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형 흑자’ 늪에 빠진 기업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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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상반기 매출 감소… 비용절감으로 영업익은 늘어

올해 상반기(1∼6월) 국내 상장기업들의 영업이익은 늘었지만 매출과 순이익은 1년 전보다 뒷걸음질 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유가 하락 등에 힘입어 영업이익은 늘었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와 내수침체 여파로 매출 증가로 이어지지 못하는 ‘불황형 흑자’라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연결 재무제표를 제출한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가운데 금융회사 등을 제외한 506개사를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 매출액은 823조453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감소했다. 지난해 코스피 상장기업 매출이 5년 만에 뒷걸음질친 데 이어 올해도 내수와 수출 부진으로 매출 감소세가 계속되는 양상이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52조3703억 원으로 1년 전보다 7.3% 늘었지만, 순이익은 37조9130억 원으로 같은 기간 1.4% 감소했다. 상장기업 전체 매출액의 11.7%를 차지하는 ‘대장주’ 삼성전자 실적을 제외하면 상반기 상장기업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1년 전보다 각각 19.2%, 11.8% 증가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전략팀장은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한 데다 기업들이 임금 인상 억제 등의 비용 절감에 나서면서 이익이 늘었다”며 “매출은 감소하는데 허리띠 졸라매기로 이익은 늘어난 반쪽짜리 실적”이라고 평가했다.

개별·별도 재무제표를 제출한 12월 결산법인 628개사를 분석한 결과 해운·항공사들이 속해 있는 운수창고업(―1683억 원)과 건설업(―533억 원)이 상반기에 적자로 돌아섰다. 건설업은 주택 경기가 살아나고 있지만 유가 하락, 해외건설 저가 수주 등의 여파가 계속된 탓이다. 엔화 약세로 수출 부진에 시달리는 자동차 회사와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를 낸 조선 회사가 포진된 운수장비업도 순이익이 작년보다 67.65% 감소했다.

반면 유가 하락으로 실적이 크게 개선된 한국전력이 포함된 전기가스업은 순이익이 전년보다 1912.67% 증가했다. 이 밖에 금융업의 순이익이 작년보다 42.2% 증가했고 이 가운데 증권업은 480.4% 증가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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