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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증시의 ‘날개 없는 추락’이 계속되는 가운데 주가연계증권(ELS), 펀드 등 국내 금융투자 상품들의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아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중위험 중수익’의 대표주자로 뭉칫돈을 빨아들인 ELS는 원금 손실 공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올해 판매된 ELS의 70% 이상이 중국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 주식형펀드는 최근 3개월 수익률이 두 자릿수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쳤다. 당분간 중국 증시의 ‘널뛰기’ 장세가 진정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아 중국 관련 투자 상품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H지수 29% 폭락, ELS 손실 공포 24일 유안타증권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7월 말까지 ELS는 54조4090억 원어치가 발행돼 시중 자금을 무섭게 빨아들였다. 이 중 72.9%인 39조6622억 원 규모의 ELS가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고 있다. H지수는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우량 국유기업 30여 개로 구성된 지수다. 상하이 증시 급등과 함께 5월에 14,800 선까지 치솟았던 H지수는 폭락을 거듭하면서 이날 1년 3개월 만에 10,000 선이 붕괴됐다. 전날 기준 H지수의 최근 3개월 하락률은 29.3%로 상하이종합지수(―24.68%)보다 크다. H지수가 폭락하자 상당수의 ELS는 조기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체로 만기 3년인 ELS는 6개월마다 중간평가를 해 기초자산 가격이 최초 기준가의 90∼95% 이상이면 중도 상환되는 구조가 많다. 투자자들도 단기간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구조에 매력을 느껴 ELS를 많이 찾았다. 하지만 H지수 급락으로 조기 상환에 실패해 대규모 자금이 ELS에 묶일 가능성이 커졌다. 무엇보다 H지수가 추가로 급락할 경우 원금손실(녹인·Knock-In) 구간에 진입하는 ELS가 속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ELS의 대부분은 만기 때까지 기초자산 중 하나라도 녹인 구간인 최초 기준가의 40∼60% 아래로 내려간 적이 있으며, 동시에 만기 때 기초자산 가격이 기준가의 일정 수준 이하이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H지수가 14,000 선을 웃돌던 4∼6월에 발행된 ELS 15조8949억 원어치 가운데 상당수는 지수가 추가로 10% 이상 급락하면 녹인 구간에 진입한다.○ 中주식형펀드 수익률 최하위권 중국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더 크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20일 현재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중국 주식형펀드의 순자산은 6조6739억 원에 이른다. 전체 해외 주식형펀드(16조9620억 원)의 39% 이상을 차지하는 규모다. 한때 50%에 육박한 중국 주식형펀드 비중은 최근 중국 펀드 환매가 늘면서 낮아졌지만 여전히 다른 해외 펀드보다 큰 편이다. 이처럼 ELS, 펀드 등 국내 투자상품의 중국 증시 쏠림이 심한 상황에서 중국 증시 급락이 지속되면 국내 투자자들의 대규모 원금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크다. 최근 상하이 증시가 고꾸라지면서 중국 주식형펀드의 수익률은 최하위권으로 밀려났다. 중국 본토 주식형펀드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15.70%로 손실 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H주 펀드의 3개월 수익률은 ―19.09%로 더 나쁘다. 21, 22일의 중국 증시 하락률을 반영하면 중국 펀드의 수익률이 더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국 증시가 많이 빠진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분할 매수의 기회로 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에 대해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며 “앞으로 중국 경제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으며 예상치 못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ELS의 경우 녹인 구간에 진입하더라도 만기 때 주가 수준을 회복하면 손실을 피할 수 있다”며 “지금 겁먹고 섣불리 ELS를 환매하면 오히려 손실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반등을 기다리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중국 증시의 ‘날개 없는 추락’이 계속되는 가운데 주가연계증권(ELS), 펀드 등 국내 금융투자 상품들의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아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중위험·중수익’의 대표주자로 뭉칫돈을 빨아들인 ELS의 원금 손실 공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 상품의 70% 이상이 중국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 주식형펀드는 최근 3개월 수익률이 두 자릿수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쳤다. 당분간 중국 증시의 ‘널뛰기’ 장세가 진정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아 중국 관련 투자 상품에 대한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H지수 29% 폭락, ELS 손실공포 24일 유안타증권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7월 말까지 ELS는 54조4090억 원어치가 발행돼 시중자금을 무섭게 빨아들였다. 이중 72.9%인 39조6622억 원 규모의 ELS가 중국홍콩항셍기업지수(HSCEI·이하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고 있다. H지수는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우량 국유기업 30여 개로 구성된 지수다. 상하이 증시 급등과 함께 5월에 14,800선까지 치솟았던 H지수는 폭락을 거듭하면서 이날 1년 3개월 만에 10,000선이 붕괴됐다. 전날 기준 H지수의 최근 3개월 하락률은 29.3%로 상하이종합지수(―24.68%)보다 크다. H지수가 폭락하자 상당수의 ELS는 조기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체로 만기 3년인 ELS는 6개월마다 중간평가를 해 기초자산 가격이 최초 기준가의 90~95% 이상이면 중도 상환되는 구조가 많다. 투자자들도 단기간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이런 구조에 매력을 느껴 ELS를 많이 찾았다. 하지만 H지수 급락으로 조기상환에 실패해 대규모 자금이 ELS에 묶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무엇보다 H지수가 추가로 급락할 경우 원금손실(녹인·Knock-In) 구간에 진입하는 ELS가 속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ELS의 대부분은 만기 때까지 기초자산 중 하나라도 녹인 구간인 최초 기준가의 40~60% 아래로 내려간 적이 있으며, 동시에 만기 때 기초자산 가격이 기준가의 일정 수준 이하이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H지수가 14,000선을 웃돌던 4~6월에 발행된 ELS 15조8949억 원어치 가운데 상당수는 지수가 추가로 10% 이상 급락하면 녹인 구간에 진입한다.●중국 펀드 수익률, 두자릿수 마이너스 중국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더 크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20일 현재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중국 주식형펀드의 순자산은 6조6739억 원에 이른다. 전체 해외 주식형펀드(16조9620억 원)의 39% 이상을 차지하는 규모다. 한때 50%에 육박했던 중국 주식형펀드 비중은 최근 중국 펀드 환매가 늘면서 낮아졌지만 여전히 다른 해외 펀드보다 큰 편이다. 이처럼 ELS, 펀드 등 국내 투자상품의 중국 증시 쏠림이 심한 상황에서 중국 증시 급락이 지속되면 국내 투자자들의 대규모 원금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크다. 최근 상하이 증시가 고꾸라지면서 중국 주식형펀드의 수익률은 최하위권으로 밀려났다. 중국 본토 주식형펀드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15.70%로 손실 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H주 펀드의 3개월 수익률은 ―19.09%로 더 나쁘다. 21, 22일의 중국 증시 하락률을 반영하면 중국 펀드의 수익률이 더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국 증시가 많이 빠진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분할 매수의 기회로 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에 대해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며 “앞으로 중국 경제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으며 예상치 못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ELS의 경우 녹인 구간에 진입하더라도 만기 때 주가 수준을 회복하면 손실을 피할 수 있다”며 “지금 겁먹고 섣불리 ELS를 환매하면 오히려 손실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반등을 기다리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중국 경제의 불안에 대한 공포가 신흥국에 이어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금융시장으로 옮아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선진국의 금융 불안이 신흥국으로 확산됐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로 촉발된 신흥국의 급격한 통화 약세와 경제위기가 선진국 시장을 흔들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발 ‘D(디플레이션)의 공포’로 세계 경제가 다시 동반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 美 금융시장 공포감 2011년 이후 최고 21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3.12% 급락한 16,459.75에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이틀간 888.98포인트나 떨어져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1월 19, 20일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나타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3.52% 급락한 4,706.04에 마감했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지난달 20일보다 10% 가까이 주저앉은 것이다. 특히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클수록 금융시장 공포심리가 크다는 뜻)는 이날 하루에만 46% 급등해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졌던 2011년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날 유럽에서도 영국(―2.83%), 독일(―2.95%), 프랑스(―3.19%) 등 주요 증시가 일제히 큰 폭으로 떨어졌다. 3개국 증시 모두 연중 최고점에 비해 10% 넘게 곤두박질쳤다. 최근 중국 경제가 감속(減速)을 시작했다는 지표가 잇달아 나온 데다 상하이증시가 급락세를 거듭하면서 선진국 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18일 상하이종합지수가 6% 이상 폭락한 뒤 미국 유럽 증시는 나흘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21일 발표된 중국의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2009년 3월 이후 6년 5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자 세계 경제의 불안감이 확산됐다. 허진욱 삼성증권 거시경제팀장은 “중국 경기의 하방 위험이 상당히 높아졌다”며 “지급준비율 인하 같은 추가 정책 없이는 경제성장률 목표인 7%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흥국 위기, 선진국으로 전염” 무엇보다 달러화 강세 기조에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가 겹치면서 신흥국들이 통화가치가 급락하며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일부 신흥국은 국가 부도 위기가 거론되는 상황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신흥국의 경기 둔화는 미국 유럽 등 경기 회복 속도가 느린 선진국에 파급 효과를 줄 것”이라며 “세계 경제에 새로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하락) 공포가 일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로 원자재 시장이 요동치면서 러시아 브라질 등 자원 수출국들이 비틀대고 있다. 러시아 루블화는 올 들어 달러화 대비 17% 가까이 하락했고 브라질 헤알화는 23% 폭락했다. 중앙아시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카자흐스탄은 20일(현지 시간) 통화가치 하락 압박에 변동환율제를 전격 도입했다. 이날 하루에만 텡게화가 25% 넘게 추락하며 카자흐스탄 경제는 혼란에 빠졌다. 내리먼 브라베시 IHS글로벌인사이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신흥국은 19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가장 힘든 환경에 놓였다”며 “내년까지 글로벌 성장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신흥국 금융시장 흐름은 2013년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때보다 위험해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경기 둔화 여파로 9월로 기정사실화됐던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12월로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연기될 경우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금융시장의 혼란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중국 경제의 불안에 대한 공포가 신흥국에 이어 미국·유럽 등 선진국 금융시장으로 옮아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선진국의 금융 불안이 신흥국으로 확산됐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로 촉발된 신흥국의 급격한 통화 약세와 경제위기가 선진국 시장을 흔들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발 ‘D(디플레이션)의 공포’로 세계 경제가 다시 동반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美 금융시장 공포감 2011년 이후 최고 21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3.12% 급락한 16,459.75에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이틀간 888.98포인트나 떨어져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1월 19~20일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나타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3.52% 급락한 4,706.04에 마감했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지난달 20일보다 10% 가까이 주저앉은 것이다. 특히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클수록 금융시장 공포심리가 크다는 뜻)는 이날 하루에만 46% 급등해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졌던 2011년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날 유럽에서도 영국(-2.83%), 독일(-2.95%), 프랑스(-3.19%) 등 주요 증시가 일제히 큰 폭으로 떨어졌다. 3개국 증시 모두 연중 최고점에 비해 10% 넘게 곤두박질쳤다. 최근 중국 경제가 감속(減速)을 시작했다는 지표가 잇달아 나온 데다 상하이증시가 급락세를 거듭하면서 선진국 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18일 상하이종합지수가 6% 이상 폭락한 뒤 미국, 유럽 증시는 나흘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21일 발표된 중국의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2009년 3월 이후 6년 5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자 세계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됐다. 허진욱 삼성증권 거시경제팀장은 “중국경기의 하방 위험이 상당히 높아졌다”며 “지급준비율 인하 같은 추가 정책 없이는 경제성장률 목표인 7%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신흥국 위기, 선진국으로 전염” 무엇보다 달러화 강세 기조에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가 겹치면서 신흥국들이 통화가치가 급락하며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일부 신흥국은 국가부도 위기가 거론되는 상황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신흥국의 경기 둔화는 미국·유럽 등 경기회복 속도가 느린 선진국에 파급 효과를 줄 것”이라며 “세계 경제에 새로운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의 공포가 일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 경기둔화 우려로 원자재 시장이 요동치면서 러시아, 브라질 등 자원 수출국들이 비틀대고 있다. 러시아 루블화는 올 들어 달러화 대비 17% 가까이 하락했고 브라질 헤알화는 23% 폭락했다. 중앙아시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카자흐스탄은 20일(현지시간) 통화가치 하락 압박에 변동환율제를 전격 도입했다. 이날 하루에만 텡게화가 25% 넘게 추락하며 카자흐스탄 경제는 혼란에 빠졌다. 내리먼 브라베시 IHS글로벌인사이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신흥국은 19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가장 힘든 환경에 놓였다”며 “내년까지 글로벌 성장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신흥국 금융시장 흐름은 2013년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때보다 위험해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경기둔화 여파로 9월로 기정사실화됐던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12월로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연기되더라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금융시장의 혼란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정임수기자 imsoo@donga.com}

코스닥지수가 19일 4% 넘게 급락하는 등 국내 증시가 ‘패닉’에 빠졌다.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에 중국발 악재가 겹치면서 국내 증시가 당분간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29.25포인트(4.18%) 급락한 670.55로 마감했다. 2013년 6월 25일(―5.44%) 이후 2년 2개월 만에 최대 하락폭을 보인 것. 전날에도 3% 이상 하락한 코스닥지수는 이날 장중 한때 6% 넘게 폭락하며 650선을 위협받기도 했다. 지수가 사흘 연속 급락하면서 코스닥 시가총액은 이 기간에 15조7000억 원가량 증발했다. 코스피도 이날 장중에 1,910선까지 밀렸다가 0.86% 하락한 1,939.38로 마쳤다. 2월 10일(1,935.86) 이후 약 6개월 만에 1,930대로 주저앉은 것이다. 위안화 평가절하의 효과가 채 1주일을 가지 못하고 상하이 증시가 급락하면서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국내외 증시를 짓누르는 모습이다. 전날 6% 넘게 폭락한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날도 장중에 5% 이상 급락하다가 장 막판에 반등해 1.23% 상승 마감했다. 중국 정부의 위안화 평가절하가 경기부양 효과보다는 시장의 불신을 키우고 신흥국 통화 약세와 외국인 자금 이탈을 부추겨 한국 등의 주변국에 피해를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코스닥지수가 4% 넘게 급락하는 등 국내 증시가 ‘패닉’에 빠졌다.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에 중국발 악재가 겹치면서 국내 증시가 당분간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19일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29.25포인트(4.18%) 급락한 670.55로 마감했다. 2013년 6월 25일(―5.44%) 이후 2년 2개월 만에 최대 하락폭을 보인 것. 전날에도 3% 이상 하락한 코스닥지수는 이날 장중 한때 6% 넘게 폭락하며 650선을 위협받기도 했다. 지수가 사흘 연속 급락하면서 코스닥 시가총액은 이 기간에 15조7000억 원가량 증발했다. 코스피도 이날 장중에 1,910선까지 밀렸다가 0.86% 하락한 1,939.38로 마쳤다. 2월 10일(1,935.86) 이후 약 6개월 만에 1,930대로 주저앉은 것이다. 위안화 평가절하의 효과가 채 1주일을 가지 못하고 상하이 증시가 급락하면서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국내외 증시를 짓누르는 모습이다. 전날 6% 넘게 폭락한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날도 장중에 5% 이상 급락하다가 장 막판에 반등해 1.23% 상승 마감했다. 증시에서는 중국 정부의 위안화 평가절하가 경기부양 효과보다는 시장의 불신을 키우고 신흥국 통화 약세와 외국인 자금 이탈을 부추겨 한국 등의 주변국에 피해를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정임수기자 imsoo@donga.com}
올해 상반기(1∼6월) 국내 상장기업들의 영업이익은 늘었지만 매출과 순이익은 1년 전보다 뒷걸음질 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유가 하락 등에 힘입어 영업이익은 늘었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와 내수침체 여파로 매출 증가로 이어지지 못하는 ‘불황형 흑자’라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연결 재무제표를 제출한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가운데 금융회사 등을 제외한 506개사를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 매출액은 823조453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감소했다. 지난해 코스피 상장기업 매출이 5년 만에 뒷걸음질친 데 이어 올해도 내수와 수출 부진으로 매출 감소세가 계속되는 양상이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52조3703억 원으로 1년 전보다 7.3% 늘었지만, 순이익은 37조9130억 원으로 같은 기간 1.4% 감소했다. 상장기업 전체 매출액의 11.7%를 차지하는 ‘대장주’ 삼성전자 실적을 제외하면 상반기 상장기업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1년 전보다 각각 19.2%, 11.8% 증가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전략팀장은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한 데다 기업들이 임금 인상 억제 등의 비용 절감에 나서면서 이익이 늘었다”며 “매출은 감소하는데 허리띠 졸라매기로 이익은 늘어난 반쪽짜리 실적”이라고 평가했다. 개별·별도 재무제표를 제출한 12월 결산법인 628개사를 분석한 결과 해운·항공사들이 속해 있는 운수창고업(―1683억 원)과 건설업(―533억 원)이 상반기에 적자로 돌아섰다. 건설업은 주택 경기가 살아나고 있지만 유가 하락, 해외건설 저가 수주 등의 여파가 계속된 탓이다. 엔화 약세로 수출 부진에 시달리는 자동차 회사와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를 낸 조선 회사가 포진된 운수장비업도 순이익이 작년보다 67.65% 감소했다. 반면 유가 하락으로 실적이 크게 개선된 한국전력이 포함된 전기가스업은 순이익이 전년보다 1912.67% 증가했다. 이 밖에 금융업의 순이익이 작년보다 42.2% 증가했고 이 가운데 증권업은 480.4% 증가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올해 상반기(1~6월) 국내 상장기업들의 영업이익은 늘었지만 매출과 순이익은 1년 전보다 뒷걸음질 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유가 하락과 비용절감 덕에 영업이익은 늘었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와 내수침체 여파로 매출 증가로 이어지지 못하는 ‘불황형 흑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18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연결 재무제표를 제출한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가운데 금융회사 등을 제외한 506개사를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 매출액은 823조453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감소했다. 지난해 코스피 상장기업 매출이 5년 만에 뒷걸음질친 데 이어 올해도 내수와 수출 부진으로 매출 감소세가 계속되는 양상이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52조3703억 원으로 1년 전보다 7.3% 늘었지만, 순이익은 37조9130억 원으로 같은 기간 1.4% 감소했다. 상장기업 전체 매출액의 11.7%를 차지하는 ‘대장주’ 삼성전자 실적을 제외하면 상반기 상장기업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1년 전보다 각각 19.2%, 11.8% 증가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전략팀장은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한 데다 기업들이 임금인상 억제 등의 비용절감에 나서면서 이익이 늘었다”며 “매출은 감소하는데 허리띠 졸라매기로 이익은 늘어난 반쪽자리 실적”이라고 평가했다. 개별·별도 재무제표를 제출한 12월 결산법인 628개사를 분석한 결과 해운·항공사들이 속해 있는 운수창고업(-1683억 원)과 건설업(-533억 원)이 상반기에 적자로 돌아섰다. 건설업은 주택경기가 살아나고 있지만 유가 하락, 해외건설 저가 수주 등의 여파가 계속된 탓이다. 엔화 약세로 수출 부진에 시달리는 자동차회사와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를 낸 조선회사가 포진된 운수장비업도 순이익이 작년보다 67.65% 감소했다. 반면 유가 하락으로 실적이 크게 개선된 한국전력이 포함된 전기가스업은 순이익이 전년보다 1912.67% 증가했다. 이 밖에 금융업의 순이익이 작년보다 42.2% 증가했고 이 가운데 증권업은 480.4% 증가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중국 펀드 투자자들은 그동안 다른 해외 펀드와 달리 환율변동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중국이 위안화 움직임을 일정한 범위로 제한하는 관리변동환율제를 운용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중국이 “시장의 실질환율을 반영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지난주 사흘 연속 대대적인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하는 환율제도 개혁에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 증시 폭락으로 노심초사하던 중국 펀드 투자자들은 이제 환차손까지 걱정하는 처지에 놓였다. 특히 국내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노리고 투자한 위안화 표시 채권형펀드가 위안화 평가절하의 직격탄을 맞았다. ○ 중국 펀드 수익률 1주일 새 ―4%로 추락 17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13일 기준으로 설정액 10억 원 이상인 위안화 표시 채권형펀드 10개의 수익률은 최근 1주일 새 일제히 ―4∼―1%대로 주저앉았다. 이 중 절반은 최근 3개월 수익률마저 ―3∼―1%대로 추락했다. 11일부터 사흘간 위안화 가치가 4.66% 급락하자 위안화로 발행된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들의 수익률이 곤두박질친 것이다. 위안화 표시 채권형펀드는 중국 주식형펀드보다 변동성이 낮고 연 3∼5%의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올 들어 꾸준히 투자자가 몰렸다. 하지만 급격한 환율 변동으로 연간 수익률을 한번에 까먹는 상황이 됐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일부 채권형펀드는 1년짜리 채권 표시금리로는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의 손실에 접근했다”고 말했다. 중국 주식형펀드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설정액 10억 원 이상인 중국 본토 주식형펀드 64개 가운데 40%인 26개가 최근 1주일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상하이종합지수는 5% 이상 올라 위안화 약세에 따른 환차손이 펀드 수익률에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위안화 약세에 고스란히 노출 국내에 설정된 중국 펀드들은 대부분 ‘원화→ 달러화→ 위안화’의 투자 구조로 돼있다. 하지만 위안화 변동에 따른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환헤지 수단을 갖추지 못해 위안화 평가절하의 충격을 받고 있다. 제로인에 따르면 위안화 표시 채권형펀드 15개 중 5개가, 중국 본토 주식형펀드 74개 중 27개가 환헤지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환헤지를 하는 펀드도 원-달러에 대해서만 헤지를 할 뿐 달러-위안화에 대해서는 헤지를 하지 않고 있다. 강세를 보이는 달러는 헤지를 하고 오히려 약세인 위안화는 헤지를 하지 않아 환헤지형 펀드의 피해가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미래에셋 차이나본토’ 주식형펀드의 1주일 수익률은 환헤지를 안 하는 UH형이 0.77%인 반면 환헤지를 하는 H형은 ―0.65%였다. 채권형펀드인 ‘AB위안화플러스’도 환헤지형의 손실(―4.75%)이 환헤지를 안 하는 유형(―3.38%)보다 컸다. 당분간 중국 펀드의 수익률 회복이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이 14일 나흘 만에 위안화 가치를 절상해 환율개혁이 일차적으로 마무리됐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여전히 추가 절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이 환율에 손을 댈 만큼 경제상황이 심각하는 해석도 나와 증시 상승 기대감도 낮다. 하지만 위안화 약세가 장기적으로 중국 기업의 수출 증가와 경기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오온수 현대증권 투자컨설팅센터 팀장은 “위안화 절하로 단기 손실이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위안화 환율이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며 “펀드 가입자들도 당장 환매하기보다 긴 안목으로 기다려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자산가 A 씨는 지난주 약 5억 원을 투자했던 국내 주식형펀드와 주식을 처분한 뒤 채권혼합형펀드에 3억 원, 단기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에 2억 원을 나눠 넣었다. 미국 금리 인상이 임박한 상황에서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로 국내외 증시가 요동치자 당분간 안정적으로 돈을 굴리면서 투자 기회를 엿보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외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불안감이 커진 투자자들이 빠른 속도로 안전자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채권, 금, 달러를 비롯해 단기 투자처인 머니마켓펀드(MMF)로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3일 기준으로 최근 한 달 동안 국내 채권혼합형펀드는 1조1684억 원을 빨아들였다. 같은 기간 국내 시가총액 상위주를 편입하는 일반주식형 펀드로 유입된 자금(4226억 원)의 약 3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중국발 금융시장 불안으로 코스피 2,000 선이 무너지자 안정적인 투자 성향을 가진 투자자들은 주식형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 주식형상품에서 돈을 빼내 채권혼합형펀드로 갈아타고 있다.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던 해외지수형 ELS의 경우 중국발 불안이 커지자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를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임태호 IBK기업은행 WM사업부 과장은 “중국 증시 하락으로 해외지수형 ELS의 조기상환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투자자들이 ELS를 위험자산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국제 금값이 크게 떨어진 데다 안전자산 선호가 겹치면서 금을 찾는 투자자도 급증했다. 시중은행과 귀금속 대리점 등에 금을 공급하는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골드바는 전달보다 30.4% 늘어난 604kg어치가 팔렸다. 올해 월간 판매량으로 가장 많다. 실버바도 지난달 1100kg이 판매돼 2013년 6월(1150kg) 이후 최대 판매량을 보였다. 주식형펀드보다 수익률은 낮지만 안정적 수익률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에 대한 관심도 다시 커지고 있다. 조인호 삼성증권 SNI강남파이낸스센터 부장은 “연 5∼7%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헤지펀드에 대한 가입 문의가 최근 늘었다”며 “증시 출렁임에 지친 고객들이 안정성 때문에 헤지펀드를 찾는다”고 전했다. 초저금리에 증시 불안까지 겹치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은 단기상품인 MMF로 몰리고 있다. 이달 초 MMF 설정액은 약 6년 3개월 만에 120조 원을 넘어섰다. 13일 기준으로 최근 한 달간 MMF로 4조23억 원이 유입됐다. 아예 현금을 보유하려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조 부장은 “최근 보수적 자산가 가운데 현금이나 현금성 예금 보유 비중을 10%에서 30%로 늘린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당분간 안전자산을 찾는 투자자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 등으로 달러 강세-신흥국 통화 약세가 가속화되면서 외국인투자가들도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증시에서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 신황용 KDB대우증권 압구정지점 프라이빗뱅커(PB)는 “연초에는 주가가 떨어지면 곧 반등한다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호재는 없고 악재만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미국 금리인상이 가시화하고 증시 불확실성이 걷히면 안전자산을 찾았던 자금이 증시로 되돌아올 것으로 전망된다. 조 부장은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중단되고 외국인이 매수세로 돌아서면 국내 투자자들도 주식형상품에 관심을 둘 것”이라고 내다봤다.이건혁 gun@donga.com·정임수 기자}
삼성전자가 하반기(7∼12월)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노트5’ 등을 공개했지만 증시의 반응은 싸늘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3% 급락해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1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3.16% 하락한 110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0월 28일(109만1000원)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가격이다. 위안화 환율 변동성과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에 대한 우려로 외국인이 8거래일 연속 ‘셀 코리아’에 나서 코스피가 1,960 선으로 주저앉은 가운데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삼성전자는 1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삼성 갤럭시 언팩’ 행사를 열고 신제품을 선보였지만 하반기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 등이 나와 주가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중국 펀드 투자자들은 그 동안 다른 해외 펀드와 달리 환율변동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중국이 위안화 환율 변동을 일정한 범위로 제한하는 관리변동환율제를 운용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중국이 “시장의 실질환율을 반영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지난주 사흘 연속 대대적인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하는 환율제도 개혁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 증시 폭락으로 노심초사하던 중국 펀드 투자자들은 이제 환차손까지 걱정하는 처지에 놓였다. 특히 국내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노리고 투자한 위안화 표시 채권형펀드가 위안화 평가절하의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펀드 수익률 1주일 새 ―4%로 추락 17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13일 기준으로 설정액 10억 원 이상인 위안화 표시 채권형펀드 10개의 수익률은 최근 1주일 새 일제히 ―4~―1%대로 주저앉았다. 이중 절반은 최근 3개월 수익률마저 ―3~―1%대로 추락했다. 11일부터 사흘간 위안화 가치가 4.66% 급락하자 위안화로 발행된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들의 수익률이 곤두박질친 것이다. 위안화 표시 채권형펀드는 중국 주식형펀드보다 변동성이 낮고 연 3~5%의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올 들어 꾸준히 투자자가 몰렸다. 하지만 급격한 환율 변동으로 연간 수익률을 한번에 까먹는 상황이 됐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일부 채권형펀드는 1년짜리 채권 표시금리로는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의 손실에 접근했다”고 말했다. 중국 주식형펀드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설정액 10억 원 이상인 중국 본토 주식형펀드 64개 가운데 40%인 26개가 최근 1주일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상하이종합지수는 5% 이상 올라 위안화 약세에 따른 환차손이 펀드 수익률에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위안화 약세에 고스란히 노출 국내에 설정된 중국 펀드들은 대부분 ‘원화→ 달러화→ 위안화’의 투자 구조로 돼있다. 하지만 위안화 변동에 따른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환헤지 수단을 갖추지 못해 위안화 평가절하의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제로인에 따르면 위안화 표시 채권형펀드 15개 중 5개가, 중국 본토 주식형펀드 74개 중 27개가 환헤지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환헤지를 하는 펀드도 원-달러에 대해서만 헤지를 했을 뿐 달러-위안화에 대해서는 헤지하지 않아 위안화의 변동성에 취약하다. 강세를 보이는 달러 변동성에 대해서는 헤지를 하고 오히려 약세인 위안화에 대해서는 헤지를 하지 않아 환헤지형 펀드의 피해가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미래에셋 차이나본토’ 주식형펀드의 1주일 수익률은 환헤지를 안하는 UH형이 0.77%인 반면 환헤지를 하는 H형은 ―0.65%였다. 채권형펀드인 ‘AB위안화플러스’도 환헤지형의 손실(-4.75%)이 환헤지를 안하는 유형(-3.38%)보다 컸다. 당분간 중국 펀드의 수익률 회복이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이 14일 나흘 만에 위안화 가치를 절상해 환율개혁이 일차적으로 마무리됐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여전히 추가 절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이 환율에 손을 댈 만큼 경제상황이 심각하는 해석도 나와 증시 상승 기대감도 낮다. 하지만 위안화 약세가 장기적으로 중국 기업의 수출 증가와 경기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오온수 현대증권 투자컨설팅센터 팀장은 “위안화 절하로 단기 손실이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위안화 환율이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며 “펀드가입자들도 당장 환매하기보다 긴 안목으로 기다려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정임수기자 imsoo@donga.com}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유력 후보로 꼽혔던 미래에셋증권이 사업 진출을 포기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인터넷전문은행 공동 설립을 위해 논의를 진행 중이던 국내외 금융회사와 정보통신기술(ICT) 업체 등에 사업 진출 포기를 결정했다고 통보했다. 미래에셋은 6월 22일 증권사 최초로 보도자료를 통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준비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운영에 들어간다고 밝힌 바 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약 두 달에 걸쳐 사업성을 검토했는데 인터넷전문은행의 수익성이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결론 내렸다”며 “사업을 다각화하기보다는 금융투자업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인터넷전문은행 1호 타이틀을 따내기 위한 경쟁은 인터파크, SK텔레콤, KT 등 ICT 업체가 주도하는 3파전으로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요즘 이영신 씨(65·부산 동래구)는 서울에 사는 초등학생 손녀와 스마트폰으로 영상통화하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는 게 제일 큰 즐거움이다. 최근엔 스마트폰으로 계좌이체하는 법도 배워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 이 씨는 “40년 전만 해도 집에 놓인 ‘백색전화’를 명품가구처럼 귀하게 여겼는데 이젠 남녀노소 누구나 휴대전화를 갖고 있다”며 “특히 젊은이들이 스마트폰 쓰는 걸 보면 그야말로 상전벽해”라고 말했다. 국내에 이동전화가 첫선을 보인 건 31년 전. 1984년 3월 한국이동통신이 차량에 장착하는 ‘카폰’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한국의 모바일 시대가 열렸다. 당시 카폰 가입비와 단말기 가격이 자동차 1대 가격(약 400만 원)과 맞먹어 첫해 가입자는 2658명에 그쳤다. 첫 휴대전화 서비스는 서울 올림픽을 앞둔 1988년 7월 시작됐다. 음성통화만 가능한 1세대(1G) 아날로그 방식의 미국 모토로라폰은 크고 무거워 ‘벽돌 폰’으로 불렸다. 국내 이동통신의 출발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보다 15년 뒤처졌지만 눈부신 고속성장을 이어갔다. 1996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방식의 2세대(2G) 이동통신(CDMA) 서비스를 상용화하고 1997년 개인휴대통신(PCS)이 도입되면서 이동전화는 빠르게 대중화됐다. 1996년 318만 명이던 이동전화 가입자는 1999년 2344만 명으로 3년 만에 7배로 급증해 유선전화 가입자를 넘어섰다. 2003년엔 무선 데이터 통신이 가능한 3세대 이동통신(WCDMA), 2011년에는 4세대(4G) 이동통신(LTE)을 각각 세계 최초로 상용화해 지구촌에서 가장 빠른 통신환경을 마련했다. 2009년 애플 ‘아이폰’의 등장으로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이동전화는 ‘손안의 컴퓨터’로 진화해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6월 말 현재 이동전화 가입자는 5786만 명으로 한국 인구(5145만 명)보다도 많다. 이동통신으로 대표되는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8.5%를 차지했다. 한 세대 만에 정보통신 강국으로 성장한 한국은 이제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고 사물인터넷(IoT) 등의 미래산업을 주도하기 위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서울에 사는 초등학생 손녀와 스마트폰으로 영상통화하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이 요즘 이영신 씨(65·부산 동래구) 일상의 제일 큰 즐거움이다. 최근엔 손녀가 기프티콘(모바일 선물쿠폰)으로 아이스커피 교환권을 보내줘 지인들에게 자랑하기도 했다. 올 초부터는 스마트폰으로 계좌이체하는 법도 배워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 이 씨는 “40년 전만해도 집에 놓인 ‘백색전화’를 명품가구처럼 귀하게 여겼는데 이젠 어린애도, 여든 넘은 노인도 휴대전화를 갖고 있다”며 “젊은이들이 스마트폰 쓰는 걸 보면 그야말로 상전벽해”라고 말했다. 국내에 이동전화가 첫선을 보인 건 31년 전. 1984년 3월 한국이동통신이 차량에 장착하는 ‘카폰’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한국의 모바일 시대가 열렸다. 당시 카폰 가입비와 단말기 가격이 자동차 1대 가격(약 400만 원)과 맞먹어 첫해 가입자는 2658명에 그쳤다. 서울올림픽을 앞둔 1988년 7월 음성통화만 가능한 1세대(1G) 아날로그 방식으로 첫 휴대전화 서비스가 시작됐다. 단말기가 크고 무거워 ‘벽돌 폰’이란 별명을 얻었고 신호가 잡히지 않는 곳도 많았지만 이 휴대전화를 든 사람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국내 이동통신 산업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15년 늦게 시작됐지만 눈부신 고속성장을 거듭했다. 1996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방식의 2세대(2G) 이동통신(CDMA)을 상용화하고 1997년 개인휴대통신(PCS)이 도입되면서 이동전화는 빠르게 대중화됐다. 1996년 318만 명이던 이동전화 가입자는 1999년 2344만 명으로 3년 만에 7배로 급증해 유전전화 가입자를 넘어섰다. 2003년엔 무선 데이터 통신이 가능한 3세대(3G) 이동통신(WCDMA), 2011년에는 4세대(4G) 이동통신인 롱텀에볼루션(LTE)을 각각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면서 지구촌에서 가장 빠른 통신환경을 마련했다. 2009년 애플 ‘아이폰3G’의 등장으로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이동전화는 ‘손안의 컴퓨터’로 진화해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6월 말 현재 이동전화 가입자는 5786만 명으로 한국 인구(5145만 명)보다도 많다. LTE망으로 연결된 스마트폰으로 인터넷검색은 물론이고 회사업무, 취미생활, 쇼핑, 금융거래 등이 가능해지면서 ‘모바일 라이프’는 한국인의 일상이 됐고 국내 산업판도도 바꿨다. 이동통신으로 대표되는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8.5%, 국내수출의 27%를 차지했다. 한 세대 만에 세계적 정보통신 강국으로 성장한 한국은 이제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고 사물인터넷(IoT) 등의 미래산업을 주도하기 위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정임수기자 imsoo@donga.com}
중국이 이틀 연속 대대적인 위안화 평가 절하에 나서면서 국내외 금융시장이 일대 혼란에 빠졌다.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은 12일 오전 달러당 위안화 기준 환율을 전날보다 1.62% 올린(위안화 가치 하락) 6.3306위안으로 고시했다. 중국은 전날인 11일에도 기준 환율을 1.86% 올렸다. 중국 정부가 전날 종가를 반영해 이틀 연속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를 절하하면서 중국이 2005년 관리변동환율제도 도입 이후 10년 만에 환율제도를 바꾼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의 연이은 위안화 평가 절하에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의 통화가치와 주가는 동반 추락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1.7원 급등(원화 가치는 하락)한 1190.8원으로 마감해 2011년 10월 6일(1191.3원) 이후 3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그 충격으로 코스피는 장중 한때 1,950 선이 무너졌다가 전날보다 11.18포인트(0.56%) 하락한 1,975.47에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장중 700 선까지 밀렸다가 2.06% 내린 717.20에 마쳤다. 일본 증시도 1.58% 떨어졌고 전날 미국, 유럽 증시도 일제히 내렸다. 이날 한국 금융시장이 유독 불안한 모습을 보인 것은 위안화 가치 하락이 한국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와 중국이 환율에 손댈 만큼 경제 상황이 나쁜 것 같다는 실망감이 동시에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날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위안화 평가 절하가 한국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당분간 외환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의사가 없음을 시사했다.유재동 jarrett@donga.com·정임수 기자}

“환차손 보험을 가입해야 되나?” “지금은 예측불허입니다. 자칫 손해를 볼 수 있어 더 기다려야 합니다.” 건설장비를 제작해 중국에 수출하는 중견기업인 대동ENG. 이 회사는 12일 오전 긴급회의를 열고 위안화 급락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놓고 임원진 간에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이 회사의 박경훈 이사는 “위안화의 가치가 계속 떨어지면 제품 가격을 낮춰 대응하겠지만 장기화되면 결국 거래를 중단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같은 날 서울 서초구 헌릉로의 현대자동차 중국사업부. 오전 일찍 출근한 직원들이 모니터를 통해 위안화 환율을 예의주시하는 동안 다른 쪽에서는 위안화 절하의 영향을 논의하느라 현대차의 중국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와 쉴 새 없이 전화통화가 이어졌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중국으로 5만여 대를 수출하고 177만 대를 현지에서 생산해 판매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수출은 타격을 입겠지만 중국의 수출 증대로 내수경기가 살아나면 현지 판매는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위안화의 갑작스러운 가치 하락으로 국내 산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위안화 절하가 장기화되면 국내 업체들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날 증시도 출렁였다.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190.8원으로 치솟으면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주가가 나란히 5%대씩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달러 매출이 원화로 환산될 때 환산이익이 늘어나 자동차 업체에는 호재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6.23% 급락하는 등 화장품 의류와 같은 중국 소비 종목들은 줄줄이 떨어졌다. 중국인 여행객들의 구매력이 약화될 것이란 우려로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 여행주도 8% 안팎 떨어졌다. ○ 촉각 곤두세우는 산업계 국내 전자업체들은 환율 변동에 대비해 스마트폰 업체인 샤오미나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 업체들이 환율 경쟁력을 바탕으로 중국을 넘어 해외로 보폭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스마트폰 등 중국 기업과 경쟁하는 제품군의 가격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당장 가격을 조정하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중국 제품과 경쟁이 되는 제품군은 가격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갑작스러운 원유가격 하락으로 대규모 적자를 본 정유·석유화학업계는 다시 한 번 ‘악몽’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불안에 떨고 있다. 정유업체 관계자는 “중국의 위안화 절하는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인 중국 경기 침체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원유 가격이 떨어지면 국내 정유업계는 재고 손실로 대규모 손해를 보게 된다”고 우려했다. 조선업계는 이미 일본의 엔화 가치 하락 정책으로 일본 조선업체에 수주 물량을 빼앗긴 아픈 경험이 있다. 다만 한국의 조선 기술이 중국 업체보다 우위에 있어 수주 물량에 갑작스러운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형 조선사보다는 중국 업체와 경쟁이 치열한 중소 조선사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엇갈리는 전망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위안화의 갑작스러운 가치 하락이 가져올 영향에 대해 다소 엇갈린 전망을 하고 있다. 양국 간의 기술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는 상황에서 중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강화되면 한국의 수출 경쟁력 악화는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호재라는 분석도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위안화 이슈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졌지만 중국의 수출이 늘면 중국에 중간재를 주로 수출하는 한국도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위안화 절하가 단순히 중국이 수출 경쟁력 향상을 위해 취한 조치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 기여도는 5% 수준에 그쳐 경기 진작을 위해서는 소비나 투자를 늘리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전병서 경희대 교수(중국경영학)는 “이번 위안화 절하는 자본시장 개방을 앞두고 환율의 변동성을 점검하는 차원”이라며 “세계 최대의 원자재 수입국인 중국이 지속적으로 위안화를 낮추는 것은 내수에 찬물을 끼얹는 것으로 지속할 수 없다”고 말했다.정세진 mint4a@donga.com·황태호·정임수 기자}

《 12일 오전 10시 반경 중국이 이틀째 위안화 평가 절하를 단행했다는 긴급 뉴스가 전해진 한국의 금융시장은 폭탄을 맞은 듯한 분위기였다. 각 시중은행의 딜링룸 전광판에 게시된 원-달러 환율은 이때부터 5분간 12원 이상 수직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했다. 갑작스러운 환율 변동에 수출업체들의 주문량이 쏟아지면서 딜러들 간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외환은행 딜링룸의 서정훈 연구위원은 “어제까지만 해도 중국 정부가 위안화 환율 조정은 일회성인 것처럼 얘기해 오늘은 조용할 것으로 다들 생각했는데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등 외환·금융당국 관계자들도 중국 당국의 의도를 파악하고 시장 영향을 살피느라 하루 종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정부 당국자는 “연이틀 세계 금융시장을 패닉에 빠뜨린 중국이 앞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불확실성이 아주 높아졌다”면서 답답해했다. ○ 엔화 약세-위안화 절하에 원화 샌드위치 우려 중국의 이번 조치는 한국, 대만 등 주변 경쟁국의 실물경제는 물론이고 향후 글로벌 금융시장의 판도도 크게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우선 당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시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당초 금융계에선 큰 변수가 없는 한 9월에 미국의 금리인상이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연준이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달러화 강세와 수출업체의 경쟁력 하락을 우려해 이를 12월 이후로 미룰 가능성이 커졌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위안화 절하로 아시아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떨어지는 마당에 미국까지 금리를 올리면 신흥시장의 자본 이탈이 더 빨라질 수 있다”며 “연준이 이래저래 신경 쓸 일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환율 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게 분명해진다면 주변 신흥국들의 통화가치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가뜩이나 엔화 약세로 고전해온 한국의 원화는 위안화 절하까지 더해져 ‘환율 샌드위치’ 상황을 맞을 우려가 있다. 1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 계획인 한은도 고민에 빠졌다. 당초엔 기준금리가 이미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아진 만큼 동결이 거의 확실시됐지만 각국의 통화전쟁이 본격화된다면 추후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한은 안팎에서 조금씩 나오고 있다. 이날 외환 당국은 중국의 움직임을 긴밀하게 관찰하되 상황을 좀 더 지켜보는 쪽을 택했다. 기획재정부 당국자는 “위안화 평가 절하의 영향으로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의 통화가치가 하락하는 추세”라며 “한국이 이런 글로벌 추세를 바꿀 수 없고 바꾸려 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단기적 환율변동 추세에 개입할 뜻이 없음을 시사한 것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시점과 관련해 이 당국자는 “여전히 9월 인상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고 예상했다.○ 글로벌 증시·원자재 시장 대혼돈 중국의 예기치 못한 환율 개입은 국내외 금융시장의 투자심리도 급격히 위축시켰다. 특히 원화 약세가 급격히 진행된 한국에서는 외국인 자금의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불안심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6거래일 연속 순매도세를 이어간 외국인들은 12일에도 한국 증시에서 3000억 원에 가까운 코스피 주식을 팔아치우며 ‘셀 코리아’ 행보를 이어갔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위안화 평가 절하로 중국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의 통화가치 하락 가능성이 더 커졌다”며 “신흥국에서 자본 이탈 가능성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원자재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세계 최대 원자재 수입국인 중국의 수요 둔화 우려가 커져 원유, 구리, 알루미늄 등의 가격은 6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11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4.2% 급락한 배럴당 43.08달러로 마감해 2009년 2월 이후 6년 반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런던 시장에서 구리와 알루미늄 가격도 각각 3% 안팎 내려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의 환율 개입이 자국 경기 침체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원자재 가격이 앞으로도 추락을 거듭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국제유가는 조만간 배럴당 30달러 선으로 주저앉을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다만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국제 금값은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유재동 jarrett@donga.com·정임수 / 세종=홍수용 기자}

중국의 기습적인 위안화 평가 절하에 따른 ‘중국발(發) 환율전쟁’ 우려가 세계 증시를 강타했다. 코스피는 5개월 만에 1,980 선까지 무너졌다. 국내 기업의 실적 부진, 미국의 금리 인상 불확실성에 중국발 악재가 겹치면서 국내 주식시장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11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6.52포인트(0.82%) 내린 1,986.65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000 선이 무너진 것은 3월 16일(1,987.33)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전날 장중 한때 2,000 선이 붕괴됐던 코스피는 미국의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누그러지면서 이날 오전 2,020 선을 회복했다. 하지만 중국이 기습적으로 위안화 절하에 나서자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며 단숨에 1,980 선으로 미끄러졌다. 장 초반 750 선을 웃돌며 순항하던 코스닥지수도 전날보다 1.89% 내린 732.26에 마쳤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위안화 절하에 대해 중국이 경기부양에 나선다는 긍정적 해석보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이 더 우세해 증시가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일본(―0.42%) 대만(―0.86%)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동반 하락했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2분기(4∼6월) 실적을 발표한 국내 118개 상장기업의 영업이익은 22조6000억 원으로 증권사 예상치를 11.7% 밑도는 상황이다. 최근 증시 하락세의 주요 요인으로 꼽혔던 국내 기업의 실적 부진이 3분기(7∼9월)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는 가운데 위안화 약세로 중국 기업들과 경쟁하는 국내 수출기업의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달러 강세 여파로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시장에서 글로벌 자금의 이탈이 지속되는 가운데 위안화 약세가 이 같은 자금 이탈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재 중국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위안화 추가 약세가 예상되며 신흥국 통화도 동반 약세를 보일 것”이라며 “글로벌 자금의 신흥국 이탈이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증시 전문가들은 대내외 악재를 극복할 뚜렷한 동력이 없어 국내 증시의 조정 국면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박기현 센터장은 “국내 경기지표 개선 등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당분간 코스피가 2,000 선을 오르내리며 조정장이 이어질 것”이라면서 “다만 국내 증시에 대한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 워낙 떨어진 상황이라 추가적인 급락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정임수 imsoo@donga.com·주애진 기자}

《 최근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정치권이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요구하면서 ‘국민연금 주주 역할론’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정치권은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었던 국민연금이 롯데 사태에서도 ‘해결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당초 국민연금의 적극적 개입을 주장하던 새누리당은 10일 법적인 제약 등을 감안해 소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쪽으로 입장을 다소 완화했다. 하지만 많은 민간 전문가들이 국내 주식시장에 100조 원가량을 투자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세계적인 공적 연기금처럼 주주가치를 높이고 비정상적인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향후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에 비해 관치(官治) 우려가 큰 국내 기업 경영 환경에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정부와 정치권의 기업 경영 개입을 정당화하는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반론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국민연금 역할론’ 재부상 국민연금은 5월 말 현재 기금 적립액 497조 원 가운데 19.5%인 97조 원을 국내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10일 현재 1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국내 상장기업은 73개,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모두 278곳이다. 특히 경영권 분쟁 중인 롯데그룹과 관련해 국민연금은 롯데푸드 13.49%(최대 주주), 롯데칠성 13.08%(2대 주주), 롯데하이마트 12.46%(2대 주주), 롯데케미칼 7.38%(4대 주주) 등의 지분을 갖고 있다. 지분 5%를 넘지 않아 공시가 안 된 롯데쇼핑 등 다른 계열사까지 더하면 국민연금은 1조5000억 원 상당의 롯데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가(家)의 분쟁으로 대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롯데 계열사 주가 하락에 따른 국민연금 손실 우려가 커지자 정치권에서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강화 요구가 쏟아졌다. 김무성 대표는 7일 롯데 사태와 관련해 “국민연금이 국민의 노후자금을 지켜낼 수 있도록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 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어 10일에는 새누리당이 국민연금으로부터 주주권 행사 관련 보고를 받았다. 새누리당은 이 자리에서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하는 대신 현행법상 국민연금이 갖고 있는 소극적 주주권(의결권)을 최대한 행사할 수 있도록 추가 대안을 마련하라며 한발 물러섰다.○ “자산 운용 제약” vs “주주 행동주의 필요” 정치권이 소극적인 의결권 행사 방침으로 선회한 것은 현행 자본시장법상 주주권을 강화하면 국민연금의 공시 의무가 강화돼 주식시장의 혼란을 초래할 위험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행법상 단일 기업 지분의 5% 이상을 가진 주주, 10% 이상의 지분을 가진 대주주는 공시를 해야만 주주총회 소집, 이사 추천·해임 등의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이날 새누리당 보고 자리에서 “법적 규정에 따라서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할 경우 빈번한 공시에 따른 포트폴리오 노출과 (일반 투자자들의) 추격 매매 등으로 운용상 심각한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며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보다 적극적인 주주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주문이 적잖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는 “35만 명을 직간접적으로 고용한 롯데가 스스로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고 국민 불안을 키웠다”며 “롯데가 국민연금의 개입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박경서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영미, 유럽 기관투자가들은 이미 주주행동주의로 기업 경영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한발 뒤처져 있다”며 “지분 3% 안팎을 가진 30대 재벌 일가들이 절대적 경영권을 행사하는 상황에서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는 주주로서 정당한 권리이자 수탁자의 의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 네덜란드, 캐나다 등에서는 연기금이 이사회 안건에 찬반표를 던지는 것을 넘어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거나 경영 관련 안건을 이사회에 상정하며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고 있다. ▼ “주주권 행사는 정당한 권리”… 폐쇄경영 견제 목소리 높아 ▼ ‘국민연금 역할론’ 점화미국의 캘리포니아공무원퇴직연금(캘퍼스)은 매년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기업 명단을 공개할 정도다. ○ “국민연금 독립성 확보가 선결 조건” 하지만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가 기업 부담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정부나 정치권이 국민연금을 통해 기업 경영에 개입할 수 있다는 ‘연금 사회주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대기업 견제 수단으로 연기금 주주권 행사 카드를 꺼낸다면 시장경제의 근간이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국민연금 기금 규모가 앞으로 2500조 원까지 늘어날 텐데 그러면 사실상 국내 모든 대기업의 대주주가 국민연금이 될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면 정부가 기업 경영에 개입할 위험성이 커진다”고 꼬집었다. 신석훈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은 “국민연금은 중립적 위치에서 ‘수익성 극대화’라는 본래 목적에 맞춰 운용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국민연금 자체의 지배구조 개편, 기금 운용의 투명성과 독립성 확보 없이는 연기금 주주권 행사의 부작용이 더 크다는 우려가 많다. 윤창현 교수는 “정치권이 먼저 나서서 재벌 개혁 이슈로 다룰 것이 아니라 국민연금이 독립성, 자율성과 더불어 기업경영을 견제할 만한 전문성을 모두 갖춘 뒤 주주가치 증대를 위해 경영권에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정임수 imsoo@donga.com·박형준·홍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