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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이해하지도 못하는데 특수반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요?” 두 발달장애 남매를 둔 엄마인 저자는 새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담임 교사로부터 걱정 어린 말을 들어야 했다. 현장 체험학습이나 발표회 같은 행사를 앞두고도 “참여시키는 게 괜찮을까요”라는 질문을 받곤 했다. 비장애 아이들이라면 듣지 않았을 질문이다. 저자의 본업은 중학교 영어 교사. 이 같은 차별 경험은 육아휴직과 간병휴직으로 7년간 휴직했던 저자를 다시 교실로 돌아가게 했다. 아이들 덕분에 현장의 문제가 더 가까이 보이고 더 절실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서’는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함께 배우는 교실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 교사의 기록이다. 이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통합교육의 현실과 가능성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저자는 우리 사회가 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경험이 워낙 없다 보니, 무엇이 차별인지조차 구분하지 못한다고 짚는다. 자폐성 장애가 있는 그의 딸은 일곱 살이 되던 해 어느 날부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한번은 카페에서 빵을 먹다가 가족이 다 같이 쫓겨난 적도 있다. ‘노래를 부르지 말아 달라’가 아니라 아예 “나가 달라”고 부탁했다. 저자는 아이들에게 싸우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그냥 나왔다고 한다. 이후 다른 장소에서도 여러 번 비슷한 상황을 만났다. 교육자로서 저자의 지향점은 특수교육이 아니라 통합교육에 있다. 장애 학생을 분리해서 가르치는 특수교육으로는 다양성 존중과 사회 통합이란 궁극적 가치를 실현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분리는 교육이 아니라 차별이며, 같은 공간에 있는 비장애 아이들에게도 비교육적이라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일선 교사인 저자는 이를 위해 단순히 교사들이 더 노력해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통합교육 교사 연수와 지원 인력 확충, 협력 교수 등 시스템적인 해결책을 제언한다. 아이들이 장애와 상관없이 행복한 교육을 받기 위해 사회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생각하게 한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가지 말래도 가 보아야 한다/하지 말래도 해 보아야 한다//겪지 말래도/몸소//낱낱이/모조리//쓴 것/쓰인 것//앓아 보아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일본 망명 시절에 썼던 자필 일기가 책으로 출간됐다.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은 “1972년 8월 3일부터 1973년 5월 11일까지 김 전 대통령이 자필로 쓴 일기 223편을 수록한 ‘김대중 망명일기’(한길사·사진)가 출간됐다”고 22일 밝혔다. 1972년 10월 17일 일본에 있던 김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령 선포 소식을 듣고 망명을 결심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일기에 “나는 이 일기를 단장(斷腸)의 심정으로 쓴다. 그것은 오늘로 우리 조국의 민주주의가 형해(形骸)마저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라고 썼다. 김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전후 국내외에서 경험한 사건들을 6권의 일기장에 꼼꼼하게 기록했다. 하지만 생전에 망명 시기에 쓴 일기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어 누구도 존재를 몰랐다고 한다. 이희호 여사 서거 이후 3남인 김홍걸 전 국회의원이 서울 마포구 동교동 자택에서 일기장들을 발견하며 세상에 알려졌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너무 잘해요.” “아깝습니다.” 경기 하남시의 한 초등학교 5학년 교실을 촬영한 영상. 학생들 4명이 둥글게 모여 앉아 공기놀이를 하는데 말투가 남다르다. 친구들끼리 높임말을 쓰고 심지어 서로 ‘OO 씨’라 부른다. 이 아이들은 20년 차 초등교사 김희영 씨(46)의 반 학생들이다. 김 교사는 10년째 ‘높임말 교실’을 운영하는 높임말 프로젝트를 이어왔다. 그는 그 과정을 정리해 최근 책 ‘높임말로 대화하는 아이들’(포레스트북스)도 펴냈다. 21일 전화 인터뷰에 응한 김 교사에 따르면 해마다 새 학기 첫날 학생들에게 “우리 반은 높임말로 대화합니다”라고 안내하면 아이들 표정이 혼란스럽다고 한다. 눈이 왕방울만 해져선 서로 눈치만 본다. 처음엔 쉬는 시간에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친구들과 ‘이 상황’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만, 차마 높임말이 나오지 않는 모양. 하지만 보통 한 달 정도 지나면 ‘높임말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다. 김 교사는 “반말하는 친구를 지적하기보단 높임말 잘 쓰는 학생들을 칭찬한다”며 “칭찬 받으면 자발적으로 ‘높임말 전도사’가 된다. 반말 쓰는 친구가 있으면 ‘OO 씨, 높임말 쓰셔야죠’라고 서로 고쳐준다”고 했다. 학생들이 ‘높임말’이란 큰 산을 넘고 나면, ‘예쁜 말’ 언덕은 아주 쉽게 올라간다고 한다. 비속어를 밥 먹듯 쓰던 아이조차 교실에선 나쁜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 말을 쓰면 반 분위기가 어색해지는 걸 깨닫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런 단계까지 오면 아이들은 나쁜 말을 굉장히 불편해하고 듣기 힘들어했다.“사실 높임말로 대화하는 기간은 저와 있는 딱 1년이죠. 장소도 교실로 국한돼 있고요. 하지만 그 1년이 분명 아이들의 평생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고운 언어를 사용해 봤으니, 그렇지 않은 환경에 있어도 거친 언어가 뭔지를 빨리 인지할 수 있죠. 존중받은 느낌을 배웠으니 타인을 존중할 수도 있고요.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그래도 그런 시간을 갖는 것과 아닌 것은 차이가 있죠.” 김 교사 역시 높임말 프로젝트의 효과를 고민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다 프로젝트 2년 차 때 만난 한 학생에게서 확신을 얻었다. 5학년 담임 때 만난 그 학생이 6학년이 된 뒤 교실로 찾아왔다. 높임말에 적응하는 걸 유독 힘들어하던 아이였는데, 그가 들려준 얘긴 무척 놀라웠다.“선생님, 사실 작년에는 선생님이 이해가 안 됐어요. 왜 그렇게 하라고 하는지. 한데 이젠 알겠어요. 작년 우리 반 아이들은 다른 반 아이들하고 달라요. 복도에서 만나도 우리끼리는 높임말로 인사해요.” 김 교사는 그때를 떠올리며 “그 말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 그 한마디 덕분에 굳건히 높임말 교실을 끌어갈 수 있었다”며 “어른이 일관성 있게 지도하면 아이들은 ‘무한 성장 발전소’가 된다”고 강조했다. “높임말이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에요. 준비물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예산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그냥 정말 한번 ‘해보자’ 하고 꾸준히만 하면 되는 거죠. 세상에서 제일 쉬운 것일 수도 있어요(웃음).”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일본 망명 시절에 썼던 자필 일기가 책으로 출간됐다.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은 “1972년 8월 3일부터 1973년 5월 11일까지 김 전 대통령이 자필로 쓴 일기 223편을 수록한 ‘김대중 망명일기’(한길사)가 출간됐다”고 22일 밝혔다. 1972년 10월 17일 일본에 있던 김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령 선포 소식을 듣고 망명을 결심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일기에 “나는 이 일기를 단장(斷腸)의 심정으로 쓴다. 그것은 오늘로 우리 조국의 민주주의가 형해(形骸)마저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라고 썼다. 김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전후 국내외에서 경험한 사건들을 6권의 일기장에 꼼꼼하게 기록했다. 하지만 생전에 망명 시기에 쓴 일기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어 누구도 존재를 몰랐다고 한다. 이희호 여사 서거 이후 3남인 김홍걸 전 국회의원이 서울 마포구 동교동 자택에서 일기장들을 발견하며 세상에 알려졌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너무 잘해요.” “아깝습니다.”경기 하남시의 한 초등학교 5학년 교실을 촬영한 영상. 학생들 4명이 둥글게 모여 앉아 공기놀이를 하는데 말투가 남다르다. 친구들끼리 높임말을 쓰고 심지어 서로 ‘OO씨’라 부른다. 이 아이들은 20년 차 초등교사 김희영 씨(46)의 반 학생들이다. 김 교사는 10년째 ‘높임말 교실’을 운영하는 높임말 프로젝트를 이어왔다. 그는 그 과정을 정리해 최근 책 ‘높임말로 대화하는 아이들’(포레스트북스)도 펴냈다.21일 전화 인터뷰에 응한 김 교사에 따르면 해마다 새 학기 첫날 학생들에게 “우리 반은 높임말로 대화합니다”라고 안내하면 아이들 표정이 혼란스럽다고 한다. 눈이 왕방울만 해져선 서로 눈치만 본다. 처음엔 쉬는 시간에도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친구들과 ‘이 상황’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만, 차마 높임말이 나오지 않는 모양.하지만 보통 한 달 정도 지나면 ‘높임말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다. 김 교사는 “반말하는 친구를 지적하기보단 높임말 잘 쓰는 학생들을 칭찬한다”며 “칭찬 받으면 자발적으로 ‘높임말 전도사’가 된다. 반말 쓰는 친구가 있으면 ‘OO씨, 높임말 쓰셔야죠’라고 서로 고쳐준다”고 했다.학생들이 ‘높임말’이란 큰 산을 넘고 나면, ‘예쁜 말’ 언덕은 아주 쉽게 올라간다고 한다. 비속어를 밥 먹듯 쓰던 아이조차 교실에선 나쁜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 말을 쓰면 반 분위기가 어색해지는 걸 깨닫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런 단계까지 오면 아이들은 나쁜 말을 굉장히 불편해하고 듣기 힘들어했다.“사실 높임말로 대화하는 기간은 저와 있는 딱 1년이죠. 장소도 교실로 국한돼 있고요. 하지만 그 1년이 분명 아이들의 평생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고운 언어를 사용해 봤으니, 그렇지 않은 환경에 있어도 거친 언어가 뭔지를 빨리 인지할 수 있죠. 존중받은 느낌을 배웠으니 타인을 존중할 수도 있고요.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그래도 그런 시간을 갖는 것과 아닌 것은 차이가 있죠.”김 교사 역시 높임말 프로젝트의 효과를 고민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다 프로젝트 2년 차 때 만난 한 학생에게서 확신을 얻었다. 5학년 담임 때 만난 그 학생이 6학년이 된 뒤 교실로 찾아왔다. 높임말에 적응하는 걸 유독 힘들어하던 아이였는데, 그가 들려준 얘긴 무척 놀라웠다.“선생님, 사실 작년에는 선생님이 이해가 안 됐어요. 왜 그렇게 하라고 하는지. 한데 이젠 알겠어요. 작년 우리 반 아이들은 다른 반 아이들하고 달라요. 복도에서 만나도 우리끼리는 높임말로 인사해요.”김 교사는 그때를 떠올리며 “그 말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 그 한마디 덕분에 굳건히 높임말 교실을 끌어갈 수 있었다”며 “어른이 일관성 있게 지도하면 아이들은 ‘무한 성장 발전소’가 된다”고 강조했다. “높임말이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에요. 준비물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예산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그냥 정말 한번 ‘해보자’하고 꾸준히만 하면 되는 거죠. 세상에서 제일 쉬운 것일 수도 있어요(웃음).”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21일 지난해 세상을 떠난 극단 학전(學田)의 대표였던 가수 김민기(1951∼2024·사진)의 1주기를 맞았다. 학전 측은 이날부터 LP로 복원해 재발매되는 데뷔앨범 ‘김민기’의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학전에 따르면 고인이 1971년 만 20세 때 발매했던 데뷔앨범 ‘김민기’는 이날 오후 3시부터 예약 판매했다. 대표곡 ‘아침이슬’을 비롯해 ‘그날’ ‘꽃 피우는 아이’ 등 10곡이 수록된다. 다음 달 10일까지 3주 동안 주요 온라인 음반 사이트에서 주문할 수 있다. 앨범은 제작이 마무리되는 11월부터 발송할 예정이다. 앞서 학전 측은 “고인의 뜻에 따라 1주기 추모 행사나 공연 등은 진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학전은 올해 고인의 유지를 잇는 ‘학전김민기재단’ 설립에 집중할 방침이다. 학전 관계자는 “고인의 작품과 작업을 기록·보존하는 작업을 통해 그의 정신과 문화적 유산을 후대에 전할 것”이라고 전했다. 고인은 서울 대학로 소극장 학전 대표로서 평생 공연 문화를 일구는 데 헌신했다. ‘지하철 1호선’ ‘모스키토’ 등을 만들어 국내 창작뮤지컬의 토대를 닦았다. 관객들에게 ‘독수리 오형제’라고 불렸던 배우 황정민 설경구 장현성 조승우 김윤석이 학전 출신이다. 학전과 별개로, 고인을 기억하는 가수와 작가 등은 18일부터 20일까지 서울 강동구 소극장 스페이스 거북이에서 추모 행사인 ‘김민기 뒤풀이’를 개최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역대 한국 영화 흥행 1위를 기록한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가 16일 국내 개봉하자, 19세기 영국 작가 찰스 디킨스(1812∼1870·사진)의 책이 연이어 출간됐다. 디킨스의 소설 ‘예수의 생애(The life of our lord)’가 영화의 모티브가 됐기 때문이다. ‘예수의 생애’는 디킨스가 예수의 삶과 가르침을 자녀들에게 전하기 위해 쓴 책이다. 그는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줬다고 한다. 디킨스는 ‘올리버 트위스트’ ‘위대한 유산’ ‘두 도시 이야기’를 쓴 세계적 작가. 하지만 ‘예수의 생애’는 아버지로서 쓴 지극히 개인적인 기록으로 “세상에 공개하지 말라”는 유언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책은 사후 후손들이 공개하며 1934년에야 첫 출간됐다. 디킨스는 ‘예수의 생애’에서 중간중간 “사랑하는 아이들아”라고 부르기도 하고, “기억하렴!”이라며 충고도 한다. 아이들에게 직접 말을 건네는 이러한 형식은 영화에도 그대로 차용됐다. 아버지의 실감 나는 이야기와 함께 아들 월터는 2000년 전 ‘왕중왕’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영화는 디킨스의 책에서 영감을 얻었지만 원작을 바탕으로 한 건 아니다. 가장 큰 차이점 가운데 하나가 영화의 제목이다. 디킨스는 책에서 예수가 왕이었단 사실을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그가 왕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건 대개 헤롯 왕 중 한 명을 지칭할 때다. 하지만 ‘킹 오브 킹스’에서 월터는 아서 왕 이야기에 푹 빠져 있었고, 찰스는 아들에게 진정한 ‘왕들의 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로 한다. 겸손한 왕, 백성을 섬기는 왕 등 예수가 어떤 왕이었는지에 대한 묘사가 다채롭게 나오는 것도 특징이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21일 지난해 세상을 떠난 극단 학전(學田)의 대표였던 가수 고 김민기(1951~2024)의 1주기를 맞았다. 학전 측은 이날부터 LP로 복원해 재발매되는 데뷔앨범 ‘김민기’의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학전에 따르면 고인이 1971년 만 20세 때 발매했던 데뷔앨범 ‘김민기’는 이날 오후 3시부터 예약 판매했다. 대표곡 ‘아침이슬’을 비롯해 ‘그날’ ‘꽃 피우는 아이’ 등 10곡이 수록된다. 다음 달 10일까지 3주 동안 주요 온라인 음반 사이트에서 주문할 수 있다. 앨범은 제작이 마무리되는 11월부터 발송할 예정이다. 앞서 학전 측은 “고인의 뜻에 따라 1주기 추모 행사나 공연 등은 진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학전은 올해 고인의 유지를 잇는 ‘학전김민기재단’ 설립에 집중할 방침이다. 학전 관계자는 “고인의 작품과 작업을 기록·보존하는 작업을 통해 그의 정신과 문화적 유산을 후대에 전할 것”이라고 전했다. 고인은 서울 대학로 소극장 학전 대표로서 평생 공연 문화를 일구는데 헌신했다. ‘지하철 1호선’ ‘모스키토’ 등을 만들어 국내 창작뮤지컬의 토대를 닦았다. 관객들에게 ‘독수리 오형제’라고 불렸던 배우 황정민 설경구 장현성 조승우 김윤석이 학전 출신이다.학전과 별개로, 고인을 기억하는 가수와 작가 등은 18일부터 20일까지 서울 강동구 소극장 스페이스 거북이에서 추모 행사인 ‘김민기 뒤풀이’를 개최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제주 성산 일출봉을 아주 어두울 때 본 적 있으세요?” 이안리 작가(39)는 보자마자 낯선 물음부터 던졌다. 성산 일출봉 하면 ‘파란 하늘 아래 짙푸른 융단’이 떠오르건만 왜 밤 얘길 꺼낼까. “아니요”란 답에, 이 작가는 관람 시간이 끝난 뒤 주차장에서 봉우리를 본 적이 있다고 했다. “어둡고 거대한 게 눈앞에 있는데 정말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연은 언제나 그대로 있는데, 제 처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존재로 다가오는 게 늘 신비로워요. 이번 소설에서도 자연이 ‘재이’(주인공 소년)를 마냥 반겨주지만은 않죠.” 202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등단작 ‘플렉시테리언’에서 동물 구조센터를 배경으로 노루와 멧돼지, 매의 이야기를 펼쳤던 이 작가가 첫 장편소설 ‘각자의 정원’(문학동네)을 펴냈다. 어른들이 그린벨트 숲 개발을 두고 갈라진 가운데, 그 숲에 들어가 여름방학을 보내는 9세 아이를 주인공으로 한 생태소설이다. 18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이 작가는 요즘 ‘야행성 산책’에 익숙해졌다고 한다. 직장과 프리랜서 독일어 통역, 글쓰기를 병행하다 보니 밤마실을 자주 나간다. 오전 2시에도 걷는데, 천변을 산책할 땐 2만 보씩 걸을 때도 있다. 덕분에 야생동물을 자주 마주친다. 그는 들뜬 표정으로 “너구리, 멧돼지는 물론 불곡산 입구(경기 성남시)에서 고라니도 봤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자주 다니는 산책길에 현수막이 붙기 시작했다. 멸종위기종인 맹꽁이 서식지로 알려진 곳에 임대주택을 짓는 문제를 둘러싸고 주민 갈등이 벌어졌다. 이 작가는 “처음엔 생태주의에 애정이 있는 사람으로서 그린벨트를 그대로 뒀으면 하는 마음이 강했다”며 “하지만 보존 측도 환경적인 이유가 아니라 그린벨트가 해제되면 예상되는 교통난이나 집값 (하락) 문제 등의 이유로 접근하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결국 “찬반 측 모두 자연을 도구로 본다는 점에서 반감이 들었다”고 한다. “저를 포함한 인간은 다른 대상을 어떻게 해볼 만한 힘을 가지면 반드시 그 힘을 휘두르려 하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특히나 자연처럼 보복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믿는 대상에게는 더 거리낌이 없죠.”소설 ‘각자의 정원’은 엄마와 형이 수시로 ‘포크’로 변신한다는 독특한 설정이 눈길을 끈다. 이에 주인공 아이는 죽음이든 사랑이든 자연이든 세상엔 ‘불가해한 영역’이 있다는 걸, 때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함을 배우며 성장한다. 이 작가는 “이런 소설을 쓰는 작가도 있구나 하고 반가운 마음으로 읽어주면 좋겠다”고 했다. 자연 이야기를 ‘찐하게’ 했던 그는 앞으론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등단작에선 고라니도 잡으러 다니고, 이번엔 그린벨트 숲 깊숙한 데까지 들어갔네요. 그동안 많이 갔으니까(웃음), 이젠 나와서 저와 가까운 이야기도 쓰고 싶어요.”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제주 성산 일출봉을 아주 어두울 때 본 적 있으세요?”이안리 작가(39)는 보자마자 낯선 물음부터 던졌다. 성산 일출봉 하면 ‘파란 하늘 아래 짙푸른 융단’이 떠오르건만 왜 밤 얘길 꺼낼까. “아니요”란 답에, 이 작가는 관람 시간이 끝난 뒤 주차장에서 봉우리를 본 적이 있다고 했다. “어둡고 거대한 게 눈앞에 있는데 정말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연은 언제나 그대로 있는데, 제 처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존재로 다가오는 게 늘 신비로워요. 이번 소설에서도 자연이 ‘재이’(주인공 소년)를 마냥 반겨주지만은 않죠.”202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등단작 ‘플렉시테리언’에서 동물 구조센터를 배경으로 노루와 멧돼지, 매의 이야기를 펼쳤던 이 작가가 첫 장편소설 ‘각자의 정원’(문학동네)을 펴냈다. 어른들이 그린벨트 숲 개발을 두고 갈라진 가운데, 그 숲에 들어가 여름방학을 보내는 9살 아이를 주인공으로 한 생태소설이다. 18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이 작가는 요즘 ‘야행성 산책’에 익숙해졌다고 한다. 직장과 프리랜서 독일어 통역, 글쓰기를 병행하다 보니 밤마실을 자주 나간다. 새벽 2시에도 걷는데, 천변을 산책할 땐 2만 보씩 걸을 때도 있다. 덕분에 야생동물을 자주 마주친다. 그는 들뜬 표정으로 “너구리, 멧돼지는 물론 불곡산 입구(경기 성남시)에서 고라니도 봤다”고 했다.그런데 어느 날 자주 다니는 산책길에 현수막이 붙기 시작했다. 멸종위기종인 맹꽁이 서식지로 알려진 곳에 임대주택을 짓는 문제를 둘러싸고 주민 갈등이 벌어졌다. 이 작가는 “처음엔 생태주의에 애정이 있는 사람으로서 그린벨트를 그대로 뒀으면 하는 마음이 강했다”며 “하지만 보존 측도 환경적인 이유가 아니라 그린벨트가 해제되면 예상되는 교통난이나 집값 (하락) 문제 등의 이유로 접근하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결국 “찬반 측 모두 자연을 도구로 본다는 점에서 반감이 들었다”고 한다.“저를 포함한 인간은 다른 대상을 어떻게 해볼 만한 힘을 가지면 반드시 그 힘을 휘두르려 하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특히나 자연처럼 보복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믿는 대상에게는 더 거리낌이 없죠.”소설 ‘각자의 정원’은 엄마와 형이 수시로 ‘포크’로 변신한다는 독특한 설정이 눈길을 끈다. 이에 주인공 아이는 죽음이든 사랑이든 자연이든 세상엔 ‘불가해한 영역’이 있다는 걸, 때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함을 배우며 성장한다. 이 작가는 “이런 소설을 쓰는 작가도 있구나하고 반가운 마음으로 읽어주면 좋겠다”고 했다. 자연 이야기를 ‘찐하게’ 했던 그는 앞으론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등단작에선 고라니도 잡으러 다니고, 이번엔 그린벨트 숲 깊숙한 데까지 들어갔네요. 그동안 많이 갔으니까(웃음), 이젠 나와서 저와 가까운 이야기도 쓰고 싶어요.”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콜로세움, 판테온, 세베루스 개선문, 공화정 시대 포룸의 신전과 법정…. 이탈리아 로마를 찾는 관광객들이 사진을 가장 많이 찍는 고대 로마 유적지들이다. 하지만 유적은 대륙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또 다른 역사의 진실을 품고 있는 곳이 있으니, 바로 바다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고고학 박사학위를 받고 45년 넘게 바다와 연구실을 오간 수중 고고학자인 저자가 각 시대를 풍미한 난파선 12척을 중심으로 3500년 해양사를 집대성한 책이다. 고대 로마의 포도주 무역, 중세의 기독교 신앙 전파, 대항해시대의 식민지 확장, 제2차 세계대전의 전투 등에 이르기까지, 바다 밑에서 발견한 역사의 조각을 인양해 독자 앞에 가져다 놓는다. 로마제국 위정자들이 지도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안정적인 식량 배급이 필수였다. 로마는 북아프리카를 ‘로마의 빵 바구니’로 삼아 식량과 올리브유를 실어날랐다. 이를 보여주는 증거가 바다에서 발견됐다. 플렘미리오 난파선은 로마제국 전성기에 진수된 것으로 추정되는 선박. 1953년 지중해 플렘미리오 절벽에서 발견됐다. 발견 당시 절벽과 바위에는 암포라(로마 시대 널리 쓰인 항아리) 파편들이 대거 발굴됐다. 특히 올리브유를 담았던 암포라가 눈길을 끌었다. 난파선에서 발견된 암포라는 각각 40∼80L의 올리브를 담을 수 있었다. 손잡이에는 장원 소유주의 이름과 화물의 무게, 화주 이름이 찍혀 있었다. 고도의 품질 관리와 규제가 이뤄졌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다. 플렘미리오 절벽에서 침몰한 이 선박은 로마제국을 지탱한 경제 구조를 조명하는 근거가 되는 셈이다. 플렘미리오 난파선에선 전문 외과의가 탑승했음을 알려주는 유물도 발견됐다. 해저 골짜기 아래 퇴적물에서 끝부분이 버드나무 잎사귀 모양인 길이 7cm의 가느다란 청동제 도구를 발견했다. 고대 난파선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수술용 칼 손잡이’였다. 일각에선 이를 토대로 고대인이 백내장 수술을 했다고 추정하기도 한다. 저자는 선사시대부터 제2차 세계대전까지 각 시대를 고스란히 반영하는 12척의 난파선을 연대기 순으로 소개한다. 특히 절반 이상은 그가 직접 발굴했거나 잠수해 살펴봤던 것이어서 마치 현장에 함께 있는 듯 생생하다. 저자는 가장 어려웠던 탐사 중 하나로 ‘로열 앤 갤리’호를 찾아 들어간 잠수를 꼽았다. 1708년 진수된 영국 해군 전투함으로, 영국 최남단 리저드 포인트 근해에 가라앉아 있다. 이곳 조류는 하루에 두 번씩 위험한 소용돌이와 역류를 형성해, 길을 잘못 들어 물길에 몇 m만 더 가까워져도 목숨이 위험하다. 잠수 시간을 잘 측정해서 물결이 닥치기 전에 반드시 돌아와야만 했다. “이곳에서 로열 앤 갤리호 희생자뿐 아니라 다른 수많은 난파선 조난자들이 익사했다”는 저자의 말에서 심해로 뛰어드는 연구자의 집념과 투지가 엿보인다. 지구의 바다와 호수에는 기록된 것만 25만 척, 추정치로는 300만 척 이상이 가라앉아 있다고 한다. 수천 년 동안 인류 문명은 바다를 가로지르며 움직였고, 그곳에서 치열한 전투도 벌여왔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역사는 ‘땅 위의 문명’에 집중돼 왔다. 바다에 어떤 비밀이 숨어 있는지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난파선에서 발견된 물건들은 침몰된 그 순간 사용됐던 문화유산들이어서 꽤 정확한 연대 측정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 때문에 저자는 난파선들을 “각자의 시대를 담은 소우주”라고 표현한다. 새로운 관점으로 깊은 우주를 탐구하고 싶은 이들에게 제격인 책이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김혜순 시인(70·사진)이 시집 ‘죽음의 자서전’ 독일어 번역본으로 독일 세계 문화의 집(HKW)이 수여하는 국제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아시아 작가로는 첫 수상이다. HKW는 17일(현지 시간)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김 시인을 수상자로 발표했다. 심사위원들은 “김혜순의 ‘죽음의 자서전’에 수록된 시들은 기적이다. 저승의 문턱에서 만들어지는 울림을 그대로 귀 기울여 들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고 했다. 수상 소식을 접한 김 시인은 “번역자 박술과 울리아나 볼프, 심사위원들, HKW, 출판사 피셔의 대표 포겔과 편집자 마들렌, 그리고 낭독 행사를 기획한 시 문학관의 마티아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죽음의 자서전’은 김 시인의 12번째 시집으로 국내에서 2016년 출간됐다. 불교의 49재 전통에 뿌리를 두고 메르스와 세월호 사태 등 사회적 죽음을 떠올리며 49편의 연작시를 엮었다. 김 시인은 앞서 ‘죽음의 자서전’ 영역본으로 2019년 한국인 최초로 캐나다 그리핀시문학상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시집 ‘날개 환상통’ 영어판으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받았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김혜순 시인(70)이 시집 ‘죽음의 자서전’ 독일어 번역본으로 독일 세계 문화의 집(HKW)이 수여하는 국제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아시아 작가로는 첫 수상이다.HKW는 17일(현지시간) 시상식을 열고 올해 국제문학상 최종 후보 6명 가운데 김 시인을 수상자로 발표했다. 만장일치로 수상자를 선정한 심사위원들은 “김혜순의 ‘죽음의 자서전’에 수록된 시들은 죽음이라는 모국어에서 생성된 시들의 번역본”이라며 “이 시들은 기적이다. 저승의 문턱에서 만들어지는 울림을 그대로 귀 기울여 들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고 했다.현재 한국에 있는 김 시인은 화상으로 연결한 자리에서 “번역자 박술과 울리아나 볼프, 심사위원들, HKW, 출판사 피셔의 대표 포겔과 편집자 마들렌, 그리고 낭독 행사를 기획한 시 문학관의 마티아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국제문학상은 그해 독일어로 번역된 뛰어난 현대문학에 수여하는 상으로 2009년 시작됐다. 한강 작가 역시 2017년 ‘채식주의자’ 독일어 번역본으로 이 상의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으나 수상으로 이어진 것은 김 시인이 처음이다.시집을 번역한 박술과 울리아나 볼프 번역가도 함께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상금은 총 3만5000유로(약 5600만 원)이며 작가에게 2만 유로, 번역가에게 1만5000유로가 각각 주어진다.‘죽음의 자서전’은 김 시인의 12번째 시집으로 국내에서 2016년 출간됐다. 시인이 2015년 지하철역에서 쓰러진 경험에서 영감을 얻었다. 불교의 49재 전통에 뿌리를 두고 메르스와 세월호 사태 등 사회적 죽음들을 떠올리며 49편의 연작시를 엮었다. 올해 2월 독일 출판사 피셔가 대산문화재단의 출판 지원을 받아 번역본을 펴냈다.최근 한 달에 걸쳐 독일, 오스트리아, 영국에서 문학행사를 마치고 귀국한 김 시인은 4일 서울 연세대에서 열린 ‘2025 글로벌 문학포럼’에서 현지 낭독회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들려주기도 했다. 그는 “해외 독자들로부터 ‘당신의 시에서 주어의 자리가 해체되는 것을 보게 된다. 누가 말하고 있는지 분명치 않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한국어는 주어가 생략된 경우가 많다. 더구나 죽은 자들이 주어를 간직한 채 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대답한다”며 “그런 대답을 하면서 청중과 저는 그들 나라 시의 영토를 확장해간다”고 했다.김 시인은 197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평론으로 입선한 뒤 1979년 ‘문학과지성’을 통해 시로 등단했다. 앞서 ‘죽음의 자서전’ 영역본으로 2019년 한국인 최초로 캐나다 그리핀시문학상을 받았다. 2021년 스웨덴 시카다상을 받았으며 2024년에는 시집 ‘날개 환상통’ 영어판으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받았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지난해 10월 한산도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경남 통영시의 산 중턱. 가을 햇살이 내린 봉분 둘레에 일본인 30여 명이 섰다. 손에는 책을 한 권씩 든 채였다. 제목은 ‘土地’. 일본인 독자들이 일본어로 완역된 ‘토지’를 들고 박경리 작가(1926∼2008)의 묘소를 찾은 것.위아래로 검은 옷을 맞춰 입은 한 단발 여성이 봉분으로 다가가 입을 뗐다. 한국말이었다. “선생님, 저희가 스무 권 무사히 잘 만들어 왔습니다.” 일본에서 유일한 한국문학 전문 출판사인 구온출판사 대표이자 한국문학 전문 책방 ‘책거리’의 대표인 김승복 씨(56)였다.그가 2015년 7월 7일 일본 도쿄 진보초에 문을 연 ‘책거리’가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최근 첫 에세이 ‘결국 다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달)도 펴낸 김 대표를 15일 화상으로 만났다. 김 대표는 자타 공인 ‘일 벌이기’ 선수. 2014년 착수해 지난해 9월 완성한 ‘토지’ 완역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김 대표는 “토지 마지막 권의 책장을 덮자마자, 강원 원주로 날아가 선생의 따님인 김영주 토지문학관장(1946∼2019)에게 번역 출판 허락을 받았다”고 했다. 이후 ‘토지 팀’을 꾸려 10년 동안 이끌었는데, 2016년 일본 현지에서 출간된 ‘토지’ 1·2권은 일본도서관협회 추천 도서로 지정되기도 했다.한강 작가의 책을 일본에 처음 소개한 것도 김 대표다. 2007년 구온출판사를 차리고 2011년 ‘새로운 한국문학’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채식주의자’를 냈다. 출판 에이전트를 겸하고 있는 그가 판권을 중개한 에세이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김수현 저)는 일본에서 60만 부가 팔렸다고 한다.‘책거리’ 서점은 도쿄에서 다양한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해마다 약 100회의 행사를 개최하는데, 문학 위주지만 해금 연주가의 연주회도 열린다. 이달 28일에는 안상수 디자이너가 한글 폰트를 주제로 강연한다. 김 대표는 1991년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한국 정보기술(IT) 솔루션을 일본에 판매하는 일을 10년 가까이 하다가, 2007년 금융위기 이후 출판업으로 전업했다. 당시엔 “밤새도록 만든 책이 서점에 나갔다가 반품으로 돌아오는 일도 허다했다”고 했다. “저는 ‘1 더하기 1은 2’인 사회에서 살았던 거예요. 들인 시간만큼 돌아온다는 점에서요. 근데 출판업은 ‘1 더하기 1은 마이너스 10’도 돼요. 너무 재밌지 않나요, 이 엉터리 같은 계산이?” 어떻게 재밌단 말이 나오는 걸까. 그는 그 이유로 “예전엔 굉장히 좋은 솔루션을 팔아도 아무도 관심이 없었는데, 첫 책을 내자마자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우리를 인터뷰하러 오더라”고 했다. “한국문학이 이렇게 사랑받고 커가는 것을 보는 거죠. 열심히 안 할 이유가 없잖아요.” 진보초 책방거리는 고서점이 약 150개 모여 있다. 백 년 넘은 책방과 출판사가 즐비한 이곳에서 서점의 열 살 생일을 맞은 김 대표는 다시 새로운 일을 벌이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협력해 한국 시인 레지던시를 시작했다. 매년 시인 한 명을 초청해 체류하는 두 달 동안 일본 현지 독자와 편집자를 만나게 주선하는 프로그램이다. 김 대표는 “한국 소설이 알려지기까지 10년 이상 시간이 걸렸다”며 “그 시간만큼 시에도 시간과 정성을 들이면 또 꽃이 피지 않을까”라고 했다.“누나로서, 언니로서 응원하는 마음으로 에세이를 썼습니다. 저처럼 한국이 아닌 곳에서 꿈을 펼치려는 젊은이들에게 ‘재미있게 잘할 수 있다’고 응원하고 싶어요.”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경찰이 대한출판문화협회의 서울국제도서전 국고보조금 횡령 의혹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2023년 8월 문화체육관광부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지 약 2년 만이다.출협은 서울 종로경찰서가 이달 7일 윤철호 출협 회장 등의 보조금관리법 위반 혐의에 대해 불송치한다는 수사결과 통지서를 발송했다고 15일 밝혔다.출협이 이날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통지서에서 수익금 정산 과정을 두고 “문체부와 출판산업진흥원,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사전에 정산과 내용 방법 등에 대해 각 기관의 직원들이 사전 협의를 거쳐 작성된 것”이며 “2022년 이전에 이미 사전 협의된 대로 진행된 것으로 그 내용을 은닉했다고 볼 만한 근거가 없다”고 했다. 출협은 이어 “출협의 문체부 보조금 및 수익금의 사용에 대해서도 ‘목적 외의 사용이 전혀 없었음’을 문체부 또한 인정하고 있음이 수사 과정에서 밝혀졌다”고 덧붙였다.앞서 문체부는 윤 회장과 주일우 서울국제도서전 대표 등이 도서전에서 생긴 수억 원대의 수익금을 회계 보고에서 누락했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문체부는 이후 서울국제도서전 사업, 해외 도서전 참가 사업에 대한 보조금 약 30억 원을 삭감했고, 지난해부터는 국고보조금 사업 신청 자격도 박탈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2022년 10월 KTX 진부역 앞에 선 부부. 이들의 행선지는 강원 정선군 나전중학교. 역에서 차를 타고 한 시간 이상 더 들어가야 하는 학교다. 남편은 소설 ‘불편한 편의점1·2’와 ‘나의 돈키호테’를 도합 180만 부 베스트셀러로 올린 김호연 작가(51). 20년 가까이 무명이던 그는 2021년 ‘불편한 편의점’ 출간 이후 곳곳에서 강연 초청, 북토크 요청을 받기 시작했다. 오랜 무명 시절 설움을 알기에 불러주는 곳이 있다면 어디건 마다하지 않고 갔다. 이날도 전교생 31명을 위한 북토크에 나선 길이었다. 도서관에 들어선 순간 학생 31명이 떠나갈 듯한 함성으로 김 작가를 환영했다. 그 뒤편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 숨어 눈물지은 사람이 있었다. 부인 김미쇼 워터폴스토리 대표(45)다. 긴 무명 끝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남편과 그의 매니저를 자처하며 산골벽지부터 폴란드 바르샤바, 이탈리아 토리노 등 해외 곳곳에서 160회 넘는 북토크를 연 아내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 ‘불편한 편의점 북투어’(나무옆의자)가 출간됐다. 김 대표를 7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김 대표는 이력이 독특하다. 밴드 ‘자우림’의 매니저 출신이다. 20년간 가요계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1인 매니지먼트 회사인 워터폴스토리를 세우고 김 작가의 대외 업무를 전담해 왔다. 일부 대형 작가가 매니지먼트 회사에 소속되는 사례가 늘고는 있지만, 아직 한 작가의 일거수일투족을 전담하는 매니저가 있는 경우는 드물다. 아내이자 매니지먼트 대표이기 때문에 가능한 구조이기도 하다. 김 대표가 김 작가의 매니저를 자처하게 된 건 예상치 못한 대형 베스트셀러 탄생 이후였다. 김 대표는 당시의 정신없던 시간을 떠올리며 “아침에 메일함을 열어보기 두려울 정도였다”고 했다. 원고 청탁과 작가와의 만남 요청 이메일이 하루에도 수십 통씩 쏟아졌다. 가수들의 ‘매니저’ 같은 역할이 필요했다. 그는 “이런 업무를 하는 사람이 있겠지 싶어 출판사 대표님, 음반사 지인들을 통해 알아봤는데 없다고 했다. 결국에는 내가 할 수밖에 없겠다 싶었다”고 했다. 책에는 매니지먼트를 시작한 후 부부가 함께한 여정이 잘 기록돼 있다. 이왕 할 거 제대로 해보자며 ‘북 프로모터’라는 직함을 따로 만들었다. 가요계에서 갈고닦은 프로모션 경험을 발휘해 요청이 오는 강연뿐만 아니라 직접 기획하고 제안한 북토크로 책과 작가 홍보에 전면적으로 나섰다. 일주일간 전주-영광-무안-목포를 도는 전라도 투어를 마치고, 다음 날 새벽부터 춘천-속초-정선을 잇는 강원도 대장정에 나섰다. 전국 각지를 도는 풀뿌리 북투어는 큰 홍보 효과를 발휘했다. ‘불편한 편의점’이 전국 38개 지역에서 ‘올해의 책’에 선정됐다. 처음엔 부인이 매니저로 따라다니는 게 “유별나 보여 싫다”고 했던 김 작가도 어느새 “도저히 혼자선 안 되겠다. 같이 다니자”고 나섰다.해외 북토크도 불러줄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다. 대만 출판사 편집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먼저 인사를 나누고 싶다고 의견을 전했다. 작가는 ‘초대받은 것도 아닌데 괜한 오지랖은 아닐까’ 걱정했지만, 김 대표는 강행했다. 그는 “책이건 음반이건 발표 시기에 맞춰 프로모션이 일어나려면 어느 한쪽은 오지랖을 부려야 한다”고 했다. 2∼3주에 한 번은 주요 한국문화원 홈페이지를 열람하면서 해외 어느 지역에서 북토크 수요가 있는지도 살펴봤다. 인디 뮤지션의 해외 진출을 위해 늘 했던 일이기도 하다. K문학의 해외 진출이 화두가 된 시점에 김 대표는 해외 시장에서 우리를 소개해 주기만 기다리기보단 먼저 적극적으로 마케팅과 프로모션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불편한 편의점’은 현재까지 28개국에 수출돼 21개국에서 출간됐다. “한국에 이런 붐이 있고 이런 작가가 있다는 걸 작가 쪽에서 먼저 적극 알릴 필요도 있어요. 그래야 늘 소개되는 사람들, 맨날 소개되는 콘텐츠를 벗어날 수 있다는 걸 가요계에 있으면서도 많이 느꼈었거든요. 새로운 걸 자꾸 소개해 주고 가능성을 보여줘야 하는 거죠.” 김 대표가 이번에 책을 낸 것은 ‘북 프로모터’를 직업으로 삼고자 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싶어서다. “분명히 언젠가는 이걸 직업으로 삼으려는 분이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책을 좋아하고 작가를 좋아하면 왜 아니겠어요? 아직 그럴 만한 계기가 없었던 것뿐이죠. K문학이 이제 일종의 ‘현상’이 됐잖아요. 더 많은 이들이 우리의 문학과 작가를 세상에 알릴 수 있기를 바라요.”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밀란 쿤데라(1929∼2023)는 번역 문제로 몸살을 앓은 작가였다. 그의 첫 작품 ‘농담’은 프랑스어 번역가가 문체를 완전히 바꿔 소설을 다시 쓰다시피 했는데, 많은 나라에서 이 프랑스어판을 저본 삼아 중역했다. 쿤데라는 “영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번역본을 수정하느라 나는 엄청난 시간을 소모해야 했다”며 “게다가 수정 작업이 너무 늦게 끝나 피해 복구가 불가능한 경우도 많았다”고 토로했다. 이는 쿤데라의 유고 산문 2편을 묶은 이번 신간에서 소개하는 에피소드다. 11일 쿤데라 별세 2주기를 앞두고 출간됐다. 신간에는 정치적 이유로 조국 체코슬로바키아를 떠나 평생 타국에 살아야 했던 작가가 체코, 체코어, 체코 문화에 대해 품은 향수가 그지없이 담겼다. 첫 번째 산문 ‘89개의 말’은 쿤데라가 소설을 집필하고 번역하면서 단어 하나하나에 대해 사유한 ‘개인 사전’이다. ‘tre(존재)’라는 단어를 두고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쓸 당시 ‘존재’라는 단어를 제목에서 빼라는 조언을 받았던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이 체코 작가는 평생 자신의 책이 원래 쓰인 언어와는 다른 언어로 출간되는 것만 보았다. 1968년 러시아 침공 이후 그의 소설들이 조국에서 출간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개인 사전은 모든 단어를 주의 깊게 살필 수밖에 없었던 그의 이력의 반영인 셈이다. 번역에 대한 관점도 흥미롭다. 그는 “좋은 번역이라면, 그게 번역임을 알 수 있어야 한다”며 “어떤 번역을 두고 ‘물 흐르는 듯하다’ ‘마치 프랑스 작가가 쓴 것 같다’ 같은 문구로 호평하는 소리를 들으면 짜증이 난다”고 썼다. “헤밍웨이를 프랑스 작가처럼 읽는다는 건 얼마나 나쁜 일인가!”라는 대목에선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두 번째 산문 ‘프라하, 사라져 가는 시’는 단행본에는 실린 적 없는 국내 초역의 글이라고 한다. 카프카, 하셰크, 차페크 등 문학 거성을 낳은 체코의 문화적 토양을 짚고, 체코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소련 전체주의와 유럽 열강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인공지능(AI)으로 상당한 수준의 영상과 오디오까지 한 번에 제작할 수 있게 됐지만, 기존 방식으로 영화를 제작하는 업계는 애니메이션과 외화를 더빙하며 오히려 사람의 목소리 연기에 더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어느 배우가 어떻게 목소리를 연기하는지가 영화의 흥행 성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으는 K팝 소재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한국 배우들이 영어 더빙에 참여하면서 시청자로 하여금 한국적 감성에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영화에서 저승사자이자 K팝 아이돌인 ‘사자 보이스’의 ‘진우’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 안효섭은 “목소리로 극을 끌고 갔다”는 호평을 받았다. 메인 악당 ‘귀마’ 목소리는 배우 이병헌의 힘 있고 낮은 목소리가 무게중심을 잡아줬다. 해외에선 ‘오징어 게임’ 시리즈의 프런트맨과 동일인이라는 사실이 큰 화제가 됐다. 스타 마케팅과 현지화 전략도 활발하다. 최근 ‘기생충’을 꺾고 역대 한국 영화의 북미 흥행 1위에 오른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는 이달 국내 개봉을 앞두고 이병헌 진선규 이하늬 양동근 차인표 권오중 등 국내 유명 배우들로 성우진을 꾸렸다.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 사투리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스페인어 더빙의 경우 아르헨티나나 콜롬비아 등에서 쓰는 스페인어를 사용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더빙에 참여하는 배우들이 사전에 몸으로도 연기를 해보며 호흡을 맞추는 것도 최근 트렌드다. 넷플릭스의 첫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로 주목받은 ‘이 별에 필요한’은 배우들이 콘티에 맞춰 손을 잡고, 뛰고, 옷으로 이마를 닦고, 음료수 캔을 따는 등의 연기를 실제로 함으로써 목소리 연기에 더 몰입할 수 있게 했다. 한지원 감독은 “배우들이 더 감정을 터뜨릴 수 있었고, 역동적인 목소리 연기가 나왔다”고 말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일할 때였다. 다문화 관련 연구를 하면서 이주노동자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파키스탄에서 온 한 30대 제조업 종사자는 “언젠가 ‘창작’을 하고 싶다”고 했다. 으레 이주노동자의 꿈이라면 한국에서 돈 많이 버는 ‘코리안 드림’ 한 겹으로 떠올렸던, 이 새내기 시간강사에게 그의 말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길로 그는 여러 겹의 정체성을 포착하는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202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3일 서울 마포구 문지 사옥에서 만난 작가 공현진(38)은 지난달 24일 첫 소설집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문학과지성사)를 펴내며 이제 ‘진짜배기’ 소설가의 길로 들어섰다. 공 작가는 김수영 신동엽 김종삼 시(詩) 연구로 국어국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공부하는 이들이 주로 그렇듯, 아침에 일어나 밤늦게까지 책상 앞에 앉아 보냈다. 그 시절을 떠올린 그는 가슴께를 짚으며 “이 안이 계속 끓고 있었다”고 했다. “논문 빨리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소설 쓰면 정말 행복하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딱 박사 논문 끝내고 갈증을 해소하듯 썼던 게 등단작이었어요.” 공 작가는 등단작 ‘녹’에서도 결혼이주여성을 그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곳’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 가운데 하나인 다문화가정과 사회적 약자 문제를 다루고 있는, 쉽게 보기 힘든 문제작”(소설가 오정희 성석제)이란 극찬을 받았다. 이번 소설집 역시 이런 문제의식을 이어갔다. 신문 사회면에 ‘A 씨’ ‘B 씨’로 익명화되는 인물들을 소설로 끌어온 게 특징이다. 표제작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에는 플라스틱 사출성형기에 끼여 사망한 이주노동자를 다뤘다. 공 작가는 “제가 다문화 강의를 했었기 때문에 이런 사고가 픽션이 아니라 실제로 이주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자주 겪는 문제라는 걸 알고 있다”며 “그냥 사건 사고 한 줄 기사로 보고 넘어갈 게 아니라 우리의 현실로 자각하고 살아야 한다”고 했다. 그의 소설에서 A, B 씨는 우리의 직장동료가 되기도 하고, 동네 만두가게 주인이 되기도 한다. 공 작가는 “(사건 자체를) 클라이맥스로 부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은 이미 뉴스에서 접하고 있다”며 “소설에선 자극적인 사건으로만 치고 빠지는 게 아니라, 현실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겹쳐지는 이야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그의 소설집이 너무 진지하고 무거울 것이라 예단하면 곤란하다. 의외의 반전이 곳곳에 마련돼 있다. “염병할”이 입버릇인 귀여운 할머니 ‘선자 씨’도 있고, 외로운 사람들끼리 맺는 연대도 정겹다. 공 작가는 “수영 배울 때를 떠올리면 맨 뒷줄에 쭈뼛쭈뼛 선 초보 수강생들끼리 친해지지 않느냐”며 “소설 속 인물들에게도 늘 ‘뒷줄의 연대’를 마련해주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다 개인이지만 느슨하게라도 꼭 연결돼 있으면 좋겠어요. 거창하게 ‘연대할 거야!’가 아니어도, 어떤 식으로든 나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누군가가 있으면 참 좋잖아요.” 현재 장편소설을 집필하고 있다는 공 작가에게 소설가로서의 포부는 뭘지 궁금했다. “거창하게 멋 부리지 않고, 단 한 사람한테라도 ‘괜찮다’라는 위로를 주고 싶다”는 답이 돌아왔다.“어떤 골방에 숨어서 자신을 자학하거나 괴롭히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은 멍청하지 않다’는 마음을 건네고 싶어요. 내가 비정상인 것 같고 좀 불룩하게 튀어나온 것 같고 그런 순간들이 있잖아요. 근데 그래도 괜찮다. 그리고 그런 이들이 사랑스럽기도 하다. 꼭 얘기해주고 싶네요.”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