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하락에 환차손까지 中펀드 속타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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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정부 위안화 평가절하 직격탄… 채권형 수익률 마이너스 속출
주식형 74개중 27개 환헤지 안해… 위안화 급변에 속수무책 당해

중국 펀드 투자자들은 그동안 다른 해외 펀드와 달리 환율변동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중국이 위안화 움직임을 일정한 범위로 제한하는 관리변동환율제를 운용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중국이 “시장의 실질환율을 반영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지난주 사흘 연속 대대적인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하는 환율제도 개혁에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 증시 폭락으로 노심초사하던 중국 펀드 투자자들은 이제 환차손까지 걱정하는 처지에 놓였다. 특히 국내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노리고 투자한 위안화 표시 채권형펀드가 위안화 평가절하의 직격탄을 맞았다.

○ 중국 펀드 수익률 1주일 새 ―4%로 추락

17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13일 기준으로 설정액 10억 원 이상인 위안화 표시 채권형펀드 10개의 수익률은 최근 1주일 새 일제히 ―4∼―1%대로 주저앉았다. 이 중 절반은 최근 3개월 수익률마저 ―3∼―1%대로 추락했다. 11일부터 사흘간 위안화 가치가 4.66% 급락하자 위안화로 발행된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들의 수익률이 곤두박질친 것이다.

위안화 표시 채권형펀드는 중국 주식형펀드보다 변동성이 낮고 연 3∼5%의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올 들어 꾸준히 투자자가 몰렸다. 하지만 급격한 환율 변동으로 연간 수익률을 한번에 까먹는 상황이 됐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일부 채권형펀드는 1년짜리 채권 표시금리로는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의 손실에 접근했다”고 말했다.

중국 주식형펀드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설정액 10억 원 이상인 중국 본토 주식형펀드 64개 가운데 40%인 26개가 최근 1주일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상하이종합지수는 5% 이상 올라 위안화 약세에 따른 환차손이 펀드 수익률에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 위안화 약세에 고스란히 노출


국내에 설정된 중국 펀드들은 대부분 ‘원화→ 달러화→ 위안화’의 투자 구조로 돼있다. 하지만 위안화 변동에 따른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환헤지 수단을 갖추지 못해 위안화 평가절하의 충격을 받고 있다. 제로인에 따르면 위안화 표시 채권형펀드 15개 중 5개가, 중국 본토 주식형펀드 74개 중 27개가 환헤지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환헤지를 하는 펀드도 원-달러에 대해서만 헤지를 할 뿐 달러-위안화에 대해서는 헤지를 하지 않고 있다. 강세를 보이는 달러는 헤지를 하고 오히려 약세인 위안화는 헤지를 하지 않아 환헤지형 펀드의 피해가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미래에셋 차이나본토’ 주식형펀드의 1주일 수익률은 환헤지를 안 하는 UH형이 0.77%인 반면 환헤지를 하는 H형은 ―0.65%였다. 채권형펀드인 ‘AB위안화플러스’도 환헤지형의 손실(―4.75%)이 환헤지를 안 하는 유형(―3.38%)보다 컸다.

당분간 중국 펀드의 수익률 회복이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이 14일 나흘 만에 위안화 가치를 절상해 환율개혁이 일차적으로 마무리됐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여전히 추가 절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이 환율에 손을 댈 만큼 경제상황이 심각하는 해석도 나와 증시 상승 기대감도 낮다.

하지만 위안화 약세가 장기적으로 중국 기업의 수출 증가와 경기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오온수 현대증권 투자컨설팅센터 팀장은 “위안화 절하로 단기 손실이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위안화 환율이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며 “펀드 가입자들도 당장 환매하기보다 긴 안목으로 기다려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주가하락#환차손#중국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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