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이 지뢰밭… 안전자산에 몰려드는 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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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위안화 절하 여파로 금융시장 변수 커져

자산가 A 씨는 지난주 약 5억 원을 투자했던 국내 주식형펀드와 주식을 처분한 뒤 채권혼합형펀드에 3억 원, 단기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에 2억 원을 나눠 넣었다. 미국 금리 인상이 임박한 상황에서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로 국내외 증시가 요동치자 당분간 안정적으로 돈을 굴리면서 투자 기회를 엿보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외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불안감이 커진 투자자들이 빠른 속도로 안전자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채권, 금, 달러를 비롯해 단기 투자처인 머니마켓펀드(MMF)로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3일 기준으로 최근 한 달 동안 국내 채권혼합형펀드는 1조1684억 원을 빨아들였다. 같은 기간 국내 시가총액 상위주를 편입하는 일반주식형 펀드로 유입된 자금(4226억 원)의 약 3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중국발 금융시장 불안으로 코스피 2,000 선이 무너지자 안정적인 투자 성향을 가진 투자자들은 주식형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 주식형상품에서 돈을 빼내 채권혼합형펀드로 갈아타고 있다.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던 해외지수형 ELS의 경우 중국발 불안이 커지자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를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임태호 IBK기업은행 WM사업부 과장은 “중국 증시 하락으로 해외지수형 ELS의 조기상환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투자자들이 ELS를 위험자산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국제 금값이 크게 떨어진 데다 안전자산 선호가 겹치면서 금을 찾는 투자자도 급증했다. 시중은행과 귀금속 대리점 등에 금을 공급하는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골드바는 전달보다 30.4% 늘어난 604kg어치가 팔렸다. 올해 월간 판매량으로 가장 많다. 실버바도 지난달 1100kg이 판매돼 2013년 6월(1150kg) 이후 최대 판매량을 보였다.

주식형펀드보다 수익률은 낮지만 안정적 수익률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에 대한 관심도 다시 커지고 있다. 조인호 삼성증권 SNI강남파이낸스센터 부장은 “연 5∼7%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헤지펀드에 대한 가입 문의가 최근 늘었다”며 “증시 출렁임에 지친 고객들이 안정성 때문에 헤지펀드를 찾는다”고 전했다.

초저금리에 증시 불안까지 겹치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은 단기상품인 MMF로 몰리고 있다. 이달 초 MMF 설정액은 약 6년 3개월 만에 120조 원을 넘어섰다. 13일 기준으로 최근 한 달간 MMF로 4조23억 원이 유입됐다. 아예 현금을 보유하려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조 부장은 “최근 보수적 자산가 가운데 현금이나 현금성 예금 보유 비중을 10%에서 30%로 늘린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당분간 안전자산을 찾는 투자자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 등으로 달러 강세-신흥국 통화 약세가 가속화되면서 외국인투자가들도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증시에서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 신황용 KDB대우증권 압구정지점 프라이빗뱅커(PB)는 “연초에는 주가가 떨어지면 곧 반등한다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호재는 없고 악재만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미국 금리인상이 가시화하고 증시 불확실성이 걷히면 안전자산을 찾았던 자금이 증시로 되돌아올 것으로 전망된다. 조 부장은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중단되고 외국인이 매수세로 돌아서면 국내 투자자들도 주식형상품에 관심을 둘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건혁 gun@donga.com·정임수 기자
#위안화#지뢰밭#안전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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