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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권 암표 기승, 처벌은 솜방망이프로야구 경기와 문화예술 공연이 큰 인기를 얻으며 암표 거래 의심 사례가 4년 새 14배로 늘었다. 하지만 규제 공백 탓에 암표상이 ‘표 판 돈으로 결혼식을 올렸다’고 자랑해도 제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프로야구와 K팝 콘서트 등 스포츠와 공연·예술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입장권에 웃돈을 얹어 사고파는 암표 거래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한 티켓 재판매를 넘어 ‘대리 티케팅(댈티)’과 ‘아이디 옮기기(아옮)’ 같은 새로운 거래 방식도 성행하고 있다. 팬이 아닌 암표상이 입장권의 주 소비층이 되면 결국 비정상적으로 입장권 가격이 높아지고, 이는 콘텐츠 산업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암표 시장이 커지면서 티켓 사기 피해도 급증하는 추세다.》“아옮 되나요?” “댈티는 가능합니다.” 티켓 예매 대행을 전문으로 한다는 한 업체의 오픈채팅방에 암표를 구하는 척 들어가 한 질문에 돌아온 답이다. 아이디 옮기기는 최근 몇 년 새 이 업계에 새로 등장한 티켓 거래 방법이다. 티켓 구매에 성공한 사람이 미리 약속한 시간에 티켓을 취소하면 실제 공연 등을 보려는 사람이 재빨리 이를 재예매하는 방식이다. 본인 확인을 하는 등 암표 단속이 강화되자 생겨난 수법이다. 그러나 요즘은 예매 사이트들이 취소된 표를 실시간으로 다시 잡지 못하도록 막으면서 이 방식은 활용이 어렵다. 그 대신 업자들은 대리 티케팅은 가능하다고 홍보한다. 실수요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건네받아 예매를 대신해 주는 방식이다. 이 업자는 티켓 정가 외에 수고비로 15만 원을 요구했다. 해당 뮤지컬 티켓 가격은 19만 원이었다. 정가의 80%에 달하는 웃돈이 붙는 셈이다. 이 업자는 티케팅 당일 공연 날짜, 회차, 매수, 아이디, 비밀번호, 생년월일을 3시간 전에 전달하면 작업을 진행한다고 안내했다.● 암표 의심 사례 4년 새 14배로 증가18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프로스포츠 온라인 암표신고센터’가 모니터링과 신고 접수로 파악한 온라인 암표 의심 사례는 2020년 6237건에서 지난해 9만1229건으로 14.6배로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1∼6월)에만 11만9722건으로 이미 지난 한 해 신고 수를 넘어섰다. 공연·예술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접수된 암표 신고는 2020년 358건에서 지난해 2224건으로 6.2배로 증가했다. 실제 인터넷 중고 거래 플랫폼에선 구매 정가보다 4배 이상으로 높여 프로야구 입장권을 판매하는 게시물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12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올스타전 입장권의 경우 1층 내야 지정석 가격을 장당 16만 원에 판매한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정가(3만2000원)의 5배다. 2만6000원짜리 내야석도 10만 원까지 가격이 뛰었다. 단순 티켓 거래가 아니라 예매 시스템에 먼저 접속할 수 있는 ‘선(先)예매권’을 판매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일부 암표 거래상들은 예매하기 버튼을 누르지 않고 바로 좌석 선택 창으로 진입할 수 있는 일종의 해킹 도구인 ‘직링(직접링크)’ 프로그램도 5000원에서 1만 원에 판매하고 있었다.프로야구뿐만 아니라 K팝 콘서트와 해외 아티스트 내한공연에서도 암표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5, 6일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블랙핑크 콘서트는 20만9000원짜리 좌석이 55만 원에, 17만6000원짜리 좌석은 32만 원에 팔린다는 글이 올라왔다. 11월 내한 공연하는 일본 가수 ‘유리(유우리)’의 경우, 15만4000원이 정가인 스탠딩석이 30만 원까지 치솟았다. ‘피케팅(피 튀는 티케팅)’에 실패해 표를 정가에 사지 못한 팬들은 중고거래 사이트를 찾게 되고, 거기서 웃돈을 얹은 티켓을 사거나 대리 예매를 의뢰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회사원 최모 씨(30)는 “티켓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금지 항목으로 지정하고, 입장 시 철저한 본인 인증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12일 한 암표상은 자기가 판 프로야구 티켓 목록을 블로그에 올리고 “2800만 원의 수익을 올렸고, 티켓값을 제외해도 60∼70% 정도 마진을 남겼다”며 “(번 돈으로) 결혼을 준비 중이다”라고 남겨 공분을 샀다. 한 프로야구 구단 관계자는 “선예매권을 이용해 티켓을 확보한 뒤 재판매하는 사례가 있어 회원 정지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경찰과 함께 암표 범죄 대응을 위한 협의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매크로 안 쓰면 암표도 ‘합법’… 규제 사각지대현행법상 암표를 규제할 수 있는 조항은 스포츠 분야의 ‘국민체육진흥법’과 문화예술 분야의 ‘공연법’ 등 두 가지다. 그러나 두 법 모두 ‘매크로’(자동 입력 프로그램)를 이용한 티켓 구매에 대해서만 형사처벌(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 벌금) 조항을 두고 있다. 매크로를 쓰지 않은 웃돈 판매는 처벌할 수 없다. 실제 올해 3월, 광주경찰청은 매크로를 이용해 사들인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입장권 210장, 유명 트로트 가수 콘서트 입장권 19장 등을 팔아 6400만 원을 챙긴 암표상 3명을 검거해 검찰에 넘겼다. 이들처럼 매크로 사용이 입증되지 않는 한, 웃돈을 받고 재판매했더라도 처벌이 어렵다. 매크로를 이용하지 않은 경우 두 법 모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부정판매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규정만 있을 뿐 별도의 처벌 규정이 없다. 경범죄처벌법상 경기장 등에서 웃돈을 받고 입장권 등을 되판 이에게 2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로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경기장 등 오프라인에만 한정해 처벌할 수 있다. 대다수의 판매 경로가 되는 온라인은 제외다. 현행법에 ‘규제 공백’이 있는 셈이다. 매크로 이용 여부를 판별하기 쉽지 않아 실제 수사 및 처벌된 사례도 드물다. 문체부 관계자는 “스포츠 암표신고센터 등을 통해서 암표 의심 신고를 받고 있지만, 매크로를 이용했는지 확실하지 않고 좌석번호가 특정되는 경우도 별로 없어 실제 수사 의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일선 경찰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현재는 자신이 구매한 티켓의 정가에 비해 차익을 두고 파는 것 자체는 범죄가 아니고, 매크로를 이용해 구매했다는 것이 증명돼야 한다. 그러나 매크로를 이용했는지 수작업으로 구매했는지 외견상으론 구별이 잘되지 않는 게 사실”이라며 “티켓 예매 대행처의 적극적인 수사자료 제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돈 받고 잠적’ 티켓 사기도 3만 건 넘게 신고암표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티켓을 판다고 속인 후 돈만 받고 잠적하는 ‘티켓 매매 사기’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금융 사기 방지 플랫폼 ‘더치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접수된 인터넷 사기 피해 17만9933건 중 티켓 매매 사기를 포함한 티켓·상품권 사기가 3만1053건으로 가장 많은 유형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2만7120건) 대비 약 14.5% 늘었다. 피해자들은 자신이 사기를 당한 판매자의 닉네임이나 거래 내역을 공유하는 등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자구책을 쓰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광주경찰청은 지난해 광주를 연고지로 둔 프로야구 구단 KIA 타이거즈가 한국시리즈 무대에 오른 뒤 티켓 사기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티켓 매매 관련 사기 범죄 전담팀’을 구성했고, 현재도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다. 광주청 관계자는 “주요 중고거래 플랫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좌석을 판매하겠다고 한 뒤 대금만 받고 좌석을 안 주는 방식으로 사기 범죄가 이뤄진다”며 “프로야구 인기가 해마다 늘어나면서 온라인 사기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음지 암표 거래가 스포츠, 문화 등 콘텐츠 산업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우려한다. 배성희 국회입법조사처 교육문화팀 입법조사관보는 “암표로 실제 소비자들이 공연 등 콘텐츠를 볼 기회를 상실한다면 결국 이는 수요 저하로 이어지고 제작자와 아티스트 등 산업 생태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소비자가 웃돈을 주지 않으면 원하는 표를 정가에 구하기 어려운 상황 자체가 시장 왜곡”이라며 “암표 판매 및 거래에 대해 적극적인 신고와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프랑스 등 해외에선 입장권에 웃돈을 붙여 재판매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거나, 허용하더라도 가격에 상한선을 두는 방식으로 제한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해외 사례를 참고해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해 온라인 암표 판매를 근절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스포츠엔터테인먼트법학회가 올해 발간한 ‘티켓 재판매에 관한 해외 사례 연구’에 따르면 유럽 국가 대부분은 티켓 재판매 시 웃돈을 붙이는 것을 금지하거나 상한선을 정해 규제하고 있다. 프랑스는 경기나 공연 주최자의 동의 없이 입장권을 정기적으로 재판매하면 1만5000∼3만 유로의 벌금을 부과한다. 덴마크와 이탈리아, 포르투갈도 액면가 이상의 재판매를 불법으로 본다. 독일은 액면가보다 25% 이상 비싸게 팔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일본 역시 흥행하는 특정 콘서트나 스포츠 경기 등 입장권을 주최 측 동의 없이 반복적으로 되팔거나, 되팔 목적으로 구매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온라인 암표뿐 아니라 공연장·경기장 주변의 현장 암표도 단속 대상이다. 위반 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만 엔(약 930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미국은 50개 주 중 38개 주에서 티켓 재판매를 허용하지만, 재판매는 등록된 라이선스 소지자에 한해서만 가능하다. 이들에겐 가격 상한을 두거나 액면가만 허용하는 식의 규제가 적용된다. 주 정부는 이 업체들에 세금을 부과해 관리한다. 반면 국내에선 국민체육진흥법상 매크로 사용이 입증돼야만 암표 처벌이 가능해 단속에 어려움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프로야구 구단 관계자는 “예매 사이트를 수시로 모니터링해 매크로 사용이 의심되는 판매자는 경찰 사이버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하고 있다”며 “현재 2, 3명을 수사 의뢰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매크로를 사용하지 않으면 온라인상 암표 판매가 위법이 아니기 때문에 거래가 오히려 활성화되는 실정”이라며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회와 정부는 암표 거래를 보다 강력히 규제하기 위해 법 개정에 나섰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은 매크로 사용 여부와 무관하게 암표 거래를 형사 처벌할 수 있도록 공연법 개정안을 2월 대표 발의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더불어민주당 조인철 의원도 유사한 내용의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현행법에서 매크로 요건을 삭제하고, 처벌 수위도 높이는 방향으로 법 개정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미술품을 활용한 투자, 이른바 ‘아트테크’를 내세워 고수익을 약속하고 수십억 원의 투자금을 가로챈 사기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만 90여 명, 피해 금액은 50억 원에 달한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10일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미술품 중개업체 A사 대표와 관계자들을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투자자에게 매달 최대 16%의 이자를 지급하고 원금도 보장한다고 홍보하며 투자를 유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가 잇따르고 있어 피해자 수와 피해 금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처럼 아트테크를 앞세운 고수익 투자 사기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올해 5월 말 유사한 방식으로 투자금을 모집한 강남구의 미술 관련 업체 B사와 대표 이모 씨를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했다. B사는 “소속 작가의 작품을 구매해 맡기면 수익을 지급하고 원금도 돌려주겠다”고 약속하며 투자금을 모았다. 하지만 5월부터 수익금 지급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는 3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3월에는 서울중앙지법이 미술품 투자 명목으로 투자자 581명에게서 645억 원을 끌어모은 뒤 돌려주지 않은 혐의로 C 갤러리 회장에게 징역 23년과 추징금 246억 원을 선고한 바 있다. C 회장은 미술품을 활용한 간접광고(PPL)와 전시 대여 수익을 내세워 투자자를 끌어들인 것으로 조사됐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미술품을 활용한 투자, 이른바 ‘아트테크’를 내세워 고수익을 약속하고 수십억 원의 투자금을 가로챈 사기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만 90여 명, 피해 금액은 50억 원에 달한다.서울 강남경찰서는 10일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미술품 중개업체 A사 대표와 관계자들을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투자자에게 매달 최대 16%의 이자를 지급하고 원금도 보장한다고 홍보하며 투자를 유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가 잇따르고 있어 피해자 수와 피해 금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최근 이처럼 아트테크를 앞세운 고수익 투자 사기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지난 5월 말 유사한 방식으로 투자금을 모집한 강남구의 미술 관련 업체 B사와 대표 이모 씨를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했다. B사는 “소속 작가의 작품을 구매해 맡기면 수익을 지급하고 원금도 돌려주겠다”고 약속하며 투자금을 모았다. 하지만 5월부터 수익금 지급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는 3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앞서 3월에는 서울중앙지법이 미술품 투자 명목으로 투자자 581명에게서 645억 원을 끌어모은 뒤 돌려주지 않은 혐의로 C 갤러리 회장에게 징역 23년과 추징금 246억 원을 선고한 바 있다. C 회장은 미술품을 활용한 간접광고(PPL)와 전시 대여 수익을 내세워 투자자를 끌어들인 것으로 조사됐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가 공직선거법 유죄가 확정되고도 4년 넘게 선거보전비 2억7000여만 원을 국가에 반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권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요청안에 따르면, 권 후보자는 6월 기준으로 경상북도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 비용 2억7462만 원을 반환하지 않았다. 2018년 경북도지사 선거에서 선거비 절반을 국고로부터 보전받은 권 후보자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2021년 4월 대법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 판결이 확정됐는데도 보전받은 선거비용을 반환하지 않은 것. 권 후보자가 제출한 인사청문요청안에도 2021년 5월 24일 반환 사유가 발생한 것으로 명시돼 있다. 하지만, 4년이 넘게 지난 현재까지 납부한 금액은 ‘0원’이다.앞서 2018년 당시 바른미래당 소속으로 선거에 나선 권 후보자는 미신고 선거운동원에 금품을 제공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권 후보자가 인사청문요청안에 13억340만 원의 재산을 신고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상환 능력이 충분한 상황에서 선거비용을 반환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권 후보자는 배우자 명의의 서울 은평구 아파트(7억2100만 원)과 본인과 배우자 명의 예금 5억8856만 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권 후보자는 이날 통화에서 “당시 변호사와 무죄를 확신한 상황에서 판결이 나왔다. 국회에 자료도 투명하게 제출했다”며 “사법부 재심 절차를 밟아본 후 납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며 청문회에서 구체적으로 해명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부인과 두 아들 명의로 설립한 태양광 회사의 자산을 매각했고 올해 초 사업을 종료했다”고 해명했지만 정 후보자 일가는 여전히 태양광 관련 자산을 보유, 운영 중인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정 후보자의 아들 정모 씨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경기 연천군 신서면에 위치한 태양광발전소는 여전히 가동 중이다. 이 발전소 전기안전관리자 A 씨는 동아일보에 “정 씨가 운영하는 곳이 맞다”고 했다. 정 씨는 연천군 백학면에도 태양광 설비가 설치된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 정 후보자의 배우자 민혜경 씨도 6월 기준 여전히 충남 부여군, 충북 음성군, 전북 정읍시, 강원 평창군에 토지를 소유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태양광 설비도 설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민 씨는 올해 5월 충남 부여군, 충북 음성군 토지와 여기에 설치된 태양광 설비를 담보로 잡아 약 10억 원을 빌렸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연천=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태양광 법안과 관련해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진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태양광 발전 관련 또 다른 법안을 공동발의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이번에는 농지에서도 태양광 발전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관련 사업 조건에 정 후보자 측도 부합한다. 정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설명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2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정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18일 ‘농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공동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의 핵심은 농업인이나 농업법인 등이 태양광 발전 사업을 할 때, 지금처럼 농지를 잡종지로 바꾸거나 임시사용허가를 받지 않아도 자신이 보유한 농지에서 태양광 발전 사업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데 있다.현재 지목이 전(밭·田)이나 답(논·畓)으로 등록된 농지에서는 원칙적으로 태양광 발전이 불가능하다. 지목을 변경할 경우 농업 외 다른 용도로 전환돼 다시 농지로 사용할 수 없고, 임시사용허가를 받더라도 사용 기한이 8년으로 제한돼 투자 대비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계류 중인 이 법안이 통과되면, 태양광 사업 경력이 있는 정 후보자 일가가 보유한 농지에서도 태양광 발전을 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정 후보자 측은 관련 조건을 충족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 정 후보자의 부인 민혜경 씨는 농업경영체(농업인 또는 농업법인)로 등록돼 있다. 또 정 후보자 부부는 총 1570㎡(474.93평)의 농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정 후보자 본인도 전북 순창에 전(밭) 1152㎡(약 348평)를 소유하고 있다.정 후보자 일가는 2020년 전북 전주시에 ‘빛나라에너지’를 설립해 태양광 발전 사업을 한 이력도 있다. 이 회사는 민 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두 명의 이사는 정 후보자의 아들 등 가족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가족 법인’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들 일가는 기존에 보유한 농지에서도 태양광 발전 사업을 보다 쉽게 추진할 수 있게 된다.한 에너지 전문가는 “정 후보자가 발의한 개정안은 농지를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출구를 마련해준 셈”이라며 “태양광 업계 입장에서는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되는 호재가 맞다”고 설명했다.정 후보자 측은 이에 대해 “인사청문회에서 설명하겠다”고 밝혔다.앞서 정 후보자는 ‘빛나라에너지’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지난 3월 태양광 산업에 혜택을 주는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공동발의해 이해충돌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그는 “특별법안 공동발의는 입법 취지에 공감했기 때문이며, 금년 초에 사업을 종료한 A사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조승연 기자 cho@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사진)가 배우자와 자녀가 운영하는 태양광 관련 회사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해당 업계에 혜택을 줄 수 있는 법안을 올해 3월 공동발의한 사실이 확인됐다. 법조계에선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후보자 측은 “해당 회사는 올해 초 자산을 매각해 사업을 종료했고, 법안 발의는 입법 취지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2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정 후보자는 올해 3월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공동발의했다.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를 경작하면서 동시에 태양광 발전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그동안 복잡한 인허가 절차와 짧은 태양광 설비 사용 기한(최대 8년)이 사업 확산의 걸림돌로 지적돼 왔다. 정 후보자가 발의한 법안은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사용 기한을 23년까지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국가와 지자체가 태양광 관련 컨설팅 제공자를 지원하고, 교육 및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규정도 포함돼 있다. 25일 오후 3시 기준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정 후보자의 부인 민혜경 씨는 태양광 관련 업체 A사의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다. 두 아들도 이사로 재직 중이다. 이 회사는 2020년 전북 전주에 설립됐고, 민 씨는 정 후보자 지역구인 전주시 덕진구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이사진은 세 가족뿐이다. ‘가족 법인’인 셈이다. 올해 3월 27일 공개된 관보를 보면 민 씨는 강원 평창군, 전북 정읍시, 충남 부여군, 충북 음성군에 9564.6m²(약 2893평)의 토지를 소유했고, 해당 지역에 신재생태양광발전소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한 바 있다. 법안은 주민참여조합 등 공동체 기반 태양광 발전을 제도화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으나, 법 통과 시 기존 업체도 직간접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관련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발의된 법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의 지원을 위해 컨설팅 등을 하는 자에게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 ‘국가 및 지자체는 주민수용성 제고를 위해 태양에너지 발전설비 등에 대한 교육 및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민 씨의 회사는 ‘태양광 발전 및 운영 컨설팅업’, ‘태양광 발전소 컨설팅업’, ‘에너지 교육인력 양성업’을 사업목적으로 두고 있다. 이에 대해 정 후보자 측은 “A사는 후보자 부인과 두 아들 명의로 설립된 것은 맞으나, 금년 초 회사의 자산을 매각·양도하여 사업을 종료했다”며 “특별법안을 공동발의한 것은 입법 취지에 동의해서였다. 금년 초에 사업을 종료한 A사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등기부등본상 민 씨가 여전히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어 사업 종료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조승연 기자 cho@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24일부터 이틀간 국회에서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사진)자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는 가운데 김 후보자가 낸 수억 원의 추징금 출처를 놓고 공방이 예상된다. 김 후보자는 지난해 경조사와 출판기념회 등으로 인한 추가 수입이 없었지만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인한 추징금 1억1557만 원을 납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김 후보자는 “2020년도 이후 5억 원을 벌고 13억 원을 썼다”는 야당의 의혹 제기에 대해 “경조사와 출판기념회로 인한 추가 수입이 있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김 후보자는 2005년과 2010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각 2억 원, 7억2000만 원의 추징금을 내라는 확정 판결을 받았다. 첫 추징금은 2006∼2008년 완납했으며 두 번째 추징금은 지난해 완납했다. 동아일보가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김 후보자의 추징금 납부 현황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두 번째 추징금의 대부분(86.75%)인 6억2607만여 원을 제21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뒤인 2020년 5월 14일부터 2024년 2월 1일까지 납부했다. 납부액은 △2020년 1억4550만 원 △2021년 6000만 원 △2022년 1억6100만 원 △2023년 1억4400만 원 △2024년 1억1557만 원이었다. 국민의힘은 이 시기 김 후보자는 1억여 원의 국회의원 세비를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자금의 출처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경조사가 있었고, 출판기념회도 두 번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자는 2019년 12월 현 배우자와 결혼식을 올렸고 2020년 11월 장인상을 치렀으며 2022년 4월 5일과 2023년 11월 29일 두 차례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그는 경조사 등을 통해 받은 현금을 재산공개에서 신고하지 않아 법을 어겼다는 의혹에 대해선 “그해 들어온 돈을 그해 쓰면 신고를 안 하게 돼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을 두고 지난해 납부한 1억1557만 원의 추징금의 출처가 설명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후보자의 지난해 신고된 근로소득은 세비 1억1065만 원뿐이었지만 지난해 주요 지출은 추징금 1억1557만 원과 기부금 및 카드값 6531만6204원 등 1억8088만 원이었다는 것. 또 김 후보자와 배우자의 예금액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8841만여 원으로 1년 전보다 1700만 원 늘었다. 김 후보자의 전체 재산 가액도 지난해 말 기준 전년 대비 2억여 원 증가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김 후보자 측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밝히겠다”고 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2020년 정치자금 500만 원을 후원한 지인을 이듬해 자신의 4급 보좌관으로 채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후보자가 금전 관계로 얽힌 인물을 공직에 채용한 사실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인사는 “후원과 채용은 연관이 없다”고 해명했다.18일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자료 등에 따르면, 김 후보자의 지인 A 씨는 2020년 1월 22일 김 후보자에게 500만 원의 후원금을 납부했다. 김 후보자는 6일 전 21대 총선 출마 소식을 페이스북에 알리는 등 21대 총선 예비후보자 신분이었다. 공직선거 예비후보자는 합법적으로 후원금을 받을 수 있다. 이후 김 후보자는 넉 달 뒤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당선돼 3선 의원으로 국회로 복귀했다. 2021년 9월경 김 후보자는 A 씨를 자신의 의원실 보좌관으로 채용했다.서울시의원 출신인 A 씨는 후원금을 낼 당시 서울시 관련 기관의 이사장이었다. 김 후보자의 보좌관으로 임명된 뒤엔 김 후보자의 지역구를 관리하는 업무 등을 수행했다고 한다. 이후 보좌관 직을 관두고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서울시의회 의원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것으로 알려졌다.A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후원금 납부와 보좌관 채용 연관성에 대해 “연관이 있겠느냐”며 “나는 (민주당) 지역 관리를 쭉 해왔던 사람이다. 2010년도 전부터 통합민주당(민주당 전신) 사무국장도 했었다”고 반박했다. 김 후보자를 후원한 이유에 대해서는 “30년 동안 알고 지낸 사이라 어려울 때 도와준 것 뿐”이라면서 “오랜만에 정치를 재개 했는데, 후원금도 몇 푼 안 되면 창피하지 않느냐. 그런 사정을 알게 되면 한 번 도와줄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김 후보자 측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 차례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조승연 기자 cho@donga.com}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2002년 서울시장 선거 출마 당시 불법 자금 2억 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확정받은 데 대해 “정치검찰의 표적 사정”이라고 16일 말했다. 당시 김 후보자 본인이 아니라 중앙당에서 지원을 요청했고, 선거 캠프 실무자들이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는 실수를 한 것뿐인데 검찰이 김 후보자 책임으로 몰아 기소했다는 것이다. 김 후보자는 2004∼2005년 진행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도 이같이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재판부는 김 후보자가 영수증을 발급할 수 없는 불법 정치자금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억 원의 확정 판결을 내렸다.● 법원 “불법 자금 인식하고도 받아”김 후보자는 16일 오전 1시경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저도 모르게 중앙당이 요청했던 선거 지원용 기업 후원금의 영수증 미발급 책임을 후보인 저에게 물은 이례적 사건”이라고 밝혔다. 이어 “후원금 영수증 발급은 원칙적으로 후원회에서 책임지는 것이고 후보의 법적 책임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2004년 SK그룹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2억 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억 원을 선고받았다. 이어 이듬해인 2005년 대법원에서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한 유죄가 확정됐다. 당시 법원도 김 후보자가 직접 해당 기업에 정치자금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손길승 전 SK 회장이 수차례에 걸쳐 새천년민주당 측으로부터 서울시장 선거에 후보로 나가는 김 후보자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판결문에 김 후보자가 당시 해당 기업 관계자로부터 돈을 전달받으며 “영수증은 어떻게 해드리면 되겠느냐”고 물었고 기업 관계자가 “그룹에서 올해는 법정 기부한도가 다 차서 영수증 처리가 곤란하다”고 답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김 후보자가) 사건 당시 적법하게 정치자금 영수증을 교부할 수 없는 불법 정치자금을 교부받는다는 인식도 있었다”고 판단했다. 당시에도 김 후보자 측 변호인은 “회계 책임자가 아닌 후보자 본인에게는 영수증을 발급할 법적 책임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법원은 “정치자금법은 범죄 주체를 회계 책임자로 한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 후원자 강모 씨, 민주당 ‘돈봉투 의혹’ 연루 김 후보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의혹이 불거진 강모 씨는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던 것으로 파악됐다. 소나무당 송영길 대표의 1심 판결문과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2021년 송 대표의 경선 캠프에서 공동조직총괄본부장을 맡았던 강 씨가 당시 함께 선거운동 조직을 관리했던 민주당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에게 ‘부외 선거자금’ 500만 원을 전달했다고 봤다. 이 전 부총장이 이 중 350만 원을 활동비로 지역본부장 5명에게 제공했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강 씨의 자금이 실제 지역본부장에 전달됐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강 씨는 지난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의원님들의 돈봉투 사건에 대해선 전혀 모른다. 캠프 자원봉사자들에게 밥을 사준 것”이란 취지로 해명했다. 김 후보자는 2007∼2008년 강 씨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2억5000여만 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벌금 600만 원을 확정받았고, 2018년 강 씨에게 빌린 4000만 원은 최근 총리 지명 이후 갚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후보자가 2001년 설립한 비영리 사단법인 ‘아이공유프로보노코리아’의 주소가 한때 김 후보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강 씨 소유의 오피스텔과 같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 후보자는 2001년 이 법인을 설립해 2004년 2월까지 이사장을 맡았고, 2009년 7월∼2012년 8월, 2013년 7월∼2016년 7월 이사를 맡았다. 이 법인의 사무실은 김 후보자가 이사에서 물러나기 약 한 달 전인 2016년 6월 28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오피스텔로 자리를 옮겼는데, 해당 오피스텔은 강 씨 소유인 것으로 확인됐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6일 오후 서울 중구 신당동 봉제거리의 한 공장. 바삐 돌아가야 할 재봉틀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공장 관계자는 “일감이 없어 1년 중 9개월은 쉬고 있다”고 말했다. 거리엔 ‘사무실 임대’ 현수막이 곳곳에 나부꼈다. 한때 창신동과 더불어 ‘한국 봉제산업의 메카’라 불렸지만 활력을 잃은 모습이었다. 앞서 3일 벌어진 ‘신당동 봉제공장 화재 사건’의 발단이 공장 경영 어려움과 임금 체불로 나타났다. 불황을 이기지 못한 공장주가 갈등 끝에 불을 질러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봉제업계 관계자들은 2, 3년 전부터 시작된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알테쉬)의 습격과 값싼 중국산 의류의 수입 확대가 서울 봉제산업에 타격을 입혔다고 입을 모았다. 8일 패션봉제산업상생협의회에 따르면 신당동 봉제거리에는 2022년만 해도 2700여 개의 업체가 있었지만 최근까지 700곳가량이 문을 닫았다. 방화 사건이 벌어진 봉제공장에서 근무했던 나모 씨(53)는 “불황으로 올해 1월부터 일감이 줄었다”며 “(사망한) 근로자도 2주 치 일당이 밀려 있었고, 사장과 갈등이 있었다”고 말했다. 신당동에서 20년째 봉제공장을 운영 중인 이기선 씨(54)는 “지난해에는 매출이 평년 대비 50% 이상 급감했다”며 “건강보험료조차 내지 못해 통장이 압류될 위기”라고 밝혔다. 값싼 중국산 완제품들은 2023년경부터 알테쉬를 통해 국내에 물밀듯이 수입됐다. 2021년 4분기(10∼12월) 2658억 원가량이던 중국 의류 및 패션 관련 상품 해외직접구매액은 2023년 4분기 6214억 원으로 133% 증가했다. 한국에서 특정 옷 디자인이 유행하면 일주일 뒤 중국에서 비슷한 디자인의 완제품이 생산됐고 한국으로 수입됐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이 싸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 온라인 쇼핑몰 업자들도 중국 직구를 선호한다”고 했다. 업체가 어렵다 보니 임금 체불도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의류 제조업을 포함하는 제조업 분야의 임금 체불은 2022년 4554건에서 지난해 5609건으로 늘었다.전문가들은 국내 봉제산업이 가격 경쟁력과 인건비에서 중국산에 밀리는 만큼 경쟁력을 강화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K뷰티(화장품)가 한류로 국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처럼, 패션도 한류라는 후광효과를 브랜드에 반영해야 한다”며 “품질이나 디자인 역량을 브랜드와 함께 끌어올리는 한편으로 브랜드 업체와 국내 제조업과의 연계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치매 등을 앓는 고위험 운전자에 대해 가족 등 제3자가 신고하면 운전면허 수시적성검사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경찰이 검토 중이다. 경찰은 증가하는 고령자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 고위험 운전자에겐 야간 운전을 제한하는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최근 경찰청은 서울대에 ‘조건부 운전면허제도 개선을 위한 운전 능력 평가 시스템’을 용역 의뢰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치매 환자는 수시적성검사를 거쳐 운전을 하기 부적합하다고 판단되면 운전면허가 취소된다. 그런데 치매 환자는 6개월 이상 입원 치료를 받거나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경우에만 수시적성검사 대상자로 분류된다. 단기 치료만 받거나 장기요양등급을 신청하지 않으면 스스로 치매 사실을 알리지 않는 한 검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서울대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이 같은 경우 직계가족이나 경찰 등 제3자가 신고하면 치매 환자 등 고위험 운전자에 대해 수시적성검사를 시행하는 식의 법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연구팀은 고위험 운전자의 야간 주행을 제한하거나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가 설치된 차량만 운전하도록 조건부 운전면허를 내주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미 미국, 일본, 호주 등에서는 고령 운전자 사고를 막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시행 중이다. 호주는 75세 이상 운전자에게 매년 운전 주행 평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야간 운전 금지, 특정 지역 내에서만 운전 등 제한적인 조건을 둔 면허도 발급 중이다. 일본에선 75세 이상 고령자나 법 위반 경력이 있는 경우에는 운전기능검사를 받아야 한다. 2022년부터는 비상자동제동장치, 페달 조작 오류, 급발진 억제 장치 등의 기능을 갖춘 고령자 특화 차량인 ‘서포트카’ 한정 면허도 도입해 운영 중이다. 동아일보는 교통기획 ‘2000명을 살리는 로드 히어로, 교통사고 사망 주는데 고령운전 사망 3년째 증가’(4월 28일자 A1, 31면)에서 가족, 의사, 경찰 등이 운전자의 수시적성검사를 요청할 수 있는 ‘제3자 신고제’ 도입 필요성을 제시했다. 치매 등 고위험 운전자의 경우 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가족이며, 환자의 신체적 결함이나 이상 여부를 가장 잘 파악하는 사람은 의료진이기 때문이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치매 등을 앓는 고위험 운전자에 대해 가족 등 제3자가 신고하면 운전면허 수시적성검사를 받도록하는 방안을 경찰이 검토 중이다. 경찰은 증가하는 고령자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 고위험 운전자에겐 야간 운전을 제한하는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최근 경찰청은 서울대에 ‘조건부 운전면허제도 개선을 위한 운전 능력 평가 시스템’을 용역 의뢰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치매 환자는 수시 적성검사를 거쳐 운전을 하기 부적합하다고 판단되면 운전면허가 취소된다. 그런데 치매 환자는 6개월 이상 입원치료를 받거나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경우에만 수시적성검사 대상자로 분류된다. 단기 치료만 받거나 장기요양등급을 신청하지 않으면 스스로 치매 사실을 알리지 않는 한 검사 대상에서 제외된다.서울대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이 같은 경우 직계가족이나 경찰 등 제3자가 신고하면 치매 환자 등 고위험 운전자에 대해 수시 적성검사를 시행하는 식의 법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연구팀은 고위험 운전자의 야간 주행을 제한하거나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가 설치된 차량만 운전하도록 조건부 운전면허를 내주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미 미국, 일본, 호주 등에서는 고령 운전자 사고를 막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시행 중이다. 호주는 75세 이상 운전자에게 매년 운전 주행 평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야간 운전 금지, 특정 지역 내에서만 운전 등 제한적인 조건을 둔 면허도 발급 중이다. 일본에선 75세 이상 고령자나 법 위반 경력이 있는 경우에는 운전기능검사를 받아야 한다. 2022년부터는 비상자동제동장치, 페달 조작 오류, 급발진 억제 장치 등의 기능을 갖춘 고령자 특화 차량인 ‘서포트카’ 한정 면허도 도입해 운영 중이다.동아일보는 교통기획 ‘2000명을 살리는 로드 히어로, 교통사고 사망 주는데 고령운전 사망 3년째 증가’(4월 28일자 A1, 31면)에서 가족, 의사, 경찰 등이 운전자의 수시적성검사를 요청할 수 있는 ‘제3자 신고제’ 도입 필요성을 제시했다. 치매 등 고위험 운전자의 경우 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가족이며, 환자의 신체적 결함이나 이상 여부를 가장 잘 파악하는 사람은 의료진이기 때문이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5일 국회를 통과한 법안대로 3개의 특검이 출범하면 투입되는 검사만 120명에 이른다. 올 2월 기준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사(210명)의 절반을 넘는 것으로 웬만한 지방검찰청을 웃도는 규모다. 2016년 ‘국정 농단 특검’의 파견 검사는 20명, 2018년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특검의 파견 검사는 13명이었다. 법조계 관계자는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전담하는 검찰청이 신설되는 셈”이라며 “초대형 사정당국을 예고하고 있다”라고 했다.● 검경, 비상계엄 수사 중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단장 백동흠 안보수사국장)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의 지난해 12월 3일 계엄 당일 행적을 수사 중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당일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계엄 관련 쪽지나 문건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은 최근 용산 대통령실 5층 대접견실(당시 회의가 열린 장소)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했고 한 전 총리, 최 전 장관, 이 전 장관의 기존 진술과는 다른 행적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문건과 쪽지를 건네 받아 현장에서 내용을 읽거나 확인하는 모습이 CCTV 영상에 담겼을 가능성이 제기된다.윤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기소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도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대통령경호처로부터 비화폰 서버를 임의제출 받고 포렌식에 착수했다. 특수본은 서버 포렌식이 끝나면 윤 전 대통령과 국무위원, 군 지휘부 등이 비화폰으로 주고받은 통화 및 문자메시지 내역 등을 확인해 계엄 국무회의 전후 상황을 재구성한다는 방침이다.● 김 여사는 대면조사 임박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는 세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대면조사가 가장 임박한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이 수사 중인 국민의힘 공천개입 의혹 사건이다. 김 여사는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2022년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공천을 받도록 개입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올 2월부터 김 여사 측과 조사 일정을 조율하다 지난달 13일 검찰청사로 나와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지만, 김 여사는 건강이 나쁘다는 이유로 불응했다. 검찰은 조만간 김 여사 측에 출석을 재차 통보할 예정이다.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은 서울고검이 재수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은 최근 2차 주가조작 ‘주포’(주가조작을 지휘하는 사람) 김모 씨 등을 잇달아 불러 조사했고, 김 여사 계좌에서 이뤄진 이른바 ‘7초 매도’를 집중 추궁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관련자 진술도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검이 무혐의 처분했을 때와 일부 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서울남부지검은 ‘건진법사’ 전성배 씨의 청탁 의혹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서울 서초구 자택을 비롯해 김 여사의 최측근들을 잇달아 압수수색하며 수사망을 조여가고 있다. 검찰은 통일교 고위 간부였던 윤모 씨가 캄보디아 공개개발원조(ODA) 사업을 따내기 위해 김 여사에게 샤넬백 등을 선물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통일교 측이 전 씨를 통해 김 여사 수행비서 유경옥 씨에게 전달한 샤넬백의 행적도 추적 중이다. 김 여사가 연루 의혹을 받는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은 서울남부지검의 지휘 하에 금융감독원이 수사 중이다.● 채상병 사건, 공수처 대구지검 속도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채 상병 순직과 관련한 임성근 당시 해병1사단장 등 8명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수사는 대구지검이 각각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지난달 8, 9일 용산 대통령실의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 등을 압수수색해 이른바 ‘VIP 격노설’이 제기된 2023년 7월 31일 전후 대통령실 회의 자료와 출입 기록 등을 임의제출 형식으로 확보해 분석 중이다. 대구지검은 4일 임 전 사단장을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송유근 기자 big@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경찰이 4일 당선이 확정된 이재명 대통령의 경호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이재명 대통령 경호와 관련해, 대선 후보 시절 운용되던 경찰 전담 경호대가 기존의 경호 활동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통령 경호에는 대통령경호처와 경찰 전담 경호대가 함께 투입돼 경호를 수행 중이다. 통상적으로 대통령 후보 시절에는 경찰이 경호를 담당하지만, 대통령 임기가 시작되면 경호는 대통령경호처로 이관된다. 그러나 경찰이 경호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현재 경찰과 경호처는 이 대통령의 경호를 병행하고 있다.이 대통령은 당선 확정 이후에도 경찰의 전담 경호를 계속 유지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저지 과정에 경호처가 관여돼 인사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외의 사항은 경호 보안과 관련된 사안으로 확인해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경호처 관계자는 “오늘(4일) 오전에 경호 업무개시 보고를 드리고 대통령의 (경호처에 대한) 의구심이 해소된 상태”라며 “경찰과 경호처가 같이 참여해서 경호 진행중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날 이 대통령의 공식 일정에서도 경호처가 근접 경호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6·3 대선을 앞두고 대선 관련 주식 종목을 추천해 준다며 이용자를 유인한 뒤 금전을 갈취하는 ‘스미싱’(smishing·문자메시지인 SMS와 피싱의 합성어)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선 관련 가짜 설문조사를 진행하거나 정당 관련자를 사칭해 개인정보를 빼가는 수법도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주목도가 높은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사람들의 호기심과 불안을 자극하는 사이버 공격이 늘어난다며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대선 테마주’ 미끼로 투자 유도1일 정보보안업체 안랩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25일까지 ‘대선 테마주’(특정 이슈와 연관된 주식 종목)를 알려주겠다며 이용자를 유인해 금전을 요구하는 스미싱 문자 123건이 포착됐다. 이들 문자에는 “대통령 당선 후 오를 정책수혜 기대종목 확인해보세요”, “대선주 관심종목 수익 중입니다. 수익 체크해 보시고 답변 주세요”, “대선 토론 후 미친 듯이 오를 종목 공개” 등 대선 키워드를 활용한 자극적인 문구와 과장된 수익률이 담겼다. 사기 수법은 대체로 비슷했다. 수신자가 문자메시지에 포함된 텔레그램 링크 등을 클릭하면 채팅방으로 연결된다. ‘투자 전문가’를 사칭한 사람이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며 허위 수익 인증을 보여준다. 이어 전문가 컨설팅 비용, 공동 투자금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요구하고, 특정 계좌로의 입금을 유도해 금품을 갈취하는 수법이다. 안랩 관계자는 “이체되는 계좌는 범죄조직이 관리하는 대포통장이나 차명계좌일 가능성이 높다”며 “피해자는 투자라고 믿고 돈을 보내지만, 실제로 투자는 행해지지 않고 돈만 빼앗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정보를 노리는 대선 스미싱도 있었다. 국내 공기업을 사칭해 대선 설문조사 문자를 보내고, 가짜 설문조사 사이트로 유도한 뒤 경품 지급을 명목으로 이름·연락처 등을 입력하도록 해 개인정보를 빼가는 방식이다. 정당 관련한 문자를 빙자해 개인정보를 탈취하려 한 시도도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 조직본부 명의를 도용해 “△△위원회 위원으로 추천돼 임명 예정입니다. 불편하면 답변 바랍니다”는 등의 문자를 보내고, 수신자에게 전화를 유도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시당은 “개인정보 탈취를 노린 수법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사회적 이슈 악용해 진화하는 스미싱 전문가들은 과거에도 대선·정치 이슈를 악용한 스미싱이 꾸준히 있었지만, 최근 수법이 더욱 교묘해지고 정교해졌다고 지적한다. 정보기술(IT) 업계 보안 관련 한 전문가는 “문자메시지로만 끝나지 않고 텔레그램 등 폐쇄형 메신저로 유도한 뒤 전문가를 사칭해 신뢰를 쌓고 금전 입금을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과거보다 구조화되고 체계적”이라고 말했다. 대선 등 사회적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기술적 취약점이 아닌, 불안·호기심 등 사람의 심리를 파고드는 사이버 공격이 잇따랐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염흥렬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명예교수는 “사회적 이슈를 활용한 스미싱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특히 테마주 같은 키워드를 활용하면 사람들의 투자 욕구나 기대를 파고들어 심리를 공략하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며 “이런 수법은 시스템의 기술적 취약점을 찾아내는 해킹보다 훨씬 간단하고 효과적인 공격이 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랩 관계자는 “불분명한 송신자가 보낸 인터넷주소(URL) 클릭 금지, 의심스러운 전화번호 평판 확인, 국제 발신 문자 수신 차단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조직적으로 달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보수단체 ‘리박스쿨’에 대해 고발 조치를 하는 한편 경찰청을 방문해 수사 촉구에 나섰다.1일 민주당 윤건영 김성회 채현일 의원과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을 만나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윤 의원은 면담 뒤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서 수사에 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전날 민주당은 리박스쿨 대표 등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발했고, 사건은 1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2대에 배당됐다.리박스쿨 측은 “리박스쿨 등을 가짜뉴스 생산 조직인 양 묘사한 것은 심각한 명예훼손”이라면서 “댓글은 민주주의 본절이며 주권자의 참여는 범죄가 아니다”라고 반발했다.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지난달 31일 이 후보 아들 동호 씨의 온라인 불법 도박 자금 출처가 수상하다며 대검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국민의힘 ‘이재명 가족 비리 진상조사단’ 단장을 맡은 주진우 의원은 “이 후보 아들은 전 재산이 390만 원이고 고정 수입이 없는데 거액의 도박을 했다”며 이 후보와 부인 김혜경 씨, 동호 씨를 조세범처벌법, 자금세탁방지법,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했다.앞서 공개된 공소장에 따르면 동호 씨는 2019년 1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총 707회에 걸쳐 합계 2억3299만 원을 입금해 온라인 불법 도박을 했다. 동호 씨는 2020년 3월 조모상 발인 당일 오전 7시부터 약 11시간 동안, 이 후보가 20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2021년 7월에도 도박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상조사단은 “이같은 ‘마라톤 도박’ 형태의 행위는 단순 일탈이 아닌 중증 도박 중독의 전형적 양상”이라고 지적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경찰이 투자자 등에게 기업공개(IPO) 계획이 없다고 속인 뒤 실제 이를 추진하며 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하이브 대주주 방시혁 의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2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전날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에 하이브 등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등 혐의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지난달 30일에도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반려하자 재신청했다. 방 의장은 2020년 하이브 상장 전 주주들에게 IPO 계획이 없다고 하고 그들의 보유 지분을 지인이 설립한 사모펀드 등에 팔도록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방 의장은 사모펀드와 지분 매각 차익의 30%를 공유하기로 계약을 맺고 4000억 원가량을 챙기면서도 이 계약을 증권신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서울남부지검은 최근 하이브 전직 직원인 A 씨의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와 관련해 하이브 본사를 압수수색한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2021년 1월 하이브(당시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YG플러스에 투자할 것이란 정보를 미리 알고 주식을 사들여 2억4000만 원을 취득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하이브 측은 “퇴사한 한 직원의 행위에 대한 수사 당국의 자료 제공 요청에 협조한 것”이라고 밝혔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28일 법원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난입 사건 당시 법원 집기를 파손하고 법원에 침입한 조모 씨(41)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현장 기자를 폭행한 박모 씨(37)에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1월 19일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전후 흥분한 지지자들이 법원에 난입하는 등의 불법행위로 이날까지 조 씨와 박 씨를 포함한 총 8명이 1심 선고를 받았다. 8명 중 5명은 10개월∼1년 6개월의 징역형을 받았고, 3명은 2∼3년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 중 직접 법원에 침입한 이들은 4명이다. 전원 벌금형이 아닌 징역형을 받았다. 법조계에선 “일반적 사건일 경우 집행유예 선고 가능성도 있었으나 이번 사태에 대해선 재판부가 ‘법치주의 파괴’라는 중대 범죄로 판단하고 엄중히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나머지 80여 명의 피고인은 아직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의 변호인단은 “사건의 피해자인 서부지법에서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없다”며 서울중앙지법으로의 관할이전을 신청했다. 26일 공판에선 재판 절차를 정지해 달라고 요구했다가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자 법정에서 나가버렸다. 재판관을 고소하겠다고도 했다. 우리 형사법의 대원칙 중 하나가 무죄추정의 원칙이지만, 이들의 범죄는 유튜브 등으로 생중계됐다. 법치주의 최후의 보루인 법원에 강제로 침입하고, 집기를 부수고, 판사를 색출하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법정에 선 이들에게선 반성의 기색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법정에서 주장하는 것들은 대부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한 변호인은 경찰이 수사에 사용한 증거 영상이 ‘저작권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1963년 케네디 암살을 촬영한 필름을 미국 정부가 구매해 수사에 사용했다는, 이 사건과는 아무련 관련이 없는 일을 끌어다가 항변에 인용했다. 생중계된 영상이 조작됐을 가능성까지 제기한다. 사태 당시 법원 문이 열려 있었고, 법원은 공용 건물이므로 법원에 들어간 건 무죄라는 주장을 펴는 변호인도 있었다. 이들의 주장은 ‘정당한 국민저항권 행사’라는 것으로 귀결된다. 만약 이들의 행동이 ‘저항권’이라는 이유로 받아들여진다면 법원 난입 사태는 언젠간 또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피고인들이 열광하고 지지했던 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만장일치 결정으로 대통령실을 떠났다. 자신들의 행위가 민주주의와 사법시스템에 가한 위협의 크기를 피고인들은 깨달을 필요가 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12·3 불법 비상계엄을 수사 중인 경찰이 내란 혐의를 받고 있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을 추가로 불러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 영상으로 지난해 12월 3일 계엄 선포 직전 열린 대통령실 회의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재구성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28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단장 백동흠 안보수사국장)은 한 전 총리, 최 전 부총리, 이 전 장관을 재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관련 문건, 쪽지 등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사자들은 받은 적이 없거나 내용을 몰랐다는 입장이다. 앞서 26일 이뤄진 조사에서 한 전 총리는 특수단에 “CCTV와 다소 차이가 있을 순 있지만 기억의 오류 정도이고, 계엄을 논의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