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까지 덮친 중국發 ‘D의 공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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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의 불안에 대한 공포가 신흥국에 이어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금융시장으로 옮아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선진국의 금융 불안이 신흥국으로 확산됐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로 촉발된 신흥국의 급격한 통화 약세와 경제위기가 선진국 시장을 흔들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발 ‘D(디플레이션)의 공포’로 세계 경제가 다시 동반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 美 금융시장 공포감 2011년 이후 최고

21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3.12% 급락한 16,459.75에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이틀간 888.98포인트나 떨어져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1월 19, 20일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나타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3.52% 급락한 4,706.04에 마감했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지난달 20일보다 10% 가까이 주저앉은 것이다. 특히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클수록 금융시장 공포심리가 크다는 뜻)는 이날 하루에만 46% 급등해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졌던 2011년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날 유럽에서도 영국(―2.83%), 독일(―2.95%), 프랑스(―3.19%) 등 주요 증시가 일제히 큰 폭으로 떨어졌다. 3개국 증시 모두 연중 최고점에 비해 10% 넘게 곤두박질쳤다.

최근 중국 경제가 감속(減速)을 시작했다는 지표가 잇달아 나온 데다 상하이증시가 급락세를 거듭하면서 선진국 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18일 상하이종합지수가 6% 이상 폭락한 뒤 미국 유럽 증시는 나흘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21일 발표된 중국의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2009년 3월 이후 6년 5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자 세계 경제의 불안감이 확산됐다. 허진욱 삼성증권 거시경제팀장은 “중국 경기의 하방 위험이 상당히 높아졌다”며 “지급준비율 인하 같은 추가 정책 없이는 경제성장률 목표인 7%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 “신흥국 위기, 선진국으로 전염”

무엇보다 달러화 강세 기조에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가 겹치면서 신흥국들이 통화가치가 급락하며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일부 신흥국은 국가 부도 위기가 거론되는 상황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신흥국의 경기 둔화는 미국 유럽 등 경기 회복 속도가 느린 선진국에 파급 효과를 줄 것”이라며 “세계 경제에 새로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하락) 공포가 일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로 원자재 시장이 요동치면서 러시아 브라질 등 자원 수출국들이 비틀대고 있다. 러시아 루블화는 올 들어 달러화 대비 17% 가까이 하락했고 브라질 헤알화는 23% 폭락했다. 중앙아시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카자흐스탄은 20일(현지 시간) 통화가치 하락 압박에 변동환율제를 전격 도입했다. 이날 하루에만 텡게화가 25% 넘게 추락하며 카자흐스탄 경제는 혼란에 빠졌다.

내리먼 브라베시 IHS글로벌인사이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신흥국은 19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가장 힘든 환경에 놓였다”며 “내년까지 글로벌 성장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신흥국 금융시장 흐름은 2013년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때보다 위험해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경기 둔화 여파로 9월로 기정사실화됐던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12월로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연기될 경우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금융시장의 혼란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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