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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생각’이 금융에 대한 영화인가요?” 18일 오후 7시 반 서울 강남구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진행된 영화 ‘오빠 생각’ 시사회에서 누군가가 묻더군요. 그런 질문이 나올 법도 합니다. 시사회장에 주연배우 임시완의 소녀 팬들뿐만 아니라 임종룡 금융위원장, 권선주 기업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등 금융권 주요 인사가 대거 출동했으니까요. 평소 한꺼번에 보기 어려운 이들이 매서운 추위를 참아가며 영화 시사회장으로 달려간 것은 배우 임시완과의 인연 때문입니다. 지난해 8월 금융개혁 핀테크 홍보대사를 맡은 이후 임시완은 각종 금융개혁 홍보 동영상에 출연료 한 푼 받지 않고 재능기부 형식으로 출연해왔습니다. 금융위는 최근 핀테크 인지도가 급상승하기까지 드라마 ‘미생’에서 장그래 역을 맡아 성실한 청년 이미지를 굳힌 임시완의 공이 크다며 고마움을 감추지 못합니다. 실제로 임 위원장과 임시완이 지난해 11월 온라인 보험슈퍼마켓 ‘보험다모아’ 시연회에서 나란히 카메라 앞에 선 날, 주요 포털사이트에서는 보험다모아가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만하면 임 위원장이 시사회에 은행장 및 금융협회장 등을 동반하고 적극 지원에 나설 만한 동기가 충분하죠. 마침 이 영화에는 기업은행이 투자를 하기도 했습니다. 임 위원장은 이날 영화만 즐기지 않고, ‘금융개혁’도 챙기더군요. 시사회장 한쪽에 마련된 핀테크 홍보 부스에서 임시완에게 계좌이동서비스, 크라우드펀딩 등과 같은 핀테크 사업들을 일일이 설명해줬습니다. 인터넷 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은 윤호영 카카오 부사장, 김인회 KT 부사장에게는 “잘 준비해 달라”는 당부를 건네기도 했습니다. 임 위원장은 영화 상영 전 다과회에서도 기자들에게 ‘전세보증금 펀드’ 등 최근 발표한 정책을 자세하게 설명했습니다. 영화 상영을 위해 조명이 꺼지기 직전까지 그의 금융개혁 홍보는 이어졌습니다. “‘오빠 생각’이 합창을 통해 꿈과 희망을 주는 영화라고 알고 있습니다. 금융개혁을 통해서 저희도 국민 여러분께 꿈과 희망을 드리겠습니다.” ‘워크홀릭’이라 불리는 임 위원장다웠습니다.장윤정·경제부 yunjung@donga.com}

앞으로 인터넷에서 클릭 한 번으로 자기 이름의 휴면 계좌를 모두 조회하고 이를 자신의 주거래 계좌로 옮길 수 있게 된다. 온라인으로 예·적금 가입이 가능한 인터넷전문은행이 연내 출범하는 데 이어 인터넷 및 모바일 환경에서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온라인 자문사도 곧 출현한다. 금융위원회는 18일 ‘2016년 대통령 제2차 업무보고’에서 이 같은 내용의 정책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본인 명의로 개설된 은행 계좌를 한번에 조회하고 장기간 사용하지 않은 통장에 남아 있는 돈을 바로 주거래 계좌로 옮겨주는 ‘계좌통합관리서비스(어카운트 인포)’를 시행한다. 국내 성인들이 1인당 가지고 있는 계좌 수는 평균 5.4개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수십 년간 계좌 수만 늘어나다 보니 1년 이상 거래가 없는 ‘장기 미사용 계좌’도 전체 수시입출금 계좌의 절반(1억700만 개)에 육박한다. 이들 계좌에 들어있는 돈은 5조5000억 원으로 성인 1인당 평균 15만 원에 이른다. 금융위 관계자는 “계좌통합관리서비스가 4분기(10∼12월)부터 시행되면 국민은 잠자는 돈을 찾아 경제적으로 이득을 보고 은행 역시 미사용 계좌 유지·관리에 들어가는 불필요한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온라인 자문사를 활성화해 자산관리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도 높일 계획이다. 지금까지 일대일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는 수수료가 비싸고 최소 투자금액이 높아 고액자산가들의 전유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자동으로 포트폴리오를 짜주는 ‘로보어드바이저’ 기반 온라인 자문사가 출현하면, 자문 수수료가 내려가는 등 투자자의 서비스 이용 문턱이 낮아질 수 있다. 이미 시장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를 이용한 자산관리 서비스가 속속 현실화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이달 초 투자자문사와 손을 잡고 이 기술을 활용한 신탁 상품을 출시했다. 카카오도 삼성증권과 공동으로 모바일 자산관리 서비스 ‘맵(MAP)’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김용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온라인 자산관리 시장이 커지고 곧 자산관리 전문 애플리케이션도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금융당국이 로보어드바이저(온라인 자문사)를 내세워 본격적인 ‘국민 재산 늘리기’에 나선다. 오래된 계좌에 방치됐던 돈을 쉽게 찾을 수 있게 계좌 통합 관리 서비스도 구축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가 18일 ‘2016년 2차 업무보고’에서 발표한 주요 내용을 문답식으로 정리했다. Q. 로보어드바이저가 무엇인가. A. ‘로보어드바이저’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해 자동으로 포트폴리오 조언 및 운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상의 자산관리 서비스다. 투자자가 PC나 모바일을 통해 로보어드바이저 프로그램에 자신의 투자 성향, 목표 등을 입력하면 이를 분석해 맞춤형 포트폴리오와 상품을 찾아준다. 지금까지는 투자자와 ‘대면(對面) 계약’을 맺어야 하고, 전문 인력을 3인 이상 둬야 하는 규제 때문에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온라인 자문사의 출현이 어려웠다. 금융위는 이제 이 같은 규제를 풀고 로보어드바이저 하나로 영업을 벌이는 온라인 자문사를 허용하기로 했다. Q. 소비자들에게는 어떤 혜택이 돌아오는가. A. 일단 금융 소비자가 자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문턱’이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증권사의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 랩어카운트는 보통 최소 투자 금액 2000만 원, 자문료는 투자액의 1.5∼3%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1인 온라인 자문사들이 대거 출현할 경우 이 기준이 낮아질 공산이 크다. 만약 자문료가 미국 주요 로보어드바이저 자문사 수준인 원금의 0.5% 정도로 낮아질 경우, 3만 원만 내면 600만 원을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투자할 수 있다. 지금의 절반도 안 되는 수수료를 내고도 직장에서 받은 보너스에 대한 전문적인 자산관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Q. 상품 주문까지 로보어드바이저가 해결해 주는가. A. 아니다. 온라인에서는 ‘자문’만 할 수 있어 금융상품은 소비자가 따로 구매해야 한다. 단, 자문과 상품 구매를 따로 처리하기 귀찮은 투자자라면 은행, 증권사 등을 찾아 ‘자문+판매’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 금융위는 은행과 증권사 등이 독립투자자문사(IFA), 로보어드바이저 등 다양한 자문사와 업무 제휴 관계를 형성하게 하고, 소비자가 방문하면 은행 및 증권사가 적합한 자문사를 소비자에게 매칭해 줄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자문사가 소비자에게 맞춤형 포트폴리오와 상품을 추천해 주면, 금융회사가 이를 구매해 계좌에 담아주는 식이다. Q. 계좌에 잠자고 있는 돈도 온라인으로 찾을 수 있다던데…. A.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본인 명의로 개설된 은행 계좌를 한 번에 조회하고 장기간 사용하지 않은 통장에 남아 있는 돈을 ‘클릭’ 한 번으로 주거래 계좌로 옮길 수 있다. 온라인상에서 본인 계좌를 조회하고 잔액 이전과 해지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계좌 통합 관리 서비스(어카운트 인포)’가 도입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장기 미사용 계좌에 예치된 자금이 총 5조5000억 원으로 성인 1인당 평균 15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한다. Q. 계좌이동제도 한층 ‘업그레이드’된다던데…. A. 지난해 10월 말 도입된 계좌이동제는 이동통신, 보험, 카드 등 3개 업종에 한정돼 휴대전화 요금, 보험료, 카드 자동 납부 출금 계좌만 변경할 수 있었다. 하지만 2월부터는 인터넷뿐만 아니라 영업점 창구에서도 계좌 이동이 가능하고 본인이 설정해 놓은 다른 자동이체(적금, 회비, 월세 등)에 대해서도 조회, 해지, 변경이 가능하다. 또 6월부터는 신문사, 학원 등 약 7만 곳의 요금 청구 계좌도 온라인으로 바꿀 수 있게 된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금융당국이 로보어드바이저(온라인 자문사)를 내세워 본격적인 ‘국민 재산 늘리기’에 나선다. 오래된 계좌에 방치됐던 돈을 쉽게 찾을 수 있게 계좌통합관리서비스도 구축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가 18일 ‘2016년 2차 업무보고’에서 발표한 주요 내용을 문답식으로 정리했다. Q. 로보어드바이저가 무엇인가.A. ‘로보어드바이저’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해 자동적으로 포트폴리오 자문 및 운용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상의 자산관리서비스다. 투자자가 PC나 모바일을 통해 로보어드바이저 프로그램에 자신의 투자성향, 목표 등을 입력하면 이를 분석해 맞춤형 포트폴리오와 상품을 찾아준다. 지금까지는 투자자와 ‘대면(對面) 계약’을 맺어야하고, 상주 임직원을 3인 이상 둬야하는 규제 때문에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온라인 자문사의 출현이 어려웠다. 금융위는 이제 이 같은 규제를 풀고 로보어드바이저 하나로 영업을 벌이는 온라인 자문사를 허용하기로 했다. Q. 소비자들에게는 어떤 혜택이 돌아오는 것인가. A. 일단 금융소비자가 자문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문턱’이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증권사의 맞춤형 자산관리서비스 랩어카운트는 보통 최소 투자금액 2000만 원, 자문료는 투자액의 1.5~3%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1인 온라인 자문사들이 대거 출현할 경우 이 기준이 낮아질 공산이 크다. 실제로 앞서 이 제도를 도입한 미국 주요 로보어드바이저 자문사는 투자 원금의 0.15~0.89% 수준의 자문료를 받고 있다. 자문료가 원금의 0.5%일 경우, 2만5000원 만 내면 500만 원을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투자할 수 있다. Q. 상품 주문까지 로보어드바이저가 해결해주는 것이냐.A. 아니다. 온라인에서는 ‘자문’만 받을 수 있어 금융상품은 소비자가 따로 구매해야 한다. 단, 자문과 상품 구매를 따로 처리하기 귀찮은 투자자라면 은행, 증권사 등을 찾아 ‘자문+판매’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 금융위는 은행과 증권사 등이 독립투자자문사(IFA)와 로보어드바이저 등 다양한 자문사와 업무 제휴관계를 형성하게 하고, 소비자가 방문하면 은행·증권사가 적합한 자문사를 소비자에게 매칭해 줄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자문사가 소비자에게 맞춤형 포트폴리오와 상품을 추천해주면, 금융회사가 이를 구매해 계좌에 담아주는 식이다. Q. 계좌에 잠자고 있던 돈도 온라인으로 찾을 수 있다던데….A.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본인 명의로 개설된 은행 계좌를 한번에 조회하고 장기간 사용하지 않은 통장에 남아 있는 돈을 ‘클릭’ 한번으로 주거래 계좌로 옮길 수 있다. 온라인상에서 본인계좌를 조회하고 잔고이전과 해지를 한번에 할 수 있는 ‘계좌통합관리서비스(어카운트 인포)’가 도입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장기 미사용 계좌에 예치된 자금이 총 5조5000억원으로 성인 1인당 평균 15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한다. Q. 계좌이동제도 한층 ‘업그레이드’ 된다던데….A. 지난해 10월말 도입된 계좌이동제는 이동통신·보험·카드 3개 업종에 한정돼 휴대전화 요금, 보험료, 카드 자동납부 출금계좌만 변경할 수 있었다. 하지만 2월부터는 인터넷 뿐만 아니라 영업점 창구에서도 계좌이동이 가능하고 본인이 설정해 놓은 다른 자동이체(적금·회비·월세 등)에 대해서도 조회·해지·변경이 가능하다. 또 6월부터는 신문사·학원 등 약 7만 곳의 요금 청구계좌도 온라인으로 바꿀 수 있게 된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최근 직장인 A 씨에게 뜻하지 않게 목돈 1억 원이 생겼다. 3억5000만 원짜리 전세를 살다가 집주인의 등쌀에 떠밀려 보증금 2억5000만 원, 월 40만 원의 보증부 월세(반전세)로 전환하며 생긴 돈이다. 갑작스레 현금이 생겼으나 둘 데가 마땅치 않다. 은행 정기예금에 들어봤자 금리가 연 1.6%에 불과하니 세금을 떼면 이자로 고작 연 135만 원가량 받는다. 올해 안에 ‘전세보증금 투자 풀(전용펀드)’이 도입되면 A 씨는 고민을 상당 부분 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는 세입자들이 돌려받는 전세보증금을 정부가 모아 한 펀드에 담아 굴릴 예정이다. 정부는 민간 연기금 수준인 연 4% 정도의 수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면 A 씨는 연간 400만 원의 이자 수익을 얻게 된다. 월세로 갈아타며 생긴 부담(연 480만 원)을 상당 부분 덜 수 있다. 정부가 14일 이런 방안을 내놓은 것은 최근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며 세입자들의 부담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전세보증금을 목돈으로 손에 쥐지만 대부분 은행 예금에 가입하는 등 별다른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14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 같은 전세보증금을 끌어모아 대형 전용펀드를 조성해 안전하면서도 효율적으로 굴리며 수익을 챙겨주겠다고 밝혔다. ○ 월세로 갈아타며 생긴 목돈 굴려준다 한국주택금융공사 등에 따르면 국내 주택시장의 전세보증금 규모는 360조 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금융당국은 이 자금이 빠른 속도로 세입자 손에 되돌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2008년 전체 임대 가구의 45%이던 월세·보증부 월세 가구의 비중이 2014년 55%로 상승하는 등 ‘월세 시대’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용펀드에 모인 보증금을 흡수해 채권, 펀드, 대출채권 등 각종 유동 자산은 물론이고 뉴스테이 등 정부의 임대사업 등에도 두루 투자할 계획이다. 금융위 김용범 사무처장은 “운용 규모를 대형화하고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를 하면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며 “현재 민간 연기금 투자 펀드가 3% 중반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만큼 전세보증금 전용펀드도 최소 4%의 수익률을 목표로 운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펀드 운용에서 나오는 이익은 세입자들이 월세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매년 주기적으로 배당한다. 세입자들은 투자한 전세보증금을 담보로 저리(低利)에 월세 자금 대출을 받을 수도 있다. 이 밖에 전세보증금을 전혀 돌려받지 못한 채 전세금 인상분만 월세로 돌린 준(準)전세 세입자를 위한 월세 대출도 검토되고 있다. 금융위는 전세보증금이 훗날 내 집 마련을 위한 세입자들의 귀한 종잣돈임을 감안해 보증상품 등으로 ‘손실 완충 장치’를 마련하고 최대한 원금 손실을 막을 계획이다. 또 펀드 운용에 참여하는 운용사가 운용규모의 일정 비율을 자기 자금으로 투자해 손실을 흡수하게끔 한다는 구상이다. 예컨대 500억 원을 굴리는 운용사가 자기 돈 25억 원을 직접 이 투자 펀드에 넣었다가 손실이 나면 그 돈으로 메워 준다는 얘기다. 금융위 관계자는 “안전 자산 위주로 투자해 손실 위험을 낮추고 혹여 손실이 나더라도 이를 최소화하도록 구조를 짤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세보증금 전용펀드에서 발생한 수익에 대해서는 이자소득세(15.4%)를 낮추거나 아예 물리지 않는 방안도 관계부처와 논의할 계획이다. 정부는 가입할 수 있는 전세보증금의 규모에는 제한을 두지 않겠지만 고소득자의 경우 세제 혜택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전용펀드를 은행이나 증권사 등 민간 금융사의 각 지점에서 자유롭게 가입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안정성과 수익성, 둘 다 잡을 수 있을까 시장의 관심은 벌써부터 뜨겁다. 초저금리 시대에 전세보증금을 돌려받더라도 돈 굴릴 길이 막막했는데 믿을 수 있는 정부가 운용하는 데다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어서다. 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전문위원은 “전세보증금을 떠맡아 안전하게 굴려주고 일부 원금 손실까지 흡수해준다면야 가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수요자들이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일단 수익성과 안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제대로 잡을 수 있느냐가 과제로 꼽힌다. 이휘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금융위의 생각대로 원금을 보호해주며 4%대의 수익을 거두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운용업계 관계자 역시 “안전한 곳에만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수익률이 기껏해야 2% 초반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실을 운용사가 감당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관치 논란’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예상대로 수십조 원의 자금이 모여들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포퓰리즘 논란도 만만치 않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금융회사들에 전세보증금을 투자할 새로운 금융상품을 만들도록 하면 되는 일을 왜 정부가 나서서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장윤정 yunjung@donga.com·박희창 기자}

직장인 강모 씨(36)는 최근 눈을 질끈 감고 보험 3개 중 2개를 해약했다. 병치레를 자주 하는 탓에 쏠쏠하게 사용하고 있는 실손의료보험 하나만 놔두고 변액연금보험과 변액유니버설보험을 모두 깨버렸다. 강 씨는 두 보험을 중도 해지하면서 각각 300만∼400만 원의 원금 손실을 봤다. 강 씨는 “속이 쓰렸지만 당장 전세금을 올려줘야 하는데 방법이 없었다”며 “아내도 얼마 전에 직장을 그만두게 돼 더이상 보험을 유지하는 것도 무리다 싶었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의 장기화로 가계의 주름살이 깊어지는 가운데 미래와 노후를 위한 안전판인 보험까지 깨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보험은 중도 해지하면 원금 손해를 보기 때문에 웬만하면 손대지 않는 금융상품이지만 팍팍해진 살림살이가 이 같은 ‘투자 상식’도 바꿔놓은 것이다. 또 당장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에는 담보나 신용상태가 좋지 않아 보험금이나 연금을 담보로 급전을 끌어다 쓰는 서민들도 늘고 있다. ○ 원금 손해 감수하고 보험 깬다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생명보험사들이 고객에게 지급한 해지환급금은 15조2489억 원에 이른다. 연 환산으로는 18조2860억 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로 추정된다. 10월 한 달 동안만 1조5345억 원이 중도 해지로 보험사에서 빠져나갔다. 손해보험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9월까지 손해보험사가 내 준 해지환급금은 7조3995억 원으로 2014년 같은 기간(6조7502억 원)보다 9.6%나 불어났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소득은 제자리걸음인데 빚은 계속 늘어남에 따라 힘들게 쌓아온 금융자산을 허물어버리는 가계가 늘어난 결과로 보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김완중 자산분석팀장은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가운데 이미 상당수 가구는 원리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급한 마음에 ‘울며 겨자 먹기’로 보험 자산마저 정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태준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 빚이 늘어나는 현 추세가 지속될 경우 대규모 보험해지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가계의 금융자산에서 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해 내놓은 ‘노동패널을 활용한 가계자산 구성 변화 점검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가계 금융자산의 42.05%가 현금 및 예금이었고 그 뒤를 이은 것이 보험(31.52%)이었다. 대출 원리금을 갚거나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해야 할 때 수중의 현금이나 예금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손해를 보더라도 보험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 보험·연금 담보로 급전 빌린다 보험과 연금을 담보로 급전을 끌어다 쓰는 가계도 늘어나고 있다. 보험사 약관대출은 보험계약을 담보로 손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생계형 대출’로 통한다. 까다로운 대출심사 없이도 일사천리로 대출이 이뤄지지만 대출 금리가 최대 9.3%(지난해 12월 공시 기준)로 은행 등 제1금융권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러나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의 보험 약관대출은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 현재 생보사의 약관대출 잔액은 40조4489억 원으로 2014년 10월 말(39조9843억 원)에 비해 4646억 원 늘었다. 손보사의 취급액도 2014년 9월 말 현재 8조4712억 원에서 1년 만에 9조3328억 원으로 뛰었다. 일부 가계는 노후생활을 대비해 쌓아둔 연금까지 담보로 잡히고 있다. 지난해 6월 출시된 NH투자증권의 연금저축펀드 담보대출의 경우 대출 잔액이 7월 말 22억 원에서 10월 말 61억 원가량으로 급증했다. 연금 담보 대출이 인기를 끌면서 최근 현대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다른 증권사들에서도 경쟁적으로 관련 상품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 김완중 팀장은 “보험 해지나 약관대출 급증 등은 가계 경제가 한계에 부닥쳤다는 신호”라며 “가계부채의 구조 전환 등도 필요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가계 소득이 늘어날 수 있게 일자리 문제 등을 개선하려는 정책적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헨리 페르난데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회장이 한국을 방문함에 따라 한국 증시의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12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페르난데스 회장은 이번 주 방한해 15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비롯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과 만난다. 2012년 MSCI 한국법인 설립 이후 4년 만의 첫 공식 방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국 증시의 선진국 지수 편입을 두고 MSCI와 정부 사이에 대화가 상당히 진척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MSCI지수는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인터내셔널이 발표하는 FTSE지수와 함께 양대 주식투자 지표로 꼽힌다. 해당 지수를 추종해 운용되는 투자 자금만 8조 달러에 이른다. FTSE지수는 한국 증시를 선진지수로 분류하고 있지만 MSCI는 한국을 여전히 신흥시장으로 규정한다. 외국인투자가들이 거쳐야 하는 등록 절차가 불편하다는 등의 이유였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해 8월 한국 증시의 MSCI지수 편입을 위한 워킹그룹을 구성해 제도개선을 검토해왔다. 이번 만남을 통해 제도 개편 방향을 페르난데스 회장 측에 설명하고 이달 말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임 위원장은 이날 오전 시장 전문가와의 간담회에서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며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방안을 조속히 검토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우리은행이 11일 바레인 지점을 통해 ‘카타르 이슬람은행’에 1000만 달러(약 121억 원)를 빌려주는 자금 거래에 성공했다고 12일 밝혔다. 국내은행 최초로 이슬람 은행과 돈 거래를 한 것이다. 이슬람권에서는 이슬람 율법 ‘샤리아’에 따라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것이 금지돼 있다. 그 대신 실물자산을 매개 삼아 임대료 형태로 이자를 주고받는다. 이처럼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세금 문제도 뒤따르다보니 국내 금융사들과 이슬람 금융사 간 거래는 지금까지 활성화되지 않았다. 우리은행 바레인 지점은 이슬람 금융기법 중 하나인 ‘무라바하’ 방식을 활용해 자금 거래에 성공했다. 이번 거래에서 카타르 이슬람은행은 우리은행 바레인지점의 자금을 갖고 우리은행의 대리인 자격으로 런던상품거래소에서 인덱스 상품을 매입했다. 카타르 이슬람은행은 우리은행 명의로 돼 있는 그 상품을 우리은행에서 빌려온 뒤 시장에 내다팔아 현금화하고, 이를 운용해 나오는 수익은 대출 만기 때 원금과 함께 우리은행에 지급한다. 약정수익이 사실상 이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번 거래로 이슬람권 점포의 새로운 수익원이 확보됐다”며 “향후 이런 자금 거래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금융당국이 임금 체계에 성과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금융공기업에 대해서는 예산상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연초부터 금융권에 대한 ‘거친 개혁’을 예고했던 금융당국이 공공 부문을 시작으로 강도 높은 드라이브를 본격화하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11일 “올해 인건비 예산을 평균 2%가량 증액하되 그중 절반인 1%는 각 금융공기업의 성과주의 도입 계획을 받아본 뒤 집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계획이 미진하면 예산이 집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이를 위해 조만간 금융공기업들에 전체 임금 내 성과급 비중, 인사평가에 따른 성과급 격차 등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뒤 각 기업의 실행 계획을 제출받을 계획이다. 대상은 금융감독원과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예금보험공사 주택금융공사 수출입은행 등이다. 정부가 이들 기업에 대한 예산 배분·심의 권한을 쥐고 있는 만큼 이를 지렛대로 활용해 금융공기업부터 제대로 된 성과주의 시스템을 갖추도록 유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이 연초부터 성과주의 확산을 위해 ‘칼’을 빼들고 나선 것은 경직된 임금체계를 개혁하지 않고서는 금융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없다는 절박한 인식 때문이다. 현재 국내 은행들의 임금체계는 기본급에 성과급이 더해지는 일종의 ‘성과혼합형 호봉제’이다. 하지만 성과급 비중은 전체 연봉의 10% 안팎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성과급도 개인의 성과보다는 지점, 부서 등 조직의 실적을 바탕으로 지급된다. 개인의 실적이 저조해도 얼마든지 조직의 성과에 묻어 갈 수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이런 임금 체계가 ‘프리라이더’, ‘승진 포기자’ 등 업무 저성과자를 제대로 솎아내지 못함에 따라 결국 전체 금융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보고 있다. 실제 시중은행들은 매년 국내 최고 수준의 우수 인력을 채용하지만 자기자본수익률(ROE) 등 수익성 지표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성과주의 확산을 위해 노조와의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도 보이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3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금융회사들이 인사, 보수, 교육, 평가 전반에서 보신주의와 연공서열에서 탈피해야 한다”며 “전문성과 효율성을 중시하고 조직 전체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성과주의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의 강력한 드라이브에도 불구하고 성과주의가 확산되기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곳이 기업은행으로, 신임 노조위원장이 성과주의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금융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예산’을 무기로 압박하더라도 노조와의 대화에 속도가 붙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앞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셰어(share)하우스’ 사업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셰어하우스처럼 공익적 목적을 가지는 부동산 사업에는 예외적으로 증권형(지분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을 허용하기로 했다. 25일부터 시행되는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은 사업 경력 7년 이하의 초기 기업이 온라인을 통해 다수의 소액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제도 성격상 금융·보험업, 골프장업, 부동산업을 하는 기업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제도 시행을 앞두고 청년층에게 주택을 공급하는 셰어하우스 등 공익적 목적을 띠는 부동산 산업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하도록 별도의 조항을 마련하기로 했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지난해 분양시장을 중심으로 부동산 거래가 살아남에 따라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한 해 동안 60조 원 이상 불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증가세도 가파르지만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70%에 이르기 때문에 향후 금리가 오를 때 가계들의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7일 은행들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농협 기업 등 6대 시중은행의 2015년 12월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49조493억 원으로 1년 새 32조5954억 원 늘어났다. 이 은행들이 안심전환대출로 주택금융공사에 넘긴 대출채권(27조8120억 원)까지 감안하면 실제 연간 대출 증가 규모는 60조4074억 원에 달한다. 2014년(30조1603억 원)의 배 수준이다. 눈덩이처럼 커진 대출 규모도 문제지만 상당 부분이 금리 상승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금융당국이 안심전환대출 등을 통해 고정금리 대출로 전환을 유도해왔지만 아직까지도 은행의 변동금리 대출 비중(2015년 10월 말 기준)은 70%에 이른다. 향후 미국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국내 대출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면 가계 10곳 중 7곳은 이자 부담이 지금보다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실제로 7일 한국은행이 정의당 박원석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올라가면 전체 가계의 이자 부담은 1조9000억 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3분기 말(9월 말) 현재 전체 가계대출 1102조6000억 원을 기준으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계대출 금리에 동일하게 반영된다고 가정했을 때의 수치다. 대출금리가 0.5%포인트 오르면 전체 가계 이자 부담은 3조9000억 원, 1%포인트 오르면 7조7000억 원이 각각 급증할 것으로 분석됐다. 많은 전문가는 한은이 미국과 보조를 맞춰 연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한다. 비록 이주열 한은 총재가 “미국 금리 인상이 곧바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미국과 한국의 금리 차가 좁혀져 대규모 자본 유출이 시작되면 한은이 이를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정부는 가계부채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하지만 주택담보대출 상당수가 금리 변동에 노출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낙관할 수 없다”며 “추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장윤정 yunjung@donga.com·황성호 기자}
금융위원회가 과거 대출연체 기록이 있더라도 성실하게 금융거래를 지속하면 신용등급이 빠르게 회복될 수 있도록 신용정보 활용 방식을 대폭 개선하기로 했다고 6일 밝혔다. 현재는 장학재단 학자금대출을 연체한 경우 추후 대출금을 모두 상환하더라도 연체 정보가 5년간 저장돼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미쳤다. 금융당국은 이르면 7월부터 장학재단 학자금대출에 대해서는 연체 정보 활용 기간을 현행 5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30만 원 미만의 소액을 단기간(30일 이내) 연체한 경우에 대해서도 연체 정보가 활용되는 기간을 3년에서 1년으로 대폭 줄일 방침이다. 저축은행, 캐피털 등 제2금융권 대출 이용자의 신용등급 회복 속도도 빨라지게 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그동안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리면 원리금을 연체 없이 성실하게 갚아 나가더라도 은행에 비해 신용등급 상승이 상대적으로 더뎠다”며 “상승 속도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자금난을 겪어 온 한진중공업이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을 통한 구조조정에 돌입한다. 6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한진중공업은 이르면 7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자율협약을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협약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보다 강도가 낮은 것으로 채권은행들이 대출 상환 유예, 추가 자금 지원 등을 하는 구조조정 방식이다. 한진중공업은 2014년 산은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은 뒤 지난해 서울 남영동 사옥과 부산 연구개발(R&D)센터를 1497억 원에 매각하고 인천 소재의 토지를 1389억 원에 파는 등 자구 노력을 지속했다. 그러나 2013년 700억 원, 2014년 1450억 원의 영업 손실을 입는 등 최근까지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이 더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청함에 따라 한진중공업이 자율협약을 검토해 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장윤정 yunjung@donga.com·강유현 기자}

“대부업법이 일몰(日沒)돼 최고 금리 제한이 없어졌다는 사실조차 몰랐습니다.”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의 한 대부업체 사무실에 서울시 대부업체 현장점검반 4명이 들이닥치자 대부업체 직원은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16.5m²(5평) 남짓한 주거용 오피스텔에는 책상 2개가 전부였다. 벽에는 대부업체 등록증과 ‘대출 금리는 월 2.9%, 연 34.9% 이내’라는 문구가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직원은 “우리는 법정 최고 금리를 준수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점검반은 아랑곳하지 않고 대출 계약서를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봤다. 점검 결과 기존 법정 최고 금리(34.9%)를 넘긴 거래는 적발되지 않았지만 대출 계약서를 작성할 때 의무적으로 명시해야 할 연체 이자율을 표기하지 않은 계약서가 발견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표준계약서가 아닌 다른 양식의 계약서를 쓴 사례도 눈에 띄었다. 앞으로 시정할 것을 지시한 현장점검반은 또 다른 업체로 바삐 발걸음을 옮겼다. 대부업법 개정안이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서민들이 고금리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부업체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나섰다. 서울시는 관내 대부업체들에 기존 법정 최고 금리를 지켜 달라는 협조 공문을 발송한 데 이어 이날 대대적인 현장 점검을 실시했다. 금융위원회는 기획재정부, 법무부, 행정자치부, 공정위 등 관련 부처와 ‘긴급 대부업정책협의회’를 열었다. 정부는 우선 일일점검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행자부는 시도별 점검 실적을, 금감원은 여신금융회사 및 대형 대부업체에 대한 점검 결과를 매일 집계해 매주 2회 금융위에 통보하는 방식이다. 34.9%가 넘는 대출금리를 적용하는 등 행정지도를 위반한 사례가 발생하면 시정 권고를 내린 뒤 필요한 경우 즉각 지자체·금감원이 주도해 현장검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신고센터 운영도 강화한다. 금감원이 이미 운영 중인 불법사금융신고센터(1332) 외에 광역 지자체에 별도의 신고센터를 마련해 고금리 영업행위에 대한 제보를 받는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협의회에서 “대부업법의 조속한 개정 등을 위해 국회와 최대한 협조해 나갈 것”이라며 “입법 지연에 따른 비상 상황인 만큼 범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과 협조를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행자부는 7일 중앙·지방 정책협의회를 열어 대부업 감독권을 쥐고 있는 지자체의 협력을 다시 한 번 요청할 계획이다. 한국대부금융협회 이재선 사무국장도 “대형 대부업체들도 일시적 실효 상태를 이용해 금리를 올리는 등의 영업은 하지 않기로 뜻을 모은 상태”라고 강조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규제를 소급 적용해 실효 기간에 과도하게 높은 수준의 금리로 체결된 계약에 대해서도 현행법상 최고 금리 한도가 적용될 수 있도록 여야와 합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 대응과 민간의 협조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려는 여전하다. 대부업체가 아무리 높은 금리를 받아도 법적 제재를 피할 수 있는 만큼, 법 공백 상태가 장기화되면 고금리 대출 영업이 활개를 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상황이 어려운 중소 대부업체가 문제다. 한 대부업계 관계자는 “올해 최고금리가 인하될 것을 우려한 업체들이 지난해 말 영업을 강화해 12월 대부업계 대출액이 급증한 것으로 안다”며 “이처럼 영세 업체들은 금리 1%에도 민감한 만큼 고금리 영업의 ‘유혹’에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철중 tnf@donga.com·장윤정 기자}

국내 최초로 개인의 대출, 소득, 연체, 보험 가입 내용 등 각종 신용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신용정보 집중기관이 출범했다. 신용정보가 통합 관리돼 가계 부채 현황 파악, 금융사의 대출 리스크 관리와 보험사기 조사 등이 강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신용정보 집중에 따른 해킹 피해 우려도 나온다. 한국신용정보원은 5일 창립기념식을 열고 업무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한국신용정보원은 종전 은행·여신·보험·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로 보관되던 신용정보와 보험개발원의 보험사기 관련 정보를 한데 모아 통합 관리하게 된다. 금융사들은 한국신용정보원 출범으로 금융사들의 리스크 관리가 쉬워지고 신용 관련 빅데이터 활용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1100조 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에 대한 심층적인 통계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도 통계청이 한국은행, 금융감독원과 공동으로 실시하는 가계금융·복지조사, 한국노동연구원이 벌이는 한국노동패널조사 등 가계부채 관련 통계들이 있다. 그러나 가계금융·복지조사는 응답 가구가 직접 자산, 부채, 소득에 관한 정보를 작성하도록 해 정보가 부정확하거나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임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관련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려면 소득수준, 금융 업종별 가계부채에 대한 세부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통계청 조사와 신용정보원의 정보를 연계하면 정보의 정확성이 한층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울러 금융회사들의 대출 리스크 관리도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주택담보대출은 물론이고 신용대출, 카드론 등 다른 부채의 원리금 상환액을 모두 합산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계산해 대출을 관리하기로 한 바 있다. 신용정보원에 대출 소비자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 정보가 모이는 만큼 정확한 DSR 산출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사기 조사도 한층 강력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민간 보험사와 공제상품을 판매하는 신협, 우체국, 새마을금고 등은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다. 하지만 신용정보원은 민간 보험사를 비롯해 우체국 수협 신협 새마을금고 등에서 판매하고 있는 공제상품 가입 정보를 함께 관리한다. 일각에서는 신용정보가 통합 관리되기 때문에 신용정보원이 해킹으로 뚫리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용정보원의 개인 신용정보를 금융당국이 손바닥 보듯 들여다보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도 있다. 민성기 초대 한국신용정보원장은 “신용정보를 안전하게 모으고 관리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모든 역량과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신용정보의 정확도를 높이고 금융기관 신용평가의 질적 수준도 향상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기업구조조정촉진법 공백에 비상이 걸린 금융당국이 4일 시중은행 및 각 금융협회 실무진과 첫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기촉법을 대신할 ‘운영협약’ 추진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연말 신용위험평가 결과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대상에 오른 기업이 법정관리 위기에 처하는 등 혼란이 현실화되자 이를 막기 위한 ‘컨틴전시 플랜(비상대책)’을 가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한시적 성격의 이 협약에는 △채권금융기관의 75% 이상 동의를 얻으면 구조조정 개시 △채권금융기관 이견 조정을 담당하는 조정위원회 설치 등 기존 기촉법과 유사한 내용이 담긴다. 그러나 이번 협약을 둘러싼 난관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단 자율적인 협약으로 ‘강제성’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한계로 지적된다. 협약에 참여하지 않거나 참여했다가 중간에 발을 뺀다고 해도 이를 제재하기 어렵다. 여기에 증권, 보험, 저축은행 같은 제2금융권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할지도 미지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야 사회적 시선을 의식해 마지못해 참여하겠지만 수십 곳의 2금융권 회사들이 순순히 참여할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007년 기촉법 실효(失效) 당시에도 기촉법을 대신하는 구조조정 협약이 추진됐으나 이 협약에 대한 금융회사들의 참여율은 약 75%에 그쳤다. 제2금융권의 참여가 줄어들면 구조조정의 동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은행권보다 2금융권에 더 많은 빚을 진 기업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동부제철은 신용보증기금에 대한 채무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2금융권이 제외된 자율협약에서 워크아웃으로 구조조정 방식을 바꿨다. 금융당국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어떻게든 제2금융권도 이 협약을 따르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운영 협약 마련을 위한 TF에 시중은행 외에도 저축은행중앙회, 신협중앙회, 여신금융협회 등 2금융권 협회들을 다수 참여하게 한 것도 이 때문이다.장윤정 yunjung@donga.com·김철중 기자}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의 근거가 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개정안이 지난해 말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함에 따라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이 일대 혼란에 빠졌다. 당장 채권은행의 신용위험평가 결과 워크아웃 대상으로 분류된 3개 대기업이 관련법의 미비로 법정관리 위기에 내몰렸다. 금융당국이 비상 체제를 가동해 기촉법 공백에 따른 혼란을 최대한 막겠다고 나섰지만 힘에 부치는 양상이다. 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대기업 수시 신용위험평가 결과 C등급을 받아 워크아웃 대상에 오른 11개사 중 3개 업체는 연말까지 워크아웃 신청 여부를 결정짓지 못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연내 신속한 워크아웃 돌입을 촉구했지만 끝내 3곳은 기업들의 의사결정 과정이 길어져 워크아웃 신청을 하지 못하고 해를 넘겼다”며 “구조조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촉법의 효력이 사라짐에 따라 당장 이 기업들은 워크아웃 대신 모든 채권 금융회사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자율협약이나 법정관리를 선택해야 한다. 기촉법 공백에 따른 기업들의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는 셈이다. ▼ 금융당국 비상… “채권단 협약으로 구조조정 추진” ▼금융당국에는 비상이 걸렸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위 사무처장이 이끄는 상황 대응팀을 구성해 매주 구조조정 상황을 점검할 방침이다. 기촉법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4일 시중은행 등과 첫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어 채권 금융기관 자율의 ‘기업 구조조정 운영협약’ 제정도 추진한다. 기촉법과 유사한 내용의 협약을 만들어 구조조정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79개 저축은행과 지역단위 농·수협 등 수천 곳에 이르는 금융사들에 일일이 동의를 구하려면 협약 마련까지는 최소 한 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우려된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협약이 효율적인 구조조정을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기촉법이 실효(失效)됐던 2007년에도 운영협약 제정을 추진했지만 금융회사들의 참여가 저조해 어려움을 겪었다”며 “국회에서 기촉법이 신속하게 개정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기업 구조조정 수요도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등급이 강등된 기업은 61개로 외환위기 당시였던 1998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기촉법뿐 아니라 대부업법도 지난해 말로 일몰(日沒)을 맞아 서민금융 시장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당장 1일부터 최고 이자율 규제가 사라지면서 급전을 빌리는 서민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사들에 기존 이자 상한선(연 34.9%)의 준수를 요청했지만 이는 올해부터 법적 의무사항이 아니다. 금융당국은 6일 임종룡 금융위원장 주재로 관계부처 차관들이 참석하는 긴급 대부업정책협의회를 개최한다. 행정자치부도 같은 날 전국 시도 부(副)단체장이 참석하는 회의를 열어 시장 점검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장윤정 yunjung@donga.com·김철중 기자}

‘산류천석(山溜穿石)’, ‘제구포신(除舊布新)’…. 금융계 수장(首長)들이 2016년 신년사에서 제시한 사자성어들은 안팎의 위기에 맞서 혁신과 변화가 절실하다는 메시지를 공통적으로 담고 있다. 녹록지 않은 대내외 경제여건에서 무엇이든 바꾸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금융권의 위기감도 묻어난다. 금융개혁을 이끌고 있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3일 신년사를 통해 ‘산에서 흐르는 물이 단단한 바위를 뚫듯이 작은 노력들도 끈기 있게 지속하면 아무리 어려운 일도 해낼 수 있다’는 뜻의 ‘산류천석’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새해에도 굳은 의지를 갖고 금융개혁을 지속해야만 한국 금융의 퀀텀점프(Quantum Jump·대도약)가 가능하다는 메시지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사자성어 대신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을 소개했다. 그는 감독당국과 금융회사가 파트너십을 갖고 함께 금융시장의 변화를 이뤄내자고 강조했다.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은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나오는 ‘제구포신’을 인용했다. ‘묵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펼친다’는 뜻으로 금융인들이 구시대적 사고와 태도를 버리고 변화와 혁신의 자세로 진취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 의미인 ‘능서불택필(能書不擇筆)’을 거론하며 “아무리 시장여건이 어렵더라도 다가올 변화에 당당히 도전한다면 새로운 혁신과 진전을 성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해 ‘영업 전쟁’을 앞둔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CEO)들도 직원들에게 고객을 향한 필사적인 노력을 주문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정성을 기울이면 그 뜻이 하늘에 닿아 어떤 일도 할 수 있다’는 ‘일념통천(一念通天)’의 정신으로 새해에는 “고객의 기쁨을 찾아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서경(書經)에 나오는 ‘불위호성(不爲胡成)’을 언급했다. ‘행하지 않으면 어떤 일도 달성할 수 없다’는 뜻의 사자성어를 통해 직원들의 혁신을 위한 실천을 촉구한 것이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민영화를 위해 마음을 모으자는 뜻에서 ‘인심제 태산이(人心齊 泰山移)’를 제시했다.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변화에 한발 앞서 대응하고 주도적으로 길을 개척해 나가는 도전 정신을 강조하며 ‘응변창신(應變創新)’을 꺼내 들었다.장윤정 yunjung@donga.com·황성호 기자}

구조조정의 수술대에 오른 대기업이 이전보다 대폭 늘어난 가운데 정부는 30일 ‘산업별 구조조정 추진현황과 향후계획’을 발표하고 한계기업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채권단 중심의 신용위험평가로 선제적인 기업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정부의 도움이 필요한 취약 업종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이 중심이 된 협의체를 가동해 구조조정의 틀을 잡아주겠다는 것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제장관회의에서 “기업 구조조정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되 그 과정에서 이해당사자의 엄정한 ‘고통분담’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에 대한 시장의 의심은 여전하다. 이날 발표된 구조조정 대상에 대기업 그룹(주채무계열) 계열사가 포함되지 않은 것을 두고 총선을 의식해 강도를 낮춘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 은행이 구조조정 잘하는지 당국이 감시 일단 정부는 신용위험평가를 통한 채권단 위주의 구조조정을 계속 밀어붙일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은 당장 내년 1월에 올해 시중은행들의 신용위험평가와 사후관리가 적정했는지를 외부 전문기관과 함께 들여다보기로 했다. 장부상의 실적 악화를 우려해 은행들이 부실기업 정리를 미루지는 않았는지 현장에서 직접 점검하겠다는 뜻이다. 진웅섭 금감원장도 이날 시중은행 부행장들을 불러 모아 놓고 선제적인 구조조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충당금 적립에 적극 나서라”고 경고했다. 기업 구조조정의 수요가 늘어나면 그만큼 은행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지만 부실기업 정리를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이다. 조선 해운 석유화학 철강 건설 등 채권단만의 대응으로는 한계가 있는 취약 업종에 대해서는 정부가 구조조정의 ‘밑그림’을 제시하는 한편 지원도 병행하기로 했다. 이날 정부는 경영난에 빠진 해운사들에 활로를 열어주기 위해 이들이 빚을 내지 않고 선박을 빌려 운항할 수 있도록 12억 달러(약 1조4000억 원) 규모의 선박펀드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일반 금융회사들이 50%, 국책 금융기관이 40%, 해운사가 10%를 각각 부담하는 것으로 이 펀드가 돈을 대 선박을 건조하면 해운회사들이 빌려 쓰는 구조다. 다만 이 펀드는 부채비율 400% 이하인 기업에만 지원이 이뤄지기 때문에 부채비율이 이보다 높은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이용할 수 없다. 금융위 관계자는 “두 회사의 자체적인 정상화 노력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자율 협약, 법적 구속력 없어 워크아웃 한계 이처럼 정부가 ‘칼’을 빼들었지만 과연 구조조정이 제대로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우려가 많다. 일단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31일 일몰을 앞두고 있어 워크아웃의 법적 근거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금감원은 해를 넘기기 전에 신속하게 워크아웃을 시작할 수 있도록 채권단을 독려하는 한편 채권금융기관 자율로 ‘기업구조조정 운영협약’을 마련해 기촉법의 빈자리를 메울 방침이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는 ‘협약’만으로 구조조정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을지 우려가 크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연내 워크아웃에 돌입하기 위해 기업과 채권단이 의사결정을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며 “기촉법이 사라지면 리스크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정치·사회적 파장이 크고 이해관계도 첨예하게 대립할 수밖에 없는 구조조정 드라이브를 계속 강하게 걸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마저 나온다.장윤정 yunjung@donga.com·신민기·박민우 기자}
올해 금융권에서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대기업 수가 작년보다 60%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총선 정국을 앞두고 내년에 기업들의 구조조정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도 채권 금융기관을 긴급 소집해 “내년 국내외 경제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을 것”이라며 선제적인 구조조정에 나서 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효율적인 구조조정 작업을 돕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의 효력이 올해를 끝으로 정지되기 때문에 연초부터 금융권에서 혼란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30일 금융권에서 빌린 돈이 500억 원이 넘는 대기업 중 368개사에 대한 수시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한 결과 19개사가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올 상반기 정기평가에서 이미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35개사를 합하면 총 54개사로 지난해에 비해 20개사가 늘어난 것이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10년(65개) 이후 최대 규모다. 19개사 중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C등급은 11개사, 경영 정상화가 어렵다고 판단돼 사실상 퇴출되는 D등급은 8개사다. C등급 기업에는 이미 워크아웃에 돌입한 동아원 등 상장사 세 곳을 비롯해 한국제분, 레저업체 R사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촉법에 따른 워크아웃 절차를 밟으려면 해를 넘기기 전에 기업이 워크아웃을 신청하고 주채권은행이 채권단협의회를 소집해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워크아웃 대상 기업 11개사 중 4개사는 이미 워크아웃 절차를 밟고 있고, 1개사는 신청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주채권은행과 관련 협의를 마치지 못한 기업도 적지 않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워크아웃에 돌입하려면 이사회를 열고, 경영개선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등 기업들이 준비해야 할 게 만만치 않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하다”고 털어놨다. 진웅섭 금감원장은 이날 17개 은행 여신담당 부행장을 불러 모아 “선제적으로 충분한 충당금을 쌓아두고, 금융기관 간 자율적 협약을 통해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신민기 minki@donga.com·장윤정 기자}