아리랑’이 지니는 함의에 주목했다. 포브스는 “이번 앨범 제목은 군 복무 등으로 오랜 공백기를 가졌던 BTS가 자신들의 뿌리로 돌아왔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포브스는 아울러 아리랑이 “약 3600가지 변형과 60여 가지 버전이 존재하는, 6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한국 민요”라며 “2012년 한국과 2014년 북한이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시켰다”고도 설명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6-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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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뿌리로 돌아왔음을 암시”…외신, BTS 앨범 ‘아리랑’에 주목

    “BTS(방탄소년단)이 새 앨범 제목을 ‘아리랑(ARIRANG)’으로 정한 건 (한국인이란) 자신들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드러내겠다는(clear affirmation) 시그널”(영국 일간 가디언) 올해 컴백을 선언하며 세계적인 화제를 모은 BTS가 16일 “3월 20일 발매하는 신보 제목은 아리랑”이라고 밝히자, 해외에서도 이에 담긴 의미를 해석하는 등 엄청난 관심을 쏟고 있다.가디언은 이날 “아리랑은 한반도에서 가장 사랑받는 민요이자, 세대를 초월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감성적인 비공식 국가(unofficial national anthem)”라며 “BTS는 많은 K팝 그룹들이 세계에 어필하기 위해 국제적인 이미지와 미학을 채택하는 흐름과 다른 길을 걷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BTS가 뮤직비디오에서 한복을 입거나 공연에서 아리랑 메들리를 선보인 적이 있다는 걸 거론하며 “이들은 꾸준히 한국적 뿌리를 포용하는 모습을 이어왔다”고 했다. 이어 이번 앨범을 통해 “수백만 명이 아리랑의 매력을 마주하거나 재발견함으로써,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팝그룹의 문화적 바탕(cultural foundation)에 진입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미국 경제매체 포브스 역시 ‘아리랑’이 지니는 함의에 주목했다. 포브스는 “이번 앨범 제목은 군 복무 등으로 오랜 공백기을 가졌던 BTS가 자신들의 뿌리로 돌아왔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포브스는 아울러 아리랑이 “약 3600가지 변형과 60여 가지 버전이 존재하는, 6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한국 민요”라며 “2012년 한국과 2014년 북한이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시켰다”고도 설명했다.BTS는 앞서 팬 플랫폼 위버스를 통해 정규 5집 제목이 ‘아리랑’이라고 밝혔다. 이 앨범엔 팀의 정체성과 그리움, ‘깊은 사랑’ 등의 감정을 다룬 총 14곡이 수록될 예정이다. BTS는 4월 9일부터 월드투어도 시작한다. 북미와 유럽, 남미, 아시아 등 34개 도시에서 79회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6-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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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추리소설 여왕’ 노트엔 온갖 독극물 목록이…

    애거사 크리스티(1890∼1976)는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전시 간호사로 일했다. 병원 약국에서 약제사 훈련도 받았다. 조제실에 들어온 처방전을 전부 처리하고 나면 다음 처방전 무더기가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있었다. 그 짧은 사이를 이용해 애거사는 글을 썼다. 어느 날은 시를 썼다. 제목은 ‘조제실에서’. 지극히 평범한 공간에서 영감을 길어 올린 그의 글쓰기 방식이 잘 드러나는 장면이다. 신간은 영국의 대중 역사학자이자 BBC 다큐멘터리 진행자가 쓴 애거사 크리스티 전기다. ‘애거사 덕후’인 저자가 ‘추리소설의 여왕’의 출생부터 마지막 순간까지를 따라간다. 기록은 집요하다. 온갖 TMI(Too Much Information·너무 많은 정보)를 끌어모았달까. 애거사가 어떻게 캐릭터를 만들었는지, 어떤 배경에서 트릭을 떠올렸는지, 어떤 순간에 살해 수법을 결정했는지를 좇아간다. 애거사가 그려낸 가상의 세계는 그녀가 살던 현실과 닮아 있다. 애거사는 정식 교육을 받지 못했다. 배운 사람들을 만나면 열등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녀는 이런 감정을 작품 속 살인의 동기로 사용했다. 한 작품에서 여성 살인자는 이렇게 말한다.“나는 늘 머리가 좋았어, 어릴 때부터도! 하지만 나한테는 아무것도 못 하게 했어. 집에만 있어야 했어, 아무것도 안 하면서.” 1921년 영국에서 출간된 데뷔작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의 살해 방식은 독약이다. 작품 속에는 여자 약제사 ‘신시아’가 등장한다. 모두 약제사 시절의 경험이 녹아 들었다. 애거사가 쓴 탐정소설 66권 가운데 41권에 독극물을 이용한 살인, 살인미수, 자살이 등장한다. 저자는 이처럼 애거사의 경험이 작품 속 어디에, 어떤 대사로 스며들었는지를 시간 순서대로 복원한다. 작가의 삶과 작품에 얽힌 사소한 정보와 일화들을 알고 나면 이미 읽은 작품도 새롭게 읽히게 된다. 책은 애거사 크리스티가 그 시대에 각광받을 수밖에 없었던 배경도 다각도로 짚어낸다. 탐정·범죄소설이라는 장르는 산업혁명을 거치며 영국인의 생활 터전이 농촌에서 도시로 옮겨가던 시기에 태어났다. 삶의 방식이 바뀌면서 새로운 공포와 신경증이 생겨났다. 예전에는 마을 사람 모두를 알고 지냈다. 도시에서는 이웃에 누가 사는지도 모른다. 과거에는 부모가 소개해 준 사람과 결혼했다. 이제는 다르다. 내가 선택한 이 사람을 정말 믿을 수 있을까. 하녀는? 의사는? 이에 대한 저자의 부연은 흥미롭다. 셜록 홈스 소설에서는 범인이 희생자가 직접 아는 사람의 범위 밖에 있을 때가 많았다. 하지만 애거사 크리스티 소설에서는 살인범이 ‘믿었던’ 이들 가운데 한 명으로 밝혀질 때가 많다는 것. 애거사 크리스티는 한 시대의 불안을 가장 영리하게 이야기로 만든 작가인 셈이다. 약제사조합 보조원 시험을 준비하며 썼던 애거사의 노트를 보면, 쉬는 시간마다 끄적인 말장난이 가득하다. 어떤 장 뒷면에는 연필로 남편 ‘아치볼드 크리스티’와 자신의 이름을 나란히 적어 두고, 겹치는 글자를 지워 가며 이름 궁합을 점친 낙서도 있다. 하지만 그가 ‘범죄의 여왕’임을 잊지 말 것. 노트를 앞으로 넘기면 곧 온갖 독극물 목록이 등장한다. 벨라도나에서 추출한 알칼로이드, 스코폴라민브롬화수소산…. 작가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서의 애거사에겐 일과 놀이의 경계가 없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6-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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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죄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 조제실에서 시작된 추리의 세계

    애거사 크리스티(1890~1976)는 1914년 1차 세계대전 당시 전시 간호사로 일했다. 병원 약국에서 약제사 훈련도 받았다. 조제실에 들어온 처방전을 전부 처리하고 나면 다음 처방전 무더기가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있었다. 그 짧은 사이를 이용해 애거사는 글을 썼다. 어느 날은 시를 썼다. 제목은 ‘조제실에서’. 지극히 평범한 공간에서 영감을 길어 올린 그의 글쓰기 방식이 잘 드러나는 장면이다.신간은 영국의 대중 역사학자이자 BBC 다큐멘터리 진행자가 쓴 애거사 크리스티 전기다. ‘애거사 덕후’인 저자가 ‘추리소설의 여왕’의 출생부터 마지막 순간까지를 따라간다. 기록은 집요하다. 온갖 TMI(Too Much Information·너무 많은 정보)를 끌어모았달까. 애거사가 어떻게 캐릭터를 만들었는지, 어떤 배경에서 트릭을 떠올렸는지, 어떤 순간에 살해 수법을 결정했는지를 좇아간다.애거사가 그려낸 가상의 세계는 그녀가 살던 현실과 닮아있다. 애거사는 정식 교육을 받지 못했다. 배운 사람들을 만나면 열등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녀는 이런 감정을 작품 속 살인의 동기로 사용했다. 한 작품에서 여성 살인자는 이렇게 말한다.“나는 늘 머리가 좋았어, 어릴 때부터도! 하지만 나한테는 아무것도 못 하게 했어. 집에만 있어야 했어, 아무것도 안 하면서.”1921년 영국에서 출간된 데뷔작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의 살해 방식은 독약이다. 작품 속에는 여자 약제사 ‘신시아’가 등장한다. 모두 약제사 시절의 경험이 녹아 들었다. 애거사가 쓴 탐정소설 66권 가운데 41권에 독극물을 이용한 살인, 살인미수, 자살이 등장한다. 저자는 이처럼 애거사의 경험이 작품 속 어디에, 어떤 대사로 스며들었는지를 시간 순서대로 복원한다. 작가의 삶과 작품에 얽힌 사소한 정보와 일화들을 알고 나면 이미 읽은 작품도 새롭게 읽히게 된다.책은 애거사 크리스티가 그 시대에 각광받을 수밖에 없었던 배경도 다각도로 짚어낸다. 탐정·범죄소설이라는 장르는 산업혁명을 거치며 영국인의 생활 터전이 농촌에서 도시로 옮겨가던 시기에 태어났다. 삶의 방식이 바뀌면서 새로운 공포와 신경증이 생겨났다. 예전에는 마을 사람 모두를 알고 지냈다. 도시에서는 이웃에 누가 사는지도 모른다. 과거에는 부모가 소개해 준 사람과 결혼했다. 이제는 다르다. 내가 선택한 이 사람을 정말 믿을 수 있을까. 하녀는? 의사는? 이에 대한 저자의 부연은 흥미롭다. 셜록 홈즈 소설에서는 범인이 희생자가 직접 아는 사람의 범위 밖에 있을 때가 많았다. 하지만 애거사 크리스티 소설에서는 살인범이 ‘믿었던’ 이들 가운데 한 명으로 밝혀질 때가 많다는 것. 애거사 크리스티는 한 시대의 불안을 가장 영리하게 이야기로 만든 작가인 셈이다.약제사조합 보조원 시험을 준비하며 썼던 애거사의 노트를 보면, 쉬는 시간마다 끄적인 말장난이 가득하다. 어떤 장 뒷면에는 연필로 남편 ‘아치볼드 크리스티’와 자신의 이름을 나란히 적어 두고, 겹치는 글자를 지워가며 이름 궁합을 점친 낙서도 있다.하지만 그가 ‘범죄의 여왕’임을 잊지 말 것. 노트를 앞으로 넘기면 곧 온갖 독극물 목록이 등장한다. 벨라도나에서 추출한 알칼로이드, 스코폴라민브롬화수소산…. 작가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서의 애거사에겐 일과 놀이의 경계가 없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6-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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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제목에 ‘Hagwon’… “교육열 이유 알고 싶었다”

    “한국인들에게 왜 교육이 그토록 중요한지 알고 싶어서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드라마로도 제작돼 화제를 모은 소설 ‘파친코’를 쓴 재미교포 이민진 작가(58·사진)의 새 소설 ‘아메리칸 학원(American Hagwon)’이 9월 출간된다. 14일(현지 시간) 미국 출판사 아셰트 북 그룹에 따르면 이 작가의 세 번째 장편 소설이 9월 29일 북미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 작가는 2007년에 첫 장편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을 펴냈으며, 2017년 ‘파친코’를 출간했다. 제목에 ‘학원(Hagwon)’이란 한국어를 그대로 살린 소설 ‘아메리칸 학원’은 끊임없이 바뀌는 세상 속에서 성공을 추구하는 한 한국계 가족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엘리트 교육과 희생을 통해 경제적 안정을 이뤘지만, 친구의 배신과 외환위기 등을 겪으며 삶이 송두리째 바뀌는 과정을 다뤘다고 한다. 출판사 측은 “디아스포라 4부작의 세 번째 작품인 ‘아메리칸 학원’은 야망, 욕망, 생존, 그리고 뜻밖의 은혜를 찬란하게 그려낸, 고전이 될 만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 작가는 출판사 홈페이지에 실린 인터뷰에서 “이번 소설은 제가 독자들과 가장 나누고 싶었던 작품”이라며 “저 또한 독자로서 역경 속에서도 어떻게 살아가고,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고, 결국 성공할 수 있을지 고민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난 이 작가는 7세 때 가족과 함께 미국 뉴욕으로 이민을 갔다. 예일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했으며,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변호사로 일하다가 소설에 뛰어들었다. 일제강점기 재일 한국인들의 삶을 다룬 소설 ‘파친코’는 2014년 미 뉴욕타임스(NYT)가 뽑은 ‘21세기 최고의 소설’에서 15위로 선정되기도 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6-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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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어디까지 선 넘을래?

    “연기설은 삼법인 중 제행무상의 이치를 설명하는 방식 중 하나일 뿐이야!”(정경 스님) “맞습니다, 스님. 아주 핵심을 짚으셨습니다.”(챗GPT) 6일 출간된 책 ‘석가 웃다’(지혜의나무)는 스님이 챗GPT와 나눈 대화를 수록한 일종의 대담집. 챗GPT가 오답을 말하면 말하는 대로, 스님이 채근하면 채근하는 대로 실제 문답을 엮었다. 스님 서문과 별도로 ‘챗GPT가 쓴 서문’도 실렸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사회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출판계에도 AI가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석가 웃다’처럼 활용을 명시한 사례도 있지만, 대부분 △기획 △집필 △번역 △교정·교열 △디자인 등 여러 과정에서 조용히 쓰이고 있다. 때문에 제작 기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지만, 표절이나 원고 유출의 위험 등 “아슬아슬한 순간도 많다”는 말이 나온다. AI와 기존 출판업계의 관행, 윤리가 교차하는 풍경을 살펴봤다.● 1인 출판사 “안 쓰면 바보”번역서를 주로 출간하는 1인 출판사 A 대표는 “업무 효율이 좋아지니 안 쓸 수가 없다”고 고백했다. 이전엔 외주를 맡긴 번역 원고가 들어온 뒤에도 대표가 일일이 검토하느라 출간까지 두 달 이상 걸렸다. 하지만 AI를 활용하면 한 달 이내로 줄일 수 있다. A 대표는 “외주 번역가들에게도 AI를 쓰라고 요청한다. 그래야 원고가 훨씬 깔끔하게 들어온다”고 했다. ‘AI 번역’에 대한 거부감도 옛말이다. 또 다른 출판사 편집자는 “번역가들에게 묻진 않지만 이젠 당연히 제미나이나 챗GPT를 썼을 거라 여긴다”며 “번역가는 일종의 디렉터가 돼 번역 결과를 감수하는 구조”라고 했다. 인간이 감수만 잘하면 오히려 번역의 질을 높일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신개념 표절’의 등장 하지만 창작물은 사정이 다르다. 최근 문학 출판사 B사는 계약서에 ‘AI 교정·교열을 허용한다’는 문구를 넣으려다 내부 반대로 보류했다. 출간 전 원고를 AI에 입력했다가 오픈 소스로 유출될 경우, 어디에 어떻게 쓰일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창작물이 AI 학습 데이터로 흘러 들어가 알게 모르게 표절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 출판사 편집자는 최근 한 문학상 심사 과정중 응모작에서 유명 작가의 베스트셀러와 서너 문단 연속으로 흐름이 유사한 대목을 발견했다. 그는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은 창작물일 가능성을 심사위원들도 인지했다”며 “자기도 모르게 표절한 셈인데, 해당 작품은 탈락했지만 어떤 기준으로 걸러낼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표절 문제는 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C 출판사 대표는 “희귀 조류나 식물 사진은 저작권자로부터 컷당 10만∼20만 원을 주고 사야 하는데, AI로 연필화로 바꾸거나 각도를 변형해 무단 사용하는 경우가 잦은 실정”이라며 “AI를 무분별하게 쓰다 보면 ‘나도 모르게 범죄를 저지르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든다”고 했다.● ‘딸깍 출판’의 유혹 최근 한 출판사에서 낸 세계문학 시리즈 ‘오디세이아’ 번역본(종이책)에 ‘알빠노’(내 알 바 아니다)나 ‘스불재’(스스로 불러온 재앙) 같은 인터넷 용어가 쓰인 게 알려져 논란이 됐다. 전공책을 주로 내 온 해당 출판사가 고전 번역에 뛰어들며 AI에 과도하게 의존한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왔다. 한 출판사 대표는 “저작권이 풀린 책들은 이젠 클릭 한 번으로 ‘딸깍’ 출판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AI 자체보다 ‘검수 포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출판사 편집자는 최근 신입사원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앞으로는 여러분이 만든 책과 AI가 만든 책이 경쟁하는 시대가 현실이 될 것 같다”고.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는 만큼 책임과 기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해 보인다”는 얘기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6-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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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 쓰면 바보” vs “나도 모르게 표절”…출판계의 AI 딜레마

    “연기설은 삼법인 중 제행무상의 이치를 설명하는 방식 중 하나일 뿐이야!”(정경 스님)“맞습니다, 스님. 아주 핵심을 짚으셨습니다.”(챗GPT)6일 출간된 책 ‘석가 웃다’(지혜의나무)는 스님이 챗GPT와 나눈 대화를 수록한 일종의 대담집. 챗GPT가 오답을 말하면 말하는 대로, 스님이 채근하면 채근하는 대로 실제 문답을 엮었다. 스님 서문과 별도로 ‘챗GPT가 쓴 서문’도 실렸다.생성형 인공지능(AI)이 사회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출판계에도 AI가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석가 웃다’처럼 활용을 명시한 사례도 있지만, 대부분 △기획 △집필 △번역 △교정·교열 △디자인 과정 등 여러 과정에서 조용히 쓰이고 있다. 때문에 제작 기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지만, 표절이나 원고 유출의 위험 등 “아슬아슬한 순간도 많다”는 말이 나온다. 한 출판 관계자는 “책은 인간이 만들어야 한다는 믿음 때문에 AI를 쓰면서도 쓴다고 말하기엔 심리적 저항감이 있다”고 했다. AI와 기존 출판업계의 관행, 윤리가 교차하는 풍경을 살펴봤다.● 1인 출판사 “안 쓰면 바보”번역서를 주로 출간하는 1인 출판사 A 대표는 “업무 효율이 좋아지니 안 쓸 수가 없다”고 고백했다. 이전엔 외주를 맡긴 번역 원고가 들어온 뒤에도 대표가 일일이 검토하느라 출간까지 두 달 이상 걸렸다. 하지만 AI를 활용하면 한 달 이내로 줄일 수 있다. A 대표는 “외주 번역가들에게도 AI를 쓰라고 요청한다. 그래야 원고가 훨씬 깔끔하게 들어온다”고 했다.‘AI 번역’에 대한 거부감도 옛말이다. 또 다른 출판사 편집자는 “번역가들에게 묻진 않지만 이젠 당연히 제미나이나 챗GPT를 썼을 거라 여긴다”며 “번역가는 일종의 디렉터가 돼 번역 결과를 감수하는 구조”라고 했다. 인간이 감수만 잘하면 오히려 번역의 질을 높일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신개념 표절’의 등장하지만 창작물은 사정이 다르다. 최근 문학출판사 B사는 계약서에 ‘AI 교정·교열을 허용한다’는 문구를 넣으려다 내부 반대로 보류했다. 출간 전 원고를 AI에 입력했다가 오픈 소스로 유출될 경우, 어디에 어떻게 쓰일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실제로 창작물이 AI 학습데이터로 흘러 들어가 알게 모르게 표절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 출판사 편집자는 최근 한 문학상 심사 과정 중 응모작에서 유명 작가의 베스트셀러와 서너 문단 연속 흐름이 유사한 대목을 발견했다. 그는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은 창작물일 가능성을 심사위원들도 인지했다”며 “자기도 모르게 표절한 셈인데, 해당 작품은 탈락했지만 어떤 기준으로 걸러낼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표절 문제는 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C 출판사 대표는 “희귀 조류나 식물 사진은 저작권자로부터 컷당 10만~20만 원을 주고 사야 하는데, AI로 연필화로 바꾸거나 각도를 변형해 무단 사용하는 경우가 잦은 실정”이라며 “AI를 무분별하게 쓰다 보면 ‘나도 모르게 범죄를 저지르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든다”고 했다.● ‘딸깍 출판’의 유혹최근 한 출판사에서 낸 세계문학 시리즈 ‘오디세이아’ 번역본(종이책)에 ‘알빠노(내 알 바 아니다)’나 ‘스불재(스스로 불러온 재앙)’ 같은 인터넷 용어가 쓰인 게 알려져 논란이 됐다. 번역자도 명시되지 않은 탓에, 전공책을 주로 내 온 해당 출판사가 고전 번역에 뛰어들며 AI에 과도하게 의존한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왔다.한 출판사 대표는 “저작권이 풀린 책들은 이전에도 짜깁기 번역이 많았는데, 이젠 클릭 한 번으로 ‘딸깍’ 출판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일부 ‘AI 출판’이 욕을 먹는 건 번역가나 편집자 등 전문인력을 투입하지 않고 AI에만 의지하기 때문이다. AI 자체보다 ‘검수 포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한 출판사 편집자는 최근 신입사원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앞으로는 여러분이 만든 책과 AI가 만든 책이 경쟁하는 시대가 현실이 될 것 같다”고.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는 만큼 책임과 기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해 보인다”는 얘기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6-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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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에게 왜 교육이 중요한가”…‘아메리칸 학원’으로 답하다

    “한국인들에게 왜 교육이 그토록 중요한지 알고 싶어서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드라마로도 제작돼 화제를 모은 소설 ‘파친코’를 쓴 재미교포 이민진 작가(58)의 새 소설 ‘아메리칸 학원(American Hagwon)’이 9월 출간된다. 14일(현지 시간) 미국 출판사 아셰트 북 그룹에 따르면 이 작가의 세 번째 장편 소설이 9월 29일 북미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 작가는 2007년에 첫 장편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을 펴냈으며, 2017년 ‘파친코’를 출간했다.제목에 ‘학원(Hagwon)’이란 한국어를 그대로 살린 소설 ‘아메리칸 학원’은 끊임없이 바뀌는 세상 속에서 성공을 추구하는 한 한국계 가족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엘리트 교육과 희생을 통해 경제적 안정을 이뤘지만, 친구의 배신과 외환 위기 등을 겪으며 삶이 송두리째 바뀌는 과정을 다뤘다고 한다. 출판사 측은 “디아스포라 4부작의 세 번째 작품인 ‘아메리칸 학원’은 야망, 욕망, 생존, 그리고 뜻밖의 은혜를 찬란하게 그려낸, 고전이 될 만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이 작가는 출판사 홈페이지에 실린 인터뷰에서 “이번 소설은 제가 독자들과 가장 나누고 싶었던 작품”이라며 “저 또한 독자로서, 역경 속에서도 어떻게 살아가고,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고, 결국 성공할 수 있을지 고민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1968년 서울에서 태어난 이 작가는 7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 뉴욕으로 이민 갔다. 예일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했으며,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변호사로 일하다가 소설에 뛰어들었다. 일제강점기 재일 한국인들의 삶을 다룬 소설 ‘파친코’는 2014년 미 뉴욕타임스(NYT)가 뽑은 ‘21세기 최고의 소설’에서 15위로 선정되기도 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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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권을 끝까지 읽겠다는 ‘완독강박’ 버리세요”

    1월이면 한 번쯤 다짐해 본다. “올해는 책 좀 읽어야지.” 하지만 독서의 꿈은 왠지 유독 빨리 무너진다. 끼니마다 “식단 사진 보내라”고 채근하는 호랑이 피트니스 강사가 없어서일까. 출판사 입장에서 독자들의 새해 독서 계획이 어그러지는 건 무척 아쉬운 일. 독서 트렌드에 관심 높은 출판 편집자 6명에게 ‘독서 다짐 지키는 비법’에 대한 조언을 들어봤다. 이들은 “책을 꾸준히 읽지 못하는 건 ‘의지 부족’ 탓이 아니라 방식이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완독 강박부터 버리세요” 편집자들이 공통적으로 경계하는 첫 번째는 ‘완독 강박’이다. 책 한 권을 잡았으면 끝까지 읽어야 한단 부담이야말로 결국 책을 내팽개치는 지름길이란 얘기다. 이 때문에 장선정 비채 편집부장은 “아예 처음부터 3∼5권을 동시에 읽는다”고.“애초에 끝까지 읽겠다는 각오가 없어요. ‘그냥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펼쳐보는 거죠. 오늘은 이 책 조금, 내일은 저 책 조금. 그러다 보면 어느새 다섯 권이 다 끝나 있기도 합니다.” 한 권만 끝까지 읽는 게 ‘직렬독서’라면, 여러 권을 동시에 읽는 건 ‘병렬독서’라 할 수 있다. 책을 병렬로 읽다 보면 자연스레 끝까지 가는 책이 생기기 마련. 그 책은 진짜 ‘내 책’이 된다. 이처럼 ‘완독은 목표가 아니라 결과’라는 인식 전환이 독서에 대한 부담도 덜어준다. 하지만 한 권도 버거운데, 고수들이나 할 방법 아닐까. 백다흠 은행나무 편집장은 “오히려 초보자일수록 병렬독서를 해야 한다”고 했다.“각자 어떤 책은 멈출 수가 없을 것이고, 또 어느 책은 멈춰도 아무 문제가 없죠. 그 감각을 스스로 알아가는 겁니다. 억지로 완독에 초점을 맞추면 자신의 독서 취향을 기를 수 없죠.” 백 편집장은 책 고르는 안목을 기르는 팁으로 ‘앞부분 챌린지’를 권했다. 일단 오프라인 서점에 간다. 맘껏 10권을 골라 10쪽씩 읽어본다. 그중 가장 재미있는 한 권만 우승자로 뽑아 읽는 방식이다. 내가 직접 고르는 만큼, 남이 추천한 책보다 훨씬 수월하게 읽힌다. 때로 독서란 문장 하나로도 충분하단 마음가짐도 도움이 된다. 이정화 민음사 해외문학팀 차장은 책 여백에 꼭 메모를 한다. 인상적인 문장이나 단어도 좋고, 순간의 느낌을 적어도 좋다. 독서의 단위를 ‘한 권’이 아니라 ‘한 문장’으로 낮추는 방식이다.● “책과 관련된 서사를 만들자” 나만의 ‘서사’를 만드는 것도 근사한 방법이다. 허단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 1팀장은 “내 나이에 세상을 떠난 작가를 검색해 그가 쓴 책 읽기”라는 이색적인 독서법을 추천했다. 작가와의 특별한 감정 교류를 만들 수 있다고. “친해지고 싶은 이에게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선물한 뒤 (같이) 읽는” 법도 조언했다. 관계가 독서를 이끄는 셈이다. 여행 때 책을 들고 가면 잊지 못할 서사를 만들기도 한다. 이진 사계절 인문팀장은 “1년 전 포르투갈 여행 때 역사책과 페르난두 페소아(포르투갈 시인)의 책을 들고 갔다”며 “어떤 배경에서 작품을 썼는지 조금이라도 알고 보니 여행이 풍부해졌다. 같이 간 가족에게 설명해주는 기쁨도 덤으로 생겼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의지를 믿기보다 ‘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보길. 김학제 허블 편집팀장은 공간을 바꾸는 ‘환경 설계’를 추천했다.“처음 본 카페에 무작정 들어가 앉아 보세요. 낯선 공간에 혼자 덩그러니 있다는 느낌이 중요해요. 그러면 뭐라도 읽게 되더라고요.”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6-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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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시대, 우린 더 현명해졌을까?”

    1996년 처음 국내에 소개됐던 철학 소설 ‘소피의 세계’(현암사)가 한국 출간 30주년을 맞아 특별판(사진)으로 재출간됐다.‘소피의 세계’는 세계 60개국 언어로 번역돼 4000만 부 이상 판매된 글로벌 베스트셀러로, 철학을 대중의 일상으로 끌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저자인 노르웨이 소설가 요슈타인 가아더(요스테인 고르데르·74)는 지난해 12월 24일 출간된 특별판 서문에서 30년이 지난 지금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1991년 이 책이 처음 노르웨이에서 출간될 당시에는 인터넷조차 없었다. 그런데 스마트폰과 인공지능(AI)까지 등장한 지금, 과연 우리는 더 현명해졌는가?” 가아더는 오늘날 더 필요한 건 ‘지능’보다 ‘지혜’라고 얘기한다. 철학이란 본디 ‘지혜에 대한 사랑’을 뜻하며, 지난 수십 년 동안 지혜에 대한 필요성은 결코 줄어들지 않았다고 봤다. 오히려 지금이 어느 때보다 지혜가 더 절실하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널리 알려진 대로, 책은 주인공 소피가 집 우체통에서 발신인 불명의 쪽지들을 발견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너는 누구니?”, “세계는 어디에서 생겨났을까?”와 같은 수수께끼가 적힌 쪽지들은 소피를 일상에서 출발해 우주와 삶의 근본적 수수께끼와 마주하게 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중세·근대·현대 철학에 이르기까지 서양 철학의 흐름을 따라가며, 철학이란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며 반드시 마주하게 되는 ‘질문’이란 걸 강조한다. 30주년 특별판엔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 산드라 릴로바의 삽화가 수록돼 이야기를 더욱 생생하게 전달한다. 2000부 한정 제작한 특별판은 1부터 2000까지 넘버링한 저자의 편지도 들어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6-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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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까지 등장한 지금, 우리는 더 현명해졌나” 30년만에 소피가 물었다

    1996년 처음 국내에 소개됐던 철학 소설 ‘소피의 세계’(현암사)가 한국 출간 30주년을 맞아 특별판으로 재출간됐다. ‘소피의 세계’는 세계 60개국 언어로 번역돼 4000만 부 이상 판매된 글로벌 베스트셀러로, 철학을 대중의 일상으로 끌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저자인 노르웨이 소설가 요슈타인 가아더(74)는 지난달 24일 출간된 특별판 서문에서 30년이 지난 지금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1991년 이 책이 처음 노르웨이에서 출간될 당시에는 인터넷조차 없었다. 그런데 스마트폰과 인공지능(AI)까지 등장한 지금, 과연 우리는 더 현명해졌는가?” 가아더는 오늘날 더 필요한 건 ‘지능’보다 ‘지혜’라고 얘기한다. 철학이란 본디 ‘지혜에 대한 사랑’을 뜻하며, 지난 수십 년 동안 지혜에 대한 필요성은 결코 줄어들지 않았다고 봤다. 오히려 지금이 어느 때보다 지혜가 더 절실하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널리 알려진대로, 책은 주인공 소피가 집 우체통에서 발신인 불명의 쪽지들을 발견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너는 누구니?”, “세계는 어디에서 생겨났을까?”와 같은 수수께끼가 적힌 쪽지들은 소피를 일상에서 출발해 우주와 삶의 근본적 수수께끼와 마주하게 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중세·근대·현대 철학에 이르기까지 서양 철학의 흐름을 따라가며, 철학이란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며 반드시 마주하게 되는 ‘질문’이란 걸 강조한다.30주년 특별판엔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 산드라 릴로바의 삽화가 수록돼 이야기를 더욱 생생하게 전달한다. 2000부 한정 제작한 특별판은 1부터 2000까지 넘버링한 저자의 편지도 들어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6-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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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산토끼와 동거… 공존의 지혜가 껑충 뛰었다

    지난해 가을부터 주말이면 샛강공원을 걷기 시작했다. 작은 개천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오리 한 쌍에 마음이 끌려서다. 사람한테 익숙해졌는지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는다. 덕분에 가까이서 그들을 바라보는 호사를 누린다. 그 순간만큼은 시간이 느려지고 관찰력도 최대치로 올라간다. 세상은 잠시 멈추고, 눈앞의 생명만 또렷해진다. 영국 작가 클로이 달튼이 쓴 이 에세이는 이런 ‘시간의 밀도’를 담은 책이다. 팬데믹으로 시골집에 머물던 저자는 우연히 야생의 ‘아기’ 산토끼를 만나게 된다. 이 산토끼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인간이 자연과 맺을 수 있는 조심스럽고 다정한 관계가 펼쳐진다. 저자는 시골길 한복판의 조각 잔디 위에서 성인 손바닥보다도 작은 산토끼를 발견했다. 어미가 데리러 오겠거니 생각하며 지나쳤지만, 네 시간이 지난 뒤 돌아와도 그 자리에 웅크리고 있었다. 어쩌면 어미는 이미 죽은 게 아닐까. 그대로 두면 차에 치이거나, 포식자에게 잡아먹힐 위험이 컸다. 결국 이 새끼 산토끼를 집으로 데려온다. 그렇게 인연은 시작됐다. 하지만 과정은 쉽지 않았다. 지역 자연보호 활동가에게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했더니, 그는 “수십 년 동안 새끼 산토끼 기르기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보지 못했다”고 단언했다. 저자는 인터넷을 뒤지고, 산토끼와 관련된 책을 모조리 찾아 읽는다. 그러나 책 속에는 산토끼를 사냥하고 요리하는 법만 가득할 뿐, 어떻게 살려 키우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18세기 시인 윌리엄 쿠퍼의 시에서 겨우 산토끼 먹이에 대한 힌트를 얻기도 한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저자의 태도다. 모든 개입이 섣부르지 않다. 산토끼의 야생성을 해치지 않기 위해 늘 한발 물러선다. 산토끼를 처음 집으로 데려올 때도 팔에 안아 올리지 않고, 길가의 마른 풀을 한 움큼 뜯어 몸을 감싸 양쪽에서 들어 올린다. 인간의 냄새를 묻혔다가 녀석을 죽이는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애지중지 기르면서도 끝내 이름조차 붙이지 않는다. 사랑하지만 소유하지 않겠다는 태도, 돌보지만 길들이지 않겠다는 결심이다. 그 결과 산토끼는 들판에서 야생의 동족과 어울리기 시작한 뒤에도 저자의 집을 찾아와 쉬고, 먹고, 잠들고, 실내에 새끼를 낳기도 한다. 인간과 야생이 경계를 넘지 않은 채 나란히 살아가는 풍경. 공존이란 아마도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정치인을 위해 일하는 정치 고문이자 외교 정책 전문가다. 주말과 공휴일도 없는 삶에, 반려동물을 키울 여유는커녕 자신의 일상조차 돌보지 못하던 사람이었다. 그는 산토끼 키우기라는 뜻밖의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았다면, 여전히 미친 속도로 달리고 있었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산토끼가 지닌 평온함과 안정감은 오랜 세월 그의 삶을 지배했던 속도감과 선명하게 대비된다. 대부분의 독자가 이 책을 읽더라도, 당장 새끼 산토끼를 집에 들여 키우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선선한 봄바람이 얼굴을 비비는 기분이 든다. 잠시 멈춰 서서, 작은 생명 하나를 바라보는 마음을 배우게 되는 책이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6-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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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마다 새잎 품어내는 나무처럼 글 써갈 것”

    “때로는 시대와 삶을 기록하는 사관(史官)의 눈으로, 때로는 낯선 외계의 느낌으로, 때로는 개인적이고 아이 같은 시선으로, 계속 써 나가겠습니다.” ‘202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이 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됐다. 한국 신춘문예 가운데 유일하게 101주년을 맞은 올해, 단편소설 부문에서 당선된 김근희 씨(35)는 “혼자 쓰는 글이지만 결코 외롭지 않았던 건, 글을 통해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즐거움 덕분”이라며 “멈추지 않고 열심히 헤엄치겠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엔 김 씨를 비롯해 중편소설 배은정(52), 시 이형초(25), 시조 김순호(61), 희곡 박혜겸(28), 동화 최승연(36), 시나리오 곽경선(42), 문학평론 박지민(26), 영화평론 최우정(30) 씨까지 9개 부문 당선자가 모두 참석해 수상의 기쁨을 함께했다. 당선자들은 단상에 올라 떨린 목소리로 소감을 전했다. 이형초 씨는 “이번이 여섯 번째 투고하던 해였다. 아꼈던 만큼 실망한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그만 써야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최승연 씨는 “비로소 제가 모든 ‘문청’이 꿈꾸는 그 신춘문예에 당선됐구나 실감한다”며 “어린이와 청소년이 푹 빠져 머무를 수 있는 세상을 책 속에 창조해 내겠다”고 했다. 박지민 씨는 “신춘문예 당선이 ‘그래도 내가 여기까지는 왔었지’ 하고 언제든 믿고 돌아갈 수 있는 베이스캠프가 된 것 같다. 글쓰기의 기쁨을 더 믿고 가보겠다”고 했다. 박혜겸 씨는 “해마다 새로운 잎새를 품어내는 나무처럼, 저에게 또 다른 잎새가 있을 거라는 믿음을 잃지 않겠다”고 했다. 신인 작가로서 다부진 각오도 드러냈다. 배은정 씨는 “소설이 오랫동안 저를 기다려준 것 같다. 앞으로는 서로 마음을 열고, 더 사랑하고, 열심히 쓰겠다”고 했다. 김순호 씨는 “시조는 천년을 굽이쳐 흘러온 우리 문학의 큰 강”이라며 “도저한 강줄기에 저도 한 방울의 물이 될 수 있도록 시의 혼을 부지런히 갈고닦겠다”고 했다. 곽경선 씨는 “우리 각자가 지닌 흠과 결핍의 옹이가 고유한 특성이 돼 가치를 인정받기를 바란다”고 했다. 최우정 씨는 “좋은 글은 좋은 삶과 함께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늘 신중하게 말하고, 사려 깊게 쓰겠다”고 했다. 심사위원인 정호승 시인은 격려사를 통해 “우리 근현대 문학의 뿌리가 된 김동리, 황순원, 이문열, 서정주, 기형도 선생이 동아일보 신춘문예 출신”이라며 “101번째 당선자로서 긍지를 갖고, 스스로 자기 자신의 스승이 되어 자라나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천광암 동아일보 논설주간과 심사위원인 최윤 구효서 소설가, 정호승 시인, 조강석 문학평론가, 이근배 이우걸 시조시인, 노경실 동화작가, 김시무 영화평론가, 주필호 주피터필름 대표, 오정미 작가, 당선자 가족 및 지인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6-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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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멈추지 않고 열심히 헤엄치겠다”…101주년 맞이한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상식

    “때로는 시대와 삶을 기록하는 사관(史官)의 눈으로, 때로는 낯선 외계의 느낌으로, 때로는 개인적이고 아이 같은 시선으로, 계속 써나가겠습니다.”‘202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이 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됐다. 한국 신춘문예 가운데 유일하게 101주년을 맞은 올해, 단편소설 부문에서 당선된 김근희 씨(35)는 “혼자 쓰는 글이지만 결코 외롭지 않았던 건, 글을 통해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즐거움 덕분”이라며 “멈추지 않고 열심히 헤엄치겠다”고 말했다.이날 시상식엔 김 씨를 비롯해 중편소설 배은정(52), 시 이형초(25), 시조 김순호(61), 희곡 박혜겸(28), 동화 최승연(36), 시나리오 곽경선(42), 문학평론 박지민(26), 영화평론 최우정(30) 씨까지 9개 부문 당선자가 모두 참석해 수상의 기쁨을 함께했다.당선자들은 단상에 올라 떨린 목소리로 소감을 전했다. 이형초 씨는 “이번이 여섯 번째 투고하던 해였다. 아꼈던 만큼 실망한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그만 써야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최승연 씨는 “비로소 제가 모든 ‘문청’이 꿈꾸는 그 신춘문예에 당선됐구나 실감한다”며 “어린이와 청소년이 푹 빠져 머무를 수 있는 세상을 책 속에 창조해 내겠다”고 했다. 박지민 씨는 “신춘문예 당선이 ‘그래도 내가 여기까지는 왔었지’ 하고 언제든 믿고 돌아갈 수 있는 베이스캠프가 된 것 같다. 글쓰기의 기쁨을 더 믿고 가보겠다”고 했다. 박혜겸 씨는 “해마다 새로운 잎새를 품어내는 나무처럼, 저에게 또 다른 잎새가 있을 거라는 믿음을 잃지 않겠다”고 했다.신인 작가로서 다부진 각오도 드러냈다. 배은정 씨는 “소설이 오랫동안 저를 기다려준 것 같다. 앞으로는 서로 마음을 열고, 더 사랑하고, 열심히 쓰겠다”고 했다. 김순호 씨는 “시조는 천년을 굽이쳐 흘러온 우리 문학의 큰 강”이라며 “도저한 강줄기에 저도 한 방울의 물이 될 수 있도록 시의 혼을 부지런히 갈고 닦겠다”고 했다. 곽경선 씨는 “우리 각자가 지닌 흠과 결핍의 옹이가 고유한 특성이 돼 가치를 인정받기를 바란다”고 했다. 최우정 씨는 “좋은 글은 좋은 삶과 함께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늘 신중하게 말하고, 사려 깊게 쓰겠다”고 했다.심사위원인 정호승 시인은 격려사를 통해 “우리 근현대 문학의 뿌리가 된 김동리, 황순원, 이문열, 서정주, 기형도 선생이 동아일보 신춘문예 출신”이라며 “101번째 당선자로서 긍지를 갖고, 스스로 자기 자신의 스승이 되어 자라나길 바란다”고 했다.이날 시상식에는 천광암 동아일보 논설주간과 심사위원인 최윤 구효서 소설가, 정호승 시인, 조강석 문학평론가, 이근배 이우걸 시조시인, 노경실 동화작가, 김시무 영화평론가, 주필호 주피터필름 대표, 오정미 작가, 당선자 가족 및 지인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6-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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